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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정씨 3번째 조사 ‘불명예’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장관이 24일 퇴임후 3번째로 ‘친정’인 검찰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장관은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 사건과 관련,지난해 이씨에 대한 서울지검 수사 당시 변호사 선임계를내지 않은채 1억원의 수임료를 받고,수사팀에게 이씨 선처를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4일 오후 3시30분쯤 특별감찰본부(본부장 韓富煥)가 설치된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도착한 김 전 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서민들로서는 만져보기도 힘든 1억원이라는 돈을 받은데 대해서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김 전 장관은그러나“변호사로서는 정당한 변론을 했다”고 말했다. 특감본부는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지난해 5월9일 이씨가긴급체포됐을때 당시 임휘윤(任彙潤·현 부산고검장) 서울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 석방을 요청했는지 여부 ▲수임료 1억원의 성격 ▲광주 J건설 대표 여운환(呂運桓)씨와의 친분관계 등을 집중추궁했다.그러나 김 전 장관은 “임고검장에게는 전화를 걸어 ‘법률검토를 해달라’고 하는등 변호사로서 정당한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지난 99년 ▲‘옷로비 의혹사건’과 관련,사직동팀 내사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 구속되고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발언’으로 특별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았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장관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수임료 1억원을 받은 것은 변호사법에 위반되지만 행정처분 대상에 해당돼 사법처리는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홍환 박록삼기자 stinger@
  • 집안일 나눠하면 ‘즐거운 추석’

    “동생들이 줄줄이 처가로 가고 나면,홀로된 장모님을 뵈러 처가에 가야겠다고 부모님께 말할 수가 없어요.형 입장에서 먼저 처가에 가겠다고 말할 수도 없고,아내는 우유부단하다고 원망하고….명절이 오면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고민하는 장남)“명절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쓸쓸해집니다.친정에서 오라고 하지만 자격지심 탓인지 불편하고 ‘혼자서 어떻게 사니?’하는 측은한 눈길도 싫어요.”(남편을 사별한지 7년된 여성) 온식구가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고,조상에게 감사를 드리는 추석 명절.하지만 즐겁다는 사람못지 않게 고통스럽다는 사람도 많다. ■‘웃는 명절’만들기 가이드. 주부들에게 명절이란 허리 한번 제대로 못펴고 손에 물 마를 틈이 없는 ‘노동절’이라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노처녀들도 가사노동의 부담은 없지만 괴롭기는 마찬가지다.“언제 결혼하느냐?”는 등의 얘기를 듣다보면,속이 거북해진다. 아이들 역시 온종일 집에서 사촌들과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남편들도 마냥 편하지는않다.일하는아내의 눈치를 살피지않을 수 없다.또 “친정에도 한번 가자”는 요구를 모른 척 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왜 명절이 기쁜 날이 아니라 ‘고통절’이 됐을까. 3년째평등명절 운동을 벌이는 한국여성민우회 전이미경씨는 “성차별적이고 폐쇄적인 명절은 오히려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남녀 구분없이 함께 일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세가아쉽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곳곳에서 ‘웃는 명절’을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며느리들끼리의 단결.결혼 3년차 주부 유순정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큰형님은 일도 많고,친정이 가까워도 잘 가지 못하더라구요.그래서 손아래 며느리들이 나서서 먼저 친정에 가도록 했지요”라면서 “이제는 며느리들끼리 의논해서 한사람씩 돌아가며 친정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이와 관련,여성민우회는 사이트(http://smile.womenlink.or.kr)를 개설하고 명절 화병(火病)클리닉,명절 즐겁게 보내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부부의 가사분담도 늘고 있다.김정미씨(37·서울 문정동)는 “2년전부터 식구들이 모여 함께 송편을 빚어요.크기도들쭉날쭉하고 모양도 엉망이지만 훨씬 즐겁습니다”라고 자랑했다.“집안 남자들이 요즘은 가만히 놀면 더 불안해 하는 것 같다”면서 “큰 아주버님은 병풍과 제기를 꺼내 닦고,도련님은 집안 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홀로된 부모나 시부모의 경우,함께 어울려 ‘동병상련’을나누기도 한다. 7년전 남편과 사별한 김모씨(59)는 “지난해 처지가 비슷한 친구와 음식도 해먹고 노래방에도 갔다”면서 “올해는 남은 음식을 싸들고 무의탁 노인이나 시설아동을 찾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이들을 위해서는 인터넷사이트 www.happydate.org가 활동중이다. 독신녀 최동은씨(34·회사원)는 “결혼안한 사람들끼리 명절 여행단을 짰다.그동안 친척들 등쌀에 골치가 아팠는데이제는 연휴가 기다려진다”라고 전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과중한 노동부담과 남성중심적관습을 개선하면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맞을 수 있다”면서“축제형식의 이벤트가 다양하게 개발돼 즐겁게 놀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적 명절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허윤주기자 rara@
  • 외국의 명절 풍속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가위 명절을 어떻게 즐길까.가까운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권과 미국의 풍속을 알아본다. ■홍콩·타이완:우리나라와 같은날 중추절을 맞는다.외식사업이 번창한 나라답게 온 가족이 중추절에는 식당에 모여만찬을 즐긴다.좋은 식당을 예약하는 것이 필수.밤늦게 식사를 마치고 보름달을 구경한다. 또 월병이라는 보름달 모양의 빵을 만들어 이웃에 돌린다. 월병 안에는 단팥과 계란,깨,밤 등을 넣는다. ■일본:음력을 사용하지 않는 일본은 해마다 양력 8월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을 ‘오봉’이라는 명절로 정해 놓고있다.‘오봉’은 조상의 혼이 저승에서 돌아와 가족과 함께즐기는 기간을 뜻한다.13일 아침에는 바구니에 꽃,과일, 오이로 만든 동물을 담아 조상신을 모시는 곳에 올려놓는다. 그 동물은 주로 소나 말로,조상이 저승에서 타고 오도록 하려는 것이다. ‘오봉’때는 식사 시간에 조상들의 음식도 함께 차린다. 특별히 다른 음식을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주부들이힘들지는 않다.또 시댁에 가더라도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손님으로 대접하기 때문에 며느리는 설거지 정도의 일을 할뿐이다. ■미국:온 가족이 모여 칠면조 고기를 먹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 네째주 목요일이다.친척이나 이웃을 불러 함께저녁식사를 한다. 한국과 달리 시댁이나 친정을 구분해 모이지 않는다. 이웃,친구,제자,스승 등 평소에 가까운 사람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부엌일을 대부분 여성이 하기 때문에미국 주부들도 추수감사절 스트레스가 크다. 칠면조 고기는 초대한 집의 안주인이 준비하지만 다른 요리는 손님들이 분담해 갖고 온다.남자들은 식사 후 설거지와 집안 정리를 거들며 식사한 다음에는 칠면조를 준비한안주인에게 꼭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이송하기자 songha@
  • 美테러 대참사/ 교민·상사원 피해

    미국에 대한 사상 초유의 테러 사태를 겪은 뉴욕과 워싱턴 교민사회는 연락이 두절된 가족과 친지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느라 애를 태웠다.특히 대형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는 세계무역센터 빌딩에는 미국 국적의 한국계 1.5∼2세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어 이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재미교포 가운데 보스턴 의대김지수 교수(여·35)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김씨는 남편피터 핸슨(컴퓨터회사 간부)·두살배기 딸 크리스틴과 함께 LA 친정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 11일 보스턴발 LA행 유나이티드항공(UA) 소속 여객기에 탑승했다 변을 당했다.김씨 등이 탑승한 여객기는 이날 오전 뉴욕 세계무역센터빌딩 남쪽타워에 충돌해 폭발했다.LG화재 구본석(具本石·42) 뉴욕지점장은 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국기업 지·상사 주재원 33명중 유일하게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12일 자정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뉴욕 거주 한인은 33명으로 확인됐다.뉴욕 한인회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세계무역센터 빌딩에서 일하고 있는 교포 2세와 유학생이다. 또 세계무역센터빌딩 북쪽 타워에 충돌한 아메리칸항공(AA) 여객기 탑승객 92명중에는 이씨(Lee)성을 가진 승객이8명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한국인 인명 피해는 수십명에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뉴욕 총영사관 관계자는 그러나 중국인과 미국인도 이씨 성을 쓰는 사람이 있어 이들이 모두한국인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디위터의 실종된 직원 3,500여명중 한국계가 포함된 것으로알려졌다.스위스의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CSFB)은행 등에도 한국인 직원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 현장이 무역센터 인근에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청과업소 등 소규모 가게 60∼70개가 몰려 있어 피해가 예상된다.뉴욕 총영사관 관계자는 한인 가게 관계자 대부분이 테러발생 직후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균미기자 kmkim@
  • 뉴스피플 9월 20일자 소개

    대한매일신보사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뉴스피플’ 최신호(9월11일 발매 9월20일자)는 숨막히게 진행된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주도한 김대중 대통령의 ‘질주’를 커버스토리로엮었다.집권 후 최초로 ‘단독정부’를 구성하고 여당도 철저하게 친정(親政)체제로 만든 김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과좌초위기에 놓인 자민련의 운명,한나라당의 정국 수읽기를집중 조명했다. 보물선 인양 사업추진 등을 재료로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팔아 시세차익을 챙긴 이용호 삼애인더스 회장의 ‘금융 스캔들’의 전모와 각계에 미칠 파장을 추적했다.새롬기술,로커스 등 왕년의 벤처 ‘황제주’ 기업들의 환골탈태 노력을들여다봤다.투기 조짐에 경매비리까지 극성을 부리는 부동산 경매시장을 해부했다.주식지표를 활용하는 투자법을 자세히 소개했으며 세계 최고의 후각센서 회사를 꿈꾸는 카오스 윤동현 사장을 만났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성취한 시인이라고 평가받는 ‘영원한 소년’ 안도현 시인을 ‘문학마을’에 초대했으며 ‘신 장군의 비망록’에서는 전 해병대사령관 전도봉 장군이해병대 해체를 추적한 논문으로 필화사건을 입은 얘기를 들려준다.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수학의 세계를 전파하는 서울교대 배종수 교수로부터 올바른 수학교육법을 배웠다.30∼40대 정보마당인 ‘3040 프라자’는 창업,재테크,영화,공연,음악,자동차,건강,레저 등 알찬 정보로 가득 메웠다.
  • 우즈 34호 4경기 연속대포

    타이론 우즈(두산)가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홈런 단독 2위에 올랐고 임창용(삼성)은 다승 공동 선두에 나섰다. 우즈는 11일 잠실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화와의 경기에서 3-3으로 팽팽히 맞선 7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3번째투수 이상목의 3구째 직구를 밀어쳐 우월 1점포를 그려냈다.최근 4경기 연속 홈런으로 시즌 34호를 기록한 우즈는이승엽(삼성)을 다시 1개차로 제치며 단독 2위에 올라 선두 펠릭스 호세(롯데)를 1개차로 위협했다.두산은 우즈의결승포로 4-3으로 이겼다.9회 등판한 진필중은 세이브를보태 시즌 26세이브포인트째를 마크,신윤호(LG)와 구원 공동 2위에 오르며 퇴출된 선두 벤 리베라(삼성)에 1포인트차로 다가섰다. 삼성은 대구에서 임창용의 호투와 타선의 응집력으로 기아를 10-1로 대파,2연패를 끊었다.4위 기아는 삼성전 5연패의 수모를 당했다.최근 2연패로 부진했던 임창용은 7이닝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5안타 2사사구 1실점으로 시즌 14승째를 마크,신윤호(LG)와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또 지난해 8월5일 대구경기부터 친정팀 기아전 5연승.삼성은 1회말 집중 5안타와 3볼넷을 묶어 대거 7점을 빼내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롯데는 인천에서 박지철의 역투를 앞세워 SK를 6-2로 눌렀다.5위 롯데는 기아에 반경기차로 바짝 따라붙으며 6위한화를 1경기차로 밀어냈다.박지철은 7이닝동안 5안타 3볼넷 2실점으로 버텨 최근 6연승으로 시즌 11승째를 올렸다. 롯데는 1-1로 맞선 5회 1데드볼 2볼넷 2안타를 묶어 4득점,승기를 잡았다.얀은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공격의 선봉에 섰고 호세는 볼넷 2개를 얻었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호세는 56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지난해 박종호(현대)가 세운 59경기 연속 출루 기록에 3경기차로 따라붙었다. 현대는 수원에서 5-5로 맞선 8회말 2사 1·3루에서 신윤호의 어이없는 폭투로 결승점을 뽑고 박경완의 쐐기 3점포가 이어져 LG를 10-5로 물리쳤다.7위 LG는 기아에 2.5경기차를 유지했다. 김민수기자 kimms@
  • 한광옥대표 인준 상반된 행보

    민주당내 대표적인 개혁성향 중진으로 분류되는 김근태(金槿泰)·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한광옥(韓光玉)대표 임명 반대 파동’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지난해하반기 이후 빚어진 몇 차례의 정풍(整風)파문에서 앞서길꺼렸던 김 위원이 이번에는 사실상 사태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2월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 퇴진 발언 이후반(反) 동교동계의 선봉역으로 각인돼온 정 위원은 ‘튀는행동’을 자제해 눈길을 끌었다. ■반발하는 김근태 최고위원:김근태 위원은 10일 당무회의에서 한 대표 인준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실을 찾아 “나는여전히 이번 인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사태가 불거진 지난 7일 이후 나흘 연속 기자회견을 강행한 셈인데,그의 작심한 표정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이는 지난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당정쇄신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맡기자”며 대통령의 입장을옹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권을 노리는 김 위원의 경우,김 대통령이 갈수록 비주류보다는 동교동계 위주로 친정체제를강화하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굳히고,차라리 대립각을 세워 반(反) 동교동계의 민심을 끌어모으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숨죽인 정동영 최고위원:이날 당무회의에서 한 대표 인준안 통과 연기 여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정 위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거수(擧手)투표’에서는 대표 임명 거부에 해당하는 인준안 연기에 찬성하는의미에서 조용히 손을 들었다. 이같은 정 위원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한 대표와의 각별한개인적 인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한 대표와 정 위원은 전주 북중 선후배사이로,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에 정색을 하고 대표 임명을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위원은 사사건건 당의 주류인 동교동계와 대립하는 것처럼 비쳐질 때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정치적 계산을했을 법도 하다. 김상연기자 carlos@
  • [新 여소야대] (4.끝)자민련의 활로

    ‘DJP 공조’와해와 당 총재였던 이한동(李漢東) 총리 제명 이후 좌초위기에 놓인 자민련호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자민련을 ‘수렴청정’해 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의 총재복귀가 그 열쇠가 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시점에서 여소야대 정국 및 항후 대선국면에서의 자민련의 역할에 대해 ‘정답’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시시비비를 가리는 제2야당의 길을 걷겠다는 기세와는 달리 한나라당의 미지근한 태도로 국회법 개정을 통한 교섭단체구성마저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공조파기 과정에서 노출된 당내 강온파간 갈등도 자민련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민주당 및 한나라당과의 ‘사안별 공조’로 활로를 열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이같은 위상 추락에도 불구,JP는 지난 7일 여성 지방선거출마예정자 연수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과욕을부리는 사람이 많은데 내 눈에는 결과가 다 보인다.자민련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연수원 강당에는 ‘JP대망론과 함께’‘불안한 개혁,흔들리는 안보 JP만이대안이다’는 대형 현수막이 나붙은 가운데 참석자들이 ‘JP’를 연호하는 등 ‘JP대망론’은 여전히 자민련의 원심분리를 막는 구심력을 발휘하고 있다. ‘JP 직할체제’ 구축여부도 변수다.JP는 “(명예총재-총재-총재권한대행 등으로 이뤄진)당 지도체제가 우습다는얘기가 있다.당 체제를 정비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해총재복귀 가능성을 내비쳤다.그러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당내의견을 수렴한 뒤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조심스러운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JP가 공들여 영입,당 경영을 맡기고 총리까지 시켰던 박태준(朴泰俊),이한동 등 2명의 ‘고용사장’들이당에 상처만 준 채 떠난 상황도 그의 ‘친정(親政)복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양희(李良熙) 사무총장은9일 JP의 총재복귀 여부에 대해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의 건강문제도 있고 하니까 당내 협의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JP가 당장 총재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측근들은 “정계개편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할 때 명예총재의 신분을 유지하는 게 운신의 폭이 넓을것”으로 전망한다.이 총장도 “전당대회를 준비할 시간이필요하며 당분간 현 운영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가 총재직을 맡지않을 경우 당내인사중에는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0순위로 꼽히지만 건강문제가 부담이다.외부인사로는 내각제 파동 및 이적의원 파문으로 자민련을 떠난 김용환(金龍煥) 한국신당 대표와 강창희(姜昌熙) 의원이 대상이나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관측통들은 “JP가 총재로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킹메이커’가 아니라 ‘킹’이 되겠다는 야심을 버리지 않는한한·자동맹 등을 통한 자민련의 활로개척은 난망하다”는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주석기자 joo@
  • 이한동-한광옥체제, 당정안정 ‘다목적 카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잔류와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의 민주당 대표 내정은 정치적 함의가 대단히복합적이다.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6일 이 총리 유임 결정에 이어 전광석화처럼 한 실장을 대표로 내정한 배경에는 민주당 대표 자리를 둘러싸고 일어난 당내 암투사태를 서둘러 진화하겠다는 의지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김 대통령의 이날 ‘예상밖’의 여권내 ‘빅 2’ 인사는그 의미가 약간의 편차가 있어 보인다.이 총리 유임은 국정운영의 연속성과 정국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깔고 있는것으로 풀이된다.여기에 숨돌릴 틈없이 단행한 한 실장의대표 내정은 여권내 갈등 해소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총리유임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반발하는 상황을 덮어보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총리 유임에 비판적인 여론을희석시켜보려는 의지도 작용한 것 같다. 이 총리 유임이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김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의 반영이라는 분석도 있다.이는 역으로“명분과 인정에 과도하게 치우친다”는 지적을 깨뜨린 의미도 지닌다.나아가 한 대표 내정은 ‘관리형 실세대표’역을 맡겨 당직할체제를 강화하려는 대통령의 원려일 수도 있다.대권주자를 대표로 임명할 경우 조기에 대권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겠다는 고뇌가 깔려 있는 셈이다.실제 당내 유력한대권주자인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의 대표 기용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던 상당수 최고위원들은 ‘한광옥 카드’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이 총리 유임 카드는 자민련과 비장의 재연결 고리로 활용하겠다는 속셈으로도 받아들여진다.또 민주당의취약지인 중부권과 보수층을 아우르는,즉 국정안정을 꾀하는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작용한 것 같다.잔류의사에 진노했던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도 시간이 지나면 이 총리를 여권과의 관계회복 도모 카드로 인식할 수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한동 총리­한광옥 민주당대표’ 카드는 앞으로 적지 않은 시련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우선 이 총리의 유임에 대해 한나라당과 친정인 자민련의 반발이 어떻게 정리될 지가 이 총리 유임이후 체제의 과제다.한나라당이 한때 ‘총리 해임안’을 검토했다가 지나친 정국경색을우려, 거두어들였지만 국정감사나 대정부질문 등에서 파상공세가 예상되고 있다.더욱이 적지않은 냉소적 여론을 극복해가는 것도 지난한 과제로 보인다. 여기에다 한 실장의대표 내정은 당정의 일대 쇄신을 요구했던 여권 안팎의 요구와 배치돼 마땅한 논리개발이 쉽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이춘규기자 taein@
  • 黨·政·靑 개편…실무화합형 ‘발탁’

    4일 이한동(李漢東)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김중권(金重權) 대표 등 민주당 당직자,한광옥(韓光玉) 대통령 비서실장 및 청와대 수석들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일괄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당·정·청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조각(組閣) 수준의 인사여서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국정의 공백을 막기 위해 가급적 빨리 마무리한다는 게 김 대통령의 생각이다. [개편 방향] 친정체제를 강화하거나 자민련 소속 전부를갈아치우는 식의 시험적 당정개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여권 핵심인사들은 귀띔한다.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고,임기 후반기로 들어선 만큼 ‘실무 화합형’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이 때문에 정치인들의 입각은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의 관심이 남북관계·경제회생·서민생활 안정에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 분야에 대한 보강과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여겨지고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새 진용이 갖춰지면 국정을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내각 및 청와대] 이 총리의 거취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총리의 유임 여부에 따라 ‘빅3’를 포함, 전체 인사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직을 더 맡아주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총리는 이날오후 이를 수락할 뜻을 청와대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저녁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에서 열린 ‘경기북부 11개 시·군 의원 연찬회’에 참석,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대북 포용정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의욕적으로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오전과는 달리 표정도 밝아 잔류 결심을 굳힌 때문으로 관측됐다. 김 대통령도 이 총리만한 적임자가 없는데다 바꿀 경우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점 등을 감안,그에게 유임을 간청한 것으로 보인다.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후임에는 한광옥 비서실장과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이 주로 거명되고 있다.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강력한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박지원(朴智元) 정책기획·남궁진 수석은 한 실장의 후임으로 거론된다. 이밖에 각료 가운데는 자민련 몫으로 입각한 정우택(鄭宇澤) 해양수산·한갑수(韓甲洙) 농림·김용채(金鎔采) 건교부장관을 포함,비교적 장수그룹에 속하는 사회부처 장관들이 교체될 것으로 전해졌다. 진념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도 일부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통일·외교·안보팀의 경우 한승수(韓昇洙) 외교부장관과 김동신(金東信)장관이 임명된 지 5개월 밖에 안돼 유임될 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수석 들도 3∼4명 가량 자리를 이동하거나 바뀔공산이 크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4명 탈당선언이후/ 이적의원들 이젠 무소속

    민주당에서 자민련에 입당한 장재식(張在植) 배기선(裵基善) 송석찬(宋錫贊) 송영진(宋榮珍) 의원 등 이적파 의원 4명이 3일 자민련과 결별했다. 이들중 송영진 의원을 제외한 3명은 이날 오후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민련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 1월초 이적파 의원 4명의 입당으로 20명을 채워 교섭단체를 유지해온 자민련은 8개월만에 다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송영진(宋榮珍) 의원은 4일로 예정된 후원회행사 준비를이유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으나,이날 밤 보좌관을 통해 탈당의사를 전해와 이적파 4명 전원의 동반탈당이 기정사실화됐다. 이들 의원들은 ‘자민련을 떠나며’란 성명서를 통해 “공조가 파기되고 유대가 무너진데 대해 안타깝다”며 “해임안 가결에 따라 더 이상 자민련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상실했다”고 밝혔다.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에게 2일 작별인사를 드렸으며,4일쯤 탈당계를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의원 꿔주기’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겼던 이들 의원들은 곧바로 ‘친정’ 민주당으로 원대복귀하지 않고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아 민주당 재입당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은 이적파 의원들이 탈당계를 제출하는 4일을 기해교섭단체가 무너지면서 무소속 정당으로 추락한다.교섭단체붕괴로 자민련은 당장 오는 15일 지급되는 3 ·4분기 정당국고보조금에서 8억여원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 노주석 이종락기자 jrlee@
  • [편집자문위원 칼럼] 지역뉴스 전국화와 중앙화

    지난 두 주간(8.13∼8.25)은 행정관련 기사 중 눈에 띄는대목이 많은 주간이었다.행정뉴스의 단순한 전달에 머물지않고 한발 더 나아가 문제점 부각과 함께 해결방안까지 제시한 돋보이는 기사가 여럿 있었다. IT(정보기술)산업이 부처간의 영역다툼과 이기주의로 발전이 저해받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부처간 기능 중첩과 권한 다툼의 자세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은 설득력이 있었다. 가끔씩 실리는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기사는 사라져가는 우리 옛것의 소중함과 장인 정신을 기리는,쓰는 이의애착과 애틋함이 엿보이는 코너이다. 중단하지 말고 계속그들을 발굴하여 전통과 맥을 이어주기를 기대한다. 요즈음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전자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 역시 시의 적절한것으로서 프로그램의 호환성 문제, 전자결재의 득과 실,정책과 실상의 괴리 등 이 시점에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과제들을 잘 지적해 주었다. 각 부처의 전문기술공무원이 부족하여행정의 전문화는 물론 기술행정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은 단순히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아니하고,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직 공무원 채용제도와 함께 직제상 불합리한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함으로써많은 기술직 공무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였다. 지난 주 기사 중 특히 눈여겨 볼 기사는 8월 21일자 새만금 환경대책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친정부 일색으로 위원회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과 8월 23일자신임 건교부장관 임명에 대한 장관자리 또 나눠먹기라는기사였다.기사를 읽으면서 대한매일의 논조나 시각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대견(?)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올바른 지적,좋은 기사는 독자들을 더 기꺼워하게 만든다. 이번 기회에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사항은 24면 지역뉴스난과 25면 지역행정뉴스난의 효과적 활용문제이다. 지역뉴스난은 주로 서울시 본청과 각 구청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 행정뉴스를 취급하고 있고,지역 행정뉴스난은전국의 지방뉴스를 주로 단신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얼마전 지방행정에종사하면서 가장 안타깝고 아쉬웠던 점은수도권 뉴스의 전국화 내지 중앙화 현상이었다.각 지방의특색있는 시책이나 사업,국제적 행사는 중앙지의 지방판의일부를 차지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지방행정 입장에서 본다면 중앙은 권한, 재정의 독점에서부터 뉴스의 독점까지누리게 되는 심한 불균형을 느끼게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가장 지방적인 것이전국적인 것이라는 말이 보편화된 명제라면, 참신하고 특색있는 지방행정이나 지역의 국제적 행사를 보다 집중적,심층적으로 취재하여 지방행정(행사)의 중앙화 내지 지방행정뉴스의 전국뉴스화를 함으로써 어려워져가는 지역경제활성화와 경쟁력을 잃어가는 지방행정의 발전에 기여하자는 것이다.이것은 또한 지역주재 기자의 역할과 위상을 동시에 높여주게 된다. 박명재 국민고충처리위 사무처장
  • 온라인 상담/ 배우자가 이혼 동의 안해도 부당대우 받았을땐 소송 가능

    Q:두 살된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남편및 시댁식구들과의갈등으로 친정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태입니다.이혼하고 싶은데 남편이 쉽게 동의해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어떻게하면 될까요?A:남편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아도 폭력 등 부당한 대우에대한 증거가 있으면 이를 사유로 재판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보다는 결혼부적응의 원인을 찾는 건 어떨는지요?결혼 초기 3년에서 5년까지가 적응이 힘듭니다.아이가생겨서 부모노릇을 해야하고 또 결혼으로 생긴 새로운 가족관계인 시댁과의 관계에 적응해야하는 등 결혼 초기에는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야 중년기의 여유 있는 부부관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흔히 결혼하면 깨가 쏟아지는 신혼기가 있다고 하지만 첫아이 출산이후가결혼생활의 가장 흔한 첫 번째 위기입니다. 남편도 어찌보면 아직 미숙한 연령대 입니다.그러니 남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결혼생활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보세요. 박미령 온라인상담가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 (6)모윤숙의 사랑과 우정

    최정희를 둘러싸고 노천명,모윤숙(毛允淑·1909∼1990) 세여인 사이를 오간 편지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이선희(李善熙)이다.함흥 출신인 그녀는 원산 루시여고를 나온(1928) 뒤 서울 이화여대에서 수학,여러 잡지사를 전전했는데,유부남인 연극인 박영호(朴英鎬)와 결혼,그리 순조롭지 못한 가정생활 때문에 이들 모임에 끼어들곤 했었다. 8.15후 월북,작품활동을 재개했으나 괴혈병으로 이내 타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 여인의 서신 내용으로 미뤄보면필시 이선희의 편지도 있을 법한데 빠져 있다. 같은 함경도 출생인 모윤숙에게 이선희는 애물단지 후배였던 셈이다.최정희의 회고록에는 자신에게 편지를 가장 많이 보내기로는 노천명이라 했지만 정작 더 많은 건 모윤숙이었다.그녀의 편지는 거의 ‘렌의 애가’처럼 춘원 이광수를 향한연모의 사무침이 가져다 준 외로움의 하소연으로 차 있다. 한 여인의 사랑에 대한 집착이 이다지도 강렬하고 끈질기며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일까 경이스럽기 조차 하다. “이 마음이 혹시 흩어져 제 슬픔을 흘리며 미쳐 방황할것만 같아서 나는 내 마음에 독약을 뿌려가며 눈을 감고앉았소.…언제나 당신은 이 아픔을 알아주는 따뜻한 벗이오.내가 이 아픔을 사랑하듯이 당신도 이 아픔으로 사랑해주는 이라고 믿소. 내 연령이 쇠해져서 이 아픔조차 나를떠나간다면 나는 공허해서 어떻게 살겠소.그래서 나는 이아픔 속에 숨긴 행복을 남 몰래 남 몰래 가슴에 파묻고 혼자 즐기고 혼자 눈물 지오.…오관에 감각이 모두 제 맥을잃도록 나는 슬픈 내 행복에 사로잡혀 있소.내가 생각하는고운 제단엔 언제나 아름다운 불꽃이 피고 있다오. 이게무언지도 모르오.나는 그 파란 불꽃에 타면서 타면서 한없는 쾌감을 느끼오.나의 베아트리체는 어느 빌딩에 있는 것이 아니오.내 가슴 한복판에서 제 고집대로 나를 좌우하고살아 간다오.정희! 지난 밤엔 또 못잤지.그렇게 못자는 밤이면 유난히 나는 초점 없는 상념서 벽을 쳐다보다가 유리창을 쳐다보다가 그만 날을 새고 만다오.…나는 얼마나 아름다운 장미를 피게 하려던 것이 황량한 낙엽을 안고 운다는 사실-이것이 내 성격이 만들어놓은 재앙인가 하오.불행도 행복도 다-제게 달린 게 아니오.나는 불행한 감정을 사랑하는 여성이라 그대로 나는 불행에 싸여 걸어가나 보오. 영원히 안 보(이)는 앞을! 잔인한 행복이오. 그러나 나는이 무서운 잔인을 찬미하지 않으면 안될 사람이 되었다오.” 이 글은 아마 우리 근대 문학사에서 공개된 것 중에서는메달권 안에 들만한 연애편지일 것이다.춘원에 대한 사랑의 간접 고해성사의 대행자이자,그녀의 메신저 역할도 담당했던 최정희에게 모윤숙은 속을 탁 터놓고 이루지 못한사랑을 하소연했는데,이들의 미묘한 시샘은 재밌는 일화도많이 남긴다. “모윤숙을 '다알리아'라고 하고,이선희를 '백일홍'이라고 하고,노천명을 '들국화'라고 하고,나(최정희)를 '채송화'라고 했다”(최정희 ‘조광·삼천리 시절’)는 이 네 여인 중 남자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로는단연 모윤숙이다.1909년 원산에서 태어나 함흥에서 소녀기를 보내곤 개성 호수돈여고를 나와(1928) 이화여대를 졸업한 모윤숙은 간도 명신여학교(1932),배화여고(1933) 교사,연극과 문단활동중 춘원을 사랑하게 되어 일생동안 그의사상적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처지에서 기이하게도 모윤숙은 춘원의 중매로 독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안호상(安浩相)과 결혼,딸(일선)까지 얻었으나 사랑의 우상에 대한 열정은 도리어 더욱 뜨거워만 갔다.무작정 경원선 열차에 몸을 싣고친정으로 내려간 모윤숙의 속내는 최정희의 회고록에서 익살스럽게 까발려진다.“함흥 친정에 내려간 모윤숙”을 만나러 그곳엘 찾아간 최정희에게 모의 어머님이 어느 날 “너네들은 밤낮으로 니광신이 니광신이하구 지껄이니,도대체 니광신이가 뭐가?”하고 물었는데,바로 이광수의 함경도식 와전 발음이었다.어머니 앞에서도 친구와 애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야만 했던 그녀인지라 편지엔들 ‘니광신'이가 빠질 수 없다.“이선생” 어쩌구 하는 건 바로 그였는데,이 무렵 춘원은 개인적으로 깊은 은혜를 입은 김성수의 ‘동아일보’를 떠나 ‘조선일보’ 부사장으로 자리를옮겼으나(1933) 여의치 못해 이듬해에 사직,아들까지 잃은허전함을 달래느라 여행, 홍제동 소림사에 칩거 등으로 들락날락할 때였다. 모윤숙의 애타는 심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는 역시최정희가 전해 준다.남의 연애편지를 대신 전해 주는 게유행이었던 때라 모윤숙은 춘원에게 줄 서찰을 최정희에게 의뢰하고 초조하게 그 회신을 기다렸으나 종무 소식.저간의 상황을 최정희는 이렇게 묘사한다.모윤숙의 편지를 가지고 가던 날 밤은 산장에 달이 유난히 컸다.저녁 여덟시면 히틀러가 연설을 하니 듣고 가라면서 ‘니광신'씨는 나를 막 잡았다.기다리고 있을 모윤숙의 일이 딱했으나 한편으로는 골탕을 먹여주자는 짓궂은 마음도 있어서 나는 ‘니광신'씨의 말에 좇았다.이튿날 아침 열한 시가 넘어서 출근을 한 내게 먼저 출근해서 기다리고 있던 모윤숙은 참으로 깊은 시선을 내게 던지고 있다가 “왜 그렇게 됐수?”하고 말을 건네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까 니광신씨가 저녁을 먹고 가라는 거아냐,히틀러가 연설을 한다나,그걸 듣고 가라는 거야.”“아니 그이하구 점심을 먹구 저녁을 먹었단 말이지?”“그럼.”“밥이 넘어가?” “활갤 치구 넘어가던걸.”“어쩜!”하고 모윤숙은 말을 다시 못하고 나를 보고만 있었다.모윤숙은 ‘니광신'씨하고 밥을 마주앉아 먹은 내가 부러운 얼굴이었다.또 얄밉기도 한 모양이었다.(최정희 ‘조광·삼천리 시절’)이 대목에서 모윤숙의 애절한 사랑 말고 이광수의 뇌리에아련히 묻혀있는 파시즘에 대한 환상을 읽을 수 있다. 이룰 수 없는 애정의 정열을 잠재우기 위한 도피처로서의 함흥이나 원산 일대는 센티멘탈한 여성시인의 감각만으로는접근할 수 없는 역사가 고동치고 있었다.“여보! 함흥은난(亂)이 난다고 인심이 대단 불안하오.밤마다 암흑 천지요.여기가 매우 안심되지 않소이다”란 서두의 편지는 일제의 식민 철권 통치가 1930년대 중엽에 저 북녘 땅에서는강력한 도전을 받았던 것을 반증해 준다. 국내 항일운동의근간이었던 적색 농민. 노동조합의 파급과 보천보전투(1937.6)를 상기하면 함경도 지역이 지녔던 풍문만이 아닌 실체로서의 위기감을 감지할 수 있을 터이다.더욱이 중일전쟁 발발(1937) 이후 정세는 사뭇 험악했다. 그러나 불륜의 사랑에 빠진시인에게 민족의 당면 과제나역사는 먼 전설이어서 더 이상 관심도 없었을 터이다. 편지는 곧장 “아침 시가에 나가 '사슴군' 계신가고 학교로전화를 걸었으나 벌써 1주일 전에 상경하셨다니 우리가 셋이서 싸다닐 때 그는 어느 구석에서 망원경으로 다-살피지않았으리오”라는 대목을 읽게된다. 여기서 '사슴'이란 1936년 1월 20일에 100부 한정판으로 ‘사슴’이란 시집을낸 정주 출신의 백석(白石)이다.오산학교를 나와 조선일보장학생으로 일본 청산(靑山)학원에서 영문학을 수학, 조선일보 출판국의 ‘여성’지에 최정희와 함께 근무하다가 나중엔 종합월간지 ‘조광’에서 일하던 그는 함흥 영생고보교사(1936-1938)로 있었다. 그의 해맑은 모습은 당대 여성들에게 제법 인기를 끌었는데,낙향한 모윤숙을 찾았던 최정희와 셋이서 한 판 어울렸음을 이 대목은 증명해 준다.이때 모윤숙이 애독했던 책이‘차탈레이 부인의 사랑’이었던 것도 흥미거리다.거듭 이소설을 들먹이며 예찬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정열적인 이시인이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육욕에 대한 향수 때문에 매우 감동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편지를 면밀히 뜯어보면 “상경한 사슴 군을 죽기 전 상봉하여 원하던 이야기를 해 보시오”란 대목에 뭔가 냄새가 풍긴다.백석을 가운데 둔 삼각관계였을까? “사슴군이나 어서 왔으면 하오”란 구절도 나온다. 여담이지만 백석은 최정희에게 장문의 연애편지를 겸한사랑의 철학론을 보냈다.도저히 보통관계로는 볼 수 없는내용이다.사랑은 우정도 선후배도 의심하게 만든다.임옥인(林玉仁)을 만난 대목에서는 “그저 자기는 벌써부터 그이(이광수)를 존경할 수 없이 되었다고”하는데,역시 뭔가수상쩍다. 춘원을 둘러싼 이 여성들의 베일은 여전히 두껍기만 하다. 대체로 파인은 여성작가들을 집단으로 만나길 즐겼으나,춘원은 개별적으로 만나길 선호했다는 속설이 여러 정황에서사실로 굳어진다. 함흥에서 “사하라 사막의 떡장수 여편네 모양”처럼 변해간다고 투정부리던 모윤숙은 이내 상경,경성방송국에 다니며 이광수와 사상적인 보조를 맞춰 친일에 나섰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새만금’ 환경대책위원 친정부인사 일색 논란

    지난 18일 새만금사업의 수질·해양보존대책 및 친환경적사업대책의 이행여부 등을 점검·평가하기 위해 구성된 새만금 환경대책위원회(위원장 金昊植국무조정실장)의 위원선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20일 위원들 대부분이 ‘친(親)정부적’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위원회의 향후 활동이 ‘편향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친정부 인사들로만짜여져 있다.우선 김동근 농림부·정동수 환경부·홍승용해양수산부차관과 채규정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등 당연직 4명과 간사인 강석천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등 5명이 정부측 인사들이다. 민간위원들은 최덕일 국립환경연구원·허귀만 농어촌연구원·한상준 해양연구원 원장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원장이 3명이다. 나머지 유태영 대산아카데미 원장,윤일병 자연보전협회 회장,신응배 한양대·박수철 충남대·성진근 충북대·박원훈한국과학기술원 교수 6명 등 모두9명으로 구성됐다. 국책사업 가운데 새만금사업 처럼 찬반 양론이 확연하게갈려 몇년간 격론을 벌인 경우는 드물다.결국 시민단체는정부의 사업 추진에 반기를 들고 정부측 각종 위원회의 민간위원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부는 “앞으로 반대 의견도 수렴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무마에 나섰지만 이번 위원회 구성에는 전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위원회 구성과 관련,모(某) 대학 교수는 “그동안 공청회에서 정부 정책에 찬성하던 인사들로만 구성,사업의 정당성을 확인시키는데 치중하고 있다”며 “환경문제 등에 대한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위원으로 참여하는데 대한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민단체 몫으로 한자리를 비워놓았다”고 해명했다. 최광숙기자 bori@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3)지조와 훼절

    파인과 최정희의 연애가 무르익어 갈 무렵에 강력한 방해자로 등장한 인물이 시인 김종한(金鍾漢,1914∼1944,일부 문학사전에는 1916년 생으로 되어 있으나 착오임)이었다.‘문장’지를 통해 정지용으로부터 “경쾌한 코닥 카메라 취미”의 “명암이 적확한 회화”란 평을 들으며 그는 1939년 보무도 당당하게 등단했다.이미 그는 동아일보 등에 작품을 발표한 경력에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1937)이란 후광까지 입었던 터라 정지용 사단인 조지훈·박두진·박목월·이한직·박남수와 더불어 시인으로서의 앞길이 창창한 유망주였다.“조금 더,단 1년만이라도 오래 살았더라면 ‘청록집’은 4인 시집이 되었을지 모른다”(大村益夫 ‘윤동주와 한국문학’ 중 ‘김종한에 대하여’)고 할 정도로 암흑기 그의 시는 돋보였다.고향이 파인과 같은 함북 경성(鏡城)이었다는 사실을상기하면 필시 배신자는 고향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을까. 김종한은 최정희에게 끈질기고 추잡하며 노골적이고 야성적인 글을 끊임없이 보냈을 뿐만 아니라 신당동 집으로 찾아가기까지 했던근대 한국문단 ‘스토커’의 챔피언급이었다.그는 삼천리사와 신당동 두 곳으로 여러 형태의 편지를 보냈는데 그 사연은 노골적인 사랑의 고백이자,위협이고 유혹인데한글과 일어를 뒤섞어 썼다.“승녀(僧女)는 되지 마시기 바라오며”란 구절을 미망인에게 함부로 한 걸로 볼 때 그는진작부터 최정희에게 깊은 연정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나는 고독한 시계입니다.당신은 내 안의 진자(振子)입니다”는 고백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고,“두 번 주신 엽서에 의하면생존본능의 정력이 소모된 듯한 표정이 보이는 고로 근심하고 있습니다.피차 일반이기도 하려니와,나는 의식적으로 그것을 깨트려 가려는 자세를 강조하기로 결심했습니다.이것이 연애편질 수가 있다면 나는 좀더 행복자였을 텐데”에 이르면 매우 노골적이 된다.즐겁게 지낸다는 최정희의 편지에 대하여 애인이라도 생겼는지 걱정이라고 덤비는 김종한의 방자함은 한계가 없다.“좋은 동무를 얻었으니 반생이나 동반하려고 공상하지 않은 바도 아니었는데--벌써 절교의 자세를취하십니다 그려.크게 반성하시고 회신을 주시기 바라오며,동경은 오늘도 비가 옵니다.참,”이란 글로 미뤄 보면 어지간한 스토커였던 것같다. “애기(지원,어렸을 때 아란으로 부름.1942년)가 났다지요? 애기 어미는 아마 고양이가 낙태한 듯한 거룩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추측하오며,여하간 크게 축복지지(祝福之地).여무언야(餘無言也)”란 편지를 보낸 이 시인에게 아무리 사람 좋은 최정희인들 고분고분하진 않았을 터이다.이내 절교장을 받은 듯 “이제는 신사로 대접해 주세요”라는 애원조가되지만,“지금 떠나갑니다.명년 춘삼월,다시 뵈올 때까지,연애도 많이 하시고 소설도 많이 쓰시기 바라오며”란 야유가또 등장한다. 이렇게 끈질겼던 김종한은 대체 문학사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었던가.일본대학 예술과 학생 때부터 부인화보사(婦人畵報社)에 아르바이트로 나가다가 졸업(1939) 후 정식직원이된 그는 고구려 문인 을파소(乙巴素)를 필명으로 삼았다가‘달밭집’(月田茂)이라는 고향의 택호를 창씨개명으로 정한 괴짜였다.“순수하고 자아가 강한 만큼,서울에 나와서도 가는곳마다 충돌하여 문단 동료들로부터 백안시를 당했다.그는 1942년 도쿄로부터 귀국,‘국민문학’ 편집을 맡았는데,한 때(1943.5)는 경성일보 기자였던 유명한 재일동포 작가김달수(金達壽)와 종로구 사간동 같은 집에 하숙을 하며 가깝게 지냈다.친일파연구가 고 임종국은 김종한을 일언지하에 친일파로 몰아댔는데 오무라 교수는 그가 싱가포르 함락을찬양했던 친일시를 예술성이 없다고 몰아친 용기나,“조선의 옷을 입고 조선온돌에 누워 있어도 훌륭한 황민이 될 수 있다”(좌담 ‘국민문학의 방향’)고 한 말을 주시한다.‘국민문학’에 1년3개월간 근무하다 사직한 그는 정지용을 비롯한 토착적인 민족정서가 강한 홍사용·백석·김동환·주요한·유치환 등의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려 진력하다가 급성폐렴으로 죽었다.이루지 못한 연애처럼 그의 문학적 위상 또한아직도 중음신으로 떠돌고 있다. 시인이라고 다 김종한처럼 경박하지는 않다.그 반대편에 이육사(李陸史)의 편지는 무게를 보탠다.이 강철의 투지를 지닌 대륙적 남성 시인은 절친했던 이병각(李秉珏)시인 부부가 폐병으로 눕자 아예 동거하며 주위의 만류를 듣기는 커녕자신이 피하면 친구가 병이 더 심한 줄 알고 불안해 한다며오히려 가까이 지냈다.1941년은 그에게 액운의 해였다.이병각과 부인의 장례를 다 치른 그는 부친상까지 당했다.너무쇠약해 졌음을 느끼고 여기 저기 요양을 다닌 건 1942년이었는데,항상 바빴던 그에게 여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건강의 악화 때문이었다.최정희에게 보낸 ‘무량사(無量寺)에서’란 편지는 이 무렵의 글일 터인데,대체 무량사란어떤 절인가.김시습이 난세를 피해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의탁했던 곳이다.“백제란 나라는 어디까지나 산문적이란것을 말해줍니다”는 함의는 무엇일까.신라의 지배계급 문학이었던 향가와는 달리 백제의 전설들은 오히려 백성들의 설움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뜻일까.“깨어져 와전(瓦)을 비치고 가는 가냘픈 가을 빛살을 이곳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는모양”이라고 나라 잃은 몽매한 백성들을 안타까워 하면서,“무량사만은 오늘 저녁에도 쇠북 소리가 그치지 않고 나겠지요”라고 문학인의 사명을 쇠북소리에 빗대어 토로하는 이 행동주의 시인의 심경을 꿰뚫어 보라. 이 삭막해 보이는 민족해방투사 시인에게도 연인이 있었던가.모든 선진 사상을 흡수 실천했으면서도 정작 가풍을 좇아 조혼으로 결코 행복스럽지 못했던 부부생활이었던 이육사. 신석초는 “그에게도 단 한 사람의 비밀한 여성이 있었다는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다”(신석초 ‘이육사의 인물’)고 귀띔했지만 그게 누군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너는 무삼 일로 사막의 공주같아 연지 찍은 붉은 입술을내 근심에 표백된 돛대에 거느뇨 /오--안타까운 신월(新月)”(‘해후’)이라는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를 닮은 시가바로 그녀를 그린 작품이라 전한다.비밀결사 대원답게 그는영원히 자신의 연인을 철저히 숨긴 채 친구가 옮겨준 폐병으로 쇠잔해져 자신이 동양의 파리라며 동경했던 도시 북경에서 옥사했다.지조와 사랑은 일치하는 것일까. 이육사와는 사뭇 다른 사랑의 실천자에 이효석이 있다.“이효석씨 하고는 그가 결혼하기 전부터 가깝게 사귀었다.…수송동 그 방에다 살림을 꾸미고 여기서 먹고 자고 했는데,얼마 안돼서 부인이 친정으로 가고 그 방에서 나는 칼도마질이랑 하는 여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이효석씨는 ‘칼도마 위의 여자’를 ‘넥타이 갈아매는 기분’으로 사귀었다고 나중에 부인에게도,내게도 말했다”(최정희 ‘조광·삼천리 시절’)는 대목은 유명한 문단 야사의 한 토막이다.자신의 바람기까지 익히 알고있는 최정희에게 이효석은 마음 놓고 편지로 모든 아픔을 털어 놓는다.경성제대의 수재였던 그가 18세의 이경원과 결혼하자 호구지책으로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취직했는데 입 빠른 평론가 이갑기(李甲基)가 “너도 개가됐구나”라고 모독하자 파인의 고향 경성 농업학교 교사로내려갔다가 평양 숭실전문 교수로 자리를 바꾼 게 1934년.신사참배 거부로 숭실전문이 1938년 폐교당하자 대동공업전문학교로 옮겼는데,편지는 이 내역을 말해준다.메밀꽃 분위기보다는 장미,된장보다는 버터를 더 사랑했던 이 수재는 편지에서 보듯이 함북 주을(朱乙)온천을 끔찍히 좋아했다.길명지구대란 명승과 함께 68도의 라듐이 내뿜었던 전국 1위의 이휴양지가 이국취향의 유미주의자 이효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였다.아내가 죽은(1940) 뒤 실의에 빠진 모습이 편지에 역력히 나타나있는데,그 자신도 1942년 세상을 떠나고말았다. 꼭 편지에 깊은 뜻이 담긴 것만이 중요하진 않다.화가 김환기(金煥基)의 풋감 그림이 싱싱한 편지는 내용에 못지 않게글씨 자체가 예술품이다.문인과 화가의 관계가 늘상 가깝듯이 김환기도 그림 재료를 사러 거리에 나갔다가 우연히 김동환·최정희를 조우했었는데,헤어져 전차에 올라 생각해 보니 최에게는 건강 안부를 놓쳤고,김은 화가 이종우(李鍾禹)로착각하고 인사를 했다는 고백이다.이 편지는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김환기가 이종우로 알고 인사를 한 뒤 헤어져서곰곰이 생각해 보니 ‘김동환’이었다는 사실은 뇌리에 최·김 둘이 자주 어울린다는 ‘소문’을 들었을 개연성도 있다는 묘미가 느껴진다.사람을 몰라 봤던 데 대한 사과의 편진데 이럴 경우 대개는 어물쩍 넘기는 게 오히려 예의일 듯 하건만 굳이밝히면서 다음에 만나면 오토밀이라도 사 드리겠다는 화가의 진솔성이 애교롭다.김환기가 눈치를 챘든 않았든 이 무렵은 파인과 최정희가 꽤나 깊어졌던 때일 것 같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총선서 고배 김세웅씨 6년만에 외교부 ‘U턴’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뒤 전북 정읍에 무소속 출마,낙선했던 김세웅(金世雄·47)씨가 16일 6년간의 외도 끝에 ‘친정’인 외교부에 복귀,아태국 동남아과장에 발탁됐다. 그는 지난 81년 외무고시 공채 15기로 합격한뒤 14년 동안 동남아과 등 아주지역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95년 5월 사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정치 경력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됐지만,그 기간이 짧은데다 일본어와 중국어에 능통하고 실무에 밝은 점을 감안,본인의 복직 희망을 받아들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찬구기자 ckpark@
  • 최용수 J리그 득점선두

    일본 프로축구의 최용수(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가 3경기 연속 2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에 올랐다. 최용수는 지난 11일 이치하라에서 열린 도쿄 베르디와의후기리그 개막전에서 시즌 12·13호골을 몰아넣어 브라질용병 윌(삿포로)을 1골차로 제치고 득점 단독선두가 됐다. 최용수는 후반 14분과 30분 연속골을 넣어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한편 벨기에 프로축구의 설기현(안더레흐트)은 12일 열린친정팀 앤트워프와의 주필러리그 개막전에 선발로 출장했으나 골을 넣지 못했다. 안더레흐트가 3-0으로 완승했다.
  • 與野 이번엔 ‘괴 문건’ 공방

    여야는 9일 민주당 박양수(朴洋洙) 의원이 ‘개헌’과 ‘3당 통합’등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답방과 개헌문제가연계된 실체가 드러났다며 총공세를 펼쳤다.그러나 민주당은 황당무계하다고 일축한 뒤 언론사주 소환을 앞두고 문제가 불거진데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일각에서는 지나친정치공세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에서 “민주당이 실체가 의심스럽다고 하던 개헌문건의 작성자가 대통령 조직담당 특보이며 조직의 귀재라고 일컫는 박양수의원으로 밝혀졌다”면서 “대통령이 직접나서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김무성(金武星)총재비서실장은 “개헌론은 이미 예견했던것으로 언론사 세무조사도 걸림돌 제거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권 주변에서 생산되는 문건이한두개가 아니다”면서 “객관성이 떨어지고,실현 가능성이 없는 문건을 놓고 소모전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문건의 형식,내용 등을 들어 박 의원이 지난 4월 내부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과 다른 ‘괴(怪)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문제의 문건과 총재 조직담당특보로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 개정 필요성을 보고한 문건과 표현방식,체계 등이 전혀 다르다”면서 “천주교 신자로서맹세코 그런 문건을 만든 적이 없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의원은 이어 “문건의 표지는 누구나 명기할 수 있다”면서 “이 괴문서는 우리 국민의 정부와 민주당,그리고 본인을 음해하려는 불순세력의 음모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문건 내용중 ‘3당 합당론’과 관련해서도 여권에서는 새로울 게 없다는 시각이다. 이런 와중에 자민련은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대권후보추대’,민국당은 ‘3당 추천 후보 옹립’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3당 합당가능성을 피력,눈길을 끌었다. 강동형 이종락기자 yunbin@
  • 이종범 ‘컴백 홈~런’

    ‘바람의 아들’ 이종범(기아)이 5경기만에 첫 홈런을 신고했다. 송원국(두산)은 9회말 2사후 극적인 대타 끝내기안타를 터뜨렸다. 이종범은 8일 광주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SK와의 경기에서3루수겸 톱타자로 출장해 3번째 타석인 5회 1사에서 조규제의 3구째 체인지업을 통타,120m짜리 중월 1점포를 쏘아올렸다.이로써 이종범은 국내 복귀 5경기,17타수(19타석)만에 첫 홈런으로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이종범의 국내 홈런은 97년 10월22일 LG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이상훈(현 보스턴 레드삭스)을 상대로 뽑은 이후 3년10개월여만이며 페넌트레이스에서는 97년 9월20일 광주 쌍방울전 이후 처음이다.최근에는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시절인 지난해 10월8일 히로시마 카프전에서 빼냈다.이종범은 이날 5타수 1안타를 포함,복귀후 19타수 6안타로 타율.316을 마크했다. 그러나 기아는 홈런 3발을 포함,10안타를 치고도 12안타의 SK에 7-8로 무릎을 꿇었다.기아는 한화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져 5위로 내려앉았다.친정팀 기아 복귀후 첫 선발 등판한 이강철은 3이닝 동안 5안타 6사사구로 무려 6실점,기대를 저버렸다.전날 홈개막전에서 3년만에 만원을 이룬 광주구장에는 이날도 7,800여명의 관중이 입장해 ‘이종범 특수’를 이어갔다. 두산은 잠실에서 송원국의 끝내기 안타로 현대에 6-5의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두산은 4-5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후 심재학의 안타에 이은 김동주의 안타때 우익수실책으로 심재학이 홈까지 파고들어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2사 2·3루에서 홍성흔 대신 타석에 들어선 송원국이천금의 우전 적시타를 뽑아 역전을 일궈냈다. 현대 심정수는 친정팀을 상대로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했으나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한화는 마산에서 리스의 호투로 롯데를 3-1로 꺾고 4위로올라섰다. 리스는 6이닝 동안 7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막아2승째.삼성-LG의 대구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김민수기자 kim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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