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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프타임 / 김남일 18일 K리그 복귀

    ‘진공청소기’김남일(26)이 다음 주 친정 프로축구 전남으로 복귀한다.전남은 김남일이 뛴 네덜란드 엑셀시오르로부터 13일 이적동의서를 받았다면서 이르면 다음 주중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앙증맞은 고슴도치 가시마저도 예뻐요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쁜 법이야∼.’ 옛말 틀린 게 없다지만 그것도 아닌 듯하다.고슴도치는 ‘제 핏줄’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귀엽고 앙증맞은 생김과 몸짓 때문에 사랑을 독차지한다. 경기도 신갈에서 알뜰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예정(50)씨는 ‘도치’‘뚱땡이’‘깜둥이’ 등 토종·피그미종 고슴도치 10마리를 키우고 있는 ‘도치 아빠’.국내에 고슴도치가 정식으로 수입된 것이 불과 6개월 전이기 때문에 키운 것도 오래되진 않았지만 고슴도치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얘들을 손에 올려놓으면 몸을 동그랗게 말고 말똥말똥 쳐다보는 데 그게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요즘은 얘들 재롱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눈에 가시가 돋칠 정도라니까요.” 처음에는 만지려고 하면 통통 튀어올라 가시에 찔리기도 하지만 친숙해지면 손 위에서 온갖 귀여운 짓을 하는 게,애교만점이란다.“가끔은 화를 내느라 콧바람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것마저 너무 귀엽다.”며 고슴도치 자랑을 술술 풀어낸다. 고슴도치가 너무 좋아 관련 동호회(cafe.daum.net/oonpet)를 운영하기도 하고,1∼2년 후엔 아예 고슴도치 농장을 차리겠다는 포부까지 세워놨다. 호기심으로 고슴도치를 키우게 된 손승보(17·경주 계림고 2년)군은 고슴도치 사육을 반대하는 어머니를 수차례 설득,결국 피그미종인 암컷 ‘티몬’과 수컷 ‘품바’를 키우게 됐다.야채,고양이 사료,밀웜(애벌레) 등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냄새도 별로 안 나면서 애교는 애교대로 많아 지금은 온가족이 ‘대만족’이다. “가시 때문에 처음 만질 때는 장갑을 꼈지만 이내 가시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손군은 “밤송이처럼 온 몸을 동그랗게 말기도 하고,뒷다리나 앞다리만 구부리거나 적개심이 느껴지면 가시를 90도로 세우는 모습이 너무 다이내믹하다.”고 말한다. 요즘은 생후 4개월 만에 임신을 한 티몬에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초산이라 잘 낳을지 걱정”이라는 모습이 영락없는 ‘친정엄마’다. 고슴도치는 아시아·유럽·미국 등지 초원·사막·산림 등에서 서식한다.가시는 맹수나 다른 동물이 공격해 오거나 스스로 위협받고있다고 여길 경우 방어용이다. 사람과 익숙해지면 가시를 곤두세우는 일이 없지만 간혹 갑자기 물 수 있으므로 잠을 잘 때나 먹이를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것은 주로 미국산 아프리칸 피그미,알비노 피그미 등 6종류로 가격은 수입산이 보통 28만∼32만원 정도다.색이 하얄수록 가격이 비싸 A급 크림색은 40만원까지도 나간다.다 크면 어른 주먹 하나 크기 정도.토종은 12만∼18만원 정도로 수입종보다는 싸지만,크기가 수입종의 2∼3배 정도로 커진다. 충북 충주에서 고슴도치 농장을 운영하는 이창훈(30)씨는 “25∼28℃의 적정 온도를 맞추고,너무 습하지 않게만 하면 고슴도치를 위한 생활환경이 완성된다.”며 “적당한 핸들링(만지는 것)은 주인을 금세 따르게 하고 더욱 애교스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
  • ‘효자효부상’ 19명 선정

    국가보훈처는 12일 전몰 유가족을 대상으로 시상하는‘제26회 효자효부상’ 수상자로 조원길(70·여)씨 등 19명을 선정했다. 조씨는 한국전쟁때 경찰로 근무하던 남편을 잃은 올해 103세의 친정 어머니를 7년 넘게 병수발을 해왔다. 시상식은 13일 오전 10시 중앙보훈회관 대강당에서 수상자와 유가족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주관으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황외자(49·부산 금정구)△양순희(53·대구 달성구)△서부덕(인천 남동구)△이해심(38·광주 동구)△강선자(44·대전 서구)△김화자(59·울산 남구)△윤광자(63·경기 안양시)△이은선(55·강원 춘천시)△정정화(54·충북 진천시)△손종완(52·충남 천안시)△강순덕(52·전북 장수군)△주가춘(57·전남 광양시)△조선숙(43·경북 성주군)△황외숙(52·경남 밀양시)△백임순(67·제주 북제주군)△김재춘(67·전북 순창군)△김재영(72·인천 동구)△용원자(53·서울 중랑구)
  • “아웅산 수지 석방을” 국제사회 압박

    이라크전쟁과 북핵 문제 등 시급한 국제 현안의 그늘에 가려 한동안 뒷전으로 밀려났던 미얀마에 세계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지난달 31일 미얀마 군정이 민주화를 위해 오랜 기간 투쟁해온 아웅산 수지 여사를 전격 재구금하고 그녀가 이끈 민족민주동맹(NLD) 사무실들을 폐쇄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국제사회는 1962년 네윈의 군사쿠데타 이후 4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군정을 종식시키고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는 수지 여사의 외로운 투쟁을 돕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미얀마에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40년이 넘는 군부독재에 시달려온 미얀마의 민주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로 남아 있다. ●꺼질 줄 모르는 수지 인기 미얀마 군정이 국제사회의 압력이 불보듯 뻔한 것을 알면서도 수지 여사를 다시 구금하는 악수를 둔 것은 수그러지지 않는 그녀의 큰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수지 여사는 1990년 총선에서 자신이 이끈 NLD가 82%의 지지를 얻는 압승을 거두고도 군정이 선거 결과에 불복,정권 이양을 거부하는 바람에 이후 14년 가까운 세월의 절반 이상을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야 했다.이같은 고난은 그녀로 하여금 미얀마 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만들었다.그리고 이에 따른 그녀의 권위는 날이 갈수록 강화돼 미얀마 국민들에게 수지 여사는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자리잡게 됐다. 그녀가 가택연금 상태에 있을 때는 물론 가택연금에서 풀려났을 때 그녀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수많은 군중이 구름 같이 몰려들었고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군정은 늘 수지 여사의 존재에 위협을 느껴야만 했다.이는 민주화 운동세력에 대한 계속되는 탄압으로 나타났다.미얀마 관측통들은 이번 수지 여사 구금은 미얀마 군부가 그녀에게 부여했던 제한적인 정치적 자유마저 거둬들인 것으로 미얀마에 새 암흑기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지 여사는 지난해 5월 두번째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이후 군정과의 충돌을 애써 자제하며 대화를 모색했지만 지난 4월부터 군부가 변화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그녀가 NLD 지도부를 이끌고 미얀마 북부를 찾았다가 그녀의 지지자들과 친정부 시위대간에 유혈충돌이 빚어지면서 전격 구금됐다. ●세계의 이목,미얀마로 미국과 유럽 각국,유엔은 물론 인권단체들을 포함한 수많은 국제 시민단체들이 즉각 수지 여사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라잘리 이스마일 유엔 특사가 수지 여사 면담을 위해 6일 양곤을 방문하는 것을 비롯해 각국 외교관들은 수지 여사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면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는 모든 접촉을 금지시킨 채 수지 여사의 상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그녀가 어디에 구금돼 있는지 현 상태는 어떠한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어 그녀의 안전과 관련,국제사회의 우려를 부르고 있다. 미 국회의원들은 미얀마에 제재조치를 부과하는 법안 마련에 들어갔다.이들은 미얀마의 이웃국가들이 미얀마의 인권 침해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비롯한 이웃국가들이 이번에는 미얀마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40년이 넘는 군부독재 미얀마는 1962년 네윈이 쿠데타로 당시 우누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이후 40년 이상 군부 장기독재가 이어져오고 있다.그동안 미얀마 군정은 끝없이 이어져온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력을 앞세워 짓눌러왔다.1988년 대학생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을 때는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세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도 미얀마 집권 국가평화개발위원회(SPDC)가 수지 여사를 구금하면서 제일 먼저 취한 조치는 대학 폐쇄령이다.전통적으로 대학생들이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최일선에 서왔기 때문이다.지난 세월 끝없이 되풀이돼 온 이같은 대학 폐쇄는 미얀마 상황을 보는 집권 군부와 국제사회간의 시각차를 입증하는 것으로 미얀마의 민주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고 있다. 유세진기자 yujin@
  • 프로야구 FA제도 허와 실

    프로야구가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삼성의 간판타자 이승엽과 마해영이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따내 사상 최고의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홈런왕 이승엽(연봉 6억 3000만원)은 미국 진출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4년간 최소 40억원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최고 기록은 양준혁(삼성)이 지난해 세운 4년간 23억 2000만원.연봉이 3억 8000만원인 마해영도 FA 자격 전 양준혁의 연봉이 2억 7000만원인 것에 견줘보면 사상 두 번째 기록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몸값은 폭등,효과는 글쎄(?) FA 자격을 딴 선수는 거액의 몸값을 챙겨 ‘스포츠재벌’이 되기도 한다.그러나 구단은 ‘혹시나’하고 큰돈을 쏟아붓지만 ‘역시나’로 끝나는 경우가 잦다.단숨에 거액을 움켜쥔 선수들 대부분이 목표 의식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먹고 살만해지면서 운동선수의 기본인 투혼이 사라져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물론 FA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고교 유망주 등의 해외진출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올해까지 다년계약을 한 FA 16명 가운데 FA 이전에 견줘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5명뿐.올 시즌의 안경현(두산) 박경완(SK),FA 원년인 2000년의 송진우(한화)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FA는 ‘빛 좋은 개살구’.올해 3년간 4억원에 계약한 강상수(롯데)는 몸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 1군 마운드를 밟지도 못하고 있다.2년간 6억에 눌러 앉힌 박정태(롯데)도 컨디션 난조로 겨우 9경기에 출전해 .227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양준혁은 FA 계약 첫해인 지난 시즌 93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3할대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2000년에는 이강철이 삼성,김동수가 LG,송진우는 한화와 각각 다년계약을 했지만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한 선수는 송진우 정도.김동수는 3년간 7억 5000만원을 받고 두산에서 삼성으로 옮겼으나 백업포수로 전락한 뒤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SK로 트레이드됐고,이강철은 친정팀 기아로 쫓겨났다. 2001년에는 김기태와 홍현우가 삼성 LG의 유니폼을 입으며 18억원을 챙겼다.하지만 김기태는 그해 .176의 저조한 타율을 올린 뒤 지난해 ‘먹튀’라는 오명만 뒤집어쓴 채 SK로 트레이드됐다.홍현우는 올해까지 1할대 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상진(삼성)은 FA 계약(3년간 8억 5000만원)을 한 2001년 방어율 7.04의 부진을 보이다 그해 가을에 SK로 트레이드됐다. ●진입 폭 넓혀 경쟁체제 유도를 야구계 안팎에서는 현행 FA제도가 기대 효과를 거두지도 못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실제로 삼성은 FA제도가 시행된 이후 16명 가운데 5명을 영입하거나 잔류시키면서 무려 70억원을 쏟아부었다.이 과정에서 FA 몸값 ‘거품론’이 대두된 것은 당연한 일.구단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실력 이상의 보상이 속출했다는 것.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FA 시장의 진입(New Entry)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나진균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사무국장은 “현행제도 아래에서는 FA 가운데 16%만이 혜택을 본다.”면서 “전 소속 구단에 대한 보상금이 연봉의 300∼450%로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일본의 경우는 100%. 구단 관계자는 “지급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솟기만 하는 계약금을 제한하고 전 소속구단에 대한 보상금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몸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대신 자격 요건을 완화해 FA 시장도 경쟁체제가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FA제도란 자유계약선수(FA·Free Agent)는 선수에게 자유로운 구단 선택권을 주고,각 팀의 전력을 평준화해 리그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지난 1999년 처음 도입돼 2000년부터 시행됐다.이전에는 선수들이 한번 입단하면 트레이드되거나 은퇴하지 않는 한 팀을 떠날 수 없어 “불평등 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FA 자격은 프로에 들어온 이후 9년간 매년 정규시즌의 3분의2 이상을 출전해야만 주어진다.이적할 때는 전 소속 팀에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300%와 선수 1명을 넘겨주거나,또는 전년도 연봉 450%를 보상해야 한다.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최초 FA는 74년 당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에이스였던 캣피시헌터.오클랜드가 헌터에게 연봉의 절반인 5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하자 헌터는 소송을 제기해 FA 자격을 따냈다. 헌터는 뉴욕 양키스와 당시로서는 최고액인 5년간 370만달러에 계약했다.75년 앤디 메서스미스(LA 다저스)와 데이브 맥낼리(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소송 없이 메이저리그 중재위원회를 통해 처음으로 구단 이적의 자유를 인정받았다. 결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와 선수노조는 76년에 풀타임 메이저리그 경력 6년 이상 선수들에게 FA를 선언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김영중기자
  • 환경·건교부 교환근무 한달 해보니 / “뒤바뀐 입장 실감… 편협했던것 같다”

    영원히 간격이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보전’과 ‘개발’이라는 상반된 업무를 맡고 있는 환경부와 건설교통부의 공무원을 맞바꿔 근무시키는 ‘부처간 교환근무제’가 공직사회에 첫 도입된 지 30일로 한 달을 맞는다.환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임채환 과장과 유제철 서기관이 건설교통부에서 근무하고 있고,건설교통부의 김명국 과장과 김채규 서기관이 환경부로 각각 자리를 옮겨 수습 사무관이 된 기분으로 일을 배우고 있다.대한매일은 29일 앞으로 최대 1년6개월 동안 ‘적진(?)’의 핵심보직에서 근무할 예정인 이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이들은 아직 업무파악이 안 됐다는 이유로 엄살(?)을 부리면서도 교환근무를 통해 느낀 문제점과 장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입장 바꿔 근무해 봅시다 각자 바뀐 업무를 소개해달라. 임채환 과장 환경부 환경정책국 환경평가과에서 건교부 국토정책국 입지계획과장으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우리 과의 최대 현안인 장기 미개발 산업단지나 미분양 산업단지를 둘러보기 위해 현장을 다녀왔고 입지 공급정책의 전환 방향인 국민임대 산업단지나 도시첨단 산업단지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다. 유제철 서기관 환경부 폐기물자원국 폐기물정책과에서 건교부 주택도시국 도시정책과로 옮겨왔다.짧은 기간이지만 중앙 도시계획위원회가 2차례,분과위원회가 2차례 열려 현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김명국 과장 건교부 수자원국에서 이번에 환경부 수질보전국 산업폐수과장으로 발령받았다.이제 겨우 환경정책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 정도이다. 김채규 서기관 건교부 고속철도기획단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환경부 환경정책국 환경평가과에서 대규모 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교환근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두 부처의 다른 점이 있다면. 김 과장 그동안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았던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어려움을 새롭게 인식했다.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은 모든 정부 부처의 공통목표지만 정책수단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임 과장 짧은 기간이라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우선 근무분위기부터 달랐다.환경부는 독자적인 영역보다는 여러 부처간 협의·조정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열심히 움직이지만 성과는 잘 부각되지 않는다.반면 건교부는 업무 영역이 분명하고 일한 성과가 바로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좀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예산단위의 차이다.건교부의 예산덩치가 너무 커서인지 숫자 개념이 쉽게 들어오지 않아 두세 번 확인하고 있다. ●개발과 보전에 대한 상생의 논리를 찾아라 정부부처 교환근무는 처음 있는 일이라 관심을 끌고 있는데,장점을 꼽는다면. 유 서기관 우선 대인관계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건교부 도시정책과 관련해서 환경부의 각 부처와 협의할 일이 많이 생겼다.오히려 환경부에 있을 때보다 환경부 직원들을 더 자주 만난다. 김 과장 건교부는 분야가 광범위하고 직원들도 많아 얼굴을 익히는 데 한계가 있다.반면 환경부는 조직 자체가 작고 직원들도 많지 않아 가족적이다.특히 ‘개발이 곧 발전’이라고 생각해왔던 시각에서 막연히 환경부는 사소한 것에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다.그러나 환경부로 자리를 옮겨 근무해 보니 그런 생각이 편협되고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김 서기관 건교부에서 근무할 때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빈말로 ‘누군가를 환경부로 보내서 일 좀 쉽게 할 수 없을까.’라고 농담을 건넸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됐다.그런데 큰일이다.입장을 바꿔놓고 보니 건설보다는 환경보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전체 웃음). 김 과장 내 입장도 마찬가지다.교환근무 전 건교부 하천계획과에서는 비가 많이 오면 홍수피해나 지난해 수해복구 사업이 지연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했다.그러나 환경부에서 근무한 뒤부터 비가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호소와 하천에 물이 넉넉해지면 수질이 좋아지고 수질오염사고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임 과장 그동안 규제위주 업무만 담당하다 개발이라는 지원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 자체가 큰 변화다.건교부에 첫 출근한 날 미분양률이 높은 산업단지와 장기 미개발 산업단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업무가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됐다.생활에서달라진 점이라면 환경부에서 근무할 때보다 언론보도에 둔해졌다는 점이다. ●교환근무 교류의 질과 폭 더 넓혀야 교환근무는 자원했나.지원절차와 개선점은. 임 과장·유 서기관 물론이다.환경부는 인터넷사이트 공모를 통해 지원자들을 접수했다.일정기간 지난 뒤 복귀할 수 있고 다른 영역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신청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김 과장·김 서기관 건교부도 마찬가지다.처음엔 선뜻 나서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두 부처 총무과장들이 핵심멤버 교환이라는 단서조항과 우선 승진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원자들이 여럿 있었다고 들었다. 유 서기관 항상 처음이 어려운 것 같다.아직 성과에 대해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서기관급보다는 최소한 의사 결정권한이 주어지는 과장이나 국장 등의 수준에서 교류가 이뤄져야 제도가 효율적이고 효과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김 서기관 각종 개발사업은 구상단계에서부터 환경적인 고려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양 부처간의 상호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김 과장 한정된 분야에 한정된 인원의 교류라서 얼마나 큰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교환근무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보다 우선 좋은 평가가 나오도록 선두주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 임 과장 부처간 이질적인 조직문화·업무행태·정책결정 방식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각종 정책결정 과정에서 반대가 심한 개발부처와 보전부처를 대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환근무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 현 근무부처에 주고 싶은 고언이 있다면. 임 과장 건교부 전체의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다.환경부에서는 장·차관은 물론 국장들 일정까지 각과에 통보하기 때문에 현안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하지만 건교부는 해당 국의 업무 외에는 알아보기 힘들다.좀더 정보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 서기관 건교부에 발령받자마자 체육행사가 있었다.행사를 마치고 술잔이 돌았는데 자연 전입 신참인 나한테 집중됐다. 김 과장 근무환경이 바뀌면 아무리 잘해줘도 어색하고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하지만 환경부 직원들이 한결같이 격려해줘 서운한 점은 없다. 김 서기관 부처의 교환근무가 처음이라는 것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게 부담스럽다.업무나 행동에 대해서도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친정으로 복귀할 터 근무기간이 끝나면 원래 부처로 돌아갈 것인가. 김·임 과장 물론이다.원래 교환근무 기간이 1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다만 6개월 연장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늦어도 1년 반 이후에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유·김 서기관 약속인 만큼 돌아가는 것이 순리 아니겠는가.요즘 생활은 공무원으로 임명되어 수습을 다시 받고 있는 느낌이다.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가. 김·임 과장 나이가 같다.공무원생활을 시작한 것도 1977년으로 같다.그동안 일과 후에 몇 번 만났다.같은 입장이다 보니 자연히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진다. 유·김 서기관 행정고시 35회 동기다.부처가 달라 자주 만날 수 없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친해졌다.앞으로 교환근무자 4명이 정례적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교환근무 4인방은 즉석에서 정례모임을 구성키로 합의하는 등 끈끈한 우의를 다졌다. 정리 유진상기자 jsr@
  • [이경형 칼럼] 신당, 헷갈리지 않으려면

    ‘살생부 정치’아닌 국민정당을 대통령 전면 등장 처방아니다 민주당 신·구 주류가 신당 창당을 싸고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저녁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치,만찬을 베풀었다. 이날 만찬 자리에서 의원들은 노 대통령에게 많은 쓴소리를 했다.어떤 이는 “우리 당이 대통령을 배출했으면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고,또 어떤 이는 “지금 대통령과 우리가 같은 당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들은 각각 표현의 강도는 다르지만 대통령이 당의 혼란에 적극 개입해 ‘교통정리’를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집권당이 두 쪽 날 지경인데,대통령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당정 분리의 원칙만 외고 있으니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당 전면 등장을 요청하는 의원들의 의식 속에는 ‘제왕적 총재’에 대한 향수가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체질화된 정당 문화와 지향해야 할 정당·정치 개혁 간에 큰 괴리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의원들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통해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일거에 정비하고,내년 4월 총선을 향해 똘똘 뭉쳐 매진하기를 염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권의 출범은 군사 정권과는 또 다른 문민 대통령에 의한 권위주의 정치,제왕적 총재에 의한 보스 정치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다.그것은 새로운 한국정치의 가능성을 여는 큰 전환점으로 기대되고 있다. 역대 정권이 그랬듯이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를 맡아 친정(親政)하여 당을 일사불란하게 운영하면 당 소속 의원들은 편할 것이다.그러나 그 폐해가 얼마나 컸던가.‘하문(下問)정치’‘당총재의 낙점식 공천’‘하향식 당론 지상주의’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지금 신당 논란으로 혼돈 상태에 빠진 민주당을 구하는 길을 당정분리의 후퇴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노 대통령이 당 전면에 나선다면 우선은 ‘해열 진통’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한국 정당정치를 또다시 퇴영적으로 내모는 일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현 사태에 대한 진단을 잘 해야 한다.지금 국회는 3김 정치의 지역할거주의에 의해 구성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민주당이 통합신당으로 가든지,‘따로 신당’으로 가든지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년에 출범할 17대 국회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한국의 당면 문제를 푸는 데 가장 효과적인 의회 모델이 될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새 국회가 또다시 지역주의 정당으로 구성된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게 된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겪고있는 세대간·계층간·지역간·이념간 갈등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조정하고,이를 생산적으로 통합해나가느냐가 신당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신당 논의가 기껏 인적 청산이니 하는 ‘살생부 정치’ 수준에서 맴돈다면 이는 신당 논의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이다.‘PK(부산 경남 울산)신당’을 발진시키기 위해 ‘호남당’의 상징 인물들을 찍어내야 한다는 발상도 유치하기는 마찬 가지다. 지금이라도 신당 논의는 개혁과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방법론에서 찾아야 한다.예를 들어 국민 정당을 지향하되 계층적 이념적 노선의 강조점을 설정하고,동시에 새로 적용될가능성이 큰 1인2표제 투표 방식,지역 구도를 깨는 비례대표 의석의 구성 방법,향후 여야선거법 협상에서 논의해야 할 정치 발전방향 등의 변수를 함께 고려하는 신당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당정 분리는 결코 민주당의 발전이나 신당 논의를 옭아매는 족쇄가 아니다.당정분리 원칙은 내년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국정 운영을 행정부 대 입법부로 끌고가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란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실장 khlee@
  • 이집이 맛있대요 / 서울 ‘풍원’ 꽃게찜

    연중 가장 맛있는 꽃게를 먹을 수 있는 때가 지금이다.시기적으로 산란기와 맞물려 알이 꽉 차있고 살도 탱탱해 한번 먹어본 사람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사실,꽃게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담백한 데다 감칠맛까지 더해 찜이든 탕이든 고스란히 제 맛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꽃게의 특성이다. 그러나 값이 만만치 않다.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는 생물 암게의 경우 중간크기 서너마리가 고작인 1㎏에 3만 5000원 정도 줘야 한다.수게는 3만원선.이러니 모처럼 가족들과 제철에 꽃게 요리 한번 맛보기가 쉽지 않다. 송파구 오금동 오금초등학교 후문통에 있는 꽃게찜 전문점 풍원은 번거로운 발품을 팔지 않고 간단하게 꽃게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곳곳에 꽃게전문점이 많지만 이곳의 경우 주인 부부가 직접 주방일을 맡아 식도락가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맛에 가격도 ‘중산층 아파트’ 수준으로 부담없다. 이곳에서는 꽃게찜과 꽃게통찜(4만 5000원),간장게장 등 대부분의 꽃게 요리를 다 제공하나 지금같은 봄철에는 찜이 제격이다.쌀가루와 전분으로 쑤어낸죽에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고 여기에 손질한 콩나물을 듬뿍 넣어 버무려 낸 꽃게찜 중간 크기 정도면 4인 가족이 제법 풍성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조리는 ‘가능하면 조미료를 넣지 말자.’는 주인의 손을 거친다.인테리어도 깔끔해 적어도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음식맛 떨어지는 일은 없다.주변 메뉴인 아귀찜·탕(2만 5000∼4만 5000원)도 먹을 만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꽃게.풍원은 주인 한상옥(47·여)씨가 직접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실한 꽃게를 고른다.그게 그거 같지만 다르다.이를테면 이 집에서는 ㎏당 1만 6000원 수준의 꽃게만을 고집한다.이보다 훨씬 싼 꽃게도 있지만 손님들이 실망할까봐 손도 대지 않는단다.이렇게 사온 꽃게를 분류해 암게는 게장용으로,수게는 찜과 탕용으로 쓰는데 워낙 손맛이 깐깐해 수게라도 ‘맹탕’은 없다. 한씨는 지금도 어디에 꽃게전문점이 생겼다 하면 만사 제쳐두고 찾아가 시식부터 한다.맛 욕심 때문이다.음식점을 하는 친정에서 자라 손맛이 자연스럽고 깔끔하다. 심재억기자jeshim@
  • “종갓집 며느리 생활 30여년 진달래술 비법 절로 터득했죠”/ 전통 진달래술 복원한 이 복 수

    서울 수유동에서 설렁탕집을 하는 이복수(54·여)씨는 평소 ‘술을 잘 빚는다.’고 평판이 나 있다.이웃은 물론 설렁탕집 단골 가운데 ‘간혹 한 번씩 나오는 이씨의 술맛을 못 잊어’ 찾는 이가 제법 된다.제사 땐 친척들이 ‘술맛 좋다.’며 병에 담아가기 일쑤였다. 이같은 술 제조 비방은 어릴 때 할머니의 어깨 너머로 배운 것.충남 논산이 고향인 이씨는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진달래꽃을 딴 뒤 술을 담근 기억을 돌이켰다.“그때 할머니가 담그던 방법을 옆에서 거들면서 눈여겨 봐 두었지요.진달래술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은 시댁에 제사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21살이던 70년 결혼,서흥 김씨 종가의 맏며느리가 된 이씨는 자주 돌아오는 제사 때마다 직접 술을 담갔다.이렇게 30여년간 특별한 이름도 없는 술을 담그곤 했다.가게 손님들에게도 한 잔씩 돌렸다. 그러던 차에 서울 강북구청이 ‘향토민속 우수가양주 선발대회’를 최근 열었고,이씨는 ‘술맛이 좋다.’는 주위의 평판과 권유만 믿고 출품했다.심사위원 8명 가운데 5명이 가장 맛이 좋은 술로 꼽아 대상을 차지했다. 이씨가 출품했던 술은 자신도 정확히 잘 몰랐던 ‘진달래술’이었다.그동안 맥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진 진달래술이 어릴 때 할머니를 거들면서 곁눈질로 배운 이씨를 통해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었던 것이다.“진달래술 빚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니고요,어릴 때 할머니와 친정 어머니가 하던 것을 흉내냈을 따름이에요.” 이 술의 진가를 알아챈 이는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박 소장은 이 술을 맛보고 부녀필지,규합총서,시의전서 등의 옛 문헌에 전해 오는 ‘뼈대있는’ 진달래술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더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이씨 집을 방문,제조와 숙성과정을 직접 관찰했다.그 결과 충남 당진군 면천면에서 전해져 오던 두견주와는 제조과정이 전혀 달랐다.박 소장은 “이씨의 술은 묽게 끓인 보리차 빛깔로 아주 밝으며 향이 좋다.”면서도 “솔잎을 넣은 탓인지 약간 떫은맛이 있다.”고 말했다.청주보다 조금 더 독하다.진달래술은 단맛이 강하고 진달래의 고운 빛깔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독특한향취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징.박 소장은 이씨의 술로 일부러 크게 취해보았다.물론 속이 메슥거리는지 다음날 깰 때 머리가 아픈지 여부를 알기 위한 테스트의 연장이었다.하지만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다른 이들도 만찬가지였다.막걸리를 마셨을 때의 고약한 트림도 없었다. 진달래술은 담그기가 상당히 어렵다.진달래의 꽃술을 모두 떼어 낸 다음 그늘에 말려 두어야 한다.올 봄에도 부산에 사는 시어머니가 진달래꽃을 한껏 따 보내주었다.생쌀을 끓는 물에 넣어 설익힌 다음 손으로 문질러 가루로 만들어 밑술을 만들어야 둔다.“손으로 밑술을 만들기가 너무 힘들어 몸살이 날 지경”이라는 게 이씨의 말이다.또 찹쌀과 멥쌀로 따로 고두밥을 쪄 진달래,밑술,고두밥,누룩의 순으로 켜켜이 담가야 한다.생쌀을 쓰고 진달래를 누룩과 섞지 않아야 한다.요즘 같은 날씨엔 술독에 담요를 덮어둔 채 20일가량 지나면 술이 익는다. 그러다가 술독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코를 갖다 대 냄새를 맡아보고 구수한 냄새가 나면 잘 숙성된 것으로 판단,청주를 뜨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용소를 박는다.찹쌀 1말,멥쌀 1말에 생쌀 3되 비율로 만들면 청주는 10ℓ가량 나온다.이씨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빚는 진달래술임을 이제야 알게 됐다.”며 웃었다. 이기철기자 chuli@
  • ‘찐한’ 팔도 사투리 다모였네/ 퓨전역사코미디 부여 ‘황산벌’ 촬영현장을 가다

    지난 20일 영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감독 이준익)의 촬영이 한창인 충남 부여군 규암면 세트장.병풍 같은 산으로 에워싸인 목조성곽 세트가 2만여평에 달하는 백제역사재현단지 안에 세워져 있다.성문 입구 광장,위풍당당하게 말등에 올라 앉은 장군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중훈씨,말을 좀 더 앞으로 몰고 나와요.조금 더 앞으로요!” 주인공 계백장군 역의 박중훈이 취재진 앞에서 극중의 모습 그대로 포즈를 잡아보인다.건들건들 코믹한 이미지로 익숙한 그가,투구에 갑옷으로 중무장한 모습은 그 자체가 코미디다. ●계백·김유신장군 ‘사투리 전투’ 영화에 제작사가 특별히 이름붙인 장르는 퓨전역사코미디.지금으로부터 1343년 전,백제의 계백 장군과 신라의 김유신 장군(정진영)이 ‘찐한’ 사투리로 황산벌 전투를 벌였으면 어땠을까.실소부터 터질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다.늦봄 오후의 따가운 햇볕.세트장 건너편 너머로 멀리 보이는 부소산성은 천년의 꿈결 속에서 몽롱한데,정작 세트장내 풍경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사정없이 두드려 깬다. 감독의 ‘큐’사인을 받고 연출되는 신라·백제 병사들의 대치장면.신라병사들의 영남사투리,백제병사들의 호남사투리에 나중엔 강원도사투리까지(제주도만 빼고 팔도 사투리가 다 나온다.),온갖 욕설들이 속사포처럼 터져 뒤엉킨다. “스크린 연기에 대한 권태가 한동안 무척 심했어요.뭔가 똑같은 것을 답습하는 듯해서요.할리우드로 나갔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한참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었는데,때마침 이 시나리오가 들어온 겁니다.갑옷에 수염을 다 달아보고….(웃음)” ●박중훈 “충무로사랑 뼈저리게 그리웠다” 박중훈이 충무로에 돌아온 건 ‘세이 예스’ 이후 꼭 2년 만이다.물론 그 사이 할리우드 진출(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이라는 큼지막한 이력을 쌓았다.하지만 “충무로의 사랑이 절실하게 그리웠다.”고 고백한다. 모처럼 돌아온 ‘친정집’에서 요즘 마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최근작들이 모두 흥행에 쓴맛을 봤는데도,새 작품에 대한 흥행부담이라곤 여전히 눈곱만큼도 없다. “감독의 특별주문이 애써 웃기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거였어요.계백장군의 역할을 코미디가 아니라,오히려 정극에서처럼 집중해 연기해달라는 주문이죠.한때 코미디로 날렸던 배우 박중훈이 말탄 장군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나게 웃기니까 제발 오버하지 말라,그 뜻을 제가 왜 모릅니까.” 하회탈처럼 또 한번 오만상을 구기며 호탕하게 웃어젖힌다. 사실 이번 영화의 매력포인트는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사투리에 있다.그가 “말이 장군이지 칼 한번 제대로 잡는 장면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입심’하나로 승부를 거는 드라마다.촬영초반인데도 호남사투리가 혀끝에 착착 감긴다.‘본토 발음’을 CD로까지 녹음해 달달 외운 결과다.스크린의 주인공이 아니라 ‘중고참’ 영화인으로 돌아오면 그는 대번에 진지해진다.할리우드 첫 진출작으로 큰 재미를 못 봤지만 세상에 헛된 일이란 없다.국내 배우로는 처음으로 이번 작품의 출연계약서를 할리우드 방식으로 체계화해서 썼다.할리우드 경험의 결실이다.“하루 12시간 이상은 찍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작사와 합의했다.”는 그는 “현장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제작비 50억… 10월 개봉 예정 그는 스스로를 “억세게 운이 좋은 인간”이라고 말한다.할리우드 쪽으로 꾸준히 행동반경을 넓히기로 마음을 다잡는 건 그런 믿음 덕분이다.올 하반기엔 조너선 드미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재도전한다.시나리오 초고는 이미 나왔다.‘황산벌’의 전체 제작비는 50억원.멀리 강원도에서 300t이 넘는 나무를 공수해 지은 성곽세트 비용만도 5억원이나 들였다.오는 8월 말까지 대부분의 장면을 부여세트에서 찍을 영화는 10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부여 황수정기자 sjh@
  • 프로축구 / K리그 ‘불사조 주의보’

    그라운드에 부는 ‘불사조 돌풍’이 매섭다. 프로축구 신생팀 광주 상무가 화끈한 화력으로 2연승을 달리며 K-리그 중위권으로 뛰어올라 눈길을 끈다. 광주 상승세의 주역은 이동국과 박성배.상무 입대전 프로무대에서 골게터로 잔뼈가 굵은 두 선수는 앞서거니뒤서거니 골 폭죽을 터뜨리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이동국이 먼저 불을 댕겼다.지난달 30일 친정 포항과의 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기록한 여세를 몰아 4일 부산전에선 헤딩슛,페널티킥,중거리슛 등 골잡이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며 자신의 프로 첫 해트트릭을 작성했다.초반 부진에 시달리던 광주는 이동국의 득점과 함께 활기를 되찾았다. 시즌 초반 팀의 미드필더가 수비에 치중해 공격 최전방에서 홀로 고군분투한 이동국은 최근 한상구 서동원 오승범 등의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찬스가 많아져 골사냥이 한결 수월해졌다.왼쪽 새끼발가락 피로골절도 완치 단계다. 11일 전남전에선 박성배에게 바통이 넘어갔다.지난해까지 전북 현대에서 뛰다 상무에 입대,이동국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지면서도 그동안 침묵한 박성배는 이동국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듯 전반 30분 선제골을 작렬시켰다.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동국이 이 골을 어시스트한 것. 후반 29분 조재진의 추가골을 묶어 결국 2-1로 승리한 광주는 리그 데뷔 이후 첫 2연승을 거두며 3승2무4패(승점11)로 9위에서 7위로 뛰어 올랐다. 사실 광주의 상승세는 뒤늦은 감이 있다.개막 이전만 해도 군팀이라는 특성상 선수층은 얇지만 베스트 11 가운데 10명이 프로 출신이고,대부분이 국가대표나 청소년대표,대학대표 출신으로 짜여져 적어도 중·상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구단이 5명까지 보유할 수 있는 용병이 단 한명도 없는데다 군인 신분이라 좋은 성적을 내도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동국이 국가대표 원톱 후보로 물망에 오르며 예전의 골 감각을 되찾고,자존심 강한 투톱 파트너 박성배까지 부활의 조짐을 보이면서 이제는 다른 프로팀들의 경계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사건 패트롤/ 폐암 앞에 무너진 양심

    “살고 싶은 마음에 친구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썼습니다.” 폐암말기 환자로 거동조차 힘든 서모(61·여)씨는 12일 경기 시흥의 자택에서 서울 노원경찰서 수사관의 방문 조사를 받고 끝내 고개를 떨궜다.서씨는 친구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폐암 치료비로 모두 2억여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씨는 30여년전 남편과 사별한뒤 친정어머니(87)를 모시고 살고 있다.생활비를 벌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조금씩 돈을 모아 생선도매상을 차렸다.하지만 번창하던 도매상은 불경기의 여파로 부도를 맞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던 그는 2000년말 병원에서 폐암 판정을 받았다.그는 “출가한 외동딸이 보내주는 생활비로는 치료비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한달 400만∼500만원씩 돈이 필요했다.그는 하는 수 없이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대출받기로 하고 친구 유모(61·여)씨에게 보증용으로 신분증 사본을 건네받았다. 그러나 직장도 뚜렷한 수입도 없는 서씨에게 은행의 문턱은 높았다.고민 끝에 서씨는 친구의 명의로 신용카드 7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금서비스와 카드결제 등으로 항암치료비와 노모 봉양비를 마련하다 보니 ‘돌려막기’의 악순환에 빠졌다.서씨는 친구 명의의 신용카드로 150차례의 현금서비스를 받았고,455차례나 병원비를 결제했다. 몸은 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6개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서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박지연기자 anne02@
  • 꼬부라진 등줄기… 푹 파인 주름…‘깡촌’ 할머니들의 삶

    속절없는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좋은 세상이 이미 아니다.깊고 쓴 한숨의 결이 제목에 배어나는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여자 이야기’(디새집 펴냄)는 그래서 덜컥 안쓰러운 마음부터 쏠린다. 사진작가인 유동영·허경민씨가 몇년동안 ‘깡촌’을 뒤지고 뒤져 구술(口述)로 이끌어낸,늙은 촌부들의 인생 고백담.이름없이 늙었으며,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만치 신산하고 기막힌 한살이를 살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6명의 ‘여자’들.고통과 인내로 삶의 굳은살이 박힌 할머니들의 이야기는,어느새 묵직한 삶의 위안으로 돌아온다. 강원·충청·경상·전라도를 돌며 만난 할머니들의 회고담은 억척스런 구어체 사투리 원형대로 재생됐다.책을 펼치자마자 영화같고 소설같은 인생유전을 만난다.전라도 고흥 선정마을의 금산댁 할머니(81).열일곱살에 시집온 할머니가 둘째를 가졌을 즈음이었나.일본군에 강제징집된 남편은 8년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웃집의 씨받이가 돼서라도 자식 둘을 건사할 길을 찾아야 했고,그날 이후 50여년을 ‘작은어매’로 불리며 천근만근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 했다.시어머니는 왜 또 그렇게 자주 매를 들었던지.“잘못한 거이 없어도 잘못했다 그러고.그른 기 시집살이제.일도 마이(많이) 시키고.어떤 때는 눈에서 눈물이 펑펑 받게 해.그라믄 혼자 정지(부엌)에 가서 울제.” 경남 거창 구수마을의 대습댁 할머니(71)의 내력도 소설책 한질로 풀어내고도 남는다.열네살짜리 꼬마신부는 스물세살의 아저씨같은 신랑과 얼굴 한번 못보고 평생가약을 맺었다.“내 등허리는 한번도 안 어(비었어).” 결혼한 이듬해부터 마흔세살이 될 때까지 아들딸을 11명이나 낳았으니 허리가 잘록할 날이 있었을 리 없다. 청무같은 젊은 시절을 못 먹어서 입이 돌아갈 만큼 민망한 가난으로 접었다.시어머니에게 작대기로 두들겨 맞으며 보냈던 모진 시집살이는 또 어땠나.“뭐이가 맘에 안 들었는지.자기 딴엔 뭐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뚜드러 팼제.” 풍상에 찌든 삶을 살아내고도 여전히 원망 한줄 없다. 친정집 입 하나 덜어주자고 ‘시집’이 뭔지도 모르고 민며느리로 팔려오다시피 했던 어린여자,캄캄해지도록 들일을 하고 들어와선 헛간에서 혼자 아이를 낳았던 젊은 여자,도망간 며느리 대신 손자에게 젖을 물려야 했던 늙은 여자….이땅의 ‘어미’들의 묵은 이야기들은,참 신기하다.논으로 밭으로 산자락으로 민들레처럼 엎드리다 볼품없이 꼬부라진 등줄기,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손등이 그대로 푸근한 위로가 되는 것은.8500원. 황수정기자 sjh@
  • 선현들의 情 옛편지에 듬뿍/ 성균관대 박물관, 정몽주·이황·이이등 서간문 전시

    “오라버님께 올립니다.그동안 안녕하시고,아버님도 건강하신지 문안드립니다.요즘은 대전(大殿)의 침수가 평안합니다.지난밤은 어떻게 지냈으며 오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 조씨(조대비)가 친정 오빠에게 보낸 한글 편지(사진)다.대전은 헌종을 말한다. 성균관대 박물관(관장 김영하)에서 ‘옛 글에 밴 선현들의 정(情)’이라는 서간문 전시회가 지난 2일부터 열리고 있다.6월 말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에서는 정몽주 성삼문 이황 이이 송시열 김정희 고종 민영환 등 고려와 조선시대 유명인사들이 남긴 47편의 편지가 선보인다. 고종의 편지는 수재를 입은 백성을 위로하려 먼길을 떠나는 영의정에게 술 한잔 내려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았다.그러면서도 어려움을 당한 백성들의 사정을 자세히 살펴서 알려달라는 당부를 잊지않고 있다. 농암 이현보가 후배 퇴계 이황에게 보낸 이별의 편지는 학문과 여가를 함께 즐겼던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다시 만나기 어려움을 안타까워하는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조선 중기 숙종 때 이조판서와 형조판서를 역임한 박세당은 아들의 혼인에 쓸 각대와 기러기 등을 준비하지 못하여 친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여러 요직을 거쳤지만 청빈하게 살아갔음을 엿볼 수 있다. 추사 김정희가 청나라로 떠나는 자하 신위에게 보낸 편지는 추사체의 성립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특히 전시된 작품은 초고로 잘못 쓴 글자를 고친 첨삭이 나타난다. 김상용이 상을 당한 애통함이 지나쳐 몸을 손상시키는 것은 오히려 자식된 도리가 아니라며,모기를 쫓을 때 쓰라며 부채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는 속깊은 친구의 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풍익의 ‘동유첩’은 금강산 유람기이다.그는 “뜻을 유람에 두는 것은 안목을 넓히고 뜻을 크게 하려 하기 위한 것이지 어찌 하필 작은 것에 국한되려 하겠는가.”고 밝히고 있다.(02)760-1216∼7. 서동철기자 dcsuh@
  • 매맞는 여성 보호시설 르포 / 가정폭력 ‘집안 일’ 아니다

    5월은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이 든 ‘행복한 달’이지만 여성단체가 정한 ‘가정 폭력없는 평화의 달’이기도 하다.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내가 남편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면서 유지하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흔히 가정 폭력을 ‘숨겨진 범죄’라고 한다.그러나 이제 그것은 더이상 부부간의 ‘내밀한 일’도 ‘집안 일’도 아니다.“맞을 짓을 했을 것”이란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도 잘못된 것이지만 폭력이 ‘술김에’‘홧김에’휘두른 실수로 용서받아서도 안된다.가정 폭력은 피해자인 여성은 물론 가해자인 남성,그리고 아이들까지 모두 병들게하는 사회적인 병이다.특히 국내의 가정 폭력 발생률(31.4%)은 미국(16.1%),일본(17.0%)의 2배 가까이 되는 등 그 심각성을 인식해야할 때다. ‘그곳’은 멀지 않았다.남편의 폭력에 병든 여성들이 몸과 마음을 누이기 위해 잠깐 찾아드는 곳,그 ‘쉼터’는 서울의 주택가에 있었다.팻말도 없었고,끝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아 담당 사회복지사의 휴대전화에의지,물어물어 찾아갈 수 있었다. ●피해 여성들의 친정같은 ‘쉼터’ 23일 오전,‘쉼터’에 들어서자 가지런히 책이 꽂힌 서가와 정돈된 분위기는 여느 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러나 어제 집을 나왔다는 김영자(가명·45)씨의 시퍼렇게 멍든 눈두덩과 그늘진 얼굴에선 고단한 삶이 단숨에 읽혀졌다.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던 김씨는 22년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조금씩 털어놓았다. “…내가 이렇게 맞다가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누군가 듣고 경찰에 신고라도 좀 해주길 바라며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어요.”김씨는 결국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전화하면서 집을 나왔다고 했다.“경찰은 피해자인 나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우리가 할 일은 끝났다.’면서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라고 했어요.경찰에 신고한 나를 남편이 더 심하게 때릴 게 겁나 그길로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그런데 왜 피해자인 내가 이렇게 숨어야 하나요?”숨죽인 그녀의 울음은 처연했다.더욱이 우울증을 앓기도 했던 딸을 염려하면서 울음은 오열로변했다. 마주앉은 여성,양윤정(가명·38)씨의 양 볼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남의 일이 아니라는 침묵은 강한 긍정의 표현이었다.양씨는 13년간 맞고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보면 “벌레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난생 처음 집을 떠나 ‘쉼터’에 여윈 몸을 맡긴 지 2개월,“난 많이 변했다.”며 “무엇이든 트집 잡는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면 가슴이 너무 뛰어 어지러울 정도였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남편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지난날의 자신은 ‘노예였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아무리 음식을 잘 만들어도 남편은 단 한번도 만족해하지않고 다른 것을 트집삼았고,상을 뒤엎으면서 그 지긋지긋한 일은 시작됐어요.” 맨몸으로 뛰쳐 나왔지만 보모 교육을 받았고 난생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는 양씨는 “나도 사람이라는 사실,그걸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한 마디도 털어놓지 못할만큼 가슴 속 상처가 큰 또다른 여성들도 ‘남의 일같지 않은 슬픔’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 분위기는 참 무거웠다. ●학력·재산·나이와 무관 피해 여성과 24시간을 함께 기거하며 상담을 맡고있는 사회복지사 김성숙씨는 “눈물은 아픔을 씻어내는 정화기능을 한다.”며 “남편의 마음에 맞도록 자신을 바꾸려고 10∼20년씩 노력했던 여성들이 ‘더이상 남편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렸을 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또한 이곳을 이용하는 피해 여성은 30∼5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10대부터 70대까지 구별이 없고,학력과 재산 유무와도 관계없다고 설명했다.김재엽 연세대 교수는 “소득이 전혀없는 집단의 27.5%,월 300만원 이상의 소득자 28.3%에서 가정폭력이 일어난다.”며 항간의 저소득,저학력층에서 가정 폭력이 있다는 오해에 대해 꼬집었다. 24일,여성의 전화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두 피해여성은 ‘쉼터’에 머문 지난 2개월동안 “나 자신을 찾았다.”고 말했다.의외로 밝아 보이는 얼굴에 안도감이 느껴졌지만,한켠에서는 ‘이렇게 밝은 성격인데 당하기만 했을까?’라는 피해여성에 대한 편견이 떠올랐다.이런 속마음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듯 동행한 사회복지사 배인숙씨는 “폭력에 노출돼 무기력했던 여성들이 쉼터에서 함께 피해자들과 지내면 자신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님을 알게 되고 서서히 치유돼 예전의 밝은 성격을 되찾는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의 교육담당자였다는 이정희(가명·43)씨는 “밖에서는 당당했지만 ‘남편을 무시한다.’며 던진 밥그릇에 이마가 터져도 남편의 마음만 풀어주려고 비굴하게 노력했던 약한 여성이었다.”고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너무 맞으니까 ‘차라리 빨리 때려라.’는 식으로 체념하게 됐지요.어차피 내가 맞아야 끝날 일이라면 빨리 끝나는 게 낫다는 식으로 생각이 길들여졌어요.”.그는 중학생인 아들이 “옥상에서 아버지를 밀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듣고서야 더이상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혼할 것을 결심했다. 때로 피해 여성들은 ‘내 얼굴에 침뱉기’라거나 ‘남편을 고발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움에 젖기도 한다.자신이 가정을 떠남으로써 ‘가정이 깨어졌다.’는 현실은 더 큰 죄의식을 안겨준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함께 만나고,자신들을 추스르는 과정이 어떤 전문가의 상담보다 더 효과적이라 한다.‘쉼터’를 통해 자신과 남편,가정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여성들은 성큼 성장하게 된다.그래서 쉼터에 머물렀던 여성들 중 35%는 집으로 복귀,가정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전국 32곳뿐… 세대별 보호시설 늘려야 87년 처음으로 쉼터의 문을 열었던 여성의 전화연합은 90년 구타 남편이 ‘인신매매집단’이라고 경찰에 고발,실무자 3명이 경찰에 연행·조사를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또한 쉼터가 집안에 머물렀던 아내들을 집밖으로 유도한다거나 이혼을 부추긴다는 엉뚱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쉼터는 현재 서울 8곳,전남·경남 3곳,부산 2곳 등 전국 3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대부분 10명 내외를 보호할 수 있는 작은 규모라 다 합쳐도 한꺼번에 332명밖에 보호할 수 없다.더욱이 아이들을 데리고 입소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2∼3개월 머무르면 퇴소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거처가 되지는 못한다. 여성부는 올해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지낼 수 있는‘세대별 보호시설’을 충북에 시범적으로 설립,15세대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허남주기자 hhj@ ■가해자 위탁상담 프로그램 “나도 처음부터 폭력 남편은 아니었다.”고 폭력의 원인을 아내의 잘못으로 돌리는 40대 남편,“때려서라도 고쳐서 데리고 살려고 했다.”며 가부장적인 의식을 내세우는 30대 남편,하물며 “때리는 것도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고 강변하는 남편.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도 가지가지이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성격장애이자 분노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가정법원으로부터 가정보호사건 처분을 받은 가정폭력사건 중 일부는 상담위탁을 명령받는다.서울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상담기관에서는‘가정폭력 행위자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단,잘못을 인정하자 곽모(45·공무원)씨는 술을 마시면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고,아내를 폭행했다.참다못한 아내가 경찰에 고발하자 “공무원 신분인 나를 망신시켰다.”며 처음엔 아내를 원망했다.그러나 3개월간의 위탁상담을 받은 후 술을 끊고,아내와 원만한 관계를 회복했다.“진작 이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까지 말했다. 박모(37·대학강사)씨는 결혼 2년,오히려 자신의 성격을 이기지못해 펄펄 뛰는 아내를 밀쳤을뿐인데도 고발,상담을 받게 되자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었다한다.“12살 연하의 아내는 불같은 성격에 걸핏하면 친정으로 달려갔다.화가 나면 벽에 자신의 머리를 찧을만큼 극단적인 성격이었는데 임신중 아이를 잃으면서 결국 결혼생활은 금이 갔다.”고 아내 탓을 했던 그가 상담이 거듭되면서 “나 자신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어떻게해서라도 아내를 달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아내의 화를 돋웠던 것같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상담을 받으면서 남의 결혼생활을 통해 많은 생각을 했고,결혼생활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는 박씨는 이혼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때,내가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면…”이란 생각만으로도 지난 결혼이 준 상처가 치유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부부간 대화법과 스트레스 해소법도 가르쳐 위탁상담은 개인·집단상담은 물론 1박2일의 부부캠프를 실시한다.일정이 끝나면 대체로 폭력을 인정하고,가정폭력방지법을 이해할 뿐 아니라 부부간의 의사소통법 등을 알게 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상담을 받았다고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새롭게 가정을 이끌지는 못한다.어쩔 수 없이 이혼에 이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음을,조금더 노력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 [행복한 육아를 위하여]3부 지역사회 함께 나서자

    ■주부·전문가 4인 좌담 보육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개인적인 일에 머물렀던 아이 키우기에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의 ‘공보육’이란 개념이 도입됐다.국가 차원의 보육 정책이 어떻게 실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최근에는 ‘지역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자.’는 지역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보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과 보육 교사,전문가들이 최근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에서 만나 앞으로 보육정책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참석자 ●유희정(47·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김성희(43·여성부 서울 반포청사 어린이집 원장) ●장소라(32·컴퓨터 프로그래머) ●김성익(31·신사어린이집 교사) 사회:보육 문제를 짚으려면 무엇보다 육아의 어려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장소라:저는 6개월된 아기를 친정인 강릉에 맡기고 있어서 주말마다 강릉에 갑니다.1주일치 사랑을 주고 오려고 일요일 밤 막차를 타고 돌아오지요.그런데 이제 제 건강에도 무리가 오고,또아이가 낯을 가리기 시작해서 데리고 와야 할 때가 아닌가 걱정이에요. -김성익:저는 7살,6살된 두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고 있는 보육 교사이자 엄마예요.그동안은 제가 근무하는 보육시설에 데리고 있어서 일하면서도 아무 걱정이 없었어요.그런데 올 3월부터 저희 어린이 집이 영아 전담시설로 바뀌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민간시설로 옮겼어요.저나 아이들이나 적응하느라 힘들어요.물론 저는 교사들을 믿지만 엄마 입장으로는 때론 섭섭하고 더 잘 돌봐주시기를 바라게 되네요. 사회:보육 시설의 어떤 점이 가장 아쉬운가요? -김성익:보육 시설을 이용하기 전,받드시 부모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그러나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좀 폐쇄적이에요.이는 사소한 일 같지만 반드시 고쳐져야 할 문제입니다. -장:저는 특히 갓난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기려니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이란 생각에 걱정입니다.아이가 아플 때에는 어떻게 하나요? ●아이들 건강 수시로 체크해줘 -김성희:가장 어려운 문제예요.독감이나 수두,장염 등 전염성 질환의 경우 아이를 격리해야 하는데,보육 시설에는 그렇게 아픈 아이를 따로 돌볼 공간도,인력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얼마 전에는 제가 하루종일 아픈 아이를 사무실에서 돌보며 격리시켰어요.그럴 때면 부모에게 “빨리 와달라.”고 당부할 수밖에 없어요.빨리 올 수 없는 형편인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부탁하는 입장에서는 부모에게도,아이에게도 미안하지요.이럴 때 보육 시설에 믿을 만한 전담 간호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간호조무사로는 안됩니다. -유:바로 이런 이유로 보건소나 가까운 병원과 연계하는 등 지역 사회와 보육 시설이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서는 평소 의사가 위생을 체크해주고 응급상황일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이렇게만 된다면 보육 교사들의 가장 큰 걱정인 아이들이 아플 때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사회:지역네트워크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데요. -유:지역네트워크는 흔히 포괄적 보육서비스라는 말로 대체되기도 합니다.즉,의료 서비스나 치안은 물론 어린이 도서관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뿐아니라 퇴직자들인 교사나 건설·경제·체육 등 각 분야의 우수한 인력들이 모두 어린이 집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일본의 예를 들면 구 단위의 지역에 사무실 하나,공무원 한 사람만 있으면 돼요.지역 내의 것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이지요. -김성익:그렇다면 청소년들의 자원봉사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는데요.정작 보육 교사들은 잡무가 너무 많아서 일손이 필요한데 실제는 효과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거든요. -김성희:저희 시설에서는 청소년 자원봉사를 아예 연간계획 속에 넣고,중3 한 클래스 학생들에게 텃밭 가꾸기 프로젝트를 학생들 스스로 짜올 것을 맡겼어요. -장:저는 보육시설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국·공립에 가려면 굉장히 기다려야 한다면서요? -김성익:저희 어린이 집도 대기자 명단에 100명이나 올라 있어요.어떤 곳은 300∼400명씩 대기자가 있어요.국·공립이 보육료 부담이 적고,시설도 좋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정작 형편이 더 어려운 취업모들이 민간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유:현재 우리는 민간 시설이 94%를 차지하고 있지만 보육 발전을 위해서는 국·공립을 더 늘려야 합니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보육 환경과 교사 수준입니다.민간이든 국·공립시설이든 선진국에서는 이용하는 국민들은 그 차이를 모를 정도로 이용료와 시설의 수준이 비슷합니다.그게 보편적인 보육정책의 중요한 포인트예요. ●민간도 국공립 수준 지원을 -김성희:품질 인증제에 대해 민간시설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입니다.시설에 대한 점검이 여태까지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 염려되기도 하겠지요. -유:그렇긴 합니다.올해 80개 시설을 시범적으로 인증할 계획입니다.○세를 대상으로 하는 시설에는 놀이 교재와 교구는 물론 환경이 이렇게 돼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을 정하고,부족한 시설에 대해서는 시범 지도를 하는 겁니다.위생과 안전,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수준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사회:보육이냐,교육이냐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물론 부모들도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데 개념 정리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유:아이들에게는 보육이 바로 교육입니다.흔히 조기 교육의 개념을 보육 시설에 강요하는데,생활 속에 교육이 담겨 있습니다.그리고 무엇보다 보육 시설은 안전과 위생개념을 강조해야 합니다.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요.프랑스 보육시설,크라시의 경우 아이들 130명을 돌보는 직원이 50명이에요.그중 커리큘럼을 짜는 정식 교사는 겨우 5명에 불과하고,그외는 하루종일 청소를 하는 사람과 요리·보조 교사 등이에요.교육보다 위생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지요.이에 대해 우리도 특별한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조기교육 강요 세태가 걸림돌 -김성익:정말 부럽네요.저희는 그나마 국·공립 시설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좋은 편이지만 대부분 민간 시설에서는 아직도 교사들이 청소를 합니다.‘교사가 청소하면 안되냐?’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위생과 이로 인한 건강 문제가 걱정이라고 지적하고 싶어요.물론 교사들의 근무 시간이 길고,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적·공간적 여유조차 없다는 것도 문제지요. -장:아직도 아이를 데리고 올 것인지,강릉에 둘 것인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데요. -김성희:저는 데리고 오시라고 권하고 싶군요.아직은 어리지만 아이들이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를 지나면 할머니와의 분리 불안 때문에 서울로 올 경우 보육 시설에 맡길 때 더 어렵거든요.저는 특히 큰아이와 둘째를 따로 떼놓고 계신 분들에게 반드시 두 아이를 함께 키울 것을 권합니다. 사회·정리=허남주 기자 hhj@ ■지역네트워크 운동 서울 ‘면일 어린이 집' 아이 키우기에 지역네트워크란 새로운 개념의 의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보육시설 원장들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시설물 함께 이용하기가 시작되고 있다.또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가 치안 등에 관심을 갖는 것도 지역 네트워크에 포함된다. 서울 중랑구의 ‘면일 어린이집’(원장 오경숙) 영아들은 인근 영아 전담 시설의 놀이터에 놀러 갔다오기도 하고,4세 이상은 암벽타기 놀이 시설이나 수영장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 시설로 놀러간다.또 ‘자동차의 날’에는 아파트 거실에서 겨우 탈 수 있는 장난감 자동차를 어린이 집 마당에서 실컷 탈 수 있도록 지역의 아이들에게 공개한다. 지역네트워크를 시작한 오 원장은 보육 시설뿐아니라 지역이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결국 지역 주민이 우리 아이들을 키워줘요.가게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한 마디 하는 말,놀이터에 함께 간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모두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선생님이란 생각입니다.아이들에게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함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바로 건강한 시민으로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자양분입니다.” 지역네트워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보육교사회 황미혜 간사는 “일단 지역네트워크가 이뤄지려면 당장 한글은 물론 영어나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어린이 집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한 지역의 시설이 모두 개방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현재는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실해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 ‘농구황제’ 오늘 진짜 은퇴 아듀! 조던

    황제,마침내 제위에서 내려오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젠 정말로 그의 모습을 낡은 잡지 속에서 찾아야만 한다. ‘농구 그 자체(Basketball,itself)’로 불린 마이클 조던(40·워싱턴 위저즈)이 17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의 원정 경기를 끝으로 ‘마지막’ 은퇴를 한다.두번째 은퇴 때 “99.9%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해 0.1%의 미련을 남겼던 조던은 이번에는 “100% 떠난다.”고 강조했다.비록 소속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조던은 이번 시즌 전경기에 출전,평균 20.1점 6.1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해 서산을 붉게 물들였다. ●잊지 못할 황제의 선물 지난 1984년 미프로농구(NBA)에 뛰어 들어 15시즌을 뛴 조던은 영원히 남을 명장면을 선물했다. 87년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할 때 아직도 전설로 남아 있는 ‘자유투라인 덩크’를 선보였다.자유투 선 밖에서 솟구쳐 올라 180도 회전하며 날아 림에 꽂는 비하인드 덩크슛은 인간이 스스로의 탄력만으로도 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역전 버저비터는 조던의 또 다른트레이드 마크.97년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종료 0.1초를 남기고 유타 재즈의 러셀을 앞에 두고 페이드어웨이 3점슛을 던져 84-82 승리를 이끌었다.89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수비수 엘로의 필사적인 수비를 고 비틀거리며 성공시킨 역전 버저비터는 ‘더 샷(The Shot)’이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90년 3월 생애 최고 득점(69점)을 올릴 때의 모습도 생생하다.3쿼터 초반 발목 부상으로 벤치에 앉자 홈팀 클리블랜드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화난 조던이 감독을 설득해 다시 코트로 나와 대기록을 세운 것. ●은퇴 이후의 진로 93년 아버지의 피살 충격으로 은퇴한 조던은 야구선수로 변신했다.99년 은퇴 때는 골프와 가족의 품으로 숨었다.그러나 이번에는 농구판을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친정팀 시카고 불스의 단장을 맡느냐,워싱턴 위저즈의 구단주로 복귀하느냐가 관건이다.시카고의 제리 크라우스 단장이 최근 옷을 벗으면서 조던이 단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러나 조던은 “워싱턴의 구단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혀 왔다.2001년 팀이 바닥을 헤매자 직접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설 만큼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포스트 조던은 없다” 올 시즌 득점왕(평균 32.1점)에 오른 트레이시 맥그래디(올랜도 매직)와 무서운 폭발력을 자랑하는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가 1순위 후계자들이다.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빈스 카터(토론토 랩터스)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등도 조던의 빈자리를 노린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포스트 조던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기량을 떠나 카리스마와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내는 승부사적인 기질,겸손한 자세,상품성 등에서 그를 따라올 선수는 영원히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사위 의심 윤씨 사주로 범행”/ 여대생 살해범 자백… 하양 아버지·시동생도 살해기도 혐의

    지난해 3월 발생한 경기 하남시 여대생 하모(당시 22세)양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지난 11일 중국 옌지(延吉)에서 송환한 주범 윤모(41)·김모(40)씨가 하양과 사위의 불륜을 의심한 윤모(58·여·구속)씨 사주로 하양을 납치·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납치·감금교사죄로 3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복역중인 윤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추가키로 했다. ●병적인 불륜 의심이 살인 불러 경찰은 윤씨가 하양의 이종사촌인 사위 김모(31) 판사와 하양의 불륜관계를 밝히려고 병적인 집착을 보인 끝에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이 과정에서 윤씨는 현직 경찰관,심부름센터 직원 등 20여명을 동원,하양을 끈질기게 미행시켰고,직접 승복차림으로 변장해 하양의 집 주변에 나타나 미행 일정과 행동 요령 등을 알려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구속된 윤씨의 친정조카인 윤씨와 윤씨의 고교 동창생인 김씨가 지난해 3월6일 새벽 5시37분쯤 전모(23)씨 등 이미 구속된 3명과 함께서울 삼성동 아파트 앞에서 하양을 승합차로 납치했다.윤씨와 김씨는 납치에 가담한 전씨 등 3명을 돌려보낸 뒤 하남시 검단산으로 이동,하양을 공기총으로 살해한 뒤 사체를 쌀부대에 담아 등산로에 버렸다. 당시 김씨는 하양을 어깨에 둘러메고,윤씨는 공기총을 들고 등산로쪽으로 100m쯤 걸어 올라갔으며,김씨가 윤씨에게 건네받은 공기총으로 하양을 쏘았다.하양을 납치한 지 35분만이었다.사체는 열흘 뒤인 16일 오전 등산객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고모의 사주를 받은 주범 윤씨가 1억 7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김씨를 범행에 끌어 들였으며,처음엔 약물로 하양을 죽이기 위해 실험용 쥐에게 약물실험까지 했다고 밝혔다. ●살해 시점 부검결과·진술 엇갈려 경찰은 주범 윤·김씨로부터 지난 2001년 10월쯤 하양의 아버지(58)를 먼저 살해하기 위해 접근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당시 하양 가족은 하양의 불륜을 의심한 윤씨가 “딸 단속을 잘하라.”며 병적으로 접근하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윤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하양 가족이 낸 윤씨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경찰은 구속된 윤씨가 또다른 범죄를 사주했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지난 2001년 남편의 집안에 앙심을 품은 윤씨가 이번에 구속된 김씨 등을 동원,시동생을 약물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윤씨가 남편의 불륜을 의심,남편 주변의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사주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하양이 ‘사체발견 48시간 안에 살해됐다.’는 국과수 부검 결과와 ‘납치 당일 살해했다.’는 주범 윤씨 등의 진술이 엇갈려 경위를 추궁중이다.경찰 관계자는 “윤씨 등이 하양을 납치·감금한 뒤 또다른 범죄를 저질렀거나 범행을 교사한 윤씨에게 하양을 데려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이영표기자 tomcat@
  • 편집자에게/ ‘행복한 육아‘ 시의적절한 기획기사

    -‘행복한 육아를 위하여-1부 믿고 맡길 데가 없다’ 기사(대한매일 4월8일자 18면)를 읽고 저는 현재 51세의 여성입니다.신문의 기사를 보며 나를 보는 듯하여 몇 자 적습니다. 1975년 대학졸업 후 교직생활을 하던 중 결혼하여 큰 아이를 낳고 시어머니,친정 어머니가 1년씩 아이를 키워주셨는데 둘은 키워줄 수 없다고 하여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둘째는 홀앗이라고 할 정도로 혼자 키우면서 큰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많이 가졌었죠. 직장을 다닐 때 아이가 아프거나 시어머님이 편찮으시면 나 때문이 아닌가 미안했고 친정 어머니의 무릎이 아플때도 마음을 졸였죠.그러나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니 친구들은 발전하는데 혼자만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얼마후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른다는 발표가 났고,전공과 비슷한 과목이 많아 집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자격증 하나 더 따두자는 마음에 시작한 공부가 무엇엔가 열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를 즐겁게 했습니다. 지금 저는 부동산을 개업한 지 10년이 되었고,두 아이들이 대학에 간 뒤저도 대학원에 입학하여 다시 공부하고 있답니다.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면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기회로 생각하고 미래에 투자하면 더 좋은 기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순자 lba01007@hanmail.net
  • [행복한 육아를 위하여]1부 믿고 맡길 데가 없다

    여성이 직장을 갖는 것은 개인적인 성취욕구 차원만의 일이 아니다.2001년 매킨지보고서는 “한국은 2010년까지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 고급인력 활용을 90%까지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여성에게 일할 것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3%.그러나 아이를 낳고 키우는 25세부터 34세 사이에는 뚝 떨어졌다가 35세를 넘기면 다시 늘어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M자 곡선’이다.“집에 가서 애나 봐라.”는 말은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된다.아이 키우기는 그렇게 쉽고,의미없는 일인가? 그러나 최근들어 아이 키우는 일을 더이상 개인적인 일로 맡겨둘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가정에서 한창 진행중인 육아전쟁을 멈추게 하는 비법은 없을까. ●할머니는 준비된 보모인가 직장인 이영진(34·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결국 시댁 가까이 이사했다.보모가 바뀔 때마다 적응을 제대로 못하고 감기에 걸렸던 6살 딸과 4살 아들은 좀 안정됐다.그러나 얼마전 남편이 지방출장 가던 날,이씨는 야근을 끝내고 새벽 3시에 아이들을 데리러 시댁으로 가면서 “왜 내가 이 짓을 하나?”하는 회의에 빠졌다.선잠 깬 아이는 차가운 새벽 공기에 춥다고 보챘고,결국 감기에 걸렸다. “아침에 유치원 가는 것까지는 내가 못 챙긴다.”는 시어머니는 아이들이 놀이방과 유치원을 마치고 난 오후시간부터 저녁 퇴근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노년에 친구들과 여행하는 재미없이 어떻게 사느냐?”는 시어머니의 봄철 여행 스케줄이 잡히면 또다시 아이 맡길 데가 마땅치 않다며 이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임정원(39·서울 성동구 구의동)씨는 친정 어머니가 아이를 맡아줘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그러나 두 아이가 자랄 때까지 5년간,어머니와 아버지는 별거를 해야만 했다.2∼3주일에 한번씩 어머니는 충주에 계신 아버지에게 다니러 가셨다.“다섯 남매를 힘겹게 키우신 부모님이 나 때문에 고생을 하셔야 했던 것도 죄송했지만,아버지가 병이 드셨을 때에는 도대체 내가 왜 직장생활을 해야 하나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몰라요.”임씨는 직장과 육아를 양립하기가 어려웠던 과거를 이렇게 회상했다.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 권선정(30·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지난 주말에도 친정인 안동으로 아이를 보러가지 못해 속상했다.연이은 일요근무 때문에 세 살난 아들을 본 지 3주일이 지났다.“아이를 만나고 오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가벼워요.그러나 이렇게 아이를 만나러 가지 못한 채 ‘빨리 와∼’라는 전화만 받으면 가슴이 미어지고 몸도 마음도 무겁고 의욕도 없어요.”라고 말하며 “아무 대책은 없지만 빨리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모와 떨어져 자라는 아이들의 숫자가 통계에 잡힐 정도다.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보육실태조사보고’에 따르면 비동거 조부모로부터 양육지원을 받는 아동은 0세가 6.0%,1세 5.5%,2세 5.4%,3세 5.3%였다.아이를 놀이방이나 어린이 집에 맡길 수 있는 4세부터는 크게 떨어져 2.0%,5세는 1.7%로 나타났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에게 육아를 떠맡긴 젊은 엄마들.이들의 관계는 우리사회의 모순을 확실하게 보여준다.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기위해 또 한사람의 여성을 희생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된다.더욱이 젊은 할머니들은 일하는 딸과 며느리로 인해 “이제 애들 다 결혼시키고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보모로 발목잡혀 꼼짝달싹도 못한다.”고 불평한다. 조순임(59·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손자보느라 동창 모임에도 못나가는 나를 친구들은 한심하다고 하지요.그러나 대학원까지 졸업한 딸이 집안에서 애만 키우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또 직장 그만두고 들어앉으면 나중에 누가 나와서 일하라고 할 리도 없고…. ”라며 3년째 손자를 업어키우느라 생긴 허리병과 팔의 신경통을 호소했다. 물론 아이들을 돌봐주지 못하는 할머니들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아이를 맡아주지 못하는 친정 어머니와 이를 섭섭해하는 딸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는 예도 드물지 않다. ●보모는 시어머니보다 더 ‘무섭다’ 심정옥(33·인천시 연수구)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직장과 멀리 떨어진 인천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아이를 돌봐 주던아주머니가 이사를 하게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이사했다.4살 난 딸이 낯선 아주머니와 지내면서 갑자기 우울해졌고,폭력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이젠 웬만하면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할 수 없이 우리 집을 급히 전세 놓고,전세를 얻어왔어요.인천에서 강남의 직장까지 출퇴근이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를 망가뜨릴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정든 아주머니라도 있어 따라 이사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보기드문 ‘복’이라고 직장 여성들은 말한다.정들만 하면 바뀌는 아주머니로 인해 젊은 엄마들은 눈물깨나 쏟아야 한다.하루 종일 보모를 쓸 경우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 인건비는 직장 여성을 갈등으로 몰아 넣는 원인이기도 하고 보모의 퇴근시간에 맞춰주지 못하면 몸은 직장에 있어도 마음은 벌써 집에 가 있다. 정윤영(4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두 아이를 키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싶지도 않다.“아이를 키우면서 늘 칼끝을 쥐고 있는 것 같았어요.좋은 아주머니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대개는 아주머니가‘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집안에 틀어박혀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몇 달만 지나면 ‘좀 쉬겠다.’고 관두거든요.그때마다 설득하고 돈으로 잡기도 했고….아주머니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 어렵던 구조조정 시절도 이겨냈지만 아주머니가 그만두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는 강영임(37·서울 강남구 도곡동)씨.“갖가지 어려움도 버텼냈는데 2년이나 아이들을 맡아줬던 동네 아주머니가 지방으로 이사가고 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해야 할 일이 까마득했어요.‘네 자식은 네가 키우라’고 시어머니는 못 박으셨고,좋은 아주머니를 구하다,구하다 그만 지쳐서 내가 그만뒀어요.”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강 씨의 얼굴은 어두웠다. ●아이 하나도 버겁다 뿐만 아니다.첫 아이를 어렵게 키워야만 했던 직장 여성들은 육아의 어려움 때문에 둘째 갖기를 주저한다.결혼한 뒤 아이를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임신을 꺼리는 신혼의 직장 여성들도 많다.“결혼했다고 아무 대책없이 아이만 가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에게서 임신과 출산·육아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커 보였다.선진국의 경우 전문직 여성에게서 아이를 낳지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35∼39세 여성들 가운데 40%가 아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 사회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동물학자들은 나쁜 생활환경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포유류는 새끼를 낳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물론 피임약 없이도 말이다. 요즘 “둘째는 언제 보느냐?”는 시댁 어른들의 채근을 받고있다는 유양선(3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씨는 “아이는 돌봐 주시지 않으면서 임신만 재촉하시는 시어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더욱이 큰 애가 6살이 됐는데 다시 육아에 뛰어든다는 것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하나는 봐줄 수 있어도 둘은 못 키운다.”고 아이를 돌봐 주는 친정 어머니나 아주머니들은 말한다.조부모와 삼촌·고모 등이 함께 아이를 키워내는 대가족 제도 아래서는 아이들이 ‘저절로’ 자랐지만 이제 아이 키우기는 ‘짐’이 됐다.●일하는 엄마들의 ‘죄의식’ 대부분 직장 여성들은 “아이들에게 잘 못해준다.”는 죄의식과 열등감에 젖어 있다.전업 주부의 아이들로 자란 이 시대의 직장 여성들 머릿속에 그려진 ‘좋은 엄마’ 이미지 때문에 “제 엄마보다 더 좋은 보모가 어디 있느냐?”는 말을 듣기라도 하면 당장 아이가 잘못될 것 같아 고민에 빠져든다.함께 같이 있는 시간이 적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일의 출판편집자 베티나 뮌히는 ‘일이냐 아기냐,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는 여자’란 책에서 “영아를 타인에게 맡겨도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3세까지의 양육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심리학자,어린이 전문가들이 많다.”면서 증명되지 않고 강요되는 ‘모성 신화’의 허구성을 지적했다.그는 “가장 ‘불행한 엄마’는 스스로 일하기를 원하지만 아이 때문에 집에 머무는 여성”이라면서 직장 여성들이 죄의식에서 벗어날 것을 권했다. 허남주기자 h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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