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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따라 맛따라]한산 소곡주

    설이 다가옵니다.명절이 가까워지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지요.전통주를 빚는 이들입니다.비록 반짝경기지만,이맘때는 술도가 사람들이 가장 신명나게 일할 때입니다.하지만 올핸 신명과 함께 한숨소리도 배어나옵니다. “반품이 얼마나 나올지.밤에 잠이 안오네요.”충남 서천에서 전통주를 빚는 나장연(40·한산소곡주 사장)씨의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백화점,할인점 등에 보낸 술이 무사히 소비자의 손에 닿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통주만큼 토속적이고 문화적인 것이 있을까요.술엔 우리 고유의 맛과 멋,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이같은 우리술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양주와 맥주,와인이 차지한 널찍한 매장 한 구석에,초라하게 자리한 전통주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의 자화상인 듯해 보기 민망합니다. 서울신문 주말판 We가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주가(酒家) 기행’을 떠납니다.주가 기행은 전통주에 얽힌 애환과 역사,술 빚는 이들의 치열한 장인 정신,정감 넘치는 술도가 작업장의 이야기를 담을 것입니다.또 가까운곳의 여행 명소도 함께 소개합니다.우리 조상들이 궁궐에서,주막에서,집에서 즐겼던 우리 술의 맛과 멋을 주가기행과 함께 느껴보십시오.첫회는 ‘한산소곡주’ 편입니다. 한산소곡주를 처음 마시면서 속기 쉬운 한 가지.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주도가 낮다고 판단해 폭음하기 쉽다는 것.오죽하면 ‘앉은뱅이술’이란 별명이 붙었을까.문헌상 가장 오래된 백제의 술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의자왕이 달콤한 소곡주에 취해 삼천궁녀와 놀다가 나랄 말아먹었구나.’란 추측이 들기도 한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따르면 무왕 37년(635년) 왕이 신하들과 어울려 백마강 기슭 고란사 부근 경치 좋은 곳에서 마셨던 술이 한산 소곡주다.소곡주 제조법은 조선시대의 산림경제,양주방,임원십육지,동국세시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현재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의 우희열(64) 여사와 아들 나장연씨가 소곡주를 빚고 있다.어머니는 제조 기능 보유자(충남 무형문화재 3호)겸 명주 명인,아들은 제조기능 이수자다. 두 모자(母子)를 한산모시관내 양지바른 곳에서 마주했다.모시관 길 건너편엔 소곡주 공장이 있지만,상당 부분의 공정이 대형화,자동화돼 예전의 술도가 정취를 찾아보기 어렵다.모시관 한쪽엔 관광객들이 단체로 오면 소곡주 빚기를 시연하기 위해 아궁이와 소주고리 등 전통적인 술 도구들을 갖춰놓았다. “술맛은 누룩이 첫째지유.누룩을 잘 띄워야 맛이 깊고 은근하니께유.” 나씨 집안으로 시집와 시어머니(김영신)의 가르침을 받아 소곡주를 빚은지 35년.시어머니가 친정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소곡주 제조 비방을 시집오면서 가져와 며느리,손자에게 명맥을 잇게 했다. “술 빚는 방법이야 비슷하지만 같을 수는 없지유.그래서 똑같은 술이라도 빚는 사람마다 맛이 달러유.아니 지가 빚는 술도 빚을 때마다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나유.” 그래서 술은 ‘만든다’ 하지 않고 ‘빚는다’고 하나 보다.예술하는 이들이 저마다의 예술 세계를 추구하며 그림이나 조각을 ‘창조’하듯,술도 미세하지만 빚는 이만의 맛이 담겨있는 것이다. 소곡주 맛은 달고 그윽하다.이는 술 빚을 때 들어가는 들국화가상당 부분 작용한다는 게 우씨의 설명.들국화 자체의 그윽한 향과 잡균에 대한 강한 살균력으로 잡미를 없애 곡주 그대로의 감칠맛을 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생하는 들국화를 채취해다가 말려서 썼는데,이젠 여의치 않아 고민입니다.” 나장연씨는 술 생산량이 늘면 결국 들국화도 재배해서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제조과정도 다른 약주와 조금 다르다.우선 술을 빚을 때 물을 절반 정도만 써 알코올 도수(18도)가 약주치고는 꽤 높은 편.또 다른 약주는 효모균이 알코올을 만들 때 전분에서 나온 당분을 모두 소모하지만,소곡주는 절반 정도만 소모,남은 당분이 술 맛을 달게 한다.대개의 약주는 사라진 단맛을 내기위해 올리고당이나 아스파탐 등 인공적으로 당을 가미한다. 나씨는 어머니로부터 소곡주 제조 기능을 전수받았지만 맛의 개선에 관심이 많다.젊은 세대의 미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누룩 특유의 냄새가 문제지요.예전의 어르신들은 누룩에서 나는 묵직한 맛을 좋아했지만 젊은 세대들은 가볍고 깨끗한 맛을 좋아합니다.누룩이 아닌 효모균만을 넣어 빚은 일본의 청주 같은 술 말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소곡주는 그대로 보존하되,이를 개선한 술도 빚을 수 있기를 바란다.이는 단순히 상업적 차원이 아니라,우리 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유럽이나 일본에서도 명주를 빚는 집안에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더 좋은 맛을 창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전통식품 관련법상 민속주로 지정돼 제조면허를 받은 것은 재료나 방법을 조금이라도 달리하면 술을 생산할 수 없어 제도적으로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한산소곡주는 현재 약주(18도)와 증류식 소주(43도) 두가지로 나온다.주도를 더 낮춘 13도짜리도 곧 나올 예정이다. “명절 때가 아닌,평소에 누구나 마시는,특히 젊은 세대들이 즐겨 찾는 소곡주를 빚고 싶습니다.” 모자의 꿈이 마치 술잔에 담긴 소곡주의 고운 빛깔만큼이나 담박했다. 서천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 한산소곡주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에서 빠져 서천읍내를 지나 23번,29번 국도를 차례로 갈아타면 한산모시마을에닿는다.모시관 건너편에 한산 소곡주 공장이 있으며,모시관 옆 특산물 판매장에서 소곡주 시음 및 구입이 가능하다.소곡주공장(041-951-0290).신성리 갈대밭은 모시마을에서 금강 방향으로 차로 10분 정도 가면 나오며,금강하구둑은 모시관에서 29번 도로를 타고 15분쯤 남쪽으로 달리면 닿는다. 한산소곡주 따라 만들기 ●준비물 찹쌀,멥쌀,누룩(통밀을 쓴 것),들국화 말린 것,메주콩,엿기름,생강 각각 한줌씩.홍고추.들국화는 경동시장 등 한약재시장에서 살 수 있다. ●빚는 법 멥쌀 2.4㎏을 빻아 떡(백설기)을 찐다. 백설기를 누룩가루(1㎏)와 혼합해 독에 넣고 물 8ℓ를 부어 섞어서 밑술을 만든다. 3∼4일간 밑술을 발효시킨다. 찹쌀 8㎏으로 고두밥을 짓는다. 누룩가루 1㎏ 및 들국화 말린 것,메주콩,엿기름,생강을 각각 한줌 정도 고두밥, 밑술과 혼합한다. 덧술에 홍고추를 꼽아 서늘한 곳(섭씨 15도 정도)에서 100일간 발효,숙성시킨다. 용수를 박아 술을 떠낸다.용수를 구하기 어려우면 베보자기 등에 덧술을 담아 짜내도 된다. ●여행명소 겨울철엔한산 소곡주 공장이 있는 한산모시마을,마량포구,금강하구둑,신성리 갈대밭,희리산 자연휴양림이 가볼 만하다.모시마을에선 그 유명한 한산 세모시를 구경하고,구입도 할 수 있다. 충남 장항과 군산을 잇는 금강하구둑 주변은 철새들의 천국.청둥오리,고니,붉은부리 갈매기 등 겨울철새 수만 마리가 연출하는 군무를 하루에도 여러번 감상할 수 있다.다른 철새 도래지와 달리 먹이를 주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가까이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금강변에 펼쳐져 있는 폭 200m,길이 1㎞의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으로 유명해진 곳.저녁 무렵 금강의 금빛 물결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마량항은 해돋이와 동백숲이 유명한 곳.서해에선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종천면 산천리의 희리산 자연휴양림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해송 휴양림으로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한다.숲속의 집과 야생화 관찰원,저수지 등이 주변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서천군 문화공보실(041)950-4224. ●맛집 서해안은 간재미가 제철이다.모양은 홍어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다.값은 홍어보다 싸지만 맛은 홍어 못지 않아 날씨가 추워지면 간재미를 찾는 발길이 잦다.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먹을 수 있다. 서천에선 대부분의 횟집에서 간재미를 낸다.마서면 당선리의 ‘해강’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은 식당.이곳에서 내는 간재미 요리는 회와 회무침 두가지.연한 뼈째 두툼하게 저민 회는 기름소금에 찍어 상추에 싸서 먹거나 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고소하면서 연골과 함께 살점이 씹히는 맛이 일품.달콤한 소곡주 맛과 잘 어울린다.회무침은 매콤달콤한 양념맛 때문에 여성과 아이들이 좋아한다.간재미 회는 한 접시에 1만 8000원.둘이서 먹을 만하다.회무침은 2만 5000원.(041)956-8885.
  • 주부가 2년새 아파트12채 투기/국세청 적발 사례… 기업주 비자금조성 30억대 매입도

    국세청은 지난 한해 동안 부동산투기혐의자 5338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세금 3395억원을 추징했다고 13일 밝혔다.또 부동산중개업법 위반 등 관련법규 위반자 1379명을 적발해 관계기관에 통보하고,39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새로 적발된 투기사례는 다음과 같다. ●가족등 명의 61억어치 사들여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양모(51)씨는 2001년 10월 이후 타워팰리스 등 강남 일대의 아파트와 상가,오피스텔 등 10채와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2채를 합해 모두 6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본인과 가족 명의로 취득했다.양씨는 전매차익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 등 6채는 처분하고 나머지 6채는 갖고 있다. 국세청은 양씨에 대한 자금출처 및 양도소득세 조사를 통해 양씨가 남편 김모(54·회사원)씨에게서 10억 2300만원을 증여받은 사실을 적발,증여세 1억 1100만원과 과소신고한 양도세 3600만원 등 1억 4700만원을 추징했다. ●기업주가 회사 돈으로 투기 장비 임대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1)씨는 2002년 타워팰리스 아파트 67평형을 15억원에,지방에있는 임야 10만평을 22억원에 각각 사들였다.조사결과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의 매출액을 8억원 누락하고 13억원을 가지급금으로 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 20여억원을 조성,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사용했다.김씨는 매출 누락 등에 따른 법인세 7억 6100만원,부가세와 소득세 1억 300만원 등 모두 8억 6400만원을 추징당했다. 강남구에 사는 홍모(44)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부동산투기를 했다가 3억 6600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홍씨는 부산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3월 타워팰리스 아파트 49평형을 8억 5100만원에 사들였다.앞서 2001년 4월에는 강남구 대치동 상가 455평을 31억원에 각각 매입하는 등 2000년 이후 모두 53억 51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했다.홍씨는 본인 소유 섬유업체의 매출액 6억 300만원을 누락시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사용했다. ●증여자금으로 부동산 매입 후 세금 탈루 강남구에 사는 주부 신모(42)씨는 친정 아버지에게서 5억원을 증여받아 아파트를 매입했으나 증여세 공제를 더 받기 위해남편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허위신고했다가 1억 1700만원을 추징당했다. 광진구에 사는 이모(59)씨는 부동산 양도대금 36억원을 부인 계좌에 입금시킨 뒤 부인과 자녀 명의로 정기적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했다.이후 정기적금 등을 해약해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활용했다가 증여세 1억 9100만원을 추징당했다. 오승호기자 osh@
  • 현대 경영권관련 역할에 관심/김병훈 현대택배 사장

    ‘해결사역인가,아니면 측근 배려인가.’ 김병훈 사장이 현대택배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것을 두고 나오는 재계주변의 평가다. 현대택배는 연간 매출이 4000억원대로 현대그룹내에서는 그리 큰 기업은 아니다.그런데도 김 신임 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김 사장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고등학교(보성고) 동창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합 뚫고 택배사장 입성 지난해 말 현대그룹 인사 때 가신군(群) 가운데 한명인 강명구 현대택배 회장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자리다툼이 제법 치열했다.전현직 현대맨 2∼3명이 거론됐고,계열사 사장이나 측근들은 서로 다른 사람을 민 것으로 알려졌다.측근들간 암투설마저 나돌았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정은 회장은 김 사장을 낙점했다.이를 두고 향후 그룹경영에 대한 현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로열티(충성심)가 강한 사람을 골랐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정 회장과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것은 물론타계 직전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친구 5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졌다.따라서 현 회장이 김 사장을 알고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현 회장은 그런 그를 택배 사장으로 임명,경영권 분쟁의 와중에서 조직안정을 기하고 앞으로 그룹 발전 방향의 한 축인 물류산업 강화를 위한 다목적 포석을 했다는 분석이다. ●고비 때마다 어려운 일 맡아 김 사장은 지난 7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재무담당,현대건설 인사담당,현대전자(현 하이닉스) 관리담당을 맡는 등 그룹의 핵심부서를 두루 거쳤다. 김 사장은 현대전자와 LG반도체와의 합병 이후에는 LG의 공장이 있었던 청주사업장 총괄담당 전무로 두 조직간 융합을 책임지기도 했다.이질적인 조직간 합병으로 노조의 반발이 거셀 때였던 만큼 이를 화학적으로 융화시키라는 정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었다. 김 사장은 2년여 만에 직원들의 인화단결을 이끌어냈다.상하직원들간 상호평가에서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임원’으로 꼽히기도 했다.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데에도 김 사장이 한몫했다는 게 하이닉스 관계자들의 평가다. 김 사장은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진작부터 현대그룹 입성 얘기가 나왔었다.그러나 그는 하이닉스에서 맡은 일을 좀더 정리한 후에 가겠다며 고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도 현대택배 사장에 임명된 후 세간에서 정몽헌 회장의 친구라는 점이 부각되자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정 회장이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친구인 것만은 맞다.”고 밝힐 뿐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직원 조회나 이후의 임원 회의에서도 김 사장은 ‘변화와 투명경영,대고객서비스 강화’ 등을 강조했을 뿐 그룹이나 정 회장과 관련된 얘기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올 설 물류수송 특수를 앞두고 직접 배송에 나설 계획이다.현장에서 일을 해야 택배업무를 쉽게 배운다는 생각에서다.아직은 택배에만 시선이 머물고 있는 김 사장이 경영권 위기에 봉착한 현대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어떤 인센티브 받나/담당부서 직원구성·임용권 부여

    중앙인사위는 중앙부처 국장급 인사교류 활성화를 위해 인사·급여상 인센티브 등 몇가지 ‘당근’을 제시했다. 우선 맞교환되는 국장(급)은 파견 근무부처에서 ‘귀빈’ 대우를 받는다.관할 부서의 직원구성권과 임용권을 최대한 부여받기 때문이다. ●부처복귀때 승진 우선권 뛰어난 국장이라도 처음 경험해 보는 부처에서는 ‘왕따’되기 십상이다.업무 자체도 어벙벙해 제대로 손에 잡힐 리가 없다.중앙인사위는 이런 점을 감안해 트레이드 국장들에게 ‘충분한 배려’를 하기로 했다.국장들이 수족격인 과장·계장급으로부터 보좌를 받는 것이다.하지만 이것은 강제사항이 아니다.중앙인사위 관계자가 “장관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또 맞교환되어 다른 부처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업무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승진할 수 있다.‘친정’ 부처로 복귀한 뒤에는 승진에서도 우선권을 보장받을 뿐만 아니라 희망하는 보직에 최우선적으로 임명된다. ●교환국장 月70만~80만원 수당 금전적 혜택도 있다.행자부는 ‘국장급 교류파견 보전수당’을 신설,개방형직위에 대한 보전수당처럼 2급에게는 30만원,3급에게는 20만원을 각각 지급키로 했다. 여기에다 맞교환일 경우 50만원을 일률적으로 추가 지급키로 해 맞교환 국장들은 매달 70만∼80만원의 수당을 더 받게 된다. 이외에도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중앙인사위 이성렬 사무처장은 “(맞교환 국장은)정부 내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로 양성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런 측면을 감안해 보완적 장치를 계속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김영희 이혼클리닉 - 만남, 사랑 그리고 헤어짐]무능한 남편, 갈라서고 싶습니다

    35세 주부입니다.여섯살,네살 난 아들,딸이 있습니다.7개월 전 직장에서 해고된 남편(39세)은 일자리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온갖 신경질에다 손찌검까지 합니다.이혼하고 싶습니다.길을 가르쳐 주세요.-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장은영(가명) 장은영씨.지금 우리나라에는 정리해고 당한 실업자가 20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정부가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얼마 전 모 은행지점 차장이 “요즘엔 전화벨 소리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더군요.다섯 식구 생명줄인 직장에서 명퇴하라는 전화가 올까봐 그렇답니다. 3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손발이 다 잘린 듯 밤낮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은영씨 남편은 자신은 인생의 낙오자란 심정으로 마음속으로 자살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아이들 기죽이지 않고 잘 키우고 싶은데 돈 한푼 못 벌고 있는 남편이 온갖 신경질에다 손찌검까지 하니 정말 속이 뒤집히겠지요.괴로운 마음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은영씨.세상에는 도박·외도·가정폭력·알코올중독·무단가출 등 별의별 행동으로 가정을 뒤흔드는 남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원수,원수하면서도 헤어지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은…,아마도 그것이 부부인가 싶습니다. ●경제적 불화로 가정이 깨진다면… 은영씨.우리 이혼을 생각해 봅시다.이혼당한(?) 남편은 그 충격으로 폐인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또한 파괴된 가정 속에서 두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요?지금은 이혼하고 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것 같지만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칠 수 있다는 걸 꼭 생각해 보세요.정말 뜻대로 안되는 게 세상사거든요.한 가정이 경제적인 불화로 파괴된다면 가정의 소중함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은영씨.오늘 나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16년 전 어느 날,출근했던 남편이 1시간도 채 안돼 돌아와선 “나 사표 던지고 왔어.”라고 하더군요.성품이 대쪽 같은 남편은 타협이나 두루뭉술 넘어가는 게 없어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었기에 ‘올 것이 왔구나.’생각했습니다.“여보 잘했다.당신 그동안 일만 했어요.당신같이 실력있는 사람 어디서 찾아? 우리 제주도 갑시다.신혼여행 간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네.”라고 했습니다.남편의 마음속에 끓고 있을 울분을 생각하며 가슴속에서 철철 눈물이 흘렀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얼마나 속상했으면 사표를 던졌을까.호랑이는 배고파도 풀을 먹지 않는다지….남편이 집에서 쉬고 있는 동안 그때그때마다 남편의 지갑에 용돈을 채워 주었어요.친구들 만날 때 얄팍한 지갑 때문에 기죽을까봐 친정에서 돈을 얻어서라도 그렇게 했지요. ●“사랑과 용기로 고비를 이겨봐요” 1년 넘는 남편의 실직으로 집안 사정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나보다 몇 백배 더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을 남편이 안쓰럽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커피나 과일을 내놓을 때도 아꼈던 예쁜 그릇을 꺼내 썼고,단 한번도 궁색한 형편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남편을 사랑해서라기보다 부부 사이엔 사랑보다 더 진한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남편은 그때의 내 배려가 참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은영씨.지난해 11월 뉴스를 통해 남극 세종기지 연구대원들의 안타까운 조난소식을 들었지요.체감온도 영하 30도의 눈보라 폭풍 속에서 그들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체온으로 감싸 안으며 반드시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과 용기’로 극한상황을 견뎌 냈기 때문이었습니다.희망은 빛이고,모든 것을 가능케 하며,우리에게 기적을 만들어 줍니다. 은영씨.지금 남편에겐 하늘 아래 당신밖엔 아무도 없습니다.은영씨는 생명수입니다.지금 남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자포자기입니다.당신만이 남편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오늘밤 애들 잠재워 놓고 아파트단지 벤치에 앉아 남편 손을 잡고 “당신을 사랑해.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애들과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며 남편 가슴에 안겨보세요. 길은 반드시 있습니다.어려운 인생 고비를 믿음과 사랑,이해와 용기로 극복해 나가는 것,그것이 인생승리 인간승리입니다.결혼은 사랑도 중요하지만 의무와 책임도 따라야 합니다.은영씨 가정이 다시 예전처럼 행복해지는 날 두고두고 남편에게 큰소리쳐가며 사세요.슬기와 인내로 위기를 극복해준 당신에게 한없는 고마움과 존경심을 가질 것입니다.
  • 100세를 사는 사람들/“채식·소식이 장수 비결이제”

    삶을 좀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는 없을까.누구나 바라는 소망이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그렇다면 우리나라 장수벨트인 전북 순창,전남 담양·곡성·구례군에서 100세를 넘긴 초장수인들의 삶은 어떤가.“100살은 살아야제.”라는 우스개 말처럼,1세기를 살고도 치매는 커녕 총총한 기력을 과시하는 이들의 남다른 모습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지난달 15일 전북 순창군 팔덕면 창덕리 동고마을을 찾았다.마을 앞 표지석에 장수마을이라는 글씨가 반긴다.설양님(102) 할머니는 막내 딸 이금옥(68)씨와 외손자 부부 등 3대가 함께 살고있다.이미 고손자를 봤다.딸은 “어머니가 3년 전부터 눈이 안보이신다.하지만 하루 세끼도 양은 적지만 꼬박꼬박 챙겨 드신다.”고 했다.“일평생 뭘 많이 드시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딸의 말에,할머니는 “괴기(고기)보다는 두릅이나 취 같은 산나물을 뜯어다 섞어서 많이 묵었제라.”라며 거들었다.할머니는 거동만 불편할 뿐 귀도 밝고 듬성듬성하나마 이도 남아 있고 혈색도 좋아 잔병치레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지금껏 술·담배와는 남이다.할머니는 친정 동기간 6남매 중 80살이 넘은 막내와 둘만 남았다. ●푸성귀 반찬에도 세끼 밥은 꼭 먹어 전남 곡성군 입면 금산 4구 택촌마을 이숙영(103) 할머니는 기자가 방안에 들어서 사진 좀 찍겠다고 하자,며느리 양정순(82)씨 한테 “사진 찍을라먼 빗 가져오니라.쉐타(스웨터)도 좋은 놈으로 가져오고”라며 언성을 높였다.16살에 시집 온 며느리는 웃으면서 “엄니하고 고부간에 좋게 지냈어요.바깥양반 살아 있을 때도 한방에서 둘이 자곤 했는디”라며 빗을 찾았다.할머니의 유일한 낙은 담배다.요즘도 1갑을 해 치운다.가끔 술도 한잔씩 한다.“가슴애피(답답증)가 올라오먼 담배라도 피워야 내려간다.”고 며느리가 해명했다.보고 듣고 말하는 데 불편함이 별로 없었다.푸성귀 반찬에 세끼를 거르지 않고 집앞 텃밭도 가꿀 만큼 정정하다. 구례군 구례읍 원방리 이복덕(100) 할머니가 사는 양옥의 현관 초인종을 몇번 누르자 증손자인 박승연(4)군이 쪼르르 달려 나왔다.할머니를 찾자 “할무니병원 갔는디”라고 맞받았다.되돌아 서려는 데 방안에서 할머니가 나왔다.손자는 “아아 우리 상할머니”라며 웃었다. 할머니는 큰 소리로 가까이서 말해야 알아듣는 것 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맵시있고 고왔다.식사도 잘하고 치아도 거의 완벽했고 얼굴색도 갓 60을 넘었을 정도로 보일만큼 밝았다.“따뜻하먼 밭도 메고 힘 안들고 하는 가벼운 일은 하제”라고 힘줘 말했다.먹는 것 입는 것 탓하지 않고 “그러려니.”하고 살았다고 한다.반대로 며느리(68)는 요즘 위가 안좋아 병원 출입이 잦다.“어머니는 뭐든 잘 드시지만 돼지고기는 중풍에 좋지 않다며 젊어서부터 안드셨다.요새도 양말을 신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시다.”고 자랑했다.할머니 동기간도 수를 누리는 장수집안이었다.4남 1녀 중 남은 남동생(97)과 여동생(80)도 건강하단다. 대대로 장수마을인 담양군 대전면 태목리에 사는 이도음(103) 할머니는 취재한 100세인들 가운데 단연코 으뜸이었다.6남매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살면서 손수 연탄 갈고 전기밥솥에 밥도 지었다.가난의 굴레가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아 건강을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살며 밥 짓고 밭일도 ‘척척' 마당 한쪽 20여평에 기른 마늘이 한뼘 이상 올라와 싱싱했다.허리가 구부정할 뿐 눈·귀가 밝고 군수가 준 지팡이도 걸어두고 쓰지 않았다.할머니는 “그때는 먹을 것이 없었어라.젊어서도 괴기만 묵으면 몸뗑이에 두드러기가 났응께.태어나 처음으로 작년에 병원이란 데를 가봤당께”라며 또박또박 설명했다.허리 한번 맘놓고 펼 시간없이 힘든 일평생이었다.일할 때 텁텁한 막걸리는 허기도 채워주고 힘도 나게 했다.먹고 자고 입는 것 등 어느 하나 변변한 게 없었다.친정 동기간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먼저 갔다고 한다. 이곳에서 30리 떨어진 봉산면 기곡리 연산마을 양덕술(103) 할머니는 청력을 완전히 잃었으나 꼿꼿한 자세만큼은 여전했다.전주이씨 종갓집 6대 종부이니 오죽했겠는가.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었다.지금도 스스로 화장실 가고 거동할 수 있다.며느리 최미순(73)씨는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아무리 아파도 절대 죽을 드시지 않고 적게 드시더라도 꼭 밥을 달라고 하셨다.”고 건강비결을 들었다. 이처럼 100세인들은 보통사람들의 삶과 사뭇 다르지 않았다.허리춤이 시릴 정도로 배고프고 춥던 시절을 몸으로 부대끼며 살았다.입에 풀칠하느라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길쌈질에 논·밭일에 시달렸다.잠도 충분치 못했다.하지만 한결같이 소찬에 꽁보리밥이었지만 가리지 않고 맛있게 이웃들과 나눠가며 먹었다.오늘날 장수법의 공식으로 여겨지는 소식(小食)처럼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또 이들은 맘이 넉넉하고 성질이 유순했다.장수벨트에 사는 100세인 28명 가운데 할아버지는 단 한명도 없었다.대대로 장수하는 이복덕 할머니를 빼고는 가족중에 특별한 장수인도 없었다. 전남 곡성·구례·담양,전북 순창 남기창기자 kcnam@ ■담양 오계1리 주민들의 ‘건강한 삶' 장수마을인 전남 담양군 담양읍 오계 1리는 39가구에 주민 106명으로 65세 이상이 27명이고 80세 이상이 11명이다. 65세 이상부터 80세 이상 비율이 40.7%나 돼 군 전체(19.4%)보다 두배 이상 높다. 오계 1리는인동 장(張)씨 집성촌이다.이웃간에 성님(형님) 동생하며 정답게 산다. 담양읍이지만 더 이상 못가는 막장이어서 지형상 ‘소쿠리 속 같다.’는 마을이다.때문에 한국동란 때 피란민들이 들끓었다고 한다.농토가 풍족지 않아 농한기에는 대바구니와 베짜기로 생계를 꾸려온 전형적인 농촌이다. 80세 이상자 가운데 남자는 장문열(90)씨 등 2명뿐이다.겨울에는 마을회관에 모두 모여서 고구마를 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마을 내력을 소상히 알고 있는 노인회 장규환(71) 총무는 “우리 마을은 대대로 장수마을인데 소나무 우거진 산으로 둘러쳐진 형상이 옥녀가 가야금을 타는 ‘옥녀탄금(玉女彈琴)’ ”이라며 명당자리임을 강조했다.이어 “마을이 삿갓봉 아래에 자리해 배수가 잘되는 배산임수형”이며 “장수하는 데 따로 방법이 있는 게 아니고 자연에 맡기고 살아야 수를 누린다.”고 진단했다. 며칠 전 마을회관에 모인 70세 이상 노인 14명은 입을 맞춘 듯 장수비결로 마을 앞 공동샘을 들었다.바가지나 두레박으로 퍼올리는 샘이 아니고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이 사시사철 넘쳐나는 샘이다.어려서부터 마시기 시작했는 데 지금도 그 물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장금례(89) 할머니는 도움없이 걸어다니고 식사도 곧잘 한다.진정임(88) 할머니는 “시집 올 적부터 물맛이 꿀맛 같았제.”라고 회고했다.김묘례(81) 할머니는 “피부가 새색시처럼 뽀얗다라는 말을 듣는 디 물 때문이 아닌가 싶구만요.”라고도 했다. 김봉이(85)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닐 때 뒤뚱거릴 뿐 다른 데는 별달리 아픈데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14명 가운데 흡연자는 5명이었다.하루 1갑을 피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10개피 이내였다.일할 때 이외에는 막걸리도 입에 대지 않았다.이들 가운데 속이 아프거나 지병 등으로 식사를 못하는 노인은 한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유달리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나물과 야채 등 소찬에다 꽁보리밥에도 감사했다고 한다.평생 동안 논·밭일, 집안일에 매달렸다. 연세가 높은 이들이었지만 느닷없는 낯선이의 방문에도 회관 방바닥을 걸레질하며 자리를 비켜줬고 몸둘 바를 몰라 할 정도로 순수한 맘을 간직하고 있었다. 1시간 넘게 취재하는 동안 담배 한모금은 커녕 다리 한번 뻗질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겸손의 미덕을 간직하고 있었다. 담양 남기창기자
  • “작년 광주경선 이후 盧 순수한 성정 변질”유종필 민주대변인 주장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공보특보를 지낸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 25일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관련,“노 대통령의 매력인 순수한 성정이 권력에 노출된 이후 변질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나 자신도 노 대통령의 언변에 한때 매료된 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광주경선을 거치면서 너무나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추미애 의원은 노 대통령 지지 운동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지만 차마 나는 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내 입으로 후회한다는 말은 못하겠다.”면서도 “그러나 한때라도 모셨다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유 대변인은 “광주경선과 대전,충남경선을 거치며 노풍(盧風)이 불기 시작하자 주변에서 노 후보를 ‘미래의 권력’,‘예고된 권력’으로 대하기 시작했고 노 후보 본인도 미래의 권력자처럼 행동했다.”면서 “후보로 확정된 이후 권력에 노출된 노 대통령의 언행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에 민주당내에서도 완전한지지를 얻지 못했고 지지도도 떨어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때 지근거리에서 노 대통령을 모셨던 나도 대통령이 입을 열 때마다 부끄러울 때가 많은데 지금도 대통령을 극진하게 모시는 사람들은 노 대통령의 언행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겠느냐.”면서 “노 대통령이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런 언행을 안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장전형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친정인 민주당을 박살내고 나만 살겠다는 놀부심보에서 나온 것”이라며 “노무현 배신당을 찍으면 나라 망한다.”고 논평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이집이 맛있대요/대전 진로집 ‘두부 두루치기’

    ‘두루치기’라는 음식 용어를 보편화시킨 식당으로 사람들은 대전 중구 대흥동 ‘진로집’을 꼽고 있다.이 집의 주요 메뉴는 ‘두부 두루치기’. 지난 69년 문을 열었다.친정 어머니에게 물려받아 2대째 이 식당을 운영하는 남임순(57)씨는 “음식을 데치고 볶는 것을 보고 손님이 ‘두루치기’라는 이름을 붙인 뒤 이 말이 일반화됐다.”고 주장한다. 오희중 대전 대덕구청장은 “오래 전부터 먹던 음식이라 가끔 찾아 즐긴다.”고 말했다.대전에서 검사 생활을 했던 이한동 전 국무총리도 대전에 오면 반드시 들른다고 남씨는 전했다. 개점 당시부터 거래하는 집에서 떼어오는 이 집의 두부는 부드러운 게 특징.두부 두루치기는 두부를 멸칫국물에 담가놓았다가 참기름과 파,고춧가루,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어 양재기에 살짝 볶은 뒤 손님상에 내놓는다. 맵고 칼칼하면서도 고소한 뒷맛이 오래간다.먹고 남은 국물에 삶은 국수를 비벼먹으면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두부전’도 많이 찾는다.두부를 큼지막하게 썰어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데친 전은 무척 고소하다.두부가 흐물흐물해 이가 시원치 않은 노인들의 술안주로도 인기다.값도 싸 요즘처럼 불경기 때 부담없는 외식거리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 배구 V-투어/몸 덜풀린 ‘김호철 배구’

    시간이 좀더 필요한 것일까.‘명가 재건’의 특명을 안고 세계최강 이탈리아의 청소년대표팀 감독직도 버리고 ‘친정’ 현대캐피탈로 복귀한 김호철 감독이 초반 2연패로 고개를 떨궜다. 현대는 2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배구 V-투어 1차대회에서 ‘돌풍의 팀’ 대한항공을 만나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2-3으로 패했다. 지난 20일 상무에 0-3으로 완패한 현대는 이날 패배로 2패를 기록,3개팀으로 이뤄진 남자부 B조 최하위로 처져 1차대회 예선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반면 신인왕 후보 장광균이 팀내 최다인 26점을 올린 대한항공은 2연승으로 B조 선두에 올라 1차대회 준결승에 진출했다. 김 감독은 경기 내내 목이 쉬도록 선수들을 독려하고,다양한 용병술을 펼쳤지만 최근 몇년간 밑바닥까지 내려간 팀의 전력을 단숨에 끌어 올리지는 못했다. 김 감독은 그러나 초라한 성적표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그는 “상무와의 첫 경기보다는 훨씬 나아졌고,앞으로 계속 나아질 것이니 시간을 좀 달라.”고 말했다. 현대의 패인은 서브 범실.대한항공보다 9개나 많은 21개를 기록한 것.그러나 김 감독은 계속해서 강서브를 주문했다.범실을 해놓고 멋쩍어하는 선수들에게는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김 감독은 “가장 시급한 것은 자신감”이라면서 “코트에서의 자신감은 스파이크 서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강서브가 제대로 들어가면 상대는 자연히 속공을 할 수 없고,오픈 공격에 의존하기 때문에 장신 센터가 즐비한 현대는 블로킹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제 겨우 취임 한 달을 넘긴 김 감독은 “아직 우리팀조차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예선 탈락이 오히려 2차대회 준비에 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한국전력을 3-0으로 물리치고 2연승,A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하프타임/올랜도 3연승… 탈꼴찌 가시권

    미국프로농구(NBA)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올랜도 매직)가 ‘에어 캐나다’ 빈스 카터가 이끄는 친정팀 토론토 랩터스를 상대로 화력 시위를 벌이며 팀의 3연승 행진의 선봉에 섰다.지난 시즌 득점왕 맥그레이디는 22일 열린 03∼04시즌 토론토와의 원정경기에서 양팀 최다인 29득점과 5리바운드,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104-93 승리를 이끌었다.이로써 시즌 초반 개막전 승리 후 19연패의 수렁에서 허덕인 올랜도는 3연승 상승세를 타며 7승21패로 동부콘퍼런스 대서양지구에서 워싱턴 위저즈(8승17패)를 2경기차로 추격,꼴찌 탈출에 파란불을 밝혔다.
  • 장모·사위 갈등시대/ “친정어머니·남편 갈등 때문에 괴로워”

    직장생활을 바라는 여성들은 결혼을 해도 친정 가까이에 머물기를 원한다.집안 일은 물론,육아문제에 있어서도 친정 어머니의 도움없이는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또 ‘사위도 자식’이라며 사위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 처가에서는 ‘장인·장모도 부모’라고 당당히 요구하게도 됐다. 이를 어떤 이들은 ‘여성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거나,‘신 모계사회’라고 거부감을 표현한다.그러나 남성들은 알고 있다.이는 주도권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타협이자,선택이었다는 사실을.그런데 문제는 처가 가까이에 살면서 생기는 사위와 장모간의 갈등이다.‘고부 갈등’이 아니라 ‘장모-사위 갈등’이 이 시대 가족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더욱이 사소한 신혼생활의 갈등에 장모가 개입해 돌이킬 수 없는 이혼으로 치닫고 말았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딸 이제 더 이상 ‘출가외인' 아니다 김정국(가명·34·회사원)씨는 “왜 옛말에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한다.’고 했는지 알겠다.”고 말문을 열었다.“아내가 원했고,아이 돌보기도 너무 어려워서 살던 집을 전세주고 처가 근처로 이사했어요.그동안 우리 부부는 전혀 불편이 없었는데 장모님이 우리 살림에 개입하면서부터 일일이 제 생활이 지적당하는 겁니다.‘왜 김서방은 집안일은 손도 까닥 안하느냐?’‘김서방은 왜 그렇게 술자리가 잦느냐?’그러다보니 아내도 불평을 터뜨리기 시작했고,사사건건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라고 이야기하는 아내와 하루 걸러 싸우고 있습니다.요즘 같으면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요.아무래도 이혼하지 않으려면 처가에서 멀리 이사를 해야겠어요.” 신효선(가명·32·교사)씨는 친정어머니와 남편 사이의 긴장관계때문에 괴롭단다.“여자도 똑같이 직장도 갖고,동등한데 왜 옛날식 남편노릇을 하려느냐?”고 사위에게 불만이 많은 친정 어머니는 요즘 4살난 딸을 돌봐주면서도 “신명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하고,남편은 남편대로 “우리 장모님은 내가 마음에 안 드시나봐.씨암탉은 고아 먹이지 못해도 타박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불평하기 때문이다.“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을 맡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고민 중이예요.엄마의 그늘 속에 있으니 몸은 편안해도 마음은 더 힘들어졌어요.정말 중간역할이 힘들어요.” 정현옥(67·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아파트도 사줬고,사업자금도 대줬는데 정작 ‘자식노릇’은 하지 않는 사위에게 불만을 터뜨렸다.“다 소용없는 일이야.사위도 자식이라고 생각하고,사업 시작하겠다고 할 때 자금도 줬지.그렇지만 효도는 자기 부모에게만 하는 거야,장인 장모는 여전히 남이야.필요할 때만 부모라고 하고…” ●사위 대접받던시대 지났다 왜 장모들은 ‘100년 손님’이란 사위를 ‘대접’하지 않게 됐을까.이에 대해 장모들은 서슴지 않고 “세상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더이상 옛 사고방식으로 결혼생활을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더욱이 ‘젊은 남자’인 사위가 자신의 남편세대와 똑같은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것은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옥란(55·서울 마포구 연남동)씨는 이웃에 살고 있는 5살,3살난 외손주들을 돌봐주고,딸네 살림까지 도맡아왔다면서 사위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말했다.“여자도 떳떳하게 직장생활하고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딸이 직장생활을 하도록 돕고 있어요.하지만 사위가 친정엄마는 당연히 돕는 존재이고,시어머니는 앉아서 받는 존재라는 이분법을 갖고 있는 것은 싫어요.세상이 달라져서 남녀가 동등한데 왜 양가 부모에 대한 대접은 다른가요?” 또 다른 장모,진성숙(62·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씨는 딸의 아이를 돌보면서 “내가 쓸데없는 일을 자청했다.안보면 속 편하게 살텐데…”라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내 딸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사위가 똑같이 일하는 애 엄마에게 ‘아내노릇’을 강요할 때에는 화가 나요.요즘 남자들은 다 변했다는데 왜 내 딸은 옛날 내가 했듯이 직장 다니랴,남편 받들랴,애 돌보랴 그렇게 종종걸음을 쳐야하는지….세상 좋아졌다고들 하지만,직장가진 여자들은 옛날 여자들보다 나은 세상도 못 사는 것같아.” 한편 “매일 보는 사위를 어떻게 손님대접할 수 있겠냐?”라고 장모들은 말하기도 한다.결혼한 딸과 한 집에 살고 있다는 문혜선(64·서울 성북구 장위동)씨는 “사위가 대접을 바라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옛날에는 딸이 멀리 시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결혼이었으니,시어머니 눈밖에 날까 염려해야만 했고 남자들의 세상이었던 탓에 ‘딸가진 죄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더욱이 내 집에서 사위가 살고 있는데 술 마신 이튿날엔 술국 끓여줘,아이키워주고 있으면 됐지 더이상 어떻게 사위를 떠받들 수 있겠어요?” 흔히 남성들은 ‘고부갈등’을 ‘여자들이란…’이라는 말 한마디에 담아 여성들의 이기심,질투심,속좁음 등을 지적해왔다.여성들역시 ‘고부갈등’을 여성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다.‘나이든 여자는 젊은 여자를 질투하게 마련이다.’거나,‘여성의 적(敵)은 여성’이라는 말을 하며 당연한 ‘부정적인 여성성’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말들은 허구로 나타나고 있다.장모란 한 여성과 사위란 한 남성의 갈등,이를 뭐라고 해석해야 할까. ●친정어머니 영향력 갈수록 커져 우선 여성의 파워,어머니의 영향력이 가정 내에서 커져가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하나 혹은 둘 밖에 없는 자녀들에게 어머니의 정성과 관심은 때때로 지나치게 마련이라 성장해서 결혼하고,독립한 자녀일지라도 ‘보호대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더욱이 같이 살거나 가까이 살 경우,친정 어머니의 영향력은 지대해질 수밖에 없고,그 결과 새로운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한편 이혼에 대해서 50∼60대도 생각이 달라졌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을 것같다.“우리야 이혼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았던 세대지만 요즘 젊은 여성들이라면 ‘아니다.’는 판단이 서면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것이 현명한 자세 아니겠는가?”서현숙(61·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딸의 이혼을 솔직하게 말했다.‘결혼 잘 못한 것같다.’고 괴로워하면서도 좀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딸에게 “한번 뿐인 네 인생,남의 눈치 볼 것없다.”고 말했다.“친정 부모가 ‘출가외인’이라고 내치는 바람에 지난 세대 여성들은 더욱 외롭고 힘들게 살아야 했다고 생각한다.부모로서 딸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은당연한 일이다.부모 체면 때문에 딸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달라지는 장모라는 이름의 여성들,그들의 변화속도는 사위라는 ‘변화를 바라지 않는 또하나 기득권층’인 젊은 남성들의 변화를 훨씬 앞질러 달리고 있다.그래서 ‘이혼을 부추기는 장모’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사위와 장모,이들의 미묘한 긴장은 딸과 아내인 여성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물론 젊은 세대의 의존성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 허남주기자 hhj@
  • [맛 에세이] 우리 된장

    제가 음식에 관한 무지로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시댁과 친정에서 교대로 얻어다 먹는 된장이 마침 떨어졌기에 슈퍼에 가서 작은 된장을 하나 샀습니다.뚜껑을 열어보니 된장 빛깔이 연하면서 입자가 참 곱더군요.“파는 된장은 이렇게 고운가 보네.”하면서 된장을 다시마 우린 물에 풀고 호박·고추·두부를 넣고 끓여 식탁에 올렸죠.그런데 한 숟갈 입에 넣는 순간 뭔가 잘못 됐구나 싶더군요.된장찌개가 이상하게 들척지근한 것이 우리가 아는 된장 맛이 아니었습니다.아차 싶어서 된장을 들고 다시 보니 그건 왜된장이었습니다. 엊그제 경북 김천에 갔는데 그 기억이 나더군요.지인의 부모님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김천으로 내려가 된장을 만드신다는 얘기를 듣고 된장 구경을 갔거든요.예부터 그 동네가 된장으로 유명했다더군요.음력 정월이면 집집마다 메주 콩 삶아 찌는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했고요.그분의 홀어머님 역시 겨울이면 메주를 만들어 파시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콩밭이 과실수 밭으로 바뀌면서 우리 콩이 사라졌답니다.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우리 콩이 사라지고,수입 콩으로 만든 메주가 팔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게 아닌데 싶으셨던 거죠. 30년 전부터 고향 집 주위의 땅을 조금씩 조금씩 사들여 4만여 평의 땅을 확보하고 전국을 다니며 큼지막한 옹기 항아리를 모았답니다. 그리고 10년 전부터 우리 콩을 구해 시험적으로 된장을 담그기 시작했고요. 같은 50㎏에 우리콩은 15만원이나 하는데 수입콩은 3만원이랍니다. 퇴직 후 본격적으로 머물 집을 마련하고 볕바른 앞 마당에 그동안 모은 옹기 항아리 1000여개를 줄맞춰 놓고,동네 분들의 힘을 빌려 우리 콩으로 만든 ‘김천정월된장’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게 벌써 4년이 넘었다네요.음력 정월에 콩 삶아 메주 만들어 말리고 장 담가 석 달 후 된장이랑 간장 갈라내고,한두 해 더 묵히니 정성을 꽤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고 돌아오면서 저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우리 대(代)에서 ‘맛 나는 된장의 맥이 끊어지겠구나.’하는 생각에 좀 불안했거든요.그렇다고 나라도 꼭 배워서 된장을 직접담가 먹겠다는 용기도 없고,공장에서 매뉴얼대로 나오는 된장을 사먹기는 싫고,아이들에게 그런 된장을 사먹이기는 싫다는,막연한 불만만 키우고 있었으니까요.그런데 이렇게 1500여년 동안 내려오는 방식 그대로,우리 콩을 사용해 된장을 만들어 공급하는 곳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럽던지요.김천에서 들고 온 된장을 풀어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바글바글….맛도 맛이지만 맘이 참 편했습니다. 신혜연 월간 favor편집장
  • 딸들의 반란 / 대법, 18일 사상 첫 공개변론 -여성 宗員 배제 관습? 차별?

    “출가한 여성을 포함해 남녀노소 누구나 종원(宗員)이다.” “출가 여성은 종원이 아니다.” “성인 남성만 종원이다.” 대법원은 오는 18일 여성도 종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민사사건을 심리하며 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듣는다.공개변론에서는 원·피고측 변호인이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는 데 이어 대법원이 선정한 이덕승 안동대 교수,이진기 숙대 교수,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 등 참고인 3명도 각각 다른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호주제 변화에 이어 부계혈족주의 제도에 대한 또 하나의 논란을 대법원이 연구한 결과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종원과 종회 구별않아 문제 이번 심리의 최대 쟁점은 여성이 종원에서 배제되는 관습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에 위배되는지 여부다.합헌론자들은 종중은 수백년 동안 내려온 전통관습이라 주장한다.이승관 전 전례연구위원장은 “종중이란 성과 본을 중심으로 부계 조직으로 성인 남성만이 구성원”이라고 주장했다. 위헌론자는 “헌법은 물론 현행 민법도 지난 90년 개정된 뒤 가족 내에서 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민법상 딸은 호적을 시가로 옮기지만,신분상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특히 상속권이나 친정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도 아들과 같으며,제사도 주제할 수 있다. 이덕승 교수는 “대법원 판례는 종원과 종회 구성원을 구별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종원이란 공동선조의 자손으로 남녀노소 구별없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반면 종원 협의 모임인 종회는 구성원 자격을 성년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 교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성년여성에게 종회 참석권을 부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딸 허용하면 ‘외가 친입’ 우려 시집간 딸이 친가의 제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관습이란 점을 합헌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일부에선 남녀노소 모두 종원으로 인정하되 시집간 딸들은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진기 교수는 “시집간 딸에게 종중원 자격을 부여하면,성이 다른 외손이 제사에 참여하게 돼 공동선조에 봉사하는 종중의 고유의무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또 시집간 딸에게 재산을 분배할 경우 다른 집안에 종중재산이 넘어가게 돼 종중의 본질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위헌론자들은 “종중재산을 배분할 때 이미 종중재산의 고유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시집간 딸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또 시집간 딸을 종중으로 인정해도 부계혈족집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외손까지 종중 지위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여성을 종원으로 인정하면 앞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우리나라 3349개 본관별 종중 가운데 종중재산을 차등 지급한 곳 대부분이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손배소멸시효(3년)가 지나지 않았다면 종중은 재산을 재분배해야 한다. ●종중재산 불평등 분배에 ‘반란’ 용인이씨 사맹공파는 99년 3월 용인시 수지읍 성복리 일대 종중소유 임야를 매각했다.현금 350억원을 아들·딸들에게 불평등하게 배분하면서 소송에 휘말렸다. 성년 남성은 1억 5000만원,미성년 남성은 연령에 따라 1650만∼5500만원,미혼여성은 3300만원,시집간 여성은 2200만원을 받았다.시집간 딸인 이모(62)씨 등 5명은 “종중규약에 회원을 남성으로 제한하지 않았다.”며 2000년 종회회원 확인 소송을 냈다.그러나 1심,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 방청객 130명 선정 대법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방청권을 접수한 결과 475명이 방청을 신청했고 전자추첨을 통해 130명을 선정했다.대법원은 촬영을 위해 언론에 5∼10분간 법정을 공개한다. 대법원은 지난 10월부터 40일 동안 대법정을 공개변론에 적합하도록 개·보수했다.법정 내 소리울림을 줄이기 위해 흡음벽을 마련하고,원고·피고·참고인 발언대를 새로 설치했다. 또 사방 벽에 부착된 카메라 4대로 법정 모습을 생생히 촬영,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비상사태에 대비해 대법관 자리엔 비상벨을 설치했다. 정은주 기자 ejung@ ■원고측 / 황덕남 변호사 법원에서 선언한 종중원에 관한 관습은 전통적인 관습과 일치하지 않으며 사회 변화에 따라 현재의 관행 및 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종원의 범위를 명백히 하기 위한 족보에서 미성년자 또는 딸을 제외하는 경우는 없다.가족관계의민주화와 민법 개정을 통해 개개인의 인격이 중시되고 성 차별은 사라지게 됐다. 이제 여자들이 성묘와 제례에 참여하는 것이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여성에게 종중원의 자격이 없다는 판례가 유지돼,여성이 증조부 이상 선조의 성묘와 제례에 참여하는 것이 제한되고 있다.과거에는 매장이 일반적이었으나 화장률이 2000년에는 33.7%가 됐고,더욱 증가할 것이다.그만큼 분묘 수호에 관한 종중의 역할은 축소될 것이다. 종중원들 사이에서 종중재산의 관리 및 처분,수혜의 범위가 법적으로 문제되면 이는 상속재산의 다툼이다.이런 경제적 이해관계는 전통적인 개념 또는 법원이 최초로 종중에 관한 관습을 선언하던 당시의 종중에서는 예정된 것이 아니다. 여성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이들이 시가의 혈연으로 거론되지 않는 점,성과 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 등 제도 및 관행의 변경을 감안하면 피고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피고측 / 민경식 변호사 종중에 관한 이번 사건은 여성의 지위향상이나 양성평등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종중은 고유의 전통 관습으로 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종원 상호간의 친목에 목적이 있다.종중제도의 전통은 논어(論語)에서 효(孝)와 예(禮)의 중요성을 천명한 신종추원(愼終追遠·돌아가신 부모를 신중하게 모시고,먼 조상을 이어가며 추모한다)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국민적 추앙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여성(또는 남성)을 기리기 위하여 남편(또는 아내)과 아들,딸,손자,외손자들이 모여서 ○○○기념회라는 단체를 만든다면 종중이라고 할 수 없다.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이어간다는 본질적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호적법 제15조 4호에는 “호적에는 호주 및 가족의 성명,본,성별,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현행법상 처는 결혼하면 원칙적으로 남편의 호적에 입적하고 자녀들도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호주제를 폐지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설령 호주제를 폐지하는 법령이 공포되더라도 종중제도 관습이 쉽게 변할 리 없고,종중제도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변화하며 존속할 것으로 생각한다. ■종중 관련 대법판례 종중(宗中)은 고려 말,조선 초부터 부계혈족 중심의 가족제도와 조상숭배사상을 중심으로 발생한 개념이다.종중 개념이나 구성원 자격 등은 성문법에 없어 대법원 판례로 정해진다. 종중에 대한 첫 판례는 일제시대인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조선고등법원은 당시 한국의 관습을 판례로 정리했다.“한국 종중은 공동선조의 제사를 목적으로 한 종족단체”라면서 “종회 참석자는 호주”라고 명시했다. 해방 후 대법원은 비슷한 맥락의 판결을 내놓았다.66년에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남성을 종원으로 구성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라고 판시한 것이다.다만 “호주뿐 아니라 가정을 이룬 성인남자가 종회에 참석하는 것이 관습”이라고 범위를 다소 확대했다.또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기에 성인 남성이면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종원이 되고,탈퇴나 축출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92년 “여자나 다른 집안에 출가한 자,그 자손은 종중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게다가 여성 참여를 보장한 종중규약에 대해서도 “종중의 본질에 반한다.”며 무효를 선언했다. 종중의 전통적인 역할인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묘소를 관리하는 것이 성인 남성이란 이유다.거주지역에 따라 의결권을 부여하는 규약도 무효로 간주했다.따라서 한국국적을 포기하더라도 성인 남성이라면 종원으로서 자격은 유효하다.종중은 ‘자연발생적 단체’이기에 조직화 과정에서 종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확대한 것은 위법하다는 해석이다. 한편 대법원은 고유 의미의 종중이 아닌 종중 유사단체의 경우 구성원 자격이나 가입·탈퇴를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있다.유사종중은 단체규약에 따라 회원자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유사단체로 판단될 경우 규약에 따라 여성에게도 회원자격을 부여한다.지금까지 대법원이 유사단체로 인정한 사례는 4건.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도 높다. 이재성 전 대법관은 “대법원이 우리 관습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일본사람들의 잣대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지적했다.정귀호 전 대법관은 “출가하지 않은 성년 여성에겐 종원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1994년 40곳 종중 조사 안동지역 종중(宗中) 40곳 가운데 19곳이 여성을 종중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공개변론에 참고인으로 나올 이덕승 안동대 교수가 지난 94년에 이같은 결과를 논문집 법사학연구에 발표했다. 특히 안동권씨 대종회의 경우 20세 이상의 남녀뿐 아니라 안동권씨에 입적한 며느리도 종원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공개변론할 용인이씨 사맹공파도 종중규약 제3조에 “회원자격은 용인이씨 사맹공의 후손 가운데 성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미성년자도 나이가 어리다고 종중사업에서 제외시키는 일은 없었다.안동지방의 한 종중은 족보 편찬·대종회 회관 건축 등을 위해 돈을 모으면서 결혼한 사람에겐 6만원,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겐 3만원을 받았다.차별을 두지만,종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교수는 “아무리 어려도 종손으로 인정하는 관습에 따르면,성년 남성만을 종원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중의 장래성에 관한 물음에 종중 19곳이 “쇠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반면 11곳은 “지속될 것”,6곳은 “발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모르겠다.”는 답변은 4곳이었다. 정은주기자
  • 대선자금 수사 / 이상기류 崔측 “뭘 알아야 대응하지” 昌측 “한나라가 잘못 대응”

    대선자금의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한나라당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균열조짐이다.틈새는 이회창(왼쪽 얼굴) 전 총재와 최병렬 (오른쪽)대표,그리고 최 대표 등 당권파와 비당권파 중진들 사이에 나타난다. ●이회창과 최병렬의 엇갈린 시선 10일 아침 홍사덕 총무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얘기했다.“구명보트에 오르는 게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와 맞설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느닷없는 이 말은 분열에 대한 ‘경고음’이다. 대선자금 수사의 거센 파도에 출렁이면서 이회창 전 총재측과 최병렬 대표 진영의 ‘거리’가 멀어지는 듯 하다.최 대표의 핵심측근은 10일 “우리는 수술대에 묶인 환자”라고 말했다.“대선자금 내역에 대해 뭘 알아야 (검찰수사에)대응하고 말고 할 것 아니냐.”고도 했다.한 당직자는 “SK 100억원 밖에 없을까 했지만 이렇게 많이 터져나올 줄은 몰랐다.”고 이 전 총재 진영을 원망했다.이 전 총재가 직접 나서서 불을 꺼야 한다는 ‘결자해지론’도 나온다.핵심 당직자는 “이 전 총재가 감옥에가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감옥에 가고 당은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을 걸고 총력투쟁하는 것 외엔 다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옥인동(이 전 총재의 자택)쪽 생각은 다르다.당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본다.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대선자금 대 대선자금의 문제로 풀어야 했다.대선자금 대 측근비리의 구도로 몰고 가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최 대표측 대응을 비난했다.옥인동측은 특히 “최 대표가 이번 사건을 친정체제 강화의 계기로 삼는데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시각도 지니고 있다.유 전 소장은 “일 터지면 자기들 살 구멍부터 찾는 게 한나라당”이라고 노골적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파열음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최 대표는 오후 당 송년미사에 참석,“이회창씨만큼 도덕률이 높고 돈 문제에 깨끗한 분을 본 적이 없다.이 전 총재가 받는 고통에 대해 기도해 달라.”고 수습의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불협화음 최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의 갈등도 심상치 않다.10일 통도사 월하스님 다비식에 참석한 최 대표는 기자들에게 “서청원이 왜 그러는거야.”라며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서 전 대표가 9일 의원총회에서 “당을 사당화(私黨化)하려 한다.”고 자신을 비난한데 대한 반응이다.최 대표는 “사당화라는 기준에 과연 맞는지,안맞는지 언론인이 판단해서 써야 한다.누가 헛소리하든지 간에 한나라당이 최아무개 사당으로 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보라.”고 반박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홍사덕 총무는 불협화음이 잇따르자 10일 새벽 옥인동으로 달려갔다.최 대표를 먼저 찾았으나 집에 없어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그는 “검찰이 기업의 약점을 이용,한나라당 대선자금 부분만 집중 캐고 있다.인사권을 쥔 노무현 후보쪽 자금은 수사되기 어렵다.검찰의 (공정)수사를 기대하지 마시라.”는 요지로 얘기했고,이 전 총재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진경호기자 jade@
  • 프로농구/3점슛 ‘전성시대’

    ‘폭발하는 외곽포,흔들리는 트윈타워’ LG와 KCC가 중반에 접어든 03∼04프로농구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LG(12승8패·4위)와 KCC(14승6패·3위)는 2라운드 후반부터 각각 조우현(190㎝)과 조성원(180㎝)의 외곽포가 부활하면서 중위권에서 단숨에 상위권에 올라섰다. 이들은 높이의 열세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정확한 외곽슛으로 만회하면서 팀 연승 행진(LG 3연승,KCC 4연승)의 선봉에 섰다.반면 ‘트윈타워’를 앞세운 삼성은 높이의 위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중위권으로 내려 앉았다. LG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조우현의 부진과 ‘리바운드왕’ 라이언 페리맨(198.7㎝)의 부상 등으로 중하위권까지 처졌으나 최근 조우현의 외곽포가 살아나면서 수직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우현의 진가는 연승행진의 고비였던 지난 7일 삼성전에서 나타났다.용병들을 제치고 팀내 최다인 23점을 올렸다. 특히 슛 성공률은 대단했다.2점슛 10개를 던져 6개를 성공(60%)시켰고,3점슛도 40%의 적중률을 자랑했다.현재 한경기 평균 2.4개의 3점슛을 성공,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김태환 감독은 “시즌 초반 동료들의 부상 등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해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조우현이 살아나면서 전체적으로 팀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KCC는 최근 조성원의 영입으로 천군만마를 얻었다.지난 3일 전희철(SK)과 유니폼을 바뀌입은 뒤 치른 주말 2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한경기 평균 20득점에다 3점슛 성공률도 55%(11개 던져 6개 성공)를 기록했다.이적 전 기록(10.7득점·26%)에 견줄 수 없는 성적이다. 3년여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조성원은 “내 집에 온 것처럼 편하다.”면서 “이번 트레이드로 팀이 손해봤다는 말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신선우 감독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고,특히 기동력은 대단히 뛰어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삼성은 서장훈-데릭 존슨의 ‘트윈타워’가 주춤하면서 위기를 맞았다.시즌 초반 개막 최다연승 타이(6연승)기록까지 세우며 승승장구했던 삼성은 최근 4연패에 빠지면서 공동 5위(11승9패)로 추락했다. 특히 상대팀들이 지역방어와 협력수비로 ‘트윈타워’를 무력화시키는 작전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 부진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
  • 러시아 총선 ‘푸틴黨’ 압승

    7일 실시된 러시아 제4대 국가두마(하원) 선거 결과는 ▲친푸틴 여권 정당의 약진 ▲제1 야당인 공산당의 참패 ▲친서방 진보정당들의 몰락으로 나타났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정 장악력을 한층 강화하면서 재선이 확실시되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이후 2기 집권 때 안정적인 국정을 운영할 발판을 마련해 이번 선거의 최대 승리자가 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오후 3시 현재(현지시간) 98%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통합러시아당이 37.1%의 득표율로 2위인 공산당(12.7%)을 3배가 넘는 표 차이로 압도하고 있으며 자유민주당(LDPR·11.6%)과 조국당(9.1%)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친서방 정책을 표방해온 진보 성향의 야블로코와 우파연합(SPS)은 비례대표(전체 의석의 절반인 225석)에서 의석을 배정받기 위한 최저선인 5% 득표에 실패했다고 말했다.물론 지역구에서 승리하면 의석을 차지할 수 있지만 진보정당이 비례대표에서 의석을 배정받지 못하는 것은 옛 소련 해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통합러시아당은 전체 450석중 200∼220석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친여 성향의 LDPR와 조국당의 의석까지 합치면 330석 이상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친푸틴 여권 정당들이 안정과반수를 넘어 개헌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을 확보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3선 도전을 가능하게 하고 주지사를 중앙정부에서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개헌에 착수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도 7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우선 내년 3월 대선에 대비,자신의 친정체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인맥이던 ‘구주류’를 밀어내고 자신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등 측근세력을 대거 기용함으로써 경제 재건과 부패 척결,전문관료제의 강화 및 재벌 총수들에 대한 통제 강화 등 기존 개혁정책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나친 권력독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8일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만약 두마가 일방적이 되면 이는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옛 소련공산국가형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SPS의 보리스 넴초프 당수도 정부의 경제 및 사회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공산당은 이번 선거에 대대적인 부정이 자행됐다면서 선거 결과 불복 및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실제로 선거운동 기간 중 TV들이 통합러시아당 후보들만 집중 조명하는 등 편파방송 사례들이 벌써부터 지적되고 있다. 선거 감시를 위해 파견된 서방 참관인단도 8일 이번 총선이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인권·민주위원회의 브루스 조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에서 받은 느낌은 러시아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후퇴했다는 것”이라며 “집권당은 TV방송과 국가 기관들을 동원해 경쟁 정당들에 불리한 선거 분위기를 조성했으며,이것이 투표 결과를 전반적으로 왜곡했다.”고 꼬집었다. 유세진기자 yujin@
  • NBA/레이커스 9연승

    미국프로농구(NBA) ‘초호화군단’ LA 레이커스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레이커스는 8일 홈에서 유타 재즈를 94-92로 눌러 팀의 홈경기 최다연승 기록을 ‘26’으로 늘리며 이번 시즌 9연승을 내달렸다.17승3패가 된 레이커스는 리그를 통틀어 최고 승률(.850)을 고수했다.챔피언 반지를 끼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시즌 연봉(1920만달러)의 8%(150만달러)만 받고 유타에서 레이커스로 이적한 ‘메일 맨’ 칼 말론은 지난 5일 댈러스 매버릭스전에서 스티브 내시에게 가한 팔꿈치 반칙으로 받은 출장정지 때문에 이날 친정팀과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주전 모두가 슈퍼스타로 짜여진 레이커스에게 말론의 빈 자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특히 ‘공룡 센터’ 샤킬 오닐은 트리플 더블급(19점 15리바운드 8어시스트) 활약을 펼치며 골밑을 지켰다.코비 브라이언트(19점) 게리 페이튼(15점) 등도 제몫을 했다. 3쿼터까지 21점차로 끌려가던 유타는 4쿼터에서 대반격을 시도,종료 36초를 남기고 모리스 윌리엄스의 3점슛으로 92-91 대역전에 성공했으나,조지에게 3점포를 내준 뒤 두 번의 외곽슛을 모두 실패한데 이어 마지막 리바운드마저 오닐에게 빼앗겨 레이커스의 연승을 끊지 못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50대 여성학자 4인의 ‘새로운 가족이야기’ 담론

    민법 개정안이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도입하는 시점에서 ‘가족이란인가?’‘가족해체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누구와 살아야 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한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들은 답한다.“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라.”다양함이라.이들은 ‘이론’이 아닌,생생한 자신들의 이야기로 ‘현실’을 이야기한다.보통사람들에겐 ‘진보적’이란 말을 듣고 20대 여성들에게선 ‘계몽주의적’이란 비난을 듣는다는 이들을 만났다.조형,조한혜정,조옥라,박혜란,이상화,정진경 등 50대의 페미니스트들의 실제 모습을 살그머니 들여다볼 수 있는 책 ‘또하나의 문화’ 17권이 나온 이래 이들은 “페미니스트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듣는단다. ●정상 가족은 없다 이들은 우선 ‘정상 가족’이란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 보였다.그렇다고 페미니스트 가정은 온통 ‘비정상’이라고 지레 단언하는 것은 곤란하다.이들은 가족은 출세할 아이를 기르려는 ‘어머니 CEO’들의 투자 회사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건강한가족 관계는 핏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가능해진다.’고 말하며,이미 많은 아이들이 이혼한 부모를 가졌고,재혼한 부모를 가진 현실에서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안에 들어와 있는 현실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해서 아이들을 스스로 피해자로 낙인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늘 45살에 결혼하겠다.”고 말했던 서강대 조옥라 교수는 정말 40대 중반에 결혼해 10년간 결혼 생활을 했다.아이가 셋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는 아이들에게 “나는 너희 새엄마이지 엄마일 수는 없다.”고 선언하듯 말하고 시간을 두고 친해지자고 말했다.이런 직설법은 남편은 불편하게 했지만,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고 한다.‘자살하지 않으면 탈영하겠다.’는 위협을 달고 군복무를 해 새엄마를 힘들게했던 아들,결혼한 후 여성으로서 고민을 털어놓는 딸은 아버지보다는 오히려 새엄마와 이야기할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낸다. 34살에 결혼해서 아이없이 살고 있다는 정진경 씨는 “남자 친구가 좋아서 결혼했고,아이가 생기지 않았으나 꼭 낳기위해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대개 아이가 생기면서 부부생활이 달라진다는데 우리는 달라질 기회가 없어서 변함없이 대화를 많이 하며 산다.”고 말했다.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살지 않아도 된다? 결코 이혼을 당연시하거나,장려한다는 말은 아니다.50대 부부 중에는 ‘자식이,특히 딸이 결혼할 때까지만’ 참고 살겠다는 부부가 많다. 결혼 20∼30년 후 다시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감성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부부 관계의 질을 한결 높여주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소 급진적인 견해같지만 “20년이 지난 후 헤어질지 말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을 전제로 결혼하면 20대의 결혼도 한결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는 말에 여성들은 긍정적이다. 여성학자란 사실보다 세아들을 모두 유명 대학에 입학시킨 것으로 더 유명해 쑥스럽다는 박혜란씨.그는 “20대에 연애해서 결혼해 전업 주부로 살다가 39살에 여성학을 공부하게 된 날더러 ‘행복한 페미니스트’라고들 말한다.이 말에는 페미니스트는 불행하다는 편견이 담겨있는 틀린 말이지만.어쨌든 그런 나 역시 아이가 모두 떠난 후 남편과의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요즘 남편이 중국에 가 있으니 우리는 전화로 재미있게 대화하지만 함께 있을 때는 시큰둥해지게 마련이었다.”고 고백했다. 이화여대 조형 교수는 “20대의 나는 결혼에 대해 양극의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결혼 안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과 만일 결혼한다면 고전적이고 모범적인 가정을 이룰 것이란 두 가지 생각.미국 유학중 결혼했지만 ‘함께 사는 의미를 발견하기 어려워’ 결국 먼저 귀국함으로써 별거가 시작됐고,20년이나 지난 후 이혼했다고 그는 ‘어렵게’ 사생활을 밝혔다.“그 시절에 헤어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그러나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고,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최후의 결정을 하는 것은 나’라는 생각으로 결혼 생활을 지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느리에게 ‘아들을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앞으로 10년 정도 함께 살 여자친구를 구해놨다고 밝혔다. ●가족 관계의 무거움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친정 부모와 한 건물의 아래위층에서 살았다면서 50대인 자신이 아직도 노모의 ‘치명적인 모정’에 짜증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목욕탕에서 만난 낯선 할머니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나 그런 것 잘못하는 사람이고,우리 엄마에게는 정작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도 없는데….아마 기존 관계가 주는 무거움과 부담 때문에 더 부모에게는 잘못하는 것같다.”고 말했다.한편 여성학자는 딸에게 뭐라고 결혼을 권할까.“살아보니 애를 낳고 키우는 그 시기가 무척 좋은 시간이더라.우리가 너무 심각하게 평생 어쩌고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고,20년 과제로 생각하고 관계의 나무를 함께 키워갈 사람,아이를 낳고 함께 기를 사람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하지 않은 채 여자친구와 그의 딸,자신의 제자 등 50대 여성 2명과 20대,30대 여성들이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이화여대 이상화 교수는 자신의 ‘가족’을 혈연 공동체가 아니라 ‘주거 공동체’로 보는 것은 편견이라고 못박았다.“가족은 지원체계다.”는 그는 서로 사랑하고 돕고 사는데 정작 ‘큰 아이’인 제자가 수술을 하게 됐을 때 가족인 세 사람은 아무도 ‘보호자’ 노릇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가족이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글 허남주기자 hhj@ 사진 도준석기자 pado@
  • 사고당한 가족·동료 표정/“살아있을 줄 알았어요”

    남극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전재규(27·강원 영월군 영월읍 영흥9리) 연구원의 가족들은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실종된 대원 3명의 가족들도 “설마…”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저히 못 믿어…” 전재규씨 가족 오열 전 연구원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버지 익환(55)씨는 “하나뿐인 아들인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울부짖었다.8일 오후 조난 연락을 받고도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가족들은 재규씨의 사망 소식에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출국을 만류했던 어머니 김명자(48)씨는 비보를 듣고 실신하기도 했다.김씨는 “지난 1일 아들과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도 안부부터 묻는 착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대 대학원 지구과학물리시스템 전공 3학기에 재학중이던 재규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돈을 벌어 학비에 보태려고 남극 근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전씨는 지원동기서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지원했다.”고 적었다. ●“부디 살아오기를…” 기도반장 강천윤(39·경기 의왕시 내손면)씨의 부인 노난숙(36)씨는 남편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외아들 동우(9)군의 손을 꼭 잡았다.노씨는 이날 저녁 7시쯤 남편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혹독한 추위 속에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을지 걱정했다.노씨는 “하늘이 무너진 듯 걱정했지만 3년전에도 남편이 남극에 1년 머물다 온 적이 있기 때문에 남편을 믿는다.”고 말했다. 기계설비사 최남열(37·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1동)씨의 부인 김성옥씨(35)는 “지난 6일 남편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면서 “아직 아이들에게는 알리지도 못했다.”며 실종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김씨 집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인척과 이웃들이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며 몸져 누운 김씨를 위로했다. 조난된 연구원 김정한(27)씨의 경북 김천 평화동 집에는 육순의 부모님과 두 누나,매형 등이 모여 생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조난 소식이 알려진 8일 밤 늦게 4명의 생존자가 확인됐다는긴급뉴스를 들은 가족들은 “정한이도 살아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어머니 장영애(65)씨는 아들 이름만을 애타게 불러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아버지 김건교(64)씨는 “7일 오후 3시 아들이 대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믿을 수가 없다.”고 했했다. ●“생사확인 안된 분 가족에 미안” 실종됐다가 생존한 것으로 확인된 진준씨의 부인 이희순(29·인천시 계양구 병방동)씨는 “7일 밤 통화 때 ‘조심하라.’고 하자 남편이 자신있게 ‘걱정마.’라고 말했기 때문에 사망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이씨는 남편의 실종 소식을 듣고도 딸(4)과 아들(2)이 놀랄까봐 친정으로 보내고 침착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이씨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분들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 김홍귀씨의 부인 이선희(32·인천시 남구 용현5동)씨는 8일 오후 11시쯤 생존소식이 전해 질 때까지 딸 효진(4)양과 시누이 김선화(29)씨와 함께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 접촉을 피했다.이씨는 남편 소식을 묻는 전화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으나 생존이 확인되자 “집을 떠난 뒤 한 달도 안됐는데 다섯번이나 편지를 보냈고 매일같이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반드시 살아올 줄 알았다.”며 기뻐했다. ●도전정신 투철했던 조난 대원들 조난자들은 지난해 12월 세종연구기지에 채용될 당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남긴 지원 이유에서 포부를 밝혔다. 김정한씨는 ‘새로운 도전과 경험’이라고 밝혔고,전재규씨는 ‘남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남극생활을 경험하고 자연환경을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연구원 정웅식(29)씨는 ‘하계 연구 때 본 월동대원의 모습이 너무 멋지고 자랑스러워 보여서’라고 지원이유를 밝혔다.정씨는 이어 “무사히 월동생활을 마치고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가능하다면 좋은 사람 만나서 열심히 사랑하는 게 제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최남열씨도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내 인생의 도약을 위한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고 의무 담당인 황규현(25)씨는 ‘생소한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적었다.강 반장은 ‘40대 인생설계를 위한자기개발 시간을 갖자.’라고 썼고,김홍귀씨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많은 것을 배우고,1년간의 남극 생활에 자신을 보다 성숙하게 하고 싶네요.’라고 밝혔다. 인천 김학준·구혜영 이유종기자 koohy@
  • “福은 나누고 恨은 풀고 사시게나”인간문화재 노만신 김금화 씨

    “아직도 무속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 고유의 민속신앙이나 정신유산으로 보아야 합니다.” 11월 중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 예능 보유자 20여명이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굿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은 목이 길고 호리호리한 몸매의 김금화(金錦花·72) 선생이었다. 고운 얼굴에선 신기(神氣)가 풍겨나오는 것 같았다.굿 막바지엔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날래게 사다리를 올라 작두 위에서 춤을 추며 영령과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무속은 미신이 아니라 민족신앙 11월 말 서울 이문동 자택 ‘김금화무속연구소’에서 만난 노만신(老萬神)은 외래종교에 밀려 무속(巫俗)을 체계화하여 무교(巫敎)에 이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노만신은 불교나 기독교를 인정하듯이 무속도 하나의 신앙으로 보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20,30년 전만 해도 우리 할머니들은 집안이나 뒤꼍에 정화수를 떠놓고 소복 차림으로 ‘자식들이 건강하게 해달라.’‘농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지요.한 집에서 굿을 하면 온마을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먹으며 잔치를 했습니다.굿은 사람들이 그간 쌓인 앙금을 풀고 마지막엔 울기까지 하면서 새로 결속하는 화해의 마당이었어요.무속은 그런 정신과 전통을 잇는 것이지요.” 1985년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 82-나호가 된 노만신은 국내외에서 해마다 30,40차례 굿이나 굿 공연을 하며 우리의 민속신앙과 전통예술을 알리고 있다.배연신굿은 배를 가진 선주와 선원의 안전과 풍어(豊漁)를 기원하는 뱃굿,대동(大同)굿은 마을의 평안과 생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마을공동체의 굿이자 제사다. 지난해 4월에는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와 하와이대 등을 순회하며 서해안 풍어제를 공연했다.11월에는 프랑스 파리 가을축제에서 관객들의 환호 속에 대동굿을 펼쳤다.올 7월과 11월에도 미국 뉴욕 링컨센터 페스티벌과 일본 미야자키현 초청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링컨센터에서 9·11 테러 참사의 아픔을 위무하고 인류 평화를 비는 대동굿이 펼쳐지자관객들은 감탄을 연발했고 출연진 20여명과 어우러져 떡과 과일,술을 나누고 춤을 추며 뒤풀이를 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대 학술회의 초청으로 인류학 민속학 국문학 종교학 교수들과 정신과 의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굿의 의식과 정신 등에 대해 강연했다. ●美·佛등 해외 굿공연 관객들 환호 1931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김금화가 무당이 된 것은 17세 때.14살에 이웃마을로 시집을 갔다가 시어머니가 일을 하지 못한다며 때리고 밥도 주지 않아 친정에 되돌아왔다.그런데 혼잣말을 하고,각혈을 하고,말발굽 소리가 들리고,꿈 속의 호랑이가 옆구리를 물고,속이 메스껍고,진저리를 치며 울었다.무병이 든 것이다.그러나 큰 무당이었던 외할머니 김천일은 “방자한 년”이라며 손녀가 천대받는 무당이 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그러나 손녀의 무병이 더 깊어지자 외할머니는 어느날 장구를 치며 춤을 춰 보라고 했다.그러자 김금화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나는 듯 춤을 추며 무당이 되는 것을 막았던 외할머니에게 호령을 하고 야단을 쳤다. ‘신의 말문’이 트인김금화는 마을을 돌며 쌀과 쇠를 걸립해서 외할머니를 신어머니로 모시고 내림굿을 받았다.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와 인천 화수동에 머물다가 부평과 서울 석관동 등으로 전전했다.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는 무속을 미신이라 천대하며 굿만 하면 경찰이 붙잡아가 무업을 그만두었다가 집안에 액운이 잇따라 다시 시작했다. 만신이 된 지 56년째인 요즘에는 더 늙기 전에 부모님 산소에 성묘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쩍 북한 점을 자주 친다고 한다.그러나 통일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또 날마다 신령님들에게 우리나라가 잘 되게하고,훌륭한 지도자가 나와 나라를 잘 이끌고,온 국민이 평안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그런 기도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난다고 한다. ●온 국민이 평안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굿이나 공연이 없으면 하루에 7∼8명씩 예약 고객을 상담한다.그 때 노만신은 “인내하면서 마음을 비워라.” “건강한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 “한걸음 물러나 기도하라.” “상대편이 되어보라.”라고권한다.점을 치면 다 맞느냐고 물었더니 “맞는 것도 있고 안 맞는 것도 있지.”하고 웃었다. 사람을 보면 영화의 필름처럼 어떤 장면이 순간적으로 쓱 지나가거나 어떤 소리가 귀에 들리고 가슴이 울렁거리기도 한단다.그런데 마음이 얽혀있거나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은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새벽 4시쯤이면 일어나 30∼40분 동안 2층 신당에서 기도를 하고,3시간 가량 가까운 경희대에서 조깅도 하고,뒷걸음질도 친다.그러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단군신,장군신,조상신 등 신령님의 보살핌 덕분이고,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춤을 추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만신은 1년에 30차례 넘게 날카로운 작두를 탄다.순간적으로 어떤 힘에 이끌려 작두에 오르는데 내려올 때까지는 자신도 다치지 않을지를 모른다고 했다.부정한 마음으로 작두에 오르면 다치는데 50여년간 서너차례 발을 베었다. 지금까지 내림굿을 해준 신딸과 신아들이 40여명인 ‘나라 만신’이자 ‘한국문화예술명인’인 김금화는 요즘 강화군 화전면 신봉리에 우리의 무속과 정신,음식문화를 연구하고 전수하는 ‘김금화당’을 짓고 있다.그 곳에서 1995년에 지은 책 ‘복은 나누고 한은 푸시게’라는 제목 그대로 우리 굿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생각이다. 글 황진선기자 jshwang@ 사진 강성남기자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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