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친정
    2025-12-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755
  • [하프타임]삼성화재 ‘사제대결’서 완승

    신치용(삼성화재)·신영철(LG화재) 감독의 첫 ‘사제 대결’은 스승의 완승으로 끝났다.삼성은 26일 대전에서 열린 배구 V-투어 5차대회 남자부 A조 경기에서 친정팀에 도전장을 내민 신영철 감독의 LG를 3-0으로 완파했다.68연승을 달린 삼성은 최다 연승 기록(69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뒀고,1∼4차대회 석권에 이어 5연속 우승을 노리게 됐다.삼성은 28일 준결승전에서 한국전력과 맞붙는다.‘신영철 체제’로 탈바꿈한 LG는 플레이오프 조기 탈락의 궁지에 몰렸다.B조의 현대는 투지로 맞선 상무를 3-0으로 제압하고 대한항공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현대는 이번 투어 대회 한 세트 최다 점수인 37-35까지 가는 혈전 끝에 1세트를 따낸 뒤 낙승했다.˝
  • [술따라 맛따라] 제주 오메기술·고소리술

    ‘못 먹는 오메기술,권하지나 맙서예,달이 동동 밝거들랑,날 만나러 옵서예’남제주 지역에 전해내려오는 민요가창의 한 구절이다.오메기술이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의 생활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노래다.논이 귀한 제주에선 각 가정에서 쌀 대신 좁쌀로 술을 빚어마셨는데,그 대표적인 것이 좁쌀 막걸리인 오메기술,그리고 오메기술을 증류해 만든 소주 고소리술이다.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민속마을로 가서 오메기술 및 고소리술 기능 보유자(제주 문화재 11호)인 김을정(78)씨를 만났다. “취재할 게 뭐 있다고.그냥 남들보다 오래 오메기를 빚었다고 문화재로 지정까지 해주네.맛이야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지.” 어릴 때는 친정 어머니와,출가후엔 시어머니와 함께 오메기술을 빚었다는 김씨는 천상 시골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60년 넘게 술을 빚었다.김 할머니도 여느 술도가집과 마찬가지로 좋은 술맛의 첫째 조건으로 누룩을 꼽는다. 오메기술은 보리와 밀을 껍질째 갈아 반죽한 누룩을 쓴다. “망태기에 반죽한 누룩을 짚풀과 함께 넣어 한 달쯤 띄우면 곰팡이 꽃이 피어요.노랑이나 빨강꽃이 피면 제대로 띄운 거예요.검은 꽃이 피면 썩는 중이고요.” 그런데 좋은 누룩을 띄우는 게 결코 쉽지 않다.누룩 반죽도 매일 뒤집거나 위치를 바꾸어줘야 한다.바람이나 습기를 골고루 받게 해야 누룩이 썩지 않고 곱게 뜨기 때문.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여름이나 겨울보다는 봄·가을에 띄워야 좋은 누룩이 나온다고. “제대로 띄운 누룩으로 오메기술을 빚으면 시큼하면서도 달고 구수한 맛이 나요.잘 익은 토종 참외의 맛과 비슷해요.누룩이 안 좋으면 감칠맛은 없고 시금털털한 맛만 나고요.” 오메기술은 이렇게 띄운 누룩가루에 차좁쌀을 갈아 반죽한 떡으로 빚는다.이 차좁쌀떡이 바로 오메기다.오메기떡은 제주에서 전통적인 요깃거리였다. 오메기를 잘게 부수어 누룩가루와 섞어 술독에 담그면 오메기술 빚기는 끝난다.봄·가을의 경우 1주일 정도 익히면 15도 정도의 탁주가 나온다.요즘 같은 겨울엔 보름 정도 발효시켜야 한다.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을 증류한 소주다.주도는 30도 남짓.맛과 향이 중국 고량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강약의 차이랄까.향이 고량주처럼 코끝을 찌르는 대신 부드러움이 느껴지고,목으로 넘어갈 때는 순한 청주처럼 편하다.고량주에 비해 단맛도 약간 덜한 느낌이다. 김 할머니는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주조 기능을 보유한 인간문화재지만,정작 판매를 위한 주조허가는 받지 못했다.제주에서 유통되는 오메기술은 모두 다른 업자들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주조한 것이다. 김 할머니는 아직도 집안에 솥단지와 맷돌,술독,소줏고리 등을 갖춰놓고 전통방식 그대로 술을 빚는다.차조와 보리 농사도 인근 밭에서 직접 지으니,술의 모든 재료를 자급하는 셈. 유통업체에 술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김 할머니 집을 직접 찾아오는 이들에겐 술을 한두 병씩 판다.공장술은 제맛이 안 난다며 제대로 된 오메기술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이다.이럴 때마다 김 할머니는 꼭 쌀뜨물처럼 멀건 막걸리를 오메기술이라며 파는 사람들이 영 못마땅하다.오메기술은 1.5ℓ 1병에 1만원,고소리술은 1병에 1만 5000원. “오메기술은 신 김치를,고소리술은 흑돼지 구이를 곁들여 마셔야 제맛이 야.”자리에서 일어서는 기자에게 술 한 병을 들려주며 이야기하는 김 할머니의 얼굴에 손자를 챙기는 듯한 자상함이 묻어 있다.(064)787-1360. 글 남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 이렇게 빚어요 재료:차조,누룩(보리·밀을 빻아 만든 것). 1.차조를 곱게 간다. 2.끓는 물을 부어 반죽을 한 후 도넛 모양의 떡을 만든다.(샛노란 좁쌀보다 색깔이 흐린 것이 찰기가 많아 좋다.) 3.펄펄 끓는 물에 떡을 넣고 20∼30분 삶는다.(떡이 익으면 물 위로 떠오른다.) 4.떡을 건져낸 후 식기 전에 손으로 으깬 뒤 다시 물을 넣어 끈끈한 묽은 죽상태로 만든다.(삶은 떡을 그대로 두면 오메기떡이 된다.) 5.죽 상태의 오메기에 누룩가루를 버무려 술독에 담는다.(좁쌀과 누룩의 비율은 4대1 정도.물은 좁쌀 1말의 경우 3되 정도 넣는다.) 6.겨울엔 10∼15일,봄·가을엔 일주일 정도 발효되면 주정이 포말을 일으키며 터지는 술익는 소리가 난다. 7.침전물 위로 뽀얀 좁쌀 청주가 고이면 잘 저어 좁쌀 탁주인 오메기술을 완성한다. 8.오메기술을 증류기에 놓고 증기로 만들어 식히면서 액체를 받아내면 고소리술이 완성된다.(좁쌀 1말 기준으로 오메기술은 1말,고소리술은 석되 정도 나온다.) ˝
  • 아이티 ‘보트피플’ 행렬

    3주째를 맞은 아이티 소요사태는 국제중재안의 실패로 반군의 수도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가 자행되며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외국인들의 탈출 러시에 이어 아이티인들도 배를 이용해 탈출하려는 이른바 ‘보트피플’ 행렬이 시작됐다. ●친정부 ‘무장세력’ 시민 협박·금품 탈취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를 앞두고 프랑스는 25일 국제군의 신속 배치와 함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반군측에 이어 아이티 야권연합체인 ‘민주주의 강령’도 성명에서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망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외신들이 전하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한마디로 혼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무장한 친정부 세력들은 시내로 향하는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스키 마스크를 쓴 무장 친정부 용병들은 지나가는 차들을 마구잡이로 세워 협박하는가 하면 시민들을 위협,금품을 빼앗고 있다.시내 곳곳의 식품 창고와 자동차 전시장,식당들이 약탈당했고,가게와 호텔이 전부 문을 닫아 ‘유령 도시’를 방불케했다.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던 반군 지도자 필리페는 이날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입장을 바꿔 “바로 대통령궁으로 진격해 대통령을 체포할 것”이라며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美, 보트피플 감시 경비 강화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포르토프랭스 공항에는 반군의 공격전에 아이티를 빠져나가려는 수백명의 외국인과 아이티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자메이카항공은 이날 아이티행 항공편 운항은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마이애미 해안경비대는 25일 아이티인 21명 등 28명을 태운 화물선 한 척을 발견,붙잡고 있다고 밝혔다.마이애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 배에는 아이티 경찰관과 정부 하급관리 등이 타고 있었다.미국은 이들을 본국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방침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이티인들에게 망명자제를 호소한 직후 발생한 이번 사건은 아이티인들의 해상탈출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미국은 아이티 보트피플을 막기 위해 해군·해안경비대를 동원해 플로리다주 해안 일대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와 스페인,도미니카공화국 등 각국은 자국 국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소규모 병력과 비상항공편을 급파했다.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미래와 사람들’의 현지법인인 윌베 종업원 19명은 이날 항공편으로 아이티를 빠져 나와 도미니카공화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국제군 배치 촉구 프랑스는 아이티에 국제군을 수일내 배치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하는 한편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프랑스는 26일 유엔 안보리에 이를 제안할 계획이나 미국이 병력 파견에 앞서 아리스티드정권과 반군간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당장 국제적 차원의 개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균미기자 kmkim@˝
  • SKT 사장 김신배전무 유력

    ‘포스트 표문수’는 누가되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닻을 올릴 예정인 SK텔레콤의 차기 ‘선장’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내부 인물이 조직의 안정과 경영의 연속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조정남 부회장이 표문수 사장의 사퇴에 반발하고 있는 노조를 방문,“차기 CEO는 사내에서 추천되는 만큼 회사의 안정을 위해 적극 협조를 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선방향이 드러난 셈이다. SK텔레콤의 새 경영진 구성은 그룹에 대한 충성도와 전문성 등이 최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사실상 전문경영인인 표 사장이 물러나게 된 배경에는 그룹에 대한 비협조와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충성심 부족이 주된 이유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 이사진 가운데 대내 업무를 총괄하는 김신배(전략기획부문장)전무가 적임으로 떠오르고 있다.김 전무가 발탁되면 입사 10년만에 매출 10조원대의 초우량 기업의 CEO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화제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김 전무는 하나로통신의 윤창번 사장과 처남매부간으로 신세기통신 합병과 하나로통신 외자유치에 상당한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최 회장이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전신)을 인수한 뒤 그를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김 전무는 무선중심으로 영업전략을 펴온 표 사장과 달리 유선은 물론 방송까지 망라한 신규사업 전략을 직접 짜와 전체적인 사업전략의 수정도 예상된다는게 통신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남아있는 사내이사 가운데 유일한 대표이사인 조정남 부회장은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손길승 회장의 사퇴로 불안정한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이다. 이에 따라 친정체제 구축과 전문경영인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최 회장의 ‘큰 그림’에 ‘조정남-김신배’ 카드가 가장 적합하다는 해석이다. 김영진 부사장은 직급상 가장 근접해 있으나 재무·인력 등 회사의 전체적인 경영과 관련해 김 전무에 뒤진다는 평이다. 새 CEO의 외부 영입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SK텔레콤 정관에는 사내외 이사 수를 동수로 두도록 돼 있어 최 회장과 손길승 회장,표 사장의 ‘빈 자리’를 누군가는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론되는 외부 영입 인물은 김수필 SKC 사장과 김대기 전 신세기통신 사장 등이다. 김수필 사장은 통신 전문가로 SK텔레콤 부사장까지 역임했으나 손길승 회장 계열이라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사내외 이사 동수 규정을 맞추기 위해 표 사장의 복귀를 주장 한 일부 사외이사의 퇴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표 사장의 복귀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이사회의 강력한 촉구로 입장을 번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표 사장 본인이 거듭 고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 회장이 밝힌 오너 출신의 경영 참여 배제 방침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SK텔레콤은 다음달 12일 주총 이후 첫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한다.그전까지 조정남 대표이사 부회장체제로 비상경영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최태원 ‘이중포석’ 소버린 꺾고 친정체제 굳히고…

    ‘승부수인가 노림수인가.’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4일 SK텔레콤 이사직을 자진사퇴함에 따라 최 회장 ‘올인’ 전략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초점은 SK텔레콤이 발표한 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포석이냐,아니면 소버린 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다툼 등 골치아픈 현안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냐 하는 것.재벌 총수로서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최 회장의 단안은 삼성,LG,현대자동차 등 다른 그룹에까지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면돌파를 위한 승부수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부사장,표문수 사장 등 오너일가 3명과 손길승 회장의 동시 퇴진은 최 회장이 그룹의 자존심과 SK㈜를 지키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분석된다.SK㈜의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며 점점 압박해 오는 소버린자산운용과의 명분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의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또 분식회계에 따른 검찰수사,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참여연대의 압력 등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최 회장은 이처럼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하되 본인은 SK텔레콤의 최대주주이자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 회장직을 유지하면 그룹 전체를 이끌고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몸통을 보호하기 위해 깃털을 털어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세대교체를 통한 직할체제 노림수 최 회장의 이사직 사퇴는 친정체제를 갖추기 위한 노림수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손 회장과 표 사장,황두열 SK㈜ 부회장이 동반퇴진함으로써 시민단체의 집중 포화에서 벗어나고,그룹내 다른 파벌을 제거하는 이중효과를 노린 ‘행마’라는 것.특히 표 사장의 사퇴 표명은 사내에서조차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표 사장은 최 회장과 고종 사촌간이지만 사실상 전문경영인에 가깝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표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SK그룹이 들인 정성으로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SK 비자금 사태 이후 표 사장의 행보는 최 회장보다는 SK텔레콤의 독립 경영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새판짜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한성대 교수)소장이 25일 최 회장의 자신사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최 회장이 이번 주주제안을 계기로 과거의 가신그룹과 표 사장을 제거해 직할체제를 구축하지 않겠나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분석들은 24일 이사회에서도 나타났다.한 참석자는 “표 사장이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데다 본인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이 상당히 당황했다.”며 사퇴를 만류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의 사퇴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사회의 강력한 건의로 이사직에 복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이사회는 아직 최 회장의 사퇴에 대해 결론을 유보한 상태다.그러나 이 경우 지금보다 더 심각한 역공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최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당분간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이에 따라 향후 SK텔레콤의 전문경영인 체제에 눈길이 쏠린다.오너일가의 동반사퇴로 사내이사는 조정남 부회장,김영진 부사장,김신배 전무,하성민 상무 등 4명만 남게 됐다.이사후보로 전문경영인이 추천될 가능성도 있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만큼 현 이사진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종락 김경두기자 jrlee@˝
  • 탤런트 故김순철씨 시신기증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자택에서 67세로 별세한 원로 탤런트 김순철씨가 서울대 병원에 시신을 기증했다.김씨는 10여년 전부터 당뇨병과 이로 인한 합병증을 앓았다. 25일 오후 10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친지와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별식이 열렸다.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은 문상객들은 항상 넉넉하고 호탕한 웃음으로 선후배들을 감싸던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서라벌예대를 졸업한 뒤 1957년 KBS 탤런트로 방송계에 입문한 고인은 60년대 중반 TBC로,70년대 중반 MBC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80년대 다시 친정 KBS로 돌아와 1997년까지 연기 활동을 지속하며 방송 드라마 조연배우로 명성을 날렸다.연극 ‘맹진사댁 경사났네’와 드라마 ‘달빛가족’ 등에 출연하며 서민적 연기로 사랑을 받았으며,질박한 성품으로 주위에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 딸 효은(36)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는 발병 전인 13년 전에 우리 의학 발전을 위해 장기에 이어 시신까지 모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다.”면서 “타계 직전에 이같은 다짐을 재확인해 주셔서 그동안 신세를 져 온 서울대병원에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 푸틴 내각 전격 해산

    |모스크바 연합|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선을 3주 가량 앞둔 24일 내각을 해산,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를 해임하고 빅토르 흐리스텐코 부총리를 총리 대행에 임명했다.러시아에서는 대통령이 내각을 이끄는 총리를 해임할 경우 전 각료가 동시에 해임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 헌법 117조에 의거,내각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오는 3월14일 대선 이후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입장을 설정하려는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총리직에서 해임된 카시야노프 총리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부터 내각에 잔류하고 있는 인물로 푸틴의 사람이기보다는 옐친의 사람이다.그는 특히 러시아의 석유재벌 유코스에 대한 검찰 조사 등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들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푸틴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벌써부터 해임 가능성이 점쳐져왔다. 재선이 확실시되는 푸틴 대통령은 카시야노프 총리의 해임으로 옐친 전 대통령과의 인적 관계를 청산하게 돼 완전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 소버린 경영권공략 예봉 꺾기 SK ‘파격 승부수’

    SK㈜의 승부수는 성공할 것인가? SK㈜는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그룹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온 손길승 그룹회장을 사내이사에서 퇴진시키고,사외이사 비율을 예정보다 앞당겨 70%로 확대하는 내용의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한 것은 소버린자산운용의 파상공세를 물리치고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최태원 SK㈜ 회장측의 다목적 노림수로 해석된다. 다음달 12일 열릴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한 정면돌파식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또 이사회 개편을 통해 손길승 회장을 물러나게 해 지난 1998년 최종현 회장 작고 이후 5년간 ‘오너와 전문경영인 파트너십체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SK는 황두열 SK㈜ 부회장,김창근 SK㈜ 사장도 동반 퇴진시켰다. ●소버린과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 사외이사로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 오세종 전 장기신용은행장,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김태유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남대우 조폐공사 사외이사 등 5명이 추천됐다.서윤석·남대우 후보는 감사위원 후보로도 추천됐다. 이로써 SK㈜ 이사회는 최태원 회장과 사내이사로 새로 추천된 신헌철 SK가스 대표이사,유정준 전무 등 3인의 사내이사와 한영석 변호사·박호서 연세대 교수 등 기존 사외이사 2명,새로 추천된 5명의 후보들로 재편된다. SK㈜가 이날 진일보한 내용의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함에 따라 다음달 정기주총에서의 SK㈜의 승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지난해 말 의결권 기준 SK㈜ 지분율은 최 회장과 SK계열사,우호적 기관투자가 등을 합쳐 SK측 우호지분이 27.32%가량이며 소버린은 템플턴과 헤르메스 자산운용을 포함,20.7%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소버린자산운용이 추천한 남대우 조폐공사 사외이사가 소버린측과 함께 중복 추천된 대목이다.유정준 전무는 “남 이사의 임명이 소버린과 타협하거나 양보한다는 차원이 아니고 조폐공사 사외이사로 재직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세대교체와 오너 친정체제 동시확보 또다른 관심은 손길승 SK그룹 회장의 그룹 내 위상이다.손 회장이 황두열 SK㈜ 부회장,김창근 사장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SK그룹은 최 회장을 중심으로 급속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손 회장은 23일 열릴 SK텔레콤 이사회에서도 등기이사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SK측은 “손 회장 등이 재선임을 고사했으며 향후 거취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재계 일부에서는 최 회장이 사외이사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 소버린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선명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인적 청산을 노린 ‘친위쿠데타’를 결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점에서 SK가스 대표이사를 지낸 신헌철 공동 대표이사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SK㈜는 신 사장이 최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는 투톱체제로 가게 된다고 밝혔다.결국 이번 이사회로 인해 최 회장이 자신의 최측근인 신 사장을 공동 대표로 앉힘으로써 경영 지배권을 공고히했다는 분석이다. 이종락기자 jrlee@˝
  • 국내무대로 복귀한 발레리나 강예나

    발레리나 강예나(29).6년전 한국인 무용수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의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 입단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녀가 돌아왔다. ●유니버설 20주년 기념작 `라 바야데르’ 연습중 뉴욕을 본거지로 1∼2년에 한번씩 국내 무대에 섰던 것과 달리 이번엔 뉴욕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친정인 유니버설발레단(UBC)으로 복귀한 것.지난해 8월 공연차 잠시 귀국했을 때만 해도 전혀 예정되지 않았던 터라 주변의 놀라움이 더 크다.그새 심경의 변화를 불러온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던 것일까.연초 서울에 돌아와 한달간의 꿀맛같은 휴식을 즐긴 뒤 새달 UBC 창단 20주년 개막작으로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연습에 한창인 그녀를 만났다. “갑자기 귀국을 결심한 동기를 궁금해하시는데 사실 딱 꼬집어 얘기할 만한 이유는 없어요.어떤 일을 판단할 때 직감을 중시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지금이 떠날 때’라는 느낌이 왔을 뿐이에요.”그같은 직감의 이면에는 스스로 ‘할 만큼 했다’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메트로폴리탄극장에서 ‘돈키호테’를 공연할 때 ‘플라워 걸’을 했어요.플라워 걸은 솔리스트(주역)중에서도 잘하는 무용수에게만 주는 배역인데 ABT에 처음 입단했을 때 제게 주어졌던 역할이었죠.”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캐스팅이었다.그러나 연습 도중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바람에 무대에 서지 못했다.더욱이 그때의 부상으로 강예나는 2년 가량 재활치료를 받느라 제대로 공연에 참가하지 못했다. ●돈키호테 `플라워걸’ 가장 기억에 남아 “플라워걸로 무대에 선 순간이 뉴욕 생활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에요.처음으로 어머니를 공연에 초대했죠.다쳤을 때도 마음아프실까봐 못 오시게 했는데….”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료들도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그는 그때 “마지막 정리를 다 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강예나는 선화예중에 다니다 영국 로열발레스쿨과 워싱턴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에서 유학했고,9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키로프발레단에 들어가 프로 무용수로 활동을 시작했다.96년 UBC에 수석무용수로 입단하면서 발레스타로 팬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한창 스타무용수로 각광받던 강예나는 98년 훌쩍 ABT로 떠났다.해외진출 무용수 대다수가 그렇듯 그녀 역시 군무로 출발했다.‘백조의 호수’‘오네긴’등 360여회의 공연에 출연했다. ●뉴욕생활은 인생에 밑거름된 소중한 과정 21살때 UBC에서 최연소 주역으로 무대에 선 이래 국내에서는 한번도 군무를 해본 적이 없었던 그는 “무용수로서나 인간적인 면에서나 인생에 밑거름이 된 소중한 과정이었다.”고 지난 6년간의 ABT생활을 돌이켰다.특히 아무리 군무라해도 무용수 한명한명마다 철저히 몸에 밴 프로정신에 감탄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그들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솔로 주역이냐 군무냐는 타이틀보다 좋은 무용수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ABT에 가기전 제일 먼저 UBC연습실에 출근하는 무용수로 유명했던 그녀는 6년전과 똑같이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연습실 문을 연다.“제가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가 ‘심청’과 ‘라 바야데르’예요.운좋게도 귀국 첫 해에 두 작품을 모두 하게 됐으니 열심히 준비해야죠.” 몸과 마음,모두 한껏 성숙해진 그녀의 귀국 첫 무대가 기다려진다. 글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이언탁기자 utl@˝
  • 되자 되자 억대부자②

    (2)나는 짠돌이 짠순이 A씨 중고도 OK 투잡스족인 김홍주(38)씨는 오늘도 오전 늦게 눈을 뜬다.그가 하는 학원이 어려워져 4개월 전부터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하기 때문이다.요즘 일하는 시간은 학원문을 여는 오전 11시부터 대리운전을 마치는 새벽 3시. 보통 16시간 일을 한다.64㎏ 나가던 몸무게가 6㎏이나 줄었다.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3년전 아내와 조그만 식품점을 하다가 잘못된 ‘보증’으로 알거지가 된 그는 5년 동안 종자돈 1억원을 모으기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약속을 했다.은행에서 서민창업대출을 받아 사당동에 차린 보습학원이 경기 탓인지 어려워졌다.그래서 적금으로 매달 200만원씩 부어야 하지만 ‘돈’이 모자라 운전대를 잡아야했다.“그래도 아직 젊어서 할 만합니다.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할 것 같아서요.”라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후회도 되지만 희망찬 내일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한다. 그의 가족이 한달에 쓰는 돈은 모두 50만원.6살인 둘째의 어린이집 원비를 빼면 30만원 안팎이다.쇼핑은 재래시장을 이용한다.그것도 밤9시쯤 시장에 가서 떨이로 파는 것만 산다.1만원이면 일주일 먹을 부식거리를 살 수 있다.휴대전화는 받기만 하고 절대 걸지 않는다.필요하면 공중전화를 이용한다.신용카드나 할부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다.필요한 가전제품이나 가구,책은 중고시장을 이용한다.아이들 옷은 외출복 한벌만 빼고는 전부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얻어서 입힌다.“뭐가 창피합니까,어차피 한번 입고,쓰면 다 중고인 것을요.사람들이 버리는 물건 중에도 쓸 만한것이 많아요.”라면서 “저희 TV하고,컴퓨터는 주워 온 거예요.손때 묻고 정들으니까 새로 산거랑 진배없어요.”하면서 낭비하는 세태를 은근히 비판한다. B씨 습관을 바꿔청주에 사는 결혼 3년차 맞벌이 주부 김은영(31)씨는 ‘종자돈’을 모으기 위해 허리띠를 꽈∼악 졸라맸다.지난해 5월 재테크에 눈을 뜨기 시작하며 각종 동호회와 책을 보고 그동안의 생활을 반성하고 규모있게 지출을 한 결과 270만원이던 생활비를 70만원 정도 줄여 200만원쯤 쓰고 있다.7개월 된 태윤이를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생활비를 엄청 줄인 셈이다.일단 대형할인점에 가는 발길을 끊었다. 대형할인점은 쇼핑을 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충동구매나 물건을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가면 보통 15만원정도를 지출했다.불편하지만 대신 퇴근하며 동네시장에 들러 500원,1000원어치씩 필요한만큼 물건을 사니까 버리는 음식도 없고 큰돈이 들어가지않는다. 또한 외식을 과감하게 없앴다.일주일에 두세번씩 하던 외식을 한달에 두번으로,남편과 자신의 봉급날에만 외식을 하고있다.관리비 절약을 위해 긴팔과 양말을 신고 아파트 생활을 한다.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생활을 하던 김씨는 올겨울부터는 거의 난방을 하지 않고 샤워를 할 때도 물을 아끼려고 노력한다.그 결과 26만원 나오던 관리비가 한달에 3만 ∼4만원 정도로 적게 나온다.처음에 청승떨지말라던 남편도 이제는 동참하고 있다. 그는 “생활습관과 생각을 바꾸었어요.시댁과 친정에서 과일과 반찬을 얻어다 먹고 전화를 할때도 내가 걸면 용건만 간단히 하고요.처음에는 좀 불편하고 창피하고 했지만 아무 생각없이 쓰던 돈 만원을 아끼니까 한달에 100만원을 절약할 수 있어요,놀랍지요.”라면서 “부자가 별겁니까.이렇게 살다보면 어젠가는 저도 부자가 되지 않을까요.”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한준규기자 hihi@ C씨 소중한 잔돈“짠순이라고 빈티 낼 필요 있나요.” 산본에서 도서 대여점을 운영하는 정은주(26)씨.겉으로 보기엔 절약과 다소 거리가 멀어보인다.명품 가방도 여럿 가지고 있고,대중 교통비가 얼마인지 모를 정도로 자가용만 타고 다닌다.이런 그녀가 정말 알뜰살뜰 종자돈을 모을 수 있을까.이에 은주씨는 “조금만 머리 쓰고 부지런떨면 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도 되는 ‘럭셔리 구두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우선 물건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물색한다.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대신 판매자와 직접 연락해 더 싸게 산다.며칠전에는 인터넷에서 5만9900 원하는 화장품을 9200원에 구입했다.건강을 생각해 같은 방법으로 구입한 호박즙도 매일 마신다. “휴대전화 요금의 경우는 전화 상담원을 활용하면 되죠.내 통화 스타일에 따라 최저가의 요금을 알려주거든요.” 이렇게 아껴서 300만원 정도 수입의 50% 이상을 저축한다.나머지 돈으로는 이런저런 보험도 들고 가게에 새 책도 들여놓는다. 은주씨는 장기 적금은 들지 않는다.기간이 길면 중간에 해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대신 목표 금액을 크게 잡고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만 평소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짠순이 노릇을 한다. 여기에 그녀는 매일 단 1000원이라도 은행에 저축을 한다.은주씨는 “하루에 천원씩이면 1년에 36만원이 그냥 모이는 거잖아요.크게 부담도 안되고 좋아요.절약하고 돈 모으는 습관이 몸에 배 있으면 종자돈 마련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에요.” 나길회기자 kkirina@ ˝
  • [씨줄날줄] 조류독감 보험/신연숙 논설위원

    쇠고기 닭고기를 먹어야 하나,말아야 하나.설 명절을 쇠고 난 후 식사를 할 때마다,혹은 시장을 볼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이다.발단은 설 선물에서 시작됐다.예년의 습관대로 인터넷 쇼핑을 통해 친지 몇명에게 정육선물세트로 설인사를 대신했는데 세상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명절 때면 매년 집으로 고기를 보내주시던 친척 어른들께서 갑자기 생선으로 품목을 바꾸었는가 했더니 세배차 방문한 친정집 떡국상에는 쇠고기 반찬이 아예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기피식품이 돼버린 쇠고기 선물을 받아든 친지들은 그 무신경을 얼마나 책했을까,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과연 이걸 먹어도 괜찮은가,다시 한번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쇠고기,닭고기는 정말로 위험할까.정부의 설명으로는 쇠고기의 경우 적어도 한우는 문제의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닭고기는 섭씨 100도 이상의 열에서 30초 이상 끓일 경우 바이러스가 모두 죽으므로 만의 하나 조류독감 걸린 닭이 유통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그런데도 소비 기피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는다.닭고기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에서 최고 70%까지 감소했다는 것이고 관련 외식업체는 도산위기에 몰려 오리농장,통닭집 주인의 자살 비보까지 이어지고 있는 판이다.같은 조류 독감이 발생했어도 이웃 일본의 경우 닭고기 소비가 전혀 위축이 없다는 것이고 보면 국내의 소비기피 현상은 이상 증후가 아닌가 느껴질 정도다.‘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열풍,위험한 것은 피하고 보자는 건강염려증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이라고 그런 현상이 없을 리 없다.그렇다면 우리의 유난한 조류독감 공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양계협회,치킨외식산업협회 등 4개 닭고기 관련 협회가 조류독감 보험시행을 발표했다.소비자가 국산 닭고기를 먹고 조류독감에 걸릴 경우 최고 20억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민간 업자들이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지 모른다.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이라는 병.조류독감 보험은 ‘이래도 안 믿어 주겠느냐.’는 닭고기 관련 업자들의 처절한 외침으로 들린다.하지만 불신 해소의 최종 몫은 역시 정부다.정부가 닭고기 소비진작을 원한다면 철저한 방역체계 확립 등 신뢰쌓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 [열린세상] 병든사회, 미친정치/김우룡 한국외대 언론학 교수

    한탕주의·대박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인구의 4분의1이 인터넷에 중독된 사회,술에 취해 비틀대는 사회,선량들로 감옥이 넘치는 나라.우리에게 미래가 있는가?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걱정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고 부정 부패는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이혼율은 선진국 못지않아 전통적 가정은 해체되고 결손 가정의 청소년들은 거리로 내몰린다.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에게는 암담한 미래만이 앞을 가로막는다. 나라의 기둥이 흔들리듯 사회 곳곳도 혼란 그대로다.옳고 그른 것의 구별은 사라지고 네 편,내 편만이 존재하는 이분법적 사회가 돼버렸다.토론문화를 꽃피운다면서 쓴소리,올곧은 소리에는 모두 귀를 막는 나라.어른도 없고 양심도 없고 정의도 빛을 잃어 가는 사회가 두렵다.싸움판 정치,난장판 정치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국민은 착각에 빠진다. 교육은 어떤가.공교육이 무너진지 오래고 이공계 살리기라는 국민적 캠페인이 벌어져도 젊은이들은 의사,한의사,치과의사를 열망한다.교육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조기 유학 열풍에 기러기 아빠가 한반도에 넘친다.이런 판국에 교육 당국이 내놓은 ‘획기적’인 방안이라는 게 고작 교사평가제,무능교사 퇴출이다.많은 대학이 간판뿐인데도 해마다 대학 신설을 허가하고 있는 나라.대학이 망하지 않고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게 됐다. 사회가 혼란스럽거나 장래가 불투명해질 때 국민들은 어떤 모습이 되는가? 한마디로 중독 현상이 초원의 불길처럼 번진다.그 중 하나가 도박 중독 아닌가.도박 중독률은 9.8%로서 전국 18세 이상 남녀 1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치료를 받아야 할 병적인 도박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이다.상습적으로 도박에 빠져드는 ‘문제 도박자’는 190만명으로 이를 합하면 320만명에 이른다.경마,경륜,경정,카지노뿐만 아니라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로또가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마약 중독도 예삿일이 아니다.일부 총알택시 기사들이 스트레스나 피로를 잊기 위해 환각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고 있다는 뉴스는 구문이다.약이나 독을 입으로 또는 주사를 통해서 섭취,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약물중독이라고 하는데 특히 ‘백색 공포’가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대마초와 마약,향정신성 의약품으로 구별되는 마약류는 인간성을 박탈하는 사회적 암이다.마약 중독은 과거 유흥가 등에 국한된 현상이었으나 이제 청소년은 물론 가정으로까지 암암리에 번지고 있다.어느 대학에서는 ‘마약과 현대사회’라는 교양 과목까지 등장하지 않았는가. 셋째 알코올 중독을 생각해 볼 수 있다.폭탄주로 상징되는 술소비는 OECD국가 가운데서 최고라는 지적이 있다.술을 마시는 성인 20.9%가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알코올 중독 직전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남자의 3분의2가 한번 술잔을 들면 과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위스키 수입 증가 비율만 보아도 세계 최고가 아닌가. 넷째,사이버 중독이 심각하다.인터넷 이용자가 컴퓨터에 지나치게 매달려 일상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이러한 사이버 중독자 비율은 컴퓨터 이용자의 46.8%나 된다.둘 중 하나가 인터넷 중독자인 셈이다.인터넷에 지나치게 몰입된 나머지 의사소통의 장애를 겪고 관음증이나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다섯 번째로 쇼핑 중독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소비는 미덕이다.그러나 자기 분수에 맞는 경제 생활은 현대인의 기본이 아닌가.우리 사회에 풍미하는 속물 근성은 황금만능주의를 낳았고 무분별한 명품타령은 쇼핑 중독을 부추기고 있다 .마구잡이로 발급한 신용카드,인터넷을 통한 그리고 홈쇼핑을 통한 부화뇌동 쇼핑은 개인을 파멸시키고 경제를 수렁으로 몰고 있다.한탕주의·대박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인구의 4분의1이 인터넷에 중독된 사회,술에 취해 비틀대는 사회,선량들로 감옥이 넘치는 나라.우리에게 미래가 있는가? 교육도,언론도,정치도 이제 사회 병리를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국민을 잘 살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고 여당의 대표는 강조했다.이제 정치가 국민을 속이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김우룡 한국외대 언론학 교수˝
  • [김영희 이혼클리닉] “당신 부모만 챙기냐” 가출한 아내

    결혼 1년5개월 된 33세 동갑내기 맞벌이 부부입니다.아내는 교원,저는 사설학원 원장입니다.외아들로 누나가 두 분 있고,아이는 아직 없습니다.부모님은 잘해 주시는데 아내는 늘 불평불만입니다.열흘 전 부부싸움을 한 뒤 친정으로 가버린 아내는 위자료 운운하며 이혼을 요구합니다.(요약)-김현태 김현태씨,결혼은 두 사람이 ‘가족이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공동체 안에는 두 사람 외에 양가 친척도 포함되지요.오케스트라는 각기 다른 악기들이 모여 지휘자의 손놀림에 따라 아름다운 선율을 냅니다.현태씨 또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지휘자로서 가족간 화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2개월 교제 후 중매결혼을 했다는데,서로를 알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아내가 외아들이라 부담스럽다고 말해 결혼 전에도 어려움이 있었다지요? 신혼집이 친가와 가까운 터라 결혼 1개월 무렵 현태씨 어머니와 친구 분이 아무도 없는 신혼집을 구경한다며 현태씨에게 전화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물었다지요.집에 들어가 보니 청소도 설거지도 엉망이라 어머니가 ‘집안꼴이 그게 뭐냐.’고 한마디 하셨고,현태씨는 아내에게 이 말을 전하고….아내는 빈집에 시어머니가 손님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도 못마땅한데,출근하기 바빠 설거지 못한 걸 트집잡으니 창피스럽기도 하고,자존심도 상해 “주인도 없는 집에 와서 뭐 하는 짓이야?”하고 언성을 높이고…. 발끈 화를 낸 아내의 잘못도 크고,어머니 또한 실수를 하셨습니다.‘내 자식 집 내가 가는데,예의는 무슨 예의’라고 하신다면 잘못된 생각이지요.현태씨도 비밀번호를 알려주기 전에 아내에게 물어봤어야지요.아내를 배려하지 못한 작은 실수가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줬고,불편한 관계의 ‘씨앗’이 된 것입니다. 고부갈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합니다.법원에서 고부갈등으로 이혼하려는 부부도 많습니다.결혼 2∼3년차가 대부분이고,이러한 갈등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고부갈등은 남편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도 합니다.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가족들도 명절 때 모이는 게 고작이어서 미운정 고운정 쌓아갈 시간이 없습니다. 아내가 월급 타면 시부모님께 얼마라도 드리면 좋으련만,편찮으신 어머니께 3만원짜리 홍삼을 사드렸다고 ‘이러쿵저러쿵’ 해대니 정말 미웠을 겁니다.며느리도 자식인데,그간 현태씨 마음 고생에 이해가 갑니다. 옛말에 ‘처가와 화장실은 멀리 있어야 좋다.’고 했는데,요즘은 ‘본가와 화장실은 멀리 있어야 좋다.’‘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 타고,아들 가진 부모는 버스 타고 여행간다.’는 말이 생겼지요.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계속 잘못 끼워 가듯 한두 번 쌓인 감정은 태산이 되기도 하지요.남편에게 사랑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아내는 시댁 어른이 아무리 잘 해줘도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니 ‘밑 없는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습니다. 결혼 초 현태씨는 아내가 며느리 노릇을 잘하든 못하든,아내에게 맡겼어야 했어요.특히 현태씨네는 중매후 곧바로 결혼을 했기에 마음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현태씨가 처가에 먼저 잘 해드렸다면 사위 자랑하며,딸에게 시부모님께 잘 해드리라고 당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한쪽 상담만으론 정확한 조언을 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현태씨,10여일 전 이혼을 결심하고 친정으로 간 아내가 위자료 운운한다니 빨리 만나십시오.지금 양가 부모님이 개입하면 ‘마른 볏단에 불씨를 던지는’ 격이니 유의하십시오.현태씨,또한 아내를 만나서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하지 마십시오.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은 자칫 이혼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갈 수 있습니다.아내는 지금 시댁과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 싫고,남편이 자기 부모만 챙긴다고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혼한 사람이 시댁과 남편에게 항상 대치 상태의 마음을 갖고 있으니 문제가 많습니다만,‘길이 막히면 돌아가라.’고 했습니다.‘부모가 먼저냐? 아내가 먼저냐?’가 아닌,현태씨 자신의 앞날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십시오. ●상담 의뢰는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 ‘김영희 이혼클리닉’에서 받습니다.
  • [김영희 이혼클리닉] “당신 부모만 챙기냐” 가출한 아내

    결혼 1년5개월 된 33세 동갑내기 맞벌이 부부입니다.아내는 교원,저는 사설학원 원장입니다.외아들로 누나가 두 분 있고,아이는 아직 없습니다.부모님은 잘해 주시는데 아내는 늘 불평불만입니다.열흘 전 부부싸움을 한 뒤 친정으로 가버린 아내는 위자료 운운하며 이혼을 요구합니다.(요약)-김현태 김현태씨,결혼은 두 사람이 ‘가족이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공동체 안에는 두 사람 외에 양가 친척도 포함되지요.오케스트라는 각기 다른 악기들이 모여 지휘자의 손놀림에 따라 아름다운 선율을 냅니다.현태씨 또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지휘자로서 가족간 화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2개월 교제 후 중매결혼을 했다는데,서로를 알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아내가 외아들이라 부담스럽다고 말해 결혼 전에도 어려움이 있었다지요? 신혼집이 친가와 가까운 터라 결혼 1개월 무렵 현태씨 어머니와 친구 분이 아무도 없는 신혼집을 구경한다며 현태씨에게 전화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물었다지요.집에 들어가 보니 청소도 설거지도 엉망이라 어머니가 ‘집안꼴이 그게 뭐냐.’고 한마디 하셨고,현태씨는 아내에게 이 말을 전하고….아내는 빈집에 시어머니가 손님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도 못마땅한데,출근하기 바빠 설거지 못한 걸 트집잡으니 창피스럽기도 하고,자존심도 상해 “주인도 없는 집에 와서 뭐 하는 짓이야?”하고 언성을 높이고…. 발끈 화를 낸 아내의 잘못도 크고,어머니 또한 실수를 하셨습니다.‘내 자식 집 내가 가는데,예의는 무슨 예의’라고 하신다면 잘못된 생각이지요.현태씨도 비밀번호를 알려주기 전에 아내에게 물어봤어야지요.아내를 배려하지 못한 작은 실수가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줬고,불편한 관계의 ‘씨앗’이 된 것입니다. 고부갈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합니다.법원에서 고부갈등으로 이혼하려는 부부도 많습니다.결혼 2∼3년차가 대부분이고,이러한 갈등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고부갈등은 남편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도 합니다.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가족들도 명절 때 모이는 게 고작이어서 미운정 고운정 쌓아갈 시간이 없습니다. 아내가 월급 타면 시부모님께 얼마라도 드리면 좋으련만,편찮으신 어머니께 3만원짜리 홍삼을 사드렸다고 ‘이러쿵저러쿵’ 해대니 정말 미웠을 겁니다.며느리도 자식인데,그간 현태씨 마음 고생에 이해가 갑니다. 옛말에 ‘처가와 화장실은 멀리 있어야 좋다.’고 했는데,요즘은 ‘본가와 화장실은 멀리 있어야 좋다.’‘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 타고,아들 가진 부모는 버스 타고 여행간다.’는 말이 생겼지요.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계속 잘못 끼워 가듯 한두 번 쌓인 감정은 태산이 되기도 하지요.남편에게 사랑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아내는 시댁 어른이 아무리 잘 해줘도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니 ‘밑 없는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습니다. 결혼 초 현태씨는 아내가 며느리 노릇을 잘하든 못하든,아내에게 맡겼어야 했어요.특히 현태씨네는 중매후 곧바로 결혼을 했기에 마음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현태씨가 처가에 먼저 잘 해드렸다면 사위 자랑하며,딸에게 시부모님께 잘 해드리라고 당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한쪽 상담만으론 정확한 조언을 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현태씨,10여일 전 이혼을 결심하고 친정으로 간 아내가 위자료 운운한다니 빨리 만나십시오.지금 양가 부모님이 개입하면 ‘마른 볏단에 불씨를 던지는’ 격이니 유의하십시오.현태씨,또한 아내를 만나서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하지 마십시오.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은 자칫 이혼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갈 수 있습니다.아내는 지금 시댁과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 싫고,남편이 자기 부모만 챙긴다고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혼한 사람이 시댁과 남편에게 항상 대치 상태의 마음을 갖고 있으니 문제가 많습니다만,‘길이 막히면 돌아가라.’고 했습니다.‘부모가 먼저냐? 아내가 먼저냐?’가 아닌,현태씨 자신의 앞날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십시오. ●상담 의뢰는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 ‘김영희 이혼클리닉’에서 받습니다.˝
  • 여자프로농구/만년꼴찌 금호 ‘첫승’

    금호생명과 신세계의 여자프로농구 경기가 열린 2일 인천 시립체육관.경기 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울리자 금호생명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선수와 감독이 따로 없었다.용병도,토종 선수도 한 가족이었다. 올해 신세계에서 이적한 뒤 이날 23득점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친정팀을 울린 금호의 이언주는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이날의 기쁨과 눈물은 단순히 첫 승을 거뒀다는 것 때문은 아니었다. 지난 2000년 여름리그 창단 이후 ‘만년 꼴찌’라는 설움을 딛고 ‘백조’로 거듭났다는 스스로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금호는 이날 열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첫 홈경기에서 4회 우승에 빛나는 신세계를 99-71로 대파하고 이번 리그 첫 승전보를 올렸다.이로써 금호는 신세계전 6연패의 사슬을 끊었다.역대 통산전적 5승 23패. 지난달 29일 국민은행전부터 강호로 거듭날 조짐을 보인 금호는 1쿼터부터 신세계 골밑을 거세게 몰아붙였다.공격의 선봉장은 이언주.이언주는 외곽에서 3점슛과 가로채기 뒤 골밑슛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1쿼터에만 9점을 몰아넣었다.또 골밑에서는 셔튼브라운과 잭슨 두 포스트가 30점 20리바운드를 합작했다. 금호는 지난해 최우수 루키인 곽주영(17점)과 ‘날다람쥐’ 김지윤(12점)까지 각각 8점,6점을 기록하면서 1쿼터를 33-21로 멀찍이 달아났다. 금호의 맹폭은 2쿼터 들어서도 계속됐다.특급 가드 김지윤의 속공과 시간 제한을 다 쓰는 지공을 섞어가며 효과적으로 공격에 나서 순식간에 60-38로 점수차를 벌렸다.3쿼터 들어서는 지난 2002년 겨울리그 때 국민은행을 우승으로 이끈 김지윤-셔튼브라운의 긴 패스에 이은 골밑슛 콤비플레이가 연달아 터지면서 84-56으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신세계는 크롤리가 23점 9리바운드를 올리며 분전했지만 해결사 부재로 이번 리그 3연패의 늪에 빠졌다. 금호 김태일 감독은 “제공권에서 앞섰고,외곽포까지 좋아져서 쉽게 승리했다.”면서 “이번 리그에서는 4강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얼짱’ 신혜인은 양팀 다 2진들이 뛴 4쿼터 내내 출장했지만 3리바운드,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인천 이두걸기자 douzirl@
  • 주말매거진We/술따라 맛따라-가야곡왕주

    해마다 5월이 되면 서울 종묘에선 조선조 역대 임금의 신위를 모시고 제례를 올렸던 종묘대제가 재현된다. 이 종묘대제에서 쓰이는 제주(祭酒)가 바로 충남 논산의 ‘가야곡 왕주’다.‘가야곡’은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따왔고,‘왕주’는 왕실에서 마시던 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술도가의 안주인 남상란(57)씨를 가야곡면 육곡리 가야곡왕주 전시장에서 마주했다.명인 제13호로 지정돼 있는 남씨는 외할머니,친정어머니에 이어 왕주를 빚어왔다. “외할머니(민재득)는 명성황후(민비) 친정인 민씨 집안 분이셨어요.당시 민씨 집안에선 대대로 빚어 마시던 곡주에다 조선 중엽 성행했던 약주를 접목시켜 술을 빚어서 왕실에 진상했다고 해요.그 비법을 친정어머니(도화희)가 이어받아 제게 물려주셨지요.” 지금 ‘가야곡왕주’는 술 이름인 동시에 사업체 상호이다.원래 남씨 시댁은 60년대부터 동동주,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반야주조장)을 운영해온 술도가집.한때 ‘가야곡 동동주’‘뻑뻑주’로 충남 일대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으나,90년대 들어 토속주가 외면당하면서 사업이 위기에 몰렸다. 이때 남씨는 남편(이용훈·57)에게 친정의 가양주를 빚어볼 것을 권유해 91년 ‘가야곡왕주’란 이름으로 빛을 보게 됐다.술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고,97년엔 종묘대제의 제주로 쓰이게 되자 부부가 상의해 아예 상호를 가야곡왕주㈜로 바꿨다.왕주는 소곡주처럼 덧담근 약주다.멥쌀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밑술에 찹쌀밥과 누룩,야생국화,홍삼,구기자,오미자,솔잎 등을 혼합해 덧술을 빚는다.재료 하나하나가 예로부터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탁월한 것만 모아 놓았다.여기에 임금의 입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빚던 정성이 들어있으니,그 맛이 예사롭지는 않을 터. 남씨가 시음용으로 내온 술을 한 잔 권한다.혀끝에 감도는 감칠맛과 그윽한 향은 우리 전통 약주의 맛 그대로인데,무언가 특이한 느낌이 하나 온다.머릿속을 씻어주는 듯한 상쾌함이 그것.누룩 특유의 냄새가 주는 묵직한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저온 숙성과 급속 냉각 여과법을 쓰기 때문이에요.술을 빚어 숙성시킬 때 10도 이하에서 발효시키고,떠낸 술은 특수한 냉각여과기를 이용해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냅니다.” 이 방법은 누룩냄새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도입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한다.또 외국인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미국,일본 등에 수출도 한다.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냄으로써 보통 상온에서 보름 정도인 저장기간을 2년으로 늘려,보관에 따르는 문제점도 사라졌고,숙취도 거의 없다고 한다. 가야곡왕주㈜가 생산하는 술은 약주인 가야곡왕주와 증류식 소주,막걸리격인 뻑뻑주 등 3가지.남씨의 세 아들인 이정연(36)·준연(33)·규연(30)씨가 각각 하나씩 맡아 왕주의 계보를 잇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이들은 일대에서 ‘누룩 3형제’로 유명하다. 남씨는 요즘 가야곡왕주와 찰떡궁합을 이룰 만한 음식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일본의 청주인 ‘사케’가 생선회(스시)와 결합해 세계시장에서 대 성공을 거두었듯이 전통주와 고유의 음식 결합을 통해 외국인들의 입맛을 잡아보려는 것이다. 글 논산 임광동기자 sdragon@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논산IC에서 빠져 68번,4번 지방도를 갈아타고 가야곡,양촌 방면으로 15분쯤 가다보면 도로 왼쪽으로 가야곡왕주 공장과 전시판매장이 나온다.천안-논산 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나와 4번 도로를 이용해도 된다.전시판매장에서 가야곡왕주를 시음해본 뒤 구입할 수 있다.(041)741-8353∼4. ●여기도 구경하세요 논산은 부여나 공주처럼 백제 유적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두 도시 못지않게 백제의 흔적이 많다.우선 계백장군이 5000명의 군사로 나당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황산벌이 있다.4번을 싸워 이겼으나,결국 패했던 이곳엔 통한의 한을 품고 전사한 계백장군의 무덤이 있다. 고려 태조가 936년 후백제 정벌에 성공하고 세우게 했다는 개태사에도 가보자.태조는 당시 친히 지은 발원문에서 ‘후백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도움 때문이니 앞으로 불위(佛威)로써 나라를 옹호하기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노성면 일대에 있는 노성산성은 논산 동부지역으로부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당시 백제가 논산 일대에 쌓았다고전해지는 13개의 크고 작은 산성들중 유일하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무얼 먹을까 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 입구에 가면 ‘돌체’란 한정식집이 있다.주인의 깔끔하면서도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손맛이 느껴지는 곳.특히 생선회와 홍어회 등 해산물 맛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4인기준 1상에 7만원.인원이 적거나 한정식이 부담스러우면 갈치정식(1만2000원)이나 불고기(1만원)를 고르면 된다.(041)732-3422.
  • [임영숙 칼럼] 어머니의 새우잠

    며칠전 TV 드라마 ‘대장금’을 보다가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의 답을 찾았다.아니 답을 찾았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었던 답을 한마디로 요약한 단어와 맞닥뜨리고,오래 묵어 거의 화석화된 가슴속 깊은 상처 하나가 다시 생생하게 살아 남을 느꼈다. 의녀 장금이가 당돌하고 맹랑하게도 대비마마에게 낸 수수께끼 문제에 그 단어가 들어 있었다.장금이는 어떤 사람인지 맞히는 수수께끼 문제를 내면서 이렇게 말한다.“이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의 식의(食醫)로서 그 집안의 노비나 다름이 없으나 실은 그 집안 모든 사람의 스승이옵니다.” 이 수수께끼의 답은 ‘어머니’다. 내 가슴속 묵은 상처는 어머니의 새우잠 자는 모습이다.어린시절 명절은 풍요롭고 즐거운 축제였는데 그 축제의 기억 한쪽에는 항상 어머니의 새우잠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큰댁인 우리 집을 찾은 일가친척들이 돌아가고 북적이던 집안이 잠시 조용해질 때 어머니는 낮잠을 주무셨다.바느질 솜씨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 난 어머니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오빠들의 설빔과내 색동옷은 물론 차례음식까지 장만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명절을 그렇게 마무리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평소에는 낮잠을 주무시지 않던 어머니가 명절날 오후 늦게 이불은 물론 베게도 없이 건넌방 한 구석에서 새우잠을 자는 모습은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태산 같이 든든하던 어머니가 한없이 작고 고단해 보이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김승희 시인은 한국에서 직업을 가진 기혼여성들의 삶을 “아프거나 바쁘거나-그 둘 중 하나만을 산다.”고 표현했다.이 글을 읽으면서도 직업을 가진 내 삶보다 어머니의 새우잠이 먼저 떠 올랐으니 어지간히 깊게 각인된 기억인 듯싶다.장금이의 수수께끼처럼 한 집안의 노비이자 스승인 어머니의 모습은 내게 새우잠으로 압축돼 남아 있는 것이다. 올 설에 나도 새우잠을 잤다.그러나 어머니와 올케랑 함께 친정집 안방에서 잔 새우잠은 참으로 달콤했다.결혼 후 처음 친정에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올케 덕분이었다.명절이 끝나는 날 상경하는 기차표까지 마련해 놓았으니 내려오지 않겠느냐고 몇번씩 전화를 거는 올케의 성화에,조카가 차례상을 차리는 시댁 대신 친정에서 설 명절을 보내게 된 것이다. 다른 관계로 만났으면 좋았을 사람도 시댁의 ‘시’자가 들어가면 어색해지고 시댁이 싫어서 시금치도 싫어하는 여성들이 있다지만 올케는 명절에 시누이를 불러 들일 만큼 스스럼없다.게다가 팔순의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똑소리나게 야무진 살림꾼인 그 올케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어머니 못지않게 뛰어난 올케의 음식 솜씨에 감탄하면서,서울보다 시골 채소와 고기가 더 맛있다고 바리바리 싸주는 꾸러미들을 쑥스럽게 받으면서 혈육과 다름없는 따뜻함을 느낀다. 그 올케에게도 이른바 명절증후군,명절이 골치 아프고 짜증나는 여자들의 증세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친정집 부엌에서 잠시 떠올랐다.어머니는 내게 집안일을 가르치지 않으셨는데(솜씨 좋은 여자가 오히려 고생하게 된다고 생각하셨던 듯싶다) 올케도 조카딸에게 애써 부엌일을 가르치고자 하는 듯이 보이진 않았다.거꾸로 집안일 못하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는 나는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남에게 먹이는 즐거움과 보람’을 강조해 왔고 부엌일을 하도록 부추겨 왔다.그런 내게 한 친구는 “딸이 결혼하면 지겹도록 할 부엌일을 왜 지금부터 하게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우리가 새우잠을 자는 사이 아이들은 건넌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며 즐겁게 놀았다.올케의 헌신으로 아직도 푸근한 명절을 누리는 그들이 훗날 어머니가 됐을 때 딸들을 어떻게 키울까.조카딸은 지금 자기 어머니의 새우잠을 어떤 모습으로 가슴에 담고 살까. 주필 ysi@
  • “나를 관치 문화재라니…”친정복귀 재경부 김석동국장 금융시장 질서잡기 팔걷었다

    관치 기능 보유 무형문화재? 26일 청와대.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정부부처 직위교류 1기생’들과 저녁을 함께했다.건배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이 입을 뗐다.“어?,관치 기능 보유 무형문화재 오셨네!” 노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참석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졸지에 인간문화재가 된 주인공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에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석동(金錫東·사진·51·행시 23회) 국장.지난해 금융권의 관치시비가 뜨겁자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로 맞받아쳐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 4년 6개월만에 친정인 재경부로 돌아온 김 국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재경부 근무 시절,금리자유화 조치를 다섯 차례나 단행했는데 왜 자꾸 관치주의자라고 몰아붙이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 김 국장의 ‘관치 철학’은 분명하다.“금융시장의 기본은 자율이다.그러나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금융기관이 그 책임을 지지 않을 때는 (정부가)가차없이 개입한다.” 그의 지론인 ‘시장=질서’와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권리(자율)만 누리고 의무(책임)는 다하지 않는 시장참가자가 있으면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며,금융당국이 관치시비를 두려워해 시장질서의 붕괴를 방치하면 이는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시장에 들어갈 때는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해야 하는데 더러 그러지 못해 관치의 부작용이 생겨난다.”는 김 국장은 “(자신이 금정국장으로 있는 한)시장의 질서를 깨는 금융기관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서청원의원 정치생명 기로에/입문 23년만에 최대위기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가 정계 입문 2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 전 대표는 지난 11대 총선에서 민한당 후보로 당선된 이후 서울에서만 5선을 기록하며 제1야당의 대표까지 지낸 거물(巨物)이다.그런 그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직전까지 몰리며 정치적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26일 서 전 대표를 소환한 데 이어 사전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영장이 발부될 경우,서 전 대표는 ‘영어의 몸’이 되면서 정치 생명마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한때 이회창 전 총재에 이어 당내 서열 2위를 차지하면서 ‘포스트 昌’까지 노릴 만큼 탄탄대로를 걸었었다.그러나 대선 패배 후 ‘책임론’에 휘말리며 대표직을 중도사퇴했고,당내 경선에선 최병렬 대표에게 패배하면서 비주류로 내몰리게 됐다. 특히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공천파문의 와중에서 최 대표에 맞서며 활로를 모색했으나 엉뚱하게 불법 정치자금 수사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 것이다.서 전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는 한나라당 내 비주류의 세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반면 최 대표로서는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데 부담을 더는 계기가 될 수 있다.이날 서 전 대표가 검찰에 소환된 뒤에도 최 대표측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서 전 대표측은 “검찰이 한화의 허위진술을 토대로 일방적으로 수사를 몰아가고 있다.”고 거듭 결백을 주장하며 버티기를 계속했지만 힘에 부친 인상이 역력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덜 답답한 세상을 위하여

    기나긴 명절기간이 지나갔다.어려서는 명절기간이 길수록 좋았다.농촌에서 설과 추석은 농사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먹을 것이 귀하고 기후가 혹독하던 시절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추석은 명절 중의 명절,하늘이 내린 축복이었다.설 명절 또한 추수한 곡식이 아직은 충분히 남아있고 소와 돼지는 살찌고 해는 길어질 때다.날로 도타워지는 햇살이 언 땅에 깊이 파고든다는 건 곧 농사꾼들에게 잔인한 계절이 올지니 그 전에 실컷 먹고 충분히 놀아둬야 한다는 신호 같은 거였다. 며느리는 친정나들이를 보내고 시집간 딸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설 동안이었다.짧게는 보름 길게는 정월 한달이 때때옷 입고 먹고 마시고 놀고 나들이 다니는 명절기간이었다.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을 아무리 넉넉하게 장만해 둬도 쉬거나 썩을 걱정이 없다는 것도 하늘이 주는 혜택이요 편리였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군량미가 다급해진 일제는 식민지의 이런 느긋하고 풍요한 세시풍속조차 묵과하지 못했다.농사지은 양식을 거의 다 공출 당해 그렇게 오랫동안 즐길 수도 없었지만 음력 설 자체를 말살하려들었다.양력으로 1월1일이 진짜 새해이기 때문에 음력으로 설을 쇤다는 건 비과학적이라고까지 몰아붙였다.점점 더 강제성을 띠다가 말기로 접어들면서는 도시에서는 떡방앗간의 영업을 못하게 했고 농촌에서는 떡 치는 소리만 들려도 고발의 대상이 됐다.설 명절이 새 해의 뜻보다는 오랫동안 우리의 정서에 뿌리내린 민속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걸 인정하려들지 않았다.그러자 편의상 양력으로 차례를 지내던 집까지 양력 정초는 일본설이라고 배척하고 음력을 조선설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하듯이 비장한 용기로 음력설을 쇠게 되었다. 우리 고향은 아주 보수적인 산골 마을이고 그런 마을에서도 드물게 할아버지는 상투를 틀고 계실 만큼 고루한 어른이셨는데도 설은 양력으로 쇠도록 하셨다.이유는 간단했다.대처에 나가 학교 다니는 손자들이 방학해서 내려와 있는 동안 차례도 지내고 음식장만도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었다.그때나 이때나 음력설이 겨울 방학 안에 드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우리 집안의 상투 튼 진보 덕분으로 손자들은 귀향의 기쁨과 설에만 맛볼 수 있는 지방색 짙은 음식과 놀이문화에 대한 풍부한 추억을 갖게 되었다.또 하나 그 어른에게 고마운 것은 차례나 제사 지낼 때 여자들도 참예토록 한 것이다.오빠하고 똑같이 차례나 제사 참예를 했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었다.그러나 훗날 내가 여자로 사는 데 있어서 주눅 들거나 허세 부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광복이 되니까 사람들이 마음 놓고 구정을 쇠게 되었지만 공휴일을 지금처럼 구정에 더 많이 주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그런 변화에 상관없이 나는 어렸을 때 버릇으로 신정이 명절 같다.내 자식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 할아버지와 똑같은 이유로 신정을 지냈고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도 늙어가면서 음식장만하고 손님 치르는 일이 힘들어지니까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미리 지내고 나서 신정보다 훨씬 심해지는 교통체증,물가고,품귀현상,혹한 따위 구정풍경을 남의 일 보듯이 느긋하게 구경하는 맛도 그럴듯하다.좀 얄미운 심보인지는 몰라도.그밖에도 나처럼 딸만 여럿 있는 집은 설이 두 번이나 된다는 게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여럿이다 보니 자연히 사돈끼리 지내는 설날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 자식이 몸과 신경을 쪼개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점점 외아들 외딸이 늘어가는 추세인데 만일 양가가 전통적으로 지내 온 설이 같고 서로 그걸 고집한다면 어쩔 것인가.그럴 때는 남자 쪽 부모가 양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뭐니뭐니 해도 아직은 권력을 쥔 쪽이 아들 가진 쪽이니까.하나밖에 없는 자식도 나눠가진 사이가 둘 있는 명절을 하나씩 나눠 갖지 못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우리의 사소한 배려가 우리 자식 우리 손자가 살아나갈 앞으로의 세상을 지금보다 덜 답답한 세상으로 만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소설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