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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 김선우,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

    4년간 45억원을 제의한 두산의 구애(?)를 뿌리치고 미국 프로야구에 잔류한 우완투수 김선우(30)가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선우 아버지 김대중씨는 10일 “선우와 통화했을 때 자세한 계약 내용과 액수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샌프란시스코와 1년간 스플릿 계약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김선우가 캠프에서 인정받아 올시즌 빅리그에 올라서면 메이저리거 최소 연봉인 31만달러 이상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빅리그 7년차인 김선우는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일 때 연봉 조정 신청에서 패소했지만 미국 진출 후 자신의 최고 연봉인 60만달러를 받았다.앞서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9일 홈페이지에서 김선우를 포함한 26명의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명단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아울러 김선우가 선발진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5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역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0일 2003년 다승왕 러스 오티스가 친정팀 샌프란시스코에 복귀한다는 기사에서 “오티스가 김선우, 팀 린스컴, 대미언 모스, 조너선 산체스와 함께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보도했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북한하면 통일 떠올라요” 42%

    “남북 통일과 북한 핵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케이블 애니메이션 채널인 투니버스에서 어린이가 북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로 선정한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투니버스 홈페이지(www.tooniverse.com)에서 실시돼 만 12세이하 남녀 어린이 3579명이 참여했다. 먼저 북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에 대한 물음에 ‘남북통일’(42%)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핵 보유국’(18%)이 순위를 차지하며 어린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북한 핵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 2명 중 1명의 어린이가 핵무기를 가졌어도 북한을 믿을 수 있다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응답자 가운데 16%가 ‘핵무기를 가졌어도 북한은 무조건 믿을 수 있는 나라’,36%가 ‘핵무기는 가지고 있지만 조금은 믿을 수 있는 나라’라고 대답해 어른들보다 북한을 친구의 나라로 생각했다. 남북 통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하루 빨리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53%)가 가장 많이 나와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통일을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북통일이 된다면 북한 친구를 사귈 마음이 있나라는 물음에 56%가 있다,36%가 그때 가봐야 알겠다고 대답했다. 투니버스 장진원 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투니버스 시청자 라이프스타일 분석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조사 결과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북한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으로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2007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달력. 새해에 달력을 보면서 한 해의 휴일을 찾아보기도 하고 일 년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생활의 기준이 되는 달력에는 우리가 모르는 과학이 숨어 있다. 날짜와 시간, 양력과 음력 등 달력에 숨어 있는 과학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남편이랑 돈 얘기만 하면 싸워요.”“아내가 알뜰하게 모으지 못한 탓 아닌가요…”. 이렇듯, 서로의 탓으로만 돌리다가 부부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빚을 갚기보다, 대출받은 돈을 써버리기 일쑤인 남편.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없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송민경씨의 사연을 만나본다.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6시50분)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부신 떡국이 등장했다. 마치 우리가 흔히 먹는 떡국처럼 생겼지만 그 빛깔부터 차원이 다르다. 금으로 만든 황금 떡국이 정말 있을까. 신년맞이 UCC 특집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충격적인 동영상을 소개한다. 눈동자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UCC의 비밀을 밝힌다.   ●있을 때 잘해(MBC 오전 7시50분) 불공을 드리러 간 절에서 동규 어머니는 지현과 마주치고, 지현과 같이 온 사람이 진우 어머니임을 알게 된다. 동규 어머니는 진우 어머니에게 순애가 속마음까지 진우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진우의 마음을 순애에게서 거둬 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순애와 진우는 아이들과 함께 놀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아들을 못 낳는다고 시어머니한테 온갖 구박을 당했던 승우의 어머니. 미경의 친정 엄마가 늦둥이로 미경 하나를 낳고 자궁암으로 돌아간 것을 문제삼아 결혼을 반대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승우의 단식투쟁으로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고 결혼하는 그 날부터 아들 타령을 하기 시작하는데….
  • [여자프로농구] 잭슨 한국코트 달군다

    2007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가 5일 개막한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4일 “남자 농구로 치면 미프로농구(NBA) 톱스타들이 몰려온 격”이라고 장담했다. 미여자프로농구(WNBA) 톱클래스 스타들의 대결로 불꽃이 튈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국내 대어급 토종 선수들이 대거 둥지를 옮겨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는 점도 흥미를 돋운다.●미모도, 기량도 최고 로렌 잭슨(26·삼성생명)과 타미카 캐칭(28·우리은행)이 벌일 ‘최고 용병 전쟁’이 이번 시즌 백미다. 한국에 첫 선을 보이는 잭슨은 호주의 국민영웅.2003년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또 사상 최연소로 WNBA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여자농구선수권에서 득점 1위에 등극하며 호주를 정상으로 이끈 세계 최고 센터다. 전문 모델 뺨치는 출중한 외모와 몸매를 지녀 ‘잭슨 신드롬’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우승 청부사’ 캐칭은 익히 알려진 선수.2003년 겨울리그와 2006년 겨울리그에서 우리은행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최고 용병으로 입지를 굳혔다.지난해 WNBA 스틸 1위, 어시스트와 리바운드 7위, 득점 8위 등 전 부문에 걸쳐 톱10에 진입한 올라운드플레이어. 올림픽 2연패(시드니, 아테네)와 WNBA 올스타 6회 선정에 빛나는 관록파 욜란다 그리피스(37·국민은행)도 첫 도전장을 던진다.1993년 WNBA에 입성한 이래 1999년 정규리그,2005년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쓰는 등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정통 센터 미쉘 스노우(27·금호생명)도 미국 국가대표 출신으로 미 여자농구 사상 세 번째로 덩크를 성공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백전노장 태즈 맥윌리암스(37·신한은행)는 노련미를 앞세우고 있고,WNBA에서 팀 공헌도 6위에 오를 정도로 궂은일을 도맡는다. 지난 겨울리그에서 삼성생명에서 뛰다 이번에 신세계 유니폼을 입은 케이티 핀스트라(25)는 최고 높이(203㎝)를 자랑한다. 혼혈 가드 마리아 브라운(23·금호생명)은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부모 가운데 한 명이 한국 사람이면 국내 선수로 인정하는 규정에 따라 토종으로 분류됐다.●헤쳐 모였다! 우선 ‘바스켓 퀸’ 정선민(33)이 국민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둥지를 옮겨 ‘특급 가드’ 전주원(35)과 호흡을 맞춘다. 여기에 국내 최장신 하은주(24·202㎝)까지 가세한 신한은행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또 정선민이 빠진 국민은행은 금호생명에서 ‘탱크’ 김지윤(31), 우리은행에서 ‘총알 낭자’ 김영옥(33)을 데려오며 스피드로 재무장했다. 특히 ‘연봉 퀸’(2억 1000만원)에 등극한 김영옥의 활약이 기대된다. 정선민이 옮겨 오자 신한은행 ‘드리블쟁이’ 박선영(27)은 신세계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김지윤과 맞트레이드된 ‘미녀 리바운더’ 신정자(27)는 금호생명의 골밑을 든든하게 떠받칠 것으로 여겨진다.박정은(30)은 삼성생명과 다시 3년 계약을 맺으며 친정을 지켰다. 변연하(27) 박정은 등 명품 포워드 라인이 건재한 삼성생명은 신한은행과 2강 체제를 이룰 것으로 점쳐진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노대통령 “국무회의 매주 참석” 분권형 국정운영 틀 깨나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정해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는 제가 국무회의에 매주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 마무리와 평가작업을 본격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대면서 “국무회의를 통해 수시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매월 첫째주 국무회의만 주재하고, 나머지는 총리가 도맡아 왔다. 한마디로 매번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장관들을 독려하면서 국정을 다잡고 챙기겠다는 의미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변화인 셈이다. 때문에 이른바 ‘분권형 책임총리제’에서 ‘친정체제’의 회귀라는 의미가 짙다. 총리의 권한 및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이 임기말 국정의 주도권을 쥠으로써 ‘존재가치’를 드러냄과 동시에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대선 정국에서 공직 사회의 이완 현상을 미리 막고, 국정운영의 고삐를 바짝 죄어 이른바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말로 지난 2004년 6월 이해찬 총리 내각 출범을 계기로 방향을 잡은 ‘책임총리제’의 틀을 유지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스스로 계획했던 일, 수행했던 일, 앞으로 남은 일과 그 일이 가진 우리 이 시기에 있어서 국가적 의미,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선거가 있어서 좀 어수선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대개 보면 선거 있는 해가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여서 아무래도 국정이 좀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옛날에 그랬다고 해서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역대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12) 리움 미술관 ‘엄마’

    결혼하고 나서 깨달은 것은 친정엄마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엄마에게도 꿈많은 소녀, 아름다운 처녀 시절이 있었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로 살아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범한 진리지만,30년 만에, 엄마의 일상과 닮은 삶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깊이 체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야외조각 공원에 설치된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엄마(Maman,1999)’는 가슴에 소중한 알을 품은 암거미다. 첫 느낌은 공포다. 다리 8개를 사방으로 뻗은 거대한 몸집(9.27×8.91×10.23m) 때문에 가까이 가기에도 겁난다. 청동빛 근육을 흔들며 성큼성큼 다가와 덮칠 것만 같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다.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그녀는 가늘고 긴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있다. 다리 끝이 뾰족해 바닥에 간신이 뿌리를 내린 듯하다. 강풍이라도 불면 ‘휙’ 쓰러질 것만 같다. 안쓰럽다. 그녀는 자식을 처음 품은 새내기 엄마다. 흰색 알을 강철 우리(cage)에 품고, 자신의 몸처럼 보호하는데도 불안 속에서 떨고 있다. 새끼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려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엄마의 길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걸어간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조각가다.90세가 넘은 고령에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여성의 삶에, 인간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일명 ‘거미 조각상’은 2000년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개관전에 출품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총 6개 작품 중에서 삼성미술관이 4번째 엄마와 4번째 거미(Spider·1996)를 지난해 6월부터 전시하고 있다. 거미의 크기는 3.38×6.68×6.32m로 엄마보다 작다. 작가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내성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유년시절의 기억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통과 불안, 연민이 쉼없이 교차한다. 강해 보이지만 상처받기 쉽고, 자식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암거미의 모습에서 친정엄마를 떠올린 이유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 하다- monologue Quartet/김정용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병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등장, 잠시 휠체어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네 사람: (동시에)저기……. 짧은 암전. 명일: 그녀를 처음 본 건 두정: 치악산이었습니다. 신흥: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신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신흥: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명일: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해질무렵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요. 두정: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명일: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들이 뭐라하건 전 그때 운명을 느꼈습니다. 두정: 이렇게 될 운명이라 그랬던 걸까요? 신흥: 앞이 깜깜하더군요 신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 모습만 보이는 거 있잖아요. 신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수습해야 할지, 그때만 생각하면……. 두정: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날 일은. 명일: 그날이 제 생애에서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난 날입니다. 신내: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그래도 용기를 내야겠죠? 신흥: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어떻게 마누라 얼굴을 봐야 할지, 술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술은 입에도 못 대고……. 두정: 술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산행하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내려와서 마시면 모를까. 명일: 시간 되시면 저랑 술 한 잔 하실래요? 명일 주변이 밝아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명일: 이 말이, 제가 그녀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어요,‘술 한 잔 하실래요?’ 참 바보 같았죠, 머릿속에 별별 말이 다 떠돌았는데, 막상 나온 말이 그거였어요, 말을 해놓고 아차 싶었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런데 그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한잔만요?’(미소) 그렇게 시작 했어요. 우리들. 정말 행복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정도로,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좋은 일만 계속 생기면 왠지 불안해지고 그러는 거. 육상 경기복 차림의 신내 등장. 얕은 숨으로 몸을 푼다. 명일: 하지만 그런 불안도 그녀의 미소 앞에선 힘을 잃고 말았죠.(신내 환하게 미소 짓는다.) 우린 언제나 함께였어요, 몸이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마음만은 늘 붙어 있었죠. 신내: 그만해, 더는 못 들어주겠다. 그래서 대학 떨어지면 누구 탓하려고? 아빠가 그러시더라고요. 많이 놀랐어요, 원래 말씀을 거침없이 하시는 편이시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리라곤 생각지 못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에 반대 한번 안 하셨던 분인데, 아빠도 제가 고3이 되는 게 스트레스가 되셨나봐요, 사실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육상하면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들으실 생각조차 안 하세요 명일: 그런 우리를 하늘이 시샘했는지 신내: 그만해 명일: 불안함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신내: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어요. 명일: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신내: 낼 모레가 마지막 시합이에요. 오빠가 와 줄까요?(호루라기 소리) 예, 가요! 암튼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급하게 달려 나간다.) 명일: 다 제 잘못이에요, 급하게 달려 나가는 연수를 잡았어야 했는데, 연수가 제 눈앞에서 붕 떠오르더니 바닥으로 나뒹굴었어요, 아주 잠깐 사이였는데……,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그렇게 몇 바퀴를 굴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더군요. 명일: 수술실 앞에서 내내 기도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두정: 멀리서 누군가 절 부르는 것 같은 소리에 눈을 떴는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하얀 천장, 그보다 더 하얀 형광등뿐이었죠,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일: 잠깐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저 세수좀 하고 올게요. 죄송합니다.(나간다.) 두정: 이제 에베레스트는커녕 문턱하나 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을 하니 죽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설령 잘못 되더라도 열심히 재활하면 될 거라고 말했지만, 제 몸은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저는 걷지 못할 겁니다. 이제 에베레스트는 제게 있어 그림엽서 속에서만 존재하는 산일 뿐입니다. 신흥: (통화하며 등장)아니라니까 그러네, 왜 내 말을 못 믿어, 다 잘 될 테니까 너무 걱정마……,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깟 일로 안 무너져……, 여보 나 믿지? 그래 내가 알아서 잘할게, 그리고 내 전화 말고는 다른 전화는 절대 받지마……, 알아, 알아 당분간 친정에 가 있어, 애들은……, 그래, 너무 걱정마.(끊는다.) 두정: 너무 걱정마, 모두들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인간이란 동물은 원래, 남의 불행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한 법이니까요. 이렇게 되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관대함이란 게 무관심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시죠? 그것도 다 여러분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입니다.(사이)저도 며칠 전까진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절망이란 놈은 순식간에 저를 이곳에 앉혀 놓고는 두 다리를 옭아맸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신흥: “너무 걱정 마”,“걱정하지 마세요.” 도대체 이 말을 몇 사람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걱정 말라고 당부하는 꿈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웃긴 건, 그 어느 누구도 저에게 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저인데도 말이죠. 가해자 취급만 당했어요, 물론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저 잘못 했어요,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딱 까놓고 말해서, 저만 좋자고 프로젝트 진행시킨 겁니까! 다 같이 잘되자고 한 일인데, 일이 틀어지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로 돌변하더군요, 같이 진행한 동료들까지도 말이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두정: 다 필요 없습니다. 신흥: 다 필요 없어요. 신내: (등장)꽃이 필요할 거예요, 그쵸? 신흥: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두정: 전……, 이곳에서 탈출할 생각입니다. 신흥: (약병을 꺼낸다)저만 없어지면 됩니다. 두정: 제가 없어지면 모두들 걱정하는 척하다가 금세 잊어버릴 겁니다. 다리병신 하나쯤 없어졌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신내: 아니야, 그건 아니야.(두정 나간다.) 여자가 먼저 꽃을 주는 건 좀 그렇겠죠? 신흥: (병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이게 왜 이래. 신내: 어떡하지? 신흥: 어떡하지? 신내: 오빠가 와주긴 할까요? 신흥: 깨버릴까? 신내: 용기내서 말하긴 했는데 대답을 못 들었거든요 신흥: 용기가 깨질 때 유리 파편이 섞이면 먹기 힘들 텐데.(열심히 뚜껑을 돌린다.) 신내: 다시 한 번 말해 볼까요? 이상한 애로 보이면 어쩌죠?(사이) 안 되겠어요. 신흥: 안 되겠어. 수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신내: 무슨 수를 써야지……. 명일, 나가는 신흥과 교차되며 들어온다. 신내: 아하! 다시 말하기는 그러니까, 편지가 좋겠어요. 그렇죠? 좋은 생각이죠? 마지막 시합에 오빠가 와주면 더 힘내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쓰는 거예요. 역시 솔직한 게 좋겠죠? 그래, 그래야겠어요. 명일: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신내: 편지 명일: 편지 얘기는 아직 안 하지 않았나요? 신내: 우선 펜하고 종이가 필요하겠죠? 명일: 적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냥 듣기만 하시면 안 될까요?(신내,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신내, 나간다.) 그럼 얘기가 나왔으니 편지 얘기를 할게요.(잠시 머뭇거리다) 사귀기로 한 날부터,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연애편지를 쓴 건 아니고요, 일기 쓰듯이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나 써서 메일로 보냈어요. 하루도 빼먹지 않았어요, 단 하루도.(웃음)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어느날 술을 잔뜩 마셔서 떡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차 싶은 거예요, 하루도 빼먹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늦었지만 변명이라도 해볼 양으로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앉았죠, 그리고 메일을 쓰려고 로그인을 했는데 수신 확인 창이 뜨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글쎄 제가 전날 밤에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무슨 말을 썼는지 궁금해서 메일을 열어 봤는데(피식거린다.) 그게,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그런 거 있잖아요.fhufhㅈ뎌???ㄷew 이런 거 (웃는다.) 더 웃긴 건,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 fhi롤fwqo어ㅈㅇ……. 명일, 말을 잊지 못하고 정신없이 웃는다. 무대 뒤에서 두정과 신흥의 절규가 들려온다. 명일: (무안해 하며)죄송합니다. 신흥, 두정 서로 반대편에서 등장 신흥, 두정: 이럴 순 없어 두정: 병원 정문도 못가서 잡혀버리다니. 신흥: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신흥, 두정: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내가 아무리 이런 꼴이 됐어도 두정: 병원문턱 하나 신흥: 병뚜껑 하나 신흥, 두정: 내 맘대로 두정: 넘지, 신흥: 열지-못하다니, 왜 하필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친 거야, 왜 하필이면 나냐구, 내가 뭘 잘못했게! 내가 바라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명일: 다시 시작하죠. 두정: 그만하자, 그만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내 꼴만 더 우스워지지. 두정, 신흥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신흥: (병을 내밀며) 저……, 이것 좀. 명일: 네? 두정: 뭘 봐! 휠체어 탄 사람 처음 봐! 명일: 네. 신흥: 죄송합니다. 이것 좀 열어 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병을 건넨다.) 두정: 씨발.(술병을 꺼내 마개를 따려한다.) 이건 왜 이렇게 안 열려 신흥: 잘 안 열리죠?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명일: 무리라뇨, 전 괜찮아요.(사이) 알겠습니다. 내일 오면 되는 거죠? 같은 시간에 두정: (술병을 집어던진다) 젠장, 젠장, 젠장! 신흥: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사이) 안 열리면 할 수 없죠 뭐(병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아련한 음악 다시 흐른다. 명일, 천천히 무대를 돌고. 신흥 뚜껑을 열기 위해 애쓰며 퇴장, 두정 지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퇴장, 신내 편지를 들고 등장, 음악이 끝나면 명일과 신내 각자 자리를 잡는다. 신내: 편지 다 썼어요, 들어 볼래요?(편지를 꺼내 읽는다.) 오빠 명일: 연수야, 야! 신연수 신내: 잘 지내고 계세요? 명일: 난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신내: 전 무지무지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며칠 전에 오빠에게 했던 말 기억나세요? 명일: 기억난다. 너랑 여기 자주 왔었는데, 신내: 죄송해요, 갑작스럽게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도망쳐 버려서, 놀라셨죠? 명일: 아니야. 네가 미안할 건 없어, 붙잡아 주지 못한 내가 미안하지. 신내: 그래서 말인데요. 오빠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제 얘기를 못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저, 내일모레 있을 시, 도 대항 육상 대회에 시 대표로 나가게 됐어요, 아마도 제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아빠가 육상을 못하게 하시거든요. 마지막 경기를 오빠가 꼭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힘이 불끈 불끈 날거 같아요 어쩌면 한국 신기록을 세울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아빠도 더는 반대 못하시겠죠.-제발 그렇게 됐으면-, 자라나는 한국 육상 꿈나무의 앞길을 열어 주세요, 네 오빠! 우리가 대기하는 곳이 3번 게이트 쪽이거든요, 그쪽 스탠드 앞쪽에 계시면 제가 오빠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꼭 와주셔야 해요, 오빠가 오지 않으면 저는 실망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꼴찌를 할지도 몰라요, 꼭 와야해요, 꼭 꼭 꼭. 명일: 가고 싶어, 그곳에…….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들려온다, 신내 재빨리 편지를 감춘다. 명일: 저 소리 들려? 우는 소리가 괴상하니까 분명 생긴 것도 이상한 새일 거라고, 확인해 보고 싶다고 몇 시간이나 헤매고 다녔었잖아. 결국 확인도 못해보고…….(목이 멘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걸어서 등장. 두정: (버럭)지금 뭐하는 거야! 정신이 있어 없어!(신내 얼른 뛰어 나간다.) 그런 정신 상태로 뭘 하겠다는 거야, 응!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냐? 정말 실망이다. 네놈만은 꽤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 같은 녀석은 에베레스트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명일: 미안, 그때 널 잡았어야만 했는데. 두정: 에베레스트는 고결한 자에게만 허락된 곳이다, 약해 빠지고 결점투성이인 인간에게는 절대로 그 하얀 살결을 허락하지 않아! 명일: 그렇지 않아, 다 내 탓이야. 두정: 그깟 집안일 때문에 술에 절어 사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네가 말했던 꿈이라는 게 고작 이런 거였어? (사이) 그래, 나 이해 못한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지? 얼빠진 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어떤 인간인 줄 알아? 바로 너 같이 환경 탓, 상황 탓 하는 것들이야.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야. 별것도 아닌 일에 주저앉아 버리는 너 같은 놈은 필요없어!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무슨 염치로 훈련장에 나타난 거야, 나타나길. 다른 팀원들이 너 보면 사기 떨어지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꺼져라, 그리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명일: 제발 나타나줘,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 암전. 빛 속에 홀로 있는 신흥 신흥: (반쯤 줄어든 약병을 들고 허탈하게 웃으며)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겨우겨우 열어가지고 스무알을 넘게 먹었는데……, 뭐? 고통 없이 갈 수 있다고? 나쁜 새끼들.(꺽꺽댄다.) 이딴 걸 20만원씩이나 주고 산 내가 미친놈이지.(전화 벨이 울린다, 병을 내려놓고 전화를 확인하고는 배터리를 빼버린다.) 미안해 여보. 날 용서하지 마.(사이) 한심하죠? 저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하기야 태어날 때부터 한심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보니까,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한심해지는 거지.(사이) 돌아가신 저희 아부지께서 술만 드시면 어린 저를 붙잡고 늘상 하시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두정: (빛 속에서 등장)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사라진다) 신흥: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알겠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아부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넌 어른이 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동물이 바로 어른이란 동물이다.” 백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사이) 그나저나 이제 어떡해야 하죠? 수습할 수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빌어먹을 죽지도 못하고, 어떡해야 하죠? 신내: (빛 속에서 등장) 그럴 땐 초콜릿을 먹으면 돼요, 그것도 아주 진한 다크 초콜릿, 아무리 우울해도 한두 조각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한두 번 혼난 것도 아니고 뭐. 괜찮아요. 초콜릿 하나면 땡이에요.(사라진다.) 신흥: 그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닙니다. 근데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예? 그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제가 아픈건 딱 질색이라. 명일: (목소리) 연수야, 연수야 신흥: 쉿! 지금 누가 제 이름 부르지 않았나요? 설마 놈들이 여기까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제발 좀 도와주세요, 잡히기라도 하는 날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명일: (목소리)아! 꿈이었구나. 신흥: 윽!(배를 움켜쥔다.) 아 배야, 갑자기 왜 이러지? 뭐 먹은 것도 없는데. 화장실, 화장실……, 크 아퍼, 먹은 거라곤 이것뿐인데,(무언가 떠올라.) 약! 이 약! 개새끼들.(배를 부여잡고 달려 나간다.) 빛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약병. 빛이 점점 번져 공간을 환하게 만든다. 밝아지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신내. 신내: 이 시간이면 항상 이곳을 지나가는데 (두정 등장) 어! 태령 오빠! 두정: (신내의 맞은편에 앉는다.) 왜 불러낸 거야? 신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드릴 게 있어요. 두정: 뭔데 신내: (편지를 건네며) 이거 두정: (받으며) 이게 뭔데? 신내: 나중에 읽어 보세요(얼굴이 붉어진다.) 두정: (읽은 후) 각서……, 야! 지금 너 장난하냐? 신내: 아니에요, 안 빨개요 두정: 이딴 종이 쪼가리를 어떻게 믿어? 신흥 한손에 휴지를 들고 등장, 처절한 소리를 지르며 부리나케 테이블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신내: 전엔 죄송했어요, 제 말만 하고 멋대로 가버려서. 두정: 죄송하다면 다야? 신내: 예, 그치만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요. 두정: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신내: 오빠. 두정: 이제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더 이상 난 네 대장이 아니다 신내: 호, 혹시……, 여, 여자친구……, 있으세요. 두정: (단호하게) 없어, 추호도. 난 한번 결정한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꾸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널 죽도록 패주고 싶지만 옛정이 있어 참는다. 신내: 다행이다.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요. 두정: 더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훈련중이었거든, 네놈이 그렇게 하찮게 여겼던 그 훈련 말이다. 신내: 그러세요, 예, 가보세요, 편지 꼭 읽어 보시고요, 두정: 두 번 다시 널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각서를 구겨 테이블에 던진다.) 신내: 저도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신내 꾸벅 인사하고는 떠나는 오빠(두정)의 뒷모습을 눈으로 는다. 두정 나간다. 신내는 오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뜬다. 신흥 허겁지겁 등장, 숨을 곳을 찾는다. 급하게 숨을 곳을 찾고는 몸을 숨긴다. 신흥: (숨을 몰아쉬며)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마주칠 건 뭐야, 그나마 나오는 길에 마주쳤기에 망정이지 들어가는 길에 마주치기라도 했어봐. 아유아유 죽겠네.(두정이 버렸던 병을 발견) 뭐야? 새거잖아.(너무나 쉽게 병을 열고는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뚜껑을 닫아 제자리에 놓는다.) 햐 시원하다.(허탈하게 웃으며) 안좋은 일만 생기는 것 만은 아니구나.(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제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아부지 말처럼 어른이 돼버려서 이렇게 된 걸까요? 가장 더럽고……, 후후후.(사이) 네? 어른이 되기 전에요? 글쎄요, 어른이 되기 전이라……. 그러고 보니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그땐 뭐, 다들 그렇겠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랬는데, 샐러리맨 따위가 될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 때의 저한테 미안한 생각까지 드네요,(사이) 그럼요, 뭐였냐면요……, 막상 말하려니까 쑥스럽네요, 웃지 마세요, 가수예요, 가수 (웃음) 웃기죠? 가수를 꿈꾸던 청년 도망자 되다! (웃음 소리속에 점점 슬픔이 담긴다.) 명일: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 꿈이었어, 꿈. 연수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연수야.(컴퓨터를 켠다, 윈도 시작음악) 언제까지 너한테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언제 와서 이 편지 읽어 줄래,(창 뜨는 소리, 몹시 놀란다.) 어, 어! 신흥: 아, 아! (배를 움켜쥐고) 또야? (뛰어 나간다.) 명일: (흥분) 틀림없어요. 그녀가 읽은 거예요. 그녀가 읽은 거라고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메일을 읽어요, 안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게 아니었던 거예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짧은 사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신흥: (등장) 지독한 놈들, 왜 화장실 앞에서 죽치고 있는 거야, 아, 미치겠네.(반대쪽으로 달려 나간다.) 명일: 봤죠, 네 봤어요, 근데 제가 본건 사고 나서 실려 가는 것까지였어요, 죽은 연수를 본 건 아니잖아요. 장례식요? 어……, 그건……, 아 그래그래, 필요했던 거예요 장례식이, 연수는 큰 사고를 당했어요, 죽지는 않았겠지만 몸이 성치는 않을 거예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영화나 소설 보면 죽은 걸로 하고 숨어서 지내는 거, 그래 그거야, 그거.(짧은 사이) 비약요? 그건 선생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다시는 여기 오지 않겠어요, 연수가 살아있어요! 제 우울증 따위는 한방에 끝났다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수를 데려가지 않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요 살아 있기만 하다면요, 신흥: (퀭한 얼굴로 등장) 살았다……. 두정: (목소리) 야! 야! 신흥: (소리 나는 쪽을 보며) 젠장! (도망친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낮은 목소리로) 거기 서! 뭐 나한테 속이는 거 있지? 틀림없어,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뭐야? 사실대로 말해봐. 뭐야 대체? 명일: 예? 두정: 뭐라고 했어 지금? 다시 한 번 말해봐. 명일: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지금은 연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짧은 사이) 선생님! 왜 자꾸 그러세요? 선생님은 연수가 살아 있는 게 싫으세요? 비밀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연수밖에 없어요, 그런 건 철저한 애였어요, 수신확인이 됐다는 건 연수가 열어 봤단 소리예요. 다른 가능성은 없어요. 두정: 그래 알았어, 너희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한다. 알았어, 알았어,(짧은 침묵) 잘 가라, 참 그리고 앞으론 문병 같은 거 오지마라, 훈련에만 전념해, 나 들어간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연수를 찾아봐야겠어요.(나간다.) 두정: (가다 멈춰서) 개자식들! 신흥: (온 몸엔 상처, 옷은 쥐어뜯겨 엉망인 채로 등장) 개새끼들! 두정: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가 이렇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그 자식을 끌어들여? 신흥: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패냐 두정: 씨발, 씨발 씨발,(거친 웃음) 신흥: 아, 진짜 아프다, 돈 몇 푼에 아주 사람을 죽이려고 환장을 했구먼, 도망치지 않았으면 골로 갈 뻔했네.(어이없다는 듯이 웃다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씨발 새끼들, 아부지, 여보, 나 아퍼.(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두정: 그만해, 그만해!(울먹인다.) 두정과 신흥의 울음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신내 허겁지겁 들어온다. 신내: 뭐하는 거예요 대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얼른 일어나요 (두정, 신흥 울음을 그친다.) 자 초콜릿 (두정과 신흥 앞에다 놓는다.) 이거 먹으면 힘나거든요, 씹어 먹지 말고 천천히 녹여 먹어요.(사이) 자 가요, 가서 멋지게 1등하고 돌아오면 되잖아요. 그럼 분명 코치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시간 다 됐어요. 우리 몸도 풀겸, 경기장까지 뛰어 가요! 오케이.(나간다.) 두정, 신흥 꾸역꾸역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신흥은 두정의 자리로, 두정은 신흥의 자리로 간다. 둘은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콜릿을 발견하고 집어든다. 신흥: 아깐 음료수 이번엔 초콜릿? 두정, 신흥: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초콜릿을 본다.) 뭐야? 둘,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는다. 마법같은 음악 잠깐. 알 수 없는 미소가 둘의 얼굴에 감돈다. 두정, 신흥: 그래, 힘내자, 신흥: 약을 스무 알씩이나 먹고, 그렇게 맞았는데도 안 죽었는대. 두정: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던 거야, 발버둥 쳐 봤자지. 두정, 신흥: 뭔가 길이 있을 거야. 두정: 그렇지? 신흥: 그렇지. 둘, 서로 반대편으로 퇴장, 신내 다른 곳으로 들어온다. 신내: 자! 우리 파이팅하는 거예요! 코치님도 병원에서 틀림없이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몸을 풀며 두리번거린다.) 아직 안 왔어요, 조금 있으면 시작인데 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죠? (관중석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다.) 엄마, 아빠 여기, 여기.(사이) 차가 막히나?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래, 그래. 오빤 틀림없이 올 거야. 자! 힘내자 연신내. 멋지게 달려서 일등 하는거야, 알았지? (더욱 열심히 몸을 푼다.) 명일 등장. 신내: 어! 오빠! (명일에게) 여기에요, 여기.(환하게 웃으며 인사) 오빠가 왔어요, 오빠가 왔다고요. 좋았어, 아자아자! 명일: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친구들은 모를 테고,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나? 그래, 일단 아이피 추적부터 해보자, 좋았어, 아자아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소리: 여자 800미터 예선전 참가자들은 본부석 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오빠 쪽을 향해) 꼭 일등 할게요! (나간다.) 두정 등장, 휠체어를 세우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 재활운동을 시작한다. 각자의 일에 열심인 두 사람. 명일: 안 되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두정: 헛 둘, 헛 둘. 한참을 하다 지친 둘. 명일: 아, 모르겠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야? 두정: (숨을 몰아쉬며) 두고 봐 꼭 해내고 말 테니까. 기다려라 에베레스트, 내 네놈을 꼭 밟아주고 말 테다. 소리: 딩동댕동.601호 특실 환자분 면회객이 와 있습니다. 속히 병실로 돌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명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서 공사하나?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집중을. 두정: 면회? 누구지? (휠체어에 오른 후 퇴장.) 명일: 도저히 안되겠다. 누구 컴퓨터 잘하는 사람 없나? 아 그렇지! (휴대전화를 꺼내 건다.) 여보세요? 문정이냐? 응, 나 명일인데·…….(통화하며 나간다.) 나가는 명일과 교차하며 신내 등장. 긴장을 풀기 위해 몸을 턴다. 소리: 여자 800미터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선수들은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앞으로 나와 몸을 푼 다음 놓여 있는 병을 들고 마시고는 (두정이 버렸던 병) 출발선에 선다. 소리: 차렷, 준비. 소리2: 거기 서 개새끼야! 소리: (총소리) 탕 출발과 동시에 터지는 응원과 환호성 속에서. 슬로 모션으로 출발하는 신내.“안 서면 죽어!” 소리를 등지고 신흥 슬로로 뛰면서 등장. 신내와 신흥 같은 방향으로 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두 사람. 신흥이 점점 신내를 따라잡아 이윽고 나란히 뛰게 된다. 신흥이 신내를 앞서가려는 찰나. 신흥의 발이 꼬여 중심을 잃고, 그런 신흥에 걸려,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는 신내. 신흥은 얼른 추스르고 멀리 달아난다. 엎어진 채 그대로 있는 신내에게 빛이 모아진다. 빛은 점점 작아진다. 암전. 다시 서서히 밝아지면 신내의 자리에 서서 홀로 빛을 받고 있는 신흥 신흥: 하하하, 꼴좋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한번은 잡혀도 두 번은 안 잡힌다! 이래 봬도 왕년에 한달리기 한 사람이야 왜 그러셔.(사이) 그나저나 이제 뭘 어떡해야 하지? 집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전전긍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만 안 샀더라도 좀 더 나았을 텐데 (뒤적거려 지갑을 꺼낸다.) 육 만원. 육 만원이라, 이걸 갖고 뭐해……, 인생 허무하다, 나이 서른여덟에 가족 버리고 수중에 딸랑 육 만원 들고서 고민하는 꼴이라니……, 아니다, 아니다. 돈 한푼 없는 것 보다 낫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육 만원으로 새출발하는 거야! 까짓 인생 대역전이 별거야, 나라고 뭐 육 만원의 신화 만들지 말라는 법 있어? (절규한다.) 젠장, 근데 뭘 하냐구! 세 개의 빛이 동시에 들어온다. 빛 속에 나란히 있는 명일, 신내, 두정, 신흥. 명일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고, 신내, 입 주변이 피에로처럼 초콜릿이 범벅인 채로 무지막지 멍하게 앉아 있다. 두정은 한 곳을 응시한 채 얼어있다. 지하철 환승 멜로디가 경쾌하게 울린다. 소리: 이번 역은 전동차를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다른 전동차를 이용하실 손님께서는 빠뜨리신 물건이 없나 잘 살펴보시고 다른 열차로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넷. 각자의 자리를 떠나 각기 다른 사람이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두정과 신흥 쪽의 빛이 어두워진다. 명일: 틀림없다니까요, 증거요?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돼요, 제가 보낸 메일이 수신 확인이 되어 있었다고요, 왜 그게 증거가 안 되는 건데요, 비밀번호는 연수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니까요.(사이) 그러니까 한번만 조사해달라는 거예요, 저기요, 무슨 얘긴 줄 알겠는데요, 사망신고가 됐다고 해서 꼭 죽었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사이) 말이면 답니까! 제가 미친놈으로 보입니까? 당신들 시민의 요청을 거절하는거 그거 직무 유기야 알아? 민중의 지팡이라며? 친절봉사라며! 이따위로 일할 거야! (사이) 제발요,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조사해 주세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 살리는 셈치고 아니, 정말로 죽은 사람 살릴 수 있는 일이니까 한번만 도와주세요? 네? 한번만요. 신내: 안 돼! 안 돼! 아무리 초콜릿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흐느낀다.) 마지막 시합이었는데, 다시는 달릴 수 없는데……, 오빠가 보고 있었어,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끝이야, 전부 끝장나버렸어. 명일: 이대로 끝낼 순 없어. 신내: 코치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입원하실 정도로 열심이셨는데. 명일: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신내: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모두들 나한테 손가락질할 거야, 부모님도 친구들도 오빠도 모두들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 내가 전부 망쳐버린 거야. 어떡해. 멀리서 신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손에 낡은 기타를 들고 등장하는 신흥 미친 듯 웃으며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신흥: 하하하, 이거야 이거! (기타를 튜닝하며 흥얼댄다.) “나는야 돈 한푼 없이 기는 도망자라네 하지만 나에겐 낡은 기타와 노래가 있어 둥기둥가.”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육 만원으로 어떻게 새 삶을 시작할까 고민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더군요, 이럴 때 의지할 마땅한 친구도 없는 내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갈 곳은 없고 배는 고프고, 그러고 있자니 일단 배라도 채우고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눈에 띄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을 집어 들었습니다. 터진 입술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웃음) 오백원짜리 오뎅이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 사실 길거리에 서서 쩝쩝거리며 먹는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질 했었는데……, 아! 이래서들 먹는 거구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막 세 개째 꼬치를 집어드는데 낯익은 노래가 들려왔어요, 포장마차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였어요, 렛잇비였는데, 너무 유명해서 촌스럽게까지 느껴졌던 그 노래가 전혀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길거리 오뎅과 렛잇비, 저한테는 그냥 그저그런 뻔한 것들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뭐 암튼, 오뎅을 질겅거리며 노래를 들었어요. 렛잇비가 그대로 두라는 뜻이라면서요? 어렸을 때는 왜 그대로 두라는 건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그 순간에 아! 그런 거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래서 그길로 곧장 중고 악기상으로 달려가 이놈을 장만했습니다. 지금 제 수중에 있는 거라곤 이 녀석과 단돈 삼천원이 전부입니다. 기타와 삼천원이라 뭔가 고독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20년 만에 만들 노래의 제목.“기타와 삼천 원” 하하하, 놀라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이런 완벽한 제목을 만들어 내다니, 제목부터 뭔가 확 필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명일: 뭐라고요?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신흥: 기타와 삼천원 명일: 설마……. 신내, 신흥 쪽을 바라보다 ‘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뛰쳐나간다. 신흥: (신내가 나간 방향에 대고) 놀라시긴……, 노래가 완성되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열배는 더 놀라실 겁니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사이) 흥신소요?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찾는 겁니다. 그러니까 서둘러 이사를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는 거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흥: 일단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만들었던 노래로 시작할 겁니다. 장소는 뭐, 찾아봐야죠, 설마 서울 하늘아래 제가 노래할 만한 곳이 없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가숩니다. 불행한 샐러리맨이 아니라 어릴적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된 거죠. 하하하. 자! 그럼 저를 기다리는 무대를 찾으러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흥, 큰 소리로 웃으며 퇴장, 명일 쪽지와 주소들을 확인하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두정: (놀람을 감추며) 웬일이냐? 명일: 여기가 16-28번지 맞죠? 두정: 용케도 올 생각을 했구나. 명일: (떨리는 목소리로) 연수네 집 맞죠? 두정: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그런 건 왜 물어. 명일: 저는 연수 남자친구 명일이라고 합니다. 두정: 팀을 맡게 됐다고, 축하한다. 명일: 힘드시겠지만 저도 어렵게 마음먹고 온 것이니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두정: 너하고 할 얘기 없으니까 그만 가봐. 명일: 그 심정 이해합니다. 하지만……. 두정: 사실대로 말하지, 네 얼굴 두번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 오늘 이후 찾아뵙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두정: 꼴 좋다고 웃고 싶겠지, 웃고 싶으면 웃어. 명일: 연수……, 연수 살아있죠? 네? 두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명일: 사실대로 얘기해 주십시오. 사고 이후에도 매일같이 연수에게 메일을 보냈었는데 며칠전 그 메일이 모두 수신 확인이 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 하실 때 도망치듯 떠났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정: 상상력이 풍부하구먼.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워, 보시다시피 난 글러먹었어. 명일: 그렇다면 제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연수 찾는 걸 포기하지 못합니다. 두정: 내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그래 그런 말을 했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상황 탓, 환경 탓 하는 게 아니야, 현실이 그렇다는 거지. 네 놈이 그런 말을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더 이상 널 마주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조심해서 가라.(나가려 한다.) 명일: 거짓말……, 거짓말이죠? 그럴 리 없어, 저를 포기하게 하려고 하는 얘기죠? 그렇죠? 두정: (멈춰서서 혼잣말로) 고결한 자만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 고결한 자라…….(쓴웃음) 에베레스트.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나간다.) 명일: (절망적으로) 잘 알겠습니다,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나가려다 멈춰서서) 연수야……, 너 정말 없는 거야? 명일이 나가자마자, 박수 소리와 함께 현란한 조명이 무대를 훑는다. 무대 중앙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글라스를 쓴 신흥이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서 있다. 신흥: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에 들려드릴 곡은 지금의 저를 있게한 바로 그 노래입니다.20년 전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수의 꿈을 가득 품고 며칠 밤을 새우며 코피를 쏟아가면서 만든 노래입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좋은 노래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간다는 얘기가 있죠, 그게 바로 이 곡을 두고 한 얘기란 걸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됩니다. 자 그럼 눈을 감고 제 목소리에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빌어먹을 인생.” 신흥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단조롭고 유치한 느낌의 멜로디. 신흥: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뭔지 몰라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각각의 빛을 받으며 세 사람 나타난다. 약통을 들고 있는 명일, 휠체어 위의 두정, 경기 중에 쓰러져 있는 신내. 신흥: 그것이 뭔지 몰라도 신내: 이건 아니야, 명일, 두정: 이건 아니야 신흥: 목적도 모른 채 공부를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순위가 매겨지고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모두: 이건 아니야. 간주. 두정 굳은 표정으로 한곳만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명일: 전부 제 착각이었습니다. 여동생이 혹시나 하고 비밀번호를 쳤는데 열렸대요, 계정을 없앤다고 그러더군요, 그렇다고 앞으로는 메일 보내지 말라고……, 근데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아세요? ‘엠, 와이, 유, 엔, 지, 아이, 엘’이었대요. 명일, 제 이름이었어요.(허탈하게 웃는다.) 연수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갈게.(약병을 바라본다.) 신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어떡하지, 일어날 수가 없어, 오빠, 엄마, 아빠, 코치님……. 일어나 달려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모두들 저만 바라보고 있겠죠, 고개를 들 수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신흥: 이른 아침, 아니 그건 해도 안 뜬 새벽이야. 흔들어 깨우며 하시는 말씀, 얼른 일어나, 얼른 일어나. 늦은 밤에, 아니 그건 달도 지는 새벽이야 지친 나에게 하시는 말씀, 공부 하다 자, 공부 하다 자, 조금만 더 자고 싶어요 제발. 잠도 못 자가며 난 무얼 하는 걸까.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간주. 명일 결심한 듯 약을 꺼내 털어 넣는다. 신내는 여전히 그대로 엎드린 채다. 등이 들썩거린다. 두정,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걸고 수건을 감은 숟가락을 꺼내 입에 문다. 명일 쓰러진다. 두정, 있는 힘껏 일어나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온힘을 다해 일어나려 한다. 신흥: 귓가에 맴도는 어머니 말씀.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일어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신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어나려고 애쓰는 두정 신흥: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명일 갑자기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다. 명일: 아 배야! 눈물을 흘리며 일어난 신내, 이를 앙다물고 슬로로 뛰기 시작한다, 두정 간신히 몸을 지탱해 휠체어에 오른다. 신흥을 제외한 나머지 빛이 사라진다. 신흥: 인생이란 그런 거야 이유는 없어, 모두들 다 그렇게 살아 일어나, 일어나. 얼른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가 빌어먹을! 일어나, 어서 일어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기쁨에 차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는다.) 여, 여보……. 무대 밝아진다. 신흥 머뭇거리는 사이 신내 천천히 등장한다. 신내: 오빠 신흥: 여, 여보 신내: 어쩐 일이세요? 신흥: 당신이 어떻게 여길……. 신내: 잘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할말 있었는데. 신흥: 그러니까……, 그게 신내: 아무 말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가 얘기할 테니 듣기만 하세요. 신흥: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신내: 사실 저 오빠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신흥: 그게 무슨 소리야? 신내: 말 그대로예요, 이젠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신흥: 여보, 그러지 마, 제발, 응? 내가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 신내: 고마워요, 진작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 꼴찌해서 이런 거 아니에요. 정말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려서 그런 거예요. 신흥: 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리는 말아줘, 부탁이야. 신내: 그러지 마세요, 오빠답지 않아요. 신흥: 난 이미 끝난 놈이지만, 당신하고 우리 창신이 수진이는 아니잖아. 남편, 아버지 잘못 만난 죄밖에 없잖아, 여보, 그러니까 그런 소리 두번 다시 하지마. 신내: 괜찮아요? (사이) 저요? 보세요 전 아무렇지 않아요. 신흥: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신내: 그래요, 그렇게 해요. 신흥: 이혼하면 놈들도 더는 못 괴롭힐 거야, 자리잡히는 대로 연락할게,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생활비랑 애들 교육비는 최대한 노력해 볼게. 어떻게든 아빠 노릇은 하도록 할게. 미안해 여보. 신내: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오빠도 조심해서 가세요. 안녕……, 안녕.(자리를 옮긴다.) 신흥: 놈들이 위치추적을 해서 전화기 못쓰니까, 내가 연락할게. 신내: 오빠도 제가 좋대요, 우습죠? 기껏 마음 정리했는데 고백을 받다니……, 조금만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괜찮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사이) 저 끝까지 달렸어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목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이후엔 아무 생각도 안나요, 어떻게 결승점을 통과 했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 왔는지……. 정신이 들고 보니까 제 방에 덩그러니 앉아 초콜릿을 잔뜩 쌓아놓고 먹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거울을 봤는데 눈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 있고, 입 주변은 초콜릿이 번져서 피에로처럼 되어 있더라고요,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깔깔대고 웃어버렸어요, 한참을 그렇게 웃고 있는데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눈을 감고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 봤어요, 자세히 들어 보니까 제 목소리더라고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 보면 처음엔 자기 목소린 줄 모르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였어요, 조금 익숙해지니까 알겠더라고요, 제 목소리인지. 신흥: 그랬어? 그거 다행이네. 알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하자고.(사이) 내 걱정은 하지마, 당신하고 애들이 힘들지 나야 뭐……. 그만 가봐, 수일내로 전화할게, 조심해서 들어가고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든다.) 여보! (사이) 아, 아니야. 애들한테 안부 전해줘.(사이. 혼잣말로) 잘 살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평소에 안해 버릇해서 힘드네. 신내: 근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는 이미 끝나버렸는데, 레이스를 마치라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신흥: 자! 이젠 나의 무대를 찾아가 볼까,(기타에게) 가자 로시난테, 갈 길이 멀다. 서두르지 않으면 날이 저문다고.(나간다.) 신내: 800미터 경기는 트랙을 2바퀴 도는 거예요, 작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페이스 조절과 순간의 판단력이 그 어떤 종목보다 중요해요,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려도 안 되고 페이스 조절한다고 천천히 출발해도 안 되죠, 작전대로 달리다가도 상황에 따라 작전을 포기하고 감으로 스퍼트하는 경우도 많고요. 생각해 봤어요, 나는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달려온 것보다 달려야 할 트랙이 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알람이네요. 저 이제 그만 가봐야 해요,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나간다.) 텅 빈 무대. 멀리서 전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로 들려온다. 소리는 멈추지 않고 무대를 가로지른 후 점점 멀어져 간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빈 휠체어를 끌고 등장한다. 휠체어를 세우고 한두 걸음 떨어져 선다. 두정: (휠체어에 대고) 너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위로해 주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잔인하게 들려도 할 수 없어. 다 네 잘못이야, 한 번 더 점검했어야지, 한 번 더 살폈어야지. 그 정신 상태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면 너 때문에 동료들 모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어, 너 이렇게 된 거,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숨과 다리를 바꿨다고 생각해, 어찌 보면 이렇게 된 거 너한테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닌 인생 선배로서 하는 얘기니까 귀담아 듣는 게 좋아, 휠체어 생활도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괜히 재활한다고 힘 낭비하지 말고 그 다리에 적응하는 편이 나을 거다. 나같이 바른 말을 하는 선배를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이제 가봐야겠다, 돌아가서 합숙 준비를 해야 하거든, 들어가서 한 숨 자는 게 어때?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두정이 나간 반대편에서 피골이 상접한 명일이 다리 힘이 풀린 채로 등장 명일: 이렇게, 이렇게 죽는 건가……. 정말 특이한 약이야. 고통스럽냐고 물었을 때 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가 돼.(힘없는 웃음) 왜 죽으려고 했는지, 죽기로 결심한 내가 원망스러워지다니……, 아픈 배를 감싸고 변기 위에 앉아 있자니 살려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다 알게 됐어요, 연수를 잃었을 때보다 변기 위에서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웃음이 나왔어요, 눈물은 줄줄 흐르고 웃음은 멈추지 않고, 아래도 멈추지 않고 (힘없는 웃음) 제가 연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배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아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요?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명일: 저 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까요? (고개를 숙인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오는 신흥, 신내, 휠체어 탄 두정. 각자 자리를 잡고 선다. 네 사람: 요 며칠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에서 버려져, 혼자 어딘가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 세상의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나한테 달려든 것 같은 느낌,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진흙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죠. 두정, 신흥: 왜 하필 나야? 명일, 신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네 사람: 속으로 원망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 봤습니다. 근데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당연한 얘기죠, 고민하고 소리 질러서 일이 해결 된다면 이 세상에 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신흥: (큰 목소리로) 가수가 되기로요! 두정, 명일: (바로 이어) 받아들이기로요 신내: (이어서) 다시 달리기로요. 네 사람: 많이 겁나고 솔직히 자신 없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어나야죠, 신흥: (노래한다)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네 사람: 변하는 건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두정: 저, 결국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휠체어를 뒤로 돌리자 자동차 번호판 모양의 판에 ‘에베레스트’라고 쓰여 있다.) 썰렁했나요?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 멈추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모두 한발씩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힘찬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기타를 정성껏 보듬으며 어디론가 간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한다. 네 사람: (동시에) 저기……. 암전. 어둠 속에서 신흥의 목소리 신흥: (목소리) 드디어 완성했습니다.‘빌어먹을 인생’을 이을 평생의 역작.‘기타와 삼천원’ 조명을 받으며 멋지게 등장한 신흥. 노래한다. 신흥: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가수를 꿈꾸는 소년이 살았다네 매일 밤 꿈속에서 노래하던 소년은 매일이 너무나 행복했다네 그러나 어느 샌가 소년은 노래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서울 하늘 아래 어딘가 가수를 꿈꿨던 남자가 살고 있다네 꿈을 잊은 채로 살아가던 남자는 하루가 너무나 힘들었다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노래하던 꿈을 떠올렸다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아, 가진 건 사랑스런 기타와 단 돈 삼천 원뿐이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네, 아, 가진 걸 모두 잃어 남은 것 하나 없어 불행하지만 나에겐 기타와 삼천원 있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세상에 내 것이 하나 없어도,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있어 너무 행복하다네. 너무 행복하다네. 박수 소리에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던 신흥, 키스를 날리며 퇴장한다. 무대 한쪽에서 연수, 차분한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태령,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약장수,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연수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약장수, 태령,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세사람. 연수: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약장수: 종로 5가입니다. 태령: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연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약장수: 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고객이죠. 혹시 필요하신가요? 태령: 네, 그녀를 사랑했거든요. 연수: 사랑했어요, 그래서 많이 미안했고요,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약장수: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태령: 그녀는 떠났지만 전 아직 그녀를 떠나보내지 않았습니다. 연수: 이제 떠날 거예요, 명일씨를 놓아주려고요,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거예요. 약장수: 그 약을 먹게 되면 죽을 각오로 살게 되죠, 태령: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열심히 달리는 신내를 뒤에서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하고요 연수: 뒤에서 지켜본다는 거 그리 쉽지 많은 않더라고요,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약장수: 그것이 문제죠, 부작용이 너무 심해요, 설사가 장난 아니거든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하하하. 세 사람 모두 정지. 두정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무대 중앙에 휠체어를 놓고 나간다. 휠체어 홀로 빛을 받는다. 휠체어: 전 에베레스틉니다. 제 주인님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전 어디를 가나 주인님과 함께 하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주인님이 제게 이름을 붙여주고 난 뒤로 가끔이긴 하지만 웃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제 이름이 좋습니다.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휠체어: 지하철이 왔네요, 못다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죠, 저는 지금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거든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암전. ■ 등장인물 명일(25세, 대학생) 신내(18세, 고등학생, 육상부) 두정(32세, 산악인) 신흥(38세, 샐러리맨)
  • [국제기구 주름잡는 한국인] 유엔 인권판무관실 우종길·난민판무관실 이수진씨

    [국제기구 주름잡는 한국인] 유엔 인권판무관실 우종길·난민판무관실 이수진씨

    |제네바 이종수특파원|국제기구의 도시 스위스 제네바. 이곳에는 바다를 닮은 레만 호(湖)의 넓은 품처럼 국제공무원으로 지구촌을 누비는 한국인들이 있다. 정부 파견 형식이 아니라 유엔기구 국제공무원으로 일하는 한국인은 어림잡아 30명. 세계보건기구·국제노동기구·세계무역기구 등 근무 공간도 다양하다. 그 중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근무하는 우종길(36)씨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일하는 이수진(36)씨가 지난해 12월21일 만났다. “반갑습니다.”“이렇게 뵙네요.” 인권과 난민 현장이라면 지구촌 어디든지 날아가야 하는 두 사람인지라 2년째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이날 처음 대면했다. 인권담당관으로 8년, 난민 교육관 등으로 10년 동안 일한 두 사람은 그동안의 애환을 징검다리 삼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먼저 국제무대에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오지 원주민의 인권이 나아질 때입니다. 특히 2001년 필리핀 원주민 실태 조사 때 만난 50대 아주머니를 잊을 수 없습니다. 한 회사의 개발로 부족의 전통 생활양식과 권리가 파괴되고 있다고 호소하기 위해 200여㎞를 걸어서 왔더군요.”(우종길씨) “난민 캠프의 참상은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성은 겹고통으로 신음합니다.2004년 방글라데시의 소수민족 노힝가 난민 캠프에서 위생·교육 문제 등 그들의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 땀흘렸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이수진씨) 얼핏보면 화려한 국제공무원. 그러나 고충도 적지 않다. 우씨는 소탈한 성격답게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아무래도 부모님과 가족들을 자주 못본다는 게 힘들죠. 특히 부모님 생신에 못가면 불효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설·추석 때는 외롭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한국 음식, 특히 김치를 자주 못먹어 힘들죠(웃음).” 그러자 이씨가 ‘행복한 고민’이란 듯 ‘고생 보따리’를 풀어놓았다.“2∼4년 간격으로 보직과 근무지가 바뀝니다. 유랑 생활이죠. 게다가 난민 캠프 특성상 치안 불안·의료시설 미비 등에 시달립니다. 동료 중에 말라리아에 걸리거나 습격을 받아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총장의 선출로 한국의 인지도가 많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전에는 어땠을까? 두 사람이 국제무대에서 본 한국은 어디쯤일까?“강경화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이 6일부터 OHCHR 부판무관으로 부임하는 것도 호재입니다. 그러나 이전엔 가끔 문젯거리로 등장했던 북한보다 (한국이)덜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기 분담금 11위에 걸맞게 많은 자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엔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면 ‘자발적 부담금’을 늘려야 합니다.”(우) “유엔 전문·산하기구에 내는 자발적 부담금의 위력이 큽니다. 미국·노르웨이·프랑스 등은 고위 직급 인사에도 관여합니다. 또 정부의 지속적 관심도 필요합니다.”(이) 국제공무원이 되는 과정은 크게 네 가지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문’을 거쳤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우씨는 하버드대 법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친구가 유엔사무총장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보고 ‘역동성’을 느꼈다. 졸업하자마자 96년 유엔 사무국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군 제대후 99년부터 인권담당관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와 정치외교학과(대학원)를 졸업한 뒤 외교통상부에서 선발하는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1기생으로 뽑혔다.2년 동안 난민고등판무관실에서 일한 뒤 정식 직원이 됐다. 삶의 길목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들이 국제공무원이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도 많을 것이다. 이씨가 먼저 “환상을 깨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제공무원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시작했다가는 후회하기 십상이란 것. 특시 이씨처럼 난민 캠프를 찾아 ‘노마드(유목민) 생활’을 하는 국제공무원에게는 웬만큼 투철한 사명감 없이는 견디기가 쉽지 않다. 우씨도 적극 공감했다.“영어·불어 등 유엔 공식언어 2개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엔정신에 걸맞은 개인의 신념과 전문 지식입니다.” vielee@seoul.co.kr ■ “메일 답장·보고서 작성… 인권문제면 어디든 가죠” |제네바 이종수특파원|‘인권 문제라면 어디든 간다.’ 많은 국제공무원들이 성탄절 휴가를 떠난 지난해 12월20일 오후 6시. 어둠이 내린 제네바 파키스가(街) 52번지 파키스유엔고등판무관 건물 3층의 우종길씨 사무실을 찾았다. 퇴근 시간이 됐지만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창가로 보이는 레만호를 즐길 겨를도 없어 보였다. 최근 그의 관심은 ‘기업의 인권 책임’이다. “대기업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인권 비중이 커졌습니다. 삼성·포스코 등 한국 기업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단순히 해당 국가의 허가가 났다고 방심할 게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들과의 대화·협력 등이 중요하지요. 세계적 기업은 이미 인권변호사를 고용해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씨의 하루는 이메일 검색으로 열린다. 아침 9시에 출근하면 밤새 지구촌 곳곳에서 날아온 100통 안팎의 이메일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인권 피해를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개인의 진정서는 특별보호관에 맡기고 큰 이슈만 정리한 뒤 답장을 합니다.”. 평균 15∼20통의 답장을 쓰고나면 오전이 후딱 지나간다. 동료들과 한식이나 피자로 점심을 때우고 사무실에 와서는 국제사면위원회나 유엔라이트리서치 등 비정부기구 보고서도 검색해야 한다. 또 상급자가 출장을 가면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고등판무관이 해외사절단을 만날 경우 해당 국가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또 1년에 20∼30권의 브리핑 노트 작성도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해외에 파견 나갈 경우 어젠다 설정, 관련 단체 접촉, 행정 업무 등 노동 강도가 곱절로 늘어난다. 퇴근 후에는 체력관리를 위해 수영장을 찾는다.“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각국에서 온 국제공무원들과의 승진 경쟁에서 이기려면 체력이 강해야 하거든요.” 그의 꿈은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직까지 진급하는 것이다.“많은 경험을 살려 민간부문으로 옮기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지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사회의 약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어요”. vielee@seoul.co.kr ■ “난민캠프가 사무실… 유목민처럼 지구촌 누벼” |제네바 이종수특파원|‘지구촌 난민 캠프가 사무실’ 이수진씨는 지난해 12월21일 오전 9시 사무실에 도착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서 엄마를 찾아온 유치원생 아들의 재롱을 뒤로한 채였다. 출근하자마자 난민 훈련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짰다. 물품구입 방법에서부터 재정·서무·계약 체결 등 그의 업무는 전방위에 걸쳐 있다. 또 1주일 단위로 업무 관련 책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를 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파견 업무 매뉴얼을 작성한다. 그나마 ‘비수기’여서 나은 편이다. 교육관이라는 업무 특성상 난민 캠프 파견이 잦다. 이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8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데요 그 날 일이 정리되지 않으면 휴일이 따로 없습니다.” 지난해에도 4개월 동안 두바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의 난민 캠프가 그의 직장이었다. 올해에는 아프리카 가나의 아카라, 케냐의 나이로비, 우간다 등이 그의 사무실로 변한다. 파견 업무는 준비과정부터 할 일이 많다. 현지 상황 파악, 관련 책자 준비, 교육 프로그램 작성 등을 하노라면 파김치가 되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다. 순환 근무라는 특수성으로 ‘유목민 생활’이 불가피하다.1999년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로 첫발을 오스트레일리아(2년)에서 내디딘 이후 태국(3년), 방글라데시(1년9개월) 등을 돌았다. 업무도 매번 바뀐다.‘필드 오피서’ 시절에는 우물 파기, 화장실 설치, 옷·비누 만들기 등 모든 일이 그의 몫이다. “가는 곳마다 문명과 동떨어진 곳입니다. 기온이 33도로 푹푹 찌는데도 선풍기 한 대 없어 땀을 흘리느라 잠을 설친 적도 있습니다.”. 사랑니 4개를 뽑은 지 이틀 만에 솔로몬 제도로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당연히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난민고등판무관의 이런 고충 때문에 동료들 가운데 노처녀가 많고 이혼 사례도 많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 10년을 밝게 채색한다.“올해 10년 근속상을 받았습니다.100% 만족할 수야 없겠지만 현재까지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친정 엄마와 남편의 도움이 컸어요” 꿈을 물었더니 “한가족이 모여 사는 겁니다.”라며 웃었다. vielee@seoul.co.kr
  • [깔깔깔]

    ●명절때 속 터지는 일 1. 형편 어렵다며 빈손으로 와서 갈 때 이것저것 싸가는 동서. 2. 한시간이라도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눈치 없이 고스톱, 포커 등을 계속 치는 남편. 3. 시댁은 바로 갔다 오면서 친정에 일찍 와서 참견하는 시누이. 4. 잘 놀다가 꼭 부침개 부칠 때 와서 식용유 엎는 조카. 5. 며느린 친정 안 보내면서 시집간 딸은 빨리 오라고 하는 시어머니. 6. 늦게 와서는 아직도 일하고 있느냐며 큰소리 치는 형님. 7. 막상 가려고 하면 ‘한잔 더하자’며 술상 봐오라는 시아버지.●너무 뜨거워서 한 남자가 면도하러 이발소를 갔다. 남자의 얼굴에 이발사가 수건을 올려놓자 화를 버럭 냈다. “여보슈? 뜨거운 수건을 갑자기 얼굴에 올려놓으면 어떻게 하자는 거요?” 당황한 이발사가 하는 말, “뜨거워서 들고 있을 수가 있어야죠.”
  • [27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 업〈국제로타리클럽 회장 이동건〉(YTN 오후 1시30분) 국제로타리클럽은 101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의 자원봉사단체다. 전세계 203개국에 121만명의 회원을 가진 이 봉사단체에 한국인 수장이 탄생했다. 얼마전 국제로타리클럽 차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이동건 부방회장과 함께 국제로타리클럽 운영안 등을 들어본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5분) 참여정부 들어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강남불패 신화를 만든 강남 부동산 투기의 역사를 파헤친다. 부동산으로 축적한 부가 만들어 낸, 이른바 강남의 가진 자들만의 ‘구별짓기’문화와 그들의 소비실태 추적을 통해 지배층의 도덕적 의무에 대해 짚어본다.   ●코리아 코리아(EBS 오후 8시) 2006년 11월 제7차 방북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도전, 통일 대한민국’코너를 통해 적립된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북쪽 어린이들을 위한 침구류와 아동식탁, 식기류 등 총 6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하였다. 우리의 지원 물품으로 1년여 간의 공사를 마친 평양 제1중학교 기숙사의 달라진 모습을 지켜본다.   ●거침없이 하이킥(MBC 오후 8시20분) 준이 보랴, 집안일 하랴 정신이 없는 문희. 참다못한 문희는 파업을 선언하며 친정으로 가버린다. 논문 발표 준비로 바쁜 해미는 준하와 민호, 윤호에게 집안일과 준이를 맡기나 제대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어 짜증이 난다. 낚시를 간 순재와 민용은 갑자기 눈이 쏟아지는 바람에 여관방에 눌러 앉게 되는데….   ●추적 60분(KBS2 오후 11시5분) 2006년 한 해동안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이나 성인오락실 ‘바다이야기’파문 등 국민들의 우려를 산 큰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2006년 한해동안 제작 방송된 추적60분은 총 46편.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프로그램 후속취재와 함께 지난 1년을 정리해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스트레스 이외에도 월경과 같은 일시적인 호르몬 불균형 상태나 세포조직의 노폐물을 운반하는 림프의 순환이 잘 안될 때 생기기도 하는 다크서클. 한번 생기면 잘 사라지지 않는 눈밑의 그늘, 다크서클을 예방할 수 있는 마사지법, 다크서클이 생겼을 때 좋은 화장법도 소개한다.          
  • “세계가 한국을 주시… 국민들 성원 부탁”

    “유엔 일을 하다 보면 우리 국민들이 서운하실 때도 있겠지만, 세계가 한국인 사무총장은 물론 한국을 주시하는 만큼, 국민 모두가 저와 함께 일한다고 생각하고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무대인 ‘반기문 UN 사무총장 취임 기념, 희망 2007 신년음악회’가 26일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음악회에는 반 총장을 비롯해 각국 외교사절단과 국회의원들, 일반 시민들까지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김덕수 사물놀이와 KBS 국악관현악단이 함께 한 사물놀이 협주곡 ‘마당’을 시작으로 리틀엔젤스 합창단의 ‘옛님’,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독창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비록 정확하지 않지만 한국어로 코트디부아르, 엘살바도르, 핀란드,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세르비아 대사 등 7개국 주한 대사들이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열창하고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멋진 드럼 연주로 반 총장의 취임을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반기문 총장은 “역시 노래는 화합이 중요하다.”면서 “국민들이 따뜻한 격려와 성원으로 총장에 당선되었고 앞으로도 그 성원을 원동력으로 세계 인권·평화·빈곤퇴치 등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반 총장은 낮에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정오쯤 ‘친정’인 외교통상부에 들러 송민순 장관 등 국장급 이상 간부들과 오찬을 나눈 뒤 그의 총장 취임을 기념하기 위해 청사 2층에 설치된 대형 기념판 제막식에 참석했다. 지난 24일 귀국한 반 총장은 외교부로 오기 전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주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수상했다. 특히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특별손님으로 초대돼 반 총장과 함께 입장, 주목을 받았다. 반 총장은 오후에는 청와대 초청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공식적인 국가정상급 의전을 받았다.27일에는 임채정 국회의장을 예방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내년 1월2일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그는 사무총장 취임전 국내에서 갖는 마지막 밤을 지인들과 보낸 뒤 28일 오전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다.한준규 김미경기자 hihi@seoul.co.kr
  • [강학중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결혼 약속한 남자와 종교가 달라요

    Q5년째 사귀고 있는 오빠와 결혼을 약속했는데 종교 문제로 고민입니다. 우리 집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인데 오빠네는 제사에 철저하고 점이나 궁합도 보는 불교 집안입니다. 불교 신자인 오빠는 저를 따라 교회에 2년간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오빠네 집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삼형제 중 막내인 오빠를 우리 집에서는 제가 좋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반대는 안 하지만 역시 종교 문제 때문에 조금은 불만이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혜나·가명·29세- A결혼을 앞두고 마음이 많이 무겁겠네요, 그러나 결혼을 약속한 남성이 혜나씨의 종교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애쓴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혜나씨 부모님 역시 다소 불만은 있지만 반대는 안 하신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분의 사랑과 믿음입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면서 갈등을 함께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종교도 소중한 것이니까요. 우선 남자 친구의 마음 씀씀이가 참 예뻐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부모님이 그 사실을 모르신다니 언젠가는 조심스럽게 그 얘기를 해야겠지요. 자신의 종교에 철저한 집안일수록 종교 문제로 인한 갈등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결혼하고 나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과소평가했다가 결혼 생활 내내 그 문제로 고통 받는 경우가 없도록 불씨가 될 것 같은 일은 미리 대화를 통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부부나 가족이 같은 종교 아래에서 진실된 신앙심을 키워 나가는 것이겠지만 부부나 가족의 종교가 반드시 같아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부모 되실 분이 이해를 하실 수 있도록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또 시댁의 문화에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제사 때 절을 하느냐 안 하느냐 같은 문제인데 비록 자신이 기독교인이지만 시댁의 종교나 문화가 절을 해야 하는 분위기라면 자신의 원칙을 잠시 양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경우가 1년 중 또 며칠이나 되겠습니까? 친정 부모님께서 다소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지고 계신 듯한데 혜나씨가 자신의 종교를 바꾸실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또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지요. 지금 두 분의 고민은 언뜻 종교 문제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두 사람의 가치관이나 욕구가 상반될 때 그것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다행히 장남이 아니라 막내라니 문제가 다소 가벼울 수도 있으리라 보며 종교 문제가 아닌 다른 일로는 속 썩이는 며느리가 아니라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대견한 며느리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신다면 시부모 되실 분들도 마음의 문을 여시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두 분이 마음을 터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부부간의 사랑과 믿음을 키워 나가시길 바랍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 ‘공무원 부처간 교류’ 겉돈다

    부처간 공무원 교류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동료 공무원 사이에서 비판이 날카롭게 제기됐다. 현재 부처간 교류중 국장급은 임기가 남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단됐고, 과장급 32명은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간에도 110여명이 교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 형식으로 다른 부처로 옮길 수 있는 고위공무원단 제도도 부처간 교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교류 제도가 안착하지 않고서는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정책 조율 한계, 겉돌다 돌아가기 급급 건설교통부 모 국장(기획관)은 다른 부처에서 왔던 2명의 국장급에 대해 “있는 둥 없는 둥 2년간 허송세월하다가 돌아갔을 뿐 내놓을 만한 실적이 없다.”고 혹평했다.건교부와 업무 조정이 필요한 사업들에 대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임기만 채우고 떠났다는 것이다. 다른 국장은 기획처에서 건교부 모 국장으로 왔던 동료에 대해 “모든 일을 우유부단하게 처리하다가 광주 오포비리 오명만 씌우고 떠났다.”고 깎아내렸다.●복귀해도 인사·보직에서 따돌림 받아 이들은 친정으로 돌아가서도 “타 부처 사람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인사에서 따돌림을 당한 예가 많다. 교육부에 파견갔던 재경부 국장은 돌아온 뒤 공직을 떠났다. 복지부로 나갔던 다른 재경부 국장은 주변의 견제를 견디다 못해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공정위에 파견됐던 기획처 국장은 돌아와 보직을 받지 못해 국방대학원 교육에 들어갔다. 기획처의 다른 국장도 건교부 파견에서 돌아와 보직을 받지 못하고 제주도로 옮겼다. ‘금의환향’한 예도 있다. 재경부 임영록 차관보는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으로 있으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다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돌아와 차관보로 영전했다. 장태평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은 재경부에서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으로 파견나갔다 돌아와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거쳐 차관급으로 승진했다.●부처간 할거주의가 원인 전문가들은 공무원 교류가 자리를 잡지 못한 원인으로 부처간 할거주의와 업무 조정능력, 조직 장악력 부재를 들었다. 중앙부처 모 국장은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화려하게 ‘컴백’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장기적인 업무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판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위 공무원이라도 생소한 곳에 가면 부하를 통솔하거나 업무를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라면서 “공직자 교류 초기에 나타난 부정적인 현상을 떠올리기에 앞서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류찬희 백문일기자 chani@seoul.co.kr
  • [01일 TV 하이라이트]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동생 효정의 이름을 빌려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했던 신미정.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당했던 남편 준호. 두 살 많은 줄 알았었는데 실제로 9살이나 많고, 이미 결혼도 두 번이나 하고 세 명의 아이까지 있는 여자. 준호는 완벽한 사기 결혼이라며 신미정과 그의 친정 가족들까지 모두 고소하려고 하는데….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에너지 소비는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화석연료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 시급한 에너지 자원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차세대 에너지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자연 재해나 도로건설 등으로 버려진 산림 폐목이 그 중 하나다. 산림폐목 에너지의 국내 현황과 기존의 화석연료와의 차이점을 알아본다.   ●생방송 부모 60분(EBS 오전 10시) 친정엄마를 떠올리면 살가운 정보다 짜증과 화를 많이 내셨던 모습만 기억된다는 은경씨. 이제 두 아이에게 친정엄마와 똑같은 모습으로 심하게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이 용서되지 않는데…. 자신이 받았던 친정엄마의 상처가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는 건 아닐지, 두려워지는 엄마, 은경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완전식품의 대명사, 바다의 우유 굴. 굴에는 철분이 풍부해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는 물론, 무기질의 아연은 성호르몬을 활성화해 남성의 스태미나에도 그만이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굴의 다양한 효능, 영양과 함께 굴 요리를 맛있게 먹는 법까지 우리가족 겨울철 영양지킴이 굴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6시50분) 새우에 대한 획기적 재조명. 새우 전용 러닝머신을 제작하여 대한민국 새우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새우 러닝머신 타기’ 프로젝트를 펼친다. 과연 새우는 러닝머신을 탈 수 있을까? 또 아찔한 특별석이 있는 케이블카와, 우리동네에 실제로 판매되는 사람키 만한 어묵꼬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본다.   ●얼마나 좋길래(MBC 오후 7시45분) 필두는 새벽잠이 덜 깬 선주를 깨워 만복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으니 그만 나가달라고 애원한다. 선주가 없어야 만복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필두의 말에 선주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동안 사랑을 받기만 해서 더 떠날 수 없다고 한다. 보다 못한 동수는 직접 선주의 짐을 싸주며 눈물을 참는다.
  • [30일 TV 하이라이트]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미국의 불법체류자들이 겪는 불편 중 하나는 은행 계좌 개설이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외국인들의 계좌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불법체류자의 계좌 개설이 전반적으로 금지된 상황인데 일부 은행에서 전기, 전화 요금 등의 고지서로 계좌를 열어줬다. 이런 편법은 소수민족 은행이 쓰고 있다고 한다.   ●연인(SBS 오후 9시55분) 강재는 창배가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보고를 받는다. 강재가 거친 표현을 쓰자 미주는 신도에서 벌어졌던 일이 다시 발생하면 안된다고 참견한다. 강재 덕에 취직하게 된 사실을 알게된 미주는 초콜릿을 사가지고 강재를 찾아간다. 강재를 찾아간 세연은 미주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늘 함께 있냐고 비아냥거린다.   ●사랑의 공부방-네발 자전거(EBS 오후 8시) 공부방 선생님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공부방 생각’에서 한국말과 우리 문화에 서툰 여성 결혼 이민자들의 이야기. 그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공부방 선생님들의 소망도 들어본다.‘공부방 24시’에서는 엄마에게 버림 받은 기억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재림이의 사연이 소개된다.   ●불만제로(MBC 오후 6시50분) 인터넷으로 개인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온라인 장터 오픈마켓. 인터넷 쇼핑몰의 명품들. 진짜인지 가짜인지 숨은 비밀을 밝힌다. 염색이 눈에 해롭고, 두피와 모발에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염색하는 사람들은 한 두 번씩은 들어본 적이 있다. 과연 사실일까?실험카메라에서 직접 실험을 해봤다.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짓궂은 장난의 최고봉, 남희석이 여선생님 눈물을 쏙 빼 놓은 사연을 들어본다. 중학생답지 않게 짙게 난 수염에,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질만큼 범상치 않았던 외모. 지상렬은 중학생 당시 그 부담스러운 외모 때문에 친구들도 피해 다닐 정도였다는데,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들어본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말도 없이 사라져 친정에 다녀온 윤정은 옥금을 볼 면목이 없다. 문구는 철이 없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윤정을 위로한다. 낮잠을 자다 꿈에 금붕어를 본 혜숙은 기분이 이상하다. 한편, 윤후 대신 약속장소에 나온 국화와 실랑이를 하던 명혜는 동국과 선화가 만나는 현장을 목격하고 마는데….
  • 이재순 청와대 비서관은 누구

    이재순(48·사시26회) 청와대 사정비서관은 1990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출발해 대검 공안3과장, 인천지검 강력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등을 거쳤다.98년 국무총리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 파견됐고, 지난해 8월22일 사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부인은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소설가로 TV에도 자주 나오는 이나미씨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은 검찰에서 파견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2002년부터 검찰권 독립을 이유로 청와대는 현직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비서관과 전임인 신현수 전 비서관도 검사를 그만두고 청와대에 들어갔다.1년간의 비서관직을 그만두면 신임 검사로 검찰에 돌아오는 게 새로운 관행이 됐다. 당초 이 비서관도 법무연수원에서 비검찰직으로 근무하다가 내년 2월 검찰 정기인사 때 신임 검사로 다시 친정에 복귀할 예정이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HAPPY KOREA] 완도·장흥·진도 주민활동 탐방

    [HAPPY KOREA] 완도·장흥·진도 주민활동 탐방

    주민 모두가 ‘억대 연봉자’인 시골 동네가 있다고 한다면 타박받기 쉽다. 전남 완도군 노화읍 미라리 전복마을이 있어 괜한 얘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농산어촌 마을이 잘 살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착실히 준비한 끝에 거둔 성과다. 마을을 바꿔나가는데도 ‘로드맵’이 필요하다. 1. 어촌 ‘블루오션’ 완도 전복마을 전복마을은 연륙교가 놓인 완도 본섬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 거리인 부속섬에 위치해 있다. 단순히 오지에 있는 깡촌으로 여겼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마을 뒷산 모퉁이를 돌아 바닷가에 면해 있는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으리으리한 집들로 다문 입이 쩍 벌어진다. ●농어촌은 아기 울음이 끊겼다? 태어나는 아이가 드물어 면사무소 공무원이 출생신고서를 찾지 못해 쩔쩔매는 게 농·산·어촌의 현실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마을 주민이라봐야 120가구 320명이 고작이지만, 올해 태어난 아이만 6명에 이른다.20∼40대가 전체 주민의 절반에 육박하다 보니,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50명이나 된다. 폐교 직전까지 내몰렸던 인근 노아북초등학교는 현재 100명이 넘는 아이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남편을 따라 4년전 이곳으로 옮겨와 세살배기 딸까지 둔 송현숙(27·여)씨는 “어촌으로 이사한다니깐 처음에는 친정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죠. 지금은 잘 한 결정이라고 칭찬까지 해주세요. 사는데 특별한 불만이나 어려움도 없어요.”라면서 웃음지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복마을의 사정은 다른 어촌마을과 다를 게 없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늘어나는 것은 빈 집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3∼4년 동안 현숙씨처럼 귀농한 세대가 20곳이 넘는다. ●농어촌은 황폐화됐다? 마을을 되살린 것은 전복이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전복은 연간 5600㎏ 가량으로, 가구당 순수익이 연평균 1억2000만원이다. 주민 모두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당 1만원하던 땅값은 30만원 이상으로 뛰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땅을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못 살 정도다. 부자 마을로 탈바꿈하기까지는 기나긴 ‘인고의 시기’도 겪었다. 당초 이 마을은 1990년까지 김 양식을 통해 근근이 먹고사는 평범한 어촌이었다.80년대에는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대일수출 감소 등으로 재미를 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90년대 중반까지 4∼5년 동안은 파래자반을 내다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으나, 주변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파래자반 양식어가가 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어 90년대 중반부터는 전복 양식으로 전환했으며,2002년부터 본격적인 소득이 발생하기 시작해 지금은 마을 주민 모두가 전복을 양식하고 있다. 최운재 미라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은 “처음에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느라 애도 많이 먹었다.”면서 “마을에 적합한 새로운 소득원을 찾기 위해 수년간 연구하고 조사한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앞에 이웃은 없다? 마을의 성공은 전복이라는 ‘블루오션’만 찾아서 이뤄진 게 아니다. 전복양식 초기만 해도 활용할 수 있는 양식장이 협소해 어가간에 양식장 확보경쟁이 심했다. 전복 양식 여부에 따라 주민간 소득 격차도 심화됐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치규약을 스스로 만들어 공평하게 양식장을 분배하고, 어가당 설치 가능한 시설량도 제한했다. 생산된 전복은 공동판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미역과 다시마 등 전복 먹이용 해조류 양식산업도 활성화되자,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도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 줬다. 최 위원장은 “지금은 자치규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마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이라면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양식장 감시조를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바다 청소도 하는 등 부자마을이 됐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시골”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완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 ‘친환경’ 쇠똥구리·사상·사하마을 ‘시골의 경쟁력은 도시와 다르다는 데 있다.’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쇠똥구리마을에서 생산되는 적토미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쌀이다. 일반쌀의 판매가격은 ㎏당 2000원 정도지만, 유기농 토종쌀인 적토미는 ㎏당 2만원으로 무려 10배나 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졌음에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일반벼의 30∼4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 소득을 3∼4배 이상 올리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역사회단체인 ‘야생화 사랑모임’과 협력한 덕분이다. 이 마을 출신이자 야생화 사랑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이영동씨는 70년대부터 토종벼와 씨름해온 토종벼 전문가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품종만 13종에 이른다. ●토종쌀 생산… 주민소득 3~4배↑ 이씨는 “쇠똥구리마을에서 우렁이농법 등을 통해 적토미, 녹토미, 흑토미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농촌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경쟁력 확보→방문객 증가→소득 증대→삶의 질 향상’이라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을 이름도 지난 2004년 바꿨다. 마을 주변에 서식하는 쇠똥구리를 알리자는 취지에서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마을 44가구 가운데 24가구만 친환경농법에 동참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전체 농지 11만 2000평 가운데 친환경 농법이 작용되고 있는 농지는 2만평 정도다. 마을 뒷산인 부용산은 단삼, 현삼, 더덕, 초오 등 200여종의 약재가 자연서식하고 있어 약다산이라고도 불려왔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마을과 인접해 있는 운주리 봉황마을, 접정리 접정마을 등과 협력도 아직은 미약하다. 선주봉 마을 이장은 “마을이 갖고 있는 장점을 마을을 되살릴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다 보면 도시에 못지않은 경쟁력 있는 시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골 정취 느낄 수 있는 흙길 조성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사상·사하마을도 변화를 이끌어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국 농촌 어디를 가도 콘크리트로 덕지덕지 포장된 길과 마주하게 된다. 콘크리트는 마을길은 물론, 농로까지 뒤덮고 있다. 도시와 달리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는 시골의 이미지를 무색케한다. 사상·사하마을 주민들은 최근 마을 앞 콘크리트를 걷어냈다. 대신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흙길인 달구지길을 조성했다. 김종필 사상마을 이장은 “그동안 불편한 것만 생각했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농촌이 도시와 같은 환경을 고집한다면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사상·사하마을은 신라 문성왕 때 지어진 천년 고찰인 첨찰산 쌍계사와 한국 남종화의 본산인 운림산방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또 마을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는 바다 갈림 현상을 볼 수 있는 ‘신비의 바닷길’도 위치한 관광명소다. 주민들의 소득은 여느 농촌마을에 비해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벼, 배추, 구기자, 표고버섯 등을 생산하지만 농지가 적은 데다 자갈땅이라 소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차로 15분 거리인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때문에 10여년 전만 해도 150가구 500명이 넘던 동네에 지금은 90가구 210명만 남았다. 주민 박만석씨는 “외지인, 심지어 한 식구인 며느리가 마을에 와도 떳떳하게 자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자연과 더불어 하나된 마을을 만들어야 떠났던 사람도 돌아오지 않겠나.”고 말했다. 글 사진 장흥·진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총각선생 신세망친 미인계(美人計)

    총각선생 신세망친 미인계(美人計)

    남편과 짜고 바람기와 미모, 춤솜씨를 재산으로 정조를 팔아 교사·공무원 등의 등을 쳐온 희대의 사기꾼 부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남편은 돈을 위해 아내의 장조를 내놓았고, 아내는 남편의 묵인 아래 마음껏 육욕을 채운 치사한 부부의 행각은. 강변3로 정(鄭)인숙양 피살사건으로 「뉴스」의 촉각이 온통 「세브란스」 병원으로 쏠렸던 3월 19일 하오 서울 동부경찰서 형사과 안(安)모형사는 앞에 앉아 있는 30대 여자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달래기를 7시간. 미모의, 그러나 유들유들한 이 여인은 마치 외상값이라도 받으러 온 술집 「마담」만큼이나 태연하게 앉아 「윙크」와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이 여인이 바로 남편과 공모, 연하의 고아 출신 국민학교 교사 윤(尹)모씨(28)의 일생을 송두리째 짓밟은 이경자(李慶子) 여인(34). 李여인과 尹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직장에서 배운 어설픈 춤솜씨로 찾은 것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한강 「카바레」. 난생 처음 가본 「카바레」, 휘황찬란한 불빛 속에 멍해있던 尹씨는 화사한 30대 여인의 「프로포즈」를 받고 들뜬 기분에 「홀」안을 몇 바퀴 돌았다. 그러자 李여인은 홍조된 얼굴로 수줍은듯 사랑을 고백했다. 『사랑은 첫눈에 느껴야 한다』- 정말 선생님 같은 남성미 1백%의 남자는 처음 봤다면서 결혼했으면 원이 없겠다는 말까지 곁들였다. 『나이도 많은 과부가 염치 없는 부탁이죠』 하는 달콤한 말에 尹씨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향도 부모도 없는 천애고아가 고학으로 국민학교 교사가 된 尹씨는 그처럼 따뜻한 인정을 맛본 것도 처음이었다. 만난지 한달만인 12월 28일 이들 부부 아닌 부부는 서울 영등포에 尹씨가 모아둔 돈중에서 10만원을 꺼내 전셋방을 얻고 살림을 시작했다. 30대의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여체와 계획적인 교태에 尹씨는 완전히 녹초가 됐다. 둘이 춤추러 가는 일 이외에는 외출도 않고 방학동안을 꼬박 그들의 밀실에서 보냈다는 尹씨. 『그 여자가 필요 이상의 돈을 요구했지만 아까운 줄도 몰랐읍니다. 첫 남편과 헤어진 뒤 부유한 친정 덕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아내의 불편을 될 수 있는한 덜어주고 싶었어요. 보시다시피 나한테 반할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과부가 느끼는 어쩔 수 없는 공허를 자기한테 의지하는 것 같아 동정한 것이 사랑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여인은 친정이 부자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가끔 친정이라는곳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것조차 모두 거짓이었다. 李여인과 결혼할 계획이었던 尹씨는 TV, 전축, 선풍기를 들여 놓았다. 이들의 꿈같은 행복은 개학과 함께 일장춘몽. 외출이라고는 않던 李여인이 개학날인 2월 1일 친정에 간다면서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왔다. 2일에는 출근한 尹씨에게 청전벽력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은 본 남편이 있는데 둘 사이를 알고 찾아왔으니 며칠 동안 집에 돌아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4일에는 학교로 찾아왔다. 남편이 가재도구를 모두 가져가겠다니 『두사람의 행복』을 위해 잠시 줬다가 조용해지면 찾아오자는 것이었다. 李여인을 알토란 같이 믿었던 尹씨는 사흘 뒤인 7일 살림집으로 찾아가 보고 깜짝 놀랐다. 전셋돈 중 5만원과 TV, 일제 석유난로, 은수저 3벌, 식기, 선풍기 등 가재를 모두 가지고 도망해버린 것이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운 尹씨에게 제2의 시련이 닥쳤다. 5일 뒤인 12일 李여인의 남편인 모장(毛章)씨(39)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다방으로 나갔다. 모(毛)씨는 尹씨가 살림집에 놔둔 책 한권을 가지고 나와 『이것이 네 책이지, 내 처하고 간통했다는 물증이다. 네 목을 자르겠으니 저녁6시에 종로 S다방으로 나오라』 고 사뭇 위협했다. 자리에서 毛씨는 『나는 전에 군기관에 근무했는데 앞으로 내 처와 만나지 않을 것과 내가 가져온 물건에 대한 소유권 일체를 포기한다는 각서와 간통사건을 재론안겠다는 각서를 교환하자』고 제의했다. 安형사가 이사건을 처음 안것은 지난 2월 11일 영등포 다방가가 이들의 이야기로 떠들썩 했을 때. 그 뒤 이들 부부의 꼬리를 잡기 위해 꼭 35일을 보낸 安형사가 이들의 집을 덮친 것이 3월 18일. 아이들이 학교 가고 난 뒤인 아침 9시쯤 서울 중구 도동53 남산 아래 있는 2층집을 덮쳤을 때도 이들은 태연했다. 오히려 『尹씨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까지 받았는데 경찰이 무슨 참견이냐』고 대들기까지 했다. 남편 毛씨는 화장실에 간다고 핑계, 뺑소니까지 치고. 李여인의 기나긴 사기행각은 이렇게 끝났다. 그러나 李여인이 구속됐다는 소문에 피해자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모부처에 근무하는 이(李)모씨(37·서기관), 정(鄭)모씨(31·사무관) 그리고 모국민학교 교사 박(朴)모씨(31) 등…. 李여인의 음흉한 손길은 딸의 담임교사에게까지 뻗쳤었다. 맏딸 금옥양(12·가명)이 다니는 OO국민학교 5학년 O반 담임 李모교사(34)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가끔 학교로 찾아와 춤을 추러 가자거나 혹은 맥주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돈이 없다고 거절, 보냈던 여인. <김선중(金瑄中)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4월 5일호 제3권 14호 통권 제 79호]
  • KTF 비즈니스·서비스 중심 조직 개편

    KT와 자회사인 KTF가 단행한 올 연말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 속 변화’였다. 남중수 KT 사장과 조영주 KTF 사장의 ‘친정체제’가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KTF는 23일 조직을 3세대 통신 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하고, 후속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KTF 인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조 사장이 사장으로 있던 ‘IMT-2000’ 사업체 KT아이컴(2003년 KTF로 통합) 출신이 주요 보직을 차지한 것이다. 전략기획부문장 김연학 전무와 재무관리부문장 조화준 전무는 KT아이컴 시절 각각 전략과 재무담당으로 조 사장을 보좌했다. 조 전무는 KTF로는 첫 여성 임원이다. 조직 개편을 보면 KTF는 내년 차세대 서비스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마케팅과 신사업부문으로 나눠졌던 조직을 비즈니스 부문과 고객서비스 부문으로 재편했다.이와 함께 전략기획부문 내 혁신추진실과 기술전략실을 비전추진실과 사업개발실로 재편했다. 이에 따라 KTF 조직은 기존 ‘8부문 1원 11본부 27실 2연구소 4단위’에서 ‘8부문 1원 14본부 23실 3연구소 5단’으로 바뀌었다.KT는 이에 앞서 22일 임원 인사를 통해 출범 2년차를 맞는 ‘남중수호’의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 기존 측근을 유임시킨 동시에 외부 영입을 통해 남 사장의 사업 구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우군’을 보강한 것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관련 인사 29면
  • [프로농구] 신기성 “더이상 친정은 없다”

    지난 04∼05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며 최고 포인트가드로 우뚝 선 신기성(31·KTF)은 “이젠 우승도 했으니 저만의 색깔을 펼쳐보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TG삼보(동부의 전신)를 떠나 KTF로 옮겼다. 하지만 친정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지난 시즌 신기성은 동부를 만나면 위축됐고, 팀은 6전 전패를 기록했다.04∼05시즌까지 포함하면 KTF는 동부에 11연패를 당했다. 올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 5일 동부전에서 신기성은 21점 8리바운드의 맹활약으로 연패 사슬을 끊으며 비로소 친정에 대한 부담을 떨쳐냈다. 그후 18일 만인 23일 부산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났다.1라운드 대결과 차이점은 동부는 기둥센터 김주성이,KTF는 간판슈터 송영진이 대표팀에 차출됐다는 것. 동부 포스트의 높이가 현저히 떨어진 점을 영리한 신기성이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힘 좋은 센터 필립 리치(18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에게 찔러주는 송곳패스에 동부의 수비망은 속절없이 뚫렸다. 마크맨이 조금만 허점을 보여도 레이업슛과 미들슛으로 직접 해결했다. 팀내 최다인 21점을 쓸어담아 송영진 대신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KTF가 동부를 81-69로 따돌리고 3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특히 동부전 홈 7연패를 마감해 더욱 의미있었다. 홈과 원정을 포함하면 11연패 뒤 2연승으로 ‘동부 징크스’를 완전히 씻어낸 셈. 반면 동부는 평소 강점을 보이던 리바운드에서 22-31로 열세를 보인 데다 야투율마저 44∼56%로 밀리는 등 완패를 당했다. 신기성은 “최근 몇 경기 부진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 그동안 픽앤드롤플레이를 너무 고집했던 것 같다.”면서 “안팎을 골고루 활용해 기회가 날 때마다 자신있게 던져 잘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K-리그 챔피언결정전] 친정이여 미안하다 사랑한다

    ‘누가 친정팀 가슴에 비수를 꽂을까.’ K-리그 통산 6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 명문 성남 일화.1996년 늦깎이로 K-리그에 뛰어들어 통산 3회 우승을 쌓아올린 신흥 명문 수원 삼성. 두 팀이 사상 처음으로 K-리그 챔피언을 놓고 격돌한다.19일 오후 2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리는 것. 성남이 별 7개를 유니폼에 다느냐, 수원이 별 4개를 다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전적에서 후기 우승팀 수원이 18승15무1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도 수원은 전기 우승팀 성남을 상대로 2승1무(5득점 1실점)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성남은 플레이오프까지 27경기에서 43골(25실점)을 뽑아내 30골(22실점)의 수원에 비해 화력이 월등하다. 공이 둥글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전 소속팀을 적으로 만나게 된 선수들이 많아 이번 대결이 더욱 흥미롭다. 성남 공격의 축인 ‘캐넌 슈터’ 김두현(24)과 브라질 출신 이따마르(26), 안효연(28) 등은 수원 소속이었다. 수비수 조병국(25)도 푸른 유니폼을 입었었다. 특히 성남 2년차 김두현은 올해 A매치에서 승승장구하며 차세대 중원 사령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8골 4도움을 낚으며 프로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흠이라면 이적 이후 수원전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 최근 아시안컵 이란전 차출 파문을 겪으며 중동에 다녀왔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단단히 한몫하겠다고 벼른다. 성남에 김두현이 있다면 수원에는 ‘폭주기관차’ 김대의(32)가 있다. 원래 2000∼2003년 성남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K-리그 3연패(01∼03)에 앞장섰다.2004년부터 수원으로 둥지를 옮긴 김대의는 이후 친정 성남전에서만 7골을 터뜨렸다. 올해도 2차례나 결승골을 뿜어내며 ‘친정 킬러’로 명성을 이어갔다. 성남의 K-리그 3연패 멤버였던 크로아티아 출신 수비수 이싸빅(23)도 지난해부터는 수원의 뒷문을 잠그고 있다. 데니스(29)는 수원 창단 멤버였다가 성남을 거쳐 부산에 잠깐 머무른 뒤 올해 다시 수원으로 돌아왔다.98∼99년에는 수원의 2연패를,2003년에는 성남의 6회째 우승에 기여한 데니스는 우승 청부사인 셈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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