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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공공기관장 선출 ‘무늬만 공모’/장세훈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공공기관장 선출 ‘무늬만 공모’/장세훈 경제부 기자

    이솝 우화 중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공공기관장 인선 문제를 보면 이 우화가 떠오른다. 지난 13일 이정환 거래소 이사장의 전격 사퇴를 계기로 정부의 사퇴 압력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기관장을 뽑을 때는 공모제라는 형식을 따른다. 이는 공개적으로 일정 자격을 갖춘 인물들의 신청을 받아 가장 적합한 인물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지난 2004년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고쳐 의무화됐다. 기존 임명제가 갖고 있던 낙하산 인사 등 잡음을 없애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이 전 이사장은 이런 과정을 정석대로 밟아 선임됐다. 공공기관장 대다수가 친정부 인사들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유력 후보를 밀어내고 임명된 ‘희귀 사례’였다. 하지만 이는 이 전 이사장이 3년 임기의 절반가량을 남겨 두고 중도 낙마하는 원인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게다가 거래소가 이 전 이사장의 후임에 대한 공모 절차에 착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 측에서는 벌써부터 어느 인물이 적합하다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부가 단순한 훈수 차원을 넘어 공공기관장 인사를 사실상 조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이 경우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공모제로 포장한 임명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모제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할 바에야 아예 과거처럼 임명제로 전환하는 게 낫다. 이렇게 되면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와 해당 공공기관에 책임이라도 물리기 쉽다. 국민들은 세금이 직·간접적으로 들어가거나,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잖은 공공기관이 제대로 운영되기를 바랄 뿐이다. 과거 회귀가 어렵다면 공모제라는 형식에 걸맞은 내용으로 채워야 한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본질을 숨긴 가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공직 사회든 민간 기업이든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 해당 공공기관이 직면한 최우선 현안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전문성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인물이 중용돼야 한다. 장세훈 경제부 기자 shjang@seoul.co.kr
  • 찬호 1이닝 완벽투… PS 첫 홀드

    박찬호(36·필라델피아)가 1이닝을 퍼펙트로 봉쇄, 포스트시즌(PS) 첫 홀드를 기록했다. 박찬호는 16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미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서 5-4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무사 2루에서 등판, 1이닝 동안 상대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범퇴로 잠재웠다. 이로써 박찬호는 친정팀 다저스를 상대로 포스트시즌 첫 홀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인 7회 위기 상황. 필라델피아 찰리 매뉴얼 감독은 가장 믿을 만한 계투요원 박찬호를 전격 투입했다. 부상에서 막 회복한 박찬호의 첫 상대는 ‘거포’ 매니 라미레스. 박찬호는 이전 타석에서 2점포를 때린 라미레스에게 포심 패스트볼을 줄곧 몸쪽으로 던져 범타를 유도했다. 결국 라미레스는 4구째 몸쪽에서 벗어난 공을 건드려 3루 땅볼로 물러났다.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맷 켐프. 2-3 풀카운트에서 박찬호는 시속 154㎞짜리 패스트볼을 뿌려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마지막 타자 케이시 블레이크에게도 낮은 포심 패스트볼로 2루수 앞 땅볼을 유도, 1점 차 살얼음판 리드를 완벽히 지켜냈다. 이날 15개의 공을 뿌린 박찬호는 라울 이바네스의 통렬한 3점포에 힘입어 8-4로 앞선 8회말 라이언 매드슨과 교체됐다. 16시즌째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박찬호가 챔피언십시리즈 무대를 밟기는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박찬호는 지난해 필라델피아와 챔피언십시리즈에 4번 등판해 1과 3분의2이닝 동안 1안타와 1볼넷을 기록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프 필라델피아는 이날 대포 2방을 앞세워 8-6으로 이겼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한가위 공연이 있어서 흥겹다

    한가위 공연이 있어서 흥겹다

    단 3일간의 빨간 날, 한가위 명절 치고는 참 야박한 연휴다. 하지만 시간은 쓰기 나름이니 짧은 연휴를 탓하기보단 알뜰살뜰 쪼개서 보람있게 보내는 게 현명할 터. 차례도 지내고, 송편도 먹었다면 가까운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네 인생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다양한 작품들이 연휴 기간에도 쉬지 않고 관객을 맞는다. 이순녀 최여경기자 coral@seoul.co.kr 가족관람극… 가족愛 재발견 ●모녀·부부극 물결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는 명절은 평소 잊고 지내기 쉬운 혈육의 소중함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말로 표현하기 쑥스러운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공연을 통해 대신 전하는 건 어떨까. 굳이 입밖에 드러내지 않아도 공연을 함께 보는 동안 서로에 대한 애정을 이심전심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뮤지컬 ‘엄마의 약속’과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은 모녀가 같이 보면 좋을 공연이다. ‘엄마의 약속’은 갓 태어난 딸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말기 암환자 엄마의 이야기다.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을 통해 소개된 고(故) 안소봉씨의 사연을 무대로 옮겼다. 대학로 스타시티2관. 전석 3만원.연휴기간 3인 가족 이상이면 각 1만원. (02)547-6858.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추석 당일을 제외한 2일과 4일에 강부자의 열연을 볼 수 있다. 암에 걸린 딸이 시골 친정집에 내려가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든다.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4만 4000원. (02)6005-6010.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한 공연도 있다. 만화가 강풀 원작의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70대 황혼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연휴 중 가족 관람객에겐 티켓을 50% 할인해 준다. 대학로 더굿씨어터. 3만 5000원. (02)541-1057. 연극 ‘여보, 고마워’는 결혼 10년차 부부의 갈등과 화해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작은 일로 오해하고, 끊임없이 다투면서도 가장 힘든 순간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부부의 모습이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충무아트홀. 3만 5000~4만 5000원. (02)3473-2500. ●새 어린이연극 ‘무적삼총사’ 볼만 신종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어린이 공연이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이번 연휴엔 공연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신작 가운데는 1일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개막하는 극단 학전의 어린이극 ‘무적 삼총사’가 눈에 띈다. 초등학교의 학원 폭력을 다뤘다. ‘지하철 1호선’의 작가 폴커 루드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원작 ‘벨라, 보스, 불리’를 김민기 학전 대표가 우리의 현실에 맞춰 번안·연출했다. 1만 8000~2만원. (02)763-8233. 명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비눗방울 퍼포먼스쇼 ‘팬 양의 버블월드’는 관객의 참여가 많은 공연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다. 공연장 로비에는 비눗방울 장난감이 마련돼 있어 공연 전후를 이용해 시간을 보내기에도 지루하지 않다. 3만 8000원. (02)2263-9741~2. 코믹뮤직쇼 ‘판타스틱’은 국악을 바탕으로 타악기와 현악기, 팝에서 힙합을 넘나드는 코믹 퍼포먼스쇼다. 여의도 대한생명 63아트홀 전용관에서 공연되며, 3인 이상 가족을 대상으로 공연과 63시티 관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3만~5만원. (02)789-5663. 코미디로 명절 스트레스 타파 ●가족관람시 30~50% 할인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유쾌한 춤과 노래가 있는 뮤지컬과 코믹극이 제격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엮은 뮤지컬 ‘올슉업’은 손호영, 윤공주, 김성기 등이 신나는 무대를 만든다. 추석 전날인 2일엔 티켓값을 30% 깎아준다.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9만원. 1588-5212. 이지훈, 김준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만화 ‘영심이’에 가요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을 버무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대에게’, ‘핑계’ 등 80·90년대 유행가가 귀를 즐겁게 한다. 가족 관람시 50% 할인. 코엑스 아티움. 3만 5000~7만원. (02)738-8289. ‘스페셜레터’는 군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낸 명랑 뮤지컬이다. 군대 얘기라면 질색하는 여자들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추석 연휴를 비롯해 10월 한달간 매주 일요일 공연은 50% 할인한다. 대학로 SM아트홀. 2만 5000~4만원. (02)501-7888. 송영창, 안석환, 봉태규가 출연하는 연극 ‘웃음의 대학’은 2~4일 공연 예매시 40% 할인 혜택을 준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희극을 모두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모든 것을 건 극단의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이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대학로 문화공간이다. 2만 5000~4만원. (02)766-6007. 대학로 상명아트홀과 강남 코엑스아트홀에서 동시에 공연 중인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형무소에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의 이야기에 사회적 이슈를 녹인 시사 코미디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연휴기간 중 회당 50명에 한해 2만원짜리 추석 티켓을 판매한다. 2만~3만 5000원. (02)766-6007 넉넉한 추석 우리가락 풍성 ●3대 함께 관람시 조부모 무료 명절의 분위기를 한껏 맛볼 수 있는 시간은 단연 전통공연이 아닐까. 서울 정동극장은 2~4일 상설공연 ‘미소’를 찾는 관객들을 위해 한가위 특별 행사를 마련했다. 공연을 보고 한과를 맛보며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윷놀이를 하면 정동극장 DVD와 티셔츠 등을 경품으로 받을 수도 있다. 공연을 제외한 이벤트는 모두 무료. 한복을 입은 고객과 3인 이상 가족에게는 관람료를 50% 할인해 주고, 3대가 함께 관람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무료다. 2만~4만원. (02)751-1500. 국립국악원은 3일 서울 국악원 야외공연장 별맞이터에서 ‘아시아의 한가위축제 추석, 중추절(中秋節), 쭝투(Trung Thu)’를 연다. 국악원 민속악단이 연주하는 흥겨운 관악기의 선율로 둥근 달을 맞이하는 ‘대풍류’, 추석 명절을 지내는 중국과 베트남의 음악인이 들려주는 각국의 민요, 동아인제대 마술학과 김청 교수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선사하는 ‘아리랑변검’, ’불마술’ 등으로 구성했다. 신명나는 판굿을 따라 야외광장으로 이동해 국악원 무용단원들과 ‘강강술래‘를 즐기는 시간도 준비돼 있다.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만담꾼 장소팔의 아들 장광팔과 개그우먼 안춘자가 재기 넘치는 만담으로 사회를 보며 재미를 더한다. (02)580-3300. 국립극장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국악 뮤지컬 ‘맹진사댁 경사’를 3일 오후 5시에 야외무대에서 무료로 선사한다. 국립극장 예술단 ‘미르’가 준비한 이 공연은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을 국악과 민요 등을 섞어 재구성했다. (02)2280-4115~6.
  • [프로야구 2009] 부산갈매기 가을잔치 첫승 낚다

    [프로야구 2009] 부산갈매기 가을잔치 첫승 낚다

    14년 만에 펼쳐진 ‘경부선 시리즈’에서 갈매기들이 곰을 잡고 먼저 날아올랐다. 정규리그 4위로 턱걸이한 롯데는 29일 잠실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4안타 불방망이를 휘두른 ‘캡틴’ 조성환과 선발 조정훈의 2실점 호투에 힘입어 3위 두산을 7-2로 완파했다. 롯데는 2000년 10월15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9년 만에 감격적인 가을잔치 승리를 맛봤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 무대 두 번째 시즌 만에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냈다. 첫 경기를 낚은 롯데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프로야구 통산 18번의 준플레이오프 중 첫 경기를 승리한 팀이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선취점은 롯데의 몫. 4회 초 선두타자 조성환이 볼넷을 골라 나간 뒤 2루를 훔쳤고, 포수 용덕한이 공을 빠뜨리는 사이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우승청부사’ 홍성흔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좌중간 적시타로 조성환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는 1-1로 줄다리기를 벌이던 6회에도 2사 3루에서 용덕한의 실책을 틈타 3루 주자 이승화가 홈인, 2-1로 앞서 나갔다. 승부는 8회 사실상 끝났다. 1사에서 김주찬이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조성환이 상대 네 번째 투수 고창성을 두들겨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뽑아냈다. 이어 이대호의 중전 적시타가 터지며 3루 주자 조성환마저 홈인, 4-1로 점수차를 벌렸다. ☞ 준PO 1차전 롯데:두산 경기 사진 보러가기 롯데는 9회 선두타자 카림 가르시아와 정보명의 연속안타에 이은 장성우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박기혁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탠 뒤, 계속된 1·3루에서 김주찬의 ‘싹쓸이’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4회 김현수의 솔로포와 8회 임재철의 2루타에 이은 고영민의 1타점 적시타로 추격전을 벌였으나 후속타 불발로 무릎을 꿇었다. 안타 7-15로 완패. 마운드에선 공동 다승왕(14승)인 롯데 조정훈의 역투가 빛났다. 조정훈은 7과3분의2이닝 동안 5안타를 내줬으나, 삼진 7개를 솎아내며 2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특히 4회 2사까지 11타자를 삼진 5개와 범타로 돌려세웠다. 반면 두산으로서는 선발 크리스 니코스키의 조기 강판이 아쉬웠다. 니코스키는 3회까지 삼진 4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으나 4회 첫 타자 조성환에게 공 하나를 던진 뒤 왼쪽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편 30일 선발투수로 두산은 금민철, 롯데는 장원준을 예고했다. 손원천 황비웅기자 angler@seoul.co.kr
  • [2030] 귀향 포기한 그들의 사연은

    [2030] 귀향 포기한 그들의 사연은

    사흘 뒤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넉넉하고 풍성한 명절이 된다면 더할 나위없겠다. 하지만 올 추석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유난히 짧은 연휴와 취업 걱정 등으로 귀성을 포기한 2030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오달란 유대근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미뤄왔던 시력교정수술·영화관람 ‘기분전환’ 직장인 김모(27)씨는 얼마 전 안과에서 추석 연휴 전날인 10월1일에 시력교정 수술을 하기로 예약했다. 며칠 눈을 쓰지 않고 푹 쉬어야 하는데 평일에 휴가를 내기가 눈치 보여 그동안 수술을 미뤄왔다. “어렸을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이상하게 점점 안경이 거추장스럽더라고요. 올 추석 연휴가 짧긴 하지만, 연차를 하루 덧붙여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사실 저같은 직장인들은 연휴가 되면 그동안 못했던 일을 몰아서 하죠.”라고 말했다. 김씨는 친구와 선배 중에서도 연휴 때 보톡스를 맞거나 피부 관리를 받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쉬면서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명절 연휴라도 마음 편하게 쉬며 재충전을 해야 한다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결혼 3년차인 중학교 교사 정모(30·여)씨는 연휴 동안 남편과 오붓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시부모님은 미국의 큰집에서 명절을 보내기 위해 한국을 떠나고 전남 광주인 친정에는 연휴가 짧아 내려가지 못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씨는 추석 휴가를 간절히 기다려왔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신장이 나빠져 몸이 자주 붓고 피곤함을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정씨는 “명절 때면 시댁에 미리 가서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차가 밀려서 도로 위에 꼼짝없이 갇혀 있곤 했는데 이번에는 집에서 쉬면서 건강을 챙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남편이 챙겨주는 밥을 먹고 하루 10시간 이상 잠을 푹 자기로 했다. 사람이 덜 붐비는 극장을 찾아가 영화나 뮤지컬 한 편을 보면서 기분전환도 할 예정이다. 정씨는 “명절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연휴 3일을 고스란히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며 좋아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예년보다 짧은 이번 추석 연휴 동안 고향(대구)행을 포기하는 대신 문화 생활을 즐길 계획이다. 그는 중동지역 건설공사 프로젝트건 때문에 여름 내내 야근에 시달리며 휴가도 다녀오지 못한지라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다. 휴일이 3일밖에 되지 않는데 귀향, 귀경길에만 이틀을 잡아먹느니 차라리 텅빈 서울에서 푹 쉬며 홀로 책도 보고 오랜만에 영화관에도 가 볼 생각이다. “각종 입찰서류, 영문 이메일에 파묻혀 지냈는데 연휴 첫날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김별아의 ‘미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로 나온 소설책 속에 파묻혀 보낼 겁니다. 음식은 대형마트에서 산 전과 떡으로 해결하면 되고요.” 그는 추석 당일 오후엔 혼자 경복궁과 창경궁을 돌아다니며 공짜 민속행사를 구경하고 마지막 날에는 서울이 고향인 동료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 “부모님을 못 뵙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효도보단 휴식을 택했다.”는 김씨는 “대신 내년 설날에는 가장 먼저 대구 집에 내려가 부모님들과 지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결혼해라” 명절 단골멘트 지겹다 지겨워 직장인 장모(33)씨는 추석 연휴에도 집에 머무를 틈이 없다. 혼기가 꽉 찬 노총각인 장씨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이번 추석 연휴 3일 연속으로 맞선 약속을 잡아놓았다. 평일에는 ‘야근한다, 회식한다.’는 핑계로 부모님이 권하는 선 자리를 잘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 추석에는 “시골에 끌려가서 어르신들에게 혼날래, 서울에서 선볼래.”라는 부모님의 최후통첩에 두 손을 들었다. “요즘 제 나이면 그다지 노총각도 아니죠. 그런데 지난해 두 살 아래 남동생이 먼저 장가를 가면서 부모님의 조급증이 부쩍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전 나이가 찼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의심스러운데, 그런 말을 꺼낼라치면 부모님은 저더러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화만 내시고….”라며 장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 말에는 어머니, 제수씨와 함께 백화점에서 선보러 갈 때 입을 옷도 샀다. 지난달만 해도 추석 연휴 때 혼자 조용히 남해안으로 여행 갈 계획을 세웠던 장씨였지만, 이제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하루도 편하게 못 쉬고 선 보러 나가서 억지웃음을 지어야 할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남해안이고 뭐고 어디 템플 스테이라도 가서 분노를 다스렸으면 좋겠어요.”라며 장씨는 얼굴을 찌푸렸다. 대학원생 최모(27)씨는 이번 추석연휴에 소개팅을 하루에 한건씩 잡아놓았다. 심지어 추석 당일인 3일 저녁에도 강남역에서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각종 페이퍼 작성과 프로젝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이긴 하지만 실연의 상처를 잊으려면 사람 만나는 게 최고라고 마음먹었기 때문. 그는 7월까지만 해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알뜰살뜰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 취업에 성공하자마자 절교 선언을 날렸다. “미래가 불투명한 대학원생과는 더 만나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최씨는 “문과대라 석사과정이 끝나도 취업이 힘들 것 같아 고민이었는데 여자친구마저 내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니 야속하기만 했다.”며 속상해 했다. 한달 가까이 식음도 전폐하며 폐인처럼 살았던 그는 10월 달력을 넘겨보며 다짐했다. 추석연휴를 계기로 다시 정신 차리고 여자친구 만들기에 나서자고 마음먹었다. “소개팅하는 건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휴에 어른들이 모이면 옛 여자친구의 안부를 물을 게 뻔한데 ‘소개팅 나간다.’는 걸 핑계 삼아 귀찮은 질문공세에서도 피해 나오려는 계산”이라고 말하며 최씨는 씁쓸히 웃었다. 올해 초 광고회사에 입사한 서모(27·여)씨는 있지도 않은 업무를 핑계로 이번 추석을 서울에서 혼자 지내기로 했다. 지난 3월 취업 성공과 더불어 시작된 부모님의 ‘시집’ 타령에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씨가 솔로인 것도 아니다. 3년간 만나온 남자 친구가 있지만 아직 신입사원의 티를 못 벗은 서씨로서는 결혼보다 자신의 일이 더 중요하다. 서씨는 “그토록 원하던 광고회사에 입사했지만 내가 꿈꾸던 카피라이터의 모습과는 한참 멀다.”면서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 능력을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며 신입사원의 고초를 토로했다. 서씨의 회사는 인원 충원을 위해 최근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이 때문에 서씨의 마음은 더 조급한 상황이다. 서씨는 “입사 기간이 크게 차이 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선배인데 후배보다 하나라도 뛰어난 점을 보여야 하잖아요. 이 바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한 데다 시장도 좁아서 개인에 대한 평가가 금방 퍼져요.”라며 “일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을 수 있을 때 남자친구와 함께 고향집을 방문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 금의환향할 그 날을 위해 공부 삼매경 사법고시 준비생 김모(30)씨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인 경남 진주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벌써 5년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부모님과 친척들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서다. 김씨는 “명절이면 친척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얘기가 나의 합격 여부”라면서 “그 소리가 듣기 괴롭고 부모님께도 죄송해서 3년 전부터 추석과 설날에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추석 연휴 동안 서울 신림동 자취방에 틀어박혀 밀린 동영상 강의를 듣고 토익책도 펼쳐 볼 생각이다. 지난 6월에 치른 2차 시험의 성적이 좋지 못해 내년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1차 시험부터 다시 응시해야 해서 토익점수도 700점 이상 확보해야 한다. 연휴도 없이 공부할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오지만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김씨는 전했다. 위로 누나만 두명 있는 막내아들인 터라 김씨에 대한 어머니의 생각은 애틋하다. 지난주 말 도착한 택배 상자에는 냉동 동그랑땡과 산적, 깨송편, 김치 등이 들어있었다. 객지생활에 명절음식도 못 먹을까봐 어머니가 손수 싸서 보낸 것이다. 김씨는 “명절 분위기라도 내라고 지난 설부터 음식을 보내주시는데, 만들어먹을 시간이 없으니 보내지 말라고 해도 고집을 부리신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필코 내년 추석에는 부모님께 합격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매달 1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축 내면서 부모님 속을 썩였던 만큼 좋은 성적으로 합격해 ‘판사 아들’ 덕 좀 보게 해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모(29)씨는 어느 해보다 씁쓸한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고향인 부산 집에서는 밀린 업무와 짧은 연휴 때문에 못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양씨는 새 직장을 구하는 중이다. 회사의 자금난으로 지난 봄에 해고됐기 때문이다. 양씨는 “아직도 가족들은 제가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모님께서 제 소식을 알면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하실 것 같아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재기의 의지를 다지는 기회로 삼겠다며 최근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회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같이 서울로 상경한 대학 친구들을 보면 가슴이 쓰리지만 내년 설날을 기약하며 마음의 칼을 갈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의 처지를 “멀리 뛰기 위해 잠시 움츠리고 있는 개구리”와 같다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양씨는 “추석 연휴 때면 대학 도서관도 한산해 마음이 더 허전하겠지만 지금 이 처절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추석 연휴만큼은 최선을 다해 취업 준비에 몰입할 겁니다.”라며 이를 악물었다.
  • 추석 음식 준비 인터넷으로 끝낸다

    추석 음식 준비 인터넷으로 끝낸다

     초보 주부들에게 명절은 공포의 대상이다. 친척 맞이부터 제사상 준비까지 어느 하나 신경쓰이지 않는 것이 없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음식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탕부터 솜씨가 한눈에 드러나는 송편에서 각종 모듬전까지 모두 인터넷에서 해결할 수 있다.  시판 제품은 일단 맛이 보장되고 일일이 재료를 사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 초보 주부들에게는 친정 엄마보다 더 고마운 존재다.  추석 음식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요리인 탕국은 국물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주부에게 제일 어려운 음식이다. 10여 가지의 재료를 큰 솥에 넣고 몇 시간 동안 펄펄 끓이는 작업이 고민이라면 시판 제품인 ‘밑국물내기’를 쓰면 된다.  멸치, 무, 다시마, 북어, 새우, 조갯살, 양파, 대파, 쌀가루 등 10가지 재료로 우려낸 육수를 다시 분말 형태로 만든 밑국물내기 제품으로 자연재료 특유의 맛과 향을 더해 모든 국물요리에 풍미를 살려준다.  원하는 만큼의 양만 만들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많이 만들어 둔 육수를 얼렸다 녹여 쓰는 번거로움이 없다. 멸치나 다시마 같은 밑국물 재료를 체에 거르는 귀찮은 과정도 생략할 수 있다. 특히 CJ 제일제당 밑국물내기는 스틱형 포장으로 6g×12개들이 3650원, 6g×21개들이 5980원이다.  설날을 대표하는 명절 음식이 떡국이라면 추석은 송편이다. 일일이 손으로 빚어야 했던 송편도 이제는 냉동제품으로 살 수 있다. 20분간 찌기만 하면 쌀 반죽을 온 손에 묻혀가며 송편을 빚는 수고로움 없이 고운 노란색의 치자 송편을 즐길 수 있다. 아워홈에서는 냉동 ‘웰빙 송편’을 4㎏ 3만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송편 만드는 재미를 빠뜨리지 않고 싶다면 송편 만드는 재료를 모두 포함함 믹스를 이용하면 된다. 흰 쌀, 쑥, 백련초 등의 쌀가루와 편콩, 땅콩, 동부 등의 송편소 종류도 다양하다. 송편을 찔 때도 애써 산에 솔잎을 따러 갈 필요없이 종이 시루보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대두식품의 ‘햇살가루 송편 믹스’는 3종에 1만 2500원으로 믹스 하나당 80여개의 송편을 만들 수 있다.  추석상에 빠지지 않는 명절 음식인 갈비와 산적은 양념이 가장 골칫거리다. 시판 양념제품을 이용하면 초보 주부도 손쉽게 갈비 양념을 할 수 있는데, 갈비찜을 하고 남은 소갈비 양념은 꼬치용 산적 고기의 기본양념으로 활용하면 된다. 시판되는 햄 제품을 꼬치용 산적고기 대신에 활용해도 근사한 맛이 난다.  일일이 뒤집고 부쳐야 하는 전은 명절 음식 가운데 최고 난이도다. G마켓의 ‘한가위 모듬전’ 세트 는 초보 주부들에게 구세주나 다름없다. 고기 완자전, 동태포, 쇠고기 산적 등 총 4종으로 구성 ‘한가위 모듬전 세트’의 값은 4만9000원으로 해동만 하면 된다.  한꺼번에 사기 부담스럽다면 부추전, 해물전 등을 따로 9900원에 살 수 있다. 이밖에 G마켓의 ‘채소야’에서는 제수 음식을 쉽고 빠르게 조리 할 수 있도록 미리 손질된 파, 마늘 고사리 등의 야채를 판매하고 있어 바쁜 일손을 덜 수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도시와 산]부산 황령산

    [도시와 산]부산 황령산

    “옛 아낙네들은 황령산에 올라와 친정 있는 쪽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지. 그래서 반보기산이라고도 불렸지.” 부산 북쪽에 금정산이 있다면 남쪽에는 황령산이 있다. 해발 427m로 그리 높지 않다. 산꾼들은 “이게 무슨 산이냐.”고 힐난하겠지만 정상에 올라 탁 트인 동해와 동서남북으로 한눈에 펼쳐지는 부산시의 전경을 보노라면 왜 사람들이 황령산에 매료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바다가 가까워 실제로는 더 높아 보이기도 한다. 조선시대 봉수대가 설치돼 이곳이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이곳에서 봉화를 올려 왜적의 침략을 서울 조정에 알렸다. 빠르면 12시간가량 걸렸다고 한다. 또 시집간 아낙네들이 산에 올라와 저너머 친정집 동네를 보며 소맷귀를 적시며 그리움을 달랜 곳이기도 하다. 금정산과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꼽히는 황령산은 도심에서 가까운 데다 빼어난 경치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심 속의 산답게 정상까지 도로와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어 365일 찾는 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산 중턱에는 청소년야영장과 체육시설 등이 있어 시민휴식공간으로 톡톡히 한몫 하고 있다. 산 정상에서 보는, 해운대와 광안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한폭의 그림처럼 길손의 가슴에 다가온다. 우리나라 야경 가운데 최고로 꼽힐 정도다. ●황령산의 ‘황’은 荒일까 黃일까 황령산은 부산 남·수영·연제·부산진구 등 4개 구에 걸쳐 있다. 동편은 남구에, 서편은 부산진구에 접하고 있으며 남구가 가장 많은 지역을 차지한다. 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설치돼 있고 북동쪽으로 황령산의 가장 큰 봉우리인 금련산과 연결돼 있다. 산의 암석은 남미대륙 안데스산맥의 화산에서 많이 발견되는 안산암으로 이뤄져 있다. 황령산이란 이름이 언제 지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황령산을 누를 ‘황(黃)’자를 써서 황령산(黃領山)으로 표기해 놓고 있다, 그러나 동래부읍지(1832년)에는 현재처럼 거칠 ‘황(荒)’으로 기록해 놨다. 황령산은 동래가 신라에 정복되기 전 동래지역에 있었던 부족국가인 거칠산국(居漆山國)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거칠산국에 있는 산으로 ‘기츨뫼’라 했던 게 한자화하면서 거칠 황(荒) 고개 령(嶺)의 황령산이 된 것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거칠고 보잘 것 없는 산이라는 뜻으로 ‘황강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상호 황령산 늘샘 쉼터 회장은 “황령산 한자명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현재는 거칠 황자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마 거칠산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령산의 또 다른 이름인 ‘반보기산’에는 시집간 여인네들의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옛날 아낙네들은 출가외인이라 시집을 가면 친정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당시 남구 대연동 사람들은 인근의 용호동이나 기장 사람들과 주로 혼인을 했는데, 친정에 가지 못하는 그리움을 황령산에 올라 멀리 친정 쪽을 바라보며 달랬다고 한다. 가끔 친정식구들과 중간지점인 황령산에서 만나 반나절 정도 정을 나누다가 아쉬움을 안고 헤어졌는데 그런 연유로 반보기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일제 강점기 때에 이곳에는 탄광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수영구 광안4동 옛 공무원교육원 자리에 있던 광산이 규모가 가장 컸는데 구리와 금을 캤다. ●사통팔달 등산로 황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야말로 사통팔달이다. 남구 쪽에서는 대연동 경성대를 들머리로 해서 오르는 임도 코스가 있다. 비교적 코스가 단조롭지만 안전한 데다 길이 넓고 부드러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 산행시간은 2시간30분쯤 걸린다. 경성대 인문관에 닿기 전 언덕길 왼쪽 산자락으로 따라 난 길을 타고 쭉 올라가면 된다. 황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넓고 편한 길은 몇 개가 더 있다. 문현동 현대2차아파트를 들머리로 오르는 임도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산길은 남구와 부산진구를 가르는 구 경계선인 돌산고개에서 남구방향으로 20m쯤 내려오면 왼쪽으로 만난다.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는 지정광고대 옆(산쪽) 시멘트 길이 초입이다. 산행 초입에서 바람재까지 넉넉잡아 20분이면 충분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황령산 봉수대 전망시설 및 주변정비사업’을 벌여 산 정상에 6604㎡ 규모의 공원을 꾸며 누구나 황령산 정상에 올라 편안하고 안전하게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부산서 가장 오래된 봉수대 정상 안 가보면 정말 후회합니데이! 부산 황령산 봉수대는 임진왜란 때 불을 피워 전쟁을 알린 중요한 사적지로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와 함께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봉수대 중 하나이다. 경상도 지리지에 따르면 조선시대인 1425년(세종 7년)에 황령산 정상에 봉수대가 설치됐다. 조선시대 동래부에서 관리했으며 임진왜란 때는 황령산 봉수대에서 봉수가 올라 북으로 이어졌다. 황령산 봉수대에서 내려다보면 부산의 앞바다가 확 트여 보이고 내륙지역을 바라보는 시계도 넓어 적의 침입을 쉽게 확인하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었다. 이 봉수대는 동쪽으로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 서쪽으로는 구봉 봉수대와 연결되고 북쪽으로는 범어사·계명산 봉수대 등과 연결돼 있다. 부산지역 봉수망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봉수대에는 5개의 봉화구가 있으며 1898년에 기능을 상실했다가 1976년 복원됐다. 이후 1992년과 1995년, 1996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보수 작업이 이뤄졌다. 봉수대는 고려시대부터 사용한 통신시설로 약 30리마다 산꼭대기에 봉화대를 두고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불을 올렸다. 평시에는 한 번, 적이 나타나면 두 번, 적이 접근하면 세 번, 적과 싸우면 네 번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서울 목멱산(현재 남산)의 경(京)봉수대까지 연결됐다고 한다. 해마다 산신제와 함께 봉화 재현 행사가 열린다. 각 봉수대에는 도별장 1명을 두고 이 밑으로 별장 10명, 감고(監考) 1명, 봉군(烽軍) 100명씩 배치했다. 김무조 부산시문화재위원은 “봉수대는 조선시대 군사적 목적의 중요한 통신 수단이었으며 황령산 봉수대는 부산에서는 가장 오래된 봉수대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부산의 남쪽을 대표하는 황령산의 정상은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고 아기자기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부산시는 정상 전망대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목재 데크를 만들었다. 부산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박예진 “난 기독교인, ‘청담보살’ 출연 고민”

    박예진 “난 기독교인, ‘청담보살’ 출연 고민”

    우아한 ‘천명공주’였던 배우 박예진이 섹시한 미모의 ‘청담보살’로 10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를 시도한다. 28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청담보살’(감독 김진영·제작 전망좋은영화사)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박예진은 “‘여고괴담2: 메멘토모리’ 이후 영화 주연은 거의 10년 만이라 ‘친정집’에 온 것처럼 설렌다.”며 신인 영화배우가 된 것 같은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극중 2대째 내려온 무당 가문의 처녀보살 태랑으로 분한 박예진은 삼겹살보다는 꽃등심을 선호하며, 명품을 즐기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럭셔리한 현대 여성이다. “명품숍보다 잘 나가는 청담동 포춘살롱의 무당”이라고 태랑을 소개한 박예진은 “무속인이지만 일상은 나와 같은 평범한 여자”라며 캐릭터의 이면을 설명했다. 기독교인이으로서 ‘청담보살’ 출연을 한참 고민했다는 박예진은 “하지만 리얼한 연기를 위해 실제 처녀보살을 직접 만나고 현장에 모셔와 직접 연기 지도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 왔던 처녀보살이 이번 영화 ‘청담보살’이 대박날 것이라고 해 기대가 된다.”는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청담보살’은 유명한 점집 포춘살롱을 배경으로 연예인보다 유명한 미모의 청담보살이 운명의 짝을 찾기 위해 벌이는 코믹 로맨스 영화다. ‘코믹연기의 달인’ 임창정이 청담보살 박예진의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청담보살’은 오는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이규하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3정의 갈림길’ 재보선 D-30

    ‘3정의 갈림길’ 재보선 D-30

    ‘정몽준·정세균·정동영’의 공통점은? 정치 운명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변변한 당내 세력 없이 여당 대표를 맡아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열악한 지지율 속에 당 안팎에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4월 재·보선 이후 친정인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채 겉돌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10월 재·보선 결과가 이들의 정치행보에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이다. ●與 승리땐 정몽준·정동영 탄력 5곳의 재·보선 지역 가운데 한나라당이 경남 양산과 강원 강릉을 비롯해 3곳 이상에서 승리한다면 정몽준 대표는 날개를 달 수 있다. 성공적 안착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당내 장악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내년 2월 조기전대론도 한풀 꺾일 전망이다. 반면 정세균 대표는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최근 비공개 의원 워크숍에서 불거진 당내 불만 기류가 그를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다. 책임론과 내년 1~2월 조기 전대론에 휩싸일 수 있다. 당 관계자는 27일 “손학규 전 대표와 김근태 상임고문이 출마하지 않아 정 대표의 힘으로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그 결과가 정 대표에게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정동영 의원에게는 당 복귀와 주도권 탈환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다. 정세균 대표가 정동영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인 현 상황에서는, 10월 재·보선 결과가 정동영 의원의 복귀를 위한 외생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 이기면 정세균 재도약 계기 민주당이 경기 수원장안과 안산상록을에서 이기고 나머지 3곳에서 선전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세균 대표는 당내 재신임을 받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재도약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 고(故)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적자(嫡子) 논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미디어법 장외투쟁과 조문정국을 이끈 데 대한 여론의 긍정적 평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정동영 의원으로서는 복당 논쟁에서 수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복당이 이뤄져도, 정세균 대표가 정동영 의원을 포용하는 모양새가 돼 주도권 경쟁에서 한풀 꺾이게 된다. 정몽준 대표에게는 더 악몽이다. 당내에는 그의 리더십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친박은 물론 친이 내부에서도 견제 섞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월 조기전대론도 같은 맥락이다. 정몽준호(號)의 패배는 이들에게 기회와 반격의 소재가 될 것이다. 김지훈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유미의 임신이 부럽기만 한 하이엔은 임신을 위해 유미의 속옷까지 훔치게 된다. 갖은 노력 끝에 드디어 임신을 하게 된 하이엔. 아빠가 된다는 행복감에 젖어 있는 순호에게 주위에서는 과수원이 현이 몫이라며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을 하고, 위기감을 느낀 순호는 춘봉에게명의를 이전해 달라고 말한다. ●소비자 고발(KBS2 오후 11시15분) 수술을 하지 않고도 바르기만 하면 가슴이 커진다는 일명 ‘가슴크림’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하루에 2번, 한 달 이상 꾸준히 발라주기만 하면 2~6cm 정도 가슴이 커진다고 선전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가슴을 키울 수 있다는 가슴크림, 과연 효과는 있는 것일까? ●밥 줘(MBC 오후 8시15분) 친정엄마는 은지가 화진의 차를 타고 정희네 미용실에 갔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영란이 심란해할 게 뻔히 보이는 친정엄마는 영심에게 전화를 걸어 은지를 말리지 그랬냐고 한 소리 한다. 한편 친정엄마는 영란을 불러 자꾸 은지를 야단치고, 모든 것을 선우와 화진의 탓으로 돌리면 은지는 점점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분좋은 작전(SBS 오후 6시25분) 경북 영주의 한적한 시골마을,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개구쟁이 열한 살 상민이. 가족도 친구도 할머니뿐인 것 같은 상민이에겐 사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두 살 더 많은 누나 송주가 있다. 가족이면서 함께일 수 없는 상민이 가족에게는 남모를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상민이의 사연을 만나본다. ●아름다운 비극(EBS 오후 1시50분) 15세 소녀 옥사나의 인생은 오직 춤뿐이다. 그녀가 태어난 지 3주 무렵부터 스트레칭을 시킨 엄마 덕분에 옥사나는 발레에 적합한 체형을 가지게 되었고, 가난에 시달리는 가족들의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발레 학교에서 8년간의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소녀들 속에서 옥사나는 엄마의 희망을 이룰 수 있을까. ●YTN 초대석(YTN 낮 12시35분)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된 지 10개월 남짓 만에 100만부가 넘게 팔렸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팔린 이 책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중편소설 ‘겨울우화’로 등단해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고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소설가 신경숙씨와 함께 앞으로의 작품세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 ‘기구한 신생아’ 탄생 사흘만에 팔려 가더니… 이번엔 철창살이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돈에 팔려간 신생아(여자 아이)가 구속된 사기꾼 새엄마 백모(34)씨와 함께 2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들어간다. 네티즌들은 철창신세를 지게 될 기구한 아이를 백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네티즌들도 등장했다. 서울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경주에 사는 백씨의 친정 어머니와 남편이 주말쯤 아이를 데려가기로 했다.”면서 “백씨가 복지센터 등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일주일 정도 구치소 생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행 법상 생후 18개월 미만의 아이는 친권자가 원할 경우 구치소 생활이 가능하다. 이런 예는 더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이는 백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 있어 친권자는 백씨다.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된 백씨는 세번째 결혼 뒤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자, 브로커를 통해 생후 사흘된 이 신생아를 샀다. 이 아이는 생후 110일 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복지센터 등에 맡기게 되면 영영 이별이라는 생각을 백씨가 하고 있다.”면서 아이를 놓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사기 전과가 많은 새엄마가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아기 매매에 대한 판결 이전에라도 복지센터 등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기구한 운명의 이 아이는 백씨가 잡혀온 15일부터 성북서 유치장에서 생활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명배우 명무대] 강부자

    [명배우 명무대] 강부자

    2009년 설날 즈음에 있었던 초연 당시 폐막 3주 전에 이미 전석이 매진되어 일주일 간 공연기간을 연장했던 〈친정엄마와 2박 3일>(고혜정 원작/각색, 구태환 연출)이 3개월 간의 지방 순회공연 이후 다시금 같은 극장(동국대 이해랑극장)에서 재공연에 들어갔다. 이 역시 7월 4일부터 8월 30일까지의 대장정이다. 이와 같은 흥행 성적은 단연 강부자라는 배우에 힘입은 바 크다. 1962년 KBS 탤런트 제2기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강 배우는 데뷔 첫 작품부터 21세의 나이에 중년의 ‘중매쟁이’역을 맡았고, 명동국립극장 무대에서도 역시 그 비슷한 역이었다. 심지어 TBC 개국 드라마 <로맨스 가족>에서는 작고한 김동원 선생이 아들, 도금봉 선생이 손녀딸이었을 정도이다. 요즈음 특히 TV드라마를 이야기하는 중에 ‘전문배우’라는 이상스러운 호칭이 유행어처럼 떠도는 모양인데, 그런 의미에서라면 강 배우는 단연 아줌마를 비롯해 온갖 나이 든 여성 역할 전문배우인 셈이다. 나는 이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칫 연기자들의 개성을 짐짓 무시하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같은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더러 천편일률적인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불륜전문배우도 있다던가? 그러나 적어도 무대 위에서 본 강 배우의 경우를 그렇게 도매금으로 넘긴다면, 실로 크나큰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에서 친정엄마는 자녀들을 모두 서울로 떠나보내고 남편도 없는 시골집을 혼자 지켜낸다. 후에 외동딸이 하소연하고 싶을 때 찾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 사연이 밝혀진다. 그러던 어느 날 외동딸이 불현듯 찾아온다. 유난히 똑똑해서 모진 살림 형편에도 명문대학까지 공부시킨 보람이 있어 유명회사에 취직했고, 잘나가는 남편도 얻었으나, 무지렁이 출신이라고 유난히 유세가 심한 시어머니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한 딸이 불쑥 나타나니 엄마는 반가우면서도 겁부터 난다.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면서 드디어 그 딸이 간암 말기로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친정엄마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진다. 딸과 함께 찍은 둘만의 사진이 그야말로 영정사진이 될 줄이야. <심판> <고곤의 선물> 등으로 꾸준하게 짜임새 있는 연출 솜씨를 보이고 있는 구태환의 연출은 이 평범한 이야기에서 감동과 재미를 뽑아내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실주의적인 연출 기법에 다소간 이질적인 요소들의 삽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대의 경우, 특히 집 주변 나무들처럼 생략적인 것이라든지, 주 출입구가 사립문인 것에 비해 소슬대문 형의 대문은 그냥 모양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든지, 주 무대인 방과 부엌을 분리시켜 배치한 것 등은 사실주의적 기조에서 벗어났을 뿐더러 별로 기능적이지도 못해 보였다. 그러나 자칫 침울해지기 쉬운 분위기를 바꿔놓기 위해 삽입된 각설이 장면 등은 다분히 이윤택적인 발상 같아 보이지만, 기능적이었다. 연출의 노력으로 많이 가려지긴 했지만, 자칫 뻔한 이야기로 지루해질 약점을 지닌 원작과 각색은,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강부자의 연기력으로 상당 부분 가려졌다. 물론 이에는 딸 역의 전미선과 아버지 역의 정상철 등의 호연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부자가 없는 이 연극은 상상하기 힘들다. 배운 것 없기에 자식들에 대한 사랑은 더욱 절실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기꺼움이나 받아들여졌을 때의 기꺼움이 배가되는 그 감정 기복을 그처럼 절묘하게 표현해 낼 배우를 떠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설이와 어울려 슬쩍 곁들이는 곰배탈이 연기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지러진다. 그러나 이 연극은 마지막 대사가 보여주듯 비극적이다. “내 새끼, 보고 싶은 내 새끼. 너한테는 참말 미안허지만 나는 니가 내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니가 허락만 헌다믄 나는 계속 계속 너를 내 딸로 낳고 싶다.” 이 마지막 장면이 마치 눈물을 강요하듯이 다소간 길어진 것은 그의 연기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겠지만, 절제가 아쉽게 느껴진다. 그 점에서 나로서는 강부자의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공연은 1994년에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박완서의 동명소설을 그대로 무대화한 것이다. 7년 전에 목숨을 잃은 아들로 인한 통한의 심정을 어머니가 동서에게 전화로 호소하는 형식은 모노드라마로 전환되기에 알맞다. 시위 도중 쇠파이프로 맞아 죽은 아들의 어머니가 민가협의 일원이 되어 의식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1980년대의 사태를 무리 없이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를 받았거니와, 백치 아들을 간병하면서 ‘웬수’를 되뇌이는 한 어머니를 보면서 비록 식물인간일 망정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부러워 통곡하는 마지막 대목은 이길 수 없는 슬픔을 이기기 위해 기를 쓰고 스스로 민주투사가 된 장한 어머니의 모습조차 거짓임을 드러냄으로써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 모든 것을 생생하게 살려낸 강부자의 연기는 오래오래 기억될 만하다. 강부자는 1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최우수 연기상(1977), KBS 연기대상 대상(1966), KBS 연기대상 공로상(1999) 수상이 말해주듯이 주로 TV 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진 연기자이지만, 그가 쌓은 내공의 실상은 무대에서 더욱 빛난다. 그것은 특히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오구>에서 넉넉히 입증되었다. 이 작품은 1989년 서울연극제에서 <잘 가세요>(이윤택 작, 채윤일 연출)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였지만, 그 이듬해부터 이윤택이 직접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원래 남미정이 맡았던 노모 역을 1997년부터 강부자가 맡으면서 더욱 빛을 발하였다. 무대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가로운 오후, 어느 날 꿈속에서 염라대왕과 남편을 만나면서 죽음을 예감한 떡장수 노모가 저승 갈 준비를 해야겠다면서 자식들에게 산 오구굿을 해달라고 조른다. 오구굿이란 죽은 사람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소원이나 원한을 풀어주고 극락왕생을 바라는 무속의식이다. 소원대로 오구굿이 신명나게 펼쳐지는 중에 같이 흥을 내던 노모가 갑자기 세상을 떠 굿판은 초상집이 된다. 그러나 한국의 초상집은 또 하나의 굿판이다. 떠들썩하게 초상이 치러지는 중에 저승사자들이 내려와 산 자와 인사하고 촌지를 받는가 하면, 자식들 간에 유산상속 싸움이 벌어지는 중에 노모가 되살아나 자식들을 꾸짖어 이승의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남편의 손을 잡고 저승사자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난다. 이처럼 떠들썩한 굿판에서 이윤택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배우들, 더군다나 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의 예능보유자인 하용부(박수무당 석출 역)의 익숙한 춤사위와 노랫가락에 못지않게 강부자의 익숙한 연기가 흥을 돋운다. 논산 출신으로 강경여고 시절에 이미 노래와 연극에 끼를 보이면서 한때 가수를 지망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1998년 국인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을 이수하기도 했지만, 배우가 천직임을 깨닫는 소득 이외에는 여기에서 얻은 바는 별로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적 관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웰컴 투 코리아 시민협의회 공연단’ 단장을 비롯한 봉사활동은 한국 해비타트의 사랑의 집짓기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패션쇼로까지 이어진다. 그 패션쇼에는 KBS동기생인 남편(이묵원)이 함께 출연해서 화제였다. 그와 함께한 드라마에서 모자로 출연하기도 한 에피소드도 있는데, 그 때문인지 연상의 남편을 서슴치 않고 ‘연하’라고 부르기도 한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에서 딸이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을 나열하는 중에 ‘성경 읽어주기’라는 대목이 있지만, 강부자는 소문난 불자이다. 법정 스님을 회주로 모신 길상사가 개최한 석가탄신 기념 산사음악회에서 열창을 아끼지 않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글_ 김문환 서울대교수, 연극평론가
  • [신종플루 확산 비상] 신종플루 가정서도 몸살

    [신종플루 확산 비상] 신종플루 가정서도 몸살

    두 살난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맞벌이를 나가던 주부 가지은(34·여)씨는 며칠 전 베이비시터를 구했다.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노인정을 자주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외출 자제를 당부하자 시어머니는 “집에서 애만 볼 수 없고 나도 애가 옮기라도 할까봐 부담스럽다.”면서 파업을 선언했다. 가씨는 “아이의 건강이 최우선 아니냐.”면서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시라 본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자식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들과 지나친 간섭에 반항하는 자식들의 마찰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시댁이나 친정에 아이를 맡기는 젊은 부모들은 부모 세대의 무지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반면 노인층은 본인들의 건강을 챙기기도 바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15일 대형포털 게시판 등에는 ‘엄마가 콘서트를 못가게 한다.’ ‘학교와 학원 이외에는 다 외출금지다.’는 등의 학생들의 게시글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팬사인회, 영화관 등을 막무가내로 막고 있다며 불만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그까짓 신종플루 걸려도 어차피 우리는 안 죽는다.’는 식의 과격한 언사를 일삼기도 한다. 부모들 역시 불만은 마찬가지다. 중학생 3학년 자녀를 둔 주부 최지수(41·여)씨는 “학부모들이 모이면 다들 걱정이 태산이다.”면서 “나갔다 들어오면 손을 씻으라고 한마디만 하면 잔소리라는 이유로 저녁 내내 싸울 정도로 갈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각종 해외 교포사이트에도 한국식 사고를 가진 이민 1세대나 1.5세대가 미국적 사고를 가진 2~3세대와 겪는 신종플루 관련 고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식세대는 수백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한국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유별난 한국’이라는 취지의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MB정치 실험의 파격성과 가능성

    [김형준 정치비평] MB정치 실험의 파격성과 가능성

    집권 2년차 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MB) 대통령이 파격적이고 다차원적인 정치 실험을 시작했다. 그 핵심에 ‘중도실용 친서민 노선 추진’, ‘선거제도 및 행정체제 개편 제안’, ‘여권 대권 경쟁 구도의 조기 점화’ 등 3대 실험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까지 중도실용 친서민의 정치 실험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해 쇠고기 촛불시위 때 10%대까지 추락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정권 출범 초기의 50%대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 차기 대권구도와 개헌 문제는 집권 후반기에 주로 제기했다. MB는 이러한 관행을 무시하고, 집권 초기에 개헌을 포함해 민감한 정치 개혁 이슈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정치 철학이 다른 개혁 성향의 비한나라당계 인사를 총리로 발탁하고, 유력한 대권 후보인 정몽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권내 ‘박근혜-정몽준-정운찬’의 3각 경쟁 체제가 구축되었다. MB의 이러한 정치 실험들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역대 정부가 집권 2년차 후반기에 보여 주었던 대통령의 정치구상 등을 면밀하게 고찰하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년차에 국정운영 기조를 세계화로 바꾸면서 정치개혁을 추진했다. 그 여파로 김종필(JP)이 민자당에서 축출되고 당은 민주계가 중심이 되는 친정체제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JP의 축출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의 참패를 가져왔고, DJ의 정계복귀를 가능하게 했다. 임기말에 ‘9룡 경쟁시대’가 열렸지만 결과는 DJP 연대에 성공한 야당에 정권을 내주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는 IMF 조기 극복이었지만 정치 목표는 신당 창당을 통한 전국 정당화였다. JP와 한나라당 내 일부 개혁 세력을 포함하는 새천년 민주당을 창당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1996년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되지 못했다. 임기 1년여를 남기고 DJ가 당 총재직을 내놓으면서 만든 ‘국민참여 경선제’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수를 획득하자 기득권층의 해체를 기조로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했다. 개혁 성향이 강한 이해찬 의원을 총리로 발탁해 강도 높은 진보 개혁을 주도했다. ‘개혁 대통령-개혁 총리’라는 틀 속에서 실질적인 책임 총리제의 정치 실험을 단행하기도 했다. 유력 대권 후보들을 내각에 조기 포진시키면서 관리했지만 집권당의 무기력을 가속화시켰고, 집권 말기에는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면서 결국 한나라당에 정권을 뺏겼다. 여하튼 5년 단임제하에서 집권 2년차 후반기를 맞이하는 대통령은 다가올 전국 선거를 앞두고 정권의 운명을 건 정치실험을 단행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런데 이러한 실험의 성공 여부는 대통령의 철학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자신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오만과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독선은 실패의 씨앗으로 잉태되었다. 만약 MB의 중도 실용 노선이 단순히 다가올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국면전환용 구상이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MB의 중도 실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용과 개혁’이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 분배·균등·투명·분권·민족공존 등 진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들을 중도 실용에 녹여 포용해 가야 한다. 정치 개혁에서는 여권이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해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대통령이 차기 대권구도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때만이 비생산적인 정치와 지역주의를 청산하기 위한 MB의 정치 실험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비로소 열릴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전속 만료된 방주연 그냥 친정에 있기로

    전속 만료된 방주연 그냥 친정에 있기로

    『그대 변치 않는다면』을 비롯 많은「히트·송」을 낸 방주연이 10월말일로서「오아시스」의 전속기간이 만료. 다른「레코드」사로 떠날 것이란 설이 나돌았으나 회사측은 그에게 전속금을 올려주었고 방양 자신도『아무래도 나를 키워준 친정집이 낫지 않겠느냐』해서 전속기간을 다시 연장키로 합의. [선데이서울 72년 11월 12일호 제5권 46호 통권 제 214호]
  • [도시와 산] (24) 마산 무학산

    [도시와 산] (24) 마산 무학산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시조 시인 이은상이 고향 마산 앞바다를 떠올리며 지었다는 시 ‘가고파’다. 경남 마산시 무학산(舞鶴山)에 오르면 가고파의 이 애틋한 노랫말이 눈앞에 펼쳐진다. 학을 타고 산·바다·도시의 풍경을 한꺼번에 조망하는 산행 재미도 색다르다. 무학산은 마산의 진산이다. 항구도시 마산을 서북쪽에서 남북으로 길게 병풍처럼 둘러싸고 우뚝 솟아 있다. 해발 761.4m로 백두대간 낙남정맥(南正脈) 기둥 줄기의 최고봉이다. 시민들은 불의에 항거하는 마산 정신이 무학산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춤추는 학을 닮은 산 무학산의 옛 이름은 두척산(斗尺山)이었다. 학이 춤을 추는 모습과 같아 무학산으로 불리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이 군사지도를 만들면서 붙였다는 설도 있다. 문헌 속에 무학산 표기는 조선시대 영남읍지를 발췌해 엮은 ‘영지요선’에 처음 나온다. 정상은 학 몸통의 중심에 해당한다. 서원골 동쪽에 바위로 이뤄진 학봉은 학의 정수리다. 정상 바로 아래 서마지기에서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왼쪽 날개. 오른쪽 날개는 대곡산과 만날고개로 이어져 가포만 바다로 닿는다. 지역 산악인들은 “무학산은 높이에 비해 산세가 험하고 웅장하지만 곡선이 부드러워 편안하고 포근한 어머니 같은 산”이라고 말한다. 겨울 북서풍을 막아주는 무학산 덕분에 41만 마산 시민들은 따뜻하게 겨울을 지낸다.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의 발자취가 무학산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산자락 합포만에는 최치원이 제자들을 가르쳤던 유서깊은 월영대가 있고 그가 직접 쓴 ‘월영대’ 입석이 남아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최치원이 수도하던 고운대가 무학산 정상에 있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3·15 정신의 발원지 마산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성지이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해 4·19혁명을 촉발시킨 3·15의거와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에서 보듯 마산은 불의에 앞장서 분연히 일어났다. 시민들과 향토사학자 등은 “마산을 어머니처럼 감싸안은 무학산의 거침없는 기개와 정기가 자유·민주·정의를 사랑하는 마산 시민정신의 원류”라고 말한다. 무학산 정상의 표지석 뒤쪽에 새겨놓은 ‘삼월정신의 발원지’라는 글귀와 일년내내 내건 태극기는 무학산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자부심의 표시다. 호수처럼 잔잔한 마산 앞바다, 그 서정적인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무학산은 마산을 문학과 예술의 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지역 문인들은 “이은상을 비롯해 아동문학가 이원수, 작곡가 조두남, 무용가 김해랑, 조각가 문신, 시인 천상병, 소설가 이제하, 음악가 반야월, 만화가 방학기, 영화감독 강제규 등 뛰어난 문학·예술인이 마산에서 많이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마산문학인 일동이 노랫말을 지은 ‘마산의 노래’를 비롯해 지역 대부분의 학교 교가가 ‘무학산~’으로 시작된다.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주류제조회사를 비롯해 ‘무학’이 들어가는 상호도 즐비하다. 국립 3·15민주묘지, 문신미술관 등이 무학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마산시립박물관 송성안(41) 박사는 “무학산은 마산의 상징으로 마산시민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이며 생활에 활력을 주는 청량제”라고 평가했다. ●학을 타고 가고파를 감상한다 무학산의 이곳저곳을 오르내리며 웅장하고 부드러운 산세, 그 아래 펼쳐진 평온한 도시와 바다, 보석처럼 올망졸망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등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봄의 무학산은 진달래꽃에 덮여 붉은 학으로 변한다. 학봉과 꼭대기, 대곡산 등의 진달래 군락이 절경을 연출해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무학산에 오르는 길은 12가닥이 있다. 남북을 종주하는 코스로는 남쪽 만날고개~대곡산~무학산 정상~북쪽 봉화산으로 이어진다. 북능은 창원시 천주산으로 이어진다. 서원계곡에서 걱정바위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이 거리가 짧으면서 경관도 빼어나다. 정상까지 1.9㎞로 1시간30분 남짓이면 오른다. 서원 계곡은 무학산이 동쪽으로 길게 뻗어내린 울창한 숲 사이에 깊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 서원계곡은 조선시대 회원서원이 있었던 데서 붙여졌다. 조선 중기 학자 정구 선생을 추모해 그의 문하생 장문재 선생이 지었다는 서원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졌다. 고종 23년(1885년) 중수한 정자인 관해정(觀海亭)이 남아 있다. 서원계곡을 지나 숲 속으로 7부능선쯤 오르면 우뚝 솟아 절벽을 이룬 걱정바위가 나타난다. 확 트인 바위에 서면 온갖 걱정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걱정바위를 지나 나무로 된 365개의 사랑계단을 오르면 정상 바로 아래 널찍한 ‘서마지기’ 광장이 나온다. 서마지기에서 다시 365개의 건강계단을 오르면 무학산 정상이다. 마산만 앞바다에 거북이 모양으로 떠 있는 아담한 돝섬, 마산~창원을 잇는 마창대교, 진해 앞바다…. 낙남정맥의 최고봉답게 마산·창원 시가지를 비롯해 서북쪽까지 사방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서 만난 등산객 이모(53·마산)씨 부부는 “맑은 날에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인다.”며 지리산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마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이곳에도 가보세요] 만날고개 돝섬 전설따라 걸어요 경남 마산 무학산 남쪽 끝자락 만날고개(해발 180m)에는 모녀 상봉의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 말 마산포 바닷가에 가난한 양반 이씨 가문의 편모슬하 세 딸과 어머니에 얽힌 이야기다. 세 딸 가운데 맏딸은 동생들과 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가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려고 돈을 받고 고개 너머 부잣집 윤진사댁의 반신불수에다 말 못하는 외아들에게 시집 간다. 혹독한 시집살이에다 3년 만에 남편까지 자살해 청상과부로 지내던 맏딸은 여러 해가 지난 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친정 소식이라도 들을까 해서 음력 8월17일 살그머니 만날고개로 나갔다. 때마침 친정어머니도 같은 생각에서 고개로 나왔다가 서로 만나게 돼 모녀는 얼싸안고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다. 이 전설에 따라 만날고개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음력 8월17일 이곳에 가면 만나게 된다는 새로운 전설이 더해져 해마다 만날고개에서는 만날제 축제가 열린다. 무학산은 마산 앞바다에 있는 돝섬과 얽힌 전설도 전해진다. 김해 가락왕이 좋아하던 후궁이 어느 날 사라져 왕은 수소문 끝에 마산 앞바다 조그만 섬에 사라진 후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을 보내 돌아올 것을 간청했으나 후궁은 금빛 돼지로 변해 무학산 큰 바위틈으로 사라진 뒤 밤마다 여자들을 잡아갔다. 왕은 군사들을 동원해 무학산 바위를 공격했더니 후궁이 돼지로 변해 나타났다. 군사들은 칼로 돼지를 내리쳤다. 그 순간 한 줄기 빛이 섬으로 뻗었다가 사라졌다. 바위 속에서는 사람 유골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빛이 뻗었던 섬에서는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와 광채가 났다. 합포만 월영대에 머물던 최치원이 이를 보고 섬을 향해 활을 쏘았더니 광채가 없어졌다. 다음날 최치원이 섬으로 가 화살이 꽂힌 자리에 제를 지낸 뒤부터는 기이한 현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마산항에서 1.5㎞쯤 떨어져 있는 이 섬이 돝섬으로 지금은 해상 유원지가 조성돼 있다. 마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토요 포커스] “아이와 함께한 시간 단 3일… 애아빠도 말없이 떠나”

    [토요 포커스] “아이와 함께한 시간 단 3일… 애아빠도 말없이 떠나”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또는 불가항력적으로 임신해 아이를 낳은 미혼모들. 자신들을 향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다 기댈 데 없는 열악한 여건속에 이들은 절망에 빠지기 일쑤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이들이 희망하는 것은 하루빨리 상처를 딛고 일어나 학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또 입양보내는 아이가 좋은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라기를 간절히 원한다. 경기 수원의 한 미혼모 보호시설을 찾아 미혼모들의 어려움과 생각, 희망을 들어본다. “아기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임예빈(가명·23)씨는 답을 하지 못했다.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미안…하다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예빈씨는 끝내 말을 마치지 못했다. 예빈씨는 남편의 응원도, 친정엄마의 보살핌도 기대할 수 없는 ‘미혼모’다. 지난 3월 3.5kg의 건강한 남자 아기 원준이(가명)를 홀로 낳았다. 원준이와 지낸 시간은 고작 2박 3일뿐. 헤어진 지 벌써 반년이 다 돼가지만 아기 얘기만 나오면 바로 눈이 빨개질 정도로 그리워했다. ●29명 생활… 쾌활하다가도 아기 얘기엔 눈물 지난 3일 경기 수원시 우만동에 위치한 ‘고운뜰’을 찾았다. 고운뜰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자 시설로 18~30세 미혼모 29명이 생활하고 있다. 우울한 모습일 거란 예상은 시설에 발을 내딛자마자 무참히 깨졌다. 쾌활한 20대 또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까르르 웃다가도 아기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예빈씨는 연방 웃었다. 뽀얀 피부 때문인지 미소가 빛났다. 임신하게 된 계기를 말하는데도 구김살이 없다. “남자친구에게 그냥 통보했어요. 임신했는데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넌 신경쓰지 말라고.” 원준이 생부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는 끝이다. 임씨는 “아기를 핑계로 매달리기 싫었다.”며 “남자친구는 결국 나를 외면했지만, 막상 잡았다고 해도 뿌리쳤을 거예요.”라고 멋쩍게 말했다. 원준이 얘기를 꺼내자 예빈씨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해 할머니 손에 자란 예빈씨는 처음에 고운뜰에 들어올 때만 해도 아기를 직접 키울 생각이었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배가 불러오면서 덜컥 겁이 났다. ‘집도, 직업도 없는데 과연 아기와 함께 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산달이 돼서야 마음을 바꿨다. 원준이는 현재 위탁가정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좋은가정에 입양가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지난 6월24일 원준이의 백일이었다. 예빈씨는 하루 종일 울었다. 임씨의 가장 큰 걱정은 먼훗날 원준이가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것. “좋은 가정에 입양가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박수지(가명·21)씨는 신세대답게 질문마다 ‘쿨하게’ 답했다. 아기는 태명도, 이름도 없다고 말했다. 아기를 낳고서 한 번도 안아 보지 않았다. 고운뜰 명은주 원장이 ‘한 번 안아 보라.’며 안겨 줬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기한테 정을 주는 것은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단다. 명은주 원장이 ‘똑순이’라고 부르는 박씨는 몸을 푼 지 아직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곧 퇴소할 예정이다. 시설에 들어오기 전 골프장 캐디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취직자리를 구했다. “아기 생각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똑부러지게 말한다. “계속 생각나지 않아요?”라고 묻자 여태까지 씩씩하게 답하던 박씨의 표정이 굳었다. “생각나죠...그런데 안 할 거예요.” 명 원장은 “입양을 보낸 대부분의 미혼모들이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슬픔을 표출하지 않는데 수지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고 말을 보탰다. ●아기아빠 모르는척·헤픈여자 취급…상처커 미혼모들이 겪는 가장 큰 충격은 아기의 아빠가 ‘모르는 척’ ‘내 아이가 아닌 척’ 외면하는 것이다. 남자 어머니가 ‘헤픈 여자’ 취급하는 것도 말할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시설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끊임없이 받는다. 한 미혼모는 입양할 거니까 젖 말리는 약 먹으라고 크게 말하는 간호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며칠전 밤 12시에 시설의 문을 두드린 고3 여학생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집은 대구이지만 행여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봐 연고가 없는 수원을 택했단다. “빨리 아기 낳고 학교로 돌아갈거에요. 졸업해서 취업해야죠.” 여린 몸으로 당차게 대답하고 돌아서는 뒷모습이 슬펐다. 글 사진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연예계 비리근절 특별수사팀 떴다 ☞[주말화제]20~30대 전문직 귀향바람 ☞“어째 안주가 눅눅했어…” ☞‘명가녀’ 동영상 정체가 밝혀졌다 ☞신용카드 영역확장…고가 의료비 9개월까지 무이자 할부 ☞확 달라진 벤츠 ‘뉴 E클래스’ 날개 돋친 듯…
  • [깔깔깔]

    ●그럴 줄 알았으면… 한 여자가 남편과 사별한 뒤 재가를 해야겠는데, 아이들 때문에 맘에 드는 남자들을 숱하게 놓쳤다. 그런데 맘에 드는 한 남자가 아이들을 보고도 넓은 마음씨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이들 둘 정도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사랑이 중요하죠.” 그러자 여자가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 그럴 줄 알았으면 친정에 있는 나머지 애들 셋도 데려오는 건데….” ●부부생활의 상태 10대 부부:멋르고 산다. 20대 부부:신나게 뛰면서 산다. 30대 부부:한눈 팔며 산다. (권태기라 고독을 씹으며) 40대 부부:마지못해 산다. 50대 부부:서로가 가여워서 산다. (흰머리 잔주름이 늘어나서) 60대 부부:서로가 필요해서 산다. (등 긁어 줄 사람) 70대 부부:서로가 고마워서 산다.
  • 고이잠든 작가(作家)앞에 다시선 아씨 김희준(金喜俊)

    고이잠든 작가(作家)앞에 다시선 아씨 김희준(金喜俊)

    『아씨』의 작가 임희재(任熙宰)씨 무덤에 아담한 묘비가 세워졌다. 고인의 옛 동료들(방송작가협회)이 세운 것이다. 그 묘비의 제막식에 『아씨』의 「히로인」김희준양이 새 가정의 『아씨』가 된지 6개월만에 나와 하염없이 눈물짓고 있었다. 고인의 옛동료들이 모여 19개월만에 묘비 세우고 『한 인생이/그가 쓰는 작품에/만천하가 보내는 박수소리를 들으며 쓰러졌다/쓴다는 고통에서 영원히 해방된 것이다/비바람은 언젠가 이 비문(碑文)을 지우리라/그러나/우리는 무(無)의 철리(哲理)를 알기 때문에/슬퍼하지 않는다/산에서 사는 새들아/이곳에 와 노래하라』 자연석을 깎아서 다듬은 조그만 묘비. 그 묘비에 새겨진 묘비명이다. 10월 18일 하오 3시, 경기도 파주군 탄현면 기독교인 공원묘원. 임희재씨가 간 지 19개월만이다. 이 자리엔 미망인 조옥순(趙玉順)씨를 비롯한 가족과 『아씨』에 출연했던 김희준, 김세윤(金世潤)등 「탤런트」, 그리고 생전에 고인을 아끼던 동료작가, 연출가들 60여명이 단촐하게 모였다. 구름 한점 없이 맑게 갠 하늘에선 늦가을의 햇살이 포근히 내려쬐고 있었다. 작가 김교식(金敎植)씨가 차분한 목소리로 개식을 알리자 고인의 마지막 작품인 『아씨』의 주제곡이 녹음「테이프」를 통해 은은히 울려나왔다. 그 순간 장내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묘비명은 고인의 오랜 친구 한운사(韓雲史)씨가 지었고 글씨도 손수 썼다. 이어 추모작품 낭독. 『아씨』의 「히로인」김희준이 「마이크」앞에 섰다. 「아씨」의 주제가가 흐르면서부터 울음을 삼키고 있던 김희준은 고개를 돌리고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추모가(追慕歌)는 『아씨』의 주제곡… 복혜숙(卜惠淑)도 합창하며 울어 추모작품은 고인의 마지막 작품인 『아씨』의 마지막 회분의 「내레이션」부분이다. 작년 1월7일 2백56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아씨』의 해설이었다. 김희준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를 낭독해 나갔다. 『아씨는 공연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친정 부모님이 살아계실 리 만무하지만 변모한 집꼴하며 홀로 계신 오라버니를 뵈오니 가슴이 아파 마주 대할 수가 없었다… 달은 교교하고 밤은 깊어가는데 좀처럼 잠은 오지 않는다. 좀전에 김수만 이란 노신사를 만난 탓일까?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타다 남은 불씨라도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아씨를 가리켜 무던하고 좋은 사람이라느니, 혹자는 천치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한평생을 살 수는 없다느니, 또한 그를 통해서 한국적인 여인상을 재인식하며 인종의 미덕을 높이 승화하기까지 하지만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다. 아씨는 곧 우리들의 어머니며 할머니며 또한 그분들은 다 그렇게 한평생을 살아온 것 뿐이다』 「아씨」김희준은 흐느끼다 읽고 읽으면서 흐느꼈다. 몇번이나 낭독을 중단해야 했다. 추모작품이 낭독되는 동안 미망인을 비롯한 가족들쪽에서 조용한 흐느낌 소기라 들려왔다. 그 자리에 나온 원로 여배우 복혜숙여사의 주름진 얼굴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인 임씨는 위암이란 진단을 받고 자리에 눕는 바람에 『아씨』의 마지막 탈고를 손수 못했다. 2백회를 갓 넘기고부터 병이 나서 더 이상 작품을 쓰지 못하게 되자 극작가 이철향(李哲鄕)씨가「바통」을 이어받아 작품을 마무리 했었다. 병상에 누워서도 임씨는 작품에 대한 집념을 끝내 버릴 수 없었던지 마지막회의 해설만은 자신이 썼다. 연출가 고성원(高聖源)씨가 병석에 찾아가 임씨가 부르는 대로 받아써서 고인의 뜻대로 마지막 회의「내레이션」으로 집어 넣었었다. 그래서 고인의 많은 다른 작품을 제쳐 놓고 이것을 추모작품으로 결정하여 다시 한번 고인에게 들려 주게 되었다고. 추모가도 『아씨』의 주제가로 했다. 『아씨』에 출연했던 김희준, 복혜숙, 김세윤, 여운계(呂運計), 선우용녀(鮮于龍女),등 5명의 「탤런트」가 나와 『아씨』를 합창했다. “친아버지처럼 자상하게 대해 주셨는데…” 젖은 목소리로 합창이 계속되는 동안 김희준은 시종 우느라고 단 한마디도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제막식이 끝나고 일행이 산을 내려와도 그녀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제겐 작가선생님이 아니었어요. 친부모님 같이 느껴지던 분이었어요. 그렇게 말이 없으시고 그토록 착하시던 분이 돌아가시다니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 군요』 김희준이 임희재씨의 묘소를 찾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탤런트」생활을 청산하고 평범한 아내로 돌아간 그녀는 옛 동료들과 함께 존경하던 분의 무덤 앞에 나선 순간부터 짙은 애수를 느낀것 같다. 『사실 「아씨」는 제 생활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노력을 했던 작품이고 또 제일 맘에 들었던 작품이었죠. 그분은 제게는 퍽 자상하셨어요. 연기를 잘 해 보기위해 저는 시간만 있으면 댁으로 찾아가 말씀을 들었고 그분도 제 얘길 많이 작품에 반영시켜 주셨어요. 어느 딸과 아버지가 그보다 더 친할 수 있을까요…』 『대본을 좀더 일찍 써 주면 연습을 많이해서 보다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재촉을 하며 응석을 부린 일이 지금 와서는 후회가 돼요…』 사실상『아씨』가 2백회를 넘겼을 무렵 임희재씨는 건강이 아주 나빠 있었다. 위암이라는 결정적인 진단이 내렸었는데 병자 자신은 그걸 모르고 있었다고. 김희준은 임씨의 병상을 방문했을 때 『이젠 병이 다 나은 것 같다. 좋은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데…』라면서 김양의 손목을 꼭 잡더라고. 그것이 김양이 임씨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희준은 『아씨』때문에 누구보다도 화려한「탤런트」생활을 누렸다. TV「드라머」로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이『아씨』는 그때까지 그늘에 묻혔던 김희준을 「톱·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정상의 인기를 배경으로 결혼, 은퇴해 버린 김희준. 『「탤런트」생활을 다시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김희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 4월21일 신경과 의사 하영수(河榮秀)씨와 결혼한 그녀는 한 사람의 아내로서 충분히 행복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임희재씨와의 추억이 담긴 『아씨』로서 그녀의 연기생활을 조용히 마무리짓는 편이 그녀다운 일이라고나 할까. <오(五)> [선데이서울 72년 10월 29일호 제5권 44호 통권 제 212호]
  • [사설] 국회 정상화로 화해·통합 뒷받침하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우리 사회에 화해와 화합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시절 대한민국 민주화의 쌍두마차인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국민 통합을 위해 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연설을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존중을 강조하며 정치개혁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앞서 8·15경축사에선 국민통합위원회를 구성할 뜻도 밝혔다. 김 전 대통령 서거가 만든 사회적 화해 분위기를 국민 통합으로 한차원 끌어올리는 몸짓들이다. 김 전 대통령이 떠난 자리에 핀 화합의 꽃을 어떻게 가꿔내고 결실을 맺게 하느냐는 이 나라 구성원 모두의 책무라 본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의지가 중요하고 지역구도, 이념대립의 벽을 허물 제도들을 갖춰나가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을 위한 정치에 신명을 바치라는 게 고인의 뜻”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옳은 자세라 할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정부 여당은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부터 지역의 벽을 허물고, 야당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친정이라 할 민주당도 호남을 벗어나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주력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을 향한 호남의 애정에 기대면 기댈수록 당의 울타리는 좁아질 뿐임을 자각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일주일 남았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들어가기 바란다. 행정체제 개편 등 지역주의를 완화할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 정세균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잘 받드는 것이 민주당의 책무”라 했다. 대의민주주의에 평생을 바친 고인이야말로 원내에서 싸우고 대안을 제시하는 민주당을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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