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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장급 ‘빈수레’ 인사 빅4유임…승진 4명그쳐

    검사장급 ‘빈수레’ 인사 빅4유임…승진 4명그쳐

    “새 맛 나는 인사는 아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9일 단행된 검찰 인사에 대해 이렇게 평가절하했다. 특수수사 및 공안통으로 대폭 물갈이될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 ‘빅4’는 모두 유임으로 결론났다. 노환균(사법연수원 14기·경북) 서울중앙지검장과 김홍일(15기·충남) 대검 중수부장, 신종대(14기·서울) 대검 공안부장, 최교일(15기·경북) 법무부 검찰국장이 자리를 지켰다. ‘검사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승진자는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고작 4명에 그쳤다. 송찬엽(전북) 법무부 인권국장이 부산지검 1차장, 한무근(경북)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대전지검 차장, 백종수(경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대구지검 1차장, 이건주(부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이들은 모두 연수원 17기다. 지난해 8월에 이어 11개월만에 이뤄진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인사가 당초 예상과 달리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인사가 된 데에 대해 검찰 내 반응은 싸늘하다. 현 체제는 김경한 전 장관이 퇴임 전 짜 놓은 인사나 다름없다. 적어도 ‘김준규 총장 직할 체제’는 아닌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를 통해 김 총장이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퇴임을 권유받았던 일부 고검장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처음부터 일이 꼬이고 말았다. 적어도 2명 이상의 고검장들이 옷을 벗어야 하는데 죽어도 못 나가겠다고 버티고 나선 것이다. 결국 고검장 승진 등 검찰 고위직이 연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검찰 수뇌부는 이귀남 법무장관과 협의해 ‘고검장 전원 스테이’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알려진 빅4 교체설에 대해서는 검찰이 불끄기에 나섰다. 검찰 한 고위 간부는 “1안, 2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 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조율형’ 임태희… 당·정 최적 파트너는

    ‘정운찬-정정길-정몽준’ 다음의 ‘빅3’는 어떤 조합일까. 8일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되면서 앞으로의 당·정·청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오는 14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갖고 이미 경선전에 돌입해 있다. 현재 안상수·홍준표 후보가 ‘2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도 정운찬 국무총리의 거취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인적 쇄신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우선 임 내정자의 인선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키워드는 ‘소통’과 ‘화합’이다. 임 내정자를 두고 여권에서는 ‘조율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인 임 내정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재정부 1차관(행시 24회) 등과 함께 이른바 ‘모피아(Mofia·옛 재무부 출신 인사)’의 중심이다. 육동한 총리실 국정운영실장, 백운찬 조세심판원장, 장영철 미래기획위원회 추진단장 등 임 내정자의 행시 동기들이 각 부처에 요직으로 포진해 있어 경제정책 등을 운용하는 데 원활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친박계 한 의원은 “집권 후반기인 만큼 이제부터는 대통령이 어떤 과업을 수행하는 것보다도 국민 통합과 소통이 더 필요한 시기”라면서 “임 내정자가 공무원 출신이어서 정책적인 면이나 실무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여야 관계와 당내 문제를 통 크게 해결하는 정치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정치력있는 총리를 주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서실장을 임 내정자로 정한 것은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관여하는 비중을 낮추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따라서 총리도 정치를 아는 사람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고 역대 정권에서 후반기에 ‘친정체제’를 강화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인 임 내정자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안상수·홍준표 후보가 모두 영남권인 점을 감안해서 총리 지명시 지역 균형이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최향남, 이번엔 日야구 도전

    최향남, 이번엔 日야구 도전

    ‘풍운아’ 최향남(39)이 이번에는 일본프로야구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와 닛칸스포츠는 6일 “최향남이 오릭스 버펄로스 입단 테스트를 받고 1군 훈련에 참가한다.”고 보도했다. 최향남은 고베의 오릭스 연습장에서 연습을 시작해 8일부터는 1군 훈련에 참가한다. 11일까지 테스트를 받은 뒤 계약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던 최향남은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팀 앨버커크에서 뛰었다. 첫해 9승2패 방어율 2.34를 기록했지만 빅리그 진입에 실패했다. 올해엔 1승2패 방어율 5.84로 부진했고 최근 방출이 결정됐다. 끈질기게 도전했던 메이저리그였다. 최향남은 1990년 KIA 전신 해태에 입단했고 1997년부터 2002년까지 LG에서 뛰었다. 2003년 11월 처음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가 실패했다. 2004년 2월에는 타이완 프로야구 라뉴 베어스 입단을 시도했다. 언제든지 메이저리그로 떠나기 위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그해 친정 KIA에 재입단해 2년을 뛰었다. 2005년 말 또다시 홀연히 미국으로 넘어갔다. 2006년 클리블랜드 산하 버펄로에서 8승5패 방어율 2.37을 기록했지만 빅리그 진입에 실패했다. 2007년과 2008년 국내 롯데 유니폼을 입고 2년을 뛰었다. 롯데팬들은 최향남의 속전속결 투구를 빗대 ‘향운장’이란 애칭을 붙였다. 불펜이 약한 롯데는 최향남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최향남은 안정적인 국내 생활을 버리고 지난해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포스팅시스템(101달러)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마이너리그에 입단했다. 그러나 바로 방출당했고 우여곡절 끝에 앨버커크에 둥지를 틀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KBS 블랙리스트?

    개그우먼 김미화(46)씨가 6일 자신의 트위터에 “KBS 내부의 출연금지 명단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소위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KBS 내부에 존재하고 자신이 그 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 “제가 많이 실망한 것은 KBS 안에 있는 PD들은 저와 함께 2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고 친구들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편향된 이야기를 듣고 윗사람 한마디에, 제가 보기에는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라 생각됩니다만 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아는 동료들이 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KBS에 근무하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처음 그 말이 언론에 나왔을 때 제가 믿지 않았던,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 주십시오. 참 슬픕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는 김미화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KBS는 “유명 연예인으로서 사회적 공인인 김미화씨가 근거 없는 추측성 발언을 해 KBS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6일 오후 영등포경찰서에 김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조대현 KBS 방송 담당 부사장은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이 같은 발언을 한 김씨의 진의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KBS의 한 중견 PD는 “회사 내에 명문화된 문서(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김미화씨가 다큐 더빙을 한 것을 놓고 윗선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방송인 김제동씨의 경우처럼 정서적인 출연 배제로 이어졌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미화씨는 파장이 커지자 “뉴스화되거나 상황이 커지기를 원한 것은 아니다.”면서 “내게는 친정과 같은 KBS의 명예를 훼손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길섶에서] 어머니의 흰머리/최광숙 논설위원

    과거 내 옷이나 모자, 집안 어딘가에 흰 머리카락이 붙어 있거나 떨어져 있으면 그 주인은 영락없이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쓰시던 물건에서 우연히 흰 머리카락을 발견하면 어머니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 그리움에 잠기곤 했다. 어머니는 꼬불꼬불한 퍼머를 싫어하셨다. 염색도 하지 않았다. 남들은 까맣게 염색해 젊어 보였건만 한사코 흰머리, 짧은 헤어커트를 고집하셨다. 그래도 백발의 어머니는 곱슬머리 덕분에 웨이브가 살아나 보기에 좋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7년째 접어든 요즘, 집안에 나뒹구는 흰 머리카락은 이제는 내 것이다. 집안 내력으로 남편보다 내가 더 흰머리가 많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지인들이 염색을 권유한다. 흰머리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어머니처럼 흰머리카락을 숨기지 않고 순리대로 살고 싶다. 퍼머도 하지 않는다.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고 하지 않던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결혼이주자 2세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결혼이주자 2세

    일곱 살 상원이(가명)는 4개국어를 한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유창하고, 영어와 필리핀어는 알아듣는 정도다. 한국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화교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다. “쉬는 시간에는 한국어로, 수업 시간에는 중국어를 써요. 엄마랑은 영어와 필리핀어를 섞어 쓰는데 많이 헷갈려요.” 화가 나면 엄마, 아빠가 못 알아 듣도록 중국어로 불평한다. 상원이가 외국인 학교인 한송 한성화교 소학교에 입학한 것은 아빠 A(40)씨의 결단이었다. 한국어에 서툰 엄마가 학습을 지도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학원비를 맘껏 지출할 가정형편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상원이가 우리나라 교육제도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배려 가장한 차별 피해 외국인학교 선택 다문화지원 정책이 쏟아지면서 ‘배려’를 가장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A씨는 지적했다. 다문화 아동만 따로 모아 특별활동을 시켜서 따돌림을 부추기고, 학습수준도, 언어도 다른데 다문화 아동이라는 이유로 방과 후 학교를 강요해 부작용을 낳는다고 했다. A씨는 “아이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 정부의 실험 교육에 상원이를 맡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공부하는 게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100년 전통의 외국인 학교라 안심했다. 학기가 9월에 시작하는 데다 중국어를 할줄 알아야 입학할 수 있어 6개월 전에 부속 유치원에 보냈다. 2상원이는 첫날, 울면서 돌아와 “다시는 학교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 화교 부모를 둔 아이들처럼 중국어를 못하는 데다 어린이집과 다른 낯선 환경이 힘들어서다. “일반학교에 가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붙잡고 A씨는 ‘글로벌 인재’라는 말을 꺼냈다. “네가 크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거야. 아빠는 한국 사람, 엄마는 필리핀 사람, 친구는 중국 사람, 지금부터 그렇게 살면 나중에 상원이는 전 세계에서 1등이 되는 거지.” 상원이는 아빠의 얘기를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핀 초등학교와 학생교환 프로그램 계획 A씨는 둘째 상희(4·가명)와 셋째 상수(2·가명)를 ‘다문화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뜻이 맞는 다문화 가족들끼리 준비모임도 꾸렸다. “학부모가 학교활동에 적극 참여해 아이들을 ‘민간 외교자원’으로 키웠으면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필리핀 초등학교와 자매결연해 학생 교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A씨 아이들은 필리핀에서, 필리핀 학생은 한국에서 방학을 보내는 거다. 숙박은 두 나라의 부모가 맡는다. 프랑스와 독일,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A씨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고 그러다 보면 민간 외교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엄마 글로리아(30·가명)는 자녀교육을 고민하는 남편과 중국어를 홀로 배우는 상원이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먼 학교를 지하철로 통학하고 과제물도 혼자 하면서 상원이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됐다.”고 말했다. “다섯 살쯤 되니까 엄마보다 한국어를 잘하더군요. 그러더니 어느날 ‘엄마, 필리핀 사람이라서 좀 창피해’라고 말하는 거예요.” 상원이는 “엄마, 그만해. 다 지나간 일인데….”라고 엄마의 말을 가로막았다. “엄마는 그때 충격 많이 받았어.” “그때는 엄마, 한국어 발음이 이상하니까. 친구들이 놀리고….” 상원이는 말끝을 흐렸다. 글로리아의 한국 적응도 순탄하지 않았다. 친척의 소개로 만난 A씨와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혼을 결심했다. 외국으로 떠난다는 딸을 부모가 만류했다. “한번 가면 오기도 쉽지 않은데….” 2000년 5월 A씨가 필리핀으로 입국, 설득에 나섰고 한 달 뒤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말과 달리 시부모는 글로리아를 반기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의 검은 피부를 두고 수군거렸다. ‘다르다.’는 게 한없이 그를 위축시켰다. 그때 남편이 주민센터의 영어강사를 권했다. 한국 아줌마와 어울려 한국어를 배우고, 영어를 가르치며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했다. 둘째 상희가 태어났을 때 또다시 위기가 닥쳤다. 상희가 한 달 일찍 나오는 바람에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친정어머니는 한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입국할 수가 없었고, 시어머니는 그때까지 외국인 며느리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몇 달간 머물 가정형편도 못 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아니어서 복지관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아이는 눈도 뜨지 못하고 쓰러졌다. ‘황달·영양실조’로 일주일간 입원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그후 3년간 병원을 들락거렸다. 이처럼 아이를 홀로 키우기가 어려워 필리핀으로 아이를 보내는 다문화 가족도 있다고 글로리아는 설명했다. 대가족 전통이 남아 있어 어린 시절을 보내기는 그곳이 낫다는 거다. ●‘창피하다’는 상원이 말에 엄마 다시 공부 글로리아는 ‘엄마가 창피하다.’는 상원이의 말에 중단했던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2007년 전문대 복지학과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라 남편도 함께 다녔다. 천안에서 보육교사로 일했고, 지난해에는 다문화 강사로도 등록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필리핀 문화를 소개한다. 전통의상과 국기, 언어를 알려주면 아이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난다. 그러나 엄마들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아이가 만든 필리핀 국기나 다양한 언어의 이름을 자랑하면 엄마가 “그런 거 뭐 하려 했니? 버려.”라고 말한다. “다문화 사회에서 살려면 필요한 교육인데….” 글로리아는 안타까워했다. 상원이와도 자연스레 소통한다. 다문화 강의교재를 만들어 자녀들에게 시연하고 조언을 받았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어를 빨리 배우지 못할까 봐 필리핀어도 잘 쓰지 않았던 엄마는 늦었지만, 자녀들에게 필리핀 문화를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하다. 지하철에서 중국어 학교 과제물을 풀던 상원이에게 한 아줌마가 물었다. “넌 엄마가 중국 사람이니?” “아니요. 엄마는 필리핀 분이고요. 아빠는 한국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는 중국 학교에 다녀요.” “우와, 너희 가족, 참 멋지구나.” 상원이는 엄마 사무실로 달려와 자랑했다. ‘도전하길 잘했구나.’ 글로리아는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아이가 한국에서 차별 없이 똑같이 자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꿈꾸는 다문화사회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바닥女’ 김새롬의 참을 수 없는 특별함(인터뷰)

    ‘바닥女’ 김새롬의 참을 수 없는 특별함(인터뷰)

    “(이)인혜 언니는 미워할 수 없는 밉상이에요.” 콧소리로 대답하는 김새롬의 얼굴에 꽃보다 환한 미소가 퍼졌다. 김새롬은 QTV ‘순위 정하는 여자’에 함께 출연 중인 이인혜를 유쾌하게 설명했지만 기자가 보기엔 ‘미워할 수 없는 밉상’은 김새롬에게 더 적합한 표현이었다. ‘신비로움은 개나 줘버려.’라며 싼티 심지어 바닥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사실 김새롬은 사랑스러운 구석이 참 많다. 예능 6년 차 김새롬의 이 기분 좋은 매력의 원천은 어딜까. 다가가고 싶고 말 걸고 싶은 평범함과 친근한 매력을 지닌 김새롬과 즐거운 대화를 나눠 봤다. ◆ “날라리? 황우석 박사 선망한 여고생” 헐렁한 셔츠와 면바지를 입은 김새롬은 먼저 약속장소에 나와 있었다. 그 모습이 꼭 고등학생 같았다. 내친김에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첫 질문으로 던지자 “아주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날라리도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절 보고 노는 학생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으세요. 친구들 중에 노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전 날라린 아니었어요. 학창시절 전교 6등도 해봤고요. 전교 부회장도 해봤어요. 생물을 특히 좋아했고요. 황우석 박사 기사는 모두 찾아 스크랩할 정도로 동경했었어요.” 생물학도를 꿈꾸던 김새롬이 연예계에 데뷔한 건 슈퍼모델 대회에 입상하면서다. “단지 시험기간에 심심해서 한 도전이었는데”라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친정과도 같은 MBC ‘섹션 TV 연예통신’에 리포터로 발탁되면서 김새롬은 ‘팔자에 없던’ 연예인이 됐다. ◆ “예능 6년 차, 울고 넘은 박달재” 동료 붐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섹션에서 ‘싼티’로 거듭날 때쯤 김새롬에게는 잊히지 않는 굴욕이 있다. “차태현씨 결혼식장에 리포터로 취재를 갔다가 보디가드 손에 우연히 머리를 맞았어요. 서러워서 펑펑 울었죠. 그래도 나도 연예인인데. 엉엉.” “그날 이후 꼭 차태현 씨와 같은 호텔에서 결혼할 거라고 결심했다.”며 입을 삐죽거리는 모습을 보니 문근영과 동갑이란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믿기지 않지만(?) 김새롬은 스물네 살. 꿈도 많지만 고민도 많을 시기다. 그녀의 고민은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전 지금이 슬럼프에요. 데뷔할 때는 뭘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없었어요. 근데 한 살씩 먹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수록 망가지는 게 꺼려져요. 사랑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거든요. 예능인은 망가져야 하는데 전 어떡하죠?” ◆ “바닥 이미지는 내 운명” 김새롬이 고민할 만하다. ‘순위 정하는 여자’에서 김새롬의 캐릭터는 바닥. 싼티까지는 웃어넘길 수 있지만 바닥 이미지는 여자 연예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싫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죠? ‘바닥’도 제가 안고 갈 운명이에요. 조미료 없는 캐릭터로 받아들일래요.” 강한 캐릭터만큼이나 김새롬은 기센 발언도 많이 한다. ‘순위 정하는 여자’에서 사실 김새롬은 다른 출연자들에게 물어뜯을 빌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의 노하우는 최대한 방송을 거침없이 하되 예능이 익숙지 않은 출연자에게는 방송 끝나고 따로 가서 사과하는 것. ‘순위 정하는 여자’는 매주 시민들이 이미지 투표를 한 결과를 공개한다. 그중 ‘사랑 보다 돈을 더 밝힐 것 같은 연예인’에서 1위를 한 건 가장 억울한 기억이다. “제게 남성의 재력은 큰 매력이 아니에요. 지금껏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아본 적도 한 번도 없어요. 오해에요.” 1시간 넘는 인터뷰에서 김새롬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도회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외모에 솔직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바닥’이지만 사랑받는 김새롬의 매력의 근원이었다. 치명적 이미지도 끌어안은 김새롬의 바람은 뭘까. “제 이미지가 바닥이라고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걱정하지 말아달라는 말 하고 싶어요. 전 상처받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요. 지치지 않고 꼭 차승원 선배처럼 코믹과 카리스마 이미지를 머금은 연예인으로 성장할게요.”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동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상인VJ bowwow@seoul.co.kr
  • “한국, 종교의 시대 맞았지만 권력·물질에 얽매여 10년뒤엔 ‘텅 빈 교회’ 될수도”

    “한국, 종교의 시대 맞았지만 권력·물질에 얽매여 10년뒤엔 ‘텅 빈 교회’ 될수도”

    현 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잡음이 여러 분야에서 일었지만, 가장 두드러진 곳 중 하나가 종교 분야였다. 교회 장로 출신 대통령의 언행은 일부 타종교인들의 반발심을 갖게 했고, 급기야 ‘범불교도 대회’ 같은 움직임을 낳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등 정신적 지도자들이 나란히 우리 곁을 떠났다. 게다가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반대 운동 등 예민한 사회 이슈를 거치며 종교인들의 목소리는 매일같이 신문지면과 방송을 채웠다. 이런 현상을 두고 백찬홍(49) 씨알재단 운영위원장은 “지금 한국 사회는 ‘종교의 시대’에 왔다.”고 말한다. 최근 신간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평사리 펴냄)를 내고 한국 사회의 종교 권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28일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백 위원장은 “한국 사회는 항상 국가권력의 힘이 가장 컸지만 최근 몇 십년 사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그중 종교계의 목소리가 가장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 한국 사회의 종교는 ‘시대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특정 교회 인사들이 정부에 대거 기용되는 등 개신교는 친정부 성향이 커졌다. 불교는 반대로 ‘차별 철폐’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와 각을 세웠고, 천주교는 각종 사회 이슈에서 배제할 수 없는 세력이 됐다. 즉, 종교가 종교 자체가 아닌 권력과 사회와의 밀접한 배치 안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가 커진 것과 별개로 종교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 백 위원장이 내세우는 주장의 핵심이다. 개신교는 일부 교회 부패 문제로, 또 불교는 최근 정권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문제로 불안정하다. 천주교 역시 더 이상 ‘포스트 김수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종교 문제에 끊임없이 경제논리가 끼어든다는 점이다. 교회나 절, 성당 등에 관계없이 한국의 종교 공동체는 평신자 직제에서도 돈이 없는 사람이 배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백 위원장의 말대로 “신앙이 돈독해도 돈이 없으면 장로든 신도회장이든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백 위원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유럽과 같이 주일에도 교회가 텅텅 비는 ‘교회 공동화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10년 내 그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력과 경제력을 가진 특정 계층들은 종교에서 더 이상 현실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을 때 쉽게 떠나버린다. 그러니 그런 집단에만 의존할 경우, 공동체는 빠른 시일 내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해답은 뭘까. 간단하다. “종교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는 것” 그는 “예수도 그랬고 석가모니도 그랬듯이 마음에 영성을 채운 뒤 평화·생명을 외치고, 또 고통받고 소외된 자들을 끌어안는 것이 종교 본연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그 임무에 따를 때만 종교가 꾸준히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본다. 아울러 그는 현실적인 답도 내놨다. “현재 한국 종교들 앞에는 여러 가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오랫동안 배제됐던 성(性)적 소수자 문제, 여성 성직자의 권한 설정, 또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문제가 그것입니다. 한국의 종교들은 미래 가치를 고민하고 이들을 적절히 감싸안을 방안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포스코 ‘글로벌 나눔’ 시동

    포스코 ‘글로벌 나눔’ 시동

    포스코가 ‘글로벌 나눔’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현지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과 직원들의 사기 진작, 소속감 강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29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 패밀리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와 ‘일곱빛깔 다문화 데이(Day)’를 통해 다문화가정 지원에 나섰다. 지난 12~19일 일주일간 실시된 ‘포스코 패밀리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세계 19개국 4만 5000명의 임직원이 동시에 참여해 지역별 특색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 행사 지난 19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진행된 ‘독서상자 만들기’에는 서울지역 포스코 패밀리 봉사자 100여명과 다문화가정 자녀 50여명이 함께했다. 어린이들은 직접 만든 독서상자에 포스코 패밀리 임직원 자녀들이 기증하거나 포스코가 ‘아름다운 가게’에서 구매한 아동용 도서 500여권을 받았다. 기증도서 첫 장에는 기증자들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았다. 포스코는 매년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를 열어 세계 각지에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지난 21일에는 ‘일곱 빛깔 다문화 데이(Day)’를 열어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직업소개 활동을 펼쳤다. 포스코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맺고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다문화가정을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다문화 가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정기적 포럼은 물론 사회 적응을 돕는 상담전화 설립과 포스코 미소금융재단을 통한 창업자금 대출 지원, 이중언어학습 프로그램 개발 등을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여성 합동결혼식 지원도 포스코는 또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클리닉 운영을 위한 비용 지원뿐 아니라 포스코 패밀리 임직원들이 월 1회 이상 서울 혜화동 진료현장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광양제철소 생산기술부 직원 330여명으로 구성된 ‘프렌즈 봉사단’은 가정 형편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주 여성들에게 합동결혼식을 지원해주고 있다. 2008년 6쌍, 지난해 3쌍 등 총 14쌍의 부부가 합동결혼식을 치렀다. 여기에 이주 여성들을 위한 ‘친정 보내주기’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베트남 결혼이민자 출국 전 정보제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입국 전 교육을 받은 예비 이주 여성만 이미 1000명을 넘었다. 전화상담 센터에는 한 달에 200여건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2010 한국전쟁 60주년 화해의 원년] 7월 좌익 10월 우익 학살… 1950년엔 모두 희생자였다

    [2010 한국전쟁 60주년 화해의 원년] 7월 좌익 10월 우익 학살… 1950년엔 모두 희생자였다

    전남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 주민 정석재(61)씨는 23일 나지막한 동구림리 야산을 가리키며 좌·우익, 가해자·피해자 구별 없이 한국전쟁 희생자 262명의 원혼을 위로할 ‘용서와 화해의 위령비’(위령벽)를 세울 터라고 말했다. 그는 ‘군서면 위령비 건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위령비를 건립할 5000여㎡ 공터 아래쪽에는 ‘지와목 방화 사건’ 때 좌익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28명을 기리는 순절비(1976년 제막)가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돌계단을 내려가면 서기 405년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백제인 왕인 박사의 유적지가 바로 건너다 보였다. 이곳이 한국전쟁 때 민간인 학살이 반복된 참극의 현장이다. 구림마을을 휩쓸고 간 ‘전쟁의 상흔’은 한반도 그 어느 지역과 다르지 않다. 이웃끼리 죽고 죽이는 야만적인 보복 학살이 이어졌다. 마을은 불신과 공포로 뒤덮였다. 1950년 7월 영암경찰은 후퇴하면서 국민보도연맹원 20~30명을 월출산 자락의 도갑산 골짜기 등에서 처형했다. 그러다 인민군이 점령하자 좌익 유가족들은 과거 경찰·경찰지서에 자주 드나들거나 협조한 사람들을 색출해 살해했다. 10월 초에는 좌익 세력이 잇따라 방화사건을 일으켰다. 특히 7일에는 우익 인사와 기독교인 28명을 자와목에 있는 주막에 가두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17일 오전 6시 경찰 공비토벌부대가 ‘구림 첫 포위사건’을 저질렀다. 3개 소대가 ‘좌익의 근거지’라며 부녀자, 아이까지 무차별 살해한 것. 대나무 숲이나 마루 밑에 숨었던 사람들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그러나 인민군에 부역하거나 협조했던 사람들은 이미 마을을 떠나고 없었다. 이런 참극이 되풀이돼 불과 반년 만에 민간인 262명이 학살됐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 달리 구림마을은 ‘전쟁의 상처’를 용서와 화해로 치유하고 있다. 2006년 11월17일부터 ‘과거사를 용서와 화해로 이루고자 한다.’는 명분으로 가해자·피해자 구별 없이 희생자의 위패를 함께 놓고 합동위령제를 올렸다. ‘용서와 화해’로 가는 첫발은 험난했다. 적극적으로 좌익·우익 활동을 한 사람들까지 ‘희생자’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는 논란이 거셌다. 친정에 왔다가, 피란 왔다가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과 그들은 다르지 않으냐는 문제제기였다. 주민들은 마을 역사를 담은 ‘호남명촌 구림’을 공동집필하며 의견을 모아 갔다. “냉전체제 속에서 약소 민족이 겪은 불행한 전쟁이다. 그래서 역사 앞에서 모두가 희생자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림마을 주민들은 2006년부터 이 같은 화해와 용서의 다짐을 새길 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높이 4m, 길이 7m의 위령비는 무덤을 뚝 자른 모양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여기에 월출산을 밑그림으로 그려 넣고, 골짜기마다 희생당한 262명의 이름을 새겨 넣는다는 구상이다. 올해 위령제(11월17일) 전까지 착공하기로 했지만 만만찮은 건립비 마련이 걸림돌이다. 주민은 성금 2000만원을 모았지만, 영암군이 약속한 8000만원이 아직까지 지원되지 않고 있다. 정 사무국장은 “정부의 관심이 부족해 예산 확보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530년간 대를 이어 구림마을에서 살아온 현삼식(62)씨는 “위령비 건립은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면서 “이스라엘의 ‘통곡의 벽’처럼 생생한 역사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5년 좌·우 희생자 374명을 아우르는 유족회를 결성한 전남 나주시 다도면 주민들은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를 건립해 다음 달 제막식을 갖는다. 나주시가 3000만원을 지원해 성사됐다. 화해를 상징하며 ‘맞잡은 두 손’을 위령비 재단에 그려 넣었다. 다도면 주민 374명이 1948년 11월부터 1951년 5월까지 좌익 세력과 군·경에 학살당한 상처를 덧내지 않고 기록으로 남겼다. 영암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시론]‘아동이 행복한 나라’ 위한 저출산 대책을/이영환 전북대 아동학과 교수·한국보육지원학회장

    [시론]‘아동이 행복한 나라’ 위한 저출산 대책을/이영환 전북대 아동학과 교수·한국보육지원학회장

    2009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3명에 비해 크게 낮은 1.15명으로, 이제 초저출산 국가로 들어서고 있다. 특히, 주출산 연령인 20-34세의 여성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출산율 감소는 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제2차 저출산 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일과 가정의 양립 곤란, 자녀양육비용의 부담, 고용불안정의 증대 등 경제·사회·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 현상은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여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한 젊은 부모들의 전략적 선택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젊은 부모들이 전략적으로 출산을 선택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할 일이다. 저출산 해소 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OECD 국가들 중 전통적 가족중심의 양육시스템을 강조하는 국가들(이탈리아·독일·일본·한국)은 출산율이 낮지만, 모성보호수준이 높고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국가들(프랑스·스웨덴)은 출산율이 높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특히, 출산율이 1명에 가까웠던 스웨덴과 프랑스가 아동양육에 유리한 가족·사회 환경조성과 양육비용 부담완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 투자를 통해 각각 출산율 1.9명과 2.0명을 달성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의 제도를 간략히 살펴보면, 프랑스는 임신 시점부터 자녀의 취학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약 30가지의 가족 관련 수당으로 양육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적 보육시설의 이용비용을 국가가 적극 지원(3세 미만은 비용의 50%, 3~6세는 전액 지원)한다. 스웨덴은 높은 육아휴직 급여와 아버지 육아휴직 할당제 등 육아휴직 활성화 정책을 통해 부모가 직접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보육서비스는 공보육이 90%를 담당(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9% 수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의 22%가 자녀 양육을 처가 또는 친정에 의존하고 있다는 최근의 뉴스보도를 접할 때, 이들이 출산 지연 또는 출산 포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보육시설에서 제공되고 있는 보육서비스의 비용이나 품질이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고, 이로 인해 부모들의 자녀양육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보육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뀔 필요가 있다. 여성의 노동력 확보를 위해 보육시설 확충에 치중했던 정책에서 벗어나 아동발달을 고려한, 아동이 중심이 되는 보편적 보육을 실천하여야 한다. 최근 각국의 아동정책은 영유아 대상 보육, 유아교육을 영유아와 부모 그리고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의 질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영아기는 자녀 양육에서 자원 활용이 가장 제한된 시기일 뿐 아니라 육아비용이 가장 높기 때문에 영아기 육아지원을 위한 재정 투자가 대폭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보육정책도 이를 참고해서 보육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 확대는 물론, 영아기에는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하루 8시간 이상을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영유아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영아기의 안정적인 애착 형성의 중요성과 최근 뇌 발달 연구를 고려할 때, 우수한 전문 인력이 사명감을 가지고 영아보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아동은 우리 사회의 현재이자 미래이다. 아동기의 중요성과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여 아동과 양육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저출산 대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녀 양육 비용 경감, 사회·직장환경 조성과 보육환경 개선 등을 모두 고려하는 전방위적인 종합 대책이 강구되기를 바란다.
  • [주말 데이트] 한국인 첫 시카고예술대 名博 이성순 소마미술관 명예관장

    [주말 데이트] 한국인 첫 시카고예술대 名博 이성순 소마미술관 명예관장

    이성순(67) 소마미술관 명예관장은 지난달 22일 건축가 프랭크 게리,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 작가 고(故) 루이스 부르주아·에드워드 호퍼 등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한국인 최초로 모교인 미국 시카고예술대학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것이다. 외국인으로는 두 번째였다. 244년 역사의 시카고예술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대학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남편과 어린 남매를 두고서 1976년 미국으로 혼자 유학을 떠났다. 한 세대가 바뀔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결혼한 여성이 홀로 외국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학생 때부터 공부해야겠다는 열망이 강했고 책으로만 보던 현대미술을 현장에 가서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동생이 먼저 유학을 떠난 데다 친정어머니가 아이들을 맡아주셔서 조금은 마음 편하게 유학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이 관장은 회고했다. 당시 시카고 예술대에는 한국인이 달랑 3명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한국인 담당 학생처장을 따로 둘 정도로 유학생 숫자만 350여명으로 늘었다. 한국인 졸업생으로는 이 관장 외에 홍상수 영화감독이 유명하다. 그는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2008년 정년퇴직을 한 뒤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의 명예관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이 관장은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이기 이전에 ‘몬드리안 추상화를 앞서는 아름다운 한국 보자기’의 매력을 세계에 알린 섬유예술가다. 조각보로 커튼을 만들어 꾸민 그의 집은 화보 촬영을 자주 할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흰 모시를 조각조각 이어 붙여 커튼, 천장 장식, 캐노피 등 다양한 예술품을 선보였다. 17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200회 이상 초대전시회에 참여했다. 2000년 교환 교수로 다시 시카고예술대를 찾았을 때 이 관장은 “공예가가 화가와 똑같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염색으로도 그림과 같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발판으로 보자기의 현대화에 앞장섰다. 전통에 머무르면 전승공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카고예술대의 토니 존스 총장은 이 관장의 이러한 노력을 “한국 문화의 DNA였던 보자기로 새로운 언어와 톤을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소마 미술관장으로서 그의 꿈도 크다. 지난 4월 소마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현대 미술상’의 첫 수상자로 태국의 미디어아트 작가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을 선정했다. 아피찻퐁은 연이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까지 챙겨 아시아 현대 미술상의 권위를 높였다. 오는 9월5일까지는 에이즈로 31살에 요절한 미국의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1958~1990)의 20주기 기념 전시가 열린다. 해링은 기어 다니는 아기, 눈 세 개짜리 인간, 양성인간, 가슴이 뻥 뚫린 사람 등 자신의 아이콘(icon)이 된 이미지를 단순명쾌한 검은 선으로 그려냈다. 10여년간 짧게 활동하며 탄생과 죽음, 사랑과 성, 전쟁 등의 보편적 주제를 애니메이션 같은 이미지로 표현한 해링의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다. 이 관장은 “키스 해링은 상식적인 그림을 뛰어넘는 작가로 책받침, 티셔츠, 책갈피 등 각종 문화 상품으로도 인기가 높았다.”고 소개했다. 그의 목표는 88서울올림픽 25주년과 30주년이 되는 2013년과 2018년에 세계인의 이목을 올림픽 조각공원과 소마미술관에 다시 집중시키는 것이다. 솔 르윗, 세자르 발다치니 등 21세기 스타 조각가들이 꾸민 조각공원의 대형 조각 작품을 재점검하는 심포지엄을 열고, 새로운 작품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작품 활동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모시로 작업하는 이 관장은 손으로 짠 국산 모시 대신 어쩔 수 없이 기계로 짠 중국 모시를 쓴다. 값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탓이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모시로 착각할 만한 신소재를 개발했다더라며 아쉬워했다. 젊은 세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보자기를 더욱 현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10월에는 프랑스 파리, 내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관장은 “예술가는 정년퇴직이 없다.”며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 글 사진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위나라 한국 구경 왔어요”

    “사위나라 한국 구경 왔어요”

    행정안전부는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함께 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3개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 온 결혼이민여성들의 친정 부모를 초청하는 행사를 23일부터 6박7일간의 일정으로 펼친다고 밝혔다. 결혼이민여성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2007년 시작된 행사는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6개국 출신 결혼이민여성의 친정 부모 295명을 초청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초청된 적이 없었던 3개국 친정부모 60명이 이날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참가자들은 이날 딸과 사위 등 가족을 상봉하고, 25일까지 경복궁, 청계천 등을 둘러보며 한국문화를 체험한다. 이어 28일까지 딸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회포를 푼 뒤 29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남상헌기자 kize@seoul.co.kr
  • [데스크 시각] 체면 구긴 신재민/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체면 구긴 신재민/안미현 문화부장

    지난달 27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기자들과 마주했다. 정례 간담회라 환담(歡談) 차원에서 그칠 수도 있었지만 신 차관은 ‘기삿거리’를 제공했다. 당시 수세에 몰려 있던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을 향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일갈한 것이다. 조 위원장은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었다. 보호막을 기대했던 조 위원장에게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등을 돌렸고, 조 위원장의 사퇴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영화 담당기자에게 영진위 측 동향을 잘 살피라고 주문했다. 신 차관의 발언이 있고 행동에 옮기기까지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그날 저녁쯤에는 조 위원장의 사의 표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영진위원장 임명 권한은 문화부에 있다. ‘자르는’ 권한이 없다 하더라도 주무부처의 차관이 그 정도 ‘질책’했으면 응당 밤 사이 기사를 고쳐써야 할 상황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담당기자에게서 의외의 보고가 들어왔다. 영진위 해명인즉, 신 차관의 발언을 접한 위원장께서 장관의 뜻도 그러한지 확인차 문화부로 직접 들어가 연락이 안 된다는 전언이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의아한 대목이 있었지만 불명예 퇴진 위기에 몰린 당사자로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모양새가 이상해진 것은 그 다음이었다. 신 차관이 사실상 사퇴를 공공연히 종용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조 위원장이 물러났다는 얘기가 없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속된 말로 차관의 ‘말발’이 안 먹히거나 정부가 무리하게 옷을 벗기려 했거나다. 전자(前者)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러 잡음이 들리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현 정권의 실세로 분류되는 사람이 신 차관 아닌가. 혹시 영진위 전언대로 장관(유인촌)의 의중을 은밀히 확인해 봤더니 차관의 뜻과 달랐다? 길지 않지만 관가를 몇 년 취재해본 경험으로는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장관의 뜻, 엄밀히는 정권의 기류를 파악하지 않고 공개석상에서 현안에 관해 작심하고 입을 여는 차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전혀 없진 않다. 현 정권 아래서 국방부가 그랬다. 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다. 그렇다면 정부의 사퇴 종용이 부당해서? 부당한 요구에는 버티는 게 옳다. 그럼 부당한가. 조 위원장은 지원작을 뽑는 심사위원 총 9명 중 7명에게, 그것도 해외출장지에서 국제전화까지 걸어 특정작품들을 ‘부탁’했다. “접수번호까지 불러줬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주장이다. 백번 양보해 조 위원장 주장대로 압력이 아니었다고 치자. 하지만 전화 받은 당사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모두 외압으로 느꼈다면, 그래서 위원장더러 물러나라고 한목소리로 외친다면 억울하다고 항변하기 전에 겸허한 반성과 책임지는 모습이 먼저다. 그뿐인가. 친정 격인 영화인들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몇 차례나 자진 사퇴를 촉구하지 않았는가. 조 위원장은 그들이 영화인을 모두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박할지 모른다. 옹색하다. 그의 행위는 외압 의도를 떠나 명백히 부적절했다. 정부도, 영화인들도 외면하는데 버티는 모양새는 볼썽사납다. 이쯤 되니 구구한 해석마저 나돈다. 장·차관 자체가 교체대상이어서 문화부 말발이 안 먹히는 것이라느니, 곧 물러날 처지인지라 장·차관이 악역을 피하는 것이라느니, 마땅한 대안(후임자)이 없어 관망 중이라느니, 조 위원장이 ‘믿는 구석’이 있다느니…. 진실은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산하기관을 이끌어야 하는 문화부의 위상과 리더십이 적잖이 손상됐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야 ‘총대’를 멘 신 차관의 체면이 구겨졌지만 어디 이게 신 차관의 문제인가. 부적절한 행위라고 나무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부처의 말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그러니 조 위원장이 국회에서 “문화부가 사퇴를 촉구한 게 아니다.”라며 신 차관의 헛발질로 몰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hyun@seoul.co.kr
  • 한국인 ‘친정식구’ 맺은뒤 웃음 되찾아

    한국인 ‘친정식구’ 맺은뒤 웃음 되찾아

    코리티코 로르나(37·여·전북 완주군 고산면)는 아들과 딸을 2명씩 키우는 평범한 촌부(村婦)다. 필리핀 출신이면서 어느덧 9년차 주부가 된 그는 “농촌에서 다산(多産)했으니 꽤 큰 애국을 한 셈”이라며 웃는다. 하지만 로르나가 웃음을 되찾은 건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인 친정식구를 만나면서 로르나의 삶이 달라졌다. 그는 2002년 필리핀 마닐라의 한 교회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을 따라 비행기에 올랐다. 행복하기만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국 땅의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언어부터가 문제였다. 특히 고령의 시어머니와는 기본적 의사소통조차 어려웠다. 하루하루 생활이 좌충우돌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음식은 왜 그리 맵고 겨울은 얼마나 추운지 로르나는 고향 생각에 남모를 눈물을 참 많이 쏟았다. 여러 해 생활하면서 점점 적응해 갔으나 가슴 속 먹먹함은 가시지 않았다. 마음 터놓을 친정 가족이나 친구가 없었던 탓이다. 그때 한국인 멘토가 로르나의 손을 잡았다. 지난해 지역농협의 다문화여성대학에 등록한 그는 친정엄마 맺기 행사를 통해 이준순(60·여·전북 완주군 고산면)씨를 만났다. 두 여심(女心)은 이내 통했다. 이씨는 틈나는 대로 ‘딸’의 집을 찾아 농사기술과 반찬 만드는 방법 등을 전수해 줬다. 딸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도 친정엄마의 몫이었다. 친정언니와 동생도 얻었다. 한국인 교사와 이주 여성 학생들이다. 강좌를 이끄는 고영숙(47·여) 고산농협 상무는 “이주 여성들과 남편 험담을 하며 떠들다 보면 동질감을 느끼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면서 “로르나도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로르나는 “한국인은 정이 많아 필리핀에 사는 여동생에게 한국 남자와 결혼하라고 권했다.”면서 “남편과 양파, 마늘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서 희망을 일구고 싶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김민정 “이혼아픔 딛고 10살 연하남과 재혼”

    김민정 “이혼아픔 딛고 10살 연하남과 재혼”

    1970년대 인기스타였던 김민정이 방송 최초 결혼생활에 대해 털어놓았다.김민정은 2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기분 좋은 날’에 남편 신동일 씨와 출연해 불행했던 첫 번째 결혼생활과 10살 연하인 지금의 남편과 16년 동거 끝에 결혼한 사연을 밝혔다.김민정은 첫 번째 결혼생활에 대해 “신혼 초부터 행복하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어 김민정은 10년 간 궁궐 같은 집에서 생활하며 비서도 있고 일하는 사람도 10명 정도 있었지만 나와 친정식구들은 하층민 취급을 받았다.”고 폭로했다.결혼생활 동안 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느낀 김민정은 전 남편과 이혼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당시 소송은 김민정에게 불리하게 돌아갔고 이에 신동일 씨는 김민정의 변론 요지를 써주며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줬다. 결국 두 사람은 김민정의 친정 식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사랑과 정성으로 결혼에 골인했다.한편 이날 방송에서 김민정 신동일 부부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공개하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사진 = MBC ‘기분 좋은 날’ 화면캡처서울신문NTN 서은혜 인턴기자 eun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농촌을 사랑하는 사람들] 다문화여성대학 운영 고영숙상무

    [농촌을 사랑하는 사람들] 다문화여성대학 운영 고영숙상무

    고영숙(47·여) 전북 전주·완주 고산농협 상무는 58명의 ‘친정 엄마’다. 배 아파 난 피붙이는 1명뿐, 나머지는 학교에서 만난 외국인 딸들이다. 그는 1년째 완주군 고산면에서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고 상무가 처음 대학 문을 연 것은 지난해 9월. 농협중앙회가 국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신부를 돕고자 언어·문화 강좌를 기획했고 고산농협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군청 등의 도움으로 30여명의 수강생을 모았으나 낮은 출석률이 문제였다. 매주 한 차례 수업을 위해서는 가족의 이해가 필요했으나 농사일이 바쁘다며 허락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 ‘며느리가 밖으로 돌다 보면 집을 나가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시부모가 많았다. 고 상무는 “농가를 찾아 교육의 필요성을 알렸고 차량으로 등·하교를 도왔다.”고 말했다. 외국인 며느리가 겪는 어려움은 보통 ‘말’에서 시작한다. 말하기는 잘하는데 듣기가 영 서툰 경우가 많다. 고 상무는 “고부 간 의사 소통이 안 되다 보니 이주여성은 답답해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내 말을 무시한다.’며 서운해한다.”고 말했다. 강좌에서 한국어 교육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국인 여성이 4개월간 매주 한 번씩 수준에 맞춰 언어 교육을 받고 나면 한국어 실력이 크게 오른다. 한국의 문화·예절 등을 함께 배우니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졌다. 고 상무는 “언어실력이 늘어 자녀 숙제를 도와줄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을 찾고 우울증을 치료한 여성도 꽤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프로그램을 마친 1회 졸업생은 모두 27명. 현재 2회 과정에는 30명의 이주여성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 며느리가 시어머니, 남편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과정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 상무의 마지막 꿈은 역설적이게도 다문화여성대학 과정을 없애는 것이다. 이주여성이 그들만의 울타리 안에 따로 있지 않고 한국 여성들과 한 교실에서 함께 어깨 걸며 호흡하게끔 만들고 싶은 것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월드컵 新풍속도] 응원하며 울고 웃는 ‘리얼 코리안’

    [월드컵 新풍속도] 응원하며 울고 웃는 ‘리얼 코리안’

    짙은 쌍꺼풀의 동그란 눈, 윤기나는 까무잡잡한 피부, 하얀 이가 가지런히 드러나는 시원한 미소…. 필리핀인인 비너스(31)씨다. 그는 한국인 이종복(46)씨와 결혼해 일곱 살, 다섯 살 난 아이를 두고 있다. 2002년 사업차 필리핀에 체류 중이던 남편을 만나 1년6개월의 연애 끝에 2004년 결혼식을 올렸다.둘의 만남은 월드컵과 함께 시작됐다.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TV로 함께 보며 친해졌고, 4강 신화로 한국의 위상이 세계에 알려졌을 때 친정 부모의 허락을 얻어 결혼까지 하게 됐다. 독일월드컵 때는 서울 신당3동에 있는 자택에서 시댁식구들과 조용히 한국의 선전을 응원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든 채 거리로 나섰다. 17일 아르헨티나전에는 요리교실에서 만난 결혼 이민여성 20여명과 함께 응원전을 펼쳤다. 그는 “세 번째 골이 들어갔을 때는 너무 속상해 눈물이 났다.”면서 “이럴 때 정말 ‘내가 한국인이 됐구나.’하고 느낀다.”며 쑥스러워했다. 다문화가정이 월드컵을 통해 ‘리얼 코리안’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제적인 스포츠인 월드컵을 매개로 한국인으로서의 동질감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2년 4강신화를 이룩한 한국에 호감을 느낀 베트남, 중국 등의 여성들이 국내로 들어와 한국에 정착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거리응원 등을 하며 소속감을 느끼고,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여성가족부의 ‘외국인과의 혼인현황’에 따르면 내국인-외국인 결혼 추이가 2000년 18%, 2001년 25%, 2002년 5%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2002년 월드컵 이듬해인 2003년과 2004년에 63%, 40%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월드컵으로 인한 호감도가 국제결혼에 반영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날에는 서울 신수동 여성자원금고에는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 다문화가정 여성 20여명이 모여 플래카드를 만들어 응원을 했다. 2005년 한국에 들어온 요위훙(33·중국)씨는 “가족뿐 아니라 같은 결혼이민자, 한국인들과 응원을 하면서 정말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소속감을 느끼기 힘들었던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다른 국가와 겨루는 스포츠 행사를 통해 한국인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진정한 ‘리얼 코리안’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코엑스로 가족들과 응원을 나온 베트남 출신의 팜차이(34)씨도 “2006년엔 한국에 적응하기 바빠 제대로 응원을 못했는데 이번 월드컵은 가족들과 함께 원없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할 것”이라면서 “나이지리아전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취업, 문화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는 김근화 여성자원금고 이사장은 “2010년은 월드컵이란 연결고리로 이주여성들이 ‘세계 속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갖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백민경·김양진기자 white@seoul.co.kr
  • 주현미 “아버지와 남동생 장례 후 바로 디너쇼”

    주현미 “아버지와 남동생 장례 후 바로 디너쇼”

    주현미가 가수로 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현미는 17일 방송된 KBS 2TV ‘여유만만’에 출연해 친정아버지와 남동생의 장례식 후 공연을 해야했던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했다. 주현미는 “가수는 가족의 희생을 딛고 활동하는 것. 다행히 나는 가족들의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며 “나는 친정아버지와 남동생이 장례 지내고 와서 바로 디너쇼를 했다.”고 밝혔다. 가수로서는 성공했지만 딸이자 누나로서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슬픈 과거를 고백한 주현미는 후배가수 정정아에게 가족과 결혼,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친정아버지와 남동생도 주현미씨의 마음을 알고 계실거다.”, “너무 안타깝다.”, “앞으로 가족에게도 팬들에게도 더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등의 댓글로 주현미를 응원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주현미는 30년 간 알고 지낸 후배 가수 정정아와 특별한 식사시간을 가졌다. 정정아의 아버지는 작곡가 정종택으로 그는 주현미를 발굴한 장본인이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김민경 인턴기자 c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하프타임] MLB 박찬호 1이닝 퍼펙트 호투

    [하프타임] MLB 박찬호 1이닝 퍼펙트 호투

    박찬호(37·뉴욕 양키스)가 친정팀을 상대로 호투했다. 박찬호는 16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프로야구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1이닝 퍼펙트 호투를 펼쳤다. 팀의 8-3 승리도 이끌었다. 지난 5월 중순 복귀한 후 한동안 부진했던 박찬호는 이로써 4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이어 갔다. 종전 5.71이었던 평균자책점도 5.40으로 낮아졌다. 박찬호는 팀이 8-3으로 앞선 9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첫 타자 로스 글로드를 1루 앞 땅볼로 처리했고, 브라이언 슈나이더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셰인 빅토리노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승리를 확정지었다. 총투구 수는 10개(스트라이크 7개)였고, 최고구속은 시속 14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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