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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제의 미 찾는게 더 중요”… 이번엔 블랙코미디

    “절제의 미 찾는게 더 중요”… 이번엔 블랙코미디

    “전에는 급했어요. 어떻게든 임팩트를 주려고 했죠. 악역일 때는 더 그랬어요. 요새는 좀 달라졌어요. 아름다운 것이 추할 수 있는 것처럼 부드러운 것이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도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절제의 미를 찾는 게 더 중요해졌죠.” 배우 김병옥(52)의 입에서 ‘부드럽다’는 단어가 나오는 것은 어쩐지 낯설었다.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 ‘신세계’ 같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서는 물론 ‘야수와 미녀’나 ‘원더풀 라디오’ 등의 밝은 영화에서도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배역의 크기는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TV와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영화 ‘감시자들’에서도 김병옥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콩가네’에서 그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그가 연기하는 장백호는 4년에 한 번씩 감옥을 들락거리는 전과자이자 가부장적인 아버지다. 영화는 국숫집을 차리기 위해 모은 500만원이 출소한 지 하루 만에 사라지자 아내와 세 자식을 이 잡듯이 추궁하는 장백호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그는 “사람이 어떤 계기를 통해 변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장백호는 애정에 목 마른 사람이죠. 전과자인 자신의 미래가 달라질 거라고 믿지는 않지만 꿈은 가지고 있어요. 치밀한 듯해도 허점이 많은 모습이 재미있었죠.” 그는 “작은 영화지만 의기투합해 찍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했다. ‘콩가네’는 20여회차 만에 완성한 독립영화다. 2011년 촬영했지만 배급사를 잡지 못해 이제야 어렵게 개봉한 만큼 기쁨은 더욱 크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추웠던 것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독립영화의 열악한 환경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는 배우든 감독이든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어렵게 완성하고 개봉한 영화지만 자신의 연기에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만족을 얻기란 죽을 때까지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릇을 빚는 장인이든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든 숙련된 기술을 얻기 위해서는 연습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성실히 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데 아직도 산 넘어 산”이라고 덧붙였다. “연기는 끝까지 미완성으로 남는 실험 같아요. 조금 더 흐뭇하거나 용기를 얻을 때도 있지만 절망할 때도 많죠. 결국 스스로 다독거리고 타이르면서 갈 수밖에 없어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꼽는다. 연극 무대에 먼저 섰던 그는 이 영화에서 이우진(유지태)의 경호실장 역으로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이영애)에게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듣는 전도사로 출연하며 확고한 발판을 다졌다. 연기에서는 섬세하고 미묘한 결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는 여전히 강렬한 캐릭터에 끌린다. 맡고 싶은 배역을 묻자 ‘자토이치’(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맹인 무사와 ‘요짐보’(구로사와 아키라)의 떠돌이 무사, ‘유주얼 서스펙트’(브라이언 싱어)의 ‘절름발이’ 카이저 소제 같은 인물을 줄줄 읊는다. “주연이야 왜 안 하고 싶겠어요.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같지 않으니까….”(웃음) 30년 넘는 연기 경력이지만 생각대로 연기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는 “그럴 때면 넋 나간 사람처럼 술 마시면서 혼자 떠들고, 커피 마시면서 떠들고, 그것도 안 되면 밤에 촛불을 켜놓고 가만히 있는다”고 했다. 자면서도, 목욕탕에 가서도 대사를 중얼거린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찾자. 할 수 있어.’ ‘느낌’이 올 때까지 대사를 외우고 머릿속으로 자기 최면을 건다. “재밌어서 이러냐고요? 재미라기보다는 고통을 즐기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왜 저렇게 힘든 일을 할까 싶겠지만 사실은 고통을 이기고 성취감을 느끼려는 게 아닐까요. 세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자기 수양? 저한테 연기는 그런 것 같아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욕설·떼쓰기’ 악성민원인 증거 모아 고발까지 한다

    “너희들 월급을 누가 주는 줄 알아. 내가 낸 세금이야. 근데 나를 푸대접해….” 서울 중구 민원실에서 나흘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기초수급자 A씨. 사회복지담당 직원이 불친절하다, 신청했다가 취소한 장애인자립지원금을 내놓으라는 등 욕설과 떼쓰기를 되풀이하는 A씨의 막무가내 행태로 해당 동 주민센터 담당 직원은 한동안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했다. 이런 고질 민원인을 담당하는 고질민원전담반이 첫발을 뗐다. 3일 감사담당관실 소속으로 출범한 전담반은 해당 민원의 타당성 여부를 재조사하는 등 고질민원 발생 때 부서 직원과 공동으로 대응한다. 또 고질민원 관리 카드를 작성, 행태를 기록하고 증거자료로 축적해 관리하는 등 고질민원 발생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사안에 따라서는 고소와 고발 등 법적 지원에도 나선다. 아울러 고질 민원인에 대한 체계적 대응과 공무원 신변보호를 위해 매뉴얼을 배포,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상담 중 민원인과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창구 직원보다는 팀장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민원인을 진정시키도록 한다. 들어줄 수 없는 요구 사항에 대해 대안적 해결 방안을 찾아 지원할 수 있도록 상담 지침도 만들었다. 또 민원인이 폭언과 고성, 기물파손 등을 하면 즉시 청원경찰을 부르거나 112에 신고해 직원들의 안전을 꾀하고 민원인을 진정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최창식 구청장은 “최고의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직원의 의무이지만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상습적인 고질 민원인에겐 적극적으로 대처, 행정력 낭비도 막고 직원들 고충도 줄이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민선 5기 3년! 구정의 품격] 성장현 용산구청장

    [민선 5기 3년! 구정의 품격] 성장현 용산구청장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주민들이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는 곳은 어딜까. ‘세계의 중심, 이제는 용산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용산구가 그런 자부심에 가득하다. 3년째 구정을 이끌고 있는 성장현 구청장은 ‘주민과의 소통’을 제1원칙으로 삼으며 발로 뛰는 현장행정에 애쓰고 있다. 겸손과 친절을 좌우명으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취임 직후 매주 목요일을 구민과의 대화의 날로 정해 구청장실의 문을 개방해 그들을 만났다. 지난 5월부터는 ‘가가호호 행정서비스 반장에게 듣습니다’를 시작해 현장에서 제기된 민원은 일주일 안에 처리 결과를 통보하는 등 행정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성 구청장은 구립요양원 확충, 용산구 역사상 처음으로 1년여에 걸쳐 재산 현황을 분석해 500억원을 환수했고, 경부선 지하화 기본 구상 용역 발주,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구축, 청소년 장학재단 조성 등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구립요양원 확충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대표적 사업이다. 그는 “구립한남노인요양원 개원에 이어 구립용산노인전문요양원 증축 공사가 이달 마무리되면 용산은 기존 67개에서 총 172개의 병상을 보유하게 된다. 도심에서 80병상 이상의 요양원 두 곳을 보유한 곳은 용산밖에 없다”면서 “어르신들이 비록 몸은 아프지만 ‘용산에 살고 있는 게 참 다행이다. 빨리 나아서 의욕을 되찾아야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개발에 대한 열의도 상당하다. 그는 “국제업무단지가 주춤거리고 있는 게 굉장히 가슴 아프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선 정상적인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서울역~한강 구간 등의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줄기차게 요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성 구청장은 “용산은 전국의 동서남북으로 뻗은 철길이 존재하는 곳이다. 인구 24만명 중 16만명이 경부선 철도 지하화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할 정도로 주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면서 “국책사업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해 이른 시간 안에 철도 지하화를 성사시키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역 내 청소년들의 교육환경 개선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성 구청장은 “구의 출연, 직원 모금, 지역 성금 등의 방식으로 현재 100억원 규모의 꿈나무 장학금 조성에 힘써 35억원을 마련했다”면서 “최근 3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성 구청장은 “올해도 ‘용산구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씨줄날줄] 공무원 에티켓/정기홍 논설위원

    지난 2000년대 초쯤의 일이다. 공무원의 불친절 문제가 불거지자, 감사원은 기관 평가에 ‘전화 친절하게 받기’ 항목을 넣어 점수화하기로 했었다. 공무원의 일탈이 부정과 부패로만 인식되던 시기여서 한갓 전화 통화를 갖고서 감사원까지 나설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공무원의 으스댐이 그지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끗발 있는’ 기관의 전화 친절도는 개선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복(公僕)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엄하고, 그 가짓수도 다양하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율기육조’(律己六條)라 하여 벼슬아치가 지니거나 버려야 할 여섯 가지 몸가짐을 제시한다. 다산은 책에서 목민관은 올바른 몸(飭躬·칙궁)과 청렴한 마음(淸心·청심)을 가져야 하고, 집무할 때 사사로운 손님을 가려야 한다(屛客·병객)는 등의 가르침을 적었다. 집무실에 출입하는 이를 잘 선별해야 하고, 밤중에 받은 뇌물은 아침이면 금방 탄로나게 마련이어서 아니함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치스러운 치장은 백성이 싫어하고 귀신도 시기하니, 자신의 복을 터는 격이라고 일렀다. 목민심서 내용과 비슷한 공직윤리 법령은 지금도 적지 않다. 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등 어림잡아 몇 가지 된다. 공직자 복무규정과 공직자 10대 준수사항도 넓게 보면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도 공무원이 몸가짐을 게을리해 패가망신한 사례는 계속되고 있으니 다산의 가르침이 무색할 지경이다. 근자엔 대통령을 수행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미국에서의 돌출 언행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는가. 그는 지금 율기육조의 ‘칙궁 덕목’을 뒤늦게 깨닫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 모두가 크고 작은 공무원의 복무 지침을 어기고 몸가짐을 잘못한 탓이다. 서울과 세종시 간을 운행하는 공무원 출퇴근버스 안에서의 에티켓을 두고 말이 많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한다든가, 코를 골고 자는 등 예의범절을 벗어난 행위로 옆좌석 동료의 넋두리가 여간 아니란다. 지난해 안전행정부가 발간한 ‘공직자가 꼭 알아야 할 직장예절’이란 책자에는 이런 경우에 지켜야 할 에티켓 사례를 담고 있다. 승강기 안에선 잡담과 악수를 하지 않아야 하고, 여성 혼자 있는 사무실은 출입문을 조금 열어 놓아야 한다는 등이다. 세종시 출퇴근 버스 안의 공무원은 피곤해 단잠에 빠졌을 것이고, 전화는 직무상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 듯싶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동료의 괴로움이 심하다면 배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세종청사의 시대, 공무원의 덕목과예절이 새삼 와 닿는 때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길섶에서] 연예 병사/ 박현갑 논설위원

    카투사 시절 함께 일했던 미군이 본국으로 돌아가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동료들이 미군들에게 보여준 친절과 군인으로서의 몸가짐에 크게 감명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모범사병으로 뽑혀 미 본부에 있던 3성 장군이 축하하러 군부대로 찾아온 일과 함께 지금도 내게는 의미 있는 군대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최근 터져 나온 연예 병사의 이상한 일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민간인처럼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안마시술소도 들락거렸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의 답변이 걸작이다. 무릎 치료를 위해 안마시술소에 갔다는 것이다. 곧이곧대로 믿으라고 하는 말일까. 올 초 가수 비의 군복무 규율 위반을 계기로 연예 사병 관리대책까지 내놓았던 터이다. 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연예 병사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판 아닌가. 연예 병사를 통해 군 홍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이점이다, 그러나 추락하는 일반 사병들의 사기는 어떡하나.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민선 5기 3년! 구정의 품격] 고재득 성동구청장

    [민선 5기 3년! 구정의 품격] 고재득 성동구청장

    “좀 유명하다 싶은 조선시대 선비 이름 한번 대보세요.” 조광조, 성삼문, 이황, 기대승…. 헝클어진 머릿속에서 더듬더듬 이름을 뽑아내고 있는데 이내 말을 받는다. “그 사람들 공통점이 뭔 줄 아세요. 모두 동호독서당 출신이에요.” 25일 집무실에서 만난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남은 1년 꼭 성과를 올리고 싶은 사업으로 ‘동호독서당의 부활’을 꼽았다. 동호독서당은 조선시대 사가독서(賜暇讀書)를 위해 지금의 옥수동 길에다 세운 건물. 세종은 책을 좋아한 임금답게 갓 과거에 합격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선비들이 오로지 책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사가독서제를 처음 만들었다. 책에만 몰두하기 위해 처음엔 절을 이용했으나 나중에 별도로 지어진 게 동호독서당이다. 응봉을 덮어쓰고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 옷과 음식을 풍족하게 제공했으나 마냥 편하게 놀고 먹는 건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시험도 보고 불시에 구두시험도 치렀다. 고 구청장은 이런 제도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공무원이라고 봤다. “10~20년씩 대민 업무에만 매달린 공무원들의 마음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그냥 사막이지요, 사막. 그런 마음에서 어떻게 친절한 봉사가 나오겠습니까. 머리 식히면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잠시 다른 걸 상상해보는 시간을 주자는 겁니다.”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안식년, 안식월 개념이다. 아직 구체적 기간이나 방식 같은 걸 정하진 않았다. “직원 1명이 자리를 비우면 업무 분담 문제가 생기는데, 그런 점까지 모두 고려해 어느 정도 근무한 사람에게 어느 정도 기간을 주고 어떤 목표를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지요.” 동호독서당의 부활을 위해 봐둔 곳도 있다. 옥수동 산 1-1 일대 달맞이근린공원이다. “그렇게 클 필요도 없어요. 책 둘 공간, 책 읽을 공간, 모여 앉아 토론할 공간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다만 공무원뿐 아니라 주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 기능도 곁들일 생각이다. 주변 자치구에 비해 성동구가 공연장, 영화관, 도서관 같은 문화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했다. 사업비는 45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 구청장은 이런 사업이 성동구에서 성공할 뿐 아니라 다른 곳으로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물론 우리가 역사성을 지녔지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강서권에도 강남권에도 이런 시설이 거점 형태로 들어서면 좋겠습니다. 아니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도 번져나갔으면 합니다.” 서울 최다선 구청장답게 ‘행정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는 이렇게 말을 끝맺었다. “감사하게도 선거에서 네 번이나 선택받았습니다. 주민들에게 열심히 봉사한 것을 인정받은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임기 중에는 그런 봉사를 뒷받침하려고 바삐 뛰어다녔던 공무원들을 위해 뭔가 해놓고 싶습니다. 그게 결국 대민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리처드 링클레이터 ‘버니’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리처드 링클레이터 ‘버니’

    ‘버니’는 다큐멘터리와 블랙코미디가 맛있는 비율로 섞인 영화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 카시지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등장해 1996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다른 한쪽에선 할리우드의 원숙한 배우들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다. 주민들은 입을 모아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버니라는 남자는 천사처럼 사랑스러우며 지역 주민과 화합했던 반면 마조리는 사람들과 동떨어져 사는 괴팍한 노파였다는 것이다. 17년 전 카시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한때 가스 산업이 흥했으나 이제는 쇠퇴한 카시지는 백인 노인 인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장례사인 버니는 외롭게 사는 노인들에게 특히 친절했는데, 지역 유지인 마조리도 그중 한 명이었다. 마조리와 어울려 지내던 어느 날, 버니는 그녀를 총으로 살해하고 9개월 동안 숨겨 두다 체포된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마을 사람들이 버니를 옹호하고 나섰고, 결국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재판이 열리게 된다. 버니는 현재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버니’는 단순하면서 복잡하고 우스우면서 심각한 영화다. 영화에서 묘사된 버니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감옥에서도 금방 요리 수업을 만들어 진행하는 그런 사람이다. 보아하니 영화의 홍보사는 버니의 유무죄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일으키려는 모양인데, 그것이야말로 영화를 본 다음에 할 수 있는 가장 한심한 짓거리다. 버니가 무죄라고, 그리고 그의 범죄를 제대로 판정해 보려고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버니’는 링클레이터의 이름을 알린 초기작 ‘슬레이커’를 기억하게 한다. ‘슬레이커’는 시종일관 여러 사람의 대화로 이어지는 특이한 형식의 작품이다. 극중 한 장면에서 노인은 자신에게 총을 겨눈 청년에게 레온 촐고시를 아느냐고 묻는다. 노인은 무정부주의자이자 미국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 암살범인 촐고시를 미국 역사상 진정한 영웅이라고 부른다. 촐고시는 형장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일하는 민중의 적을 죽였을 뿐이다. 나는 미안하지 않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촐고시와 버니는 같은 인물일까?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고 링클레이터는 말하는 것 같다. 촐고시와 버니는 공히 고립에서 벗어나 함께 사는 것의 가치를 지양했던 사람들이다. 링클레이터는 오인된 개인주의의 폐해에 맞서는 의미로 아나키즘을 이해하며, 그의 영화가 줄곧 제시해 온 소중한 존재는 하나가 아닌 둘 또는 여럿이다. 그는 인간이 하나하나로 단절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촐고시와 버니의 행위 자체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지녔던 삶의 원칙을 지지하겠다는 거다. 링클레이터는 1990년대 초반에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작가다. 영화평론가 켄트 존스는 링클레이터가 심하게 과소평가된 미국 감독이라고 쓰면서 ‘버니’를 외면한 평단의 어리석음을 개탄했다. ‘버니’가 ‘비포 미드나잇’의 성공에 맞춰 뒤늦게 개봉되는 한국의 상황도 다를 건 없다. 링클레이터를 그저 그런 대중영화를 만드는 평범한 미국 감독으로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그는 영화가 제공 가능한 순수한 즐거움에 근접한 감독이며, ‘버니’는 그 판단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 느낀 만큼 실천! 복지공무원에게 복지를

    “제가 먼저 진정한 힐링을 겪어야 사회복지 대상자들의 진짜 힐링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경미 서대문구 복지정책과 사례관리사는 20일 환하게 웃었다. “현장에 나가는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혼자 받아내야 해 외로워하기 일쑤예요. 그런 외로움을 줄여 주는 프로그램이라 좋아요.” 양종욱 신촌동 복지행정팀장도 덩달아 웃었다. 서대문구가 첫선을 보인 ‘복지 - 힐링데이’가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지난 17일 첫발을 떼 24일까지 이어지는데 복지의 일선 현장에서 뛰는 동주민센터 복지 담당, 방문 간호사, 통합사례 관리사 등 97명의 노고를 풀어주려는 프로그램이다.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지만 현장은 열악하다. 소외계층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오래 살아 대개 부정적이고 감정 과잉이기 십상이다. 이들과 끊임없이 접촉해 때마다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데다 그것도 늘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에 대한 고질적 민원, 현장 확인과 과도한 전산서류 작업 등 쌓인 업무량에 복지 담당 공무원의 연쇄자살도 이 때문이다.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크게 두 부분이다. 하나는 복지프로그램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 치매예방과 치매환자 대응법은 물론 보건복지 협업에 대한 강의, 민원인들을 상담하는 기술 익히기 등이다. 다시 한번 재무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방 요법이나 아로마테라피, 필라테스 등을 통해 스트레스 관리, 자가 진단과 자기 치유 기법을 익히는 시간 등이다. 교육생도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을 한 개의 그룹으로 만들어 서로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우울증 검사, 체력진단과 운동처방 등도 이어진다. 서대문구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참가 공무원들의 설문조사를 받고 있다. 직원들의 반응, 프로그램에서 더할 것이나 뺄 것 등을 파악해 정례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복지담당공무원이 행복해야 주민들에게 밝게 웃으며 다가갈 수 있다”며 “이들에게 다양하고 개별화된 사기진작 프로그램을 운용해 소진된 마음과 몸을 힐링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64억! 성동구 ‘節錢 선언’

    성동구는 1025억원 규모의 539개 예산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다고 19일 밝혔다. ‘재정 건전성 강화와 행정 효율성 향상을 위한 세입확충 및 세출절감 계획’에 따르면 예산절감으로 64억원, 체납액 징수 등을 통해 14억원의 세입을 확충한다. 경기침체 때문에 세수 확보는 불투명해지는데 복지사업 확대로 재정상 어려움이 예상돼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다. 구는 늘어나는 복지사업 비용이 고정경비 지출로 잡히는 바람에 다른 사업을 벌이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무관리비와 업무추진비의 10%를 절감하고, 예산편성 이후 철저한 예산사업 재검토를 통해 예산 효율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껴서 다른 곳에서 쓸 수밖에 없어서다. 덕분에 지난해 하반기 지방예산 집행률 평가에서 전국 자치구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세출예산은 낭비요인부터 검토한다. 일단 소모성 기본경비, 업무추진비 등 경상비나 행사성 경비 등에서 24억원을 줄인다. 급하지 않은 사업이나 변경, 유보된 사업 등을 빨리 정리해서 추가적으로 16억원을 아낀다. 이런 방법을 통해 인건비, 복지사업예산 등 반드시 써야 하는 경비를 제외하면 세출예산에서 6%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숨은 세원 발굴과 체납세입 징수율 제고, 행사성 경비를 줄이고 비슷한 중복사업을 통폐합하는 방안 등을 계속 추진한다. 박기웅 기획예산과장은 “이미 예산 편성 때부터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줄인 편인데 이번 조치를 통해 더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사업은 계속 추진키로 했다. 가령 부모 커뮤니티 동아리 운영 및 부모카페 설치, 구립어린이집 지원금 관리시스템 구축, 다문화 가정 통번역 지원 및 한국생활 지원서비스, 왕십리뉴타운 명품 주거단지화 추진, 마을버스 운수종사자 친절서비스 사업 등은 비예산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비예산 사업이란 외부에 용역을 의뢰하던 사업을 구청에서 직접 해결하는 것이다. 고재득 구청장은 “예산집행 때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살림살이를 아껴서 그 돈을 꼭 필요한 곳에 쓰는 게 중요하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구민들의 관심이 높은 교육, 복지 분야에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무조건적 친절 강요 대신 상담원 보호… 서비스 높여”

    “성희롱이나 폭언을 하면 두 번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뒤 응대를 중단한다. 카피라이터 출신을 채용해 상담원들의 과잉 존대어와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수정했다. 그 결과 상담원 이직률도 낮아지고, 고객불만도 줄었다(현대카드).” “성희롱을 하거나 악성민원을 하는 사람은 관심고객으로 구분하여 관리한다.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법적 조치 경고 뒤에 고소, 고발을 한다. 최근 2개월 동안 1600회의 음란전화를 한 사람을 고소하여 구속이 확정됐다(KTcs).”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주로 여성이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섰다. 여가부가 18일 연 감정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참여한 114 상담원 등의 감정노동자들은 “막말·고함·욕설 등 언어폭력, 공갈·자해와 같은 협박행위, 성희롱, 횡설수설하는 업무방해 행위 등 고객의 부당한 요구와 무례함을 참고 견디며 신체적·정신적 질환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현대카드와 KTcs 임원들은 조건 없는 친절을 강요하기보다 자사 상담원을 보호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보통의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낫다며, 감정노동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남미통신] 베네수엘라서 ‘휴지 찾아주는 앱’ 개발

    [남미통신] 베네수엘라서 ‘휴지 찾아주는 앱’ 개발

    생필품이 귀해지고 있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이색적인 앱(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 화제다. 개발된 앱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용하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다. 앱을 내려받은 사용자가 회원으로 등록한 뒤 부족한 생필품을 파는 업소의 정보(위치)를 공유하면 다른 사용자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표시된 업소 위치를 가볍게 터치하면 친절하게 지도까지 띄워 보여준다. 앱은 베네수엘라에서 화학공업을 전공하고 있는 21세 대학생 호세 아구스티노 몬티넬의 작품이다. 그는 생필품이 부족해지면서 마트에 갔다가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부모님을 보고 안타까워하다가 앱을 개발했다. 몬티넬은 자신이 개발한 앱에 ‘(생필품을) 공급해줘’라는 이름을 붙였다. 앱은 출시된 지 1달 만에 벌써 4000여 명의 회원이 등록해 생필품 판매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앱을 사용한다고 생산이나 공급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생활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도구는 될 수 있을 것 같아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휴지, 밀가루, 설탕 등 생필품이 심각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몬티넬이 개발한 앱은 ‘휴지를 찾아주는 앱’으로 중남미 각국 언론은 물론 BBC 등 외신에도 소개됐다. 사진=인포바에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커버스토리] “신분 노출 꺼리는 부자들도 여기 오면 명함 주고받아”

    “여기 오는 자산가들은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같은 고객끼리 만나 명함을 교환할 때 그런 느낌을 더 많이 갖는다고 해요.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자기가 아쉬운 게 없다는 걸 새삼 체감하게 되는 것이죠.”(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일하는 한 은행 PB)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파이낸스센터(GFC·옛 스타타워) 빌딩 1층. 여기에는 한번에 시선을 잡아끌 만큼 고급스러운 출입문이 하나 있다.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의 입구다. 이 문은 아무나 밖에서 열 수 없다. 보유 자산이 30억원 이상인 부자에 한해서만 안에서 문을 열어 준다. 매우 친절하고 정중하게. 현재 GFC에서 영업 중인 PB센터는 국민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생명 등 8곳이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거액 자산가 전용 PB센터를 설치한 결과다. 한 건물 안에 업종 대표 금융회사들의 PB센터가 밀집하면서 하루하루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가 1층에 있는 것은 전략적 사고의 결과다. “통상 PB센터는 고층에 있습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거액 자산가들을 위해서지요. 그런데 이 빌딩 입주를 추진하면서 사전 조사를 해 봤더니 사람이 몰리는 시간엔 엘리베이터를 못 타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1층으로 결정했지요. 임대료가 70% 비싸더라도 말이죠.”(변주열 센터장) 외환은행 스타타워WM센터도 자리 경쟁에서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이수정 PB팀장은 “우리가 있는 곳은 건물 설계상으로는 2층이지만 빌딩이 오르막길에 있어 부촌인 도곡동 쪽에서 오면 1층이 된다. 특히 초우량 고객들이 지하 주차장에서 내려 승강기를 타고 올라오면 바로 우리 센터가 나온다”고 했다. 부자들이 은밀하게 방문해 상담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GFC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입주한 금융사도 있다. 삼성패밀리오피스를 간판으로 내건 삼성생명이 그렇다. 이곳은 ‘별 중의 별’만 관리한다. 자산뿐 아니라 자녀·명예·가치·커뮤니티도 이곳의 관리 대상이다. 총자산 200억원,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패밀리오피스 설립을 추진하면서 지하철 강남역 근처의 삼성타운과 GFC를 저울질했다고 한다. 이상덕 팀장은 “PB센터가 몰려 있는 GFC에 입주한다면 금융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부자들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만 있는 건 아니다. 공존을 위한 시너지 효과가 나름 크다. ‘먹자골목’에서 먹는 장사가 잘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허창준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보통 3~4곳에 돈을 맡겨 두고 관리를 받는다”면서 “PB센터가 몰려 있는 만큼 한 빌딩에서 여러 금융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고객들로서는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GFC를 이용하는 자산가들의 특징은 어떨까. “강북과 강남의 거점 PB센터 모두에서 일해 봤지만 이곳의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는 다른 곳과 비교가 안 됩니다.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손실이 나거나 맘에 안 들면 100억~200억원에 이르는 큰 돈을 쑥 빼서 다른 데로 옮기거든요.”(한 PB팀장)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데 같은 건물에서 다른 업체 PB를 만나면 서로 어떻게 대할까. 속으로야 긴장하겠지만 겉으로는 반가운 척 인사들은 한다고 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외국인이라고 반말… 직원 3명에 대기자 117명

    외국인이라고 반말… 직원 3명에 대기자 117명

    불친절과 북새통으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한 국내외 방문객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외국인 주민 ‘140만명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서비스 마인드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으로 민원인의 요구 수준을 뒤쫓지 못하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의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 사이트에 접속하면 평가 항목에 지역별 사무소를 방문한 한국인과 외국인이 남긴 불만 글 수백 개가 올라와 있다. “전화는 장식품인가, 무슨 통화가 안 되는 전화가 다 있느냐”부터 ‘직원이 다짜고짜 반말을 하길래 한국인이라고 밝히고 나니 그제서야 존댓말을 쓰더라”까지 온갖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서울과 수원의 사무소에 대한 불만 강도가 높았다. 소통과 공존의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정부 정책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13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수백 명의 외국인과 한국인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인 전용 창구가 마련된 2층 사무실에서는 민원인들이 대기인석과 창구 앞을 꽉 채웠다. 오전 9시 50분쯤 직원 3명이 담당하는 ‘등록·변경’ 창구의 대기인 수는 117명으로 표시됐고, ‘체류기간 연장’ 창구에도 대기인 수가 이미 105명이었다. 창구 곳곳에서 큰소리도 나왔다. 민원인이 직원에게 고함을 치는가 하면 일부 직원들은 민원인에게 짜증을 냈다. 직원과 민원인들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인 방문객은 “오전 7시부터 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온 듯하다”면서 “최소한 4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서울 16개 구와 안양 등 경기 지역 5개 시를 맡고 있는 서울사무소는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방문자의 정확한 규모나 국적별 인원 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개선 등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조차 없어 보였고, 불만을 제기해도 제대로 경청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사무소는 최근 서울신문이 정보 공개를 청구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총이용자, 이용자 수 상위 5개국 국적의 민원인 수, 지난해 전체 이용자 중 중국인의 비율과 관련해 “이용자 수를 집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료가 없어 ‘정보 부존재’를 통보한다”면서 “다만 대략 하루 평균 2000여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외국인의 온라인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사이트 ‘하이 코리아’도 곳곳에서 오류가 발생해 현장 사무소의 업무를 덜어 주지 못하고 있다. 사이트에 올라온 29개의 민원업무 중 직접 전자민원을 신청할 수 있는 업무는 12개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체류지 변경·거소 이전 신고’는 페이지 오류로 진행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28개의 업무는 인터넷 방문 예약을 할 수 있지만 “예약을 해도 사무소에 가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동영상>청계광장의 브래드 피트 “환영해 주셔서 정말 기쁘다”

    동영상>청계광장의 브래드 피트 “환영해 주셔서 정말 기쁘다”

    영화 ‘월드워Z’ 홍보차 내한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연출자 마크 포스터 감독은 1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레드카펫 행사와 무대 인사를 통해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지난 2011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브래드 피트는 당시 레드카펫 행사에서 보여준 폭풍 매너로 ‘친절한 빵 아저씨’로 등극하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는 많은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팬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것은 물론 사인을 해주며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브래드 피트는 무대 인사에서 “지난번 방문 때보다 더 많이 환영해 주셔서 정말 기쁘다”며 “여러분들을 위해 훌륭한 작품을 준비했다. 기대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맥스 브룩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월드워Z’는 인류 최후의 대재난을 그린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브래드 피트가 직접 제작하고 주연을 맞았다. 영화는 6월 20일 3D로 국내에 개봉한다. 글·영상 문성호PD sungho@seoul.co.kr 사진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을, 하청업체 그리고 업자/이갑수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을, 하청업체 그리고 업자/이갑수 INR 대표

    언제부터인지 한국 사회에서 조직 간이건 사람 간이건 ‘관계’에 대한 인식이 ‘상식과 합리’에 바탕을 두지 않고 소유 권력(재력·학력 등 포함)을 비교하여 수직적 하이어라키(hierarchy)로 상대를 규정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윤창중이 주미 대사관의 여성인턴을 대했던 태도나 일부 제조업체들이 대리점에 행한 부당한 관행이 좋은 예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여기도록 하는 인문학적 사고가 부족한, 즉 반인문학적 인식의 팽배가 근본적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5월은 갑의 횡포를 고발하는 기사로 시끄러웠던 한 달이었다. 갑의 을에 대한 횡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갑과 을의 관계 속에 내재돼 있던 부조리가 을의 반란(?)으로 빈번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을 뿐이다.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을의 반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소위 갑에 해당되는 조직(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관행이나 횡포를 청산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갑과 을의 이슈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경제민주화의 바람과 맞물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도 바빠졌고, 여야 모두 ‘을’을 대변하겠다고 난리다. 부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길 바란다. 나쁜 갑도 문제이지만 을도 을 나름이다. 갑에게 당한 을이 자신의 을(임직원이나 사업 상대자)에게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누가 갑이고 을인지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공정하고 친절하게 서비스해야 할 을이 갑 행세하는 경우인데, 서울신문 5월 10일자의 ’이런 갑, 이런 을’기사에서는 갑과 을 간의 아이러니한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이런 갑’에서 고객들에게 ‘꺾기’를 일삼는 은행을 잘못된 갑으로 소개했다. 이 기사에서는 또 은행이나 기업을 괴롭히는 블랙컨슈머를 나쁜 을로 거론하고 있다. 기자가 갑과 을을 착각하여 예를 잘못 든 것이 아닐 것이다. 또한 같은 날 사설에 현대자동차 노조를 ‘갑 중의 갑’이라고 표현한 것도 비슷한 예이다. 노조의 무소불위 권력을 꼬집은 것이다. 현재의 갑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기업이건 사람이건 갑과 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필자는 20년 전부터 어느 기업의 마케팅이사와 갑과 을의 입장에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그는 막말은 물론이요 서류를 집어 던지고, 비용을 깎는 등의 오만을 보여 왔다. 그야말로 악성 고객이었다. 몇 년 전 그가 다니던 회사를 부득이한 사유로 그만두고 이벤트 회사를 차린 뒤 일감 좀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해왔던 일이 생각난다. 갑과 을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번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걸쳐 부당한 갑을 관계는 더 없는지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장의 캐디나 식당의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일상 속의 못난 ‘갑질’부터 사라져야 한다. 또 정치권, 법조계, 언론같이 힘을 가진 집단 가운데 을을 대변한다면서 스스로는 잘못된 갑의 행세를 해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할 때다. 일각에서는 ‘갑’ ‘을’이라는 용어를 계약서에서부터 사용하지 말자는 제안도 한다. 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나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발상 같다. 차제에 상하관계의 뉘앙스가 강한 ‘하청업체’나 ‘업자’라는 용어도 교체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 [명사가 걸어온 길] (12·끝)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하)

    [명사가 걸어온 길] (12·끝)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하)

    길병원의 모태가 된 자성의원(慈聖醫院)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자애로움’과 ‘태어날 생명들의 성스러움’을 떠올리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길여 회장의 집무실에는 ‘가회합례 수세인천’(嘉會合禮 壽世仁泉)이라는 글귀가 내걸려 있다. ‘참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른 삶 이루게 하고 마르지 않는 생명으로 온누리 건강하게 하리로다’는 뜻이다. 55년 전 출발 당시나 지금이나 의사로서 걷는 걸음걸음에 이러한 생명존중과 박애봉사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가 의과대학에 들어간 뒤 산부인과를 택한 것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의식해서였다. 당시 임신부의 경우 의사가 남자라는 이유로 진찰을 거부하거나 아예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아이를 낳다가 산모가 죽는 일이 적지 않았으며 산후조리를 소홀히 해서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는 여자들도 많았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이 회장은 여성들에게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그들을 돌봐주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 산부인과를 선택했다. “요즘에야 병원을 개원하면 한동안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홍보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하지만 그 시절 우리 병원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원을 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환자들이 물밀듯 찾아오는 바람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봄 여름 가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특히 함께 개업했던 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대구로 내려가는 바람에 혼자서 진료를 하느라 끼니조차 거르는 날이 많았지요.” 이 무렵 시골에 있던 어머니가 인천으로 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틈만 나면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딸에게 맞선을 보라고 채근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한번도 맞선을 보지 않았다. 눈만 뜨면 환자들이 찾았고 미국 유학도 가야 하는 등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나는 환자와 결혼했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1964년 미국 유학시험에 합격하고 미국 병원 10여곳으로부터 수련의 제의를 받았다. 그중에 뉴욕에 있는 메리 이머큘리트병원을 선택했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병원 일은 후배한테 부탁하고 그해 가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당시만 하더라도 병에 걸린 사람들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찾는 곳이 병원이었지만 미국은 이미 예방의학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암검사, 대사 이상검사 등 병이 생기기 전에 진료를 받는 행태가 보편화돼 있었다. 아울러 체계적인 의료시스템과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친절과 열정 등이 그랬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전 5시부터 한밤중까지 인턴과정을 겪었다. 환자에 대한 정보와 체크리스트를 달달 외우느라 밤잠을 못 이룬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잠을 자는 사람은 꿈을 꾸지만 잠을 이기는 사람은 꿈을 이룬다’는 각오로 잠과 싸우며 공부를 했다. 이듬해 인근의 퀸즈종합병원으로 옮겨 레지던트 과정을 밟았다. 5년에 걸친 미국 생활은 고달픔도 많았지만 세상을 크고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소득이었다. 무슨 일이든 거침없이 실행하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도 이때였다. 소아과 인턴 시절에는 ‘주사 잘 놓는 의사’로 통했다. 정교한 손놀림으로 단번에 혈관을 찾아내 주사를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해주는 포경수술을 5분(다른 의사들은 20분 정도)만에 끝내 놀라게 했다. 그는 미국 유학 때 직접 환자가 돼 선진 의료시스템을 경험한 적도 있다. 어느날 난소에 혹이 생긴 걸 발견하고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던 것. 이때 의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체험하게 된다. 이후 수술을 앞두고 불안해 하는 임신부의 엉덩이를 다독이며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도와줄 테니까”라는 말로 환자를 위로하는 습관이 생겼다. 5년 동안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조국에서 나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는데 기필코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1968년 10월 케네디공항을 출발해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귀국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병원 신축이었다. 자성의원 자리에 지상 9층 규모로 36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새로 짓고 ‘이길여 산부인과’를 개원했다. 미국에서 배운 선진 의료기술을 당당하게 펼쳐 보고 싶은 생각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던 것이다. 병원이 다시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환자들이 줄을 지어 찾아 왔다. 미국 유학을 갔다 온 여자 의사가 새로 병원을 지어 진료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경 삼아 오는 손님들도 꽤 많았다. 개인 병원으로 인천에서 가장 컸던 이길여 산부인과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더욱 그랬다. 당시 엘리베이터는 서울 시내 일류 호텔이 아니면 보기 힘들었다. 그가 병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은 계단을 오르내리가 힘든 임신부들을 위해서였다. 그다음에는 유학시절에 접한 초음파 의료기기를 도입해 태아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임신부에게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려주자 남편이나 시어머니까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을 다시 개원하면서 ‘자궁암 무료 조기검진’을 실시했다. 환자는 더욱 늘어났다. 그는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첫째도 봉사, 둘째도 봉사, 셋째도 봉사’라는 원칙을 정했다. 병원은 항상 환자가 중심이 돼야 했기 때문이다. “환자를 불편하게 하는 병원이 있다면 그것은 근본을 망각한 것이지요. 가장 좋은 위치에 병실이 있어야 하고 환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가장 넓고 깨끗해야 하고 모든 시설과 장비와 서류들은 환자들이 쉽게 알아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돼야 한다는 것은 지난 55년 동안 지켜온 원칙이며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이길여 산부인과’가 인기를 끈 데는 여러가지 까닭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흥미롭게도 ‘미역국’이었다. 병원 식당에서는 언제나 한 솥 가득 미역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36개 병상에서 매일 산모들이 먹어 대는 미역국의 양은 엄청났다. 밤참까지 하루 네 끼씩 미역국을 대느라 식당은 쉴 새 없이 바빴다. 겨울철에는 굴을 넣기도 하고 때로는 소고기를 섞었다. 퇴원한 산모의 남편들까지 찾아와 미역국을 얻어갈 정도로 인천에서 ‘이길여 산부인과 미역국’의 유명세는 자자했다. 이래저래 병원은 더욱 북적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회장의 일정은 하루 한 끼만 먹고 온종일 진료에만 매달리는 바쁜 시간의 연속이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채 진료실 구석에 자는 날이 허다했다. “의사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환자들을 진료할 때입니다. 의사에게는 세상 그 어느 것도 환자의 병을 고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란 없지요.” 바쁜 와중에도 인천 앞바다의 섬들을 정기적으로 돌며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진료를 떠나기 전 섬 주민들에게 미리 날짜를 알려 영흥도나 이작도 등 큰 섬으로 모이도록 해 짧은 일정에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진료했다. 아울러 섬 아주머니들에게 여성의 몸은 어떻게 생겼으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임신과 출산에 대비하는 요령, 여성에게 생기는 질병이나 예방법 등을 가르쳤다. 그는 진료를 할 때마다 청진기를 자신의 품속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 사용했다. 차가운 청진기는 가뜩이나 긴장된 환자들을 더 움츠러들게 한다는 생각에서 체온으로 청진기를 데웠던 것이다. ‘가슴에 품은 청진기’는 이후 해마다 가천의대 졸업생들에게도 직접 걸어주고 있다. 그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1975년 다시 일본 유학길에 올라 2년간 공부했다. ‘독성에 대한 토끼의 신장반응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일본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면서 귀국 후 종합병원을 세울 생각을 하게 된다.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더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주면서 인생의 목적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던 것. 또한 자신과 같은 의사를 많이 길러내기 위한 교육에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종합대학을 인수한 뒤 첨단 시설을 갖춘 여러 기초학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계획은 착착 진행됐다. 1978년 전 재산을 출연해 인천 중구 인현동에서 150개 병상 규모의 새 건물을 지어 ‘의료법인 인천길병원’을 개원했다. 당시 개원식에 참석한 박승함 보건사회부 차관은 “인천길병원은 여의사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료법인화를 시도한 선도적인 병원”이라고 할 만큼 의료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였다. 아울러 개원 이후 인턴과 레지던트 교육기관으로, 또 조산 수습생 교육기관으로 잇따라 지정됐다. 의료법인 설립과 이를 통한 의료교육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양평길병원, 철원길병원이 생기면서 환자를 위한 의료시설을 더욱 확장해 나갔다. 2002년부터는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길병원의 원훈인 ‘박애, 봉사, 애국’의 정신을 꾸준히 펼쳐 나가고 있다. 여성전문센터, 심장센터, 치과센터, 암센터, 척추센터, 장기이식센터, 건강증진센터, 진료협력센터의 설립도 이 같은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후 가천의대를 세우고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등을 인수하면서 가천길병원과 함께 오늘날 가천길재단의 면모를 갖추고 21세기 글로벌시대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이 회장은 평소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박애, 봉사, 애국’이란 말에 손사래를 치며 촌스럽다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천길재단의 정신은 바로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이것은 제 인생의 목표이며, 현재진행형인 꿈입니다. 아직 마침표를 찍을 때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 회장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받은 아이만 수십만명, 그의 병원에서 새 삶을 찾은 사람이 100만명은 족히 넘는다. 그러는 동안 박애와 봉사, 애국의 깃발을 촌스럽게 내걸고도 한 치의 실패도 없이 성공했다. 세상 사람들에게서 경영의 성공과 사회 봉사라는 큰 보람의 탑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애창곡은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이다.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오늘도 떠나지 않을까 싶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어린이 책] ‘더불어 살기’ 동심에 싹트다

    “오빠, 초콜릿은 어떤 맛일까?” “바나나처럼 달콤하기도 하고 카카오 콩처럼 쓰기도 하대.” 아사모아와 사라는 늘 초콜릿 맛이 궁금했다. 아빠가 카카오농장을 하시지만 한 번도 초콜릿을 먹어본 적은 없다. 아사모아네 마을에서 길러낸 카카오 콩은 모두 외국으로 팔린다. 아사모아와 사라가 사는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외국에서 만든 초콜릿을 다시 수입한다. 하지만 너무 비싸 먹어볼 수가 없다. 아사모아는 알쏭달쏭했다. “카카오 콩은 무지 싼데 왜 그걸로 만드는 초콜릿은 비싼 걸까?” 초콜릿은 어디서나 인기지만, 마을 어른들은 시름이 깊어간다. 돈벌이가 되자 너도나도 카카오 콩을 심다 보니 값이 날로 추락해서다. 카카오 콩을 재배하는 농부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데, 초콜릿 회사는 점점 더 부자가 된다. 값을 더 낮추려고 어린이들에게까지 농장 일을 시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영국에서 사람들이 찾아 왔다. 그들은 “공정무역을 하자”고 제안했다. 공정무역이란 게 뭘까. 그러면 아사모아네 마을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공정무역, 행복한 카카오 농장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무심코 사는 물건 하나에도 전 세계의 농부와 노동자들의 삶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자연과 생산자를 존중하는 ‘더불어 살기’를 친절한 설명으로 자연스레 가르치는 동화다. 이야기는 실제 모범 공정무역 생산지로 꼽히는 가나의 쿠아파 코쿠 협동조합 사례에서 살을 붙인 것이다. 아사모아네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을 담은 수채화에는 세밀한 정성이 엿보인다. 색채에서는 아프리카 특유의 토속미가 느껴지고 인물 묘사에서는 해학과 정겨움이 묻어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미래전쟁(안드레아 링케·크리스티안 슈베게를 지음, 육혜원 옮김, 영림카디널 펴냄) 기후, 인구, 자원, 대유행병, 정보 기술, 어류, 이민, 식량, 심해, 우주, 신경과학의 11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갈등과 위기 상황을 가상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인류를 위협하는 위기 앞에서 우리가 방관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행동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1만 7000원. 오직 독서뿐(정민 엮음, 김영사 펴냄)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책읽기에도 창의와 과학이 필요하다. 40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한 고전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저자는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등 옛 문인 9명의 핵심 독서 전략을 통해 조선 최고 지식인들의 창조적인 독서 전략과 과학적인 책읽기 담론을 보여준다. 1만 3000원. 본성과 양육이라는 신기루(이블린 폭스 켈러 지음, 정세권 옮김, 이음 펴냄) 인간이 유전자(본성)에 의해 결정되는가 아니면 환경(양육)에 의해 길러지는가에 대한 의문은 오랜 기간 지속돼 온 뜨거운 논쟁거리다. 여성과학자인 저자는 생물학, 과학사, 언어학을 넘나들며 본성과 양육 사이의 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양육과 본성의 분리를 전제로 한 무의미한 논쟁 대신 두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자원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만 3000원. 경제위기의 정치학(울리히 벡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 펴냄) 리스크 이론으로 현대사회의 항시적 위험을 경고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던 ‘위험 사회’의 저자가 유럽의 경제 위기에 대해 진단한 책이다. 저자는 유로화의 위기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임을 분석하고, 이런 리스크를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체제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한다. 1만 2000원. 철학의 발견(장건익 지음, 사월의책 펴냄) 빈곤과 피곤에 절어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이들에게 철학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가 서울시와 성공회대의 공동기획 시민강좌 ‘희망의 인문학’에서 4년간 강의한 내용을 묶은 이 책은 철학을 잃어버린 삶을 사는 사람들, 삶을 잃어버린 철학을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삶과 철학이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는지를 친절하게 들려준다. 1만 5000원.
  • 태국의 ‘숨겨진 진주’ 카오락…코발트빛 아홉개의 퍼즐 감출 수 없는 ‘힐링 본능’

    태국의 ‘숨겨진 진주’ 카오락…코발트빛 아홉개의 퍼즐 감출 수 없는 ‘힐링 본능’

    태국 카오락에는 철저하게 준비된 분주함이 없다. 짜여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분히 지루할 수 있는 곳이다. 푸껫은 친숙하지만 인접한 카오락은 낯설다.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태국의 ‘숨겨진 진주’다. 황홀한 그 풍광에 빠져 있다 보면 바쁜 일상에 실타래처럼 엉켰던 마음 자락이 한없이 한없이 풀어져 내린다. 시간이 구름처럼 느리게만 흐르는 곳, 시간 여행도 ‘덤’이다.  카오락은 푸껫 공항에서 북쪽으로 70㎞,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해안 도시로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다. ‘카오’가 태국어로 ‘산’을 의미하듯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다. 정글과 바다가 조화를 이룬 수려함 속에는 2004년 쓰나미 최대 피해 지역의 아픈 상처와 고통이 여전히 스며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 석양과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은 카오락을 다시 찾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카오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시밀란 섬이다. 시밀란은 말레이어로 ‘아홉’을 뜻하는데 9개의 섬이 모인 군도이자 국립공원으로 태국 왕실 소유다. 풍광이 예사롭지 않은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 중 한 곳이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건기인 11월부터 4월까지 1년 중 6개월만 개방되지만 상륙이 제한되는 섬도 있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카오락 타프라무 항구에서 스피드 보트로 60㎞, 1시간 넘게 달려야 닿을 수 있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거나 파도가 심한 날이 많아 언제나, 누구에게나 상륙이 허락되지는 않는다.  시밀란 섬 투어는 보트에 탑승하기 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신발을 벗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섬에는 선착장이 없어 물속에서 보트를 타고 내린다. 섬에 내리는 순간 신발도 ‘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섬을 둘러보는 원시 체험이 지치면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에 들어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스노클링은 수영을 못하더라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구명조끼와 잠수경,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스노클 등 간단한 장비면 된다. 경험이 많거나 수영 실력이 좋은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벗고 오리발을 착용하기도 하지만 약간만 들어가도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만날 수 있기에 굳이 욕심낼 필요가 없다. 속살을 완전히 드러낸 열대어들의 자태에 취해 엄청난 강도의 짠물을 먹고 허우적대기도 한다.  선상에서 경험하는 스노클링은 압권이다. 깊이 8m 정도인 다이빙 포인트에 배를 세운 뒤 바다로 뛰어내리는데 바닷속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황홀하다. 시밀란 섬은 바다거북을 직접 만져 볼 수 있고, 수영 실력을 겨뤄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곳이기도 하다.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리조트에서의 휴식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카오락 여행은 리조트에서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무방하다. 카오락은 백색의 고운 모래 해변과 옥색의 바다 빛깔이 몰디브에 견줄 만큼 신비롭다. 관광객들로 번잡한 푸껫과 달리 평화로운 시골 동네 같은 분위기도 여행객의 마음을 잡아 끈다.  카오락에는 100여개의 리조트가 있는데 이 중 JW메리어트 카오락과 르 메르디앙 카오락이 단연 손꼽히는 곳이다. 두 리조트는 카오락 국립공원에 조성돼 있다. 콘셉트는 서로 다르지만 수영장과 해변이 다양한 형태로 연계돼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JW메리어트는 초현대식 건물임에도 ‘자연스러움’을 콘셉트로 내세운다. 가족 여행객을 위한 패밀리룸이 있어 여행 전 예약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리조트 전체가 수영장으로 연결돼 있는데, 길이가 아시아 최대인 3.5㎞나 된다. 전체 293개 객실 중 110곳이 ‘풀 액세스 룸’으로 1층 객실 발코니에서 곧장 수영장으로 점프를 할 수 있다.  르 메르디앙은 유럽식 리조트인데 빌라식으로 꾸며졌다. 태국 전통 건축 양식을 살린 고풍스러운 건물에다 야자수가 늘어진 해변이 자랑거리다. 개별 수영장까지 갖춘 풀빌라가 50여개 있어 가족이나 신혼 부부들이 많이 찾는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과 전용 키즈풀을 운영하는 ‘펭귄클럽’도 있다. 아이들만 따로 돌봐 줘 어른들이 자유롭게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두 리조트 모두 투숙객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스쿼시와 테니스, 골프 연습장 등은 무료로 개방되지만 무에타이 등 유료 프로그램도 있다. 아울러 한국인 직원 및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이 상주해 언어 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개별 여행을 선택해 이용할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인 여행객이 많지 않다 보니 한국인 가이드는 없다. 미리 리조트에서 한국인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태국에 와서 빼놓 수 없는 액티비티 프로그램은 코끼리 트레킹과 래프팅 체험이다. 카오락에서의 코끼리 트레킹은 평지에 조성된 코스가 아닌 정글을 헤치고 폭포까지 오르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어 특이하다. 친절한 조련사들이 풀잎을 이용해 각종 동물 모양을 만든 수공예 작품을 덤으로 받아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래프팅은 우리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지만 하루 두 차례 계곡물을 막아 모아진 물을 쏟아내는 방식의 래프팅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트에는 조타수 2명을 포함해 6명이 탑승하는데, 래프팅용 고무보트가 ‘메이드 인 코리아’로 한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실감할 수 있다. 래프팅이 진행되는 동안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과 치열한 수중전이 전개되는데 조타수들이 노를 이용해 물을 뿌리는 기술이 압권이다.  리조트에서 카오락 시내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하지만 ‘툭툭이’를 이용하는 재미가 그만이다. 카오락의 툭툭이는 방콕 등 동남아의 큰 도시들과 달리 최대 6명이 한 번에 탈 수 있고 요금도 300밧(약 1만 2000원)이면 충분하다. 카오락 시내는 우리나라 읍내 정도로 작다. 근사한 쇼핑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한다. 월·수·토요일에는 전통시장이 서는데 현지 과일과 음식을 두루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태국 여행은 세계 3대 수프 요리로 꼽히는 ‘똠양꿍’과 태국 김치인 ‘쏨땀’을 먹어 봐야 완성된다. 리조트 내 태국 식당을 이용하지 못했다면 리조트 주변의 식당을 찾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도 좋다. 똠양꿍은 명성과 달리 시큼한 향으로 첫 만남은 유쾌하지 않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음식이다. 쏨땀은 인기 메뉴다. 덜 익은 파파야를 땅콩, 각종 채소 등과 넣고 만드는데, 우리 입맛에도 거부감이 덜하다. 리조트 내 스파 시설이 있으나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리조트 해변 주변에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로컬 마사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설이야 자연이 전부지만 가격이 착하고 시간 여유가 있다.    하나투어와 프라이빗 라벨이 내놓은 카오락 상품은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에서 탈출해 ‘휴식’과 ‘힐링’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카오락의 대표적 리조트에 머물며 모든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올 인클루시브’ 요금제다.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전용 승용차로 이동한 뒤 리조트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JW메리어트 카오락과 르 메르디앙 카오락에서는 비행 시간에 맞춰 리조트를 나가는 늦은 체크아웃 서비스도 제공한다. 3박 5일 기준 르 메르디앙이 99만 9000원, JW메리어트 카오락이 104만 9000원(유류할증료 별도)부터다. 어린이는 50% 할인된다. 하나투어 1577-1233. 카오락(태국)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사진 태국관광청 제공·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소설로 읽는 중국사 1·2권 펴낸 조관희 상명대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소설로 읽는 중국사 1·2권 펴낸 조관희 상명대 교수

    “중국인들은 ‘삼국지’는 사람을 노회하게 하고, ‘수호전’은 폭력적으로 만든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치가 저평가된 중국소설을 꼽으라면 ‘홍루몽’을 들겠습니다. 읽을 때는 지루하고 어렵지만 두고두고 심오한 사상체계가 떠오르죠. 그게 강점인 책입니다.” 천하의 패권을 다퉜던 항우와 유방. 소설 ‘초한지’를 통해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그런데 정작 중국에선 이런 제목의 소설이 없다. 중국 소설 ‘서한연의’를 ‘통일천하’란 이름으로 국내 일간지에 연재하던 팔봉 김기진이 단행본을 펴내며 ‘초한지’란 이름을 붙였다. ‘삼국지’도 우리와 중국이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고전이다. 우리와 다르게 중국에서는 천서우가 집필한 정사를 일컫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는 역사를 소설 형식을 빌려 기술한 ‘연의’의 일종인 ‘삼국지통속연의’다. 중국인들은 시대를 따지지 않고 ‘연의’에 열광해 왔다. ‘열국지’(춘추전국시대) 이후 진·한·삼국시대, 당·송·명·청을 거쳐 쑨원의 중화민국까지 각 시기를 다룬 ‘연의’ 형태의 소설이 있을 정도다. 오랜 기간 가필이 덧대어져 저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게 ‘연의’의 특징이다. 상명대에서 중국문학을 가르치는 조관희(54) 교수가 중국소설에 투영된 중국인의 속내와 역사적 흐름을 책으로 풀어 냈다. ‘소설로 읽는 중국사’(돌베개 펴냄) 1~2권에서다. 열국지·초한지·삼국지·서유기·수호전·금병매·유림외사·홍루몽 등 고전을 빌려 당대 사회 구석구석의 면모를 두루 끄집어 냈다. “명나라 때 쓰여졌지만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서유기’에선 당나라의 개방성이 드러납니다. 손오공으로 상징되는 도교와 삼장법사로 알려진 불교가 혼재해 있어요. 당시 수도인 장안에는 유교, 불교 말고도 기독교 일파인 경교까지 온갖 종교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조 교수는 “유명한 청대 학자인 장쉐청은 소설 삼국지를 놓고 7할은 사실, 3할은 허구라고 이야기 했다”며 “어차피 역사의 객관적 서술은 불가능하기에 중국인들은 역사와 문학작품을 결합한 ‘사전문학’ 형태를 즐겼고, 사실과 허구를 굳이 따지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1권에서는 고전들을 소개했고, 2권에서는 근현대 문학작품들을 동원했다. 모두 25편 가량이다. 아큐정전, 부용진, 청춘의 노래 등은 현대 중국인의 슬픈 자화상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조명했다. 문화대혁명의 상처를 다룬 루신화의 ‘상흔’, 덩샤오핑 체제의 반작용을 담은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 등이다. 그는 국내 출판계의 상술이 멀쩡한 고전을 망쳐 놨다는 신랄한 지적도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삼국지의 인기는 중국에서보다 더 높아요. 초한지처럼 단순하지도, 열국지처럼 복잡하지도 않은 삼각구도가 인기 비결이죠. 삼국지는 고문이지 구어로 전해져온 백화소설이 아닌데, 국내에서 개인·정치적 성향으로 윤문된 삼국지들(140여종)은 솔직히 화가 나서 못 읽겠습니다.” 번역팀을 꾸려 이전의 번안을 참고해 유명 작가의 이름만 얹는 식의 출판 풍토를 몇 번이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정원기의 ‘정역 삼국지’(2008)가 원문에 가장 충실한 책이라고 꼽았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중국 고전의 독서감상법도 친절히 제시했다. 예컨대 명대의 도덕적 붕괴를 엿볼 수 있는 ‘금병매’. 그는 “적나라한 중국어 의성어 표현만 띄엄띄엄 따로 읽지 말고 제대로 통독해야 진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상하이, 베이징 정도만 둘러본 뒤 중국을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미국에선 북부와 남부 소도시의 맥도널드 햄버거 맛이 같지만 중국에선 가는 곳마다 우육면 맛이 제각각이란다. 그가 정의하는 중국은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삶 속에 병존해 흐르는 묘한 공간”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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