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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민영, 심각한 모습 포착 ‘무슨 일?’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민영, 심각한 모습 포착 ‘무슨 일?’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민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27일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측은 박민영의 스틸을 공개했다. 스틸에는 평소와 달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민영의 모습이 담겼다. 항상 생글생글 웃고 있던 시원한 입매는 다소 굳어져 있고, 귀여운 반달 눈웃음 대신 진지함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바뀌어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불어 감정이 동요하기 시작한 박민영이 또 다른 스틸에 담겨 있다. 극중 결정적인 첫 키스 순간 자신을 밀어버린 박서준에게도 끝까지 서운한 마음을 웃음으로 무마하는 등 전면적으로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기에, 단호함이 물씬 느껴지는 박민영의 변화는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과연 어떤 사건이 박민영의 마음에 거센 파도를 치게 했는지 벌써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스틸에서도 느껴지는 박민영의 호연을 향한 극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극중 이영준(박서준 분)을 대할 때 늘 비즈니스 미소와 친절한 비서 말투로 대했지만, 최근 설렘이 시작되면서 진심으로 영준을 바라보는 등 김미소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실감나게 전하고 있기 때문. 이렇듯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탄탄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박민영을 향한 관심 역시 고조되고 있다. 한편,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27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제공=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난민 돕던 독일 여성, 무슬림 이민자에게 살해당해

    난민 돕던 독일 여성, 무슬림 이민자에게 살해당해

    “난민들은 위험하지 않으며 오히려 위험에 처해 있다” 이렇게 주장해온 독일의 한 여성 활동가가 최근 한 무슬림 이민자에게 살해당해 유럽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독일 타게스슈피겔과 빌트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난민인권 활동가 소피아 뢰슈(28)는 지난 21일 오후 3시 20분쯤 스페인 알라바주(州) 아스파레나 에기노에 있는 한 주유소 부근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 신고 하루 만이었다. 뢰슈는 일주일 전 독일 작센주(州) 쉬코이디츠에서 모로코 번호판을 단 트럭을 얻어 탔다. 그녀는 남쪽으로 약 260㎞ 떨어진 곳에 있는 고향 암베르크에서 친구들을 만나려고 했다. 그녀는 이 트럭에 얻어 타기 직전 찍어둔 차량 번호판을 친구들에게 보냈고 친구들은 뢰슈가 약속한 날짜에 도착하지 않자 그녀의 오빠에게 알렸다. 이에 따라 뢰슈의 가족은 실종 신고를 냈고 19일 스페인 바일렌 하엔 마을 고지대 도로에서 문제의 트럭이 스페인 치안수비대의 교통경찰에게 저지당했다. 트럭 운전자는 어린 세 딸과 아들 하나를 둔 41세 남성으로 부제마라는 이름만 알려졌다. 그는 모로코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주한 이민자로 평소 회사에서도 다른 직원들에게 친절했던 사람이었기에 그를 알았던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페리호를 타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소피아 뢰슈를 트럭에 태웠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납치, 성적 학대, 폭행 등의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소식통들이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정보에 따르면, 소피아 뢰슈의 시신에는 명백한 증거가 남아 있다. 용의자는 범죄 흔적을 지우려고 시신을 불태우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피아 뢰슈는 생전 독일 밤베르크에 있는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청년회 회장으로 활동했으며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있는 한 비영리단체(NGO)와 함께 가난한 이민자들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현지 경찰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비행 중 시청각 장애 앓는 승객 도운 10대 소녀의 사연

    비행 중 시청각 장애 앓는 승객 도운 10대 소녀의 사연

    “아마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주 미국 보스턴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향하는 알래스카 항공편에 엄마와 함께 탑승했던 10대 소녀가 다급한 기내 방송을 들었다. 기내 승객 중 수화를 할 줄 아는 분, 시청각 장애를 가진 승객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분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클라라 댈리(15)가 손을 들고 나섰다. 댈리는 난독증 때문에 1년 전 쯤부터 미국식 수화(ASL)를 배우기 시작한터였다. 당시 보스턴에 사는 여동생을 만나고 포틀랜드로 돌아오는 길이었던 팀 쿡(64). 선천적 시청각 장애를 앓고 있던 쿡은 보호자도 없이 홀로 비행에 나서 다소 불안한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댈리가 다가와 선뜻 손을 내밀었다. 댈리는 통로에 무릎을 꿇고 앉아 쿡의 손을 잡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의 손에 수화 알파벳(finger spell)을 한 자 한 자씩 적으며 “컨디션이 어때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쿡은 댈리와 한시간 넘게 수화를 하며 비행시간과 도착 시간, 그 외 정보들을 습득했고,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사실 댈리는 이 비행기를 탈 예정이 아니었다. 보스턴에서 LA로 가는 직항편이 취소되면서 오리건주를 경유하는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이었던 셈이다. 댈리는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쿡 아저씨와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 건 운명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아저씨를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쿡 아저씨는 필요한게 없었다. 단지 적적했고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필요했다. 누구라도 했을 일을 내가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쿡 역시 “아마 우리는 만날 인연이었다. 그럴지도 모른다”면서 “댈리의 친절함에 크게 감동 받았다. 6시간의 비행 동안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고마워했다. 한편 같은 항공편에 탑승했던 승객 리네트 스크립너(56)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스크립너는 “그녀의 선행은 세상에 아직 타인을 돌볼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줬다”는 글도 함께 남겼는데, 해당 게시글은 71만 건이 넘게 공유됐다. 사진=페이스북(Lynette Scribner, Jane Daly)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빌린 교통비, 20년 만에 갚습니다” 신당역에 전달된 따뜻한 마음

    “빌린 교통비, 20년 만에 갚습니다” 신당역에 전달된 따뜻한 마음

    20년 전 밤늦은 퇴근길, 막차를 놓칠 뻔한 상황에 친절하게 교통비를 빌려줬던 지하철 역무원에 대한 고마움을 뒤늦게나마 갚은 시민의 사연이 알려졌다. 26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점심 때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흰 봉투를 들고 신당역 역무실을 찾아왔다. 이 여성은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하며 조용히 들어와 “오래 전 도움을 주신 지하철 직원들께 미안한 마음을 한동안 갖고 있었다”면서 봉투를 내밀고 갔다. 그 여성은 영문을 묻는 직원들에게 “편지를 읽어보면 아실 것”이라면서 이름도 알리지 않고 돌아갔다. 직원들이 봉투 속에서 발견한 것은 편지와 현금 15만원. 편지에는 20년 전 이 여성이 20대 후반의 나이였을 때 겪은 사연이 담겨 있었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던 시절, 방배역에서 막차를 타려는데 수중에 10만원짜리 수표만 있어 난처했다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자 역무원이 “지하철에서 내린 뒤 버스를 타고 가나요?”라고 물으며 버스비까지 빌려줘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 그날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다 퇴근하는 길이었다는 이 여성은 “늦은 밤이었지만 (역무원이 돈을 빌려주신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면서 “정말 고마워서 다음에 꼭 갚겠다고 했지만 용기가 없어서, 또 바쁘다는 핑계로 20년이 흘렀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간이 많이 흘러 그때의 고마움을 돈으로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지금이라도 그 고마움을 갚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신당역 역무원들은 20년 만에 갚은 지하철 요금을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금으로 냈다. 박태필 신당역장은 “20년간 쌓아온 마음의 짐을 더셨길 바란다”며 “때때로 출근길에 깜빡 지갑을 놓고 온 승객들에게 돈을 빌려드리는 일이 있다. 잊지 않고 찾아와 고마움을 표현해 주시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러시아의 아침 우뜨라 라시야] 거대 조각상의 칼 내리칠 것 같은 볼고그라드 아레나

    [러시아의 아침 우뜨라 라시야] 거대 조각상의 칼 내리칠 것 같은 볼고그라드 아레나

    23일 새벽(한국시간) 나이지리아가 아이슬란드를 2-0으로 격파한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도시가 볼고그라드라고 소개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유명한 스탈린그라드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엄청난 스탈린그라드 공세를 견뎌냈던 도시입니다. 거대한 ‘마더 러시아’ 조각상의 커다란 칼이 금방이라도 내리칠 것 같은 언덕 아래에 볼고그라드 아레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 취재를 위해 머무르고 있는 로스토프나도누가 돈강 하류와 아조프해가 맞닿는 항구인데 볼고그라드는 볼가강 하류와 돈강 하류가 관통하는 곳입니다. 사실 로스토프나도누에도 이것보다 작지만 커다란 조각상이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더군요. 스파이 독살 사건으로 영국과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갈등을 빚는 국면에 18일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곳에서 튀니지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을 치렀습니다. 잉글랜드 서포터들에게 BBC는 이 도시와 영국이 갖고 있는 각별한 관계에 대해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지난 5일 방송이 보도한 내용을 뒤늦게 옮겨봅니다.2차 세계대전 때만 해도 러시아와 영국은 동맹으로 나치에 맞서 함께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러시아 스파이 독살 사건으로 첨예한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곳 볼고그라드 주민들은 잠시 정치를 옆으로 밀어두고 잉글랜드 팬들을 맞을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BBC 기자가 찾았을 때 이곳 주민들은 전승 기념관을 마치 성지 순례하듯 찾고 있었는데 셔츠에 마더 러시아가 미국 자유의여신 머리를 잘라내는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 긴 계단을 오르는 한 청년을 만났다. 셔츠 아래쪽에는 “스탈린그라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반이란 이름의 전직 역사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서방은 러시아의 적이기 때문에 이 옷을 입었다. 그들은 우리를 모두 죽이려 한다.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고 수백년 동안 그렇게 해온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적대적인 감정은 정치인이나 국영매체들에서 다반사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글로벌 열강 대열로 되돌리려 하자 서방이 러시아를 가둬두려고만 한다는 식이다. 지난달 볼고그라드 시내에서 전승기념일을 맞아 장병들과 탱크들의 행진을 바라보던 이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왔다. 군 제복을 입은 고령 은퇴자들이 “잉글랜드는 결코 우리 우방이 아니었다. 누구도 강하고 힘에 넘치는 러시아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2010년만 해도 두 나라 관계는 따듯했다. 그러나 그 뒤 2014년 크림 반도 점령,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 조금 더 최근에는 전직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을 군사용 신경가스로 살해하려 한 일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영국 왕실과 정부 장관 중 누구도 푸틴 대통령이 거들먹거릴 월드컵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관리들은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드레이 코솔라포프 볼고그라드 시장은 “여기 사람들은 친절하고 미소가 훌륭해요. 난 여기 오겠다고 용기를 낸 이들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몇몇은 우리 조국을 나쁜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데 월드컵은 커다란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 지어진 경기장은 대전 격전지 중 하나였다. 두 구의 시신과 수백개의 탄환이 발견돼 이를 발굴한 뒤 공사가 착공됐다. 러시안컵 결승을 치러 사실상 러시아월드컵 사전 테스트를 마쳤는데 한 소녀는 서투른 영어로 “모든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해요. 평화, 정치 말고, 러시아에서 연인과 함께”라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격리 아동 보러 간 멜라니아...재킷엔 “신경 안써, 너는?” 의미는

    격리 아동 보러 간 멜라니아...재킷엔 “신경 안써, 너는?” 의미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이자 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난 정말 신경 안쓴다. 당신은?”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재킷을 입고 미 텍사스 주 멕시코 접경지역의 소도시 맥앨런의 불법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인 ‘업브링 뉴호프 칠드런센터’를 깜짝 방문해 구설에 올랐다. 부모와 격리된 12~17세 아동·청소년이 수용된 곳이다. 이날 CBS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신장 질환 증세로 수술을 받은 뒤 공식 일정을 자제해온 멜라니아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아는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등 시설 관계자들과 만나 “당신들의 수고와 열의, 친절에 감사한다”면서 아동들이 가족과 통화하는 횟수나 심리 상담 방법, 아동들이 보호소에 머무는 기간 등을 물었다.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멜라니아 여사는 (격리 시설) 영상을 보고, 녹음을 들었다. 그녀는 직접 현실을 보고 싶어했다”면서 “(방문 목적은)트럼프 행정부가 아동들과 가족의 재결합을 위해 어떻게 더 노력할 지 듣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문제는 멜라니아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텍사스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때 입은 재킷 뒷면에 두꺼운 흰색 글씨가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모자가 달린 야상 스타일의 재킷에는 그래피티같은 글자체로 ‘신경 안쓴다’를 비롯해 ‘관심 없다’, ‘상관 안한다’ 등으로 해석되는 짧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부모·격리 정책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멜라니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그녀의 패션에 담긴 메시지는 전날 평가와는 상반된 것이어서 더 큰 혼란을 불렀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멜라니아가 이날 입은 카키색 재킷은 남미에서 미성년,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해 착취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스페인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의 지난 시즌 39달러(약 4만 3000원)짜리 제품이라고 전했다. 그리샴은 논란이 커지자 “그저 재킷일 뿐이다. 숨겨진 메시지는 없었다. 상의에 집중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구설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멜라니아는 지난해 8월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초토화된 텍사스 피해지에 영국 고가 브랜드인 검은색 마놀로 블라닉 스틸레토힐(뾰족구두)를 신고 나타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NYT는 멜라니아가 남편의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판자들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체를 향해 보낸 메시지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멜라니아는 자신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 이목이 집중된다는 걸 알뿐만 아니라, 영부인이 입는 옷은 그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그녀는 평소 백악관에서 정원관리를 할 때조차 1380달러짜리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인)발망 셔츠를 입는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타임스 에디터 카렌 어티아는 “(멜라니아 여사는) 전직 모델로서 대중의 눈에 노출되는 것을 낯설어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녀와 그녀의 팀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옷의 힘을 잘 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성의 한 명으로서 그런 메시지가 적힌 재킷을 선택한 것은 고통받는 아동들의 면전에서 둔감함과 냉담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논란과 관련 트윗을 올려 “가짜 뉴스 미디어에게 하는 말“이라면서 “멜라니아는 그들이 얼마나 부정직한지 배웠고 진실로 더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자치광장] 서울은 학교다/김영철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

    [자치광장] 서울은 학교다/김영철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

    ‘서울은 학교다.’이 발칙한 구호는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이 펼치고 있는 캠페인 이름이다. 서울시민 모두가 스승이자 학생이 되고, 서울의 모든 공간과 시설이 배움터가 되도록 하자는 뜻이다. 올 초 이 구호를 내걸 때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의지와 꿈을 앞세우는 게 캠페인 슬로건이라지만, 어느 정도 현실성은 감안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구호를 내건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평생교육진흥원이 올해부터 일찍이 볼 수 없던 색다른 학교 세 곳을 동시에 개교하면서 ‘거대한 서울을 위대한 학교’로 만드는 야무진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울자유시민대학’과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이름부터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서울시민이 꼭 갖춰야 할 지성을 기르고 키우는 일종의 시민종합대학이다. 종로구에 본부 캠퍼스가 들어섰고, 다섯 개 지역에 권역별 학습장이 가동되고 있다. 인문·교양과 사회·경제, 문화·예술, 서울학과 생활환경, 미래학, 민주시민 등 7개 분야에 432개 고품격 강좌들이 명강사들을 앞세워 시민을 기다린다. 서울에 위치한 28개 대학과 연계해 대학별 특화 강좌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종합대학’으로도 손색이 없는 셈이다. 수강생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교육과정 이수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총장인 서울시장 이름의 명예 석·박사 학위를 준다. 2022년까지 모두 3000여명에게 학위를 수여할 계획인데, 이렇게 배출된 ‘석·박사 시민’은 글로벌 도시 서울의 시민력을 드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모두의학교는 성별과 나이 등을 떠나 모든 사람이, 자신이 배우고 싶고 학습하고 싶은 내용을,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신개념의 평생학습 배움터다. 금천구에 있는 중학교 건물을 주민 의견을 100% 반영해 아주 색다른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뒤 지난해 가을 개관했다. 올해 3월부터 ‘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동네배움터는 말 그대로, 동네 근처 다양한 시설과 공간을 학습장으로 꾸며 주민들이 더 편하고, 더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서울 15개 자치구에 53개 동네배움터가 ‘배움플래너’의 꼼꼼하고 친절한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센터부터 마을회관, 카페, 갤러리, 소극장, 공방 등 갖가지 공간에서 지역 밀착형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세 학교는 때론 포개지고, 때론 각자 활동하면서, 서울을 위대한 학교로 거듭나게 하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이들 세 학교가 문을 열고 있는 지금, 서울은 이미 학교다.
  • 욕설과 랩 버무려진 청춘영화…이 구수한 ‘스웨그’는 뭐지?

    욕설과 랩 버무려진 청춘영화…이 구수한 ‘스웨그’는 뭐지?

    “청춘과 아재는 상호보완적 관계” 무명 래퍼役 박정민 자작랩 ‘눈길’세련된 연출과 기막힌 반전을 위해 내달리는 요즘 영화들 틈바구니에서 이준익(59) 감독의 ‘변산’은 정반대의 길로 간다. 결핍만 물려준 고향, 상처만 남겨 준 아버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 등 영화는 익숙하면서도 촌스러운 플롯으로 엮였다.그런데 이상하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일 것만 같은데 장면장면마다 드는 건 기시감이 아니라 신선함이다. 차진 욕설과 비속어가 대사의 대부분인데 마음은 온기로 데워지고, 구질구질한 설명 대신 상황을 절묘하게 보여 주는 랩은 극에 활력을 더한다. 이 신선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21일 만난 이준익 감독은 ‘인물들의 태도’에 있다고 연출 비책(?)을 설명했다.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는 방식에는 고향과 부모, 성장하면서 겪었던 관계들이 있죠. 그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두 가지 태도를 가져요. 위선과 위악이죠. 서양의 에티켓이 발달한 요즘 사회는 친절함을 강요받으면서 위선적인 태도가 더 발달해 있어요. 그런데 ‘변산’의 인물들은 앞에서는 못되게 위악적으로 구는데 뒤에선 그 사람이 어려울 때 최선을 다해 돕죠. 그런 촌스러움 속에 구수하고 그윽한 한국 사람의 정서가 녹아 있고, 욕은 너와 나의 관계를 농도 짙게 만드는 표현으로 나오죠. 겉으론 위악적이지만 안에는 선(善)이 있는 인물들의 태도 때문에 신선함이 느껴졌을 거예요.” ‘변산’은 발레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고단한 인생을 살며 래퍼의 꿈을 키우는 학수(박정민)가 주인공이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에 6년째 도전 중인 그는 여섯 번째 예선 탈락이라는 최악의 순간,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향한다. 부끄럽고 아픈 기억만 있는 고향에서 만난 가족, 친구들은 학수가 줄곧 피해 왔던 곪은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최근 ‘동주’(2015), ‘박열’(2017) 등으로 일제강점기에 빛났던 청춘을 그렸던 이 감독은 오랜만에 현대물로 돌아와 유쾌한 입담을 펼친다. 그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변두리 인생을 향한 따스한 애정과 살가운 유머가 도드라지는 이번 작품은 랩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스웨그 넘치는 코미디’가 됐다. “그간의 시대물로는 비극을 다뤘죠. 비극이 주는 교훈이 있기 때문에요. 이번 영화에서 제가 말하는 청춘은 희망이에요. 특히 청춘의 아픔과 슬픔, 미래는 아버지 세대와 밀접한 관계 속에 전개되는데 이처럼 ‘청춘’과 ‘아재’는 상호보완 관계지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죠.” 이번 작품에선 충무로의 기대주 박정민과 김고은의 호연이 특히 돋보인다. 박정민은 실제로 영화 속 랩 가사를 1년 동안 한두 곡 빼고 모두 직접 썼다. 문학적이면서도 재치 넘치는 가사는 물론이고 랩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전작 ‘동주’에서 박정민의 인간으로서의 매력, 배우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구현해 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다음 내 영화의 원톱 주인공은 반드시 박정민이야’ 하고 이미 ‘변산’ 하기 전부터 작심하고 있었죠(웃음).” 이 감독의 작품에는 남자 캐릭터가 대부분 지질하고 모자란 반면 여성 캐릭터(김고은이 맡은 선미 역)는 성숙하고 균형감을 갖춘 인물로 그려진다. 의도한 걸까. “이건 무의식의 문제일 거예요. 내가 아는 남자들이 다 지질한 건 사실이거든요(웃음). 우리 아버지나 그 언저리 세대들이 패거리 문화로 사회성 키워나갈 때 지질함의 극단을 달려 지금의 아재가 된 거거든요. 반면 여성성은 모성이 있어 세상이나 남성을 보는 시선에 늘 성숙함이 있죠.” 인터뷰 내내 이 감독은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버닝’의 이창동 감독과 비교해 “나는 통속적이고 이창동 감독은 세상의 편재를 바라보는 섬뜩한 지점을 드러내는 예술가”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낮췄다. 하지만 억눌린 청춘의 상처와 발버둥을 유쾌하고 살갑게 품어 주는 작품으로 왜 스스로가 탁월한 이야기꾼인지 보여 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노후건물 도시재생… 주민 뜻대로 동대문 개발지도 완성”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노후건물 도시재생… 주민 뜻대로 동대문 개발지도 완성”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당선자는 20일 당선 일성으로 ‘지역현안 해결’을 강조했다. 유 당선자는 “민선 7기 근무 첫날인 오는 7월 2일 취임식 대신 주민, 직원, 전문가들과 함께 지역 현안 문제를 이야기하는 토론회를 하겠다”면서 “주민들이 답답해하고 안타까워하는 문제에 집중해 최대한 빨리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유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6만 7547표 차로 따돌리면서 민선 5~6기에 이어 3선 임기를 이어 간다. 지난 민선 2기 경력까지 더하면 총 4선 구청장으로 서울 25명의 구청장 중 최다선이다. 다음은 일문일답.→당선 소감은. -여러 번(민선 2·5·6·7기) 선택받은 데다 동대문구 내 역대 최다 득표(11만 2735표)를 한 만큼 주민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 잘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저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와 애정을 주셨는데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과 비난이 더 커지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 친절, 청렴, 안전은 기본이고, 신뢰와 성실함을 바탕으로 주민과 더 잘 소통해서 살기 좋은 동대문구를 만드는 데 성심을 다하겠다. 동시에 (구청장) 선·후배 간에 소통하고 서울시장과도 협의하면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24개가 민주당인데. -득표 결과를 보면 전에 민주당이나 저를 지지하지 않으셨던 분들까지 표를 몰아주셨다. 그만큼 우리가 제대로 하는지 더 예의주시할 것이다. 무엇보다 구청장은 특정 당이 아닌 주민을 보고 일한다. 저는 당에서도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비유하자면 당은 저의 친정이고 동대문구로 시집온 셈이다. 친정이 중요하지만 친정 문화를 시댁에 모조리 적용하려 하면 곤란해지는 것처럼 시대와 환경에 맞게 오로지 주민만 보고 주민을 위해 구정으로 승부하겠다. →지역 현안이 많다고 했는데. -그렇다. 청량리 역세권 랜드마크 조성 추진(청량리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이문동 흥명공업사 부지 주차장 및 복합시설 건립, 장안동 화물터미널부지 주민편의 중심 개발, 청량리종합시장 일대 및 답십리·장안동 부품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사업 추진, 전농7구역 학교·문화부지 활용, 삼천리 연탄공장 조기 이전 등 현안이 많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좀더 과감하게 해결하겠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장기간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는 전농동 학교·문화부지 문제이다 구민들은 이 부지에 대해 학교 유치와 종합문화예술회관 건립을 바란다. 전농7구역 부지는 학교부지와 문화부지로 지정돼 있어 두 부지를 연계 개발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 최근 학교법인 경희학원에서 학교부지와 문화부지에 경희중·고교 이전, 주거·의료·문화 시설을 건립하겠다는 제안을 우리 구에 제출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며 경희학원의 제안과 문화부지 내 종합문화예술회관 건립 방안을 함께 검토해 사업이 연속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다른 개발 사업들도 많은데. -서울시가 최근 주택을 전수조사한 결과 노후건물이 가장 많은 곳이 동대문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옛 구도심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도시인 만큼 제반 시설이 낡아 도시재생이 절실하다. 동대문구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하드웨어를 보강하고 개발해야 한다. 당장 청량리 4구역 재개발은 동대문구를 새롭게 만들어 줄 사업이다. 연내 착공 예정인 청량리 4구역 사업으로 2021년까지 청량리 일대와 인근 동부청과시장 부지까지 합쳐 주상복합, 백화점, 호텔, 오피스텔 등이 입주하는 50~60층짜리 건물 9개 동이 들어선다. 이외에도 이문동 흥명공업사 부지 개발, 청량리 종합시장 및 장안평 자동차부품상가 재생사업 추진, 이문·휘경과 답십리·전농 뉴타운을 비롯해 동대문 곳곳에서 진행 중인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주민들이 원하는 동대문 개발지도를 완성하겠다. →선거하면서 느낀 점은. -서울 25개 자치구청장 중 가장 먼저 구청장 예비후보등록을 한 후 선거전에 돌입했다. 선거 기간 중 지역 어르신들께서 “우리 구청장 왔어”라며 반겨 주셨을 때의 기쁨은 잊을 수가 없다. 물론 경선 때 상대 후보 쪽의 네거티브가 심해 힘들었지만 경선 이후 모든 게 잘 마무리됐다. 유종의 미를 거뒀다. 문제는 민생이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께서 많이 힘들다고들 말씀하신다.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무엇이든 도울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 좌절한 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한다. →임기 시작과 함께 구청 인사가 있는데 원칙은. -능력 본위 인사를 하면서 탕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장급 주요 보직에 있어 영호남, 중부권 등 지역 안배를 염두에 두고 해 왔다. 과장, 팀장급도 마찬가지다. 4선을 하면서 한 번도 부구청장이 저와 같은 고향(호남)인 적이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 임기인데. -구청장 임기는 2022년 6월로 끝나고 같은 해 5월에 대선이 있다. 민주당과 이 당의 지자체장이 계속 선택받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 구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동대문구를 크게 키워 달라는 명을 받들어 몸으로 실천하고 발로 뛰는 구청장이 되겠다. →민선 7기 초선 구청장 13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지자체장은 여러 권한을 가지고 있다. 권력 남용을 절대 경계해야 한다. 항상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기본을 잊어선 안 된다. 또 취임 직후 특정 직원이 전임 구청장 사람이라는 이유로 인사를 내는 등 조직을 뒤흔드는 일도 삼가야 한다. 일정 기간 지켜본 뒤에 인사를 해라. 성격에 따라 과잉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성실하게 일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러시아의 외침-우뜨라 라시야] 신태용호 여정서 느끼는 러시아제국의 저력·숨결

    [러시아의 외침-우뜨라 라시야] 신태용호 여정서 느끼는 러시아제국의 저력·숨결

    축구대표팀이 스웨덴에 분패한 현장은 과거 러시아제국의 ‘주머니’로 불렸던 니즈니노브고로드였다. 13세기에 박람회가 열릴 정도로 일찍이 우랄과 페르시아를 잇는 활발한 교역의 중심지였다. 볼가강과 오카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던 옛 경기장을 폭파하고 새로 스타디움을 지으며 이웃 주에서까지 근로자들을 징발해 값싼 임금으로 착취했다고 말들이 많았다. 옛사람들이 교역의 터전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던 크렘린(성채) 위에 동상 하나가 두 강이 유유히 합류하는 것을 고즈넉이 굽어보고 있다. 대문호 막심 고리키다. 숱한 저작들로 러시아의 양심을 깨운 그가 강의 역사, 교역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주시하고 있다.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의 무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대표팀은 23일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로스토프나도누로 21일 다시 떠난다. 1980년대 많은 이들의 눈을 밝혔던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의 무대다. 신태용호의 발걸음이 몽골의 유럽 침공 루트였으며 중국의 종이 제조술이 전해진 경로였던 고리키의 고향에서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향을 거쳐 27일 독일전이 열리는 타타르족의 터전인 카잔까지 이어지는 것은 우연치곤 흥미롭다. 러시아제국의 저력과 숨결, 웅혼함이 느껴지는 여정이다. 지난 12일 대표팀이 러시아에 입성한 뒤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기자를 매번 놀라게 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면 자동차가 먼저 멈춰 선다. 운전자들은 거의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버스에 오른 이방인에게 서로 길 안내를 하겠다며 승객들과 차장이 입씨름을 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의 기자단의 숙소에 도착한 것은 지난 16일 밤 10시 30분이었다. 지친 몸으로 샤워를 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여성 콘시어지가 커피와 호박케이크, 초콜릿 등을 담은 쟁반을 내밀며 미소 지었다. 19일 이른 새벽 공항으로 떠나는 일행에게 호박케이크, 샌드위치, 과일 등이 담긴 봉지를 건넸다. 그 도시의 어느 레스토랑 매니저는 생각이 안 나는 영어 단어를 떠올리느라 연신 몸을 흔들어 대면서 우리 일행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진땀을 흘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크렘린, KGB, 체첸이나 크림반도 진압과 같은 근육질 이미지의 정부, 체제와 길거리에서 만난 장삼이사 러시아인들은 많이 달랐다. 근엄한 얼굴로 안 된다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슬쩍 알려 주는 친절을 경험한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월드컵이 러 이미지 바꾸고 있어 당연한 얘기지만 일주일여 러시아의 서부를 조금 돌아보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그릇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도 러시아 어디에선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폭압적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가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 러시아월드컵이 다른 어느 곳보다 러시아를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다. bsnim@seoul.co.kr
  •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조직운영·행정 혁신… 5대목표 사람중심 명품종로 완성할 것”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조직운영·행정 혁신… 5대목표 사람중심 명품종로 완성할 것”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 당선자는 3선 당선 일성으로 ‘조용한 혁신’을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지난 14일 종로 선거 캠프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번 임기에는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을 잘 마무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 및 행정 시스템에 대한 일대 혁신을 통해 ‘사람중심·명품종로’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당선 포부로 ‘조용한 혁신’을 말씀하셨는데. -이번에 당선시켜 주신 것은 더 잘하라는 주민의 뜻으로 받들겠다. 많은 표차가 있는 만큼 책임감이 더 무겁다. 지난 민선 5~6기 동안 제도적인 부분에 순응하면서 그 범위 안에서 개선하는 데에만 노력해 왔는데 한계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상태에서는 (공무원들이) 시키는 일은 잘하는데 그 이상의 ‘플러스’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조직운영 및 행정시스템에 대한 일대 혁신을 할 계획이다. 우선 조직을 좀 바꿀 계획이다. 부서 조정이 필요하다. 시민의 감시가 많을수록 공직자들은 싫어할 수 있지만 업무 방법이 더 달라질 것으로 보고 제도 변화도 함께 추진하겠다. 옴부즈맨 제도 등 시민 참여 공간을 확대하겠다. 민선 5~6기 성과와 이 같은 혁신을 바탕으로 종로를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도시, 구정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도시로 만들어 가겠다. ●경로당 등 다중시설 실내공기 개선 계속 →선거를 하면서 느낀 점은. -민선 5~6기 구청장을 하면서 현장에 많이 다녔는데 이번에 선거해 보니 앞으로 더 많이 다니면서 더 많이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민들께서 저에게 주셨던 뜨거운 응원과 지지, 그리고 더 잘하라는 지적과 구민의 바람을 가슴에 담아 모두가 행복한 종로를 만드는 데 소중한 자산으로 삼도록 하겠다. →향후 4년간 종로 발전 구상은. -민선 5~6기 동안에는 종로가 역사도시라는 점에 착안해 전통문화와 현대문화 그리고 역사 흔적 등을 살려 서촌과 같은 매력 있는 곳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매력 있는 곳이라도 깨끗하고 건강해야 사람들이 찾아오는 만큼 민선 7기에는 건강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더욱 속도를 내겠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청렴도시, 안전도시, 건강도시, 이웃과 더불어 사는 도시, 역사·문화로 잘사는 스마트도시를 5대 목표로 종로를 발전시키겠다. 공직자의 최우선 과제는 ‘청렴하고 친절한 행정서비스를 어떻게 구민에게 제공하느냐’인 만큼 청렴성을 기본으로 삼아 안전도시 구축 사업도 이어 가겠다. 폐쇄회로(CC)TV를 많이 구축해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내진설계를 의무화해 튼튼한 건축물이 들어서도록 건물주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더욱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겠다. 보행에 장애가 되는 시설물과 무분별하게 설치된 안내판, 지주 등을 정리하는 ‘도시 비우기’ 사업도 박차를 가하겠다. 무엇보다 종로는 도심지로 자동차 매연과 미세먼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숨 쉬기 좋은 종로를 모토로 정하고 건강도시 만들기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 →종로는 차가 많은 도심이어서 건강분야가 취약할 것 같은데.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프로야구 경기가 전격 취소된 지난 4월 6일 지역별 미세먼지 지표를 보면 서울 자치구 대부분이 나쁨(80~150㎍/m³) 구간인 것으로 나타난 반면 도심에 있는 종로구는 보통(30~80㎍/m³) 구간인 것으로 측정됐다. 매일 아침 대로변을 물청소하고 분진흡입차량으로 도로 먼지를 줄여 온 결과이다. 경로당, 어린이집, 소극장, 헬스장 등 구민이 이용하지만 대기 관련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자동차 배기가스,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 등을 집중 관리해 맑은 공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숨 쉬기 편한 도시가 되려면 많은 녹지와 자연생태계 보호가 필요하다. 종로는 북한산, 인왕산, 도심의 근린공원 등 풍부한 녹지대를 확보하고 있는데 여기에 도시농업을 활성화해 종로를 친환경 녹색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나대지, 건물 옥상 등을 청소해 그 자리에 텃밭을 조성하고, 자투리 부지에 도시텃밭을 만들어 도심경관 개선과 미세먼지 없는 쾌적한 종로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건물주·세입자 상생하게 가교역할 할 것 →현안 중 시급한 문제와 개선책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을 뜻하는 투어와 젠트리피케이션 합성어)이라고 불리는 과잉관광 문제가 있다. 사람이 많이 찾는 도시가 되고 보니 실제 거주자들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생활불편을 겪기도 한다. 주민·관광객·상인과의 협의를 통해 관광객의 수를 제한하거나 시간 조정, 관광지 주민을 위한 인센티브, 일자리창출 등 정주 보호 대책을 만들겠다. 또 젠트리피케이션(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원주민 내몰림 현상) 문제도 해소할 과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재나 건물주와의 협약 등의 방안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와 세입자가 갑을의 관계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가 돼야 한다. 건물주와 세입자가 신뢰를 회복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가교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겠다. →어떤 구청장이 되고 싶은지. -제가 그리는 종로는 전통을 잘 보존하면서, 지역특성에 맞는 개발을 하는 안전하고 현대화된 도시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지속발전 가능한 도시이다. 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를 걸어갈 때 어떤 위험이나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안전한 도시, 지금의 종로구민들과 그 후손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한 도시, 북한산의 새들이 종로 도심에서 지저귀는 생태도시가 임기 동안 제가 실현하고자 하는 종로의 모습이다.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 이웃의 삶을 살피며, 주민이 원하는 종로의 변화를 위해 ‘작은 것부터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중심 명품도시 종로’를 완성하겠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서울광장] ‘알바 낭인’, 어느 집 귀한 새끼들/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알바 낭인’, 어느 집 귀한 새끼들/황수정 논설위원

    이야기가 좀 길다. 지인의 아들은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작년 겨울 알바를 시작했다. 숯불에 고기를 얹어 잘라 주는 일이었다. 등록금에 얼마라도 보태겠다기에 기특했던 엄마 마음은 잠시. 숯불 냄새에 온몸이 장아찌가 돼 들어오는 아들을 보며 날마다 짠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올 초. 밤 11시가 넘어 들어온 아들은 손도 씻지 않고 밥부터 찾았다. 심야 밥상을 차리며 엄마는 설마 했다. 고깃집 알바가 밥을 못 얻어먹었을 리가.고깃집 알바는 밥을 얻어먹지 못했다. 손님이 미어터져 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최저임금이 뛰어오르자 사장님은 달라졌다. 밥때가 되면 선걸음에 밥 한술은 뜨게 내놓던 김치찌개 냄비마저 치워 버렸다. 알바생 둘은 정리됐고, 겨우 살아남은 둘은 사장님의 밥을 더는 먹지 못했다. “배가 고파 손님이 남긴 삼겹살을 몰래 집어 먹었다”고 아들이 한마디 던진 밤. 엄마는 눈물이 핑 돌고, 꼭지가 팽 돌았다. “천하에 야박한 인간, 망해 버려라!” 엄마의 저주가 통했던 걸까. 고깃집은 지난달 문을 닫았다. 그런데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인 것인지, 그 반대인지. 온 가족 일손이 동원되던 고깃집은 과연 최저임금이 갑자기 올라서 폐점하고 말았는지. 이야말로 을(乙)들의 전쟁이다. 을들은 최저임금 논쟁을 고상하게 입으로 주고받을 겨를이 없다. 자영업자와 알바 사이의 생존 샅바싸움은 신속하고 비정하다. 이웃집 아버지와 이웃집 아들딸의 밥벌이 줄다리기. 민망해서 오래 뜯어볼 일이 못 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생계형 알바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앞으로는 상여금, 식비, 교통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이 너무 많았다는 비판에다, 내후년까지는 1만원으로 올려 주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있으니, 이번에는 사용자들 쪽에 유리하도록 계산법을 손봐 준 셈이다. 알바들에게 상여금이야 어차피 딴 나라 이야기. 사업주들은 식대를 따로 못 주면 끼니라도 신경썼지만, 이마저 합법적으로 생략될 게 빤하다. 끼니를 건너뛰는 조건으로 시급을 더 얹어 받는 ‘꿀알바’가 부쩍 늘 수는 있다. 청년 일자리를 걱정하는 정책의 이론적 선의는 현실에서 굴절되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5%로 역대 최대치였다. 지방직 공무원시험을 그때 치러 청년 응시자들이 대거 실업자로 분류된 탓이라고 정부는 또 친절하게 해설했다. 번번이 한 발을 빼는 이런 태도가 지금 가장 답답한 문제다. 청년 일자리의 씨가 마른 것은 변명의 여지 없게 모두 피부로 통감하는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청와대의 해명 한마디가 말꼬리 태풍을 불렀다. 맥락이 같은 문제다. 현실을 교감하지 못하면 정책의 선의는 외면당한다. 청와대 참모들과 경제 관료들은 구름방석에서 내려와 봐야 한다. 몫을 더 챙겨 주겠다는데, 그 현장에서 되레 비명이 터진다.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직관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부터 자정 넘어 야행(夜行) 하루만 나와 보시라. 우리 동네 24시간 편의점은 인건비가 무서워 새벽 1시면 문을 닫는다. 다른 편의점에서는 여학생 알바가 혼자 낑낑대며 셔터를 내린다. 알바 정글의 생태계 근황은 어디까지들 아시는가. 주 52시간 근무로 투잡을 뛰려는 직장인이 가세해 알바계 진입은 취업만큼 힘들어졌다. 인맥으로 물려받지 않고서 이력서로는 어림없다. 고교생 알바들은 방학 때 대학생 알바들이 스펙 쌓기 여행이라도 떠나주기를 목을 빼고 기다린다. 일자리가 귀해지니 근무지는 자꾸 더 멀어진다. 교외에 일자리를 얻은 알바생들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버스가 일찍 끊기면 새벽에 쪽잠은 어디서 자야 하나. “이혼한 부부가 망하면 알바 천국으로.” 무개념 정치인의 망언 ‘이부망천’을 알바생들은 그새 이렇게 바꿔서 자조한다. 알바 낭인들이 제 발목을 자꾸 얼음장 냉소에 담그고 있다. 모두 어느 집의 금쪽같은 새끼들이다. sjh@seoul.co.kr
  • “불편 넘어 치욕감”… ‘불친절한’ 투표소

    “불편 넘어 치욕감”… ‘불친절한’ 투표소

    유권자 축제로 끝난 지방선거에서 장애인 유권자들은 불편을 넘어 ‘치욕’과 ‘모멸’을 경험해야 했다.서울 강남구에 사는 1급 시각장애인 A씨는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 13일 투표장에서 길을 잃었다. 임시로 마련된 투표소 점자유도블록이 A씨를 건물 밖으로 인도해 버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건물에 진입했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A씨는 결국 “여기 누가 와서 좀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쳐야 했다. 그제서야 투표 관리원이 달려왔다. 관리원은 A씨를 기표소로 안내했지만, 보폭을 맞추는 배려까지는 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가 됐다. A씨는 “수군대는 소리가 다 들렸다”면서 “아주 치욕스러운 투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에 사는 B씨는 지적장애 2급 아들과 기표소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해 투표소 관계자들과 한참 승강이를 벌였다. 공직선거법 157조 6항에 ‘시각 또는 신체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선거관리원이 이를 모르고 있었다. 관리원은 두 부자를 멀뚱멀뚱 세워 놓고 중앙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빨리 투표하고 나가려던 다른 시민들은 시간이 지체되자 짜증 섞인 수군거림과 따가운 눈총을 쏟아냈다. B씨는 “나도 모멸감을 느낄 정도였는데, 아들은 어떻겠느냐”면서 “관리원이 해당 법 조항을 몰랐다는 것은 선거 준비에서 장애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 준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2층 이상 236곳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14일 사전투표·본투표 기간에 장애인 유권자 투표 경험을 수집한 결과 전국에서 이런 제보가 100여건이나 쏟아졌다. 아예 투표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본투표장 1만 4134곳 중 236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 이상에 위치했다. 한 장애인 유권자는 “휠체어로 3층에 올라갈 방법이 없어 동행인이 낑낑대며 나를 끌고 올라가야 했다”고 전했다. 또 점자기표용지에는 정당이 없는 교육감을 제외하고 모든 후보자의 기호만 점자로 표기돼 있어 많은 시각장애인이 불편을 겪었다. 장애인이 후보의 기호를 달달 외워 오지 않는 한 제대로 투표를 할 수 없는 셈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모든 투표소에 장애인을 위한 투표 시설을 마련하고 기표 용구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긴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 투표 위한 선거법 개정을”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 유권자에게 선거를 위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게 돼 있지만 정작 공직선거법에는 점자공보물 제공만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법적 강제 조항이 없다 보니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신태용·트럼프, 그리고 2달러 지폐/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신태용·트럼프, 그리고 2달러 지폐/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섣부른 예단이겠지만 스물한 번째 치러지는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회는 적어도 한국 팬들에게는 가장 외면받는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틀 전 북ㆍ미 정상회담에다 하루 뒤 동시지방선거까지, 나라 안팎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밀려났기 때문이다.월드컵이 이처럼 큰 사건과 같은 시기에 맞닥뜨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일부러 날짜를 맞춘 것도 아닌 바에야 하필 이 날짜에 대회를 열기로 한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러시아월드컵조직위원회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구 온 전체를 들썩거리게 한 북ㆍ미 정상회담 날짜를 12일로 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이를 수락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뭐라 할 수도 없다. 사실 사정은 다르지만 영국 공영 BBC도 처지가 비슷했다. 러시아월드컵 결승과 테니스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이 7월 16일(한국시간)로 같은 시간대에 열리기 때문이다. BBC는 거액을 지불하고 두 대회 방송 중계권을 샀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BBC·NHK 등이 월드컵 결승전 시간을 변경해 달라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요구했다”고 전하면서 “잉글랜드가 월드컵 결승에 가고, 영국 테니스 간판 앤디 머리가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에 진출할 경우 이는 ‘국가적 위기’가 될 것’이라고까지 보도했다. 축구와 테니스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영국다운 고민인 것이다. 어쨌거나 역대 10번째로 본선 출전국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축구의 러시아월드컵 행로를 걱정하는 이유는 그러나 또 있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경기력이다.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을 벼르는 대표팀이라지만 우리 축구 팬들은 영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아직도 2002년 ‘월드컵 4강’에 마취돼 깨어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이후 15년 넘도록 TV를 통해 유럽 빅리그를 간접 경험하면서 ‘내공’을 쌓은 이들의 눈높이를 선수들이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것일까. 대표팀은 줄곧 부상에 발목을 잡히면서 ‘베스트 11’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열흘 동안의 오스트리아 사전 캠프에서 얻은 평가전 전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걱정이 우려로 탈바꿈하면서 러시아월드컵은 마침내 막을 올렸다.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기만 하다. 미국 야후스포츠가 내놓은 한국의 파워랭킹은 31위. 더 낮은 나라는 처녀 출전국인 파나마뿐이다. 영국 일간 ‘미러’는 “한국이 최하위를 벗어난다면 그게 이변으로 불릴 만하다”고 했고, 미국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월드컵 우승 확률을 0.1% 미만이라고 전망했다. 이 와중에 국내의 한 시중은행은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에게 기를 살려 준다며 ‘행운의 2달러’ 지폐 200장을 선물했다.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같은 영화에 출연한 프랭크 시내트라로부터 2달러짜리 지폐를 받은 뒤 모나코의 왕비가 됐다는 친절한 배경 설명과 함께 ‘32강+168강(16+8)=200’이라는 알쏭달쏭한 등식까지 덧붙였다. 평상시라면 웃어넘기겠지만 입맛은 영 개운치 않다. 2달러짜리 기념 화폐 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늦었어”라며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cbk91065@seoul.co.kr
  • [한반도 평화 여정 첫 관문 넘은 남북미 정상] 트럼프, ‘평화주의자’ 의외 면모

    [한반도 평화 여정 첫 관문 넘은 남북미 정상] 트럼프, ‘평화주의자’ 의외 면모

    냉전 시기 쿠바 핵 위기 극복한 ‘케네디 외교’ 적용 막말과 호전적 정책으로 국내외에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받아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태도는 완전히 딴판이었다.태도는 진중하고 절제돼 있었고 상대방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한껏 친절했다. 세계 초강대국 정상으로서 나이도 한참 많았지만 김 위원장을 예우했다. 성정이 불안해서 튀는 행동을 하거나 기행을 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특히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보여 준 평화주의자로서의 면모는 가장 극적인 반전이라 할 만하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북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그가 왜 변했는가’를 가장 궁금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라는 호전적 수사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면서 “미국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능력 발전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런 수사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제재를 가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참혹성을 강조하며 북한과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북한이 약속을 깼을 때 어떤 보복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위협적인 언사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 “서울에 굉장히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DMZ 바로 옆에 있다. 만약에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한다면 수백만, 수천만명이 희생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언젠가는 그리고 꼭 전쟁이 끝날 것”이라면서 “과거가 미래를 정의할 필요는 없다. 어제의 갈등이 내일의 전쟁이 되리란 법은 없다”면서 한반도 종전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마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발언처럼 들릴 정도였다. 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적이고 대범한 정책도 돋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유 세계의 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이 독재 정권의 세습 지도자인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오히려 그의 정통성만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가 국내외에서 높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라면서 “내가 이 연단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같이 서서 300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가 이익이나 세계 평화를 위해서면 악마와도 대화를 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화해·협력 정책을 적극 추진했던 모습과 겹치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한이 절실히 바랐지만 감히 내주기 싫었던 것처럼 여겨졌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접근했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할 뜻을 밝혔던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사실 더이상 ‘전쟁광’이 아니었음이 확실히 드러났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 시기 소련과 대화에 나서 쿠바 핵미사일 위기를 극복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따르는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맙시다. 하지만 협상하기를 두려워하지도 맙시다’라고 말하며 얼어붙은 국가 관계를 녹이는 대담한 외교에 대해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케네디의 명구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김정은 담임교사 “유머 감각 뛰어난, 옆집 소년 같았던 학생”

    김정은 담임교사 “유머 감각 뛰어난, 옆집 소년 같았던 학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담임교사가 “그는 옆집 소년 같았으며 유머 감각이 뛰어났다”고 기억했다. 1998년 김정은 위원장의 스위스 베른 유학 시절 담임교사였던 미헬 리젠은 11일(현지시간)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14살이었던 김정은 위원장을 “농담을 좋아하는 학생”으로 회고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담임교사를 맡아 체육과, 독일어, 그리고 수학을 가르쳤던 리젠은 “돌이켜 보면 친절하고 예의 바른 아시아 소년이 떠오른다”면서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고 학교까지 걸어다니던 김정은 위원장은 흔히 볼 수 있는 “옆집 소년 같았다”고 표현했다. 리젠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유머 감각을 인상 깊게 여겨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첫 영어 인터뷰 때 “함께 웃었다”면서 “그는 유머 감각이 뛰어났다”고 말했다.또 누가 짓궂게 놀려대도 이를 용인하는 관대함과 아량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번은 농구에 빠져 미국프로농구(NBA) 티셔츠와 값비싼 나이키 운동화를 즐겨 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봐, 너는 이미 선수처럼 보이긴 하는데, 선수처럼 경기하는 건 또 달라. 그냥 선수처럼 보이는 것으로는 부족해”라고 농담을 건넸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짓궂은 말에도 “문제 없어요”라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시 농구장엔 김정은 위원장보다 잘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그는 항상 열정적으로 농구를 즐겼다고 덧붙였다. ‘박운’이라는 가명으로 학교에 다니던 이 소년을 리젠은 단순히 농구에 빠진, 북한 외교관의 자녀인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 같다.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좋은 학생이었으며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 덕분에 서구의 가치를 잘 이해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스위스에서 민주주의는 우리의 일부와 같다”면서 “따라서 그가 민주주의를 분명 접했을 것”이라고 봤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리젠은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하게 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머 감각을 활용해라”라고 조언했다. 한편 리젠은 김정은 위원장이 음악도 즐겨 들었다며 “그가 매우 좋은 MP3 플레이어를 갖고 있었다”고도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영상] 공익제보 악용해 운전자들 돈 뜯어낸 협박범

    [영상] 공익제보 악용해 운전자들 돈 뜯어낸 협박범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들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경찰청 등에서 운영하는 공익 제보 제도를 이용해 운전자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상습공갈 등)로 장모(38)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 반포역 근처 등에서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한 운전자들을 상대로 약 70차례에 걸쳐 모두 150만원가량을 뜯어냈다. 장씨는 불법 유턴이나 신호를 위반한 운전자를 발견하면 호루라기를 불며 다가가 휴대폰 동영상을 촬영하고서 이를 빌미로 운전자에게 소액의 현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4월 초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장씨의 수법에 관한 글을 확인하고서 수사에 착수해 지난 5일 장씨를 체포했다.장씨는 운전자가 돈을 주지 않고 그대로 가버리면, 실제로 경찰청·국민권익위원회·서울시·행정안전부 등에서 운영하는 공익제보 앱에 해당 차량의 위반 행위를 제보했다. 그는 또 담당 공무원이 배정되면 가장 무거운 범칙금을 부과하라며 전화하고, 공무원이 범칙금이 아닌 경고 등 처분을 내리면 해당 공무원이 ‘불친절 공무원’이라며 다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악성 민원’을 반복했다. 장씨가 제기한 민원 건수는 총 3만 2000여건에 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기기 발달로 민원 제출이 간소해지면서 악성 민원인이 증가해 엄청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으며, 제도를 악용해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까지 늘고 있다”면서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돼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북미정상 동서양 화합의 메뉴 공개…소갈비, 오이선, 대구조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북미정상 동서양 화합의 메뉴 공개…소갈비, 오이선, 대구조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전채와 메인은 한식 중심디저트는 ‘미국 맛’ 서양식동서양과 북미 조화 고려한 듯김여정·세라 샌더스도 오찬 참석북미정상의 점심 메뉴가 공개됐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햄버거 오찬은 아니었다. 대신 한식과 양식, 중식 요리가 적절히 어우러진 화합의 오찬 코스가 제공됐다. 백악관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점심 메뉴를 공개했다. 우선 전식으로는 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칵테일 요리와 꿀과 라임 드레싱을 뿌린 그린망고와 신선한 문어회가 제공된다. 특히 고기와 채소 등으로 속을 채운 한국 전통요리 오이선이 전채에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메인 요리는 감자와 삶은 브로콜리를 곁들인 소갈비다. 레드와인(적포도주) 소스도 함께 나온다. 이와 함께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 돼지고기 튀김과 직접 만든 XO칠리소스 볶음밥, 한식인 대구조림이 제공된다. 백악관은 대구조림에 대해 대구를 무와 아시아 채소를 간장에 졸인 음식이라고 친절히 설명했다. 후식 맛은 ‘미국의 맛’으로 구성됐다. 다크초콜릿 타르트 가나슈와 체리를 올린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 트로페즈 타르트가 제공된다. 백악관이 업무 오찬(working lunch)라고 소개한 이날 점심에는 오전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한 참모진 외에 다른 인물들도 참석한다. 북한 쪽에서는 김 위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한광상 당 중앙위원 등이 참석한다. 미국 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세라 샌더스 대변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 매튜 포팅거 아시아 담당 차관보 등이 참석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돈 안 주면 신호 위반 신고”… 70명 돈 뜯고 민원 3만건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공익 제보를 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입건됐다. 돈을 받지 못하면 공익 제보를 했고,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을 경우 담당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민원 규모가 무려 3만 2000건에 달했다. 11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상습 공갈 혐의 등으로 입건된 장모(38)씨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70여명에게 1만∼5만원씩 150만원가량을 뜯어냈다. 그는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을 골라 신호 위반이나 불법 유턴 등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을 저지르는 차량을 발견하면 요란하게 호루라기를 불었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자신을 주목하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는 “돈을 안 주면 공익 제보하겠다”고 협박해 소액의 현금을 받아냈다. 장씨는 돈을 주지 않고 가버린 운전자가 있으면 실제 경찰청·국민권익위원회·서울시·행정안전부 등에서 운영하는 공익 제보 앱에 위반 행위를 제보했다. 자신이 제기한 민원에 담당 공무원이 배정되면 가장 무거운 범칙금을 부과하라며 거듭 전화하고, 해당 공무원이 규정에 따라 범칙금이 아닌 경고 등 처분을 내리면 ‘불친절 공무원’이라며 다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악성 민원’을 반복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제보를 통해 장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제도를 악용해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는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0588@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표석이 불친절하다

    [노주석의 서울살이] 표석이 불친절하다

    서울은 오래된 도시다. ‘정도 600년’이라는 옛 구호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도 더러 계시지만 ‘서울 2000년’설이 정립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로마처럼 2000년 된 판테온 신전의 실물을 보여 줄 수 없는 게 서울의 한계다. 그렇다고 서울의 기원을 무작정 늘린 건 아니다. 삼국사기의 ‘한성백제 기원전 18년 건국’ 기록을 우리 손으로 부인할 까닭은 없지 않은가. 서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대한제국의 멸망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한강의 기적이라는 파란만장한 대사건을 거치면서 성장했다. 조선 초기에 비해 인구는 100배가 늘고, 면적은 30배가 넓어졌다. 경기도를 야금야금 서울로 편입시킨 덕분이다. 예를 들어 서울 도봉구는 일제강점기에는 경기도 양주군과 고양군이었는데 1949년에 서울로 편입됐다. 서울은 지구상에서 가장 압축적으로 성장한 글로벌 도시다. 문화재 약탈·파괴와 역사왜곡,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역사의 향기는 자취를 감췄다. 원주민이 사라지고, 정체성을 상실한 서울은 ‘이방인의 도시’, ‘만인의 타향’이 됐다. 서울은 표석(標石)의 도시다. 사라진 것에 대한 ‘애도의 염’으로 가득 찼다. 불행하게도 300여개의 표석이 남았을 뿐이다. 종로·중구 도심에만 표석의 70% 이상이 몰려 있다. 오래된 도시가 남긴 역사문화의 파편이다. 표석은 특정 시공간을 거쳐 간 인물이나, 발생한 사건의 전말을 묵묵히 말해 준다. 어떤 사람과 사건을 통해 명멸하고 진화했는지 온몸으로 증언한다. 도시의 사연을 전해 주는 표석은 거리 인문학의 보물 창고다. 거리의 인문학 열풍이 뜨겁다. 인문학을 즐기려고 너나없이 거리로 나선다. 서울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서울의 역사성을 느끼려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장소의 역사에 한 번 놀라고, 장소의 끈질긴 관성에 두 번 놀란다. 필자가 표석의 숫자를 300여개라고 애매하게 표기한 것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표석의 명멸과 부침 그리고 진화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표석의 도시, 서울의 표석 현황을 알려 주는 곳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0년에 개발한 문화콘텐츠닷컴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표석은 1985년부터 모두 363개가 설치됐다고 한다. 또 다른 서울시 자료를 보면 335개가 세워졌다고 적혀 있다. 317개에서 363개까지 고무줄처럼 오르내린다. 건립, 철거, 수정되기를 거듭한 탓이다. 다른 한편으론 31조원의 예산을 쓰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그 많은 기관, 그 많은 사이트 중에 표석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곳이 없는 탓이다. 역사도시 타령은 공염불이다. 도시 스토리텔링은 구두선이다. 표석 디자인도 어지럽다. 표석의 종류만 7~8가지쯤 된다. 판석기본형에 판석기둥형, 주사위형, 벽돌기둥형, 책형, 책상형, 벽돌벽부형까지 너무나 다양한다. 진짜 표석인지 분간도 어렵다. 건립 주체를 알 수 없고, 소재도 벽돌과 함석, 유리, 자연석 등 중구난방이다. 다양화도 좋지만, 이 정도면 표석이 아니라 차라리 표지판이나 안내판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표석의 위치가 이리저리 바뀌는 것도 마땅치 않다. 도로가 새로 놓이거나 화단이나 전봇대가 바뀌면 슬그머니 딴 곳에 가 있다. 늘 보도 모퉁이에 없는 듯 숨어 있다. 표석의 권위는 사라지고, 장기판의 졸 신세다. 표석의 문구는 불친절의 극치를 이룬다. 무얼 알려 주려는지 요령부득이다. 친절한 표석이 서울의 표정을 풍부하게 하고, 정체성을 세우는 기본이 된다. 300개가 넘는 표석을 관광자원화해야 비로소 자랑할 만한 역사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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