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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붕새와 참새/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붕새와 참새/육철수 논설위원

    동네 담장을 날아다니는 참새가 구름위만 날아다닌다는 붕새의 뜻을 헤아리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참새들은 그 지엄하고 높은 뜻을 어떻게든 알아보려고 기를 쓰고 짹짹거리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활동의 영역과 정보의 깊이, 그에 따른 판단의 폭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탈권위적인 민주화 세력이 국정을 주도하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이상한 일들이 요즘 잇따라 터졌다. 일련의 사안들은 공교롭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결되는 공통점을 지녔다. 박 대통령에 대한 폄하는 지난해 친일진상규명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 이후 한동안 잠잠하는가 싶었는데, 최근 부쩍 심해졌다는 느낌이다. 한쪽에선 “박정희 지우기”라며 목청을 높이고, 다른 쪽에선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뛴다. 의욕적으로 펼치겠다던 경제살리기는 어느새 들어가고 연초부터 한편에선 또 소모적 논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 연말 박 대통령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키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시발로 지난달엔 한·일협정문서와 문세광 사건이 공개됐다. 때마침 나온 박 대통령의 최후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박 대통령 모욕시비에 휘말렸다. 이어 박 대통령의 친필인 광화문 현판 교체 얘기가 나오더니 산업화시대 기업인들의 활약상을 다룬 방송드라마 ‘영웅시대’에 대한 외압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더 웃기는 것은 오는 3·1절 행사를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유관순기념관에서 치르기로 했다는데, 세종문화회관을 박 대통령 때 지었다는 게 행사장 변경의 이유라나 뭐라나…. ‘영웅시대’ 건은 드라마 작가가 여권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정치권의 차세대 주자들을 다룰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데서 외압설이 불거졌다. 하지만 방송사측은 낮은 시청률 때문에 조기 종영키로 했다고 둘러댄다. 급기야 총리까지 나서 “정부와는 관계없고 요즘 정부는 그럴 힘도 없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논란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런 일련의 일에 대해 응답자의 60%가 ‘박정희 지우기’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우연치고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붕새가 하는 일이 참새에게 쉽사리 간파당할 정도라면 그건 이미 붕새의 뜻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동시다발적으로, 공개적으로 일을 저지른다면 보통 심장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순진한 사람의 생각이다. 집권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섣불리 동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런 사안들은 과거 통치자의 일이기도 하지만, 국정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야당대표의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다. 그래서 쓸데없는 정쟁거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사실이라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소문이 진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사소한 일에 대해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예술을 예술로 보지 못하고 정부의 시책은 가끔 의심스러운 꼬리를 달고 다녀 믿음을 얻지 못하는 점이 안쓰럽다. 편가르기를 해도 상대를 존중하면서 좀 점잖고 품위있게 해야 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얕은 꾀와 막말, 상대방 약올리기, 어린아이 장난하듯 행동해서 얻는 게 무엇인가. 이렇게 가볍게 가다가는 깊은 마음의 상처 외엔 남길 게 없다. 워낙 의심 많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세태 탓이겠으나 잔물결 몇굽이 친다고 큰 강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 붕새그룹이라면 그 격에 맞게 처신해야 대접받을 것이며, 참새들에겐 그들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시시콜콜 시비걸면 배겨낼 붕새는 없다. 나랏일을 맡겼으니 믿고 지켜보자. 어차피 5년간 국정의 책임은 상당부분 집권측이 져야 하니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김홍신의 세상보기] 실패는 ‘성공예방주사’

    [김홍신의 세상보기] 실패는 ‘성공예방주사’

    한국의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당장에 불경기와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불신의 반사작용일 것이다. 더구나 위기를 진단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걸 체감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위기는 저절로 극복되지 않는다. 최소한 위기를 자초한 원인을 규명한 뒤에 가능한 것이다. 말하자면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민생이 힘겨워도 변명거리부터 찾고 정책실패를 따지고 들면 남 탓을 먼저 하며 사회적 갈등도 핑계거리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둘러대곤 한다. 한국인들의 자존심 속에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기질이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자서전이 감동적인 까닭은 바로 실패에 대한 솔직한 고백 때문이다. 실패해보지 않는 인생이 있을까?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현수교가 완공 4개월 만인 1940년에 붕괴되었다. 초속 19노트의 산들바람에 다리 기둥 상판을 지지하는 버팀판이 움직이고 이 작은 움직임이 새로운 진동을 동반하는 공진 현상이 생겨 그 흔들림이 커지면서 붕괴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붕괴장면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기록한 덕에 바람의 진동메커니즘이 규명됐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 다리를 사적으로 지정하여 실패의 교훈으로 삼았고 그 후에 다리공사에 관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배운다고 한다. 실패가 쌓이면 실력이 된다는 건 자명한 이치이다. 성공한 나라와 성공한 기업의 특징은 실패를 경험으로 성공한다는 점이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은 전쟁 패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실패보고서를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부흥을 모색하여 통일을 앞당겼다고 한다. 패전국인 일본 역시 선진국 대열로 뛰어오를 때 일본의 지식인들과 정부는 실패학을 연구하여 각양각색의 실패보고서를 만들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99번의 실패를 통해 100번째에 발명을 했다면 그 99번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공개함으로 다음 세대는 적어도 50번쯤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에 대한 예방주사이자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교과서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은 과연 어느 수준인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목전에 둔 채 강대국들의 목 죄기에 시달리고 갈등과 대립과 분열이 심화되는 국내 사정을 치유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까?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실수를 자인하지 않는 대신 남의 실패와 실수를 집요하게 비난하는 우리의 정치행태로는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수월찮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과거사를 진상규명하는 것도 면밀히 따져보면 실패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친일파와 애국자를 가려내는 것도 역사재조명 작업이며 그것을 통해 다시는 나라 잃는 서러움을 겪지 말자고 다짐하는 행위인 것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대범한 용기이자 미래를 걱정하는 현명한 방법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뒤집는 것은 희망이고 희망을 일구는 것은 꿈이며 그 꿈을 갈고 닦는 것은 열정이다. 미래의 우리 모습을 걱정한다면 지금 바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실패보고서를 작성했으면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10년 후에 대한민국이 어떤 모양일지 예리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해외에서 우리의 자존심을 드세우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성공 이면에 얼마나 뼈아픈 실패와 실수가 있었는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실패를 가치있는 성공의 자료로 사용한 열정 때문에 아름다운 성공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희망을 잃어 가는 국민들에게 실패를 인정하고 안도감을 주는 배포 큰 나라 모습을 보고 싶다.
  • [열린세상] ‘꼬붕’의식을 버리자/정세현 이화여대 석좌교수·전 통일부 장관

    1970년대 초 동서데탕트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먼저 적십자회담을 제의하여 남북간에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물론 ‘판문점의 봄’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매년 8·15경축사에서 남북관계 관련 대북제의를 했다. 그리고 이 전통은 5,6공과 문민정부까지 이어졌다. 이는 북한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보호하고 국민들이 전쟁공포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까지는 북한도 방어적이었기 때문에 남북간 접점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남북교류·협력이 활성화되면서 적어도 일반국민들은 안보불안감을 훨씬 덜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복무쌍지(福無雙至)인가? 그렇게 바라던 남북관계 개선이 막상 현실로 구현되면서 오히려 ‘남남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북한 편들고 퍼주는 친북정권이다.”,“미국에 대드는 반미정권이다.”,“남북관계 때문에 한·미관계가 나빠지고 있다.” 등등의 비난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냉전논리나 흑백논리, 또는 대미의존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건전한 통일논의와 민족자존 외교를 위해서 몇 가지는 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첫째, 대북압박을 하지 않고 기계적 상호주의를 적용하지 않으면 친북이고 퍼주기인가? 대화·교류·협력·왕래·지원이야말로 경쟁적·적대적 국가간 평화정착과 통합의 유력한 방법론이라는 것은 유럽연합(EU) 형성과정에서 입증되었다. 남북경협과 대북지원은 반북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친북하자는 것도 아니다. 현실을 인정하는 토대위에서 현실을 고쳐나가는 방법이다. 이 방법 말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적으로 통일할 묘수가 있는가? 둘째, 미국에 대든다, 외교를 거칠게 한다고 비판하지만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상대가 우리 주장을 귓등으로 듯는 것처럼 보이면 큰소리로 힘을 주어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핵참화만은 막으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하는 문제제기조차 오히려 우리 내부에서 ‘대들기’,‘반미’로 규정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미국이 우리를 많이 도와주었고 지금도 동맹국이지만, 미국과 우리의 국가이익이 똑같을 수는 없다. 미국의 정책이 우리에게 불리할 때는 불리하다고 말하고, 대미설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교는 왜 하는가? 한·일관계에서는 친일·반일 구분없이 ‘할 말 하기’와 국익극대화를 주문하면서, 유독 한·미관계에서는 친미·반미의 선부터 긋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굴종주의다. 셋째, 남북관계 개선은 ‘평화만들기’를 위한 방법이다. 한·미관계는 경제적 의미도 크지만, 기본적으로 ‘평화지키기’를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평화지키기’만으로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나 통일을 기약할 수 없다. 따라서 평화와 통일이라는 국가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는 적절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활용해 나가야지 어느 한쪽으로 기울 일이 아니다. 요컨대 한·미관계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이제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도 반북이 아니면 친북이고 반미라는 흑백논리는 버릴 때가 되었다.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니지만, 한반도문제는 아이들 같은 흑백논리나 이데올로기적 양단논법으로 접근해서 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우리도 누구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꼬붕’의식을 버리고,2만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나라의 국세(國勢)에 맞게 ‘내나라 입장에서’ 정세를 분석하고 상황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북한을 더 변화시키고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는 것도 우리 책임이고 주변국들이 우리의 통일에 협조하도록 만드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 이런 일을 다른 나라에 맡길 수도 없지만, 다른 나라가 해 줄 리도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중요한 나라는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과는 긴밀한 공조를 하되, 숭미(崇美)가 아닌 용미(用美)차원에서 협력해 나가면서 그때그때 유관국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외교를 능소능대하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의 변방의식(邊方意識)부터 걷어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스스로 평가하는 것보다 상당히 큰 나라다. 정세현 이화여대 석좌교수·전 통일부 장관
  • “백범은 7~8개 종교 넘나든 汎종교인”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은 죄를 지으면 자신의 이름을 써 붙인 북을 성균관 안에서 치고 다니며 널리 알리던 ‘명고축출(鳴鼓逐出)’이라는 벌을 받았다. 유생들에게 벌로 주던 이 명고축출이 일제시대 승려에게 내려져 큰 충격을 준 일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강대련 명고축출 사건이다.1922년 3월26일, 종로에서는 한 스님이 ‘불교계 대악마 강대련 명고축출’이라는 깃발을 들고 거리를 왕복하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장본인은 일제시대 불교계 실력자였던 수원 용주사 주지 강대련. 불교유신회 회원들이 불교개혁에 반대하고 친일매불 행위를 한 강대련에게 명고축출의 벌을 내린 것이다. 당시 한국 불교의 친일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주필을 지낸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이 펴낸 ‘사건으로 본 한국의 종교사-종교, 근대의 길을 묻다’(인물과사상사)는 이같은 한국 종교계의 부끄러운 이면사를 일제 강점기에 초점을 맞춰 들춰낸다. 수치스러운 역사는 기독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일제시대 천주교를 포함한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은 그리스도 대신 일본의 신사에 참배하고 이를 권유하면서 일제의 민족말살정책과 침략전쟁을 찬양하고 앞장섰다. 저자는 안중근 의거를 둘러싼 천주교의 두 얼굴을 비판한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1909년 ‘10·26의거’ 뒤 한국 가톨릭 교단은 안 의사를 살인범이라는 이유로 신자 자격을 박탈했다. 한국 천주교는 84년 만인 1993년에서야 안 의사를 천주교 신자로 복권시켰다. 책은 7∼8개의 종교를 넘나들며 파란만장한 인생만큼이나 다양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인 백범 김구의 종교편력도 상세히 다뤄 눈길을 끈다. 저자는 백범의 애국심의 바탕에는 종교와 신앙심이 깔려 있다고 강조한다. 백범은 무속, 유교, 풍수, 관상학, 동학, 불교, 기독교 등 거의 모든 종교를 ‘섭렵’하고 사후에는 가톨릭의 성세(聖洗)를 받아 베드로라는 세례명도 얻었다.“백범의 정신사는 곧 당 시대 우리 종교사의 변천과정”이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9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60년 담아둔 恨 “밝혀달라” 봇물

    60년 담아둔 恨 “밝혀달라” 봇물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우리 시아버지의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를 찾은 주부 정윤현(53)씨는 시아버지의 피해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발을 동동 굴렀다. 정씨는 “시아버지가 일제 때 규슈지방 노역장으로 끌려간 이후 소식이 두절돼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아버지 때문에 속태우던 남편은 속병을 얻어 지난 1992년에 세상을 떴고, 이제 시아버지의 피해사실을 밝힐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강제동원 진상부터 하루 빨리 밝혔으면 좋겠다는 게 정씨의 바람이다. 일제강제동원 피해 신고 접수가 1일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진상규명위 본부를 비롯, 지자체 접수처에는 첫 날부터 북새통을 이루며 정부의 진상규명조사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사전 준비 미비로 민원인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에도 불구, 각 지역 접수처에는 강제동원 피해신고와 문의가 잇따랐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이날 본부에만 1800여명이 신고를 접수하는 등 전국에서 2573명이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특히 진상규명위 본부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민원인들이 몰렸다. 당초 오전 9시 접수를 개시하려던 진상규명위측도 8시부터 접수자들이 몰리자 접수시간을 30분 정도 앞당겼다. 태평양전쟁 피해보상추진협의회를 통해 신고하려는 피해자와 피해자 유가족 200여명이 함께 위원회를 찾았고,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됐다가 영구귀국한 경기도 안산시 사동 고향마을 주민 30명도 위원회를 찾아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일본군에 강제 징용돼 만주에 근무하다 소련군 포로가 됐던 피해자 13명도 러시아가 발급한 근로증명서를 증거로 첨부해 신고를 마쳤다. 위원회를 찾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접수실 옆에 마련된 민원실에서 삼삼오오 자리를 함께 하며, 각자 억울한 사연들을 쏟아냈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정인옥(41)씨는 “시할아버지는 일본 헌병 2명을 살해한 죄로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4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후유증으로 돌아가셨고, 친할아버지도 탄광에 끌려가 혹사당하다 평생 폐병을 앓으셨다.”면서 시할아버지와 친할아버지의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관동군에 끌려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는 권태규(82) 할아버지도 “징병을 당해 부모형제와 생이별을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른 과거청산의 첫 단계로, 오는 6월30일까지 일제 강점기간 일본에 강제동원됐던 피해사례를 신고받는다. 강혜승 이효용기자 1fineday@seoul.co.kr ■ 전기호 진상규명위원장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일본 등 관련국가들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전기호 위원장은 1일 “당시 강제동원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신고뿐만 아니라 각종 자료연구가 병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위원장은 “신고접수를 받기 전 국가기록원과 독립기념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들이 관리하고 있는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후 처리과정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 국가측 자료가 강제동원의 피해진상을 규명하는 데 필수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진상조사가 이제서야 추진되다 보니 피해 생존자들이 많지 않고, 유족들도 정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사실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증거로 활용할 자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대한 많은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히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오는 16일 현지조사차 일본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전 위원장은 “관방장관 등 일본 관계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측 국회의원들과 경제인단체 관계자들과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제인단체가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당시 강제동원은 일본 기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자료가 풍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피해보상과 관계없이 진상을 규명한다는 데 목적이 있지만 추후 보상이 논의될 때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김민수前교수 복직 길 열려

    김민수前교수 복직 길 열려

    서울고법 특별4부(부장 김능환)는 28일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전 서울대 미대 조교수 김민수씨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교수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서울대측이 또 상고하지 않으면 김씨에게 복직의 길이 열린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연구실적물 2편이 기준을 넘지는 못했지만 몇차례 심사에 제출한 연구실적물 중 2편이 기준을 넘는 점을 보면 원고는 재임용 기준을 통과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피고가 막연히 대학본부 인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원고를 재임용하지 않은 것은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4년부터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조교수로 재직한 김씨는 98년 7월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연구실적 2편이 동시에 기준을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99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당시 서울대 이기준 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1996년 개교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미대의 역사를 다루는 논문 중 초대 장발 미대학장 등 학계 원로 3명의 친일행위를 거론해 ‘괘씸죄’에 걸려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재임용 탈락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다.”며 김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4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임용기간이 만료된 국ㆍ공립대 조교수는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선고후 “복직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6년 반이라는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기고 명예도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식민권력화된 서울대 미대 교수들의 패거리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문의 자유와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세금을 소모적인 소송에 사용한 손실을 누가 보상할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서울대 변창구 교무처장은 “29일 오전 10시 학장회의를 열어 학내 의견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섭 홍희경기자 newworld@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지식인의 죄와 벌/피에르 아술린 지음

    과거사, 특히 친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 사회는 갈등의 악순환을 겪어왔다. 해방후 친일 부역자 청산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친일 지식인들은 그 추종자들이 여전히 대중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갈등의 골이 더 깊다. 이런 측면에서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 사례는 우리에게 거울과 같다. 프랑스는 1944년 8월 나치에서 해방된 후 즉시 과거 청산에 들어가 약 2년에 걸쳐 나치에 협력한 1만여명을 처형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가혹하게 처벌한 것은 부끄러운 과거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수 없으며, 올바른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죄와 벌’(피에르 아술린 지음, 이기언 옮김, 두레 펴냄)은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이뤄진 지식인 숙청을 다룬 책이다. 신문이나 일기, 회고록, 재판 기록 등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객관적·중립적인 관점에서 지식인 숙청의 실상을 정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방적으로 숙청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 프랑스에서도 과거청산문제를 놓고, 특히 나치에 부역한 지식인들의 숙청 문제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44년 9월부터 1945년 2월까지 약 반년에 걸쳐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과 카뮈가 벌인 논쟁이다. 가톨릭 신자이며 부르주아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모리악은 저항운동을 펼친 지하신문 ‘프랑스 문예’에 카뮈, 사르트르 등과 함께 참여했음에도 우익 대변지 ‘르 피가로’를 통해 숙청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국민화합을 위해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카뮈는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끌어온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하신문‘투쟁’지를 통해 모리악의 자비론을 다음과 같이 강력 비판했다. “나는 증오에 대해 조금의 애착도 없다. 인간으로서의 나는 반역자를 사랑할 줄 아는 모리악을 존경하지만, 시민으로서의 나는 모리악을 불쌍하게 여긴다. 이러한 사람은 우리에게 반역자와 졸개들의 나라를, 우리가 원하지 않는 사회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보수 지식인들이 숙청에 반대한 데는 자비론이나 국민들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 말고도 지식인들이 특히 가혹하게 처벌받고 있는 데 대한 동정과 저항도 작용했다. 문인이나 언론인, 출판인 등 지식인들이 다른 분야 부역자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역사적 범죄에 대한 가혹한 처벌은 지식인들에게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이며, 글쓰기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저자는 프랑스의 지식인 숙청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고의든 아니든 숙청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런 점에서 보면 숙청은 목표라기보다는 수단인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친일 청산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갈리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1만 2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與 계파별 2~3명씩 “全大 출마”…정리 진통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내 각 계파들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출마를 희망하는 의원 개인과 소속 집단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표로 선출하는 상임위원 5명 중 여성몫 1개를 제외하면 4위 안에 포함돼야만 하기 때문에 후보단일화는 절대적이다. 대의원 1인이 2표를 행사하지만, 표가 분산될 경우 5위 내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참정연 김두관·김원웅… 유시민도 고민중 우선 단일화에 진통을 겪는 계파는 개혁당파를 모태로 하는 참여정치연구회 소속 의원들이다. 참정연의 공동대표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일찌감치 공식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3선인 김원웅 의원도 다음주 중 당의장 선거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유시민 의원은 동료들로부터 “밖에서 비판만 하지 말고 책임있는 자리를 맡아 자신의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며 강력한 출마 권고를 받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정연은 “다음달 전국 이사회를 열어 후보단일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복수후보도 출마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친노직계 문희상·김혁규·염동연 친노직계에서도 문희상 의원과 김혁규 의원, 염동연 의원 등이 출마할 예정이다. 문 의원이 독주하는 가운데, 호남맹주를 자처하는 염 의원이나 부산·경남 대표주자인 김 의원도 지역기반이 있어 순조롭지 않겠느냐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친노직계가 3명이나 출마하면 표 분산으로 인해 예상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舊) 당권파에서는 신기남 의원이 사실상 출마를 결정했다. 천정배 의원 등이 그에게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 것을 간곡히 요청했지만,‘명예회복’을 위해서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임종석 의원에게 선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지난 27일 조계사를 방문해 지난해 의장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선친의 친일 경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경선 준비에 돌입했다. ●옛당권파 신기남… 재야파 장영달 단일후보 낙점 재야파는 원내대표 경선 전후로 장영달 의원을 단일후보로 낙점한 상황이다. 장 의원은 지난해 당의장 선거에서 득표순위 6위로 순위 내에 들지 못했다. 재야파에서는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 장 의원이 보여줬던 모습이 기간당원들에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면서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체분석하고 있다.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서 상품성 있는 ‘신선한 인물’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재선들의 출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신(新)40대 기수론’인데, 대구·경북이나 부산·경남쪽 인사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선그룹인 송영길·김영춘·임종석 의원 등이 당 안팎에서 출마요청을 받고 있다. 재선그룹도 2월 중에야 단일후보를 낼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내일로 흐르는 강/김춘옥 지음

    이미지 시대를 살다 보니 언제부턴가 어린이 서가에도 내용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한 동화책들이 많아졌다. 그 틈바구니에서 ‘내일로 흐르는 강’(김춘옥 지음, 김선미 그림, 청개구리 펴냄)은 오래 시선이 머무는 장편동화이다.“시류가 어떻게 흘러가든 이땅의 어린이라면 꼭 들어야 할 얘기가 있다.”고 팔소매를 걷어붙인 책 같다. 작가가 시선을 돌린 지점은 요즘 아이들에겐 낯설기만 한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언저리. 딴나라 얘기 같은 뼈아픈 현대사의 한 자락을 들춰보이며 ‘교훈’과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선물로 안긴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리네 현대사 적십자사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에 열두살 ‘나’와 가족들은 통째로 술렁인다. 북한에 증조할아버지가 살아계시다는 확인전화를 받은 할아버지는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시고, 곧 상봉할 날을 손꼽으며 식구들은 증조할아버지께 드릴 선물을 준비한다. 이야기는 장편소설처럼 탄탄한 형식미를 갖추고 펼쳐진다. 증조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는 ‘나’에게 할아버지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소설’ 방식을 빌렸다. 현재의 화자가 ‘나’라면 반세기 전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할아버지인 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독자는,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가족애와 더불어 현대사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할아버지의 회상을 통해 불려나오는 먼 이야기 속에는 3명의 어린 주인공이 있다. 당시 열두살이었던 할아버지 준태, 그 단짝친구인 승우와 난이.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준태, 친일파 아버지를 둔 승우, 뱃사공의 딸인 난이의 가슴시린 사연들이 얼기설기 엮인다. 어린 주인공들의 에피소드가 잔잔한가 싶으면 어느새 그 틈새로 현대사의 격랑이 발톱을 드러내곤 한다. 친일행각으로 한때 이웃들을 그토록 괴롭혔던 승우의 아버지 이주사가 동네사람들에게 내몰렸을 때, 난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승우를 위로해준다. 서로 다른 이념과 가정환경에도 세 친구가 우정을 나누는 대목들에 자주 코끝 찡해진다. 시련은 끝이 없다. 아버지가 동굴에 숨어 죽자 승우는 준태와 난이에게 편지 한통만 덩그렇게 남긴 채 마을을 도망치듯 떠난다. 소양강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통에 난이의 어머니도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는다. 강 건너 외갓집을 다녀오는 길에 그만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돌아가시고 만 거다. ●남북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기회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의 배경은 38선 근처 강원도 인제군 남면 부평리. 지금은 수몰된 곳이어서 전설 같은 사연은 한결 더 애잔해진다. “이산가족이 뭐예요.”“왜 우리는 남북으로 갈라졌나요.” 아이의 질문이 쏟아질 책이다. 지은이 김춘옥은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박물관 가는 길’로 등단했다. 초등생용.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일협정 재협상해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신경하)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의장 스즈키 레이코)가 최근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된 것과 관련해 21일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청산과 정립이야말로 이후 한국과 일본의 정상적인 관계발전과 현재 북한과 일본 사이에 교착된 북·일 수교문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정부는 한·일협정의 재협상을 추진하고, 일본으로부터 받은 재정의 잘못된 지출에 대해 보상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족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립을 위해 친일관계법등 과거사 청산에 관한 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진정한 과거 청산과 한·일협정의 재협상을 받아들일 것과 과거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동북아시아 전체의 공생이라는 큰 차원에서 역사 문제에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日人명의 방치된 땅 여의도 면적의 26배

    일제 강점기 이후 국고에 귀속되지 못하고 일본인 명의로 방치돼 있는 부동산이 여의도 면적의 26.2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에 따르면 지난 1945년 8·15 광복 이후 정당한 소유자를 찾지 못한 채 일본 명의로 방치돼 있는 부동산은 2334만 6000평(5만 4532필지,7717만 8000㎡)으로 집계됐다. 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2월부터 일본 명의 재산에 대한 권리보전 조치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해오고 있다. 소유자별로 보면 일본법인 명의 재산은 436만 9000평(7402필지,1444만 3000㎡), 일본인 개인 명의는 1897만 7000평(4만 7130필지,6273만 5000㎡)이다. 자산관리공사는 “이 가운데 법인 명의 부동산은 지난해 12월말 모두 ‘국가재산’으로 분류,‘권리보전’을 끝냈으며, 개인 명의 부동산은 오는 2006년까지 국가재산으로 분류, 권리보전을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산관리공사는 일본인 개인 명의의 부동산 중에는 창씨개명한 친일파의 재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 정부의 과거사 진상규명 등 일련의 보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재산 존재 여부 등을 명의자에게 통보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외압에 의해 강제로 창씨개명한 한국인 소유 부동산에 대해선 ‘정당한 사인(私人)’ 앞으로 소유권 등기를 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정치개혁 그후] (상)상향식 정치 잘돼가나

    [정치개혁 그후] (상)상향식 정치 잘돼가나

    지난해 정치권은 힘겹게 정치 개혁의 결과물을 일제히 도입했다. 하지만 상향식 정치, 원내 정당화, 정치자금의 투명화 등 공들인 핵심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정치 불안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현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보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마련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정당과는 다른 4세대형 정당이다. 모든 정책결정은 아래로부터 상향식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하향식 정당의 구습을 강력하게 고칠 수 있도록 그런 방향에서 일하겠다.” 앞은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월11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의장으로 뽑힌 직후 밝힌 포부이고, 뒤는 같은해 5월11일 천정배 의원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됐을 때 천명한 각오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같은 호언장담은 공허하다. 정 장관은 임기 2년 중 불과 4개월여밖에 채우지 못하고 의장직을 던졌다. 천 원내대표도 1년의 임기에서 8개월을 못채우고 사퇴했다. 상향식으로 뽑힌 그들은 ‘아래’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하향식으로 물러갔다. 정동영 의장은 입각을 핑계로, 천 원내대표는 개혁입법의 실패를 책임지겠다는 ‘자의적’ 판단으로 임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들뿐 아니다. 전당대회 득표 2위로서 의장직을 자동 승계한 신기남 의장은 두달 만에 부친의 친일 의혹 파문으로 물러났고, 이어 등장한 이부영 의장도 5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개혁입법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나머지 3명의 상임중앙위원도 이 의장과 동반 사퇴했다.2년 동안 당을 이끌겠다면서 당원들에게 표를 호소했던 지도부가 불과 1년도 안 돼 모조리 자리를 내던진 꼴이다. 한나라당도 상향식으로 선출된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설이 한동안 나돌았었다. 이런 예기치 못한 현상은 상향식 정치를 ‘복음’(福音)처럼 신봉하며 정치개혁을 외쳐온 사람들을 난감하게 한다. 상향식으로 선출된 지도부는 정통성이 있기 때문에 권위와 리더십이 훨씬 확고할 것이란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오히려 지도부의 잦은 교체로 정치 불안과 권력 투쟁이 하향식 때보다 심화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상향식 정치의 위기는 연말연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사퇴 경쟁’을 벌이면서 최고조로 치달았다. 지난달 30일 이 의장이 먼저 사퇴를 결심했다가 중진들의 만류로 마음을 접었는데, 불과 이틀 뒤 천 원내대표가 ‘기습적으로’ 사퇴한 것이다. 이때 정치권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사퇴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돌았다. 더욱 심각한 대목은 이들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 여당의 지도부라는 점이다. 지난 3일 지도부 전원이 사퇴했을 때 열린우리당에서는 대표직을 승계할 사람이 당헌상 규정돼 있지 않았다. 당시 임종석 대변인은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예견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틀 뒤 임채정 의장이 추대되기 전까지 대한민국에서 여당을 대표할 사람은 한명도 없었던 셈이다. 외국에서 손님이 방문해도 만날 대표인사가 없고, 국가 비상사태시 대처할 여당 대표도 전무했다는 얘기다. 당정협의 역시 일절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경선을 치른다며 당권 경쟁을 벌이고 법석을 떠는 것을 국민들은 고스란히 지켜봐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당론문화 철폐와 진정한 당·정분리, 지도자 스스로의 리더십 확립을 권고한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당론이 존재하는 이상 지도부는 책임을 져야 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퇴의 정치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경우 권고적 당론만 있을 뿐 당론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지도부가 책임론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소신에 따라 자유투표를 하고,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자유투표제가 착근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연결된다. 그래야만 의회주의,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정 분리를 천명하면서도 한편으론 여당이 지나치게 중심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면서 차기 대권주자인 정동영·김근태 장관의 입각을 예로 들었다.“지도부의 공천권이 사라진 정치문화에서 그나마 차기 주자가 대표를 맡으면 권위와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데, 그런 실력자들이 한꺼번에 ‘징발’되면서 상향식 지도부의 권위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앞으로는 지도부가 되려는 사람이 명실상부한 자질을 갖추지 못하면, 설령 선출이 되더라도 제대로 견딜 수 없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이완용·송병준 경기일대에 땅 95만평 보유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송병준이 일제 때 경기도 일대에 보유했던 토지만 해도 95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용규의원 “시가 수조원대”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민족문제연구소에 연구 용역을 의뢰, 두달 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 토지 보유 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들 2인의 토지에 대해 “지금 시가로 따지면 수조원대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를 조사한 결과 이완용·송병준의 땅 외에도 122건의 친일파 명의 토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행정자치부가 보유한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역시 일제 때의 일본인 명의 토지는 전국적으로 10만 2483건,3743만평에 달했다. 송병준의 경우 경기 부평 일대에 13만 3000평과 경기 고양시 등에 79만 8923평을 일제시대에 사정받았고, 이완용은 경기 광주시와 여주군 등에 14만 5098평을 소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목록을 공개했다. ●후손들 잇단 재산 반환소송 연구용역을 맡은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들의 후손이 재산반환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반면 국가는 별다른 제도적 대책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의원은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소송이 이완용 17건, 송병준 4건 등을 포함해 1990년 이전에 1건에 그치던 것이 1990년대에 23건,2000년 이후 7건이 접수되는 등 증가 추세에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3월 친일진상규명법이 제정된 뒤에도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의 제정 등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새 韓日시대의 원년/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 韓日시대의 원년/이용원 논설위원

    2005년에는 우리사회에 일본이 여느 해보다 뜨거운 이슈로 계속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달력을 한장씩 넘기다 보면 곳곳에서 일본이라는 존재와 마주친다.6월22일은, 광복후 20년만에 한·일 협정을 체결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8월15일은 광복 60주년 기념일이요, 보름 뒤인 8월29일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지 95년째 되는 날이다. 이는 11월18일 을사늑약(勒約) 100주년으로 이어진다. 그뿐이 아니다. 오는 17일이면 한·일협정 문건 5종이 공개되는 데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이 조만간 가동해 대상자 개개인의 친일 행적을 파헤치게 된다. 일본 쪽에서도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신사 참배, 고위층의 망언 등 외풍은 계속 불어댈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일본이라는 늪에서 허우적대다 올 한해를 마감할지 모른다. 해마다 기념일은 돌아오지만 올해 유난히 일본과의 과거사가 두드러지는 까닭은 ‘광복 60년’‘국교재개 40년’‘을사늑약 100년’처럼 숫자가 부여하는 상징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이 숫자의 상징성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소화해 민족정신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광복이 되고 국교를 재개하고도 일본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기피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국민의 인기를 모은 가요라도 일단 ‘왜색’이라 낙인 찍히면 하루아침에 공개장소에서 사라졌다. 또 ‘일본은 없다’라고 깎아내리는가 하면 일본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 ‘극일(克日)’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 모든 현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는 오랜 기간 ‘일본 콤플렉스’라는 망령에 시달려왔다고 할 수 있다. 글머리에 밝힌 것처럼 올해 광복 60주년을 맞는다. 인생으로 치자면 환갑을 치르는 것이다. 환갑의 의미를 국가관계에 견강부회할 생각은 없지만 그 세월의 무게를 한번쯤 저울질할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의 해에 태어나 한글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일본에서는 전후 1세대가 각각 60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제강점기 양국간에 벌어진 가해와 피해의 행위를 여전히 반추하며 목청을 높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할까. 이제 광복이전의 한·일 관계는 역사의 영역으로 넘겨야 한다고 본다. 일방적으로 용서하고 잊어버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 이를 일상적인 이슈로 삼지는 말자는 뜻이다. 이는 일본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제언이다. 언제까지나 일본과의 과거사 풀기에 집착하며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에서 이슈가 된 사안들을, 일본을 연계시키지 않은 채 우리 스스로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한·일협정 문서 공개에 따른 피해보상 문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자체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한·일협정을 체결한 박정희 정부가 비록 국민의 뜻에 반해 그릇되게 처리했더라도 이는 우리 내부의 문제일 뿐, 이를 빌미로 일본에 개정 요구를 하는 것은 국가간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접어든 지 여러해 지났지만 한·일관계는 아직도 ‘20세기적’이다. 우리는 여태 과거사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반면 일본은 사과·보상이 끝났다고 반박한다. 앞으로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해소하려면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제가 가한 패악을 잊지 말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되 이 시대에 더이상은 일본에 대해 목청을 높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를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뀌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사설] 친일청산 이번엔 확실히 하자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때늦기는 했지만, 우리사회가 해묵은 과제인 친일 청산을 완수할 법적·사회적 기준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중차대하다. 여야가 합의해 법을 마련함으로써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에 우리는 친일 행적의 실상을 밝히고 그 잔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몇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에 친일 문제를 완전히 털고가야 한다는 점이다. 해가 바뀌면 2005년, 곧 광복 60주년에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두 세대가 지나도록 친일 문제를 청산하지 못한 채 사회 내부에서 고질병으로 앓아 왔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더이상 시빗거리가 남지 않게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그 결과를 역사의 장(場)으로 넘겨야 한다. 우리가 친일 문제를 청산하려는 뜻이, 이제 몇명 남지도 않은 친일 당사자를 응징하거나 친일파 후손을 욕보이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친일 행적 조사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냉정하고 엄격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대상인물 또는 그 후손이 현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인사라고 눈감아 주어서도 안 되지만 이를 공격의 빌미로 삼아서도 아니된다. 정치·개인적 이유로 친일 문제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개입한다면 가차 없는 국민의 지탄을 받으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친일파의 행적이 드러나면 당사자에 대해 평가는 당연히 새로 내려질 것이다. 당사자와 그 후손들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 朴 前대통령등 4만명 조사

    ‘일제 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친일·반민족 행위자에 대한 조사가 임박하게 됐다. 행정자치부내 준비기획단에서 시행령 마련 작업에 들어간다. 여기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직과 규모 등이 정해진다. 기획단은 11명의 조사위원 구성작업도 함께 한다. 조사위원 추천기관인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에게 추천 요청을 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본격 활동 시행령과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즉시 최대 4년6개월의 한시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통상적으로 위원회 구성에는 3개월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 3월에, 늦어도 4월에는 본격 활동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게 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6대 국회 끝자락인 올 초 만들어진 친일진상규명법의 개정안이다. 따라서 조직과 규모 등을 정한 시행령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 이번 시행령도 이에 준해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사대상이 늘어난 만큼 위원회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 직원수는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조사대상이 너무 넓어져 실효성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조사대상자가 4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예상된다. 친일행위 의혹을 받는 아버지를 둔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의원이 소속 정당의 지도부 그룹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친일의혹 부친 둔 의원들 긴장 조사대상에서 군인의 경우 중좌(현 중령) 이상에서 소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바람에 일본군 중위 출신인 박 대표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사가 가능해 졌다. 반면 헌병과 경찰은 계급 구분없이 전부 조사키로 한 것과 동양척식회사 식산은행 중앙간부는 물론 지방간부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여권 핵심자가 관련돼 있다. 부친이 일본군 헌병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져 당 의장직에서 물러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 그리고 부친이 일제시대 금융기관의 서기로 근무했다는 일각의 의혹을 사고 있는 정 통일부 장관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해당자들은 담담하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그동안 “나의 아버지 문제는 신경쓰지 말라.”면서 일관된 자세를 취했다. 신 의원은 오히려 철저한 조사를 원하고 있다.“신 의원은 비록 아버지일지라도 친일행위 조사대상에 있다면 반드시 조사해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신 의원측이 전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여야, 신문 시장점유율 3개사 60%로 제한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여야는 29일 4대법안 가운데 하나인 신문관계법의 쟁점 조항에 잠정 합의한 뒤 30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양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 비공식 간담회를 갖고 신문관계법안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주장한 시장 점유율 제한, 즉 1개사 30% 3개사 60%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반면 전체 지면 가운데 광고를 50% 이하로 제한하는 조항은 없애기로 하고 편집위원회·독자권익위원회 구성방식은 노사 동수로 의무화하는 대신 권고규정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신문유통공사는 시장 자율에 맡기되 신문발전기금에서 차등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친일행위 조사대상을 소위 이상의 군인, 헌병·경찰 전체 등으로 확대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 등 55개 법안을 처리했다.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개정안은 최대 4년 6개월 동안 가동할 진상조사기구를 대통령 산하에 두고 진상조사위원 수를 3명에서 11명으로 늘리면서 대통령 4명, 국회 4명, 대법원장이 3명 추천토록 했다. 또 법 적용시점은 1904년 러일전쟁 이후로 하기로 했다. 본회의는 또 소득세율을 현행보다 1% 포인트씩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개정안도 처리했다. 여야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여야는 재정경제위 전체회의를 열고 외국자본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려 할 때 5일 동안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냉각기간 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본회의로 넘겼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 40여명은 이날 밤 10시쯤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가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법안과 ‘한국형 뉴딜’ 관련 3개 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이종수 김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연내 처리” “저지”… 또 난장판

    ‘4인 대표회담’이 정치적 타결없이 종료되자 여야는 28일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일부 국회 상임위에서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연말 정국이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단독처리 반대 당론을 변경한 민주노동당의 공조를 얻어 ‘연내 처리’를 다시 천명하고, 한나라당은 결사 저지 태세를 굳히면서 4대 입법 처리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친일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화전(和戰)이 동시에 펼쳐졌다. ●‘힘으로 처리’vs‘몸으로 저지’ 열린우리당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4대 법안 등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소속 의원 전원에게는 오는 31일까지 해외 여행을 금지하는 등 단독 처리 가능성에 대비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국회법이 부여하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민생법안을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며, 국회의장도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운영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주요 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조속한 회담 재개를 통한 합의 처리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표는 의총에서 “4대 법안은 국가를 떠받치는 가치인 자유민주와 시장 경제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거기에 동의한다면 한나라당도 역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국보법은 연내 처리 난망 최대 쟁점인 4대 법안과 ‘한국형 뉴딜 3법’ 등은 과거사법을 제외하고는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해 열린우리당으로선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외에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4대 법안 중 과거사법을 제외하고는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여당에서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이날 저녁 김원기 국회의장과의 만찬에서 4대법안과 ‘한국형 뉴딜’ 관련 3개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직권상정을 촉구하자 김 국회의장이 “오늘은 아무 말을 안하는 것이 낫겠다.”면서도 “적절하다고 생각한 선에서 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김 의장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과거사법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추가파병동의안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한나라당이 소속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친일법은 만장일치로 법사위 통과 법사위는 전체회의에서 ‘일제 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 본회의로 넘겼다. 개정안은 조사 대상을 소위 이상 일본군, 모든 계급의 헌병·경찰, 동양척식회사와 식산은행의 중앙 및 지방간부로 하는 등 대폭 확대했다. 정무위는 전체회의에서 올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이헌출 전 LG카드 사장과 유회원 론스타 한국법인 대표를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한편 여야는 과거사법과 관련,‘8인 실무협상회담’에서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범위에 대해 잠정 합의했지만 행자위 법안소위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과거사법을 처리한 뒤 전체회의 상정을 시도하려고 하자 한나라당의 강력 반발해 무산됐다. 교육위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문제로 파행 운영됐다. 문소영 김상연 박지연기자 symun@seoul.co.kr
  •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하) ‘열린’ 서술로 합의해야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하) ‘열린’ 서술로 합의해야

    역사학자 크로체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궁극적으로 “모든 역사는 현대사”일 수밖에 없다. 크로체가 ‘국민국가’의 전성시대였던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인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겸손함’으로도,‘냉소’로도 읽힐 수 있는 말이다. 교과서 왜곡을 둘러싼 일본 우익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관점에만 그치지 않고 사건의 ‘존재 여부’까지 손대려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했다는 데 분개한다. 그러나 어디가 어떻게 왜곡됐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턱하니 막히기 일쑤다.2001년 파문을 일으켰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쇼사(扶桑社)교과서를 펴봐도 눈에 딱 띄는 구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교과서이다 보니 서술이 간결하고 세련됐기 때문이다. 내년 검정에 제출될 후쇼사 교과서는 2001년의 경험을 되살려 더욱 정교하게 꾸며질 것으로 보인다. 아예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는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새역모는 “옛 적국의 ‘선전’에서 자유롭다.”고 자신들의 교과서를 자랑한다. 또 “대동아전쟁은 (아시아)여러 나라의 독립을 촉진했다는 명료한 인과관계도 공평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2001년 새역모 교과서에서 논란이 된 부분 가운데 대표적인 것 10가지를 뽑았다. 앞의 것은 새역모 교과서의 서술, 뒤의 것은 우리 정부의 수정 요구안이다. 근대사 부분에서 유치한 지정학과 저질스러운 인종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임나일본부설 -4세기 후반 야마토 조정이 조선으로 출병한 뒤 반도 남부 임나를 차지. 고구려가 남하정책을 폈으나 일본군의 저항으로 실패. -신라의 요청으로 고구려가 일본을 격퇴했고 일본군이 계속 주둔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 ●임진왜란 -히데요시가 중국의 명(明)뿐 아니라 인도까지 정복하고자 출병했으나 명과의 평화교섭을 위해 철수. -‘침략’을 출병으로, 침략원인을 명 정복과 히데요시 개인의 망상으로만 기술. ●조선통신사 -조선과 국교를 다시 연 뒤 막부의 장군이 바뀔 때마다 조선에서는 통신사파견. -일본의 국교정상화 노력이 빠졌고 통신사의 파견 목적과 초빙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음. ●강화도사건 -강화도에서 조선과 일본이 교전했고 청(淸)이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에 일본과의 교섭을 허가. -조선의 발포를 유도한 계획적인 군사작전이었다는 사실 등 도발의 주체·목적·경위 등을 은폐.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종교집단에 의한 농민폭동으로 서울까지 압박했다고 서술. 또 청일전쟁은 중국이 일본을 가상적국으로 삼은 것이 원인인 것처럼 서술. -반봉건·반외세운동을 단순 폭동으로 기록. 청일전쟁에 대한 일본의 고의성 은폐. ●러·일전쟁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해 일본의 안전 차원에서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묘사. 결과에 대해서도 유색인종국인 일본이 백인제국인 러시아에 승리했다고 서술. -스스로 도발한 전쟁을 안전상 위협으로 미화하고 인종간 전쟁으로 오도.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보장받았다면서 유색인종의 승리였기에 피억압민족에 희망을 줬다고 모순되게 서술. ●한국강제병합 -병합은 일본에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지만 서구제국들의 찬성으로 합법적으로 이뤄졌음. -침략행위를 은폐하고 합법적인 것처럼 기술. 병합 반대 의견이 극소수인 것처럼 서술. ●한반도위협설 -한반도는 대륙에서 일본을 향해 불쑥 솟은 팔뚝이자 흉기이고 배후지가 없는 일본은 자국방위에 고민했다고 서술. -위협설 강조로 청·일, 러·일전쟁 등을 자위권 발동으로 묘사하고 한국의 식민지화를 합리화. ●관동대지진 -대지진 뒤 조직된 자경단이 유언비어 때문에 조선인·중국인·사회주의자들 수천명을 학살. -관헌(군경)에 의한 학살사실 은폐. 주된 피해자는 조선인이었다는 사실 축소. ●군대위안부 -고의로 누락. -반인륜적 전쟁범죄로 규정된 군대위안부 문제를 고의로 누락하고 정부 관여사실도 은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우리 역사서술 방향은 우리의 역사서술 역시 개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신정권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국정교과서’를 없애야 한다는 비판이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모토로 내걸었던 유신체제는 그야말로 국사교과서에 ‘한민족의 역사’가 담겨야 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74년 국정교과서제가 채택된 뒤부터 우리나라 역사교과서가 너무 경직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제시대 관련 기술은 거의 무비판적으로, 관성적으로 ‘우리는 순진무구한 피해자, 일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게 악랄한 가해자’라는 공식을 확대 재생산해 왔다고 꼬집는다. 아직도 그 영향 때문에 우리 역사교과서에서 문장의 주어로 ‘우리 민족’이란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너희는 민족적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쓰면서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일본의 반발도 여기서 나온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우리도 근현대사부분에 한정해서 검인정제를 도입하는 타협책을 선택했다. 성공회대 권혁태 교수는 “다양한 역사서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부터 국정교과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양국 정치권 움직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양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연말까지 약 100여명의 의원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쯤 일본측과 심포지엄 등을 개최, 공감대를 마련한 뒤 역사교과서 검정이 이뤄지는 3∼5월에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조직만 비대해질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10인 위원회’ 형식으로 대의원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도 ‘한·일 평화연대’를 조직했다. 일본 민주당 의원 70여명, 한국측 여야 의원 30여명이 참가한 이 조직은 지난 18∼19일 창립대회를 열었다. 참가한 일본 의원들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상징되는 일본의 군국주의 흐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각 주제에 대해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서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각 분과에는 근현대사 학자들도 포함되어 있어 교과서왜곡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측은 장기적으로 한·일평화연대를 ‘아시아평화연대’로까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 민주당은 일본내 활동에도 열심이다. 민주당 오카자키 도미코 참의원, 이시게 게이코 중의원은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4일 청와대를 방문해 한·일과거사 문제를 거론했다. 민주당에서는 또 ‘국회도서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국회도서관 내에 강제동원 등 일제시대 피해와 관련된 사료를 수집하는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법률안이다. 기본적인 사료를 모은다는 중립적인 접근법을 사용한 덕분에 자민당에서 공산당까지 90여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냈다. 내년에는 당 차원에서 ‘전후처리 프로젝트팀’을 별도로 구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기는 어려울 전망.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별도 조직보다는 한·일의원연맹이라는 기존 조직을 활용하자는 소극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원연맹 아래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소위원회를 두자는 방안이다. 의원들의 이런 활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정치인은 아무래도 국내사정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다 우리의 경우 여야간 다툼이 치열해지면 모임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4대 개혁법안이나 이철우 의원 사건처럼 첨예한 정치적 사건이 불거지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실제 단결해서 한목소리를 낸다 해도 궁극적으로 역사 문제는 정치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일본 총리가 100번 사과하는 것보다 학자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한 가지라도 더 남겨두는 것이 더 의미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결의를 통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재계 등 민간 차원에서의 지원이 확보돼야 한다. 이는 정부가 역사교과서 왜곡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지원이 거의 없다. 여기에서 굴곡많은 우리현대사 문제가 다시 부각된다. 근현대사를 심도깊게 연구하는 사람일수록 우리 현대사에 비판적인 학자가 많다. 이러다보니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 친일인명사전편찬사업을 지원하는 예산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한 것이 좋은 예다. 편찬사업을 주도하는 역사문제연구소가 대표적인 ‘反 박정희 단체’라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04 정치계 진별·뜬별

    2004 정치계 진별·뜬별

    2004년 한국 정치는 어느 때보다 인물의 부침이 심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노무현 대통령 탄핵,4·15총선, 헌법재판소의 탄핵 위헌 결정 등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핵폭탄급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내로라던 정치권의 별들이 그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그들의 빈 자리는 새로운 별들로 채워졌다. ■ “격랑에 휩쓸려” 떨어진 별들 지난 2002년 대선의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내로라던 정치인들이 잇따라 소환됐다. 열린우리당에선 대표를 지낸 정대철 전 의원을 비롯해 이상수 전 사무총장, 이재정 전 의원, 한나라당에선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해 김영일·박주천 전 사무총장 등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한나라당 최돈웅·신경식·박명환 전 의원, 민주당 이훈평 전 의원 등도 영어의 몸이 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 이후 ‘깨끗한 정치’가 국민적 요구임을 감안할 때 이들은 재기의 기회조차 얻기가 어렵게 됐다. 지난 3월 민주당의 발의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가세해 3야(野)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한 대통령 탄핵은 불법 정치자금 수사보다 더 큰 후폭풍을 동반했다.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와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 홍사덕 전 원내총무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4·15 총선의 벽을 넘지 못해 국회를 떠나야 했다. 경호권 발동으로 표결 처리를 용인한 박관용 국회의장도 여당 의원이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불명예 이임식’을 가져야 했다. 조 전 대표는 집 근처 도서관을 오가며 두문불출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대표도 가까운 친구들과 지지자들을 만나며 내년 4월 수도권이나 경남지역 재·보선 출마를 모색 중이다. 홍 전 원내총무도 서울 종로의 개인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지만, 내년 4월 재보선에 출마하거나 원외에서 ‘뉴라이트’ 운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직후 실시된 4·15 총선은 민심에 반하는 정치인들에게 어떤 심판이 내려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탄핵의 승리자’였던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3당 의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를 비롯해 정균환 전 원내총무, 추미애 전 의원 등 쟁쟁한 중진들은 탄핵 역풍에 무참히 무너졌다. 한나라당 전용학, 자민련 정우택·정진석 전 의원 등 전도양양한 ‘젊은 피’들도 탄핵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들은 내년 4월의 재·보선이나 다음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재기하기 위해 열심히 바닥을 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삼두마차로 ‘천·신·정’ 체제를 구축했던 정동영 전 의장은 총선 당시 ‘노인 폄하’ 발언으로 의장직 사퇴와 함께 여권의 대선주자로서 결정적 상처를 입었다. 신기남 전 의장도 부친의 ‘친일 전력(前歷)’과 그 사실을 감춘 거짓말로 여론의 비난을 자초하며 도중 하차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이젠 우리시대” 떠오른 별들 새별 그룹의 선봉엔 박근혜 대표가 있다. 총선 때 수렁에 빠진 한나라당을 ‘기적’처럼 구해냈다. 탄핵 역풍과 불법대선자금으로 침몰 직전에 몰렸던 한나라당은 ‘박풍(朴風)’을 등에 업고 재건에 성공했다.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열린 4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입지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전화위복’의 케이스다. 일각에선 ‘어부지리’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누구나 부러워하는 ‘복장(福將)’인 셈이다.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신기남 전 의장이 부친의 친일 전력 논란으로 물러나자 지난 8월부터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의 수장이 됐다. 내친김에 재·보선을 통해 원내 재진입을 시도하려고 저울질 중이다. 그러나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데다가 4자회담 결과에 당내 불만이 큰 것도 부담스럽다.‘복(福)’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탄핵 때 2개월여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무리없이 수행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의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질주하면서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해찬 총리는 ‘실세총리’,‘소신총리’로 자리매김됐다.‘차떼기당’ 발언으로 한때 국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행정총리’에 머물지 않고 ‘정치총리’ 행보를 보이면서 설화를 입기도 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신파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난 6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노 대통령을 겨냥해 “계급장을 떼고 논의하자.”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 국민연금의 연기금 투자문제를 둘러싸고 ‘항명’파동을 겪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을 구우면 새까매진다. 판을 갈아야 한다.”,“좌파가 아닌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 짝퉁을 갖고 명품이라고 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다.”등 잇따른 ‘말말말’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독설’을 내뿜는 여야 대변인들도 개인 어필에 성공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원내대변인과의 말싸움에 일단 승리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지금은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과 치열한 설전 중이다. 김 대변인도 이철우 의원 북한 노동당 가입의혹과 관련,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을 성경에 나오는 인물 ‘유다’로 표현하는 등 독설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사면을 기다리는 사람들 내년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2002년 대선자금 불법모금으로 구속됐거나 중간에 풀려난 사람들이 사면·복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여권은 공식적인 거론은 자제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무르익은 듯하다. 야당도 내심 공감대가 형성된 기류다. 대사면이 실행될 경우 열린우리당 쪽 대상의 중심에 정대철 전 의원이 있다. 노 대통령의 당선 1등 공신이자 창당 주역인 정 의원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지난 10일 만기출소한 노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도 대상이다. 출소 다음날 노 대통령은 안씨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했을 정도로 아직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자랑한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체류로 급선회했다. 특히 최근 최장집 교수가 강연연사로 나선 ‘고려대 386’ 송년모임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주목을 받았다. 복역중 풀려난 뒤 미국 유학중인 이상수 전 의원도 귀국, 조만간 노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1주일정도 체류할 계획이지만 해외연수 기간을 단축해 조기 귀국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복권설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불법대선 자금과 관련, 야당도 자유로울 순 없다. 사면·복권 이야기를 오히려 더 반기는 눈치다. 당 지도부는 이번 기회에 대선자금을 다루다가 옥살이를 한 이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 당시 한화로부터 채권 1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감중인 서청원 전 대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구속된 최돈웅·김영일 전 의원도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으로부터 500여억원을 받고 복역중인 서정우 변호사도 내년 2월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국민의 정부’실세였던 권노갑·박지원씨도 은전이 베풀어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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