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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일본우익의 ‘선물’/하종문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교수

    2001년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은 0.039%의 채택이라는 참패에도 굴하지 않고 4년 후의 ‘복수’를 공언했다. 이후 고이즈미 내각의 각료를 비롯한 우파 정치가는 노골적으로 새역모 편들기에 나섰다. 게다가 소위 납치 사건 이후 일본 사회에 몰아친 ‘북한 때리기’ 광풍은 새역모와 일본의 우익들에게 애국심과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절호의 찬스로 비쳤다. 우리가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동안 새역모의 복수극 준비는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4월5일 새역모가 펴낸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재차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다.4년 전에 137군데의 수정을 거친 누더기 교과서로도 검정에 합격했듯이, 이번에도 120여 군데의 오류가 지적된 함량미달의 교과서였다. 마치 월드컵처럼 4년 뒤에도 우리는 또 후소샤 교과서 등장이라는 뉴스를 봐야 할 것인가? 4년 전의 상황과 비교해 보자. 먼저 한국 정부의 경우,2001년에는 1998년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에서 ‘과거사는 청산되었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으로 정부의 발목을 붙잡았다. 들끓는 국민감정에 떼밀리듯이 주일대사의 소환이나 재수정의 요구 같은 강공책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그다지 없었다. 성급한 미봉책으로 탄생한 한·일역사공동위원회가 역사화해에 기여한 바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올해는 조금 다른 듯하다. 검정 발표 이전에 독도 문제로 양국 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대일 신 독트린이나 대통령의 담화에서 나와 있듯이, 인류보편적인 원칙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틀로서 천명된 바 있다. 그 구체적 실천의 장으로 주어진 것이 바로 역사교과서 문제이다. 따라서 분리 대응이라는 원칙이 결코 역사교과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문부과학성의 생색내기 검정을 통해 2001년도 수준에 턱걸이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일본호의 우향우가 너무 심각하다. 문제가 되는 기술내용에 대한 재수정 요구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일본 정부의 명확한 대처방안을 따지고 촉구할 일이다. 독도 문제와 마찬가지로 역사교과서 문제는 ‘역사 주권’을 위협하는 도발이라는 확고한 인식과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시민사회의 대응도 짚어야 한다. 독도 문제는 뒤틀린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지만, 우리의 정당한 ‘공분’의 표출이 결코 다케시마를 노리는 일본의 우익과 같을 수는 없다.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내셔널리즘을 선동하는 일군의 한국인들은 작년 내내 친일청산 반대를 부르짖는 대열에 서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2001년은 국경과 민족으로 갈라진 한·일 양국의 ‘좋은 타자’를 발견하는 기회였으며, 그 결과 새역모의 참패를 이루어냈다. 바람직한 한·일관계와 동아시아의 미래를 걸고 벌어질 올해의 싸움은 ‘한국’이라는 틀에 시선을 가하고 그 외연을 넓히는 일과 결부되어야 한다. 지난 시절의 군사독재가 일본 보수정권과의 야합에서 자양분을 얻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현해탄을 사이에 둔 좋은 일본인과의 연대는 우리 내부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청산하는 작업은 패자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모한 갈등과 대립으로 내몰려야 했던 보통 사람들의 해원이기 때문이다.4년 만에 새역모는 또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교수
  • 현제명·이병도·민복기… 서울대 친일명단 12명 발표

    고려대와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 학생들이 친일 전력이 있는 이 대학 출신 인사 1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대학 미대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일제잔재청산위원회는 7일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내에 있는 이들의 동상 철거 등을 학교측에 요구했다. 명단에는 가곡 ‘고향생각’의 작곡가인 현제명씨를 비롯, 이병도 전 문교부장관, 정인섭·백한성 전 서울대교수, 김성태 전 예술원 원장, 노수현·장우성·장발 전 서울대 미대 교수, 정운갑·한태연 전 국회의원, 민복기 전 대법원장, 한동석 전 총무처 처장이 포함됐다. 이 대학 사범대 부학생회장 이성아(21·여·지리교육과)씨는 “이번 1차 명단은 공인된 자료를 통해 친일활동이 현저했던 인사를 중심으로 선별했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독도가 북핵을 만났을 때/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북핵문제는 북한의 회담불참 선언과 미국의 회담복귀 요구가 평행선을 그은 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과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계기로 외교전쟁이 진행되면서 급속도로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한국이 방위비분담금 축소 의사를 밝히자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의 대량해고 방침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 발언은 한·미동맹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불편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래저래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일간 독도를 둘러싼 갈등은 최근 몇주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았다. 연일 수많은 시위 군중이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일본대사 추방과 독도 사수를 외치며 데모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기까지 하다. 일본총리 화형식과 함께 시위대가 손가락을 자르는 모습에서는 독도가 우리땅임을 확인하는 확고한 결의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독도 관련 시위현장을 보면서 하나 흥미로운 것은 우리 사회의 좌우, 진보와 보수가 모두 동일한 목소리를 내면서 하나가 되어 결의를 다진다는 점이다. 대북정책을 포함하여 한·미관계와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 등 거의 대부분의 외교안보 이슈에서 진보와 보수는 이른바 남남갈등이라는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접근법과 해법은 놀라울 정도로 상이했고 양극단을 달리곤 했다. 그런데 독도문제가 터져 나오자 우리나라의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심지어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 똑같은 분노와 결의를 표출하는 것이다. 일본대사관 앞에 반핵반김 단체 회원과 한총련 및 통일연대 회원들이 같은 목소리로 일본 규탄을 하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독도문제에 관한 한 남남갈등이 무색할 정도로 한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북핵문제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보진영은 미국의 대북 무시 정책과 협상의지 결여를 비판하면서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반면 보수진영은 북한의 핵카드가 협상용이 아니라 핵보유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인식하에 북한의 강경노선이 사태를 악화시키므로 북한의 태도변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독도 문제에서는 보수 진보의 구분 없이 일본을 비판하는 똑같은 입장을 보이지만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반미와 반북이 강조되면서 서로 다른 인식과 해법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독도 문제만을 따로 떼어 이야기할 때는 소리 높여 반일을 외치던 보수진영이, 독도와 북핵문제가 섞여서 다뤄지면 일부이긴 하지만 딜레마에 빠져 내심 반일의 정도가 약해지곤 한다. 독도와 북핵 중 어느 것이 더 시급한 것이고 따라서 일본과 북한 중 어느 편이 더 적대적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가 토론자로 참석한 북핵관련 세미나에서는 독도문제보다 북핵문제가 보다 사활적인 안보 이슈라면서 독도 문제를 이유로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한·일공조가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보수진영의 입장에선 독도로 인해 북한을 압박하는 한·일공조가 흔들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고민이 존재하는 것이다. 독도문제를 따로 고민하면 일본의 책임을 묻고 비판할 수 있지만 독도와 북핵문제가 같이 고민되면 일부 보수진영은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 같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더 큰 나머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이 밉긴 하지만 그것이 자칫 북핵전선에서 한·일간 공조를 해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특히나 독도문제를 놓고 남북공조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은 더더욱 보수진영에 용납하기 힘든 것이 된다. 북한 때리기를 위해 한·일공조가 더 필요한 마당에 독도 때문에 남북공조로 일본규탄을 한다면 이는 우리 보수진영에 매우 난처한 지경이 될 것이다. 민족보다 반공이 더 중요했고 반공을 위해서라면 친일파 등용도 용인할 수밖에 없었던 광복 후 역사가 오버랩되면서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 백영서 연세대교수 3國 공동 부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 분석

    백영서 연세대교수 3國 공동 부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 분석

    일본의 역사·공민교과서 왜곡이 도마에 오르면서 역사왜곡의 탈출구를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탈출구 모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2001년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이후 한·중·일 3국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과거사를 서술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구 전교조와 히로시마 교원노조, 한·일교과서연구회, 한·일역사교육교류회도 나섰고 한·중·일 3국의 공동 역사부교재 사업도 있었다. 분노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안을 내기 위한 작업이다. 이 작업의 공통점은 ‘일국사’가 아닌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 접근해보자는 아이디어다. 이들 작업의 의미와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6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역사교과서에 관한 한·일학술대회’에서 연세대 백영서 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백 교수는 ‘동아시아 담론’을 주도해온 대표적 학자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한·중·일 공동 역사부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를 분석한 백 교수의 비판 논리는 ‘동아시아사로서의 관점이 불명확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각국 역사 병렬적 나열에 그쳐 동아시아적 관점으로 동아시아사를 서술한다는 것은 한·중·일 3국 역사서술을 단순히 ‘합친다.’는 뜻이 아니다.“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구조적으로 연관시켜 파악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동 부교재는 ‘일제의 수탈과 피식민지의 피해’를 비교적 상세히 다룬 것 외에는 한·중·일 3국사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삼국지’라는 인상을 받는 이유는 동아시아사를 지향한다는 공동부교재 역시 여전히 “국가중심의 역사서술”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비판은 공동 역사부교재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예견됐었다. 역사부교재 사업을 두고 길게 봐서는 어차피 3국 민족주의자들간의 싸움으로 끝날 것이라는 노골적인 비아냥도 있었고 “과거에 대해 ‘동일한 기억’을 갖는다는 것이 가능한가.” 혹은 “역사 서술에 있어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는 무슨 의미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있었다. ●국가중심 역사서술 고집 여전 그렇다면 일본 역사·공민교과서 왜곡으로 벌어진 역사전쟁을 뛰어넘는, 동아시아사를 가능케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백 교수는 한국의 발전, 중국의 발전, 일본의 발전이라는 ‘일국사’의 관점을 유지하는 한 “휴전은 이뤄져도 평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우리 사회에 본질적인 성찰을 가능케 하는 사건으로 ‘한승조 파문’을 꼽았다. 역설적이게도 이 사건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본의 노선을 따라 ‘선진조국’ 건설에 매진해온 한국사회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이는 ‘야생초편지’의 저자 황대권씨가 한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현 정부에 답을 요구한 질문과 일맥상통한다.“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선진한국’ 건설과 ‘친일진상규명’을 동시에 이루려는 집권여당은 일본의 길을 따라 ‘선진조국’ 건설에 앞장서 온 친일파들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MBC ‘PD수첩’ ‘대학내 친일 잔재’ 집중 조명

    MBC ‘PD수첩’ ‘대학내 친일 잔재’ 집중 조명

    초대 총장이 친일파라며 그의 동상을 철거하는 등 최근 대학가에서 불고 있는 친일잔재 청산 움직임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 방영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MBC ‘PD수첩’은 5일 오후 11시5분 ‘친일청산의 무풍지대, 학교’(가제)편에서 국내 대학들의 친일청산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제작진은 “친일문제를 규명하고 이를 교육해야 할 주체인 대학이 친일행위의 포로”라며, 국내 대학에 남아 있는 친일세력의 문제점과 그것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이유를 집중 조명한다. 먼저 제작진은 지난 95년 연세대가 2차 대전 후 전범 혐의로 3년간 복역한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한 일본재단으로부터 75억원의 기금을 유치하는 등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일본의 A급 전범들로부터 기금을 받은 사례를 지적한다. 하버드대 등 많은 세계적 대학들이 이 기금을 거부했지만, 연세대 등 식민통치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의 일부 대학들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제작진은 또 최근 한승조 전 명예 교수의 친일 망언 등으로 인해 친일잔재 청산의 목소리가 높은 고려대의 친일 문제도 짚는다. 지난 89년 여름 고려대에서는 학생들이 친일 행적이 있는 이 학교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의 동상을 철거하려다 이를 저지하려던 교수들과 대치하고, 경찰병력이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제작진은 고려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친일 청산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공개한다. 제작진은 이 외에도 이화여대의 김활란, 덕성여대의 송금숙, 추계예대의 황신덕 등 대학 총장과 설립자들의 친일행적도 파헤친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최승호 책임 프로듀서는 “대학의 경우 내부 친일세력에 의해 친일문제 연구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고 있으며, 접근하려 한다 해도 친일세력의 탄압을 받는 등 친일 청산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프로그램 제작 취지를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사회 ‘공공성’의 죽음/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우울한 조간을 대하는 날이면, 나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 아침 산을 찾는다. 사람들을 만나고 무슨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북한산 자락의 소나무와 새소리를 접하는 것이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구기동 산허리에 집이 있으니, 북한산 등산로까지 십분이면 닿을 수 있다. 건교부장관의 경질로 올 들어 4명의 장관급 공직자가 비리 혐의로 낙마했다는 조간을 접하던 아침도 나는 산으로 향했다. 등산로 입구 매표소에 이르렀을 때, 평소 보지 못하던 풍경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제 막 쉰을 넘겼을까, 반백의 한 등산객이 매표소에서 아침부터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현대판 산적도 아니고, 왜 아무 데나 줄을 쳐놓고 돈을 받느냐.’는 항변이었다.‘지도층은 없고, 서민을 등쳐먹는 고위층만 있는 나라에서 왜 국민들이 산에 가는 것조차 돈을 받느냐.’고 그는 소리쳤다. 산길을 걷는 동안 나의 머리에는 등산객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그 목소리는 아침 조간에서 목격한 우리 사회의 공공성의 붕괴 전체에 대한 분노와 탄식으로 메아리쳤다. 인적이 드문 진입로까지 직원을 배치하여 받아내는 돈으로 입장료를 징수하는 사람의 인건비나 충당하는지, 도대체 세금은 거두어서 무엇을 하는지, 입장료를 강제로 징수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내 나라, 혹은 내 국토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건 아닌지, 그런 ‘공공성’의 고갈이 우리 사회에 어떤 해악을 초래하게 될 것인지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생각해보면, 국민의 복리를 책임지는 공복(公僕)의 윤리적 부패, 투기장화된 전국의 땅, 아무 데나 줄을 쳐놓고 입장료를 징수하는 정부의 정책은 서로 동일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다. 공공성이 고갈된 토양 위로 이러한 증상들이 서로 강력한 원인과 결과 관계를 맺으며, 회복하기 어려운 어둠을 우리 사회에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대로, 공간은 공간대로, 제도는 제도대로 철저하게 이기주의와 부패를 좇아 구조화되어 있다. 부동산 값이 뛰고, 그래서 땀 흘려 노력하는 수고에 상관없이 계층간 격차가 절망적인 상태까지 벌어지게 된 작금의 사태는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토지나 부동산 값 폭등이 그 어떤 경제발전으로 빚어진 불가피한 인플레였다거나, 국토개발 방식을 결정하는 모형의 선택으로 초래된 결과였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보다 한발 앞선 정보와 이권을 이용하여 편법에 가담한 결정권자, 그리고 그 돈 놀이판의 전주(錢主)로 한국식 자본주의의 허점을 유린한 유한계층의 투기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결정권자들의 편승이 없었던들, 전국토가 오늘날처럼 투기장화되고 부패와 탈법이 창궐하는 단계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방치가 없었던들, 개발의 이익이 사회로 환수되지 않고 투기판에 몸을 던진 유한계층의 뱃속을 채우는 데로 향하진 않았을 것이다. 위장전입, 투기와 탈법, 탈세의 축제가 벌어지는 사이 우리의 국토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난개발의 현장으로 변모되어 왔다. 뒤늦게 정부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고치느라 소란스럽다. 국민들의 높아진 청렴성에 대한 기대 때문에, 좋은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푸념도 들린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을 위임받고 공익을 위해서 헌신해야 할 공직자에게 공공성보다 더 중요한 요건이 무엇이란 말인가. 위장전입과 부당거래, 탈세가 개발연대에 누구나 관심을 가졌던 부동산 투자 정도로 면책된다면, 왜 우리는 이제 와서 친일을 규명하려 하는가? 나라의 재산을 축내고, 국민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부패가 친일보다 더 심각한 매국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편법과 탈법으로 사회적 공익을 사유화시킨 사람들은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역사의 무대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한국사회는 현재 심각한 공공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도시의 공간, 정부의 정책, 시민의식, 지도층의 청렴성에서 공공성을 입체적으로 회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위민(爲民)의 미덕은 상실하고 관치의 전통은 온존시켜 온 고위공직자들이 공공성의 회복에 앞장서길 기대한다. 적어도 그들의 부조리로 우울한 조간을 펼치게 되는 아침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사회플러스] 고대교우회 친일교수청산 총학비판

    고려대 총학생회가 친일 교수 10명의 명단을 발표한 데 대해 고려대 교우회(회장 박종구 삼구그룹회장)가 비판하고 나섰다. 고려대 교우회는 31일 총학생회에 전달한 편지에서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기본적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선배나 스승을 폄하하면서 비교육적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1차 명단은 알려진 자료를 정리해 발표한 것으로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사들”이라고 반박했다.
  • 연예인 뺨치는 의원님들의 ‘변신’

    연예인 뺨치는 의원님들의 ‘변신’

    쌍꺼풀 수술… 모발 이식… 잡티 제거… 다이어트…. 정치권의 ‘외모 리모델링’ 붐이 연예계의 추세를 방불케 하고 있다. 후보의 이미지가 발휘하는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면서 정치인들의 변신 수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공격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확연한 세태변화는 성형수술의 대명사격인 쌍꺼풀 수술을 스스럼없이 감행한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초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 출신인 이기명씨와 대표적 친노(親盧)인사인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수술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노화로 윗눈꺼풀이 아래로 처져 시야를 가리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16대 국회 때만 하더라도 정치인이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것은 상상키 어려웠다.”고 말한다. ‘2대8 가르마’의 정형적 헤어스타일이 일반적인 남성 의원들에게 모발의 다소(多少)는 또다른 고민의 기준이 된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갈수록 훤해지는 앞머리를 ‘위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모발이식 수술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도 모발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목희 의원 노 대통령 권유로 ‘드라이파마’ 반대로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직모에 머리숱이 너무 많아 처치 곤란인 케이스. 그는 비슷한 처지인 노 대통령의 권유로 일명 ‘드라이파마’ 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이 ‘당신이나 나같은 사람은 1주일마다 머리를 다듬거나 아니면 아예 파마를 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전자를 택했지만, 당신은 후자를 택해 보라.’고 했다.”고 공개했다. 이 의원은 부인이 단골인 E여대 앞 미용실을 다니고 있다. ●김근태 장관 뒷머리 웨이브 ‘아톰머리’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유인태 의원 역시 드라이파마를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직모인 신계륜 의원은 특이하게도 “스트레이트파마가 오히려 손질하기 쉽다.”는 케이스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범생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최근 뒷머리에 웨이브를 주는 ‘아톰머리’로 변신한 바 있다. 젊어 보이는 데는 피부관리도 필수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지난달 뺨에 포진해 있던 잡티를 말끔히 제거했다. 그런데 이달 초 1주일 동안 히말라야 등반을 다녀온 뒤 강렬한 햇빛에 잡티가 재발해 울상이다. 천정배 의원도 올 초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뒤 왼쪽 빰에 있던 검버섯을 솎아냈다. 주름을 제거하는 보톡스나 박피 수술은 이제는 너무 일반화돼서 화젯거리도 안된다. 그러나 이들은 “젊어 보이긴 하지만, 표정이 부자연스럽다.”는 수군거림을 들어야 한다. ●민병두 의원 단식으로 10㎏ 빼고 ‘몸짱’ 몸짱 열풍은 의원들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달 10일간 단식으로 10㎏을 줄였다.“그렇게 배불뚝이로는 여성 표를 얻을 수 없다.”는 한 여성 당직자의 일침에 자극을 받았다는 고백이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도 올초 한방병원에 입원해 1주일간 단식을 한 덕택에 피부가 훨씬 맑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식’남경필 의원 다시 도수없는 안경 안경을 벗는 것도 손쉬운 이미지 변신 요법이다. 지난해 부친의 친일 의혹 파문으로 사퇴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이후 라식수술을 받고 안경을 벗어던졌다. 열린우리당 김영주,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라식수술파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라식수술을 했는데, 오히려 안경을 쓰는 게 훨씬 부드럽고 똑똑해 보인다는 주변의 지적에 지금은 다시 도수없는 안경을 쓰고 있다. 이같은 정치인의 무차별 변신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판결은 일단 ‘무죄’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이미지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시대에 정치인들이 외모를 가꾸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지 정치에만 너무 몰입하는 것은 자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지난 대선 때 외모와 이미지가 출중했던 후보들이 콘텐츠 부족으로 고배를 들었던 경험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공천부터 잡음 부르는 재보궐선거

    4·30 재·보궐선거를 한달 앞두고 여야가 후보공천 문제 등으로 잡음을 빚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 6명과 기초단체장 7명 등을 새로 뽑는 선거다.17대 국회에서 처음 치러지는 선거인데다 최근 여소야대로 원내의석 비율이 바뀐 상황이어서 정당뿐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열린우리당은 원내 과반회복을 벼르고 있고, 야당들은 한 석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부산하다. 선거결과가 정당의 성적표라면 정당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좋은 후보를 공천해 당선시켜야 하는 목표도 당연하다. 하지만 오로지 승리에만 몰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선다면 결국 과열·불법·타락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벌써 후보공천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나오는 것은 ‘푸른 싹’이 아니라 ‘노란 싹’의 조짐이다. 여야 정당 모두가 공천잡음과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은 결과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충남 아산 국회의원선거 후보로 다른 당 출신 인사를 공천했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것외에는 여당의 철학도 정체성도 찾아볼 수 없다. 당내 불만과 비판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노릇이다. 한나라당의 후보공천 과정도 점입가경이다. 금품수수설, 불법선거설, 조상의 친일행적 등 비방이 난무하고 한 공천심사위원은 사퇴까지 했다고 한다. 특히 영남지역은 후보공천만 하면 당선되는 양 김칫국부터 마시는 분위기여서 본선보다 예선이 더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느 쪽이든 한심한 일이다. 이번에 치러지는 6곳의 국회의원 선거는 모두 선거법위반 등 당선자의 불법 때문에 치러지는 당선무효에 의한 재선거다. 지난 총선의 불법 후유증을 국민세금과 지역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정당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당한 절차를 거친 공천과 깨끗한 선거를 통해 당당한 결과를 얻어야지 혼탁한 분위기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정당 내부뿐 아니라 사정기관과 선관위 등도 비상한 각오로 불법이 재연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 [옴부즈맨칼럼] ‘열린 민족주의’를 키우자/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 편집장

    지난 16일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후쇼사판 역사교과서 왜곡 등 ‘일본발 쓰나미’로 한국은 반일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올해는 한·일수교 40주년, 광복 60주년, 을사조약 체결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해이다. 따라서 올해 일본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앞으로 한·일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 상정 및 통과를 계기로 불거진 한·일간의 영토·역사 분쟁은 ‘한·일 우정의 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계속된 ‘망언과 도발’, 그리고 한국 정부의 ‘신(新)대일독트린 선포’는 양국의 관계를 타협이 불가능한 극단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현실을 다루는 언론보도는 민족감정과 애국심을 부추기는 행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격분하여 일장기를 태우는 시민들의 사진, 일본을 맹비난하는 선정적인 기사 등 반일을 넘어선 혐일(嫌日) 이미지를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또 다른 극단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차근차근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같은 ‘감정의 과잉’이 수용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 동안 끊임없이 불거진 일본 관련 이슈에 대해 서울신문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를 냈다.“일본의 식민지배는 축복”이라는 한승조 교수의 기고문 파문에서 촉발된 대학 내 친일 청산 움직임에 대해서도, 친일 청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시각과 조사기간이 짧고 검증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를 함께 보도했다. 또 일본을 대하는 데 있어 절제하되 일관되고 치밀한 대응을 주문하는 칼럼도 돋보였다(3월25일자 ‘대국적·대양적 시각이 필요하다’,3월24일자 ‘대일분노 무엇을 남길 것인가’,3월23일자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포커페이스). 하지만 한·일 어업협정 폐기 요구, 마산시의회의 ‘대마도의 날’ 제정, 국회가 쏟아놓는 각종 대일 정책, 정부의 신(新)대일 독트린 등에 대한 ‘다른’ 시각은 부족했다. 극단적 반일 정서와 맹목적 민족주의에 기대어, 이를 자성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작았다. 한·일 어업협정 폐기 주장의 경우, 협정 폐기가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국제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학계의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어업협정 폐기 주장을 비중 있게 다룬 반면(3월19일자 ‘중간수역 독소조항…한·일어협 갱신해야’),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의 이슈로 단순하게 보도했다. 거시적 관점을 가지고 일본을 바라보는 기획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때그때 터져 나오는 사안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과거, 현재, 미래의 한·일관계에 대한 방향타를 설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이 없었다. 냄비근성으로 인해 또다시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가 국민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긴 호흡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신문이 후원한 한·일 수교 40주년 세미나 관련 기획(2월19,21일자)은 더욱 돋보인다. 두 회에 걸쳐 보도된 이 기획은 민족에 함몰돼 ‘일본은 무조건 악, 한국은 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비판했다. 일본은 동북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나갈 협력자라는 점에서 일본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심 없는’ 연구는 필요하다. 또 지난해에 다루었던 일본 역사교과서 관련 기획(12월24일자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은 국정교과서 체제 후 경직된 한국 역사교육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상생을 위한 열린 서술을 주문하고 비판과 자성을 통해 건전한 대안까지 제시한, 바람직한 기획이었다. 언론은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다루는 ‘확성기’가 되기보다 여러 주장들을 논란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흥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는 일시적인 감정의 분풀이는 될 수 있어도 내실 있고 장기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를 키우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 편집장
  • 고대 총학 ‘親日’ 10명 발표…연세대는 “반대”

    고대 총학 ‘親日’ 10명 발표…연세대는 “반대”

    고려대 총학생회가 28일 ‘친일 행적 전·현직 교수’ 1차 명단을 발표했다.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를 비롯해 2∼4대 총장 유진오, 문학평론가 최재서, 사학자 이병도 등 10명이다. 그러나 고려대 안팎에서는 ‘친일 행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2주일의 짧은 검증 기간을 거쳐 명단을 발표한 데 따른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김성수·유진오·최재서·이병도 포함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김성수는 1932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해 10,12대 교장을 지내며 일제의 전쟁 동원을 지지하고 학병제와 징병제를 찬양하는 글을 다수 썼다.”고 친일 인사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제2∼4대 총장을 지낸 유진오는 1943년 ‘매일신보’에 ‘병역은 큰 힘이다’를 쓰는 등 ‘문학을 통한 친일행적’을 선정이유로 들었다. 총학생회는 1953년부터 21년 동안 영문과 교수로 재직한 조용만은 매일신보 논설위원으로 친일문학을 했으며, 장덕수는 ‘매일신보’에 학병지원을 촉구하는 ‘대용단을 내라’는 시론을 썼다고 밝혔다. 보성전문 출신으로 1955∼1956년 교우회장을 지낸 이병도는 식민사관총서인 ‘조선사’ 간행에 참여했고, 신석호는 ‘조선사 편수회’ 수사관으로 일제의 역사왜곡 식민사관 구축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보성전문 6대 교장으로 중추원 참의를 지낸 고원훈,‘황국신민의 서사’를 집필한 이각종, 대동동지회 회장을 지낸 선우순, 친일문학지인 ‘국민문학’주간으로 활동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최재서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총학생회는 “명단은 총학생회 및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간부 등 10명으로 구성된 ‘일제잔재청산위원회’가 조사하고, 민족문제연구소와 전·현직 교수 3명의 자문을 받아 확정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다음 달 7일 비상총학생회를 열어 교내에 있는 김성수 동상의 철거 및 백서 발간 등 본격적인 활동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다른 목소리 낸 연세대 총학생회 그러나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학교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의 ‘백낙준 초대 총장의 동상 철거’요구에 “막연한 반일 감정을 토대로 한 여론몰이에 불과하다.”면서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탈정치’를 표방하는 비운동권인 연세대 총학생회는 “반일감정이라는 막연한 논리보다 체계적·학문적·교육적인 해결책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법”이라면서 “동상 철거보다 공적과 과오를 명시한 게시판을 설치하고 판단은 학우 개인에게 맡기자.”고 제안했다. 한편 당초 이달 말 친일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던 연세대 민노당 학생위는 명단 발표를 새달 초로 미뤘다. ●“섣부른 낙인찍기는 경계” 고려대 교수들은 총학생회의 발표에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외과의 한 교수는 “식민지라는 특수상황에서 한 사람의 행적을 학생들이 몇 주일 만에 재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섣부른 낙인찍기에 우려를 표시했다. 경제학과의 한 교수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뭔가 해보겠다는 학생들의 모습이 마치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반면 고려대 잔재청산위 유지훈 집행위원장은 “친일행적이 명확하고 누구나 인정할 근거가 있는 사람만 선정했다.”면서 “앞으로 광복 이후 식민사관을 공고히 하는 데 동참했던 사람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2,3차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용 박지윤기자 utility@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자서전 ‘대화’ 낸 리영희 전 한양대교수 산행 인터뷰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자서전 ‘대화’ 낸 리영희 전 한양대교수 산행 인터뷰

    ‘아큐정전’의 저자 루쉰(魯迅)은 생전에 영국의 시인 바이런을 예찬했다.‘영국’이라는 속박에서 끊임없이 벗어나려는 저항정신을 사랑했다. 얼마전 중국은 네티즌 13만명을 상대로 20세기 중국사회에 가장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루쉰을 1위로 꼽았다. 한국의 루쉰으로 일컬어지는 사람이 있다. 누굴까.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파란과 곡절의 삶 그 자체이다. 주위에서는 ‘60% 저널리스트,40% 아카데미션’이라고 한다. 르몽드지는 ‘사상의 스승’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1999년 ‘연세대학원신문’이 교수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세기 영향력 있는 학자와 저작’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학자 가운데 리영희(77)씨를 가장 으뜸으로 꼽았다. 또 모언론사에서 지난 한 세기동안 가장 영향력있는 100대 인물 중 리씨가 24위로 조사됐다. 리씨는 “나의 글은 루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루쉰을 좋아한다. 흥미로운 것은 루쉰과 리씨가 해양대학 출신의 지식인이라는 점. 리씨 역시 온몸으로 ‘저항’하며 한 시대를 깨우치려 했다. 또 올곧은 사상가의 길을 걷고자 했다. 경기도 군포시 수리동의 한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신분을 밝히자 “문이 열렸으니 그냥 들어오세요.”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섰다.40평쯤 돼 보였다. 리씨는 식탁에서 혼자 과일을 먹고 있었다.“점심을 지금 막 먹었거든. 조금만 기다려주게.”라고 했다. 잡안에는 조수미의 ‘새야새야’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이윽고 리씨와 마주앉았다. 이런저런 인사말이 오고갔다. 그는 “오늘 날씨도 좋은데 뒷산 구경이나 할까.”라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본의 아니게 전화내용을 듣게 됐다.“요새 글 못써. 책도 안 읽어. 스트레스 받으면 재발하거든. 뭐? 대학에서 두번 쫓겨나는 바람에 연금도 없어. 내가 언제 감투를 써봤나. 요새 책도 안팔려, 전자매체로 다 보잖아.” 문득 벽에 걸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손자손녀들과 밝게 웃는 모습의 사진도 보였다. 전화통화를 끝낸 리씨는 “가족이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해야 기억할 수 있지. 손자들은 서울 신촌에 살고 있어.”라며 노년의 외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후 마을 뒷산인 수리산 입구에 들어섰다.“이 산은 말야, 해발 489m의 야트막한 산이지. 그런데 물이 좋아. 약수물 받으러 오는 사람 많아.” 리씨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천천히 걸었다. ●이번 자서전이 마지막 글 최근 발간된 자서전 ‘대화’(한길사刊)에 대한 얘기가 먼저 나왔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직접 글을 다듬고 쓰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지. 서울대 학생이 우리집에 기거하며 정리해 주었어.2년 걸렸지. 누락됐거나 생략된 것도 많아. 살아온 76년은 한마디로 ‘야만의 시대’였지. 일제와 해방후 50년은 반인간적 생존환경이었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우는 고결한 정신의 소유자들 돕기 위해 많은 글을 썼지. 문장으로는 꽤나 중국의 루쉰 같은 스타일로 써왔어.” 20분 가량 걸었다. 약간 힘들었는지 의자에 앉자고 했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새들의 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혔다. 자연이 그에겐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까. 잠시 하늘을 쳐다보다가 “아름다운 경치야. 무심(無心)으로 걸어. 자연의 오묘한 변화를 새삼 느끼지. 몸이 불편하니까, 지난날의 정열과 행동양식이 내면화되니까, 정서가 합치돼.”라면서 지나온 세월을 잠시 돌이켜본다. “참으로 우역곡절과 파란만장이었어. 어떤 장면과 국면에 가까이 안가도 될 것을, 지성인의 본질적 책임을 위해 개인의 안락보다는 사회쪽으로 시선을 돌렸지. 가정위주로 산다는 것은 배반이었어. 자식들에겐 굉장히 미안해. 또 지나칠 정도로 논증적으로 빈틈없이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었지. 정서적 내면은 철저히 억압됐어.” 이같은 고통스러운 삶으로 술은 늘 곁에 끼고 있었다고 했다. 모언론사 외신부장 시절이다. 부원들과 팔당에서 야유회를 가졌다. 부원들은 정종을 마셨지만 리씨는 들고온 고량주(10홉짜리 큰병)의 뚜껑을 땄다. 안주없이 벌컥벌컥 5홉을 연거푸 마셨다. 정신을 잃었다. 이튿날 배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위궤양이었다. 성인의 위두께가 보통 11㎜인데 9㎜까지 파고들었단다. 이후 15년 동안 위궤양으로 고생했다. 리씨는 인터뷰에 앞서 스트레스 받는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온국민의 관심사인 독도문제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은 모든 상황을 1945년 이전으로 롤백하려는 큰 구상 속에 영토문제를 꺼내고 있지. 우리는 고증과 실증을 통해 법률적 역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해. 걱정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냄비’ 정서야. 항상 반응적이거든. 그러나 독도문제만큼은 영국 국민처럼 뚝심으로 대처해야 해.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은 불독처럼 말야. 여기에 일본인 같은 교묘함도 염두에 두어야 해.” ●한·일 우익들의 밀착이 문제 이어 “이번 사태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친일파 우익과 일본의 우익단체간에 밀착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라면서 “한국과 일본의 우익 뒤에는 항상 미국이 있지. 김대중 정권에서도 그랬지만 노무현 정권에 와서 미국은 남한의 우익을 더욱 부추기고 있어. 기독교 인사, 전직 장관, 군부세력 등 남한의 우익단체가 더 무서워. 자기 몸속의 벌레를 찾아내야 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낀 듯 “그만두자.”고 했다. 화제를 돌렸다. 여생에 뭔가 또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한 인간으로 할 수 있는 분량이 있어.40년간 범속한 지식인의 머리로 쓴 소리도 많이 했지. 국민들에게 시대의식과 세계관을 바로잡는 데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봐. 또 우리 국가나 사회가 대체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 기쁘고 행복해. 이만하면 분량을 다했어.”라며 말끝을 흐린다. ●광주 배후자로 몰려 수차례 고초 그는 1929년 평북 운산에서 3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부친은 구한말 신식교육을 받은 선비형이었다.14세 때 경성의 ‘공립5학년제 갑종 중학교’에 입학한 뒤 1945년 11월 미국식 6년제가 된 고등학교에 5학년으로 편입했다. 이때 담배말이와 성냥장사를 했지만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정도였다. 그러던 1946년 국비로 입혀주고 먹여준다는 말을 듣고 해양대학 1기생으로 입학해 1950년 3월 졸업했다. 6·25전쟁이 나자 연락장교에 지원해 7년 동안 전방근무를 했다. 전방 근무시절엔 권총을 잘 쏘아 명사수로 명성이 자자했다. 제대 1년전 56년 스물일곱에 하숙집 아줌마의 중매로 결혼했다. 제대후에는 합동통신사 외신부 기자로 취직했다.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는데 셋다 합동통신사 다닐 때 태어났다. 이후 72년 신학기부터 한양대 강단에 서면서 무섭게 글을 썼다.77년에 ‘8억인과의 대화’‘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을 한데 묶어 2년 동안 투옥된다. 수감 중에는 ‘D검사와 리교수의 하루’라는 소설을 썼다. 대학에 복직됐으나 ‘광주폭동’ 배후자로 몰려 다시 해직되는 등 수차례 고초를 겪는다. 정년 퇴임후 그는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고 자위하며 조용히 살았지만 2000년말 일흔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졌다. 언어장애까지 겹쳤다. 다행히 요즘들어 건강이 다소 회복됐다. 그러나 오른손의 떨림과 손가락마비는 여전해 장마철만 되면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의 심한 고통을 느낀다고 했다. “내가 할 일은 다했다.”고 거듭 말하는 리씨. 그는 자신의 책이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며 저녁노을을 뒤로 하고 쓸쓸히 산을 내려왔다. ■ 그가 걸어온 길 ▲1929년 평북 운산 출생 ▲50년 해양대학 1기 졸업, 경북 안동중학교 영어교사로 재직중 6·25전쟁이 나자 연락장교 지원 ▲57년 대위로 군제대 ▲57∼64년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 ▲64∼71년 조선일보·합동통신 외신부장 ▲72년 한양대 문리과대 교수 ▲76년 박정희 정권때 해직 ▲80년 3월 복직됐으나 그해 여름 전두환 정권에 의해 다시 해직됨. ▲84년 재복직 ▲87년 미국 버클리대 부교수 초빙 ▲95년 한양대에서 정년퇴임 ▲99년 동대학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역임 ■ 주요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74년), 우상과 이성(77년),8억인과의 대화(77), 분단을 넘어서(84년), 베트남전쟁(85년), 인간만사 새옹지마(91년) 등 km@seoul.co.kr
  • [문화마당] 나만 빼고 다 망해라/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마을 근처에 해발 300m가량 되는 산이 있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용이 살 만큼 산세가 험하지 않다. 작고 아담한 산이지만, 그런 산이 집 주위에 있다는 것에 늘 고마워한다. 틈만 나면 그 산에 올라 운동도 하고 복잡한 머리도 식히곤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 산을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부쩍 늘어나서 공휴일에는 앞사람 엉덩이를 보고 올라야 할 정도이다.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로 붐비면서 짜증나고 불쾌한 일들을 왕왕 겪는다. 산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산에 오를 때는 반드시 배설물을 치우도록 권유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이를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뿐 아니다. 한 줄로 서서 좌측통행을 해야 하는데도, 무리를 지은 채 뒤죽박죽 엉켜서 좁은 산길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면서 왁자지껄 떠들어대기까지 한다. 심지어 키 작은 나무를 발로 짓밟는 이, 지팡이로 삼기 위해 큰 가지를 부러뜨리는 이, 담배를 버젓이 피우는 이, 술을 마시는 이도 있다. 정상에 올라 푸른 하늘을 마주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스리려 하면, 바로 옆에서 ‘야호’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연달아 악을 쓴다. 그런 사람을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물론, 힘들게 산에 오른 기쁨과 쾌감으로 ‘야호’라 외치는 것이 뭐 그리 나쁘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산에서 ‘야호’라고 소리치는 사람을 보면 왠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이고 정복자적인 논리로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그런 위대한 인간은 이 세계의 주인이며, 자연을 비롯한 그 외 모든 것은 주인을 위해 봉사하는 노예라는 생각은 근대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핵심사상이다. 그 사상이 도로와 철길을 만들고 골프장과 스키장과 콘도를 만들면서 우리에게 삶의 편리함과 여유로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반면 그것이 인간의 본래적 고향이자 영원한 안식처인 자연을 황폐화시키고, 나아가 인간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채만식의 ‘태평천하’를 보면 친일지주 윤직원 영감이 “나만 빼고 다 망해라.”라고 외치는 구절이 있다.‘나’만 중요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 논리에는 ‘나’ 아닌 다른 모든 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잠복해 있다.‘나’만 고귀하다는 오만한 생각은 ‘너’를 언제든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짓밟을 수 있다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행동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이들에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은 전무하다. 모두가 ‘나’만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복종하고 희생해야 하는 하인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가차없이 정복되어야 할 적일 뿐이다. 이제 곧 산과 들에 온갖 꽃들과 풀들과 나무들이 형형색색으로 생명의 싹을 틔우면서 대지를 온통 녹색향기로 물들일 것이다. 봄날, 홀로 적요한 산을 오르면서 숲 가득 넘쳐흐르는 생명의 숨결에 취해보자. 그러면,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편안히 맡긴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나뭇잎 하나, 돌멩이 하나까지 반갑다고 손을 가볍게 흔들고 미소를 은근히 짓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복자로 자처하는 인간이 보잘것없는 미물에 불과한 반면, 오랜 세월 묵묵히 아름다운 향기를 발산하는 자연이 참으로 은혜로운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함께 세상을 조화롭게 가꾸어 나아갈 동반자이다. 자연 없이 인간만 있다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마찬가지로,‘나’ 혼자 세상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고독하겠는가. 가족과 같은 내 이웃이 있고, 또 자연이 있기에 내가 있는 법이다.‘나’와 ‘너’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진다면, 모든 것이 고맙고도 소중한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점점 푸르러 가는 산처럼, 스치는 작은 인연도 귀히 여기고 사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런 아름다운 빛깔로 우리들 마음을 가꿀 수는 없을까.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 한성大 윤경로 총장 취임식

    한성대는 21일 낙산관 대강당에서 윤경로 제5대 총장의 취임식을 갖는다. 윤 총장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과 경실련통일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4)이화여대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4)이화여대

    이화여대 법대는 명실공히 ‘여성법조인의 산실’이다. 지난 1950년 개설된 이후 211명의 여성법조인과 23명의 법학교수를 배출해 냈다.사법시헙 합격자 규모 전국 6위, 법대 종합 순위 전국 5위라는, 겉으로 드러난 지표도 자랑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여느 남녀공학 법대 못지 않은 탄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10년 전부터 로스쿨 준비” 로스쿨을 향한 이대의 도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태윤 법대 교학부장은 “이대는 로스쿨 도입방안이 처음 논의되던 지난 1995년부터 로스쿨 도입이 대세라고 판단, 이미 10년 전부터 로스쿨로의 전환을 준비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대는 이미 지난 1999년 연면적 2400여평의 법대 독립건물을 마련, 전용 모의법정과 법대 도서관을 설치했다. 함께 완공된 초현대식 법대 전용기숙사인 ‘솟을관’도 일반 기숙사와 차별화된 동영상강의실, 세미나실, 정보학습실 등을 갖춰 최고의 법대 기숙사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2의 법학관도 완공을 1년여 앞두고 있다.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최첨단 대형강의실 4개와 실제 법정과 동일한 모의법정, 법학도서관 등을 갖춘 신관을 현 법학관 옆에 신축하고 있다. 또한 법대 전용 기숙사를 내년에 추가로 세운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고수준의 교수진 무엇보다 이대의 자랑은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다. 실무형 교수진을 포함한 30여명의 교수진 모두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법학자들이다. 대표적으로 신인령 총장은 총장이기에 앞서 노동법 분야의 독보적인 학자다. 현재 법제처장으로 재직 중인 김선욱 교수는 내로라하는 법여성학자다. 형법의 이재상 교수도 손꼽힌다. 검사출신인 그를 빼놓고 형법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이 교수의 교과서는 사시 수험생들에게 ‘바이블’로 통하고 있다. 민법의 송덕수, 상법의 오수근 교수, 행정법의 김유환 교수 등은 이대에서 최우수 교수로 선정돼 법학자로서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헌법의 김문현 교수는 학계에서 존경받는 헌법학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국제법 교수진도 탄탄하다. 최원목 교수는 외무고시 출신으로 외무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한 실무가다. 최 교수는 특히 행정고시에도 합격한 이력을 자랑하며 미국 변호사 자격까지 갖추고 있다. 김영석 교수 역시 외시에 합격, 외교통상부 근무 경력을 갖고 있는 등 이대 국제법 교수진은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전문가들이다. 최희경 헌법 교수는 “이대는 헌법·민법·형법 등 기본법은 물론, 세법·법여성학·국제통상법·도산법 등 개별법 역시 분야별 최고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는 로스쿨 도입에 대비해 실무경험을 갖춘 교수진을 10명 정도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판·검사 평균임용률 25% 넘어 이대 출신들의 활동도 활발하다.44회 합격자 39명 가운데 올해 판·검사로 신규임용된 연수원 수료생은 12명으로 임용률이 30%를 넘는다. 역대 사시 합격자 210명 가운데 판·검사는 모두 53명으로 평균 임용률이 25%를 넘는다. 사시합격자비율은 전국 6위지만, 판·검사 임용률은 단연 톱이다. 특히 한때 ‘금녀구역’이었던 검찰쪽 진출이 활발해졌다. 올해 임용된 신규검사 85명 가운데 이대출신은 10명에 달한다. 서울대 33명에 이어 연세대(10명)와 함께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더욱이 여성신규검사만 따로 놓고보면 35명 가운데 이대출신이 30%를 육박하는 등 최근 법조계에 불고 있는 여풍을 이끌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양명조 법과대학장 “세법·국제법 국내 최고 수준” “전문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법학교육을 추구합니다.” 양명조 이대 법과대학장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대 법학교육의 좌표를 이같이 밝혔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로스쿨이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전문적인 법학교육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양 학장은 “로스쿨이 다양한 전공지식을 기반으로 한 법률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이라면서 “현재의 학부 4년 과정을 로스쿨 2년동안 집중적·집약적으로 교육시킨 뒤 3년차부터 실무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 법대가 전문성과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양 학장은 “현재 이대 법대는 기본법 과목에서도 법조계 내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세법·국제법·도산법·노동법 등의 전문분야에 있어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 분야 빠짐없이 최고의 교수진이 포진해 있다는 설명이다.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커리큘럼도 이대 법대의 강점이다. 이대 법대의 자신감은 지금까지 이대가 배출한 법조인과 법학자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에서도 비롯된다. 양 학장은 “국내 여성법학교수는 모두 50여명인데 이 가운데 50%에 육박하는 23명이 이대 법대 출신”이라며 “이대출신들은 법조인뿐만 아니라 법학자의 층도 두텁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에 최고의 교육시설까지 마련돼 있어 이대 법대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전효숙 헌재재판관등 법조인 211명 배출 이화여대가 배출한 법조인은 여성 최초의 사법고시 합격자인 고(故) 이태영(1936년 졸업) 박사를 필두로 모두 21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명의 판사와 27명의 검사를 배출했다. 이들 이대 출신 법조인들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최초 여성법조인인 이 박사는 1952년 제2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최초의 여성변호사로 활동하며 여성 법조인의 문을 열었다. 전효숙(69학번) 헌법재판관에게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1975년 제17회 사법시험에 역대 네번째 여성법조인으로 합격했다. 사법고시가 사법시험으로 바뀐 1963년 이후 이대가 배출한 사시 합격자 210명 가운데 최초이기도 하다.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 2003년 여성 최초로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다. 그는 특히 탄핵심판과 수도이전 헌법소원 등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이선희(69학번·사시 20회)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1년 친일파 후손의 토지반환소송에 대해 “헌법정신으로 볼 때 반민족행위자가 반민족행위로 취득한 재산의 보호를 구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난다.”며 기각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선욱(71학번) 법제처장은 여성으로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법여성학자로 손꼽힌다.82학번인 금덕희(사시 20회) 판사와 노정희(사시 29회) 판사는 각각 대전지법과 광주지법에서 활동 중이다. 김은미(82학번) 변호사는 33회 사시 수석합격자다. 같은 학번의 이명숙 변호사는 사시 29회로 가정법률 전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이명숙 변호사의 가정법원’이란 라디오 방송 진행과 저서 ‘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로 대중과도 친숙하다. 이들 외에 사시 32회에 합격해 현재 대구고등법원에 재직 중인 이영숙(87학번) 판사도 이대 출신이다. 검사로는 서울북부지검 노정연(86학번·사시 35회) 검사가 대표적이다.‘이대 출신 첫번째 검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천사표 검사’로 유명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최정숙(86학번·사시 33회) 검사는 올해 초 폭력혐의로 입건된 불우 청소년에게 처벌 대신 온정을 베풀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이밖에 차정일 특검팀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이영희(90학번) 변호사 등 88명이 연수원 졸업 직후 개업해 변호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연대생도 학내 친일명단 공개

    고려대에 이어 연세대에서도 학생들이 학내 친일인사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연세대 학생위원회는 18일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 마당 고 백낙준 초대총장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측은 친일 의혹을 받고 있는 백 전 총장의 동상을 철거하고 고 유억겸 연희전문 5대 교장을 기념하는 교내 건물 이름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이정엽(24·경제학과 4년) 학생위원장은 “이달 말까지 민주노동당 내 정책팀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도움을 받아 학내 다른 친일파 명단도 파악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상이 철거되고 기념관 이름이 바뀔 때까지 범연세인 서명운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친일’ 카페 잇단 폐쇄

    친일 인터넷 카페들이 사실상 패쇄됐다. 포털 다음은 ‘독도는 일본땅’ 등 5개 친일 카페의 접속을 차단했다고 17일 밝혔다. 미풍양속을 해치면 차단시킬 수 있다는 자사 약관에 따른 결정이다. 향후 15일간 이의제기가 없으면 자동 폐쇄된다. 관계자는 “친일 카페를 검색한 결과 10여개가 발견돼 정도가 심한 5곳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에 심의를 의뢰했다.”면서 “이 중 1개가 문제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NHN의 포털 네이버도 최근 적발된 친일 카페 2개에 접근차단 조치를 내렸다. 이들 카페는 지난 2002년부터 생겨났으며,‘독도는 일본땅’ 카페 회원은 4500명이 넘는다. 내용은 독도가 일본땅이라며 일본 우익 언론인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한국지사장의 주장 등을 빌려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열린세상] 克日의 元年 삼아야/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언론인

    사실 일본의 한낱 지방자치단체인 시마네현이 엉뚱하게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채택했다 해서 독도의 위상에는 티끌만한 변화도 오지 않는다. 한국의 ‘독도의 실효적 점유’라는 현실이나 국제법적 지위에도 아무런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보다는 이번 시마네현 사태를 전에 없이 끈질기고 음험한 일본 위정자들의 ‘독도 침탈’ 속셈 바로 뒤에 도사린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 조짐에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만 한다. 아울러 독도문제다, 일본 교과서 왜곡이다, 하면 그때마다 요란스레 들끓다 마는 냄비처럼 철저하지 못한 우리의 ‘일본을 다루는’ 자세를 반성, 시정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는 과거처럼 감정에 호소하는 일과성 반일, 항일 시위의 되풀이로 끝내서는 안 된다.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는 수없이 되풀이되어온 것이지만 이처럼 일본의 보수화 경향 등 시대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새 한·일 관계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을 속속들이 연구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양국관계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직까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양국간의 과거사를 바로잡는, 우리로서는 진정한 극일(克日)의 원년을 삼아야 한다. 이토록 한·일 국가간 공식 관계가 근래 들어 가장 심각한 올해가 한·일 우정의 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일본에 확산되고 있는 무슨 사마, 무슨 히메의 소위 한류 열풍에 취해 사실 우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왔다. 삼성이 소니를 눌렀다느니, 현대가 도요타를 따라잡고 있다느니 하여 일본에 대해 은근히 자부심을 키워오고 있었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우리 수출품인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계들의 상당부분이 일제이며 원천기술 보유를 비교한다면 한·일간에는 아직도 엄청난 수준 차이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듣는다. 드라마, 연예의 한류바람도 어찌 보면 왜색의 재가공 수출인 측면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우리는 아직 우쭐할 때가 아니다. 또한 한·일 우호를 운운할 자격도 없다. 올해로 광복 6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60년이 지나도록 식민지 청산작업조차 말끔하게 하지 못해 우리는 오늘날까지 식민지 역사관 바로잡기, 친일파 척결, 과거청산 문제를 현안으로 안고 살고 있다. 수교 40주년을 맞았다고 하지만 과거 정부가 식민지 시절 피해 국민의 배상문제를 멋대로 포기하는 수교협상을 벌인 것이 확인돼 생생한 쟁점으로 살아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일본을 제대로 철저하게 연구해 본 일이 없다. 일본은 과거 조선을, 지금의 한국을 철저하게 연구했다. 우리가 과거사 속의 일본을 극복하고 오늘의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일본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당연히 인간 생체 실험 등 과거 일본의 잔혹한 전쟁 죄악상에 대한 연구 실적이 미미하다. 우리 후세에 대한 과거사 교육이 형식에 그치고 있음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한·일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함께 일본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 조치로 국내의 민간외교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민간단체들의 자발적 일본 과거사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이들이 일본의 피해를 입었던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 유대해 일본의 과거를 추궁하는 조직적 민간외교를 전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어떤 통쾌한 조치로 매듭지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일본이 진심으로 과거사를 반성치 않을 수 없게 하는 효과적 조치, 한국의 극일의 방도를 찾아내는 깊이 있는 일본 연구, 처절한 우리의 과거사 반성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언론인
  • [송두율 칼럼] 탈식민주의의 문화지평

    [송두율 칼럼] 탈식민주의의 문화지평

    올해 우리는 광복과 분단의 60주년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히 한·일간에 예민한 사안들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독도영유권 문제는 물론, 일본식민지지배의 공과(功過)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승조 교수의 기고문의 내용은 과거에 대한 분석을 넘어 오늘의 문제와 곧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의 사회적 파장 또한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자생적 발전론’의 대립처럼, 주로 학술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졌던 논쟁들이 이제는 “친북이 친일보다 나쁘다.”는 식의 직접적 표현을 빌려 오늘의 정치상황 평가에까지 연결되고 있다. 1945년의 광복은 냉전체제 속에 갇혀 일본식민지지배구조의 완전한 해체로 곧장 연결되지 못했다.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는 이러한 구조의 재생산을 직접 뒷받침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문화분야에서는 정치나 경제분야보다 더 늦게 재생산 구조가 복원되었다. 이의 주된 이유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문화가 지니는 특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일간에 정치나 경제분야보다는 문화분야에서 아직도 상당한 저항과 거부감이 남아있다.‘교과서파동’이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욘사마 열풍’과 같은 현상도 나타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그간 경제대국-기술대국-정치대국-군사대국-문화대국이라는 국가경영철학의 변화를 보여왔다. 문화대국의 건설이 장기적 과제라는 사실이 여기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강대국보다는 차라리 높은 문화를 지닌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고 싶다는 김구선생의 바람은 이러한 일본의 국가경영철학에 대비될 수 있는, 그래서 분명히 값진 것이었지만 불행하게도 분단체제 속에서 실현될 수 없었다. 그동안 한·일간의 비대칭적 문화관계는 열등감과 우월감이 서로 교차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한·일간에만 특별히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의 이론가 프란츠 파농(F Fanon)은 제3세계가 식민지시대와 단절하려고 하지만 이를 위해 동원하는 수단 역시 식민지시대의 유산이라는 자기모순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극일(克日)하기 위해서 먼저 지일(知日) 또는 친일(親日)해야 한다는 논리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문화가 본래적이고 순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식민주의의 문화와 뒤섞인 하나의 ‘잡종’이라는 사실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파농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피부색깔에다가, 과거에는 오히려 일본에 높은 문화를 전해주기까지 했다는 민족적 자부심 때문에 우리는 그와 같은 논리를 선뜻 받아 들일 수 없게 되어 있다. 결코 쉽게 부정될 수 없는 민족정체성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담론을 우회(迂廻)하면서 잘못 설정된 비교수준에 근거한 ‘친북이 친일보다 나쁘다.’거나 ‘친일이 친북보다는 낫다.’는 주장은 먼저 식민주의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또 이같은 주장은 식민주의의 자기반성의 근본인 ‘기억의 문화’마저도 철저하게 희화(戱畵)하고 잊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잘못 설정된 그러한 비교수준은 지금까지 식민주의자들에 의하여 재단된 ‘문명-야만’, 또는 ‘좌익-우익’이라는 경계를 넘어 ‘창조적 제3’을 지향하고 있는 탈식민주의의 진지한 노력과 귀중한 성과도 아예 없었던 것처럼 여기는 무지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탈식민주의적 문화공동체건설의 기본정신은 우선 여러 문화적 주체들이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데에 있다.‘친일’과 ‘친북’이라는 잘못 설정된 양자택일의 막힌 사고체제로서는 남북이 탈식민주의의 노력 안에서 만날 수 없다. 또 이러한 만남을 기반으로 한 동북아의 새로운 문화적 지평을 여는 작업도 불가능하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독도·교과서 왜곡] 與 “日대응 친일잔재 청산부터” 과거사법 4월처리 시동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및 독도 파문이 국회의 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에 동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14일 역사 왜곡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적으로 과거사법을 제정하는 게 시급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날 집행위원회에서 임채정 의장은 “일본이 하는 것이 갈수록 가관이다. 그들은 멀쩡한 사람들도 떼로 앉으면 이상해진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말을 정세균 원내대표가 받아 ‘발전’(發電)시켰다.“의장이 일본의 잘못된 태도에 대해 지적했지만, 우리가 과거사법을 제정하지 않는 게 참으로 이상하다. 정기국회 때부터 과거사법 합의 처리를 약속해 놓고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과거사법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못을 박았다. 다시 임 의장이 거들었다.“일본의 방자한 태도 뒤에는 한국 현대사에서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않는 우리 태도에 대해 가볍게 보는 저들의 인식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스스로를 깔보기 때문에 남들도 우리를 깔보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을 하고 위신을 높였다면 식민지 가해자들이 오만방자할 수 있겠나. 과거사법 처리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 정 원내대표는 새로 뽑힌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에 대해 “합리적인 분”이라고 잔뜩 치켜세운 뒤 “여야간 약속은 국민과의 약속이니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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