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 이후 남북경협 전망/상호교역 당분간 위축
◎북,6개월∼1년은 경제문제 뒷전으로/냉각기 지나면 위탁 가공무역 등 활기
김일성의 돌연한 사망으로 남북경제교류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된다.
북한으로서는 우선 체제유지를 위해 대외 접촉을 기피하겠지만 한계에 달한 경제난을 타개하려면 장기적으로 대외협력,특히 남북교류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그 시기는 북한의 체제가 얼마나 빨리 정비되느냐에 달렸다.
또 김일성의 사인이 북한의 공식발표처럼 자연사냐,정변에 의한 사망이냐,김정일 체제로 권력이 굳어지느냐,제3의 변수가 발생하느냐 등 경우에 따라 남북경협은 달라진다.
그러나 남북경협이 중단돼도 우리로서는 별 영향이 없다.지난해 1억8천6백만달러(반입 8백만달러,반출 1억7천8백만달러)에 이르는 남북간 교역규모는 우리의 총 무역규모의 1% 밖에 안 되기때문이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과거 공산권 국가의 전례에 비춰 볼 때 당분간 북한 내부는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권력승계가 마무리되기까지 앞으로 6개월∼1년간은 경제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 남북경협은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생필품의 부족이 심해질 경우 권력투쟁의 와중에서도 생필품과 1차 산품 위주의 교역은 부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무역진흥공사의 박용도사장도 이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 일단 냉각기를 거친 뒤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기존의 위탁가공 무역과 변경무역,원유와 식량 등 전략물자 수입을 위한 대외교역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위탁 가공무역이 대외교역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어 남북관계가 호전될 경우 우리나라가 최대의 위탁 가공무역 대상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쌍용그룹 기획조정실 김덕환 사장은 『김일성은 무려 50년 가까이 유일신으로 군림했으므로 지금 북한으로서는 남북경협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경제연구소 노성태 소장은 『북한은 늘 정치 및 군사문제를 앞세워 경제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며 『김일성의 사망으로 북한의 체제가 불안정한 안개정국에서는 남북경협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일성이 카터와 만난자리에서 10년간 더 통치할 수 있다고 발언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김정일이 친서방 경향을 띠더라도 사상투쟁 없이 북한을 개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최악의 경우 군의 힘을 빌어 강권통치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속에서 대우·코오롱·럭키금성·삼성 등 대북경협,특히 위탁 가공무역을 추진해 온 기업들은 해외지사에 정보수집을 지시하면서도 일단은 사업의 중단을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증시 어떤 영향 미칠까/단기 악재… 충격 해소후 상승/남북정상회담 무산으로 주가하락 예상/김정일 권력승계 여부도 장세 크게 좌우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은 토요일인 9일 증권시장에 「재료」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장이 끝난 뒤 뉴스가 전해짐으로써 하루의 여유를 갖게 돼 「완충효과」도 기대되나 남북정상회담의 무산이 거의 확실해 충격도 예상된다.증권전문가들은 대부분 「단기 악재,장기 호재」라는 쪽으로 내다본다.
과거 김주석의 사망설은 어김없이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86년 11월 김주석의 사망설이 퍼지며 주가가 곧바로 4.47포인트(현 17포인트에 해당)나 수직상승했다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다음 원상복귀했다.88년9월 위독설이 나돌 때도 20.89포인트나 급등했었다.당시는 남·북이 팽팽한 긴장 상태였기때문에 김일성의 사망은 더 없는 호재였다.
반면 이번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해빙」의 분위기이므로 그 영향이 꽤 다를 것 같다.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79년의 10·26 및 12·12 등과 같은 정치변혁기에는 짧게는 5일,길게는 20일동안 떨어진 적도 있었다.
증시 관계자들은 아직 사망전모가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아 「돌출변수」를 우려하면서도 현재의 증시가 활황인 점을 감안,「단기 악재,장기 호재」로 판단한다.
단기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으며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권력체제가 안정을 찾으면 점차 개방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중국의 모택동이나 구소련의 브레즈네프가 사망한 뒤 개방노선의 등소평과 고르바초프가 등장한 것처럼 북한도 같은 과정을 밟는다는 것이다.
럭키증권의 김기안 정보분석팀장은 『김주석의 사망이라는 정치적 재료는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사망충격이 어느정도 해소되면 대세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은 사인.북한의 공식발표대로 자연사라면 권력은 김정일에게 넘어가,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남북관계도 짧은 냉각기간을 거쳐 본 궤도에 오른다.주식시장에도 「단기 악재,장기 호재」 국면이 전개된다.
반면 사고사일 경우에는 복잡해진다.계속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과 단기적으로 악재였다가 「대형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양론이 엇갈린다.
김정일이 순리에 따라 권력을 승계하게 되면 단기 급락에 이은 「관망 장세」가 예상된다.그러나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하면 권력을 쥔 쪽이 「보수냐,진보냐」를 가늠하기 어려워 당분간 「안개 장세」를 피할 수 없다.
엄길청 한국증권리서치 소장은 『국가 지도자가 사망하면 증시는 감각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켜 떨어지는 것이 상례』라며 『이번사건은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의 투자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도 크게 좌우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