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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매체 통한 득표활동(6·27 선거풍토 점검:6·끝)

    ◎TV토론·「컴퓨터 선거운동」 본격화/안방 유권자 파고들어 대규모 유세효과/PC통신 등 이용,손쉽게 상호대화 가능 요즈음 여의도 민자당사 3층의 선거상황실에 올라오는 현지 보고서들을 보면 정당연설회의 청중수는 서울이 5백∼1천명,지방은 2백∼5백명 정도에 불과하다.1천명을 어쩌다 넘어서면 사무처 요원들은 『대성황』이라고 반색이다.3천명이니 1만명 인파니 하는 지난날의 유세장과는 비교가 안되는 「조촐한 규모」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이 참석하는 일부 집회의 「특이현상」을 뺀다면 대부분 3백∼7백명의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 민자당의 김운환 조직위원장은 이에 대해 『새 선거법 아래서는 지난날처럼 일당지급이나 차량동원을 통한 청중동원이 불가능한데다가 TV 전화 컴퓨터 등을 통한 유권자 접촉기회가 비할데 없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들은 따라서 유세장에 유권자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무소속의 박찬종 서울시장후보가 모델지망생등 미녀 10여명을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유세장에 동행하고 다니는 것을 비롯,민자당의 이인제(경기)·최기선(인천)후보,무소속의 윤석조 충북지사후보도 「미녀도우미」들을 연단주변등에 배치,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좀 낡은 수법이기는 하지만 연예인을 활용한 「손님끌기」도 자주 등장한다.민자당은 서울과 경기·인천·강원·충북등의 광역단체장 후보연설에 최영한·정주일의원등 연예인출신 당소속의원은 물론 탤런트 박규채 나한일 김혜리,개그맨 남보원 최병서 김학래,개그우먼 김미화씨등을 대동하고 있다.민주당도 조순 서울시장후보에게 탤런트 정한용씨등을 동행시키고 있다.무소속 박찬종 후보측에는 미스코리아 포토제닉상 출신의 김옥경씨와 가수 김종찬,개그우먼 이영자씨등이 유세장을 따르고 있다.K모·L모씨는 경쟁후보 유세장에 「겹치기 출연」을 하기도 한다.그러나 새 선거법은 연설회장에서의 공연을 금지시킨 까닭에 이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단이 별로 없어 「약효」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후보들은 집회형식의 정당·후보자연설회를 대폭 줄이는 대신 선거법이 새로 허용한 일명 「거리연설」 형식으로 시장·공터·상가·주택가등을 10∼20분씩 방문하는 「게릴라식 유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자민련의 강우혁 인천시장후보는 시장·공원등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다 행인이 많이 몰리면 뒤를 따르던 무개차에 올라 「기습 연설」을 하고 있다. 광주시 북구청장에 출마한 무소속의 오병남후보는 매일 새벽 선거구내 목욕탕을 한번씩 바꿔 도는 「목욕탕 유세」를 선보이고 있다. 연설회 자체를 「시민과의 대화」로 바꾸어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도 애용되고 있다.민자당의 이인제 경기지사후보는 지난 18일 용인군 수지면 풍림아파트단지에서 1백여명의 주민을 상대로 민원을 청취하는 것으로 연설을 대신했다.부산 북구청장에 무소속으로 나온 우주호후보는 아파트단지의 부녀자등을 상대로 순회간담회를 여는 게 선거운동의 전부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은 「거리연설」이 밤 11시까지 허용돼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이른 아침이나 밤늦은 시간까지 주택가 등에서 확성기를 틀어대 항의를 받기도 한다.또시장안 좁은 통로에 자리를 잡아 「상권」을 침해,상인들의 눈총을 사는 사례도 간혹 있다. 「발로 뛰는」 선거운동 못지 않게 새로 각광받는 유권자 접촉수단은 전화·컴퓨터·자필서신 등 우편·통신수단이다.굳이 유권자와 대면하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도 후보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컴퓨터통신은 후보자측의 주입식 홍보에서 탈피 유권자의 의견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대화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원식·조순·박찬종·황산성후보등 서울시장후보와 문정수(민자당)·노무현(민주당) 부산시장후보,조해녕(민자당)·이의익(자민련) 대구시장후보,최기선·강우혁 인천시장후보등 70여명이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서비스에 온라인 전자포럼을 개설,전체 유권자의 57%를 차지하는 20·30대 젊은층에 파고들고 있다. 편지를 이용한 선거운동도 법정 홍보물이 대폭 축소·제한됨에 따라 후보들이 선호하는 선전수단이다.그러나 일부 후보들은 자필이 아닌 인쇄 및 복사된 편지를 발송하거나 직접 돌리다가 선관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가장 즐겨쓰는 「선거운동 상품」.민자당은 「지방당원 서울전화걸기」를 통해 정원식 서울시장후보의 지지활동을 펴고 있고 조순·박찬종 후보측도 3백∼4백여명의 자원봉사자를 활용하고 있다.기초단체장 후보나 지방의원 후보들도 대부분 30∼50명 가량의 전화자원봉사자를 동원,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상대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새벽이나 심야에 벨을 울리는 「전화공해」가 적지 않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접촉범위가 제한돼 있는 연설이나 통신수단과 달리 거의 모든 가정에 보급돼 있는 TV나 라디오등 전파매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막강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KBS가 정원식·조순·박찬종 후보를 공동초청,회견형식의 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지난 11일 MBC,17일 KBS,18일 SBS가 세후보의 생생한 논쟁을 안방에 소개할 때마다 각 후보측은 지지율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SBS가 이미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후보 초청토론회를 가진 것을 비롯,지역방송국들도 앞다투어 시·도지사후보들의 공개토론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토론초청이 대부분 지명도가 높은 유력후보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신인이나 무명후보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지난 11일에는 후보토론회에 초청받지 못한데 불만을 품은 대구시장 무소속후보측 운동원들이 방송국에 몰려가 방송을 방해하다가 처벌되는 사례도 있었다. 민주당의 제정구 당무기획실장은 『대중매체를 통한 후보감상은 화술이나 언변,단편적 인기관리에 능한 명망가만 양산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소규모 대중연설이나 시민·사회단체를 통한 검증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유능한 신예들의 충원을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장경섭교수(사회학)는 『대규모 유세장이 퇴조하고 대중매체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선진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정보량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다매체·다채널시대에 맞게 토론주체나 메뉴가 보다 다양화·특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아 정상 13명과 개발경험 환담(김대통령 유럽순방 여로)

    ◎저마다 면담 신청해와 만찬합석 낙착/국가위상 반영… 정상외교 새장 열어 유엔사회개발정상회의(WSSD)에 참석하기 위해 10일(이하 현지시간)덴마크의 코펜하겐에 도착한 김영삼대통령은 이날 저녁 13개국 정상들을 초청,만찬을 베풀었다. 이는 김대통령의 코펜하겐 체재기간이 2박3일에 불과해 면담을 희망해 온 각국 정상을 개별적으로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김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자간 회의에 참석한 다수의 정상을 한자리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제사회에서 한차원 높아진 우리의 위상을 반영함과 함께 정상외교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기 넘친 2시간 ▷13개국 정상 초청만찬◁ ○…네팔의 아디카리 총리와 중앙아프리카의 파타세 대통령 등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정상들이 초청된 가운데 코펜하겐의 사스 스칸디나비아호텔에서 열린 이날 만찬은 하오 7시부터 9시까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 김대통령은 만찬 시작 10분전 호텔에 도착,접견장인 2층「아이슬란드 룸」입구에서 속속 도착하는 정상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교환한 뒤 접견장으로 안내. 특히 페루의 후지모리대통령과 보츠와나의 마시레대통령등 취임후 우리나라를 방문한 정상들에게는 『또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고 인사. 김대통령은 이어 정상들과 칵테일을 들며 30분 남짓 국제정세등 상호관심사에 관해 환담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옆방인 「덴마크 룸」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시작. 김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꼭 만나자고 하였으나 여건이 닿지 못했던 우방 지도자 여러분을 오늘 이렇게 한자리에 모시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 김대통령은 이어 『2차대전 종전과 함께 독립한 대한민국은 곧 이어 전쟁의 참화를 겪었으며 이에 따른 극심한 빈곤과 실업을 경험했으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따뜻한 도움을 바탕으로 피땀어린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 산업화와 사회개발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우리의 개발경험을 소개. 김대통령은 『오늘 이자리에 모인 정상들은 비록 여러면에서 서로 다른 여건에 처해 있지만 더불어 잘 사는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손잡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 만찬을 끝낸 김대통령은 다시 「아이슬란드 룸」으로 자리를 옮겨 정상들과 후식을 들며 잠시 환담을 나눈 뒤 작별인사를 나누며 일일이 배웅.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이날 만찬에 대해 『다수의 정상을 한꺼번에 초청한 정상외교활동은 지금까지 미국등 강대국들만이 해온 것』이라고 상기시키고 『우리가 처음 시도했음에도 불구,13개국 정상이 참석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층 높아진 우리의 위상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 특히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한반도 주변 「4각 외교」의 틀을 넘어 새로운 외교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는 게 현지 외교가의 일반적 시각. ▷코펜하겐 도착◁ ○…김대통령은 2박3일동안의 영국방문을 마치고 이날 상오 특별기편으로 런던근교 히드로공항을 출발,코펜하겐의 카스트룹국제공항에 안착. ○유엔의전관이 영접 히드로공항에서 김대통령 내외는 왕실대표로 나온 트럼핑턴 남작(여)의 안내로 귀빈실로 이동,영국왕실및 정부대표들과 환담을 나누며 『방문기간동안 배려를 아끼지 않은 영국국민과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 김대통령 내외는 이어 노창희 주영대사의 안내로 한인회장 등 우리측 환송인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해리스 주한대사 등 영국측 환송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트랩에 올라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 특별기에 탑승한 김대통령은 2시간만에 카스트룹 공항에 도착,덴마크 고위관리및 유엔의전관의 영접을 받으며 2박3일동안의 공식방문 일정을 시작. 한편 대통령부인 손명순여사는 이날 하오 코펜하겐의 탁아소를 방문. ▷영국총리만찬◁ ○…김대통령은 이에 앞서 9일 저녁(현지시간·한국시간 10일 상오) 메이저 영국총리가 총리관저에서 베푼 공식만찬에 참석한 것을 끝으로 영국 방문일정을 마감. ○관례따라 취재 불허 김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뒤 숙소에서 공식수행원들로부터 유엔사회개발정상회의에 대비한 보고를 받고 회의자료등을 검토. 김 대통령은 만찬에서 『한국전쟁 때 용맹한 영국 용사들은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상기시키고 『민주주의와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 대한 친밀감에 따라 우리 국민은 영국을 가장 중요한 우방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고 강조. 영국측은 이날 만찬에서 오랜 관례를 이유로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잠시 허용한 대신 취재는 사절. ○전통민화 1점 기증 ▷손여사 대영박물관관람◁ ○…대통령 부인 손여사는 9일 하오 런던의 대영박물관을 관람. 손여사는 박물관측 관계자가 앞으로 설치될 한국관에 전시할 관음도 불경 병풍 고려청자 신라시대 귀걸이를 보여주며 개관계획을 설명하자 『두나라 관계가 더욱 발전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 손여사는 대영박물관의 한국어안내책자를 살펴본 뒤 호랑이와 까치가 그려진 전통 민화 1점을 기증하고 기념촬영.
  • 「문민」 자신감 “어디든 간다”/김 대통령 이대졸업식 참석

    ◎손여사·차녀도 이대 출신… “남다른 인연”/“세계 일류수준 여성 돼달라” 특별 당부 김영삼 대통령이 27일 이화여대 졸업식에 참석,치사를 했다.김대통령과 손명순 여사는 이날 하오 2시 졸업식장인 대강당에 도착,김숙희 교육부장관과 윤후정 이화여대총장의 영접을 받았고 「세계화시대의 여성」이란 제목으로 10분동안 치사를 했다.김대통령은 치사에서 세계화시대는 곧 여성의 시대임을 강조하면서 「가정의 회복」을 역설했다.김대통령은 이어 『세계화시대에는 여성만의 직업이 따로 없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대우를 받기도 어렵다』면서 『인식과 사고,안목과 자질,기량과 능력등 모든 면에서 세계 일류수준의 여성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현직대통령의 이화여대졸업식 참석과 연설은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일이다.서울대 치사를 통해 정통성을 과시하려던 역대정부와는 달리 필요한 대학이면 어느곳이든 갈 수 있다는 문민정부의 자신감이 이날 졸업식참석에 담겨있다.특히 김대통령이 이 학교와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어 더욱 화제다.김대통령은 이날 치사의 서두에서 『여러분의 선배 한분과 가정을 이룬 나로서는,같은 이화가족으로서 여러분에게 남다른 친밀감을 느끼며 큰기대를 갖게 된다』고 이 학교와의 인연을 강조했다.대통령부인 손명순여사가 이 학교 약대 출신이란 점은 잘 알려져 있다.김대통령은 손여사가 대학4학년때 결혼식을 올렸다.재학중 결혼한 탓으로 손여사에게는 약사 자격증이 없다.이런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93년 한의사·약사 파동 때 『손여사가 약사여서 약사들편을 든다』는 유언비어가 나오자 청와대 측근들이 약사자격증이 없음을 강조해 알려지게 됐다. 김대통령이 이화여대와 가진 두번째 인연은 둘째딸 혜경씨의 이 학교 성악과 졸업에서 찾을 수 있다. 맏딸은 연세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졸업식은 삼엄한 경비로 인해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하지만 김대통령이 식장에 입장하자 졸업생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분위기가 금방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이어 김대통령이 손여사의 출신대학을 밝히자 졸업식장의 분위기는 더욱 밝아졌다.참석자들의 폭소도 터졌다. 김대통령은 『독재정권과 싸우던 시절에 가끔 이대 법정대 뒷동산인 「팔복동산」에 올라 조국의 민주화를 염원했었다』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권위주의에 저항하던 민주화투쟁의 대열에도 많은 이화인들의 용기있는 동참과 눈물겨운 지원이 있었다』고 치하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해다.청와대는 김대통령의 여자대학 졸업식방문은 이런 국제적인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면서 『세계화시대를 맞아 여성인력이 전문화와 사회참여를 격려하는 의미』라고 풀이했다.김대통령이 대학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 서울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 남정 박노수(이세기의 인물탐구:63)

    ◎세속과 거리먼 대쪽기상… 한국화의 대가/노송­여인의 머리결등 한국적 비감의 정서 관조/여백­색채 절묘한 조화… 관념­실경산수 넘나들어/내년 열번째 개인전 계획… 신품의 경지 기대 남정 박노수의 간원화실은 어느 듯 스산한 초동이다.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잡고 있으나 인왕산자락에 파묻혀 마치 심산유곡인 듯 산새소리 바람소리만이 유랑한다.대문에서 작업실에 이르는 긴 길목은 가으내 진 낙엽이 산처럼 쌓여있고 화사의 화숙다운 청한한 적요가 사방에 깃들 뿐이다. 봄이면 진달래 철쭉이 지천을 이루고 여름은 울창한 수목,나목한천의 백색겨울등 간원에 머무르는 사계절의 변화는 눈에 닿는 풍경마다 살아있는 명화가 아닐수 없다.간원은 그의 옥인동집에서 보면 동북방에 위치한 동산이란 뜻이다. 남정은 아침 9시반에 집에서 나와 주로 이곳에서 그림을 그린다. 하루종일 별반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따로 시중을 드는 이도 없다.쉬고 싶으면 혼자서 마당에 나가 물을 뿌리거나 수석을 돌본다. 남정의 화실은 처음은 원효로에 있었고 70년대 후반에 비원앞 가든타워, 그후 사직동의 한 아파트로 옮겼다가 이곳에 정착했다. 널리 알려지다시피 그는 세속과 도무지 화통하는 법없이 그림에만 전념하는 화가다.대쪽같고 겨울강처럼 차가운 성격은 아무하고나 쉽게 만나지도 않을뿐더러 만나더라도 무슨 이야기든지 부담없이 나눌수 있는 친밀감을 주지도 않는다. 본인은 그런 소리가 나오면 수원시화중의 한구절을 들어 「가슴속이 탁 터지고 온화한 품격을 가진 이면 일자불식이라도 참 시인일것이요, 성미가 빽빽하고 속취가 분분한 자라면 비록 종일 글을 깨물거나 글씨를 씹고(교문작자) 쓸데없이 문장이 장황해도(연편누독) 시인이 될수없다」고 한것처럼 만약 소방하지 않다면 어찌 좋은 화가일수 있느냐고 반문한다.그러나 논리는 정연하고 음성은 따뜻할지라도 차고 냉정할 때가 오히려 그답다고 할 수 있다.그만큼 원칙을 중히 여기고 순리적인 흐름을 수용하는 주의다. ○목선이 긴 비마등 이채 옛선비의 의지가 몸에 밴 그의 기상은 지금도 내일모레면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라고는 짐작되지 않는다.그림의 격에 대한 식을줄 모르는 정열과 큰 그림을 그릴 때의 현완직)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아 보는 이로 하여금 범접 할 수 없는 위엄을 준다.그의 성격의 일면은 60년대 중반 일본 중국화풍을 모방한 국적불명의 그림들이 쏟아져나오자 이를 한심하게 여긴 나머지 한 신문에 기고한 글만으로도 알수 있다.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남의 나라에서 시도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며 이를 모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은 「망국족자 상선자망기문화」,즉 「나라와 민족을 망치는 자는 언제나 먼저 스스로 그 문화를 망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이는 화단의 경각심을 촉구하여 지식있는 많은 층의 호응을 받았었다. 그림도 그렇다.누구라도 그의 그림을 보면 그것이 남정화인줄을 한눈에 알아본다.한국적인 노송과 강안의 야트막한 산들,청결하게 빗어넘긴 여인의 머릿결과 잔잔히 치켜올라간 눈매,소년의 외로운 등모습과 목선이 긴 비마는 한국적인 비감의 정서를 무위로 관조하고 있다. 돛단배의 돛과 선비의 취월창의,멀리 지나는 여인의 치맛자락을 바탕색인 군청 비취록과는 달리 호박색이나 산호색으로 점을 찍어 청색 비단보에 싸인 별빛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그만의 채색기교라 할수 있다. 그의 색조는 초기에는 물기가 마르기전에 발묵 채색하는 선염법을 쓰다가 피카소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을 되살려 검푸른 청남과 여명으로 영롱한 운기를 살려낸다.이른바 오채가 깃든 먹과 쪽빛 섞인 청화색은 광활한 하늘로 배분하고 준열한 한 획의 선은 산의 기개로 과시된다.이때 강을 사이에 둔 언덕은 부세의 영욕을 적멸한 피안이며 인물들의 표정에는 상락이 깃들여 정중동의 관념산수와 동중정의 실경산수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함축시키고 있다. 「여기에 무한감을 수반하지 못하면 살아있는 그림이 될수 없다」는 생각에서 그는 화면에다 우주로 통하는 공간을 설정하고 먹과 선으로 공간을 공략하여 여백과 색채가 어울린 기운생동을 성취해낸 것이다. ○28세때 대통령상 받아 이런 측면으로 추적한다면 그림속의 주인공들은 그의 소년시절의 시심을 간직한 것처럼도 보인다.혹은 언덕에 기대어 앉거나혹은 범주에 몸을 실은채 먼 강산을 우러른 소년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며 그 시선은 어디에 두고 있는가. 그는 충남 연기의 한학자(부친 박상래)집안에서 태어났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외조모에게 천자문을 배우고 부친에게 붓글씨를 익히는 어린시절을 보냈다.청주상고에 다닐 때는 문학지망을 꿈꾸기도 했으나 부친은 그림 그리는 것을 말리진 않았다. 서울에 올라와 사직동에 있는 청전 화실에 드나들면서 초기엔 인물화를 그렸고 서울대 미대에 입학하자 「근원수필」로 유명한 김용준과 심산 노수현 월전 장우성을 사사, 일찍이 청전은 고귀한 품성을 지닌 이 미소년의 범상치 않은 재질을 보고 이미 「일총한 화가탄생」을 주변에 일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재학 시절에는 그림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상명여고 동흥중 성동고등에 시간강사로 출강,당시 상명여고 교감으로 있던 문학평론가 곽종원씨가 전임을 맡기려하자 그림 그리는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강직한 청년기를 보냈다. 그 시기엔 학교 숙직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서책들을 난독하면서 인생에 대한 무상에 빠져 술로 밤을 지새는 경우가 많았다.가슴속에 이유 모를 비감이 가시지 않아 그림의 소재도 유랑극단의 곡예사나 피리불며 정처없이 떠도는 소년의 방황에 그쳤다.그러다가 인생을 극도로 비관하는 염세주의와 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한 폐인이 되고 말리라는 자책끝에 새로운 정신세계를 열고 다시 화폭과 대좌했다. 28세때 제4회 국전에서 「선소운」이란 인물화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그는 비로소 독자적인 채색과 여백의 미를 화면에 전개해 나갈수 있었다. 지금도 그는 골프나 바둑이나 술과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그림에 방해가 되는 일은 일체를 삼간다.그의 취미는 일요일 등산하는 것과 난과 수석뿐이다.난은 섬세하고 유연한 동양화의 선을 감춘데다가 순수한 향기로 정신을 수려하게 정화시킨다는 차원에서 각별한 애정을 지니는 듯 하다. 그외 그의 일상생활은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다.국전 대통령상 수상기념으로 그에게 남정이란 아호를 지어준 소전 손재형 소설가 유주현과 교분을 나누었으나 그들은 고인이 된지 오래이고 지금은 서울대 시절의 스승인 월전과 시인 김춘수 정병욱등과 담소를 즐긴다.가족은 부인 장신애여사와 큰자녀들은 출가하고 두딸이 있다. ○“품격 높은 예술” 극찬 그의 결벽한 일면은 그의 개인전 팸플릿에 반드시 이경성의 서문만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화단일각에서는 이를 섭섭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지만 이경성과는 이대교수로 함께 재직하면서 그의 제작의 내부까지를 일일이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평론가의 넘치거나 치우치지 않는 「남정화론」을 굳게 믿는 것 같다. 이경성은 남정의 작품을 「한마디로 격조의 예술」로 천명한다.「품격이 높고 예술적으로 성숙되어 정신과 기술을 아울러 갖췄을 뿐만 아니라 북화적인 큰 스타일과 남화적인 정신세계가 어울려 새로운 한국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색채를 화면에 부여함으로써 남정은 그곳에 반드시 존재돼야할 바위나 산이나 사람을 만들어낸다.이른바 모든 사물의 전화가 그의 날카로운 붓끝에서 창조되고 그렇게 창조된 사물은 영원한예술로서 존속된다.인위와 조작이 없는 「순도높은 인품이 담긴 작품」,그리고 세련되고 치밀하게 계산된 공간처리와 평면감각을 극도로 추구하여 회화의 본질을 회복시키고 있다.이렇게하여 그는 한국 현대회화사상 우뚝한 봉우리중의 하나로 서게 되었다. 내년은 그의 열번째 개인전이 잡혀있다.그러나 변화추구보다 신운이 깃든 절제의 필치로서 그는 진실하게 화면을 지휘하는 시기다.따라서 능란한 능품이나 기교적인 묘품,뛰어난 절품을 지나 화가 최고의 영예인 신품의 화경에서 명품절색을 경이로 펼칠 것에 틀림없다. ▷연보◁ ▲1927년 충남 연기출생 ▲1949년 국전 제1회부터 81년까지 30회출품 ▲1952년 서울대미대 회화과졸업 ▲1953년 국전 특선및 국무총리상 ▲1954년 대한미협전서 공보실장상 ▲1955년 국전 대통령상,대한미협전 국무총리상 ▲1956년부터 이대미대교수 ▲1957∼79년 국전초대작가,국립현대미술관초대전 심사위원·초대작가 선정위원,국전심사위원및 심사분과위원장,국전 운영위원 ▲1958년 첫 개인전 ▲1960년 묵림회 창립회원 ▲1962년부터 서울대미대 교수 ▲1964년 청토회 창립회원 ▲1964∼81년 「19 10년이후의 한국미술」「해방이후의 한국화」「오원 장승업연구」「신벽화 연구」등 논문발표 ▲1965년 도쿄 일동화랑 개인전 교토 토교화랑 개인전 ▲1973년 세종대왕기념관 기록화(역진개척도)제작 ▲1976년 스웨덴 스톡홀름 개인전(그라피오 테케트 화랑) ▲1977년 개인전(현대화랑),중앙미술대전 심사위원 ▲1980년 개인전(현대화랑) ▲1981년 3·1문화상,서울시 문화상심사위원,유럽및 미국의 미술관 박물관 미술교육시설 시찰 ▲1982년 일본서「한·일·중 동양화3인전」(주일 한국문화원),한미수교 1백주년기념 사절단으로 도미 ▲1983년 대한민국 예술원회원 이후 해마다 예술원회원전 ▲1986년 이대대학원 교수 ▲1987년 예술원상,박노수미술전(백악미술관),하와이 동서문화협회 초청전시 ▲1989년 서울미술전 추진위원장 ▲1991년 예술원미술분과회장,이대정년퇴직,현대미술초대전추진위원 ▲1994년 5·16민족상 학예부문상,예술원 개원40주년 기념전 ▲ 대한민국 예술원정회원
  • 내실 거두는 김 대통령 「전화외교」

    ◎「동양예의」 갖춰 친밀감·우의 높여/고비때마다 난제 쉽게 푸는 열쇠로 활용 김영삼대통령은 23일 필리핀·인도네시아·호주 정상들과 잇따른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달 중순에 순방했던 아·태 3개국 정상들이다.주돈식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통화내용들은 주로 방문때 보여준 호의에 감사하고,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들을 잘 실천하자는 좋은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다.필리핀과는 라모스대통령이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준데 대해 각별한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의 전화를 통한 정상대화는 세계외교계에서 찾기 힘든 독특함을 갖고 있다.김대통령은 정상끼리 친밀도나 우의를 높이는 것보다 더 좋은 외교는 없다는 외교전략을 가진듯하다.나아가 정상끼리 우의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이 어떤 형태든 접촉을 많이 갖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김대통령의 이런 방식은 부모에 대한 문안전화에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지 모른다.객지에 나와있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계신 부모에게 전화나 편지를 자주 하는것이 큰 효도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요즘은 부모에 대한 안부전화에 많은 돈이 드는 시대도 아니다.그러나 막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효도가 되는줄 알고 있으면서도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 김대통령의 전화정상접촉은 외교가의 파격으로 통한다.그러나 이도 따지고 보면 고향의 부모에게 전화를 자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전화를 하면 가까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정상들이 하지 않는 것을 김대통령은 하고 있고 그것이 정상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김대통령의 전화를 통한 정상접촉은 결과가 좋다.가장 자주 김대통령의 전화대상이 되고 있는 클린턴대통령은 이제 김대통령을 만나면 나이 많은 친구를 만날때의 표정을 짓는다.보고르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 이런 모습이 각국의 보도진들에게 확인됐다. 몇차례 전화통화의 대상이 됐던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본총리 또한 클린턴과 비슷한 친밀감을 김대통령에게 나타냈다. APEC정상회의에서 2010년으로 설정돼 있던 신흥공업국의 무역자유화연도를 삭제하는데 김대통령의 이런 외교방식은 효과를 거두었다.김대통령 혼자 아무런 준비 없이 이를 삭제하고 개발도상국(목표연도 2020년)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을때 17개국 가운데 11개국이 김대통령을 지지해 주었다.한 선진국의 정상은 단독으로 발언권을 얻어 김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기도 해 김대통령을 감격시키기도 했다. 김대통령의 이날 3개국 정상에 대한 통화는 동양적인 예절을 바탕에 깔고 있다.어떤 곳을 방문했다가 돌아갔을 때 무사히 돌아왔음을 알려주는게 동양적인 예의다.또한 방문때 보여준 호의나 대접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도리다.상이나 혼사를 치른 사람들이 나중에 손님들에게 별도의 감사편지를 내는 것도 같은 이치다. 김대통령은 서양식으로만 이뤄져 있는 외교관례에 동양적인 방식을 접목시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서양의 방식이 합리적인 검토결과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반해 동양의 방식은 인간관계가 문제해결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김대통령이 많은 정상회담에서 『실무진의 검토와 상관없이 정상레벨에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의하고 이를 통해 어려운 문제들을 자주 해결하는 것에서도 김대통령의 동양적 문제해결방식이 먹혀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옐친 러시아대통령에게서 북한에 대한 무기수출중지 약속을 받아낸 일은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전화를 통해서라도 정상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그 접촉을 통해 쌓이는 우의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김대통령의 방식은 새로운 정상외교의 패턴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른다.
  • 한핏줄에 사기당한 러교포 3세

    ◎모스크바 고려인회장 장바레리씨,서울까지 와 고발/한국사업가,“설탕판로 알아봐달라” 접근/러 회사 제공한 10만달러 받은뒤에 잠적 교포 3세인 모스크바 고려인연합회 회장 장바레리씨(40·모스크바대 건축재료학과 교수)가 서울에서 10만달러를 사기당해 오도가도 못하는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장씨가 송기학(37)이라는 사기꾼을 만난 것은 3월초,모스크바 고려인 협회사무실에서 였다. 해외교포들을 위한 「우리문화」 잡지 발행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송씨는 『앞으로 협회 사무실을 확장시키고 러시아지역 교포들의 한국문화 이해를 돕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장씨에게 접근했다. 장씨는 송씨의 말을 믿고 그를 휼륭한 「문화사업가」 동포라고 생각,이 제의를 기꺼이 수락했다.그뒤 송씨는 장씨가 주최하는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장씨 집에서 식사도 함께 하는등 친밀감을 표시했다. 송씨는 지난 5월 브라질에 있는 자기회사 백설탕 5천t을 교환할 대상자를 알아봐 달라고 은근히 부탁했다. 장씨는 생소한 일이라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계속되는 송씨의 판로물색 요청을 어렵게 연결시켜 준 곳은 캄차가에 사는 한 친구의 건축회사였다.그러나 거래는 「돈」을 노린 송씨의 속셈과 맞지않아 이뤄지지 않았다. 송씨의 덫에 걸린 회사는 장씨의 러시아인 친구가 운영하는 과일잼 만드는 캄차가의 한 식품회사로 설탕이 급히 필요한 곳이었다. 장씨는 7월 20일 곧바로 송씨에게 『설탕을 살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전했고,『급한 일이 생겼으니 선금 10만달러를 송금하면 한달내 설탕을 보내겠다』는 송씨의 말만 믿고 8월9일 10만달러를 송금했다. 그러나 돈을 챙긴 송씨는 물건은 보내지 않았다.애가 탄 장씨는 『선금이라도 돌려달라』며 송씨에게 애절하게 간청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장씨는 9월28일 부랴부랴 입국했다.그러나 송씨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고 그의 말도 전부 거짓말로 드러나 장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장씨는 선금을 제공한 회사측으로부터 마피아를 동원,가족을 해치고 고려인 협회활동도 방해하겠다는 위협을 끊임없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31일 경찰에 고발장을 낸 장씨는 『한국인의 후예라는 자부심에 열심히 살고있는 교포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동포가 얄밉기도 하고 어리석은 제자신도 미워 죽겠다』며 지금쯤 위험에 처해있을 모스크바의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 클린턴의 세가지 소원(특파원수첩)

    19일 하오 1시30분 백악관에선 클린턴미대통령의 쿠바난민정책 전환에 관한 기자회견이 있었다.근 30년동안 유지해온 쿠바 해상탈출자에 대한 정치적 난민지위 자동허용조치를 1백80도 전환,입국을 일체불허키로 한다는 내용이었다.TV로 생중계된 이날 회견 분위기는 딱딱하고 엄숙한 것이었다. 그러나 회견말미에 한 여기자가 이날 만48세가 되는 생일을 맞은 소감과 함께 「생일소원 세가지」를 말해달라고 하자 장내분위기는 일순 가볍고 밝아졌다. 클린턴은 소원 3가지를 하나하나 열거해나갔다. 첫째 소원은 「범죄방지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장내에 까르르 웃음이 일었다.둘째는 서로가 마음의 문을 열고 당리당략을 조금만 떠나면 의료개혁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지난주 여당인 민주당소속의원 58명의 반란표(?)로 무참히 부결된 범죄방지법안을 다시 수정하여 재상정하려는 클린턴대통령이 반격작전의 성공을 비는 소원인 것이다. 취임후 18개월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오다시피한 의료개혁법안이 아직논란속에 정식 상정이 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범죄방지법안이나 의료개혁법안은 클린턴대통령의 최대 선거공약이자 내정현안 제1·2호로 치부되고 있지만 의회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때문에 「진짜 소원」일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이 셋째 소원을 말했을때 장내는 축제분위기처럼 일렁거렸다.그는 『이번 여름휴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됐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다.왜냐하면 나이 50이 되기 전에 골프 스코어 80대를 깨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대통령 클린턴」이 아니라 「인간 클린턴」의 「진짜 소원」이 나오자 분위기는 『해피 버스데이 투 유』로 바뀌었다. 사실 클린턴대통령의 생일을 우리 식으로 풀면 8월 복더위의 개(견)띠 팔자니 두들겨 맞아도 한창 두들겨 맞아야할 괘다.그래서 그런지 범죄방지법 부결로 클린턴의 내정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클린턴이 생일소감을 얘기하면서 『나는 불굴의 투혼을 좋아한다』고 밝혔듯이 그는 한판승부를 가리다 안되면 「원칙을 손상하지 않는 타협」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목적을 달성하는 스타일이다.드라이브 샷을 2백75야드나 날리는 「장타 골프광 대통령」의 공인핸디캡은 80대 중반을 치는 16정도인데 임기말(50세가 되는 96년)전에 기어코 싱글이 되보겠다는 그의 집요한 인간적 체취가 왠지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 정상부인들의 장외대화에 관심/손여사의 평양동행

    ◎한차례이상 30분∼1시간 환담 예상/정치보다 자녀·살림얘기 나눌듯 대통령부인 손명순여사(66)의 평양동행이 결정됨으로써 남북정상 부인들의 「대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관례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가량 정상부인들의 환담시간이 마련된다.때문에 손여사가 평양을 방문하게되면 최소한 한차례 이상 김일성주석의 부인인 김성애(71)와 환담할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청와대가 손여사의 평양동행을 망설임끝에 결정한 것도 이같은 「정상부인 장외대화」가 남북간의 신뢰구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손여사는 비교적 정치등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에 비해 민주여성동맹중앙위원장등을 거친 김은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인물이다.카터전미국대통령과 김주석의 대화때 김성애가 미군유해송환을 강력히 김주석에게 권고했던 것은 이같은 그녀의 현실정치에 대한 깊은 관여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두사람의 차이로 설령 두사람의 대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정상들의 대화에 직접 도움을 줄 현안을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그보다는 살아온 이야기나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남북한의 생활등이 주소재가 될 것이다.그리고 이를 통해 우호분위기를 더 넓힐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상부인들의 환담말고도 정상부부가 자리를 같이 하는 때도 여러차례 있을 것으로 보인다.우선 만찬석상에서 같이 앉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또한 정상회담 초기에 네사람이 함께 자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대동강요트위의 선상만찬이나 선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손여사의 평양동행은 당초 북한의 선전행사 참석을 강요당할 위험성,김대통령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그러나 이행사가 국제관례로 본다면 정상회담이란 점,또한 부부가 동석을 하면 남자들끼리 만날때보다 친밀감이 빨리 생기게 마련이란 점을 들어 동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창경궁/사도세자가 뒤주서 숨진곳/궁궐:5(서울 6백년만상:42)

    ◎성종조에 창건… 일제가 창경원으로 격하/이괄의 난때 불타 명정전·홍화문만 남아 창경궁은 궁궐보다는 공원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만큼 친근감을 주는 서울의 대표적인 쉼터다.하지만 창경궁 취선당에서 숙종의 총애를 받던 장희빈이 경종을 낳았고,보경당에서 무수리가 영조를 생산했으며 영조의 노여움을 산 사도세자가 통명전 앞뜰에서 뒤주속에 들어가 생을 마감한 「비극의 무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듯 싶다. 일제의 민족정기 말살정책으로 한때 창경원으로 불렸던 창경궁은 고려때 남경(고려때 서울을 남경이라 불렀음)의 궁궐인 수강궁이 있던 곳이다. 태종 18년(1418) 왕위를 물려받은 세종이 수강궁을 보수,상왕 태종을 잠시 모셨으나 창경궁이 창건된 것은 성종때의 일이다.성종 10년 (1479) 대왕대비인 세조비(정희왕후)가 창덕궁의 내전을 성종과 중전에게 내주고 자신을 포함,3명의 대비가 수강궁으로 옮겼으면 하는 의사를 내비치자 성종이 궁 건설에 착공할 뜻을 밝혔다.그러나 왕비 윤씨폐출사건등으로 공역을 벌이지 못하다 성종 14년 2월에 공사에 들어가 1년만에 완공,이름을 창경궁이라하고 정문을 홍화문이라고 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창경궁을 중창한 임금은 광해군이다. 노산군(단종)과 연산군의 폐출사건을 두려워 한 나머지 창덕궁에 드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했던 광해군은 『임금이 의지할 데가 어찌 한 곳이어야만 하겠는가.창경궁의 공역을 서둘러 마치도록 하라』고 창경궁 중창을 명했다.이렇게 해서 광해군 8년(1616)에 완공된 창경궁은 7년도 못된 인조반정때 일부가 불타고 인조 2년(1624) 이괄의 난으로 명정전과 홍화문만을 남기고 소실됐다.이때 화마를 면한 명정전은 조선조 궁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정전으로 남아있다. 창경궁 명정전은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처럼 중층이 아닌 단층이어서 더 친밀감을 느끼게한다. 명정전에서 인조가 즉위식을 올렸지만 창경궁이 정치의 주요무대가 된 것은 영조 27년(1750)에 이르러 서다.왕세자(사도세자)에게 대리를 명한 영조는 창경궁 환경전에,왕세자는 시민당에서 정사를 보았다. 그러나 영조는 세자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세자는 부왕을 두려워하여 부자간의 정이 멀어지면서 조선조 또하나의 비극은 싹텄다. 큰 화재가 나고 세자가 평안도 관찰사 정휘량등의 계교에 빠져 평양에 놀러갔다 오는등 기행을 일삼아 영조가 크게 노했으나 영의정 이천보,좌의정 이후,우의정 민백상등이 임금에게 사실을 고할수도 고하지 않을 수도 없어 차례로 자결하니 왕은 신하의 충성심에 감격,세자의 비행을 불문에 부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일이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영조는 기우제를 올리면서 세자의 참석을 명했으나 세자가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참여하지 않자 왕은 세자를 폐위시키고 자결할 것을 명했다. 뒤주에 들어간 세자는 이레째 되는 날까지 뒤주를 흔들면 『어지러우니 흔들지 말라』고 했으나 여드레째 되는날 숨을 거뒀다.이를 「선인문의 변」이라 한다. 조선시대 이 땅을 살아간 여인들의 한 만큼이나 수많은 궁중비사를 간직한 창경궁은 또다시 일제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히는 운명을 맞는다.
  • “인도적차원서「이산재회」실현에 전력”/김대통령­이북출신인사 대화록

    ◎서신 교환만이라도 이뤄지길 기대/가장 시급한건 남북의 동질성 회복 김영삼대통령은 4일 낮 이북5도민회 간부등 북한출신 인사 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평양냉면으로 오찬을 나누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5도민의 성원을 당부했다. 다음은 주돈식대변인이 전한 오찬 대화요지. ▲강제문이북5도민연합회장=남북정상회담이 7천만 겨레가 바라는 결과가 되기를 기대합니다.5도민은 북한핵문제가 해결되고 실향민의 고향방문이 이뤄지기를 고대합니다만 이것이 안되면 최소한 이산가족의 서신교환이라도 이뤄지길 갈망합니다. ▲방준필황해도지사=이북5도청사에 북한관을 설치했습니다.앞으로 북한물산관도 설치할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환상적 통일은 허구 ▲안응모자유총연맹사무총장=환상적인 통일은 허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북을 자극하지 않고도 우리체제의 우월성을 북한에 인식시켜야 합니다. ▲조창석이산가족재회추진위부위원장=이산가족의 재회를 실천하기 위해 2천만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미 1천만명의 서명을 달성했습니다.앞으로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장정렬평북지사=평북 정주출신인 김공집선생의 유해를 러시아로부터 봉환할수 있게 되어 도민일동은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진·선봉 진출 기대 ▲장문철함북도민회장=최근 함북의 나진과 선봉이 경제특구로 지정되고 개방이 된다고해 우리 도민은 누구보다 먼저 북한땅을 밟을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이곳에 기업을 진출시켜 고향에 가서 고향민들과 함께 일할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원식함남도민회장=실향민들은 최근 일부 과격학생들이 열차를 세우고 경찰을 폭행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북쪽이 노리는 후방교란행위가 아닌가 하는 우려와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철도파업의 배후가 없는지 철저히 수사하여 북한이 적화통일의 호기로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성원땐 성공 ▲김대통령=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아무 조건없이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내가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은 있지만 그 내용을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한가지만은 말할수 있습니다.내 고향이 거제기 때문에 언제라도 갈 수 있지만 파도소리만 들어도 어렸을 때 생각이 문득문득 나는데 여러분은 고향에 얼마나 가고 싶겠습니까.인도적 입장에서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이 문제만은 조건없는 회담이지만 중요한 의제의 하나로 제기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참된 자유속의 통일과 번영에 대한 염원이 강합니다.이산가족이 통칭 1천만명이라고 합니다.여러분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 수고를 잊을수 없습니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이 없어야 된다는 것과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이라는 기본입장하에 4각외교를 이뤄 왔습니다.국가발전에 앞장섰던 여러분의 성원과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성원을 보내면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할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공석 경어 사용… 친밀감표현땐 반말루/답변 곤란할때 임기응변도 뛰어난 편/김일성의 화술·회담진행 스타일 분단 반세기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영삼대통령의 카운터파트인 김일성주석의 대화술과 회담진행 스타일에 커다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남북 정상들의 얘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그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더욱이 김주석은 지난 48년 9월 수상 취임으로 공식적인 1인자가 된 이래 지금까지 45년10개월이나 북한을 통치해오고 있으나 정작 그의 개인생활이나 습관 등이 베일에 가려있다는 사실 때문에 궁금증을 더해 주고 있다. 임기응변에 능한 노련한 화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주석의 대화스타일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는 게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공식석상에서의 대화때 구어체의 경어를 사용하면서도 친밀감을 표현할 때나 다른 특별한 목적이 있을 경우 반말투나 반종지형의 어법을 잘 구사한다.지난 89년 방북했던 작가 황석영(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중)을 접견했을 때도 김주석은 한창 대화가 무르익자 예의 평안도 사투리의 반말을섞었다고 한다.그는 황씨의 소설 장길산을 읽었다며 호감을 표시하면서 『황동무,객지에선 잘 먹어야디.이 수박 들라구』라는 식의 말투를 썼다. 지난 90년 가네마루씨와 다나베씨를 단장으로하는 일본 자민당대표단과 사회당대표단의 방북때 이들을 접견한 김주석은 정중하다고만 할 수 없는 어투를 사용했다.즉 『조일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가네마루·다나베 두 선생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말을 평가한다고.공화국 인민을 대표해 감사한다고』라는 식의 반종지형 어투를 쓴 것이다. 이 말투는 통역을 겨냥해 한 말일 수도 있지만 북한방송에 일부 보도되면서 또 다른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김주석이 의도했든 안했든 북한주민들에겐 그가 이들 외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위」있는 인물로 부각된 것이다. 김주석은 또 답변이 곤란할 경우 임기응변으로 넘기는 노회함도 겸비하고 있다고 한다.방북한 한 일본인이 김주석에게 『김주석이 전주 김씨냐』면서 유교문화를 부르주아적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북한체제에 걸맞지 않은 질문을 던지자 『조선 김씨』라고 웃어넘긴 사실이 단적인 사례다. 올해 82세의 노령인 그는 오른쪽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잘 들리지 않을 경우 배석자에게 대화내용을 이따금 확인하기도 한다.지난 91년 문선명씨 일행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도중 문씨 말이 잘 들리지않자 『야,뭬라 기래』라고 외치는 바람에 배석했던 김영남외교부장이 두번이나 큰 소리로 반복해서 들려줬다는 일화도 있다.
  • 부모교육 전문가 이재택씨가 말하는 「좋은 부모되기」

    ◎권위적 아버지 자녀반발 부른다/친밀감 주는 언행으로 감정교류 폭넓게/지나친 집착·기대는 스트레스만 더할뿐 애지중지 키운 자식에게,그것도 너무나 끔찍한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 이른바 「박순태씨부부 사건」이후 많은 부모들이 자식 키우는 일에 회의를 느끼는가 하면 어떻게 자녀를 지도해야 할까로 고민하고 있다.훌륭한 아버지와 지혜로운 어머니,또 바람직한 부모가 되기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가정교육에서 과거보다 더욱 크고 다양한 아버지의 역할을 요구합니다.그러나 대개의 아버지들이 자녀교육은 아내에게 일임한채 바깥 일에만 매달리고 어쩌다 한번 갖는 가족들과의 시간에서도 현실을 무시한채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태도로 일관,자녀들과 감정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것이 문제입니다』 부모교육 전문가 이재택씨(한울타리 가족모임)는 청소년 문제를 줄이고 건전한 가정을 만들려면 아버지가 가정교육의 책임자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씨는 특히 현대사회의 아버지들도 여전히 전통적 힘에 의해 가정을 다스리려는경우가 많다고 지적, 이런 방법이 어릴때는 통할지 모르나 청소년기가 되면 오히려 극한적 대립관계로 발전하기 쉽다고 염려한다. 전통사회에선 부모·자식 관계가 자녀의 무조건적인 「효」를 바탕으로 유지됐지만 오늘날은 그것이 불가능하게 된만큼 아버지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권위적인 아버지가 아니라 민주적인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친밀감을 줄 수 있는 대화와 행동을 해야만 아이들을 온전하게 키울 수 있다고 밝힌다. 문제의 사건에서도 아들 박한상씨가 패륜아라는 사실에 앞서 그 아버지가 아들의 잘못을 지적할때 「살 가치도 없는 ○」이라든가 「버러지같은 ○」등의 표현을 한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지나치게 권위적인 언행이라는 것이다.이럴경우 과보호속에 자기통제력을 갖지 못한채 커온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무리 부모의 말이라도 수용이 불가능해지며 동시에 극한적인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주장인것. 이밖에도 이씨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가족과 가정을 위해 나만큼만 하라』며 스스로를 괜찮은 가장으로착각하고 사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그런데도 청소년 문제나 가정문제가 줄을 잇는 것은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마음은 있으나 실제론 그만큼 실천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씨는 자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기대를 걸어 스트레스를 주는 부모들의 태도도 자제해야 할 사항중의 하나이며 가정에서는 특히 어머니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자녀들이 아버지를 존경할 수 있도록 가장의 위치를 확보해주고 배려하는 태도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우리영화 사랑모임」/스태프­동호인 만나 토론

    ◎「특별한 변신」 감상후 증거운 한때 마련/감독·주연들과 격의없는 대화나눠 『감독으로서 가장 만족스럽지 못하게 생각하는 장면은 어떤 것입니까』.23일 하오6시 서울 J극장 뒤편의 한 음식점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50여명의 일반인들이 방금 J극장에서 보고 나온 「아주 특별한 변신」의 연출자 이석기감독과 스태프,남녀 주인공 이혜영 손창민씨 등을 상대로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농협 국민은행 삼양사등 6개 기업체와 총무처 교육부 법제처등 6개 중앙부처의 「우리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소속 영화동호인들.「우리 영화를…」이 결성된 뒤 기업과 부처의 동호인 대표들이 한국영화를 만든 감독,출연진과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행사였다.이 자리에는 기업문화협의회 회보 기자를 비롯,몇몇 기업의 사보기자들도 참석,대화 내용을 받아 적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루전인 22일 하오8시 서울 단성사 앞 광장.적게는 30∼40명,많게는 70여명씩 그룹을 지어 모두 5백여명이 웃음꽃을 피웠다.바로 12개 기업과 부처의 「우리 영화를…」 소속 동호인들이었다.영화사의 초청으로 모인 이들은 이어 개봉을 하루 앞둔 대종상 영화제 6개부문 수상작 「두여자 이야기」를 관람하며 모처럼 기분을 냈다. 이 모임의 시발은 지난 1월 문화체육부의 영화 동호인 모임(간사 영화진흥과 손용문)이 몇몇 기업과 부처의 문화담당 부서에 동호인 모임 결성을 권유하는 공문을 보내면서부터.그 내용은 각 기업 또는 부처에서 「우리 영화를…」을 결성,회원 수를 알려주면 공개 시사회 참석,단체 관람,할인혜택,영화관련 정보및 자료의 제공,흘러간 우리 영화 감상,서울 종합촬영소를 비롯한 촬영현장 방문,영화강좌 소개등을 주선한다는 것이었다. 그 취지는 물론 영화보기 운동을 통해 국산 영화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최근 이 모임이 알려지자 동호인 모임을 결성하는 기업체가 부쩍 느는등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특히 각 기업체 직원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문화협의회(회장 홍성모 한국통신공사 홍보부장)가 5월중에 이 모임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아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기업문화협의회는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 60여개사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영화사와 극장측도 이들과 시사회,또는 토론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문체부 관계자는 최근에만 10여개사가 모임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간사를 맡고 있는 영화진흥과 직원 손용문씨(35)는 『이 모임을 통해 각 기업 영화동호인들이 우리 영화에 대해 친밀감을 갖고,우리 영화를 보다 많이 관람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원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우체국은 “지역 사랑방”/종합정보서비스 96년까지 전산화

    ◎물류시스템 구축… 도농거래망 확충 우체국에서 주민등록 등 모든 행정관련 민원서류를 발급해주고 세금업무와 은행예금이 처리된다.또 컴퓨터를 통해 각종 지역생활정보를 얻고 항공·열차·고속버스승차권 예매,지역 특산품 주문판매도 할수 있게 된다. 우체국은 이제 편지나 소포등 단순한 우편물 취급기관이 아닌 지역주민의 생활편익을 위해 봉사하는 「지역사랑방」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체신부는 이처럼 우체국을 지역단위 정보서비스센터로 키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우체국 종합정보서비스 전산화」계획을 마련,오는 96년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항공 및 열차승차권은 이미 대도시 일부 우체국에서 항공사와 철도청 온라인망을 이용해 예매하고 있다.항공탑승권의 경우 서울 14곳,부산 2곳등 16개 우체국에서 판매하고 있다.열차승차권 예매는 서울 5곳(중앙·영동·도봉·강동·광명우체국),부산(부산우체국)·전남(광주우체국)·경북(서대구우체국)각 1곳등 8개 우체국에서 실시하고 고속버스표는 명절등 수요가 많을 때만 한시적으로 팔고 있다. 체신부는 이같은 서비스를 올해 연말까지 전국 1천5백개 우체국으로 확대하고 이들 우체국에서는 도서·음반·비디오·꽃배달·연극 및 극장표 등 각종 예약서비스도 추가로 제공한다. 또 95년까지는 한국통신과 데이콤등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PC통신망을 전국의 모든 우체국에서 활용,영농기술과 작황·종자정보 등을 담은 농림수산정보,구직·취업을 안내하는 각종 고용정보,도시와 농어촌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곧바로 연결시키는 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우체국 종합정보서비스 완료단계인 96년말에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지역주민에게 유용한 각종 생활정보를 제공한다.또 우편주문판매를 흡수해 온라인 예약판매를 실시하고 물류시스템을 구축,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확대한다. 특히 이 기간에는 공중망을 통해 우체국전산망을 접속 가능한 모든 행정전산망과 PC통신망·은행금융망·부가통신망 등과 완벽하게 연결,지역주민의 일상업무를 우체국을 통해 「원스톱」으로 처리할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체국을 지역종합정보센터로 만들기 위해 체신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1백36개 군단위 감독우체국에 한국통신의 하이텔단말기 2백80대를 설치했고 올 연말까지는 시소재 1천여곳에 2천5백대를 가동할 예정이다.이와함께 95년까지는 군이하지역 우체국 1천6백곳에 3천2백대의 최신형 컴퓨터단말기를 보급한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지역주민들은 주민등록 등초본을 떼러 읍면사무소까지 갈 필요가 없고 세금을 내기위해 번거롭게 세무서나 은행을 찾지 않아도 된다.뿐만아니라 필요한 지역 및 농사정보를 얻고 대도시 백화점등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주문구입 할수있게 된다. 체신부 이인학우정국장은 『종합전산망 사업을 위해 주전산기와 감독국용 컴퓨터 구입비 2백64억원,관련 SW개발비 5억5천만원등 3백여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면서『우체국이 지역정보센터로 자리잡으면 수십년간 쌓아온 지역주민과의 친밀감이 더욱 두터워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우리 영화/소재·장르 개발… 잠재 팬 잡아야

    ◎10∼20대 관객동원만으론 흥행 한계/「쉰드러 리스트」·「투캅스」 등 성공사례 분석/30대 주부층 고정팬 확보전략 필요 우리 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재와 장르의 다양화등을 통해 잠재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유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는 최근 관객들이 다원화되는 등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영화 관객은 10대후반과 20대 초반이 대부분이었다.때문에 제작자와 감독들은 어떻게 하면 그들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까로 고민했다.92년부터 지난해까지 「결혼이야기」류의 신세대를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가 붐을 이룬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그같은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표절 시비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서울에서만 80만명이상을 모은 강우석감독의 「투캅스」와 개봉 한달여만에 40여만명을 동원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가 그것이다.이들 영화의 관객은 특별한 계층이 없다고 할만큼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사실 지난해 「서편제」가 흥행에 성공을 거둘때까지만 해도 관객의 저변 확대와 연관시키는 분석은 거의 없었다.그저 일과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그러나 코미디물 「투캅스」와 무겁고 진지한 주제의 역사물 「쉰들러 리스트」가 동시에 흥행에 성공을 거두자 영화인들의 시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과거처럼 관객층을 20대로만 보지않고 어떤 영화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관객층이 확대될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제작사와 극장이 힘을 합해 잠재 관객들을 고정 관객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있다. 제작자,감독,배우들이 극장등에서 지속적으로 관객 또는 각종 단체의 회원들과 자신들이 만든 영화에 관해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우리 영화에 대해 친밀감을 갖게하고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그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또 극장안에 주부들을 위한 문화공간,특히 어린아이를 돌보아 줄 수 있는 탁아소의 설치도 긴요하다는 의견들이다.이는 잠재 관객 가운데 30대 초반까지의 주부들층이 가장두텁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최근 주부관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핵가족화 추세에 따라 여유시간을 많이 갖게 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획시대의 유인택대표는 『투캅스와 쉰들러 리스트의 성공 사례는 잠재관객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영화제작자등은 물론 극장쪽에서도 이같은 점을 충분히 인식,장르및 소재의 다양화,극장시설의 확충등의 방법을 통해 관객을 개발하고 유입하는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성희롱재판」 여성학강의 “방불”/박용현 사회부기자(현장)

    ◎여대생까지 필기도구 들고 방청 법정은 여성학 강의실을 연상케했다. 방청석은 여성단체 회원들과 피고 신모교수의 과목수강을 거부한 서울대 자연대생들,학생회의 현장실습 권유로 나온 법대생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여성학과목의 숙제를 하기위해 필기구를 들고온 타대학 여대생까지 가세,법정바닥마저 차지하는 바람에 법정은 2백여 방청객의 체온만으로도 후끈거렸다. 국내 첫 「성희롱재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울대 우모조교의 성희롱사건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린 22일 하오 8시30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562호 법정의 모습이다. 우씨는 조교로 근무하던 92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0여차례에 걸쳐 신교수로부터 뒤에서 껴안는 듯한 자세와 머리·어깨를 어루만지는 등의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얇은 옷을 입은 날 교수님이 밀착해오면 오물이라도 묻은 것처럼 털어내고 손을 씻을 수 밖에 없었어요』 우씨는 이같은 신체접촉은 연인사이에서나 가능하지 사제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대해 피고측 변호사는 『제자에 대한 친밀감을 표현한 것 아니냐』며 우씨를 과대망상으로 몰고갔다.법정 곳곳에서 야유섞인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공판이 끝나갈 무렵 재판장인 박장우부장판사는 『원고가 조교 재임용에서 탈락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의 행동을 문제삼았겠느냐』며 이례적으로 직접 신문에 나섰다. 우씨는 『그랬더라면 개인적인 성희롱 희생자로서 포기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억울한 마음에 여기저기 수소문하다보니 여러 전임조교들도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더이상 묵과할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우씨의 진술을 심각하게 듣고있는 것은 방청객만이 아니었다.법관석의 이은경판사와 원고측 변호인인 최은순변호사 역시 같은 여성이었다. 이들 표정에서도 차제에 성희롱에대한 개념규정과 이에대한 법적제재 방안등이 마련돼야한다는 공감대를 읽을 수 있었다. 수치심에 끝내 울음을 터뜨린 우씨를 보며 법정을 나오던 방청객들은 『성희롱문제를 사회적 관심으로 끌어낸 것은 우씨의 용기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 결단력·친밀감이 YS리더십의 핵심/통치1년을 반추해본다/대담

    ◎국제화의 비전 승화·시민 자발성 유도가 과제로 □대담 송복 연세대교수·사회학/박재창교수 숙명여대교수·행정학 오는 25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 김영삼정부.그동안 김대통령의 리더십은 개혁드라이브를 통해 과단성과 결단력을 보여줌으로써 문민정부의 시작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한편으로 오랜 병폐인 관료구조개편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문민정부 출범 1주년에 즈음,연세대 송복교수(사회학)와 숙명여대 박재창교수(정치학)를 통해 김대통령의 지도력을 분석해본다. ▲송복교수=지난 30년 지도자의 리더십을 들여다보면 정치적으로는 권력의 집중화,경제적으로는 정부주도형,사회문화적으로는 성장제일주의로 효율성에 기반을 뒀습니다.새시대,즉 문민리더십은 분권화와 민간주도의 경제성장,형평제일주의로 배분을 중요시하는 리더십으로 특징지워지는데 바로 김영삼대통령정부는 이점에서 개척자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이제 시작이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박재창교수=김대통령의 리더십의 본질은 개혁리더십이라고도 보여집니다.기존의 체제를 혁명적으로 재편할 수도,도덕적으로 계몽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개편해나가는 것이죠. ▲송교수=좋은 지적입니다.김대통령과 과거 지도자와의 차이점은 인간적인 친밀감,친근성에서도 찾을 수 있겠습니다.우리 역사에서 보면 지도자의 인간적인 친밀감을 주요덕목으로 꼽고 있는데 우리정서에 맞는 정치인,지도자로서도 평가되고 있습니다.한국적인 리더십의 특징은 강·온 측면이 공존하는 것인데 김대통령은 인정미와 함께 문민정부에 걸맞는 결단력,돌파력도 보여주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정책생산에 있어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개혁이 후퇴되지 않도록 앞으로 행정구도개편에 대한 과감한 결단도 보여줘야할 것입니다. ▲박교수=국내적 상황에서는 분권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그런데 반대로 국외적 상황은 분권보다는 중앙집권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시장의 경계가 무너지고 국가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율배반적인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죠.이러한 문제를 조화롭게 수용,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김대통령의 당면과제라고 봅니다. ▲송교수=각 부문에서 민간결정이 늘어나고 정부로서도 갖가지 행정규제를 완화하고는 있습니다.관료입장에서는 자리가 축소되거나 권한을 빼앗기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새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작은 정부고 그러면서도 강력한 정부인데 새 정부는 이를 수행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다시말해 새정부는 민간이 하는 것과 정부가 하는 것을 통합,조정하고 국가발전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김대통령의 권력수행과정을 보면 혁명적이기보다는 개혁적이었고 급진적이기보다는 점진적인 개혁이었다고 보여집니다.상당히 알맞고 적절한 리더십행태를 보여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교수=관료가 권력의 주체로 나선 것이 한국정치의 오랜 전통입니다.관료조직을 개편하려면 정치적 통제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문제는 과연 관료를 통제할 수 있는 정치권이 있느냐 하는 것이죠.따라서 관료조직의 통제이전에 정치권의 개혁과 성격변화가 요구되고 여기에 김대통령 리더십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봅니다. ▲송교수=공감입니다.그의 리더십행태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무리한 수준에서의 리더십도 없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국회에서는 정치는 없고 인치만 있었다는 말도 나오기도 했지요.이 말은 일반관료의 복지부동의 자세를 지적한 것인데 앞으로 김대통령은 바로 「관료와의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지금까지의 개혁드라이브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겠지요. ▲박교수=김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의 요구를 포착하는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그런데 한걸음 나아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데서는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바로 정치적 비전이 결여된 것이죠.문제를 각성했지만 어디로 갈지를 모르는 것은 철학적 뒷받침이 부족하고 따라서 개혁에 대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못한 까닭입니다.최근에는 국제화를 비전의 단초로 잡고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리더십으로까지는 승화되지 못했습니다. 문민정부의 리더십이 지나치게 여론에 심취하는 폐단도 계속 목격하게 됩니다.김대통령이 취임 초기에는 페로니즘적 오류에 빠지는 측면도 발견되곤 했습니다.여론의 향방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도자는 여론을 향도해 나가기도 해야 합니다.여론에 민감하면 국가경영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져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송교수=모든 사회에서 구각을 벗기는 주역은 대체로 세부류가 있는데 시민사회,관료,정치권이 그것이죠.그런데 시민사회는 지난30년전에 비해 지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당히 성숙했다고 보입니다.단지 이것이 개혁과 직접적인 연결이 됐느냐는 미지수지만….시민사회는 그 역량을 이미 보이고 있는데 관료,정치권만은 아직 구각을 못벗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정치비용을 줄여 그 사회 발전에 주도적인 세력을 정치권으로 흡수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개혁과 관련해서는 김대통령 특유의 과감성과 돌파력으로 지난 한해를 버텨왔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교수=리더십의 전문성은 기술관료의 전문성과는 다릅니다.보좌관이 제공하는 자료를 해석,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특히 경제·사회 분야는 세계관을 달리하는 보좌진을 기용,대립과 토론을 통해 균형적인 판단에 이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김대통령은 과거의 권위주의를 타파해나가면서도 자신의 세계에서는 의사소통이 폐쇄적인 자기모순성도 갖고 있습니다. ▲송교수=지난 1년동안의 국가관리를 돌이켜보면「노 후」(know who)만 있었지 「노 하우」(know how)는 별로 없었다고 생각됩니다.국가관리체험이 물론 없었기는 하지만.가신그룹을 쓰면서 엽관제 얘기까지 듣게 되었죠.문제는 이제부터의 일인데 관료의 의식개혁을 위한 전쟁을 선포해야만 국제화사회라고 통용되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김대통령의 리더십은 지난 30년동안의 헤드십(headship)하고는 구별돼야 합니다.문민정부의 리더십은 민주시민으로부터 어떤 자발성을 끌어내야 성공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장관들이 역대정부처럼 스케이프 고트(희생양)로 삼지말고 대통령과 진퇴를 같이 할 수 있는 장기내각체제로 가야된다고 봅니다.또 그런 내각관행을 만들어야만 합니다.정치권의 정화와 관련해서는 최근의 국회 돈봉투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로비스트회사같은 것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박교수=올바른 지적입니다.김대통령이 국무총리라는 자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우리나라의 정부 조직상 총리는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데 오히려 대통령이 총리를 보호,유지하는 상황이 아닌가요.장관도 관료집단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국민의 정치적 요구를 관료사회에 투입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민자당은 그 자체가 개혁대상이었기 때문에 개혁의 주체로 삼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국가와 시민을 연결시켜주는 유사정당 형태로서의 시민단체와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 만화비디오·극영화 이미 안방에/일 대중문화 어디까지 들어와 있나

    일본의 대중문화가 현해탄을 건너올 위기는 늘 도사리고 있다.우리 외교관의 최근 발언은 그동안 걸어두었던 개방의 빗장을 자칫 풀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그러지 않아도 불법으로 범람하는 일본 대중문화에 시달려온 우리 문화계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서울신문은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침투한 일본 대중문화의 실상과 개방될 경우의 대책등을 점검해보았다. ◎신세대가수 등 음반 중고생에 인기/위성방송 시청늘어 45만가구 넘어/만화 수입 억제·해적판 철저 단속 바람직 ▷영화·비디오◁ 일본의 영상문화가운데 수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분야는 극영화와 성인용만화비디오이다.이는 65년 체결된 한일문화협정에서 양해된 사항이다.지난 92년말에도 우리측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대표와 일본측대표가 제네바에서 「극영화등의 수입제한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예술·과학·문화·교육분야와 어린이용만화비디오는 진작부터 개방됐다.그러나 일본풍의 극영화가 전혀 상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할리우드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일본은 80년대말부터 콜롬비아,MGM 유니버설등 할리우드의 유명영화사를 사들이거나 주식을 대량확보,할리우드영화에 일본풍을 삽입하고 있다.그 예로 최근 상영된 「떠오르는 태양」 「로보캅3」 「흑우」등을 들 수 있다.이들 영화는 알게 모르게 일본의 사무라이정신,야쿠자의 세계를 보여준다. 또 일부 어린이용만화비디오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큰 문제이다.특히 선정성·폭력성,풍속·문화차이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공연윤리위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만화비디오 1백32편가운데 일본에서 수입된 만화비디오는 모두 79편으로 약 60%를 차지했다.이에앞서 91년 55편,92년 59편이 수입된 것으로 밝혀져 매년 상당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더욱이 91년까지만해도 미국비디오가 일본 것보다 많았으나 점차 줄어 93년 19편으로 떨어져 어린이만화영화시장은 결국 일본의 독점체제로 굳어져 가는 추세이다. 이와관련,영상업계종사자들은 국제화및 개방화시대라는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전면적인 개방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설혹 수입을 허용한다하더라도 그에 앞서 우리측의 준비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현상황에서 일본의 영상이 무차별수입될 경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영상산업이 발붙일 곳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요◁ 일본의 신세대가수나 보컬그룹들의 음반과 카세트테이프등이 중고생을 비롯한 10대청소년들사이에 열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일본가요를 담은 음반류는 공식적으로 수입이 금지돼 있으나 해적판음반이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어 국민정서에 적지않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 실정이다.주로 노점상을 중심으로 반공개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이들 카세트테이프는 대략 40∼50종류로 1천원선에 거래되고 있다.서울 세운상가나 회현동등의 음반상가에서 주로 유통되던 불법음반물은 최근 들어서는 신촌의 대학가주변·명동·강남등으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추세이다. 또 일부 레코드점에서는 「밀수입」된 일본 콤팩트디스크를 단골손님에 한해 팔고 있으며 CD·LD등을 다수 확보해 놓은 일본음악전문레코드점도 등장했다.국내가요음반업계에서는 리어카행상을 통해 유통되는 일본가요테이프만도 하루 3만개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빅터·콜럼비아·제일흥상등 굵직한 음반사들이 국내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가요수입이 허용될 경우 국내음반업계는 일본음반회사에 의한 제2의 직배파동도 우려된다.이밖에 현재 유행되고 있는 일본노래들은 선정적인 내용에 영어와 일본어등이 뒤섞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청소년들에게 왜색퇴폐문화를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높다. 일본가요는 일본가수의 한국공연에 의해 침투되기도 했다.지난 90년 일본가수로는 처음으로 국내공연을 가진 가토 도키코의 디너쇼가 대표적인 예.그는 당초 한국어와 영어·불어로만 노래를 부른다는 조건으로 공연승인을 받았으나 이를 깨고 당당히 일본어로 불러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일본그룹「소녀대」내한공연때에는 3천여명의 10대관중이 현장에서 열광함으로써 맹목적인 문화추종현상을 드러냈다.이번에 일본가요콘서트 허가를 받은 계은숙의 경우도 지난해 4월 호텔공연에서 일본노래를 불러 말썽을 빚은 장본인이어서 공연내용이 주목된다. ▷방송◁ 지난 89년1월 정부가 위성방송용 수신안테나 수입을 자유화한뒤 파라볼라안테나를 통해 일본위성방송을 시청하는 가정이 급증했다.90년말 25만가구로 추정되던 일본직접위성방송 시청가구가 92년 공보처조사에서는 45만가구에 이르는등 2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아파트단지나 연립주택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위성방송안테나 설치가 가능,일본대중문화확산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더군다나 일본위성방송은 24시간 방송해 국내방송이 없는 시간대에 고정시청자군을 형성했다. 90년 서울과 부산지역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실시한 조사결과 평일기준으로 2시간이상 일본방송을 시청하는 사람이 43.2%,일본방송때문에 한국방송 시청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32.7%라는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지난 91년 홍콩의 스타TV가 처음 출현했을때만도「전파월경」문제를 제기했던 일본이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규제를 받지않는 스타TV의 방송망을 이용,일본제 프로그램의 판매를 늘려가는 우회적인 「문화침략」방법을 취하고 있다. 일본 위성방송의 국내침투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방송통신위성 무궁화호의 발사시기를 95년4월로 앞당기고 방송시간 연장을 검토중이지만 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출판◁ 출판분야에서 일본문화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고 있는 부문은 어린이및 청소년용만화이다.만화업계는 지난해 시중에 나돈 만화 6백여만권가운데 국내작가의 창작품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일본만화라고 보고 있다. 즉 왜색풍이 뚜렷한 부분만 살짝 바꿔 국내작가의 이름을 붙인 경우가 35%,대사만 우리말로 고친「해적판 완역본」이 28%,일본의 단행본만화를 국내잡지에 연재한뒤 다시 단행본으로 출판해「정품」으로 행세하는 만화 10%등이다. 일본만화가 이처럼 국내에 쏟아져 들어온 것은 지난 88년「드래곤 볼」이 크게 유행한데서비롯됐다.「드래곤 볼」비디오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데 이어 만화책도 엄청나게 팔리자 일본만화 전문출판사가 30여곳 난립해 3백여종의 만화를 마구 들여왔다.이가운데「드래곤 볼」이나 청소년물인「슬램 덩크」등은 1백만∼2백만부가 팔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권영섭회장(55)은『지금 단계에서 일본만화를 수입개방하자는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데서 나온 발상』이라며 출판물이 전면개방되는 97년이전까지만이라도 일본만화의 수입을 억제하고 해적판만화를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용」 발언서 「개방불가」까지/일 문화 도입 공론화 거쳐야/대중가요·SF물 잠식 등 현실적 파문 우려/한·일 민간교류는 역사·문화여건 고려돼야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의 틈새가 보이고 있다.이는 지난달 31일 공로명 주일본 한국대사가 일본의 대중문화 수용을 거론함으로써 그 여지를 드러냈다.우리는 과연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서 호혜평등 원칙의 대중문화 교류가 가능한 것일까.그러나 문화산업의 기반이 전무한 우리의 형편으로서는 문화종속의 위험성을 안고있는 것이다. 일본의 문화정책은 국가이익과 맞물려 있다.특히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개편기를 맞아 문화산업을 통해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다.문화를 경제관계 보조수단으로 보고있는 일본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대중문화로 ▲프로그램 제작을 포함한 텔레비전 ▲만화와 SF등의 출판물 ▲대중음악 ▲영화를 꼽고 있다.우리는 여기서 일본의 전략적 문화상품가운데 대중문화가 주종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쪽 조사에 따르면 뉴스보도및 TV프로그램,만화영화,만화책등은 현재 수출초과의 자국 대중문화로 되어있다.이들 대다수는 수출이 가능한 상품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흘러 들어온 대중문화의 일부이기도 한 것이다.문화상품의 수출은 외화획득 차원뿐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문화의 존경심,문화적 친밀감,인맥의 연결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이 대목이 바로 경계할 부분이다. 그래서 일본어 보급은 물론 사업지원,유학생 유치등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직접위성방송(DBS)역시 문화의 동질화를 꾀한 일본 문화정책의 하나이다.우리 안방을 일찍 침입한 일본의 DBS는 한국의 시청자들을 일본문화로 어느 정도 순치시켜 놓았다.이러한 추세에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한다면 그것은 도도한 물결에 견줄만한 충격적 사건일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결국 일본문화의 모방화를 불러일으켜 우리의 전통을 상실하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잡지,프로그램 제작,대중음악,취미활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문물의 모방은 일본문화로의 의존을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이 점은 일본문화에 대한 매력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일본의 문화교류 요구는 지난65년 12월18일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발효이후 30여년동안 지속되어 왔다.67년에는 「한일문화 교류협정」이 추진되다 여론에 부딪혀 주춤한 적이 있고 지난71년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에 광보관실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84년 「한일문화 교류기금」의 재단법인이 발족된 데 이어 88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연극,전통음악등 공연예술 분야의 교류가 있긴 했다.일본은 지속적으로 문화교류를 채근하고 한국은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지금까지의 전체적 분위기다. 이번에 국내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발언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그러나 한일문화교류는 한국의 역사 문화적 전통이나 현재의 문화여건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문열때 아니다”/국민들 감정이 규제요소로 작용/섣부른 개방이 몰고올 파장 걱정/문화체육부의 입장을 말하면 『일본 대중문화,특히 대중들에게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극영화 대중가요 만화개방에 관한한 현재로서는 검토할 시기도 아니고 그 계기도 전혀 없다고 봅니다』 문화체육부 김진무 문화정책국장은 2일 최근 공로명주일대사의 발언이후 일본 문화개방을 둘러싸고 정부부처간 그리고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종전의 개방불가방침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 문화개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게된 배경은 이해가 가지만 문화정책상 신중한 결정이 따라야 하는만큼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TV용 만화영화와 교육용 문화영화,다큐멘터리등 일부 영역에선 이미 일본문화가 부분적으로 개방됐고 다른 국가와의 형평을 고려할때 무조건적인 규제 일변도가 모순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국장은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현시점에서의 개방불가론을 거듭 강조했다. 『한일관계상 무역역조라는 경제적인 측면말고도 국민감정이 엄연한 규제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만큼 섣부른 개방이 몰고올 파급효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국장은 한일문제의 명쾌한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문화개방도 쉽지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우리문화의 국제경쟁력강화측면에 대해 『일본은 제도적으로는 규제가 없지만 정부와 민간인 이 힘을 합해 교묘하게 외국문화 침투를 막으면서 외국에의 문화침투는 조직적으로 하고있는 실정』이라면서 우리도 관계자들의 유기적인 협력등 신중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PC활용 무궁무진/“단편영화도 직접 만들어요”

    ◎동호인 전국 5천4백여명 활동… 시사회 열어/파일에 자료화면 저장… 필요한 장면 편집/음성파일 이용하면 효과음 삽입도 가능 이제 컴퓨터는 단순한 사무기기가 아니라 때로는 오락기 역할도 하고 전자책이나 TV수상기로도 손색이 없다. PC의 다양한 기능이 알려지면서 가정에서 캠코더와 컴퓨터를 이용,움직이는 영상을 편집해 영화를 만드는 등 PC를 멀티미디어로 폭넓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컴퓨터 영화편집은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나 PC통신 동호인들 사이에는 최근 가장 매력적인 활용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를 영화편집용 멀티미디어로 활용하는 대표적 동호회는 「하이텔 멀티미디어클럽」.이 모임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5천4백여명이 회원으로 가입,지역단위로 매달 한차례씩 만나 개인이 만든 영화 「시사회」를 갖는 등 PC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원 김상준씨(32·자유기고가)는 『컴퓨터를 이용한 영화제작은 간단한 주변기기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배울수 있고 스스로 영화나 동영상스토리를 제작해보면 컴퓨터에 대해 더 친밀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PC의 활용을 적극 권장했다. 김씨는 국내외 영상보드에서 표준 소프트웨어로 사용될 만큼 영상편집력이 뛰어난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폰 윈도우즈(VFW)1.0」만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컴퓨터로 영화를 만들려면 우선 영상보드가 필요하지만 이를 별도로 구입하려면 40만∼50만원이 든다. VFW는 확장자가 AVI인 파일을 사용하며 컴퓨터환경이 386SX이상 기종에 한글/영문윈도우3.1,사운드카드와 표준VGA카드를 갖춘 상태에서 작동한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VFW를 윈도우즈에 연결하고 구동시켜야 한다.그리고 캠코더(동화상)나 일반사진(정지화상)을 통해 AVI에 자료화면을 저장한다.자료화면(데이터)이 많을 수록 다양한 줄거리를 꾸밀수 있다. 그 다음에 AVI에 있는 화상데이터를 VFW로 불러들이면서 필요한 장면을 선택·편집해 나가면 재미있는 단막극이 만들어진다. 영상편집시에는 화면에 어울리는 음악이나 효과음을 넣을수 있고 음성파일을 사용하면 제작자의 육성녹음 삽입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가 현재로선 어려운 편이다.캠코더로 찍은 화면을 압축하지 않고 저장할 경우 10초당 20메가바이트(MB)를 차지하기 때문에 영상데이터를 8백MB까지 저장하는 CD­ROM을 사용해도 내용이 충실하고 줄거리가 될만한 긴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김씨는 『컴퓨터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PC를 유용하게 활용하자는 측면이고 영상압축기술이 진전되면 더욱 훌륭한 수준의 영상편집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현지인들 한국군에 유독 친밀감”/김병년소령의 소말리아주둔기

    ◎활기찬 봉사에 적개심 풀고 “사랑해요” 작열하는 폭염과의 싸움,바로 그것이었다. 최저기온 섭씨20도,최고기온 37도,체감온도는 42∼43도를 웃돌아 가히 살인적이었다. 지난 6월29일 김포공항을 출발,현지에 파견된 우리선발대 97명의 한결같은 소망은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는 것. 17시간의 긴 비행끝에 우리가 닿은 곳은 장기간 내전으로 굶주림과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죽음의 땅」소말리아.모가디슈공항을 거쳐 주둔지 발라드에 도착즉시 캠프를 차렸다. 멀리서 간간이 들리는 포탄소리와 총성만이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수도 모가디슈에서 북방 30㎞지점에 위치한 발라드는 그러나 격전지와 제법 떨어져있는 안전지대라는 말에 다소 안심은 됐다. 우리가 맡은 주된 임무는 모가디슈에서 발레트웬에 이르는 4백50㎞의 도로복구와 의료지원등 대민봉사활동. 우리들이 직면했던 가장 큰 장벽은 소말리아내전에 개입한 모든 외국군인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적개심이었다. 이를 없애기 위해 「사랑의 학교」를 세우고 간단한 우리말과 「아리랑」「고향의 봄」등 우리노래를 가르쳤다.그들은 우리들의 이같은 노력에 차츰 따듯한 인간애를 느낀듯 유독 코리아에 대해서만은 친밀감을 보여줬다 우리의 활동상이 10월23일 미국 CNN방송을 타고 전세계로 전파됐다는 소식에 대원 모두가 환호했다. 밤이면 더욱 가까이서 들리는 총격소리에 경계를 강화하고 고국의 가족들에게 편지쓰기로 불안감을 떨쳤다.사랑하는 아내 혜순이에게 하루에도 2∼3통의 편지를 써가며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 사지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5개월을 넘길 즈음 우리들은 소말리아에 정을 느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사랑해요』『안녕하세요』등 서투른 우리말로 인사를 하는 어린이들과의 이별은 대원 모두가 또다른 아픔이었다. 본국행.사랑하는 아내(33)와 딸 수경이(4)와 만나게 된다는 설렘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동안의 모든 어려움이 꿈만 같았다.돌아오는 길은 너무 멀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우리는 가족과 함께 기쁜 성탄절을 맞는다. 김해공항입국장에서는 군악대의 크리스마스캐럴「고요한밤 거룩한밤」이 은은히 연주되고 있었다.소말리아에 평화를.
  • 패왕별희/경극배우의 삶 그린 「중국판 서편제」

    ◎3인의 애증 교차… 강렬한 화면구성 눈길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중국영화「패왕별희」는 「서편제」와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서편제」가 근대사의 격랑속에 떠돈 소리꾼의 삶을 통해 우리의 한을 그렸듯이,「패왕별희」 역시 경극 배우들의 인간사와 중국의 근세사가 어우러져 중국 고유의 정서와 더불어 애잔한 슬픔과 감동을 전해준다.데이(장국영)와 샬로(장풍의),주산(공리) 사이의 삼각 애증구도 또한 송화(오정해) 유봉(김명곤) 동호(김규철)의 삼각관계와 비슷하다. 1925년 북경의 경극학원에 맡겨진 두 소년은 혹독하고도 험난한 교육과정을 거쳐 「패왕별희」의 남녀 주인공이 돼 스타의 길을 걷는다.「패왕별희」는 한고조 유방의 공세에 항거하다 비참한 종말을 맞는 초패왕 항우와 그의 애첩 우희의 사랑과 죽음을 다룬 경극 최고의 인기작.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여자역을 맡았던 미소년 데이는 극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샬로에 대한 동성애적인 사랑을 키워나간다.더욱이 샬로가 사창가의 여인 주산을 아내로 맞아들이자 절망과 질투심에 사로잡힌다.이후 이들 3인의 인생은 격동의 중국 근세사와 60년대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사랑과 증오,그리고 배신으로 뒤엉켜간다. 단순하게 보면 「패왕별희」는 3인의 애정관계를 그린 멜로물이다.멜로물이 흔히 그렇듯,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근접거리에서 잡아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시각적으로 강렬한 화면구성도 눈길을 끈다.「황토지」「현위의 인생」등을 연출한 중국 「제5세대 작가군」의 선두주자인 첸카이커가 지금까지는 보여주지 않았던 기법들이다. 여기에 1925년 군벌시대의 북경,37년 일제침략및 45년 해방,49년 중국 공산당의 인민해방,66년 문화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사건들이 풍성한 볼거리로 제공된다.관객들은 그같은 이야기 구조와 화면구성에 친밀감을 갖게되고 빨려들어가게 된다. 주인공 3명의 연기가 모두 뛰어나지만 특히 동료에게 동성애적인 사랑을 보내는 장국영의 연기는 추하지 않으면서도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가수와 배우의 길을 함께 걸어왔던 그는 이 영화로 명실공히 개성있는 연기자의 한사람으로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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