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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의 공존·소통 모색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2일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는 모든 생명의 공존과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발표한 부활절(4월 8일) 메시지에서 “오늘날 세상은 과거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의 어두운 면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더 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가난과 부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졌고, 그 어느 시대보다도 뛰어난 최첨단 대중매체의 체제 아래 살고 있지만 인간의 삶은 과거에 비해 더 소외되고 진실된 친교와 소통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정 추기경은 그러면서 “생명의 일치는 모두를 같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사회, 종교, 정치 문제에서 우리와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4·11 총선과 관련, “교회는 공동체의 심각한 분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나 거부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3년내 모든 초·중·고에 전문상담 교사

    서울시교육청이 학교폭력 방지를 위해 2014년까지 전문상담 인력을 서울 지역 모든 학교에 전면 배치한다. 또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공문서를 50% 이상 대폭 줄인다. 시교육청은 20일 이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병갑 시교육청 책임교육과장은 “학교폭력 해법을 상담과 소통, 인권교육, 학생자치에서 찾겠다.”면서 “비폭력 평화교육,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현재 중학교 377곳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 전문상담사, 학교사회복지사를 2014년까지 서울 지역 전체 초·중·고교 1287곳에 1명 이상 배치하기로 했다. 올해는 현재 549명인 상담교사가 896명으로 늘어난다.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각급 학교마다 학기당 2시간씩 인권교육을 실시하도록 했으며 ‘서울학생 인권의 날’도 지정해 운영한다. 또 서울학생참여위원회를 활성화해 학생들 스스로 자치활동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에 나서도록 할 계획이다. 다음 달로 지정된 ‘만남·소통·친교의 달’에는 매주 월요일 아침 담임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활용해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토의하는 등 학생과 교사의 소통을 늘리는 기회로 삼는다. 교원이 학생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는 50% 이상 대폭 줄이고, 자체 사업도 올해 60%, 2014년까지 최대 80%까지 감축한다. 아울러 3~4월 이후 일선 학교에는 서울학생 인권조례 공포·시행에 따라 학교규칙을 제·개정하도록 권고하고, 학교생활기록부의 인성 관련 기록을 내실화하기 위해 ‘배려·나눔·협력·갈등관리·규칙준수’ 등 핵심 인성요소를 세분화해 기록하도록 했다.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교육청은 매년 1월과 9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오는 9월 실시될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서울시연구정보원의 분석을 통해 유형별 사례에 맞는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충북, 中유학생 위한 축제 연다

    충북도가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중국을 테마로 한 대규모 이벤트를 마련한다. 도는 새달 6~7일 이틀간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에서 ‘제1회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충청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미래의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큰 잔치를 열어 주는 것이다. 잔치 비용은 2억 5000만원이 소요된다. ‘충중친교’(忠中親交)를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충청권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1500명과 학부모 126명을 비롯해 한팡밍(韓方明) 정치협상회의 부주임(차관급) 등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 50명, 신화통신 기자 등 한국 주재 중국 특파원 8명, 중국공연단 단원 38명, 도내 대학생 200명 등 총 2000여명이 참가한다. 유학생 학부모들에게는 도가 항공료의 20%를 지원한다. 이번 페스티벌은 유학생들의 자율적 참여와 경쟁을 유도하고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첫날에는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등 재미있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는 어울림한마당과 요리경연대회, 장기자랑대회, 한중전통의상 패션쇼가 펼쳐진다. 충북도 자매결연 도시인 광시좡족자치구 공연단과 중국에서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그룹 보이프렌드와 에프엑스 공연 등 화려한 축하무대가 마련된다. 둘째날에는 한·중 간 인적교류, 문화교류, 충북관광 발전 방안 등 세 가지 주제를 갖고 한·중 대학생 6명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또 충북 지역에서 촬영돼 많은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출연진의 팬사인회와 장기자랑대회 결선이 진행된다. 행사 기간 동안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충북지방경찰청이 법률상담 코너를 설치해 유학생활에서 겪을수 있는 폭력, 환치기, 전화금융사기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도내 12개 시·군의 관광자원과 농특산품을 소개하는 30여개의 홍보관과 한방, 전통민속, 한국 대표음식, 한국공예품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설치된다. 청남대, 고인쇄박물관, 문의문화재단지 등 청주 인근의 주요 관광지를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이태훈 도 관광정책팀장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면 나중에 그들이 다시 충북을 찾게 될 것”이라면서 “참여 범위를 넓히고 해마다 이 행사를 개최해 충북과 중국의 동반성장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중국인 유학생은 6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7200여명이 충청권 대학에 다니고 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정자 기증했더니 어느새 자식이 150명으로…

    “난 정자만 기증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자식이 150명이나….” 이는 공상 소설 속 얘기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실제 상황이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5일 1인이 기증할 수 있는 정자로 무제한의 인공수정을 하는 바람에 사회적 문제 뿐만 아니라 심각한 병리학적 부작용이 파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건강면 심층 기획기사를 통해서였다. NYT는 특히 7년 전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받아 아들을 출산한 40대 여성 신시아 데일리는 아들의 ‘절반의 피를 나눈 형제자매’를 인터넷으로 추적한 충격적인 결과를 소개했다. 놀랍게도 아들과 같은 아버지를 둔 형제자매가 현재까지 150명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데일리 씨 부부는 아들과 생물학적 아버지를 공유하고 있는 아이를 둔 몇몇 가족과는 ‘광의의 가족’으로 친교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데일리 씨의 아들의 생물학적 아버지 이외에도 정자만 기증한 한 남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식을 수십명, 심지어 수백명까지 갖게 되는 일이 적지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불임 치료 클리닉이나 일부 정자은행들이 돈을 벌기 위해 유전적으로 우월한 특정 정자를 무제한적으로 판매하는 바람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NYT는 1인이 기증한 정자로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법률상의 허점을 악용한 이같은 행태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같은 아버지의 정자로 태어난 남녀가 이웃에서 남매란 사실을 모르고 자라기 때문에 근친상간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희귀한 유전병이 출현할 위험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바너드 칼리지 데보라 스파 학장은 이와 관련, “중고차 한대를 살때도 차의 내력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하물며 정자를 구매하는 곳에서 중고차를 살 때에 비해 더 적은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증정자로 인공수정할 수 있는 횟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정자 기증자의 신원을 철저히 불문에 붙이는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달리 영국이나 프랑스 ,스웨덴 같은 서유럽 국가들으 1인의 기증정자로 인공수정할 수 있는 횟수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재일교포에 정치헌금 日 외상 결국 사임

    재일동포 장옥분씨로부터 정치헌금 20만엔(약 270만원)을 받아 야당으로부터의 퇴진 압력에 시달려 온 일본의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이 결국 6일 사임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이날 밤 간 나오토 총리를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면서 “간 총리에게 결심을 전해 승낙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헌금을 받은) 재일 외국인은 중학교 때부터 친교가 있었으나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지금껏 알지 못했다.”면서 “외상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외국인의 헌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 들 수밖에 없으며 정치자금 관리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교토에서 불고깃집을 운영하는 장옥분씨로부터 2005년부터 4년간 해마다 5만엔씩 모두 20만엔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일본 정치자금 규정법은 정치인이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의로 돈을 받았다면 나중에 이를 돌려주더라도 3년 이하 금고형이나 50만엔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형이 확정되면 형 집행 기간과 그 후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정지된다. 차기 총리로 유력했던 마에하라 외상이 낙마함에 따라 간 내각이 더욱 위기에 몰릴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간 정부 출범 이후 중도 하차하는 각료는 이번이 세 번째다. 또한 친한파인 마에하라 외상이 물러남에 따라 조선왕실의궤 등 한국 문화재의 국회 비준 절차가 지연되면서 한국으로의 반환이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재일동포 등 외국인의 지방 참정권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상주시민 10명 중에 4명 주 1회 이상 자전거 이용

    ‘자전거 도시’ 경북 상주시민 10명 가운데 4명은 매주 1회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경북대 산학협력단(하혜수 행정학부 교수팀)이 최근 상주시민 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주시 자전거 이용 관련 현황 및 실태 조사 분석’에 따르면 남녀 시민 87명은 매주 1회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전체의 41.4%다. 이 중 54명(26%)은 주 3회 이상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답해 자전거 이용을 생활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전거 용도로는 출퇴근이 38명으로 가장 많았고 ▲레저·스포츠(18명) ▲등·하교(15명) ▲친교(14명) ▲쇼핑용(9명) ▲농사용(8명) 등의 순이었다. 이용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53명이 20분 미만, 38명이 20~40분, 8명이 40~60분으로 답해 자전거를 주로 근거리 이동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3명이 건강증진을 위해, 시간 및 비용 절감을 위해 탄다고 응답한 사람은 각각 25명과 24명이었다.하지만 전체 조사 대상의 56%를 차지하는 117명은 시간 거리상(40명)과 자전거 이용시 불편함(32명), 자전거 보관시설 미비(11명) 등의 이유로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해 관련 인프라 시설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상주시민 10만 5000여명이 보유한 자전거는 8만 5000여대로 보급률이 85%에 이른다. 특히 학생 2만명의 70%가량이 자전거로 통학하고 있다.상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전경련 차기회장 곧 선임될 듯

    지난해 7월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던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효성그룹 회장)이 경제5단체장 만찬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을 재개한다. 오는 24일 예정된 전경련 총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차기 전경련 회장 선임도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전경련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경제5단체장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담낭종양 수술 뒤 건강관리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지 7개월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 마련한 만찬에는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과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함께한다. 이번 만찬은 최근 조 회장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오랜만에 ‘친교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재계 현안을 논의하기보다는 조 회장의 건강 회복을 계기로 마련된 비공식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또한 최근부터 가끔 회사에 들르는 등 효성그룹 업무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직접 조 회장을 만난 임원들은 ‘수술 전보다 혈색이 나아 보인다’고 한다.”면서 “출근하기 전에도 중요 결정 사항은 전화로 챙겨왔다.”고 귀띔했다. 24일 서울 태평로2가 더 플라자호텔에서 예정된 전경련 총회에 조 회장이 직접 참석할 여지도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조 회장이 총회에도 참석할 수 있다.”면서 “건강이 상당히 호전된 만큼, 손수 자신의 공식 임기를 끝내는 동시에 차기 회장을 선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인선은 어느 정도 끝났고 재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차기 회장은 회장단 안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로는 연장자에 속하는 이준용(73) 대림산업 명예회장과 박영주(70) 이건산업 회장, 조양호(62) 한진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최근 검찰 수사가 끝난 김승연(59) 한화그룹 회장도 조심스럽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가장 중요한 결정은 중년에게 맡겨라”

    그들은 오나가나 퇴물 취급받기 일쑤다. 직장에서는 단물 빨린 껌 신세로 해고 위협에 노출되고, 집에 돌아오면 다 커버린 자식놈들이 말 안 통한다며 문 걸고 입 다문다. 게다가 기억력은 점점 깜빡깜빡해진다. 자동차 열쇠 손에 쥐고서 열쇠 찾는다며 여기저기를 뒤지곤 하니 가끔 스스로도 불안할 때가 있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다. 중년의 뇌는 쇠퇴하며 그 인지 기능은 20대보다 못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 의학전문기자 바버라 스트로치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으며 선언하듯 외친다. “가장 중요한 결정은 중년에게 맡겨라. 패턴 인지, 어휘, 귀납적 추리, 공간 감각에서 최고 수행력을 보인 사람들은 중년이다. 그들의 뇌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김미선 옮김, 해나무 펴냄)는 중년 예찬론, 더욱 구체적으로는 ‘중년의 튼튼한 뇌 예찬론’이다. 스트로치 역시 책을 쓰던 당시 56세였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경험의 축적-흔히 지혜로 표현되는-과 같이 실체 모호한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 조사 결과물로 뒷받침한다. 펜실베이니아주 연구팀은 1956년부터 40년 넘게 ‘시애틀 종단연구’를 진행했다. 20~90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어휘 ▲언어 기억 ▲지각 속도 ▲계산 능력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 등 6개 범주에 걸쳐 똑같은 조사를 7년 간격으로 벌였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다른 어떤 나이대보다도 40~60대, 이른바 중년에 최고의 수행력을 보여줬다. 흔히 가장 좋을 것으로 여겨지는 20대 성적표보다 훨씬 좋다. 특히 어휘, 언어 기억,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 등 네 범주에서는 월등한 수행력을 보였다. 심리학자인 셰리 윌리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지능에 관한 순진한 이론들과 달리, 고차적인 인지능력 발달 면에서 청년기는 절정기가 아니며, 중년 사람들은 본인의 25살 때보다 더 뛰어난 수행력을 보여줬다.”고 발표했다. 책은 자원 봉사, 이웃과 친교 등 사회적 활동이 중요하고, 외국어 또는 악기 연주를 배우는 등 끝없이 새롭게 ‘인지의 달걀’을 일깨워 주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결론짓는다. 중년의 그들을 옷 벗겨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그들의 에너지와 지혜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앞서 뛰어난 뇌를 가진 중년, 그들의 자각과 자신감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레닌山… 옐친山… 이번엔 ‘푸틴山’

    옛 소련의 한 자치공화국이었던 중앙아시아 북부 키르기스스탄에는 ‘레닌’과 ‘옐친’이라는 이름을 지닌 산들이 있다. 조만간 여기에 ‘푸틴산’까지 생길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택했던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총리가 북부 추이 지역의 높이 4446m 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2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탐바예프 총리는 이달 초 ‘푸틴 봉 선물’을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최근 러시아가 2억 달러가량의 차관을 제안한 데 대한 보답 차원이다. 지난해 친미 성향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이 축출된 뒤로 친미 노선과 친러 노선 사이에서 갈등해온 키르기스는 총선 이후 ‘친러’로 회귀한 상태다. 분리 독립 20년을 맞은 지금도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야당인 아타메켄당의 주마르트 사파바예프는 “살아있는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지명으로 쓰는 것은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1995년 제정된 국내법을 들이댔다. 그러나 아탐바예프 총리와 여당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다음 주 관련법 개정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키르기스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살아있던 2002년 이시크쿨 호수 인근의 높이 3500m 산에 ‘옐친 봉’이라는 이름을 붙인 바 있다. 키르기스와 타지키스탄 국경에 있는 7134m 산의 이름은 ‘블라디미르 레닌’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승만 지팡이’ 한국 온다

    ‘이승만 지팡이’ 한국 온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회장실에 보관 중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팡이가 한국 땅을 밟는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다음 달 2일부터 12일까지 이 지팡이를 대여해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정상외교 기록전’에 전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념해 개최된다. 지팡이는 1954년 8월 이 전 대통령이 아서 H 슐츠버거 당시 회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NYT에서 보관해 왔다. 그해 7월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이 전 대통령은 뉴욕에서 서신교류로 우의를 다져온 슐츠버거 회장 주최 오찬에 참석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친교의 표시로 자신이 쓰던 지팡이를 선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슐츠버거 회장은 6·25 전쟁 당시 아들이 해병대원으로 참전했고 이 전 대통령과는 한국 정세, 언론상황 등에 대해 편지 교류를 하는 등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현 아서 O 슐츠버거 회장은 그의 손자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팡이 외에도 역대 대통령의 선물, 유품, 편지 등 기록물 300여점이 전시된다. 대통령 기록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지팡이는 두 사람 사이의 각별한 친분은 물론 6·25 전쟁 당시 한·미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역사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면서 “전시회에선 경제원조 수혜국에서 G20 정상회의 의장국까지 우리나라의 국제 위상이 강화되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이색 영화관서 문화욕구 풀어요

    이색 영화관서 문화욕구 풀어요

    영화를 테마로 한 지자체의 주민친화형 행정이 주목되고 있다. 낡은 영화관은 어르신들을 모시는 실버극장으로, 문화센터는 주말이면 ‘공짜’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세태에 밀려 딱히 즐길거리를 찾지 못하는 노인과 맞벌이 등으로 아이들과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가족을 위한 배려이다.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옆에 있던 옛 화양극장과 강남구 대치2동문화센터와 삼성2동문화센터를 소개한다. ■ 강남, 문화센터 ‘주말영화’ 큰 인기 강남구가 문화센터를 영화관으로 활용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17일 강남구에 따르면 대치2동문화센터와 삼성2동문화센터에서 ‘주말 명작영화 여행’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주말 명작영화 여행은 주민들의 문화욕구 충족과 건전한 여가생활을 위해 2007년 도입했다. 처음에는 영화를 매월 두 차례 유료로 보여 주다가 2008년부터는 무료 상영으로 전환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영화 상영일을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놀토’(매월 둘째·넷째 토요일)로 변경했다.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가족영화, 추억의 고전명화, 최신 흥행영화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첫해에 572명에 그쳤던 관람객 수는 2008년 659명, 지난해 1708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회당 최대 관람인원은 대치2동문화센터 225명, 삼성2동문화센터 176명이다. 채영남 구 자치행정과장은 “동문화센터에서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육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대문 화양극장 실버전용으로 새단장 서대문구 미근동 옛 화양극장이 노인전용극장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17일 서대문아트홀(옛 화양극장)을 노인들을 위한 문화공간인 ‘실버전용극장’으로 새단장해 오는 10월2일 노인의 날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63년 개관한 화양극장은 600석 규모로, 현재 영화 상영과 공연이 가능한 국내 유일 단일관이다. 시가 대관해 운영하는 실버전용극장에서는 매일 두 차례 영화가 상영되며, 노인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각종 공연도 열린다. 시는 청년층과 노인층이 함께 하는 세대 통합 공연, 심리 치료 목적의 역할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 극장 내 부대 공간에는 카페 등을 마련해 노인들의 친교와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용 대상은 55세 이상과 동반 가족이다. 입장료 2000원만 내면 하루종일 모든 영화와 공연,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저소득층 노인은 해당 구청에서 초대권을 받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이무영 시 문화정책과장은 “실버전문가가 운영에 참여하고 문화 분야 사회적 기업을 공연팀으로 초청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YMCA 시민중계실, 제55회 신문고 개최

    서울YMCA 시민중계실, 제55회 신문고 개최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지상파 재전송 저작권 침해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55회 신문고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신문고를 통해 지상파 재전송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들을 짚어 보고, 논란의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업체들이 지상파 방송 3사의 디지털 채널을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고 가입자에게 제공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케이블TV업체들은 “지난 수십년간 난시청 해소에 기여해 온 케이블TV에 대해 디지털방송을 이유로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며, 시청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며 맞서고 있다. YMCA 성민섭 시민중계실위원회 위원장이 사회를 맡고 신홍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다. 장소는 서울YMCA 2층 친교실. 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기고] 육종 넙치로 세계제패를/홍용기 국립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 학장

    [기고] 육종 넙치로 세계제패를/홍용기 국립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 학장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연어와 틸라피아 육종기술 개발 및 산업화로 육종산업이 국민총생산(GNP)의 4.3%를 차지하는 등 제2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식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서양 연어는 노르웨이의 가장 중요한 양식종이다. 노르웨이는 일정한 수온을 유지해 주는 멕시코 난류뿐만 아니라 수천개의 섬과 소해협으로 이루어진 피오르 해안이라는 좋은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어 연어의 가두리 양식에 천혜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연어를 세계적인 수출어종으로 만든 1등 공신은 선발 육종이다. 1971년 정부 주도 하에 연어를 대상으로 육종 연구를 시작해 10세대가 지나는 동안 자연산 연어보다 300%나 빠른 성장효과를 얻었다. 다국적기업 형태로 육종된 연어 품종은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노르웨이는 틸라피아에 대해서도 유전학적 다양성 유지에 근거하는 선발 육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기존 전통적 선발 육종으로 세대당 성장률을 10∼15% 향상시켰던 것을 세대당 20∼30%로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7세대 동안 성장률을 100% 이상 증가시킨 우량 품종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예에서 보듯이 유전육종에 의한 고속성장 품종 개발 및 산업화는 사육기간 단축에 의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저탄소 환경친화 녹색성장과 부합된다. 또한 고품질, 고부가가치 식량 생산을 가능케 해 전통 수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생명산업으로 쥬목받고 있다. 다행히 육종에 의한 신품종 개발은 노르웨이의 연어 및 틸라피아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가 개발초기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넙치와 전복을 대상으로 유전자 표지에 의한 선발 육종을 실시해 노르웨이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양식되기 시작한 넙치는 지난해 우리나라 해면 수산양식 총 생산량의 4.2%인 5만 5000t과 총 생산액의 30%인 55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4300t, 480억원를 일본, 미국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근친교배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질병이 자주 발생하는 등 넙치 양식에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자 국립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에서는 2004년부터 유전자 표지를 이용한 넙치 선발 육종 연구를 시작했다. 육종연구센터에서는 과학적인 교배와 유전능력 평가 등 육종 연구의 기반기술을 확립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3세대 만에 일반넙치보다 30% 성장이 빠른 육종넙치를 개발해 올해부터 양식 어업인에게 보급하고 있다.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3년까지는 50% 이상 성장이 빠른 5세대 육종넙치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병성 넙치의 육종연구도 시작됐다. 또한 육종연구 과정에서 개발된 분자마커에 의한 생산자 추적시스템은 안전한 수산물 보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육종연구가 주는 덤이자 선물이라 하겠다.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생명산업대전’에서는 신품종 넙치와 기존 넙치가 함께 전시되는 등 수산분야의 신기술과 생명산업의 미래를 일반인들이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고성 오간 中·日

    고성 오간 中·日

    15일 경주에서 열린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 간 회담에서 양측이 고성을 주고받는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다. 실무급도 아니고 외교 수뇌부 회담에서 이렇게 대놓고 싸우기는 외교관례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1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 측은 중국의 핵 보유 사실을 거론하면서 “핵 군축을 위한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고 강력 요구했다. 이에 중국 측은 “중국은 자위를 위한 최소한의 핵무기만을 보유하고 있고 선제 핵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분명하다.”면서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면서 고성이 오갔다. 그동안 3국 장관 사이에는 중국 핵보다는 북한 핵이 주요 의제여서 일본의 갑작스러운 문제 제기가 중국 측의 반발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양국 장관은 이어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사이에 놓고 미소를 띠며 사진촬영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앙금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16일 오전 3국 장관은 불국사 등 경주의 유적지를 관람하는 친교의 시간을 가졌는데, 양 부장과 오카다 외상은 서로 나란히 걷지 않으려고 유 장관을 사이에 두며 걷는 모습이었다. 전날 일본 측의 ‘기습’에 허가 찔린 중국 측은 불국사와 천마총 관광 일정에 불참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다마 가쓰오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프레스센터까지 찾아와 “혹시 일본측으로부터 3국 장관 회담 관련 입장을 듣고 싶으면 얘기해 주겠다.”며 접근하기도 했다. 그는 ‘어제 중·일 회담에서 왜 고성이 오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성이 아니라 활발한 토론(lively talk)이었다.”고 해명했다. 천안함 사건 해결 과정에서 중국 측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중·일 관계 악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주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서울광장]러시아와의 지난 126년/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러시아와의 지난 126년/노주석 논설위원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20년이 됐다. 두 나라는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사절단을 상대국에 보내 행사를 열고 있다. 4월에 시작된 문화축제는 수교일인 9월30일을 정점으로 11월10일까지 장장 8개월 동안 계속된다. 주한 러시아연방 대사관도 지난달 15일 ‘조선의 독립을 위한 투쟁에서의 조·러 친교’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필자도 토론자로 참석해 러시아와의 인연과 연해주를 중심으로 한 항일독립투사들의 활동상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4일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올해는 양국에 매우 중요한 해”라면서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올 하반기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방한이 이뤄지면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하면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와 구체적인 결과물 제시도 촉구했다. 러시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모종의 역할론을 시사하는 듯하다.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5000억원짜리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공동개발과 재러 유학생 테러사건으로 기억하는 러시아는 우리에게 어떤 나라였던가. 해방 전후 ‘미국사람 믿지 마라, 소련사람에 속지 마라, 일본사람 일어나니, 조선사람 조심해라.’라는 유행어가 나돌았다. 옛 소련은 한반도에 해방과 분단을 동시에 안겨준 나라이다. 이 땅에 이데올로기를 수출한 사회주의 모국(母國)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들은 조선군 150명이 청나라의 나선정벌(禪征伐)에 합류한 1652년을 기점으로 본다. 1884년에는 ‘조·러 통상조약’을 맺었다. 1896년 아관파천(俄館播遷)을 기억하는가.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1년여 동안 국사를 본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1905년 을사늑약 이전까지 러시아는 한 때 지금의 미국 역할을 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재수교 20주년이요, 수교 126주년인 셈이다. 한국에는 러시아인이 1만명 넘게 살고 있고, 러시아에는 15만명의 카레이스키(고려인)가 거주하고 있다. 1992년 2억달러에 불과하던 교역액이 2008년 200억달러를 넘볼 정도로 팽창했다. FTA가 성사되면 500억달러 돌파를 기대한다. 중국의 1400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 712억달러, 미국 667억달러와 비교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교역국이다. 혹 중국과의 관계에 함몰돼 러시아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을 러시아에서 떼어놓는 데 성공했다. 1995년 러시아는 ‘러·북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손자(孫子)는 “적의 동맹관계를 끊어 고립시키는 것이 전쟁하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라고 갈파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놓고 ‘중국의 안보=북한의 안보’라는 냉전시대 논리가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안보시대다. 안보와 경제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중국이 경제파트너인 한국을 제쳐 두고 북한에 계속 젖을 물릴 리 만무하다. 러시아의 사례가 입증한다.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6자 회담 참가국이며, 한반도 주변 4강이다. 러시아와 좀 더 살갑게 지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9월 취임 7개월 만에 러시아를 방문했다. 4강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러시아의 섭섭함이 전달됐다. 순방순서를 서열화하는 것은 외교적이지 못하다. 청와대는 당시 양국관계를 중국 수준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시킨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러시아대사는 2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격상 가능성을 얘기한다. 재수교 20년, 수교 126년이 지났지만 두 나라 사이의 온도 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 joo@seoul.co.kr
  • [이기웅 응칠교 편지]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이기웅 응칠교 편지]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오늘은 안중근이라는 한 젊은 인간 혼(魂)이 나라를 위해 몸바쳐 순국하신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뜻깊은 이날을 기념하여 파주의 출판도시에서는 ‘응칠교를 아시나요’라는 이름의 다리밟기 행사를 엽니다. 10년 전 이 도시의 중심에 축조되었던 응칠교(應七橋)가 파주시와 이곳 출판인들에 의해 다시 새롭게 다듬어져 오늘 여러분 앞에 선보입니다. 설계자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건축가인 승효상씨로서, 그는 “교량의 기본적인 설계원칙에 충실한 디자인을 했다. 가로등 열두 개를 추가하여 ‘잇는’ 기능의 효과를 강조하고, 이 도시로 들어오는 이들을 환영하며 불 밝히는 풍경은 이 교량의 장소적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민족의 이름으로 역사 앞에 크게 외치고 순국하신 안응칠이라고 하는 안중근을 추념하는 오늘, 그 상징물로서 이 다리를 우리 앞에 우뚝 서게 하려는 뜻깊은 행사입니다. 이날 아침 10시는 그분이 순국하신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우리 모두 이곳에 모여 묵도(默禱)한 다음 다리밟기 행사를 하게 되는데, 많은 분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정에 따라 10시가 아니라도 좋으니 국민된 사람, 아니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세상 사람들은 오늘 이곳 응칠교에 와 답교(踏橋)하거나 다리의 난간을 어루만지면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평화주의자 안응칠 님을 추념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이 다리는 영원한 기념물로서, 명소로서 항상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어른을 모시고,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이끌고 이곳 응칠교를 밟고 건넌 다음, 책의 도시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다양한 책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매년 3월26일 하루는 온 가족이 이곳 응칠교를 찾아 안응칠이라고도 부르는 안중근을 추념하고는, 이곳 책의 도시의 정신을 체험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고, 책을 통해 우리의 문화 또는 세계의 문화를 즐기면서 호흡하는 의미 있는 ‘가족의 날’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 행사를 주관하는 이들의 뜻입니다. 이 다리의 머리판에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으리라.(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안 의사의 그 유명한 유묵 글씨가 새겨져, 출판도시에 세워진 안중근 동상과 더불어 아름다운 기념비가 될 것입니다. 떨어져 있는, 그러나 반드시 이어져야 할 두 지점을 이어 주는 ‘다리’라는 이 필수(必須)의 사물을 두고 인류는 예로부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습니다. 안중근의 정신과 다리의 의미가 각별하게 일치한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돼 고통받고 있는,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두 쪽으로 갈라져 있는 나라입니다. 게다가 많은 계파와 집단들이 서로 분열돼 극도로 힘든 현실이 우리 스스로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웃으로 친교해야 할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서로 가까이하려고 애쓰고 있긴 하지만, 이해관계와 상처 난 감정으로 하여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얼굴도 같고 글자(漢字)도 함께 씁니다. 그리고 독특한 장르인 서예는 이 세 나라만이 행하고 있는 예술입니다. 그토록 이 세 나라는 함께 살고 함께 죽어야 할 공동의 역사, 함께해야 할 문화공동체요, 정치 경제적으로도 공동운명의 나라인 것입니다. 안중근은 이 모든 분열과 격리와 갈라짐을 이어줄, 그만이 이어줄 수 있는 존재라는 뜻에서 응칠교의 상징성은 앞으로 크게 빛날 것입니다. 자서전 ‘안응칠의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비롯한 안중근의 혼은 10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 응칠교라는 심볼로 여러분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럼으로써 평화와 사랑, 균형·절제·조화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책마을 공동체 출판도시의 꿈은 이 나라뿐 아니라 온 세상 방방곡곡으로 퍼질 것입니다.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 케로로파이터, 홍미나 출현 이벤트 실시

    케로로파이터, 홍미나 출현 이벤트 실시

    구름인터렉티브는 캐주얼 온라인게임 ‘케로로파이터’에 신규 인간형 캐릭터 ‘홍미나’ 및 커뮤니티 공간 ‘광장 시스템’을 추가한다고 25일 밝혔다.원작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합기도15단의 쿨한 성격의 엄마 ‘홍미나’는 ‘케로로파이터’에서 공격과 방어 밸런스가 최적화된 공격형 캐릭터로 선보여지며, 스피드 넘치는 콤보가 특징이다.특히 ‘홍미나’ 캐릭터는 평상시엔 평범한 엄마의 모습에서 필살기 사용시 엄마 로봇으로 변신, 몸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상대를 초토화시키는 능력을 선보인다.이와 함께 ‘케로로파이터’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 ‘광장 시스템’이 전격 공개된다.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기자기한 동화 풍 컨셉의 ‘광장’은 게임 내 커뮤니티 공간의 집합소로 거래와 채팅은 물론 각종 상점 및 다양한 콘텐츠를 마음껏 즐기며 유저간 더욱 활발한 친교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됐다.’케로로파이터’는 ‘광장’ 업데이트를 기념해 25일부터 4월 21일까지 광장에서 친구와 함께한 스크린샷을 홈페이지에 응모하면 총 100명에게 2천 캐시를 지급하는 ‘Best 포토 도전’ 이벤트 및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한편, ‘케로로파이터’는 신규 캐릭터 공개를 기념해 다음달 7일까지 ‘홍미나’ 캐릭터를 구매한 모든 유저에게 전용 침략로봇 코스튬과 아이스검을 무료 증정하는 혜택을 제공한다.사진=구름인터렉티브서울신문NTN 차정석 기자 cj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인터넷으로 ‘빨간 풍선’ 10개의 위치 찾아내라

    인터넷으로 ‘빨간 풍선’ 10개의 위치 찾아내라

     미국 전역에서 10개의 ‘빨간 풍선’을 띄웠다.장소는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인터넷으로 검색해 10개 풍선의 정확한 위치를 모두 집어낸 팀에게 상금 4만달러를 주는 이벤트였다.4000여팀이 참가한 가운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팀이 우승했다.얼마나 걸렸을까.  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이벤트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 5일 아침 10시에 시작됐다.사실 풍선이 아니었다.지상과 밧줄로 연결돼 띄워 올리는 8피트 크기의 기상관측 위성이었다.애시당초 이벤트를 기획한 미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Darpa)은 풍선 10개의 위치를 모두 집어내는 데 최대 9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보았는데 MIT 팀은 9시간 남짓 만에 이를 해냈다.  애리조나,캘리포니아,델라웨어,플로리다,조지아,오레곤,테네시,텍사스,버지니아 등 9개 주에서 띄워진 위성은 지상에선 풍선으로 보였다.  어떻게 풍선의 위치를 찾아냈을까.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을 보면 우승 비결은 가만히 앉아 풍선을 본 이들이 글을 올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상금 새끼치기’를 통해 피라미드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상금을 혼자 먹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포인트였다.  풍선 위치를 맨먼저 알려주는 사람에게 2000달러씩 나눠주겠다고 사회친교 사이트 ‘페이스북’이나 단문 메시지 전문 ‘트위터’ 같은 곳을 통해 퍼뜨린 것.그뿐만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지닌 자를 소개한 이들에게도 그보다 적은 상금이 전달되게 했다.  앨리스가 팀에 가입하면 그녀에게 http://balloon.media.mit.edu/alice 이메일 링크를 걸어준다.그러면 앨리스는 역시 팀에 가입한 밥에게 http://balloon.media.mit.edu/bob 이메일 링크를 건다.밥은 이를 페이스북에 게시한다.그럼 그의 친구 캐롤이 가입한 뒤 트위터에 http://balloon.media.mit.edu/carol 계정을 설정한다.데이브는 캐롤의 링크를 연결해 가입했는데 DARPA 풍선을 보게 된다.데이브는 처음으로 풍선 위치를 우리에게 알려준 사람이 된다.  이렇게 해서 데이브가 2000달러,캐롤이 1000달러,밥이 500달러,앨리스가 250달러를 받는다.풍선 하나에 250달러가 남게 되는데 이는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이렇게 하니까 경쟁 팀도 훨씬 적은 액수지만 이 상금이라도 따먹으려고 MIT 팀에 자신들이 알아낸 정보를 갖다바치게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레지나 두간 Darpa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사람들의 상상력,특히 과학적인 음모 능력이 국경을 넘어 경이로움의 르네상스(renaissance of wonder)를 국가 전체에 퍼져나가게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 이벤트에는 내밀한 의도가 하나 있었다.Darpa 대변인 요한나 존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사회친교 사이트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원인지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원래 이 두 사이트는 재앙이 빚어졌을 때 재빨리 정부의 명령 전달을 대신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었다.그런데 탄생 40주년을 맞은 인터넷이나 사회친교 사이트가 신뢰할 만한 정보원이 될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것이 숨은 의도였다고 영국 BBC는 짚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정책진단] 반달곰 복원계획 수정 불가피한 이유

    복원계획 수립 당시 국내에는 반달가슴곰에 관한 자료가 전무했다. 또 곰과 같은 대형 포유류 복원이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이어서 계획수립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여러 변수를 고려한 시뮬레이션 활용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참여로 반달가슴곰 복원계획이 마련됐고, 2004년부터 실질적인 사업 실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초 반영된 계획의 일부가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면서 복원계획에 대한 수정·보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가장 큰 문제는 매년 방사에 적합한 6개체의 원종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반도 혈통과 동일한 우수리아종의 경우 중국 동북지역(헤이룽장성과 지린성 일대), 러시아 연해주지역 그리고 북한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2004년 러시아 우수리스크 보호구와 업무협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첫해 1년생 새끼 곰을 시작으로 3년간 도입해 왔으나 2008년부터 곰 공급이 중단됐다. 북한으로부터 도입하려던 계획도 급격한 정세 변화로 무산됐다. 중국산 도입 또한 비용 과다요구로 무산돼 방사를 위한 원종 수급이 막혀 버렸다. 아울러 방사된 원종의 출산시기가 늦어지고 낳은 새끼 수가 적다는 점도 문제다. 반달가슴곰의 연령이 4년차에 접어들면 암컷 1마리가 2마리의 새끼를 출산하고, 5년차에는 2마리 암컷이 2마리씩 총 4마리, 6년차에는 또 다른 암컷 2마리가 2마리씩 4마리를 출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올해쯤엔 야생에서 총 10마리 정도가 늘어날 것이란 가정을 세웠었다. 하지만 결과는 5년차에 교미해 6년차에 첫 새끼가 출산됐다. 이마저 1마리만 낳아 방사 후 개체수는 제자리걸음 상태다. 또 방사한 개체들도 예상보다 야생 적응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복원계획에는 야생 적응률을 66%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불법 사냥도구인 올무에 의해 죽은 개체가 늘었다. 또 올무에서 구해 재활과정을 거친 곰들도 사람과 너무 친해져 야생 적응에 실패해 다시 불러들여야 했다. 결국 55%만이 야생에서 활동 중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반달가슴곰의 최소 또는 안정적 존속 개체군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마저 생태계 통로단절 등으로 근친교배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서식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계획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CEO 칼럼] 히스로 공항에서 본 컵라면/이경순 누브티스 대표

    [CEO 칼럼] 히스로 공항에서 본 컵라면/이경순 누브티스 대표

    1999년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파리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면세점을 둘러보다가 우리나라 컵라면을 발견했다. 서둘러 짐을 싸느라 컵라면을 빠뜨려 여행 내내 허기진 것 같은 기분이 들던 차여서 반가운 마음에 60개를 몽땅 사서 전시 내내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출장 중에 열린 와인파티에도 내놓았다. 와인파티 후기마다 컵라면을 인기 메뉴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걸 본 뒤부터 ‘친교의 음식·기적의 음식·해장을 위한 음식’으로 컵라면을 칭송한다. 그때 컵라면 마니아가 된 외국 친구들에게 가끔 크리스마스 선물로 컵라면을 보내곤 했는데, 이제는 자기들이 신제품을 미리 알고 보내달라고 주문할 정도다. 얼마 전에 주문받은 오징어짬뽕 컵라면을 사면서 히스로 공항 컵라면의 추억이 삼삼했다. 파리 일정을 마치고 며칠 뒤 이번에는 벨기에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간 히스로 공항에서 다시 면세점 식품 코너를 찾았다. 점원에게 물으니 나흘 전 어떤 동양인이 싹쓸이를 해 가서 재입점까지 2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너무 미련한 행동을 했다는 자책이 들었다. 매점매석을 해 여러 사람이 발견해야 할 행복을 빼앗은 것이다. 많이 사주면 매출도 오르고 인기가 높아졌다는 입소문을 타고 우리나라 컵라면이 많이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3주간 컵라면을 공항 면세점에서 구경도 못하게 만든 결과가 되었다. 그때 컵라면은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유통시킨 것이었다. 테스코는 연 3500억파운드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1990년대 다른 유통업체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고품질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펴며 급속하게 성장했다. 1992년 이후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시도해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동구권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했고, 1997년에는 소매금융업에도 진출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등지에 979개 점포를 내고 26만명의 종업원을 보유했다. 점포의 반 이상을 주유소와 함께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1999년 삼성물산과 합작해 삼성테스코를 설립했고, 지금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전국에 54개 매장을 갖고 있다. 지금도 나는 그때 히스로 공항에서 컵라면을 싹쓸이한 게 테스코와 삼성물산의 합작에 도움이 되었다고 굳게 믿는다. 영국 테스코 마케팅 팀원들이 출장 때마다 컵라면을 챙기는 나와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인파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실행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출장을 가면 파티를 자주 열라고 마케팅팀이나 지인들에게 강조하기도 한다. 컵라면뿐이 아니다. 우리 국민 하나하나가 외국 면세점에서 한국 브랜드 제품을 모두 사 버리자는 주의이다. 미국 뉴욕에서 MCM 핸드백을 발견하면 모두 사자는 것이다. 그래야 루이뷔통을 5년 안에 앞지를 수가 있다. 이럴 때 ‘지름신’을 발휘하는 게 우리 브랜드의 수호신이 되는 것이다. 이제 소매산업이 가격과 품질만으로 성공을 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의 특징과 지역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많은 실전과 수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를 알리고 세계적으로 육성하려고 할 때 이 방법이 오히려 쉽다. 머리를 싸매고 책상에 앉아 고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반가워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사 버리는 게 말이다. 이경순 누브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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