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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노숙자 32억대 그림에 망치질

    英 노숙자 32억대 그림에 망치질

    영국의 박물관에 걸린 32억원짜리 18세기 그림이 느닷없이 박물관에 뛰어든 노숙자가 함부로 망치질을 하는 바람에 망가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10일 마크 패튼(44)이란 노숙자가 최근 영국 국립초상화박물관에 전시된 시가 170만파운드(약 32억원)짜리 유화를 망치로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패튼은 폐관시간 직전 박물관 보안요원들이 관람객을 퇴장시키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을 틈타 가방에 망치를 숨기고 들어와 초상화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망가진 그림은 영국 미술계의 거장인 조슈아 레이놀즈(1723∼1792)가 1775년 동시대 시인 겸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을 그린 초상화다.‘눈을 가늘게 뜬 샘(새뮤얼의 애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림이 망치 세례를 받으면서 캔버스가 뚫리는 등 심각하게 훼손됐고, 현재 복원작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박물관측의 설명이다. 패튼의 범행 동기와 존슨의 작품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초상화박물관은 런던 폭탄테러 미수사건 뒤 관람객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안전조치를 시행하다가 최근 이를 중단해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 훼손사건은 과거에도 종종 발생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지난달엔 프랑스에서 한 여성 관람객이 100만파운드(약 18억원)에 이르는 미국의 작가 사이 툼블리의 작품에 키스를 해 립스틱을 묻혀 훼손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출신 예술가라는 이 여성은 키스 자국을 남긴 이유를 묻자 “예술에 대한 열정을 이기지 못해서”라며 “작가가 남겨놓은 하얀 캔버스에 찍힌 붉은 립스틱은 예술의 힘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대선주자,국민이 듣고픈 말을 하라/윤성이 경희대 인터넷정치 교수

    [열린세상] 대선주자,국민이 듣고픈 말을 하라/윤성이 경희대 인터넷정치 교수

    선거판 모양새가 날이 갈수록 한심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후보 검증을 둘러싸고 물고 뜯기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소위 범여권을 들여다 봐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을 깨고 합치기를 식은 죽 먹듯이 하면서 정치질서를 어지럽힌다. 정책과 이념은 뒷전이고 잡탕식 정당이라도 대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은 더욱 한심하다. 행실이 이러면서도 입만 열면 선진한국이니 개혁이니 떠들어대는 정치인들의 후안무치가 괘씸하기 짝이 없다. 민주화 20년을 보내고 대선을 네번이나 치렀지만 우리 선거 수준은 여전히 후진 그 자체이다. 선거를 불과 넉달 남짓 남겨둔 지금의 모양새를 볼 때 올 대선은 2002년보다도 더 퇴행적으로 치러질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는 적어도 후보의 DNA 검사는 없었으며 수십명의 대선후보가 이 시점까지 난립하지도 않았다.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내어 반사이익을 보려는 네거티브 선거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정치학 용어 가운데 ‘갈등의 사유화’라는 개념이 있다. 정치인들이 사회의 핵심 갈등은 외면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갈등만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행태를 말한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을 이용해 편을 가르고 세몰이를 해왔다. 지역과 이념이 선택의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꼼짝없이 사유화된 갈등구도 속에 편입되고 어느 한편에 줄서기를 강요받았다. 이번 대선도 유력 후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갈등구도가 형성되고 일반 유권자와 심지어 시민단체조차도 그들이 만든 판 속에 매몰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잃어버린 10년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외친다. 범여권과 진보 진영은 개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그들이 유일한 선택임을 호소한다. 유권자들에게는 모두 다 부질없는 외침일 뿐이다. 유권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잃어버린 10년, 개혁과 번영 같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의 방안일 것이다. 수백만의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후보를 찾을 것이다. 경제학 원론에서는 가계지출 가운데 식생활비 비중을 말하는 엥겔지수로 생활수준을 판단하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사교육비 부담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사교육비로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기꺼이 내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수백만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안정된 직장과 공정한 처우를 보장할 수 있는 후보가 최고의 대통령감일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을 목전에 둔 농·축산민들은 미국 농·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활로를 찾아주는 후보를 애타고 기다릴 것이다.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속 시원한 답을 해주는 후보가 없다. 모두가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몰두하면서 정작 시급한 사회갈등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계속된다면 올 연말에도 유권자들은 최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얼마전 유권자들이 UCC를 이용해 올린 질문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정책토론을 벌였다. 이제는 우리도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후보들이 하고 싶은 말만 듣고 선택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정치인들이 만들어놓은 편가르기 판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후보들에게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윤성이 경희대 인터넷정치 교수
  • 대변 색깔에 숨은 ‘건강’

    대변 색깔에 숨은 ‘건강’

    음식이 위장관을 거쳐 나오는 동안 내장 기관의 온갖 정보를 담아 나오는 것이 바로 ‘똥’이다. 이 때문에 똥은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 되기도 한다. 똥의 색깔과 굳기 등이 중요한 건강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 ‘똥’이 말하는 구체적인 건강정보는 무엇일까? ●검은 변 자장면처럼 검고 끈적한 변을 말한다. 대부분 식도나 위, 십이지장에서 출혈이 있을 때 생기는 변으로, 피가 위장관에서 소화 과정을 거쳐 까맣게 변한 것이다. 원인 질병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상부위장관, 즉 식도나 위, 소장의 출혈이다. 따라서 검은 변이 보이면 즉시 내시경검사를 받아 출혈 원인과 부위를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변의 색이 검다고 모두 병 때문인 것은 아니다. 특히 임신 중 철분 제제를 복용할 경우 위장관 출혈이 없어도 검은 변을 볼 수 있다. ●선홍색 혈변 혈변이란 위장관 출혈에 의해 선홍색 또는 적갈색의 피가 항문을 통해 배출되는 것으로, 형태도 다양하다. 붉은 피만 보이는가 하면 핏덩어리가 보일 수도 있으며, 피가 변과 섞여 나오거나, 피가 섞인 설사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의사에게 혈변의 양상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출혈의 원인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혈변이 있을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은 ▲혈변의 색깔 ▲피가 대변의 겉에만 묻어 있는가, 안팎에 섞여 있는가 ▲변의 굳기는 어느 정도이며, 배변시 힘이 드는가 ▲변비나 설사는 없는가 ▲배변 횟수에 변화는 없는가 ▲변이 급하게 마렵거나 변을 보고 나도 시원찮은 증상이 있는가 ▲배변시 복통이나 항문 주위 통증은 없는가 등이다. 이 밖에 ▲변이 묽어졌거나 배변 횟수가 증가했거나 변이 가늘어진 경우 ▲복통, 체중감소나 열이 있는 경우에도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가장 흔한 혈변의 원인질환은 치핵(치질)이며 종종 대장종양, 대장염, 대장 게실 등도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출혈이 치핵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대장 용종이나 대장암도 출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보이면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얀 변 대부분 담도가 막혀 담즙이 장으로 흘러 들지 못할 때 생긴다. 특히 황인종은 얼굴색 때문에 경미한 황달은 잘 알지 못하다가 변의 색이 하얗게 변한 뒤에 알게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담도가 막히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해 심각한 소화장애를 일으키며, 간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줘 황달이 생기고, 간경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흰색 변은 아니지만 영·유아가 복통과 함께 변에 콧물 같은 점액이 섞여 나오는 경우는 장 중첩증이거나 맹장 주변의 병변일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닥터 ‘이지’의 발칙한 치아 얘기] 잇몸질환이 조산 부른다

    잇몸질환의 주 원인은 세균덩어리인 플라크. 이 플라크들이 치아에 달라붙어 끈적끈적해지면서 독소를 만들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잇몸 뼈까지 녹이게 된다. 플라크는 하루 세번의 양치질로도 어느 정도 제거되지만 한번 달라붙은 플라크는 결국 석회화해 치석을 만들게 되고, 이 치석이 바로 세균들의 온상이 되므로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 치석을 제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잇몸질환이 임신부에 있어 조산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임신 전에, 아무 문제가 없던 사람도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등 잇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임신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의 변화로 면역기능 장애가 생기고, 염증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잇몸질환 발생이 증가하는 것. 또 임신을 하면 평소보다 체온이 상승하고 침의 산성도가 높아지는데, 이러한 입속 환경이 세균의 번식을 쉽게 만들어 잇몸질환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임신 중 산모의 잇몸질환이 산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여러 연구와 보고를 통해, 임신부의 잇몸질환이 조산아 출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즉, 잇몸에 염증이 있는 경우, 프로스타글란딘 등 잇몸속 세균의 독성 물질이 혈류를 타고 자궁 주변으로 이동하거나, 혈관 속에서 면역반응을 일으켜서 자궁수축 물질을 다량 생산, 조산 발생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것이다. 특히 학계에서는 잇몸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조산이 전체 조산의 18% 정도에 달해 담배나 술보다도 더 나쁜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것은 어느 정도 잇몸질환이 진행된 상태기 때문에 안전한 출산을 위해서 빨리 치과를 찾는 것이 좋다. 물론 임신 중 치아나 잇몸 건강을 위해서는 임신 전에 치아나 잇몸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기는 하다. 그러나 임신 중에 잇몸질환이 발생했을 때는 임신 초기나 말기를 제외한 임신 중기에 잇몸 질환을 치료해도 태아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잇몸에서 피가 나는 정도의 경미한 증상을 보이다가, 그냥 방치해 두면 치아가 흔들리다가 결국엔 발치에 이르게 되는 잇몸질환. 이렇게 국소적인 문제뿐 아니라 임신부에게 있어서 조산과도 관련이 있음이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짐에 따라 잇몸의 관리 및 검진, 초기 잇몸질환의 처치가 중요한 출산 준비가 되고 있다. 건강한 출산을 위한다면 이를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기기를….이지영(치의학 박사·강남이지치과 원장·www.egy.co.kr)
  • 제주 ‘三無 전통’ 되살린다

    제주 ‘三無 전통’ 되살린다

    ‘대문 없던 때가 살기 좋았어요.’ 26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마을. 장석진(48) 이장은 굳게 닫혀 있던 자신의 집 철제 대문 두 짝을 떼내기 시작했다. 망치질 몇 번에 집 안과 밖을 가로막고 있던 철제대문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옛날처럼 이웃간에 믿고 살아야지요. 우리집도 곧 대문을 떼낼 겁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400여명의 주민이 도란도란 모여 농사를 짓고 사는 제주의 한 시골마을이 예부터 대문, 도둑, 거지가 없다고 해 붙여진 제주의 ‘삼무(三無)정신’을 되살리자고 나선 것이다. 예로부터 제주 사람은 근면, 절약,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삼아, 도적질을 하거나 구걸을 하지 않고 집에 대문도 없이 살았다. 집 입구 정주석에 집주인의 외출 등을 알리는 ‘정낭’이란 긴 나무를 걸쳐 두면 그만이었다. 상명리 주민들은 3월부터 사라진 삼무를 되살리고 옛 정취가 물씬 나는 가장 제주다운 마을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130가구 중 120가구가 대문을 없애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이달 말까지 56가구를 대상으로 대문 철거 작업을 우선 실시하고 10월까지 마을의 대문을 모두 없앤다. 장 이장은 “처음에는 멀쩡한 대문을 떼내자는 데 다들 반대했다.”고 말했다. 한림읍도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정주석과 정낭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 40만원을 가구마다 지원하기로 했다. 강영호 한림읍장은 “주민들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서 “앞으로 상명리 대문 없는 마을을 관광자원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 붙여진 삼다도(三多島)라는 제주의 별칭은 올 연말쯤에는 옛말이 될 전망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임신과 치질

    얼마 전 배가 동산만 한 젊은 임신부가 겨우겨우 걸어서 진찰실에 들어오더니 아파서 앉지도 못하고 괴로워했다. 지금 출산이 한 달 남았는데 갑자기 항문이 부어서 아파 죽겠다는 것이었다. 임신하기 전 항문에 약간의 살이 나와 있고 배변 시 심하게 힘을 주면 조금 탈항되는 정도였지만 별로 불편하지 않아 그냥 지냈다고 한다. 임신 중에는 변비가 있어서 배변은 약간 힘을 주는 편이었지만 항문이 말썽을 피운 날은 많이 힘을 주었다고 했다. 항문을 보니 웬만한 어린이 주먹만 한 치핵이 부어서 나와 있었다. 환자가 너무 아파하고 출산까지는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응급 치핵 절제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은 치핵의 많은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일시적으로 합병증을 일으켜 갑자기 몹시 아프게도 한다. 태아의 영향으로 하지 및 항문 혈류의 흐름이 원활치 않아 치핵이 생긴 임신부는 항문 혈관에 피가 엉겨 붙고 혈관이 막혀 항문이 퉁퉁 붓는 수가 있다. 또 출산시에도 과도한 힘을 주게 되면 항문이 빠지면서 들어가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 중에 치핵이 심해졌을 때는 가능하면 적극적인 치료는 하지 않고 좌욕 등으로 통증을 달래는 것이 최선이다. 임신하면 모든 약을 못 쓰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임신 후반기에는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써도 큰 문제는 없다. 통증이 심해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응급수술을 하게 된다. 여러 연구에서 임신 후반기에는 치핵 수술을 해도 아기나 산모에게 영향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 다만 혈관이 막혀 부종이 심할 때는 혈액의 순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염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치유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임신 전에는 치핵을 미리 수술해야 하는지 논란이 많지만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어 제거해야 한다. 불편함이 없으면 일단은 놔두고 보다가 임신 중에 말썽을 피우면 그때 치료하는 것이 좋다. 대항병원장
  • 자장커 신작 ‘스틸 라이프’

    자장커의 2006년작 ‘스틸 라이프’의 원제는 ‘세 협곡의 좋은 사람(三峽好人)’. 그 제목이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어제목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정물화 같은 전체적인 풍경을 암시한다. 영화에는 이 두 가지 성격이 함께 조합돼 있다.‘복잡한 인간사가 이다지도 고요히 그려질 수 있다니….’ 영화 마디마디 그런 탄복이 절로 배어나오는 작품이다. 영화는 댐 속으로 곧 사라지고 말 도시, 중국의 ‘싼샤’를 배경으로 한다. 중국의 싼샤댐은 지난해 양쯔강 중상류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댐. 잊혀질만 하면 신문 국제면을 장식하곤 한다. 이곳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 한 남자와 여자가 당도한다. 남자는 16년 전 자신을 떠난 아내를 찾기 위해 들어왔고, 여자는 2년 전 일하러 떠난 뒤 소식이 끊긴 남편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온 것이다. 둘은 영화 속에서 한번도 마주치지 않는다. 다만 관객으로 하여금 둘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도록 하는 감정선을 연출할 뿐이다. 인간이란 죽지 않는 한 만나게 되는 법. 중요한 건 만남이 아니다.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과거를 파괴하는 도시 싼샤. 수십층 건물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돌벽이 망치질 아래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런 가운데 천진난만했던 소년마저 처참한 죽음을 당하는 이 도시는 그래서인지 늘 정적이 죽음처럼 깔린다. 하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행태가 거꾸로 깨달음을 안겨준 것일까. 남자는 아내를 만나 재결합을 제안하고, 여자는 남편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 반려자를 향해 걸어간다. 자장커는 전작 ‘세계(2004)’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희미하게나마 삶의 희망을 남겨둔다. 그가 희망을 제시하는 방식은 마치 동양화에서 난의 마지막 잎을 치듯 아스라하면서도 명징하다. 자장커는 싼샤의 노동자들을 그리는 화가를 다큐(‘동’,2006)에 담기 위해 싼샤에 왔다가 극영화 ‘스틸 라이프’까지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소무’‘플랫폼’ 등 그의 작품은 중국 사회의 변모를 처연하리만치 차분하고 예리하게 잡아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스틸 라이프’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14일 개봉 예정.12세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이색거리 탐방] 중구 신당1동 대장간 거리

    [이색거리 탐방] 중구 신당1동 대장간 거리

    4일 중구 신당1동 한양공고 인근의 쌍림공작소. 서울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중 한 곳이다. 탕, 탕, 탕…. 임병희(77) 할아버지의 망치질 소리가 적막한 대장간을 울리고 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망치질 소리에 가게를 기웃거리다가 이내 가던 걸음을 서두른다. “우리가 마지막이야. 내 대에서 대장간 일이 끝나겠지.(대장간 일을)배우려는 사람도 없고, 누가 이런 험한 일을 하려고 하겠어.” 한국전쟁 이후 이곳에 터를 잡아 60년 대장장이로 살아온 임 할아버지가 내뱉은 독백이다. 한때 ‘대장장이 마을’으로 불렸던 중구 쌍림동 ‘대장고개’. 일제시대 때에는 쌍림동∼충무로5가 고개에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100곳이 넘는 대장간이 고개 언저리 좌우로 늘어서서 대장고개, 혹은 ‘풀무질고개’로 불렸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광희문 끝자락에 10여곳만이 남아 옛 영화의 흔적만을 보여주고 있다. 남아 있는 대장간들도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달라진 모습을 드러낸다. 시설이 기계식으로 바뀌어 ‘손품’은 덜 들어 보이지만 예전에 봤던 대장간과는 꽤 거리가 있다. 간판 이름도 대장간이 아니라 철공소다. 대장간 하면 당연히 있어야 할 ‘풀무’가 없다. 풀무는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다. 손으로 돌리는 손풀무와 발로 밟아 바람을 일으키는 발풀무가 있다. 지금은 전동기로 불을 피운다. 그나마 지핀 불을 담는 화덕만이 대장간 분위기를 풍긴다. 임 할아버지는 “전통적 대장간이 사라진지 오래됐다.”면서 “덕분에 힘든 일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우진철공소 관계자는 “30년 전에는 10㎏짜리 망치로 13시간 이상 일을 했다.”면서 “요즘 그렇게 일하면 미친 소리 듣겠지만 당시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고 했다. 대장간에서 주로 생산하는 것은 농기구나 건축 도구, 문고리 등의 간단한 수제품들이다. 예전보다 제품 수는 대폭 줄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이곳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나마 수제를 찾는 단골 손님들 덕분에 명맥을 유지한다고 한다. 이곳 대장장이의 평균 연령은 60대. 가장 젊은(?) 대장장이가 50대 후반.30년 이상 망치질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다. 망치질도 리듬을 탄다. 다들 후계자가 없어 ‘1인 사장’이다. 직원이자 사장인 셈이다. 대장간과의 인연도 갖가지다. 임 할아버지처럼 한국전쟁으로 흘러들어온 이가 있는가 하면 대장간 일이 싫어 뛰쳐나갔다가 배운 게 이 짓이라서 결국 다시 돌아온 이도 있다. 광주철공소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거고, 다 운명이지. 그래도 밥 빌어먹지 않고 살려면 이 짓이라도 해야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망치질로 자식 4명의 대학 공부와 결혼을 시켰다는 임 할아버지는 “대장간 일로 60년간 입에 풀칠했으니 서운한 것도 아쉬운 것도 없지만 대장간 일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허전하다.”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오늘은 세계 금연의 날] 30년 애연가서 ‘전국구 금연왕’ 된 김낙연씨

    “피는 물보다 진하더군요. 고등학생 아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에 충격받아 딱 끊었습니다.” 31일 제20회 세계금연의 날을 맞는 김낙연(54·버스기사)씨의 감회는 남다르다.17세부터 시작한 30년 애연가 생활을 접고 금연전도사로 변신한지 올해로 7년째. 구청에서 ‘금연모범시민상’을 받았고, 한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연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다. 국립암센터, 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 등으로부터도 판정을 받은 만큼 김씨는 전국구 ‘금연왕’인 셈이다. 그러나 7년 전 김씨의 모습은 요즘처럼 밝지 않았다. 시커먼 얼굴에 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부인과 아이들은 냄새가 역하다며 그를 멀리했다. 원인은 하루 2갑 이상 피우던 담배때문이었다. “중독성을 누구보다 잘 체감했다.”는 김씨는 2000년쯤 처음으로 금연에 도전했다. 절친한 친구가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아 서울 원자력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다. 친구는 뒤늦게 담배를 멀리한 채 삶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얼마 안돼 숨을 거뒀다. 이 충격으로 김씨도 담배를 끊었다. 하지만 담배와의 이별은 8개월을 넘기지 못했다.“한개비의 유혹을 못 넘기니 8개월치 밀린 담배까지 다 피웠습니다.” 그런뒤 그의 금연 욕구에 불을 댕긴 것은 둘째아들이었다. 어느 날 수첩을 찾으러 들어간 고교생 아들의 방에서 숨겨둔 유리병 재떨이를 발견한 것이다. 순간 눈앞이 캄캄하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주위에서 ‘담배 피우는 아들 뒤에 아버지가 있다.’고 한 말을 듣고 며칠 뒤 김씨는 정말 담배를 딱 끊었다.2000년 10월12일의 일이다. 덕분에 26세 직장인으로 장성한 아들은 지금까지 아버지와 함께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김씨가 ‘담배와의 전쟁’에 성공한 데는 식사한 뒤 바로 소금물로 양치질을 하거나 호두 2개를 손에 쥐고 굴리는 등의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 이같은 방법은 금연운동협의회에서도 인정한 만점짜리 행동요법이다. 된장을 이용한 쑥무침, 볶은 검은콩, 순무와 복숭아 주스 등은 니코틴 등 담배 독을 해소하는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10월17일 지금까지 잘 참았다.’,‘18일 이제 성공한 것 같다.’ 등 처절한 사투가 기록된 금연일지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김씨는 “항상 청결한 덕분에 부부금슬도 좋아졌다.”면서 “무엇보다 아들에게 건강을 물려주게 돼 뿌듯하다.”고 힘줘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생활의 지혜] 마늘 먹은 뒤 냄새

    [생활의 지혜] 마늘 먹은 뒤 냄새

    마늘을 먹은 뒤 입에서 냄새가 심하면 녹차 잎을 입 안에 넣고 씹은 뒤 양치질을 하면 냄새가 사라진다. 녹차 안에는 플라보노이드라는 물질이 있어 마늘의 냄새를 흡수해 준다.
  • [닥터 ‘이지’의 발칙한 치아 얘기] 키스타임때 당당해지는 법

    지난번에 입냄새의 원인을 짚은 데 이어 이번에는 입냄새의 진단법과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을 알아보자. 가장 손쉬운 입냄새 자가 점검법이 있다. 손등에 자신의 침을 바르고 바로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다. 입냄새가 심한 경우에는 침에서도 악취가 풍긴다. 침이 마른 뒤에는 누구나 냄새가 나기 때문에 침이 마르기 전에 바로 냄새를 맡아야 구취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입냄새가 나는 것 같으면 수시로 체크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결례를 피하는 게 대인 관계의 지혜이다. 이때도 방법이 있다. 입을 다물고 있다가 후∼ 하고 부는 방법이다. 약 3분 동안 입을 다물고 있는다.그동안에 입냄새를 유발하는 입안의 휘발성 황화합물 등이 고이기 때문이다.3분쯤 지나 두 손으로 입을 감싸듯 가리고, 후∼ 하고 불어 코로 냄새를 맡는다. 아주 심한 축농증만 아니라면 대충 자신의 구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입냄새의 다양한 원인 중 다음에 해당된다면 원인이 구강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1주일 정도 구강청정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면 냄새가 줄어드는 경우나 좀 더 주의를 기울여 구강위생에 신경을 쓰고 혀를 잘 닦으면 냄새가 줄어드는 경우, 말을 할 때나 입안이 마르면 냄새가 더 심해지거나 손을 혀로 핥은 후 침이 마를 때쯤 냄새가 감지되는 경우 등이다. 중요한 것은 아예 입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런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기에도 수칙이 있다.우선, 음식을 잘 씹어먹고,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렇게 하면 침의 분비가 원활해 입이 마르지 않고, 소화까지 잘 시켜 위장질환도 예방해 준다. 양치질도 중요하다. 먹고 난 뒤와 자기 전에는 반드시 이를 닦자. 닦을 때는 칫솔뿐 아니라 혀세정기 등으로 설태를 닦아 내야 구취가 없어진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구연산을 함유한 매실 장아찌나 레몬 등으로 입가심을 한다. 음식 찌꺼기의 부패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물론 녹차도 좋다. 카테킨이라는 성분이 항균작용을 해 세균의 번식을 억제, 충치나 치주병을 막아줄 뿐 아니라 탈취 효과가 있는 후라보노이드가 구취를 방지하기도 한다. 음료수는 많이 가능한 한 많이 마시되 커피는 피하는 게 좋으며, 가능하다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금연을 하도록 한다. 또 당근처럼 섬유질이 많은 야채류를 많이 먹으면 구강 세척효과가 뛰어나며, 무설탕 껌을 씹는 것도 입냄새를 감추는 방법이 된다. 가슴 뛰는 키스타임이 코앞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입냄새를 없애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당신의 모습이 그려진다. 매일, 아니 매 순간을 키스타임이라고 생각하며 일상적으로 입냄새를 관리할 것. 그러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키스타임에 당당해진다.이지영(치의학 박사·강남이지치과 원장·www.egy.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漱石枕流(수석침류)

    진(晉)나라가 한창 혼란에 빠져있을 때, 지식인들 사이에는 청담(淸談)이 유행했다. 난세에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명리를 떠나 ‘노장풍(老莊風)’ 철학적 담론을 즐긴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죽림칠현이다. 진나라에 손초(孫楚)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산림에 은거하기로 결심, 친구 왕제(王濟)에게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돌을 베개 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하는 생활을 하고 싶다(枕石漱流).”고 말할 것을 잘못해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겠다(漱石枕流).”고 말했다. 왕제가 웃으며 실언임을 지적하자 손초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해 억지를 부리며 이렇게 말했다.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것은 고대의 은자 허유처럼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더러워진 귀를 씻기 위해서이고, 돌로 양치질한다는 것은 내 이를 연마하기 위해서일세.”‘진서(晉書)’ 손초전(孫楚傳)에 나오는 이야기다.수석침류는 이처럼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비유하거나 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억지로 꿰어맞추는 태도를 비꼬는 말로 쓰인다.KBS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정부의 공공기관 지정에서 빠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론의 독립성이다.KBS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방송의 독립성,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물론 훼손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100% 출자한 회사에 최소한의 사전 경영감독 근거마저 두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이나 마찬가지인 수신료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KBS는 그동안 수신료를 ‘제멋대로’ 사용하는 등 방만경영으로 비판을 받아오지 않았는가. 수신료와 정부 예산지원 같은 ‘특혜’는 받고 ‘간섭’은 받지 않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고 자겠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결정을 재고할 수 없다면 공영방송의 ‘자발적’ 책무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jmkim@seoulco.kr
  • [닥터 ‘이지’의 발칙한 치아 얘기] 3·3·3 운동

    흔히 ‘칫솔질’이라는 말 외에 ‘양치질’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칫솔질에서는 칫솔을 사용하는 행위임이 쉽게 드러난다. 그런데 양치질이란 말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양치질’의 ‘양치’를 ‘양치’(養齒)나 ‘양치’(洋齒)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양치질’의 ‘양치’는 ‘양지질’, 즉 버드나무 가지를 뜻하는 ‘양지(楊枝)’에 행위 접미사 ‘질’을 붙여서 만든 단어이다. 계림유사 등의 고려시대의 문헌이나, 그 이후의 문헌에도 ‘양지’라는 단어와 ‘양지질’이라는 말이 보인다. 양치질은 원래 우리 선조들이 버드나무 가지인 ‘양지’로 치아를 청소하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버드나무 가지 색이 붉으면 ‘수양버들’, 녹색이면 ‘능수버들’이라 했다. 이와 달리 중국에서는 가지가 뻣뻣하여 위로 뻗으면 ‘양(楊)’, 아래로 늘어지면 ‘류(柳)’라고 했다. 따라서 ‘양’은 ‘류’보다 단단하며, 그래서 치아를 청소하는 소도구로 쓰였던 것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당시에 쓰인 양지는 현재의 칫솔보다 이쑤시개에 가까운 기능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어쨌든 이렇게 치아를 청소하는 일을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인데, 이 말에 대한 어원의식이 점차 희박해지면서 이것을 ‘이’의 한자인 ‘치’에 연결시켜서 ‘양치’로 해석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양지질’이 ‘양치질’로 변한 것이다. 이 ‘양지’라는 단어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음인 ‘요지’로 변했다. 이쑤시개를 일본어로 ‘요지’라고 하지 않는가? 양치질이 비록 이쑤시개와 같은 의미에서 생겨난 말이지만, 양치질과 이쑤시개는 이렇듯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요즘에야 옛적에 사용했던 버드나무 가지를 대체할 질 좋은 칫솔과 다양한 기능의 치약들이 시중에 넘치지만, 사실은 어떤 칫솔, 어떤 치약을 사용하는가 보다는, 좋은 칫솔질 습관을 가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건강한 치아를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3+3+3운동’이라는, 매일 아침·점심·저녁식사 후를 포함해 세 번 이상, 식후 3분 이내에,3분 이상 치약을 이용하여 칫솔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의 식사와 식간에 간혹 과자나 카라멜처럼 끈적이는 간식류를 섭취한 후 하루에 세 번 이상 칫솔질을 해야 하는 것과, 구석구석 모든 치아의 면을 닦아내려면 3분 이상 칫솔질을 해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왜 하필이면 식후 ‘3분 이내’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가질 법도 하다. 거기에도 다 까닭이 있다. 구강 내 세균들은 당분을 섭취하면 산성 배설물을 만들어내 충치를 만드는데, 식사 후 3분쯤 되었을 때가 입안의 세균들이 산성 배설물을 가장 많이 배출하므로 3분 이전에 칫솔질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3+3+3운동’만 잘 실천하면,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지켜낼 수 있다는 ‘2080운동’이 실은 칫솔·치약회사 좋으라고 시작한 게 아니라 바로 여러분을 위한 운동임을 명심해야 한다.이지영(치의학 박사·강남이지치과 원장·www.egy.co.kr)
  • [길섶에서] 혀를 닦으세요/송한수 출판부 차장

    혓바닥이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외친다.“난 멈출 수 없어요.”“내가 만족할 때까지….”“만족해야만 해요.” 끔찍하게 여겨지지만 TV에 실제로 방영된 상업광고의 한 대목이다. 물론 외국 방송이긴 하다.‘혓바닥의 외출’이라는 제목이 붙었던가. 그처럼 만족할 대상을 찾아 헤매던 혓바닥은 얼음상자에 담긴 맥주병에 이르러 마침내 멈춘다.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키려고 짜낸 엽기CF이겠지만 이 CF가 사람들을 얼마나 끌어들일지에는 의문이 간다. 그보다는 CF를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겹친다. 혀란 얼마나 위험하며, 또 얼마나 더러워질 수 있는가를 곱씹게 되는 것이다. 엊그제 들은 치과의사의 강의에서도 그는 “양치질 때마다 혀를 닦으십시오.”라고 강조했다. 가장 지저분한 게 혓바닥이란 얘기와 함께. 실생활에서 말할 수 없이 중요하지만 데면데면 지나치는 것들이 적지 않다.‘세치 혀끝을 조심하라.’거나 ‘세치 혀가 백만 군사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혀는 소중하다. 소중한 만큼 잘 닦아야 한다.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 악성 뇌종양 치료 선진국 수준

    악성도가 매우 높은 뇌종양인 교모세포종(교아종)의 치료 후 2년 생존율이 의료선진국의 평균치에 근접했다는 국내 임상 결과가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팀은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이 병원에서 교모세포종 치료를 받은 환자 268명의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2004년 이후 2년 생존율이 25.9%로 의료 선진국 평균치인 26%에 근접했다고 최근 밝혔다. 발병 빈도가 높고 악성이 많은 교모세포종은 환자의 중간생존기간(전체 환자의 절반이 사망하는 기간)이 보통 1년 정도이며,2년 생존율 역시 세계적인 의료 수준을 가진 나라에서도 8∼9%를 기록할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성인 뇌종양의 25% 정도가 교모세포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팀 조사 결과 교모세포종 환자의 생존율은 2004년 이후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2004년 이전 환자 165명의 경우 중간생존기간은 349일,2년 생존율은 8.2%였던 데 비해 2004년 이후의 경우 환자 103명의 중간생존기간은 474일로 늘었으며,2년 생존율 역시 25.9%로 증가했다. 특히 최신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2년 생존율은 최고 33.8%까지 높아져 대표적 난치질환인 뇌종양의 치료 성과가 두드러지게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항문에 생기는 암

    “항문에도 암이 생겨요?” 3년 전 여름, 전남 고흥에 사는 71세의 할아버지 한 분이 병원을 찾았다. 곪은 치질이 잘 낫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조그만 뾰루지 같은 게 생겨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점점 커지고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봤지만 종기는 자꾸 커지기만 하더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혀 아프지는 않다고 했다. 진찰을 해보니 항문 입구가 엄지손톱만큼 헐었고, 종기는 단단했다. 항문 종기는 농을 빼내고, 좌욕을 하면 상처가 작아지는데 점점 커진다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직검사 결과는 항문 상피암이었다. 항문암은 주로 겉 부분에 생기는데, 항문 안쪽 깊은 곳은 직장과 같은 장 점막으로 덮여 있고, 안쪽 2㎝ 이하 부분은 피부상피로 덮여있어 장암과 피부암이 모두 생길 수 있다. 또 항문 주위의 괄약근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 더 특이한 것은, 항문에는 항문 안쪽에서 항문 주위 피부로 구멍이 뚫려 염증이 생기는 치루라는 질환이 있는데,10년 이상 치루관 안에서 염증이 계속 되면 여기에서도 암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항문암은 드물기도 하지만 모습도 약간 헌 듯하고, 통증도 없어 대개 염증으로 알거나, 긁혀서 상처가 난 걸로 오해하기 쉽다. 항문암은 피부에 생긴 것과 장 점막에 생긴 것, 근육에 생긴 것으로 분류하는데, 피부암은 방사선을 쪼이면 매우 잘 죽기 때문에 항문을 절제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장 점막에 생긴 암은 일반 직장암처럼 수술 후 부수적으로 방사선이나 항암요법을 쓴다. 근육암도 반드시 수술로 암조직을 절제해 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암이 그렇듯 완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치료이다. 물론 항문이라는 게 직접 볼 수도 없고, 또 남에게 덥썩 보여줄 수도 없는 곳이긴 하다. 그러나 작더라도 단단한 것이 만져지고 조금이라도 피가 난다면 서둘러 전문의를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대항병원장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5) 알츠하이머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5) 알츠하이머

    배우 유오성이 열연한 TV드라마 ‘투명인간’에서 주인공 최장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였다. 그는 서서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잃어갔다. 처음엔 집으로 가는 길을 잃더니 나중에는 가족까지 알아보지 못했다. 흔히 알츠하이머병을 ‘노화의 슬픈 징후’라는 치매와 동일시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일 뿐이다. 문제는 치매 환자의 60%가 알츠하이머병을 거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을 곧 치매라고 이해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내에서 치매질환 분야의 대표적 전문의로 꼽히는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을 ‘갈수록 더 무서운 질환’으로 꼽는다.“급속한 노령화 때문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2020년도에 전체 인구의 13.2%를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할 것이며, 이때를 기점으로 해 전국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치매가 반드시 노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치매가 보이는 ‘연령 파괴’현상의 중심에는 알츠하이머병이 있다. 확률은 낮지만 40대에도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치매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체내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β)단백질의 생성이 문제라는 결과가 있어 이와 관련된 약물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미궁 속에 있지만 수많은 임상을 통해 위험요인은 밝혀냈다. 우선, 호르몬의 차이인지, 아니면 X염색체의 역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2배나 높다. 가족력을 가진 사람의 발병률도 정상인의 4배나 된다. 그러나 가족력이 유전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력이 있는 일란성 쌍생아가 동시에 알츠하이머병을 가질 확률이 40∼42%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근거다. 일부 유전자(1·14·21번 염색체) 이상도 거론되지만 이는 노년기 알츠하이머병과는 거의 무관하며, 이보다는 노년기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인자인 아포지단백 E4유전자의 혐의가 짙다. 이 유전자형이 없는 사람에 비해 1개를 가진 사람은 2.7배,2개를 가지면 17.4배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이런 점 외에도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또 두부 손상 등 과거 두뇌에 영향을 미친 병력이 있을수록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아집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이 환경인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단서지요.” “진단은 여러가지 방법이 혼용되고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DMS-IV’와 ‘NINCDS-ADRDA’입니다.DMS-IV 진단법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는 증상이 서서히 발생하여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야 하며, 치매를 유발할 다른 요인이 없을 경우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합니다. 이에 비해 NINCDS-ADRDA 진단법은 3가지로 세분화하는데, 이 중에서도 프로바블(Probable) 방식은 가장 정확한 진단법으로 준용되는데, 이 방식을 충족시키는 증상으로는 행동심리적 증상, 체중 감소, 말기에 나타나는 근긴장도의 증가, 그리고 경련이 있습니다.” 치료 방식은 크게 약물치료, 비약물적 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에는 환자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아리셉트, 레미닐, 엑셀론 같은 콜린성 제제와 항산화제, 뇌의 학습 및 기억능력을 증진시키는 에빅사 같은 NMDA수용체 길항제 등 인지기능 항진제를 투여하거나 공격적 행동에 효과적인 항정신성 약물,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비약물적 접근도 치료 목적에 이르기 위한 중요한 치료법이다.“수공예, 독서, 그림그리기 등 정서적 자극중심 치료법이나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인지기능을 키우는 재활치료 등 일반적인 비약물 치료가 있는가 하면 문제가 되는 특정 행동을 조절하기 위한 비약물적 접근도 있습니다. 환경조절, 행동조절 등이 그것입니다.” 거의 모든 난치질환이 그렇듯 알츠하이머병도 질병의 진행을 막거나 원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치료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앞서 거론한 일련의 치료가 증상을 개선시키거나 환자 또는 가족의 간병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줄 수는 있습니다. 특히 10∼15%의 치매는 초기에 치료만 할 수 있다면 완치에 가까운 회복도 가능합니다. 결국 조기에 찾아내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조건인 셈이지요.” 현대 의학이 알츠하이머병을 언제까지나 ‘불치의 영역’에 방치할 리도 없다.“최근 들어 분자유전학이나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발병 기전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리리라는 기대가 큽니다. 또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독성물질 아밀로이드β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는 약물의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지만 최근 열린 알츠하이머·파킨슨병 국제학회에서는 독성과 부작용을 크게 경감시킨 백신을 개발 중이라는 보고도 있었고, 이런 신개념의 치료제는 주사제는 물론 경구용, 코점막 분무용 등으로 자꾸 진화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멈추게 하는 약제가 개발될 것이라는 게 저의 소견입니다.” 한 교수는 이처럼 알츠하이머병을 배경에 깔고 있는 치매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현행 보험제도는 이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치매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고혈압, 당뇨, 관절염, 심장질환, 호흡기질환, 파킨슨병 등 3종 이상의 질환을 함께 갖고 있어 기존 치료제 외에 추가로 치매와 행동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 투여가 필수적인데, 현행 보험제도는 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한 교수는 이런 심경을 토로했다.“그뿐이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반드시 보호자의 간병이 필요하지만 뇌졸중이 동반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애판정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노인들만 살고 있는 경우에는 이 병을 가지면 그야말로 삶이 통째로 붕괴되고 마는 것이지요. 그게 참 안타깝습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범여권에 합류않고 선진평화세력 연대”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제3의 정치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26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을 주도할 제3의 정치세력을 ‘선진평화세력’으로 명명했다. 그는 이전까지 ‘제3지대’‘중도통합세력’ 등의 표현을 썼으나 그 뜻과 범위가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 이날 새롭게 명명한 것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수구보수와 무능한 진보가 아닌 선진화세력과 평화세력을 대통합한 선진평화세력을 이끌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도할 탈이념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세력을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손 전 지사는 또 정치권 일각에서 나도는 범여권행설을 일축했다. 그는 “요즘 범여권이다 무슨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지만 나는 기존의 정치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한 정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정치권에 얹혀서 가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며 독자 세력화를 모색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선진평화연대’ 등의 명칭으로 시민사회와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치 결사체를 출범시킨다는 복안이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아토피·류머티즘 치료근거 찾았다

    대표적 난치질환인 류머티즘과 아토피, 천식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염증 억제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가천의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소’ 소장인 김성진 박사 연구팀은 류머티즘 관절염과 아토피 피부염, 알러지와 천식, 심혈관·호흡기질환과 위장염 등 염증성 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냈다고 25일 밝혔다.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네이처 이뮤놀러지’ 26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염증 유발 등에 직접 관여하는 핵심 인자인 TNF(종양괴사인자) 수용체의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을 밝혀냈다.TNF 수용체의 신호전달은 염증의 확대에 매우 중요한 경로로, 이 경로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류머티즘 관절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염증성 면역질환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심혈관 질환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 알코올성 간경화, 암 등의 발병 및 진행에도 깊이 관련된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인체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염증반응과 항염증반응이 균형을 이뤄 항상성을 유지하나 안팎의 요인에 의해 이 항상성이 깨져 염증반응이 항염증반응보다 우세하게 되면 심각한 면역질환이 발생하게 된다.이런 점에 착안한 연구팀은 항염증반응과 암 억제 반응을 일으키는 ‘TGF-β’라는 세포 속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인 ‘스매드7(Smad7)’의 발현을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항염증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김 박사는 “염증성 면역질환의 치료 근거를 확보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며 “이를 토대로 Smad7의 발현을 유도하는 물질을 현재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23) 아토피 피부염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23) 아토피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은 이제 국민병이다. 국내 유아 4명 중 1명은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전국 초등학생의 60%, 서울지역 아동의 40%가 아토피 피부염을 가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아토피 치료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동건(사진·김동건피부과 원장)박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더 이상 아토피가 일부 유·소아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이질환이 아니며, 누구라도 이 만성 난치질환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증이 심한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얼굴 등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다른 곳에도 습진성 병변이 나타난다.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과 함께 알레르기 질환에 속하는 아토피 피부염이 환경성 질환으로 규정된 것도 근래의 일이다. 서울과 인천, 부산 등 대도시 및 공업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그 근거가 됐다. 원인으로는 환경 요인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서울YMCA가 지난해 서울지역 유아 교육기관 28곳의 6세 미만 아동 8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7%인 361명이 아토피 증상을 가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처럼 대도시의 유병률이 높은 것은 아토피가 환경 질환이라는 증거지요. 특히 유전성이 강해 부모 중 한 사람이 아토피인 경우 2세에게서 같은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은 25%, 부모가 모두 이 질환을 가졌다면 50%를 넘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유아기 때는 얼굴 등 전신에 발진과 피부건조증, 염증 등을 유발하는 이른바 ‘태열’이 나타나며, 소아기에 이르면 피부가 헐어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댄다. 말이 가려움증이지 아토피가 유발하는 가려움증은 ‘자살’을 초래할 만큼 심각하다. 자기 의견 표명에 미숙한 많은 소아 환자들이 이 참기 힘든 가려움증과 싸우느라 불면증을 겪는가 하면 신경과민증을 보이기도 한다.“이 때문에 아토피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정서불안과 상시적인 긴장감을 갖고 있으며,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통계를 보면 아토피 아이들은 정상 아동에 비해 정신적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또 있다. 가렵다고 긁으면 피부에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이 분비돼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피부에 난 상처가 2차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는 소아기가 지나면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 피부가 매우 건조하고, 쉽게 자극을 받아 습진 등 직업성 피부질환이 생기며, 피부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도 잘 일으킵니다. 눈 주위 염증이나 백내장을 유발하기도 하고요.” 성인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이다. 흔히 성인 아토피는 소아 아토피에서 발전한 경우라고 여기기 쉬우나 생활환경의 악화와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성인이 된 후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성인 아토피 환자들은 소아와 마찬가지로 가려움증뿐 아니라, 코끼리 가죽처럼 두꺼워진 피부, 색소침착과 잦은 염증 반응 등으로 사회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최근 한 대학생이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을 못견뎌 자살한 것은 그 심각성을 보여준 사건이지요.” 아토피는 아직까지 원인과 정의가 확실하지 않다. 이 때문에 습진성 피부염인 아토피를 접촉성 피부염과 혼동하기도 한다. 증상이 유사해서다.“그래서 진단 과정에서 많은 요인을 참고합니다. 우선 환자의 병력과 증상을 확인한 뒤에 혈액검사와 피부검사를 거치는데, 혈액검사에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이항체를 파악하고, 피부검사에서는 개인별로 문제가 되는 특정 항원을 찾아내게 되지요.” 대표적 치료제인 스테로이드 제제는 백내장, 혈관 확장, 피부 위축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나 전문의가 사용을 관리하면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신체에서 생성되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일종으로, 염증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할 경우 증상과 피부 상태, 증상 부위와 연령 등에 따라 적절한 제제와 강도를 선택해야 하며,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옵니다. 또 증상이 호전됐다고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재발하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전문의의 관리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밖에 아토피를 유발하는 원인물질의 섭취나 접촉을 차단하는 회피요법, 장기간에 걸쳐 인체의 아토피 저항성을 길러주는 면역요법 등이 치료법으로 활용되기도 하나, 회피요법은 다양한 원인물질을 모두 찾아내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면역요법은 치료에 장기간이 소요돼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만은 않다. 김 박사는 이같은 치료법이 성과를 거두려면 일상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아토피는 피부 보호막이 손상되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즉, 외부의 각종 공해 물질들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피부 각질층의 수분을 10∼30%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보호막이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손상되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건데, 특히 환자들은 피부 지질막의 주성분인 세라마이드가 크게 부족하므로 피부 보습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그는 “최근에 선보인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 제제의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며, 또 ‘피지오겔’ 같은 보습제는 피부와 유사한 산도(pH5.5)에다 피부지질막과 유사한 구조를 가져 가정에서도 아토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김 박사는 “아토피는 특성상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지만 소아 환자의 경우 가족의 관심과 지속적인 피부관리만 이뤄진다면 성인 아토피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며 “그러나 수년간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한 순간에 다시 나빠지는 경우가 흔하므로 상태가 좋을 때에도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물질을 피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피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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