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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SNS를 생산적으로 잘 활용하자/이영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열린세상] SNS를 생산적으로 잘 활용하자/이영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람의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게끔 도와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유지, 관리하는 일련의 서비스를 의미한다. 21세기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필요한 정보를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더욱이 SNS는 스마트폰의 등장에 힘입어 크게 발전하고 대중화되었으며 과거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다양한 순기능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싸이의 뮤직 비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튜브 조회수 1위, 빌보드 2위라는 대한민국 가요계에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고 국내 스타 싸이는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또, 누구나 소소한 일상사에서부터 정치적인 의견과 소신들을 주변의 팔로어 혹은 친구들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 및 각종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공유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SNS를 활용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신제품 혹은 신서비스의 광고를 하고, 광고는 구전 소문으로 빠르게 확산되기도 한다. 또한 정부 부처 및 시민단체들 역시 SNS를 각자의 필요에 맞춰 다양한 정보 확산 또는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신속성, 확장성, 접근 용이성, 경제성 등의 특징을 가진 SNS는 잘만 활용되면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의 경쟁력 제고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부정적인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서 사회통합 저해등 국력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먼저, 정보의 내용과 표현 등이 정화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가 흥미 위주로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사실 확인도 없이 개인적 취향과 관심에 따라 선택적으로 퍼뜨려진다. 확산이 광범위하게 된 정보는 마치 그 내용이 사실 혹은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보여지게 된다. 정보의 오류와 편향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특정 개인의 인격을 짓밟는, 지저분하다 못해 ‘개념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표현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둘째, 정보의 교류가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면이 강하다. SNS에서는 그저 댓글 혹은 감상이 있을 뿐 분위기나 이미지를 느끼며 동의와 반박의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는 성숙한 관계 형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할 경우 정보의 양극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셋째,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정보는 상업적 또는 불순한 목적에서, 악의적인 해킹을 통해서든 우연이든 유출이 발생하는 순간 해당 개인은 위험에 노출되고 사생활은 사라진다. 넷째, SNS 중독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사용자의 40% 이상은 양치질을 하기 전에 페이스북에 접속한다고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고하는 시간과 생산적인 일을 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SNS는 최고의 정보소통 수단이지만 오히려 왜곡된 소통이 이뤄지게 하고 생산적 활동을 방해할 때가 많다. SNS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게끔 사회 주체들은 성숙한 질서의식과 행동으로 SNS의 건전한 이용문화와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SNS의 역기능 방지를 위한 교육이나 홍보뿐만 아니라 적절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또 SNS에서 영향력이 큰 이용자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용규약 제정이나 건전한 이용 캠페인 전개 등도 해봄 직하다고 본다. SNS 업체들은 플랫폼이 자정 능력을 갖고 정보보호가 강화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SNS를 활용해 정부 투명성을 높이고, 민의의 정확한 파악과 적시성 있는 정책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 능동적 활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SNS는 단순히 정보를 빠르게 훓어보고 지나가는 정보 진열장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이제 SNS가 자정능력을 갖춘 예의 있는 쌍방 소통이 이뤄지게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도구이자 수단으로 역할을 하도록 해 국민통합과 창조경제에도 기여토록 하자.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그때와 지금

    그때는 탄수화물이 문제였고, 그래서 충치보다 잇몸질환이 더 심각했습니다. 제가 자란 시골 마을에는 가게가 없었던 탓에 과자 등 먹거리를 사 먹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못 하고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끼니를 배불리 먹어 다른 먹거리에 관심이 없는 때도 아니어서 항상 뱃골은 푸욱! 꺼져 있었고, 그럴 때면 애, 어른 할 것 없이 자연 속에서 주전부리거리를 찾곤 했지요. 보릿고개 넘을 때면 밭두렁에 말똥구리처럼 들러붙어 ‘삐비’를 뽑아 먹었고, 찔레나 유채 순도 꺾어 먹었습니다. 진달래꽃과 장다리 순도 숱하게 따 먹었지요. 한여름 원두 열무는 매워서 손을 덜 탔지만 가을 무청은 뎅겅 분질러 먹을 만했고, 고구마는 없으면 못 사는 구황의 알뿌리였습니다. 그런 걸로 주린 배를 채웠으니 요새처럼 설탕에 절어 이가 상할 일은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탄수화물이 문제가 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먹어댄 탄수화물이 침 속의 효소와 섞여 만들어진 덱스트린이나 맥아당 때문에 치아가 상하는 것까지는 막을 도리가 없었던 거지요. 하기야 그때는 탄수화물류를 그렇게 먹었으면서도 양질의 섬유소를 같이 섭취했다는 게 요즘과는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듬뿍듬뿍 먹어댄 식이섬유가 탄수화물 부산물을 상당 부분 씻어내 주었으니까요. 세상이 변해 이제는 탄수화물을 한사코 피하는 세상입니다. 비만 때문입니다. 1년에 쌀 한섬 못 먹는 가정이 많습니다. 양치질도 그렇습니다. 좋은 칫솔, 치약 덕분에 구강 위생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개선됐지만 오히려 치과질환은 늘어납니다. 문제는 칫솔질이 치아 건강에 필요한 전부라고 믿는 데 있습니다. 사실 칫솔질은 구강질환의 기본일 뿐 충분한 조건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루에 몇번씩 치간칫솔이나 치실로 이를 닦는 일은 어디 쉽습니까. 달고 진득한 패스트푸드와 음료를 달고 살면서도 이런 음식이 치아에는 어떨까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치과라도 자주 찾으면 좋겠지만 그것마저 귀찮으니 한창 때부터 이가 무너지는 것이지요. 어디 치아에만 닿는 말이겠습니까. ‘세상만사가 불여튼튼’이라는 경고가. jeshim@seoul.co.kr
  • ‘블랙 트라이앵글’ 당신의 치아 노리는 블랙홀

    ‘블랙 트라이앵글’ 당신의 치아 노리는 블랙홀

    나이가 들면 잇몸도 서서히 주저앉는다. 이처럼 잇몸이 퇴축되면서 생기는 치아와 잇몸 사이의 빈 공간을 ‘블랙 트라이앵글’이라고 한다. 블랙 트라이앵글은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치주질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블랙 트라이앵글이 점차 커지면서 치주질환이 악화돼 나중에는 치아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랙 트라이앵글은 선천적인 치아 구조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치아 노화와 관련이 있다. 노화로 잇몸이 점차 주저앉으면서 치아와 잇몸 사이의 공간이 커져 블랙 트라이앵글을 만드는데, 이 경우 치아의 길이가 길어져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런 상태라면 치주질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이므로 잇몸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치주질환은 입 속의 세균에 의한 염증이 원인이다. 음식물 찌꺼기나 세균이 뭉친 끈적끈적한 치태와 치태가 딱딱하게 굳은 치석 등에 의해 염증이 생기면 잇몸과 치주인대, 치조골 등 치주조직이 손상된다. 이 때문에 잇몸이 서서히 주저앉으면서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기는 것. 블랙 트라이앵글은 치아교정을 해도 생길 수 있다. 겹쳐 있던 치아를 가지런히 교정하면 숨어 있던 잇몸 빈 공간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삼각형 치아에서 잘 생긴다. 전문의들은 “잇몸이 내려앉아 치아가 길어보이거나 치아 사이에 삼각형의 틈이 생기는 경우,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이가 흔들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주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주질환과 치아교정 말고도 블랙 트라이앵글을 만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요인은 흡연. 흡연은 치주조직을 파괴하는데, 이 때문에 잇몸이 치아를 지지하지 못해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기게 된다. 치아를 가로로 박박 문지르는 잘못된 양치질도 잇몸을 상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크라운 등 보철물이 치아와 맞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 빈틈이 생기면 그 사이에서 세균이 번식해 잇몸이 손상되기도 한다. 또 이갈이 때문에 치경부에 무리하게 힘이 가해져 잇몸과 치아가 분리되기도 한다. 일단 퇴축이 진행된 잇몸은 원래대로 복구되지 않으므로 평소 잇몸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바른 양치질이 우선이다. 칫솔질로는 부족하므로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은 치실이나 치간칫솔로 꼼꼼히 닦아줘야 하며,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 치석이 자리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흡연과 이갈이, 오래된 보철 등도 잇몸 건강을 해치는 요인임을 알아둬야 한다. 치주질환은 염증 치료가 우선이다. 스케일링 후 약물로 잇몸 염증을 치료한 뒤 블랙 트라이앵글을 메워 주면 된다. 블랙 트라이앵글은 레진을 붙여 빈 공간을 가려 주기도 하는데, 이 치료는 간단하지만 공간이 좁고 잇몸이 건강해야만 가능하다. 이와 달리 라미네이트나 올세라믹 같은 보철치료는 치아 겉면을 정교하게 다듬은 뒤 세라믹을 붙이는 방식으로, 공간이 넓어도 가능하며 색감이 자연스러워 선호도가 높다.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긴 치아 부위를 삭제한 뒤 교정하듯 치아를 붙여주는 방법은 공간이 적을 때 효과적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치아에 시린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잇몸 퇴축이 심한 경우에는 아예 잇몸 마스크를 만들어 퇴축 부위를 덮는 방식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신종AI 국내 유입 가능성은 매우 희박”

    보건당국은 중국발 조류인플루엔자(AI)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항과 항만 검역소에서 입국검역을 강화하는 등 대응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AI가 발생한 국가를 방문한 국민들이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4일 “중국의 AI가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AI의 명확한 감염경로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AI는 중국의 자연 생태계 및 생활환경과의 접촉에 의한 감염”이라면서 “중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사람과 사람 간에는 전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국검역을 통해 중국 방문객이 AI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된 바도 없고 AI의 발생에 따라 중국산 가금류의 수입이 중단된 만큼 국민들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AI에 대한 검역 등 국내 대응 조치를 강화했다. 공항·항만 검역소를 통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신종감염병 검역을 강화하고 가금류 등 가축감염병 통제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의 공조체계를 강화했다. 또 세계보건기구 등 해외 주요기관 및 해외 발생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중국 등 AI 감염국가를 방문하는 국민들이 호흡기질환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 중에 조류 시장이나 닭, 오리 등 가금류 농장을 방문하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피하고 ▲손씻기, 양치질 등 개인 위생 수칙 지키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밀접한 접촉 피하기 ▲방문 후 이상증상이 있으면 국립검역소나 보건소에 신고하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툭하면 수업준비물 빠뜨리고 과잉행동으로 친구들과 못 어울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임홍철(10)군은 매일 집에서 전쟁을 치른다. 산만하고 주의력이 부족해 과제는 물론 수업준비물과 옷까지 엄마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깨우는 것에서 시작해 양치질과 세수는 물론 시간표에 따라 책가방까지 일일이 챙기고 간섭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에서 전화를 해댄다. 뭘 두고 왔느니, 뭘 빠뜨렸느니 하는 전화다. 처음에는 ‘유별나게 산만한 아이’ 정도로 생각했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데다 홍철이 때문에 집안 분위기마저 냉랭해지자 ‘이게 병은 아닐까’ 싶어 병원을 찾았다. 병원을 찾기로 한 결정도 쉽지 않았다. 누가 알기라도 하면 금방 동네에 소문이 퍼질 것 같고, 홍철이가 놀랄 것 같아서였다. 학부모 이주은(39)씨는 “언제까지 홍철이와 다퉈야 하는지, 다른 애들과 달리 우리 애는 학교 가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면서 “그러면서 아들에게 점점 실망하게 되고 또 지쳐가는 나를 보면서 더럭 겁이 나더라”고 털어놨다. 이씨는 “전화만 오면 놀란다. 준비물 챙겨 학교로 달려가는 건 그나마 쉬운 일이고, 홍철이가 다른 애를 때렸다거나 수업시간에 너무 산만해 다른 친구들이 같이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앞이 캄캄했다”고 돌이켰다. 검사 결과 ADHD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국소담 교수는 “일반적인 진단 기준은 부주의나 과잉행동·충동성에 해당하는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이런 증상이 7세 이전에 나타나며, 이런 증상으로 인한 기능상의 문제가 학교와 집 등 두 곳 이상의 영역에서 나타날 경우 ADHD로 진단한다”면서 “홍철이는 이 기준에 해당돼 약물 및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 교수는 “다행이 홍철이가 치료에 순응하는 데다 학교와 가정에서도 협조가 잘 돼 치료 경과가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조선 건국세력, 신흥사대부 아니다

    조선 건국세력, 신흥사대부 아니다

    해외의 한국학 교수를 바라보는 가장 익숙한 시선은 대개 ‘한류의 증언자’다. 변방이라는 열등의식, 강인한 민족주의적 열망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버무려져, 해외 한국학자들만 만나면 한국이 얼마나 훌륭한가 묻고, 원하는 대답을 듣곤 으쓱해한다. 그들이 외부인의 시각에서 한국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번역이 늦은 건지도 모르겠다. 1991년 나온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교수의 ‘제국의 후예’(푸른역사 펴냄)는 2008년에야 번역됐다. 고창 김씨의 경성방직 연구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의 식민지적 기원을 분석한 저서인데, 늘 그렇듯 내재적 발전론에 비판적인 ‘식민지적 기원’론은 ‘식민지근대화’로 오인받곤 한다. 에커트가 그려내는 것은 제국주의 정치권력과 결탁한 경제권력의 기원인데 말이다. 고창 김씨의 경성방직이란 고려대학교와 동아일보의 인촌 김성수, 그의 동생 김연수를 뜻한다. ‘제국의 후예’의 원문은 Offspring of Empire인데 Offspring이란 단어의 뉘앙스도 흥미롭다. 어쨌든 추악해도 뿌리는 식민지에 있다는 주장은, 분명히 내재적 발전론에 대한 공격이다. ‘조선 왕조의 기원’(존 던컨 지음, 김범 옮김, 너머북스 펴냄)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은 성리학 이념으로 무장한 신흥사대부에 의한 사회혁명이었다는, 한국사의 통설을 부정한다. 한국사 전반에 은연중에 깔려 있는 ‘왕조 교체=근대를 향한 한 발자국 전진’이라는 공식을 비판함으로써, 다시 한번 내재적 발전론을 공격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UCLA 한국학연구소장. 역시나 영어로는 2000년 나왔고 10년 넘은 지금에서야 번역됐다. 저자는 자세히 살펴보니 고려 말 지배층과 조선 초 지배층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고, 조선 초 성리학 이데올로기라는 것도 아주 모호한 상태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니 더 직접적인 표현도 있다. “당·송 교체에 관련된 전통적 해석”은 성리학으로 인해 “당의 귀족적 사회정치질서에서 송의 지방 신사 중심 사회로 전환했다는 사회적 변화를 강조했다”고 해뒀다. 그러니까 고려 멸망-조선 개국을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흥사대부의 승리라고 보는 것은, 솔직히 우리 역사를 제대로 살펴보고 손에 쥔 결론이라기보다 중국사에 대한 전통적 해석을 적당히 베껴온 게 아니냐는 뜻이다. 그래서 저자는 중앙관료로 활약했던 유력가문들에 대한 통계작업을 진행했다. 고려 초인 10세기부터 조선 중기인 16세기까지 600년간 임명된 관료 5000명에 대한 분석작업이다. 여말선초 부분에 대한 설명에만 한정하자면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고려-조선의 왕조 교체가 사회적 혁명을 수반하지 않았다.” 더 쉽게 말해 지배층의 교체는 없었다. 고려 말 유력 가문을 뽑은 뒤 이들이 조선 초까지 어떻게 됐나 살펴봤더니 “이성계가 흥기한 결과 (고려 후기 주요 가문 가운데) 3개의 주요 가문만이 제거되었다는 사실”과 그에 앞서 공민왕 때 몰락한 행주 기씨와 평강 채씨는 “조선 중기 들어 모두 입지를 회복했다”고 지적했다. ‘양반’, ‘사대부’ 같은 표현도 고려 말부터 슬슬 등장하는데, 이 역시 성리학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려 말 왕들이 왕권 강화를 위해 승려, 환관 등 비천한 이들을 등용하자 기존의 명문가들이 자신들의 남다른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쓴 용어라고 본다.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흥사대부가 불교에 찌든 귀족들의 대토지 농장을 혁파했다는 통설도 부인한다. 고려 말 정권을 장악한 뒤 역성혁명의 초읽기에 들어간 이성계 일파의 농지개혁안인 과전법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1390년 사전과 공전 대장을 태워버린 유명한 사건”은 “지대 수취와 소유라는 두 가지 형태의 토지소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경기 이외의 모든 토지를 공전으로 복구시켜 국가재정을 강화”한 것으로 제한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사상으로 중무장한 새 집권층에 땅을 빼앗긴 대토지 귀족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저자는 정도전보다 조준을 더 주목한다. 정도전에게 주목하면 그의 강력한 개혁정책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실제 채택된 것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다소 온건한 조준의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출발점은 조선 중기 사림파가 등장했다는 말에 대한 의문이다. 이미 조선 개국 자체가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흥사대부의 작품이라면서, 중기에 또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림파가 등장했다? 그럼 개국 세력들이 개국 뒤 일제히 낙향했다가 더 이상 나라 꼴을 이리 둘 수 없다면서 일제히 상경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다. 그래서 고려 말 지배층과 조선 초 지배층의 연속성에 주목했고, 성리학은 미약했고 기득권층의 영향력은 뜻밖에도 강고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자칫 서구가, 일제가 내세웠던 ‘정체성론’의 위험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기대했던 만큼의 혁명은 아닐지 몰라도 신라 말에서 조선 초까지를 “중앙집권화의 추진과 지방자치의 토착적 전통 사이의 긴장”이라는 긴 호흡으로 봤을 때 조선의 건국은 “중앙집권적 관료적 정치제도를 수립하려는 고려 전기의 노력이 거둔 궁극의 열매”였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그런 장기지속은 지배층의 현명함 때문이었을까, 피지배층의 무기력함 때문이었을까. 저자의 스승이자 미국 내 한국학 대부로 꼽히는 제임스 팔레가 노비 비율이 30%였으니 조선을 노예제 사회라 부르고, 저자 역시 조선 초 노비를 100명씩이나 보유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미국의)남북전쟁 당시 남부 대지주보다 더하다”고 언급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일 것이다. 2만 5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당신의 방귀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방귀 안녕하십니까

    직장인 강정호(52)씨는 방귀 때문에 고민이다. 유난히 잦고 냄새가 지독해서다. 집에서도 아내와 애들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다. 어떨 때는 아내가 방귀 냄새 때문에 다른 방에서 자기도 한다. 강씨는 자신의 소화기에 문제가 있지나 않은지 걱정하며 속만 태우고 있다. 방귀는 장 속의 공기가 항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일반인은 이런 방귀를 하루 평균 13번 가량 뀐다. 이렇게 배출하는 가스의 양이 적게는 200㎖에서 많게는 1500㎖에 이르며 소장과 대장에는 항상 200㎖ 정도의 가스가 차 있다. 음식을 먹을 때 같이 삼켜진 가스는 대부분 트림으로 배출되지만 일부가 장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대장에서 발생한다. 소장에서 미처 흡수되지 못한 음식이 대장에서 발효되면서 가스를 만든다. 이런 가스의 주성분은 질소·산소·이산화탄소·수소·메탄가스 등이다. 방귀 소리는 괄약근이 항문을 꽉 조인 상태에서 가스가 밀려나올 때 생긴다. 항문이 성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스의 양이 많거나 밀어내는 힘이 셀 때, 또 가스의 양이 같더라도 괄약근을 꽉 조인 상태라면 방귀 소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치질로 인해 항문 부위가 부분적으로 막혔다면 소리가 더 크게 난다. 전문의들은 “항문 질환이 없는데 방귀 소리가 큰 것은 직장과 항문이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장에서 발생한 가스는 세균에 의해 음식물 속에 포함된 황과 결합하는데 이 황이 많을수록 방귀 냄새가 고약하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고기나 계란 등은 발효될 때 다량의 질소와 황을 생성하기 때문에 냄새가 더 고약하다. 이에 비해 탄수화물이 발효되면서 생긴 가스는 소리는 크지만 냄새는 별로 고약하지 않다. 황은 음식뿐 아니라 혈액을 통해서도 내장 기관에 전달된다. 음식만 잘 골라 먹어도 방귀 걱정을 덜 수 있다. 껌이나 사탕은 공기를 자꾸 들이마시게 해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므로 피하는 게 좋다. 탄산음료도 가능한 멀리해야 한다. 또 한국인은 체질적으로 유당 분해 효소가 적은 데다 그나마 나이가 들수록 감소해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거나 배 속에 가스가 차 방귀를 자주 뀌게 된다. 우유뿐 아니라 장에서 분해가 잘 안 돼 많은 가스를 만드는 음식으로는 각종 유제품과 콩류·감자·양파·샐러리·당근·양배추·건포도·바나나·살구·자두·감귤·사과·밀가루·빵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음식을 피하거나 섭취량을 줄이면 방귀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귀 횟수를 건강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방귀는 음식물의 종류 및 장에서 가스를 만드는 세균과 가스를 소모하는 세균과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할 뿐 건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또 냄새가 고약하다 해서 대장에 질병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물론 대장에 질환이 있어 변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가스가 많이 생기고 냄새도 지독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방귀 냄새와 대장 질병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용식교수는 “그러나 방귀와 함께 복통,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배변 습관의 변화와 혈변 등의 증상이 보이면 대장 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소화기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잘 익은 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시어지고, 6개월 이상 되면 ‘묵은지’(묵은 김치)가 된다. 땅끝 해남은 전국 겨울 배추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곳이다. 김장철에 넉넉하게 김장을 해서 아홉 자식에게 싸서 보낸다는 김광심 할머니. 퍼주고 퍼주어도 없어지지 않는 할머니의 마음이 ‘묵은지’에 담겨 있다. ■의뢰인 K(KBS2 밤 8시 50분) 아이돌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실력을 갈고 닦던 지원에게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신화의 앤 사장 눈에 띄어 걸그룹 멤버로 캐스팅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결혼 7년차 주부다. 한편 예쁜 아내 지원을 둔 성범은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앤 사장 앞에서 지원이 유부녀임을 폭로한다. ■MBC 프라임-790g의 기적(MBC 밤 1시 5분) 현대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채식열풍을 소개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주스로 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적정량의 채소, 과일 섭취를 3주간 꾸준히 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놀라운 몸의 변화까지. 3주간 채소, 과일을 섭취한 조용현씨와 양은영씨에게 과연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5분) 5살 때 시력을 잃은 후로, 62년간 빛으로부터 단절된 세월을 지내온 이순학씨. 하지만 아저씨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경사가 급한 산도 척척 오르락내리락 하는가 하면 나뭇가지를 톱질해 자르고, 망치질까지 능수능란하게 한다. 프로그램은 만능인 시각장애인 순학씨의 일상을 엿본다. ■극한 직업(EBS 밤 10시 45분) 서커스는 고대 로마에서 시작되어 1886년 일본에 곡마단으로 소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25년 최초로 서커스단이 등장했다. 그러나 TV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멀리까지 서커스 공연을 찾아다니지 않게 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데…. ■올리브(OBS 밤 11시 5분) 대한민국 인기연예인들의 유쾌한 토크와 운동, 퀴즈를 통해 그들의 건강한 삶의 비법을 알아본다. 이번 시간에는 여성 제2의 심장 ‘자궁’ 건강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홍여진과 함께 한다. 특히 가임여성의 절반 정도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고 하는 ‘자근근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간호조무사·의료기 직원, 1100차례 불법 수술

    경남 김해의 한 병원에서 1000여 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맹장, 무릎 관절, 허리 디스크 수술 등을 해 온 간호조무사와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 이들에게 수술을 지시한 병원장 등 11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의료기 판매업체 직원, 간호조무사 등에게 수술을 지시하고 보험금을 부당청구한 경남 김해 J병원장 김모(49)씨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맹장, 관절 등 외과수술을 한 간호조무사 허모(48)씨와 의료기 판매업체 대표 황모(44)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병원장 김씨는 2011년 2월 J병원을 설립한 뒤 지난해 말까지 간호조무사 등에게 1100여건의 불법 수술을 지시하고 보험금 12억원을 부당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환자와 짜고 관절염 등의 수술로 입원할 경우 고액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에 가입하도록 한 뒤 서류상으로만 입원 환자인 속칭 ‘나이롱 환자’ 600여명을 만들고 간호사 수를 허위로 늘리는 수법으로 병상을 불법으로 늘린 혐의도 받고 있다. 간호조무사 허씨는 김씨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1월부터 9개월 동안 100여 차례 맹장 절개 및 치질 수술 등을 했다. 의료기 판매 직원 9명은 기자재 납품 전문분야에 따라 A·B메디컬은 무릎·발목·팔꿈치 관절수술, C메디컬은 어깨관절 수술, D메디컬은 허리디스크 수술 등을 맡는 수법으로 그동안 모두 1000여건의 불법 수술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들 의료기 판매 업자들은 수술 과정에 쓰이는 재료를 팔기 위해 수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무자격자로부터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는 수술 후 걷지 못하거나 어깨를 잘 쓰지 못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보험금을 노려 나이롱 환자 행세를 하거나 불법 수술을 받은 환자는 600여명에 달하고, 이들이 지난 1년 6개월간 각 보험사로부터 부당 수령한 보험금은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재채기 때도 휴지로 가려야… 감염자 노력도 중요

    재채기 때도 휴지로 가려야… 감염자 노력도 중요

    건강한 사람이라면 인플루엔자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된다. 설령 감염되더라도 아예 증상이 발현되지 않고 지나가거나 비교적 가볍게 앓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위험군이다. 고위험군 해당자는 인플루엔자에 노출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만성 폐·심장·간·신장질환자와 집단시설 수용자, 신경·근육 및 혈액·종양질환자, 당뇨 환자와 면역억제제 복용자, 임신부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또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6개월~18세 소아·청소년과 65세 이상 노인 및 동거인, 50~64세 인구 중 건강 취약자, 생후 6~59개월의 영유아와 축산 관계자 및 의료인 등도 고위험군으로 정해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들 고위험군은 백신 접종과 함께 인플루엔자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일상적인 예방 수칙만 잘 지켜도 인플루엔자에 노출되지 않고 건강하게 유행기를 넘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수칙은 백신 접종. 특히 노약자와 만성질환자, 영유아, 임신부 등 접종 권장 대상자는 유행에 앞서 빠짐없이 접종을 받는 게 좋다.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자주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는 등 개인 위생수칙도 중요하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손수건이나 휴지 등으로 입을 가려야 한다. 물론 발열·기침·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외출을 안 하는 게 좋고,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김우주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감염자가 이를 전파시키지 않으려는 노력도 중요한만큼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이런 점을 스스로 실천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면서 “이런 주의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고열이 나거나 호흡기 및 전신 증상 등 인플루엔자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 @seoul.co.kr
  • 국제질서 속 좌절된 자력독립 ‘혁명의 러시아’를 희망 삼다

    국제질서 속 좌절된 자력독립 ‘혁명의 러시아’를 희망 삼다

    ‘일요일 도착 예정. 만남에 필요한 조치 요망. 박철환.’ 죽산 조봉암(1899∼1959)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925년 6월 17일 모스크바로 보낸 전보다. 식민지 조선의 출판인이자 지식인이었던 27살의 조봉암은 왜 박철환(朴鐵丸)이라는 가명을 썼으며, 모스크바로 갔던 것일까. 성균관대 임경석 사학과 교수가 최근 쓴 ‘모스크바 밀사’(푸른역사 펴냄)는 조봉암을 주인공으로 ‘1925~1926년 조선공산당의 코민테른 가입 경위와 여정을 담은 실화’다. 누구도 연구하지 않았던 영역에 도전한 성과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세한 자료까지 꼼꼼히 챙겼다. 일본 경찰의 추적과 이를 피하려는 조선 독립운동가들의 피 말리는 활동은 탐정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조봉암은 1925년 5월 말쯤 조선공산당의 전권대표 조동호의 보좌역이자 고려공산청년회의 대표 자격으로 모스크바로 파견됐다. 박철환이란 가명은 ‘쇠로 만든 총알과 대포알’이란 뜻으로 조선의 혁명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면 깨뜨리는 선구자가 되겠다는 조봉암의 결심이 내포된 것이다. 조봉암의 모스크바 파견은 전보를 치기 2개월 전인 4월 17일의 조선공산당 창당과 관련 있다. 이날 서울 시내 황금정 1정목에 위치한 중국요리점 아서원에서는 인텔리풍의 청장년 19명이 모여 ‘제1차 당대표회 비밀결사’를 했다. 19명은 조선의 마르크스 혁명가 130명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19명 중 11명은 3·1만세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최소 9개월에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살고 나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형기를 모두 합치면 20년가량 됐다. 임 교수가 “3·1만세운동은 조선사회주의 운동의 모태다. 이 운동이 없었으면 조선사회주의 운동은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루 뒤인 4월 18일 밤 12시에는 박헌영(1900~1955)의 살림집이 있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고려공산청년회 창립대표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조선공산당의 지도에 복종하며 국제공청에 가입할 것”을 결정했다. 1925년 4월 창당한 조선공산당은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중심이 간도와 연해주, 만주, 러시아 등으로 망명했거나 이민해 활동하고 있던 해외 독립운동가에서 조선 내부로 들어왔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명망가 중심의 운동에서 대중운동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임 교수는 판단했다. 조봉암처럼 1920년대 조선의 20~30대 젊은 지식인들은 사회주의 이론에 급속히 빨려 들어간다. 왜 그랬을까. 임 교수는 “3·1만세운동은 고종이 승하한 1919년 1월이 계기였지만, 시선을 넓히면 1919년 세계 1차대전이 끝난 뒤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조선의 독립을 서구 열강에 촉구하는 시위였다. 그런데 전후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국제회의, 즉 파리강화회의(1919년 1월 18일)나 워싱턴회의(1921년 11월)를 거치면서 국제정치질서 안에서 조선의 독립은 완전히 좌절된다. 러일전쟁까지 이긴 일본과 싸워 조선이 자력으로 독립을 취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희망을 준 세력이 있으니 1917년 혁명으로 새롭게 태어난 러시아(소련)였다”고 했다. 파리강화회의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표로 김규식(1881~1950)이, 워싱턴회의에는 이승만(875~1965)이 참가했지만, 외교적 성과는 없었다. 미국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1918년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발표했지만 1차대전 승전국에는 영국의 동맹국인 일본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조선 강제 점령 문제는 묵인됐다. 이때 신성처럼 나타난 소련이 식민지로 신음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민족해방운동을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으니, 절망을 뚫는 희망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젊은 독립운동가들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임 교수는 ‘모스크바 밀사’가 기존 역사학계의 통설을 정정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통설은 코민테른은 조선 문제의 의사결정에서 조선 대표자를 배제한 채 권위주의적으로 결정했고, 조선공산당이 코민테른에 종속적이었다는 주장들이다. 1925~26년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코민테른은 조선공산당의 가입에 조건부 승인을 하는 ‘9월 결정서’를 내놓았다. 당 강령, 규약, 결정과 관련한 서류를 제시할 때까지 가입은 유보했지만, 조선공산당의 지위는 인정했고, 유학생 파견 등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노선으로 해방된 조선의 미래로 소비에트공화국을 제시하자 조봉암이 조선의 실정을 무시한 급진적이고 좌경적인 목표라고 지적하며 민주공화국 설립 안을 내놓았다. 또 1925년 조선공산당이 진행한 ‘반종교·반기독교운동’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 요구는 1926년부터 실현됐다. ‘모스크바 밀사’는 역사 전문 출판사 푸른역사가 올바른 역사의 해석과 대중화를 위해 한국역사연구회(1988년 설립)와 함께 기획한 문고판형 한국사 시리즈 100권의 첫 간행물로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 책장’이란 시리즈의 1권은 ‘고려의 부곡인, 경제인으로 살다’(박종기 글), 2권은 ‘고구려 고분 벽화 연구 여행’(전호태 글)이다.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는 “고민하지 않는 사회, 사유하지 않는 사회와 국가에는 미래가 없다. 입시에 시달리는 중고등학생과 스펙 쌓기에 열 올리는 대학생, 연봉과 승진에 목을 매는 직장인들에게 역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文 ‘새 정치’ 완결판… 야권 총결집 승부수

    文 ‘새 정치’ 완결판… 야권 총결집 승부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정당론’을 내세우며 ‘대통합 내각’ 구상안을 밝힌 것은 대선을 10일 앞두고 ‘새 정치’를 집대성해 야권 세력을 총결집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문 후보 측은 후보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돼 표심으로 이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일주일에서 10일 정도로 보고 이날 승부수를 던졌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대선이 10일 남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사실상 이번 주가 선거의 성패를 결정짓는 주간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문 후보의 막판 승부는 변화와 혁신, 국민통합이라고 하는 키워드로 정리된다.”면서 “오늘 발표한 내용은 문 후보의 정치·민생 혁신 구상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해 국민들에게 발표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후보가 “새로운 정치질서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정치 혁신안은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새 정치’의 완결판으로 보인다. 집권 이후 국정 운영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의 정부’를 꾸리겠다는 것 또한 정당 중심의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함으로써 새 정치에 ‘화룡점정’을 찍겠다는 의미다. 문 후보가 이날 언급한 ‘국민정당론’도 같은 맥락이다. 우 공보단장은 “지역과 계층, 이념을 극복한 통합 정당을 의미하며 (문 후보가) 필요하면 신당 창당도 열어놓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한 분들과 다음 정부의 정치·정책·국정 운영을 공동으로 책임지자는 구상”이라면서 “아직은 밖에 계신 분들과 구체적인 창당 계획까지 논의한 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문 후보의 기자회견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 정치적 공조를 통해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차원으로도 읽힌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朴 “국정쇄신 정책회의” 文 “대통합 내각”

    朴 “국정쇄신 정책회의” 文 “대통합 내각”

    오는 19일 치러질 18대 대선이 ‘카운트다운 9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9일 국민 대통합과 새 정치를 향한 ‘집권 플랜’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국정쇄신 정책회의’(가칭) 설치를, 문 후보는 ‘대통합 내각’ 출범을 각각 핵심 공약으로 밝혔다. 여야 모두 통합과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막판 부동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후보 측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집권 시 대통령 산하에 국정쇄신정책회의를 설치해 박 후보의 정치쇄신 공약뿐 아니라 야권 후보의 공약 등 대선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을 수렴해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교체와 새 정치의 과정에 함께 한 세력이 같이 내각과 정부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시민의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 측은 대통령을 의장으로 한 국정쇄신 정책회의에 행정각부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부정책 담당자 외에 국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와 계층·세대·지역을 대표하는 시민대표,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3분의1 이상 포함시킬 계획이다. 문 후보는 이념과 지역, 당파를 뛰어넘는 대통합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과 신당 창당까지 염두에 둔 집권 구상을 밝혔다. 문 후보는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수준으로 우리 정치의 판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연합 정치와 공동 정부의 드림팀으로 구성될 ‘대통합 내각’은 시민의 정부를 이루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일정을 잡지 않고 10일 오후 8시 열리는 2차 TV 토론 준비에 주력했다. 문 후보는 오후에 군포시 산본역에서 안 전 후보와 공동 유세를 펼친 뒤 TV 토론 준비에 들어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무려 65cm…곡선검 2자루 13초간 삼킨 男 ‘기네스북’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무려 65cm나 되는 곡선형의 검 두 자루를 13초 동안 삼켜 기네스북에 오른 남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더 선’의 보도를 따르면 지난밤 잉글랜드 햄프셔주(州) 페어럼에서 열린 ‘공포의 서커스’ 투어쇼에서 칼을 삼키는 곡예사인 이안 브라운(29)이 곡선형의 검 두 자루를 무려 13초 동안 삼켜 신기록을 세웠다. 이안은 지난 7월 12일 칼날 길이만 53cm인 65cm짜리 곡선형 검을 두 자루나 집어 삼켜 ‘가장 많이 휜 검을 얼마나 많이 삼킬 수 있는지’ 부문의 기록 보유자다. 그런 그가 지난밤 자신의 기록에 5초를 더한 신기록을 수립했다고. 그는 자신의 무서운 묘기를 연습하기 위해 지난해 동안 하루 40번까지 검 대신 구부러진 옷걸이를 사용했다. 이안은 “난 구부러진 옷걸이를 삼키기 시작했으며 점차 구부러진 정도를 높여 나갔다.”고 말했다. 와이트섬 출신인 이안은 신체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구토반사를 극복해 이제는 그 검이 목구멍을 통과할 때 차가운 느낌만 받는다고 전했다. 이안은 “검을 완벽히 삼키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기술을 터득할 때까지 그것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면서 “난 바늘방석에 앉고 내 얼굴에 못을 박는 것을 함께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다음 묘기를 위해 유리로 된 네온관을 삼키고 칼 한 자루를 삼킨 채 차를 끄는 기술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자신에 대해 “어떤 날 밤엔 여자 친구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거기에는 내가 칼을 삼키거나 내 얼굴에 망치질하는 것처럼 못을 박는 이상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불을 먹는 묘기를 하는 여자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아침밥·스트레칭, 뇌기능 활성화시킨다

    아침밥·스트레칭, 뇌기능 활성화시킨다

    올 수능시험일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부터는 성적 향상보다 수능일에 맞춘 건강관리와 컨디션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얼마든지 수능 결과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정을 유지해야 지금쯤 수험생들은 불안·긴장에 따른 스트레스가 정점에 올라 있을 때다. 그러나 그럴수록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다는 생각으로 차분히 마지막 정리를 하는 게 좋다. 이 무렵이면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잠을 줄이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충분한 수면을 취해 낮 동안 뇌의 활동을 극대화하는 게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다. 잠은 최소한 6∼7시간을 자되 기상시간을 아침 7시 이전으로 조절해 수능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잠을 쫓는다며 커피나 에너지 음료를 과용할 경우 순간적인 각성 효과는 얻을지 몰라도 중추신경을 자극해 가슴두근거림이나 현기증을 유발하거나 수면리듬을 깨뜨려 컨디션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험생의 고질 두통 수능일을 앞둔 수험생이 자주 두통을 호소한다면 긴장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두통은 머리 전체나 이마, 뒷골 부위에 둔한 통증으로 나타나며 오후나 저녁에 흔하다. 때로는 머리가 조이거나 터질 듯하며, 심하면 일반 진통제가 듣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되 그래도 진정되지 않으면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등 가벼운 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이런 약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항우울제·항불안제 계통의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흔한 편두통이나 혈관성 두통은 머리의 한쪽 또는 전체가 욱씬거리는 박동성 통증이 특징으로, 흔히 오심·구토가 동반되며 빛이나 소음에 예민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일회성 처방보다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이 무렵에는 수험생들의 체력이 고갈돼 감기에도 걸리기 쉽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하고, 수시로 양치질과 세수를 하며,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생선·채소 등 고루 먹어야 수능 스트레스는 소화불량·변비·불안·우울감 등을 부르기 쉽다. 이럴 때는 가족들의 이해와 격려가 큰 위로가 된다. 부담스러운 당부는 긴장감을 증폭시켜 뇌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오전 8시 40분에 시작되는 수능시험에 맞춰 뇌기능을 활성화하려면 반드시 아침밥을 먹도록 한다. 식단은 지방이 적고 섬유질·비타민·미네랄·칼슘 등이 많은 음식이 좋다. 이를 위해 육류·생선·해초류·채소·곡류·과일 등을 고루 먹되 튀긴 음식이나 흰 쌀밥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식사량은 포식 수준의 70∼80% 선으로 절제해야 위 부담을 덜어 뇌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간단한 스트레칭도 뇌기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뇌는 다리 근육에서 전해지는 감각자극에 큰 영향을 받으므로 산책이나 자전거타기, 줄넘기를 가볍게 하는 게 좋다. 오래 책상에 앉아 있어 목과 어깨 근육이 경직된 경우라면 일어서서 팔을 위로 쭉 뻗은 채 10초 정도 유지하는 동작을 3∼5회 반복하면 대부분 풀린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이상건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에너지음료가 치아 녹인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에너지 음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에너지 음료가 잠을 덜고, 피로감을 잊게 하는 순기능만 하는 게 아니다. 카페인 함량이 많아 수면장애, 불안 등의 부작용은 물론 치아를 단기간에 부식시키는 치명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음료는 톡 쏘는 청량감에다 카페인이 한 캔에 60∼80㎎이나 들어 있어 각성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카페인 1일 권장량이 성인 400㎎, 임신부 300㎎,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당 2.5㎎ 이하이며, 박카스F 한 병의 카페인 양이 30㎎임을 감안하면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음료는 카페인뿐 아니라 산도까지 높아 단기간에 치아를 부식시키고 충치를 유발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 최근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치과대학 연구팀이 스포츠음료 13종과 레드불 등 에너지 음료 9종을 골라 치아의 겉부분인 법랑질을 얼마나 부식시키는지 조사한 결과, 에너지 음료의 부식률이 스포츠 음료를 크게 앞선 사실을 확인했다. 치아 부식은 주로 산도(pH) 때문에 생긴다. 자주 마시는 콜라의 산도가 2.6, 게토레이가 2.9 정도인데 에너지 음료는 이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음료의 산도가 이렇게 높은 것은 청량감이 느껴지도록 첨가하는 구연산 때문이다. 이 구연산이 치아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법랑질을 녹이는데, 입 속 산도가 5.5 이하이면 법랑질이 녹는 화학적 손상이 시작돼 시린 증상이 나타나고 충치균도 쉽게 침투한다. 변욱 목동중앙치과 병원장은 “에너지 음료의 구연산이 치아를 부식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한 안 마셔야 하며, 굳이 마셔야 한다면 빨대를 이용해 음료가 치아에 직접 닿지 않게 마신 뒤 바로 물로 헹구고 30분쯤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애니데이, 여성 힐링 돕는 ‘333 클래스’ 개최

    애니데이, 여성 힐링 돕는 ‘333 클래스’ 개최

     유한킴벌리의 팬티라이너 브랜드인 애니데이가 ‘333 캠페인’의 일환으로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심리치유카페 멘토’에서 매일매일 상쾌한 하루를 만들기 위한 ‘333 클래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상쾌한 몸과 마음 만들기’로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6월에 열린 ‘333 건강 요리 클래스’에 이은 세 번째 행사다. ‘333 클래스’는 애니데이가 여성에게 건강하고 상쾌한 하루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1부에서는 관계 치유 및 심리 전문 상담가인 김화숙 강사가 ‘상쾌한 마음 만들기’ 강의를 진행했다. 성격 유형검사인 애니어그램으로 3개 성향 중 자신이 속한 성격과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아 보는 알찬 시간이었다. 이번 행사는 애니데이 페이스북을 통해 응모한 팬 15명이 자신의 친구와 함께 참여해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2부에서는 차의과학대 안명옥 교수의 ‘속부터 아름다운 여성이 되는 3가지 방법’이란 주제의 강의가 이어졌다. 안 교수는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분비물로 인한 질염을 예방하기 위해 속옷 청결 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면부터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 겉과 속이 모두 건강한 여성이 될 것을 조언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신제품 애니데이 에어홀을 포함해 오가닉코튼과 한초랑으로 구성된 여성용품 패키지를 선물로 제공해 호응을 얻었다. 자세한 내용은 애니데이 페이스북(www.facebook.com/kotexanydays)을 참고하면 된다.  애니데이 ‘333 클래스’는 하루 양치질 3번, 스트레칭 3번, 팬티라이너 애니데이 3번을 통해 매일 건강하고 상쾌한 하루를 만들자는 애니데이 ‘333 캠페인’의 오프라인 행사로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한킴벌리 애니데이, 여성 대상 ‘333 클래스’ 20일 개최

    유한킴벌리 애니데이, 여성 대상 ‘333 클래스’ 20일 개최

     유한킴벌리의 팬티라이너 브랜드인 애니데이가 오는 20일 ‘333 캠페인’의 일환으로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드는 ‘333 클래스’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심리치유카페 멘토’에서 개최한다. 이날 클래스는 여성의 건강에 관한 강의와 함께 여성들의 심리 치유를 돕는 성격유형 검사 클래스로 이뤄진다. ‘333 클래스’는 애니데이가 여성들에게 건강하고 상쾌한 하루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CHA 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 안명옥 교수는 이날 여성 질환과 예방법을 소개한다. 안교수는 속부터 아름다운 여성이 되는 3가지 방법이란 주제로 여성 건강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관계 치유 및 상담 전문가인 김화숙 강사는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스트레스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진단하는 ‘상쾌한 마음 만들기’를 강의한다. 참가자들은 성격유형 검사인 애니어그램을 통해 3가지 성격 중 자신이 해당되는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4~15일 애니데이 페이스북(www.facebook.com/kotexanydays)을 통해 클래스 참석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친구와 동행하는 15쌍(총 30명)을 초청한다. 애니데이는 지난 4월 ‘333 메이크업 클래스’를 시작으로 정기적인 행사를 열고 있다.  애니데이 브랜드 매니저 박채연 과장은 “애니데이 ‘333 클래스’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건강하고 상쾌한 하루를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333 캠페인’은 하루 3번 양치질하기, 스트레칭하기, 팬티라이너 사용하기를 통해 누구나 매일매일 건강하고 상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된 캠페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이름도 생소한 터키의 말라티아Malatya와 샨르우르파 Sanliurfa에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 가본 지역들은 신생의 시간으로 충만했고, 낯선 지명만큼이나 생경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태초의 자연과 신비로운 유적이 새로 태어난 시간 속에서 뒤채였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터키문화관광부 한국홍보사무소 02-336-3030 유프라테스 강변의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유프라테스 강가에 살포시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배출한 강에 저녁노을이 고여 흥덩흥덩 넘칠 것만 같았다. 강안의 풍경은 평화로웠고, 강바람은 선들선들했다. 살구 도시의 건강 밥상 터키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티아의 6월 말 날씨는 무더웠다. 낮 기온이 32도로 높았으나 대기는 건조했다. 그늘에 몸을 숨기면 금세 열기가 가라앉았다. 물기가 사라진 공기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바싹 메마른 땅에서는 누런 흙먼지가 풀썩풀썩 일었다. 그렇다고 해서 황량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처에 과실수들이 즐비했고, 군데군데 수풀이 우거졌다. 말라티아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도시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살구였다. 시市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온 미디어와 여행사 관계자들을 위해 내건 플래카드에는 ‘살구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말라티아는 전세계 말린 살구의 80%가 생산되는 곳이다. 살구 이외에 오디와 체리도 유명하다. 말라티아에 머문 3박 4일 내내 과일의 향기가 진동했다. 예실유르트Yesilyurt의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대접받았다. 예실유르트의 ‘예실’은 녹색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당은 연한 녹음에 싸여 있었다. 대여섯 가지의 빵, 서너 가지의 치즈, 올리브와 각종 채소, 살구 잼과 직접 벌치기를 해서 얻은 꿀, 호박튀김, 살구와 체리 등이 식탁에 올랐다. 한눈에도 재료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이만한 건강 밥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 터키 동부 지방 사람들은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는다고 귀띔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성대한 아침상이었다. 먼 길 달려온 손님을 위해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했나 싶었지만 다른 상차림을 엿보아도 2인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양과 종류 모두 푸짐했다. 말라티아의 옛 시가지인 에스키 말라티아를 찾았다. 1637년에 지어져 대상들의 숙소로 쓰였던 케르반사라이Kervansaray가 흥미로웠다. 여기서 대상은 ‘大商’이 아니라 ‘隊商’이다. 즉 장사를 크게 하는 상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나 초원과 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에서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떼를 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특산물을 교역하는 상인 집단을 의미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이 사라진 오늘날 케르반사라이의 역할도 바뀌었다. 소박한 예술이 숨쉬는 공방으로 변모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에브루Ebru 작업실이었다. 터키 전통의 에브루는 마블링 기법의 일종이다. 물이 담긴 네모난 철판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리고 송곳처럼 생긴 도구로 모양을 만든 다음, 종이를 물 위에 덮으면 물감이 묻어난다. 물과 기름과 종이의 상호작용에 전문가의 손길이 보태어지니 어느 틈에 꽃 한 송이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케르반사라이에서 나와 바탈가지Battalgazi 골목을 걸었다. 바탈가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공공 미술의 거리였다. 투박하지만 개성 있는 작품들이 살림집의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었다. 조붓한 골목길과 예스런 집들보다 더 마음 밭에 밟혀드는 것은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스카프로 멋을 낸 여인들은 수줍은 듯 두 뺨에 홍조가 떠올랐으며, 천둥벌거숭이 같은 꼬맹이들은 함께 사진을 찍자며 들까불었다.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비스듬한 오후 햇살에 실려 나붓거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말라티아 시내에서 차로 30~40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레벤트 협곡은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흡사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터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2 다렌데의 소문주바바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신도 3 레벤트 협곡의 동굴 집 4 토흐마 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식당 수크르 쿠르트씨의 동굴 집 내부는 조붓했다. 살림에 필요한 가재도구들이 집주인의 검박한 생활을 말해 주는 듯했다. 오랜 세월 대대의 어른들이 살았던 집은 그 자체로 생활사 박물관이라 이를 만했다. 1,000년을 살아온 동굴 집 케르반사라이와 바탈가지, 그리고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1600년까지 7개 시대 문명의 흔적이 켜켜이 아로새겨진 아슬란테페Aslantepe 유적지를 돌아본 날 저녁식사를 한 장소는 유프라테스Euphrates 강변의 레스토랑이었다. 메인 요리인 송어 구이가 나올 무렵, 태양은 이미 고도를 한참이나 낮춰 거의 마지막 불꽃을 사르고 있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강과 하늘이 불콰해졌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유프라테스 강의 면모는 평범했다. 도드라진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유프라테스는 풍경의 강이 아니라 의미의 강이었다. 말라티아가 간직한 풍경의 절창은 시내에서 차로 30~40분 떨어져 있는 레벤트Levent 협곡이었다. 직각에 가까운 바위 절벽은 아찔했고, 귀부로 다듬은 듯한 바위기둥은 기기묘묘했다. 지금이야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1,400m에 이르지만 6,500만년 전 협곡은 바다였다. 어느 순간 거대한 융기 현상이 일어났고 길고 긴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작용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레벤트 협곡에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28개나 있다. ‘지질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레벤트 협곡의 안쪽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트레킹을 해야 한다. 28km와 48km의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그런데 협곡을 찾았을 때 한쪽에서는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었다. 번지점프대를 필두로 각종 레포츠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을 꼭 이런 식으로 소비해야 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연을 어디에나 있는 인공 시설에 의지해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편의 시설 확충을 검토하게 될 것이고,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늘지 않는다면 시설물은 흉물로 남을 수도 있다. ‘Let it be’는 위대한 자연 앞에서 가장 절절한 문장이다. 레벤트 협곡 일대에는 9,5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자연 동굴은 물론이고 인공 동굴을 만들어 집, 창고, 무덤, 교회 등으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도 동굴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퀴추크퀴르네 마을의 수크르 쿠르트씨가 그 주인공이다. 1949년생인 그는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자식만 19명이다. “조상 대대로 1,000년 이상 동굴에서 살았다”고 전한 쿠르트씨는 현재 말라티아 시내에 거처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동굴은 주로 여름철에 이용하고,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들른다. 동굴 집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1985년의 일이었다. 당시 마을 촌장이었던 쿠르트씨가 말라티아가 고향인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 동굴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이 주효했다. 그전까지는 동굴 내부의 천연 냉장고에 물건을 보관했다. 자신의 동굴 집 내력을 담담하게 밝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갑작스런 이방인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일지 않는 강물처럼 고요해 보였다. 그의 일상도 그의 얼굴만큼이나 평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말라티아와 아드야만 주의 경계에 위치한 넴루트 산. 산 정상의 서쪽 테라스에 안티오코스 1세의 조각상이 있다 2 넴루트 산 유적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기념엽서들 3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에 있는 레벤트 협곡 4 숯불에 구워 먹는 닭고기와 토마토 5 다렌데의 토흐마 강을 따라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 넴루트 산 정상의 주인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의 명을 받들어 조성된 돌무덤과 조각상들이었다. 스스로를 신이라 믿으며 영원불멸을 꿈꿨던 왕의 과대망상은 지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신의 영역을 넘봤던 왕 레벤트 협곡을 떠나 다렌데Darende의 토흐마Tohma 협곡을 방문했다. 래프팅과 트레킹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석회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색깔이 뿌연 강 주변으로 야외 식당과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그들은 숯을 피우고 부채질을 해가며 닭고기와 토마토를 구워냈다. 맛있는 냄새가 계곡을 지배했다. 군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서 있으려니 사람 좋은 인상의 한 사내가 고기 한 점을 맛보라며 권했다. 올해 들어 먹어 본 숯불구이 중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사람들이 대형 고무보트를 실은 차량을 타고 강의 상류로 나아갔다.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노를 손에 쥐었다. 탑승이 완료되자 이내 보트가 출발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직접 래프팅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다시 차를 타고 하류로 내려와 ‘피니시라인’ 부근에서 보트의 귀환을 기다렸다. 나중에 래프팅을 경험한 이들에게 전해 들으니 생각보다 물살이 빨라 흥미진진했다고 한다. 트레킹 코스는 대략 1.3km에 달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절벽을 벽면으로 삼은 야외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협곡의 생김새에 순응하며 조성된 트레일은 신비한 풍경화를 거듭거듭 만나게 해주었다. 바위에 쪼그려 앉은 중년의 사내는 계곡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서 차를 타고 5분가량 이동했다. 40m 높이의 균프나르 폭포를 앞에 두고 미리 주문해 놓은 닭고기 요리를 음미했다. 단단한 바위산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줄기를 바라보자니 자연의 신비가 새삼스러웠다. 말라티아에 작별 인사를 고하기 전, 도심의 재래시장에 잠시 들렀다. 말라티아의 재래시장에는 요즘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에서도 사라져 가거나 이미 사라진 풍경들이 여전히 자리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대장간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쇠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선 사내들이 번갈아 망치질을 해댔다. 땅, 땅, 대장간의 망치 소리가 저잣거리에 울려 퍼졌다. 말라티아에서 가장 맛있다는 케밥 식당도 이곳 시장에 자리했다. 말라티아는 넴루트Nemrut 산 여행을 위한 거점 도시이기도 하다. 말라티아에서 차로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넴루트 산 정상 아래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강풍을 뚫고 해발 2,150m의 정상에 오르니 50m 높이의 돌무덤과 거대한 조각상들이 시야를 막아섰다. 넴루트 산의 유적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에 의해 조성됐다. 신이 되고자 했던 그는 신들과 악수하는 자신의 조각상을 비롯해 대표적인 신들인 아폴론·제우스·헤라클레스 등의 조각상과 사자 및 독수리의 조각상을 세웠다. 자신이 건설한 능과 조각상이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던 안티오코스 1세의 호언장담은 지진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조각상의 머리 부분은 몸통에서 떨어져 내렸고, 조각상이 앉아 있던 의자는 무너져 내렸다. 신의 영역을 넘본 인간의 욕망은 한낱 부질없는 꿈에 불과했다. 1 샨르우르파의 할페티 마을. 대형 댐의 건설로 마을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2 아브라함이 15년간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하란 3 아브라함 탄생 동굴과 메블리드 이 할릴 자미 4 도넛 모양의 빵에 깨를 듬뿍 뿌린 시미트를 머리에 이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 행상들. 터키 사람들이 특히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 샨르우르파 곳곳에서 아브라함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마주쳤다. 그가 태어났다는 동굴을 비롯해 화형을 당하기 직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전설을 품은 연못, 그리고 그를 흠모했던 여인이 투신했다는 연못 등에는 관광객들과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도시에 새겨진 아브라함의 흔적들 넴루트 산에서 내려와 샨르우르파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호텔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었다. 이튿날 본격적인 도시 탐험에 나섰다. 아브라함과 관련된 장소들이 주요 볼거리인 샨르우르파는 말라티아에 비해 종교적인 색채가 훨씬 진했다. 아브라함이 태어나 자랐다는 동굴은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출입문이 각기 달랐다. 내부에는 간단한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여기서 나오는 물을 성수로 여기는 듯했다. 동굴의 안쪽은 유리를 통해서만 들여다보게 돼 있었다. 아브라함 탄생 동굴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직사각형 모양의 ‘성스러운 연못’이 나왔다. 연못에는 이런 전설이 내려온다. 아브라함이 지역에 만연한 우상숭배를 비난하자 격노한 지배자는 그를 화형에 처한다. 불길이 아브라함을 덮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불은 돌연 연못으로 변하고 화형에 쓰인 장작은 물고기로 바뀌었다. 한낮의 연못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었고, 연못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몇몇 사람들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다. 한 아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연못의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신성한 연못의 기운을 받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더위를 식히려는 것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성스러운 연못 남쪽에 또 다른 연못이 자리했다. 님로트 왕의 딸인 젤리하가 평소 연모하던 아브라함이 화형을 당하게 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몸을 던졌다는 곳이다. 공주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구하는 기적을 끝내 보지 못했다.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연못은 아름다웠다. 호수 주변을 푸른 수목이 호위했고, 햇살이 호면에서 자글거렸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연못을 유람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샨르우르파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하란Harran은 아브라함이 15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정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이 아내가 될 라헬을 만나 사랑을 속삭이던 장소인 야곱의 샘도 이곳에 있다. 하란에서는 원추형 지붕의 흙집이 눈에 띄었다. 지붕 모양 때문에 천장의 공간이 넓어져 여름에는 태양열을 분산시키고 겨울에는 온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흙집에는 사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 샨르우르파 일정의 마지막은 외곽의 괴벡리테페Gobeklitepe가 장식했다. 괴벡리테페는 어수선했다. 1963년부터 시작된 발굴 작업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까닭이었다. 육중한 석회암 기둥과 그 위에 돋을새김된 동물들이 앞선 문명의 위엄을 웅변하는 듯했다. 1만2,000년 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을 지탱했던 돌기둥 중 가장 큰 것은 높이가 무려 5.5m에 달한다. 어떠한 도구도 없었던 그 옛날, 수레나 짐을 나르는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떻게 거석을 운반하고 다듬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인간의 머리로 풀어낼 수 없는 역사의 비밀 앞에 돌연 마음이 숙연해졌다. 선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travie info 항공편 터키항공(www.turkisharilines.com)이 매일 인천~이스탄불 구간의 직항 편을 운영한다. 비행시간 약 10시간 50분. 이스탄불에서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까지는 국내선으로 각각 1시간 20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화폐 터키의 화폐단위는 리라. 1리라는 약 640원이다. 날씨 터키는 한반도 면적의 3.5배에 달한다. 각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지만 대체로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우기로 비가 많이 내린다. 샨르우르파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다. 바람이 많이 부는 넴루트 산을 오를 때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이나 얇은 점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쇼핑 말라티아는 살구, 체리 등의 과일이 풍성하다. 말린 살구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샨르우르파는 고추의 집산지다. 대부분의 음식에 고추를 곁들인다. 호텔 말라티아의 숙소 중에는 아네몬 호텔(www.anemonhotels.com)이 깔끔하다. 말라티아 공항에서 20km, 말라티아 시내로부터는 6km 떨어져 있다. 샨르우르파에서는 힐튼 가든 인(hiltongardeninn3.hilton.com)을 추천할 만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라정찬 “개인재산 90% 사회 환원”

    라정찬 “개인재산 90% 사회 환원”

    국내 대표적 줄기세포 연구기업인 알앤엘바이오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라정찬(49) 박사가 개인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라 박사는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소유하고 있는 알앤엘바이오와 계열사 주식 등 개인재산 90%를 10년 내에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계약했다.”고 4일 밝혔다. 라 박사가 내놓기로 한 재산은 알앤엘바이오와 계열사 주식, 주식관련 사채권, 신주인수권 및 기타자산 등이다. 이 재산은 향후 10년 안에 사회복지법인 베데스다생명재단(35%), 의료법인 예성의료법인(35%), 재단법인 한국기독학술원(10%), 학교법인 중앙학원(10%) 등에 각각 증여된다. 라 박사가 내놓기로 한 재산은 현재 시가로 총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회사 측은 집계했다. 라 박사는 “난치병 극복을 위한 줄기세포기술 연구와 희귀 난치질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보조, 저소득층 희귀 난치질환 환자들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비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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