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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그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리뉴얼

    빙그레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끌레도르의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고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고 30일 밝혔다. 주력 제품인 바 제품은 쿠키앤크림바, 베리믹스바, 크림치즈바 등 총 6종으로 리뉴얼했다. 이어 초코브라우니, 쿠앤크, 크림치즈, 레드카펫치즈케이크 콘 4종과 쇼콜라치즈케이크, 레드카펫치즈케이크 미니컵 2종을 선보이면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동물 복지 운운하더니… ‘때리고 찌르고’ 英 농장 염소 학대 파문

    동물 복지 운운하더니… ‘때리고 찌르고’ 英 농장 염소 학대 파문

    영국 유명 염소농장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27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는 테스코와 웨이트로즈, 세인즈버리 등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3곳에 염소 유제품을 납품하는 ‘세인트헬렌스팜’의 실체가 낱낱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우유는 물론 요거트와 치즈,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염소 유제품을 생산하는 세인트헬렌스팜은 동물복지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으로 위장한 동물권단체 ‘서지’(SURGE) 활동가가 확인한 농장의 실체는 많이 달랐다. 서지 측은 요크셔주 소재의 세인트헬렌스팜 염소농장에 잠입한 결과, 염소 학대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고 폭로했다. 주먹질과 발길질은 기본, 꼬챙이로 때리고 찌르는 등 거칠고 잔인한 학대는 농장의 일상이었다. 질질 끌고, 잡아당기고, 죽은 새끼 염소를 살아있는 다른 염소 우리로 집어던지는 등 끔찍한 학대가 반복됐다. 다리가 부러져 제대로 걷지 못하는 염소가 고통에 울부짖는 장면도 몰래카메라에 포착됐다. 약 1시간 분량의 염소학대 동영상이 공개되자, 수의사와 동물권단체는 물론 소비자도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테스코와 세인버리 등 대형 유통업체는 세인트헬린스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테스코 대변인은 “테스코에서 판매되는 모든 브랜드는 높은 동물복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주요 4개 대형유통업체가 가입해 있는 영국소매업컨소시엄(BRC) 측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세인트헬렌스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자체조사에 들어갔다. 업체 측 대변인은 “26일 자사에 염소 우유를 공급하는 8개 농장 중 한 곳에서 동물복지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을 확인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당 농장은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근로자 3명을 해고했다고 전해왔다. 개별 농장의 문제지만, 브랜드 자체적으로 농장의 복지 실태를 점검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자사에 우유를 공급하는 모든 농장의 문제는 아니므로, 전 제품으로의 논란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일단 동물권단체 ‘서지’는 문제의 농장에서 학대에 시달리던 염소 42마리를 보호할 여건을 확보했다. 단체 책임자는 “세인트헬렌스팜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염소제품 업체다. 염소농사에 있어서는 최고로 여겨진다. 하지만 동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젖소우유의 대체제로 떠오른 염소우유가 과연 윤리적 대안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젖소 옆구리에 구멍을 뚫은 사료업체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우유 생산국 프랑스의 야만적 실험에 이어, 영국 염소농장의 학대 실태까지 드러나자 동물권단체를 중심으로 유제품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번지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獨인구 10%인 800만명이 비건채식주의자 위한 레스토랑 많아밀로 만든 고기, 두유로 만든 햄맛과 멋 다 잡은 코스 요리까지 육식파도 고기가 그립지 않더라나는 고기파다. 고기는 안 가리고 다 잘 먹는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엄마가 만들어 주는 떡갈비는 일주일도 넘게 먹을 수 있다. 서울 우래옥에서 먹는 불고기를 평양냉면만큼이나 사랑하고, 아무렇게나 굽는 한우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바싹 익힌 한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런 내가 베지테리언과 사귀게 되다니. 나를 ‘과격한 육식주의자’라고 놀리던 친구는 말했다. “고기 못 먹어서 어떻게 만나. 너 고기 못 먹으면 히스테리 장난 아니잖아. 아무래도 오래 못 가겠는데?” 나도 이 연애가 엄청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잘 지낸다. 아직까진. 베를린에선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비건(채식주의자) 레스토랑도 자주 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먼저 가자고 조를 정도다. 이유는? 맛있어서다.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눈이 동그래질 만큼 맛있다. 남자친구는 치즈와 우유,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인데, 우리는 채식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비건, 즉 유제품과 달걀을 재료로 쓰지 않는 레스토랑에도 자주 간다.단골로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집에서 멀지 않은 베트남 음식점 ‘안 다오’다. 그곳에서 세이탄(Seitan·밀로 만든 식물성 고기)이 들어간 쌀국수와 비건 햄과 두부, 야채들이 들어간 카레우동과 밥을 즐겨 먹는다. 돌솥 같은 그릇에 국물이 자작하게 담긴 ‘카포’는 콩으로 만든 새우와 그린 바나나, 각종 야채, 견과류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이다. 유기농 콩으로 만든 요구르트와 두유로 만든 조림 국물은 우리네 생선조림처럼 혀에 착 붙는다. 밀로 만든 고기는 진짜 고기처럼 쫄깃쫄깃하고 두유로 만든 햄도 굳이 말하지 않으면 일반 햄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맛이다. 베를린에서 즐겨 가는 단골집이 비건 음식점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 일이었다.●베를린 ‘주류문화’가 된 채식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베를린에서 이렇게 채식이나 비건 레스토랑을 자주 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이고 나니 채식의 문턱이 그 어느 도시보다 매우 낮다는 걸 실감한다. 실제로 베를린은 ‘유럽 비건의 수도’로 손꼽힌다. 동물 복지와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소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채식을 일상화하고 있다. 독일 전체 인구 중에는 10% 해당하는 800여만명이 채식 인구다. 그 중심에 베를린이 있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미 ‘주류문화’가 됐다. 진짜 베를리너가 되려면 베지테리언이 돼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당신도 베를린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혹은 그녀가 베지테리언일 확률은 반 이상이라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장담한다. 그렇다면 베를린은 어떻게 채식과 비건의 수도가 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얘기하자면, 베를린에는 채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정말 많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음식점도 많지만 일반 레스토랑도 ‘채식 메뉴’를 잘 갖추고 있다. 육식주의자인 나와 채식주의자인 남자친구가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서로 먹고 싶은 걸 사이 좋게 고르고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베를린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고기가 안 들어간 메뉴를 찾아 멀리 발품을 팔거나 힘들게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동네 음식점 가듯이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비건을 위한 식당 가이드 앱 ‘해피카우’는 이런 ‘비건 프렌들리’ 식당이 베를린에 600여군데 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식당은 200여군데에 달한다.●팔레스타인·이스라엘인 함께 운영하는 ‘카난’ 채식 및 비건 전문 음식점 중에는 지향하는 콘셉트나 의도가 단연 돋보이는 곳이 많다. 그중 한 곳은 채식 전문 식당인 ‘카난’(Kanaan)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의 그 ‘가나안’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건 두 오너 때문이다. 지금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적의 두 사람이 함께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이스라엘인 오즈 벤 데이비드와 팔레스타인인 잘릴 다빗이 음식을 통해 평화와 우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후무스와 팔라펠을 메인 메뉴로 두고 있다. 후무스는 종류만 7가지에 달한다. 우유와 달걀을 이용한 채식 메뉴가 대부분이고 우유 대신 두유로 만든 요구르트 소스의 후무스 버거 등 비건 메뉴도 잘 갖추고 있다. 이곳이 특별한 건 또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난민과 성 소수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 난민과 인종차별, 성차별적 문제를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적극 해결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에 필요한 식재료 공장을 만들어 어려움에 처한 현지인들을 지속적으로 돕는다. 음식도 맛있다. 강황이 들어간 매콤한 버섯 후무스와 팔라펠 플레이트는 둘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 양도 많고 맛있다. ●쓰레기 제로 추구하는 ‘프레아 레스토랑’ 독일에선 명품이나 비싼 옷 입고 티 내는 걸 촌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자들도 잘사는 티를 잘 안 낸다. 베를린 거리에는 그냥 아래위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이다. 내가 베를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채식을 하는 건 매우 고급스럽고 바람직한 습관이라 여긴다. 육류를 먹지 않음으로써 동물들이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사는 걸 막을 수 있고,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며, 자신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채식만큼 쉽고 적합한 것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왜 베지테리언이 됐어?” 남자친구를 만난 첫날 물어봤던 것 같다.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사육하고 고기를 얻는 공장식 육류 산업에 반대하기 때문이야. 내가 쓰는 돈이 그곳으로 가는 게 싫어. 고기를 안 먹은 건 열네 살 때부터인데, 그렇다고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야. 아이들이 먹다 남긴 치킨이나 고기는 일부러 먹기도 해. 버려지려고 죽은 애들이 아니니까.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사냥꾼에게 잡힌 고기도 맛은 봐. 걔네는 행복하게 살다가 간 거잖아.” 먹다 남긴 고기를 가끔 그가 먹을 때, 즐거워서 먹는 게 아니란 건 이미 표정에서 알겠다. 도저히 못 먹겠는 건 그도 남긴다. 하지만 원래 음식을 안 남기고 먹는 스타일이라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구나 그게 고기라면 남이 주문한 음식이라도 버리지 않으려고 대신 먹는다. 나도 가급적이면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다. 베를린의 레스토랑은 음식의 양이 기본적으로 많아서 고기 메뉴를 시키면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그냥 채식 메뉴를 시킬 때도 있다. 남기지 않는 것,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 또한 베를린에서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제로’로 만들자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확산하는 이유다.미테 한복판에 있는 ‘프레아’(FREA)는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식재료는 가까운 산지에서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공급받고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테이블에는 일회용 냅킨 대신 부드러운 면 손수건을 놓는 식이다. 음식은 모두 채식과 비건 메뉴로 돼 있으며 일체의 동물성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헤이즐넛을 이용해 만드는 커피와 쌀로 만든 우유, 직접 만드는 사워도 빵과 파스타 등 더 건강하고 질 좋은 재료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 기본 취지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쓰레기는 레스토랑 내에 설치된 음식물 처리 기계를 통해 퇴비로 만든다.베를린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프레아’에서 머리를 앙증맞게 옆으로 묶은 남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음식을 고른다. 건강식 샐러드와 홈메이드 파스타 혹은 구운 감자가 메인으로 나오는 점심코스는 16유로. 적당한 가격에 폼 내기도 좋아서 서울에서 친구가 오면 당장 데려가고 싶은데, 여행은 언제나 가능해질까. 채식 어렵다고? 베를린 마트 ‘비건 패티’ 즐겨 봐●비건 음식이 파인다이닝을 만났을 때 ‘러키 리크’ 남자친구를 만난 지 1년, 베를린에서 산 지 7개월이 된 기념으로 모처럼 근사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러키 리크’ 레스토랑은 비건 음식을 파인다이닝 콘셉트로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베를린에서 꼭 가 봐야 할 비건 레스토랑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베를린에서 더 많은 비건 음식과 레스토랑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터라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저녁에만 열고 코스요리로만 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긴 버거웠다.2011년에 오픈한 ‘러키 리크’는 두부나 콩을 이용한 단순한 비건 음식이 아니라 실제 소고기처럼 느껴지는 스테이크, 일반 치즈와 전혀 분간이 안 가는 비건 치즈 등을 독창적으로 선보이며 입소문을 탔다. 비트를 구워 만든 스테이크가 어떻게 진짜 스테이크 같은 맛을 내는지 너무 궁금했다.‘러키 리크’의 메뉴는 딱 한 가지. 샐러드, 수프, 두 가지의 메인 음식, 디저트로 구성된 메뉴에서 3코스, 4코스, 5코스로 고를 수 있다. 우리가 간 날 메뉴에는 스테이크가 없었다. 대신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여러 가지 곡물과 야채로 바삭하게 만든 슈니첼이 메인으로 있었다. 아스파라거스 슈니첼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뻔한’ 맛이 났지만, 곡물 슈니첼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진짜 고기를 씹는 것 같았다. 아몬드로 만든 리코타 치즈도 진짜 치즈 같고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우유 없이 만들었다는 걸 알아채기 어려웠다. 소문대로 러키 리크는 비건 음식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2% 부족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하는 ‘채식’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겐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한 설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채식을 즐길 수 있으려면 고기 맛이 ‘별로’ 그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능동적인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고기 굽는 소리나 냄새만 맡아도 침이 고이는 사람들이 신념만 가지고 채식을 하기엔 너무 고행이 따를 테니까. 유럽의 비건 마켓 ‘베간츠’의 창업자인 얀 브레딕도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비건 푸드가 비(非)비건 음식보다 맛있지 않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고기가 그립지 않은 비건 음식, 과연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매번 햄버거를 사 먹는 게 지겨워서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적이 있다. 패티는 슈퍼마켓 ‘레베’에서 샀다. 남자친구는 비건 버거로 유명한 ‘비욘드 버거’ 패티를, 나는 소고기 패티를 샀다. 베지 버거는 가히 패티계의 혁명이라 느껴질 맛이었다. 일반 고기와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식감은 더 부드럽고 가벼웠다. 이 놀라운 맛은 이미 빌 게이츠도 투자할 만큼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 ‘식물성 고기’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일반 고기 패티가 2유로대인데 이 비건 버거는 5유로가 넘는다는 것. 진짜 고기이고 가격까지 저렴한데도 더 비싼 비건 패티를 사 먹고 싶은 건 맛 경쟁력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는. 베를린에 와서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시키고 남기는 반복을 줄였다. 고기를 끊겠다는 생각을 아직 해 본 적은 없지만, 고기를 먹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비건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제 그냥 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한다. 그중 비건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져서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건 패션과 뷰티 아이템, 비건 투어 프로그램 등 라이프 스타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뷰티 제품은 베를린에서 음식만큼 관심이 높은데, 이곳의 흔한 드럭 스토어인 데엠과 로스만에만 가도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뷰티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대형 숍들은 식물성 100%의 자체 비건 브랜드 제품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베를린에서 산 뒤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도 거의 반 이상 줄었다. 전에는 쳐다도 안 보던 비건 음식과 채식에 맛을 들이고 있는 요즘, 나는 조금씩 진짜 베를리너가 돼 가는 기분이 든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비타민D 부족, 코로나19 감염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비타민D 부족, 코로나19 감염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비타민D 부족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레우미트 보건의료 서비스(Leumit Health servcies) 의료관리실장 유진 메르존 박사 연구팀은 비타민D 부족과 코로나19 검사 양성 가능성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보도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782명과 음성 판정을 받은 7025명의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양성 판정을 받을 가능성과 비타민D 부족 사이에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연령,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만성 질환, 정신질환, 신체장애 등 변수가 될만한 다른 요인들을 고려했지만 이러한 연관성에는 변함이 없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내용이 비타민D의 결핍이 코로나19 감염에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타민D는 뼈와 칼슘 대사와 관련된 여러 생리학적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자가면역 질환, 심혈관질환, 당뇨병, 비만,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비골격성(non-skeletal) 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D는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를 통해 체내에서 합성되기 때문에 ‘햇볕 비타민’(sunshine vitamin)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이를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D의 90%가 공급된다. 식품 중에는 기름 많은 생선(연어, 참치, 고등어), 간, 계란 노른자, 치즈 등에 들어 있으며 비타민D가 첨가된 시리얼과 우유 그리고 비타민D 보충제를 통해서도 섭취가 가능하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 생의학학회연합회(FEBS: Federation of European Biochemical Societies) 저널 (FEBS Journal) 최신호에 실렸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매력으로, 배스킨라빈스가 한남동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매력으로, 배스킨라빈스가 한남동에

    SPC 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가 지난 9일 오픈한 첫번째 카페 공간 ‘HIVE 한남(하이브 한남)’이 이색 메뉴와 다양한 아트워크로 채워진 감각적인 공간으로 화제다. ‘벌집(HIVE)’ 콘셉트로 기획된 ‘HIVE 한남’은 바쁜 일상 속에서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편안하고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HIVE 한남’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는 바로 유기농 아이스크림이다. 배스킨라빈스의 인기 플레이버인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민트 초콜릿 칩’, ‘체리쥬빌레’ 등 총 12가지를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 판매한다. ‘HIVE 한남’의 유기농 아이스크림은 유기인증 기준인 제품의 95% 이상을 유기 원료를 사용했다. 더 나아가 아이스크림 밀도를 높이고 유지방을 줄임으로써 진한 풍미와 더욱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커피 셀렉션 존’도 준비했다. 스페셜 원두 3종을 모두 제공해 고객이 취향에 맞게 원두를 골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다크 초콜릿, 견과류의 진한 풍미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HIVE 한남’의 시그니처 원두 ‘하이브 블렌딩’, △풍부한 산미와 기분 좋은 부드러움을 선사하는 ‘에스프레소’, 그리고 △화려한 산미와 기분 좋은 단맛의 ‘에스프레소 디바’를 만나볼 수 있다. 총 5층으로 구성된 ‘HIVE 한남’의 1층에는 직접 제조한 디저트를 판매하는 오픈 키친이 있다. 시그니처 디저트는 △바삭한 콘 속에 모짜렐라 치즈와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넣은 ‘와와콘’이다. 뜨거운 치즈와 차가운 아이스크림의 반전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독특한 메뉴명은 달콤한 맛과 고소한 풍미에 두 번 놀라게 된다는 의미 ‘Wow wow’에서 비롯됐다. △유기농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바삭한 와플 그리고 브라운 치즈의 깊은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브라운 치즈 와플&아이스크림’과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뿌린 벌꿀의 달콤함과 호박의 풍성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펌킨 허니 드랍’ 등 다양한 이색 디저트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HIVE 한남’의 내외부 인테리어도 주목할 만하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아트워크를 통해 층별로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에는 디자인 브랜드 ‘패턴 피플(Pattern People)’이 디자인하고 국내 유명 그래피티 디자이너 범민(BFMIN)이 완성한 이색 대형 벽화로 ‘여럿이 모여 활기 넘치는(Gather and Buzz)’ 콘셉트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매장 내부 곳곳에는 ‘HIVE 한남’만이 추구하는 ‘벌집’ 콘셉트가 담긴 소재들과 글로벌 유명 디자이너 ‘그라다(Grada)’, ‘프란체스카 카폰(Francesca Capone)’ 등과 협업하여 따뜻하고 활기찬 캘리포니아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아트워크를 공간 곳곳에 배치했다.한편, ‘HIVE 한남’에서는 ‘소프 서울(SOAP SEOUL)’과 협업한 음악을 매장에서 즐길 수 있다. 오픈 기념 프로모션으로는 한달간 해피포인트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시그니처 메뉴와 MD 상품 구매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자세한 구매 혜택 및 행사 내용은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국, 디지털세에 맞서 프랑스 핸드백·화장품에 25% ‘관세 폭탄’

    미국, 디지털세에 맞서 프랑스 핸드백·화장품에 25% ‘관세 폭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으로 일부 프랑스산 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미중에 이어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무역 마찰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억 달러(약 1조 5600억원) 규모의 프랑스산 상품에 25%의 징벌적 과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의 화장품과 핸드백, 비누 등 모두 21개 품목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당초 예상됐던 프랑스산 와인과 치즈(카망베르와 로크포르)는 ‘보복의 칼’을 피했다. 이 같은 조치는 관세 인상에 따른 미국 내 생필품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한 조치로 해석된다. USTR은 미국의 ‘IT 공룡’들을 대상으로 한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불공정하게 미국의 디지털 기술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은 다만 프랑스 상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180일 후인 내년 1월6일까지 유예하고 남은 기간 타협점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GAFA) 등 미국 IT 대기업들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간 매출액의 3%를 과세하는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부과 대상은 글로벌 연매출 7억 5000만 유로(약 1조 173억원), 프랑스 내 매출 1500만 유로를 넘는 IT 기업이다.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미국이 24억 달러 규모의 프랑스 제품에 최고 100%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두 나라는 올해 1월 부과를 유예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 과세 원칙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최근 양국 사이의 대화가 교착 상태에 이르면서 서로 날 선 공세를 퍼붓는 등 다시 갈등을 키우는 모습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샴페인 마실 시간이 어딨어? 요트 뒤집힐까 전전긍긍

    샴페인 마실 시간이 어딨어? 요트 뒤집힐까 전전긍긍

    베를린에 살기 시작한 지 7개월이 됐다. 아직 1년도 안 된 새내기 베를리너이지만 베를린의 여름만큼은 어느 정도 익숙하다. 12년 전 베를린에 처음 왔다가 매료돼 열심히 드나든 덕분이다. (지금은 절판된) 내 인생 첫 책의 제목도 ‘다시 베를린’이었다. 책 이름처럼 1~2년에 한 번씩, 어느 해엔 연달아 베를린에 왔다. 잡지 취재로도 오고, 출장으로도 오고, 휴가로도 왔다. 그리고 그 계절은 항상 여름이었다.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자 언제나 돌아오고 싶은 때였다. 올 때마다 베를린의 여름을 탐험하는 강도도 높아졌다. 처음엔 힙한 동네 ‘미테’와 ‘크로이츠베르크’를 어슬렁리며 갤러리와 바, 맛집 등을 탐험했다. 부지런히 동네를 익히고 힙한 곳을 찾아다니는 데만도 시간이 모자랐다. 도시에 익숙해지자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줄었다. 크로이츠베르크의 ‘크’자도 모르던 20년지기 친구가 베를린에 정착해 살기 시작한 후로는 더 느긋한 마음이 생겼다. 그녀는 내 집처럼 자기 집 한켠을 내주며, 여름이 다가오면 물었다. “언제 올 거야?” 그래서 나는 많은 여름을 베를린에서 있었다. 거창한 계획도 없이, 친구 집 거실을 별장 삼아. 더울 땐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들어가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거나 슈프레 강가에 누워 맥주를 마셨다. 베를린에 사는 친구들과 공원에 앉아 슈퍼마켓에서 산 5유로짜리 와인을 하루 종일 마시기도 했다. 게으른 베를리너들의 흔한 여름 피서법이었다. 하지만 공원의 그늘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날이 있다.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는 때다. 오래된 집들은 대부분 에어컨이 없어서 서울 집처럼 시원한 냉기가 없다. 에어컨 없는 카페, 에어컨 없는 지하철. 도시에는 에어컨 없는 것들투성이다. 그래서 여름이 짙어지면 베를리너들은 호수로 간다. ●내륙 도시 베를린… “바다 대신에 호수로” 베를린에는 시내를 관통하는 슈프레강과 서쪽의 하펠강, 그리고 80여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다.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슈프레 강가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호수로 가서 물놀이를 즐긴다. 바다가 없는 베를린에서는 해수욕이 아닌 ‘호수욕’을 즐기는 것이다. 그동안 물놀이라 해 봐야 티어가르텐 안에 있는 카페 암 노이엔 제에서 배를 타거나 슈프레 강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게 전부였는데, 여름마다 오다 보니 점점 새로운 물가를 탐험하게 됐다. 베를린의 여러 호수를 가 봤고, 이제는 시간 날 때마다 세일링도 한다. 가까운 호수 중엔 쿠담비치를 제일 먼저 가봤다. 서쪽의 부자 동네, 쿠담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작은 호수, 하렌제(Halensee) -제(see)는 독일어로 호수를 뜻한다- 앞에 갔다. 호숫가에는 긴 풀장과 선탠할 수 있는 나무 데크, 고운 모래사장과 흰색의 비치의자들이 단정하게 비치돼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운치가 있는데, 쿠담비치는 아마도 베를린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해변 중 하나일 것이다. 맥주보다는 샴페인을 마셔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넘친다. 호수 위에는 카푸치노 그랜드 카페가 자리해 있다. 이곳 역시 지중해풍의 하얀색 의자와 테이블, 흰 소파들이 휴양지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풍경을 즐기기엔 아깝지 않다. 비싼 데 돈을 잘 안 쓰는 베를리너들에겐 조금 사치스러운 분위기이긴 해도, 리조트 같은 여유와 분위기를 바란다면 한번쯤 즐길 만하다.●베를린에서 가장 큰 뮈겔제 호수 쿠담비치 이후엔 베를린 인근의 호수로 반경을 넓혔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정도 가야 하지만 거리가 좀 멀어서 그렇지, 가는 길이 어렵진 않다. 그중 가장 멋졌던 호수는 뮈겔제다. 베를린에서 가장 큰 호수로 동쪽 끝에 있다. 호수의 길이는 4.5㎞, 너비는 2.5㎞에 달한다. 수심이 깊은 곳은 8m에 이른다. 지하철 타고 트램 타고 걸어 걸어 찾아간 뮈겔제에서 우리가 간 곳은 ‘작은 뮈겔제’(Kleiner Mggelsee)였다. 근처에 누드비치(독일 말로는 에프카카(FKK)라고 한다)도 있다는데, 그곳에서 놀 배짱까진 없었다. ‘작은 뮈겔제’는 숲처럼 나무가 가득한 언덕 위에서 호수까지 고운 모래사장이 이어져 있다. 사방은 나무로 막혀 있고 자연적으로 생긴 해변처럼 은밀하고 아름다웠다. 아는 사람이 아니고선 쉽게 못 찾아올 것 같은데, 호수 초보자에게나 그렇지 그곳엔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친구들, 연인, 어린아이를 데려온 가족 단위로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돗자리를 깔고 오후 반나절을 작은 뮈겔제에서 보냈다. 호숫가에 맥주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가게도 있어 부지런히 맥주도 사다 마셨다. 하지만 사람들의 줄이 길어 많이 사 마시진 못했다. 오후 6시가 돼도 해가 쨍쨍했다. 짙은 에메랄드빛의 호수는 차가울 것 같았는데, 아직도 한낮의 온기가 남아 따뜻했다. 해가 나무 너머로 넘어갈 때까지, 그래서 사방이 그늘에 잠길 때까지 우리는 이 작은 뮈겔제에 오래오래 누워 있었다.●유난히 물 맑은 크루메랑케 작년 여름에는 나름 고르고 골라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크루메랑케(Krumme Lanke)로 갔다. 지난여름에 유난히 많이 들은 호수 이름이었다. 물이 제일 깨끗하다, 젊은 현지 애들이 많이 간다는 평이었다. 베를린 동쪽에서는 뮈겔제, 베를린 서남쪽에서는 반제 호수와 크루메랑케가 유명하다. 그래서 30도가 넘어간 어느 금요일 낮, 크루메랑케 피크닉 팀을 급 결성했다. 멤버는 셋. 중간 역에서 만나 장도 봤다. 화이트 와인을 세 병 사고(각 일 병씩 마실 것이므로) 과일, 샐러드, 살라미, 치즈 등을 주렁주렁 사 들고 갔다. 가는 길에 제대로 된 FKK(누드비치)도 봤다. 잘 정돈된 호숫가 비치베드에 사람들이 몽땅 옷을 벗고 누워 있었다. 그들을 가로질러 갈 뻔한 걸 일부러 돌아돌아 먼 길로 갔다. 호숫가엔 한여름 해수욕장처럼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오후 1시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지 3시가 넘어가니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돗자리 두 개를 붙이고 얼음까지 챙겨 칠링된 화이트 와인과 음식을 오후 내내 먹었다. 하지만 크루메랑케에서 먹은 최고의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크나가 준비해 온 비빔밥이었다. 아침 내내 나물을 볶았다는 그녀는 북한산 비박하는 것 같은 큰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그 안에는 각종 나물과 밥, 달걀프라이는 물론 한꺼번에 넣고 비빌 수 있는 큰 ‘스뎅’ 그릇도 두 개나 들어 있었다. 다들 물놀이하러 왔는데 우린 먹으러 온 사람들처럼 둘러앉아 밥을 비볐다. 경치 좋은 크루메랑케 호숫가에서 참기름 두르고 고추장 두르고 쓱쓱 비벼 먹은 크루메랑케의 비빔밥은 정말이지 내 인생 최고의 비빔밥이었다. 부른 배로 내내 누워 있다가 해가 쨍쨍한 모래사장으로 가서 선탠도 하다가, 타 죽을 것 같으면 호수로 뛰어들었다. 물도 엄청 시원했다. 짙은 물빛은 그 속을 알 수 없게 깊었다. 베를린 호숫가에서 유일한 단점이라면 근처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입장료를 받는 슈트란트바드(Strandbad)가 아닌 이상 화장실이 거의 없다. 그래서 호수 주변 숲속은 온통 휴지 천지다. 오줌 누고 싶은 곳이 다 비슷한 건지, 숲속에 유난히 휴지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처음엔 누가 볼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급하게 볼일을 보지만 이것도 하다 보면 요령이라고 이제는 숲에서도 싸고, 물에 들어가서도 싼다. 사이 좋게 숲으로 들어가 갈라지며 후배가 말했다. “선배, 베를린에서 살다 보면 방광이 튼튼해져요. 아무 데나 화장실이 있는 게 아니고 공중 화장실이 있어도 50센트(750원)씩 돈을 내야 하니까 확실히 화장실을 덜 가게 돼. 나도 모르게 튼튼한 방광을 갖게 된다니까요.”●와인 마시며 요트 탈 줄 알았는데… 작년 여름 베를린에 왔을 땐 뭔가 삶의 또 한 챕터를 끝낸 기분이었다. 다니던 F&B회사의 홍보 일을 그만뒀고, 글은 거의 쓰지 않는 날들이었다. 나는 조금씩 시들어서 벽에 고정된 ‘드라이 플라워’ 같은 마음이 있었다. 베를린으로 여행을 오면서 생각했었다. 서울로 돌아갈 땐 내가 사랑하는 여름의 태양처럼 다시 뜨거워진 마음으로 가고 싶다고. 그리고 베를린에서의 두 달. 특별한 누군가를 원했지만 기대하지 않았고(늘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누군가를 진짜로 만나게 될지도 몰랐던 여름을 보내게 됐다. 큰 기대 없이 시작했던 일이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일이 됐고, 나는 막연히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베를린에서 곧 사랑하는 사람과 살게 됐다. 올해의 여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와 함께 자주, 테겔 호수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테겔 호수는 뮈겔제에 이어 베를린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한 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U6 알트 테겔 역에서 내리면 된다. 여기만 와도 분위기는 완전 다르게 느껴진다. 한적한 독일의 교외 동네로 놀러 온 느낌이랄까. 나이 든 노인들이 광장의 노천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해를 쬐고 있다. 6페니라는 이름의 젝사브루케 다리를 건너고 작은 오솔길을 15분 정도 걸어가면 남자친구의 요트가 있는 선착장이 나온다. 요트는 자그마하다. 네 명이 타면 적당한 크기다. 세일링을 좋아하는 그를 따라 작년에도 올해도 여러 번 이곳에 왔다. 처음에 세일링은 폼 나는 건 줄 알았다. 배에서 샴페인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노닥노닥하다 오는 건 줄 알았다. 해외 출장 때, 큰 요트에서 몇 번 그렇게 한 적도 있어서 다 비슷한 줄 알았다. 하지만 모터를 끄고 바람으로만 가는 세일링은 전혀 다르다. 항상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바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돛의 위치도 바로바로 바꿔야 하는데, 이를 놓치면 배가 갑자기 한쪽으로 크게 기울 수도 있고 뒤집어질 수도 있다. ●바람의 변덕을 다스리는 세일링 “테겔 호수는 바람이 꽤 변덕스러운 편이야. 그래서 뮈리츠 호수보다 세일링하기가 더 까다로워.” 나는 바람이 소리도 없이 방향을 바꿀 때마다 남자친구의 지시에 따라 갑자기 키도 잡고, 운전도 하고, 줄도 당기고 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갑자기 좌우로 돌아가는 돛의 아랫대에 머리를 맞는 것. 갑자기 획 돌아가는 대에 머리를 맞으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물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게 제일 위험하다. 싸 가지고 간 샌드위치는 입에도 못 댔다. 물만 벌컥벌컥 마실 뿐. 상황이 이런데 샴페인은 무슨! 한번은 배가 거의 물에 닿을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이러다 물에 빠지는 거 아냐? 나 빠지면 구하러 올 거지?” 양손으로 배 난간을 잡고 다리를 십일 자로 쫙 뻗어서 배가 기우는 쪽으로 안 가게 중심을 잡으며 내가 물었다. “음, 아니. 난 배에서 내릴 수가 없어. 나까지 배에서 내리면 배가 뒤집어져.” “뭐라고??? 그럼 난 어떻게 살아나와?” “네가 빠진 데로 내가 바로 배를 댈 거니까 넌 배를 잡고 올라오면 돼. 그때까진 물에 떠 있어야지. 수영할 수 있다며. 수영 못 하면 항상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야 하고.” 그때 깨달았다. 요트는 절대 둘만 타면 안 되겠다는 걸, 꼭 수영 잘하는 한 명을 더 데리고 타야겠다고 말이다. 나는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예전에 발이 안 닿는 3m 깊이의 방콕 수영장에서 한번 빠져 죽을 뻔한 이후로 발이 안 닿는 데에선 수영을 오래 못 한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다. 열 살 때부터 세일링을 배운 남자친구는 꼼꼼하고 섬세한 스타일이라 요트를 잘 몰았다. 오늘따라 변덕스러운 바람이 분다고 했지만, 나도 이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테겔 호수가 하펠강과 만나는 지점까지 주욱 내려갔다가 다시 선착장이 있는 북쪽으로 유유히 올라왔다. 갈 때는 엄청 멀게 느껴졌지만, 바람을 잘 타고 달리면 돌아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바람이 뒤에서 부드럽게 불어와 양 돛을 버터플라이 형태로 펼치고 나아갈 때는 세일링의 맛을 좀 알 것 같았다. 사방엔 세일링 요트가 점점이 떠 있고 호수 주변을 둘러싼 작은 집과 섬, 나무들이 정겹게 지나갔다. 호수 위는 30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원하고 조용하다. 원한다면 닻을 내려서 배를 고정시키고 수영을 하고 놀 수도 있다. 파란 하늘 밑에 더 새파란 호수가 있고, 배 위에서는 가만히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도시 안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자연의 풍광이 테겔 호수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해수욕 뺨치는 ‘호수욕’… 인근 누드비치는 언감생심

    해수욕 뺨치는 ‘호수욕’… 인근 누드비치는 언감생심

    베를린에 살기 시작한 지 7개월이 됐다. 아직 1년도 안 된 새내기 베를리너이지만 베를린의 여름만큼은 어느 정도 익숙하다. 12년 전 베를린에 처음 왔다가 매료돼 열심히 드나든 덕분이다. (지금은 절판된) 내 인생 첫 책의 제목도 ‘다시 베를린’이었다. 책 이름처럼 1~2년에 한 번씩, 어느 해엔 연달아 베를린에 왔다. 잡지 취재로도 오고, 출장으로도 오고, 휴가로도 왔다. 그리고 그 계절은 항상 여름이었다.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자 언제나 돌아오고 싶은 때였다. 올 때마다 베를린의 여름을 탐험하는 강도도 높아졌다. 처음엔 힙한 동네 ‘미테’와 ‘크로이츠베르크’를 어슬렁리며 갤러리와 바, 맛집 등을 탐험했다. 부지런히 동네를 익히고 힙한 곳을 찾아다니는 데만도 시간이 모자랐다. 도시에 익숙해지자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줄었다. 크로이츠베르크의 ‘크’자도 모르던 20년지기 친구가 베를린에 정착해 살기 시작한 후로는 더 느긋한 마음이 생겼다. 그녀는 내 집처럼 자기 집 한켠을 내주며, 여름이 다가오면 물었다. “언제 올 거야?” 그래서 나는 많은 여름을 베를린에서 있었다. 거창한 계획도 없이, 친구 집 거실을 별장 삼아. 더울 땐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들어가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거나 슈프레 강가에 누워 맥주를 마셨다. 베를린에 사는 친구들과 공원에 앉아 슈퍼마켓에서 산 5유로짜리 와인을 하루 종일 마시기도 했다. 게으른 베를리너들의 흔한 여름 피서법이었다. 하지만 공원의 그늘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날이 있다.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는 때다. 오래된 집들은 대부분 에어컨이 없어서 서울 집처럼 시원한 냉기가 없다. 에어컨 없는 카페, 에어컨 없는 지하철. 도시에는 에어컨 없는 것들투성이다. 그래서 여름이 짙어지면 베를리너들은 호수로 간다. ●내륙 도시 베를린… “바다 대신에 호수로” 베를린에는 시내를 관통하는 슈프레강과 서쪽의 하펠강, 그리고 80여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다.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슈프레 강가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호수로 가서 물놀이를 즐긴다. 바다가 없는 베를린에서는 해수욕이 아닌 ‘호수욕’을 즐기는 것이다. 그동안 물놀이라 해 봐야 티어가르텐 안에 있는 카페 암 노이엔 제에서 배를 타거나 슈프레 강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게 전부였는데, 여름마다 오다 보니 점점 새로운 물가를 탐험하게 됐다. 베를린의 여러 호수를 가 봤고, 이제는 시간 날 때마다 세일링도 한다. 가까운 호수 중엔 쿠담비치를 제일 먼저 가봤다. 서쪽의 부자 동네, 쿠담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작은 호수, 하렌제(Halensee) -제(see)는 독일어로 호수를 뜻한다- 앞에 갔다. 호숫가에는 긴 풀장과 선탠할 수 있는 나무 데크, 고운 모래사장과 흰색의 비치의자들이 단정하게 비치돼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운치가 있는데, 쿠담비치는 아마도 베를린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해변 중 하나일 것이다. 맥주보다는 샴페인을 마셔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넘친다. 호수 위에는 카푸치노 그랜드 카페가 자리해 있다. 이곳 역시 지중해풍의 하얀색 의자와 테이블, 흰 소파들이 휴양지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풍경을 즐기기엔 아깝지 않다. 비싼 데 돈을 잘 안 쓰는 베를리너들에겐 조금 사치스러운 분위기이긴 해도, 리조트 같은 여유와 분위기를 바란다면 한번쯤 즐길 만하다.●베를린에서 가장 큰 뮈겔제 호수 쿠담비치 이후엔 베를린 인근의 호수로 반경을 넓혔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정도 가야 하지만 거리가 좀 멀어서 그렇지, 가는 길이 어렵진 않다. 그중 가장 멋졌던 호수는 뮈겔제다. 베를린에서 가장 큰 호수로 동쪽 끝에 있다. 호수의 길이는 4.5㎞, 너비는 2.5㎞에 달한다. 수심이 깊은 곳은 8m에 이른다. 지하철 타고 트램 타고 걸어 걸어 찾아간 뮈겔제에서 우리가 간 곳은 ‘작은 뮈겔제’(Kleiner Mggelsee)였다. 근처에 누드비치(독일 말로는 에프카카(FKK)라고 한다)도 있다는데, 그곳에서 놀 배짱까진 없었다. ‘작은 뮈겔제’는 숲처럼 나무가 가득한 언덕 위에서 호수까지 고운 모래사장이 이어져 있다. 사방은 나무로 막혀 있고 자연적으로 생긴 해변처럼 은밀하고 아름다웠다. 아는 사람이 아니고선 쉽게 못 찾아올 것 같은데, 호수 초보자에게나 그렇지 그곳엔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친구들, 연인, 어린아이를 데려온 가족 단위로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돗자리를 깔고 오후 반나절을 작은 뮈겔제에서 보냈다. 호숫가에 맥주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가게도 있어 부지런히 맥주도 사다 마셨다. 하지만 사람들의 줄이 길어 많이 사 마시진 못했다. 오후 6시가 돼도 해가 쨍쨍했다. 짙은 에메랄드빛의 호수는 차가울 것 같았는데, 아직도 한낮의 온기가 남아 따뜻했다. 해가 나무 너머로 넘어갈 때까지, 그래서 사방이 그늘에 잠길 때까지 우리는 이 작은 뮈겔제에 오래오래 누워 있었다.●유난히 물 맑은 크루메랑케 작년 여름에는 나름 고르고 골라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크루메랑케(Krumme Lanke)로 갔다. 지난여름에 유난히 많이 들은 호수 이름이었다. 물이 제일 깨끗하다, 젊은 현지 애들이 많이 간다는 평이었다. 베를린 동쪽에서는 뮈겔제, 베를린 서남쪽에서는 반제 호수와 크루메랑케가 유명하다. 그래서 30도가 넘어간 어느 금요일 낮, 크루메랑케 피크닉 팀을 급 결성했다. 멤버는 셋. 중간 역에서 만나 장도 봤다. 화이트 와인을 세 병 사고(각 일 병씩 마실 것이므로) 과일, 샐러드, 살라미, 치즈 등을 주렁주렁 사 들고 갔다. 가는 길에 제대로 된 FKK(누드비치)도 봤다. 잘 정돈된 호숫가 비치베드에 사람들이 몽땅 옷을 벗고 누워 있었다. 그들을 가로질러 갈 뻔한 걸 일부러 돌아돌아 먼 길로 갔다. 호숫가엔 한여름 해수욕장처럼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오후 1시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지 3시가 넘어가니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돗자리 두 개를 붙이고 얼음까지 챙겨 칠링된 화이트 와인과 음식을 오후 내내 먹었다. 하지만 크루메랑케에서 먹은 최고의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크나가 준비해 온 비빔밥이었다. 아침 내내 나물을 볶았다는 그녀는 북한산 비박하는 것 같은 큰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그 안에는 각종 나물과 밥, 달걀프라이는 물론 한꺼번에 넣고 비빌 수 있는 큰 ‘스뎅’ 그릇도 두 개나 들어 있었다. 다들 물놀이하러 왔는데 우린 먹으러 온 사람들처럼 둘러앉아 밥을 비볐다. 경치 좋은 크루메랑케 호숫가에서 참기름 두르고 고추장 두르고 쓱쓱 비벼 먹은 크루메랑케의 비빔밥은 정말이지 내 인생 최고의 비빔밥이었다. 부른 배로 내내 누워 있다가 해가 쨍쨍한 모래사장으로 가서 선탠도 하다가, 타 죽을 것 같으면 호수로 뛰어들었다. 물도 엄청 시원했다. 짙은 물빛은 그 속을 알 수 없게 깊었다. 베를린 호숫가에서 유일한 단점이라면 근처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입장료를 받는 슈트란트바드(Strandbad)가 아닌 이상 화장실이 거의 없다. 그래서 호수 주변 숲속은 온통 휴지 천지다. 오줌 누고 싶은 곳이 다 비슷한 건지, 숲속에 유난히 휴지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처음엔 누가 볼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급하게 볼일을 보지만 이것도 하다 보면 요령이라고 이제는 숲에서도 싸고, 물에 들어가서도 싼다. 사이 좋게 숲으로 들어가 갈라지며 후배가 말했다. “선배, 베를린에서 살다 보면 방광이 튼튼해져요. 아무 데나 화장실이 있는 게 아니고 공중 화장실이 있어도 50센트(750원)씩 돈을 내야 하니까 확실히 화장실을 덜 가게 돼. 나도 모르게 튼튼한 방광을 갖게 된다니까요.”●와인 마시며 요트 탈 줄 알았는데… 작년 여름 베를린에 왔을 땐 뭔가 삶의 또 한 챕터를 끝낸 기분이었다. 다니던 F&B회사의 홍보 일을 그만뒀고, 글은 거의 쓰지 않는 날들이었다. 나는 조금씩 시들어서 벽에 고정된 ‘드라이 플라워’ 같은 마음이 있었다. 베를린으로 여행을 오면서 생각했었다. 서울로 돌아갈 땐 내가 사랑하는 여름의 태양처럼 다시 뜨거워진 마음으로 가고 싶다고. 그리고 베를린에서의 두 달. 특별한 누군가를 원했지만 기대하지 않았고(늘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누군가를 진짜로 만나게 될지도 몰랐던 여름을 보내게 됐다. 큰 기대 없이 시작했던 일이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일이 됐고, 나는 막연히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베를린에서 곧 사랑하는 사람과 살게 됐다. 올해의 여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와 함께 자주, 테겔 호수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테겔 호수는 뮈겔제에 이어 베를린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한 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U6 알트 테겔 역에서 내리면 된다. 여기만 와도 분위기는 완전 다르게 느껴진다. 한적한 독일의 교외 동네로 놀러 온 느낌이랄까. 나이 든 노인들이 광장의 노천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해를 쬐고 있다. 6페니라는 이름의 젝사브루케 다리를 건너고 작은 오솔길을 15분 정도 걸어가면 남자친구의 요트가 있는 선착장이 나온다. 요트는 자그마하다. 네 명이 타면 적당한 크기다. 세일링을 좋아하는 그를 따라 작년에도 올해도 여러 번 이곳에 왔다. 처음에 세일링은 폼 나는 건 줄 알았다. 배에서 샴페인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노닥노닥하다 오는 건 줄 알았다. 해외 출장 때, 큰 요트에서 몇 번 그렇게 한 적도 있어서 다 비슷한 줄 알았다. 하지만 모터를 끄고 바람으로만 가는 세일링은 전혀 다르다. 항상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바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돛의 위치도 바로바로 바꿔야 하는데, 이를 놓치면 배가 갑자기 한쪽으로 크게 기울 수도 있고 뒤집어질 수도 있다. ●바람의 변덕을 다스리는 세일링 “테겔 호수는 바람이 꽤 변덕스러운 편이야. 그래서 뮈리츠 호수보다 세일링하기가 더 까다로워.” 나는 바람이 소리도 없이 방향을 바꿀 때마다 남자친구의 지시에 따라 갑자기 키도 잡고, 운전도 하고, 줄도 당기고 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갑자기 좌우로 돌아가는 돛의 아랫대에 머리를 맞는 것. 갑자기 획 돌아가는 대에 머리를 맞으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물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게 제일 위험하다. 싸 가지고 간 샌드위치는 입에도 못 댔다. 물만 벌컥벌컥 마실 뿐. 상황이 이런데 샴페인은 무슨! 한번은 배가 거의 물에 닿을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이러다 물에 빠지는 거 아냐? 나 빠지면 구하러 올 거지?” 양손으로 배 난간을 잡고 다리를 십일 자로 쫙 뻗어서 배가 기우는 쪽으로 안 가게 중심을 잡으며 내가 물었다. “음, 아니. 난 배에서 내릴 수가 없어. 나까지 배에서 내리면 배가 뒤집어져.” “뭐라고??? 그럼 난 어떻게 살아나와?” “네가 빠진 데로 내가 바로 배를 댈 거니까 넌 배를 잡고 올라오면 돼. 그때까진 물에 떠 있어야지. 수영할 수 있다며. 수영 못 하면 항상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야 하고.” 그때 깨달았다. 요트는 절대 둘만 타면 안 되겠다는 걸, 꼭 수영 잘하는 한 명을 더 데리고 타야겠다고 말이다. 나는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예전에 발이 안 닿는 3m 깊이의 방콕 수영장에서 한번 빠져 죽을 뻔한 이후로 발이 안 닿는 데에선 수영을 오래 못 한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다. 열 살 때부터 세일링을 배운 남자친구는 꼼꼼하고 섬세한 스타일이라 요트를 잘 몰았다. 오늘따라 변덕스러운 바람이 분다고 했지만, 나도 이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테겔 호수가 하펠강과 만나는 지점까지 주욱 내려갔다가 다시 선착장이 있는 북쪽으로 유유히 올라왔다. 갈 때는 엄청 멀게 느껴졌지만, 바람을 잘 타고 달리면 돌아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바람이 뒤에서 부드럽게 불어와 양 돛을 버터플라이 형태로 펼치고 나아갈 때는 세일링의 맛을 좀 알 것 같았다. 사방엔 세일링 요트가 점점이 떠 있고 호수 주변을 둘러싼 작은 집과 섬, 나무들이 정겹게 지나갔다. 호수 위는 30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원하고 조용하다. 원한다면 닻을 내려서 배를 고정시키고 수영을 하고 놀 수도 있다. 파란 하늘 밑에 더 새파란 호수가 있고, 배 위에서는 가만히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도시 안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자연의 풍광이 테겔 호수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플라스틱에 머리 끼인 채 호수에 빠진 곰 구조 (영상)

    플라스틱에 머리 끼인 채 호수에 빠진 곰 구조 (영상)

    미국인 한 가족이 낚시를 하다가 머리에 플라스틱 용기가 머리에 끼인 채로 물에 빠진 새끼 곰을 구출해 화제다. 용기속으로는 물이 조금씩 차기 시작해 하마터면 숨을 쉬지 못해 물속에 빠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미국 CNN 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이 아기곰 구출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블루머에 위치한 마쉬 밀러 호수에서 발생했다. 브라이언 허트와 그의 아내 트리시아, 아들 브래디등 이들 한가족은 마침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는 중이었다. 그때 플라스틱 용기가 머리에 끼인 한 동물이 호수에서 힘겹게 수영을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트리시아는 "처음에는 개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들이 개라고 생각했던 동물은 사실 새끼 곰이었다. 새끼 곰의 머리가 끼워진 용기안에는 이미 물이 차기 시작하고 용기 입구가 목에 꽉 조여져 숨을 쉬기 조차 힘들어 보였다. 브라이언은 보트를 새끼 곰 가까이 대고 용기를 빼려 했으나 플라스틱 용기가 물에 미끈거려 잘 잡히지 않았다. 두 번째로 보트를 다시 돌려 조심스럽게 새끼 곰 뒤쪽으로부터 접근했다. 아내가 보트를 조심스럽게 곰 가까이 접근시켰고 브라이언이 재빨리 플라스틱 용기를 잡았다. 다행이 이번에는 용기가 곰의 머리에서 쑥 빠져 나왔다. 용기가 빠진 곰은 이제 자유롭게 숨을 쉬며 호숫가를 향해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가족은 곰이 안전하게 호숫가에 도착해 숲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는 돌아왔다. 지역 주민들에 의하면 사실 이 새끼 곰은 지난 수일동안 호수 주변에서 발견되어 주민들이 구조대에 신고를 하고 했으나 숲이 우거진 이 지역의 특성상 제시간에 곰을 발견하지 못해 구조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곰 머리에 씌어진 플라스틱 용기는 치즈볼 플라스틱 용기였다. 브라이언은 "당신이 위스콘신에 산다면 이 치즈볼을 잘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곰을 구조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며 "당시 용기 안에 이미 물이 어느 정도 들어차 있고 용기 입구도 목에 꽉 조여져 산소부족으로 기운이 빠지고 익사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태 해외통신원 tvbodaga@gmail.com
  • 한예슬이 감탄한 ‘미미미 가든’ 티라미수 라떼에 누리꾼 관심 ‘UP’

    한예슬이 감탄한 ‘미미미 가든’ 티라미수 라떼에 누리꾼 관심 ‘UP’

    유튜브 채널 ‘한예슬 is’에서 뷰티부터 패션, 요리, 카운셀링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72만 명 이상의 구독자와 활발하게 소통하는 배우 한예슬이 지난 29일, 진솔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담은 브이로그 콘텐츠를 공개했다. ‘예슬이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영상에서 한예슬은 헤어 스타일링 담당이었던 ‘효빈’이 새로 오픈한 샵에 일반 고객인 것처럼 예약한 후 서프라이즈로 방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축하를 건넨 후, 헤어 스타일링까지 받은 후에는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청담의 핫플레이스인 ‘미미미 가든’으로 향했다.미미미 가든은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까지 카페와 프라이빗 공간, 이탈리아 컨템포러리 퀴진까지 공간 별로 꾸며진 패뷸러스 아트테인먼트로, 이탈리아 최상급 원두와 시그니처 칵테일, 이탈리안 컨템포러리 퀴진,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청담동 핫플레이스로 알려져 있다. 한예슬은 카페 미미미를 “한 건물에 카페, 바, 레스토랑이 다 있는 새로운 핫플레이스”라고 소개하면서 유니크한 분위기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주문한 메뉴를 맛볼 때에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특히 치즈와 폼이 들어간 ‘티라미수 라떼’를 한 모금 맛본 후에는 “진짜 맛있다”라며 호평했다. 트러플 페이스트, 트러플 오일, 트러플 소금, 시치미 파우더로 만든 ‘트리플 트러플 쿠키’와 올리브오일, 블랙올리브, 해수소금을 담은 ‘블랙 올리브 쿠키’는 딱딱하지 않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고 말하며, 남은 쿠키를 집에 포장해 가는 알뜰한 면모도 보여줬다. 미미미 가든에서 이탈리아 정통 방식으로 직접 만들어 에스프레소와 마스카포네의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티라미수를 맛볼 때에는 “가루가 많아 사레 들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평소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미미미 가든에서 시간을 보낸 한예슬은 패션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브이로그 영상을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피오 내세운 광고 선보여…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

    피오 내세운 광고 선보여…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

    ㈜오뚜기는 1981년 국내 첫 즉석요리인 ‘3분카레’로 HMR(가정간편식) 시장의 문을 열었다. 최근 냉동피자, 크로크무슈, 브리또, 핫도그 등의 냉동 신제품을 선보이며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피오를 내세운 ‘오뚜기 치즈듬뿍, 피슈또핫’ TV 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오뚜기 피자’는 전자레인지나 오븐뿐만 아니라 프라이팬으로도 조리할 수 있다. 특히 2~3인이 먹기에 적당한 크기로 혼밥족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오뚜기 크로크무슈’는 식빵에 소스를 바르고 햄·치즈를 올린 뒤 오븐에 구워 만드는 프랑스식 샌드위치다. ‘리얼 멕시칸 브리또’는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브리또를 즐길 수 있게 구성했다. 쫄깃하고 담백한 얇은 밀 또띠아에 치즈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오뚜기 바삭한 핫도그’는 인공 향을 쓰지 않고 국산 참나무로 훈연했다. 모차렐라 치즈, 떡, 소시지의 3단으로 이뤄졌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멀리 타국에서…유엔군 포로는 ‘죽음의 행진’을 견뎠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멀리 타국에서…유엔군 포로는 ‘죽음의 행진’을 견뎠다

    유엔군, 2~4주씩 걸어 포로수용소 이송배고픔에 ‘죽음의 행진’…부상병 들것 금지눈알 부스러질 정도 부패한 생선 제공 받아폭격 피하려 지붕 말린 채소로 ‘POW’ 표기질병 고통·죽음의 위기 이겨내 결국 승리유엔군. 70년 전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터키 등 21개국 소속 34만명이 낯선 나라 한국의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그들 중 무려 5만 7933명이 전쟁 기간 중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편으로, 유엔군과 관련해 우리가 잘 모르는 역사도 있습니다. 유엔군 포로. 북한군은 유엔군 포로와 관련해 문서를 많이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인원 집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기록으로는 5773명의 유엔군 포로가 송환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그 외 다수가 식량 부족과 질병, 학살에 의해 희생됐습니다. 28일 육군군사연구소의 ‘한국전쟁기 공산군의 유엔군 포로 관리와 성격’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11월 중공군 개입 이후 전선이 38선 일대로 고착화되면서 유엔군 포로 다수가 평양, 평안북도 등의 북한 후방으로 이송됐습니다. 당시 북한의 도로와 철도 대부분이 파괴됐고 유엔군이 제공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포로들은 2~4주 가량 산과 강을 건너는 험난한 여정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바탄 죽음의 행진’ 능가하는 고통 경험” 유엔군 포로들은 이를 ‘죽음의 행진’으로 불렀습니다. 1942년 태평양 전쟁 당시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항복한 미군과 필리핀군 7만 6000여명 중 1만명 가량이 사망한 ‘바탄 죽음의 행진’에 빗대 만든 말입니다. 그런데 미 육군은 6·25 전쟁 당시 유엔군 ‘죽음의 행진’에 대해 “‘바탄 죽음의 행진’을 능가한다”고 공식 기록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갈증과 배고픔 때문이었습니다. 북한군은 행군 과정에 포로들에게 따로 ‘식수’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물을 마시려면 눈치껏 논밭에 고인 물이나 눈을 먹어야 했습니다. 식사는 하루 2번 아침과 저녁에 옥수수와 콩, 잡곡, 감자 등으로 해결했습니다. 포로들은 식기가 없어 옷이나 모자에 음식을 담아 먹었습니다. 설익고 낯선 음식에 위생 문제까지 겹쳐 수시로 이질, 장염, 폐렴 등의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적개심이 강했던 북한군은 ‘부상병 들것 이동’을 금지시켰습니다. 낙오하면 구타당하거나 사살됐기 때문에 유엔군 포로들은 눈물을 머금고 끊임없이 걸어야 했습니다.호송하는 북한군은 마을을 지날 때면 밤이라도 주민들을 깨워 “저 따위 미국놈들을 동정해선 안 된다”고 조리돌림을 했습니다. 주민들은 포로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었고, 그들은 죽음의 행군을 하다가도 전방으로 이동 중인 중공군에겐 억지로 박수를 보내야 했습니다. 임시 포로수용소는 주로 집과 헛간, 학교, 절, 굴, 방공호, 탄광 숙소 등이었습니다. 포로들은 악명 높았던 이곳을 ‘죽음의 계곡’, ‘콩밥 수용소’, ‘수프 수용소’로 불렀습니다. 1951년부터 휴전 때까지는 14개의 ‘영구 포로수용소’가 설치됐습니다. 유엔군은 주로 제1~5포로수용소에 있었고 중공군 관리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유엔군 포로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수용소에 가면 우유, 꿀, 빵, 치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음식은 콩, 옥수수, 수수 등 잡곡으로 만든 테니스공만한 크기의 주먹밥과 상한 생선 대가리를 삶은 국물이 전부였습니다. ●‘상한 생선대가리’가 전부…굶주린 포로들 북한군과 중공군은 1주일에 2회 대가리와 꼬리를 잘라낸 생선을 보급받았습니다. 유엔군 포로들에게는 눈알과 아가미가 부스러질 정도로 ‘부패한 생선 대가리’ 국물이 전부였습니다.미 24사단의 윌리엄 중위는 “1951년 초 중국에서 생선 박스가 왔지만 안에는 생선보다 구더기가 더 많았다. 포로들은 배가 고팠지만 생선을 버려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화가 난 중공군은 생선을 국으로 만들어 먹게 했는데, 포로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중공군이 지켜보지 않을 때 국을 몰래 버렸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군은 삐라(전단)에 ‘음식이 그리 좋진 않지만 전투 현장에 있는 것보단 낫다’고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이 2500㎉인데 이런 음식은 열량이 고작 최대 1600㎉ 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또 비타민과 무기질 부족으로 결핵, 이질 등이 나돌아 죽음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포로 심문 과정엔 상황이 달랐습니다. 심문소에선 개고깃국, 쌀밥, 계란, 코코아 등과 담배를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심문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다시 수용소 음식으로 바꿔 지급했기 때문에 고통은 계속됐습니다. 정전협정 논의 과정에도 포로를 최대한 많이 살려두기 위해 고깃국과 두부, 달걀, 설탕, 미역, 마늘, 소금 등의 음식을 주고 ‘포도당 주사’를 놔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전협정이 지지부진해지자 다시 음식은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수용소는 설사병 환자에게 “조금만 먹으면 설사를 덜 할 것”이라며 식사량을 줄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유엔군 포로들은 민간요법으로 구운 개뼛가루, 비누를 먹거나 야생 대마초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소금 부족에 시달렸던 포로들은 기온이 높아져 땀을 흘리면 ‘저나트륨혈증’으로 탈진해 숨지기도 했습니다. 수용소 내부의 진료소는 ‘시체 안치소’로 불릴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한 사례로 1951년 정전협정 추진 시기 평안북도 벽동군의 제5포로수용소에서 하루 평균 28명이 사망하고 4월에 모든 입원 포로가 사망하자 중공군은 3명분인 항생제 ‘페니실린’ 10병을 제공했습니다. “포도당주사액과 혼합시켜 30명에게 투약하자”고 주장하는 중공군을 설득해 미군 군의관이 10명에게 주사했는데 투약 환자들은 결국 모두 사망했습니다. ●터키군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이유 주목할 부분은 터키군 포로의 생존율입니다. 터키군 포로 중 사망자는 최대 1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들은 북한군이 계급장을 제거한 뒤에도 서열을 존속시켰고, 군기가 유지돼 음식을 균등하게 분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포로수용소에서 채소를 재배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미군도 이런 방식을 따라 포로수용소 안에서 텃밭을 가꾸게 됐다고 합니다.반면 미군 포로들은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상처와 배설물로 악취를 풍기는 동료를 건물 밖으로 끌어내 동사시키거나 담요 등의 개인물품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낙담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참다 못한 미군 군의관들이 국제적십자사나 유엔군을 통해 식량과 의약품을 공수받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중공군은 “포로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게 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습니다. 유엔군 폭격을 피하기 위해 포로수용소 지붕 등에 ‘POW’(전쟁포로)를 표기하자고 했지만, 일부 수용소는 “미 공군기가 공산군을 계속 살상하는 한, 미군 포로들도 특별보호를 받을 권리가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포로들은 항공기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거나 지붕에 말리는 채소나 눈 위 글자로 ‘POW’를 쓰는 궁여지책까지 냈습니다. 악질반동으로 지목된 포로는 수개월간 지하감옥에 감금하고 협조를 약속해야 풀어줬습니다. 중공군은 그들을 선전용 포로인 ‘평화의 투사’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복귀 후 동료들에게 “나는 첩자 임무를 수행할 것을 지령 받고 다시 수용소로 돌아오게 됐다. 내 설교를 믿지 말라”고 속삭여 중공군의 속셈을 은밀히 알렸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1953년 7월 휴전까지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견뎠습니다. 험난한 여정을 견뎌낸 그들은 결국 생존으로 승리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역사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30년 전 콜라캔도 그대로…심해 극한환경에도 멀쩡한 플라스틱 쓰레기

    30년 전 콜라캔도 그대로…심해 극한환경에도 멀쩡한 플라스틱 쓰레기

    20년도 더 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4150m 해저에서 온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21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알러트는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해저에 가라앉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20년이 지나도록 분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독일 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소(GEOMAR Helmholtz Centre for Ocean Research Kiel)를 주축으로 한 연구팀은 2015년 페루 해안에서 약 815㎞ 떨어진 태평양 해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다. 4150m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플라스틱 쓰레기는 콜라캔과 치즈 용기 등이었다.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모두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치즈 용기는 비닐 포장이 조금 찢어지긴 했지만 제품명과 바코드까지 선명했다. 콜라캔은 32년 전인 1988년 제작된 한정판이며, 치즈 용기는 독일의 한 제조업체가 1990년 첫 출시한 제품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1999년 경쟁업체에 인수돼 사라졌다. 치밀한 미생물 군집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 어떤 분해나 화학적 변화 없이 20년 넘게 4000m 깊이의 바다 밑에 숨죽이고 있었던 셈이다.분석 결과, 실제로 해저 미생물이 수거된 플라스틱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스테판 크라우제 박사는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두 20년 이상 된 것이었지만, 분해된 징후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크라우제 박사는 “플라스틱 표면에 미생물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으나, 화학적, 생물학적 분해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발견은 플라스틱 표면에 쌓인 미생물 군집이 주변 해저 퇴적물에서 확인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크라우제 박사는 “플라스틱 쓰레기 표면의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플라스틱 축적량이 증가하면 우세한 몇몇 미생물의 비율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연구팀에 따르면 바다에 떠다니는 잔해 중 60% 이상이 플라스틱 쓰레기다. 해저 일부 지역의 플라스틱 밀도는 190만 개/㎡에 달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이 ‘자외선 안정제’(자외선을 차단, 흡수해 플라스틱을 보호하는 첨가제)를 포함해 광산화 분해도 어렵다. 레고 등 일부 플라스틱 쓰레기는 수백 년까지도 원형을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추측도 있을 정도다. 다만 플라스틱 쓰레기가 극한의 심해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분해되지 않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크라우제 박사는 “콜라캔의 경우 감싸고 있던 비닐봉지 때문에 분해가 더 늦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저로 가라앉아도 그 지속성은 최소 20년에 달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라고 밝혔다. 관련 연구 결과는 11일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호식이두마리치킨, 입맛대로 뿌려먹는 후라이드 치킨 ‘뿌라이드’ 선보여

    호식이두마리치킨, 입맛대로 뿌려먹는 후라이드 치킨 ‘뿌라이드’ 선보여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호식이두마리치킨(대표 홍윤원)이 ‘입맛대로 뿌려먹는 후라이드’라는 콘셉트의 신메뉴 <뿌라이드 치킨>을 출시했다.뿌라이드 치킨은 기존 후라이드 대비 더 바삭하고 특유의 담백한 맛을 극대화한 ‘더블 크리스피 방식’을 채택했고, 여러 종류의 시즈닝 양념을 듬뿍 뿌려먹을 수 있는 메뉴다. 양파와 크림버터를 가미한 ‘어니언 시즈닝’, 화끈한 고추맛을 맛볼 수 있는 ‘레드페퍼 시즈닝’, 치즈 고유의 향에 매콤함을 얹은 ‘핫치즈 시즈닝’ 등 총 3가지 맛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주문 시 1마리 기준 2가지 시즈닝을 제공하는데 취향별로 직접 선택할 수 있다.간장치킨, 양념치킨 등 기존 메뉴와 2마리 세트로 조합할 수 있고, 부위별 치킨(날개, 다리, 똥집∙닭발튀김 등)과도 함께 주문 가능하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관계자는 “후라이드 치킨의 가장 원초적 구매 요소인 ‘바삭함’에 부합하고 골라 먹는 재미를 드리기 위해 기획한 메뉴”라며 “그간 자사 치킨을 이용해본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아직 이용해보지 못한 고객들에게는 나름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뿌라이드 치킨은 15일부터 전국 호식이두마리치킨 매장에서 동시 판매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호주 자폐증 소년, 이틀 밤 지샌 뒤 구조되자 건넨 첫 질문

    호주 자폐증 소년, 이틀 밤 지샌 뒤 구조되자 건넨 첫 질문

    호주의 자폐증 소년이 산에서 길을 잃어 이틀 밤을 홀로 지샌 뒤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자폐증을 갖고 있는 윌리엄 캘러헌(14). 지난 8일 빅토리아주 휘틀시 근처에 있는 마운틴 디스어포인먼트를 가족과 함께 찾았다가 길을 잃고 이틀 밤을 산에서 꼬박 지새웠다. 가족들은 밤이면 섭씨 0도로 떨어진 추위는 말할 것도 없고, 캘러헌이 수색에 나선 구조 요원들과 의사 소통을 할 수가 없어 불안에 떨었다. 그런데 캘러헌은 10일 산 정상 부근에서 구조대의 눈에 발견돼 무사히 생환했다. 덤불숲 사이로 난 트레킹 코스에서 10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였고 운동복에 후드 달린 땀복만 껴입은 채였다. 캘러헌이 먹을 것이나 물 등을 먹을 수 있었는지, 아니면 피난처를 구할 수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조난 당한 곳은 멜버른으로부터 80㎞ 떨어진 곳이었다. 빅토리아 경찰의 크리스틴 랄로르 경사는 취재진에게 “그가 그곳 오지에서 잘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병원으로 후송해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짝 긴장했지만 체온은 따듯했으며,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했던 것 같다. 다만 맥도널드는 없냐고 내게 묻더라”고 전했다. 당연히 어머니 페니는 자원봉사 구조 요원과 경찰에 감사를 표했다. “그가 뭘 느끼며 견뎌냈는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너무 고맙고 안심이 된다.” 누리꾼 맷 베번은 소셜미디어에 “산 이름을 다시 정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의사 소통이 어려운 자폐증 소년이란 얘기를 듣고 경찰이 짜낸 묘안이었다. 수색에 나선 주민들에게 페타 치즈, 땅콩버터 등 캘러헌이 회가 동할 만한 음식을 내놓아 냄새를 맡게 하고,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꼬마기관차’ 주제가를 크게 틀어놓으라고 주문한 것이었다. 자폐증 갖고 있는 이들을 대변하는 어메이즈(Amaze)의 자피오나 샤키 사무총장은 구조대가 이런 똑똑한 전술을 택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현지 A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폐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우리나 전형적인 아이들과 비슷하게 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요구에 우리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코로나 특수’ 고기·생선·채소값 다 오르는데…과일값은 10개월째 하락세

    ‘코로나 특수’ 고기·생선·채소값 다 오르는데…과일값은 10개월째 하락세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꾸면서 고기, 생선, 채소 등 이른바 ‘집밥’ 식료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그런데 과일값만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9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과일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111.43(2015년 100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 하락했다. 과일값은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연속 내림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13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32개월간 하락세를 유지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구체적으로 복숭아(-23.3%), 배(-18.0%), 귤(-11.6%), 사과(-9.1%) 하락 폭이 컸다. 이 외에 수박(-7.2%), 참외(-5.4%), 아몬드(-2.3%), 키위(-0.6%) 등도 떨어졌다. 다만 밤(10.0%), 바나나(7.7%), 블루베리(7.5%), 오렌지(7.4%), 포도(5.7%), 딸기(2.3%)는 오름세를 보였다. 과일과 대조적으로 5월 육류, 우유·치즈 및 계란, 어류 및 수산, 채소 및 해조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육류 가격은 전년 대비 7.0% 상승했다. 돼지고기(12.2%)가 가장 많이 늘었고, 국산쇠고기(6.6%), 소시지(6.2%)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계란(9.2%), 우유(0.3%) 등 우유·치즈 및 계란 품목은 전체적으로 2.3% 올랐다. 고등어(16.4%), 명태(3.2%), 갈치(10.7%) 등 가격 상승으로 어류 및 수산 가격은 6.8% 상승했다. 특히 배추(102.1%), 양배추(94.7%)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채소 및 해조도 9.1%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과일값 하락세는 작황 호조 등 공급 측면의 영향이 크다”며 “육류 등 다른 품목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많아졌을 수 있으나 과일은 평소와 비슷하게 소비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고기·생선·채소값 올라도 과일값은 10개월째 하락

    고기·생선·채소값 올라도 과일값은 10개월째 하락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 소비’가 늘면서 고기와 생선, 채소 등 식료품들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지만, 과일값만 내림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과일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1.4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내렸다. 과일값은 지난해 8월(-15.2%), 9월(-15.1%), 10월(-17.2%), 11월(-14.2%), 12월(-12.5%), 올해 1월(-7.6%), 2월(-11.0%), 3월(-9.2%), 4월(-6.3%)에 이어 이번 5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2013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32개월 내리 하락한 이후 최장 기간 연속 하락세다. 세부적으로 보면 복숭아(-23.3%), 배(-18.0%), 귤(-11.6%), 사과(-9.1%)의 하락 폭이 컸다. 수박(-7.2%), 참외(-5.4%), 아몬드(-2.3%), 키위(-0.6%)도 떨어졌다. 다만 밤(10.0%), 바나나(7.7%), 블루베리(7.5%), 오렌지(7.4%), 포도(5.7%), 딸기(2.3%)는 올랐다. 과일값의 내림세는 5월 육류와 우유·치즈 및 계란, 어류 및 수산, 채소 및 해조 가격이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육류는 전체적으로 7.0% 상승했다. 돼지고기(12.2%), 국산쇠고기(6.6%), 소시지(6.2%)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우유·치즈 및 계란은 2.3% 올랐고 세부적으로는 계란(9.2%), 우유(0.3%) 등이 올랐다. 고등어(16.4%), 명태(3.2%), 갈치(10.7%) 등이 올라 어류 및 수산도 6.8% 상승했다. 또 배추(102.1%), 양배추(94.7%) 등이 큰 폭으로 뛰면서 채소 및 해조도 9.1%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라간 것은 봄배추 작황 부진 등 공급측 요인이 있으나, 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 특히 돼지고기 등 육류 상승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도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과일값은 이런 영향을 받지 않아 ‘나홀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과일값 하락세는 작황 호조 등 공급 측면의 영향이 크다”면서 “육류 등 다른 품목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많아졌을 수 있으나 과일은 평소와 비슷하게 소비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남북전쟁 마지막 연금 수령자 아이린 타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남북전쟁 마지막 연금 수령자 아이린 타계

    남북전쟁 연금을 받던 마지막 미국인 아이린 트리플렛이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1861년 발발해 1865년 노예해방으로 끝난 남북전쟁의 연금 수령자가 21세기의 5분의 1을 살아 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고인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윌크스보로의 요양원에서 낙상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은 뒤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2014년 그녀의 얘기를 다룬 적이 있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그녀의 아버지 모세는 남북전쟁 때 남군과 북군 병사복을 모두 입었다. 그는 종전 후 20년이 지나 북군 연금을 신청했는데 딸 아이린을 본 것은 그의 나이 무려 83세 때였다. 종전 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북군 출신이 별다른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 것은 당연지사다. 첫 번째 결혼에서 아이가 없었던 그는 나이 80이 다 된 1924년 서른넷 밖에 안된 엘리다 홀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놀랄텐데 WSJ는 “당시 이런 나이차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대공황 시기였다. 남북전쟁 참전 용사는 연금 때문에라도 좋은 신랑감이었다. 또 엘리다는 정신이 온전치 못해 남자의 돌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다섯 자녀를 낳았지만 둘만 살아남았다. 모세가 86세에 본 아이린 역시 정신장애가 있었다. 남동생 에버레트는 다음해 태어났다. 부모와 오누이 모두 그야말로 초근목피로 버텼다. 먹을 게 없어 담뱃잎을 씹어 먹었다. 초등학교 가서도 담뱃잎을 먹었다. 92세이던 1938년에 모세는 1863년 11월 저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과 전투을 재현하는 행사에 초대돼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상기시키는 연설을 들었다. 그는 16세에 남군에 지원했지만 링컨 연설에 사기 충천한 북군에 패퇴해 도주하다 북군에 합류한 뒤 남군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데 도움을 준 공로가 있었다. 이 덕에 아버지와 딸은 대를 이어 죽을 때까지 달마다 73.13달러씩, 일년이면 877.56달러를 보훈처(DVA)로부터 평생 수령할 수 있었다. CSPAN에 보관돼 있다가 유튜브에 공유된 뉴스 필름에 따르면 게티스버그 75주년 기념식에 2500명의 참전용사가 남군과 북군, 흑인과 백인을 가리지 않고 참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세는 남군 캠프에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처럼 양쪽 부대를 다 경험한 이는 흔치 않았는데 빅토리아 시대 기자였으며 탐험가였던 헨리 모턴 스탠리 같은 이도 모세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 얼마 뒤 모세는 세상을 떠나 윌크스 카운티에 묻혔는데 묘지석에는 “남북전쟁 때 병사였다”라고만 적혔다. 1943년 아이린 모녀는 윌크스 카운티의 가난한 집으로 옮겨왔다. 17년 뒤 모녀는 나란히 요양원에 들어갔고 7년 뒤 엘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에버레트도 1996년 세상을 떴다. 아이린 혼자 쓸쓸히 지냈고 요양원 경비는 참전 유족 연금으로 충당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친척들이나 남군과 북군의 참전용사 후손들이 찾아오면 본인 돈으로 음료수를 내주고 함께 담뱃잎을 씹었다. 생전에 가스펠, 크림치즈볼을 즐겼고 잘 웃었다고 했다. 요양원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그녀의 얘기에 흥미를 보였지만 그녀는 늘 뉴스 같은 얘깃거리로 넘어가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남북전쟁 참전 북군 아들 연맹의 데니스 앤드루스는 아이린이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당신이 말하는 누군가는 아버지가 남북전쟁에 참전한 사람이다. 이건 마음이 가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남북전쟁과 복구 시기를 연구하는 스테파니 맥커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숨져 전국적으로 시위가 열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린이 세상을 떠난 것은 더 큰 울림을 준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남군을 이끌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아래가 인종차별 반대 구호로 얼룩진 요즈음이기도 하다. 맥커리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아이린의 죽음이 “남군 동상 이슈와 마찬가지로 노예제와 남부와 북부의 분리, 남북전쟁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노예제를 끝장내려는 싸움이자 미국의 정당성을 쟁취하는 싸움이었음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눈이 안 보여도 피자를 주문할 권리/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눈이 안 보여도 피자를 주문할 권리/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유난히 출출했던 어느 저녁, A씨는 피자를 먹고 싶었다. 치즈가 쫙쫙 늘어난다는 신제품이 마침 이벤트 중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30%를 할인해 준단다. 망설임 없이 인터넷 주문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러나 이내 좌절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A씨가 주문할 수 없도록 잘못 설계된 웹사이트 때문이었다. 스크린 리더기가 읽어 주는 사이트의 글자들을 들으며 열심히 메뉴를 이동해 보았지만, 결국 결제하기 단계에서 도저히 진행이 안 됐다(참고로 그의 전공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고객센터에 전화로 설명해 보았지만, 어쨌든 인터넷 주문은 아니기 때문에 할인은 안 된단다. 피자 먹겠다고 한 시간을 컴퓨터와 씨름한 그는 주문을 포기하고 속상한 마음에 맥주만 꿀꺽꿀꺽 마셨다고 한다. 최근 한 시각장애인과 그 사건을 이야기하다 그가 왈, “요새는 더 심해요, 죄다 앱으로 주문을 받는데 저 같은 사람은 애초에 포기한 지 오래예요. 햄버거 먹고 싶어 가게에 가도 카운터에는 사람이 없고 터치식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받는대요. 발길 돌려 나올 때가 대부분이죠.” 시각장애인도 편하게 인터넷으로 피자를 주문할 권리, 키오스크로 원하는 햄버거를 주문할 권리를 ‘웹 접근성’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으로 ‘정보통신 접근성’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마침 얼마 전 미국 도미노 피자사건이 화제가 됐다. 시각장애인이었던 원고가 피자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 접근성이 없었는데 이를 두고 미국장애인법(ADA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를 장애인 차별로 인정했다. A씨에게 똑같이 일어났던 일인데 왜 우리나라와 이렇게 다른 걸까. 미국 오바마 정부는 21세기에 뒤떨어진 제도들을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해 시리즈 입법을 단행했다. 이른바 21세기 법들이다. 그중에 단연 돋보이는 법은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21세기 접근성법)이다. 이 법은 모든(심지어 앞으로 개발될 첨단 기술도 포함) 정보통신, 비디오물에 접근성을 의무화했다. 접근성이 없는 기기, 정보통신 서비스, 비디오는 사실상 판매나 발매가 안 된다. 의무만 떠들기보다는 제도가 잘 돌아갈 체계도 마련했다. 상시적으로 기기나 정보통신의 접근성 미비 신고를 받는 기술위원회를 두고 신고가 접수되면 몇 주 안에 접근성 준수 평가가 끝난다. 그야말로 ‘강려크’하다. 2010년 제정된 이 법 덕분에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기기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비디오물 제작자들이 접근성을 준수하기 시작했다. 십 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 수출하는 정보통신 기기와 소프트웨어들 대부분은 접근성이 준수돼 출시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상향 확립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당연히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제작 단계부터 접근성을 갖춰야 함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의무화하는 조항이 없다. 만드는 사람 맘대로 만들고 그중 일부만 사후적으로 ‘접근성 품질인증’을 받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사후적 품질인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수아비인지 알아챈 기업들은 이미 수출용으로 접근성을 갖춰 놓고도 내수용 제품에서 접근성 기능을 빼고 팔고 있다. 이런 소비자 기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1인 1스마트폰 시대인 대한민국에서 삶의 대부분은 정보통신 기술로 돌아간다. 정보는 매일 마시는 물처럼 이미 일상이 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6차 정보화 기본계획’안에는 제조 단계에서 보편적 접근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용자를 교육하고, 일부 국민에게 보조기기를 보급하는 내용만 보인다. 이건 애초에 먹을 수 있는 물을 잘 생산하도록 의무화하면 될 일을, 소비자에게 셀프 정수법을 가르치거나 미니 정수기를 보급해서 해결하자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접근성은 시각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까막눈 할아버지를 배제하고 만렙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접근성 제도를 설계하면 디지털 소외계층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접근성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 그러니 눈치 그만 보고 한국형 21세기 접근성‘법’을 향해 성큼 내디뎌 보는 것이 어떨까.
  • [책꽂이]

    [책꽂이]

    카프카식 이별(김경미 지음, 문학판 펴냄) KBS 1FM 라디오 ‘김미숙의 가정음악’의 작가인 시인이 매일 오프닝 때 띄웠던 시편을 모았다. 고통의 시간에 대한 재현과 치유의 기록이자 지상의 존재자를 향한 지극한 슬픔, 앞으로 살날에 대한 실존적 의지를 담았다. 작품의 배경과 시작(詩作)의 마음을 담은 글을 함께 실어 이해를 돕는다. 280쪽. 1만 4000원.하틀랜드(세라 스마시 지음, 홍한별 옮김, 반비 펴냄) 미국 시골의 백인 빈곤 여성의 삶을 조명한 저작. 미국 중서부의 캔자스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저자는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펠로 교수로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글을 기고한다. 그는 책을 통해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증언했다. 424쪽. 1만 8000원.미국 함정(프레데리크 피에루치·마티유 아롬 지음, 정혜연 옮김, 올림 펴냄) 타국의 개인과 기업을 공격하는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을 해부했다. 거래에 달러가 사용되거나 미국 내 서버가 있는 이메일을 이용한 정황이 나타나면 해외부패방지법을 근거로 국적 불문 피의자를 구속한다. 이 법으로 2년의 수감, 3년의 보석을 겪은 프레데리크 피에루치는 이를 세계 경제를 장악하기 위한 미국의 약탈이라고 말한다. 424쪽. 1만 9800원.붓다 평전(백금남 지음, 무한 펴냄) ‘석가모니’ 고타마 붓다의 생애를 그린 평전. ‘관상’, ‘궁합’, ‘명당’ 등 역학 3부작을 펴냈던 소설가인 저자가 붓다의 모습을 찾아 대승·소승불교, 남방·북방불교 등의 원전과 경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불교는 천상이 아닌 진흙 바닥에 있는 종교다. 736쪽. 2만 7000원.스타인웨이 만들기(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프란츠 펴냄) 명품 피아노로 불리는 스타인웨이의 제작 과정을 11개월 동안 관찰했다. 가구 제작자를 꿈꾸던 독일 청년이 미국으로 건너가 피아노 제작에 나선 사연, 30여년간 같은 일을 한 전임자의 일을 도제식으로 물려받아 수작업으로 만드는 공정 등을 생생하게 복원했다. 436쪽. 2만 2000원.신문기자(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동아시아 펴냄) 배우 심은경이 열연한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이 쓴 자전적 에세이. 도쿄신문 기자인 저자는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부터 가케학원 사학비리를 취재하며 아베 정권의 민낯을 드러냈다. 20년차 사회부 기자, 10년차 워킹맘으로서의 애환과 고뇌도 함께 담겼다. 236쪽. 1만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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