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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시론] 경제 실상 바로보자

    지난 97년말 금융·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진행,IMF체제 극복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장롱 속에 넣어 두었던 꼬마들의 돌 반지까지 들고 나온 금모으기 운동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족했다.기업들은 알짜배기 기업을 매각하여 구조조정을 하기도 하고,그 과정에서 많은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나는 아픔을 감내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경제가 완전한 궤도에 진입하여 순항하기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과제가 산적해 있다.보다 철저한 금융·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지 않으면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IMF위기를 극복했다고 너무 일찍 선언하는 바람에 경제주체들의 위기 극복에 대한자세가 이완되어버린 분위기이다.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것이 아니냐는해외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인은 역경에는 강하고 순경에는 약하다”라는 어느 외국기자의 따가운 지적이 있다.한국인은 국가적위기가 닥치면 무섭게 단결해 놀랍게 잘 극복하는 반면 위기를 넘기고 나면 타협을 모르고 싸우고 분열함으로써 또 다른 위기를 부른다는 뜻일 것이다.최근 의사들의 집단폐업과 노동계의 심상찮은 파업 분위기가 외국인들의 지적을 현실화하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우리 경제의 실상을 들여다보자.경제성장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제 겨우 IMF이전 수준에 복귀했을 뿐이고 이미 경기의 고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있기도 하다.국제수지 흑자기조가 안심할 정도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기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된 징후는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고 국민들의씀씀이가 헤퍼지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책당국의 위기관리 방법에 많은 구멍이 보인다.정책이 일관되고 투명해야민간부문들이 거기에 맞추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요즈음 우리 경제정책은 일관성의 결여로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책임을 지고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경제정책 당국자의 모습이 안 보인다.최고통치자가 나서야 문제가해결되는 상황이 너무 자주일어나고 있다.최고통치자가 나서기 전에 직위를걸고 직언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제정책 담당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금융기관,기업들의 구조조정 의지가 많이 퇴색된 듯하다.일단 버티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기업의 과다 부채,외형위주의 성장,취약한 지배구조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기업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핵심역량을발휘하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질 위주 경영을 하는 기업의 출현이아쉽다.과다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는 극에달한 느낌이다.합리적인 대화를 거부한 은행노조들의 집단 파업 경고는 그들의 주장에 아무리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문제 해결의 성숙된 모습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1인당 GNP 1만 달러 수준이면 선진국에 진입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세계 1인당 평균 소득수준을 2,000달러 전후로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있다.그러니 우리는 세계 평균보다 5배 정도 잘 사는 것으로 믿고 소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OECD 등 국제기구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세계 1인당 GNP단순평균은 8,000달러가 넘는다.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겨우 세계 평균정도 수준에 와 있음을 알 수 있다.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지않으면 노사간의 갈등,계층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우리의 위상에대한 올바른 인식이 정립되고 경제 주체들이 거기에 맞는 행동을 보여야 진정으로 IMF위기를 극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기업,금융기관과 국민들은 IMF위기 초기 상황으로 돌아가 절박한 심정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음미하여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읽고 우리가 갖고 있는구조적인 문제를 치유하지 않으면 경제위기는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崔 運 烈 서강대교수·증권연구원장
  • 대한매일을 읽고/ 민주화 희생자·가족 보상범위 확대 바람직

    ‘군사독재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법 정비작업이 마무리 됐다’는기사(대한매일 7월6일7면)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이는 불행한 과거를 국민적 합의 과정을 통해 정리하고 매듭짓는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뒤늦게나마 이런 법안을 시행할 환경이 조성된 것은 앞장서 촉구하고 노력한 사람들의 공이 크지만,전체적으로 우리사회가 민주화를 향해 한걸음 나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는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한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규명이 다소 미흡하다 하더라도 민주화를 위한 희생이라는 본질 자체만 분명하다면 모든 사람을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아울러 절차나 보상 범위 등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오랜 기간 희생을 치른 민주인사와 기족들이 또다시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안천 [제주시 삼도1동]
  • [2000 美 대선](5)선거자금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국 선거가 돈이 안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사실은 꽤많은 돈이 사용된다. 96년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봅 돌 후보가 사용했다고 국세청(IRS)에 보고한 정치자금만 대략 5억7,000만달러 규모다. 이런 돈은 그러나 후진국들처럼 돈으로 사람이나 표를 매수하는 데 쓰이는것이 아니라 화려한 정치유세 행사를 치르거나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정치광고를 하는 데 들어간다.정치광고를 하거나 행사를 치르는 일은 후보자들의 자금력을 잡아먹는 ‘공룡’이기도 하다. 공화당 대선 후보 조지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올초 같은 당내 존 메케인 애리조나 주지사의 돌풍에 휘말릴 당시 미시건주 예비선거를 앞두고 단 일주일만에 TV정치광고로 무려 300만달러 정도를 썼을 정도. 예비선거로 50개주내 3∼5곳을 돌면서 행사를 치르고,예비선거 이후에도 각종 정치행사를 주재해야하는 미 대선후보들은 누구보다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필요한 돈은 모두 국민들의 기부금이나 정치헌금으로 충당된다. 어느 나라나 정치와 돈은논란을 만들어내듯 미국도 정치에 쓰여 논란이 되는 돈이 있다.투표시 헌금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들로부터 한사람당 3달러씩받는 헌금으로 구성된 국고 보조금과 개인이 특정 후보에 내는 기부금 등 출처가 명백한 돈은 쓰임새도 IRS에 보고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기업이나 노동단체가 헌금을 할 수 없는 특정 후보가 아닌 정당이나 위원회 앞으로 무제한 제공할 수 있는‘소프트머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96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1억2,400억달러,공화당은 1억3,800억달러 규모의 소프트머니를 모금했다.두 정당이 소액헌금으로 모금한 투명한 돈이 6억여달러인 것에 비하면 가히 ‘눈먼 돈’의 규모가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나 부시 후보는 모두,국민들은 물론 정치권내에서도개혁요구를 받는 소프트머니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공약은 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머니를 포함한 정치자금 부분에 있어서 92년,96년 선거를 치르면서 각종 헌금모금에 관계한 고어는 투명성에서 불리하다. 그 자신이 백악관내 부통령 집무실에서 전국각지 인사들에게 무려 46통 이상의 전화를 걸어 기부를 강압(?),약 4,000만 달러를 거뒀던 것이다.미선거법은 연방건물내에서 공공전화를 이용한 모금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는 또 외국인으로부터 헌금을 금지한 법을 어기고 중국계 존 황이란 로비스트를 통해 중국쪽에서 10만달러 이상을 헌금받은 것이 드러났었다.반면 대선에 나서본 적이 없는 부시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부시는 최근 몰려드는 소프트머니의 최대 수혜자가 공화당인 만큼 개혁요구 목소리를 최대한 자제하고 “어두운 부분은 개혁해야 한다”는 원론만 반복한다. hay@. *‘소프트머니'란.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 대선에서 기업이나 노동단체는 특정 후보에 정치헌금을 하지 못한다. 오랜 금권정치의 과정에서 1907년 기업의 후보자에 대한 헌금이 금지됐고,1942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노동단체의 헌금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기업과 노동단체들이 정치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길이 있다.바로소프트머니를 통한 방법이다.헌금수혜자가 특정후보가 아닌 정당이나 20명이상의 개인으로 이뤄진 정치활동위원회(PAC)일 때는 얼마든지 기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의원입법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이 정당내에서 특정후보에 지원되지 않기란 불가능해 소프트머니는 후보들의 중요한 자금줄이 돼온게 사실. 올들어 현재까지 10만달러 이상의 소프트머니를 제공한 기업은 무려 472개가 넘고 100만달러 이상 제공 회사도 10개사에 이른다. 올해 소프트머니를 가장 많이 낸 기업은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로 244만6,000달러를 냈다. 정치개혁론자들은 줄곧 소프트머니 폐지를 부르짖고 있으며 올초에는 칠순의 할머니가 서부에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깃발을 들고 출발,걸어서 워싱턴에 입성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98년 하원에서 가결돼 넘어온 소프트머니 폐지법안이 지난해 10월 부결됐는가 하면 올초에는 개인헌금 제한한도를 올리라는 소송이 제기됐으나 대법원이 일축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개혁요구에 외면만 할 수 없던 의회는 호황속에헌금재미를 톡톡히 본 뒤인 지난달 말에서야 소프트머니에 제약을 가했다.의회는 PAC에 대해 ●연간 200달러 이상의 기부자 명단과 ●500달러 이상 지출시 사용내역,●2만5,000달러 이상을 모을 경우 기부자 명단및 기금의 사용내역을 미 국세청(IRS)에 신고토록 하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선거자금 제도.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국의 선거자금은 개인과 기업,노동단체 등이 내는 헌금으로 이뤄진다. 개인은 한해에 특정 후보에게 1,000달러까지,특정 정당에 2만달러까지 그리고 정당내 위원회에 5,000달러까지 헌금할 수 있다.그러나 개인이 한해에 헌금할 수 있는 금액은 2만5,000달러가 상한선이다. 개인은 또 각종 선거시 투표용지에 헌금의사를 밝히고 3달러씩 공공선거자금용으로 헌금할 수도 있다. 이렇게 조성된 공공자금은 대선시 각 정당의 보조금과 후보의 선거자금으로 지원된다. 이 경우 국가가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을 받는 후보는 자신이 출연할 수 있는 선거자금에 제한을 받게 된다. 미국 시민들은 대략 한해에 50∼100달러 정도의 헌금을 하며 이는 선거공영제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그러나 개인이 20명 이상 모여 정치활동위원회(PAC)를 만들어 6개월이상 활동한 뒤 특정 정당행사나 이념,또는 투표권유행사 등을 할 수 있는데,자금을 낼 경우 한 행사당 한해에 1만5,000달러까지 낼 수 있다. PAC는 특정개인에게는 한해에 5,000달러,특정정당내 1개 위원회에는 5,000달러까지 헌금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그러나 한해 동안 지원할 수 있는 총액은 제한이 없으며,사용내역조차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 소프트머니의 중요한 창구로 일조해왔다. 특정개인에 헌금할 수 없는 기업이나 노동단체는 바로 PAC나 정당을 통해무제한의 선거자금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金대통령 금융파업등 어떻게 보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최근 의약분업 파동,롯데호텔 불법파업,금융노조의 집단휴가 움직임 등 잇따른 혼란상황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걸핏하면 이들 이익단체가 ‘대통령의 약속’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생각은 무엇일까. 이 두 물음에 대해 김 대통령이 직접 소회를 피력한 적은 없다.그러나 지난4일 국무회의에서 불법파업과 금융개혁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을 천명한바 있다.이를 통해 심경을 짐작할 수 있다. 압축하면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한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분규 등으로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착잡한 심정일것으로 짐작된다. 임기 중반의 중요한 시기를 집단이기주의 행태로 허송하고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할 것 같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개혁 과정’의 대가로 인식하고 있다.“개혁이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 아래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이익단체의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이러한 원칙을 지킨다는 생각이다. 박준영(朴晙瑩) 대변인도 “취임 이후 개혁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이 있었다”며 “정부는 수습과정에서 원칙과 철학을 갖고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예컨대 기업 및 은행의 퇴출,의약분업 실시,통합농협 출범 과정 등에서 혼란이 뒤따랐지만 끝내 실시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과거 ‘힘있는’ 정권에서도 여러 이유로 미뤄왔던 각종 개혁작업을 몇몇 난관 속에서도흔들림없이 하나하나 추진하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물론 수습하는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은 인정한다.정부의 통합조정 능력이나장관들의 책임행정 면에서 아쉬움이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이용근(李容根) 금감위원장도 “국민과 기업의 ‘개혁 피로증후군’ 등으로정부의 개혁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에서 원칙과의지를 천명함으로써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이익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대통령의 약속’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다만 장관들이 일선현장에서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치유를 고민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양승현기자 yangbak@
  • 난개발 후유증 앓는 광릉숲

    세조의 능림으로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중에서도 훼손을 면했던 경기도광릉숲이 민선자치 이후 난개발의 광풍에 휩싸이면서 인파와 차량,유흥업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유린당하고 있다. 유일한 접근도로로 숲을 동서로 관통하는 연장 8㎞의 314번 지방도로 주변엔 94년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되고,준농림지 제도가 도입된 이후 무려 250여개의 카페·음식점과 러브호텔이 난립해 있다. 이로 인해 크낙새·하늘다람쥐·장수하늘소 등 21종의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3,000여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14종의 특산식물을 포함해 1,000여종의 자생식물이 자라던 광릉숲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수생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이동로인 봉선사천(川)은 폐수로 오염됐다.업소에서 경쟁적으로 설치한 네온사인 등 조명은 날파리와 곤충을 숲에서 끌어냈고 업소측은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이들을 닥치는대로 없앴다.논·밭이 사라지자 개구리 등을 먹이로 서식하던 백로 등도 자취를 감췄다. 광릉숲의 곤충류는 급격히 수가 줄었고 지난해 10월 장수하늘소(천연기념물 218호)가 10년만에 발견됐으나 암·수 구별이 어려운 기형이어서 충격을 던졌다. 자치단체는 광릉숲의 생태계 파괴 주범인 유흥업소 난립을 막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겼다. 광릉숲보존협회 한상태 사무국장(31)은 “포천군과 남양주군 관계자들이 유흥업소 입주에 ‘최대한 편의 봐주기’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포천군 소흘읍장 이모씨는 토지매매를 적극 알선했고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은 농지전용과 산림훼손,유흥업소 허가과정에서 뇌물과 급행료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군 사단장은 인근 남양주 군사보호구역에 고층아파트를 짓도록 해주고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정부는 뒤늦게 97년 광릉숲 보전에 나서 국립수목원의 주말·공휴일 개장을 금지하고 평일 예약제로 바꿨다.또한 314번 지방도의 남양주시 진접읍부평리∼포천군 소흘읍 이곡리간 4㎞ 구간도 폐쇄했다. 그러나 이 조치들이 나온 것은 인근에 더이상 준농림지가 없을 정도로 난개발이 진행된 뒤 였다. 현재 인근 유흥업소들은 수목원 출입 제한과 IMF사태를 겪으면서대부분 영업이 안된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결국 자연생태계의 보고 광릉숲이 훼손되고 남은 것은 치유가 불가능한 난개발의 후유증 뿐이다. 포천·남양주 한만교기자 mghann@
  • [사설] ‘민주화 보상’ 전향적으로

    군사독재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법 정비작업이 마무리됐다.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 시행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민주화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적 보상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의문사진상규명 시행령도 함께 통과됨으로써 지금까지 베일 속에 가려졌던 민주인사들의 사인도 상당 부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불행한 과거를 국민적 합의과정을 통해 정리하고 매듭짓는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도 크다. 민주화운동 보상법 시행령의 대상은 박정희(朴正熙)정권의 3선 개헌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69년 8월7일 이후의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피해자들이다.시행령의 가장 큰 특징은 모법(母法)이 규정한 ‘항거’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했다는 점이다.국가권력을 상대로 직접 항거한 사람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이 사회 각 분야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또는 고용자의 폭력 등에 저항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권력에 항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켰다.이에 따라 민주화운동을 하다 해직된 교수나 교사,언론인,해고근로자,학사처분을 받은 학생들도 국가의 보상을 받게 됐다.이들의 수는 1만5,000∼1만7,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총리실 산하에 보상위원회를 설치,신청을 받을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항거’의 개념을 포괄적으로규정함에 따라 대상자 포함 여부를 둘러싼 시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80년대 후반의 전교조 활동과 노사분규사태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재단비리와 관련한학내분규로 해직된 교사나 단순한 노사갈등으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를 대상자에 포함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상금 산정과 관련한 형평성 시비의 가능성도 크다.광주민주화 운동 사망자의 보상금이 1억1,000만원이었던 데 비해 민주화운동 사망자에게는 최고 2억원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보상액이 훨씬 적은 6·25 전쟁 및 베트남참전용사들의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피해 입증을 본인이나 유족이 책임져야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군사독재 정권의 압제에 맞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보상이라는 숭고한 뜻을 살리려면 시비나 갈등은 최소화해야 한다.구체적인사실 관계 규명이 다소 미흡하다 하더라도 민주화를 위한 희생이라는 본질자체만 분명하다면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무적으로 까다로운 일은 많겠지만 오랜 기간 고통 속에 희생의 나날을 살아온 민주인사와 가족들이 또다시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지방자치5년 현주소와 문제점](4)亂개발…산·숲이 사라진다

    5일 오전7시30분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마북1리 칼빈대학교 앞 4거리. 393번 지방도와 연결되는 폭 5m가량의 좁은 도로는 인근 현대자동차연구소쪽으로 가려는 출근버스와 반대편으로 진행하는 차량들로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었다. 주변에는 L,S,H아파트 등 4곳에서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어서대형 덤프트럭이라도 통과할 때면 차량 20여대가 뒤엉켜 10여분간 꼼짝할 수가 없다. 인근 G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씨(41·회사원)는 “1,000여 가구의 주민들이 승용차 2대가 겨우 비켜갈 수 있는 비좁은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며 “도로는 그대로 둔채 아파트만 세우는 정책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비난했다. 김씨가 98년 입주할 때만 하더라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으나 최근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도로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매일 교통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인근 H골프장을 찾는 승용차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 바람에 마북리주민들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구성지구를 비롯 수지,죽전 등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용인서북부지역주민들도 김씨와 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 수지읍 풍덕천리에서 버스를 이용해 출근하고 있는 김성근(39·회사원)씨는“분당 오리역까지 버스로 간 뒤 전철로 출근하고 있는데 교통이 막힌다는이유로 버스운행시간이 들쭉날쭉 한데다 30∼40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각하기 일쑤”라고 말했다.용인시는 최근 구성지구에서 풍덕천 4거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분당으로 이어지는 왕복 6차선 도로를 개통하는등 부분적으로 도로를 확충하고 있으나 아파트가 속속 완공되면서 교통난이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지읍 상현리 토박이인 문모(52·농업)씨는 90년대 중반들어 마구잡이로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배 이상 늘어났지만 도로망은 개발 이전과 크게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18만명인 지역 인구가 내년에는 47만명,2006년에는 85만명으로5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교통대란은 불보듯 뻔하다는게 교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지역에선 물건사기도 힘들다.인근 분당의 경우 대형쇼핑센터가 앞다퉈 들어서고 있지만 용인에는 수지지역에 단 한 곳밖에 없다. 종합병원도 없어 동네의원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수원 등 종합병원이 있는 도시로 가야 하고 스포츠 센터나 극장 등 문화시설은 분당에서 찾고있다. 용인지역 학교들은 대부분 공사중이다.아파트 옆에 학교가 없거나 완공되지않아 인근 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지읍 수지2지구 정평중학교는 첫 수업부터 인근 풍덕고등학교의 신세를져야 했다. 8학급 336명의 학생들은 5개월째 풍덕고교의 교실 8개를 빌려 수업을 받고 있다. 5층 골조만 올려진 상태에서 아직 내부공사가 진행중인 정평중학교는 우선이달중 1·2층을 완공해 수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학교는 공사장이나다름없다. 이지역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등·하교길에 공사 차량이 쉴새없이 오가는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 가슴을 조일 수밖에 없다. 수지읍 수지 2지구에 사는 학부모 이모(38·여)씨는 “아파트 옆에 학교가없어 2㎞나 떨어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매일 10여개 이상의 횡단보도를 건너고있다”고 한숨지었다. 특히 이 지역 아파트 단지 공사가 2002년까지 계속될 예정이어서 공사소음으로 인한 수업지장과 등·하교 사고위험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중 수지와 구성지역 학생들을 수용하기위해 당장초·중·고 13개교가 필요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정상개교할 학교는 2∼3개교에 불과해 교실대란은 몇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용인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용인이 아니다.용인은 사라졌다.산과 숲과 새와 전원은사라져가고 소음과 먼지, 교통난과 훼손된 자연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공사가 완료되고 주민 입주가 끝나면 먼지는 가라앉겠지만 교통난 해결과 훼손된자연의 치유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비용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용인 김병철기자 kbchul@. *주민들 애끓는 호소 “고통의 나날… 입주 포기하고파”. “용인지역 난개발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입주를 포기하고 아파트를 내놓을까 생각중입니다.” 최모씨(38·회사원·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용인시 구성면 마북리 H아파트를 분양받았으나 입주를 미루고 있다. 분양받을 당시 가족들이 기대했던 호젓한 전원형 아파트는 없고 사방이 아파트와 공사 현장으로 둘러싸여 삭막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이른 아침부터 단지내 도로를 통과하는 덤프트럭은 소음과 함께 뿌연 먼지를 일으키고있고 입주 전에 완공됐어야 할 학교들은 언제 개교할지 기약이 없다. 최씨는 “내년과 후년에 잇따라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의 교육문제가 걸리는데다 교통전쟁을 치러가며 서울 강남의 직장으로 출·퇴근할 생각을 하니 차라리 입주를 포기하는 편이 났겠다”고 말했다.450가구를 분양한 이 아파트는 입주율이 40%에 머물고 있다.“지금도 의료대란을 겪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수지읍 풍덕천리 수지2지구 S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모(29)씨는 어린 딸이행여 큰 병이라도 날까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3월 딸이 심하게 아파 여러차례 종합병원이 있는 수원까지가야했다”며 “10만명을 수용한다는 대단지에 종합병원 조성계획이 없다는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생활불편은 비난 최씨와 이씨만의 문제는 아니다.용인서북부지역 주민들은 도로,상하수도,학교 등 기반시설과 공공시설 부족 등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18일 구성면 마북리 L아파트 주민 55명은 난개발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책임을 물러 용인시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함께 소송을 낸 주민 박모(43·여)씨는 “만신창이가 된 용인의 모습은 건설교통부와 경기도·용인시 등 관련기관의 부실행정이 빚어낸 공동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전문가 조언] 준농림지 행위제한 강화해야. 경기도 용인지역의 난개발은 정부정책의 허점에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다.아파트 연면적이 9만5,000㎡이하이면 교통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사업규모가 2,500가구 이하일 경우 의무적으로 학교용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기때문에 건설업자들이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기준이하 면적의 아파트로 앞다퉈 허가를 받은 것이다.또 지난 93년 국토이용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준농림지역에 대해 보전을 주로 하되 개발이 허용되는 곳’으로 애매하게 규정하고공동주택 건설을 허용,난개발을 부추겼다. 이같은 난개발 폐해에 대한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정부가 국토이용관리체계 개편을 주요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선계획 후개발’의 원칙을적용한 이 대책이 법 개정을 통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4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따라서 이같은 과도기 동안 난개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몇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준농림지역에서의 행위제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준농림지역에서는 6층 이상의 중·고층 아파트 건설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저층 공동주택만을허용해야 한다.둘째 국토이용계획법상의 용도지역 변경기준을 강화해야 한다.아파트 건설을 위해 준농림지역을 준도시지역으로 변경할 경우 세대규모,면적만을 고려하지 말고 기존 도시지역의 개발용량과 주택보급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셋째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도시계획구역에 편입하여도시기본계획의 방향에 맞도록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넷째 공공시설 설치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난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공공시설 및 기반시설 부족현상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기반시설의 확충방안과 비용부담 기준이 큰 쟁점이 되고 있다.우선적으로 개발규모에 따라 공공시설 설치기준을 구체화하고 용지 확보및 재원 등 실질적인 공공시설 확보기준을 마련하여 기반시설 확보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지자체가 개발승인을 남발하는것을 막아야 한다. 이성룡 경기개발연구원·박사. @
  • [매체비평] 사건 ‘본질’ 에 대한 ‘균형’ 보도 절실

    한국언론의 2000년 6월 하순은 너무도 뜨거웠다.엠바고를 깬 중앙일보 청와대 출입정지조치,의사들의 전면폐업,월남참전 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의 한겨레신문에 대한 폭력행사,롯데호텔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강제진압 등 연일 언론보도의 방향과 방법,그리고 공정성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만드는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중앙일보가 엠바고를 깨고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노동당규약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데 대하여 청와대는 그 보도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고 비보도 합의의신뢰를 깼다는 판단에 따라 출입금지조치를 취했다가 6일만에 해제했다.국익이 우선인가,언론의 상업주의가 우선인가,그리고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고엽제전우회’의 폭력행사는 그동안 어느 매체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고엽제 피해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여론환기를 하고 문제해결을 해왔던 한겨레신문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다.더우기 폭력사태의 책임과 원인을한겨레에 돌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는 절망적이었다. 언론은 의사들의 전면폐업을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이라고 보는 국민적 상식과 분노에 충실했다.의사들은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고 언론에 의해 초토화되었다.결과적으로 국민전체를 적으로 삼아 버리고 말았던 이번 폐업사태는 의사 전체의 역사적 실패요,치유불가능한 상처로 기록될 만하다.겨우 며칠 사이에 의사들은 남을 위해 어려운 일을 하는 ‘아름다운 존재’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싸움이나 벌이는 ‘집단이기주의의 화신’ 쯤으로 전락하고 말았다.의사들에게는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언론홍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케 한 사태였다.이 과정에서 한국언론은 상당한부분 직무유기를 했다.어느 매체도 의사들이 어쩌다가 극단적인 폐업에까지이르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밝히질 않았다.국민들만 영문도 모르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폐업사태를 맞았고 고통을 받았다.심지어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던 신문도 의사들이 내세우는 논리를 차분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언론은 의사들의 폐업원인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한편 롯데호텔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인 원인에 대해서도 침묵했다.롯데사태가 악화된 데에는 호텔소유주와 경영진이 성실교섭의 의무를 어겼다는 혐의가 있건만 그것을 지적하는 언론은 없다.그 배경에는 광고를 쥐고 로비활동을 하는 롯데호텔과 롯데그룹,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다른 재벌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어른거린다. 관광호텔업이란 주로 외국인 투숙객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이미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이미지란 한번 나빠지면 회복하기 어렵고,그것이 가져오는 경제적 손상은 계량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호텔 종사자는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안다.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파업에까지이르게 되었는지를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언론이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그 사실만 알뿐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며 불안해할 뿐이다.사태가 논리적인 연속선을 벗어나서 비약해 버렸기 때문이다.의사들의 폐업이나 한겨레신문에대한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던 경찰이 겨우 며칠이 지난 뒤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철퇴를 내리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류한호 의사·노동자 목소리엔 소홀
  • [대한광장] ‘예금보험한도 축소’재고를

    우리 경제가 IMF관리체제 하에 들어간 이후 정부와 근로자,금융기관,기업모두가 위기극복을 위하여 합심 노력한 결과 우리경제는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위기 이전의 모습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64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부문 구조조정으로 많은 부실 금융기관이 퇴출·합병되었고,적기 시정조치와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이도입되어 금융부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의 겸업화·대형화를 위한 제2차 금융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기업부문에 있어서도 대기업들의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되었고 사업 맞교환 등 업종 전문화가 추진되었으며 회계기준 및 경영의 투명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래 시중 자금사정은 지속적으로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기업들의 자금난은 무엇보다도 기업들 스스로가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데 근본원인이 있겠으나,금융권의 구조적 자금편재현상에서도 그 요인의일단을 찾을 수 있다.실제로 투신·종금·신탁 등 제2금융권은 신용도 추락으로 수탁고가 크게 감소하였으나 은행권의 실제 총예금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년 상반기 중 투신과 종금에서는 각각 38조원과 3조원의 수탁고가 감소하였고 은행 신탁계정에서도 21조원의 자금유출이 발생한 반면 은행 고유계정의 예금잔액은 54조원의 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수신규모의 대폭적 위축으로운용여력이 소진된 제 2금융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금이 넘쳐난 은행권마저도 6월말 BIS 중간점검으로 기업자금 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새한과 현대사태는 기업 자금난을 가속화시켰던 것이다. 다행히도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자금시장은 다소 안정의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불안요인이구조적으로 치유되었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금년 상반기의 자금시장 불안이 금융권간의 자금 편재현상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지나친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때 금년 하반기 금융권 자금편재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예금보험의 축소 방침이 우리를기다리고 있다.예금보험의 전액보장은 IMF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하여 여러가지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되었으며 그 정도의 기간이면 각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완결되어 모든 은행이 같은 여건하에서 공정한 경쟁을 벌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3년이 거의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연 그러한 여건이 갖추어져있는지,아니면 현재로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금년말 시한까지는 충족될 수 있을는지에 대하여는 크게 의문이 가지 않을수 없다.실제로 금년 상반기중 은행권으로의 대규모 수신 유입과정에서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경우 자금의 순증규모가 거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우량은행과 그렇지 못한 은행간의 차별화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현상은 연말이 가까워올수록 은행간의 신용도 차이에 따른 자금이동 현상이 활발해 질 것이고 자금시장의 불안은 확대될 우려가 있다 하겠다.더욱이 금년 12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매월 평균의 3배가 넘는 9조원 수준에 이르고 있어 자금시장의 불안을 더욱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볼 때 예금보험한도 축소계획은 여건이 충족될 때까지 그 시행을 당분간 보류하여야 한다.물론 도덕적 해이,소비자의 역선택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노력이 동시에 강구되어야 한다.엄청난혼란이 예상되는 제도변경을 앞두고,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수 있는 여건과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에 대한 확인과 점검보다는 지나친 이상과 명분에집착하다가 국민 대다수의 엄청난 불편과 희생만을 초래하고도 결국은 시행이 사실상 연기되고 만 의약분업의 전철을 금융당국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 陳 永 郁 한화증권사장
  • 포커스 투데이/ 美 상무장관 지명 노먼 미네타

    빌 클린턴 대통령이 29일 일본계 2세인 노먼 미네타(68)전하원의원을 신임상무부 장관으로 지명함으로써 미국에서 최초의 아시아계 장관이 탄생하게됐다. 지난 95년까지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무려 21년동안 하원의원을 지낸 그는 다수당인 공화당의 신임도 두터워 의회인준 역시 무난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윌리엄 데일리 현상무장관은 앨 고어 부통령의 선거운동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1910년대 미국으로 건너온 부모의 이민 2세로 태어난 그는 2차대전 중 미국정부가 일본계 미국인들을 와이오밍주 수용소에 격리수용하면서 그도 함께수용됐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의원시절 그는 1998년 수용소 강제격리에 대한 배상으로 생존자에게 2만달러씩 지급토록하는 미일배상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아픈 과거를 스스로 치유시킨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하원 예산위원회와 정보위원회,공공근로위원회 등을 거쳐 93년 교통위원회에 소속되면서 95년 사임때까지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항공 및 공항안전 전문가로서 깊은 지식을 쌓은 점이 인정돼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 국방계약담당 고문으로 활약해왔다. 지명에 대해 그는 “내부모는 90년전 꿈을 찾아 미국에 왔는데 이제 내가역사적인 이 꿈의 문턱을 넘어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민 2세로서의 감회를 표현했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 [사설] 이젠 의약분업에 힘모아야

    의사들의 집단폐업사태가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가 24일하오 전격적으로 만나 7월 중 약사법개정에합의하고 의사협회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여 폐업을 철회키로 함에 따라 종합병원의 응급실과 입원환자들의 진료가 정상화되고 동네 병·의원들도 속속병원문을 열고있다.폐업철회를 묻는 찬반투표 결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5일 동안 온국민과 환자들을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게했던 사상 최악의 의료대란은 끝나고 의약분업도 예정대로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할 수 있게됐다. 정부와 여당이 최종적으로 마련한 의약분업 보완책을 의사들이 거부함으로써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됐던 이번 집단폐업사태를 극적으로 수습할 수 있게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주말의 여야 영수회담이었다.국민들의 고통과 걱정을해결하고 국가적인 중대사태를 풀어나가는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을여야 총재가 보여줌으로써 상생(相生)과 희망의 정치를 실현한 좋은 본보기를 남겼다고 하겠다. 의사들의 집단폐업으로 우리 사회는 크나 큰 혼란과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 피해와 상처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얼마동안이나마 환자곁을 떠나야했던 의사들은 물론 국민과 정부 모두가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반면 많은교훈도 얻었다.지금까지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얻은 값진 교훈은,앞으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않도록 하고 의약분업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으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이제 이번 사태가 가져온후유증을 하루빨리 치유하고 모두가 의약분업의 차질없는 시행에 노력해야할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폐업이 수습된 것은 다행이지만 또다시 걱정되는 것은 약사들의 반발이다.정부와 정치권의 7월 약사법 개정결정이 의사들의 집단적인 힘에 밀려 의약분업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면서 전면 불복종운동을 선언하고나섰다.우리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약분업 시행방침에 따라 그동안 준비에 열중해온 약업계의 노력을 평가한다.약사법의 내용을 약사들에게 불리하게 다시 개정하려는 결정에 대한 불만도 충분히 이해한다.그러나 국민들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는 집단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 지를 우리는 이번 의사들의 집단폐업사태를 통해 분명히 경험했다.정당한주장이라면 앞으로 있을 법개정에 반영하면 될 것이다. 오랜 의료관행을 한꺼번에 바꿀 의약분업의 시행이 이제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현재의 준비상태로는 초기의 혼란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시행후 보완도 불가피한 상황이다.의료계와 약업계가 다같이 한발씩 양보하여 의약분업의 시행에 따른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대로 정착시켜나가는데 힘을 모으기 바란다.
  • [대한광장] 詩여 다시 앞장서라!

    사람들 끼리 친해지는 가장 빠른 길은 서로의 부끄러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서로가 보기와는 다른 큰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때우리는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또한 스스로도 상대방에게 편안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다.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전에는 언제나 서로의 힘을 재고 가급적이면 당당한 척 행동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그러나 진정으로서로가 만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보여줄 수 있는 경지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족의 경사일 뿐더러 세계적인 경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일이 우리에게벌어졌다. 55년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적일 수밖에 없던 상황이 남쪽과 북쪽의 지도자가 만나 근본적으로 변화할 어떤 계기를 만든 것이다.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가 이제 분단체제를 깨트리고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의 날들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통일을 미래형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만들기위하여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합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좋은가.‘이제는6월이라는 달이 민족의 비극이 아닌 내일에의 희망의 달로 역사에 기록되어야 하겠습니다’라는 말 또한 얼마나 좋은가.더불어 남북공동선언문이 발표되고 두 지도자가 악수하고 서로 포옹하는 장면은 참으로 눈이 부시다. 그렇다.우리에겐 다른 민족이나 국가가 갖지 못할 하나의 축제를 비장해두고 있었다.우리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어도 우리에겐 통일이라는 큰 잔치가 남아 있었다.그 잔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버렸으며 다쳤고 또 그 많은 고통을 현재진행형으로 지니고 살아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현실이 늘 시(詩)보다 앞서 간다.물론 시는 꿈이어서현실을 뛰어넘어 무한천공에서도 집을 짓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현실을 예비하고 예감케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늘 현실이 아닌 시의 영역이다.아무리 현실과 방불한 꿈을 꾸어도 그것이 구체적인 현실과 대비될 때는 그것은 아직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일 따름이다.그러나 꿈꾸었던 일이 바로 현실이 될 때우리는 그 어떤 문학에서도 느낄 수 없던 벅찬 감동을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나는 오늘의 시(詩)는 현실의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순례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남북의 정상들이 이루어낸 합의문의 구절 구절을넘을 수 있는 실감나는 시가 어디에 있을까.문득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난 뒤소회를 말하던 원로교수의 말이 떠오른다.“나는 말야,그 두 사람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굳게 악수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광대들이 벌이던 연극이 끝났다는 생각을 했어.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모두 광대짓이란 생각도 들고.그런데 이제 큰 광대짓이 끝났다해도 작은 광대들은 끝난 줄도 모르고 계속하고 있는 것이 문제야.또 현실적으론 그 광대짓을 계속해야 하고…” 큰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분단체제가 강요했던 우리의 모든 것이 새로운 시야로 들어온다는 것이 앞부분의 말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가 유지되면서 이미 내면화된 분단의 유습은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뿐더러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아프게 지적한 것이 뒷부분의 말이리라. 그렇다,우리는 아직 희망만을 본 것이다.미래를 잠깐만 보았을 뿐이다.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치부도 정직하게 보여주고 바로 그런아픔들을 서로 치유해주며 상생의 길로 가는 긴 여정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기왕의 광대놀음을 위해 우리의 의식이나 제도는 철저하게 길들여져 있었음을 직시해야 한다.이를 바꿔가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평양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문을 나와 곧바로 10여 초간 하늘을 바라보고 난 뒤에 트랩으로 내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벅찬 감회 때문이었겠지만 해야 할 일들에 따르는 어려움을 헤아려본잠시의 숨고르기가 아니었을까.그런 지혜로움은 오늘의 시에게 다시 명령하는 것 같다.詩여,다시 앞장서라! 강형철 숭의여대 교수 시인.
  • [사설] 한국전쟁 50년

    6·25동족상잔이 일어난지 반세기.155마일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대립과 긴장속에 살아온 50년의 세월이었다.잠시 갔다 다시 돌아오겠다며 북녘땅을 떠나 온 이산가족들이 부모형제를 그리워하며 살아온 단장(斷腸)의 세월이기도 했다. 이처럼 6.25한국전쟁은 우리민족에게 너무 깊은 상처와 손실을 안겨 주었다.민족자존에 치욕만 남긴 전쟁이었다.장구한 배달민족의 정통성이 무너지고 남북간의 이질성이 심화돼 통일을 막는 마음의 장벽이 남북사이에 가로놓이게 됐다.이 모든 전쟁의 상흔들은 반세기가 흘렀지만 아직도가셔지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으면서 남북이 함께 되새겨야할 교훈은 앞으로 어떤상황에서도 두번 다시 동족간의 무력다툼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만약 앞으로 한반도에서 또다시 6·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난다면 민족자체의파멸을 초래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통일은 다소 지연되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며 단계적으로 통일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있다. 따라서 남북이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6·25전쟁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하고 민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일이다.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제도적으로 보장될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6·25전쟁이 종식됐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때문에 올해 6·25는 그 어느때보다 각별한 뜻을 지닌다.분단이후 최초의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한 획기적 성과를 이뤘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점 또한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휴전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자행됐던 북의 휴전선 대남 비방방송이중단된 것도 긴장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해마다 정치목적으로 치러왔던 7·27전승기념일(휴전협정일)행사를 올해 취소한 것은 남북대결구도 종식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측이 증오와 타도의 결의를 담은‘6·25의 노래’대신‘우리의 소원’을부르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더욱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22일 판문점전화통지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교환한 것은 두 정상의 신뢰확인과회담성과 이행에 기대를 갖게하는 대목이다. 또한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 군사직통전화도 개설될 것으로 보여 남북군사분야 신뢰구축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남북한은 반세기만에 찾아온 화해와 협력분위기를 살려 아직도 끝나지 않은 6·25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50돌에 되돌아본 6.25](1)비운의 다리들

    우리에게 6·25전쟁은 무엇이었고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50년 세월동안 상쟁(相爭)과 배덕으로 얼룩졌던 한반도에 화해와평화의 여명이 드리워졌다.남북 상생(相生)의 물줄기가 용솟음치고 통일의빛이 어둠을 뚫고 내리비치고 있다.6·25전쟁 50주년을 맞아 ‘전쟁을 넘어평화로,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야 한다는 뜻에서 6·25특집을 시리즈로 마련했다. 1950년 6월28일 새벽 2시30분.칠흑같이 어두운 한강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고 화광은 일순간 주위를 대낮처럼 밝혔다.한강인도교와 한강철교,광진교가동강난 것이다.다리를 건너던 피란민 1,000여명도 수장됐다. 전쟁과 다리…. 다리는 땅과 땅을 이어준다.교류와 화해의 통로다.6·25 전쟁사에 등장하는다리는 예외없이 끊기고 찢어졌다. 한국 전쟁사에서 다리는 뺏고 뺏기는 격전의 장소가 아니었다.전진과 후퇴의 기로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작전상’ 끊은 것이 특징이다. 한강의 3개 다리와 함께 임진교,왜관교,금강교,대동강철교,압록강철교,평양승호리철교가 남진과 북진,후퇴 등 전세(戰勢)에 따라 엇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전쟁이 발발하면 도로와 철로는 곧 병참선(兵站線)이 된다.전쟁 초기 전차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내려오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다리를 폭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전쟁통의 다리는 피란민들의 피눈물이 어린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온 몸에 보따리를 이고 메고 들고 한강다리 난간에 매달린 피란민들의 행렬,미처 강을 건너지 못한 피란민이 망연자실해 강 건너쪽을 바라보는 모습들은 우리의 의식 깊숙이 각인돼 있다. 그러나 한강다리 조기 폭파는 국군의 퇴로를 차단,북한군의 포위작전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았다.6·25 전쟁사는 대표적으로 ‘실패한 작전’이었다고기록하고 있다.당시 한강다리 폭파임무를 맡았던 최창식(崔昌植·대령) 공병감은 전쟁중이던 9월21일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부산교외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낙동강변의 왜관교 폭파는 인민군의 워커라인(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딴 낙동강방어전선) 돌파를 저지하기 위해 이뤄졌다.미군제1기갑사단 호버트 개이 사령관의 “저 놈의 다리를 날려버려”란 한마디명령에 다리를 건너던 수백명의 피란민 대열은 아랑곳하지 않고 폭파됐다. 6·25 전쟁사에는 폭파된 다리만 기록돼 있진 않다.특히 영도다리와 돌아오지 않는 다리,자유의 다리는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되는 전쟁의 교훈’을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1934년 부산항과 영도를 연결하는 국내최초의 연륙교로 세워진 부산의 명물 영도다리는 전란을 피해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에게는 만남의 장소였다. “길을 잃고 헤매는 영도다리”란 가사로 전쟁의 아픔을 노래했던 ‘굳세어라 금순아’는 피란민들의 애창곡이었다. 영도다리 곳곳에는 사람을 찾는 벽보로 가득찼고 가족들을 기다리다 못해순간적으로 바다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잠깐만’이라는 푯말이 자살방지용으로 나붙어 있었다.다리 아래에는 교하촌(橋下村)이라고 불린 1,000여가구의 판자촌이 진을 쳤다.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 뒤쪽 사천을 가로지르고 있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경의선상행선 철교의 잔해로 남아 있는 자유의 다리 또한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휴전협정 조인 이후 남쪽과 북쪽으로 송환된 포로들이 건너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던 다리였다.임진각에서 북쪽으로보이는 자유의 다리는 전쟁 와중에 상하행선이 모두 파괴됐으나 포로교환을위해 목조로 급조해 만들었다.1만2,773명의 포로들이 이 다리를 건너면서 “자유 만세”를 외친 곳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다리들은 지난 50년 동안 다시 이어졌지만 당시 함께 찢긴상처와 안타까움은 아직 치유되지 못했다.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의 만남이전쟁통에 끊어진 남과 북을 연결시켜주는 ‘통일의 다리’가 되길 바라는 까닭이다. 노주석기자 joo@
  • [문화예술 분단장벽 허무나](1)문학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지 50년이 되는 해.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성사로어느 때보다 강한 화해 분위기가 감돌아 6.25를 맞는 감회가 유다르다. 분단극복을 포함한 민족문제의 해결은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의 최대 책무이며문화예술 부문은 믿음직한 선봉이 되고자 한다.남북화해의 세기에 맞는 첫 6.25를 기해 동족상잔의 치유와 회복,통일을 향한 장르별 문화예술의 성과와과제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상처는 대개 시간과 함께 아문다.그러나 세월이 상처의 본질까지 치유시켜주지는 않는다.상처를 근본적으로 낫게 하자면 세월의 망각에 마비되는 대신시간이 주는 거리감으로 기억을 보다 투명하게 닦아야 한다. 6·25이후 50년을 되돌아 볼 때 6·25를 다루거나 관련된 문학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드물어졌다.이같은 관심의 양적 축소는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을 회피한 결과일 수도 있으나 주제가 본질·정예화한 데서 온 당연한 현상으로수긍될 수 있다.소설을 중심으로 한 6·25문학은 직접적 아픔에 압도된 50년대식 전중·전후 문학을 극복하면서 ‘이념’과 ‘분단’을 최대의 이슈로삼게 된다. 전중·전후문학은 “6·25로 인한 개인의 파탄과 가치관의 붕괴,풍속적 변모 혹은 전쟁의 극한 상황성,삶의 부조리 등을 묘사·절규한다”고 평론가김병익은 지적했다.김동리 박영준 황순원 염상섭 등 전쟁이전 활동 소설가들과 함께 전쟁을 체험하며 등단한 손창섭 오영수 김성한 서기원 이범선 박경리 선우휘 등의 전후세대 소설가들의 50년대 작품들은 6·25란 대폭발로 귀가 멀도록 멍멍해진 가운데 씌어진 것이다.목전의 미증유의 상황에 사로잡혀있어 역사적인 안목으로 차분히 응시하는 겨를 같은 것은 도저히 기대하기어려웠다.황순원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 김동리의 ‘실존무’ 염상섭의‘취우’ 손창섭의 ‘비오는 날’ 박경리의 ‘불신시대’ 서기원의 ‘암사지도’ 등은 높은 문학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6·25를 객관적·전면적으로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6·25전쟁의 직접성이 닳아지면서 이 동족상잔의 거대한 뿌리로서의 이념과 끝나지 않는 전쟁의 현재로서의 분단 문제가 서서히 전면에 나선다.이때 50년대 문학은 “6·25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가 결여되며 따라서 분단에 대한현실적,미래지향적 의지를 정서적 비애로만 환치시킨다”(김병익)는 비판 앞에 놓인다.즉 역사의식의 미흡을 지적받고 있는데 장용학의 ‘요한시집’(1955) 등 몇몇 작품들은 비교적 역사의식을 지닌 작중인물을 통해 분단에 대한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그리고 상상력의 문을 넓혀준 4·19혁명과 함께 최인훈의 ‘광장’(1960)이 나왔다.‘6·25를 하나의의식화된 이념의 형태로 포착한’(김윤식) 이 소설은 6·25의 이념적 동인이되었던 양대 이데올로기의 본질과 그 현실적 양상을 ‘한꺼번에’비판하는 넓은 시야를 보여주었다. 문학이 힘을 쏟아야할 당대의 이슈들이 많아지고 반공 이념 일변도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6·25문학의 후신으로서 분단 현실을 투철하게 인식하려는 ‘분단 문학’은 활기를 잃었다.이 와중에서 이호철의 ‘판문점’(1961) 하근찬의 ‘야호’(1972) 윤흥길의 ‘장마’(1973) 김원일의 ‘노을’(1977) 등은 편협하게,분단고착적으로 굳어진 6·25,남북대치에 관한 일반 독자의 인식에 일침을 가했다.또 홍성원은 역사성은 뒤떨어지지만 6·25를 총체적으로조망하는 대하장편 ‘남과 북’을 내놓았고 불명료한 역사관점 속에서도 빨치산을 주인공으로 한 이병주의 실록장편 ‘지리산’이 각각 70년대 후반 완성됐다. 시간은 망각의 잡초를 무성하게 퍼뜨리지만 뜻있는 사람에겐 드디어 기억의꽃망울을 터트리도록 한다. 6·25 체험세대인 조정래는 ‘태백산맥’을 83년9월부터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89년9월 10권으로 완간된 이 소설은 빨치산화한 민중,백성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조명하고 있다.40년 가까이 왜곡과 망각의 음지에 차폐된 역사에 기억과 평가의 햇빛을 쏘인 것이다.이 햇빛으로쑥쑥 자라난 것은 빨치산의 신화가 아니라 보다 객관적으로 조망된 6·25당시의 역사와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투영된 분단의 현실이었다.이제 문학에서분단은 절대적으로 고착된 전제가 아니라 극복의 몸짓으로 다가갈 수 있는가변물인 것이다. 이후 미전향 장기수 문제를 다룬 김하기의 ‘완전한 만남’(1991)과 분단현실과 관련이 깊은 제주 4·3사태를 이야기하는 현기영의 ‘마지막 테우리’(1994) 등이 있지만 탈역사적 기류의 90년대에는 이렇다할 6·25,분단문학작품이 없었다. 전쟁체험 세대가 점진적으로 이룩한 분단극복의 방향성에다 남북 양쪽을 과거 어느 때보다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는 시대상황을 잘 활용할 때 6·25 미체험의 신세대들도 분단문학의 순도를 한 눈금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영기자 kjykjy@
  • 급류타는 은행합병/(하)극복과제

    은행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고 있다.그러나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고,지주회사 방식으로는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금융지주회사는 만능인가/ 금융지주회사제는 은행·증권·보험 등 서로 다른 금융업종간의 결합을 통한 종합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입하는 제도다.자율적인 은행합병이 어려운 실정에서 나온 차선책인 셈이다. 이 방식은 구조조정을 연기하는 효과밖에 없다는 비판이 따른다.1∼3년동안기존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합병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으나 시너지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금융연구원 손상호(孫祥皓)연구원은 “자산규모 세계 10대 은행에 일본은 7개나 있으나 대부분 부실한 상태”라며 “은행합병은 무엇보다 수익증대 등 시너지 효과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분처리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조흥·외환은행을 지주회사로묶는 경우, 정부지분 처리도 과제다.산업자본의 진입을 봉쇄하고 있어 해외매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제일은행에 이어 국부유출의문제점이 제기될수 있다.정부지분을 동일인 지분소유한도인 4%이하로 쪼개 국내에 판다 하더라도 일부는 주식예탁증서(GDR)발행을 통한 해외유출이 불가피하다. 정부지분을 처분하기 전까지 지주회사 사장 등의 인선에 정부가 관여,관치금융의 폐단을 불식하기도 어렵다. ◆금융전업가의 지분은/ 금융전업을 희망하는 기업에 대해 은행법상의 동일인지분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강문수(姜文秀)금융팀장은“감독권을 명확히 해놓으면 되는 것이지 (산업자본에 대한) 진입장벽을 두는게 바람직한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또한 지주회사에 각종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연결납세제도 도입여부,자회사 노조와 지주회사 경영진과의 단체교섭 허용여부,금융지주회사 건전성 규제방안 등도 해결해야 할과제다. ◆합병 유인책은/ 정부는 자율합병시 부실채권 매입,취득·등록세 감면 등의유인책을 마련중이다.그 실효성은 아직 의문이다.우량은행간의 합병이라면이같은 유인책이 큰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센티브는 다른 금융기관 통·폐합에도 적용될 수 밖에 없어 정부가근본적 부실치유는 하지 않고 국민세금을 담보로 선심행정을 한다는 비난을받을 수도 있다. ◆금융자율화에 더 신경써야/ 정부는 금융자율화를 위한 각종 제도정비에 더신경써야 한다.과거 은행을 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공급수단으로 인식했던 관행에서 탈피,실질적인 금융자율화를 꾀해야 한다. 박현갑기자
  • 영화 ‘로렌조 오일’ 실존 어머니 사망

    [페어팩스(미 버지니아주) AP 연합] 영화 ‘로렌조 오일’의 실존 인물로아들을 불치병에서 살려내겠다는 집념으로 로렌조 오일이란 물질을 찾아낸어머니 미카엘라 오도네가 11일 폐암으로 사망했다.향년 61세. 의학에 문외한이었던 오도네는 뇌의 백질이 차츰 파괴되어 가는 희귀병인부신백질 이영양증(ALD)에 걸린 아들 로렌조를 살리기 위해 남편과 함께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리브와 평지씨 기름을 혼합한 기적의 치료약인로렌조 오일을 만들어 냈다. 이들의 사연은 92년에 수전 서랜든과 닉 놀테가 주연한 ‘로렌조 오일’이란 영화로 만들어져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의학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이 물질의 효능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이후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로렌조 오일이 초기에 투여될 경우 ALD의 진행을 억제할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남편 아우스토 오도네는 “아내는 여행도,휴가도 가지 않고 심지어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매일 16시간 이상 계속해서 아들을 보살폈다”면서 “오랜 간호로 인해 아내의 건강이 악화됐다”고 말했다.그는 또 “이 물질의 진실은 앞으로 10∼15년 뒤 드러날 것”이라면서 “로렌조 오일은 아직도 임상실험 단계에 있으며 아직 판단은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아들 로렌조는 현재 22살로 병을 치유하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 끝에 비교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오늘의 눈] 다시 생각해보는 ‘통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따라 평양까지는 못가더라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설렘과 흥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센터’다. 연회장인 크리스탈볼룸 등 600여평에 개소한 프레스센터의 규모는 얼핏 봐도 장관이다.현재 프레스센터에 등록한 국내외 취재진은 287개 매체 1,131명.단일행사로는 88년 서울올림픽 이래 최대규모다.외신의 경우 미국 CNN과 일본 NHK 등 173개 매체 503명이 한국 땅을 찾았다.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리는데 기자들은 오히려 서울에 북적거리는 것은 ‘한반도적 특수상황’이 빚은 또하나의 아이러니다.북한은 정상회담 외부 취재진을 남한 언론기자 50명으로 제한하고,외신기자들은 입국을 불허했다. 때문에 정상회담 취재차 방한한 외신기자들은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순간부터 뭔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법하다.또 프레스센터에 도착,수많은 기자들을 보는 순간 ‘한 나라의 정치적 이벤트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몰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가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들뜬 분위기 탓인 듯,내외신을 막론하고 대부분 기자들은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표정이다.장르와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영화를 보기 직전의 감정이랄까. 아무튼 CNN 등 유명 언론 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방송사까지 프레스센터에 중계부스를 설치하고 부산을 떠는 모습은 통일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정상회담이,그리고 통일이 우리 민족만의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좋든 싫든 남북정상간의 만남은 이미 세계적인 이벤트가 됐으며,우리는 이미 그 뉴스의 한가운데 서 있다. 다시 말하면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이 우리의 아픔과 치유과정을 너그럽게봐줄 수도 있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쿠키’를 먹으면서 별로 진지하지 않게 지켜볼지 모른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우리가 좀더 성의있게 몸가짐과 언행을 가다듬고,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우리는 어쩌면 서울올림픽때보다 더 혹독한 시험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도 모른다. [김 상 연 정치팀기자]carlos@
  • 독집음반 ‘하강의 미학’낸 ‘동물원’ 출신

    3평 남짓한 사무실.온통 흰색 벽으로 이런 공간을 채울법한 수채화나 유화한폭 걸려있지 않은,약간 무미건조한 것처럼 보이는 공간에 그는 앉아 있었다. 그룹 ‘동물원’ 출신의 김창기(37).그가 음악생활 12년만에 처음으로 독집음반 ‘하강의 미학’을 냈다.연대 의대를 ‘힘겹게’ 나온 그는 지난해 서울 서초동에 신경정신과를 개업해 삶에 지친 ‘허기진 사람’들을 치유하고있다.그는 “아마추어”라고 몸을 낮춘다.‘취미’라는 허허로운 말까지 날렸다. 언뜻 음반산업의 영향력에서 비껴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자신의 살아온 얘기,가족과 형제 등 이땅의 30대 중·후반들이 느낄 법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상업적인 계산의 몫은 극히 적다.“음반 낸다고 세상이 바뀔 일이없잖아요.팔리는 것과 관계없이 내 자신에게 들려주는 노래를 내 방식대로해보자고 생각했어요.”음반의 ‘주파수’는 화려한 정열의 분화구를 흘려보낸 386세대의 ‘씁쓸함’에 맞추고 있다.“이쯤 했으면 나의 자신을 사랑할 때도 된 것 같은데”(미녀와 야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상처)에 괴로워하고 “차가운 눈빛 차가운 미소 그 무심한 표정”(넌 아름다워)을 드러내는 세상에 뜨악해 한다. 그는 ‘편안한 조무라기’란 표현을 썼다.“우리는 어쩌면 ‘혼자 큰’ 세대였죠.뭔가 큰 흐름에 영문도 모른 채 휩쓸렸다가 이젠 가정과 일에서 희망의씨앗을 새삼스레 발견한 궁상맞은 세대,딱 그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요.”시같은 노랫말은 어떻게 나왔을까.“한 1년 환자들을 보고 법원에서 문제 청소년들을 ‘개화’시킨답시고 상담하고 CBS FM에서 청소년 상담프로를 진행하며 주워들은 표현들이 이야기로 엮어졌다고 보시면 돼요.”그런 점에서 어찌보면 이 앨범은 어느날 문득 거울앞에 선 중년초입의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씁쓸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섬짓함이 잡힌다면 감정과잉일까. 그는 자신의 그릇보다 크게 넓게 깊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이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노래는.“도구일 뿐이죠.제가 부르는 이노래들도 감정의 완충역할을 할 뿐이지 근본적인 치유는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되는 것”이란다. 대학때 교수들은 “너 가서 노래나 부르라”고 핀잔을 줬다.그런 노래를 그는 질기게도 붙잡고 있다.“넉넉해졌다”고 했다. 앨범 커버에는 아들 남현(5)이가 실렸다.남현이가 노래에 등장하는 ‘아이야 일어나’가 가장 좋단다.“밤마다 침대곁에서 불러주죠.잠든 아이 얼굴 쳐다보면 얼마나 행복한지.”‘미녀와 야수’는 동시통역사로 일하는 동생 김고은이 불렀다.타이틀곡 ‘형과 나’도 누구든 있을 법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노래했으므로 이번 앨범전체가 가족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하나 갖기도 힘든 탤런트를 두개나 갖고 있다”고 떠보자 그는 “부모님덕”이라고 공을 돌린다.어릴 적 다닌 성당에서 음악에 눈을 떴기 때문인지내면을 정밀하게 살펴본 참회록,또는 잠언으로도 이번 앨범은 읽힌다. 임병선기자 bsnim@
  • [대한포럼] 6·25 반세기와 주한미군

    우리 민족사에 일찍이 없던 6·25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지 50년이 됐다.돌이켜 보면 22만㎢의 좁은 강토에서 벌어진 3년1개월 동안의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너무도 깊은 상처와 손실을 안겨 주었다.민족자존에 치욕만 남긴 싸움이었다.장구한 민족의 정통성이 무너지고 남북간 심각한 불신을 야기시켜 통일에 결정적 장애의 벽을 만들어 놓았다.이 모든 전쟁의 상흔들은 반세기가 흘렀지만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6·25 반세기를 맞으며 우리가 깊게 되새겨야 할 교훈은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두번 다시 동족간의 상잔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만약 앞으로 한반도에서 또다시 6·25와 같은 전쟁을 치른다면 민족 전체의 파멸을 초래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들이 앞으로 전쟁에 동원된다면 그 결과는 민족구성원 50%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국토의 90%가 파괴되는 그야말로회복불능의 상처를 남겨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쟁만은 없어야 한다.따라서 당면한 최우선의 민족적과제는 6·25 동족상잔의 상처를 하루속히 치유하고 체제와 이념을 초월하여남북이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분단 55년 만에 열리는 6·12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그리고 6·25반세기를 맞아 그동안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왔던 주한미군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최근 노근리 사건,매향리 미 공군기 오폭(誤爆)사건,미군 술집 여종업원 살해사건,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개정협상 등 일련의 미군 관련 사건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반미(反美)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주장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 노근리 사건도 그러하지만 매향리 사건의 경우 주민들이 미군의 오폭으로인해 입은 억울한 피해나 미군기지 소음공해에 따른 피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미군 주둔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각종 사고나 불합리한 일들에 대한 처리는 SOFA 개정 등을 통해 시정을 요구할 수있는 문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미군 철수를 주장한다거나 지나친 감정 표출로 반미감정을 확산시키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특히 미군은 6·25 전쟁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한국전에 참전해 5만여명의 생명을 잃으면서 우리의 국권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미군은 한·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 안보체제의 중대한 한 축으로서 휴전이후 지난 47년간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할 경우 대체전력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에 대한 한국군 방위비 부담이 30조원 이상 늘어나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한미군 철수에 따라 군 복무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력안보를 위한 국민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동서냉전체제 해체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군이 유럽 군사력의 균형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주한미군도 동북아 안보환경에서 '균형자'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한반도에서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남북이 평화공존으로 나아가든가 통일이 되면 어차피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미군의 한국 주둔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때문에 무조건적인 반미감정은 자제돼야 마땅하다.주한미군과 관련한 문제를 다룸에 있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대국적 견지에서 국가이익을 생각하는 냉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이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근본적 배경에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1960년대 체결된 SOFA는 현재 한국 상황과부합되지 못하는 조항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한국은 이제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인 만큼 미국은 한국사회의 질적 변화를 반영하자는 한국정부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다.미국은현실안주의 타성과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자세를 버리고 우리의 SOFA 개정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장청수 논설위원c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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