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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의 눈물/퀸터 바루디오 지음

    현대는 문명충돌의 시대라기보다는 자원충돌의 시대라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그 한복판에는 물론 석유가 있다.석유는 문명의 젖줄이자 악마의 눈물이다.기술문명의 비약을 가져왔지만 오염과 파괴를 낳았고,경제적 부를 창출했지만 국가간의 종속과 빈부의 격차를 불렀다.끝없는 갈등과 전쟁의 이면엔 늘 석유가 있었다.요컨대 석유의 역사는 석유자원을 둘러싼 기술선진국과 오만한 강대국들의 탐욕과 부패로 얼룩진 고통과 수난의 역사다. ●고대 이집트 때부터 사용됐던 석유 ‘악마의 눈물,석유의 역사’(귄터 바루디오 지음,최은아 등 옮김,뿌리와이파리 펴냄)는 이처럼 축복과 재앙의 두 얼굴을 지닌 석유의 정체와 역사를 파헤친 석유의 세계사다. 석유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파라오가 태양숭배 의식을 거행하던 고대 이집트에서 신처럼 숭배되던 역청은 사실 가스를 제거한 일종의 석유였다.죽은 왕의 시체를 방부·보존 처리하는 데 사용된 역청은 성서의 창세기편에도 나온다.노아는 여호아의 지시에 따라 유황 냄새가 나고 끈적끈적하며 검은 갈색을 띤 역청으로 방주의 안팎을 칠했다. 석유는 액체탄화수소혼합물로,고체인 석탄과 휘발성인 천연가스가 액체 형태로 응집돼 있는 태양 에너지다.문제는 한번 쓰면 없어지고 마는 고갈성 자원이라는 데 있다.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은 선진 산업국가들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석유 에너지를 얻기 위한 투쟁은 마침내 55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2차세계대전 같은 인류 최악의 재앙을 낳았으며,그 비극은 오늘날 이라크 전쟁에까지 이어지고 있다.페르시아만,카스피해,남중국해 등 석유가 존재하는 곳엔 어김없이 분쟁이 있다.이것은 어쩌면 석유로 말미암아 탄생한 현대문명의 업보인지도 모른다. ●20세기 전쟁의 원인은 대부분 석유때문 책은 세계적 규모의 ‘자원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태도와 ‘칼의 외교’를 비판한다.클린턴 전 대통령은 카스피해 연안의 석유를 수송하기 위한 터키행 파이프라인 건설을 강력히 요구해 관철시킴으로써 카스피해 연안 석유 개발의 물꼬를 텄다.30대에 텍사스주 미드랜드에서 유전거래 사업을 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누구보다 석유에 정통한 인물이다.‘석유의 고향’ 텍사스 출신인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사람들은 “부시만큼 미국 석유업계의 대리인으로 적합한 인물은 없다.”고까지 했다. 우리는 190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거대 유전이 발견된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자이언트’를 기억한다.원유를 샤워하듯 뒤집어 쓰고 열광하는 제임스 딘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우리도 석유을 찾을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줬다.그러나 이 추억의 영화는 더이상 ‘낭만’이 아니다.석유는 곧 전쟁의 동의어이기 때문이다.적어도 20세기에 일어난 전쟁은 대부분 석유를 둘러싼 것이었다.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의 진정한 이유 또한 ‘석유’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저항수단의 하나로 석유자원을 무기화해 러시아와 중국,유럽의 석유기업들에 440억배럴의 유전 개발권을 준 것은 미국으로선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저자는 UN의 권능과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교황의 권위에 맞서는 ‘주교주의자’에 비유한다.프랑스 철학자 레이몽 아롱이 그의 저서 ‘임피리얼 리퍼블릭’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초대받는 제국주의 국가’다.세계 40여개 나라에 군사기지 사용권을 갖고 있고,130여개 국에 미군을 파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복지의 관건 오늘날 석유와 결부된 기술산업주의나 소비지상주의는 끝없는 연료의 소비를 강요한다.연료소비에 대한 인간의 이같은 병적 욕망을 저자는 ‘프로메테우스 신드롬’이라 부른다.‘진보’나 ‘발전’이란 미명 아래 묵인되는 이런 소비 강박증은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이뤄질 때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석유는 언제까지 악마의 눈물을 흘려야 하나. 저자는 생명과학의 시대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석유의 본질을 다시 알고 새롭게 바라볼 때라고 강조한다.인류의 복지는 석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석유는 더이상 패권추구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말말말˙˙˙

    6·25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면 통일이 여성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다.여성들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김귀옥 성공회대 연구교수,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의 질곡 속에서 여성은 갖가지 폭력에 시달렸으며 아직 그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며-
  • 성남 舊시가 재개발 가속도?

    성남 舊시가 재개발 가속도?

    지난 1968년 서울의 청계천 일대 철거민 12만여명이 첫 이주를 시작해 보금자리를 튼 경기도 성남시.인구 100만을 바라보며 광역시승격을 탐내고 있는 시가 대 수술을 앞두고 있다. 분당 신시가지 조성당시 성남 구시가지로부터 독립시켜 달라는 아파트입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도시기반시설의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수정·중원 일대 구시가지가 전면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철거민들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올해로 시승격 31주년을 맞았고,모습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지만 구시가지는 여전히 분당에 비해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성남시는 이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구시가지 재개발 청사진을 마련해 추진에 나섰다.그러나 개발기간 동안의 한시적 인구 이전문제와 뿌리깊은 저소득층의 생활기반 등에 부딪혀 갖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또 구시가지에 대한 외과적 수술계획이 지나치게 장기적이며 실현불가능한 계획들로 포진돼 당시 민선 자치단체장의 선거용으로 계획됐다는 지적도 일었다.계획입안 당시에는 구시가지 일대 부동산 투기바람이 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 ●철거재개발이냐,수복재개발이냐 2016년을 목표로 작성된 성남시 도시재개발기본계획은 구도심을 중심으로 도시환경 악화지역 또는 악화가 진행되는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정비·개선방향을 제시하고,도시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과 기능의 조화를 도모하는 지침적 성격의 종합계획이다. 재개발 대상은 수정·중원구 구시가지 주거면적 273만여평 가운데 73만여평(공공·공익시설 포함). 최근에는 247만평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사실상 전 지역이 빠짐없이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개발방식은 철거재개발과 수복재개발 두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철거재개발(공동주택 건설방식)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대상지역의 기존 건축물을 제거한 뒤 새로운 주거공간과 공공용지를 확보하려는 적극적 주거환경 정비방식.특정지역 전체를 뜯어내고 한꺼번에 새로운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수복재개발(현지 개발방식)은 주거기능과 생활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지역에서 건축물을 신축보다는 수리·개조하고 구역내 필요한 공공시설에 대하여 공공지원을 통해 점차 주거환경개선을 유도하는 방식. 주민합의 하에 지역별 공원과 주차장,아파트 등을 개발하게 된다. 재개발구역별 기본계획의 골격은 구시가지 전체를 20개 구역으로 나눠 이 가운데 14곳은 수복재개발,나머지 6곳이 철거재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수정구는 11개 구역 중 10개 지역이 수복재개발 대상이고 1개지역만이 철거대상이다.반면 중원구는 수복 4,철거 5곳으로 철거대상이 50%를 넘는다. 면적으로는 수복재개발이 76%(55만 7000여평)로 압도적이다.주민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재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 가운데 구역별 면적이 가장 큰 수정구 수진1동(수복재개발)의 경우 대상면적이 모두 22.6㏊로 공동주택이 1525가구에 이른다.지금은 열악한 도시기반시설에 주민들의 불편이 만성화됐지만 어린이공원과 놀이터,소공원 등 2만 2000여평에 이르는 공공시설이 마련돼 주민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용적률 높여야 대부분이 용적률 200%에 건폐율은 60%선(제2종 일반주거지역 기준).그러나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구시가지의 열악한 환경과 철거민들의 마구잡이 이주라는 정부의 책임 등을 들어 특별법을 제정,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성남 구시가지의 경우 당시 서울의 도시문제 해결만을 위해 대책없이 급조된 위성도시로 대부분 구릉지이거나 고지대이며 20평 이내의 좁은 대지위에 3∼4가구가 기거하는 인구 고밀도 지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주정차공간마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고,협소한 도로율로 일부의 경우 가뜩이나 좁은 도로변에 개구리주차까지 허용하는 열악한 환경을 연출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해 말 발족된 ‘성남시재개발 및 서울공항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구시가지 거주민의 70%가 중산층 이하 근로자 계층으로 자족기반이 취약하고 높은 실업률까지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적,행정적,정책적 측면의 총체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남구시가지의 기형적 발전형태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성남구시가지의 옛모습을 담은 사진전까지 개최하면서 주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순환재개발방식돼야 최근에는 성남시의 재개발방식 변경 등을 앞두고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개발대상을 기존 73만여평에서 247만여평으로 대폭 늘리면서 개발방식을 철거위주로 변경하려는 시의 움직임에 따른 것. 범대위는 “자치단체가 주도해 단계적으로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순환방식 재개발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상당수 지역은 재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재개발되더라도 한탕주의 식 난개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순환재개발방식은 이주 및 임대단지 조성이 골자로,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벌여 체계적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 그러나 성남시는 전면적인 순환재개발에 나설 경우 사업비 과다 등을 이유로 시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시가지 특성상 사글세 등 소규모 임대료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저소득층이 많아 이들에 대한 대책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이 때문에 전면 재개발의 기치 아래 시작된 성남구도심 개발사업은 갈수록 이해관계가 얽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시가 목표연도를 2020년으로 늘리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8대 토박이 남성현 중원구청장 성남에서 8대째 살아온 남성현 성남시 중원구청장은 공무원들 사이에 ‘성남시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35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단 한순간도 성남시를 떠나지 않았다. 남 청장이 들려주는 성남의 역사는 9급공무원 시절 이주민들에게 밀가루를 나누어주면서 시작된다. “군 제대를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서울에서 청소차에 실려온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백명씩 이주해 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살았습니다.대부분 극빈층으로 먹을것조차 부족해 배급에만 의존했지요.” 서울의 철거민들이 이주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68년.원주민들은 정부의 광주대단지 택지개발계획발표와 수용정책에 대부분 저항없이 땅을 내놓았다고 한다. 당시 보상가격은 임야의 경우 평당 20원,금싸라기 논 정도는 돼야 평당 340원 가량 했다고 한다. 계란 한개가 1∼2원 이었다고 하니 지금 가격으로 대충 계산해도 비싼 땅 한평의 보상가격은 기껏해야 5만원선.사실상 강제수용된 격이다.최근 성남 판교택지개발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보상비를 받아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상과 함께 광주대단지시절 마련된 것이 가수용지.일종의 거주민촌으로 주로 2인용 천막으로 조성됐다.현 성남시 중앙시장과 수정구청,중동 3곳에 마련된 천막촌은 당시 이주민들의 어려웠던 사정을 짐작케 한다. 이후 이주민 가구당 20평 규모의 공짜 택지 분양딱지가 배급됐다.딱지는 지금의 것과 차이가 없었고 나중에 분양대금을 지불해야 명의가 넘어왔다.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시 성남에는 부동산투기꾼들이 몰려와 이 딱지들을 매입해 되파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성남으로 3번이상 청소차 신세를 지며 이주해오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지요.이들은 오자마자 딱지를 5000원 정도에 팔아넘긴 뒤 다시 이전대상인 서울 판자촌에 숨어들어가 강제이주,다시 딱지를 받는 수법을 동원했지만 달리 단속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주민 대부분이 광주대단지시설 광주군 성남출장소(옛 인하병원자리)로부터 밀가루 등을 배급받아 연명했다. 남 청장은 첫 근무지로 사회과에 소속돼 하루종일 밀가루포대(22㎏)를 나누어준 것 밖에는 한 일이 없을 정도라고 전한다. 20평씩 배분된 땅에는 시멘트와 벽돌로 지은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겨우 비바람 정도만 피할 수 있는 조잡한 형태였다. 그것도 초기에는 상·하수도 공급이 전혀 안 됐다고 한다.기존 광주군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소규모 우물에 수천여명이 의존해 난장판을 연출했고,세탁 등 생활하수는 도로와 주택지 구분을 위해 새끼줄로 쳐놓은 2m 도로에 마구 뿜어나왔다. 재래식화장실이 넘쳐나 온 동네가 오물냄새로 가득찼고,서울 등 타지에서는 사람몸에 이상한 냄새가 나면 “성남에서 왔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성남주민들이 8·10사태라고 부르는 주민집단항거는 1971년도에 발생했다. 정부가 딱지로 준 땅을 불하하면서 책정한 대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주민들이 당시 출장소를 불지르고 시영버스를 탈취해 서울시청으로 몰려갔던 것.많은 주민들이 구속됐고 불탄 청사는 새로 건설됐다. 광주군 소속의 출장소는 사태이후 경기도 산하 성남출장소로 승격돼 기구가 확대됐고 이어 73년 시승격의 감격을 맞았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사업추진 주역 이대엽 시장 “성남 구도심재개발계획은 도심의 재건설과 어렵던 과거의 청산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대엽(李大燁) 성남시장은 구시가지의 재개발이라는 건설적 측면 못지않게 그 의미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 성남시 승격 당시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주인공으로 어려웠던 지역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성남이 서울 도심의 불량주택 철거를 위한 희생양으로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보다는 주로 서울의 도시미관과 연관된 이주사업이 배경이 돼 현재까지도 기형적인 도시구조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의 단순 재개발 차원에서 벗어나 중앙정부의 책임있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20평 크기의 소규모 주택이 시 전역을 덮고 있는 상태에서 전면 재개발 발표가 타지역과는 달리 생계를 걱정하는 일부 주민들에게 오히려 걱정거리로 다가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철거민들의 이주촌이라는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구시가지 재개발은 분당신시가지와의 생활여건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민갈등의 해소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분당신시가지 조성 초기에는 분당주민들이 성남시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으로 독립시 요구를 하기도 했다.”며 “구시가지의 재개발로 번듯한 시가지 모습으로 거듭날 경우 이질감도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재개발방식을 기존의 수복재개발 위주에서 철거재개발로 변경하고 재개발대상도 사실상 시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 시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 이 시장은 전직 성남시장들과는 다른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오면서도 구시가지 재개발은 취임 전 계획을 승계해 오히려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 시작된 아파트재개발사업은 벌써부터 시가지 모습을 크게 바꾸어놓고 있다.”며 “주택과는 별도로 녹지와 도로율도 크게 높여 오히려 분당보다 나은 도시로 탈바꿈시켜 놓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성남 舊시가 재개발 가속도?

    지난 1968년 서울의 청계천 일대 철거민 12만여명이 첫 이주를 시작해 보금자리를 튼 경기도 성남시.인구 100만을 바라보며 광역시승격을 탐내고 있는 시가 대 수술을 앞두고 있다. 분당 신시가지 조성당시 성남 구시가지로부터 독립시켜 달라는 아파트입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도시기반시설의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수정·중원 일대 구시가지가 전면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철거민들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올해로 시승격 31주년을 맞았고,모습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지만 구시가지는 여전히 분당에 비해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성남시는 이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구시가지 재개발 청사진을 마련해 추진에 나섰다.그러나 개발기간 동안의 한시적 인구 이전문제와 뿌리깊은 저소득층의 생활기반 등에 부딪혀 갖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또 구시가지에 대한 외과적 수술계획이 지나치게 장기적이며 실현불가능한 계획들로 포진돼 당시 민선 자치단체장의 선거용으로 계획됐다는 지적도 일었다.계획입안 당시에는 구시가지 일대 부동산 투기바람이 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 ●철거재개발이냐,수복재개발이냐 2016년을 목표로 작성된 성남시 도시재개발기본계획은 구도심을 중심으로 도시환경 악화지역 또는 악화가 진행되는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정비·개선방향을 제시하고,도시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과 기능의 조화를 도모하는 지침적 성격의 종합계획이다. 재개발 대상은 수정·중원구 구시가지 주거면적 273만여평 가운데 73만여평(공공·공익시설 포함). 최근에는 247만평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사실상 전 지역이 빠짐없이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개발방식은 철거재개발과 수복재개발 두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철거재개발(공동주택 건설방식)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대상지역의 기존 건축물을 제거한 뒤 새로운 주거공간과 공공용지를 확보하려는 적극적 주거환경 정비방식.특정지역 전체를 뜯어내고 한꺼번에 새로운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수복재개발(현지 개발방식)은 주거기능과 생활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지역에서 건축물을 신축보다는 수리·개조하고 구역내 필요한 공공시설에 대하여 공공지원을 통해 점차 주거환경개선을 유도하는 방식. 주민합의 하에 지역별 공원과 주차장,아파트 등을 개발하게 된다. 재개발구역별 기본계획의 골격은 구시가지 전체를 20개 구역으로 나눠 이 가운데 14곳은 수복재개발,나머지 6곳이 철거재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수정구는 11개 구역 중 10개 지역이 수복재개발 대상이고 1개지역만이 철거대상이다.반면 중원구는 수복 4,철거 5곳으로 철거대상이 50%를 넘는다. 면적으로는 수복재개발이 76%(55만 7000여평)로 압도적이다.주민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재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 가운데 구역별 면적이 가장 큰 수정구 수진1동(수복재개발)의 경우 대상면적이 모두 22.6㏊로 공동주택이 1525가구에 이른다.지금은 열악한 도시기반시설에 주민들의 불편이 만성화됐지만 어린이공원과 놀이터,소공원 등 2만 2000여평에 이르는 공공시설이 마련돼 주민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용적률 높여야 대부분이 용적률 200%에 건폐율은 60%선(제2종 일반주거지역 기준).그러나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구시가지의 열악한 환경과 철거민들의 마구잡이 이주라는 정부의 책임 등을 들어 특별법을 제정,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성남 구시가지의 경우 당시 서울의 도시문제 해결만을 위해 대책없이 급조된 위성도시로 대부분 구릉지이거나 고지대이며 20평 이내의 좁은 대지위에 3∼4가구가 기거하는 인구 고밀도 지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주정차공간마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고,협소한 도로율로 일부의 경우 가뜩이나 좁은 도로변에 개구리주차까지 허용하는 열악한 환경을 연출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해 말 발족된 ‘성남시재개발 및 서울공항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구시가지 거주민의 70%가 중산층 이하 근로자 계층으로 자족기반이 취약하고 높은 실업률까지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적,행정적,정책적 측면의 총체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남구시가지의 기형적 발전형태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성남구시가지의 옛모습을 담은 사진전까지 개최하면서 주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순환재개발방식돼야 최근에는 성남시의 재개발방식 변경 등을 앞두고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개발대상을 기존 73만여평에서 247만여평으로 대폭 늘리면서 개발방식을 철거위주로 변경하려는 시의 움직임에 따른 것. 범대위는 “자치단체가 주도해 단계적으로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순환방식 재개발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상당수 지역은 재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재개발되더라도 한탕주의 식 난개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순환재개발방식은 이주 및 임대단지 조성이 골자로,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벌여 체계적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 그러나 성남시는 전면적인 순환재개발에 나설 경우 사업비 과다 등을 이유로 시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시가지 특성상 사글세 등 소규모 임대료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저소득층이 많아 이들에 대한 대책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이 때문에 전면 재개발의 기치 아래 시작된 성남구도심 개발사업은 갈수록 이해관계가 얽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시가 목표연도를 2020년으로 늘리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8대 토박이 남성현 중원구청장 성남에서 8대째 살아온 남성현 성남시 중원구청장은 공무원들 사이에 ‘성남시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35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단 한순간도 성남시를 떠나지 않았다. 남 청장이 들려주는 성남의 역사는 9급공무원 시절 이주민들에게 밀가루를 나누어주면서 시작된다. “군 제대를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서울에서 청소차에 실려온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백명씩 이주해 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살았습니다.대부분 극빈층으로 먹을것조차 부족해 배급에만 의존했지요.” 서울의 철거민들이 이주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68년.원주민들은 정부의 광주대단지 택지개발계획발표와 수용정책에 대부분 저항없이 땅을 내놓았다고 한다. 당시 보상가격은 임야의 경우 평당 20원,금싸라기 논 정도는 돼야 평당 340원 가량 했다고 한다. 계란 한개가 1∼2원 이었다고 하니 지금 가격으로 대충 계산해도 비싼 땅 한평의 보상가격은 기껏해야 5만원선.사실상 강제수용된 격이다.최근 성남 판교택지개발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보상비를 받아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상과 함께 광주대단지시절 마련된 것이 가수용지.일종의 거주민촌으로 주로 2인용 천막으로 조성됐다.현 성남시 중앙시장과 수정구청,중동 3곳에 마련된 천막촌은 당시 이주민들의 어려웠던 사정을 짐작케 한다. 이후 이주민 가구당 20평 규모의 공짜 택지 분양딱지가 배급됐다.딱지는 지금의 것과 차이가 없었고 나중에 분양대금을 지불해야 명의가 넘어왔다.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시 성남에는 부동산투기꾼들이 몰려와 이 딱지들을 매입해 되파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성남으로 3번이상 청소차 신세를 지며 이주해오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지요.이들은 오자마자 딱지를 5000원 정도에 팔아넘긴 뒤 다시 이전대상인 서울 판자촌에 숨어들어가 강제이주,다시 딱지를 받는 수법을 동원했지만 달리 단속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주민 대부분이 광주대단지시설 광주군 성남출장소(옛 인하병원자리)로부터 밀가루 등을 배급받아 연명했다. 남 청장은 첫 근무지로 사회과에 소속돼 하루종일 밀가루포대(22㎏)를 나누어준 것 밖에는 한 일이 없을 정도라고 전한다. 20평씩 배분된 땅에는 시멘트와 벽돌로 지은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겨우 비바람 정도만 피할 수 있는 조잡한 형태였다. 그것도 초기에는 상·하수도 공급이 전혀 안 됐다고 한다.기존 광주군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소규모 우물에 수천여명이 의존해 난장판을 연출했고,세탁 등 생활하수는 도로와 주택지 구분을 위해 새끼줄로 쳐놓은 2m 도로에 마구 뿜어나왔다. 재래식화장실이 넘쳐나 온 동네가 오물냄새로 가득찼고,서울 등 타지에서는 사람몸에 이상한 냄새가 나면 “성남에서 왔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성남주민들이 8·10사태라고 부르는 주민집단항거는 1971년도에 발생했다. 정부가 딱지로 준 땅을 불하하면서 책정한 대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주민들이 당시 출장소를 불지르고 시영버스를 탈취해 서울시청으로 몰려갔던 것.많은 주민들이 구속됐고 불탄 청사는 새로 건설됐다. 광주군 소속의 출장소는 사태이후 경기도 산하 성남출장소로 승격돼 기구가 확대됐고 이어 73년 시승격의 감격을 맞았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사업추진 주역 이대엽 시장 “성남 구도심재개발계획은 도심의 재건설과 어렵던 과거의 청산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대엽(李大燁) 성남시장은 구시가지의 재개발이라는 건설적 측면 못지않게 그 의미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 성남시 승격 당시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주인공으로 어려웠던 지역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성남이 서울 도심의 불량주택 철거를 위한 희생양으로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보다는 주로 서울의 도시미관과 연관된 이주사업이 배경이 돼 현재까지도 기형적인 도시구조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의 단순 재개발 차원에서 벗어나 중앙정부의 책임있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20평 크기의 소규모 주택이 시 전역을 덮고 있는 상태에서 전면 재개발 발표가 타지역과는 달리 생계를 걱정하는 일부 주민들에게 오히려 걱정거리로 다가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철거민들의 이주촌이라는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구시가지 재개발은 분당신시가지와의 생활여건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민갈등의 해소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분당신시가지 조성 초기에는 분당주민들이 성남시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으로 독립시 요구를 하기도 했다.”며 “구시가지의 재개발로 번듯한 시가지 모습으로 거듭날 경우 이질감도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재개발방식을 기존의 수복재개발 위주에서 철거재개발로 변경하고 재개발대상도 사실상 시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 시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 이 시장은 전직 성남시장들과는 다른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오면서도 구시가지 재개발은 취임 전 계획을 승계해 오히려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 시작된 아파트재개발사업은 벌써부터 시가지 모습을 크게 바꾸어놓고 있다.”며 “주택과는 별도로 녹지와 도로율도 크게 높여 오히려 분당보다 나은 도시로 탈바꿈시켜 놓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LPGA 투어] 메이저 퀸 브리티시 3파전

    ‘지존을 가리자.’ 올시즌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퀸’ 자리를 놓고 박지은(나이키골프),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멕 말론(미국) 등 올해 메이저 챔피언들이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무대는 29일 밤(이하 한국시간) 영국 버크셔주 서닝데일골프장(파72·6277야드)에서 올시즌 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로 개막하는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160만달러).앞선 3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한 개씩 나눠 가진 이들은 올시즌 유일한 메이저 2관왕이 될 기회인 이 대회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다. 시즌 첫 메이저인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으로 메이저 챔피언 반열에 오른 박지은은 이후 톱10에만 여섯차례 든 채 아직 해소하지 못한 시즌 2승의 갈증을 반드시 풀겠다는 집념에 차 있다. 여기에 현재 3명 가운데 가장 낮은 상금 순위(4위·79만 9582달러)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25만 5000달러의 상금을 추가한다 해도 1위인 소렌스탐(163만 6290달러)과 2위 말론(108만 288달러)을 넘기 어려워 그로서는 ‘메이저 퀸’에 의미를 더 둘 수밖에 없다.물론 이를 통해 남은 투어 대회에서 상금 순위를 역전시키려는 계획도 담아두고 있다. 시즌 두번째 메이저인 LPGA챔피언십에서 박지은을 연장 끝에 따돌리고 힘겹게 2연패를 달성한 소렌스탐은 ‘골프 여제’의 힘을 보여줄 호기로 삼을 참이다.시즌 다승 선두(4승)는 물론 상금,최저타수,올해의 선수 포인트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는 그로서는 메이저 2관왕을 다른 선수에게 빼앗긴다는 것만으로도 자존심 상하는 일. 지난주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웬디 둘란(호주)에 막판 역전패한 아픔을 이번 대회를 통해 치유하고야 말겠다는 생각도 강하다. 이달 초 시즌 세번째 메이저인 US여자오픈에서 2타차로 소렌스탐을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말론도 상승세를 기반으로 메이저 2관왕을 노린다. US여자오픈 다음주에 열린 캐나다여자오픈마저 거머쥔 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할 경우 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3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휩쓰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과연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정상에 올라 메이저 2관왕이 탄생할지,아니면 또 다른 메이저 퀸이 등극할지는 서닝데일골프장만이 알고 있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軍 수난시대] 어수선한 일선 부대

    최근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후,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군(軍)은 말을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원체 ‘말 없는’ 군(軍)이긴 하지만,말은 더욱 조심스럽고 표현은 한층 우회적이다.어떤 이는 공격적인 반응까지 보인다.그만큼 전반적으로 위축된 듯 받아들여졌다. 한 해군 관계자는 26일 “정해진 지침에 따라 총 쏘고 상황에 대처해 작전에 성공한 것 아니냐.”며 다소 공세적 반응을 보였다.“문제가 있는 부분에는 책임자 처벌이 뒤따른 만큼 별 문제가 없지 않으냐.”는 식이었다.그는 “(해군)지휘부에 자존심 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해야)할 것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러던 그도 ‘어쨌거나 (해군내) 분위기가 다소 침잠해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지휘부가 자존심이 상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을 되뇌이면서도 ‘분위기 회복에는 초급 장교들이 더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향후 작전에 심리적 위축은 없겠느냐.’고 묻자 “이번 일을 교훈삼아 보완할 일은 보완됐으므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대통령이 군의 사기 저하를 우려해 중징계감을 경징계로 낮추고,여권이 군을 달래러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 자체가 ‘일상적’ 상황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군이 아무래도 어수선할 수밖에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그는 “해군 쪽에는 아직도 (서해상에서) ‘북에 밀릴 수 없다.’는 강경한 인식이 많다.”면서 “다만 ‘수구적’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워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군에는 아직도 ‘라인’을 보위하려는 개념이 있다고 보는 게 옳다.”면서 경징계라 하더라도 일단의 ‘불만’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식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해군과는 접촉이 없어 잘 모르겠다.”며 대화를 거절한 육군 관계자는 “정치적 속셈들을 알 수가 있어야지.워낙 민감하니까….”라며 이 사건에 대한 일단의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정훈(政訓)’ 측면에서 이번 일을 걱정했다.그는 “사건이 한때 청와대와 군(軍)간의 갈등 양상을 빚은 게 실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장병들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이 ‘반(反) 정권’적 위치에 서 있는 것 아니냐는 혼동과 함께 ‘우리’라는 개념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이러한 일은 장병 각각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악(善惡) 간에 판단을 유도하게 마련이어서 군 전체적으로 볼 때 보이지 않는 ‘전력손실’이 유발되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 영관급 장교는 “심리적으로 하자면 장교쪽에 타격이 더 크지.사병이 뭐….”라는 반응을 보였다.얼버무린 말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군 전체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했다.그는 “일상적 상황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런 와중에 터진 ‘조영길 국방부 장관 교체설’은 군이 이번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시간을 더 걸리게 할지,아니면 단축시킬지 주목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하프타임] 이신바예바 장대높이 또 세계新

    러시아 육상의 ‘새별’ 옐레나 이신바예바(21)가 26일 영국 버밍엄 알렉산더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노리치유니온국제육상대회에서 4m89에 걸린 바를 뛰어넘어 러시아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가 지난 5일 국제육상연맹(IAAF) 슈퍼그랑프리대회에서 세운 종전기록(4m88)을 1㎝ 끌어올렸다.3주 만에 갈아치운 세계기록.
  • [2004 프로야구] 엄정욱 이제부턴 ‘특급’

    ‘미완의 대기에서 특급 투수로.’ 엄정욱(23·SK)은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뿌리는 ‘총알탄 사나이’.190㎝ 90㎏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우완 정통파 엄정욱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최고 158㎞의 ‘총알투’를 전광판에 찍어 관계자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메이저리그의 특급 투수들에 견줘 손색없는 스피드다. 그러나 많은 강속구 투수들이 그렇듯이 들쭉날쭉한 제구력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게다가 상대 타자의 몸쪽에 과감히 공을 붙이지 못하는 ‘새가슴’도 그가 대형투수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다.해마다 광속구로 주목받았지만 이같은 단점 탓에 줄곧 ‘미완의 대기’ ‘차세대 특급’ ‘광속구의 풋내기’ 등 수식어만 요란했다. 하지만 올시즌엔 달랐다.제구력과 새가슴이 몰라보게 치유된 것.올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 가담한 그는 불같은 강속구로 상대를 압도해 코칭스태프를 고무시켰다.부상 등으로 전반기를 고작 3승으로 마쳤지만 후반기들어 화려하게 비상했다. 후반기 첫날인 지난 20일 두산전에서 5이닝 동안 4안타 4볼넷 2실점으로 승리를 낚은 데 이어 두번째 등판인 25일 기아전에서는 생애 최고의 피칭으로 특급투수 반열에 올랐음을 한껏 과시했다.9이닝 동안 최고 154㎞의 광속구를 앞세워 올시즌 최다인 삼진 14개를 솎아내며 단 1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자신의 첫 완투승이자 완봉승을 일궈낸 것.후반기 2연승으로 5승 고지를 밟은 엄정욱은 26일 현재 방어율 3.71로 10위에 올랐고,탈삼진 97개로 다니엘 리오스(96개 기아)를 제치고 2위에 이름을 올렸다.1위인 ‘닥터K’ 박명환(115개 두산)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 중앙고를 졸업하고 2000년 데뷔한 엄정욱은 지난 4년 동안 단 1승(2패)에 방어율 4.91의 보잘 것 없는 성적을 냈다.하지만 그가 이처럼 눈부시게 성장한 것은 지난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서다.SK 조범현 감독은 엄정욱을 꾸준히 선발로 기용했고,볼넷을 남발할 때 오히려 격려해 믿음을 듬뿍 심어주었다.자신감을 얻은 엄정욱은 ‘투수리드의 귀재’ 박경완의 도움까지 겹쳐 제구력과 새가슴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게 됐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野 “관련자 문책” 與 “그만 끝내자”

    사그라지던 정치권의 군(軍) 보고누락 논란이 조영길 국방장관의 돌출발언으로 다시 불 붙기 시작했다.열린우리당은 “그만 매듭짓자.”며 진화에 부심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팔을 걷어붙였다.민주노동당도 26일 논전에 뛰어들었다. 사안의 복잡함만큼이나 보는 시각과 해법은 3당3색이다.한나라당은 ‘상부의 사격중지 명령을 우려하는 야전의 불신감’에 눈높이를 두고 현 정권을 공격했다.반면 한때 허위보고에 대한 엄중 문책을 주장하던 열린우리당은 경징계로 끝낸 청와대와 보조를 맞춘 채 파문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남북 핫라인 합의가 야전에서 무시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軍·靑 고위층이 책임져야”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 국군이 정권의 국방의지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줬다.”면서 “북한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국방시스템을 고장나게 한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합동조사단이 허위발표한 사실을 청와대가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국방부 장관이나 청와대 고위층이 이에 책임을 져야 하고,대통령이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군 관계자가 청와대에 허위보고했다며 문책하라고 난리를 쳤는데,국민에게 허위보고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히라.”고 압박했다.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이번 사태로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과 군에 대한 갈지자형 대처를 보면서 정권이 얼마나 아마추어적인가 확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해군작전사령관이 남북 핫라인이 중요한지,북방한계선(NLL) 사수가 중요한지 헷갈린다면 국민은 누굴 믿고 생업에 종사하겠느냐.”면서 “남북대화가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이상 정치쟁점화 말라” 이에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종합 판단하고 군의 사기를 고려해 관련자 경징계로 결론 내린 만큼 더 이상 이를 정치쟁점화하지 말라.”고 반박했다.신기남 의장은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중대하고 재발되어서도 안 된다.”면서 “그러나 국군통수권자가 합동조사단 보고를 받고 최종 결단을 내린 이상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군은 평화의 수호자로,우리당은 군의 확고한 안보태세 유지와 사기앙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군과 여권과의 갈등을 치유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임종석 대변인도 “야당이 정부와 군을 이간질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통수권자가 이번 일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군 사기를 감안,관대하게 조치하기로 결정한 만큼 더 이상 흔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매서운 회초리로 기강 잡아야” 이에 비해 민주노동당은 해군작전사령관이 상부의 사격중지 명령을 우려해 교신여부를 보고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며 군 내부를 맹비난했다.김배곤 부대변인은 “각 방면에서 남북화해의 물결이 줄을 잇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 군이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사건은 일부 군 상층부의 비뚤어진 애국심이 지휘체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로,매서운 회초리로 군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박지연기자 jade@seoul.co.kr
  • [軍 수난시대] 어수선한 일선 부대

    최근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후,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군(軍)은 말을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원체 ‘말 없는’ 군(軍)이긴 하지만,말은 더욱 조심스럽고 표현은 한층 우회적이다.어떤 이는 공격적인 반응까지 보인다.그만큼 전반적으로 위축된 듯 받아들여졌다. 한 해군 관계자는 26일 “정해진 지침에 따라 총 쏘고 상황에 대처해 작전에 성공한 것 아니냐.”며 다소 공세적 반응을 보였다.“문제가 있는 부분에는 책임자 처벌이 뒤따른 만큼 별 문제가 없지 않으냐.”는 식이었다.그는 “(해군)지휘부에 자존심 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해야)할 것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러던 그도 ‘어쨌거나 (해군내) 분위기가 다소 침잠해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지휘부가 자존심이 상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을 되뇌이면서도 ‘분위기 회복에는 초급 장교들이 더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향후 작전에 심리적 위축은 없겠느냐.’고 묻자 “이번 일을 교훈삼아 보완할 일은 보완됐으므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대통령이 군의 사기 저하를 우려해 중징계감을 경징계로 낮추고,여권이 군을 달래러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 자체가 ‘일상적’ 상황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군이 아무래도 어수선할 수밖에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그는 “해군 쪽에는 아직도 (서해상에서) ‘북에 밀릴 수 없다.’는 강경한 인식이 많다.”면서 “다만 ‘수구적’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워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군에는 아직도 ‘라인’을 보위하려는 개념이 있다고 보는 게 옳다.”면서 경징계라 하더라도 일단의 ‘불만’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식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해군과는 접촉이 없어 잘 모르겠다.”며 대화를 거절한 육군 관계자는 “정치적 속셈들을 알 수가 있어야지.워낙 민감하니까….”라며 이 사건에 대한 일단의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정훈(政訓)’ 측면에서 이번 일을 걱정했다.그는 “사건이 한때 청와대와 군(軍)간의 갈등 양상을 빚은 게 실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장병들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이 ‘반(反) 정권’적 위치에 서 있는 것 아니냐는 혼동과 함께 ‘우리’라는 개념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이러한 일은 장병 각각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악(善惡) 간에 판단을 유도하게 마련이어서 군 전체적으로 볼 때 보이지 않는 ‘전력손실’이 유발되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 영관급 장교는 “심리적으로 하자면 장교쪽에 타격이 더 크지.사병이 뭐….”라는 반응을 보였다.얼버무린 말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군 전체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했다.그는 “일상적 상황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런 와중에 터진 ‘조영길 국방부 장관 교체설’은 군이 이번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시간을 더 걸리게 할지,아니면 단축시킬지 주목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열린세상] 말의 정파적 오용과 남용/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우리 사회가 말(言語)에 대한 새로운 경험으로 소란하다.소통이 아니라 분열을 가져오고 있는 것에 대한 당혹감 때문이다.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의 말 속에 공허한 편가르기의 강요가 있다.책임의식과 공복정신이 결여된 무모한 말들이 핏대를 세우고 신문과 텔레비전에서,토론회와 기자회견에서 백병전으로 맞붙고 있다.영문도 모르고 죽은 말의 시체들이 내는,진동하는 악취에 코를 막고 있는 국민들은 아랑곳없이 또 다른 말들이 국민을 담보로 국토를 말싸움의 전선으로 만들고 있다.민주주의 발전과 성숙을 가능하게 한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정파적 오용과 남용으로 오히려 혼란과 위기감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인간의 말은 혼돈과 무질서한 카오스의 세계를 정돈과 질서의 코스모스의 세계로 옮겨 놓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이해할 수 없는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인간의 상호교통,교류,교감이라는 중요한 기능 담당자다.말에 얽힌 고금의 흥망사는 물론이고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가 체험하는 말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일희일비의 사연도 인간이 얼마나 말에 의해 지배당하는 존재인가를 일러준다.말로서 입장을 명료하게 밝히되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특히 공적인 위치에 있는 이들은 이러한 말의 본질과 기능을 잊지 말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켜야 한다. 우선 말은 폭력적이지 말아야 한다.말이 폭력성을 지닐 때의 폐해는 가공할 만한 것이다.육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물리적인 폭력보다도 언어적 폭력에 의한 후유증은 더 치명적이고 지속적이다.말의 폭력에 의한 심리적 상처는 인격과 도덕심에 모욕감을 주고 정체성의 상실을 가져와 당당하고 공명정대한 사고와 행동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 자존심과 합리성을 훼손시킨다.좀처럼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말은 폐쇄적이지 않아야 한다.내 말만이 유일하게 타당하다면서 다른 견해와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인색해서는 안 된다.다양하게 다른 의견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타당성과 신뢰성을 획득하고 설득력을 높임으로써 지배적인 여론으로 동의를 얻는 것은 한 사회의 발전에 핵심 요소다. 말이 이러한 속성을 잃으면 민주주의적 의견 교류는 사라지고 외부와 내부는 교통하지 못하고 조직은 수혈을 받지 못해 썩게 된다.또한 말은 구속성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내 말과 다르면 옳지 않다며 직간접적으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의사표현을 제한하게 되면 죽은 사회가 된다.일사불란의 일률적인 사회가 사람들을 얼마나 억압하고 유대감과 생동감을 앗아가며 멋대가리마저 없는 사회를 만드는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독재 및 권위주의 시대 치하에서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 일러준다. 말을 제대로 하고 제대로 들으며 제대로 토론하는 교육이 시급하다.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울음이나 동작 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음성언어인 말을 사용한다.이런 점에서 시기는 빠를수록 좋으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정규 교육의 과목으로 채택하고 실습교육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말을 통한 대화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체감을 형성하는 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말을 통한 절차와 과정의 보장은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공공성이다.권력의 합리적인 힘은 말의 설득력에서 오는 것이지 정파적 과장이나 말싸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말의 설득력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고 나라를 리드해야 한다.고집하거나 강요하거나 교정하는 것이 아니고 대화할 때 설득력이 생기는 것이다.말은 상대방과의 차이를 구태여 구분하고 편을 가르고 대결하면서 상대방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말은 상대방과의 차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편을 이해하고 대화하면서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이다.그래야 분열이 아닌 통합을 지향하는,살아 있는 말이 되는 것이다.학연·지연·혈연이 갈라놓은 이 땅에 말까지 뛰어들어 분열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우선 정부와 집권 여당의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 ‘국민소득 1만달러 덫’ 탈출동력은 투자

    ‘국민소득 1만달러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경제의 조로(早老)현상을 슬기롭게 이겨내지 못할 경우,우리경제의 성장동력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지적됐다. ●선진국 성장동력 회복 2만~3만불 시대 열어 한국은행은 25일 ‘경제성숙기의 성장환경 변화와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 선진국들이 70년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뒤 출산율 저하,노사갈등 심화,투자 부진 등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선진국들은 성장동력을 다시 찾는 데 성공함으로써 2만·3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처럼 선진국의 출산율도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을 전후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1.2명 수준이다. 선진국들은 갖은 대책을 마련해 출산율 추가 하락을 막았다. 특히 출산장려금 지급,공공주택 우선입주 등 직접 유인책보다 보육서비스 확대,육아 휴직 활성화 등 간접 유인책을 통해 더 큰 효과를 봤다. 7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도 생산성이 추락했다.자연히 투자도 부진해졌다. 미국은 이에 따라 83년 대통령직속 산업경쟁력위원회를 설치하고 기간산업 규제완화,인재육성 지원,독점규제 완화 등 정책을 실시,큰 효과를 봤다. 영국도 규제완화와 공공기업 민영화,세금인하 등을 통해 ‘영국병’ 치유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 노동손실일수 111일 미국과 영국에서는 70년대 근로자 1000명당 연간 노동손실일수가 각각 500일과 573일에 이르는 등 노사갈등이 심했다.우리나라도 2000∼2002년 노동손실일수가 111일에 달했다.같은 기간 일본·스웨덴은 각 1일이었다. 특히 2001년부터 실질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분배구조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우리나라의 지니계수(수치가 클수록 빈부격차 심함)는 90년대 0.293에서 2000년대 들어 0.314로 악화됐다. ● 경쟁력 강화 기구 신설 필요 한은은 기업수익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연구개발투자,교육개혁,규제완화,기업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미국의 대통령직속 경쟁력위원회처럼 경제·교육·과학 등 전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기구를 신설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불법파업과 부당해고 방지를 위해 법을 엄하게 집행하고 근로자 해고의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임금협상을 개별 교섭방식으로 바꿀 것도 제안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죽죽선녀를 만나다/박정애 지음

    98년 등단한 뒤 신인답지 않은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면서 2000년 장편 ‘에덴의 서쪽’으로 문학사상 신인상,다음해 ‘물의 말’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작가 박정애가 두번째 창작집 ‘죽죽선녀(竹竹仙女)를 만나다’(문학사상사 펴냄)를 냈다.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는 남성 위주의 현실에서 여성들이 강요당해온 희생과 그로 인한 신산한 삶을 그려온 이전의 문제의식을 더 넓혀간다.여성의 상처가 어머니 세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딸의 세대로 대물림하고 있음을 꼬집는다.한걸음 더 나아가 그 상처를 안고 치유하는 ‘여성성’의 풍부함도 보여준다.물론 세세한 묘사보다는 특유의 리듬감있는 이야기체 속에 된장국 맛 같은 토속어와 경상도 사투리를 실어서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힘은 여전하다. 표제작 등 8편의 단편에서 작가는 여성들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특유의 토속어와 속담 등에 실어 그린다. 민박집 할머니의 굴곡어린 삶을 담은 ‘불을 찾아서’가 어머니 세대의 상처를 비춘 것이라면, 젖먹이 아이를 고향에 두고 한국에 온 조선족 여성과 남한의 가정교사가 강남의 부잣집에서 받는 눌린 삶을 그린 ‘21세기 유모’는 진행 중인 수난사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의 조각난 삶의 상처를 들추는 데 멈추지 않는다.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흔을 하나씩 기우며 상흔을 극복하는 낙관적인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그린다.20살에 원치 않은 임신으로 마지못해 결혼을 한 엄마가 딸들에게 ‘여자의 더러븐 팔자’가 되풀이될까 두려워 분열증에 시달리면서 딸을 미워하고 그런 엄마의 한풀이 때문에 자살한 딸의 원한을 풀어가는 과정을 다룬 표제작은 여성에 내린 험한 운명과 화해·치유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내 딸아,네가 크고 내가 늙으면,네가 그 낭랑한 목소리로,우리 엄마가 쓴 글이네? 하면서 이 잡문을 뒤적거리는 날도 있겠지.”라는 작품 속 내용처럼 마치 아이에게 들려주는 것같이 자연스럽게 뿜어내는 이야기체의 매력에 힘입어 작품은 생생하게 들려온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경제살리기 주체 ‘실종’…‘심리적 위기론’ 커진다

    경제가 실종됐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군(軍) 갈등설,파업,경제팀 흔들기,불안한 국제유가 등 나라 안팎의 잇단 돌출 악재로 개인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청와대도,정치권도,정부도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경제는 뒷전인 양상이다.일본식 불황·386음모론 등을 둘러싼 경제수장들의 신중치 못한 ‘입’도 이같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진다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4·4분기(10∼12월) 성장률을 4.2%로 전망했다.분기별로 5%대를 이어가던 성장률 추정치가 4분기 들어 뚝 떨어진다는 분석이다.경기회복의 핵심열쇠인 민간소비는 올해 간신히 마이너스(0.7% 증가)를 벗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한술 더 떠 한국의 성장률이 내년에 3%대로 급강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잠재성장률(물가상승 등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성장률,현재 5%안팎)을 한참 밑도는 비관적 수치다. 이런 가운데 각종 악재들이 잇따라 불거져 불안심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고,물가 상승률은 4%대를 넘본다.얼마전 끝난 백화점과 할인점의 대대적인 여름세일 실적도 신통찮다.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노동계의 하투(夏鬪)도 LG칼텍스정유·서울지하철 파업 등을 시작으로 본격화돼 기업들의 일할 의욕마저 잃게 한다.여기다 온갖 음모론과 청와대와 군사이의 갈등설 등이 경제흔들기에 가세했다.KDI 우천식 지식경제팀장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5.2%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총투자 증가율이 지금보다 두배가량(3.9%→6.5%) 늘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수장들의 가벼운 입·꼬리무는 공방 통화정책 수장인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우리나라가 일본식 불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며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듯 발언을 했다.항간의 우려를 옮긴 것이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청와대와 경제부처 장관들이 한목소리로 “일본식 불황은 없다.”고 단언해 왔기에,혼란만 부채질한 꼴이 됐다. 그런가 하면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국민은행 자문료’ 정보유출의 주체가 “여의도(금융감독원)쪽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삼고초려해서 경제를 맡길 때는 언제고,왜 자꾸 뒷다리를 잡느냐.’라는 항변의 산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수그러들던 음모설만 다시 자극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음모설의 주체로 사실상 지목된 여권 386세대들은 21일 “부총리를 바꾸려 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불쾌한 반응이었다.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공무원 주식신탁제도 등에 대한 이 부총리의 비판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측의 반박이 이어졌다.정세균(丁世均) 의원은 “오히려 이 부총리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범여권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대통령·경제팀·386 신뢰회복돼야”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경제부총리가 여당 경제정책을 비판할 수도 있고,386세대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내 치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1년도 안 돼 꺾이고 있는 경기지표들을 다시 살리자면 경제문제가 전면에 부상해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가 다른 사안에 매달려 소모전만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그 시간에 각종 경제관련 법안들을 처리하라는 주문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대통령과 경제팀,집권여당이 서로 딴소리를 하는데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할 마음이 생기겠느냐.”면서 “경제팀 거취,정책방향 등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이헌재 경제팀이 정책의 기본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면서 “대통령과 경제팀의 상호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미현 김미경기자 hyun@seoul.co.kr
  • 우리당 ‘여야 대표회담’ 추진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2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여야대표회담을 공식 제안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우리당 김부겸 의장비서실장은 이날 한나라당 진영 대표비서실장을 찾아가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했다. 김 비서실장은 “신 의장으로부터 직접 한나라당을 접촉해 대표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제의 배경에 대해 “신행정수도 건설 등 당면한 국가 과제를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심각하므로 여야 지도자들이 아픔을 치유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라고 말했다. 앞서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여야가 새 진용을 갖춘 만큼 대표회담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이를 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특히 “여야 대표회담 이후에 노무현 대통령과 신 의장,박 대표가 3자회담을 갖거나,노 대통령과 박 대표간의 양자 회담을 주선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당 지도부와 의논해 결정토록 하겠다.”며 일단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열린우리당 측이 기존 대표회담의 합의사항을 무시한 사례를 들어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원만한 정국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찬성하는 의견이 혼재하고 있어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할 의사를 묻자 “전직 대통령인 만큼 언제든지 찾아뵙고 남북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 “여당은 전제를 달지 말고 여야가 당리당략을 초월해 국가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특히 “자꾸 찬반을 말하라고 하면 지난번과 똑같이 정치적 결정을 하라는 말밖에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나의 이름은 게임展·미술과 놀이Ⅱ展

    방학을 맞은 어린이,청소년들을 즐거운 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전시가 마련된다.‘나의 이름은 게임!’전(인사아트센터,29일∼8월22일)과 ‘미술과 놀이Ⅱ’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23일∼8월22일).두 전시 모두 지난해에 이어 열리는 특별기획전이다. ●과학자와 예술가 공동작업 ‘나의 이름은 게임!’전은 10년 후 과학기술이 바꿔놓을 미래를 함께 꿈꿔 본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지난해 열린 제1회 사이아트(SciArt)전 ‘10년후’와 마찬가지로 미래에는 과학자가 예술가가 되고 예술가가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국내외 과학자와 예술가 150여명이 개별적으로 혹은 팀을 이뤄 작품을 만들었다.전시작은 36점.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현실과 미래를 게임의 코드로 이해하고 상상하도록 이끈다. 전시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고등범죄 현장,땅따먹기에 이르기까지 난해한 과학기술을 친근한 주제로 승화시킨다.박소연·박경신 등 6명의 공동 프로젝트인 ‘디지털 고구려’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고구려 고분 안악 3호분을 게임의 소재로 삼은 작품.고구려 고분벽화를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벽화에 게임의 요소들을 담았다.관람객들은 동굴처럼 재현된 공간 속에서 그 옛날 고구려인들의 생활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작가 김수정은 ‘타나토노트’란 작품을 선보인다.타나토노트는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타나토스’와 항해자를 의미하는 ‘나우테스’의 합성어.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노트’의 내용을 추상적 이미지의 컴퓨터 게임으로 바꿨다.죽음이라는 소재 자체가 지닌 묘한 매력을 전해준다.외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콜코즈(프랑스)의 컴퓨터 네트워크 게임 ‘Kolkoz.org’,미디어 유희를 통한 치유를 강조한 브라이언 크넵(미국)의 ‘치유’ 등의 작품이 나온다.(02)736-1020. ●작가 24명의 재미있는 미술작품 ‘미술과 놀이Ⅱ’전은 미술의 놀이적 특성에 주목한다.24명의 작가가 회화와 조각,설치,영상 등의 작품을 통해 ‘재미있는’ 미술을 보여준다.고무나 면장갑을 오려 붙여 표현한 산수화나 정물화도 있고(박병춘),쌀이나 콩을 하나하나 캔버스에 붙여 아인슈타인·마릴린 먼로 등 이 시대의 아이콘을 만들기도 한다(이동재).그러가 하면 장난감 강아지 꼬리에 펜을 매달아 강아지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이 그려지도록 한 이형주의 작품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미술과 대중의 소통을 강조한 이 전시는 현대미술을 어렵게만 느껴온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만하다.(02)580-1515.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말말말˙˙˙

    간단한 심리검사만 해봐도 자살을 시도할 사람을 가릴 수 있다.마음의 상처는 꼭꼭 숨겨져 있어 찾기 힘들다.오랫동안 마음의 상처가 쌓여 쉽게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사람은 부정적인 자극을 한두 번 더 받으면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자살치유 상담가 김학수 목사,자살은 결코 순간적인 충동이 아니라며-˝
  • [통일한국은 오는가] 단숨에 달려온 북녘… 무너지는 ‘분단의 벽’

    서울신문이 ‘대한매일신보’란 이름으로 창간된 지 100년.그간 우리는 일제에 나라를 송두리채 빼앗기는 치욕을 겪으며 온 겨레와 함께 분노했고,나라가 둘로 갈리는 뼈아픈 현실 앞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통일의 염원을 달성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다행히 최근 남북의 화해·협력 노력들이 하나하나 결실을 거두면서 통일은 더 이상 신기루가 아닌,엄연한 현실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관광은 공단을 낳고,공단은 다시 관광을 낳고…”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이 퇴임하기 얼마 전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전망하면서 던진 화두다.실제로 본격적인 첫 남북 경협사업인 금강산 관광이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고,개성공단도 올해 안에 첫 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는 다시 개성관광과 금강산특구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그것이 역사의 순리다. 금강산과 개성공단,그리고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은 분단의 벽을 허물고,남북간 화해와 공존공영의 미래를 여는 ‘평화의 회랑’(Peace Corridor)이다.반세기 넘게 ‘적’으로 살아온 남과 북의 사람과 문화는 양대 동서 축선을 통해 만나서 부대끼고,충돌하고 융화한다.덧붙여 중국 단동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북 용천으로 이어지는 북방 길은 한민족의 선의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준 인도(人道)다.그길을 통해 전달된 구호물품과 장비 등은 통일의 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반대편 동포들이 결코 잊고 있지 않았음을 증명할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4돌인 6월15일부터 오늘(16일)까지 한달여 동안 금강산과 개성에선 뜻깊은 행사들이 잇따라 열렸다.‘금강산 당일관광’ 시범 실시,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시범단지 준공식,금강산호텔 개관식,통일기원 합수제,제1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등.숨가쁘게 진행된 이들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금강산을 3차례,개성을 한차례 다녀오면서 내린 결론은 “분단의 장벽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이다. 지난 6월30일 오전 10시15분 국회의원 및 정부 관계자,업체 대표 등 220여명을 태운 관광버스 7대가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닿았다.서울 경복궁 주차장을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이다.군사분계선(휴전선) 북방한계선에서 시범단지까지는 불과 2㎞.철책선을 막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행사장이다.“아니,이렇게 가깝다니….” 그뿐이 아니다.‘k41-615-014,015,016’ 등 일련의 번호판을 단 15t짜리 덤프트럭이 연신 관광버스를 스쳐 지나가고,불도저와 포클레인,크레인 등 중장비가 바삐 움직이며 희망의 땅을 조성하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터뜨린다.비산비야(非山非野)의 드넓은 벌판을 바라보며 누군가 혼잣말을 한다.“통일수도의 입지로도 손색이 없는데….” 오는 11월 말 2만 8000여평의 시범단지에 공장건물이 완공되면 15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15개 업체에서 당장 고용할 북한 주민은 5000여명.인구 35만명에 불과한 개성시에서 5000여명의 주민이 아침 저녁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광경은 얼마나 장관일까.“2012년까지 모두 800만평을 개발하게 되면 수십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게 됩니다.개성공단은 남의 자본과 기술,북의 인력과 토지를 결합해 만들어가는 경제적 통일사업입니다.” 육안으로는 경계선 구분조차 안될 만큼 광활한 벌판은 현대아산측의 설명이 과장이 아님을 웅변한다. “이번 준공식은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온 단절의 아픔이 치유되고 깊어져온 이질성이 다시 동질성으로 회복되며,남과 북이 굳게 손잡고 나아갈 수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목메인 축사에 북측 박창련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은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한 민족”이라며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공업지구로 건설하자고 화답했다. 이날 남측 방문객들을 대하는 북측의 환대는 기대 이상이었다.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나온 10여명의 여성 의례원들은 따뜻하면서도 스스럼없는 태도로 남측 손님들을 맞았다.특히 시범단지 준공식 후 30여분 거리의 개성시내 관광 도중 차장으로 마주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들일을 하는 농민이나 하굣길의 중학생,바닥이 보일듯 맑은 실개천에서 물놀이를 하던 어린이 등 수십,수백명의 주민들은 남측 방문객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으며,일부는 손을 흔드는 등 친밀감을 보여줬다. “북측 고위층이 변화하기로 작심을 한 것 같다.그러지 않고서야 군사분계선에서 이렇게 가까운 지역을 대거 남측에 내주고,일반 주민과 민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 동행했던 모 대학 교수는 지난해 평양 방문때에도 이처럼 많은 주민들을 가깝게 만나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밤 금강산호텔 개관 만찬장.한나라당 국회의원 20여명이 함께 자리했다.“개척자의 길은 외롭지만 우리는 하나다.” “이제 김윤규 사장의 눈물을 내가 닦아드리겠다.” 의원들의 ‘금강산사업 찬가’가 쏟아지자 여기저기서 “한나라당 의원들 맞냐.”는 웅성거림이 들린다.이틀 뒤인 4일 오전 만물상 등산로 초입.7·4공동성명 32돌 기념 ‘통일염원합수제’를 치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3일간의 방북 소감을 물었다.“지금껏 한나라당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북한 실상을 알고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 만찬장 분위기 그대로였다.단 한차례의 방문이 ‘대북 퍼주기’라며 비난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던 것이다.가히 “금강산을 보지 않고는 통일정책을 말하지 말라.”고 일컬을 만하다. 지난 6월15일 금강산 구룡연 등산로의 한 쉼터.남측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고 김일성 주석의 어록이 새겨진 표식비를 손으로 짚거나,받침대에 앉으려 하자 북측 안내원들이 다급하게 제지한다.하지만 목소리나 표정이 의외로 부드럽다.“모르고 한 일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살아온 환경과 이념,생각이 달라서 그런 것인데….” “많이 변했다.”는 기자의 말에 북측 안내원들은 “이제는 우리도 알 만큼 안다.”며 고의성이 없는 행동들은 굳이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이해하고 관용하는 마음이 생겨났다는 것이다.금강산관광 6년의 성과이다. 이제 올 연말이 되면 하루 평균 2000여명의 남한 관광객이 금강산을 오가고,5000여명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을 드나든다.사람이 오고 가면 덩달아 생각과 문화,문물이 따라가고 자연스럽게 이질적인 것들은 부딪치고 마찰하면서 순화되고 동화될 것이다.그러면서 이웃이 되고,하나가 된다.통일은 그렇게 이뤄질 것이다. 김인철 통일·안보전문기자 ickim@seoul.co.kr˝
  • [한국의 2030 그들은 누구인가] 정치참여 양극 성향

    정치참여 유형은 선거에 참여하여 투표하는 ‘전통적 참여’와 촛불시위 등 대중집회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저항적 참여’를 두 축으로 해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두 유형 모두에 참여하는 ‘적극적 참여형’이고,두번째는 전통적인 참여만 하는 ‘전통적 참여 선호형’이다.세번째는 반대로 저항적인 참여만 하는 ‘저항적 참여 선호형’이며,마지막 유형은 모든 유형에 참여하지 않는 ‘참여기피형’이다. 젊은세대는 ‘적극적 참여형’의 비율이 12.1%,‘전통적 참여 선호형’이 60.0%,‘저항적 참여 선호형’이 2.9%,‘참여 기피형’이 25.0%로 나타났다. 그런데 연령 집단별로 정치유형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대전반은 ‘적극적 참여형’의 비율이 13.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동시에 ‘참여 기피형’의 비율도 33.6%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참여 양극화 현상’이 발견되었다.저항적 참여 선호형의 비율도 6.6%로 가장 높은 것이 특징이다.반면 20대후반은 20대전반에 비해,적극적 참여비율(11.4%)도 낮고,저항적 참여 선호형(1.8%)도 낮았다. 30대전반은 저항적 참여 선호형의 비율이 0.8%로 가장 낮은 것이 특징이다.30대후반은 전통적 참여 선호비율이 68.8%로 가장 높고,참여기피형의 비율도 17.0%로 가장 낮았다.
  • [한국의 2030 그들은 누구인가] 정치참여 양극 성향

    정치참여 유형은 선거에 참여하여 투표하는 ‘전통적 참여’와 촛불시위 등 대중집회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저항적 참여’를 두 축으로 해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두 유형 모두에 참여하는 ‘적극적 참여형’이고,두번째는 전통적인 참여만 하는 ‘전통적 참여 선호형’이다.세번째는 반대로 저항적인 참여만 하는 ‘저항적 참여 선호형’이며,마지막 유형은 모든 유형에 참여하지 않는 ‘참여기피형’이다. 젊은세대는 ‘적극적 참여형’의 비율이 12.1%,‘전통적 참여 선호형’이 60.0%,‘저항적 참여 선호형’이 2.9%,‘참여 기피형’이 25.0%로 나타났다. 그런데 연령 집단별로 정치유형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대전반은 ‘적극적 참여형’의 비율이 13.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동시에 ‘참여 기피형’의 비율도 33.6%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참여 양극화 현상’이 발견되었다.저항적 참여 선호형의 비율도 6.6%로 가장 높은 것이 특징이다.반면 20대후반은 20대전반에 비해,적극적 참여비율(11.4%)도 낮고,저항적 참여 선호형(1.8%)도 낮았다. 30대전반은 저항적 참여 선호형의 비율이 0.8%로 가장 낮은 것이 특징이다.30대후반은 전통적 참여 선호비율이 68.8%로 가장 높고,참여기피형의 비율도 17.0%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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