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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준 감독 “재일조선인 학생 삶 편견없이 담았죠”

    김명준 감독 “재일조선인 학생 삶 편견없이 담았죠”

    “저도 정말 ‘빨래’가 됐습니다. 깨끗한 물에 손을 담그고 맑은 공기를 마신 것처럼 마음이 순화됐어요.”일본의 조선학교 학생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를 만든 김명준(37) 감독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물론 한국인이다. 조선학교는 조총련 계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해방 직후 재일 조선인 1세대들은 우리의 말과 글을 가르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조선학교를 지었다. 과거 540곳에 달하던 학교는 현재 80곳만 남았다. 작품의 무대가 된 ‘홋카이도 초·중·고급학교’는 그중 하나. 재일동포 6000명이 사는 이곳에서 학교는 아이들이 ‘나’를 되찾는 유일한 곳이다. 때문에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과 일본인 납치문제로 악화된 여론 속에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찾아 학부모와 아이들은 용감한 등교를 결정한다. 일본에서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조선학교는 이들에게 축복이 되고 있다. 사실 ‘빨래’라는 말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 남학생의 말. 나고 자란 땅에서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은 ‘우리학교’를 거치며 ‘감정의 빨래’를 경험하게 된다. 학교 문턱을 넘으며 우리말을 처음 내뱉고 이른바 ‘본명 선언’을 통해 이름을 되찾는다.“동무 같은 선생님”, 형제·자매 같은 친구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아이들은 웃음도 함께 되찾는다. 차별로 인한 상처와 정체성의 혼란이 12년간의 학교생활을 통해 씻김을 받는 것이다. ●상처받은 마음 ‘빨래’하기 김명준 감독도 영화작업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았다. 그는 부인 고 조은령 감독이 없었다면 이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 했다. 조선학교를 소재로 한 극영화를 준비하던 조 감독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고, 촬영감독이던 그는 부인의 뜻을 잇고자 어렵사리 카메라를 들었다.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거짓말처럼 꿈에 나타난 부인의 위로가 그를 일으키는 힘이 됐다. 작품이 나오기까지 4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촬영만 했던 터라 처음엔 어떻게 영화를 찍어야 할지 막막했다.500개의 테이프가 쌓였다. 다 보는 데만 1년. 필름을 고르고 잘라내는 건 더욱 쉽지 않았다. 또 1년6개월이 흘렀다. 영화에는 1년7개월간 아이들과 동고동락한 김 감독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왜곡되고 악의적인 보도에 시달렸던 아이들은 두 달쯤 지나자 경계심을 풀었다.“남학생들과는 ‘목욕탕 대화’로 친해졌다.”는 그는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어휘력도 줄고 말투까지 아이들과 비슷해졌다.”며 웃는다.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이념과 편견을 벗고 조선학교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학교의 소중함 일깨워 그래서 많은 편견을 깨뜨린다. “총련의 공식 허락을 받고 촬영한 최초의 영화입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너무나 모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한국에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학교가 (아이들을)키워주잖습니까.”라는 학부모의 말처럼 학교는 그냥 학교가 아니다. 배움터이기도 하고 놀이터이기도 하고 집이며 고향이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 방을 나눠 쓰고 밥도 지어 먹인다. 학교 식당에서 열리는 선생님의 결혼식은 전교생의 축제다. 그렇게 12년간을 동고동락하기에 졸업식 날이면 강당은 온통 눈물바다이다.20명이 넘는 졸업생들이 일일이 그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 학교를 중심으로 동포사회가 똘똘 뭉쳐 사랑으로 길러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눈부시게 밝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코끝이 찡해온다. 작품을 보고 난 뒤 마음이 ‘빨래’가 되는 기분은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오는 29일 전국 12개 스크린에 걸린다. 비교적 좋은(?) 출발이란다.‘우리학교전국공동체상영위원회’도 결성됐다. 시사회 반응도 좋고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는 희망을 조금 더 건다. 그래서 5월17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재일동포 상영회에 좋은 소식을 들고가기를 기대한다.“한국에서 반응이 좋아서 동포들이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열린세상] 동시선거와 원 포인트 개헌/이준한 인천대 정치학 교수

    15일은 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 및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공청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을 처음 언급한 1월9일부터 꼭 두 달이 지나는 시점인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시안을 발표했고 공청회를 예고했다. 그런데 동시선거를 2012년부터 실시하겠다고 개헌시안의 제1,2안으로 꼽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2012년부터 동시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면 굳이 원 포인트 개헌은 필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3안은 2008년 2월에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것이지만 구색 맞추기다. 이번에 임기를 조정하고 선거주기를 맞추지 않을 거라면 원 포인트건 전면적이건 개헌은 불필요하다. 차후에 영토 문제는 물론 정치제도 문제 등 모든 현안을 차근차근 검토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 시간을 두고 전면적으로 개헌해서 2012년부터 동시선거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 연임 대통령제를 도입하면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하여 첫번째 임기 동안 대중의 인기에만 연연하는 정치에 골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무능력한 대통령이라도 8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집권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연임제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재선되는 데 유리한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4년 연임 대통령제 자체적으로 치유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현직자의 이점이 크다고 해도 국민의 민생과 국가의 장래보다 자신의 인기에 치중하는 정치를 하거나 무능력한 대통령은 두번째 선거에 당선되는 것이 쉽지 않다. 연임제가 어떠한 대통령에게도 자동적으로 두번째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4년 연임제가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성을 높이고 정치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동시선거를 하면 중간평가가 사라지고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회에서도 승리하여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가 약화되는 대신 대통령과 그의 정당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환경을 조성한다는 주장이 있다. 동시선거는 이른바 ‘연미복 효과’(coattail effect)로 인해 대통령의 소속정당이 국회에서도 다수당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 미국의 동시선거에서도 분점정부가 거의 매번 출현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와 가장 인접한 1988년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출현했다. 그리고 한국의 중간평가는 미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필리핀에서 대통령 임기의 중간에 의회선거를 여는 중간선거와 다르다. 매우 불규칙하게 치러져 임기 초와 말에 두 번씩이나 중간이 아닌 중간평가를 받은 대통령(노태우)도 있었다. 동시선거는 선거의 횟수를 줄임으로써 선거비용이나 각종 정치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동시선거는 갈수록 심각하게 낮아지는 한국의 투표율향상에 큰 계기가 될 것이다. 개헌시안 제2안과 같이 1개월 간격을 두고 대선과 총선을 한다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재고해야 할 것이다. 칠레에서는 2005년 개헌을 통해 4년으로 선거주기를 일치시켰고 타이완도 2004년 개헌을 통하여 4년 주기로 선거를 동시화했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비효율성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노력이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성공했는데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생산성 없는 논쟁으로 자꾸 미뤄져야 하는지 한심한 노릇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 교수
  • “이해찬 방북보고 받겠다”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보고를 받아들이기로 결정, 그 배경과 면담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총리가 대통령 정무특보이며 전임 총리이기도 한 데다 그쪽에서 방문결과를 대통령에게 말할 게 있다고 하니 얘기는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 전 총리의 방북을 두고 ‘남북정상회담 성사용’,‘특사설’까지 거론돼 불편한 심기가 역력했던 청와대의 기류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당초 청와대는 “이 전 총리를 특사로 보낸 적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가 공식보고받을 일이 없다. 받더라도 통일부를 통해 보고받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가 이 전 총리의 면담요청을 수용한 데는 이 전 총리의 정치적 무게를 고려한 조치로 판단된다. 이 전 총리가 방북 이후 연일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강력한 면담 의지를 보인 데 대한 화답인 셈이다. 그러나 면담을 통해 이번 방북에 대한 논란이 더 이상 증폭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중도 엿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청와대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특사설이)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라 도저히 치유할 방법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면서 “참모들이 그래도 통일부로부터 보고를 받자고 했지만 대통령은 그저께 ‘정무특보이자 전 총리인데 안 만날 이유가 뭐 있겠냐.’고 했다.”고 전했다. 면담시기에 대해 윤 수석은 “일정이 잡히면 그쪽에서(이 전 총리측) 먼저 밝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총리가 ‘굳이’ 노 대통령에게 풀어놓으려는 방북 보따리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남북문제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오히려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성과를 보고할 것 같고 북방한계선(NLL)과 철도·도로연결 등 남북관계 개선의 군사적 문제에 대한 성과를 보고할 공산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께도 이번 방북결과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절차를 밟아 거기서 있었던 일을 말하겠다.”고 밝혔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어린 시절 성폭행 상처로 부부생활 장애

    Q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어린 시절 친족에게 당한 성폭행 상처 때문에 아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밤만 되면 과거의 악몽이 생각 나 남편을 밀쳐내게 됩니다. 성에 대해 폐쇄적이었던 제 모습에서 순결한 여자를 기대하고 결혼했던 걸 알기에 늘 남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죽고 싶습니다. 이젠 밤이 두렵고 남편에게 언제까지 참아달라고 말할 수도 없어 이혼하려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송인숙(가명·33세)- A 어린 시절 충격 받은 상처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혼자 힘들어했을까요? 남편에 대한 죄책감에 이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금의 절규가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려움의 과거에서 당당히 걸어 나올 때라 생각합니다. 이혼은 상처를 회피함으로써 또 다시 과거 사건의 노예가 되어가는 불행한 과정일 뿐입니다.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회피하고 싶었던 과거의 사건과 직면하여 극복해야 합니다. 남편과의 애정어린 신뢰와 친밀한 관계 유지를 통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의지로 상황을 직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면 앞으로의 결혼생활은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당하면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몸부림치며 무의식의 세계로 자신을 억압시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보호자가 어린이에게 책임추궁이나 야단을 치거나 피해를 묵인 또는 비밀유지를 요구하는 경우, 이해나 지지를 통해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자기 존중감에 상처를 받아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고 스스로 과잉희생이나 통제를 하게 되고 불안, 공포, 분노, 좌절감으로 피해의식에 시달립니다. 성폭행은 어린 나이에 겪을수록, 가까운 친족에게 당할수록, 오랜 기간에 걸쳐 거듭될수록 후유증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이 극복되지 않으면 성폭행 당한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하게 되고, 자기학대나 공격 등으로 이어져 남자에 대한 혐오감과 원망감, 특히 결혼 후 배우자가 자신을 통해 성적 욕망을 채운다는 피해의식이나 강박관념으로 성관계를 가질 수 없어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장애를 갖게 됩니다. 성폭행당한 사건이 내 잘못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며, 수치스럽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죄책감과 수치심을 버리고 이제는 과거의 내가 아니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세요. 지나친 결벽이나 순결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더 이상 과거 피해의식의 노예가 돼 자신과 사랑하는 남편, 가정을 파괴하려는 나약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어떻게 인식하고 사고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뀝니다. 과거를 회피하거나 덮지 말고 직면하면서 성숙되고 강해진 자기 자신과 만나야 하며 무엇보다 성폭력의 고통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남편과의 친밀감을 높여나가기 바랍니다. 남편에게 무리한 성관계 등은 당분간 서둘지 말고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하고 기분 좋을 만큼 따뜻한 시선교환과 대화, 안아주기, 키스 등 가벼운 스킨십부터 순차적으로 늘려나가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남편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받아야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을 벗을 수 있으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긍정적인 체험을 통해 건강한 성을 되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현재의 감정을 적절하게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남편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원가족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처럼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남편과의 긍정적인 체험을 자연스럽게 즐기다보면 고통이나 악몽에서 많이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빠른 상처 치유와 부부생활의 중요성,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기 바랍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 [CEO칼럼] 고통의 가시도 축복/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CEO칼럼] 고통의 가시도 축복/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이 암초에 걸려 있어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기가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인생의 긴 여정을 걷다 보면 가난, 질병, 실직 등 사람마다 제각기 자기 인생을 힘들고 아프게 하는 고통의 가시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인간의 존재는 나약하므로 그런 고난을 겪을 때마다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가.’하며 불평하거나 낙담하지만, 고난 뒤에는 반드시 축복이 오는 것이 신의 섭리이다. 하나님은 바울 선생의 육신에 가시와 같은 고통을 내려주어 그가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그는 처음에는 육체를 찌르는 그 고통을 힘들어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겸손하게 기도했고 그 과정에서 믿음이 깊어져 나중에는 자기가 겪은 가시의 고통 속에 오히려 축복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이가 열병으로 밤새 부모의 애간장을 녹인 뒤 한 단계 성장하는 것처럼, 고난 속에서 더 겸허한 자세로 인내하여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면 이 고난이야말로 축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시련이 있어야 자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더욱 정진한다는 사실은 위인들의 생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충무공은 과거시험에서 예기치 못한 낙마(落馬)로 낙방했지만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재도전해 32세라는 늦은 나이에 무과에 급제했다. 당시 군관(軍官)의 문란한 기강 속에서 소인배들의 모함을 받아 번번이 좌천당했지만 그 때마다 의지를 잃지 않고 백의종군해 민족을 구한 영웅이 됐다. 명의 허준 역시 한때는 ‘중인(中人)’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실의에 빠지기도 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의술에 전념하여 ‘한(恨)’을 박애의 정신으로 승화함으로써 당대는 물론 오늘날까지 의료인들의 표상이 되고 있다. 만일 그가 신분상의 핸디캡이 없었다면 적당히 공부하여 평범한 양반으로 평생을 살았을 것이며,‘동의보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나 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헐벗고 굶주리던 신생 국가로 출발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남보다 몇갑절 노력해 전쟁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급속한 산업발전을 이뤘다. 그러다가 또다시 교만하고 경솔해져서 허세를 부려 외환위기라는 고난을 겪었지만, 온 국민이 하나가 돼 구조조정 고통을 감내하고 다시금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제대국(세계 11위)으로 거듭났다. 현재 우리 사회는 경제·양극화·북핵문제 등 사회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청년실업이라는 수렁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고통은 본질적 위험이 아니라 우리 몸 한 부분에 박힌 가시에 해당하는 고통이자,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필연적 성장통이다. 정말 위험한 것은 이러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열정을 잃는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남보다 더 창의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축복이 약속돼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다. 밤이 깊을수록 사방은 더 캄캄해지고 어디로 갈지 방향조차 잡기 힘들지만 인내하고 견디면 곧 희망의 새벽 동이 트기 마련이다. 우리의 고난과 고통도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은 해결할 길 없이 앞이 캄캄하지만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극복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축복이 있을 것이다. 고통의 가시가 앞에 있더라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희망의 끈을 붙잡고 나아갈 때 그 가시 위에는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날 것이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 틱낫한 30년만의 귀향

    고승(高僧)의 귀향은 베트남 정부의 종교와의 화해 조치? 명상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틱낫한(80) 스님이 조국 베트남에서 왕성한 종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종교에 우호적이지 않은 베트남 정부가 국제적인 평화운동가로도 유명한 틱낫한 스님의 대규모 종교집회 활동을 승인,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9일 틱낫한 스님이 지난달 20일 귀국해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스님의 귀향은 베트남 정부의 종교적 관용에 대한 시험대”라고 전했다. 특히 다음달 16일부터 호찌민 등 3개 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천도회 및 불경낭송회 등 집회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베트남 정부가 대규모 집회나 종교행사에 거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참가자가 최대 수만명 모여들 것으로 예상된 행사에 대해 틱낫한 스님 측근들은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문호가 열려 있다. 내전(월남전쟁)으로 분열되고 찢긴 나라와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틱낫한 스님측은 공산당·정부 간부들도 초청해 놓고 있다.CSM은 적지 않은 당·정 간부들도 개인적 차원이지만 사회활동을 강조하는 세계적 선승(仙僧)의 활동을 격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틱낫한 스님은 이번 조국 방문은 추방 이후 두번째로,70일간의 체류 허가를 받았다. 그는 반전·평화활동을 벌이다 1967년 당시 남베트남 정권에 의해 추방당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통일 베트남으로부터도 30여년 동안 입국허락을 받지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그는 베트남 현지에 프랑스 보르도의 플럼빌리지와 같은 명상·수행 공동체를 건설, 말년을 보내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가 껄끄럽게 여기던 그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을 버렸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종교와의 화해를 통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바티칸과의 관계정상화 노력도 같은 맥락이다. CSM도 “최근 베트남 정부가 대중 종교에 대한 제한을 누그러뜨려 왔다.”면서 “불교와 베트남식 마르크스주의의 ‘결혼 ’가능성이 주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말 종교자유 탄압 ‘특별관심국’ 명단에서 베트남을 전격적으로 제외시켜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베트남 반체제 인사들은 “틱낫한 스님의 귀향이 아직도 종교를 탄압하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을 두둔해 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산장의 여인’권혜경의 삶과 사랑(1)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산장의 여인’권혜경의 삶과 사랑(1)

    가수 권혜경. 그녀의 이름 앞에는 늘 ‘산장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흔히들 ‘노래가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가수가 권혜경씨가 아닌가 싶다. 그 노랫말대로 운명이 바뀌어 지금껏 살아온, 그러나 대중 앞에서는 늘 웃는 모습만을 보여 주던 가수 권혜경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얼마 전 ‘산장의 여인’의 작사가 반야월 선생과의 술자리에서였다. 작사가 반야월 선생은 어느덧 91세.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 않고 술자리를 갖는다. 나 역시 얼추 이틀에 한 번꼴은 그 자리에 합류한다. 어느새 5∼6년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노랫말을 쓴 작사가, 동시에 그가 지은 노랫말의 노래비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세워져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울고 넘는 박달재’,‘단장의 미아리 고개’,‘만리포 사랑’으로부터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소양강 처녀’,‘삼천포아가씨’까지 무려 아홉 개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는 만큼 그는 가요계의 산 증인이자 역사다. 그만큼 일화 또한 많다. 술자리에서 반 선생이 불쑥 ‘산장의 여인’의 노래비 또한 세워져야 하는 것 아닐까, 주장하다가 화제는 자연스럽게 권혜경씨의 근황으로 옮겨져 갔다. 문득 그녀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내친 김에 전화번호를 입수했다. 사는 곳은 충북 청원군 남이면이라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사는 곳의 위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 바깥출입을 거의 안하고 산 지 오래이기 때문이라고도 했고 또 기억력이 자꾸 떨어지는 일흔다섯의 나이 탓이라고도 했다. 마음에 걸렸지만 무작정 주소만 가지고 길을 나섰다. 집은 산마을의 거의 끝자락에 있었다.‘백발, 빨간 옷, 눈 주위의 짙은 검정 색조 화장, 때문에 더욱 작아 보이는 얼굴. 주름살 가득한 웃음. 헐렁한 트레이닝 바지에다가 맨발에 신겨진 검정 고무신….’ 이것이 내가 2년 전에 만난 권혜경씨의 첫 모습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예쁜 집’이다. 열 평 남짓한 정원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나무들이 가득했다. 그 정원 한가운데에 움푹 파여진 웅덩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스스로 혼자 팠다고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팠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고, 나중에 본인이 누울 곳이라고도 했다. 이 정도 크기면 혼자의 몸을 충분히 눕힐 수 있다고 했고, 언젠가 누군가 찾아와줄 사람들과 되도록이면 가깝게 있고 싶어 일부러 지면에서 얕게 팠다고도 했다. 그녀의 바람은 이 묘 앞에 ‘산장의 여인’ 노래비(碑)를 세우고 싶은 것이라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 ‘산장의 여인’의 바로 그 ‘산장’에 와 있는 셈이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단풍잎만 차곡차곡 떨어져 쌓여 있네/세상에 버림 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권혜경 노래.1957년 발표) 그녀 나이 스물여섯에 발표한 데뷔곡이자 대표곡. 이 노래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작사가 반야월이 마산 결핵요양소를 찾았다가 그 곳에서 보게 된 한 환자복의 여인을 모티브로 해서 즉석에서 노랫말을 지었다. 그리고 이 가사에 작곡가 이재호 선생이 곡을 붙였다. 얼마 전 사석에서 반야월 선생은 당시 의학으로는 쉽게 치료할 수 없었던 불치병, 즉 결핵을 노래로 치유하고 싶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거실은 널찍했고 벽에 걸린 각종 그림과 사진들, 표창장을 비롯해 상패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는 공간은 마치 개인 기념관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벽면에 커다랗게 걸려 있는 사진들과 현재 모습이 묘하게 대비되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일어섰다가 냉장고 앞에 붙어 있는 글귀에 시선이 멈췄다. ‘나 죽으면 연락해 주세요. 죽은 후 연락처-손성미 02)907-xxxx,019-xxx-0xxx.’ 자필 메모였다. 이 메모 속 ‘손성미’가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서울 사는 ‘언니의 딸’이라고 했다. 죽음을 거둬 달라고 부탁할 이가 ‘언니의 딸’이라니. 이렇듯 권혜경씨는 이 ‘산장’에서 줄곧 홀로 지내고 있었다.1994년 5월부터다.(계속)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공연+새앨범]

    ■ Max 14 3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최장수 편집음반. 벌써 14집째다.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0주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비욘세의 ‘Irreplaceable’,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 Back’, 웨스트라이프의 ‘The Rose’ 등 무려 20곡의 히트 넘버들이 앨범을 가득 채우고 있다.SonyBMG. ■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The Essential 프로그레시브 록과 팝을 현명하게 조화시킨 듀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역사가 망라된 2CD 베스트 앨범. 이들이 발표한 모든 앨범에서 적절하게 발췌한 곡들을 발표 연대에 맞춰 수록해 놓았다.80년대 최대의 히트곡 ‘Eye In The Sky’등 총 30곡 수록.SonyBMG. ■ We All Love Ennio Morricone 45년간 400곡 이상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며 20세기 영화음악을 이끌어온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카데미상 최초 수상(공로상)을 기념하는 공식 헌정앨범. 셀린 디온, 브루스 스프링스틴, 허비 핸콕, 메탈리카 등 초특급 뮤지션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그의 대표곡들을 노래한다.SonyBMG. ■ 카펜터스 ‘The Ultimate Collection’ 70년대 소프트 팝의 대명사 카펜터스의 베스트 앨범. 비틀스의 곡을 리메이크한 ‘Ticket To Ride’를 시작으로 소닉 유스가 다시 불러 신세대 팝팬들에게도 익숙한 ‘Superstar’,7080세대의 영원한 애창곡 ‘Top Of The World’,‘Yesterday Once More’ 등 35곡의 대표곡들이 연대별로 두장의 CD에 담겨져 있다. 유니버설뮤직. ■ 클로드 볼링 내한공연 크로스오버의 살아있는 거장 클로드 볼링과 그의 19인조 빅밴드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CF나 라디오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아름다운 클로드 볼링의 선율을 풍성한 빅밴드의 연주와 함께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24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예술회관 대극장.(02)6080-5643. 미술 ■ 명화의 재구성 3월2일∼5월20일 사비나미술관. 밀레의 ‘만종’,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명화를 한국의 작가 20명이 새롭게 해석했다. 서양 명화가 평면회화, 조각, 설치작품 40여점으로 재탄생한 전시회. 명화 속에서 찾아낸 창작의 샘.‘명화 속 주인공 되기’란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1000∼2000원.(02)736-4371. ■ 마리노 마리니-기적을 기다리며 4월22일까지 덕수궁미술관. 헨리 무어와 함께 구상 조각계를 이끈 쌍두마차. 기마상과 풍만한 여성 누드 조각은 2차대전 이후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려 했던 작가의 의도다. 조각과 회화 등의 작품 105점을 만날 수 있다.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도 마리니의 회화, 판화 등을 3월14일까지 전시한다.(02)2022-0612. 연극 ■ 앵콜 아트 폐막 기한 없음 화∼목 7시30분, 금·토 4시·7시30분, 일 4시 허밍스 아트홀.2004년 시작돼 전용관까지 마련된 대학로의 롱런 히트극으로 이번이 9번째 공연이다. 우정의 본질에 관한 세련된 블랙코미디. 정보석 권해효 오달수 박광정 정원중 심혜진 송승환 등 연기력이라면 남 부럽지 않은 당대의 명배우들이 모두 출연한 바 있다. 김효중 연출, 박윤호 허성민 조성호 출연.1만 5000∼2만원.(02)764-8760. ■ 열하일기만보 3월10∼25일 화∼금 8시, 토 3시·7시30분, 일 3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조선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모티브로 삼아 최근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극작가 배삼식씨가 특유의 상상력과 재기를 한껏 발휘했다. 정체조차 모호한 짐승 연암이 성인을 위한 동화를 들려준다. 인간의 본능인 호기심과 새로운 것의 탐닉에 대한 이야기. 손진책 연출, 서이숙 정태화 박영숙 황연희 등 출연.1만 5000∼3만원.(02)747-5161. 뮤지컬 ■ 위대한 캣츠비 3월9일부터 화∼금 8시, 토 4시·7시30분, 일 3시·6시30분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인터넷 만화의 선두주자 강도하씨의 ‘위대한 캣츠비’를 원작으로 최근 화제작 연출을 도맡고 있는 박근형씨가 연출했다. 뮤지컬 ‘불의 검’, 드라마 ‘연개소문’에 참여했던 아트모스피어(이충한, 정재환씨)가 작곡한 음악은 감미롭기 그지없다.20대 청춘의 현실적 고뇌, 사랑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뮤지컬 언어로 담았다. 김태훈 서범석 정인지 등 출연.3만 5000∼4만 5000원.(02)1588-7890. ■ 쓰릴 미 3월17일∼5월13일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2시·5시 충무아트홀 소극장.1924년 시카고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흉악한 범죄를 바탕으로 만든 섬세한 심리극. 당시 재판정에서 최종변론문이었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지금도 전해지는 명문장. 무대 위의 피아노 연주만으로 2명의 남자 배우가 노래 대결을 벌인다. 류정한 김무열 최재웅 이율 출연.3만∼4만원.(02)744-4337. 클래식 ■ 드레스덴 필하모닉 & 성 십자가 합창단 내한공연 3일 8시,4일 2시30분.3일 모차르트 ‘레퀴엠’과 바흐 칸타타 ‘내 마음에는 근심이 많도다’,4일 바흐 ‘마태수난곡’. 지휘 성십자가 합창단의 28대 칸토르인 로데리히 크라일레.3만∼20만원.(02)599-5743. ■ 국립합창단 정기연주회-드보르자크 ‘스타바트 마테르’ 6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로베르트 리히터. 소프라노 신숙경, 알토 장현주, 테너 최상호, 베이스 박흥우. 고양시립합창단,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1만∼3만원.(02)587-8111.
  • [작통권 환수] ‘2012년’ 시기연기 배경 논란

    전시 작전통제권을 2012년 4월 한국군에 이양한다는 23일 한·미 국방장관의 합의 배경을 두고 분석이 엇갈린다.우리 정부의 2012년 이양 요구에 2009년을 고집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온 미국측 행보에 비춰 이번 합의는 의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 전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리측 설득을 미국이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곧이 듣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이 상응하는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전례가 드문 탓이다. 모종의 ‘거래설’과 펜타곤의 기류 변화설 등 갖가지 추정도 그래서 나온다.●기지 이전비, 방위비 분담이 협상카드? 학계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2012년 환수안을 관철시키는 대신 양국 안보현안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돈 문제’를 협상카드로 활용했을 것으로 본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거래가 있었다면)기지이전과 환경오염 치유비용 등이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국은 지난해부터 10조원이 넘는 기지이전 비용과 연간 7000억원대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정부가 작전권 이양을 늦추는 조건으로 언론과 보수층의 거부감이 적은 미군지원비 증액카드를 사용할 것이란 우려가 전부터 있었다.”면서 “조만간 나올 기지이전 협상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이 걸린 차세대 무기도입과 전력증강 사업도 빅딜의 용의선상에 오르내린다.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은 “미국 입장에선 실익이 없는 시기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작전권 이양에 뒤따르는 정보전력 증강 등 돈 되는 사안들에 집중하는 게 현명한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작전권·유엔사 강화 ‘교환설’도 전시작전권 이양과 관련, 양국이 논의중인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변경 문제에 대해서도 뭔가 ‘신호’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학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작전권 이양 뒤에도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전쟁수행의 핵심권한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의심했다. 실제 미국은 1994년 평시작전권 이양 과정에서도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통해 작계수립과 연합정보관리 등 6개 핵심권한을 위임받은 전례가 있다. 최종일 국방부 국제협력차장도 “연합사가 해체되면 연합사령관이 CODA에 의해 행사하던 위기시 핵심권한이 사라진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유엔사 역할강화 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작전권 이양시기와 유엔사 기능 재편의 ‘맞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외교·국방분야 국장급 실무선에서 유엔사 역할 변경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펜타곤이 변했다? 군사적 권한이나 돈 문제보다는 미국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 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간선거 패배 뒤 “이라크만으로도 골치 아픈 상황에서 한반도 작전권 같은 ‘지엽적’ 문제로 에너지를 소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미 정부 안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 방미 전부터 ‘분위기가 좋다.’는 얘기가 많았다.”면서 “럼즈펠드로 상징되는 ‘군사혁신파’의 퇴진 후 펜타곤에 기류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작전권 이양이 한국의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쟁점화되는 것을 미국은 원치 않는다.”면서 “이 문제로 시간을 끌 경우 이익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 미 정부의 현실 인식”이라고 전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하)] 6600건 상담중 8.9% 공소시효 끝나 ‘또다른 고통’

    “7년이 지났지만 그 기억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리고 누군가 알까봐 두렵습니다. 나중에 결혼하는데도 지장이 생길 것 같고…정말 미치겠네요.”(A씨) “가족들이 충격을 받느니 ‘나만 입 다물면’하는 생각에 이 사실을 숨기면서 피해가 반복되고 그동안 당한 세월과 겪은 상처들로 억울함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결국은 삶의 의욕이 없고 자살충동, 굴욕감, 성에 관해 이미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B씨)●20세이상 성인 10.6%도 공소시효 지나 성폭력, 특히 아동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에게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더 큰 문제는 고통을 겪던 피해자들이 힘들게 법적 해결을 시도하더라도 형법상 미성년자 강간 공소시효 7년이 지난 예가 많아 이마저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담한 6609건 가운데 8.9%에 해당하는 592건이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여성이 57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20세 이상 성인도 63건(10.6%)은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당시 나이는 8∼13세 284건(47.9%),7세 이하 유아 133건(22.4%),14∼19세 107건(17.2%) 순으로 어린이들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 87.8%(520건)로 나타났다. 친·인척 363건, 이웃 64건 등이다.●성폭력 피해는 계속되지만 법적 해결은 못해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들은 상담 과정에서 “그때는 무슨 일인지 몰랐다.” “당시에는 창피하다고만 느꼈고 성폭력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친·인척에 의한 아동성폭력은 일상적인 애정 표현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아버지로부터 아동성폭력을 당한 C씨는 “아버지가 ‘사랑해서 그런거다.’라며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또 가까운 사이에 의한 성폭력은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D씨는 “엄마가 고생하고 산 세월을 알고 있어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용서해 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성폭력에 대한 법적 해결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를 극복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 문제는 공소시효로 인해 이런 계기를 갖지 못해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계속해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공소시효가 지난 성폭행 피해자들은 외상은 이미 치유됐지만 만성두통·수면장애 등을 겪고 있다.D씨는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난다.”고 말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오늘의 눈] ‘성폭력 피해자’ 아닌 ‘생존자’/유지혜 기획탐사부 기자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엽기스러운 사건이라기보다 원치 않지만 우리의 삶으로 침입한 세균이나 칼에 베인 상처 같은 것이다. 그래서 싸우고, 마음 아프고, 상처도 남는다. 하지만 그 사건이 나의 모든 것을 뒤흔든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9년 동안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이 여성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식지 ‘나눔터’에 ‘水(수)’라는 필명으로 수기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저런 일 당하면 살기 어렵겠다, 정신이 이상해지겠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편견이 싫다. 전문가들도 성폭력을 당하면 정신병자가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은 정말 싫다.”고 했다. 水처럼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당했다’는 사실 자체뿐만이 아니다. 그 상처가 평생 아물지 않은 채 그들을 괴롭힐 것이라는 시선은 그들을 두 번 죽인다. 본인이 아무리 극복했다고 해도 가족들조차 “겉으로만 저렇지, 속으로는 평생 갈 거야.”라고 안쓰럽게 바라본다. 기자도 초등학생 때 길을 가다 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창문 여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 순진하게 따라갔다가 그가 내 몸에 손을 대자 갑자기 뭔지 모를 기분 나쁜 느낌이 들어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그게 성추행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물론 이런 아픈 기억은 잊지 못한다.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상처가 지금도 생생해 괴롭고 힘들지는 않다. 기자도, 다른 피해자들도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말 대신 ‘생존자’라는 말을 쓴다. 당하기만 하고 보호받아야만 살 수 있는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피해를 극복할 힘을 지닌 당당한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이들이 끝내 ‘생존’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의 평생이 난도질당한 것이라는 통념을 버리고 그 힘을 믿어줘야 한다. 유지혜 기획탐사부 기자 wisepen@seoul.co.kr
  • 한몸되어 숨진 처녀총각

    한몸되어 숨진 처녀총각

    물속에 빠져서도 떨어지기 싫어 네다리는 꼭꼭 엉겨서 용왕(龍王)님 앞으로 간 총각·처녀. 시집 못간 몽달 귀신의 원혼을 풀어주기 위해 무당 꼭둑각시 혼례식이 두 집 사돈들의 통곡속에 벌어졌다. 5색(色) 색지로 꾸민「넋혼(婚)」의 기막힌 이야기를 쫓으면-. 싣고온 채소를 팔고 사며 전부터 다정한 처녀 총각 뙤약볕이 뜨겁게 내려 쬐던 6월16일 낮3시. 강원도 춘성군 서면 신매리 고산 호숫가 잔디밭에서는 소꿉장난같은 꼭둑각시 신랑·신부가 백년가약을 맺는 영혼결혼식이 베풀어져 장관을 이뤘다. 『넋이라도 이제 한을 풀었겠구만! 저봐, 저봐. 신랑 신부가 서로 꼭 붙드네』 『아이고 어쩔거나! 기막혀라 아무렴 죽어서도 서로 못 떨어졌으니 이렇게 두 집 사돈네가 둘러선채 시집 장가보내 주는데 얼마나 좋을라고!』 바람이 한들거려 소꿉같은 신랑·신부 꼭둑각시 옷이 파르르 떨릴 때마다 구경꾼들은 제멋대로 떠들어 댔다. 꼭둑각시 신랑·신부 몸에 넋이 올랐다고-. 모여든 4백여 구경꾼들은 어쩐 일인지 축복은 고사하고 웃는 빛조차 찾아볼 수 없어 그저 침통한 표정들-. 용떡대신 백미가, 청실 홍실 대신 종이「테이프」를 차려 놓은 혼례식은 집례를 맡은 고물무당의「신부배례」라는 선언에, 빨간 갑사 치마 저고리로 예쁘게 차려 입은 신부 꼭둑각시가 어색하게 큰 절을 했고, 흰 색 옥양목 바지 저고리에 회색 조끼 차림의 신랑 꼭둑각시도 역시 어색하게 대례를 했다. 그러자 몰려든 구경꾼들 속에서는 오열섞인 통곡이 터져 나왔다. 지난 14일 하오 4시쯤 물놀이를 나간채 돌아오지 않은 총각과 처녀. 두사람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했음인지 고요한 호수에 부둥켜 안은채 수중고혼이 된 신랑 신정구(申正求·22·춘천시 사농동2구6)군과 신부 육영자(陸英子·20·춘천시 소양로1가46)양-. 신랑 신군 가정과 신부 육양 집은 옛날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 안사돈과 바깥사돈이 모두 절친한 사이였다. 신군집은 오이 배추등 채소를 가꿔 서부시장에서 채소전을 벌이고 있던 육양네 가게에 넘겨주는 사이였다. 이같은 내력으로 신군과 육양은 어려서부터 잘 아는 처녀 총각이었다. 그러던중 육양 아버지가 지난달 중순 신병으로 사망하고 오빠인 득호(得鎬)씨가 사업으로 생활을 이끌어가고 채소전은 그만뒀다. 신군이 시골에서 오이랑 배추등을 한「리어카」씩 싣고 오면 육양이 쫓아나가 거들어주고 하는동안 이들의 정은 깊을대로 깊어져 누가 봐도 정답고 알뜰하게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할까? 지병(持病)으로 고민했을 지도 놀러 간다고 집나가더니 이들은 서로가 알아서는 안될「프라이버시」를 간직하고 있었다. 신군은 착실한 일꾼이었으나 어렸을 때부터 술고래. 육양의 경우는 3남2녀중 막내딸. 남녀공학인 모중학교를 졸업했지만 지병인 간질병이 때때로 발작, 입에서 거품을 뿜어대고 성격이「와일드」한데다가 비교적 친구가 많아 한번 나가면 며칠씩 외박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것이 신군과 사귀면서부터는 사람이 몰라볼만큼 정숙해졌다. 몸에서는 처녀티가 나기시작했고 또 성격도 온순해져 오히려 지나치게「멜런컬리」해 가끔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 이들 사랑의 밀도는 젊음만큼이나 활활 타올라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갈망하게끔 됐다. 그러나 육양의 지병인 간질병과 신군의 술주정뱅이 버릇은 근본적인 치유가 어려웠다.둘이 죽던 날도 육양은 아침 일찍 어머니에게 놀러간다고 돈 1천원만 달라고 조르다가 그대로 뛰어나갔고, 그날밤 10시쯤 끔찍한 소식을 가져다 준 것이다. 워낙 친하던 두 집안에서 생전의 원을 풀어 주자고 아버지가 죽은지 불과 한달만에 당하는 참변에 온식구는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이들의 시체를 죽은지 20시간만인 다음날 하오 1시15분쯤 찾았을 때는 두 몸은 완전히 한몸이 되어있었다.「체리·보이」와「체리·걸」은 발까지 뒤엉킨 채 어찌나 단단히 끌어안았는지 잘 떼어낼 수도 없을정도로 엉킨채 건져 올려지자 양가 부모들의 통곡소리는 고요하던 호숫가를 출렁이며 멀리멀리 메아리져 갔다. 이들이 죽은뒤 신군집에서 먼저 육양집으로 통혼을 했다. 육양집에서도 승낙했다. 그렇게 해서 택일을 하고 신랑 집에서는 채단으로 신부가 입을 갑사 치마 저고리 한벌값을 보냈고 신부 집에서는 흰 옥양목 바지 저고리 조끼까지 한벌을 보냈다. 이날 성스러우면서도 비탄에 잠긴 결혼식을 집례한 고물무당이 신랑으로 현신하여 지난 3월28일밤 소양로 호숫가를 거닐면서 속삭인 밀어(蜜語)를 들어보면-. 신군=(취기 어린 목소리로)영자 우리 빨리 결혼해서 장사라도하며 재미있게 살아보자. 육양=(맘껏 애교를 떨며)당신이 술을 너무 마시니 술끊을 때까지 결혼을 않겠어요. 신군=내말 안들으면 너를 죽여 버리고 나도 죽을테야. 『세상에 알려진것 처럼 우리 영자가 그렇게 간질병 환자도 아니고 함께 물에 뛰어들만큼 오늘의 사랑이 절박했던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정사를 하려면 유서 한장이라도 남겼을 것이고, 또 왜 죽을 각오였다면 팔뚝시계를 물가에 풀어 놨겠읍니까? 정사나 간질병이 발작해 죽은 것이 아니고…』 신군이 술에 취해 물속에 들어갔기때문에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하는 육양의 어머니 박씨. 젊은 애들이 불쌍하고 또 총각이 죽으면 몽달귀신이 돼 이 자리에서 자꾸 사고가 나게된다니 처녀 총각 귀신이나 면해 주자는 것이며, 젊은 애들끼리 함께 용왕님께 불려 갔으니 어른들의 도리로 생전 그 애들의 한이 결혼이었다면 한이나 풀어주기 위해 많은 혼례비용을 들여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는 것. 또한 신랑 어머니가 가끔 사돈을 맺자고 농담을 하더니 그야말로 농가성진(弄假成眞)이 돼버렸다고 안타까와했다. 불청객들고 혼례가 끝나자 저세상에 가서나 다정한 내외가 되기를 기원하기도. [선데이서울 70년 6월 28일호 제3권 26호 통권 제 91호]
  • 첫사랑을 찾고 싶습니까

    케이블 채널 Mnet는 23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에 ‘추적! x-boyfriend’를 방영한다. 시청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옛 애인의 현재상황을 추적, 근황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추적을 끝내면 옛 애인에게 시청자가 보내는 영상편지와 그간의 촬영상황을 설명한다. 옛 애인이 출연을 원하면 스튜디오 촬영으로 이어진다. 출연을 바라지 않으면 시청자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로 대신한다. 스튜디오에서는 MC 장근석과 5명의 패널들의 대화도 곁들여진다. 조용현 PD는 “옛 애인의 근황을 추적하는 과정을 연출없이 보여줘 가슴에 응어리를 치유해주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 [카메라 탐방] 문화재 복원현장을 찾아서

    [카메라 탐방] 문화재 복원현장을 찾아서

    갈기갈기 찢겨진 그림, 조각난 토기, 심한 녹으로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목불상, 오랜 풍화로 점점 형태를 잃어가는 석탑. 이처럼 오랜 역사와 함께 그 상처 또한 깊어진 문화재에 다시 생명을 불어 넣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복원, 보존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실과 국립문화재연구소다. 1년에 1000여점이 넘는 유물을 21명의 인원으로 복원, 보존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 발걸음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고요한 이곳에서 서화, 토기, 금속, 직물 등 15만점에 이르는 다양한 재질의 소장품에 대한 보존처리와 분석, 환경조사 등이 이루어진다. 연구원들의 수작업과 함께 진공동결건조기와 같은 육중한 첨단기계까지 정밀을 요하는 작업들이다. 여기서 복원된 문화재는 중앙박물관과 각 지역 박물관에 전시되고 분석된 자료들은 역사고증의 자료로 쓰임과 동시에 장인들의 기술 발전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세계 최대의 석탑해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익산 미륵사지 현장. 거대한 호이스트(크레인)와 6층 높이의 덧집.1t이 넘는 석축을 옮기고 그에 딸려 나오는 수천개의 부속물들이 일일이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정리되고 있었다.2001년 말부터 시작한 6층석탑 해체작업은 현재 5개층의 해체를 마치고 1층 부분이 진행 중이다. 거대한 부재물 하나가 옮겨질 때마다 무게측정과 광파측량,3D 스캔, 사진촬영, 세척 등과 같은 복잡한 작업들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석탑 연혁에 대한 기록이 희박하고 전례가 없는 큰 작업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규명과 보수보존을 위한 방법 설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늘 두려움만 있을 뿐입니다.” 작년 1월까지 미륵사지 석탑공사를 맡았던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덕문 연구원의 복원 소감이다. 훼손된 문화재를 되살리는 문화재병원의 의사들. 그들의 손끝에서 치유된 건강한 모습의 문화재는 다시 후손들의 눈 앞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게 될 것이다. 사진 글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새영화] 바벨-소통에 대한 희망적 역설

    [새영화] 바벨-소통에 대한 희망적 역설

    생각의 폭을 넓히고 마음의 빗장을 열게 만드는 것이 영화가 갖는 가치 중 하나라면 ‘바벨’은 분명 이 목적에 충실한 영화다.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으로 세계 영화인들을 매료시켜온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바벨’에서 편견과 오해없이 진정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영화는 모로코, 미국, 멕시코, 일본 등 서로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4개의 사건이 마지막에 하나로 묶이는 독특한 형식이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물리적·심리적 소통이 힘든 사막과 도시가 주요 배경인 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발단은 모로코인 형제 유세프와 아흐메드의 철없는 장난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사격솜씨를 뽐내고자 지나가는 관광버스에 총격을 가한다. 때마침 그 버스에는 모로코 여행길에 나선 미국 중산층 부부 리처드(브래드 피트)와 수잔(케이트 블란쳇)이 타고 있었다. 수잔의 총상은 국제적인 뉴스로 떠오르고 형제가 테러범으로 지목되면서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건에 쓰인 총기의 원래 소유자였던 일본인 야스지로(야쿠쇼 고지)는 경찰의 방문을 받는다. 그는 엄마의 죽음 이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둔 청각장애인인 여고생 딸 치에코(키쿠치 린코)와 어색한 관계다. 한편 멕시코인 가정부 아멜리아(아드리아나 바라자)는 아들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리처드의 두 아이를 데리고 국경을 넘게 된다. 세계화의 바람으로 지구촌의 거리는 전에 없이 가까워졌지만 그 심리적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영화는 9·11 테러와 신자유주의가 바꾼 세상에 확대경을 들이댔다. 그리고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 사이에 얼마나 많은 편견과 오해의 벽이 쌓였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미국인들에게 중동 사람들은 모두 테러범이며,16년간 모범적으로 살아왔어도 멕시코 가정부는 한번만 삐끗하면 빈털터리로 강제 추방되어야 할 이방인일 뿐이다. 인파가 북적거리는 번잡한 도시에서 장애인은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영화는 절망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리처드와 수잔, 치에코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편견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지도 함께 보여준다. 바벨탑은 신에 대해 도전한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한다면 인간들이 신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해 탑을 그토록 높이 쌓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신이 언어를 교란시킨 것도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껴안으라는 심오한 뜻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 ‘바벨’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희망을 담고 있다.22일 개봉,18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혼돈의 고려대 어디로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15일 전격 사퇴한 것은 다른 대학과 달리 학내 문제에 강력한 영향을 지닌 교우회의 압박이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 총장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재단 반응과 규정에도 없는 ‘신임 투표’라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지만 40%에도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교우회와 재단, 교수사회 3중 압박으로 사퇴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교우회는 이날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사태에 대해’라는 회보 기사를 통해 “이 총장은 물론 전체 고대 사회가 입은 상처가 만신창이라고 할 만큼 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장이 대내외적으로 총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박종구(삼구그룹 대표이사) 교우회장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회 멤버 가운데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우회의 한 관계자는 “교우회장을 비롯,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 ‘이 총장이 무리하게 버티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한 빨리 파문이 수습되기를 기대했던 재단도 이 총장이 상의 없이 신임투표를 제안한 데 대해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현승종 이사장이 지난 12일 “학술적인 문제를 인기투표로 해결해야 했나.”라면서 불쾌감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이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이는 등 내분이 있었던 것도 사퇴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한 교수는 “며칠 전부터 일부 처장들이 용퇴를 직언했다. 외부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던 이 총장으로선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었다.”고 설명했다.●총장 지명제 도입 논란 일 듯 이 총장의 전격 사임으로 102년 역사의 고려대는 한동안 표류하게 됐다. 대내외적인 이미지 손상도 치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승종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더 이상 혼란과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김호영 교무부총장과 처장단 13명의 사표는 반려할 것”이라고 밝혀 최악의 행정공백은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선 김 부총장에게 직무대행을 맡긴 뒤 별도의 총장 서리를 임명, 새 총장 선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 이사장은 “현재의 간선제나 직선제 총장 선출제 모두 문제가 많다.”면서 “재단이 총장을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갈등도 예상된다. 고려대가 총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현재의 간선제로 변경했던 2002년 12월 당시 교수 사회의 강한 반발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재단의 개선방안은 교수들과 재단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아 보인다. 한편 이 총장의 사표를 공식 수리하고 새로운 총장 선출제도를 논의할 재단 이사회는 오는 23일 열린다.●교수사회 자성의 목소리 이중호(전북대 윤리교육과)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논문표절 진위를 떠나 학교 갈등의 시비거리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로나 개인으로나 사퇴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교수사회도 자성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과) 전국교수노조 학문정책위원장은 “당초 학문적 차원이 아닌 권력게임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결국 논문의 진위 규명이 아닌 총장 자리를 둔 정치싸움이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고려대 과학기술대 H교수는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총장도 깨달은 것 같다. 고려대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대 N교수는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을 털어놓고 파문의 본질인 연구윤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임일영 이문영기자 argus@seoul.co.kr
  • 한승원 “소설은 성행위하듯 재미있어야 읽히죠”

    한승원 “소설은 성행위하듯 재미있어야 읽히죠”

    “이번 작품은 대우주의 시원(始原)에 대한 성찰입니다. 소설가인 나에 대한 성찰이고, 소설쓰기, 문학하기에 대한 성찰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토속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주로 발표해 온 중견소설가 한승원(68)씨가 고향인 전남 장흥 바닷가에 정자도 아니고 별장도 아닌 ‘토굴’을 마련해 정착한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원형 상징성이 깊은 고향의 집필실 ‘해산토굴’에서 작가가 발견한 것은 생명 탄생의 신비를 간직한 ‘자궁’이다. 작가는 “나는 날마다 소설을 해산한다.”고 말했다. 해산토굴 자체가 ‘자궁’인 셈이다. 해산토굴 메모판에는 ‘곡신(谷神)=갯벌=연꽃=키조개’라는 등식이 적혀 있다. 작가가 해산하고자 한 소설의 ‘씨앗말(모티브)’이다. ●대우주의 시원 성찰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한동림(39), 한강(37), 두 소설가의 아버지이기도 한 작가가 대우주의 시원을 성찰하는 장편소설 ‘키조개’(문이당 펴냄)를 냈다. 노자에 나오는 곡신은 본래 ‘골짜기의 텅 비어 있는 곳’이나 ‘골짜기의 여신’으로 해석되지만 작가는 여성의 성기로 풀이했다. 곡신은 여성성과 모성성을 완벽하게 갖춘 현묘한 암컷이고, 그 암컷의 문은 우주를 생성시키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모든 생명은 바다에서 기어나왔고, 그래서 갯벌은 다산성의 생명력을 담고 있는데다 연꽃과 조개는 우주의 뿌리를 상징한다. 소설 ‘키조개’는 이런 낱말풀이로부터 시작한다. 소설에는 ‘소설가 한승원’의 해산토굴에서 내다보이는 ‘득량만 바다’(작가는 ‘연꽃바다’라고 표현했다.) 앞에 별장을 짓고 혼자가 된 51세의 여류소설가 허소라와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녀를 짝사랑한 키조개 캐는 잠수부 ‘영후’ 등 그녀를 넘보는 남성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는 그 나이에도 생리를 하는 허소라를 ‘자궁 권력자’라고 칭했다. 소설의 표제어인 키조개는 여성성기를 상징하면서, 생명을 복원시키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영후는 줄기세포 연구에 난자를 제공했다가 후유증 때문에 요양원에서 지내는 자신의 딸에게 키조개죽을 먹이고, 그 소식을 들은 허소라는 그의 딸을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새 생명을 만들어 내는 자궁’인 갯벌 속에 수시로 아랫몸을 담그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희망에서 시작한 줄기세포 연구가 결국 ‘여성의 상실’로 이어졌다.”면서 “이는 결국 우주의 순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연구·위선적 문인 비판 작가는 소설쓰기, 문학하기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소설 속에 담았다. 소설 속 ‘한승원’의 시를 자신의 분신인 ‘허소라’가 신랄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허소라의 입을 통해 소설에 대한 생각을 적어놓았다. “모든 소설은 한사코 재미있어야 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성행위를 하듯 그 속의 이야기와 문장 쓰는 재미에 깊이 젖어 있어야 한다. 작가가 쓰면서 재미있어 하지 않은 소설을 독자가 재미있어 할 리 없다.” “그래 나는 ‘사전(私錢)꾼’이다. 내가 이때껏 주조한 동전(시나 소설)들 가운데 진짜 동전이 몇 개나 될까.” 꿈속의 지옥에서 본 위선적 문인들에 대한 얘기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가난하고 박해받는 자들 편에서 그들의 권익을 위해 글을 쓰는체 하면서 혼자서만 배불리 먹고”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보내기 위해 선동하는 글을 쓰거나” “한 개의 혀로는 반민족적 선배들을 질타하고, 동시에 자기는 가장 순수한 체하고,…다른 한 개의 혀로는 자기와 이념을 달리한 사람들을 증오하며 편 가르기를” 한 시인·소설가들에게 참회하라고 충고한다. 작가는 소설가 자식들에게 쓴 ‘작가의 말’에서 “‘아이고, 아버지 금년에도 또 소설책 한 권 내셨네’하고 놀라게 하는 까닭이 이 소설 속에 들어 있을 터이다.”라고 적어놓았다. 문학의 위기에 대해서는 “인터넷 등으로 세상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지만 결국은 무거움으로 회귀할 것”이라면서 “가벼움을 성찰하게 하는 소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294쪽.98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전남편과 재결합하라고 주위서 난리

    Q3년 전 이혼을 하고 5살,7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입니다. 최근 큰아이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애들 아빠를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둘 다 혼자다 보니 주변에서 아이를 봐서라도 재결합하라고 난리입니다. 가정을 소홀히 하고, 채팅으로 만난 여자와 여행을 간 사실이 밝혀져 이혼했는데 예전의 상처가 되살아나 결정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재결합하는 게 좋을까요? -오연주(가명·36세) A이혼 후 자녀를 혼자 돌보기도 힘들었을텐데 최근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는 사고가 생겼다니 마음고생이 무척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 입장을 생각해서 아이 아빠와 재결합도 고려할 만하겠지만 지금의 혼란 속에서는 성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 아이를 편부, 편모 밑에 자라게 하는 일이 쉽지 않고 이혼 후 아버지는 양육비에 대한 부담, 어머니는 육아의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되며 이혼가정이라는 사회적 편견도 무시할 수 없지요. 또한 이혼가정 아동들은 부모의 재결합에 대한 환상을 가지며 함께 살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러나 분명하고도 중요한 것은 재결합 과정도 새로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일입니다. 두 사람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변화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성숙된 태도로 결혼생활에 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재결합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생활의 필요 때문에 애정도 없이 재결합한다면 얼마 못 가 과거 응어리진 상처의 분노감과 함께 갈등 상황은 증폭되기 쉬우니까요. 재결합을 고려한다면, 아이들의 부모로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우선 당사자 중심으로 긍정적인 체험을 늘리고 애정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헤어져 있는 동안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고 부부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세요. 부부 문제란 두 사람 상호 작용에 의한 관계이므로 어느 한쪽의 잘못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격지심이나 열등감, 강박증 등으로 인해 상대방을 힘들게 하고 책임 전가한 것은 아닌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회피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스스로의 통찰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마음에 담아둔 채 서로에게 풀지 못했던 응어리진 상처를 드러내어 치유하세요. 속 깊은 마음의 대화를 통해 과거의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고 서로의 아픔과 입장을 이해해주고 지지 받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 하여 무조건 자리를 피하려 한다거나 자기입장 변명, 방어에만 급급한다면 관계개선 가능성은 희박하며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재결합을 결정할 때 또 중요한 것은 바로 이혼할 당시의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문제는 그냥 덮어둔 채 섣불리 상대가 ‘이젠 정신 차렸겠지’,‘살면서 나아지겠지’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다시 갈등의 원인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주변 여자 관계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선을 긋고 이후 투명한 관계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합니다. 결혼을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배우자는 도구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함께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고 확신을 얻을 수 있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재결합 과정에서 부부상담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과거 상처를 치유하고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우선적인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익히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최고의 자녀교육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녀의 쾌유와 함께 행복한 가정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정경영연구소장>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14일 여당 전당대회 ‘탈당상처’ 치유할까

    열린우리당은 14일 전당대회를 열어 정세균 의원을 신임 당의장으로, 원혜영·김영춘·김성곤·윤원호 의원을 신임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한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은 당내 각 계파가 단일 후보로 추천한 이들에 대해 ‘만장일치 박수’ 형식으로 신임 지도부로 추인하게 된다. 이와 함께 신임 지도부에 신당 추진의 전권을 위임하는 내용의 안건도 추인할 예정이다. 대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이같은 표결 방식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전대가 평일에 열리고 새 지도부 합의추대로 흥행성이 없는 데다 탈당 사태의 후유증까지 겹쳐 대의원 출석률이 떨어지면서 자칫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또 현장에서 일부 강경한 당 사수파 당원들이 물리적으로 반발할 경우 정상적 전대 개최가 어려워질 소지도 없지 않다. 김근태 의장 등 당 지도부는 원만한 전대 개최를 위해 재적대의원 숫자를 기존 1만 2000명에서 9000여명 수준으로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대에서는 5000명 정도의 대의원만 참석해도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을 채우게 된다. 사무총장 직무대행인 우원식 의원은 13일 “지역상황이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고, 전대에서 설사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100명 안팎일 것”이라며 “전대 개최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비리 사면이 국민통합인가

    여러 갈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어제 또다시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를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당면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묵은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대통합 차원이라고 밝혔다. 비리의 사면·복권이 국민통합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공허할 뿐이다. 정권의 생색내기용 사면·복권은 또 다른 논란과 통합을 저해할 뿐이라는 게 다수 국민들의 정서다. 정권 담당자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번 사면·복권 대상 인사는 434명이다. 규모 면에서 크다 할 수 없지만, 정치·경제계 주요 인사가 망라돼 있다.YS,DJ정권 시절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들과 전 재벌그룹 회장 등이 두루 포함됐다. 한결같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주고 지탄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또 일부 제외된 인사들과의 형평성을 보더라도, 자의적인 잣대로 선정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참여정부 말기에, 그것도 대통령 선거의 해에 이뤄진 사면이 더욱 곱지 않게 보이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사면이라는 지적이 그럴듯해 보이는 소이이기도 하다. 무리한 사면·복권은 통합보다는 법의 엄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할 뿐이다. 흔들리지 않는 법적용과 집행은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통치권자의 신중한 사면권 행사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해온 사면권 제한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제도적인 틀을 통해 원칙 없는 사면 등의 전근대적 ‘시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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