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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세종시 치유의 길/류찬희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세종시 치유의 길/류찬희 사회2부장

    엄청난 국론분열을 가져왔던 세종시 건설이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전 대상 기관과 이전 시기를 못박고 차질 없는 이전을 약속하면서 현장의 중장비는 다시 움직이고 있다. 정치적 공방을 벌이느라 1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첫 입주 시기는 당초 계획한 대로 2012년에 맞췄다. 지연됐던 공사 입찰·계약, 공사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세종시는 애당초 정치적 산물로 태어났다. 지방분권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으나 속내는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공약이었다. 충분한 논의나 준비를 거치지 않고 정략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정권이 바뀐 뒤에는 당연히 손을 봐야 하는 대상이 됐던 것이고, 그래서 나온 것이 당초의 도시 성격을 뒤집은 수정안이다. 중앙부처 이전을 거둬들이는 대신 원안에서 부족한 생산시설을 입주시키고 인구를 끌어들여 진정한 자족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이른바 ‘플러스 알파(+α)’ 청사진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충분한 논의나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적 반발을 무마시키고 지역 주민의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론적으로 정쟁을 불러오고 1년 가까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결과만 가져온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가라앉은 듯하다. 세종시 건설이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α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생각에 뒷맛은 개운치 않다. 그래서 세종시 건설을 놓고 각 정파가 보다 솔직했으면 한다. 우선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를 서자(庶子) 취급하지 말고 명품 자족도시로 건설하는 데 역량을 모아줘야 할 것이다. 원안대로 정부 부처를 이전하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족 기능 확충과 정부기관 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수정안이 심판을 받았듯이 원안에 대한 심판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국론분열만 가져올 뿐이다. +α를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이라는 덤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도 세종시와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 발전을 가져오고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조성하면 그만이다. 어느 정책이고 완벽할 수는 없다. 세종시 건설에 따른 부작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주체는 현 정부다. 필요하다면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은 정치다. 야권과 충청권도 세종시를 더 이상 정쟁의 공격 대상으로 삼지 말 것을 주문한다. “원안에도 +α가 들어 있다. 수정안에서 제시했던 인센티브를 고스란히 내놓으라.”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세종시가 더 이상 표를 의식한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혹시라도 다음 선거 과정에서 정략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하고 인센티브를 주어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은 국가적으로 볼 때 제로섬 게임이다. 다른 지역 단체장들이 “이 나라에는 세종시만 있는 것이냐.”는 볼멘 소리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다. 세종시를 유령도시로 전락하게 해서도 안 되지만, ‘세종시 원안+수정안 알맹이’를 고집하는 주장 또한 지역이기주의이고 정략이다. 혹시라도 +α를 얻기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면, 그동안 세종시 건설에 같은 배를 탔던 ‘친박’으로부터도 외면받을 수 있다. 세종시는 원점에서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지만 온통 상처투성이다. 치유를 위해서라도 세종시를 더 이상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여야, 지역을 따지지 말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충실하고 후대에 물려줄 자랑스러운 명품 ‘행복(幸福)도시’를 조성하는 일만 남았다. chani@seoul.co.kr
  • 인간 가르치는 ‘로봇 선생님’

    인간 가르치는 ‘로봇 선생님’

    “느껴봐. 난 신발이야.”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UC 샌디에이고)이 운영하는 유치원. ‘루비’는 세 살배기 아이에게 하얀색 운동화를 들어보이며 핀란드어로 신발을 뜻하는 ‘켄카’라는 단어를 설명한다. 루비가 신발을 내려놓자 아이는 이를 집어 들어 “켄카.”를 외치며 즐거워한다. 아이에게 핀란드어를 가르치는 건, 사람이 아니다. TV 모양의 몸통에 기계팔이 달려 있는 루비라는 이름의 로봇이다. 진화를 거듭해온 로봇이, 이제는 ‘창조주’인 인간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소개한 루비는 외국어 보조 교사로서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지난해 UC 샌디에이고, MIT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어 20개를 배운 뒤 루비를 만난 미취학 어린이 9명은 12주 뒤에 10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루비처럼 보조 교사 역할을 할 또 다른 로봇은 한국에서 만나게 된다. 이 신문은 대구 지역에서 영어보조교사 역할을 하고 있는 로봇 ‘잉키’ 수백대를 ‘고용’했다는 것도 전했다. 로봇은 외국어 학습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폐아들과 어울리며, 이들을 치유하는 친구 같은 로봇도 있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의 ‘밴딧’이나 조지아공과대학의 ‘사이먼’이 개발된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자폐아 교육처럼 반복적인 행위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로봇이 참을성이 높고 잘 훈련된 교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로봇이 교육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미첼 레스닉 MIT대 평생교육 연구소 대표는 “이 아이들이 나중에 첨단기술을 자신의 스승으로 여긴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이 같은 지적은 기우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개발자들은 사람을 대체할 로봇을 만들지도 않을뿐더러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는 얘기다. 패트리샤 컬 워싱턴 대학학습·뇌과학연구소 소장은 “현재 로봇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각 교실에서 학습을 부분적으로 도와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 구청장 새꿈 새구정] 김영배 성북구청장 “서민 일자리·주거문제 해결”

    [서울 구청장 새꿈 새구정] 김영배 성북구청장 “서민 일자리·주거문제 해결”

    6·2지방선거 때 길거리 현수막 속의 그와 실제 이미지는 달랐다. 전자가 다소 느긋하고 여유로운 인상이었다면 실물은 젊으면서도 세련된 풍모를 지녀 놀랐다. 내심 딴사람인 줄 알았다고 하자 “실물이 낫죠?”라며 농담을 던졌다. 11일 만난 김영배(43) 서울 성북구청장은 젊은 구청장답게 탈권위적이다. 그는 “인수위원회가 주는 어감도 권위적이고 딱딱하다는 생각에 ‘생활구정준비위원회’라고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다. ●“믿고 소통할 수 있는 구청장 될 것” ‘40대 반란’이라는 시각이 부담스러울 듯싶다고 하자 “변화를 바라는 민심의 경고가 있었던 6·2선거에 나와 덕을 본 것 같아요. 제가 승리한 이유는 40대의 반란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바라는 40대들과 제가 제시한 복지, 교육, 보육분야의 공약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라며 겸손해했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구민의 염원이 젊은 구청장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구민과 함께하는 구청장’상 정립을 꿈꾼다. “화려하게 주목받는 구청장이기보다는 성실하고 믿을 만한 구청장이 되고 싶어요. 소통이 잘 되는, 구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구청장이 되고 싶어요.” 사람중심의 특구를 꿈꾸는 그는 또 “개혁만을 위한 개혁은 싫다.”고 잘라 말했다. “나쁜 것을 도려내기 위한 개혁이 아니라 내부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창조하는 개혁을 하겠다.”며 “가장 먼저 할 일도 고통스러워하는 서민들을 위한 복지, 교육, 보육, 일자리, 주거문제 해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당선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 구청장의 기세가 만만찮았던 탓이다. 그러나 구민은 젊음을 택했다. 변화를 택했다. 그런 변화를 선거유세 중에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선거 유세 3일째 되던 날, 천안함 사건으로 전국이 들썩이던 때였죠. 연휴가 끼어 도심을 빠져나간 사람들로 도시는 썰렁한 데다 비까지 주룩주룩 내려 마음이 착잡했죠. ‘내가 왜 승산 없는 싸움을 하지.’라는 후회까지 밀려왔어요.” 그런데 월곡동 상가를 돌던 중 한 아주머니가 한 말에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들은 명함만 툭 던져놓고 가는데 비오는 날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다니느라 고생이 많다. 성북구가 달라질 거라 믿는다.”고 손을 잡아주는데 마음이 짠~했다는 것이다. 그는 마치 그날로 돌아간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내세웠던 공약을 하나둘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협의기구인 교육지원본부를 만들어 강남과 강북의 교육격차를 해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과 대학, 초중고, 학부모, 단체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지원본부 신설 교육격차 해소 사람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며 고려대학원 박사과정에 다시 복학할 거라고도 귀띔했다. “사고가 깨어 있어야 변화가 생기고 사회가 바뀔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라고. 평생교육기관 성북구 아카데미 건립 공약도 그런 배움의 열정 때문에 생겨난 듯싶다. “혈혈단신 미국 유학(시러큐스대 행정학 문학석사)을 간 사이 큰아들이 정서불안장애를 겪었었다.”며 보육·교육에 애착을 갖게 된 숨은 사연도 꺼냈다. 부인 혼자 일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제대로 돌볼 수 없어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했던 것. 아빠란 존재자체가 없었던 아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냈다고 한다. 지금은 치유됐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거린다. 걸어서 10분 프로젝트는 자녀교육에 실패했던 경험이 낳은 청사진이다.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병원·공원에 갈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각 동마다 음악·미술 등 주제별 작은 전문도서관을 지을 계획”이라며 “그냥 건립해 놓고 운영은 나몰라라 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주민에 의해 운영되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헤어짐이 아쉬운 듯 약속했다. “줄을 긋고 이쪽(與) 고려하고 저쪽(野) 고려하면서 바보같이 일했다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요. 구민을 위한 일에 그런 경계를 긋는다면 독(毒)이 될 수 있으니까요.”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김영배 성북구청장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학생회장 시절 1986년 건국대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1997년때 최연소(30) 성북구청장 비서실장으로 지방자치에 입문, 청와대 행정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 한명숙 전 총리 공동대책위 상황실장, 노무현대통령후보 신계륜 비서실장 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좌우명은 ‘사람이 희망이다’.
  • [女談餘談] 아동성폭행범에게 고함/백민경 사회부 기자

    [女談餘談] 아동성폭행범에게 고함/백민경 사회부 기자

    “차를 여기다 대주세요. 취재차량이라서 누가 보면….” 한 아동성폭행 피해 어린이를 만나러 간 터였다. 약속장소에 혼자 나온 아이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렇겠다.’ 싶었다.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내뱉은 첫마디는 “나가라고 해.”였다. 화난 듯한 목소리였다. 막연하게 마음을 열어 주길 기다렸다. 10분, 20분, 30분…. 조금 열린 문틈으로 대화가 시작됐다. 살짝 마음이 열린 아이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장난도 쳤다. 밖에 나가 쇼핑도 했다. 기사를 위해 아이를 만나러 간 내 자신이 죄인처럼 느껴져 목이 잠기기도 했다. 몇 년이 흐른 사건인데도 아이는 여전히 아파했다. 중년 남성이 다가오면 내 쪽으로 붙어서 걸었다. 뉴스도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 언론에 난 자기를 알아볼까봐 늘 불안해했다. ‘이렇게 어린데, 이렇게 예쁜데….’ 기자이기 전에 한 여자로서 가슴이 시렸다. 결국 기사는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 아이에게 폐가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평생을 지울 수 없는 심신의 상처, 가족들의 아픔, 계속되는 공포와 악몽. 피해자를 통해 본 아동 성폭행은 그렇게 끔찍한 범죄였다. 문제는 불행하게도 이런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제2의 조두순·김길태·김수철이 끊이지 않는다. 어린 피해자들만 고통 속에서 잊혀져 간다. 그 작은 몸집에 아로새겨진 거대한 상처를 우리가 짐작조차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대책은 겉돌기만 한다. 장안동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초등학생 딸을 둔 한 지인은 최근 발찌를 찬 남성이 학교 근처에 나타나 학부모들이 모두 학교로 달려나오는 소동이 있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서운 세상이다. 이제 범인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술을 핑계로, 세상을 변명 삼아 어린 아이에게 저지른 그 범죄는 평생을 다 바친 뉘우침으로도 갚을 수 없는 일이라고. 범인들은 그렇게 영혼이라도 구원받고 싶겠지만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어떻게 구원받아야 하나. 막막한 나날이다. white@seoul.co.kr
  • [사설] 임태희 대통령실장 기용 공조직 복원 계기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 새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 개편 하루만에 비서실 수장을 바꿔 수석급 인사와 정부 개각 작업의 첫 단추를 채웠다. 50대 중반의 젊은 실장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무난한 인사라고 평가한 것을 보면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여권 진용을 구축하도록 보좌하는 것이 임 내정자의 첫 임무다. 스스로 소감을 피력한 대로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작금 여권은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한 달 남짓 남겨놓고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불법 민간 사찰로 시작해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 등으로 월권(越權) 시비, 비선(秘線) 논란이 확산일로다. 이러한 상황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그런 일들이 잇따라 불거지는 배경에 있다. 월권 시비를 낳고 있는 청탁이나 외압 등은 야당에도 알려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권력의 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 갈등이나 권력 암투설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들이다. 이런 것들이 야당에까지 제보되고 있다고 민주당 박 원내대표가 주장하는데 사실이라면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국무총리 교체 여부를 둘러싼 청와대 참모와 총리실 알력설은 권력 투쟁의 또 다른 표출이다. 수석급 인사와 개각작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파열음만 더 커질 뿐이다. 집권 후반기의 권력 주도권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야당은 일련의 상황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해 공세를 강화할 기세다. 하루속히 근본 원인을 찾아내 치유하지 않으면 위기만 키우게 된다. 이적행위나 다름 없는 짓을 벌이는 당사자나 발설자 모두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조직을 하루 빨리 복원시켜 월권 시비와 비선논란, 권력투쟁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정운찬 총리는 인사 논란의 출발점이다. 여권 인사가 정 총리 교체론을 흘리고, 이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는 언론 보도는 인사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면 개각을 주저하지 말고 후속 인선을 매듭지을 필요성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선은 서두르되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알맹이로 채워져야 한다. 6·2 지방선거 참패는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표출이다. 그 변화의 핵심은 쇄신과 화합으로 짜여지는 새 여권 진용이다.
  • 백신 수시 업데이트… 민·관 공동대응을

    백신 수시 업데이트… 민·관 공동대응을

    정부가 8일 ‘7·7 디도스 대란’ 당시 치유되지 못한 좀비PC에서 1년 만에 디도스 공격이 발생했다는 발표를 내놓자 이후 ‘3차 공격’에 대한 불안감이 새어나오고 있다. 전날 공격 수준은 미미했지만 지난해와 똑같은 공격 양상으로 전개됐다는 점, 피해를 입은 사이트가 다시 공격을 당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보안업계와 전문가들은 개인 사용자의 보안의식만 요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공격유형 공동분석 등 정부와 민간기관의 유기적인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유형 공동분석후 백신개발 아직까지 백신업체들은 주요 예방·대응책으로 “개인이 전용 백신을 수시로 업데이트해서 악성코드를 잡아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문한다. 최인석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은 “지난해 공격이 반복되는 만큼 현재는 개인의 결정에 대응을 맡겨놓는 수밖에 없다.”면서 “최신 패치로 업데이트한 백신프로그램으로 치료하기를 권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디도스를 유발하는 악성코드는 감염되더라도 PC를 사용할 때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개인 사용자에게만 주의를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잔존하는 좀비PC를 치료하기 위해 “인터넷접속 사업자에게 좀비PC 목록을 제공하고 좀비PC 사용자에게 감염사실을 통보해 치료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감염부터 치료까지 몇 단계를 거쳐야 하고 백신을 생산하는 업체도 감염 유형을 업체마다 개별 분석하기 때문에 치료에 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치료단계 이전에 백신 생산업체들이 디도스의 공격유형을 공동 분석한 뒤 관련 백신을 생산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른바 ‘사이버 보건소(방역소)’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보다는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이트 접속 공격자 실체 밝혀야 한편으로 디도스 공격은 공격자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이트에 접속하는 정상적인 사용자와 비정상적인 사용자(공격자)를 구분하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오진태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디도스 대응방법이 임계치를 놓고 결론짓는 터라 공격자의 IP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원 정상 사용자와 공격자를 구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혜영·김효섭기자 koohy@seoul.co.kr
  • [데스크 시각] 임태희 실장, 위징 같은 참모가 되라/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임태희 실장, 위징 같은 참모가 되라/오일만 경제부 차장

    중국 역사에서 최강의 참모를 고르라면 단연 위징(魏徵)을 꼽을 것이다. 위징은 역대 최고의 황제로 평가받는 당 태종을 보필했던 인물이다. 목숨을 건 위징의 직언 때문에 태종은 “황제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며 늘 불편해하고 때론 격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말년의 태종은 국사를 논하다가도 죽은 위징이 그리워 눈물을 흘렸다는 사료가 곳곳에서 보인다. 사심을 누르고 지극히 공정한 정치라고 평가받는 태종의 정치, 즉 ‘정관의 치’를 일궈낸 명콤비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도 성공한 국정책임자 뒤에는 늘 출중한 참모가 있기 마련이다.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인적 쇄신 차원에서 단행된 청와대 개편에서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권부 최고의 참모직인 대통령 비서실장에 올랐다. 관료출신(행시 24회)의 3선 국회의원, 정책위의장, 노동부장관 등 화려한 이력의 그를 고른 것은 집권 후반의 성공적 결실을 열망하는 대통령의 의지일 것이다. 다양한 채널에서 의견수렴을 거친 인선이라 그런지 이번 인사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 많다. 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자와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호흡을 맞췄다. 노동부 장관 재직시 머리 회전이 빠르고 일처리가 깔끔하며 자기 주장보다 참모들의 말을 경청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불렸다고 한다. 13년이나 끌고 온 유급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 오프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성공한 비서실장의 길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어찌보면 그는 김영삼 정부의 김광일,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 실장 등 역대 임기 후반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인물들과 맥이 닿는다. 역량 있는 인물들이 실장으로 나섰지만 집권 후반기 레임덕 현상과 맞물려 영광보다는 상처가 많은 자리였다. 당장 중앙-지방 정부의 반목과 갈등, 거세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반대여론, 친박-친이로 나뉜 권력 내부의 분열상 등 정상적인 국정운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가시밭길 속에서 시대의 흐름과 호흡하지 못하는 참모는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기 쉽다. 500만표 이상의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직후인 집권 초기에 최대의 위기가 닥친 것이나 압승으로 끝날 줄 알았던 6·2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를 꼽씹을 필요가 있다. 정권의 교만과 권력의 남용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성공한 비서실장의 길은 유능한 ‘링커’의 역할과 비슷하다. 후배들과 부단한 소통으로 친화력을 키우고 실력으로 권위를 세운 박지성의 리더십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행히 임 장관은 친이와 친박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성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 붙어 있는 ‘무색무취’라는 가치 중립적 평가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유화적인 분위기로 권력 내부의 이견을 조율해 왔던 류우익·정정길 실장이 평상시 무난한 평을 받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한계에 봉착한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청와대는 정당과 달리 국정과 국익이라는 보다 큰 시선에 목표를 고정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통해 양산된 최하층과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살피는 것은 현정권의 당면한 현안이다. 임 장관이 지난 5일 남구로역의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한 구직자의 손을 잡은 사진은 인상적이다. 임 장관이 그에게 건넨 위로의 말이 국민의 아픔을 치유할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좌파든 우파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정권은 존립의 의미가 없다. 국민들이 권력을 맡기는 근본적인 이유, 바로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또 선진국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한국호’가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확실한 국정 좌표를 향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거센 조류를 묵묵하게 뚫고 가는 그런 대통령과 또 그를 제대로 보좌하는 훌륭한 참모가 절실하다. oilman@seoul.co.kr
  • 엄마랑은 미술관으로 아빠랑은 박물관으로

    엄마랑은 미술관으로 아빠랑은 박물관으로

    학기 중에는 어른들만큼이나 바쁜 게 요즘 아이들이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각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놀이와 체험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물놀이, 가족여행도 좋지만 자녀 손잡고 가까운 미술관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13일부터 ‘미술과 놀이-네버랜드’전을 연다.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놀이하듯이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기획전으로 올해 8회째다. 전시는 제과회사인 크라운해태제과에서 후원한 과자와 과자 상자를 이용한 미술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포장지는 기린과 코뿔소 등 각종 동물로 변신하고(박현곤), 웨하스를 쌓아올리면 멋진 집이 되기도 한다(신명환). 과자를 이용한 작품 외에도 자개로 만든 도롱뇽, 목조로 만든 사슴, 블록을 끼워 맞춘 실물크기의 헬리콥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들이 많다. 김범준, 백종기, 양진우, 오원영, 이이남, 천성길, 한선현 등 모두 20명의 작가가 참여해 1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8월29일까지. 입장료 5000~8000원. 체험학습은 입장료 포함 2만 5000원. (02)580-1300. 경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은 9일부터 여름방학 특별전 ‘색×예술×체험×2’를 개최한다. 색의 3요소인 색상, 채도, 명도를 주제로 아이들에게 폭넓은 놀이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색채 감각을 일깨우는 체험전이다. 지난해 처음 소개돼 큰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올해 좀더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경, 하태임, 황은화 등 국내 작가 6명의 작품을 통해 각각의 색이 지닌 심리적 치유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1층에 마련된 색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는 다양한 색깔 물줄기들을 몸으로 맞고, 색색의 욕조 안에서 컬러 볼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9월5일까지. 입장료 5000~6000원.(031)960-9730. 서울 신천동 삼성어린이박물관은 14일부터 사진과 미디어아트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빛의 그림’전을 연다. 일상 속에서 가깝게 접하는 빛이 사진과 영상매체를 통해 예술작품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한다. 공부방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어린이 스스로 간단한 소품들을 자유롭게 배치해 정물사진 형태의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찰칵, 사진연출’,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앤디 워홀의 팝아트 작품처럼 만들어 보는 ‘색깔 자화상’ 등 총 9종의 체험 전시가 선보인다. 입장료 3000~5000원. (02)2143-3600.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했다. 28~29일, 8월11~12일 두 차례 초등 4~6년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캠프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연다. 박물관에서 하룻밤 자며 박물관의 여러 모습을 알아본다. 8월3~5일, 17~19일에는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 체험을 해보는 ‘나도 큐레이터’, 8월6·20일에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직접 만들어 보는 ‘고대로의 여행을 떠나요’ 프로그램이 있다. 인터넷으로 접수해 추첨으로 참가자를 선정하고, 참가비는 무료다. (02)2077-966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지자체 “아토피 치료 사업 선점하라”

    지자체 “아토피 치료 사업 선점하라”

    자방자치단체들이 아토피 관련 사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아토피 사업은 지역의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친환경시책이고 장기 치료환자들을 유치할 경우 인구유입 등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아토피 사업은 3년 전 전북 진안군이 처음 시작한 이후 전남 장흥·보성군, 충남 금산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남 장성 등 다른 자치단체들도 적극 검토 중이다. 환경부, 산림청 등으로부터 국비지원도 받을 수 있어 지역개발에 도움이 되고 관광과도 연계돼 전국 자치단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최초 아토피클러스터 추진 진안군은 2007년부터 아토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 조직에 아토피계를 만들고 국내 최초로 아토피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백운면 노촌리 일대 109만㎡에 조성되는 아토피클러스터는 2015년까지 1700억원을 투입해 힐링센터, 전문연구소, 식이요법치유센터 등을 건립한다. 청천면 봉학리에는 환경친화학교인 에코에듀센터를 건립해 아토피로 고생하는 환자와 학부모들을 유치했다. 현재 36명의 학생과 보호자 등 72명이 생활하고 있다. 나무와 황토 등 친환경자재로 교실을 꾸몄고 집도 모두 친환경건축자재만 사용했다. 주민들은 친환경주택 19동을 건립해 아토피 환자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벌여 소득도 짭짤하게 올리고 있다. 에듀센터에서는 아토피치료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170명을 배출했다. ●편백숲과 녹차 이용한 아토피 치료 전남 장흥군은 장흥 우산리 편백숲에서 아토피 치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목재문화체험장을 조성해 아토피환자들이 이곳에서 머물며 자연치유 효과를 얻도록 했다. 아토피재활치료휴양복합단지에는 1500㎡ 규모의 지하벙커에 거대한 소금동굴을 만들어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장흥군은 2012년까지 45억원을 투자해 아토피 환자들이 편백숲에서 풍욕을 하고 적절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백두대간 테라피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전남 보성군은 지역 특산품인 녹차를 이용한 아토피 치료법을 내놓았다. 전남대에 용역을 맡겨 환경성질환치료체험센터 건립 적지를 물색하고 있다. 숲이 좋은 웅치·회천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아토피 초등학교도 설립 충남 금산군도 ‘아토피 치료메카’로 키우기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군북면 상곡리 상곡초등학교를 아토피 치유 전문 학교로 육성하기 위해 충남도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 폐교 위기에 몰린 이 학교를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했다. 정길호 군 건강도시계장은 “한달 전부터 마을의 황토펜션 4채를 빌려 서울 등 외지에서 4가구의 엄마와 아이가 내려와 아토피 치료를 받고 있고, 2가구가 추가로 내려온다고 해 황토펜션 2채를 더 빌려놓았다.”면서 “아토피 가족이 내려오면서 전교생이 16명이던 상곡초가 21명으로 늘어 폐교위기도 벗어나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고 말했다. 금산군은 2014년까지 상곡리를 ‘아토피빌리지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남이면 건천리 남이자연휴양림에 환경성 질환예방관리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산림청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곳은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발생해 환경성 질환에 특효인 3㏊의 편백나무 숲이 있다. 강원 양구군도 2012년까지 양구 동수리 파로호일대에 아토피치유관을 중심으로 한 ‘농촌테마공원’을 조성한다. 친환경의 장점을 살려 아토피를 치료할 수 있는 공간과 자연친화적인 휴식·레저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참살이로의 귀환’이란 주제로 조성되는 ‘농촌테마공원’은 참살이와 산채를 테마로 한 체험문화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26만 4337㎡에 조성된다. 전국종합·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올여름 避靜 떠나볼까

    올여름 避靜 떠나볼까

    회사 책상 위에 쌓인 일더미는 도무지 줄어들 줄 모르고, 여름휴가는 가까이 다가오고, 머리 굵어버린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낯설어만 한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세상을 벗어나 가족의 참모습을 살피고 싶다. 방법이 없을까. 있다. ‘피정(避靜)’. 한데 누군가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낯설어서 무덤덤하다. ‘피세정염(避世靜念)’ 또는 ‘피속추정(避俗追靜)’의 준말로 세속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가톨릭의 수련법이다. 피정이 최근 몇년 사이 입소문을 타며 대안 휴가의 한 방법으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불교의 템플 스테이처럼 이제는 굳이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피정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독서, 묵상, 기도, 관상 등을 기본으로 하는 천주교 전통 수련법에 여러 맞춤형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대중화에 속도가 붙었다. 경기 안성 너리굴문화원에서는 다음달 7~8일 인터넷중독 예방교육, 미술치료 등을 담은 가족캠프가 열린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묵상으로 참자아를 찾아가는 ‘부모와 자녀 가족 피정’은 31일~8월1일 첫 회를 시작으로 안성 미리내 묵상의집에서 총 세 차례 열린다. ‘자녀들을 위한 부모피정’도 다음달 4일 서울 돈보스코 청소년사목연구소에서 열린다. 가족관계가 서먹해졌다면 찾아볼 만하다. 낙태 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피정 프로그램(20~22일 경기 가평 환경마을)도 있다. 23~25일 부산 해운대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리는 ‘청소년 인권·평화 사도 캠프’ 등 평화, 생태, 리더십 등을 주제로 하는 청소년 캠프형 피정 프로그램도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몽골 혹은 제주, 지리산 등을 찾는 휴가형 피정, 귀농 체험 피정, 일본의 가톨릭 청년 만남 피정 등도 눈에 띈다. 특히 15~18일, 22~25일 서울 전진상회관에서 열리는 ‘참자기 찾기 훈련’은 심리 상담과 자기 이해 등을 통한 마음 치유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미래의 수사·수녀를 위한 전통적 청년 피정 프로그램도 있다. 꼭 수도자를 지망하는 이가 아니라도 수도자들의 삶을 접해볼 수 있다. 구체적인 피정 프로그램 내용과 일정은 천주교 주교회의 홈페이지(www.cbck.or.kr)에서 확인하거나 전화(02-460-7681)로 문의하면 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데스크 시각]소통, 스포츠에서 배워라/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소통, 스포츠에서 배워라/김영중 체육부장

    최근 아는 사람에게서 들은 얘기 하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휴대전화에 부모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 별명을 뭐라고 하는지가 질문이었다. 많은 학생이 어머니는 ‘마귀’, 아버지는 ‘호랑이’라는 등 적대적인 표현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흔히 부모들은 자식과 대화하고 이해하기 전에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닦달한다. “어른 말만 들으면 성공한다.”고 훈계하는 ‘꼰대’가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일 것이다.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의 언어는 일종의 폭력이란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발심만 생긴다. 소통이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화두는 소통이다. 너도나도 소통이란 말을 꺼내 지겨울 정도다. 전형적인 진부한 단어가 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우리 사회가 꽉 막혀 있다는 증거이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허정무 전 감독이 커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단지 성적 때문일까. 그는 2년6개월 대표팀을 이끌면서 대단한 성적을 냈다. 토종 감독으로 월드컵 원정 첫 승을 일궈냈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도 이뤄냈다. 대표팀에는 ‘양박쌍용’으로 불리는 박지성, 박주영과 이청용, 기성용이란 걸출한 해외파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기존 선수와 완벽하게 결합해 팀 성적으로 연결시킨 것은 소통의 리더십이다. 감독과 코치 간은 물론 선수와 코치, 감독 간에 소통이 없으면 ‘따로국밥’이 된다. ‘아트사커’ 프랑스는 감독과 선수 간의 불화로 자중지란을 겪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허 전 감독이 제시한 해결책은 간단하고 당연한 것이었다. 바로 대화를 통한 소통이었다. 허 전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소통의 리더십은 말은 쉽지만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라고 했다. 의도적으로 선수들끼리 자연스럽게 얘기할 시간을 많이 갖게 했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소통하게 된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소통을 통해 엄청난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먼저 빛났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전통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기대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아시아인에게 맞지 않는다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이전 성적도 초라했다. 그런데 이 종목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편견과 두려움이 없고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모태범 등 신세대들이 주연을 맡아 드라마를 완성했다. 재능에 지옥 훈련이 결합된 결정체였다. 이를 여물게 하는 데 허 전 감독처럼 김관규 감독의 소통의 리더십이 한몫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서구인보다 뒤진 체격적인 단점을 보완하려면 보통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야 한다. 자발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어지는 고통 속에서 뒤처지지 않고 훈련의 효율성도 올라간다. 눈을 스포츠 밖으로 조금만 돌려도 답답한 현실과 맞닥뜨린다. 갈등이 치유되기는커녕 커지고 있다. 정치만 봐도 그렇다. 압도적인 지지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돌진’하다 역풍을 맞았다.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지자체는 여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소통이다. 공부는 제쳐놓고 운동장에서 땀만 흘리는 무식한 ‘놈’들이 모인 곳이 스포츠계라고 폄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스포츠가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허 전 감독과 김 감독도 원래 권위적이었다. 무서운 호랑이 지도자였다. “나를 따르라.”는 카리스마 리더십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둘 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둘은 변신했고, 성공했다. jeunesse@seoul.co.kr
  • “아동성폭력 대책, 현장 목소리 담아야”

    “아동성폭력 대책, 현장 목소리 담아야”

    “조두순 사건에 이어 영등포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터졌을 때 ‘정말 세상이 안 바뀌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성폭력 피해아동에 대한 목소리만 높았지 정작 필요한 서비스는 외면하고 있어요.” 조두순 사건 피해 어린이 주치의로 알려진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제7회 서울시 여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신 교수는 여성부가 2004년 6월 설립한 국내 최초의 성폭력 피해 아동 원스톱 치료전담센터인 해바라기 아동센터의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이들 피해 어린이 치료와 가족들을 위한 전문적 활동을 해 왔다. 그는 요즘 성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화학적 거세 움직임이 이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법만 통과시켜서 될 일이 아닙니다. 화학적 거세에 대한 안정성이나 정신과 의사 처방, 욕망체크, 의사들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 등 세부적인 프로그램 없이 무조건 법을 통과시켜 시행한다면 또 다른 인권유린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적인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피해 아동을 치료·지원하는 센터들과의 유기적인 협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병원내 원스톱지원센터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해하지 말고 피해 아동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나 인력충원을 비롯해 협력 매뉴얼, 사후관리 지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0여년 동안 성폭행 피해 아동을 1000명 이상 진료해 온 신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가 위로 전달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아동 성폭력에 대한 사회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당국이 현장에 직접 와서 보고 느낀 후에 대책을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여성상 본상은 정태기(71·건강가정분야) 크리스찬 치유상담원 원장과 김선옥(51·여성복지분야) 새날을 여는 청소년쉼터 원장이, 우수상은 신용자(74·양성평등분야) 한국시니어연합회 회장·조종남(59·사회참여분야) 조윤희 산부인과 원장·박은애(35·차세대봉사분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팀장이 받는다. 시상식은 7일 서울시청 별관에서 열린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서울 구청장 새꿈새구정⑤] 이동진 도봉구청장 “서울시 복지區 만들겠다”

    [서울 구청장 새꿈새구정⑤] 이동진 도봉구청장 “서울시 복지區 만들겠다”

    “주민 참여가 지방자치의 근간이다. 조례 개정으로 주민들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아 내겠다.” 이동진(50) 서울 도봉구청장은 5일 구청장의 권한을 줄이고 주민의, 주민들을 위한, 주민들에 의한 구정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4년 전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재수에 성공한 그는 “주민의 자치 역량을 키우는 데 전념하겠다. 지금까지 주민 참여가 통·반장, 직능단체 회원으로 이뤄져 양식 있는 주민들의 참여가 전무했다.”면서 “비판 의식을 가진 주민들이 각 동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해 구정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치역량 강화를 1차 과제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아가 주민참여 예산제 등 다양한 형태로 주민이 구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참여로 투명하게, 복지로 행복하게’라는 민선 5기 캐치프레이즈처럼 주민들이 신명 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상명하복 지양… 공직사회 새바람 이 구청장은 도봉구 행정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행정 스타일 변화, 공직사회 풍토 바꾸기’다. 그는 “구청 직원들 간의 관계, 주민을 대하는 태도가 지극히 관료적이다 보니 직원 스스로 일하는 문화가 사라졌고 주민이 주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변화’의 시작은 상명하복의 관료주의, 경직된 공직문화 바꾸기다. 그는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찾아야 하는 구청장실 앞에 제복을 입은 경비가 지키고 모든 출입구가 막혀 있다. 또 나이 많은 국·과장들이 구청장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경직된 문화도 바꾸겠다.”면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면 특히 젊은 직원들 아이디어를 조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직급을 떠나 구청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이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구청장은 “장기적인 도봉구 발전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 땜질식 지역개발로 도봉구 곳곳이 멍들었다.”면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도봉구의 미래는 ‘도봉산이라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활용, 도봉구를 환경친화적인 관광지로 특화’하는 것이다. 이 구청장은 자연환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아토피 등 다양한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연치료시설인 ‘산림테라피단지’ 유치를 꼽았다. 그는 “도심에서 가까운 산이라는 이점을 살려 ‘치유의 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주변에 숙박시설 같은 인프라 조성 등을 포괄하는 도봉산 종합 발전계획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도봉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시가 진행 중인 몇몇 사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우선 동부간선도로 확장공사의 경우 “설계와 교통영향평가에서 F점을 받을 만큼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이 구청장은 “도봉구를 지나는 구간만은 도로 확장보다 지하화하는 것이 지역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서울시에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市에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요청할 것 신설~우이 간 경전철 사업도 “당초 계획된 방학동까지의 경전철 구간이 수익성을 이유로 축소된 것”이라면서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공공재원투자 비율을 높여서라도 당초 계획대로 방학동까지 개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예산 재분배를 통해 ‘복지’ 강화에도 나선다는 복안이다. 그는 “2500억원의 예산 중 사업비로 쓸 수 있는 돈이 200억~300억원뿐인 현실을 감안, 예산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로포장과 같은 선심성 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 구청장은 “취약계층을 돕는 좁은 의미의 복지라기보다는 무상급식과 같은 넓은 의미의 복지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면서 “모든 주민이 최소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복지 부문의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또 도봉구에서 초·중·고에 다닌 아들을 둔 이 구청장은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혁신학교’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쟁을 유발하지 않고 창의성에 기반을 둔 혁신학교가 초기에 잘 정착될 수 있게 지원하고, 지역 내의 명문학교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김근태 전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깨끗하고 강직한 이미지로 4대 서울시의회 의원을 거치면서 정치와 행정을 두루 거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16년 만에 졸업했을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 [Weekly Health Issue] 간염

    [Weekly Health Issue] 간염

    한때 우리나라는 ‘간염 천국’으로 불렸다. B형 간염이 문제였다. 1970∼80년대 개발연대를 지나면서 얻은 오명이었다. 저개발국 수준의 위생상태와 취약한 경제력, 나눠먹는 식습관 등이 문제였다. 놀란 정부가 나서 대대적인 백신 접종을 시작해 B형은 기세를 꺾었지만 이번에는 A·C형이 문제가 되고 있다. 끊임없이 가지를 치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간염, 그 치명적인 위험에 대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를 통해 짚어본다. ●간염이란 어떤 질환이며, 어떻게 구분하는가. 간염이란 간세포가 손상을 입어 염증이 발생한 상태로, 염증의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또 원인별로는 바이러스성·알코올성 간염과 비만·독성·약물에 의한 간염 등으로 나눈다. 이중 급성은 간의 염증이 6개월 이내에 회복되는 경우를, 만성은 6개월 이상 낫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바이러스성은 A·B·C·D·E형 등이 있으나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유형은 A·B·C형 세 가지다. ●그 A·B·C형의 특성과 감염 경로를 설명해 달라. A형은 주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많으며, B·C형처럼 만성으로 진행하지 않고 급성으로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80년대 이후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사라졌다가 90년대 이후 다시 빈발하고 있다. 원래 A형은 소아에 많은 급성으로, 한 번 앓고 나면 평생 면역이 된다. 바이러스가 환자의 대변과 함께 배설돼 물을 오염시키거나 음식물에 묻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다. 따라서 학교나 군대 등 집단생활을 하는 곳에서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B형은 국내 전체 만성 간질환의 60∼70%를 차지할 만큼 만성 이행률이 높다. 감염된 사람 중 증상을 보이는 급성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약 35%이며 나머지는 감염돼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다. 실제로 급성을 방치하면 이중 5%는 만성으로 발전한다. 특히 어린이는 면역력이 약해 만성화 확률이 높으며, 모태 감염일 경우 90% 이상 만성으로 이행된다. B형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정액·침 등 체액을 통해 전파되며, 이 때문에 산모에서 태아로 옮는 수직감염이 주경로로 꼽힌다. 여기에다 성관계나 비위생적인 치과 기구·오염된 주사바늘·위생 치료기구·면도기·칫솔 등이 감염 통로가 될 수 있으나 식사나 술잔 돌리기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C형 역시 만성으로 진행하는데, 국내 만성 간질환의 15∼20%는 C형이 원인이다. 국가적 관리체계를 갖춘 B형과 달리 C형은 감염자나 환자가 계속 늘고 있으나 아직 예방 백신이 없다. C형은 한번 걸리면 만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55∼85%로 높으며, 일단 만성화하면 자연치유도 어렵다. 주로 환자의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 주사기·침·문신 등이 주요 감염원이며, 식사나 수건을 같이 쓰는 정도로는 염되지 않는다. 성관계 감염 빈도도 낮다. ●간염의 위험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형은 돌연 나타나지만 만성화하지 않아 뒤끝은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A형 중 전격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격성은 사망률이 80%나 되며, 간기능이 급속히 악화돼 투석이나 간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B형은 어려서 감염될수록 만성화가 쉬워 간경화나 간암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간암환자의 80% 정도가 만성 B형이 원인이다. C형은 빈도는 낮지만, 만성화 확률이 높고, 간경화·간암 유발 가능성도 높다. 또 바이러스 변종이 많고 마땅한 예방백신도 없다. ●간염의 유형별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A형은 간에서 1개월 가량 잠복기를 보낸 뒤 증상을 보이는데, 처음에는 감기몸살처럼 열과 복통·구토·메스꺼움이 나타난다. 또 식욕이 없고, 전신 무기력증도 보인다. 여기에 설사를 동반하거나 대변·소변색이 짙어지면서 황달이 시작된다. 증상은 고령일수록 심하다. 6세 이하의 영·유아는 90% 이상이 전형적 증상인 황달을 겪지 않으나, 초·중학생은 40∼50%, 성인은 70∼80%가 황달을 겪는다. 급성 B형은 일반적으로 잠복기-증상기-황달기-회복기의 단계를 거친다. 잠복기에는 체내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하지만 증상은 없다. 증상기에는 감기몸살처럼 두통·고열에 몸이 쑤시고 아프거나, 소화불량, 메스꺼움이나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감기몸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기가 지나면 황달기가 오는데, 눈과 피부가 노랗게 되고, 소변색도 갈색·흑갈색으로 변한다. 황달기가 지나면 회복기에 접어든다. 만성 간염은 거의 증상이 없으나,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하면 황달·복수·전신쇠약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C형은 감염 후 증상 발현 때까지의 과정이 B형과 비슷하다. 증상은 B형보다 경미해 정기검진 등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유형별로 치료는 어떻게 하나. A형은 치료없이도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증상이 심한 경우라도 2주 정도 입원해 안정을 취하면 좋아지며, 급격하게 높아진 간수치도 1∼2개월 이내에 정상 회복된다. 그러나 환자 중 0.4% 정도는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이 경우 집중치료를 해야 하며, 간부전이 오면 간이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B형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와 주사제인 인터페론으로 치료한다. 만성 B형 간염의 경우 인터페론을 사용해도 s항원이 사라질 확률은 3∼8%,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5% 미만에 불과하며, 안타깝게도 아직 B형 바이러스를 퇴치할 약은 없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성 C형도 인터페론과 경구용 제제를 같이 사용한다.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라 6개월∼1년을 치료하면 40∼60%의 환자가 완치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고기 써는 무슬림으로 양면성 파헤치다

    고기 써는 무슬림으로 양면성 파헤치다

    소설의 공간은 분명히 우리나라 서울 이태원 이슬람 사원 주변 어디쯤이다. 등장하는 이들 역시 한국 국적-태생지는 그리스, 터키, 한국으로 나뉘긴 한다-의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이 주요하게 공감하는 시대적 사건 역시 1950년의 한국전쟁이다. 하지만 왠지 낯설다. 먼저 성장소설이 흔히 품는 문법과 다르다. 담고 있는 주제와 정서 또한 기존의 성장소설이 반복해온 것들과 진한 선을 긋는다. 인간의 삶과 전쟁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다루건만 그렇다고 정색하고서 한국전쟁의 의미와 평가 등을 풀어내는 것도, 애써 에둘러 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결핍을 드러내면서도 능청스럽게 빈틈없이 채워내는 문체와 문장 또한 눈에 익숙하지 않다. 이것저것 몽땅 낯설다. 하지만 아주 반갑게 낯설다. ●낯선 문체·문법으로 문학적 성취 손홍규(35)가 4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이슬람 정육점’(문학과지성사 펴냄)은 우리 문단이 목마르게 기다려왔던, 반가운 낯섦이자 새로운 문학적 성취다. 비루한 삶들의 터전인 이태원 어느 골목은 영국 런던의 빈민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뒷골목으로 바꿔도 그만이다. 영혼 깊은 곳에 헤어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겨놓은 한국전쟁은 예컨대 코소보 내전이라도 좋고, 2차 세계대전이라도 상관없다. 또한 한국전쟁을 매개로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층위에 있는 그 사람의 고향 나라가 그리스이지만 아니라도 좋고, 터키지만 역시 아니라도 좋다. 인종과 민족, 국가, 종교 등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손홍규는 지구적 보편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문장과 문제의식을 앞세워 인류집단이, 사회가, 개인이 겪은 상처를 마구 헤집어 눈앞에 보여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은 어떠한 기존의 관념에도 결박되지 않겠다는 듯 등장하는 모든 상처입은 영혼의 안팎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성실하게 성찰한다. ●한국전쟁에 신음하는 남녀노소 필독서 소설의 제목이자 주된 인물인 터키 출신 한국전쟁 참전 군인인 ‘하산 아저씨’의 직업 설정부터 파격적이며 문제적이다. 삼겹살을 썰고 돼지 목살을 포장하는 독실한 무슬림(이슬람교도)이라니…. 그는 ‘나’를 입양한다. 총상을 비롯해 몸과 마음 곳곳에 크고 작은 흉터가 파인, 상처투성이로 고아원을 전전하던 ‘나’는 오전 11시면 뛰쳐나가 화단에 오줌을 누고, 동상의 팔을 부러뜨리는 행동으로 학교에서 쫓겨나듯 벗어나는 문제적 소년이다. 흉터에 신음하는 이는 하산과 ‘나’뿐 아니다. 그리스 내전 중 사촌 일가를 적으로 오인해 사살했다는 죄책감에 한국전쟁에 도망치듯 자원한 그리스 출신 ‘야모스 아저씨’,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3년의 기억을 몽땅 잃어버린 뒤 늘 군복에 군가를 부르며 사는 ‘대머리 아저씨’, 남편의 폭력에 도망쳐 나온 ‘안나 아주머니’, 그리고 “죽을건데 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소년 염세주의자, 언어의 부정확성에 회의하며 말을 더듬는 ‘유정이’까지, 등장하는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깊숙한 상처에 신음한다. 손홍규는 “하산의 직업은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지만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종교적으로는 일종의 타락이지만 인간 자체의 타락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전쟁 역시 인류의 타락이지만 인간을 완벽히 타락시키지는 못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상처를 품고 있다면 눈 부릅뜨고 그 상처와 대면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성장이다. 작가는 ‘통과의례’라는 말로 개인과 사회의 영혼에 깊이 패어 있는 상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쟁의 기억도, 개인의 공포와 불안·상실도 모두 ‘지금, 여기’에서 소중히 다뤄지기를 원한다. 성장소설을 표방한 ‘이슬람 정육점’이 노소를 떠나 필독되어야 할 진정한 이유다. 트럭을 빌려 교외로 소풍 나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힘 역시 이미 우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리뷰] 모성에 대한 두 영화

    [영화리뷰] 모성에 대한 두 영화

    ‘엄마….’ 듣기만 해도 짠해진다. 엄마의 사랑이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넓다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엄마의 사랑을 본능의 영역으로 귀속시켜 ‘모성 본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성 본능은 여성의 굴레가 돼 버렸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은 너무나 당연하게 따라다닌다. 여기 모성에 대해 조금 다르게 접근한 두 영화가 있다. 하나는 프랑스의 유명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레퓨지’이고, 다른 하나는 전수일 감독의 ‘영도다리’다. 두 영화가 바라보는 모성 본능은 어떤 것일까. ■레퓨지 : “모성은 죄책감이다” 파리의 아파트에서 두 연인 무스(왼쪽·이자벨 카레)와 루이(멜벨 푸포)가 헤로인을 맞고 있다. 다음날 루이는 마약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잃고 무스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간다. 무스는 루이의 죽음과 자신이 임신했다는 소식에 충격에 빠진다. 무스는 루이의 동생 폴(오른쪽·루이스 로낭 슈아시)과 아름다운 해안가 마을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무스는 루이와 함께 마약을 했지만 자신만 살아 남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임신은 죄책감의 다른 이름이었다. 출산을 결심하는 건 무스의 애도 방식이며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폴과의 만남으로 생각이 흔들린다. 폴은 루이의 동생이지만 입양아였다. 그는 친어머니의 존재에 관심조차 없다. 모성에 대한 그리움도 없다. 다만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상처를 갖고 산다. 무스는 이런 폴을 보며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함께 상처를 치유한다. 결국 무스는 죄책감을 빼면 자신의 모성에 남는 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영화는 말한다. 우리 사회는 모성을 높은 가치로 이상화시키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복잡한 감정이란 것을. 어쩌면 가족주의자들에게 무척 불순한 코드로 읽혀질 수도 있겠다. 15일 개봉. ■영도다리 : “모성은 성장통이다” 영도다리 밑에서 혼자 사는 열아홉살 여고생 인화(박하선)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미혼모가 되고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기관에 넘긴다. ‘혹’을 떼어내 가뿐할 줄 알았던 삶. 하지만 점점 무거워진다. 인화는 외부 환경에 무관심하다. 으슥한 골목에서 어린아이가 위협을 당하고 있어도, 영도다리 밑에서 패싸움이 나도, 취객이 물에 빠져 죽어도 멍하니 지켜본다. 하지만 입양기관을 찾아가 아이를 돌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생떼를 쓰는 모습을 대비시킨다. 영화는 인화의 모성애를 뼈대로 진부한 미혼모의 이야기를 다룬 듯 보이지만 모성애와 성장통을 같은 맥락에 놓고 있다. 인화는 미숙한 존재였다. 세상과 단절된 삶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이와의 관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존재로 재탄생된다. 아이를 찾기 위해 프랑스로 떠날 정도로. 떠나 보낸 아이와 엄마와의 재회로 마무리한 설정은 모성애 관점에서 마냥 진일보한 영화로 평가하긴 어렵다. 다만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아닌 엄마에 포커스를 맞춰 절제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은 신선하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꼬부랑 할머니’ 작곡가 한태근씨 ‘찬양치유법’ 출간

    ‘꼬부랑 할머니’ 작곡가 한태근씨 ‘찬양치유법’ 출간

    동요 ‘꼬부랑 할머니’로 잘 알려진 작곡가 한태근(82)이 성경 및 기도문 성구를 토대로 곡을 붙이고 이를 책에 담은 ‘찬양치유법’을 출간한다. 방광암으로 투병해 온 그는 1일 “지난 8년간 투병생활을 했지만 이제 암이 완쾌됐다.”면서 “사경을 헤맸던 사람으로서 동병상련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 느낄 방법을 공유하고 싶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출간 기념회를 갖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범죄피해자 상처 치유할 안식처로

    범죄피해자 상처 치유할 안식처로

    2008년 10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논현동 고시원 방화살인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끔찍한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들은 지금 대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김모(32)씨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몸이 떨린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그는 당시 고시원에 둥지를 틀고 일용직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사건이 일어나 그는 불길 속에서 배에 칼을 맞는 중상을 당했었다. ●의료인력 등 9명 근무… 정원 10명 그 후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지만 김씨는 갈 데가 없었다. 고시원에 대한 공포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는 다시 15만원짜리 월세 방으로 들어갔다. 사건의 충격으로 대인공포증이 생겨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일 서울 풍납동에 개소한 ‘스마일센터’는 김씨와 같은 피해자들을 돌보기 위해 마련된 범죄피해자들의 쉼터다. 불의의 범죄로 정신적·경제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범죄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법무부가 치료 및 재활시설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는 임상심리전문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포함, 총 9명의 직원이 상시 근무한다. 거기다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치료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자문회의 형식으로 입소자들의 상담, 심리치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과제빵 교육 등 재활, 구직 알선용 지원책도 마련해 온전한 ‘자립’에 무게를 둔다. ●재활·구직 알선… ‘자립’에 무게 센터는 부지 376㎡, 연면적 887.82㎡의 지상 4층, 지하 1층 건물로 각종 치료실과 거주 시설을 갖추고 있다. 법무부가 시설비 및 사업운영비 일체를 부담하며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가 위탁운영한다. 현재 총 정원 10명에 6명이 입소했다. 입소자들은 전국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추천을 받는다. 주로 범죄피해 이후 적절한 거주지가 없거나 자립이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4년 전 방화 사건으로 집과 가족을 잃고 친지의 집에 거주하고 있다는 박모(54·여)씨는 “그동안 병원과 친지의 집을 오가며 말할 수 없이 힘든 생활을 했다.”며 “이런 시설이 생기게 돼 반갑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소식 행사에 참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곳이 범죄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운영결과에 따라 전국 주요도시에 스마일센터 확대 설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서는 박은혜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홍보대사가 ‘피해자 권리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세종시 분열 접고 후유증 치유에 올인해야

    10개월간 국론 분열을 가져 온 세종시 수정 논란이 어제 역사의 한 장으로 넘어갔다. 수정안은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인 국토해양위에 이어 본회의에서도 부결돼 공식적인 폐지 절차를 완료했다. 이명박 정부가 백년대계로 규정하며 총력을 다해 추진해 온 세종시 수정작업이 완전 무산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되면서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온 나라를 두동강 내다시피 했던 갈등과 분열을 접고 후유증 치유에 하나가 돼야 할 때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참패로 표출된 민심에 따라 수정안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 국회 표결은 이를 최종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했다. 어제 본회의에서는 찬반 토론에 이어 표결로 수정안 폐기를 매듭지었다. 수정안 찬성을 내건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나 반대를 고수한 친박계 및 야당 의원들 간에 마지막까지 대결이 벌어진 것이다. 이제 그 대결에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찬반 기록을 역사에 남기되 수정안론자는 패배했고, 반대론자는 승리했다는 흑백논리를 지양해야 한다. 세종시 논란은 승패라는 게임의 개념으로 볼 사안이 결코 아니다. 국가 백년대계라는 차원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옳으냐 하는 논쟁도 의미가 사라졌다. 수정안은 폐기됐고, 법적인 효력은 원안만 남아 있게 됐다는 현실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원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추진해서 명품 세종시로 만드느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후유증을 치유하고 과학비즈니스벨트, 대학, 기업 유치 등 이른바 ‘+α’ 논란을 극복하는 길이다. 정부는 원안의 문제점으로 행정 비효율과 자족 기능 부족을 꼽았다. 정운찬 총리를 비롯해 관련 정부 부처들은 이런 소신을 바탕으로 세종시 수정에 매진해왔다. 그들이 갑자기 소신을 바꿔 이런 약점들을 보완해서 원안을 추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자면 정부 관련부처 기구의 인적 구조와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세종시 수정에 올인했던 세종시기획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거나 행복도시건설청과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회는 행여 인책 공방을 펼 생각 말고 정부를 지원하고 독려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객원칼럼] 아름답게 떠나고 축복 속에 시작하라/박명재 CHA 의과학대학교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객원칼럼] 아름답게 떠나고 축복 속에 시작하라/박명재 CHA 의과학대학교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지난 지방 선거를 통해 새로 선출되었거나 재선된 사람들이 7월1일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게 된다. 낙선된 사람들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고 당선된 사람들은 취임 준비와 정책 구상에 분주할 때이다. 선거라는 대첩을 겪은 터라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의 위치와 마음이 천양지차일 것이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했던 곳일수록 마음의 골과 선거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떠나는 자의 아름다운 모습과 들어오는 자의 아량과 겸양이 필요하고 돋보일 때다. 떠나는 자는 깨끗한 일의 마무리와 성실한 인수·인계를 통해 자기가 몸담아 일했던 조직과 주민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해야 한다. 새로이 들어오는 자는 승자다운 아량으로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의 행정 수행에 자문과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있는 공직자들의 지혜와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차질 없는 인수·인계를 통해 행정의 공백을 방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쪽 진영의 화해와 함께 지역 전체 주민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재임 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정권이 바뀌어 장관이 교체되는 경우는 같은 정권 내 장관의 교체와는 비교될 수 없는 긴장과 미묘한 갈등이 있다. 당시 정권이 바뀌어 떠나는 장관의 이임식 한 시간 후 새 장관 취임식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차량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지금은 부처 내 의전 차량이 있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장관 전용차에 비해 다른 차는 격이 한참 떨어졌다. 간부들과 협의한 결론은 새로 오는 장관은 두고두고 잘 모실 수 있지만 떠나는 장관은 이번이 마지막이므로 평소 타던 차로 댁까지 모시도록 하고 새 장관에게는 그보다 못한 다른 차량으로 대체하게 했다. 물론 그 당시도 갑론을박이 심했다. 새로운 장관을 장관차로 모셔야 된다는 당연한 논리 등. 나는 새 장관을 모시러 가서 장관 전용 차량은 전임 장관을 모셔 드리게 되어 다른 차로 모시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속마음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흔쾌히 이해해 주었다. 그렇다. 비록 작은 예지만 남아 있는 간부들이 인수·인계, 전·후임자 예우, 이·취임식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신경과 배려를 기울여야 시·도정, 시·군정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함께 축복 속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혹여 개인적 영달이나 입지 강화를 위하여 어느 한쪽에 치우쳐 사실과 정보를 왜곡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떠나는 사람 역시 주민이 선택한 당선자에 대한 승복과 함께 새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냄으로써 그간 함께 일했던 공직자들이 난처해지지 않고, 지지를 보내주었던 지역주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를 하는 동시에, 이것은 훗날을 기약하는 큰 자산이 된다. 당선자 역시 떠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예우와 함께 그간의 업적에 대한 인정과 치하를 통해 지역 행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임자편에 섰던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어 선거로 노정되었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명심할 것은 훗날 자기 자신도 전임자를 예우한 만큼 꼭 같은 예우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꼭 한 마디 하고 싶은 것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공무원 살생부 이야기다.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가 공직과 공무원에 대한 모독과 불신이며, 그 조직의 암담한 미래와 더불어 보복과 불행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것으로서 경계하고 단속해야 할 일이다. ‘왕은 가도 행정은 남는다.’는 프랑스의 격언처럼 자치단체의 장(長)은 바뀌어도 자치단체는 연속한다. 떠나는 자의 아름다운 마무리, 새로 시작하는 자의 겸양과 예우, 이것은 비록 작은 일이지만 우리의 건전한 지방 자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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