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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생부(生父)의 후회/주병철 논설위원

    정(情) 가운데 혈육의 정보다 끈끈한 게 없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이야 오죽할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게 부모의 자식사랑이란다. 미국의 딕 호이트와 던 예거의 감동 실화 ‘나는 아버지다’라는 책이 그렇다. 장애를 가졌지만 “달리고 싶다.”며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아들과 그런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아버지의 감동적인 얘기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런 말을 한다.“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도 않았다.”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찾아 멕시코에서 뉴욕으로 밀입국한 10대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버지’(2007년)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김현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마음’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다짐과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정이 뭔지, 살다 보면 정 때문에 회한과 후회도 생긴다.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고사가 여기에 딱 맞다.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스승이 되고 나중에 제(齊)나라의 시조가 된 태공망 여상(太公望 呂尙)은 젊었을 때 유달리 가난뱅이였다.독서삼매의 나날만 보냈는데 이를 참다 못한 부인 마(馬)씨가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후 여상이 출세하자 마씨가 다시 찾아왔다. 그러자 여상이 ‘그릇의 물을 엎질러 놓고 저 물을 다시 그릇에 주워담아 보시오.’라고 했다. 여상은 부부지간에도 한번 금이 가면 되돌리기가 어렵다며 마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의 생부(生父)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80)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0여년 전 아들을 입양 보낸 것을 후회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잡스가 내게 연락해 커피 한잔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을지라도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 그와 통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했다. 아들 잡스처럼 아버지도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유예한 ‘일 중독자’다. 게다가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에 잡스가 묵묵부답이라니 자존심도 꼭 닮은 것 같다. 얼마 전 혼혈 가수 인순이는 “아버지는 내게 용서이자 치유”라고 했다. 잡스의 치사랑을 보고싶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세계경제 화두는 ‘긴축·증세’

    미국과 유럽의 재정문제로 불거진 금융불안이 거의 한달간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의 화두는 ‘긴축과 증세’로 모아졌다. 갖가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작은 루머에 금융시장이 쉽게 요동치자 금융불안의 원인인 재정문제를 치유하는 것만이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결정과 신속한 국제적 공조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유럽 주요국의 긴축·증세 움직임이 느려질 경우 미국과 같은 신용등급 강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 금융 시장은 각국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대책보다 소문(루머)이나 발언에 더 민감한 추세다. 지난 26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3차 양적완화(QE3) 카드 대신 “미국 경제가 즉각적 부양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고 정책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 국가의 지수는 그의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해 하락했다. 지난 25일 독일 증시는 자국 신용등급 강등 루머에 국제 3대 신평사들이 곧바로 부인했지만 1.71% 하락했다. 신용등급 강등 루머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다. 반면 이날 프랑스는 오는 11월 11일까지,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9월 30일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시장정책을 내놨지만 이들 국가의 주가는 0.85~1.85% 내렸다. 시장의 큰 변동성에 대해 금융위기였던 2008년과 달리 이미 제로금리인 나라가 많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증세와 긴축’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은 이달 초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했지만 결정이 늦은 데다가 증세안은 빠졌다. 최근 부는 부자 증세 바람이 관건이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도시 경쟁력 강화” vs “민생외면 전시행정” 극과극 평가

    “도시 경쟁력 강화” vs “민생외면 전시행정” 극과극 평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데 책임을 지고 26일 물러난 오세훈 서울시장의 5년 2개월간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공을 인정받는가 하면, 어려운 서민의 삶을 소홀히 다뤘다는 비판도 받는다. 2006년 7월 민선 4기 시장에 취임한 오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은 ‘한강 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이다. 특히 한강 르네상스는 ‘서울의 허파’인 한강에 바람길을 마련해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단순한 휴식공간에 머물러 있던 반포, 뚝섬, 여의도, 난지 등 4개 한강공원을 생태체험, 문화생활 등을 즐길 수 있는 특화공원을 만들었다. 또 지난 5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한강 인공섬 ‘세빛둥둥섬’을 개장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원래 한강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압구정동, 목동, 뚝섬 10여 곳의 아파트 숲을 밖으로 밀어내면서, 한강 주변 공간의 재편과 병행됐어야 했다. 근본적인 치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5183억원의 예산이 소요되자 ‘대규모 조경사업’으로 선후가 뒤바뀐 사업이 돼 버렸다. 서울시는 ‘디자인 서울 거리’를 50곳에 조성해 공공 가로시설물의 외관을 개선하고 건물 외벽을 어지럽게 메웠던 간판과 광고물을 대거 정리했다. 담 없는 열린 마을 조성과 같은 프로젝트도 깔끔해진 도시에 대한 즐거움보다 일부 시민들에게는 보도블록 교체와 같은 전시행정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디자인 마케팅 강화를 통해 도시경쟁력을 2006년 27위에서 올해 9위까지 끌어올렸고, 금융경쟁력 지표도 53위에서 16위로 30단계나 상승하는 등 도시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은 출범 2년 만에 적립금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집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목표 아래 성공적인 서민정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해 오 시장이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 조례안’을 두고 서울시의회와 갈등을 빚으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시정을 끌어간 것은 최대 실정으로 남았다. 서울시는 오 시장의 사퇴에 따라 10·26 보궐선거로 새 시장을 선출할 때까지 권영규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오 시장이 26일자로 허광태 서울시의장 앞으로 사퇴 통지를 보냈고, 사퇴의 효력은 27일 0시부터 발효됐다. 오 시장의 사퇴로 정무 라인도 함께 원칙적으로 ‘동반퇴진’을 한다. 이종현 대변인은 “정무부시장, 정무조정실장, 대변인, 소통특보도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칙적으로 시장과 함께 일괄 사퇴한다.”며 “다만, 실무적인 조정을 위해 시기는 보직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보좌진은 차관급인 조은희 정무부시장과 국장급(3급 부이사관)인 황정일 시민소통특보, 강철원 정무조정실장, 이 대변인 등이다. 조은희 부시장은 “나쁜이가 아니라 조은희”라며 “3년 3개월간의 서울시 생활을 마치고 오늘부터 아내와 엄마로 돌아간다.”고 출입기자들에게 마지막 인사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문소영·조현석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강원랜드의 비밀·탈법 낱낱이 밝혀라

    강원랜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강원랜드 직원들이 수년간 카지노 칩 판매대금 수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그제 공개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부대시설 공사를 하면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줘 수십억원을 낭비한 사실도 적발됐다. 인근 지역주민은 월 1회만 카지노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한 카지노출입관리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한달에 수차례씩 들락거리는 주민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비리랜드’다. 직원의 대금 절취 제보를 접수하고도 녹화영상을 정밀 분석하지 않는 등 후속조치가 없었다니 과연 돈을 다루는 카지노를 운영할 자격이 있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숨은 비리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강원랜드는 내국인 카지노 추가 설립 요구가 끊이지 않음에도 2000년 개장 이래 내국인 카지노 사업에 관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 ‘정책적 배려’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관행화한 비리의 사슬을 끊고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얼마 전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은 아랫사람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상사도 책임을 지는 ‘연좌제’를 도입하겠다며 비리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비리 행진을 막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강도 높은 도덕재무장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강원랜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올림픽이라는 국가 대사를 앞두고 강원랜드만의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세계에 알려도 모자랄 판이다. 강원랜드는 단순한 도박 오락장이 아니라 지구촌 가족이 함께하는 세계적인 사계절 종합레저휴양단지로 거듭나야 한다. 강원랜드에는 연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고작 1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카지노를 배회하는 이들이 수백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카지노 노숙자’들을 위한 맞춤형 도박중독 치유·예방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이제 ‘지역과 함께’를 넘어 ‘세계와 함께’하는 강원랜드를 목표로 중장기 발전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 강원랜드는 ‘비리랜드’

    내국인 카지노 사업을 독점 운영하고 있는 강원랜드의 직원들이 수년간 9억여원의 카지노 칩 판매대금을 빼돌려 온 사실이 적발됐다. 또 잦은 카지노 이용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한 이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사례도 무더기 적발돼 허술한 도박 중독자 관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4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 실시한 강원랜드 기관운영 감사 결과 카지노 직원 4명이 공모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모두 26차례에 걸쳐 카지노 칩 판매로 받은 수표 9억 1500만원을 절취했다. 카지노 감시팀 책임자 A씨는 근무시간이 다른 딜러들과 짜고 고객들에게서 받은 칩 대금을 빼돌린 뒤 이를 반씩 나눠 개인용도로 돌려 썼다. 강원랜드는 또 다른 딜러의 제보로 이 같은 사실을 접수하고도 A씨의 말만 믿고 녹화영상을 정밀분석하지 않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절취 사실이 은폐돼 왔다. 이에 감사원은 강원랜드 사장에게 관련자들의 변상 및 책임자 면직 조치를 통보했다. 또 상습 도박으로 경제력을 상실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한 이들에게도 카지노 출입을 계속 허용하는 등 카지노 이용고객들에 대한 강원랜드의 도박중독 예방 조치도 허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한해 동안 최소 13회 이상 강원랜드 카지노를 출입한 5만 2317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현재 생계주거급여 등을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307명이나 됐다. 감사원은 “카지노를 이용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729명이 수급자가 된 데에는 카지노 출입이 직·간접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강원랜드 측에 카지노를 빈번하게 이용하는 생계곤란자나 도박중독자들을 위한 도박중독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강원랜드가 2009년 하이원 광장 조성공사를 진행하면서 최저가 입찰방식이 아닌 기존 호텔 증축공사에 광장 공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업체들과 부당하게 계약을 맺어 46억원의 공사비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카다피정권 몰락] 반군 “뉴리비아 건설” 카다피 “끝까지 항전”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철통 요새였던 밥알아지지야를 점령, 승리를 선언하며 ‘뉴리비아’ 건설에 착수했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과도국가위원회(NTC) 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8개월 안에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잘릴 위원장은 이탈리아 일간 라퍼블리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정부와 공정한 헌법을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카다피를 국제형사재판소(ICC)로 송환하지 않고 고국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헌법 마련을 위한 위원회를 조직하기 위해 의회도 곧 소집할 예정이다. 국가위원회는 또 이틀 안에 반군의 거점 도시였던 벵가지에서 트리폴리로 본부를 옮기겠다며 이미 위원회 내 고위급 관료 5명이 반군을 지휘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트리폴리 내 사령부 마련에 착수했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반군은 이날 “리비아 전역의 95%를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카다피가 이날 라디오 성명에서 결사항전을 다짐하면서 카다피 부대는 카다피의 고향인 지중해 연안도시 시르테와 카다피 부족 대다수가 거주하는 남부 사막도시 사바 등 리비아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두 곳 모두 카다피의 마지막 보루다. 전날 함락당한 트리폴리 재탈환도 시도했다. 트리폴리에서 패배한 카다피 친위대는 시르테로 집결하고 있으며 석유 수출항인 라스라누프에 있던 반군도 시르테로 진격하고 있다. 카다피 측은 트리폴리를 비롯, 주와라, 아제라트 등을 폭격했다. 카다피 친위대는 트리폴리 밥알아지지야 인근과 공항으로 가는 도로 주변 건물에 수십명의 저격수를 배치, 차량과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에 따라 트리폴리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아예 봉쇄됐다. 밥알아지지야 내부에서도 카다피 측 저격수의 총격 소리와 폭발음이 산발적으로 계속됐지만 반군이 우세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외신 기자 35명이 카다피 군대에 의해 억류됐던 릭소스 호텔 앞에서도 교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기자들은 풀려났다고 CNN 기자가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무사 이브라힘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리비아를 용암과 불꽃이 튀는 활화산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카다피 군대는 수개월, 수년간 전투를 벌일 역량이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카다피 지지자 6500명이 전투 지원을 위해 트리폴리에 도착했다고 했다. 하지만 반군은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브라힘 다바시 반군 측 유엔 주재 대사는 “시르테는 48시간 안에 반군 수중에 떨어질 것”이라면서 “반군은 사흘 안에 리비아 전역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위원회는 전날 밤 시르테 부족장과 ‘유혈사태 없이 마을에 진입할 수 있게 해 달라.’며 협상을 벌였다. 반군은 국제사회와 함께 6개월간의 전투로 피폐해진 국가 재건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무드 잘릴 국가위원회 총리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우리는 재건과 상처 치유에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 국가 재건을 위해 라마단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25억 달러의 국제 원조를 받을 계획임을 밝혔다. 잘릴 총리는 이날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가 참석한 도하 회의에서 이를 제안했다. 국가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사흘간의 트리폴리 전투에서 400명이 죽고 200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반군은 같은 기간 카다피측 군인 600여명을 체포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사설] 민심 새겨 복지를 새롭게 고민하라

    서울시의 무상급식 투표가 투표함을 열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개표 요건인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개표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2011년 서울의 여름을 뜨겁게 달군 ‘식판전쟁’이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투표 정국이 걱정스러울 만큼 왜곡된 모습으로 전개된 데다 여야와 보수·진보단체 등으로 양분된 찬반 진영이 선거판을 엉뚱하게 키워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된다. 정치권이 이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정쟁을 확대 재생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모두 서울 시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복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투표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다. 한쪽이 얻고, 다른 쪽이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바람직한 학교 급식 방식을 서울시민에게 물어서 결론을 얻기 위해 서울시가 발의한 것이다. 여러 복지 정책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런 정책 투표이자 지역 투표가 정치 투표, 전국 투표 양상으로 왜곡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오세훈 시장의 책임이 크다. 정책 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 본질을 흐렸다. 서울 시민들은 이번 투표를 앞두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서울시 살림이란 지역 문제에 국한된 것인지, 국가 재정이란 나랏일 차원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경계가 애매모호했다. 그 출발점은 오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의 소통 부재다. 양측은 결국 정답 없는 문제를 서울 시민에게 내던지고 답을 강요한 셈이다. 정치권은 정략적인 접근으로 왜곡을 더 키웠다. 주민투표에 중앙당이 개입한 것도, 총력전을 편 것도 방법론에서는 위험한 시도였다. 모두가 편 가르기를 반성하고, 복지 논쟁을 정상의 궤도로 되돌려 놓아야 할 때다. 한나라당은 지난 18대 총선의 경우 서울에서 전체 선거인의 18.1%를, 유효 투표 수의 39%를 얻어 압승했다. 이번 투표에 응한 유권자 대다수가 서울시안에 찬성 입장일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지지는 결코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은 패배로, 야당은 승리로 보는 이분법적 접근은 무리한 발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사실상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민주당이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부풀리는 것도 서울 시민의 민심을 꿰뚫어 보지는 못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오 시장의 사퇴와 관련된 ‘꼼수’를 부리려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 역시 서울시정과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번 투표를 계기로 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화두로 굳어졌다. 과열된 투표 정국은 역설적으로 온 국민이 복지에 관심을 쏟게 만들었다. 정치권에는 내년 총선·대선 전략으로 포기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슈가 됐다. 국민의 뜻은 서울 시민의 표심을 통해 표출됐다. 국리민복이라는 국정의 큰 틀에서 복지정책을 펴라고 엄중히 주문했다. 한나라당이 반(反)복지를 하자는 것도 아니며, 민주당이 재정파탄 복지를 바라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정쟁용 복지가 아니라 재정건전성 복지, 미래형 복지를 진지하고도 치열하게 모색하길 바란다.
  • 공무 중 부상 치료비 전액 지원

    앞으로 공무원이 공무 중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 정부가 완치될 때까지 치료비를 지원하게 된다. 다만 의학적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는 제외된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4일 공포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행안부는 공무원이 공무상 사망 시 유족의 기초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재직기간 20년 미만인 자에게도 유족연금을 지급하고 부상·질병 요양기간을 확대하는 등 상위 법률을 개정한 바 있다. 현행 법령에 따라 최장 요양기간 2년 범위 경과 후 필요에 따라 추가 1년의 추정 요양비를 일시에 지급하고 종료하는 치료비 지원제도는 요양기간 2년 뒤 요양기관의 판단에 따라 1년 이하의 단위로 요양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의료인과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급여심의회의 등을 거쳐 부상 및 질병이 완치될 때까지 실 치료비용을 지원한다. 예컨대 지금은 소방공무원이 화재를 진압하다가 화상을 입으면 장기 요양이 필요하더라도 요양기간이 제한돼 있어 본인이 나머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치유될 때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완치된 뒤라도 기존 부상 및 질병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부상·질병이 발생하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재요양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과다요양 방지를 위해 ‘치료 종결제도’를 도입했다. 계속 치료를 하더라도 의학적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당사자 등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심의를 거쳐 치료비 지원을 중단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11월 5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 전에 공무상 부상·질병을 입었더라도 개정 법령을 적용받을 수 있다. 김홍갑 행안부 인사실장은 “지난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이번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공무를 수행하다 재해를 입은 공무원에 대한 보상을 보다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중2병’요? “친구와 ‘모리… ’ 읽으며 다독이죠”

    ‘중2병’요? “친구와 ‘모리… ’ 읽으며 다독이죠”

    ‘중2병을 아십니까.’ 세상천지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생각, 부모도 학교도 모두 욕만 나오고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 중학교 2학년생을 가리켜 ‘중2병’이 들었다고들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중2병은 특수목적고 입시 스트레스에 사춘기의 자의식 혼란까지 겹친 상태다. 여기에 경제적 곤란으로 계급 갈등까지 겪는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중2병을 치유하고 있다. 대한성공회와 한국출판인회의가 공동 설립한 ‘독서대학 르네21’은 청소년들에게 1년간 무상으로 36권의 책을 전달하는 ‘다독다독 인문학’ 프로그램을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책을 받는 청소년들은 학원 대신 지역아동센터나 청소년 쉼터 또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소외계층 학생들이다. 김한승 르네21 운영위원장은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 청소년들은 일단 책 자체가 없다. 이들 청소년의 절반은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권 미만의 책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책을 준다고 해도 책보다는 춤이나 노래에 더 마음을 뺏기는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는 않는다. 그래서 친구라면 ‘죽는’ 청소년들을 위해 함께 책을 읽는 그룹독서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9일 찾은 서울 성수동 중동지역아동센터에는 7명의 중학교 2~3학년생들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들고 속속 센터를 찾았다. ‘모리’는 루게릭병에 걸린 노교수 모리 슈워츠가 죽음을 앞두고 제자와 매주 화요일 만나 여러 가슴 벅찬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도 300만부가 팔려 저자인 미치 앨봄이 지난해 방한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지난 5개월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빡빡머리 엄마’ ‘마당을 나온 암탉’ 등 20여권의 책을 독서지도 선생님과 함께 읽었다. 책을 가져오면 “둘 곳이 없다.”며 내다버리거나 짜증을 내던 학생들의 엄마도 이제는 같이 책을 즐기는 수준이 됐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직전, 학생들은 “이제 집에 책이 쌓여가는 것이 좋다.”며 소감을 밝혔다. ‘모리’가 쉽게 쓰인 수필집이라고 하지만 삶과 죽음, 인종 간의 갈등 등 인생의 여러 문제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중학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이라면 자신의 장례식때 화장(化粧)을 해 달라고 하시겠어요?”라고 오히려 반문하는 등 나름대로 성숙한 견해를 드러냈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란 질문에는 “롯데월드나 빕스에 갈 것 같다.”고 답해 “극락에 가겠다.”는 선생님과 확연한 세대차이를 드러냈다. 독서 프로그램은 책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함께 생각해 볼 질문을 정리한 ‘독후 매뉴얼’도 같이 준다. 자신만의 책을 주자 학생들은 책에 이름을 적는 등 애착을 보였다. 중동지역아동센터의 김영희 독서 지도교사는 “교과서도 잘 보지 않는 학생들이었지만 지금은 책을 읽지 않고 토론 시간에 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라며 “처음 수업을 시작하면서 교과서를 제외한 ‘내 책’은 처음 가져본다며 신기해하던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점점 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글 사진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1)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1)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여 완성시키고 확립시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여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은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고 모두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이다.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여 모두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은 한신, 여포와 같이 용맹스러운 자도 사랑하고, 빌어먹는 거지와 같이 비겁한 자도 또한 사랑한다는 것이다.”(‘격치고’) 생명의 세계에는 시비도 선악도, 적도 친구도 없다. 차별 없는 생명에 대한 차별 없는 애정. 그것이 이제마가 평생 지키려 했던 무사의 마음이요, 의사의 마음이었다. 이제마(李濟馬, 1837~1900)는 사상의학(四象醫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사상의학이란 인간의 체질을 사상(四象), 즉 태양(太陽)·태음(太陰)·소양(少陽)·소음(少陰)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성격, 관계방식, 병증, 치료법을 설명하는 의학을 말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이제마는 태양인이다. 태양인은 신체가 건장하고 가슴이 특히 발달했으며, 사고력이 뛰어나고, 진취적이고, 사교적이다. 실제로 이제마는 낯선 사람과도 금세 말을 섞을 정도로 친화력이 있었으며, 무사답게 일처리에도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음식을 제대로 못 넘기고 계속 토하는 열격반위증(?膈反胃證)에 시달렸는가 하면, 일찍부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외로운 삶을 살았다. 그가 무사의 신분으로 의학서를 저술하게 된 데는 아마 이런 개인적 경험도 작용했을 것이다. 제마(濟馬)라는 이름은 제주도에서 건너온 온 말을 선물 받는 조부의 꿈에서 비롯되었다. 서자 신분인 이제마가 적자가 된 것도 이 꿈 덕분이다. 예지몽이었던 걸까? 이제마는 ‘물을 건너는 말’처럼 무사와 의사, 유학과 의학, 몸과 마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목적 삶을 살았다. ●의사의 마음을 가진 무사 이제마는 함흥 출신으로,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가문 출신이었다. 조부와 부친을 일찍 여의고 의지할 데가 없던 이제마는 10대 후반부터 20여년간을 정처 없이 떠돌게 된다. 이 시기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지만, ‘동무유고’(東武遺稿)에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글들로 추측하건대, 서구 열강이 조선을 침략하는 현실과 민중의 곤궁한 삶을 목도하고 여기서 느끼는 바가 있었던 듯하다. “대화포(大火砲)라는 것이 있는데 한번 발사하면 마치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히는 듯 벽력 같은 소리가 울리며, 맞으면 부서지지 않는 것이 없다. (중략) 화룡선(火龍船)은 거대하고 넓어서 그것과 비교할 만한 배가 없다. 배를 운행하는 방법은 연통을 노로 삼고 연통 밑에 석탄을 쌓은 다음 석탄에 불을 붙여 연통으로 연기가 나오게 해서 하루에 천여 리를 갈 수 있다.”(‘동무유고’) 서구 열강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이제마가 느낀 놀라움과 두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다. 그는 대포·전신·화룡선 등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제국에 대항하려면 힘을 기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병술을 익혀야 한다는 주장이나, 후당총을 보유한 10만 군대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위태로운 조선의 현실을 목격한 이제마는 마침내 긴 방황을 접고 무관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호를 ‘동무’(東武-동방의 무사)로 짓고, 무관으로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무관으로서의 삶은 그를 무사가 아닌 의사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잦은 전염병의 창궐로 수십만명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에 직면하여 병자에게 직접 약을 처방하는 한편, 병인과 발병 조건, 치료법 등을 알기 위해 그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길 위에서 ‘격치고’와 ‘동의수세보원’이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부인의 병사(病死)는 그의 의학적 사고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열병을 앓는 부인에게 의원이 관행적으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했는데, 부인은 결국 병이 악화되어 사망하고 만다. 이제마는 이 사건으로, 사람의 병증은 체질에 따라 다르므로 그 치료법 역시 체질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자신의 가설을 확신하게 된다. 일찍부터 내면화된 성리학적 사유에, 무관으로서 민중의 병을 관찰한 임상경험, 그리고 자신의 병과 부인의 병사 경험이 더해져 완성된 텍스트가 13년(1880~1893)에 걸쳐 쓴 역작 ‘격치고’다.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격물치지, ‘격치고’ ‘격치고’(格致藁)에서 ‘격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약자로, 이는 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성리학의 근본적인 공부 방법이다. 이제마는 인간의 병을 격물치지의 대상으로 삼아 ‘격치고’에서 사상의학의 기본구도를 구상하게 된다. ‘격치고’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삶의 원칙을 밝히기 위한 ‘유략편’(儒略篇), 삶의 기준점을 회복하기 위한 ‘반성잠’(反誠箴), 수양을 위한 지침인 ‘독행편’(獨行篇) 등이다. 이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격치고’는 본격 의학서라기보다 성리학적 사유에 몸의 생리에 대한 사고를 접목시킨 의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하듯이, 사상의학의 논리는 맹자의 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맹자는 사단(四端)을 통해 인간 본성의 선함을 논하고, 사단을 확충하는 수양을 통해 본성을 회복하는 것을 학문의 과제로 삼았다. 이제마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각각 태양, 소양, 태음, 소음에 연결시키고, 인의예지가 사욕(私慾)에 가려지듯이 타고난 체질의 장점이 사심(私心) 때문에 치우치게 된다고 보았다. 즉, 각각의 체질이 건강하게 발현되면 인의예지를 구현하게 되지만, 사심이 개입되면 탐비라박(貪鄙懶薄)으로 변질되어 욕심과 안일과 방종과 사사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예컨대, 태양인은 기질적으로 포용력이 있고 은혜를 잘 베풀지만, 사심이 생기면 계산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이해타산적 인간이 된다. 이런 불균형 상태를 치유하고 본래 체질의 장점을 발휘하려면 태음인의 기질인 의로움을 본받아 마음을 수양해야 한다. 병이란 체질과 마음이 치우친 상태이고,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치료라는 것. 이것이 이제마가 인간을 격치함으로써 도달한 결론이었다. ●세상을 보존하는 의사가 되어라 이제마는 ‘격치고’를 완성한 지 1년 만에 ‘동의수세보원’을 완성함으로써 사상의학을 체계화시킨다. 이 책은 성명론(性命論), 사단론(四端論), 확충론(擴充論), 장부론(臟腑論), 의원론(醫源論), 광제설(廣濟說), 사상인변증론(四象人辨證論)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는 구체적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처방과 병증 분석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비대신소(脾大腎小)한 소양인은 일을 잘 벌이고 행동과 대처가 빠르지만 일의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은 일을 쉽게 벌이지는 않지만 맡은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해낸다. 이처럼 모든 체질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때문에 모든 사람은 다른 체질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병을 파악하고 치료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곧 마음수양이고, 이를 통해 모든 체질의 장점을 두루 갖춘 ‘성인’이 될 수 있다. 요컨대, 병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기고, 따라서 관계를 통해서만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사상의학의 핵심이다. 모든 병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본 이제마는 약을 처방할 때도 약재, 음식과 함께 마음수양법을 자세히 적어주었다. 이제마에게 치료란 사회적 관계 맺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치료’였던 셈이다. “백 집이 있는 마을에 한 사람의 의원만으로는 사람을 살리기에 부족할 것이다. 반드시 의학을 널리 펴고 밝힘으로써 집집마다 의술을 알고 사람마다 병을 알게 된 뒤에야 수(壽)를 누리고 원(元)을 보전하게 될 것이다.”(‘동의수세보원’)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수세보원’이란‘세상과 삶을 위해 보존해야 할 원칙’이라는 뜻이다. 이제마에게 그 원칙은 타인을 통한 배움이었다. 이제마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자신의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병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병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거든, 먼저 내 몸에 새겨진 관계의 흔적을, 내가 관계 맺는 방식을 보라.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라. 그것이‘나 자신의 의사’가 되기 위한 시작이다. 무사 이제마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그리고 세상을 지키는 의사가 되었다. 박장금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어느 모녀의 담담한 치유기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어느 모녀의 담담한 치유기

    소설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치유의 기능이다. 1987년 데뷔작 ‘키친’이 세계적으로 20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자신만의 섬세한 매력을 알린 요시모토 바나나(47). 신간 ‘안녕 시모키타자와’(김난주 옮김, 민음사 펴냄)는 치유와 공감, 구원이란 바나나 고유의 글쓰기가 한층 깊고 성숙해졌다. ●치유·공감·구원… 한층 성숙해진 글쓰기 ‘안녕’의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세상에 엄마와 둘만 동그마니 남은 딸 요시에다. 이제 막 단기 대학을 졸업하고 요리 공부를 시작한 요시에는 아버지가 사라지자 엄마로부터도 독립해서 세상에 홀로 발을 디디려 애쓴다. 요시에 아버지의 죽음은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기괴하고 충격적이었다. 이바라키의 숲 속에서 모종의 관계에 있던 여성과 동반 자살한 것. 분위기상 동반 자살이지만 요시에는 아빠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요시에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시모키타자와로 이사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젊은이의 거리 시모키타자와는 작가 바나나가 실제 거주하는 동네이기도 하다. ‘안녕’은 아이폰용 전자책(2.99달러)으로도 동시에 발매됐는데, 전자책에서는 종이책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감각적인 삽화와 책 속의 장소로 이동 가능한 시모키타자와의 지도가 제공된다. 바나나의 신간은 아버지와 비슷한 인상을 풍기거나, 아버지와 관계 있는 아저씨들과의 섹스로 정신적으로 커가는 요시에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비슷한 성장의 느낌을 전한다. 더불어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갈 때도 꼭 에르메스 백을 들고 다녔던, 유복한 40대 전업주부의 교과서 같았던 요시에의 엄마도 긍정적으로 성숙한다. ●다수 삽화 넣고 전자책 발간… 곳곳에 한류 흔적 모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한류의 흔적을 발견하는 맛도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갈비, 찌개, 김치와 같은 한식을 자주, 맛있게 즐긴다. 바나나는 요시에의 연애를 “우리의 나날도 그와 똑같이 자라나고 있었다.…아직 같이 잔 적 없는 초등학생처럼,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착실한 둘.”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요시에처럼 불가항력이면서도 가혹한 일을 만난다. 그것은 교통사고일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질환이기도 하고, 요시에처럼 가족의 죽음일 수도 있다. ‘안녕’은 매력적인 동네 시모키타자와가 상심한 모녀를 치료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독자들도 요시에처럼 시모키타자와에서 차 마시고, 밥 먹고, 산책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에 대답 같은 것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영화는 귓것들의 자파리”

    “영화는 귓것들의 자파리”

    ‘어이그, 저 귓것’(오른쪽·이하 ‘귓것’)과 ‘뽕똘’(왼쪽). 제목부터 수상한 영화 두 편이 오는 25일 극장에 걸린다. 암호 같은 제목은 제주 방언이다. ‘귓것’은 ‘귀신이 데려갈 바보 같은 놈’ 혹은 ‘귀신도 안 데려갈 놈’이란 뜻이다. 요즘 말로 하면 ‘진상’쯤 된다. ‘뽕똘’은 낚싯바늘이 물속에 가라앉도록 줄 끝에 매다는 작은 쇳덩이나 돌덩이다. 제주에선 키가 작으면서 야무진 사람을 비유할 때도 쓴다. 한국 영화지만 자막이 없으면 대략 난감한 두 편을 만든 이는 제주 토박이 오멸(40) 감독. 기존의 영화 문법이나 형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제에서 관객과 평단의 훈훈한 반응을 끌어냈다. 처음 5~10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킥킥거리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비원 앞 카페에서 오 감독을 만났다. 얼핏 ‘자파리’(여러 가지 물건을 심하게 어지럽히면서 노는 모양)스러워 보이지만 제주의 과거와 오늘에 대한 고민이 깊게 묻어나는 그의 영화 얘기를 들어봤다. →본명은 오경헌인데, 오멸은 뭔가. -그림 그릴 때 쓰던 ‘화명’(畵名)이다. 다섯 오(五)에 멸할 멸(滅)을 쓴다. 내가 욕심이 좀 많다. 만물을 생성하는 오행(五行)을 모두 멸한다는 의미다. 채울 수 있어야 소멸도 할 수 있으니까 일단 그만큼 흥하겠다는 뜻이다(웃음). →‘귓것’, ‘뽕똘’에 이어 16일 폐막한 제천영화제 출품작 ‘이어도’까지 집요하게 제주를, 제주 말과 제주 배우로 다루는 까닭은. -그들과 쭉 살아왔고 제일 잘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보이려고 만든 영화다. 토박이 배우로 방언을 살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영화가 뭍에 소개되다 보니 로컬영화처럼 돼 버렸다. 그건 자신들이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뭍사람들 시각일 뿐이다. →‘귓것’과 ‘뽕똘’을 통해 풀어내고 싶었던 얘기는 뭔가. -귓것은 바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즐기려고 애쓰는 정겨운 존재다. 영화에서 귓것들이 사는 마을은 외부 자본 유입과 개발의 위협을 받는데, 그게 제주의 현실이다. ‘뽕똘’도 표면적으로는 아마추어들의 좌충우돌 영화 만들기이지만 이면에서는 구원과 치유를 말하고 싶었다. 4·3(항쟁)이 인간에 대한 학살이었다면 강정마을(해군기지)은 자연에 대한 또 다른 학살이다. 올레길도 마찬가지다. 왜 속살마저 공개해야 하나. 개인의 은밀한 즐거움이고 지켜줘야 할 영역인데, 섬한테 너무 미안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인건비와 후반 작업 비용을 뺀 제작비가 ‘뽕똘’은 500만원, ‘귓것’은 800만원이라던데. -배우와 스태프 다 합쳐 10명 정도인데 인건비 줄 돈은 처음부터 없었다(웃음). 개봉이 목적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해 즉흥적으로 벌인 작업이다. →‘오멸 사단’이라고 해야 하나. 같은 배우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귓것’과 ‘뽕똘’에 나온 (제주 말로 노래하는 가수) 양정원 형이나 ‘귓것’의 (제주 대표 소리꾼) 문석범 형은 내가 운영하던 소극장에 허구한 날 놀러 오던 분들이다. 딱히 바쁘지도 않고 여유 있다(웃음). ‘뽕똘’ 역의 이경준과 ‘춘자’ 역의 조은은 내가 운영하는 문화예술창작집단 ‘자파리연구소’ 식구다. 딱히 캐스팅이랄 것도 없었다. 유일한 서울 출신 김민혁은 ‘귓것’을 보고 같이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미술 전공인데 어떻게 영화판으로 왔나. -제주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입상도 하고 제법 인정을 받았는데 어르신(교수)들의 미움을 샀다. 예술보다 학점을 강요하는 행태에 화가 났다. 4학년 때 대판 싸우고 강의실 유리창을 깨 고소당했다. 학교를 관두고 보니 사회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정작 사회를 위해 한 일은 없더라. 그래서 ‘제주 머리에 꽃을’이란 거리예술제를 만들었다. 어린 친구들이 자원봉사자로 꽤 모였는데 이들과 무언가를 함께 만들고 싶었다. 어려운 환경의 친구들에게 예술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이 되길 바랐다. 이들과 자파리연구소를 만들어 ‘오돌또기’ 등 창작극을 했다. 서울, 춘천과 일본에서도 공연했다. 그러면서도 마흔 살쯤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습작 삼아 단편을 찍었는데 2009년 제주영상위원회에서 단편 ‘귓것’을 중편으로 늘려볼 수 없겠느냐는 요청이 왔다. 덕분에 빨리 영화 일을 하게 됐다. →‘뽕똘’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로 나오는 ‘성필’이 “너에게 영화는 무슨 의미냐.”고 묻자 감독 ‘뽕똘’은 “자파리”라고 답한다. 당신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자파리는 제주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잔소리할 때 빈번하게 쓰는 말이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는 정도의 뉘앙스다. 영화가 쓸데없는 짓이란 소리는 아니고(웃음). 영화는 산업이기 전에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안에는 다양한 작업 방식이 존재한다. 그런데 놀이로서의 기능은 너무 간과되고 있다. 놀이로서의 기능성을 인지하면 만드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분들에게도 그런 느낌이 전해질 것이다. →‘귓것’에 나오는 노동요와 포크 음악이 인상적이다. -음악은 좋은데 지역적 한계 때문에 대중들에게 노출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뽕똘’보다는 ‘귓것’이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영화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이 없어 시행착오도 컸을 텐데. -2009년 ‘귓것’을 찍고 나서 후반작업 때 펑펑 울었다. 욕심은 큰데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고, 그걸 인정하는 게 힘들었다. 창작의 형식을 공부할 것인가, 삶의 깊이를 더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가 중요하다고 편한 대로 정리했다. 하하.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 -4·3항쟁 당시 동굴에 숨어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50~60일을 버티면서 죽음의 위협을 느끼지만 그 안에는 위트도 있고 삶에 대한 의지도 있었을 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젠 조폭 꼬리표 떼고 투혼의 파이터로 불렸으면”

    “이젠 조폭 꼬리표 떼고 투혼의 파이터로 불렸으면”

    “‘조폭 파이터’란 별명은 창피하니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생계형 파이터’란 얘기도 듣는데 이제는 많은 나이를 열정으로 뛰어넘은 ‘투혼의 파이터’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외모부터 남다르다. 짧게 자른 꽁지 머리, 1㎝ 정도 흉터가 15㎝ 길이로 가로 새겨진 이마, 높은 톤의 전라도 사투리 등이 영락 없는 ‘형님’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하나 뿐인 프로 종합격투기(MMA) 대회인 ‘로드FC 003 익스플로전’에서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불려온 김종대(30·팀포스)를 크로스 카운터로 링에 벌렁 드러누이면서 프로 파이터의 가능성을 과시한 이한근(42·영등포 정심관)은 쉽게 털어놓기 힘든 과거를 지녔다. “먹고 살려고” 조직에 몸 담았다가 4년반 전쯤부터 파이터로 변신하며 허물을 벗고 있는 것.  이한근은 1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김종대와의 경기에서 이긴 것을 운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며 “다음 대회에선 한 체급 올려 토너먼트 경기에 나가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해 실력이 뛰어남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기획사 사무실과 13일 경기 고양시 화정의 ‘익스트림 피트니스’에서 각각 진행된 일문일답.    성공적인 프로 데뷔 이후 얼굴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을텐데.  -교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어요. 그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어릴 적부터의 꿈인 체육관을 함께 운영해보자는 사람도 생겼는데 1년은 (선수로) 뛴 뒤 체육관 차릴 계획이니 당장 응하진 않을 겁니다. 파이트 머니가 적어 실망하긴 했지만 내가 대회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는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습니다.    김종대를 꺾은 것은 운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던데.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지요. 이긴 비결은 그 뭐, (경기 사나흘 전부터 복싱) 세계챔피언(조인주 관장)에게 물어봤어요. (김종대가) 훅은 치면은 뭘 쳐야 하느냐 물어봤더니 어퍼컷 말고 같이 훅을 걸으라고 해서, 그게 맞아떨어져서 운좋게 나온 것 같아요. 그림(?)이 좋게 나와 다행입니다.  한참 전에는 ‘타격은 강한데 그라운드 싸움에 약하다.’는 지적을 의식, 스피릿MC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이광희에게 기본적인 수비 동작 등 레슬링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김종대의 펀치를 맞고 한 번 휘청했지 않았나.  -경기 뒤 동영상을 몇 차례 돌려 보며 꼼꼼이 분석했는데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더라. 맷집만 믿고 가드를 내리는 내 약점도 여전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대와는 가끔 만나 통닭을 먹습니다. 지난 경기를 앞두고도 이틀 전인가 함께 밥을 먹었는데요. 종대가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링사이드 사회자가 미들급으로 올려 데니스 강과 토너먼트를 해보면 어떠냐고 했는데 좋다고 했다.  -약간 얼떨결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왕 얘기했으니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뭐, 시합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다음 대회, 이 앞전 시합 때 토너먼트, 한 체급 위이고 하니까, 저번 시합 때 제가 운 좋게 이겼잖아요. 대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요.  시합 끝나고 일주일 쉬었다가요, 옛날은 운동을 많이 못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나름대로 몸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서 쬐끔씩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중학교 이래 늘 하던 것이고 조직에 있을 때도 꾸준히 했지요. 지금도 새벽에 배드민턴하고 오후에 아는 관장들 운영하는 체육관 여러 곳을 돌면서 2~3시간씩 운동합니다. 배드민턴은 몸의 민첩성을 키우는, 나만의 훈련 비결이기도 하지라.    데니스 강. 엄청 센 상대 아닌가.  -링에 올라가면 별로 겁을 내지 않는 편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요. 어차피 대결은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약점을 보완하고 내 장점을 가다듬으면 한 번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파이터로서의 자격을 거론하는 누리꾼들이 있는데.  -격투기 좋아하는 분들 모두 소중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운동해보지 않고 글로만 아는 척하는 분들 적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노는 거고.  이번 경기 뒤 인터넷 댓글들 보면서 많이 웃기도 안 했습니까. 등업(글쓰는 자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할줄 몰라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뭐라 떠들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살아온 얘기가 궁금하다.  -전남 고흥의 소록도 근처 섬에서 4남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형제 중에 제가 고졸로 학력이 가장 높아요. 세 살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두 형님이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을 돌봤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두 형님께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곤 하십니다. 큰 형은 관광버스 운전을, 둘째 형은 간판 일을 하면서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막내도 고교를 중퇴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를 받아보면 ‘두뇌는 명석하나 노력을 안함’이라 써 있곤 했습니다. 고흥 도화면에서 중고교를 다녔는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인가, 태권도를 한다며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흥은 원래 장사가 많은 곳 아닌가.  -그라지라. 보통 고흥 남자들은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인 사람이 많은데 우리 아버지는 체구가 왜소하셨고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쪽이 그런 편이셨어요. 전남체전 같은 데서 우승한 경력도 있으니 꽤 잘했지요.    조직에 몸 담게 된 것은.  -군대 다녀온 뒤 뭘해 먹고 사나 싶었어요. 고교 시절 태권도를 가르친 분이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 몇 개를 적어주었어요. ‘서울 가 도장이라도 차려야겠다.’고 생각해 상경했습니다. 그런데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 거예요. 사나흘 정도 노숙하다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는 건 운동뿐인데 어쩌다 잘못 풀린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조직의 이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주먹을 썼지, 선량한 시민들 괴롭히고 그러는 데 쓰지는 않았다,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언제 조직을 떠날 생각을 했나.  -스물셋에 조직에 들어갔는데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니 겁이 덜컥 나더라.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친구나 동료들에게 결심을 전한 뒤 7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정화’ 받으러 ‘학교’ 갔다 나와서 보니까 제가 조금 늦게 (격투기를) 시작했어요. 4년에서 4년반 정도. 솔직히 어렸을 때 하다보니까 (조직 활동)하게 된 것인데 보람을 찾을 수 있겠어요? 그쪽에서,  제가 하다 보니까 변화가 필요했는데 전 마침 운동이라도 쪼끔씩 해오고 있었고, 변화하려고 하는, 변화되는.  안 그랬으믄 전 지금 어느 쪽으로든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냥 발만 담그고 있었을 겁니다.    조직 떠나는데 교회가 어떤 영향을 미쳤나.  -둘째 형이 발에 난 동티를 기도로 치유하겠다고 해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함께 했습니다. 기도가 정말 통하는 걸 보고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어느날 기도를 하다 방언을 하면서 눈물 범벅으로 살아온 인생을 고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히 하느님 말씀에 따르게 됐지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편이에요. 중고교 시절부터 폭행죄로 입건된 건만 17번이었습니다. 조직 문제로 ‘학교’에 갔을 때 자꾸 쓸데없이 건드리는 잡범들이 있어서 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징벌방을 7~8번 드나들었는데 그때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1년반 형기를 살면서 성경을 7번 통독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대보라.  -편치 드렁크, 오랜 동안 주먹으로 뇌에 충격이 전해지면 깜빡깜빡 잊는 증상이 있습니다. 그게 저도 있는지 얘기한 뒤 5분만 지나면 까먹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로드 FC 대회에서 승리한 뒤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아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니 편하고 좋은 면도 있습디다.    체육관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기술도, 배운 것도, 모아놓은 재산도 없으니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1년쯤 프로 생활 더 하다 은퇴한 뒤 체육관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생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집 근처 아는 형의 카센터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니다. 격투기하는 친구들은 오랜 시간 직장에 붙들어 매어있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보통 하루 두 번 상당한 시간을 훈련에 쏟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주위에서도 쪼끔씩 도와주시지요.  하늘에 계신 높은 분 때문에 새벽 기도 가고 새벽 배드민턴 운동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해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데 모아놓은 돈은 없고... 공개구혼이라도 해야 하나. 하하핫!  내게 격투기는 마지막 불꽃같은 열정이고요. 솔직히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니까 그래도 나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고.    ‘조폭 파이터’란 별칭에 불편해 하던데.  -처음에 전직 조폭, 그래서 제가 뜬 건 사실이니까 불편할 일이 아닙니다. 근데 딴 사람들 댓글 보면 전직 조폭 자랑하려고 한 것처럼 잘못 받아들이신 분들이 있더라. 지금 교회에서도 집사도 하고 있고 장가도 가야 하고 그런데 그걸 좋아서 내세운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폭 파이터는 창피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투혼의 파이터로 불러주셨으면 하고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족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이 마흔에 여러 모로 힘들지 않나.  -젊은 친구들 힘을 못 따라갑니다. 맷집도 약해지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턱이 약해진다고 하더라. 동영상 등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데도 취약할 수밖에요. 먹고 사는 걱정까지,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용기를 얻은 40대가 체육관에 나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보면 ‘여유 있을 때 하지 뭐.’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이나 여건 때문에 못 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뛰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그분들 스트레스 날려드리고 격투기 중흥하게 하고 발전에 도움 됐으면 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18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어죽은 전북 무주 지방의 향토음식 중 하나다. 금강 상류에서 잡히는 민물고기를 푹 삶아 가시를 바른 다음, 쌀과 수제비, 국수를 넣어 죽을 쑨다. 배고팠던 시절, 자주 먹었던 어죽. 내도리에서 유일하게 어업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한기원씨. 그가 잡은 민물고기가 아내 이순자씨 손에서 어죽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만나 본다. ●TV 특강(KBS2 밤 12시 35분)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 ‘교토의정서’가 2012년이면 시한이 끝난다. 그러나 새로운 협약 체결은 난항이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핵확산이나 테러 등과 비슷하게 위협적이다. ‘TV 특강’에서는 인도네시아 망그로브 숲과 쓰나미의 관계, 지구에서 가장 반환경적인 식품인 커피 이야기 등을 통해 위기의 지구를 되살릴 대안을 찾아본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김 원장과 옥엽은 냉동 창고에 갇히게 된다. 김 원장은 냉동 창고 안에서 추위를 이겨내는 옥엽의 모습에 감탄한다. 그리고 김 원장은 창고에서 나가면 순덕과의 연애를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한다. 한편 태풍의 차를 발로 차서 흠집을 낸 샛별. 범인을 찾으려는 태풍과 김 집사에게 두준은 자신이 차를 발로 찼다고 선언하는데….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20분) 첼로 사랑 지극하기로 유명한 장한나. 사실은 첼로를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건 첼로에 흥미를 만들어준 대학생 과외 선생님이라는데…. 그녀가 음악을 배우면서 만난 최고의 거장 미샤 마에스키, 로스트로포비치, 로린 마젤 등 최고의 선생님들과의 특별한 인연을 ‘좋은 아침’에서 공개한다. ●동물일기(EBS 밤 8시) 아이의 닫힌 마음도 동물의 사랑으로 치유하는 ‘동물일기’. 제작진이 야심차게 준비한 동물매개치료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바로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는 10살 세진이와 세진이를 돕기 위해 입양 된 유기견의 이야기다. 우리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 그리고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함께한다. ●한 여름밤의 꿈-박종호의 오페라 글라스(OBS 밤 12시) 여름방학을 맞아 ‘꿈’을 주제로 청소년들을 위한 특집 ‘박종호의 오페라 글라스’를 선보인다. 1부는 부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의 진수 ‘리골레토’를 국내 정상급 성악가인 소프라노 사활란이 부른다. 또 바리톤 김동원 등이 각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를 실연하고, 박종호가 해설하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 [기고]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통계/우기종 통계청장

    [기고]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통계/우기종 통계청장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미국의 짐 하인스가 9초 95의 기록으로 ‘마의 10초 벽’을 허물기 전까지 육상 100m 경기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10초를 넘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10초 벽은 1906년 공식 계측 이후 짐 하인스의 신기록 수립 때까지 자그마치 60여년 동안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9초 9 벽은 23년 만에, 9초 8 벽은 8년 만에 넘어설 수 있었다. 2008년 혜성같이 나타난 우사인 볼트가 9초 72를 기록하고 1년 3개월 만에 다시 자신의 기록을 0.14초나 앞당기며 신기록 경신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현재 최고기록은 볼트가 달성한 9초 58. 네덜란드의 경제수학자는 통계기법을 활용해 인간의 한계를 9초 51로 예측하고 이 기록을 달성하는 데 약 7.5년이 걸릴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 10초 벽이 허물어진 것처럼 이 한계 역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기록 단축이 이처럼 빨라지는 데는 선수들의 타고난 체력뿐만 아니라 통계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과학이 큰 힘이 되었다고 본다. 육상을 비롯한 스포츠 경기에는 확실한 기록과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통계적 기법 활용은 기록을 단축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기록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면 선수들의 전성기 예측이 가능하고, 훈련 방법이나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의복과 장비 등의 효율성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이 달리기의 한계를 갈아치우는 장면은 언제나 짜릿한 쾌감과 감동을 준다. 이런 재미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만끽할 수 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오는 27일부터 9일간 대구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206개국 2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80억명 이상이 경기 중계를 시청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향연이다. 대구대회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5조 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대회 개최로 한국은 세계 7번째로 3대 빅 스포츠 이벤트인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대회까지 모두 개최하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의 금자탑을 세운 스포츠 분야 G7(대한민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 경제를 육상 선수에 비유하면 우리는 이미 글로벌 단거리 ‘경제육상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6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유일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은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이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우리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 5000달러 지점을 통과했고, 월드컵을 통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국가 위상은 물론 경제·문화 등의 분야에서 또다시 든든한 디딤돌을 만들어내 G20를 넘어 G7으로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 물가 불안과 호우 피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기 등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포츠 관람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번 대구대회를 통해 볼트를 비롯한 세계적인 건각들의 힘찬 질주를 보며 삶의 역동성을 느끼고,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감동적인 질주를 보면서 희망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사일사] “이제 조폭 꼬리표 떼고 싶어요” 파이터 이한근

    [사일사] “이제 조폭 꼬리표 떼고 싶어요” 파이터 이한근

     “‘조폭 파이터’란 별명은 창피하니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생계형 파이터’란 얘기도 듣는데 이제는 많은 나이를 열정으로 뛰어넘은 ‘투혼의 파이터’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외모부터 남다르다. 짧게 자른 꽁지 머리, 1㎝ 정도 흉터가 15㎝ 길이로 가로 새겨진 이마, 높은 톤의 전라도 사투리 등이 영락 없는 ‘형님’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하나 뿐인 프로 종합격투기(MMA) 대회인 ‘로드FC 003 익스플로전’에서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불려온 김종대(30·팀포스)를 크로스 카운터로 링에 벌렁 드러누이면서 프로 파이터의 가능성을 과시한 이한근(42·영등포 정심관)은 쉽게 털어놓기 힘든 과거를 지녔다. “먹고 살려고” 조직에 몸 담았다가 4년반 전쯤부터 파이터로 변신하며 허물을 벗고 있는 것.  이한근은 1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김종대와의 경기에서 이긴 것을 운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며 “다음 대회에선 한 체급 올려 토너먼트 경기에 나가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해 실력이 뛰어남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기획사 사무실과 13일 경기 고양시 화정의 ‘익스트림 피트니스’에서 각각 진행된 일문일답.    ▶ 성공적인 프로 데뷔 이후 얼굴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을텐데.  -교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어요. 그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어릴 적부터의 꿈인 체육관을 함께 운영해보자는 사람도 생겼는데 1년은 (선수로) 뛴 뒤 체육관 차릴 계획이니 당장 응하진 않을 겁니다. 파이트 머니가 적어 실망하긴 했지만 내가 대회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는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습니다.    ▶ 김종대를 꺾은 것은 운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던데.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지요. 이긴 비결은 그 뭐, (경기 사나흘 전부터 복싱) 세계챔피언(조인주 관장)에게 물어봤어요. (김종대가) 훅은 치면은 뭘 쳐야 하느냐 물어봤더니 어퍼컷 말고 같이 훅을 걸으라고 해서, 그게 맞아떨어져서 운좋게 나온 것 같아요. 그림(?)이 좋게 나와 다행입니다.  한참 전에는 ‘타격은 강한데 그라운드 싸움에 약하다.’는 지적을 의식, 스피릿MC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이광희에게 기본적인 수비 동작 등 레슬링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 그래도 김종대의 펀치를 맞고 한 번 휘청했지 않았나.  -경기 뒤 동영상을 몇 차례 돌려 보며 꼼꼼이 분석했는데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더라. 맷집만 믿고 가드를 내리는 내 약점도 여전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대와는 가끔 만나 통닭을 먹습니다. 지난 경기를 앞두고도 이틀 전인가 함께 밥을 먹었는데요. 종대가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 링사이드 사회자가 미들급으로 올려 데니스 강과 토너먼트를 해보면 어떠냐고 했는데 좋다고 했다.  -약간 얼떨결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왕 얘기했으니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뭐, 시합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다음 대회, 이 앞전 시합 때 토너먼트, 한 체급 위이고 하니까, 저번 시합 때 제가 운 좋게 이겼잖아요. 대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요.  시합 끝나고 일주일 쉬었다가요, 옛날은 운동을 많이 못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나름대로 몸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서 쬐끔씩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중학교 이래 늘 하던 것이고 조직에 있을 때도 꾸준히 했지요. 지금도 새벽에 배드민턴하고 오후에 아는 관장들 운영하는 체육관 여러 곳을 돌면서 2~3시간씩 운동합니다. 배드민턴은 몸의 민첩성을 키우는, 나만의 훈련 비결이기도 하지라.    ▶ 데니스 강. 엄청 센 상대 아닌가.  -링에 올라가면 별로 겁을 내지 않는 편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요. 어차피 대결은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약점을 보완하고 내 장점을 가다듬으면 한 번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 그래도 파이터로서의 자격을 거론하는 누리꾼들이 있는데.  -격투기 좋아하는 분들 모두 소중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운동해보지 않고 글로만 아는 척하는 분들 적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노는 거고….  이번 경기 뒤 인터넷 댓글들 보면서 많이 웃기도 안 했습니까. 등업(글쓰는 자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할줄 몰라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뭐라 떠들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 살아온 얘기가 궁금하다.  -전남 고흥의 소록도 근처 섬에서 4남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형제 중에 제가 고졸로 학력이 가장 높아요. 세 살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두 형님이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을 돌봤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두 형님께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곤 하십니다. 큰 형은 관광버스 운전을, 둘째 형은 간판 일을 하면서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막내도 고교를 중퇴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를 받아보면 ‘두뇌는 명석하나 노력을 안함’이라 써 있곤 했습니다. 고흥 도화면에서 중고교를 다녔는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인가, 태권도를 한다며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 고흥은 원래 장사가 많은 곳 아닌가.  -그라지라. 보통 고흥 남자들은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인 사람이 많은데 우리 아버지는 체구가 왜소하셨고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쪽이 그런 편이셨어요. 전남체전 같은 데서 우승한 경력도 있으니 꽤 잘했지요.    ▶ 조직에 몸 담게 된 것은.  -군대 다녀온 뒤 뭘해 먹고 사나 싶었어요. 고교 시절 태권도를 가르친 분이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 몇 개를 적어주었어요. ‘서울 가 도장이라도 차려야겠다.’고 생각해 상경했습니다. 그런데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 거예요. 사나흘 정도 노숙하다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는 건 운동뿐인데 어쩌다 잘못 풀린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조직의 이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주먹을 썼지, 선량한 시민들 괴롭히고 그러는 데 쓰지는 않았다,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언제 조직을 떠날 생각을 했나.  -스물셋에 조직에 들어갔는데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니 겁이 덜컥 나더라.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친구나 동료들에게 결심을 전한 뒤 7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정화’ 받으러 ‘학교’ 갔다 나와서 보니까 제가 조금 늦게 (격투기를) 시작했어요. 4년에서 4년반 정도. 솔직히 어렸을 때 하다보니까 (조직 활동)하게 된 것인데 보람을 찾을 수 있겠어요? 그쪽에서,  제가 하다 보니까 변화가 필요했는데 전 마침 운동이라도 쪼끔씩 해오고 있었고, 변화하려고 하는, 변화되는….  안 그랬으믄 전 지금 어느 쪽으로든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냥 발만 담그고 있었을 겁니다.    ▶ 조직 떠나는데 교회가 어떤 영향을 미쳤나.  -둘째 형이 발에 난 동티를 기도로 치유하겠다고 해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함께 했습니다. 기도가 정말 통하는 걸 보고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어느날 기도를 하다 방언을 하면서 눈물 범벅으로 살아온 인생을 고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히 하느님 말씀에 따르게 됐지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편이에요. 중고교 시절부터 폭행죄로 입건된 건만 17번이었습니다. 조직 문제로 ‘학교’에 갔을 때 자꾸 쓸데없이 건드리는 잡범들이 있어서 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징벌방을 7~8번 드나들었는데 그때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1년반 형기를 살면서 성경을 7번 통독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대보라.  -편치 드렁크, 오랜 동안 주먹으로 뇌에 충격이 전해지면 깜빡깜빡 잊는 증상이 있습니다. 그게 저도 있는지 얘기한 뒤 5분만 지나면 까먹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로드 FC 대회에서 승리한 뒤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아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니 편하고 좋은 면도 있습디다.    ▶ 체육관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기술도, 배운 것도, 모아놓은 재산도 없으니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1년쯤 프로 생활 더 하다 은퇴한 뒤 체육관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 생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집 근처 아는 형의 카센터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니다. 격투기하는 친구들은 오랜 시간 직장에 붙들어 매어있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보통 하루 두 번 상당한 시간을 훈련에 쏟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주위에서도 쪼끔씩 도와주시지요.  하늘에 계신 높은 분 때문에 새벽 기도 가고 새벽 배드민턴 운동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해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데 모아놓은 돈은 없고... 공개구혼이라도 해야 하나. 하하핫!  내게 격투기는 마지막 불꽃같은 열정이고요. 솔직히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니까 그래도 나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고.    ▶ ‘조폭 파이터’란 별칭에 불편해 하던데.  -처음에 전직 조폭, 그래서 제가 뜬 건 사실이니까 불편할 일이 아닙니다. 근데 딴 사람들 댓글 보면 전직 조폭 자랑하려고 한 것처럼 잘못 받아들이신 분들이 있더라. 지금 교회에서도 집사도 하고 있고 장가도 가야 하고 그런데 그걸 좋아서 내세운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폭 파이터는 창피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투혼의 파이터로 불러주셨으면 하고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족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나이 마흔에 여러 모로 힘들지 않나.  -젊은 친구들 힘을 못 따라갑니다. 맷집도 약해지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턱이 약해진다고 하더라. 동영상 등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데도 취약할 수밖에요. 먹고 사는 걱정까지,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용기를 얻은 40대가 체육관에 나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보면 ‘여유 있을 때 하지 뭐.’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이나 여건 때문에 못 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뛰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그분들 스트레스 날려드리고 격투기 중흥하게 하고 발전에 도움 됐으면 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재능보다 목표” “감각보다 노력”…비슷한 두 남자

    “재능보다 목표” “감각보다 노력”…비슷한 두 남자

    열살 터울의 두 남자는 여느 클래식 연주자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한 명은 스물다섯에 뒤늦게 유학길에 올라 8년 만에 오스트리아 유명 음악원의 교수가 됐다. 퍼커션 연주자 정건영(36)씨다. 다른 한 명은 중 3때 독일로 유학을 떠나 연주자와 과학자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첼리스트 고봉인(26)씨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끝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대관령국제음악제 참가를 위해 각각 모국을 찾았다. ‘늦깎이’와 ‘천재’에게 음악과 인생을 물어보았다. <정건영> 충남 예산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소년은 중학교 때까지는 음악과 담을 쌓고 살았다. 고교 입학식날, 밴드부 선배가 불던 ‘은색 악기’에 반했다. 나중에 트롬본이란 걸 알았다. 다음 날 음악실을 기웃대던 소년에게 선배는 트롬본을 불어보라고 했다. 웬걸, 팔이 짧아서 트롬본 슬라이드를 끝까지 뻗지 못했다. 선배는 트럼펫을 불어보라더니 입술이 너무 두꺼워 안 된다고 했다. 풀이 죽어 음악실을 나가려던 찰나, 마림바를 툭탁거리던 선배가 두드려 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화도 났던 터라 미친 듯이 두들겼는데 선배가 재능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동기들도 ‘천재’라고 하며 모두 꾀었더라.”고 회상하며 웃었다. 늦깎이인 데다 시골에서 음대에 진학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지방대를 다녔는데 수업은 딱 7번 나갔다. 대신 유명 타악기 연주자의 공연 비디오와 교본을 구해놓고 혼자 미친 듯이 연습했다. 2000년 오스트리아 린츠로 떠났다. 독일어는 입도 뻥긋 못 했고 나이까지 많은 그는 환영받지 못했다. 두 번이나 시험에 떨어졌고 돈도 떨어졌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빈 국립음대에 응시했다. 18명의 지원자 중 유일하게 합격했다. “‘드럼라인’(미국 대학 밴드부의 드럼 배틀을 다룬 영화)에 나오는 ‘루디멘털’ 장르를 실기시험 자유곡으로 연주했다. 클래식 타악기 테크닉만 구사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보였던 모양이다.” 접시닦이, 관광가이드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빈 음대에서 8년을 갈고닦았다. “표현할 수 있어야 예술”이라는 지도교수 발터 파이글의 권유로 지휘과정도 이수했다. 2008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빈의 프라이너 콘서바토리움 교수가 됐다. 올 초까지 빈 국립음대 초청교수로도 일했다. 둘 모두 동양인 최초다.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음악을 통한 소통. 유튜브에 레슨 동영상을 올리고 국내 공연에서 애프터스쿨의 곡과 안무까지 소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객들이 1시간을 1분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즐거움에 감동과 의미를 더해야 한다.” 재능이 노력보다 중요하다는 게 클래식계의 주된 의견이다. 정 교수는 “타고나야 하지만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면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배운 것도, 한국에서 유명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지만,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고봉인> 누이가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다. 엄마가 누이만 챙기는 걸 보고 질투심이 났다. 소년도 여덟 살 때부터 첼로를 시작했다. 요즘 음악영재들에 비하면 늦은 출발. 불과 1년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 오디션을 볼 만큼 빨리 늘었다. 그곳에서 은사인 정명화 교수를 처음 만났다. “그때만 해도 심각하게 음악을 하려던 게 아니어서 기교적으로는 정말 별로였다. 그런데 부담 없이 즐기는 모습을 보고 정명화 선생님이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고향 전주의 초·중학교를 다니면서 주말에는 한예종 예비학교에서 정 교수에게 사사했다. 신흥중 3학년 때 정 교수의 권유로 독일 유학을 떠났다. 여느 유학생처럼 음대에 조기 진학하는 대신 일반 고교에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했다. 그런데도 발전 속도는 괄목상대였다. 1997년 차이콥스키 국제청소년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00년 독일 크론베르크 마스터클래스에서 가장 유망한 첼리스트에게 주는 ‘란드드라프 폿 헤센’상을 받았다. 원래는 아버지(고규영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처럼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미국 하버드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생물학과 첼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 박사과정(2년 차)에 적을 둔 고봉인씨는 세포와 단백질의 상호 영향 메커니즘을 밝혀 유방암 치료 열쇠를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실험이 워낙 많아 연주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진 않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과학자를 꿈꿨고 음악가의 길을 줄곧 걸어왔기 때문에 하나가 없으면 삶의 균형이 깨져 불행해질 것 같다.”는 고봉인씨는 “특별한 연주를 통해 수백 수천 청중의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것처럼, 유방암 치료 방법을 찾는다면 수천 수만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둘 다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질문을 던졌다.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 중 어떤 게 중요한지. “실내악 앙상블처럼 다른 이의 연주에 반응하면서 같이 협연하는 것은 누가 가르치거나 노력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선천적인 재능, 본능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물론 노력은 당연한 얘기다.” 우문이었나 보다. 모두 그를 천재라고 말하는데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난 노력파다. (첼로) 시작도 늦었고,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생물학은 숱한 실험을 해야 한다. 80~90%는 실패하다 보니 천재성보다는 노력과 인내심, 성실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나와 맞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후배들이 꿈 이루도록 활력 불어넣고 싶어”

    “후배들이 꿈 이루도록 활력 불어넣고 싶어”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라는 메시지를 내세운 지휘자 장한나(29)의 ‘앱솔루트 클래식’ 프로젝트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100여명의 젊은 연주자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한 뒤 장한나가 직접 훈련을 시켜 오케스트라 무대에 세우는 ‘앱솔루트 클래식’은 어느새 한여름의 대표 클래식 페스티벌로 발돋움했다. ●단원들과 합숙하며 하루 7시간씩 강행군 장한나는 11일 경기 이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합숙을 하면서 아침 9시부터 하루 7시간씩 단원들과 강행군(연습)을 하고 있다. 단원들은 그러고도 자정까지 개인연습을 한다.”며 다가온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프로그램(빈민층 유소년 대상 클래식 교육)이 사회를 치유하는 의사 같은 역할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그들과 상황이 다른 만큼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데 프로젝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한나와 성남아트센터는 2009년 이 프로젝트를 3년간 진행하기로 구두 합의를 한 상황. 장한나는 “성남이 (클래식 페스티벌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도시) 잘츠부르크처럼 될 만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봤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라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지만, 내년에도 성남과 인연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휘자는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야” 1994년 로스토포비치 국제 콩쿠르에서 11세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세계 정상급 첼리스트로 올라선 장한나는 2007년 제1회 국제 관현악축제 마지막 무대를 통해 지휘자로 데뷔했다. 첼리스트로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지휘를 시작한 건 음악의 사회공헌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장한나는 “내가 적절한 시기에 최고의 스승들을 만나 영향을 받은 것 만큼 우리 단원들에게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왜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연주자로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 본질적인 부분들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장한나는 첼리스트의 연주 일정 못지않게 지휘 스케줄도 늘려가고 있다. 장한나는 “첼리스트는 다른 음악가들과 깊이 교류할 기회가 적다. 모든 솔리스트들은 외롭다.”면서 “반면 지휘자는 악기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단원들과 일종의 음악적 가족이 된다.”며 매력을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는 클라이버” ‘여성 지휘자로서 롤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장한나는 “꼭 여자를 롤모델로 들어야 하나.”라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포디움(지휘대)에 올라가면 남자, 여자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독일 출신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가장 좋아한다.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 하나하나를 마치 한 사람이 내는 것처럼 정교하고 섬세하게 연출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13일 성남 중앙공원 야외무대에서 시작된다. 기타리스트 장대건의 협연으로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 등 귀에 익은 명곡들을 선보인다. 20일에는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피아노 부문 2위)인 조성진과의 협연으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등을 선사한다. 28일 피날레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장식한다. 1만~5만원. 야외 공연은 무료. (031)783-804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경기 교정시설 4곳 화재 취약

    경기도 내 교정시설의 상당수가 화재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소방본부는 지난 6월 27일부터 2주간 도내 교정시설 6곳을 대상으로 화재안전 점검을 벌여 4곳에서 모두 14건의 위법사실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점검은 서울(의왕)·수원·평택 등 구치소 3곳과 안양·화성직업훈련·여주 등 교도소 3곳에서 이뤄졌다. 도내에는 이들을 포함, 모두 15곳의 교정시설이 있다· 일부 시설에서는 7건의 위법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주요 적발 사항은 스프링클러 헤드 매립, 옥내 소화전 스프링클러 설비 불량, 옥내 소화전 방수압력기준 미달, 유도등 전등 불량 등이다. 특히 2009년 8월 문을 연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제외하고, 소방 관련법 개정 전에 교정시설이 세워진 5곳의 교정시설 내 수용자 거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큰 문제로 지적됐다. 도 소방본부는 “교정시설 내 수용자 거실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2008년 8월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5조)이 개정됐지만 이들 5곳의 시설은 그 이전에 완공돼 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기고] 병역이 자랑스러운 세상 만들기/김용숙 전국지역신문협회 중앙회장

    [기고] 병역이 자랑스러운 세상 만들기/김용숙 전국지역신문협회 중앙회장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핵심가치는 ‘공정한 사회’이다. 공정한 사회란 부패가 없고, 국민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며, 약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정의로운 사회를 의미한다. 이러한 공정 사회 실천을 위한 8대 중점과제 중에 최우선 순위가 ‘공정한 병역의무’이다. 지역 언론인이자 서울지방병무청 정책자문위원장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병무행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필자는 병역 이행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병무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 연예인, 체육인 등 사회관심층에 있는 병역의무자들이 고의 발치(拔齒), 어깨 탈구, 정신질환 등의 수법으로 신체를 손상하면서까지 병역을 회피하려는 데 반해, 병역이 면제되었음에도 질병을 치유해 지원 입대하거나 해외 영주권자로서 혜택을 포기하고 자진 입대하는 인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있었음에도 해병대 지원자가 늘어난 것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올바른 국가관과 숭고한 병역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병무청에서는 지난해부터 병역의무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고자 ‘병역이 자랑스러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대한변호사협회, 의사협회, 스포츠 및 대중문화단체 등 오피니언 리더층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와 공정한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공동실천 협약식을 체결, 사회적 붐 조성을 다짐했다. 특히 초·중등교,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및 직업교육을 통해 군 복무에 대한 이해와 도움이 되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이 공정 병역의무 정착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더욱이 병무청은 3대가 현역복무를 마친 ‘병역명문가’를 표창해 널리 알리고 궁·능원 관람료 및 주차료 면제, 병원 진료비 할인 및 취업 우대 등 그들에 대한 각종 혜택을 주고 있어 병역을 이행한 사람이 더욱 존경받고 우대받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몇 가지 당부한다면 첫째, ‘공정한 병역의무’ 추진은 일회성 등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수립이 중요하다. 병역이행자의 군 가산점 부여, 대학학비 보조, 취업우대 등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수립·추진하여 그들이 당당하고 자랑스럽고 우대받는 사회풍토를 조성시켜 주기를 바란다. 둘째, 예외 없는 병역의무 이행 풍토를 조성하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다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며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이 존중받는 ‘병역이 자랑스러운 세상’을 위해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정착될 수 있도록 ‘사회관심자원 특별관리법’을 제정하여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공정한 사회, 공정한 병역 이행은 곧 국가의 힘이며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초석이다. 또한 국가를 지키는 힘은 자주국방에 있으며, 이는 젊은이들의 당당한 병역 이행에 달렸다고 하겠다. 미래의 자손들이 자긍심과 애국심을 갖도록 당당한 병역 이행을 통한 공정한 사회 구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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