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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종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꾸려 백서로 남길 것”

    도종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꾸려 백서로 남길 것”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12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장관 취임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활동 내용을 백서로 남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도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예술가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다. 문화예술계의 참여하에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후에는 지원사업 심사과정 공개범위를 확대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재합법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는 전교조의 성격 및 활동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으며, 합법화 여부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존중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국회에도 합법화 법안이 계류돼 있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국회의 입법논의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로 인한 문화·관광업계 피해에 대해서는 “중국 현지 동향을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관광산업을 동남아, 중동 등으로 다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산업에서도 수출의 51%를 차지하는 중국·일본 시장이 외교안보요인으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한한령’으로 피해를 본 업체들을 위해 문화콘텐츠기금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관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도 후보자는 ‘일부에서 특정 역사관에 경도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문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등 특정 단체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하거나 두 단체 임원과 모임을 가졌나’라는 질문에는 “고대사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는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두 단체의 임원들과 정기적·비정기적 모임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가야사 복원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 연구는 관련 학자들의 조사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가야사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활발해지고 진전이 되면, 우리 고대사를 연구 조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 후보자는 역대 문화부 장관 중 존경하는 장관이 누군지 묻는 질문에는 “이창동 전 장관은 예술인으로서 조직을 잘 추스르고 성과를 냈던 분이고, 유진룡 전 장관은 엘리트 관료로서 훌륭한 행정을 했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지원 전 장관도 정부재정 대비 문화재정 1% 확보에 성과를 낸 훌륭한 분”이라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닮은 듯 다른 父子의 시선

    닮은 듯 다른 父子의 시선

    안창홍(64)은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한국의 근대사가 안고 있는 비합리성과 비논리성, 인간 본성의 이면을 날카롭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표현해 왔다. 그의 아들 안지산(38)은 젊은 작가들이 영상과 미디어, 설치작업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전통적인 회화의 한계에 도전하는 보기 드문 작가다. 대를 이어 작업을 하는 예술가 부자가 각각 부산과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과감하게 들추어 내어 도덕적 경고를 던지는 동시에 인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온 안창홍은 부산 해운대구의 조현화랑에서 ‘눈먼 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조각과 회화의 만남을 시도한 거대한 가면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2014년 개인전(더페이지갤러리)에서 맨드라미를 모티브로 한 ‘뜰’ 연작과 함께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보라색 조각을 공개했던 그는 양평 작업실을 확장한 뒤 거대한 두상 조각과 가면 시리즈 제작에 전념했다. 20여점이 조현화랑에서 선보이고 있다. 거대한 크기와 강렬한 색상이 시선을 압도하는 두상 작품들에는 표정도 없고 가면에는 눈동자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표정 변화 없이 ‘눈먼 자’로 살아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다.두상 이마에 바코드처럼 새겨져 있는 숫자 ‘2014416850’은 2014년 4월 16일 8시 50분을 의미한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다. “2014년 개인전을 준비하던 중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그 겨울 7시간 30분을 운전해 팽목항을 방문했다.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그날 따라 바람도 많이 불었다.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예술가들도 지난 몇 년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게 보냈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민한 촉수를 번득이며 시대의 일그러진 초상을 예술로 꾸짖어 온 그는 “작가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며 “그늘진 곳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부조리를 찾아내 이를 조형적으로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7월 16일까지.안지산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 뒤 네덜란드 프랭크모어 인스티튜트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2013~2014년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에서 작업하며 탄탄하게 실력을 쌓았다. 자신의 표현대로 하면 ‘회화에만 목을 맨지’ 7년째, 나름대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다듬어 가고 있는 안지산은 서울 부암동 자하미술관에서 최근 작업한 유화와 드로잉 20여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열고 있다. 조각난 사진들도 있지만 극사실적으로 그려진 가죽 점퍼, 거대한 붉은 모자, 음산한 표정의 인물, 그림자처럼 어두운 인물의 형상들, 김홍도의 ‘운우도첩’ 일부분 등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웬만해선 공통의 주제를 찾기 힘들다. 작품에도 제목이 안 붙어 있고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텍스트들이나 보조 이미지가 간간이 붙어 있을 뿐이다.작가는 “큰 주제를 정하기보다는 이전 작업과정에서 제외됐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그동안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좀더 발전시켜 보려 했다”며 “그래서 전시 제목도 ‘무제’이고 작품에도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의 느낌은 다르지만 대부분 직간접으로 ‘섹슈얼리티’에 관련돼 있다”면서 “지금까지 전시에서 에로틱한 장면이나 성에 관련된 것을 언급한 적이 없어서 조금 낯선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부실했던 부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승부 근성은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뚝심으로 밀고 나가는 그의 아버지를 꼭 닮았다. 작가에게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자동으로 “존경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술가로서 정말 존경스러워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새로운 주제를 찾는 것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업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시기도 하지만 작가로 열심히 활동하는 그 모습 자체가 제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 대를 이어 예술가의 길을 가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안지산에게 아버지 안창홍은 작업에 대한 고민도 들어주고, 격려해 주는 예술가 선배이자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예술이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어요. 그럼에도 예술가의 길을 택한 저에게 아버지는 포기하지 말라고, 신념을 가지고 작업하라고 항상 용기를 주십니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쉼’ 중랑의 힐링법

    서울 중랑구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보육교사와 병원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안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8일 중랑구에 따르면 구는 지역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통한 심리 상담 ▲‘쉼’힐링 캠프 ▲심리극(역할극)을 통한 타인의 이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심리검사는 오는 9월까지 다면적인성(MMPI-2) 검사와 문장완성(SCT) 검사 형식으로 진행하고, 결과를 두고 상담도 해 준다. ‘쉼’힐링캠프는 다음달 1일까지 매주 토요일 7회에 걸쳐 35명씩 경기도 양평의 미리내 힐빙클럽에서 하루 일정으로 운영한다. 구는 또 병원종사자의 직무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서울의료원 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1박 2일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과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국내 근로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곳 중 자살률 1위, 갈등지수 4위로 심각한 상태”라면서 “보육교사와 병원종사자 등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근로자들이 다양한 힐링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재충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中관영언론 “한국, 사드 줄타기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에 대한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라고 지시하자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배치 연기가 아닌 철거가 한·중 관계 회복의 길”이라고 압박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청와대가 사드 배치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은 양국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입은 상처는 배치 중단이라는 ‘연고’를 발라서 치유될 수 없다”면서 “고통의 근원인 대못(사드)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중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며, 사드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사드가 가져오는 도전을 억제할 능력이 있으며, 한국이 빨간선을 밟으면 전기 충격과 같은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없다”며 사드 철거를 주장했다. 이 신문은 “중대한 전환점이 없다면 ‘한류’의 쇠락을 막기 어렵다”면서 “그동안 한류가 중국에서 유행한 것은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라 한동안 중단되면 다시 만들어질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의 입장은 일관된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하는 데 결연히 반대하며 그 입장은 굳건하고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고도의 공동 인식이 있다”면서 “양측은 계속 긴밀한 소통과 조율을 당연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文대통령 취임 한달] 파격 패션·요리 내조…지지율 한몫한 ‘쑤기’

    [文대통령 취임 한달] 파격 패션·요리 내조…지지율 한몫한 ‘쑤기’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특유의 활달하고 밝은 성품으로 문 대통령의 호감도를 높여 현재 높은 지지율을 올리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각 이름의 끝자를 따 ‘이니’와 ‘쑤기’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문 대통령·김 여사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부인’ 호칭 거부… 탈권위 행보 김 여사의 지난 한 달간의 행보를 보면 파격과 소통, 소탈함으로 요약된다. 김 여사는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의 취임식 때 무릎 길이의 하얀 원피스 위에 검은 꽃무늬 자수가 들어간 하얀 재킷을 입은 우아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그동안 대통령의 부인들은 취임식 때 한복을 입는 게 관례였지만 김 여사는 이를 깬 것이다. 또 같은 달 15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로 이사한 뒤 첫 출근길에는 핫핑크색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김 여사가 이전의 영부인들과 다른 자유분방한 영부인상을 보여 줄 것이라는 걸 가장 먼저 패션에서 엿볼 수 있었던 셈이다. 특히 김 여사는 자신의 호칭을 ‘영부인’이 아닌 ‘여사’로 표현해 달라며 권위적 색깔을 빼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부인이라는 말은 너무 권위적이면서 독립성이 떨어지는 표현이라 본인이 여사님으로 불러 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훌륭한 요리 솜씨를 살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협치에 일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문 대통령의 첫 번째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 때 김 여사는 10시간 동안 공들여 직접 만든 인삼정과를 선물했다. 이 인삼정과는 김 여사가 조각보로 하나하나 포장한 뒤 직접 쓴 손편지와 함께 담아 원내대표들에게 선물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 ● 민원인·의문사 장병 유가족 위로도 김 여사는 ‘소통’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 빌라에서 이사를 준비하던 김 여사는 집 밖에서 한 60대 여성이 민원을 요구하며 소리를 지르자 그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데리고 가 먹을 것을 나눠 주기도 했다. 또 같은 달 26일 의문사 장병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관람하고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치유의 손길, 때묻지 않은 순수… 마음을 씻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치유의 손길, 때묻지 않은 순수… 마음을 씻다

    과장 좀 보태 ‘복음’ 같은 말이었습니다. 계곡 출입이 허용된다는 군청 직원 말이 달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행장 꾸려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강원 정선의 덕산기 계곡입니다. 세상과 부대끼며 상처받았던 계곡은 지난 3년 동안 세상으로 난 문을 닫아걸고 은둔했지요. 자연휴식년 기간 동안 계곡은 얼마나 몸을 추슬렀을까요.덕산기 계곡은 접근이 참 까다로운 곳이다. 가는 길이 어렵다기보다 진면목과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분단장하고 난 이후의 모습은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다. 여간해선 곁을 내주지 않는 도도한 미인이 이럴까 싶다. 왜 그런가. 이는 덕산기 계곡의 핵심 키워드를 알면 이해가 쉽다. 이 계곡을 대표하는 단어는 ‘물빛’과 ‘오지’다. 먼저 물빛은 비가 온 뒤 생긴다. 많은 비가 내리고 흙탕물이 가라앉을 즈음 계곡은 아름다운 옥빛을 드러낸다. 한데 오래가지 않는 게 문제다. 물이 쉬 빠지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많은 비가 와도 1주일 정도면 물이 빠진다고 한다. 그러니 도시인이 ‘립스틱 짙게 바른’ 덕산기 계곡과 만나려면 많은 비가 내리고, 흙탕물이 가라앉고, 담긴 물이 빠져나가기 전에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는 오지다. 사실 덕산기 계곡이 나라를 대표하는 오지라 보기는 어렵다. 정선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예전과 달리 진입로까지 길이 곱게 나 있기 때문이다. 한데 일부 구간에서는 반드시 몸을 물에 담가야 더 나아갈 수 있다. 요즘처럼 가물 때면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걸을 수 있지만 비가 온 뒤엔 상황이 달라진다. 허리춤까지 물에 잠기는 구간도 있다. 몸을 적시지 않으려면 돌아가야 하는데 주변이 ‘뼝대’(벼랑을 이르는 사투리)라 이마저 쉽지 않다. 바로 이런 점에서 덕산기 계곡을 오지라 할 만하다. 물이 빠졌을 때도 나름의 장점은 있다. 계곡물이 가득 찼을 땐 멀리서 눈으로만 감상해야 할 기암들을 가까이서, 그것도 손으로 만져가며 걸을 수 있다. 극한의 건천이 선사한 작은 선물인 셈이다. 그 곱다는 물빛보다야 못하겠지만, 이쪽도 뭐 그리 나쁠 건 없다. 이번 여정에선 봄 가뭄과 맞물려 계곡의 갈증이 한결 심했다. 그래도 바짓가랑이 젖지 않고 계곡을 걷는 맛이 나쁘지는 않다. 덕산기 계곡은 ‘기골이 장대한’ 뼝대로 둘러싸인 은둔의 땅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 바깥세상과 교류 없이 살던 주민들이 화전 금지와 함께 계곡을 떠나며 태곳적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면서 야영객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오프로드 차량들의 떼질주가 이어졌고 급기야 2014년부터 상처 입은 몸을 추스르기 위해 덕우리 덕산1교부터 북동교까지 10㎞ 구간이 자연휴식년에 들어갔다. 지난 4월 해제와 동시에 다시 자연휴식년제에 지정됐고 2020년까지 3년간 지속된다. 1차 때는 사람의 출입 자체를 막았지만, 이번엔 트레킹에 한해 허용된다.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조건’으로 물놀이도 허용된다. 야영과 취사, 차량출입은 여전히 금지다. 계곡 트레킹은 그리 힘들지 않다. 높낮이가 고르기 때문이다. 뼝대와 사행천이 빚은 길을 따라 구불구불 걷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이다. 계곡은 바짝 말랐다. 얼마 남지 않은 ‘깊은 산 속 옹달샘’에서는 다양한 수생동물들이 살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엔 뼝대 위로 네댓 개의 폭포가 걸린다. 이른바 ‘비와야 폭포’다. 계곡 초입의 대촌마을은 원빈, 이나영 부부의 소박한 결혼식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삼시세끼’ ‘1박 2일’ 등 TV 예능 프로그램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풍경이 수려하다. 두 부부의 결혼식장 주변은 밀밭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청보리밭이다. 청보리는 농가에서 소먹이로 요긴하게 쓰인다. 이맘때면 어린아이 키만큼이나 웃자란다.동강 드라이브에 나선다. 요즘 정선을 찾는 이들에게 제법 ‘핫’하다는 여행 아이템이다. 말 그대로 동강 옆으로 바짝 붙어 조성된 강변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다. 솔치삼거리의 동강탐방안내소에서 얼추 30㎞ 정도 동강을 따라 달릴 수 있다. 이리 휘고 저리 굽은 길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고 차창엔 우람한 뼝대가 줄곧 내걸린다. 가수리는 지장천과 조양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마을 초입의 약 600년 묵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합쳐진 물길은 이때부터 동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영월 땅을 향해 흘러간다. 이 순결한 옥빛 강물을 보자면 가슴에 불순한 의도를 품은 이라도 말끔하게 정화될 듯하다. 나리소 전망대는 반드시 찾을 것. 발아래로 동강이 만든 물돌이동이 펼쳐진다. 예전엔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던 곳이었는데, 최근 전망대가 놓여 쉽게 가볼 수 있게 됐다. 당목이재 고개 정상 어름에 있다. 동강관리사업소 고성안내소 앞에서 우회전해 연포마을로 들어간다. 하루 세 번 달이 뜬다는 곳. 이 시대의 ‘마지막 주모’ 이향복(89) 할머니는 여전히 잘 계실지. 연포마을은 여름에도 오가기 쉽지 않을 정도로 오지다. 영화 ‘선생 김봉두’(2003년) 촬영지이기도 하다. 강남에서 잘나가던 선생 김봉두(차승원)가 이 마을 연포분교에 발령 받았을 때는 정말 울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울며 들어와 웃으며 나간다는 곳이 정선 아니던가. 맑은 물과 푸른 숲에서 몸을 씻고 나면 외려 나가기가 싫어질 터다. 아쉽게도 이향복 할머니는 몇 달 전 함백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건강 때문이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는 현실이 차갑지만 담담하게 흘러간다.연포마을에서 산길을 되짚어 나와 동강로를 따라 계속 가면 신동읍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와 만난다. 신동읍은 따로 시간을 내 찾을 만한 곳이다. 옛 탄광마을의 흔적이 여태 남았다. 국내 최초 라멘교식 철교로 알려진 조동철교, 주민들이 힘을 모아 새로 세운 함백역, 추억의 박물관 등이 이 마을에 있다. ‘안경다리 탄광마을’ 위는 새비재(850m)다. 정상으로 드는 고갯길이 아름답다. 한 굽이 돌 때마다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이 도열해 객을 맞는다. 새비재 능선엔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 공원도 조성돼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곳이 바로 여기다.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소나무가 지금도 ‘전지현 소나무’란 이름으로 자라고 있다. 소나무 옆 의자에 걸터앉으면 주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선 최고봉인 두위봉을 비롯한 고산준봉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덕산기 계곡은 정선 읍내에서 59번 국도 고한, 사북 방향으로 가다 월통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덕산1교를 찾아가면 가장 간명하다. 대중교통은 사실상 없다. 덕산기 계곡의 양 끝인 덕우리나 북동리 어디든 버스로 가기는 어렵다. 따라서 승용차로 덕산1교까지 간 뒤 원점회귀할 수밖에 없다.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식을 올린 대촌마을은 같은 덕산기 계곡이지만 접근 방법이 전혀 다르다. 덕산1교에서 59번 국도 교차점까지 되짚어 나간 뒤 좌회전해 대촌마을을 찾아가야 한다. 연포마을까지는 외길이다. 도로 폭은 좁아도 곳곳에 교행할 만한 공간이 조성돼 있다. ‘숲속책방’은 귤청주스 등 간단한 마실 것을 파는 일종의 북카페다. 계곡 트레킹 뒤 다리쉼하기 맞춤하다. 덕산기 계곡의 끝자락, 그러니까 북동리에 인접한 계곡 모서리에 있다. →잘 곳:하이원리조트(1588-7789)가 가장 추천할 만하다. 요즘 스키 슬로프 정상에 야생화가 만개했다. 정선 읍내 상유재(562-1162)는 한옥 체험 명소다. 수백년 묵었다는 담장 옆 뽕나무가 인상적이다. 덕산기 계곡 안쪽에 물맑은 집, 덕산터, 가족민박 등 민박집들이 몇 곳 있다. →맛집:하이원리조트가 있는 사북, 고한 쪽에 맛집들이 많다. 토박이식당(591-7729)은 생태찌개를 잘한다. 정선 읍내의 동박골(563-2211)과 싸리골식당(562-4554)은 곤드레나물밥으로 이름났다. 정선 5일장은 끝자리 2, 7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수수부꾸미 등 토속적인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다.
  • 경북, 낙후지역 개발사업 추진…16개 시·군에 5년간 1316억

    봉화와 영양 등 경북도 내 낙후지역 개발사업이 추진된다. 경북도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낙후지역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7일 밝혔다.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낙후된 16개 시·군을 성장촉진지역으로 정해 향후 5년간 1316억원을 지원, 41개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낙후지역 활성화에 필요한 성장기반 및 특화산업을 발굴, 도민 삶의 질을 골고루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예천 회룡포 힐링 정원 테마공원 조성 등 17개 지역 관광 활성화 사업에 517억원을, 울진 연호 근린공원 활성화 등 14개 정주기반 강화 사업에 562억원을 투입한다. 성주 참외 업사이클링 등 3개 농촌 소득증대 사업에 145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사업이 완료되면 생산유발 효과 1533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965억원, 고용창출 효과 1841명 등의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양정배 도 건설도시국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소방관 격려한 文대통령… “임기 내 1만 9000명 충원”

    소방관 격려한 文대통령… “임기 내 1만 9000명 충원”

    “소방청 독립” 정부조직 개편 강조… ‘소방관 국가직 전환’도 합의 추진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찾아 “소방인력 확충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 국민들 사이에서 작은 정부에 대한 인식이 있어 공무원 인력을 늘리는 데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 행정 공무원은 몰라도 일선에서 생명·안전·보건을 지키는 공무원만큼은 우선적으로 늘려야 되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정부와 국회가 함께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정책 현장을 찾은 것은 취임 후 다섯 번째다. 소방관 격려는 물론 이날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 및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구조 차질 없게 방화장갑 등 장비 확충 문 대통령은 용산소방서에서 올 초 용산 다가구주택 화재 현장에서 구조를 하다 척추 부상을 입은 ‘의인’ 최길수 소방관 등 소방대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나라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그 역할을 최일선에서 해 주시는 소방관 분들이야말로 국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소방인력 1만 9000명 이상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우선 올 추경에 포함된 소방관 1500명 증원을 올해부터 실행할 것을 다짐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긴 소방청 독립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헬기를 비롯해 고가사다리차, 양이 부족해서 사비로 구입하기도 하는 방화장갑에 이르기까지 충분하게 안전을 보호하며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장비를 확충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트라우마 상담·심리치유센터 설립 지원 화재 현장에서 부상당한 최 소방관 사례를 언급하며 “순직하는 숫자보다 자살하는 숫자가 더 많다. 진화 작업을 하며 겪게 되는 참혹한 상황이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남아서 정신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소방 내에 그런 심리치유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충분히 예산을 뒷받침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소방관 국가직 전환도 공약 사항인데,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단체장과 협의해 지자체에 손해 가지 않는, 그러면서도 국가직으로 가는 방안을 합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 사회는 ‘소방관 눈물 닦아 주는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맡았다. 이 의원은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응용해 소방관 처우 개선에 대한 국민 관심을 고취하기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소방관 GO 챌린지’를 주도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소방 인력 확충 재확인 “올해 1500명 증원 계획”

    문재인 대통령, 소방 인력 확충 재확인 “올해 1500명 증원 계획”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소방 인력 확충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최일선에서 해주시는 소방관들이야말로 바로 국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이들을 격려하면서 소방공무원 증원 방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정책과 관련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적어도 법적 기준에 부족한 1만 9000명 이상의 소방 인력을 확충하겠다”면서 “당장 금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소방관 1500명 증원 계획을 추경안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로 고립된 시민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고(故) 강기봉 소방관을 거론했다. 그는 “소방관은 다른 공공분야에 비해 가장 늦게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했지만 출동할 때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며 “소방관이 국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역할을 하면서도 충분한 인원이 소방·구급 차량에 탑승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소방관은 구급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그는 구조 소방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직접 구조활동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현충일 추념식장에서 고인의 부친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직접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 인력 확충은 너무나 당연한데, 국민은 작은 정부가 좋은 것이라며 공무원을 늘리는 데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며 “행정 공무원은 몰라도 일선에서 생명·안전·보건을 지키는 공무원만큼은 우선으로 늘려야 하고, 국가 예산도 그보다 더 긴요하게 사용할 수는 없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최일선에서 해주시는 소방관들이야말로 바로 국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청을 독립하도록 정부조직 개편안에 설계했다”며 “필요할 경우 군대도 투입되고 다른 행정관서와 공조해야 해 총리실이나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지만 적어도 육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 현장에서만큼은 현장 책임자의 명에 따르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소방청에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화 장갑까지 사비로 사야 하는 현실인 체제를 빗대어 벌거벗었다는 말까지 들었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자신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도록 헬기부터 차량, 개인에 지급되는 장비에 이르기까지 장비 확충에 정부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소방관이 겪는 트라우마는 금방 알 수 없는 것으로,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언제 어떤 형태로 자신을 괴롭힐지 모른다”며 “실제로 순직보다 자살하는 소방관 숫자가 더 많은데, 적절한 심리 상담과 치료를 위한 소방 내 심리치유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충분한 예산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고도원의 아침편지’ 같은 외부 치유 센터와 일종의 협약을 맺어 며칠간 휴가를 보내 몇 박을 하면서 치유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며 “소방관이 현장에서 겪는 희생과 노고만 해도 감당하기 힘든데 그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직을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그만큼 공무원 정원이 준다든지 소방관서가 있는 건물이 지자체 소유인데 재산관리 문제라든지 지자체 이해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지자체에서 반대하는 것 같다”며 “단체장들과 협의해 지자체에 손해 가지 않고 국가직으로 하는 방안을 합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북 낙후지역 개발사업 활기 띈다…16개 시·군에 1316억 지원

    봉화와 영양 등 경북도 내 낙후지역 개발사업이 추진된다. 경북도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낙후지역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7일 밝혔다.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낙후된 16개 시·군을 성장촉진지역으로 정해 향후 5년간 1316억원을 지원, 41개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낙후지역 활성화에 필요한 성장기반 및 특화산업을 발굴, 도민 삶의 질을 골고루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예천 회룡포 힐링 정원 테마공원 조성 등 17개 지역 관광 활성화 사업에 517억원을, 울진 연호 근린공원 활성화 등 14개 정주기반 강화 사업에 562억원을 투입한다. 성주 참외 업사이클링 등 3개 농촌 소득증대 사업에 145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사업이 완료되면 생산유발 효과 1533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965억원, 고용창출 효과 1841명 등의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양정배 도 건설도시국장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소외된 낙후지역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사설] “애국에 보수, 진보 없다”며 통합 강조한 文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애국은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통합의 가치이자 언어로 ‘애국’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 수립 이후 우리 현대사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로 갈려 극단적인 대립과 불신을 키워 왔다. 상극의 이념 대결은 옳고 그름을 외면한 채 경멸과 증오심을 앞세워 서로를 원수 대하듯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그렇고, 지난 대선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만큼 국민 통합은 시대의 요청인 동시에 더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 대통령 말고도 통합을 외친 정치지도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만 언급했지 통합을 이뤄 낼 이데올로기, 즉 새로운 사상과 이념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안철수의 새 정치나 안희정의 선의가 공격받고 배척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구호만 있었을 뿐 통합을 담아낼 구체적 이념이 없어서다. 이런 까닭에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통합할 새로운 이념으로 애국을 전면에 내건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이라고 강조한 것은 더는 좌우 이념에 사로잡혀 우리의 미래가 저당잡히는 불행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 6·25전쟁에 참가했던 군인과 청년들, 베트남 참전 용사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산업화의 역군, 서해 용사와 그 가족 등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민주열사를 모두 애국자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고 한 것은 애국 그 자체를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과 정치적 편 가르기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우리 사회를 지치게 하고 훼손했던 좌와 우,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이념은 이제 펄펄 끓는 용광로에 넣어져 애국으로 승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치 못지않게 형식 또한 중요하다. 애국을 담아낼 단단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애국을 언급하면서 보훈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애국자를 국가가 예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국가의 의무이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일 것이다. 언제까지 독립운동가 후손이 천대받고, 친일파가 자자손손 흥하는 비상식적인 나라가 될 것인가. 문 대통령이 차관급인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은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과 같다.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화답해야 한다.
  • [자치단체장 25시] ‘전북 몫 찾기 원년’ 가속도 붙은 새만금… 첨단 농산업 허브로

    [자치단체장 25시] ‘전북 몫 찾기 원년’ 가속도 붙은 새만금… 첨단 농산업 허브로

    송하진 전북지사는 요즘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직접 전북의 숙원 사업들을 챙기며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고 한 덕분이다. 송 지사는 “전북도 이제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됐다”며 반색했다. 6일 전북도청 지사실에서 만난 송 지사는 “문재인 정부로 여당 지사가 되니 좋긴 좋다”며 의욕과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이었다. 전북 도정도 눈에 띄게 활기를 보인다. 실·국마다 대통령 공약사업에 맞춰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느라 머리를 짜내고 있다.송 지사는 “올해가 ‘전북 몫 찾기’ 원년이 되도록 도정 방향을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며 “전북 몫 찾기의 핵심은 전북 출신 인사가 중앙정부 요직에 임명돼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지역 여론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전북 정읍 출신인 김현미 국회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에 지명했다. 송 지사는 “새 정부에서 펼칠 균형발전 정책 기조에 맞추어 전북형 일자리 정책 구체화, 지역발전 정책 전북 독자 권역 설정, 4차 산업혁명 선도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송 지사는 전라도는 전주를 품은 전북이 광주·전남의 형이라고 주장해 왔다. →여당 시대를 맞은 소감은.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전북도 이제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낙후되고 소외받아 힘들었던 과거를 떨쳐 버리고 ‘균형발전’이라는 새롭고 강력한 정책의 물결을 타고 잘사는 전북으로 거듭날 것이다.→전국 최고 득표율(64.8%)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전북 도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전북 도정의 운영 방향은. -지난 5월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했다. 전북 도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감사를 표하고 전북 현안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전북도가 역점 추진 중인 ‘2020 전북 대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삼락농정, 토털관광, 탄소산업 등 핵심 과제가 결실을 이루도록 하겠다. 또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추어 ▲전북형 일자리 정책 구체화 ▲지역발전 정책에 전북 독자 권역 설정 ▲4차 산업혁명 선도 정책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대선 전부터 ‘전북 몫 찾기’를 이슈화했다. 새 정부에서 전북 몫 찾기 전략은. -문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전북 독자 권역 설정’과 ‘전북 몫 찾기’를 약속했다. 대통령의 전북에 대한 애정이 확인된 만큼 전북 몫 찾기가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도민들도 기대 속에 희망을 키워 가고 있다. 전북 몫 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북 출신 인사가 중앙정부 요직에 임명돼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지역 여론을 전달하는 것이다. 정치권과 힘을 모으고 도민과 공감대를 형성해 지역 현안을 중앙부처에 건의하면 조만간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 등 전북 출신 인물들이 발탁되고 있다. 지역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가. -지난 3년 동안 전북은 ‘무장관 시대’라는 지역 홀대를 받았다. 김 장관 내정은 앞으로 전북의 위상이 정립되고 전북 인사 등용에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전북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현안 사업 추진에 중앙정부의 이해와 협조가 잘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청와대, 중앙부처 등에 전북 인사들이 두루 자리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있다.→문재인 정부에서 채택한 전북 관련 공약은. -대선에 대비해 지난해 말부터 8개 분야 48개 과제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10개 과제가 채택됐다. 전북을 독자 권역으로 인정해 선정한 공약이다. 채택된 공약은 ▲아시아 대표 농생명 밸리 육성 ▲전북혁신도시 제3의 금융도시 육성 ▲속도감 있는 새만금사업 추진 ▲현대중 군산조선소 정상화 ▲지리산권 전기열차 사업 지원 등이다. 상생 차원의 무주~대구 고속도로 건설, 노령산맥권 휴양치유벨트 조성도 포함됐다. →타 시·도와 겹치는 공약도 있다. 차별화 전략은. -전북의 ‘아시아 스마트 농생명 밸리 육성’과 전남의 ‘첨단 생명농업 선도 지역 육성’이 일부 유사하다. 그러나 전남은 생산기반 구축에 초점을 맞추었고 전북은 농생명산업의 가치사슬을 완성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전북을 첨단 농산업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정책이어서 특화된 경쟁력이 있다. 채택된 공약은 용역, 정책·현안과제 수행 등을 통해 논리를 보강하고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겠다. 중앙부처를 꾸준히 설득하고 설명해 공약 이행력을 높이겠다. →새 정부에서 풀어야 할 전북의 숙원과 미래 전략은. -먼저 새만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은 지난 30년간 지지부진하게 추진됐다. 예산 편성이 계획 대비 60%에 불과해 속도를 내기 어렵다. 매년 1조원 규모의 새만금특별회계 설치와 공공 주도 용지매립, 국제공항, 신항만 등 기반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이 중요하다. 전북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농생명산업과 탄소산업을 특화해 4차 산업을 선도하는 중심 지역으로 성장하는 것도 과제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북을 방문해 새만금사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추진 전망은. -지난 5월 31일 군산에서 열린 제22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새만금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내부 매립 공사도 공공 주도로 전환해 조기 완공을 강조했다.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새만금 개발은 속도가 관건이라고 건의했다.. 이 점을 대통령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과거 어떤 정권보다 집중적인 지원과 속도가 기대된다. →청와대에 새만금 전담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실현 가능성과 기대되는 성과는.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실이 새만금 사업을 전담해 범정부적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지난 2일 새만금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고 청와대에 관련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듣고 있다. →대통령과 헬기에 동승해 새만금지구를 둘러보았다. 어떤 대화와 건의가 이루어졌나. -새만금 사업은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다. 문 대통령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청와대에 새만금 전담 부서 설치, 매년 1조원 규모의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 공공 주도 용지매립, 국제적 규모의 신항만과 국제공항 건설 등을 재차 건의했다. 이것도 “제(대통령)가 잘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거듭 말했다. →문 대통령이 새만금 개발에 환경적 요소를 강조했다.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속도를 내기 위해 마구잡이식 난개발이 이루어지면 새만금의 가치가 훼손된다. 새만금은 쾌적한 친환경 수변 도시로 조성돼야 한다. 대통령이 환경적 요소를 강조하셨으니 마스터플랜 등에 반영돼 더욱 친환경적으로 조성될 것이다. →정부가 2023 세계 잼버리 유치를 위해 나서겠다고 문 대통령이 약속했다. 유치 전략과 전망은. -그동안 전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 여성가족부 등이 개별 국가 방문, 재외공관을 통한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앞으로 정부 부처와 적극 공조해 대륙별, 국가별 맞춤형 유치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현재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꾸준히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유치에 나서는 국제행사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달 말 가동 중단을 앞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사태 해결 전망은. -문 대통령이 군산조선소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부 주도로 해운·조선업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 1조 6000억원의 선박펀드로 현대중공업의 수주 잔량을 군산조선소에 우선 배정할 것을 건의했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와 희망은. -새 정부가 지방분권과 더불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낙후된 지역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닦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文대통령 “이념 정치·편가르기 청산”

    文대통령 “이념 정치·편가르기 청산”

    국가 지킨 후손에 예우·보답 약속…“국가보훈처, 장관급 격상하겠다”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은 6일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저와 정부는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안보’를 정권 안위에 이용했던 보수정권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 분 한 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면서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이곳 현충원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며 독립운동가와 6·25전쟁 당시 국군과 학도병 등 호국용사들, 베트남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렸다. 동시에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라며 이들과 후손에 대한 예우와 보답을 약속했다. 이어 파독 광부 및 간호사는 물론, 산업화시대 청계천변 작업장에서 재봉틀을 돌렸던 여공들을 언급하며 “그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그것이 애국”이라고 헌사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면서 “국회가 동의해주신다면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위상부터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면서 “애국이, 정의가, 원칙이,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제62회 현충일 추념식…文대통령 옆자리엔 지뢰사고 부상 군인들

    제62회 현충일 추념식…文대통령 옆자리엔 지뢰사고 부상 군인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의 충성을 기렸다.이날 추념식에는 ‘보훈 위상 강화’를 약속해 온 문 대통령의 기조를 반영한 듯 곳곳에서 국가 유공자들을 예우하려는 흔적들이 나타났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행사장에 도착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안내를 받아 국가 유공자 등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통상 현충일 추념식에서 4부 요인들이 자리했던 대통령 옆자리에는 올해 국가 유공자들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 내외의 주변으로는 지난해 지뢰 사고로 우측 발목을 잃은 공상군경인 김경렬(22)씨와 2년 전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당시 부상을 입은 김정원(26)·하재헌(23) 중사 등이 앉았다. 문 대통령은 현충탑에 헌화·분향할 때도 이들 상이군경을 비롯해 광복회장,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장,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등과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2분간 읽은 추념사를 통해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라며 이념을 넘어 화해와 통합으로 가는 기틀로서의 ‘애국’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며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면서 “국회가 동의 해준다면 국가보훈처의 위상부터 강화하겠다.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마친 뒤 다섯 명의 국가유공자에게 직접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했다. 한국전쟁 당시 포병으로 근무한 박용규(88)씨를 대신해 증서를 받은 아들 종철(59)씨는 소감문을 읽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정숙 여사는 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을 강조한 박종철씨의 소감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붉혔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소감 발표가 끝나자 문 대통령은 박씨 부자에게 향해 소감을 발표해준 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직접 자리로 안내했다. 추념식이 끝난 후 문 대통령은 ‘무명용사의 탑’을 참배하고 나라를 위해 숨진 이름 없는 순국선열들에게도 헌화·분향했다. 흐린 날씨에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이날 추념식에서는 소리꾼 장사익이 첫번째 추념 공연자로 나서 ‘모란이 피기까지’를 열창했고, 배우 이보영이 순국선열의 뜻을 기리는 시를 낭송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62회 현충일 추념식…문 대통령 “이념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청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문 대통령 “이념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청산”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추념사를 통해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뉘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한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이곳 현충원에서 애국을 생각한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지만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다. 지난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되고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겠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 흘렸던 국군이 있었다. 한 구의 유골이라도 반드시 찾아내 이곳에 모셔 명예를 지켜드리겠다”며 “베트남 참전용사의 병과 휴유장애도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로,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이다.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하고자 한다”며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간호사,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경제에 디딤돌을 놓았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드린다. 재봉틀을 돌리며 눈이 침침해지고 실밥을 뜯으며 손끝이 갈라진 그분들”이라며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노인이 되어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분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 위에서 펄럭였고, 파독 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 서해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다”며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제도상 화해를 넘어 마음으로 화해해야 한다”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이념 갈등을 끝내주실 분들이고,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세대갈등을 끝내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가 동의해주신다면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위상부터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애국이, 정의가, 원칙이,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예순 두 번째 현충일을 맞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거룩한 영전 앞에 깊이 고개 숙입니다. 가족을 조국의 품에 바치신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가유공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오늘 이곳 현충원에서 ‘애국’을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입니다.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습니다.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습니다. 지나온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킨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이었습니다. 항일의병부터 광복군까지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의 신념이 태극기에 새겨졌습니다. 살이 찢기고 손발톱이 뽑혀나가면서도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조국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독립운동가를 키우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나라 잃은 설움을 굳건하게 살아냈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국가의 예우를 받기까지는 해방이 되고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합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 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겠습니다. 기억하고 기리겠습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목숨을 바친 조국의 아들들이 있었습니다. 전선을 따라 늘어선 수백 개의 고지 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 흘렸던 우리 국군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짧았던 젊음이 조국의 땅을 넓혔습니다. 전선을 지킨 것은 군인만이 아니었습니다. 태극기 위에 위국헌신을 맹세하고 후방의 청년과 학생들도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지게를 지고 탄약과 식량을 날랐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철원 ‘백마고지’, 양구 ‘단장의 능선’과 ‘피의 능선’,이름 없던 산들이 용사들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전쟁의 비극이 서린, 슬픈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전우를 그곳에 남기고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오신 호국용사들에게 눈물의 고지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백골로 묻힌 용사들의 유해, 단 한구의 유골이라도 반드시 찾아내 이곳에 모시겠습니다. 전장의 부상을 장애로 안고, 전우의 희생을 씻기지 않는 상처로 안은 채 살아가는 용사들, 그 분들이 바로 조국의 아버지들입니다. 반드시 명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이념에 이용되지 않고 이 땅의 모든 아들딸들에게 존경받도록 만들겠습니다. 그것이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습니다.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이국의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생긴 병과 후유장애는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입니다.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입니다.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습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여러분과 함께 기억하고자 합니다. 1달러의 외화가 아쉬웠던 시절, 이역만리 낯선 땅 독일에서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 되어준 분들이 계셨습니다.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간호사, 그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경제에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도 감사드립니다. 재봉틀을 돌리며 눈이 침침해지고, 실밥을 뜯으며 손끝이 갈라진 그 분들입니다.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 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이제는 노인이 되어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 분들께 저는 오늘,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입니다.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위에서 펄럭였습니다. 파독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습니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제도상의 화해를 넘어서, 마음으로 화해해야 합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입니다. 저와 정부는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이념갈등을 끝내주실 분들입니다.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세대갈등을 끝내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무엇보다,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보훈정책은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군사원호에서 예우와 보상으로,호국유공자에서 독립, 민주유공자, 공무수행 유공자까지그 영역도 확대되어 왔습니다. 국가유공자로 모시지는 못했지만 그 뜻을 함께 기려야할 군경과 공무원, 의인들을 예우하고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해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분들의 공적에는 많이 못 미칩니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가겠습니다. 국회가 동의 해준다면, 국가보훈처의 위상부터 강화하겠습니다.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습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이 애국심을 바칠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애국이 보상받고, 정의가 보상받고, 원칙이 보상받고,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갑시다. 개인과 기업의 성공이 동시에 애국의 길이 되는 정정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나갑시다. 다시 한 번 순국선열, 호국영령, 민주열사의 애국헌신을 추모하며,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6일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세 가지 슬픔, 낭만시대의 레퀴엠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세 가지 슬픔, 낭만시대의 레퀴엠

    계절과 색깔을 매치시켜 설명하는 것은 언제나 참 어려운 일이다. 겨울은 흰색, 가을은 갈색 계열 등 누구나 예상하기 쉬운 비유와 달리 여름을 정의할 수 있는 색깔은 사뭇 다양할 듯하다. 내 취향과 주관으로 보아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색깔은 점점 짙어져 가는 녹색이다. 녹음이 짙어짐과 동시에 우리의 감성과 느낌도 점점 진해져 갈 것은 분명한 바 짙푸른 녹색의 계절에 마냥 즐거워질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전쟁의 아픔과 그 상처, 그리고 여러 가지 다이내믹한 사건들로 기억되는 대한민국의 6월은, 그래서 환호보다는 위안과 다독임이 필요한 소중한 시간이다.클래식 음악에서 ‘레퀴엠’은 직역하면 ‘진혼미사’ 등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느리지만 확실한 효과가 있는 음악적 치료약의 역할도 한다. 특히 낭만시대의 대가들이 만든 레퀴엠들은 모차르트, 케루비니 등의 고전파 시대 미사 구성에 따른 곡들과 달리 자유로운 구성과 내용으로 듣는 이들의 심리에 더 다양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와 닿는다. 요컨대 인간 감정에 충실한, 죽은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 모두를 위한 진혼곡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처음 언급할 낭만시대의 대표적 레퀴엠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가 주세페 베르디의 작품이다. 1874년 완정된 이 곡은 초연 때부터 인기를 끌었으며, 애국 시인이었던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서거 1주년을 맞아 연주돼 한때 ‘만초니 레퀴엠’으로 불렸다. 원래 1869년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의 서거 1주년으로 계획되었던 이 작품은 오페라적인 요소가 넘쳐난다. 솔리스트와 합창의 주고받는 대화식의 연출, 스피디한 극적 전환, 오페라 아리아의 구성을 닮은 솔로 파트 등이 그러하다. 키리에, 세쿠엔차, 오페르토리움, 상투스, 아뉴스 데이 등 전통적인 미사 구성과 라틴어 가사로 만들어졌으며, 가장 유명한 ‘디에스 이레’ (진노의 날)는 곡의 앞뒤에 등장해 신의 구원을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1868년 요하네스 브람스가 발표한 작품번호 45의 레퀴엠은 독일어 가사로 노래한다는 면에서 특별하며, 다른 작곡가의 곡들과 구별되는 ‘독일 레퀴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작품은 1856년 세상을 떠난 브람스의 멘토 슈만의 죽음과 1865년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어머니 두 사람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슈만 사후 그의 작품 계획에 들어 있던 ‘독일어 레퀴엠’을 브람스가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고도 한다. 스스로 루터 교인이라고 밝힌 브람스가 채택한 가사는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에서 따온 것이며 마태복음, 시편, 야고보서 등을 토대로 하고 있다. 모두 7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악장마다 서로 다른 악상과 관현악법, 합창과 솔리스트들의 입체적인 분배 등으로 자유로운 성격을 띠고 있어 교회에서 연주되기보다는 음악회장을 위한 ‘감상용’ 작품이라고 하겠다.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가 오랜 기간에 개작을 거듭해 1900년 초연한 레퀴엠은 작곡가의 표현에 따르면 ‘온전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레퀴엠’이라고 할 수 있다. 작곡의 의도는 명확지 않으나, 1885년과 1887년 잇달아 세상을 떠난 부모와 저명한 건축가 요제프 르 수파셰의 죽음을 기리고자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앞의 두 작품보다 작은 규모이며 엄격한 라틴어 미사의 순서를 따르고 있는 작품이 약 15년간 수정과 축소, 확대를 거듭하며 바뀐 것은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와 관련된 포레의 생각 때문이었다. 애초 바이올린 등 화려한 느낌의 고음악기가 빠진 작은 관현악 편성과 오르간이 연주하길 원했던 포레의 구상은 나중에 대편성으로 바뀌긴 하나, 그의 머릿속에 울렸던 레퀴엠은 투명한 수채화적인 색채와 맑고 깨끗한 합창의 천국적 울림이었음이 분명하다. 언제 들어도 청명한 아름다움이 경건함과 치유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명곡이다.
  • [그 책속 이미지]

    [그 책속 이미지]

    속도의 무늬/함주해 그림·지음/위즈덤하우스/296쪽/1만 4000원‘초여름 까만 이파리들이/부서진 뙤약볕 쓸어/한쪽으로 가지런히 모은다./그늘을 귀담아듣기 좋은 날/구석은 내가 앉으면 같이 앉았다./‘초인종 같은 단잠들…’/유월이 주문을 외우고 있다.’ 그늘을 귀담아듣기 좋은 6월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연두에서 선명하고 진한 초록으로 자라난 잎사귀 아래를 찾아나설 때다. 주인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의자에 털썩 앉아 잠시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때다. 이 풍경처럼 휴식과 치유가 되는 그림이 서정적인 글과 짝을 이뤘다. 일러스트레이터 함주해 작가가 고요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을 부드럽게 휘젓는 삶의 다양한 무늬를 그림 에세이로 완성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中 ‘빚 폭탄’ 째깍째깍… 금융위기 이후 100%P 치솟아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中 ‘빚 폭탄’ 째깍째깍… 금융위기 이후 100%P 치솟아

    중국 동부 산둥(山東)성의 대표 기업인 치싱(齊星)그룹이 3월 말 과도한 채무 부담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전면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산둥성 북부 빈저우(濱州)시 쩌우핑(鄒平)현에 위치한 치싱그룹은 알루미늄 강관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쩌우핑알루미늄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으로 신소재와 금융, 부동산 관련 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산은 176억 위안(약 2조 9000억원)으로 이 중 부채가 총자산의 56%인 100억 위안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싱그룹은 보유 부동산 평가액이 14억 위안에 그쳐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79억 위안의 부채를 갚을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싱그룹이 최종 부도 처리될 경우 그룹에 1억 위안 이상 대출을 해준 33개 금융기관의 연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궈신(國信)증권은 치싱그룹에 7억 3000만 위안을 빌려준 최대 채권자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파산 위기 기업들… 금융기관 연쇄 피해 불가피 중국에 부채 위기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서도 부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등 중국의 총부채 규모가 지난 몇 년 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2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금융부문 제외) 부채비율은 265%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256%와 비교하면 불과 6개월도 안 돼 무려 9% 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총부채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중국 경제에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국 총부채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140∼150% 선을 유지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불어나며 무려 100% 포인트나 치솟았다. 해마다 GDP의 10% 이상 증가한 셈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28년 만에 끌어내리며 불어나는 부채를 막지 못한다면 신용등급 추가 강등을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달 24일 부채가 늘어나고 성장률이 둔화해 재무건전성이 약화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일어난 1989년 이후 처음으로 한 단계 강등(Aa3→A1)했다. 윌리엄 애덤스 PNC그룹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총부채비율이 경제성장 속도보다 빨랐다”며 “지난 1분기에도 중국 부채 조달은 12%나 증가하며 명목 GDP가 성장한 것만큼 늘었다. 이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中 부채 위기 부추기는 ‘그림자 금융’ 중국 부채 위기는 ‘그림자금융’(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세계은행(WB)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인 중국 지방정부 산하 금융기구(LGFV)가 2015~2016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부채를 늘려 왔다. 지방정부들은 1994년 이후 공식적으로 빚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진 뒤 지방정부 명의로 LGFV를 설립해 편법으로 돈을 빌려 왔다. 지방정부들이 그림자금융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10년이나 지나 뒤늦게 알아챈 중앙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허가해 이들의 자금운용을 ‘양지’로 끌어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부터 2015년 이후 발행된 LGFV 채권을 지방정부 채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해당 부채 증가율은 2014년 22%에서 2015년 25%로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22%에 이른다. WB는 “LGFV 부채가 공공지출과 투자에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지방정부와 점점 복잡하게 엮이면서 분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쉬중(徐忠) 인민은행 금융시장사 부사장(副司長)도 중국 정부부채 비율이 LGFV 등 통계에서 벗어난 빚을 더할 경우 GDP 대비 60%가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국의 공식 발표는 2015년 기준 44.4%이다. 중국 총부채에서 기업부채의 비중이 170%에 이를 정도로 많다는 것도 문제다. 선진국(평균 89%)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IIF는 10년간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빚을 내면서 특히 국유기업들의 과잉 공급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유기업에서 국유은행으로 자금 압박이 확산되면서 궁극적으로 정부부채 폭증을 불러올 수 있다. 중국의 지난해 말 현재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37%(중앙정부 16%, 지방정부 21%)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정부부채 비율은 2018년 40%, 2020년 45%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IIF가 예측했다. 기업부채의 급증은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둔화에 대응해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기업 투자 중심의 대규모 경기부양 탓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1년 총고정자본투자는 연평균 20.2%나 늘어났다. 중국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게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부채가 급증하면서 중국이 장기적 저성장에 빠지거나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처럼 금융위기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8월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조속히 기업부채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진화 나선 中 정부 “금융위기 와도 끄떡없다” 부채 위기론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정부와 가계 부문의 부채 수준은 낮다며 우발 채무와 지방정부 자금조달 플랫폼에 있는 부채를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부채 비율은 40% 안팎이어서 국제 경계선인 60%를 크게 밑도는 만큼 일본(200%)이나 미국(120%) 등 주요 경제국들의 부채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중국 가계부문의 부채율도 40%로 80%에 가까운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데다 세계 1위인 중국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를 넘는 덕분에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끄떡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무디스는 중국의 구조개혁조치가 역부족이라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를 막지 못한다면 추가 신용등급 강등도 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뉴욕타임스(NYT)도 부채를 지렛대로 빠른 성장을 했던 중국 경제가 이제 빚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무디스가 경고를 울렸다”고 위기론을 부채질했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과 금융시장을 키우기 위해 중국 지방정부와 국유기업들은 계속해 빚을 늘린 결과 당국은 이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경제의 거품을 빼고 정상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공산당이 중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만성적인 부채 중독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낙관론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로 결국 중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탄탄한데도 홍콩 증시 대표지수인 항성(恒生)지수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FT는 중국에서 최근 들어 ▲은행 간 단기자금시장의 금리가 치솟고,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늘어나며 ▲부동산시장이 냉각되고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까닭에 중국의 ‘하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보는 이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조현 신임 외교차관 “위안부 합의 대단히 잘못됐다”

    조현 신임 외교차관 “위안부 합의 대단히 잘못됐다”

    한·일 양국이 2015년 12월에 체결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에 대해 조현 신임 외교부 2차관이 “대단히 잘못된 합의”라고 비판했다.조 차관은 1일 주 인도 대사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이동했다. 조 차관은 청사를 찾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정부에서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 외교 사례의 하나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꼽았다. 조 차관은 이 합의가 ‘톱 다운’(top down·위에서 결정해서 아래로 지시하는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식의 대표적인 의사 결정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양국 정부가 확인했다”면서 민간 재단인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일본 정부가 출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은 빠져 있을 뿐더러, 유엔인권위원회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실질적 조치가 없었음을 지적하는 상황임에도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합의해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NBA] 르브론 자택에 인종차별 낙서, 파이널 1차전에 어떤 영향?

    [NBA] 르브론 자택에 인종차별 낙서, 파이널 1차전에 어떤 영향?

     1일(이하 현지시간) 골든스테이트와의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1차전에 출전하는 르브론 제임스(33·클리블랜드)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근교 자택에 흑인을 비하하는 페인트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날 LA 경찰국은 LA 북서부 브렌우드에 있는 제임스의 자택 대문에 누군가 ‘N’으로 시작하는 인종차별 스프레이 낙서를 해놓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낙서가 언제 쓰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근처 CCTV를 확인하고 있다.  범인이 스프레이를 뿌린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제임스는 NBA 파이널 1차전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팀 훈련에 참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클랜드에서 진행된 파이널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가족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인종주의가 늘 세계의 일부이며, 미국의 일부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미국에서의 증오가 매일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에멧 틸의 어머니가 아들의 관을 열어보이고 싶어했던 것도 아들이 미국에서의 증오범죄 때문에 스러졌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던, 얼마나 유명하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개탄했다.  제임스의 LA 자택은 877㎡ 면적으로 2015년 구입했으며, 시가 2000만달러(약 223억원)가 넘는 고가 주택이다. 하지만 주 거주지는 아니다.  세 차례나 챔피언에 올랐고 통산 네 차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제임스는 개인 통산 일곱 번째 NBA 파이널에 나선다.  제임스는 “평상시 에너지 넘치는” 상태는 아니라며 “우리 아내가 가족의 에너지 담당인데 그녀는 모든 게 괜찮다고 했다. 시간이 모든 걸 치유한다. 오늘이 끝날 때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이 계속 화제가 되고 계속 진전돼도 내가 우리에게 다시 일어난 일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식으로 퇴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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