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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막시신 9구 또 발견…멕시코에선 지금 무슨 일이?

    토막시신 9구 또 발견…멕시코에선 지금 무슨 일이?

    멕시코에서 끔찍한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멕시코 경찰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베라크루스주의 살라파에서 토막난 시신 9구를 발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자정쯤 익명의 전화를 받았다. 엘테하라는 지역에 차량 안에 버려진 시신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경찰이 출동해 보니 정말 문이 열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접근한 경찰은 차량 안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안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토막난 시신이 가득했다. 차에선 경고메시지도 발견됐다. 익명을 원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범인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남긴 2개의 경고메시지가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베라크루스주에선 1주일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5일 참수된 머리 5개가 택시 보닛 위에서 발견된 것. 택시 안에는 목이 잘린 시신을 담은 가방들이 실려 있었다. 베라크루스는 범죄카르텔 간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멕시코에서도 가장 치안이 불안한 곳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라크루스에선 할리스코 뉴 제네레이션, 세타스 그리고 걸프 등 3개 범죄카르텔이 유혈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국가들은 최근 멕시코 콜리마, 게레로, 시날로아, 미초아칸, 타마올리파스 등 5개 주에 대해 여행금지령을 내렸다. 치안이 너무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베라크루스는 이들 5개 주 못지않게 치안이 불안한 곳이다. 멕시코 언론은 "지방정부의 부패와 경찰력 약화, 신생 범죄카르텔의 등장 등이 겹치면서 베라크루스가 멕시코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의 치안불안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멕시코에선 2만3101명이 피살됐다. 이는 20년 내 최악의 기록이다. 사진=엘데바테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관가 인사이드] “경찰대 출신 다시 요직 꿰차나” “입직 경로 떠나 경찰 화합을”

    [관가 인사이드] “경찰대 출신 다시 요직 꿰차나” “입직 경로 떠나 경찰 화합을”

    최근 경찰 조직 내에서 경찰대 출신들이 재약진 하고 있다. 경찰 간부후보(37기) 출신인 이철성 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찰대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최근 경찰대 1기인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급부상하면서 경찰대 출신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대 vs 비경찰대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며 경찰 내부에서 경찰대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찰 스스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14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치안감 이상 34명 중 경찰대 출신은 19명(55.8%)으로 과반이다. 이 중 이철성 경찰청장을 제외하면 경찰대 출신 비중은 57.5%로 더 높아진다. 경찰 내 세 번째로 높은 계급인 치안감으로만 살펴보면 전체 27명 중 16명(59.2%)으로 역대 가장 많은 경찰대 출신이 치안감에 포진하고 있다. 치안감 중 경찰대 출신은 2013년 27명 중 9명(33.3%)에 불과했지만 2014년 26명 중 12명(46.2%), 2015년 27명 중 14명(51.9%), 2016년 26명 중 13명(50.0%)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가장 많은 증가폭을 보였던 2014년과 2015년은 경찰대(2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경찰청장에 오른 강신명 전 청장(2014년 8월~2016년 8월) 재임 시기였다.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비중이 높아지면서 비경찰대 출신과의 반목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대 출신이 과도하게 주요 고위직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경찰에서는 “경찰대 출신들이 처음으로 치안감에 승진하기 시작하던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에 시기상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고위 간부직은 대체로 순경으로 임관한 경찰관들보다 승진 연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찰대와 간부후보 출신(모두 경위 임관), 그리고 고시 특채(경정 임관) 등으로 이뤄진다. 고위직 대부분이 이들 출신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비중이 갑자기 높아지면 간부후보 출신 등 비경찰대 출신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찰대 출신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줄서기’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경찰청장은 2016년 강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내정됐을 당시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경찰대 출신 상위직 편중 우려를 감안해 2012년 마련된 경찰대학 운영개선 방안을 지속 추진하고 경찰대 출신들이 전문역량을 갖추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대 출신 편중 인사 논란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비경찰대 출신 경찰관은 “이 청장 취임 이후 경찰대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무래도 비판적 시각이 많이 있다보니 자중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대 출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 첫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역할을 했던 황운하(경찰대 1기) 울산경찰청장이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또 경찰청장(치안총감)에 이은 경찰 내 서열 2위로, 여섯 자리뿐인 치안정감의 절반을 다시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경찰대 1기인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0년 경찰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태극무궁화 세 개를 단 이후 경찰대 출신 치안정감은 대체로 2명을 유지했다. 2014년 말 치안정감 자리가 5개에서 6개로 늘어나며 세 명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 시절 마지막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경찰대 출신 2명, 간부 후보 출신 2명, 고시 특채 출신 2명으로 균형을 이뤘다. 지난해 12월 고위직 인사에서도 경찰대 출신의 강세는 지속됐다. 경찰대 4기인 민갑룡 치안감이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며 경찰청 차장으로 임명됐다. 경찰대 1기인 이주민 치안정감은 인천경찰청장에서 서울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대 2기인 이기창 치안정감은 경기남부경찰청장 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간부 후보 출신 치안정감은 박진우(37기) 경찰대학장, 조현배(35기) 부산경찰청장 두 명이며, 나머지 1명은 특채 출신 박운대 인천경찰청장이다. 특히 경찰청장으로 향하는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경찰대 출신들이 바통 터치해 경찰대 출신들에게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경찰대 출신이 다시 급부상 하자 내부에서는 경찰대 비판론이 또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9월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대 출신의 경우 졸업과 동시에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 경위로 입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경찰관은 “서울대나 고려대, 연세대 출신도 순경 공채 시험에 등장하고 있는 시대에 ‘경찰대 출신은 무언가 다른 엘리트’라는 생각을 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면서 경찰대 폐지를 주장했다. 해묵은 갈등과 반목을 털어내고 다양한 입직 경로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사법고시라는 하나의 관문으로 들어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보다 더 개방적이고 투명한 조직이라는 강점이 있다”면서 “서로 파벌을 형성해 갈등을 일으키는 것보다 이 같은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찰 조직으로서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경찰청 대변인은 “경찰의 다양한 입직 경로가 경찰 조직의 건강한 조직 운영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경찰 업무의 다양성에 비춰 볼 때 서로가 가진 장점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경찰대 출신이든 비경찰대 출신이든 결국 하나의 경찰”이라면서 “최근에는 입직 경로와 상관없이 각 구성원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동생 종철이 스러져 간 대공분실, 시민 품으로”

    “동생 종철이 스러져 간 대공분실, 시민 품으로”

    “매년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영화 ‘1987’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 갖고 추모제에 참석해 주시고 동생을 기억해 주시는 분도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박종철 열사 31주기인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박 열사의 형 박종부씨는 시민들과 함께 509호 조사실에 놓인 박 열사의 영정에 헌화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박 열사를 추모하러 옛 대공분실에 모인 유가족과 민주인사, 시민 200여명은 당시 경찰이 박 열사를 끌고 올라갔던 나선형 계단을 걸어 올라 박 열사가 숨진 5층 조사실에 차례로 헌화했다. 오전에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 내 박 열사 묘소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박종부씨는 “부모님께서는 거동이 힘드셔서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하셨다”면서 “그래도 종철이를 추모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해드리면 빙그레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박 열사의 하숙집 골목이었던 관악구 대학5길 9 도로를 ‘박종철 거리’로 명명하는 선포식이 열렸다. 선포식에 참석한 박 열사의 누나 박은숙씨는 “종철이가 살던 길이나 한번 보려고 왔는데 그때와 다르게 너무 많이 변해 화려해졌다”며 “1987년에 이 길이 이런 모습이었다면 종철이가 새벽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새벽 이곳 하숙집 골목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원들은 추모제가 열린 이날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현재 경찰이 운영하는 옛 대공분실을 시민사회에 돌려줄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김학규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독재 정권 시기에 인권을 유린한 대표적인 공간이 중앙정보부의 남산 건물, 기무사령부의 서빙고 분실, 치안본부(옛 경찰)의 남영동 분실이었는데 현재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남영동 분실뿐”이라면서 “이마저도 경찰이 2000년대 옛 대공분실을 리모델링하고 인권센터를 세우면서 당시 원형이 변형됐고, 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났다고 과시하는 장소로 변질됐다”며 시민사회가 옛 대공분실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본적으로 국가건물이어서 무상 임대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민단체와 만나 실정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협의를 진행해 그분들의 뜻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청장 등 경찰 지휘부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찾아 박 열사의 영정 앞에 헌화한 뒤 묵념을 했다. 경찰 지휘부가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종부씨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은 종철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주인사, 학생, 조작 간첩이 고통받고 스러져 간 곳”이라며 “이들을 기념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교육할 수 있는 인권기념관으로 돌려놓아야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나눌 수 있고 민주인사의 영령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청장이 경찰청장으로서 동생을 추모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대공분실을 시민사회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진정성 있고 실현 가능한 사죄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권력기관 개혁안] 대공·안보수사 넘겨받는 경찰… ‘자치경찰제’로 권한 분산

    [권력기관 개혁안] 대공·안보수사 넘겨받는 경찰… ‘자치경찰제’로 권한 분산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이 국회에서 입법화되면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1차 수사 대부분을 전담하고,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는다. 대신 경찰 조직·기능의 비대화로 인해 거대 권력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권한을 분산하도록 했다. 또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분리해 행정직 고위 경찰이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경찰대 출신 고위직 독점을 막기 위한 보완책도 추진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찰 비대화의 우려를 불식하고 수사의 객관성 확보, 경찰의 청렴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대공·안보 수사 경찰로 일원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칭 ‘안보수사처’ 신설이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의 기능이 겹치던 대공·안보 관련 수사가 경찰로 이관된다. 대공수사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안보수사처는 독립된 별도 조직으로 운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정원 외에 대공 수사기능이 있는 곳이 경찰”이라며 “경찰의 대공수사도 오·남용의 역사가 있지만, 그래서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갖고 오되,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보수사처는 경찰청 본청 및 전국 지방경찰청 소속 43개의 보안수사대를 중심으로 해서 조직을 넓히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공수사 조직·인력 중 상당 부분이 안보수사처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지만, 규모나 직급 등은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논의 과정과 추후 기관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대공수사권 이첩에 대해 “우리가 하던 대공수사가 있지만, 모르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연계 부분 등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있어서 대공수사 기법이나 그간 갖춰진 인프라와 노하우를 지원받아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이원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제주도에서만 시행 중이다. 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국가경찰과 광역시·도 소속 자치경찰로 이원화하는 게 핵심이다. 자치경찰은 시·도 지사의 지휘를 받아 생활범죄 예방과 단속, 공공질서 유지 등 지역 치안 업무와 교통·경비·정보활동을 한다. 지역을 넘나드는 강력 범죄나 테러 등 국가 치안과 관련한 업무는 경찰청의 지휘를 받는 국가 경찰에 맡기겠다는 게 청와대의 안이다. 조 수석은 “지금은 제주도에서만 2016년부터 자치경찰제도를 하고 있지만, 2013년 지방행정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그 법에 따라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법부의 선택이 있었다”며 “정부는 입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하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회가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요구했다고 적시해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반경찰과 수사경찰 분리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경찰은 1차 수사 대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검찰은 2차 수사와 기소를 맡는다. 과거 검찰이 직접 수사한 굵직한 성격의 사건 상당수가 경찰의 손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청와대는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에 수사경찰과 일반경찰(행정경찰)을 분리 운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등 일반경찰이 수사를 임의로 지휘할 수 없도록 하는 견제장치인 셈이다. 조 수석은 “행정직에 근무하는 고위 경찰이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경찰 외부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실질화해 경찰권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행정 심의·의결기구인 경찰위원회에 경찰청장 임명제청권 등 실질적 권한을 줘 경찰 통제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위상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확대되는 수사권한을 경찰대 출신이 독점하는 일이 없도록 견제장치도 추후 마련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전국의 경찰행정학과 출신이 일정 부분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해서 순혈주의를 없애는 것이나 순경으로 경찰관이 돼도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도록 혼혈화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랜 숙제였던 수사권 조정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경찰에서 수사를 받은 사람이 검찰에서 이중수사를 받게 돼 있는데 그 부분만 달라져도 국민들의 체감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14일 이 청장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직 개편 등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권력기관 개혁안] 국민 위한 검·경·국정원으로… 상호 견제·권력남용 통제

    [권력기관 개혁안] 국민 위한 검·경·국정원으로… 상호 견제·권력남용 통제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조직의 편의에 따라 국민 반대편에 서 왔다. 이들 권력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국정 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조국 청와대 민정수석)31년 전인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 끝에 숨진 14일, 청와대는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군사독재 시절 최고권력자의 눈과 귀, 손과 발이 됐던 이들 기관은 민주화 이후 환골탈태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농단 특검 및 검찰 수사와 재판,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활동 등에서 보듯 국가시스템의 붕괴가 진행됐다. 그 증거가 ‘탄핵’이다. 권력기관이 부패한 권력층과 자신들의 불합리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힘을 남용한 탓이다. 때문에 개혁안은 권력기관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권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제도개혁에 의한 권력기관과 정치의 단절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며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7개월여 만에 내놓은 개혁안의 방향은 크게 3가지다.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견제와 균형에 따른 권력남용 통제 등이다. 적폐에 대한 단절과 청산은 검·경이 핵심이다. 국정원은 일찌감치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를 발족해 과거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조사하고 수사 의뢰를 끝냈다. 경찰은 민간조사단이 꾸려지는 대로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사건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진상조사 대상을 검토하고 조사단을 구성한다.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전환이 개혁안의 배경에 해당한다면 ‘상호견제와 균형 원칙’은 세부방안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이기도 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 안보수사처 신설, 경찰 비대화를 막기 위한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골자에 해당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수처는 검사·판사, 고위직 경찰 범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고, 공수처 소속 검사나 수사관의 범죄는 검·경이 모두 수사할 수 있다”면서 “기관별로 자신의 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운영 지지도가 70%를 웃도는 시점에서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드라이브를 거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 실패와 관련, 문 대통령은 “당시 사법개혁위원회 같은 기구에 맡겨서 객관적으로 제도개혁을 했어야 햇는데, 검·경 자율 조정으로 맡겨놨다”면서 “결국 접근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반성한다”고 지난해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밝혔다. 물론, 개혁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공회전’만 하다 끝난다.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야권 반발이 무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율이 50%, 대통령 지지도가 70% 선인데 공수처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은 80%를 넘는다”면서 “여야가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나도 헌화할래”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열기 후끈…영화 ‘1987’의 힘

    “나도 헌화할래”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열기 후끈…영화 ‘1987’의 힘

    고 박종철 열사의 31주기는 외롭지 않았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의 파장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참혹한 고문 현장이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 헌화하는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도 14일 영화를 관람했다고 페이스북에 알렸다. 31주기에 맞춰 청와대에서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안을 발표했다.박 열사의 31주기 추모식이 14일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주관으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박 열사의 친형인 박종부 씨와 고문치사 사건 축소 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박 열사의 모교인 서울대와 부산 혜광고 재학생 등도 추모식 자리를 지켰다. 일부 참석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인 ‘남영동 대공분실 시민의 품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정부의 빠른 조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추모식은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을 계기로 고문치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으며 일부 언론은 이런 추모식 분위기를 전하고자 드론까지 띄워 취재 경쟁에 나섰다. 추모식은 민중의례, 분향 제례, 약력 소개, 추모사, 유가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대 언어학과 후배가 추모시를 낭송하고 대학 동기 등이 추모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추모사에서 “1987년 6월 항쟁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정치권이 협상하면서 그 성과는 왜곡 변질됐다”라며 “박종철·이한열 열사 등 수많은 민주열사의 혼백이 엄호하는 가운데 그동안 유예된 6월 항쟁의 개혁이 다시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오후 2시 50분쯤 박 열사가 경찰의 고문을 받다 숨진 서울 용산구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헌화 행사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옛 대공분실을 찾아 “저도 1981년 이곳에 왔었고 고문을 심하게 당했다”며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공분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오늘 헌화에만 200여명의 시민들이 방문했다”며 “올해는 영화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많은 시민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은 방명록이 가득 찰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박 열사가 고문을 받았던 509호 앞에는 헌화하기 위한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박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굳은 표정으로 509호에서 헌화했다. 시민들 역시 차례대로 박 열사의 사진 앞에 흰 국화를 놓았다. 몇몇 시민들은 헌화하면서 눈시울이 붉히기도 했다.시민 김모(47)씨는 “영화 1987을 보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오게 됐다”며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더 음산한 것 같다. 가슴 아픈 역사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새벽 관악구 서울대 인근 하숙집 골목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같은 날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졌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찰, 대공수사 전담부서인 ‘안보수사처’ 신설

    경찰, 대공수사 전담부서인 ‘안보수사처’ 신설

    경찰, 수사경찰·행정경찰 분리   앞으로 경찰은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게 되며, 자치경찰제 도입과 함께 경찰의 기본기능을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분리해 경찰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청와대는 14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권력기관 개혁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향후 권력기관의 ‘제자리 잡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 및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이후 가칭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수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방안이 잡혔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수사경찰·행정경찰 분리 등 경찰 권한의 분리분산과 함께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의 견제통제장치를 통해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고 수사의 객관성 확보 및 경찰의 청렴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청와대는 “경찰은 전국에 10만명 이상의 인원으로 수사권은 물론 정보·경비·경호 등 광범위한 치안 권한을 갖고 있고 대공수사권까지 이관될 예정으로, 방대한 조직과 거대기능이 국민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개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철성 경찰청장, 지휘부와 남영동 방문…박종철 열사 추모

    이철성 경찰청장, 지휘부와 남영동 방문…박종철 열사 추모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는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 조사실을 찾았다.경찰 지휘부가 단체로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509호 조사실은 1987년 1월 서울대생이던 박 열사가 경찰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이 청장 등 지휘부는 박 열사가 숨진 509호 조사실에서 헌화와 묵념으로 고인을 추모한 뒤 1985년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고문이 끌려와 고문당한 515호 조사실에 들러 경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이 청장은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많은 국민께서 30년 전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경찰의 잘못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권경찰로 거듭나고자 내일 추도식에 앞서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맡고 있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 운영을 시민사회에 넘겨 접근성을 높이고 인권기념관을 설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청장은 “기본적으로 국가건물이어서 무상 임대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시민단체와 만나 실정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협의를 진행해 그분들의 뜻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울광장] 기억해야 할 ‘고통의 공간’/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억해야 할 ‘고통의 공간’/박건승 논설위원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은 것은 고스란히 영화 ‘1987’ 덕분이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란 의문에 답을 줬다는 바로 그 영화다. 얼마 전 일요일에 ‘1987’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가 내친김에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까지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그날은 실패했다. 이른바 ‘빨간날’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탓이다. 남영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우측으로 돌면 검은 벽돌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뀐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수많은 민주 인사와 학생, 그리고 ‘조작 간첩’들이 온갖 고문을 당면서도 이 땅의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역사 현장이다. 평일 오후에 찾은 그곳은 짐작한 바대로 살풍경했다. 특유의 을씨년스러움은 고문의 끔찍함과 자연스레 연결 짓게 한다. 이 건물이 대표적 현대건축가인 김수근이 설계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유신 독재 시절인 1976년에 지어져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썼지만 한동안 ‘해양연구소’라는 간판을 달고 용도를 위장하기도 했다. 건물 5층 취조실로 가는 피해자라면 누구나 녹슨 나선형 철제 계단을 거쳐야 한다. ‘지옥’으로 가는 계단이다. 쳐다만 봐도 현기증이 난다.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계단이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눈이 가려진 피해자는 자신이 끌려온 방향이나 끌려 올라간 층수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선형 계단에는 대략 3m 간격으로 있어야 할 계단참이 없다. 자신의 현 위치가 몇 층인지 알 도리가 없다. 공간 지각력의 상실과 그로 인한 공포는 극에 달했을 것이다. 고문실로 가는 길도 이럴진대 정작 고문실은 어떠했을까.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야만의 공간 509호실. 스물셋의 젊디젊은 청년 박종철군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꺾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좁은 취조실 안쪽엔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욕조와 취조받던 철제 책상·의자가 그대로다. 서울대 언어학과 84학번 기(旗)와 영정 사진이 말없이 자리를 지킨다. 조사실의 조명은 외부에서 조절해 낮과 밤의 경계를 잃어버리게 했다. 마주 보는 문들을 서로 엇갈리게 배치해 맞은편에서 같이 문을 열어도 마주칠 수 없다. 보통 취조실에는 비명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음 시설이 필요하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곳은 흡음재 대신 목재 타공판을 사용했다. 비명만 울려 퍼지도록 해서 공포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보다 더 치밀한 ‘악의 공간’이 있을까. 경찰청 인권센터에서는 표지판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전문 학예사도 없다. 50여m 밖 대로변에 보일 듯 말 듯한 50㎝짜리 안내판이 나무판에 덜렁 매달려 있는 게 고작이다. 고 김근태 의원이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전기고문을 당했던 5층 끝자리 515호실은 흔적을 완전히 지워 버렸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고문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한 그였지만 설명문 하나 붙어 있지 않다. 오고 싶으면 오고, 말고 싶으면 말라는 식인 거 같다. 2005년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에게 내놓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이곳은 경찰청이 관리·운영한다. 전체 7개 층 가운데 4개 층은 현직 경찰들이 업무 공간으로 쓴다. 지구대 하나 제 발로 찾기를 꺼리는 소시민들로서는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경찰이 과거사에 대한 뼈저린 반성의 의지를 보여 준다는 차원에서도 그 문은 활짝 열려야 한다. 건축가 김명식은 ‘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라는 책에서 ‘기억을 지속시켜 주는 것은 공간뿐’이라고 적었다. ‘지나간 일과 사건, 추억, 모습은 시간에 묶여 있는 것이기에 되살릴 수 없다. 시간이 되돌아오지 않듯이. 하지만 공간은 지속적인 기억의 가능성을 준다. 공간 한가운데 생생히 붙잡아 둔 기억은 바로 그 공간에 의해 그곳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는 것은 ‘사회적 고통과 기억의 공간’, 즉 고통이 내재된 과거 속으로 들어가 ‘아픔의 비’를 함께 맞으려는 뜻에서일 게다. 슬픔이 기억되지 못하는 공간은 비극이다. 아픔을 기억하지 않으려는 사회는 야만이다. ksp@seoul.co.kr
  • 신해철,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 80년대에 바침

    신해철,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 80년대에 바침

    “박 대통령께서는 총탄을 맞으신 직후 김계원 청와대 비서실장에 의해서 급거 군서울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병원에 도착하시기 직전에 운명하신 것으로 원장의 진단이 내려졌습니다.”2014년 10월 의료사고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신해철씨가 1996년 내놓은 노래 ‘70년대에 바침’은 박정희 전 대통령 피격 사망 소식을 전하는 당시 정부 발표 내용으로 시작된다. ● 한발의 총성으로 막 내린 1970년대,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 서울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가수 심수봉과 여대생 등을 불러 술자리를 즐기던 중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고 숨을 거뒀다. 김재규는 이후 법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나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저격한 것이다”라고 외쳤다.당시 11살이던 신해철은 훗날 노래를 통해 이렇게 회상했다.“한발의 총성으로 그가 사라져간 그날 이후로 70년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지. 수많은 사연과 할 말은 남긴 채. 남겨진 사람들은 수많은 가슴마다에 하나씩 꿈을 꾸었지. 숨겨왔던 오랜 꿈을.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신씨의 회상처럼 박정희 군사정권의 몰락으로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화를 향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이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친애하는 민주정의당 동지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신 각계 귀빈 여러분. 새역사, 새시대, 새정치를 개척해 나가자는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부름을 받고 나는 오늘 심심한 사유와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 정당의 총재라는 위치, 그리고 대통령 후보자라는 위치가 얼마나...”국민들은 민주화를 꿈꿨지만 그 결과는 신군부 전두환 정권 등장이었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한 전두환은 자신이 대통령에 오르기 위해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를 발동하고, 이튿날인 18일 민주화운동이 들끓었던 광주에 계엄군과 공수특전여단을 투입해 국민을 향한 잔혹한 학살까지 자행했다. ● 전두환과 1980년 5월 광주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보다는 영화를 통해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다. 1987년 단편 ‘칸트씨의 발표회’를 시작으로 이후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26년’ 등 영화인들은 저마다의 관점과 방식으로 정권의 폭압성과 민중의 저항을 그렸다. 영화 관객, 더 넓게는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는 단연 2017년 8월 개봉한 ‘택시운전사’가 꼽힌다.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큰돈을 벌기 위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1980년 5월 광주로 향했다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국가의 폭압과 학살을 목격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극장에서만 누적 관객 1218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 영화 관객수 9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광주 5·18’이라는 시대적 배경 외에도 상당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 소속 일본 도쿄 특파원이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는 1980년 5월 19일 오전 ‘계엄령이 내려진 광주에서 시민과 계엄군 충돌’이라는 짤막한 내용의 일본 언론보도를 보고 당일 오후 서울로 향했다.서울에 도착한 힌츠페터는 이튿날인 20일 오전 자신이 묵었던 호텔의 택시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영화 속 ‘만섭’은 이후 실존인물 김사복으로 확인됐다. 김사복씨의 도움으로 광주 현지 취재에 성공한 힌츠페터 기자는 이를 바탕으로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광주의 참혹한 진실을 세계에 고발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진실은 한국에만 알려지지 않았고, 당시 한국에서는 국가의 감시를 피해 대학가와 성당 등에서만 힌츠페터의 다큐멘터리가 비밀스럽게 상영됐다. 부산에서는 1987년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이 영상이 상영됐는데,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 ‘탁’ 치니 ‘억’하고 죽어야만 했던 1987년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도 떠오른 영화 ‘1987’ 속 대사다. 이 영화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부터 이한열 열사 사망까지 실제 1987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1987년 1월 13일 밤 12시 무렵.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은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수배 중이던 박종철의 선배 박종운을 잡기 위해서였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박종철은 경찰의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에도 선배 박종운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저항하다 의식을 잃었고 14일 오전 11시 45분쯤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경찰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나 중앙일보 기자가 검찰을 통해 ‘서울대생 사망 사건’의 단서를 포착했고, 15일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16일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했고, 박종철군의 친구 소재를 묻던 중 책상을 ‘탁’ 치니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져 중앙대 부속 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했다”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사망 당일 밤 고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박종철의 시신을 화장하려 했으나 이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최환 검사는 부검을 지시하며 ‘사체보존명령’을 내렸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딱 보는 순간 ‘이건 고문이다’는 직감이 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신부는 그해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모미사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전모를 폭로했다. 치안본부 5차장 박처원 등 대공간부 3명이 이 사건을 축소·조작했고, 고문 가담 경관은 2명이 아닌 5명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고문 살인 규탄 및 전두환 정권 퇴진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부산에서는 노무현·문재인 당시 변호사가 이끄는 부산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이 6월 항쟁을 이끌었고, 서울에서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광장과 거리로 뛰쳐나왔다.6월 9일 서울 연세대에서는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던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한 학생이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이한열이다. 이한열은 한 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숨을 거뒀다. 당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진 이한열이 부축당한 채 피 흘리는 사진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리며 전두환 정권의 폭압성을 세계에 고발했다.전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군부정권은 결국 6월 29일 백기를 들었다.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이날 국민이 요구한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6·29 선언에 따라 1987년 12월 16일 직선제 대선이 이뤄지면서 길었던 군사정권 시대가 저물고 민주화가 오는 듯 했으나, 당시 대선에서 민주화 세력의 두 거목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각각 출마하며 여당 후보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36.6%라는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로 당선됐다. ‘실질적 민주화’ 역시 5년 뒤로 유예됐다.● 다시 나라다운 나라를 말하다 대한민국은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형식적·실질적 민주 국가로 거듭났으나 이후 경제성장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 과거 박정희 향수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힘입어 탄생한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훼손됐다. 결국 헌법까지 유린하며 국정을 흔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뒤 구속됐고, 국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8년 국민들은 다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누구나 말하긴 쉽지만 그때는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신해철씨는 노래에서 1970년대를 ‘옳고 틀림을 말할 수 없었던 시대’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8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대답은 무엇일까. 70~80년대 독재권력과 맞서 싸웠던, 이제는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대답은 이렇다.“6월 항쟁, 또 그 앞에 아주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의 시기에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 독재권력 이게 힘들었지만 못지않게 부모님들이나 주변 친지들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 그런 말이었다. 지금도 ‘정권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게 있느냐’ 그렇게들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다. 이 영화(1987)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경찰 수뇌부 “박종철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헌화” 왜?

    경찰 수뇌부 “박종철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헌화” 왜?

    영화 ‘1987’로 재조명된 고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맞아 경찰청 지휘부가 박 열사 고문치사 현장이었던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기로 했다.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철성 경찰청장과 민갑룡 차장, 국장급 등 본청 지휘부 10명은 박 열사 기일 하루 전인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를 방문한다. 지휘부는 박 열사가 고문 당해 숨진 509호 조사실을 찾아 헌화와 묵념한 뒤 4층에 있는 박종철 기념전시실을 둘러볼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6월 항쟁 30주년 기념일 전날인 6월 9일 이철성 청장이 비공식으로 이곳을 찾아 박 열사를 추모한 바 있다. 이번 단체 방문에는 이 청장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경찰은 전했다.경찰 관계자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려면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우선”이라며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경찰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현 “1987년 당시 총학생회 사회부장, 집회 등 관할했다”

    우현 “1987년 당시 총학생회 사회부장, 집회 등 관할했다”

    영화 ‘1987’에 출연한 배우 우현의 과거 모습이 화제다.최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는 영화 ‘1987’에 출연하는 배우 우현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이날 우현은 의외의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1987년 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시위대 선봉에 섰던 연세대학교 신학과 4학년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영상을 본 우현은 “동영상으로는 처음 본다. 느낌이 싸하다. 내가 이렇게 똘망똘망했나 싶다”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우현은 “그때 제가 연세대 총학생회 사회부장이었다. 사회부장이면 모든 집회 등을 관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1987’에서 시위하는 학생들과는 반대 입장인 치안본부장 ‘강민창’ 역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우현은 “그 영화에 참여한다는 게 중요한 거지 어떤 역할인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진 않다”고 답했다. 사진=SBS ‘본격연예 한밤’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박종철 열사가 죽음으로 지킨 선배 박종운은 누구?

    박종철 열사가 죽음으로 지킨 선배 박종운은 누구?

    영화 ‘1987’이 흥행을 일으키면서 영화 속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고(故)박종철과 그의 선배 박종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회장이던 박종철 열사가 불법 체포돼 치안본부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수사관들에게 고문·폭행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자신의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에게 연행됐다. 경찰이 ‘민주화추진위원회사건‘ 관련 수배자인 박종운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그 후배인 박종철 열사를 체포한 것이다. ‘박종운이 어디 있느냐’는 심문에 박종철은 선배의 소재를 발설하지 않고 갖은 고문을 견디다 죽음에 이르렀다.선배 박종운은 2000년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서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까지 세 번 도전해 낙선한 바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써 군부독재 반대 시위를 이끈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박종운에 대해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이 정당을 선택해서 정치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 변절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박종운이 그 당을 선택해서 갔을 때 박종철씨 유가족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내 아들을 죽인 사람들과 같은 진영으로 갔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우 대표는 “박종운, 우상호 같은 사람들은 선택의 자유가 없다. (누군가의) 죽음을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종운이는 종철이를 생각하면 정치를 안 하든가, 다른 일을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멕시코 트럼프’ 대권 유력…“세계 경제 위협할 리스크”

    ‘멕시코 트럼프’ 대권 유력…“세계 경제 위협할 리스크”

    “세계를 휩쓰는 ‘반체제 물결’이 2018년 라틴아메리카를 강타할 것이다.”(2017년 12월 27일 영국 가디언) 올해 중남미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줄줄이 이어져 각국에서 정치적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2월 코스타리카를 시작으로 파라과이(4월), 콜롬비아(5~6월), 멕시코(7월), 브라질(10월), 베네수엘라(12월)에서 전체 3억 5000만명의 유권자들이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다. 특히 쿠바에서는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이 4월 중 사임할 예정으로, 60년 카스트로 체제가 막을 내린다. 중남미에서는 최근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등에서 잇따라 우파 정권이 출현하면서 핑크타이드(온건한 남미 사회주의 물결)가 퇴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다고 우파 득세를 예견하지도 않는다. 중남미에선 진영 논리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몇몇 선거들은 낡은 정치에 강력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것”이라며 “계속된 경기 침체로 일자리 부족과 낮은 임금에 시달린 중남미 유권자들은 ‘좌·우 이념’ 대신 ‘반체제 물결’의 영향을 받아 더 깨끗하고, 덜 타락했음을 보여 주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멕시코 대선, 미국과의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경 장벽 문제로 미국과 사사건건 부딪쳐 온 멕시코는 오는 7월 1일 치르는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과의 관계 및 세계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대선에서는 우파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후계자 호세 안토니오 메데와 좌파 진영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맞붙는다. 부패 스캔들과 치솟는 범죄율 등으로 니에토 정권의 지지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오브라도르 전 시장은 지지율에서 최대 15% 포인트 차로 메데를 앞서고 있다.만약 오브라도르 전 시장이 당선되면 미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좌파 정당 모레나당을 창당해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념은 다르지만 반기득권을 외치며 거침없는 발언을 하면서 ‘멕시코의 트럼프’로 불린다. 특히 그의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공격하며 급상승했다. 여기에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빈민층을 공략해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인기는 더욱 고공행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멕시칸 퍼스트’를 외치는 민족주의자 성향의 오브라도르 전 시장의 당선이 트럼프 정부에 재앙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의 갈등을 넘어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8년 세계 경제의 10대 리스크 중 하나로 멕시코를 꼽으며, 대미 무역 강경론자인 오브라도르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미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멕시코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오는 10월 대선이 예정된 브라질에선 좌파 정부로의 정권 교체에 관심이 쏠린다.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에 가담해 대통령직까지 승계했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내각 상당수가 권력형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최근 지지율이 3%대로 주저앉았다. 반면 룰라 전 대통령은 지지율 36%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그가 대선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09년 상파울루주 과루자시에 있는 복층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형 건설업체 OAS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초 2심 판결이 나오면, 이에 따라 연방선거법원도 그의 대선 출마 자격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베네수엘라와 쿠바도 권력 교체 지난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베네수엘라도 오는 12월 대선을 기다리고 있으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야3당의 대선 참여를 금지했기 때문에 정권 교체는 요원할 전망이다. 아직 공식 후보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유력한 여당후보는 제헌의회 의장인 델시 로드리게스이다. 마두로 정부에서 외무장관으로서 외교무대에서 미국에 맞섰고, 제헌의회를 통해 정치안정을 가져온 점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아 대선승리가 무난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쿠바에서는 60년간의 카스트로 통치가 종료된다. 지난해 9월 쿠바를 강타한 허리케인 ‘어마’의 피해 복구 때문에 쿠바 국가평의회는 회기 종료 시한을 내년 2월에서 4월 중으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최고 권력자인 라울 카스트로(86)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계자 선출도 순연됐다. 차기 국가평의회 의장에는 미겔 디아스카넬(58) 수석부의장이 유력하다. 카스트로 의장은 2008년 형 피델 카스트로가 49년간 집권하다 건강상 이유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국가평의회 의장직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5년 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 왔다. 경제를 석유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 특성상 올해도 대부분이 일자리 부족과 낮은 임금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지에서 벌어지는 정부군과 마약조직의 전쟁도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폭력을 행사하는 마약조직들 탓에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고국을 떠나지만 견고해지는 미국의 국경 봉쇄로 더 위험한 탈출 루트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아랍 vs 이란’ 힘겨루기 격화… 아프리카 주요국은 선거의 해

    ‘아랍 vs 이란’ 힘겨루기 격화… 아프리카 주요국은 선거의 해

    ‘지구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에서 올해도 갈등과 전쟁, 테러의 불길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평화도 요원하다.지난 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경쟁으로 인한 혼란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 왕실은 부인하고 있지만, 연내에 무함마드 빈살만(33) 제1 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이 왕좌를 이어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대표적인 매파(강경파)로, 그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중동 일대에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아랍국 대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친이란 세력의 갈등과 충돌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리아·예멘 내전 개입, 카타르 봉쇄를 주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대외정책에 비해 대내적으로는 개혁군주적 면모를 보여 줬다. 빈살만 왕세자는 전례 없는 문화 혁명과 경제 개혁에 착수해 권력을 다졌다. 올해는 여성의 축구장 입장 허용(1월), 극장 영업 허가(3월), 여성의 운전 허용(6월) 등 전향적인 정책을 대거 시작한다. 이란은 당분간 최근 종료 선언을 한 전국적 규모의 시위를 수습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해 삽시간에 이란 전역으로 번진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해 총 21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 시위에선 살인적인 물가 상승, 실업률 등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문이 주를 이뤘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와 계란 등 생필품의 물가를 잡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란이 민중의 반발을 잠재우면서 팽창정책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이란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회생시키려고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 705억원)의 차관을 제공했다. 시리아에는 5000명 이상의 혁명수비대원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또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후티 반군, 이스라엘에 항쟁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시아파가 다수를 점한 이라크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불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또 하나의 불안 요소다. 예루살렘 수도 문제는 이·팔 갈등을 넘어 역내 동맹 구도를 재편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부분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한 가운데, 과테말라가 예루살렘 수도 선언에 동조했다. 이스라엘은 10여개 국가가 예루살렘으로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이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문제에 사우디가 침묵한 데 대해 미국·이스라엘과 대(對)이란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리아 내전은 알아사드 대통령과 정부군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이란, 터키가 다음달 28~30일 러시아 소치에서 ‘시리아 국민대화 회의’(SNDC)를 열어 내전 향방을 협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너무 커서 내전이 끝나도 산발적, 국지적인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추산 540만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의 무사 귀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1년 3월 발발한 내전이 끝날 기미를 보이면서 터키, 레바논, 요르단 등 인접국에 머무는 난민들이 속속 고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쿠르드족의 염원인 독립국가 설립은 끝내 좌절될 공산이 크다. 이해당사자인 이라크는 말할 것도 없고 쿠르드족 독립에 부정적이었던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열강, 터키 등 주변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 지난해 이라크 북부지역의 쿠르드자치정부(KRG)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했다가 역풍만 맞았다.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표가 90%를 넘었으나 이라크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에 마수르 바르자니 KRG 수반이 사퇴했고 결국 결과를 동결하는 것으로 봉합했다. 터키에 ‘봄’이 올지도 주목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쿠데타를 진압한 직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3개월마다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고 있는데 이달에 또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비상사태 때 대통령의 권력은 무소불위에 가깝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에 가담했거나 배후세력과 관계했다는 이유로 최근까지 5만 5000명을 구속하고, 공공부문 종사자 14만명을 해고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물리친 이라크는 재건에 집중할 방침이다. 3년여에 걸친 IS와의 전쟁 과정에서 이라크인 3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고 국토는 초토화됐다. 이라크 정부는 재건에 최소 500억 달러(약 54조 6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알자지라는 IS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국제 연합군과 러시아군의 공세로 시리아, 이라크 내 영토를 거의 다 잃은 IS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시도한다는 분석이다. IS와 또 다른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협력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알자지라는 “IS가 이집트, 리비아로 거점을 옮겨 새 이슬람 제국을 만들 것이라는 첩보도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주요 국가에서는 잇따라 대선과 총선이 개최된다. 37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을 몰아낸 짐바브웨 대선이 9월 열린다. 현재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에머슨 음난가그와의 당선이 유력하다. 그가 독재의 유혹을 떨쳐낼지, 아니면 제2의 무가베가 될지 주목된다. 이집트 대선은 3월 26~28일에 치른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연임이 유력하다. 현재 시시 대통령과 경쟁할 만한 상대가 없다. 시에라리온(3월), 카메룬(10월)도 대선 및 총선을 치른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소말리아에서 무장 세력 간 충돌과 테러 등으로 3000명이 숨졌다. 소말리아 정부는 그러나 올해 자력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다며 아프리카연합(AU)에 아프리카평화유지군 지원 규모를 축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축출 이후 세력 간 권력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CNN은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고 내다봤다. 남수단 내전 종식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남수단 내전은 2011년 발발했다.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로 최근까지 5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고문기술자 이근안 “다 죽고 나만 미친놈 되기 싫다”

    고문기술자 이근안 “다 죽고 나만 미친놈 되기 싫다”

    영화 ‘1987’과 ‘남영동1985’, ‘변호인’ 등 군사독재 시절을 다룬 영화에는 실존 인물 박처원과 이근안이 여러 차례 영화 속 배역으로 등장한다. 고문·조작의 총책임자였던 박처원과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먼저 박처원은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고문하거나 간첩수사 결과를 마음대로 조작하던 일련의 행위를 직접 지휘한 총책임자였다. 그 공으로 경찰서장, 도경국장도 안 하고 치안본부 2인자인 치안감까지 올라갔다. 이근안은 197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 당시 대공분실장이던 박처원의 경호원 역할을 맡았다. 박처원의 대공업무를 도우며 ‘분신’처럼 고문 기술자로 활약했다. 1985년 김근태 당시 민청련 의장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박처원은 ‘김근태가 입을 열지 않는데 당신이 맡아야 겠다’며 이근안에게 김근태의 고문을 지시했고 이후 이근안의 11년 간의 도피생활을 도왔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9일 박처원이 10년 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근황을 전했다. 박처원은 생전 사람을 죽이는 고문을 지시하고 고문기술자의 도피를 지속적으로 도왔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근안은 자신의 고문 행위와 당시 고문 수사의 전모를 알고 있는 인물이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반성의 기색은 없었다. ‘뉴스쇼’는 이근안이 홀로 동대문구 허름한 다세대 주택 지하방에 살고 있으며, 한때 별명이 ‘곰’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초라한 행색의 80대 노인이었다고 전했다. 이근안은 “30여 년 전 얘기고, 관련된 사람들 다 죽고 나 혼자 떠들어 봐야 나만 미친놈 된다. 살 거 다 살고 나와서 지금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인터뷰했다. 앞서 이근안은 2010년 이후 언론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말들을 했다. “나는 고문 기술자가 아닌 심문기술자였다. 1980년대 심문은 예술이었다.”“애국은 남에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일할 것이다.” “영화 ‘남영동1985’를 보고 웃었다. 물고문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근안으로부터 고문을 받았던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전류를 때로는 강하게. 길게도 하고 또 짧게도 하고. 고통과 공포는 주되, 사람이 목숨을 잃지는 않도록…”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의 혹독한 고문 휴우증으로 수년간 파킨슨병을 앓았다. 김근태와 함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던 문용식 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은 “박종철 고문했던 남영동 팀이 결국 김근태도 고문했던 것이고 검찰이 김근태 의장의 고발을 받아들여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단죄했더라면 박종철 고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문의 명백한 증거가 나왔음에도 무혐의 처리를 한 건, 100% 검찰 잘못이다. 그때의 검찰이 박종철을 죽인 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자유한국당, 영화 ‘1987’에 “우리 것” 주장…“대통령이 왜 우느냐” 딴죽

    자유한국당, 영화 ‘1987’에 “우리 것” 주장…“대통령이 왜 우느냐” 딴죽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을 다룬 영화 ‘1987’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난데없는 ‘소유권 주장’에 나섰다.8일 대구에서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신년인사회가 열린 자리에서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1987’을 관람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언론 보도를 전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정말 절망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보고 울었다는 기사만 나온다. 그걸 누가 밝혔나?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 대통령이 왜 우느냐.” 곽상도 의원이 말한 ‘우리 보수정권’은 어떤 정권일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박종철군 고문을 자행한 경찰관들의 이름을 폭로한 것이 1987년 5월 18일이다. 이 때는 아직 전두환 정권 시절이다. 박종철 사망 1주기 때에는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황적준 박사에게 부검소견서를 변경하라는 외압을 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이 때가 1988년 1월 4일이다.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이 들불이 되어 6월 항쟁으로 이어졌으나, 노태우 후보가 대선 승리를 가져가고 아직 정부가 들어서기 전이다. 곽상도 의원이 말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혔다’는 보수정권은 대체 어느 정부일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국가에 사과를 권고했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5년 12월 출범해 2009년 7월 최종 보고서를 냈다. 노무현 정부 때다. 곽상도 의원이 말하는 ‘보수정권’이 노무현 정부인가. 최종 보고서가 이명박 정부 때 나왔으니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는 걸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것은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행동한 검사·기자·의사·교도관 그리고 민주화 세력이었다. 이를 덮으려던 것은 전두환 정권이었다.이날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영화 ‘1987’을 독점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감상했다고 한다. 1987년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요한 결절 지점이자 역사적 자산이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포장해야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이 과연 국민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한 길인지 되돌아봐야 할 영화”라고 평했다.이처럼 1987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자유한국당은 아직 영화 ‘1987’ 단체 관람을 하지 않았다. 앞서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단체 관람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9일 단체 관람에 나선다. 박종철이 숨진 뒤 1987년 2월 7일 전국에서 ‘고 박종철군 범국민추도회’가 열렸을 때 부산에서 연행된 사람은 181명이었다. 이 중에는 노무현·문재인 변호사가 포함돼 있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실제 남영동 대공분실 ‘1987’서 외관 첫 촬영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 제작 과정에서 실제 고문 현장인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외부 촬영이 처음 허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경찰과 영화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제작진이 지난해 초 촬영을 준비하면서 인권센터 측에 “영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니 센터 외부를 촬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제작진은 세트 제작을 위해 고 박종철 열사가 실제로 고문당한 509호 조사실을 실측한 뒤 “건물 외부를 다른 곳에서 찍을 경우 고문 현장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살리기 어렵다”며 경찰에 협조를 구했다. 장준환 감독도 “당시 느낌을 그대로 담고 싶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영화가 경찰 치부를 드러내는 내용이라 고민했으나 결국 내부 논의를 거쳐 촬영을 허용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촬영할 당시에는 인권센터가 주말에 문을 닫았던 시기였으나 센터 직원들이 주말에도 출근해 촬영을 지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영화 ‘1987’ 고문현장, 실제 남영동 대공분실…경찰 첫 허용 왜?

    영화 ‘1987’ 고문현장, 실제 남영동 대공분실…경찰 첫 허용 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전두환 정권의 고문 은폐 사건을 다뤘던 고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영화 ‘1987’의 고문 현장이 실제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로 확인됐다. 영화 촬영 제작에 있어서 금기시 돼온 남영동 대공분실의 외부 촬영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7일 경찰과 ‘1987’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영화 제작진은 지난해 초 촬영을 준비하면서 인권센터를 방문, 박 열사가 실제로 고문당한 509호 조사실을 실측하는 등 세트 제작을 위한 사전 조사를 마쳤다. 제작진은 또 인권센터 측에 “영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니 센터 외부를 촬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작진은 외경이 유사한 다른 건물을 사용해도 고문 현장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살리기 어렵다며 경찰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준환 감독도 “당시 느낌을 그대로 담고 싶다”며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경찰은 영화가 경찰 치부를 드러내는 내용이라 고민했으나 결국 내부 논의를 거쳐 촬영을 허용했다. 촬영은 지난해 상반기 진행됐다. 극중 등장하는 대공분실 외부 장면은 대부분 실물이라고 경찰은 전했다.경찰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옛 남영동 대공분실 외부 촬영이 허용된 사례는 ‘1987’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고문 피해를 다룬 영화 ‘남영동 1985’ 제작 때도 협조요청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거부당했다. ‘1987’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로 탄핵정국이 계속되던 시점에 촬영 협조요청이 들어왔다. 이에 경찰도 집회·시위 자유 보장에 초점을 맞추던 때라 경찰에게 불편한 내용의 영화임에도 요청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첫머리 대공분실 진입 장면에서는 과거 경찰이 시설 노출을 피하고자 ‘○○해양연구소’라는 위장 간판을 달았던 것까지 소품으로 재현했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철문 앞 시위’ 장면도 실제 철문 앞에서 촬영했다고 한다.촬영 당시는 인권센터가 주말에 문을 닫았던 시기였으나 센터 직원들이 주말에도 출근해 촬영을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촬영은 어렵지만 외부는 어차피 개방된 공간이고, 우리가 불편해하는 내용이라도 역사적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협조하는 것이 경찰에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특공대·신형장갑차… “평창 테러 꼼짝마”

    경찰이 다음달 9일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경기장 주변에 경찰특공대, 신형장갑차, 드론 차단장비 등을 배치해 테러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다. 개회식에서는 경찰청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 경비 상황을 지휘하고 북한 선수단이 참가할 경우 이들의 신변보호에도 나선다. 경찰청은 5일 서울 서대문구 본청에서 평창올림픽 제2차 치안대책위원회를 열고 올림픽 대테러 대책 등 안전대책과 세부 실시 방안을 점검했다. 경찰은 국제경찰협력센터(IPCC)를 운영해 테러지원국 입국자에 대한 정보활동을 강화하고 국제 테러리스트의 입국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기간 중 국가 중요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등에는 경찰 인력 배치를 늘리고, 개인 총기 등 위험물건에 대해서는 사전 안전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차량을 이용한 테러를 막기 위해 외곽 검문소 39곳에는 차단장비와 감속 유도시설이 설치된다. 아울러 경기장 외곽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스키, 스노모빌, 전기이륜차 등을 이용한 신속대응팀이 운영된다. 현장 경찰상황실에는 교통관제 폐쇄회로(CC)TV, 헬기영상 전송시스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관제시스템이 구축돼 대테러 활동 통제탑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편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데 따라 정부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하면 신변보호대 운영 등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회 안전과 관련해 경찰이 폭넓은 역할을 맡은 만큼 계획대로 실행되도록 세심히 점검하고 경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완벽한 경비·안전 활동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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