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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중국] 유통기한 늘리려고…황산 바른 과일 판매한 일당 적발

    [여기는 중국] 유통기한 늘리려고…황산 바른 과일 판매한 일당 적발

    유통기한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과일을 황산액에 담근 뒤 판매한 일당이 적발됐다. 중국 항저우(杭州) 공안국은 관련 부처와 공동 수사 끝에 황산을 고의로 바른 ‘람부탄’을 유통한 조직 일당 10명을 현장에서 붙잡았다고 15일 밝혔다. 공안에 적발된 이들 조직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람부탄을 ‘희황산’으로 불리는 묽은 황산액에 담근 후 중국 전역에 유통한 혐의다.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서 수입된 람부탄은 일반적으로 상온 보관 시 2~3일 후 검게 변하는 등 상품성이 없다는 점에서 비교적 고가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때문에 이들 조직원 10명은 대량으로 수입한 람부탄을 구멍이 난 비닐봉지에 담은 후 희황산이 담긴 박스에 최소 24시간에서 최장 48시간을 담가둔 후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황산이 뭍은 람부탄은 평균 7~10일까지 외관상 붉은 색을 띈 상태로 유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날 불법적인 방식으로 유통 기한을 조작한 조직원들의 시설물을 급습한 항저우시 치안행동부대 마호연 부장은 “대규모 냉장 시설 문을 열자 그 안에서 코를 찌르는 황산 냄새가 고약하게 났다”면서 “각각의 상자를 확인해본 결과 상자 안에는 구멍이 뚫린 비닐봉지 속에 유통을 앞둔 람부탄 1960㎏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혐의는 조직원들이 운영하는 불법 시설물 인근의 하천이 붉은 색으로 물들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람부탄의 붉은색이 황산액에 그대로 녹아들면서 인근 하천이 붉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1년 동안 평균 세 차례 이상 은신처를 옮겼던 이들 조직을 수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현지 공안에 신고, 범죄 조직원 10여명이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항저우시 공안국은 후 씨를 포함한 총 10명의 조직원들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2년 동안 황산을 바른 람부탄을 중국 전역에 유통 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을 통해 유통된 람부탄의 양은 최소 수 백 톤, 판매 금액은 수십 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할 공안국은 짐작했다. 한편, 이날 붙잡힌 유통 조직원 후 씨를 포함 총 10명의 일당은 자신들의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후 씨의 휴대폰 내역을 조사한 공안국은 이들 일당들은 유통기한 조작 방법을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등 추가 범죄에 대한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공안국은 밝혔다. 실제로 후 씨의 휴대폰 내역에는 희황산 제조 방법 및 람부탄 유통 기한 조작 방법 등을 안내하는 문자와 영상이 저장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후 씨를 포함한 10명의 용의자의 신상정보는 공안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 상태다. 해당 공안국은 관련 법규에 따라 이들에 대한 추가 여죄 여부를 수사, 엄격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여기는 남미] 굶주린 베네수엘라 주민들, 전설적 경주마까지 잡아먹어

    [여기는 남미] 굶주린 베네수엘라 주민들, 전설적 경주마까지 잡아먹어

    전설적인 베네수엘라 경주마가 굶주린 주민들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마구간에서 사라진 베네수엘라 최고의 경주마 '오션 베이'가 해체된 상태로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주마 오션 베이가 마구간에서 사라진 건 지난 7일 밤. 말을 돌보며 동고동락한 기수 라몬 모스케르는 "8일 아침 일찍 마구간에 가보니 오션 베이가 보이지 않았다"며 "사고가 났나 싶어 찾아 나섰지만 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행방이 묘연했던 경주마가 끔찍한 일을 당한 사실은 10일 오션 베이의 마지막 순간이 포착된 영상이 인터넷에 오르면서다. 모스케르는 "지인으로부터 영상의 내용을 전해 듣고 달려가 보니 말이 이미 해체된 상태였다"고 울먹였다. 그는 "(말을 잡는 모습이 담겨 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끔찍해 영상을 직접 보진 않았다"며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동물을 납치해 잡아먹다니 내가 태어나고 자란 베네수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었다"고 절규했다. 2013년 태어난 경주마 오션 베이는 전국대회 통산 8회 우승의 기록을 세운 베네수엘라 경마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전성기였던 2016년엔 이른바 ‘트리플 대회’라고 불리는 베네수엘라 3대 경마대회 중 2개 대회를 석권했다.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트리플 대회를 싹쓸이할 수도 있었던 경주마다. 화려한 성적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오션 베이는 지난해 건강 문제로 은퇴했다. 이후 카라보보주에 있는 마구간에서 지내며 후배 경주마들의 훈련 보조 역할을 수행했다. 오션 베이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에선 베네수엘라의 국가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마노동자협회는 공식성명을 내고 "최고의 경주마를 잡아먹는 희대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제 베네수엘라는 동물까지 치안불안에 떨어야 하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한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터넷에 올랐다는 영상엔 복수의 남자가 등장한다. 화질은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현지 언론은 "말을 훔친 사람들과 그들을 공격하는 듯한 일단의 괴한들이 뒤범벅이 되어 혼란스러운 장면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사건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수사 착수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현역 시절의 경주마 오션 베이 (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4년 동안 지구를 떠돌았다…기회는 딱 한 번뿐이니까

    4년 동안 지구를 떠돌았다…기회는 딱 한 번뿐이니까

    獨 청년, 대학 입학 직전 여행길 떠나 선원·항해사로 일하며 생사 고비 넘어 韓선 반년 머물러 “시멘트 사막” 탄식 45개국 ‘4년간의 인턴십’ 경험담 술술누군가 무모하다 싶을 만큼 험난한 여행을 계획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겐 필경 그 여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동기가 있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자전 에세이가 원작인 영화 ‘와일드’(2014)에서 엄마의 죽음 이후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 가던 주인공 셰릴(리즈 위더스푼 분)이 약 4300㎞에 이르는 극한의 공간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걷기로 결심한 건,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던 딸로 되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나를 부르는 숲’의 작가 빌 브라이슨이 여행가로 나서게 된 사연을 담은 영화 ‘어 워크 인 더 우즈’(2015)도 비슷하다. 노년의 빌(로버트 레드퍼드 분)과 카츠(닉 놀테 분)가 약 3500㎞에 달하는 애팔래치안 트레일(AT) 도전-물론 중도에서 명예롭게 포기하긴 하지만-에 나서는데, 이들의 모험은 하이킹을 통해 삶의 궤적을 돌아보기 위해서였다.반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겠다는 ‘계획’만으로 거창한 도전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는 젊은이들의 특권이나 다름없을 이런 여행에 도전한 한 독일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독일 북부의 소도시 홀슈타인에 살던 저자는 대학 입학을 앞둔 어느 날,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책은 단돈 50유로(약 68만원)를 들고 45개국, 1512일, 10만㎞를 여행한 이야기다. 저자는 길을 떠나기에 앞서 ‘호텔에서 자지 않기’, ‘비행기 안 타기’, ‘신용카드 쓰지 않기’ 등 ‘3무 원칙’을 세웠다. 대륙 간 이동을 위해 요트에서 선원, 항해사, 요리사 등으로 일하다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고, 풍찬노숙도 밥 먹듯 했다. 돈이 없어 개가 물어뜯은 빵을 물에 씻어 먹고, 마약상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반군과 동행하거나 밀입국도 감행했다. 젊은이가 아니었다면 엄두를 내기 힘든 여정이다. 그의 여정엔 한국도 포함됐다. 첫발을 디딘 건 부산이다. 저자는 부산에 매우 만족해했다. 안전했고 깨끗했다. 이전의 한국은 “제3세계 국가”였지만 이젠 저자의 표현대로 “제1세계의 국가”가 된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부족한 게 있었다. “어느 주민이 자가용 진입로에 놓아둔 화분이 유일한 식물이었고 난 거리에서 헛되이 푸른 잎을 찾았다”는 그의 탄식처럼 부산은 “자연이 추방해 버린 거대한 시멘트 사막”이었다. 유럽 대륙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조차 “자연과의 유대감이나 원시성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었다.” 발전만 보고 달려온 우리가 놓친 걸 저자는 이처럼 정확히 꼬집고 있었다. 저자는 한국에서 반년을 머물렀다. 가을 설악산, 작은 절집, ‘그 유명한 노래’에 나오는 서울 강남 등 우리나라 전역을 히치하이킹으로 돌았다. 일본, 중국 등에 견줘 우리나라 이야기를 길게 쓴 게 독특하다. 유럽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이 중요한 나라가 된 게 틀림없는 듯하다. 그래서, 이 여정은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를 ‘4년간의 인턴십’이라고 불렀다. 45개국을 오가면서 거친 직업이 선원, 모델, 번역가, 어부, 베이비시터, 웨이터, 목수, 배관공, 광부 등 수십 가지나 된다. 세상 어느 학교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과 우정, 그리고 인생의 반려자를 그는 이 여행을 통해 얻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트럼프, 경찰 개혁 준비”… 짓눌린 ‘8분 46초’ 美사회 바꾸나

    “트럼프, 경찰 개혁 준비”… 짓눌린 ‘8분 46초’ 美사회 바꾸나

    민주와 법안 경쟁 땐 개혁 성공 미지수 경찰 무력 사용 땐 ‘FBI에 보고’ 의무화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이 열린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찰 개혁안’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플로이드의 죽음이 시위대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개혁’이라는 유산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폭스뉴스는 이날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찰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행정명령과 의회를 통한 법 제정 등 양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안 준비는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 의원인 팀 스콧이 맡았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차라리 일찌감치 경찰법을 개정하고 싶어 한다. 실질적 방법으로 이슈에 대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날 폴리티코가 전했다. 메도스 비서실장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이라고도 했다. 해당 발언은 이날 스콧 의원이 메도스 비서실장, 재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 등 백악관 고위 인사들을 만나 자신의 경찰 개혁안에 대해 논의한 뒤에 나왔다. 플로이드의 죽음뿐 아니라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도 경찰의 무력이 자행되자 시위대는 ‘예산을 삭감하라’는 구호를 연일 외쳤고, 결국 경찰 개혁이 화두로 부상했다. 반면 트럼프는 전날 경찰 관계자와의 회동에서 “경찰의 감축·해체는 없을 것이다. 경찰의 99%는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고 하는 등 그간 경찰 개혁과 거리를 둬 비판을 받아 왔다. 그의 소통 없는 초강경 대응에 콜린 파월 전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밋 롬니 상원의원 등 공화당 거물들이 등을 돌렸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10% 포인트 이상 밀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CNN에 따르면 사법제도가 흑인보다 백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015년 49%에서 올해 67%로 급증하는 등 개혁 필요성에 대한 달라진 세간의 인식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중도표를 의식한 듯 경찰 예산 삭감은 지지하지 않으며 치안유지에 대한 근본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편안하게 경찰 개혁안 마련에 착수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CBS가 보도한 스콧 의원의 경찰 개혁안 초안에 따르면 사망·심각한 부상을 야기한 경찰의 무력 사용은 연방수사국(FBI)에 보고하도록 했다. 경찰관의 보디 카메라 착용 의무화 및 지원금 증액, 주정부 간 사법집행기록 공유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일각에서는 앞서 민주당이 발표한 경찰 개혁안 중 ‘체포 과정에서 목 조르기 금지’ 등이 반영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방안 중 ‘경찰의 폭력에 대한 면책특권 제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랜드 폴(공화당) 상원의원은 폴리티코에 “경찰 개혁안을 둘러싼 정쟁으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CBS는 “백악관 수뇌(트럼프)가 중대한 변화를 원한다는 징후를 (표면적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화당에는 쉬운 길이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나 한열이 에미예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예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배은심 여사, 서른세 번째 보내는 편지 낭독 민주화 유공자 19명에 훈장·포장·표창 처음 文, 현직 대통령 중 ‘남영동 분실’ 처음 방문 509호 욕조 보며 “철저한 고립감, 무너뜨려”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제 얘기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예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어머니는 전태일이 옆에 가 계시고, 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서른세 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 여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날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배 여사로선 1987년 8월 이후 핏줄보다 가깝게 지냈지만, 먼저 떠나 보낸 유가협 식구들이 떠올랐을 터. 배 여사는 “다시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을 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1987년 6·10항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했고 헌법이 개정되면서 제도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6월 항쟁의 집단 기억이 없었다면 2016~17년 촛불혁명도 어려웠다.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고 박정기씨)와 이 열사의 어머니, 1970년 전태열 열사 분신 뒤 유가협을 설립해 초대회장을 지낸 고 이소선 여사 등에게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역사적 평가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고 문익환 목사 등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형태로 훈장을 받았지만, 국민훈장 모란장 12명을 비롯해 민주화 유공자 19명에게 훈장·포장·표창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던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물고문이 이뤄졌던 욕조를 보며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니까요.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라며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열사 영정에 작은 꽃묶음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30주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고, 악명 높은 509호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이 6·10 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 20주년 기념식 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전태일·이한열 ‘민주 부모들’ 훈장

    전태일·이한열 ‘민주 부모들’ 훈장

    박종철 부친 등 12명 민주화운동 첫 포상 文 “민주주의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고 이소선(전태일 열사 어머니) 여사, 고 박정기(박종철 열사 아버지) 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이사장, 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여사 등 자식의 뜻을 이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부모들에게 훈장이 수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항쟁 기념식에서 민주 열사 부모들을 비롯해 고 박형규 목사,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비오(조철현) 신부, 고 성유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고 김진균 교수,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고 황인철 변호사 등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1974년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다 추방됐던 조지 오글 목사와 고 진필세 야고보(제임스 시노트) 신부 등 7명은 국민포장·표창을 받았다. 정부는 올해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대대적으로 훈장을 수여했다. 민주 열사 부모들은 자식의 죽음 이후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뒤늦게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라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면서 “국민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도적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른다”면서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고, 지속 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과 직장의 민주주의야말로 성숙한 민주주의”라면서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나 한열이 에미에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에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文, 현직 대통령 첫 박종철 열사 숨진 ‘남영동 509호’ 헌화 509호 욕조보며 “철저한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린 것”“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제 얘기 들리세요? 나 한열이 애미예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어머니는 전태일이 옆에 가 계시고, 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 10일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서른세 번째 6월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배 여사로선 1987년 8월 이후 농성장과 파업현장, 그리고 창신동의 한울삶(‘한울타리의 삶’이라는 의미인 유가협 사무실 겸 주거시설)에서 핏줄보다 가깝게 지냈지만, 하나 둘 먼저 떠나보낸 유가협 식구들이 떠올랐을 터. 배 여사는 “유가협 외에 오늘 훈장을 받는 다른 수여자님들 모두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정말 훈장을 받아 마땅하신 분들이고, 그런 분들과 함께 감히 훈장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다”면서 “종철이 아버지, 아버지도 이런 나를 보고 ‘한열이 엄마 거기서 뭐하고 있어요’라고 하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을 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따뜻한 마음으로 어머니, 아버지 지켜봐 달라”라고 덧붙였다. 1987년 6·10항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터닝포인트로,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했고 헌법이 개정되면서 제도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6월 항쟁의 집단 기억이 없었다면 2016~17년 촛불혁명도 어려웠다.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고 박정기 씨)와 이 열사의 어머니, 1970년 전태열 열사의 분신 뒤 유가협을 설립해 초대회장을 지낸 고 이소선 여사 등에게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역사적 평가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고 문익환 목사 등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형태로 훈장을 받았지만, 국민훈장 모란장 12명을 비롯해 민주화 유공자 19명에게 훈장·포장·표창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기념식이 끝난 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던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물고문이 이뤄졌던 욕조를 보며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되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라며 안타까워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박 열사 영정에 작은 꽃묶음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30주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영화 ‘남영동 1985(정지영 감독)’ ‘1987(장준환 감독)’ 등 으로도 알려졌지만,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 등 전두환 정권에 맞섰던 재야인사와 학생 등이 전기고문을 비롯해 죽음을 넘나드는 고문을 당한 곳으로 악명높다. 현직 대통령이 6·10 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 20주년 기념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재임 중 참석하지 않았다. 독재정권 시절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현직 경찰청장(민갑룡)이 최초로 참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전태일·이한열의 어머니와 박종철의 아버지… ‘민주부모들’ 훈장

    전태일·이한열의 어머니와 박종철의 아버지… ‘민주부모들’ 훈장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6·10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그간 정부 훈·포장에서 제외됐던 민주열사들의 부모와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비오(조철현) 신부,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박형규,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 등 12명의 공로를 기렸다.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의 추천을 받아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서훈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열사의 부모들은 아들의 죽음 이후 남은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며 3·1 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 서른세 돌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해간 열사들을 기린다”면서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담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다하신 고 이소선 여사님,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고 박형규 목사님, 인권변호사의 상징이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님, 시대의 양심 고 지학순 주교님,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 고 조비오 신부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고 박정기,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 언론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고 성유보 기자님, 시대와 함께 고뇌한 지식인 고 김진균 교수님, 유신독재에 항거한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님, 농민의 친구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님, 민주·인권 변호의 태동을 알린 고 황인철 변호사님, 그리고 아직도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님”이라며 훈장을 받은 12명을 일일이 거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돼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당연하다고 느낄 때일수록 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질문해야 하며 제도를 넘어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면서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이며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반복될 때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가야 한다”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서울광장)에 이어 두 번째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미국식’ 경찰개혁/이지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국식’ 경찰개혁/이지운 논설위원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미국에서 ‘경찰개혁’ 논쟁이 불붙었다. 민주당은 경찰 개혁법안(The Justice in Policing Act)을 발의했다.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경찰에 대한 법적 보호’를 제한한 것과 법무부에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어 권한을 부여하고, 지역 경찰에 대한 연방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한 것이다. 경찰의 위법행위에 대한 연방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찰의 면책특권을 제한해 경찰관들을 더 쉽게 기소할 수 있도록 했으며 손해배상 청구도 광범위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위법행위의 피해자는 과거처럼 경찰의 고의성을 입증할 필요 없이 자신의 권리가 박탈당한 것만 입증하면 된다. ‘인종 프로파일링’을 금지했고, 지역 관할 구역으로의 군 장비 이전도 제한했다. 물론 무릎으로 목을 누르는 제압방식을 금지했고, 연행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경찰에게 카메라 장착을 의무화했다. 법안의 초안은 흑인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 내 ‘블랙코커스’ 회원들이 만들었다. 블랙코커스 의장인 캐런 배스 하원의원은 “미국 치안에 대한 대담하고 변혁적인 비전”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개혁’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에 대한 ‘예산 중단’(Defunding)과 ‘폐지’(abolition) 주장도 제기된다. ‘치안활동’(Polishing)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까지 천착한 칼럼이 워싱턴포스트에 실리기도 했다. “노예제도에서 비롯된 흑인들의 몸과 삶에 대한 부당한 백인 통제를 영속시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수단”이었던 만큼 치안활동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보세력은 어감 순화에 나섰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경찰 폐지는, 공공의 안전 확보에서 치안 활동에 대한 의존을 없애려는 비전 아래 이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는 “경찰에 대한 지원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예산 삭감은 의회가 다룰 이슈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법안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대선에서 새 전선이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 여론은 변곡점을 형성하고 있다. 바이든은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50%대를 돌파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를 두 자릿수로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급진적인 좌파 민주당이 경찰 예산을 끊어버리고 경찰을 폐지하려 한다”고 공격 중이다. 이한열 등 ‘1인의 죽음’이 큰 변화로도 이어진 현대사를 경험했던 터라, 미국식 경찰개혁에 더 눈길이 간다. jj@seoul.co.kr
  • 경기도의회, 자치경찰제 정책방안연구 중간보고회

    경기도의회, 자치경찰제 정책방안연구 중간보고회

    경기도의회는 5일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경기도형 자치경찰제 설계 및 운영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연구 용역은 자치경찰제 확대시행을 위한 공모 준비 및 경기도형으로 특화된 자치경찰제 설계를 위해 현황조사 등 사전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추진하는 것으로 지난 3월 18일 착수했으며, 오는 17일 완료 예정이다. 용역 책임연구원인 정원오(성공회대)교수는 “경기도 고유의 특성 및 치안수요를 반영한 경기도형 자치경찰의 운영 및 정착방안 도출을 중심으로 연구할 것”이라면서 ‘지역밀착형 치안복지’를 접근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일선 경찰 및 여성·아동 관련 전문기관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단심층면접(FGI)에 따른 결과이다. 경기도의회 송한준 의장은 “향후 용역의 내용을 토대로 경기도형 자치경찰제 설계 및 운영을 위한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관련 조례안을 마련하여 경기도 각 시군 실정에 맞는 지역밀착형 치안복지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제의 내실 있는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작 삭감 주장한건 트럼프”...불붙는 경찰예산 논란

    “정작 삭감 주장한건 트럼프”...불붙는 경찰예산 논란

    WP “트럼프, 올해 지방경찰 채용 예산 줄여”바이든 “예산 삭감 주장한적 없어, 법집행 지원해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며 미 정가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찰 예산 삭감’이 새로운 시위 구호로 등장하는 등 공권력 개혁 논의가 11월 대선을 앞둔 미 정치권의 새로운 정쟁 소재가 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시위대가 주장하는 경찰 예산 삭감과 경찰서 폐지 등을 민주당과 연계시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경찰예산을 끊고 경찰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 급진 좌파 민주당 인사들은 미쳤다”고 썼다. 경찰 개혁 논란을 이념대결로 몰고 가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그는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해 “‘졸린 조’ 바이든과 급진적 좌파는 경찰 예산을 끊기를 원하지만 나는 훌륭하고도 충분한 재원을 지원받는 법 집행을 원한다”고도 썼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경찰 예산 삭감을 주장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의 공세와 선을 긋고 있다.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막으려는 것이지 경찰 예산 삭감과 같은 방식까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인종차별 반대 여론을 지지하는 동시에 정당한 법집행을 보장하는 자세를 취하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온건 유권자까지 고려한 전략으로, 캠프 측 관계자는 NYT에 “바이든은 경찰 예산 삭감에 반대했었고, 정당한 법집행과 지역사회 치안 유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경찰 예산을 삭감한 것은 정작 트럼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경찰채용 관련 프로그램 예산을 50% 가까이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는 인터넷 매체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는 사실상 경찰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이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2.3%의 사법 당국의 예산을 삭감했는데, 이는 지방경찰기관의 신규 경찰관 채용과 관련된 예산이었다. 민주당은 자신들을 급진좌파와 엮어 공격하는 트럼프식 공세와 선을 긋는 한편으로 자체 경찰 개혁안을 마련하며 이슈 주도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폭력 등 비위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경찰개혁안은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논란이 된 목조르기를 금지하고 보디 카메라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결국 경찰청 해체… “年120조원 예산도 깎아라” 시위 거세진다

    결국 경찰청 해체… “年120조원 예산도 깎아라” 시위 거세진다

    민주당 ‘가혹 행위 금지’ 개혁안 마련 시위대 “경찰 예산 줄여 교육 예산 확대” 트럼프 “좌파가 경찰 예산 끊으려 해”지난달 25일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데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13일째 이어진 가운데 미 사회에서 ‘이참에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의자가 조금만 저항하거나 반항해도 경찰이 목을 조르거나 총을 쏘는 지금의 대응방식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아예 시 경찰청을 해체하기로 했고 민주당도 ‘목 조르기’ 금지 등을 골자로 한 경찰 개혁안 논의에 착수했다. 시위에서는 ‘경찰 예산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는 구호가 새로 등장했다.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니애폴리스 시의회의 리사 벤더 의장은 “기존 경찰을 전격 해체하고 지역사회와 논의해 새로운 치안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 경찰을 모두 보직해임한 뒤 새로 만든 조직에 다시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시의회에서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13명 가운데 9명)가 이미 채워졌다”면서 “시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시장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벤더 의장 등 시의원 9명은 성명을 내고 “지난 10년간 부단히 노력했지만 경찰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경찰 해체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민주당은 직권을 남용한 경찰에 대한 기소 기준을 낮추고 가혹행위를 금지하는 등 개혁안을 내놨다.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추진하는 ‘2020 정의로운 경찰활동법’ 초안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찰은 업무 중 인권을 고의로 침해할 때만 기소되지만 앞으로는 의도치 않게 인권을 무시하거나 묵살해도 처벌이 가능해진다. 무력사용 기준도 높여 ‘죽음이나 심각한 신체적 부상을 피하기 위한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고 용의자 체포 시 목의 경동맥을 압박하는 행동도 일절 금지된다. 방만한 경찰 예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시위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에 이어 ‘경찰 예산 삭감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치게 많은 경찰 유지 비용 일부를 주택과 교육 분야로 돌려 달라는 요구다. 미국 경찰의 한 해 예산은 1000억 달러(약 120조원) 정도로 웬만한 나라의 전체 예산에 맞먹는다. 뉴욕 경찰만 해도 1년에 60억 달러를 쓴다. 실제로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에서는 경찰 규모를 축소하는 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졸린’ 조 바이든과 극단적 좌파 민주당 인사들이 경찰 예산 지원을 끊어버리려고 한다”면서 “나는 충분한 재원을 지원받는 법 집행을 원한다. 법과 질서도 원한다”고 반박했다. 경찰 개혁 요구를 극좌파의 ‘경찰 폐지’ 운동으로 규정해 이념 대결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여기는 남미] 방역 모범국 아르헨, 찾아가는 가정방문 코로나 검사 등장

    [여기는 남미] 방역 모범국 아르헨, 찾아가는 가정방문 코로나 검사 등장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남미에서 '찾아가는 코로나19 검사'가 등장했다. 아르헨티나의 연방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6일(이하 현지시간)부터 가정방문 코로나19 검사를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발바네라, 레콜레타, 팔레르모 등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3대 동네에서 방문검사를 시작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이를 시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시민 개개인의 인권과 의지를 존중, 방문검사 대상은 희망자로 제한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문검사를 실시하지만 원하지 않는 시민에겐 검사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가정방문 코로나19 검사를 시 전역에서 실시하기로 한 건 지역감염의 차단 효과가 확인됐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코로나19 취약지역으로 지목되어온 복수의 빈민촌에서 가정방문 검사를 실시했다. 브라질의 파벨라처럼 주택이 오밀조밀 붙어 있고, 지방에서 상경한 저소득층, 외국인근로자 등이 모여 사는 빈민촌은 치안까지 불안해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실시한 가정방문 검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31번이라고 불리는 한 빈민촌의 경우 주민 2543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153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검사를 받은 사람의 60%가 코로나19 감염자였다는 뜻이다. 가정방문 검사로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왔지만 치명률은 낮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4286명에 달하지만 치명률은 0.84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평균 2.19보다 크게 낮았다. 관계자는 "코로나19 현황 그래프를 보면 빈민촌에선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가정방문의 효과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자와 밀접접촉자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코로나19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륙 초기부터 국경을 막고 전국적은 이동제한, 국제공항 폐쇄 등 강력한 봉쇄를 실시한 아르헨티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어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에선 하루 2만 명, 서쪽으로 맞붙어 있는 칠레에선 하루 5000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확진자 수를 하루 1000명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7일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는 2만2007명, 사망자는 648명으로 브라질(확진자 67만8000명, 사망자 3만6000명)이나 칠레(확진 13만4000명, 사망 1637명)보다 현저히 적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2030 세대] 2020년 미국 인종갈등의 기원/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재학생

    [2030 세대] 2020년 미국 인종갈등의 기원/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재학생

    위대한 흑인 가수 마이클 잭슨은 1987년에 ‘더 웨이 유 메이크 미 필’(The Way You Make Me Feel)이라는 명곡을 선보였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빌보드차트 1위에 어울리는 흥겨운 노래와 마이클 잭슨의 상징과도 같은 군무에 금세 빠지게 된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여러 번 보다 보면 또 다른 흥미로운 면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영상의 배경이다. 가로등 빛도 희미한 어두컴컴한 도시의 골목, 건물 벽을 가득 채운 온갖 낙서들, 부서진 채로 방치된 자동차. 그리고 그 속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희롱하는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비트 잇’(Beat It)이나 ‘배드’(Bad) 같은 그의 다른 노래도 비슷한 배경을 그려 내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 같은 공간을 도심 ‘게토’라고 부른다. 게토의 역사는 20세기 미국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20세기 초, 북부 미국이 공업화하면서 남부의 흑인 소작농들이 이주해 최초의 대규모 흑인 노동계급으로 변모했다. 그들은 북부에서도 여전한 차별과 분리에 직면했지만, 산업 노동자로서 힘을 키워 나갔고, 특히 2차 세계대전에 대거 참전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갖는 지분을 확대할 수 있었다. 전통적 구심점인 흑인 교회, 미국의 강력한 제조업, 새로이 우군이 된 민주당을 기반으로 흑인 사회의 중요한 지도자들이 배출됐고, 그들은 1960년대 민권운동을 일으키며 미국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세계화, 정보화가 시작되며 미국은 탈산업화 사회로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흑인 사회의 경제적 기반인 제조업이 사라졌고, 얼마 남지 않은 자리는 새롭게 유입된 불법 히스패닉 노동자들이 채워 나갔다. 설상가상으로 전후에 성장한 흑인 중산층마저도 미국 주류 사회로 녹아들며 흑인 공동체를 떠났다. 그리하여 주류 사회의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흑인 게토’가 미국의 고질적인 도시 문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게토 문제는 1980년대 이후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게토의 흑인 남성들에게 마약 거래가 큰 경제적 기회로 다가왔다. 치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길거리 갱이 자신들의 질서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총기는 남성성의 상징이자 비즈니스 수단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도심에서 경찰과 갱 사이의 유혈 사태가 늘었고, 이는 인종적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초기 힙합의 주제 의식에 폭력이 빠질 수 없었던 것도 힙합의 공간적 기원이 게토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인종갈등은 일순간의 비극으로 갑자기 촉발된 것도 아니며, 영속하는 인종차별에 맞선 저항이라는 서사도 너무 단순한 설명이다. 현대 세계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역사적 과정이 누적된 결과로 지금의 갈등과 비극이 탄생했다는 것이 더 적절한 설명이리라. 따라서 역사적 조건이 유사한 곳, 사회적 배제가 만들어 내는 좌절과 혼란이 공간을 지배하는 곳은 어디든지 1992년의 LA나 2020년의 미니애폴리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그런 공간은 과연 어디일까.
  • ‘금태섭 징계’ 당내 논란 지속… 재심서 바뀌나

    ‘금태섭 징계’ 당내 논란 지속… 재심서 바뀌나

    김두관 “이중 징계 같은 느낌 줘 아쉬워” 홍익표 “표결 관련 징계 바람직하지 않아” 진성준 “헌재, 의원직 박탈 외 인정 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 표결에 당론을 어기고 기권표를 던졌다가 징계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을 둘러싼 반발이 당내에서도 계속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이해찬 대표가 ‘입단속’을 지시했음에도 ‘헌법이 먼저냐, 당론이 먼저냐’에 대한 논쟁은 당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심에서는 결과가 뒤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 전 의원 징계에 대해 “선출직 공직자는 선거라는 것을 통해 가장 큰 심판을 받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중 징계 같은 그런 느낌을 줘서 아쉽다”고 말했다. 공수처 반대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당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 금 전 의원이 공천 경선에서 이미 탈락한 일을 들어 징계까지는 과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수석대변인을 지냈던 홍익표 의원은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할 수 있다는 사유를 (당규에) 뒀는데 이게 과도하게 남용돼 국회의원의 본회의 표결과 관련돼 자꾸 법적으로 가거나 징계로 가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을 지냈던 진성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는 당론을 위배한 국회의원에 대한 당의 징계가 의원직을 박탈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문제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고 썼다. 진 의원이 언급한 판결은 2001년 당론으로 추진하던 건강보험 재정분리에 반대하다 소속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강제 퇴출됐던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의 사례를 뜻한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03년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타당한 징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 벌어졌던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강제 사임 사건에 대해 5대4로 합헌 결정을 했다. 비슷한 사건에 대해 십여년 새 의원의 양심을 더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금 전 의원은 통화에서 “재심에서 합리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구호와 막말로 살펴 본 ‘조지 플로이드’ 사태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비무장한 흑인 시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5일(현지시간)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46)가 숨지기 전 내뱉은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는 호소는 차별에 항의하며 거리에 나선 이들의 구호가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진압과 해산을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맞부딪친 구호와 발언들을 통해 미국 인종차별 시위를 살펴봤다.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백인 경찰 데릭 쇼빈(43)의 무릎에 짓눌려 제대로 호흡할 수 없었던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가 호소했지만 쇼빈 경관은 무려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결국 그를 숨지게 했다. 플로이드의 호소는 인종차별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겹치면서 이번 시위의 대표적 구호가 됐다.이 표현은 앞서 2014년 뉴욕시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에서 먼저 등장했다. 흑인 에릭 가너는 불법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렸는데, 그 역시 사망하기 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너의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경찰의 목조르기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2014년의 시위에서 시위대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외쳤다. ‘목 조르기’ 체포술 도마에…일부 경찰서는 폐지 선언 한편 이러한 외침을 낳은 ‘목 조르기’ 체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지방정부들은 목 조르기 등 강압적인 체포 방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전미 유색인종 지위 향상협회(NAACP)는 지난 3일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향해 목 조르기 체포 방식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대부분의 경찰당국은 다양한 형태의 목 조르기 또는 목 누르기를 체포 과정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에도 일리노이주 시카도에서 쇼핑몰을 찾은 20대 흑인 여성이 경찰관에게 ‘목 누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경찰은 ‘경동맥 구속’(목 주위 혈관을 압박해 뇌로 흘러가는 피를 차단해 용의자를 실신시키는 체포술)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목 조르기 체포술을 금지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주 경찰의 목 조르기 체포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줄여서 BLM이라고도 일컫는 구호는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어진 ‘짐머만 사건’에서 비롯됐다. 동네 방범대원이었던 히스패닉계 혼혈 조지 짐머만(당시 29세)은 순찰 중 후드티를 입고 길을 가던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당시 17세)을 쫓아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총을 쏴 살해했다. 당시 마틴은 편의점에선 산 사탕을 들고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을 뿐이지만, 짐머만은 마틴이 ‘마약과 관련된 것 같은 수상한 흑인’이라고 생각해 뒤를 쫓은 것이었다.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비무장 10대 소년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쫓아가 살해한 것만으로도 인종차별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는데, 짐머만이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공분이 치솟았다. 곳곳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이때 처음으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등장했다. BLM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흑인민권운동 그 자체가 됐다. BLM은 상부 조직이 있는 단체의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느슨한 형태로 존재한다. 뚜렷한 가입 절차 없이 다양성·공감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같이하면 그 일원이 되는 식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형태로 구호와 주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 미국을 넘어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펼쳐지는 등 국제적 운동이 됐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 BLM이 확산하면서 이를 조롱하거나 반대하는 구호도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는 문장이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말을 비틀어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냐’는 조롱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ALM으로 BLM을 반박하는 이들은 시위 과정에서 흑인이 아닌 경찰관이 희생되고, 한편에서는 치안 부재를 틈타 약탈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일부의 일탈을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는 의견과 엄연히 병존하는 현실이라는 반박이 부딪친다. 그러나 ALM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해소돼도 흑인을 향한 공권력 남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BLM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이지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ALM에 대해 만화가 크리스 스트라웁은 만평을 통해 “불이 난 집을 놔두고 ‘모든 집이 중요해’라며 멀쩡한 집에 소방호스를 갖다 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 저격’ 댈러스 사건으로 BLM 운동 상처 차별은 갈등을 부르고, 증오를 싹틔운다. 증오는 사람들의 분노를 잘못된 관행 및 구조가 아닌 무고한 이들로 향하게 한다. 이것이 대립을 키우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6년 댈러스 저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 행진이 진행되던 중 벌어진 사건으로, 흑인 마이카 존슨(당시 25세)은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 중 백인만 노려 저격해 5명을 살해했다. 열흘 뒤 루이지애나 주에서 비슷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BLM 운동은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통합 대신 분열 부르는 트럼프의 말말말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통합과 치유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짐머만에 대한 무죄 평결 당시 시위가 격화하자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차분히 되돌아보자”면서 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댈러스 저격 사건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의 추모식에서는 “미국은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절망에 거부해야 한다”며 통합을 향한 노력을 호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댈러스 사건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이지 않았으며 공통의 이상으로 맺어졌다‘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당부했다. 이처럼 인종차별로 미국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을 때마다 최고지도자들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통합과 희망을 강조했다. “약탈하면 발포”에 담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 그러나 최근 플로이드 시위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일단 시위대를 급진좌파(ANTIFA)로 싸잡으며 이념적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또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며 “폭력배(Thugs)”라고 칭했다. ‘Thug’는 단순히 폭력배라는 뜻을 넘어 몇 년 전부터는 ‘흑인 폭력배’라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깔린 단어다.분명 시위 사태 속 혼란을 틈타 자행되는 약탈과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정당한 주장을 앞세운 시위대와 약탈을 일삼는 폭도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한데 묶어 비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인종차별적 법 집행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는 심지어 “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시위 진압에 발포를 허가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아무리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When the r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라는 (운까지 맞춘) 표현은 트럼프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NPR)에 따르면 이는 월터 해들리 마이애미 경찰청장이 1967년 청문회에서 썼던 표현이다. 극심한 편견을 갖고 있던 그는 흑인들을 상대로 강경한 진압을 자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 역시 소방호스와 경찰견까지 동원해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불 코너 버밍햄 경찰국장의 말을 빌려왔을 것이라고 NPR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발포’ 발언은 단순히 약탈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넘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는 표현인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There Is A Better Way!)” 한편 공권력 남용으로 흑인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 흑인 사회의 고민도 깊다. 지난 5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45세 흑인 남성이 “형제자매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데 이제 지쳤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자 또 다른 흑인 남성 커티스 헤이스(31)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헤이스는 시위에 참가한 16세 소년을 향해 “16살인 네가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거야. 왜냐하면 지금 어른들이 하고 있는 이 짓(시위)은 전혀 안 먹히거든”이라고 외쳤다. 그는 “저 아저씨, 46살인데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나도 31살 먹고 분노하고 있다. 겨우 16살인 너도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네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라고 호소했다. 헤이스는 4년 전 샬럿에서 무고한 흑인 시민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 때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었다며 “매일 밤마다 했는데 전혀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에게 “너와 다른 젊은 친구들은 힘이 있다”면서 “너희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윗 세대들은 그러질 못했으니까”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외침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ThereIsABetterWay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됐다. 헤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46년 동안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커져간 그의 가슴 속 구멍을 봤다”면서도 “16세 소년이 복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싸움에 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거쳐 흑백분리를 법적으로 폐지한 이후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미국 흑인 사회는 여전히 차별에 좌절하고 있다. 법적으로 평등해졌지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로 상당수의 흑인들이 여전히 하위 계층에 머물러 있다. ‘공권력 남용에 희생되는 흑인이 많은 것은 흑인 범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것에 가깝다. 매번 시위에 나서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후벼파고 있는 게 작금의 미국이다. 헤이스가 걱정했던 16세 소년이 31세, 46세가 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21세기에도 미국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중장비까지 동원해 약탈” 한인 상점들 속수무책

    “중장비까지 동원해 약탈” 한인 상점들 속수무책

    중장비, 사다리차까지 동원해 약탈미 한인 상점 피해 속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 심야 약탈행위로 미용용품점 30여곳이 피해를 입었다. 일단은 다소 진정된 모습이지만 미국 전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맞물려 심야 약탈행위가 이어지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특히 매장을 약탈하려고 시위대가 중장비까지 동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뷰티서플라이(미용용품) 업종도 최소한 이번 주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표정이다. 3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뷰티서플라이 업체 30여곳이 약탈 피해를 봤다. 지난 주말에 집중적인 약탈이 이뤄졌다. 필라델피아 한인회장 샤론 황은 “경찰에게 연락을 해도 (경찰이) 오면 약탈은 끝난 상황이고, 한국 사람들은 약탈을 당하는 것을 집에서 CCTV로 보고 있지만 위험하니까 못 가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나성규 펜실베이니아 뷰티서플라이 협회장은 “추가적인 약탈 피해는 많이 줄었다. 어제(2일) 심야에는 1개 점포가 털렸다”며 “한차례 광풍이 지나갔고 이미 다 털어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은 불안하고 안심하기 이르다. 이번 주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뷰티서플라이’는 흑인 여성의 필수품인 가발과 미용용품 등을 파는 곳으로, 필라델피아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업종이다. 피해액은 대략 2천만 달러(240억 원대)로 추정된다. 보험으로 일부 보상받을 수 있겠지만, 상당 부분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2년 흑인 폭동 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경우 일부 한인 상점들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주 방위군이 한인타운 보호를 위해 전격 투입된 상태다. 현재 한인 점포들은 두꺼운 나무판자로 상점 외벽을 둘러싸고 추가적인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동시에 협회 차원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한인 상점의 피해 보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LA 한인사회, 흑인 사망 시위에 비상순찰대 구성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 사회는 흑인 사망 시위에 따른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자체 비상 순찰대를 구성했다. LA 한인회는 3일(현지시간) 한인타운 내 범죄를 막기 위해 ‘커뮤니티 비상 순찰대’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재미 해병전우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순찰대는 이날부터 코리아타운 순찰에 들어갔다. LA 현지 경찰의 협조 아래 비상순찰대를 식별할 수 있도록 차량 앞에는 한인회 로고를 부착했다. 재미 해병전우회는 2015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촉발된 퍼거슨 흑인 소요 사태 당시에도 한인타운의 치안 유지에 힘을 보탠 바 있다. LA 한인회는 야간 통행금지 시간 이후에도 순찰하는 방안을 경찰과 협의 중이다. LA 한인회는 한인 상점의 피해 복구와 영업 재개를 돕기 위한 ‘타운 클린업 봉사대’도 운영할 방침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부시도 트럼프 리더십 우려 “모두를 위한 정의” 촉구

    부시도 트럼프 리더십 우려 “모두를 위한 정의”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전에 가장 최근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흑인 사망’ 시위와 관련해 ‘모두를 위한 정의’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증오와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분명히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거명 안 했지만 “시위대 침묵시키려 하면 안돼”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남성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책임 있는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행진하는 것이 힘”이라며 평화 시위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속되는 정의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만 온다. 약탈은 해방이 아니고 파괴는 진전이 아니다”라며 시위 상황 속에서 치안이 약해진 틈을 타 폭력과 약탈을 벌이는 세력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인 평화가 진정하게 공정한 정의를 요구하는 것도 안다. 법치는 궁극적으로 공정함과 법적 시스템의 합법성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특히 “모두를 위한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라고 하며 정의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인 인종주의를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유일한 방법은 상처받고 비통에 잠긴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그 목소리를 침묵시키려 하는 이들은 미국의 의미를, 미국이 어떻게 더 나은 곳이 되는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시위대 배후 세력에 ‘안티파’(ANTIFA·안티 파시스트)라는 급진 세력이 있다며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통합과 공감을 강조한 부시 전 대통령의 성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 수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부시 일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썩 좋은 관계를 맺어오진 않았지만 직접적 마찰은 피해 왔다.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가 트럼프 돌풍 앞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더힐 “부시 행정부 전 관료들, 바이든 지원 조직 결성” 이러한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언론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부시 행정부의 전직 관료들이 바이든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결성했다고 보도했다. 슈퍼팩은 한도 없이 자금을 모으고 쓸 수 있는 외곽 후원조직이다. 후보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많은 선거자금이 필요한 해당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선거전에서 큰 지원군이 된다.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43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따온 듯한 ‘바이든을 위한 43 동창’이라는 별칭의 슈퍼팩은 전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 관료였던 캐런 커크시가 슈퍼팩의 재무 및 기록 담당자로 명시됐다. 다만 이 단체에 누가 참여하고 바이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더힐은 전했다.작가이자 폭스뉴스 정치분석가 후안 윌리엄스도 더힐 기고에서 “부시가 바이든을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로 그가 바이든을 위해 싸울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의 가장 최근 공화당 전임자 부시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상상해 보라”며 “부시의 목소리는 온건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의 무당파층에 접근할 유일한 힘을 갖고 있어, 그들을 공화당에서 이탈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최근 부시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보인 바 있다. 지난달 부시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당파적 분열을 버릴 것을 촉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탄핵 사태를 거론하며 “그(부시 전 대통령)는 미국 역사상 최대 거짓말(탄핵)에 맞서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연설에서도 “편협함과 백인우월주의는 미국적 신념에 반하는 신성모독”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는 같은 해 8월 발생했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를 두둔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다만 그때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와 관련해 부시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고 윌리엄스는 전했다. 윌리엄스는 반 트럼프 보수단체인 ‘링컨 프로젝트’의 주요 보수 사상가 그룹과 ‘트럼프에 대항하는 공화당 유권자들’로 불리는 일부 전직 고위 공화당 관료들이 포함된 새 그룹이 부시가 연설할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만약 부시가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발표하면 일부 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약탈에 울분 토하는 美 한인사회 “왜 작은 점포를 털어가나”

    약탈에 울분 토하는 美 한인사회 “왜 작은 점포를 털어가나”

    “펜실베니아 미용용품 점포 30% 피해”“4~5시간 털려도 경찰 나타나지 않아”시카고선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어”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약탈 피해를 입은 미주 한인사회가 신음하고 있다. 치안력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무차별적인 약탈을 당한 한인사회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과 같은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사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까지 50개 안팎의 현지 한인 점포가 항의 시위대의 약탈 공격을 받았다. 대략 30곳의 미용용품 상점을 비롯해 휴대전화 점포, 약국 등이다. LA나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필라델피아에도 7만명가량의 많은 교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상규 펜실베이니아 뷰티 서플라이(미용용품) 협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인 뷰티 서플라이 점포가 100개 정도이니 30%가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인 상대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상권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필라델피아의 흑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하지만 백인·히스패닉 인종을 가릴 것 없이 폭력적인 약탈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시위가 격화했다가 펜실베이니아주 방위군이 배치되면서 폭력 수위는 다소 진정됐지만 주방위군이 다운타운에 집중 배치되다 보니 도심권에서 떨어진 한인 상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통행금지 무색하게 곳곳서 약탈”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다운타운은 펜실베이니아주 병력이 나서면서 약간은 자제가 된 것 같은데 한인 커뮤니티는 지금도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고 우려했다.그는 “통행금지를 무색하게 약탈을 하니까 그게 문제”라며 “신발, 잡화상 등 흑인들이 좋아하는 상점의 철문을 다 부수고 들어가서 새벽까지 곳곳에서 약탈이 이어진다.한인이 운영하는 어떤 약국은 철문이 있는데도 다 털렸다. 전기톱으로 철문을 뜯어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인 소유의 대형상가가 4~5시간이나 털렸지만 현지 경찰은 수차례 신고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범들은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300만~400만 달러 상당의 물건들을 박스째 물건을 실어갔다고 한다. 나 협회장은 “자정뿐만 아니라 새벽 2~3시에도 6~10명씩 몰려다니면서 털고 있는데, 심야 통행 금지는 있으나 마나”라며 “우리는 그저 앉아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에서도 한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매체인 CBS 시카고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에서 약탈 피해를 당한 김학동씨의 사연을 전했다. 김씨는 “제발 그만하고 이곳에서 나가 달라고 했고, 그들도 처음에는 이해하는 듯했다”면서 “하지만 시위대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20~30명이 몰려와서 약탈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시위를 이해한다. 그렇지만 왜 작은 점포를 부수는가. 왜 점포에 들어와서 물건들을 털어가는가”라며 “이건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딸 하나씨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약탈자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들고 가는 것을 보는 것뿐이었다”라고 허탈해했다. 다행히 28년 전 큰 피해를 입은 LA 한인타운에는 주방위군이 전격 투입된 상태다. 주 방위군 병력은 전날 오후 웨스트 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를 비롯해 3∼4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계에 들어간 바 있다. 주 방위군은 항의 시위 사태가 끝날 때까지 LA 경찰과 함께 한인타운에 주둔하면서 지난 1992년 ‘LA 폭동 사태’의 재연을 막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재연 우려 LA에는 주 방위군 투입 시카의 한인업체 피해도 심각하다. 미네소타주와 인접한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 시카고의 흑인 대상 한인사업체 소유주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카고 한인 업계에 이렇게 큰 피해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카고 남부에서 1987년부터 33년째 미용용품 매장을 운영해온 김종덕 아메리칸 뷰티총연합회 전 회장은 일요일은 지난달 31일 상황을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아침에 가게에 나갔더니 경찰관들이 건물 앞에서 ‘오늘 영업할 수 없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갔다가 걱정이 돼 오후에 다시 나가보니 건물 인근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어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방차가 오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서 보니 우리 건물과 매장이 불에 타고 있었다”며 그다음 날이 돼서야 매장의 물건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그을고, 소방차가 뿌린 물에 모두 젖어버린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또 “우리 매장은 시카고 경찰 본부에 인접해있어 매우 안전한 곳으로 간주됐다”며 “이번에는 경찰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 피해를 50만 달러 정도로 추산하면서 “30년 이상 꾸려온 사업체가 한순간에 이렇게 훼손돼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시카고 한인뷰티협회 김미경 회장은 시카고 지역에 약 600개의 한인 미용용품 업체가 있다며 이들 중 최소 60~70%가 이번 사태의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성배 시카고 한인회장은 “곳곳에 경찰차들이 세워져 있고 대부분 건물의 출입문과 창문이 나무판자로 가려져 있거나 철판이 덮여 있는 상태였다”며 뷰티업체 외에도 휴대폰 대리점과 패션, 보석 가게 등 한인 사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인 사업체가 의도적 표적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한다”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했더니 식료품점을 비롯한 대부분 업소가 문을 닫아 지역 주민들로서는 당분간 생활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여기는 남미] 도시별 살인율 랭킹 1~5위, 멕시코가 싹쓸이

    [여기는 남미] 도시별 살인율 랭킹 1~5위, 멕시코가 싹쓸이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도시는 멕시코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멕시코의 비정부기구(NGO) '공공안전과 형법정의를 위한 시민위원회'는 최근 세계 주요 도시의 살인율을 조사,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10대 도시 중 6개 도시는 멕시코 도시였다. 특히 멕시코는 1~5위를 싹쓸,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19년 발생한 사건을 취합해 산출한 이번 랭킹에서 1위에 오른 곳은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에 위치해 마약카르텔이 기승을 부리는 티후아나였다. 인구 176만 명인 티후아나에선 지난해 살인사건 2367건이 발생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한 살인사건을 나타내는 살인율은 134.24로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았다. 2위는 또 다른 멕시코 도시 후아레스였다. 역시 마약카르텔의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인구 145만 명인 후아레스에선 지난해 살인사건 1522건이 발생했다. 살인율은 104.54였다. 3위 우루아판(살인율 85.54), 4위 이라푸아토(80.74), 5위 오브레곤시티(80.72) 등 3~5위도 모두 멕시코 도시였다. 이들 5개 도시 외에 아카풀코(7위, 살인율 71.61)도 7위에 이름을 올려 세계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험한 10대 도시 중 6개가 멕시코 도시였다. 10위권 중 다른 국가 도시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6위, 74.65), 남아공 케이프타운(8위, 68.28), 미국의 세인트루이스(9위, 64.54), 브라질의 비토리아 다 콘키스타(10위, 60.01) 등이었다. NGO '공공안전과 형법정의를 위한 시민위원회'의 대표 안토니오 산체스는 "멕시코가 세계 폭력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셈"이라면서 "멕시코의 치안상황이 극도로 불안한 파노라마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치안불안 랭킹 50위권 도시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은 더 뚜렷해진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살인율 50위권에 랭크된 도시 중 19개 도시가 멕시코 도시였다. 이어 브라질(10개 도시), 베네수엘라(6), 남아공(4), 미국과 콜롬비아(각각 3개 도시), 온두라스(2), 과테말라, 푸에르토리코, 자메이카(각각 1개 도시) 순이었다. 산체스는 "브라질이 동일한 기록(19개 도시)을 세운 2016년을 제외하면 특정 국가의 도시가 50개 도시 중 40%를 차지한 전례는 없었다"며 멕시코의 치안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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