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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론식 복지’… 남미 정치사 새로 썼다

    ‘비바 크리스티나(Viva Cristina), 비바 페론주의(Viva Peronismo)’ 아르헨티나 대선이 치러진 23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요광장은 남미 정치의 새 역사 탄생을 축하하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들끓었다. 2007년 세계 최초 선출직 부부 대통령의 기록을 썼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8)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날 선거에서 압승하며 남미 첫 재선 여성 대통령의 영예를 안게 됐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53%의 득표율을 기록해 2위 후보인 에르메스 비네르 산타페 주지사(17%)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3년 군사독재 정권이 종식된 이래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페르난데스의 재선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도 페르난데스는 50%가 넘는 득표율로 야권 후보들을 압도했다. 개표 초반 당선이 확실시되자 페르난데스는 승리를 선언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아르헨티나가 계속 발전하고, 역사를 바꿔 나가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 45.3%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던 페르난데스는 집권 초반 반대 세력의 저항과 농작물 세금 인상으로 인한 농민과의 마찰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2009년 총선에서는 참패의 쓴맛도 봤다. 그러나 8년 연속 평균 7.6%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은 페르난데스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아르헨티나의 농작물에 대한 각국의 수요가 늘면서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에도 경제성장률이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 정부는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지난해 10월 갑작스럽게 사망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동정심도 페르난데스의 지지율 회복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 승리로 친노동·서민중심의 페론주의 정책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경제 위기를 겪는 유럽 각국이 긴축재정의 고삐를 바짝 죄는 것과 달리 재정 지출을 늘려온 페르난데스는 투표 직후 인터뷰에서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여러분은 자랑스러움을 느껴야 한다. 우리는 실수하지 않았고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기 페르난데스 정부에선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르난데스의 러닝메이트인 아마도 보우도우 경제장관은 연기금 관리의 국영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와 빈곤층 확대, 치안 불안 등은 페르난데스 집권의 위협 요인으로 지적된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표한 올해 인플레율 전망치는 9%이지만, 민간에선 2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30%에 이르는 빈곤층 비율도 잠재적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新서울토박이’ 재보선 변수

    ‘新서울토박이’ 재보선 변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참여하는 20세 이상의 서울 출생자가 서울 전체 인구의 37.3%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후반 이상의 부모 세대가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라다 서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지역감정’이나 혈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 그 자식 세대는 자신을 ‘서울 토박이’라고 여기며 부모와 다른 가치관, 인식, 표심(票心) 등을 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연령은 만 19세이지만, 이는 시사하는 게 적잖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3일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날(28일)을 앞두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서울 토박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외국인 제외한 955만 206명)의 37.3%인 282만 360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80년 21.6%보다 15.7%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서울 출생자는 전체의 46.5%이고, 경제활동이 가능한 15세 이상의 비율은 40.3%로 나타났다. 또 15세 이상 서울 출생자 중 88%가 서울을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부모와 다른 인식을 지닌 ‘젊은 서울 사람’은 몇 년 안에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정치사회화는 대개 10세 이전인 아동기에 이뤄진다.”면서 “선거에서 출생지 중시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면 고질적인 지역주의도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베트남 참전 후 정신분열증 44년만에 국가유공자 인정

    베트남 참전 후 정신분열증 44년만에 국가유공자 인정

    베트남 전쟁의 상처는 A(68)씨에게 너무 컸다. A씨는 1966년 베트남전에 소대장으로 파병돼 2년간 복무했다. 끔찍하고 참혹한 전쟁 속에서 A씨는 정신분열증과 조울증, 신경증을 얻었다.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A씨는 전역한 지 44년이 지나서야 법원으로부터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도균 판사는 21일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군복무 중 집단따돌림이나 구타로 정신분열증이 생겨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은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A씨처럼 과거 전쟁의 충격에 따른 정신 장애를 법원이 받아들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전쟁과 정신 장애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워낙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에게는 베트남전 때 ‘병상일지’가 남아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였다. A씨는 21세이던 1964년 군에 입대, 1966년 소위로 베트남전에 나갔다. 소대장이었던 A씨는 ‘작전을 수행하던 중 주야간 장기매복으로 인한 심신쇠약과 소대원 40명의 생명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긴박한 상황에 자주 처했다.’고 회고했다. 102후송병원에서 작성한 A씨의 병상일지에는 ‘1주간의 야간 올빼미 야전(잠복)으로 잠을 못 잤다.’고 기술돼 있다. 정신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병상일지에 따르면 A씨는 잠복 중에 갑자기 고함을 치는 돌출 행동, 베트남 민간인을 군인으로 의심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1967년 2월 A씨에게 사건이 터졌다. 매복지역에 침입한 베트남 민간인 3명 가운데 1명이 도망쳤다. A씨는 즉각 소대원들과 수색을 벌였다. 다시 잡힌 베트남인이 저항하자 폭행을 휘둘렀다. 베트남인이 사망하자 A씨는 군법원에 회부돼 1심에서 특수폭행치사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폭행죄만 인정돼 벌금형으로 감형된 뒤 강제 전역됐다. 당시 A씨의 정신감정을 맡은 군의관은 “옳고 그름을 식별하지 못한다. 병적으로 의심하는 경향의 정신분열증 망상형으로 진단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병상일지에도 초진단명 ‘정신분열증 망상형’, 발병일시 ‘전투중’, 발병지 ‘월남 칸호아성 린호아’, 발병장소 ‘밀림’, 입원일수 ‘14일’로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A씨는 파병 후 전투부대의 소대장으로 장기간 밀림에서 주간정찰과 야간매복을 반복하고, 적을 수색하는 등 감내하기 어려운 극도의 긴장감과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면서 “이로 인해 정신질환인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가 발병했거나 기존 질환이 자연적 경과를 넘어 악화됐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사건Inside](5)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생명…‘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Inside](5)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생명…‘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창백하게 질린 채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온 생후 3개월 아기. 아기는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신장 60㎝에 불과한 자그마한 아기의 몸에서 폭행의 흔적을 찾았다. 폭행의 장본인은 놀랍게도 아기를 입양한 양어머니. 단란했던 가정을 파국으로 몰고 간 것은 그녀의 말도 안되는 의심과 질투였다.   의식불명으로 실려온 아기에 학대 흔적이  지난 9월 13일 서울 구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아기가 실려왔다. 아기의 입과 코에는 구토의 흔적이 있었다.  “아기가 갑자기 숨을 안 쉬고 먹은 것을 다 토했어요. 선생님, 어떡하면 좋죠?”  아기 엄마라고 밝힌 이모(29)씨는 울먹이고 있었다. 안절부절하는 그의 모습은 다른 엄마들과 다를 바 없었다.  아기는 이미 뇌사 상태에 있었다. 의료진은 이 사실을 가련한 엄마에게 어떻게 설명해 것인가가 고민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기의 상태를 살펴보던 한 의사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마와 허벅지 등 아기의 몸 곳곳에서 멍자국이 발견된 것이다.  “선생님,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정밀진단을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는데요.”  아기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이는 멍자국 외에 뇌출혈까지 확인됐다. 3개월짜리 아기가 외부충격 없이 뇌출혈이 생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일. 검사를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자 강도높은 폭행의 흔적이 드러났다.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얘 오빠가 샘이 좀 많아서…. 자고 있는데 베게를 빼서 머리를 부딪힌 것 같네요. 워낙 힘이 장사라 장난감으로 때린 것 때문에 상처가 난 것 같기도 하고.”  가정폭력의 흔적을 눈치 챈 의사가 멍든 이유를 묻자 이씨는 세살배기 큰아들 짓인 것 같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하지만 아무리 힘이 좋다 해도 3살짜리 아이의 소행이라고 보기엔 폭행의 흔적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담당 의사는 결국 아동보호기관에 아동학대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가 들어왔다고 신고했다.   “딸 욕심에 그만”…생명을 사고파는 ‘인터넷 입양’  신고를 받고 병원을 찾은 아동보호기관 담당자는 이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석연치 않은 점들을 여럿 발견했다. 사망한 아기가 이씨의 친딸이 아니라는 점, 아기의 눈에서 발견된 망막출혈이 명백한 폭행의 흔적이라는 점 등이었다. 망막출혈은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큰 충격을 받아야 발생한다. 보호기관 담당자는 이씨가 아이를 구타했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보호기관 담당자의 신고로 경찰에 가게 된 이씨는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사건은 지난 8월 딸을 키워보고 싶다는 이씨의 바람에서 비롯됐다. 이씨 부부는 남편이 지방에서 주유원으로 일하면서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오는 ‘주말부부’였다.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3살 첫째 아들과 14개월 둘째 아들을 키우며 나름대로 알콩달콩 살고 있었다.  결혼 전 2년동안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했던 이씨의 아이 사랑은 남달랐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큰 아들을 정성으로 보살피면서 이제 갓 돌을 넘긴 둘째까지 돌봐야 했지만 귀엽고 애교 많은 딸이 한명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한 지 3년이 안되는 데다 보증금 500만원짜리 월셋방에 살면서 180만원 남짓한 남편의 월급으로 입에 풀칠하고 있던 이씨는 법적 입양조건인 ‘충분한 경제력’을 충족하지 못했다. 정식 입양이 불가능했다.  이씨는 결국 불법 입양이라는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 인터넷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아이를 주고 받는 ‘인터넷 입양’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결국 이런 방식으로라도 아기를 데려와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인터넷 입양은 한 생명을 데려오는 데 필요한 절차 치고는 너무 쉽고 간단했다. 인터넷 입양을 알선하는 사이트들은 자기 아기를 남에게 떠넘기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몇몇 사이트에 ‘입양 원함’, ‘입양 문의’ 등의 글을 올리기만 해도 연락이 쇄도했다.  “홍성역으로 오세요. 아기 드릴께요.”  지난 8월 6일 글을 올린 지 보름도 안돼 이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여성에게서 아기를 넘겨받았다. 친엄마가 건넨 아기 물건은 옷과 신발 한벌, 양말 몇개 뿐이었다.   거짓말은 꼬리를 물고…불법을 합법으로 만든 보증  “여보, 이 아이는 누구야? 어디서 데려왔어?”  “서울역에서 어떤 사람이 잠깐 맡아달라고 해서 봐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나타나지 않더라고. 불쌍한데 그냥 우리가 친딸처럼 키우면 안될까.”  이씨는 오랜만에 집을 찾은 남편에게 거짓말을 했다. 남편은 황당한 상황에 놀랐지만 결국 아기를 키우기로 했다. 아버지가 없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로서는 도저히 아기를 내칠 수가 없었다.  남편 설득에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법적 절차였다. 이씨가 출산했다는 증거가 없는 불법 입양이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씨는 보증인을 찾기 위해 또 거짓말을 했다.  과거에 자기가 일했던 어린이집 원장을 찾아가 남편이 바람을 피워 밖에서 아이를 낳아 데려왔다고, 없는 얘기를 지어냈다. 아기가 지금 아픈데 출생신고를 못해 병원을 못가고 있다면서 보증인이 돼 달라고 하소연했다. 거짓말에 속은 원장과 다른 교사의 보증으로 아기는 이씨의 딸이 됐다.   “설마 진짜 남편이 낳은 아기?”…어처구니 없는 의심이 불러온 비극  “어머, 아기가 너무 예쁘다. 아빠를 쏙 빼닮았네요.” (이웃)  “어떻게 우연히 입양한 애가 남편을 닮을 수 있지? 이거 혹시….” (이씨)  그토록 원하던 딸이었건만 이씨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랑이 증오로 바뀌게 된 것은 주위 사람들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아빠를 닮았다는 이웃들의 칭찬은 남편이 정말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뒤 자기를 속여 아이를 데려오도록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의심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 사이에 나온 친아들들보다 피 한방울 안 섞인 딸을 더 예뻐하는 남편의 행동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놨다.  이씨의 강박증은 분노가 돼 고스란히 아기에게로 향했다.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씨의 히스테리와 폭행에 시도때도 없이 시달렸다. 결국 아기는 이씨의 거듭된 폭행에 정신을 잃었다.  경찰은 지난 17일 중상해 및 아동학대 혐의로 이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출생보증을 서준 어린이집 원장 등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양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한 아기는 현재 생물학적으로만 숨이 붙어 있는 뇌사 상태다.  구로경찰서 수사 관계자는 “뇌사 상태가 되면 소생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인공호흡기만 떼면 바로 생물학적으로, 법률적으로 사망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아기의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후속조치를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죄없는 아기를 학대한 이씨의 행동도 잘못됐지만 인터넷을 통해 무책임하게 아이를 데려온 과정이 더 큰 문제”라면서 “이 사건은 아이를 마치 물건처럼 사고 파는 요즘 세태가 만든 비극”이라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美 오하이오 ‘24시간 정글’

    18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오하이오주 제인스빌에 사는 한 여인이 911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밖에 곰과 사자가 돌아다니고 있어요. 우리 바로 뒤에 있어요!” 911 전화 안내원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경찰 맹수 48마리 사살 이날 오하이오주 머스킹엄카운티의 제인스빌 주민 2만 5000명을 24시간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농장주 테리 톰슨(62)이 키우던 희귀 야생동물 56마리였다. 73에이커(약 29만 5425㎡)에 이르는 농장 안 철창에 갇혀 있어야 할 호랑이, 사자 등 맹수들이 마을을 마구 휘젓고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들은 즉각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있었다. 지역당국은 맹수 사냥에 나선 지 하루 만인 19일 원숭이 1마리를 제외하고 농장에서 달아난 동물을 모두 사살하거나 생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까지 최소 49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벵골 호랑이 18마리, 사자 17마리, 흑곰 6마리, 회색곰 2마리 등 48마리는 권총과 소총 등으로 사살됐다. 늑대 1마리는 고속도로를 건너려다 차에 치여 죽었다. 마취총을 맞고 생포된 표범 6마리와 회색곰 1마리, 원숭이 2마리는 인근 컬럼버스동물원으로 보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치사율이 높은 헤르페스 B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숭이 1마리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컬럼버스동물원 관계자는 그러나 이 원숭이가 다른 동물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인인 톰슨은 농장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당국은 톰슨이 자살하기 전 쇠창살로 된 우리를 끊어주거나 문을 열어 맹수들을 일부러 풀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톰슨은 불법총기 소지죄로 1년간 복역하고 3주 전 풀려났으며 이전에도 동물 학대 혐의로 여러 차례 고발당했다.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이번 소동이 톰슨의 ‘복수극’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러스 감염 원숭이 아직 안 잡혀 한편 시당국이 전 세계에 3000마리만 생존, 멸종위기에 처한 벵골 호랑이 등 너무 많은 희귀동물들을 희생시켰다는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매트 루츠 머스킹엄카운티 보안관은 “벵골 호랑이에게 마취총을 쏘려 했으나 달아날 위험이 있었고 눈앞에 300파운드(약 136㎏)에 이르는 호랑이가 날뛰고 있어서 사살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나꼼수 비켜라” 보수진영 방송 ‘명품수다’ 선보여

    젊은층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맞서 보수 진영이 유사한 형식의 방송 ‘명품수다’로 맞불을 놓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0·26 보궐선거 등을 겨냥한 ‘나꼼수 보수 버전’인 셈이다.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명품수다는 지난 18일 첫 방송을 탔다. 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회장, 박성현 인터넷 문화협회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석수경씨 등이 출연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각종 의혹들을 비판했다. 명품수다 측은 “정치·경제·문화·연예·국제 문제를 모두 논할 예정이며 비속어를 남발하며 천박함을 친밀감으로 위장하는 방식은 사절”이라면서 “콘텐츠의 부재를 공연히 목청을 돋우는 어법으로 돌파하는 방식이 아니라 품위있게 망가지는 새로운 토크쇼가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나꼼수’는 김어준 딴지그룹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이 출연하고 있다. ‘가카(각하) 헌정 방송’이라는 컨셉트 아래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 [사건Inside](4)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사건Inside](4)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괜찮은 애 있는데 한번 만나볼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야. 정말 고마워.”  20대 젊은이들이라면 쉽게 나눌법한 대화다.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이성친구를 만나는 이른바 ‘소개팅’이 멀쩡한 청년을 깊은 수렁에 빠뜨린 일이 최근 벌어졌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일 미성년자와의 성 관계를 미끼로 거액을 뜯어낸 A(21)씨와 B(18)양 등 6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두근두근 소개팅’이 ‘지옥의 소개팅’으로  “형,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우리 술 한잔 하자.”  사건은 올 3월 대학생 C(23)씨가 A씨를 만나면서 비롯됐다. 두 사람은 이전에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같이 일한 인연으로 줄곧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오랜만에 아는 동생의 연락을 받은 C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A씨를 만나러 나갔다.  A씨는 다른 대화를 하며 기회를 엿보다가 불현듯 C씨에게 소개팅을 주선하겠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없던 C씨가 반색을 하며 좋아했음은 물론이다.  결국 같은 달 15일 C씨는 B양을 만났다. 귀엽고 활달한 B양에게 C씨는 호감을 가졌다. B양 역시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B양은 밤이 깊어지도록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빠, 계속 같이 있으면 안될까?”  결국 두 사람은 그날 각자의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C씨 입장에서 보면 바닥 모를 나락의 문턱을 제 발로 넘은 셈이었다. 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계획된 만남, 계획된 협박…대출알선책까지 마련한 범행  “형, 그 애한테 나쁜 짓 했다면서요? 큰일났어요. 고소한다고 지금 난리인데….”  “허허, 이 형님, 이거 안되겠네. 콩밥 한번 먹어봐야되겠구만.”  C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만남을 주선한 A씨는 물론 생전 처음보는 남자들까지 등장해 B양과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고 있다고 연락을 해왔다. 거의 협박이었다. B양이 미성년자였고 자기가 그녀를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지자 C씨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모든 것이 A씨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동네 아는 선후배 사이인 A씨 등은 C씨를 타깃으로 삼아 B양을 이용, 미성년자 성폭행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기로 짰던 것이었다.  이들은 사전에 역할 분담까지 했다. A씨가 B양을 소개하면 나중에 협박을 위한 바람잡이는 D(20)씨가 맡는 식이었다. 희생자가 나중에 돈을 꿀 것에 대비해 대출 알선책까지 지정했다.  A씨 등은 수시로 C씨에게 “없던 일로 할 테니 합의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B양이 그들과 한패라는 사실에 극한의 분노가 치밀었지만 모든 게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거듭된 협박에 C씨는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이 요구한 500만원을 당장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A씨 일당은 미리 짜 둔 각본대로 대출업체를 알선하며 돈을 요구했다.  “자, 1200만원 뽑아. 우선 합의금 500만원 내놓고…. 우리가 대출업체 소개해줬으니까 소개비도 받아야겠지?”  결국 C씨는 대출금 1200만원 전부를 빼앗겼다. 하지만 이 황당한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미성년자의 ‘몸’까지 협박 도구로…물질만능주의의 어두운 단면  A씨 주도의 범행은 완전범죄가 될 뻔 했다. 하지만 6개월 뒤 형사들의 정보망에 이들에 대한 첩보가 입수됐다. 경찰은 함구로 일관하던 피해자 C씨를 설득해 진술을 확보한 후 어렵지 않게 일당 6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전화통화와 문자 등 명백한 증거에 이들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A씨는 사건 직후 군대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경찰은 A씨는 헌병대에 이첩하고 협박을 담당했던 D씨 등 2명을 구속했다. B양과 다른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다행히 C씨 이외에 이들로부터 추가로 당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C씨의 심신은 만신창이 상태였다. 나쁜 짓을 했다는 죄책감과 사회적 매장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극도의 우울증에 빠졌다. 현재 A씨 일당은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고교 중퇴인 B양을 비롯해 피의자들이 모두 20세 안팎의 젊은이들이었다는 점, 나쁜 기성세대들처럼 성관계를 미끼로 돈을 갈취한 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을 타깃으로 삼는 잔인성을 보였다는 점 등에서 경찰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신문에 안난 뉴스=도둑무대 독점하려 한 패거리 밀고(密告)

    신문에 안난 뉴스=도둑무대 독점하려 한 패거리 밀고(密告)

     <형사(刑事)들의 사건비화(事件秘話)><제1화=구의동(洞) TV 전문 절도단의 자폭 전말기>  C=「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 것」이라지만 도둑의 경우는 더욱 지독한 것이더군요. 도둑 무대를 독점하려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된 김(金·29·뜨내기)모 이야기인데···.  A=오늘 아침(26일)에 구속이 집행된 그 능청스런 전과 5범 이야기군.  C=며칠 전 하오 6시쯤이었어요. 사환 아이가 나를 찾는 전화라기에 받아 보았더니 낮도 코도 모르는 바로 그 김(金)이었어요. 중요한 할 말이 있다면서 곧 S다당(다방의 오타)에서 만나자는 거예요.  A=10분안에 나오지 않으면 대규모 절도단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겁까지 주었다면서요.  C=겁 주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아뭏든(아무튼) 꼭 나와 달라는 것이었어요. 제법 점잖은 차림을 하고 있더군요. 용건을 말하라고 했더니 구의동(지금 서울 광진구) 일대를 쉽쓰는 TV 절도단을 잡게 해준다면서 자기를 정보원으로 써달라고 애원합디다.  B=그래서 쾌히 승낙했나요?   <말씀해 주신 분> 왼쪽으로부터 동부경찰서 김주영(金奏榮) 형사, 박창규(朴昌圭) 형사, 신두규(申斗奎) 형사, 장태석(張泰錫) 형사   C=일단 써보겠다고 대답은 했죠. 그리고 나서 일당이 누군지 아느냐고 캐어 물었더니 이름과 주소를 알아올테니 내일 다시 만나자는 거예요. 전화 연락처만 알아 놓고 헤어지면서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야릇한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 때문에 정보원이 되고 싶어하는 지가 수상쩍었어요. 그래서 그 길로 김(金)을 추적해서 은밀히 신원을 알아 보았더니 자그마치 절도 전과 5범이었어요.  A=김(金)은 그 일에서 손을 씻고 바르게 살려 했던 모양이군.  C=그런 게 아니었어요. 뒤에 밝혀진 일이지만 그들과 같이 도둑질을 하는 한 패거리였어요.  A=노리는 게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어리석은 놈이 있나.  C=어리석은 게 아니고 더 큰 욕심 때문이었지요. 김(金)의 목적은 1년 가까이 구의동 일대의 신 개발지 주택가를 무대로 함께 도둑질을 해 온 동료 3명을 깡그리 잡아 넣고, 그 공로로 자신만이 용서를 받게 되면 마음 놓고 혼자서 무대를 독차지하려 했던 거예요.  다음 날 만나 이야기해 주려 했던 김(金)은 마음이 밤새 달라졌던지 약속대로 나와 주지 않았어요. 도망칠까보아 형사를 긴급 동원하여 김(金)을 먼저 잡아들이고 나머지 3명을 잡아 대질을 시키니까 서로 죄를 낱낱이 폭로하더군요. 이들 일당은 구의동에서만도 그동안 10여대의 TV를 훔쳤어요. <제2화=바캉스 자금 만들려 타자기 욕심낸 소년>  A=부모들이 자녀에게 너무 인색해도 안되겠더군요. 바캉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했다가 쇠고랑을 찬 소년이 있어요.  B=정말 안됐어. 박(朴·18)군 집안도 꽤 잘 사는 편이더군요.  A=어저께 밤이었어요. 관내 T여관에서 수상한 소년이 도둑질을 한 물건을 팔려는 것 같다는 신고가 있었어요. 급습해서 문을 열고 보니까 타자기를 장사꾼 송(宋)모씨에게 팔려는 순간이더군요.  D=신고한 여관 종업원은 사람을 보는 눈이 보통은 넘었던 모양이야. 박(朴)군은 누가 보아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곱살한 용모에 단정한 복장이었거던.  A=박(朴)군은 초범이었기 때문에「나, 경찰서에서 나왔다」니까 그 자리에서 얼굴색이 파랗게 변하면서 실토를 하더군요.  자기딴에는 제법 치밀하게 범행을 꾀했더군요. 열쇠 가게에서 웬만한 문은 모두 열 수 있는 열쇠 20여개를 마련해 가지고 숙직원을 두지 않은 사무실을 노린 거예요. 23일 밤 8시쯤 박(朴)군은 열쇠로 청진동(지금 서울 종로구) D빌딩 2층에 있는 K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 위에 있던 타이프라이터 1대와 넘버링 등 싯가(시가) 12만원어치를 훔쳤어요.  C= 아니, 회사의 숙직원은 없었다 하더라도 빌딩의 경비원은 있었을 게 아냐.  A= 경비원이야 엄연히 있었지요.  박(朴)군의 이야기로는 경비원이 길 옆에 야전용 침대를 펴고 자더라는 거예요. 경비가 허술한 바람에 거침없이 드나든 거죠. 경찰서로 데려와서 자초지종을 캐어 물어 보았더니 범행 동기가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어요.  C=친구들과 제주도에 놀러 가기로 한 자기부담금 3만원을 만들기 위해서였나요.  <제3화=무더위 속 입씨름 끝에 동료 때려 숨지게>  A=무더위는 사고를 불러요. 얼마 전 잠을 이룰 수 없이 무덥던 날 밤 음료수병으로 머리를 얻어 맞고 그 자리서 숨진 폭행치사 사건이 발생했어요. 함께 있었던 목격자들은 때린 차(車·21)모군이 장난기 섞인 자세로 힘주어 때리는 것 같지 않았다는데 얻어 맞은 설(薛·19)모군은 죽고 말았거든.  D=급소를 맞았던 모양이군요. 그러한 사고가 간혹 있었지요.  A=이날 밤 이들 친구 5명은 공장의 숙직실에서 쉬고 있었어요.  성수동2가(현재 서울 성동구)에 있는 M공장 직공이었읍(습)니다. 더워서 잠이 안오니까 모두들 신경질적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고 죽은 설(薛)군은 전화를 걸고 있었어요.  이 때 차(車)군은『신경질 나게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 쓰느냐』며 욕을 퍼부었지요. 평소엔 말대답을 안하던 설(薛)군이 이 날은 날카롭게 말대꾸를 했던 모양이에요.  순간적이었대요. 그것도 무더위 바람에 사다 마신『미린다』의 빈 병을 집어「쬐끄만 게 까분다」며 머리를 때렸는데 그 자리에서 거꾸러진 설(薛)군은 영영 숨을 거두고 말았읍(습)니다. <정리 배기찬(裵基燦)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8월5일 제6권 31호 통권 제251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약자의 시각으로 석궁사건 보았죠”

    “약자의 시각으로 석궁사건 보았죠”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함께 했던 정지영(65) 감독과 배우 안성기(59)가 모처럼 호흡을 맞췄다. 2007년 전직 대학 교수가 재판에 대한 불만으로 현직 부장판사를 공격한 ‘석궁 사건’을 영화로 만든 ‘부러진 화살’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것. 정 감독이 13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들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당시 변호인 측은 부러진 화살이 없어진 데다 와이셔츠의 혈흔이 없고, 우발적인 발사라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사법부를 공격해 죄질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주인공 김경호 역을 맡은 안성기는 10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러진 화살’ 기자회견에서 “‘남부군’은 처음 빨치산 시각으로 전쟁을 다룬 영화였고, ‘하얀전쟁’ 역시 (베트남전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후유증을 다룬 첫 영화였다.”면서 “‘부러진 화살’ 역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고, 약자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또 “‘남부군’에서 빨치산의 시각을 담은 것도 당시에는 영화화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결국 검열을 거쳐서 나왔기 때문에 시대가 거기까지 자유스러워졌다.”면서 “영화는 어떤 다른 문화예술 매체보다도 제일 민감하고 사회가 인정해 주는 마지막선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우연히 ‘부러진 화살’이라는 르포를 문성근씨 추천으로 읽었는데 ‘석궁 사건’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재미있기도 해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또한 “‘부러진 화살’을 갖고 안성기씨를 찾아가서 두 가지를 말했다. 돈이 없어서 개런티를 제대로 못 준다는 것과 이전에 함께 한 두 작품이 정치사회적으로 껄끄러운 작품이었지만 성공했다는 얘기를 했다.”며 섭외 뒷얘기를 들려줬다. 부산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정지영·안성기, 석궁테러 영화에 의기투합한 까닭은?

    정지영·안성기, 석궁테러 영화에 의기투합한 까닭은?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함께 했던 정지영(65) 감독과 배우 안성기(59)가 모처럼 호흡을 맞췄다. 2007년 전직 대학 교수가 재판에 대한 불만으로 현직 부장판사를 공격한 ‘석궁 사건’을 영화로 만든 ‘부러진 화살’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것.  정 감독이 13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들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당시 변호인 측은 부러진 화살이 없어진 데다 와이셔츠의 혈흔이 없고, 우발적인 발사라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사법부를 공격해 죄질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주인공 김경호 역을 맡은 안성기는 10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러진 화살’ 기자회견에서 “‘남부군’은 처음 빨치산 시각으로 전쟁을 다룬 영화였고, ‘하얀전쟁’ 역시 (베트남전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후유증을 다룬 첫 영화였다.”면서 “‘부러진 화살’ 역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고, 약자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또 “‘남부군’에서 빨치산의 시각을 담은 것도 당시에는 영화화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결국 검열을 거쳐서 나왔기 때문에 시대가 거기까지 자유스러워졌다.”면서 “영화는 어떤 다른 문화예술 매체보다도 제일 민감하고 사회가 인정해 주는 마지막선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우연히 ‘부러진 화살’이라는 르포를 문성근씨 추천으로 읽었는데 ‘석궁 사건’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재미있기도 해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또한 “‘부러진 화살’을 갖고 안성기씨를 찾아가서 두 가지를 말했다. 돈이 없어서 개런티를 제대로 못 준다는 것과 이전에 함께 한 두 작품이 정치사회적으로 껄끄러운 작품이었지만 성공했다는 얘기를 했다.”며 섭외 뒷얘기를 들려줬다.  부산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羅, 보수시민단체 껴안기…朴, 정책·공약 PT ‘콘서트’

    서울시장 선거를 보름여 앞둔 주말 한나라당 나경원,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공약 발표를 통해 정책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서울 시내 곳곳을 돌며 얼굴을 알리고 지지세력 결집을 요청하는 등 숨가쁘게 움직였다. 나 후보는 9일 정책 발표를 이어가는 동시에 보수시민단체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세력 확장에 나섰다. 나 후보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남산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보수성향 시민후보로 추대했던 박 이사장은 “나 후보는 보수의 중심가치를 지켜왔고 복지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을 분”이라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나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이 하나 되고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힘을 모아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선진화운동시민단체연합 등 100개 보수성향 시민단체들도 나 후보를 “진정한 실사구시 후보”라며 지지를 보냈다. ●羅, 장애인체육대회 참석… “구별 2개 센터 건립” 나 후보는 특히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겨냥해 “정책선거를 한다면서 선거가 17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제서야 정책을 발표했다.”면서 “선거는 포장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종로구 돈의동의 쪽방촌을 찾아 “그동안 발표된 전·월세 대책은 지역별, 계층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효과가 적었다.”고 지적하며 새 전·월세 대책을 제시했다. 전날에도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시 장애인체육대회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한 뒤 “자치구별로 2개의 체육센터를 건립해 서울시를 생활체육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朴, 환경경제학자 로빈 머레이와 대담 박원순 범야권 무소속 후보도 대대적인 정책 공약 발표회를 열었다. 기존 후보들이 택했던 딱딱한 형식의 기자회견이 아니라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애플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잡스’가 택했던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준비, 후보가 이례적으로 직접 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편한 베이지색 면바지에 감청색 재킷 차림의 박 후보는 발표회 직전 리허설을 갖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1시간여 넘게 진행된 정책발표회에서 박 후보는 대본 없이 중간중간 자리를 이동하며 발표회를 보러온 시민들의 반응을 유도하는 등 시민단체 시절 경험했던 프레젠테이션의 노련미를 뽐냈다. 박 후보는 나 후보가 제안한 비강남권의 재건축 연한 완화에 대해 “합리성이 있다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지역구별로 공동체를 강조하며 “정무부시장을 ‘공동체’ 부시장으로 임명해 여성·복지·문화 업무를 맡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어 교보문고에서 자신의 책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의 출간과 관련, 저자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또 환경경제학자 로빈 머레이를 만나 행정 혁신을 논하고, 민주당 김수영 양천구청장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도 참석해 “저는 민주당의 후보다. 민주당과 함께 싸우고 이기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나경원 후보측 “ 46.6%·朴 49.7%” 한편 여야는 이날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선거 초반 기선잡기에 나섰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는 지난 7일 서울지역 유권자 6000명을 상대로 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나 후보가 46.6%, 박 후보가 49.7%의 지지율을 보여 지난주보다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고 밝혔다. ●박원순 후보측 “朴 52.4%· 42.9%” 반면 박 후보 측은 지난 5~6일 여론조사기관 MRCK에 의뢰해 서울 유권자 800명을 조사한 결과 박 후보가 52.4%를 기록, 나 후보(42.9%)를 9.5% 포인트 앞섰다고 주장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jurik@seoul.co.kr
  • 보험금 노려 캄 아내 방화치사 남편에 징역 20년

    보험금 노려 캄 아내 방화치사 남편에 징역 20년

    10억원대의 보험금을 노리고 캄보디아 출신 아내를 무참히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형훈 부장판사)는 10일 집에 불을 질러 자고 있던 아내를 살해한 뒤 화재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로 구속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내를 피보험자로 단기간에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에 비춰 매월 42만원의 보험금을 내는 것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 이전에도 사망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화재를 시도하거나, 아내의 허위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으려 했던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이렇게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어린 나이에 국제결혼한 외국인 아내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수법이 매우 치밀하고 대담, 잔인하기까지 하다.”면서 “다문화 가정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아내를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뒤 살해하고 보험금을 편취한 행위는 사회적·국제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저버린 비인간적 행위”라며 중형 선고 사유를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3월18일 오후 9시30분쯤 춘천시 효자2동 집 안방에서 아내 B(당시 23세)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전기히터에 이불 등을 밀착시켜 화재를 유발,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강씨는 범행을 화재사고로 가장해 아내 사망 보험금 명목으로 1억 2000만원을 받았고, 나머지 10억 9000만원도 가로채려다 실패했다. 2008년 3월 B씨와 결혼한 강씨는 2009년 4월 말부터 아내와 한국에 함께 살면서 그해 9~12월 아내 명의로 6개 보험사의 생명보험(총 사망보험금 12억원)에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사건Inside] (3)믿었던 여친이 불륜을…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Inside] (3)믿었던 여친이 불륜을…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어머~ 사장님. 지금 밖에서 친구 만나고 있어요. 내일 맛있는 것 사주실거죠?”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데이트 도중 다른 남자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하는 것을 듣는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20대 여대생과 30대 회사원, 40대 중견 기업인의 수상한 삼각관계가 치정살인으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 있었다. ●결혼까지 약속한 그녀가 알고보니 ‘불륜녀’ 회사원 A(35)씨는 지난해 소개를 받아 서울에 있는 예술대학원에 다니는 B(25)씨를 만났다. 그는 화려한 얼굴과 훤칠한 키 등 모델 못지않은 외모를 가진 B씨에 금방 빠져들었다. B씨 역시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그 이후 1년 남짓의 연애기간은 A씨에게 꿈 같은 나날이었다. 노총각 문턱에 접어들던 그로서는 B씨는 너무나도 소중한 피앙세였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던 A씨는 자기 월급의 대부분인 200만~300만원을 매월 데이트에 쏟아부었다.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달은 것은 올 여름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A씨는 어느 순간 직감적으로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다는 낌새가 느껴졌다. “항상 새벽마다 전화 통화를 했어요. 저와 같이 있을 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서…. 제가 밖에서 듣고 있는데 그 남자하고 소곤소곤 다정하게 이야기할 때의 그 심정 아세요?” A씨는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지난 8월초 A씨는 B씨에게 헤어지자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은 그는 B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휴대전화 잠금 설정을 풀고 문자메시지 내용을 들여다봤다. 역시 B씨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 ●배신당한 남친의 복수…‘양다리’가 부른 대낮의 활극 B씨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남자는 20세나 연상인 사업가 C(45)씨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B씨가 A씨를 만나기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씨는 한 중견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그 회사의 대표가 바로 C씨였다. 유부남인 C씨는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고 있었을 정도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진 남자였다. B씨는 C씨와 불륜관계를 갖던 중 소개팅으로 만난 A씨와도 연인으로 지냈던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20살이나 연상인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분노에 몸서리를 쳤다. 결국 그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복수를 위해 A씨는 차근차근 준비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시장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둔기와 삼단봉, 수갑은 물론 가스총까지 구입했다. 그러던 중 8월 9일 오후 1시30분쯤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B씨가 살고 있는 서울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 근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A씨는 두 사람이 B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범행도구가 가득 담긴 배낭을 든 상태였다. “누구세요?”(B씨) “나야. 문 좀 열어봐.”(A씨) 예상치 못한 전 남자친구의 방문에 놀란 B씨는 안전걸쇠를 걸어둔 채 문을 열었다. C씨가 있는 상황에서 집 안으로 들일 수는 없었고 차갑게 거절하면 A씨가 돌아갈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A씨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준비한 드라이버로 안전걸쇠를 부수고 집안으로 거칠게 들어갔다. A씨에게는 더 기막힌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던 B씨가 가벼운 옷을 걸친 채 C씨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던 정황이 그대로 포착됐다. A씨에게 더 이상 이성은 남아있지 않았다. A씨는 두 사람을 향해 사정없이 둔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혼비백산한 두 사람이 집 밖 복도로 도망가기 시작하면서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자’ 구조의 좁은 복도에서 15분 가량 추격전을 벌이던 A씨는 급기야 B씨를 향해 가스총을 쐈다. 기절한 전 여자친구에게 수갑을 채운 A씨는 그녀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연적인 C씨와 소동에 놀란 주민들이 합세해 달려들자 결국 도망쳤다. 대낮의 복수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살인미수와 중상…수상한 삼각관계의 비극적 결말 그날로 직장까지 그만둔 A씨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를 시작했다. 피해자인 B·C씨는 뇌진탕 및 안면부 다발성 좌상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씨의 도주는 그리 치밀하지 못했다. 수도권 일대의 PC방과 모텔 등을 전전하던 A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경찰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는 것까지 느껴지면서 겁도 났다. 경찰은 A씨가 어머니와 주기적으로 통화를 하는 것을 알고 자수를 종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검거보다는 자수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어머니의 설득에 A씨는 3주간의 도주 생활을 정리하고 그달 28일 경찰서로 향했다. A씨는 현재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연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시작된 A씨의 극단적인 선택은 살인미수라는 큰 죄로 돌아왔다. 하지만 자기 미모를 무기로 두 남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B씨, 재력과 지위를 이용해 불륜을 맺었던 C씨도 A씨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드는데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잘못된 연애가 만든 삼각관계가 세 사람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셈이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2011 노벨문학상 발표]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 세상을 관조하다

    [2011 노벨문학상 발표]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 세상을 관조하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 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 출간된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의 시집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 펴냄)의 표제작이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스웨덴의 국민시인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서구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는 ‘말똥가리 시인’이란 별명처럼 정치적 다툼보다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북구의 투명한 얼음과 끝없는 심연, 영원한 침묵처럼 시인은 세상을 관조하며 일 년에 평균 네댓 편의 시를 써냈다. ●김성곤 교수 “삶의 통찰로 현대시 새 길” ‘말똥가리 시인’이란 별명은 높은 시점에서 지상 자연세계의 자세한 일에 초점을 맞추는 시 세계 때문에 붙여졌다. 꼼꼼한 거시주의 혹은 거시적 미시주의는 그의 특징적인 시작법이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언론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의 이혼 뒤에 아버지와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주로 섬에서 지냈던 트란스트뢰메르는 고고학과 자연에 매혹되어 탐험가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1960년대 중반부터 시인과 심리학자로 동시에 활동한다. 2004년 ‘기억이 나를 본다’가 한국에서 출간될 때 트란스트뢰메르는 1990년에 닥친 뇌졸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뇌졸중으로 한동안 반신마비에 빠져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어판 시선집을 낸다는 편지에 흔쾌히 승낙 의사를 표시한 뒤, 영역본 시집을 주로 참조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 /신문지 한 장이 몇 달째 누워 있다. 사건을 가득 담고 /빗속 햇빛 속에 밤이나 낮이나 신문은 그곳에서 늙어간다 /식물이 되어 가는 중이고, 배추머리가 되어 가는 중이고, /땅과 하나가 되어 가는 중이다. / 옛 기억이 서서히 당신 자신이 되듯.” ‘역사에 대하여’란 그의 시에서 알 수 있듯 트란스트뢰메르의 시적 공간은 무척이나 광대하다.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혹은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 탐구가 그의 시의 주요 영역이기도 하다. ●“종교적 경사 심하다” 비판도 중기 작품은 자연세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깊은 사색이 투영돼 있다. 특히 천상과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시공을 초월하는 자유분방함은 기독교 신비주의와 긴밀히 연관된다. 이런 점 때문에 “종교적 경사가 심하여 반대로 정치사회적 맥락이 거세되었다. 특히 눈앞의 정치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이런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시 세상을 구축했으며 ‘침묵과 심연의 시’ 흐름을 주도했다. 그렇다고 트란스트뢰메르가 시에서 정치사회적 발언을 전혀 내비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오의 해빙’이란 시에는 “하지만 소음의 스커트 자락으로 예(禮)를 갖춰 인사하는 제트기가 /땅 위의 정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시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제3의 길을 걸었다고 평가받는 시인은 중용의 인생관을 구현하고자 했다. ‘100%’란 표현을 극단적으로 혐오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이 같은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신비스러운 진리의 길을 올곧게 따라가는 것이 똑바로 선 인생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영어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시인인 트란스트뢰메르의 작품은 독일어, 핀란드어, 헝가리어, 영어 등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스웨덴 작가로는 1974년 수상한 시인 H 마르틴손에 이어 37년 만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어 시상,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도 다수 받았다. ●‘기억이 나를 본다’ 국내 유일 출간 트란스트뢰메르의 작품은 사과나무, 벚나무, 호수, 잔디밭, 햇볕, 얼음, 눈, 붉은 벽돌집 등 시에 등장하는 소재만으로도 북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스웨덴의 차갑고 투명하며 깨끗한 자연 속에서 시인은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보편적 우주를 창조해 냈다. 시인의 딸 파울라 트란스트뢰메르는 한 외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가 수상 사실을 차분히 전해 듣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나경원 vs 박원순 ‘극과 극’ 정책승부

    한국 정치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극과 극의 승부가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자 구도를 형성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야권 단일 후보가 4일부터 세몰이에 나섰다. 두 후보는 여러 모로 대비된다. 교집합이라고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것뿐이다. 여성과 남성, 엘리트 판사 출신과 운동권 출신의 대결이 우선 흥미롭다. ●“강북 우파” vs “강남 좌파” 나 후보는 강북(서울 중구)에 사는 ‘강북 우파’로 비춰지고, 박 후보는 강남(서울 송파)에 사는 ‘강남 좌파’로 불리기도 한다. 표면적인 차이보다 저변에 깔린 본질적인 차이가 더 크다. 거대 여당과 시민사회가 맞붙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민사회가 배출한 박 후보는 ‘안철수 바람’을 타고 제1야당의 벽을 넘었고, 급기야 한나라당에 도전장을 냈다. 나 후보는 한나라당을 방패 삼아 이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 만일 오는 26일 한나라당마저 무너진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그야말로 ‘신천지’로 접어든다. 전통적인 여야 대결이 불발되면서 보수와 진보의 ‘대충돌’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나 후보를 돕는 게 기정사실화됐으며,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범여권 후보로 추대했던 보수우파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나 후보를 적극 돕기로 결정했다. 명실상부한 보수의 총집결이다.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전격 사퇴로 변수가 생기기는 했으나, 야권과 진보 시민사회단체는 박 후보 당선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공동운명체가 됐다. 첫 충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시정을 상징하는 ‘양화대교’에서 시작됐다. 서해뱃길 확보를 위한 양화대교 교각 확장 공사를 놓고 박 후보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본래 예정했던 것보다 공사비가 100억원 정도 더 들어가는데 추가로 지출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 후보는 “상류 측이 완성됐는데 하류 측을 그대로 두면 불안정한 상태가 되므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한강 수중보 철거를 놓고서도 박 후보는 “없애는 게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지만, 나 후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양화대교 확장’ 첫 충돌 가장 큰 정책 충돌은 오 전 시장의 사퇴를 부른 무상급식에서 빚어질 전망이다. 나 후보는 새로 정비되는 당론에 따라 예전보다는 유연한 입장을 취하겠지만, 소득별 차등 급식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힘을 빌려 중도층 포섭도 시급하지만, 무상급식 반대 투표를 위해 뭉쳤던 보수층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당연히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주장한다. 야당·시민사회가 합의한 10대 핵심 정책과제 중 첫 번째가 초등학교와 중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디자인 서울’ 등 오 전 시장이 추진했던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해 나 후보는 선별적인 추진을, 박 후보는 불필요한 토건 사업 전면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선거 전술도 극과 극을 달린다. 나 후보 측은 ‘시민 후보’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한 정책 선거를 펼칠 계획이고, 한나라당은 박 후보가 책임자로 있던 아름다운 재단의 대기업 모금 논란을 집중 제기하며 도덕성 문제를 물고 늘어질 작정이다. 이에 맞서 박 후보 측과 야권은 이명박 대통령과 오 전 시장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까지 나 후보와 ‘동일시’시켜 심판 구도로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참혹하게 살해된 20대녀…택시기사를 잡은 것은 흙탕물

    참혹하게 살해된 20대녀…택시기사를 잡은 것은 흙탕물

    “택시강도를 당했습니다. 여자 승객이 납치됐어요….” 2003년 4월 14일 새벽 인천 부천중부경찰서 관내 한 파출소. 왼손을 감싼 택시기사 A씨(당시 35세)가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손가락을 칼에 심하게 베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일단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금 자기가 당한 납치사건을 신고했다. 그가 20대 초반의 여자 손님을 태운 것은 오전 5시 30분쯤이라고 했다. “손님을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데 남자 2명이 갑자기 뒷문으로 들어오더라고요. 합승 손님인가 했는데 난데없이 그 손님을 찌르고 저도 공격했어요. 바로 칼을 겨누곤 고가도로 밑으로 가라 하더군요.” 그는 차를 세운 후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칼에 찔린 여자 손님을 뒤따라 온 검은색 소나타에 태워 달아났다고 했다. 돈을 버리고 사람을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A씨의 말대로 여자손님은 조수석에서 칼에 찔린 듯했다. 흥건히 젖은 조수석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줬다. 무엇보다 앞좌석을 적신 출혈량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 끌려다닌다면 납치된 여성은 한두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었다. 경찰은 관내에 비상을 걸었다. 감식반원들은 좀처럼 범인들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괴한 2명이 칼을 휘둘렀다는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깨끗했다. 콘솔박스 앞에는 현금 3만원과 여성의 신용카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범인들이 신용카드를 빼앗으려 했다면 카드에 지문 같은 범인의 흔적이 남아있을 터. 감식반은 가변광원기를 들이댔지만 뭉개진 몇 개의 지문만 발견됐다. 조수석 시트 밑엔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납치된 여성의 것이었다. “이거 돈 훔치려던 강도들 맞아? 그냥 다 두고 갔어. 좀 이상한 놈들인데….” 택시강도는 큰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벌이가 뻔한 택시를 노리는지라 100원짜리 동전까지 털어가기 마련이다.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운전석 바닥엔 흙이 묻어 있었다. 차량 바퀴와 휠에도 흙탕물이 튀겨 있었다. 택시를 꼼꼼히 살핀 한 베테랑 감식반원이 택시기사에게 툭 질문을 던졌다. “시 외곽에서 손님들을 받았나 보죠?” “아니요. 전 시내만 뛰는 걸요.” 몇 시간 뒤 전화가 울렸다.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현장 보고였다. 최초 택시강도 신고가 들어온 파출소에서 불과 2㎞ 남짓 떨어진 하천변. 수사반은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은 비포장이었다. 농로로 쓰이는 곳이라 곳곳이 심하게 팬 곳이 많았다. 숨진 여인은 B씨(21).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꿈 많은 초보 회사원에게 범인은 사정없이 칼을 휘둘렀다. 범인은 교각 옆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끌어내려 20m가량 데려간 듯 보였다. 혈흔은 다리 위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혈흔과 주변흙을 모아 담았다. 6시간가량 현장감식을 마치고 오는 길. 감식반원은 웅덩이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고참 감식반원은 흙탕물을 용기에 담았다. “선배 뭐해요?” “범인 잡아야지.” 며칠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식결과가 나오자 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차를 몰았다. 형사는 몰려간 곳은 신고자 A씨의 집이었다. “당신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A씨가 미심쩍었다. 방금 겪은 일을 말하는 사람치곤 진술내용이 허술했다. 특히 강도를 당할 때 상황도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일관성 있게 진술한 내용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굳이 손님까지 탄 택시를 범행대상으로 고른 점이라든가, 돈은 놔두고 손님을 납치해간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결정적으로 A씨가 범인임을 알려준 것은 흙이었다. 운전석 깔판 밑과 운전석 하부에 붙은 흙을 분석한 결과 피해여성이 발견된 하천변 토양과 일치했다. 택시 바퀴와 뒷문 문짝에 튄 흙탕물 역시 진입로에 웅덩이 성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택시 기사는 다리 밑에 그녀를 버린후 택시강도를 당한척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똑같아 보이는 흙…1100가지 색을 담다 흙의 성분은 어떻게 구분할까.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광물학적인 분석으로 편광현미경 등을 이용해 조암광물의 형상과 입자 상태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광물은 3000여종. 하지만 기본 구성물인 조암광물은 수십종뿐이다. 법과학은 이 조암광물을 분석하고 따라간다. 두번째는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크로마토그래프법, 열분해 분석법, X선법 등이 있다.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은 그것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또 그 지역에 어떤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는지 등에 따라 색상의 차이를 나타낸다. 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양은 색상에 따라 1100여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토양 감정이라고 하면 흙만을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흙 속에 섞여 있는 기름이나, 유리, 비료, 농약, 심지어 섬유까지 대상으로 한다. 현장에 방울져 떨어져 있던 적하(滴下) 혈흔도 A씨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B양이 이미 살해를 당한 뒤 하천변에 버려졌다면 현장에는 다수의 적하혈흔이 남아 있기 힘든 상황.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현장의 혈흔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고, 피는 택시기사 A씨의 것으로 판명났다.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상처였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에 A씨는 입을 열었다. 7개월 전부터 개인택시 영업을 했지만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다고 했다. 무리하게 택시를 구입한 데다 이전의 카드값까지 밀리면서 빚이 1억 5000만원까지 늘어나자 자기 택시를 이용해 강도짓에 나섰다고 했다. 국과원은 또 하나의 안타까운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숨진 B씨의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그가 죽었다고 여긴 그녀가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치밀한 남편 ‘전류반’은 못 숨겼네 찌릿찌릿 전기충격기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두려움이 만든 ‘자기 폭력적 자살’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 용의자 중엔 없는데…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24)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4회]택시강도의 진실…흙탕물이 살인자를 지목하다
  • [열린세상] 정당정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요체/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정당정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요체/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가 정치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정치권에 몸을 담거나 입각을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번처럼 조직을 갖추어 공직선거에 후보를 낼 정도로 정치세력화를 꾀한 일은 드물었다. 기존의 정당정치에 대한 염증과 기성 정치인에 대한 환멸이 극에 달한 현상으로 보여진다. 당리당략에 따라 이전투구만을 일삼는 정당이나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줌으로써 정당 개혁과 정치인의 의식전환에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존립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집단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 하에서는 국민의 뜻을 입법화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중심에서 정당을 배제할 수 없다. 정당이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강정책을 표방하고, 선거에 후보자를 내어 지지를 호소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정권의 획득·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집합체이다. 정당은 정권의 획득과 유지가 정당화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사회적 특수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사에서 정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급기야는 서울시장이라는 중요한 공직후보를 시민사회가 스스로 내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빈번한 정당의 난립과 소멸, 단명하는 정당의 수명, 권력자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정당의 존립, 정당이 정권을 창출하기보다는 정부가 정당을 만드는 악습, 집권자와 운명을 같이하는 정당의 종말, 특정인물 중심의 일인 전제체제, 심각한 지역적 기반의 편중 등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당들이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으로 공직후보자를 공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기에 정당에 대한 불신임과 정치에 대한 무관심주의가 팽배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정당정치는 민주적 대의정치의 근간일 수밖에 없다. 정당은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경쟁적인 정당활동을 통하여 수렴하고 표출할 수 있다. 또한 정부를 조직, 통제하며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정당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다. 심도 깊은 검증 한번 받아본 적 없는 몇몇 사회명망가들과 실체가 불분명한 시민사회단체에 이러한 역할을 맡길 수 없는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에게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바람처럼 사라지면 누가 남아 남겨진 문제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가? 눈이 못났다 하여 눈을 떼어 버릴 수는 없듯이 기성정당에 염증을 느낀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요체인 정당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른바 시민후보는 자신의 이념적·정책적 스펙트럼을 분명히 보임으로써 유권자인 시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현실 정당정치의 틀에서 경선 과정을 거치기를 촉구한다. 유권자들 역시 바람이 아닌, 인물과 정책을 꼼꼼히 살펴서 시장을 선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이라는 정치적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기회에 기성 정당 역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정당의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 구체적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기성 정당들의 미래는 없다. 지역주의에서 탈피하고, 자기 당이 아니면 안 된다는 폐쇄된 정당정치 행태에서 벗어나야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제대로 발전된 정당정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 이익집단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주요 쟁점들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정책 개발을 하며 이를 통하여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당이 되어야 한다. 인물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이 그저 바람의 흐름으로 서울시 행정의 수장을 뽑을 수는 없다. 치열한 경선을 거친 정당의 후보로서 떳떳하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를 다시 한번 시민후보에게 촉구한다.
  • 소말리아 해적 업종전환? …외국인 여성 또 납치

    소말리아 해적 업종전환? …외국인 여성 또 납치

    소말리아 해적들이 표적을 바꾼 걸까. 1일(현지시간) 케냐 도서 휴양지에서 소말리아 해적으로 보이는 무장괴한들이 프랑스 여성을 납치했다고 현지 언론매체와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새벽 무장괴한 6명이 어둠을 틈타 케냐 도서 휴양지 라무에서 지척 거리인 만다 섬에 있는 해변 주택에 침입했다. 이들은 경비원들을 제압한 후 집안에 있던 프랑스 여성 마리 드디듀 망르(66세)를 납치했다. 이번 납치사건은 라무 섬의 한 리조트에 머물던 영국인 부부가 지난달 11일 보트를 타고 침입한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고 남편은 즉사하고 부인은 소말리아로 납치된 지 3주 만에 일어나 케냐 당국에 충격을 주고 있다. 나집 발랄라 케냐 관광장관은 “해안경비대 선박이 무장괴한들과 인질이 승선한 보트를 에워싸고 구출작전을 벌였으나 괴한들이 총격을 가하며 저항했다. 구조팀은 장애인인 인질의 안전을 고려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 지역 일부 전문가와 외교관들은 인도양 해상을 항해하는 국제상선들이 사설 경비원을 승선시키는 등 선박들의 안전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소말리아 해적들이 더욱 쉬운 표적인 케냐 내 외국인 관광객들을 납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올 초 경고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공연 대단하단 말 듣고 싶다”

    “사람들이 내 공연을 보고 나가면서 ‘이렇게 대단한 공연은 처음이야’라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2009년 6월 25일 사망한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의 육성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정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것은 잭슨의 목소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병약하고 처진 ‘충격적인’ 음성이었다. 이날 검찰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된 잭슨의 육성은 잭슨에게 과도한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주치의 콘래드 머리(58)가 잭슨이 숨지기 5주 전 그와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 녹음한 것이다. 잭슨은 머리와의 통화에서 약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우리는 경이로워야 해요. 사람들이 내 공연을 보고 ‘이런 공연은 본 적이 없어. 대단해. 놀라워.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야’라고 말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힘겹게 말했다. 이미 팝 황제의 반열에 올랐지만, 마음 속에는 여전히 최고로 인정받고 싶은 자존심이 가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첫 공판에서 검찰은 이 녹음 육성과 잭슨이 사망 직후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입을 벌리고 누워 있는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머리가 15만 달러 보수의 주치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잭슨의 불면증 치료에 과도한 분량의 마취제 프로포폴을 처방해 중독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머리의 변호인단은 “잭슨이 주치의의 허락 없이 정해진 양 이상의 약을 복용해 빚어진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법정 밖에는 수많은 팬이 몰려 “마이클을 위해 정의의 심판을 내려라.”는 구호를 외쳤다. 배심원단이 5주 뒤 유죄 평결을 내린다면 머리는 최고 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건 Inside](3)생면부지 여중생 원룸으로 불러…‘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3)생면부지 여중생 원룸으로 불러…‘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언니, 이것좀 봐. 내가 며칠 전에 찍은 동영상인데 너무 재미있어.”  전북 전주에 사는 A양은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동생(15)이 건넨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약 10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또래 여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알몸으로 집단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영상 속의 한 남학생은 저항하는 여학생의 몸을 더듬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학생이 폭행 당하는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당황한 A양이 물었다. “대체 얘는 누구니?”    ●우발적인 가출과 재미가 부른 비극  지난 4일 발생한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촬영’ 사건은 A양의 제보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은 피해자 B(15)양의 가출로부터 시작됐다. 충북 영동에 살던 B양은 지난 1일 집을 나왔다. B양의 가출에는 딱히 이유가 없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요즘 청소년들의 가출에는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모에게 불만이 있어서 또는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등 대체로 이유가 분명했던 과거의 가출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얘기다.  무작정 집을 나온 B양은 PC방 등을 전전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기를 몇일, B양에게 한 채팅사이트의 또래 가출 청소년이 손을 내밀었다.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혼자 있지 말고 전주로 넘어와. 같은 처지끼리 모여 있으면 좋잖아.”  전주로 간 B양은 이곳 가출 청소년들과 무리지어 곳곳을 떠돌며 지냈다. 문제의 폭행 사건이 일어난 것은 B양이 가출한 지 4일째되던 날이었다. B양은 4일 오후 11시쯤 가출 청소년 4명과 함께 인근 중국 음식점 배달원(21)씨의 원룸으로 향했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노숙이 힘들어져 하루 잠잘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원룸에 모인 이들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연고지가 다른 B양이 다른 아이들의 타깃이 됐다. B양은 원룸 주인 등 남자 2명, 또래 여자 청소년 3명에게 알몸 상태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성추행도 일어났다. 이들은 그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 카메라에 낱낱이 기록했다. 때린 것도 재미, 성추행도 재미, 촬영도 순전히 재미가 이유였다. 아무 생각없이 시작한 B양의 가출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얼룩을 남긴채 이렇게 끝났다.  사건 직후 B양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자기가 당한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요”…가출 청소년들의 특성?  그러나 영상이 퍼지면서 그 사건은 혼자만 당한 것으로 끝나지 않게 됐다. A양이 이 영상을 인근 청소년보호시설에 신고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6일 뒤인 지난 10일이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전북교육청과 전북경찰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B양과 가해자 5명은 현재 조사를 마친 상태다. 조사결과 영상은 당시 현장에 있던 5명만 주고 받았고 다른 곳에는 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학생들은 문제의 영상을 자기들만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는 다들 지웠다고 진술했다.”면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영상을 가까운 아이들에게만 보여주기만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가해자 5명의 진술이 모두 엇갈리거나 부정확해 정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힘든 상태다. 이들은 범행 동기를 “그냥”, “어쩌다보니” 등으로 일관했다.  B양이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만났는지가 확실치 않다. 채팅을 통해 전주에 온 B양이 가해자 5명과 우연히 만난 것, 음식 배달원의 원룸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 등이 모두 우발적이었다는 것이다. 사건 직후 자기 집으로 돌아간 B양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상세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철부지 10대’라기엔 너무나…청소년 범죄의 현주소  가해자들의 관계도 뚜렷하지 않다. D씨 등은 서로를 “이리저리 알게된 사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에도 문제를 일으켜 경찰서를 왔다갔다 한 적도 있지만 서로의 연관성을 찾기가 힘든 상황인지라 경찰도 그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해자들은 한 여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가해자들을 조사했던 형사는 “가해자 중 한 명은 경찰 진술에서 고작 이까짓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오히려 황당해 했다.”고 전했다. 그는 “성인이 아니라 큰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가해자들에게 강한 것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문제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졌더라면 B양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경찰은 조사를 더 한뒤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북교육청은 가해 학생들은 경찰 조치에 따라 해당 학교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별도의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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