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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 세 살배기 조카 발로 차 숨지게 한 이모 ‘살인죄’ 적용

    세 살배기 조카의 배를 걷어차 숨지게 한 이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당초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한 A(27)씨 죄명을 살인 혐의로 변경해 지난 24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숨진 조카 B(3)군의 신체상태와 범행 당시 상황 등을 참작하고 과거 의정부 영아사망사건 판례 등을 참고해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했다. 경찰은 2014년 의정부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22개월 된 아들의 배를 주먹으로 4차례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의 1심 판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는 1심 판결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의정부지법 형사11부는 “아직 근력이나 뼈 등이 완전하게 성장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복부를 주먹으로 때린 행위는 사망할 수도 있다는 예견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성원 김포경찰서 강력4팀장은 “여성이지만 성인이 27개월짜리 아기를 발로 5차례나 세게 차면 그 발은 흉기가 된다”며 “13㎏에 불과한 세 살배기 조카를 발로 걷어찼을 때 사망할 수 있다는 걸 A씨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A씨가 먼저 두 차례 발로 걷어차 조카가 구토하는 상황에서도 구타를 멈추지 않고 세 차례 더 발로 찬 것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봤다. A씨는 “당일 아침에도 조카가 동생 분유를 먹어 혼을 냈는데 어린이집을 갔다온 후에도 말을 잘 듣지 않아 부아가 치밀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B군의 아버지가 2013∼2014년 자신의 집에서 자녀를 수차례 때리는 등 학대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4시쯤 김포시 한 아파트에서 어린이집에 다녀온 조카가 누워 있는 상태에서 “가방에서 도시락통을 꺼내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자 발로 걷어찬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폭행 직후 구토를 하며 의식을 잃은 조카를 한 종합병원으로 데리고 갔으나 B군은 같은 날 오후 5시 28분쯤 사망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진땀 뺀 형법·경찰학… “기출로 2차 시험 대비를”

    진땀 뺀 형법·경찰학… “기출로 2차 시험 대비를”

    형법 非판례 지문 늘어 난도 크게 올라 “판례 결론만 암기한 수험생 어려웠을 것” 경찰학개론 최근 2~3년새 가장 어려워 외국인 체류자격 등 새 내용 다수 ‘당황’ “고득점 지름길은 기본서·기출문제 공부” 2016년 1차 경찰공무원(순경) 채용 필기시험이 지난 19일 치러졌다. 수험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사, 영어 등 필수과목보다 형법, 경찰학개론 등 선택과목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올해 총 선발인원은 3566명으로 지난해(7626명)에 비해 대폭 줄었다. 1차에서 1449명, 2차에서 2117명을 선발한다. 6만 696명이 몰려 41.8대1의 경쟁률을 나타낸 올해 1차 채용 필기시험에 대한 분석을 박문각 남부경찰학원 강사들에게 들어봤다. 한국사 시험은 대체로 평이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운우 강사는 “‘모두 고르면 몇 개인가’라는 유형의 문제가 늘었고, 지문이 다소 모호하거나 실수를 유도할 만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험생들이 지난해 시험보다는 약간 어렵게 느꼈을 수 있지만, 난이도는 중간 정도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시험 출제 동향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정치사가 5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문화사 30%, 경제·사회사 15% 정도의 비율로 출제됐다. 출제 범위는 특정 시대에 치우치지 않고 전 시대가 골고루 출제됐다. ●필수과목 한국사 ‘무난’… 영어, 독해가 관건 영어 과목은 지난해 1, 2, 3차 시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난이도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항별 출제 비중도 문법 3문항, 어휘 5문항, 생활영어 2문항, 독해 10문항으로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영역별로 보면 고난도 어휘문제는 기출문제 안에서 반복 출제되는 경향이 강했다. 문법은 아주 지엽적이거나, 변별력을 위한 까다로운 문제보다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과 그 쓰임새를 묻는 문제가 출제됐으며, 생활영어 역시 대표적인 관용 표현들이 나왔다. 남지해 강사는 “어휘·문법·생활영어 영역 문제들이 평이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독해력 차이에 따른 점수 편차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해 연습이 부족한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더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에 비해 난도가 눈에 띄게 올라간 과목은 형법이다. 기존 시험에서는 출제된 80개 지문 가운데 95%가 판례 지문이었으나 올해 시험에서는 판례 지문이 68개, 법조문 관련 지문 9개 등 비판례 지문이 12개 출제되는 등 비율이 달라졌다. 사실의 착오에 관한 학설문제도 출제됐다. 김현 강사는 “판례 위주로 결론만 암기했던 수험생들이 당황했을 것”이라며 “수험생들이 공부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법조문 관련 지문과 학설문제 등이 출제돼 기초가 약한 학생들에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강사는 “85점 이상 얻었다면 고득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판례나 법조문과 관련해서는 모두 기출 지문이 나왔다는 점에서 오는 9월 3일 치르는 2차 경찰공무원(순경) 채용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 기출 문제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제 비중은 총론에서 9문제, 각론에서 11문제가 나와 기존 시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기본 문제·최신 판례 적절히 안배 올해 형사소송법 시험 문제는 전 범위에서 골고루 출제됐다. 김승봉 강사는 “수사·증거 부분의 중요성은 유지하되 과목 전체 내용에서 문제들이 출제됐고, 기본적인 문제와 최신 판례가 적절히 안배됐다”고 평했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수사(고소, 피의자신문, 현행범체포, 구속, 접견교통권, 체포구속적부심사, 압수수색), 공소(공소시효, 공판 부분에서는 공판준비절차, 증거개시, 공소장변경, 증거조사 부분), 증거(엄격한 증명,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전문법칙(피의자신문조서, 탄핵증거, 보강법칙 등), 재판 이후(기판력, 재심) 등에서 출제됐다. 수험생들이 한결같이 어렵다고 토로한 경찰학개론에 대해 공병인 강사는 “범죄첩보의 특징, 주차금지 장소,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상 외국인의 체류자격, 언론중재위원회 등 기존에 출제되지 않던 내용들이 꽤 있었다”며 “최근 2~3년 사이 시험들 중 가장 난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 문제 난이도별로 보면 기출문제에서 많이 나오던 평이한 문제가 13문제(경찰분류, 썩은 사과 가설, 치안행정협의회, 임용결격사유, 징계, 경찰장비, 위해성 경찰장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 범죄, 국가중요시설, 운전면허, 집시법, 간첩망)였고, 문장을 바꿔 출제해 수험생들이 혼동할 만한 문제는 3문제(공무원의 복무, 비밀, 경비업무의 종류), 근래에는 나오지 않던 문제가 4문제(범죄첩보의 특징, 주차금지 장소, 외국인의 체류자격, 언론중재위원회)였다. 출제 비중은 총론 10문제, 각론 10문제로, 총론에서는 경찰학의 기초 2문제, 경찰과 법적 토대 6문제, 경찰관리 1문제, 경찰통제 1문제가 출제됐으며, 한국경찰의 역사와 제도 부분에서는 아예 출제되지 않았다. 각론에서는 수사 2문제, 교통 2문제, 나머지 영역에서 1문제씩이 출제됐다. 또 경찰법, 경찰관직무집행법, 국가공무원법, 경비업법, 통합방위법 등 법률과 관련해 16문제가 나왔고, 수사첩보의 특징과 간첩망, 경찰의 분류, 경찰부패관련이론 등 이론 문제도 4문제가 출제됐다. 공 강사는 “내용이 방대하지만 기출문제가 많이 차용돼 나오므로 기본서나 기출문제에 기반해 공부하면 고득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5개월 딸 보채자 고의로 떨어뜨린 아빠

    경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22일 심하게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자기 딸을 고의로 방바닥에 떨어뜨려 숨지게 한 A(37)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 0시쯤 경북 영주 자신의 집에서 5개월 된 딸이 잠에서 깨어나 울자 목말을 태우고 달래다 심하게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딸이 의식을 잃은 채 입에서 피가 나왔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외출에서 뒤늦게 돌아온 어머니 B(19)씨가 딸 상태가 이상하다고 판단해 병원으로 데려갈 때까지 5시간 넘게 방치됐다. 경찰은 “당시 A씨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은 병원에서 한 달가량 치료받다가 지난 1월 27일 뇌 손상으로 숨졌다. 당시 경찰은 병원 의사로부터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았으나 외상 등을 발견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이달 초쯤 뇌손상으로 A씨 딸이 숨졌다는 부검 결과를 받은 경찰이 수사를 벌인 끝에 A씨에게서 자백을 받았다. 이 때문에 늑장수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고의성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딸이 울음을 그치지 않아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 고의로 떨어뜨렸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며 “숨진 원인을 밝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처음엔 단순히 애 엄마(박모씨·42)가 딸을 때려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꽤 복잡한 사건이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집 여주인(이모씨·45)이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어요. 딸에 대한 폭행도 집주인의 사주에 따라 이뤄졌어요. 아이 엄마에게 집주인은 일종의 교주였던 셈이죠. 집주인 이씨에게 살인죄를, 엄마 박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수사팀 관계자의 말) 박씨의 딸 A(2011년 10월 사망 당시 7세)양이 숨지기 직전 33개월(2009년 1월~2011년 10월) 동안 어른 6명과 그들의 자녀 5명이 함께 생활했던 경기 용인의 72평 아파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고성 여아 학대 암매장 사건’의 주범인 이씨와 이씨의 언니(50), 박씨, 박씨의 친구 백모(42)씨, 백씨의 친모 유모(68)씨 등 피의자 5명이 최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검찰과 의학 전문가 등이 전하는 비극의 실상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씨가 A양과 둘째 딸 B양을 데리고 이씨의 아파트로 들어온 건 2009년 1월이었다. 대학(서울의 4년제 대학) 동창인 백씨로부터 “기도만 해 줘도 아픈 게 싹 낫는 영험한 분”이라고 이씨를 소개받고서였다. 이씨는 백씨 아들(11)의 학습지 교사였다. 박씨는 당시 몸도 아프고 의지할 곳도 없는 외로운 상태였다. 친정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멀리 있었고,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다. 이씨는 박씨를 “나와 함께하면 복을 받는다”는 식으로 꼬드겼다. 박씨는 늘 자신만만하고 믿음직해 보이는 이씨를 친언니 이상으로, 그리고 선생님 이상으로 모셨다. 자신의 친정집을 처분해 마련한 9억여원을 이씨에게 건넸을 정도였다. 백씨가 이씨에게 준 돈도 1억원에 달했다. 이씨를 포함한 이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였다. 이들에게 이씨는 용인 아파트라는 ‘성전’을 이끄는 ‘교주’였다. 박씨와 백씨가 3년 가까이 이씨 소유의 휴대전화 매장 등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박씨와 백씨는 주민등록증까지 뺏겨 외부와의 접촉도 막힌 상태였다. 이씨는 “위(하나님)에서 시킨 일”이라는 논리로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박씨의 큰딸인 A양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소파 등 가구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기도해 보니 A가 한 짓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박씨에게 딸을 때리도록 했다. 그전까지와 달리 박씨가 A양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씨의 사주로 자기 딸을 “희대의 악녀”라고 부르며 베란다에 감금하고, 보름간 하루 한 끼만 주는 등 학대 행위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A양이 숨지던 날에도 이씨는 박씨에게 “A가 여기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교육 좀 시키라”고 지시했고, 박씨는 딸을 의자에 묶은 뒤 30여분 동안 수십 차례 허벅지 등을 때렸다. 이씨는 박씨가 휴대전화 매장으로 출근한 뒤엔 A양을 직접 때리고 4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A양은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암매장을 지시한 것도 이씨였다. 박씨의 무한 충성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박씨와 일곱 살이던 B양을 매정하게 쫓아냈다. 올 1월 박씨는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때의 혐의는 취학연령인 B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죄(교육적 방임)였다. 그럼에도 A양 피살사건 수사 초기 박씨는 이씨의 존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선생님(이씨)을 저주하면 천벌받아 죽는다’며 끝까지 이씨를 보호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씨와 박씨의 지배·종속 관계에 대해 이들을 상담했던 김경우 통영정신병원장은 “박씨에게선 의존성 인격장애 성향이, 이씨에게선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의존성 인격장애 환자는 보살핌을 받으려는 과도한 욕구 탓에 타인에게 순종적이고 매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경우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전체 인구의 각각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김 원장은 “양극단에 위치해 있는 인격장애 환자들이 만나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매우 드문 사례”라며 “박씨의 경우 가족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이 심해지면서 의존성 인격장애가 악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자문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씨는 재산까지 모두 이씨에게 건넨 뒤 경제적 독립도 불가능해졌다”며 “박씨는 이씨의 끊임없는 이간질로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면서 이씨에 대한 심리적인 종속이 강화됐고, 그 결과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1796년의 제너가 알려주는 지카바이러스 예방법

    [사이언스 톡톡] 1796년의 제너가 알려주는 지카바이러스 예방법

    반갑네, 난 에드워드 제너(1749~1823)일세. 영국 글로스터셔주 버클리의 시골마을 의사지만, 천연두를 잡는 우두법(牛痘法)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지. 내가 살았던 시대에도 대학에서 의학을 가르치긴 했지만 실제로 환자를 보는 의사들은 대부분 유명한 의사의 제자로 들어가 도제식으로 배우고 동네에 개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어. 나도 13세 때부터 동네 외과의사한테서 의술을 배웠지. 손재주가 좋아서 제법 동네 의사로 이름을 날렸는데 21세가 되던 때 런던대 세인트 조지병원의 유명한 외과의사인 존 헌터 선생님께서 “제자로 받아줄 테니 런던으로 오라”고 하셔서 그 문하에서 2년 동안 정식으로 외과학을 배웠지.●난 근대적 백신의 아버지 공부를 마치고 1773년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 개업의가 됐는데 때마침 천연두가 유행이었어. 요즘은 별것 아닌 병으로 생각하겠지만 당시만 해도 치사율 40%에, 회복되더라도 얼굴에 큰 흉터가 남는 무서운 질병이었지. 그래서 난 천연두 정복을 내 일생의 목표로 삼았어. ‘우두에 걸렸던 사람은 평생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1796년 우두에 걸린 농장 일꾼에게서 우두 고름을 채취해 옆집에 살던 여덟 살의 제임스 핍스에게 접종했지. 우두 접종 6주가 지난 뒤 핍스에게 사람의 천연두 고름을 접종했는데 역시나 천연두에 걸리지 않더라고. 최초의 근대적 백신 접종에 성공한 거지. 100년 뒤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1822~1895) 박사도 내 방법을 활용해 광견병 예방 백신을 개발했고, 그 이후에도 소아마비, 장티푸스 등 많은 질병의 백신들이 나오게 됐어.●한동안은 고의감염법 무시하더라 그렇지만 나나 파스퇴르 박사처럼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에 사람을 고의로 감염시키는 방식은 위험하고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백신 개발에 많이 활용되지 않더군. 최근까지는 일단 실험용 백신을 만든 다음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접종한 다음 예방 효과가 있는지 관찰하고 효과가 있는 백신에 한해 일반인들에게 보급하는 방식을 쓰고 있지. 백신이란 것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용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급속히 퍼지는 전염병의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거든. ●풍토·감염병엔 내 방법이 딱이야 그런데 최근 내가 사용했던 ‘독성 약화 병원균의 직접 주사’ 방식에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미국 버몬트대 의대,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존스홉킨스대 의대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였는데 ‘사이언스 중개의학’ 16일자에 논문으로 실렸더라고. 연구팀은 뎅기열이나 소두증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등 많은 질병의 경우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고의 감염’ 방식의 백신 개발이 환자뿐만 아니라 질병 확산 방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더군. 실제로 고의감염 방식으로 최근 개발된 뎅기열 백신의 효능 확인 실험 결과 걱정했던 것처럼 접종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도 거의 없었다고 하더라고. 최근 동물에게서 옮겨오는 인수공동감염병이나 세계화로 인해 풍토병이 다른 나라에 확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잖아. 고의감염법을 사용할 경우 다양한 감염성 질병의 백신 개발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대. ‘온고지신’이라고 했던가. 요즘 사람들은 옛날 것이라면 무조건 ‘구식’이라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래된 것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검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줘.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처음엔 애 엄마(박모씨·42)가 딸을 때려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꽤 복잡한 사건이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사는 집 여주인(이모씨·45)이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어요. 딸에 대한 폭행도 집주인의 사주에 따라 이뤄졌어요. 아이 엄마에게 집주인은 일종의 교주였던 셈이죠. 집주인 이씨에게 살인죄를, 엄마 박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검찰 관계자) 박씨의 딸 A양(2011년 10월 사망 당시 7세)이 숨지기 직전 33개월(2009년 1월~2011년 10월) 동안 어른 6명과 그들의 자녀 5명이 함께 생활했던 경기 용인의 72평 아파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고성 여아 학대 암매장 사건’의 주범인 이씨와 이씨의 언니(50), 박씨, 박씨의 친구 백모(42)씨, 백씨의 친모 유모(68)씨 등 피의자 5명이 최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검찰과 의학 전문가 등이 전하는 비극의 실상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씨가 A양과 둘째 딸 B양을 데리고 이씨의 아파트로 들어온 건 2009년 1월이었다. 대학(서울의 4년제 대학) 동창인 백씨로부터 “기도만 해 줘도 아픈 게 싹 낫는 영험한 분”이라고 이씨를 소개받고서였다. 이씨는 백씨 아들(11)의 학습지 교사였다. A양의 친모 박씨는 당시 몸이 아프고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상태였다. 친정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멀리 있었고,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다. 집주인 이씨는 박씨를 “우리가 함께 지내야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며 꼬드겼다. 박씨는 늘 자신만만하고 신실해 보이는 집주인 이씨를 언니이자 선생님으로 모셨다. 자신의 친정집을 처분해 마련한 9억여원을 이씨의 꾐에 빠져 갖다 바쳤다. 백씨도 이미 1억여원을 이씨에게 건넨 상태였다. 집주인 이씨는 11명 공동 주거지의 ‘교주’ 집주인 이씨를 포함한 이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였다. 이들에게 이씨는 용인 아파트라는 ‘성전’을 이끄는 ‘교주’였다. 친모 박씨와 친구 백씨가 3년 가까이 이씨 소유의 휴대전화 매장 등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한 것도 그런 탓이었다. 박씨와 백씨는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까지 뺏겨 외부와의 접촉도 막힌 상태였다. 집주인 이씨는 “위(하나님)에서 시킨 일”이라는 논리로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박씨의 큰딸인 A양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소파 등 가구에 흠집이 생기면 “기도해 보니 A가 한 짓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박씨에게 딸을 때리도록 했다. 그전까지와 달리 박씨가 A양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씨의 사주로 자기 딸을 “희대의 악녀”라고 부르며 베란다에 감금하고, 보름간 하루 한 끼만 주는 등 학대 행위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수하자”는 A양 친모에게 암매장 지시 A양이 숨지던 날에도 이씨는 친모 박씨에게 “A가 여기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교육 좀 시키라”고 지시했고, 박씨는 딸을 의자에 묶은 뒤 30여분 동안 수십 차례 허벅지 등을 때렸다. 이씨는 박씨가 휴대전화 매장으로 출근한 뒤엔 A양을 직접 회초리 등으로 마구 때리고 4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A양은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자수하자”는 박씨에게 암매장을 지시한 것도 집주인 이씨였다. 박씨의 무한 충성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박씨와 일곱 살이던 B양을 내쫓았다. 올 1월 박씨는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B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교육적 방임)로 경찰에 검거됐다. 그럼에도 수사 초기 박씨는 집주인 이씨의 존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선생님(이씨)을 저주하면 천벌받아 죽는다’며 끝까지 이씨를 보호하려 했다”고 전했다. 집주인은 ‘자기애성’, 친모는 ‘의존성’ 인격장애 이씨와 박씨의 지배·종속 관계에 대해 이들을 상담했던 김경우 통영정신병원장은 “친모 박씨에게선 의존성 인격장애 성향이, 집주인 이씨는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의존성 인격장애 환자는 보살핌을 받으려는 과도한 욕구 탓에 타인에게 순종적이고 매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경우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전체 인구 중 각각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 원장은 “양극단에 위치해 있는 인격장애 환자들이 만나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매우 드문 사례”라며 “박씨의 경우 가족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이 심해지면서 의존성 인격장애가 악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안산 세모자 사건’과 비슷한 양상” 자신과 두 아들(17세, 13세)이 남편 등 주변인 40여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30여차례나 허위로 고소하면서 지난해 11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산 세모자 사건’의 어머니 이모(44)씨와 사건을 배후 조종한 무속인 김모(56·여)씨 역시 이들과 비슷한 경우로 손꼽힌다. 검찰 관계자는 “안산 세모자 사건의 이씨는 ‘자신의 병을 낫게 해 줬다’고 여긴 김씨를 맹목적으로 따랐다”면서 “김씨 역시 이씨를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기 위해 이씨와 주변인들 사이를 꾸준히 이간질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자문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씨는 재산까지 모두 이씨에게 건넨 뒤 경제적 독립도 불가능해졌다”며 “이씨의 끊임없는 이간질로 박씨는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면서 이씨에 대한 심리적인 종속은 강화됐고, 그 결과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몬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사건 해결의 단서는 박씨 스스로 제공했다고 수사팀 관계자들은 전했다. A양의 행방에 대해 박씨는 “서울 노원구의 한 놀이터에서 잃어버렸다”고 했다가 나중엔 “내가 죽여 혼자 야산에 파묻었다”고 말을 바꿨다. 수사팀 관계자는 “자기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에 의구심을 가졌던 게 결국 주변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처음엔 단순히 애 엄마(박모씨·42)가 딸을 때려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꽤 복잡한 사건이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집 여주인(이모씨·45)이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어요. 딸에 대한 폭행도 집주인의 사주에 따라 이뤄졌어요. 아이 엄마에게 집주인은 일종의 교주였던 셈이죠. 집주인 이씨에게 살인죄를, 엄마 박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수사팀 관계자의 말) 박씨의 딸 A(2011년 10월 사망 당시 7세)양이 숨지기 직전 33개월(2009년 1월~2011년 10월) 동안 어른 6명과 그들의 자녀 5명이 함께 생활했던 경기 용인의 72평 아파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고성 여아 학대 암매장 사건’의 주범인 이씨와 이씨의 언니(50), 박씨, 박씨의 친구 백모(42)씨, 백씨의 친모 유모(68)씨 등 피의자 5명이 최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검찰과 의학 전문가 등이 전하는 비극의 실상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씨가 A양과 둘째 딸 B양을 데리고 이씨의 아파트로 들어온 건 2009년 1월이었다. 대학(서울의 4년제 대학) 동창인 백씨로부터 “기도만 해 줘도 아픈 게 싹 낫는 영험한 분”이라고 이씨를 소개받고서였다. 이씨는 백씨 아들(11)의 학습지 교사였다. 박씨는 당시 몸도 아프고 의지할 곳도 없는 외로운 상태였다. 친정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멀리 있었고,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다. 이씨는 박씨를 “나와 함께하면 복을 받는다”는 식으로 꼬드겼다. 박씨는 늘 자신만만하고 믿음직해 보이는 이씨를 친언니 이상으로, 그리고 선생님 이상으로 모셨다. 자신의 친정집을 처분해 마련한 9억여원을 이씨에게 건넸을 정도였다. 백씨가 이씨에게 준 돈도 1억원에 달했다. 이씨를 포함한 이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였다. 이들에게 이씨는 용인 아파트라는 ‘성전’을 이끄는 ‘교주’였다. 박씨와 백씨가 3년 가까이 이씨 소유의 휴대전화 매장 등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박씨와 백씨는 주민등록증까지 뺏겨 외부와의 접촉도 막힌 상태였다. 이씨는 “위(하나님)에서 시킨 일”이라는 논리로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박씨의 큰딸인 A양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소파 등 가구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기도해 보니 A가 한 짓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박씨에게 딸을 때리도록 했다. 그전까지와 달리 박씨가 A양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씨의 사주로 자기 딸을 “희대의 악녀”라고 부르며 베란다에 감금하고, 보름간 하루 한 끼만 주는 등 학대 행위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A양이 숨지던 날에도 이씨는 박씨에게 “A가 여기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교육 좀 시키라”고 지시했고, 박씨는 딸을 의자에 묶은 뒤 30여분 동안 수십 차례 허벅지 등을 때렸다. 이씨는 박씨가 휴대전화 매장으로 출근한 뒤엔 A양을 직접 때리고 4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A양은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암매장을 지시한 것도 이씨였다. 박씨의 무한 충성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박씨와 일곱 살이던 B양을 매정하게 쫓아냈다. 올 1월 박씨는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때의 혐의는 취학연령인 B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죄(교육적 방임)였다. 그럼에도 A양 피살사건 수사 초기 박씨는 이씨의 존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선생님(이씨)을 저주하면 천벌받아 죽는다’며 끝까지 이씨를 보호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씨와 박씨의 지배·종속 관계에 대해 이들을 상담했던 김경우 통영정신병원장은 “박씨에게선 의존성 인격장애 성향이, 이씨에게선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의존성 인격장애 환자는 보살핌을 받으려는 과도한 욕구 탓에 타인에게 순종적이고 매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경우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전체 인구의 각각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김 원장은 “양극단에 위치해 있는 인격장애 환자들이 만나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매우 드문 사례”라며 “박씨의 경우 가족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이 심해지면서 의존성 인격장애가 악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자문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씨는 재산까지 모두 이씨에게 건넨 뒤 경제적 독립도 불가능해졌다”며 “박씨는 이씨의 끊임없는 이간질로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면서 이씨에 대한 심리적인 종속이 강화됐고, 그 결과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전수조사와 강력 처벌, 아동학대 예방 해법이다

    도대체 아동학대 범죄의 끝은 어디인가 싶다. 계모의 학대로 욕실에 갇혀 숨진 평택 원영이 사건의 충격이 여전한데, 청주에서 또 아동학대 범행이 드러났다. 5년 전 친모의 가혹 행위로 숨진 네 살배기 여아는 계부의 손에 암매장됐다. 지난해 말 부모의 학대를 못 견뎌 집을 탈출한 인천 11세 맨발 소녀가 아니었다면 이런 끔찍한 사건들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인천 소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장기 결석 및 미취학 아동을 전수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새 학기 입학 대상자인데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초등·중학생은 19명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부모들까지도 모두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이다. 얼마나 끔찍한 일이 더 드러날지 숨죽이고 지켜보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이 정도일 줄은 누구도 몰랐다. 인터넷에서는 “학대로 숨지고도 실종 처리된 아동이 얼마나 많았을지 모른다”는 개탄이 쏟아지고 있다.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 기록이 전무한 취학 전 영유아도 809명이나 된다고 한다. 최소한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방치됐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당국과 경찰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철저히 학대 정황을 살펴야 할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는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앞으로는 이틀 이상 학생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도 학교는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학업 부적응을 이유로 취학하지 않는 학생을 따로 관리하는 기구도 각 교육청에 두기로 했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경찰과 손잡고 무단결석 학생 전담기구와 신고 핫라인을 만들어 안전망을 짰다. 범정부 대책을 바탕으로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뜻을 모은다면 아동학대 예방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된다. 걱정인 것은 이런 대응이 보여 주기 반짝 행정으로 끝날까 하는 점이다. 당국의 감독과 독려가 지속돼야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의 관심도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아동학대 판정 사례는 전년보다 무려 17%나 늘었다. 울산·칠곡 계모 학대 사건에 온 나라가 경악했으면서도 이런 추세인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도 크다. 굶기고 때려서 아이를 숨지게 해도 번번이 과실치사죄가 적용되는 물렁하기 짝이 없는 판결로는 예방 효과를 낼 수 없다는 비판이 높다. 명백한 우발 사고가 아니라면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야만 실질적인 경고 장치가 될 수 있다. 아동학대 범죄의 양형 기준을 손봐서 이를 홍보하는 것도 정부 당국이 서둘러야 할 일이다.
  • [건강을 부탁해] 독감 바이러스 99% 차단하는 기술 英서 개발

    [건강을 부탁해] 독감 바이러스 99% 차단하는 기술 英서 개발

    새학기 개학과 맞물려 독감 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영국 연구진이 독감의 유행을 막을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진이 바이오테크 업체 ‘바이러스태틱(Virustatic)’이 공동으로 제작한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99%까지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기술을 통해 마스크 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의 에어필터까지 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단백질과 단일구조의 탄수화물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복합단백질인 당단백질(glycoprotein)을 면이나 다른 값싼 직물과 혼합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당단백질의 분자 구조는 바이러스가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탄소섬유와 결합시키는데 성공했고, 이후 면 등 비교적 값이 저렴한 직물에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당단백질 구조를 결합하는데 성공하면서 독감 등 다양한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아주는 마스크 및 필터 제작을 현실화 했다. 연구를 이끈 맨체스터대학의 이안 러레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이 기술을 이용해 존재하는 모든 병원체를 차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을 조금 더 발전시키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나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 같은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아주는 의류 혹은 기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 연구는 값비싼 특수 섬유가 아닌 면 등 저렴한 재질의 섬유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같은 원리를 이용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바이러스가 혈액에 침투되기 이전에 세포막에 붙은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혈액 필터’도 추가 연구를 통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호모 주리디쿠스(손병석 지음, 열린책들 펴냄)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인문 교양 시리즈 ‘석탑 교양 총서’의 첫 책이다. 서양 고대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침몰하는 보트에서 승객을 바다에 던지라고 명령을 받은 승무원, 인질 석방 조건으로 살인을 강요받는 학자 등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정의란 과연 무엇이고, 인간은 어떻게 정의로울 수 있는가를 묻는다. 언뜻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샌델에게 ‘정의’가 화두였다면, 저자에겐 ‘정의로운 인간’이라는 실존적 물음이 화두다. 256쪽. 1만 5000원.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폴 크루그먼 지음, 유중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펴냄) 수출이 증가하면 일자리가 늘어날까. 외자 유치가 많아지면 무역 흑자를 기록할까. 기업 전략과 국가 경제의 운영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일까. 한국 사회에는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 전문가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맹신이 존재했다. 그런데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는 “국가는 회사가 아니며 이익 너머에 있는 전체를 봐야 한다”며 이 모든 질문에 단호하게 ‘노’라고 외친다. 아무리 큰 회사를 운영했더라도 비즈니스에서 얻은 경험은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전체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작고 좁은 분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96쪽. 9000원.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진실의 힘 펴냄) 한 달 뒤면 세월호 참사 2주기다. 참사 직후, 검찰·경찰의 수사,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조사가 계속됐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8월 특별조사위원회도 활동을 시작해 1차 청문회까지 열렸다. 하지만 ‘정쟁’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며 구조 실패 원인과 책임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진실을 찾기 위해 시민사회가 기울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10개월간 15만쪽에 가까운 재판 기록과 3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국회 국정조사 특위 기록 등을 분석, 2281개의 주석을 달아가며 그날의 진실을 인양하기 위해 애썼다. 700쪽. 2만 5000원.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존슨 너새니얼 펄트 지음, 박광호 옮김, 현실문화 펴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공권력과 사적 폭력의 공생이 여전하다는 시선이 있다. 제주 4·3사건에서부터 용산 참사를 불러온 철거 용역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저자는 국가가 폭력의 관리자가 된 배경을 중산층에서 찾는다. 중산층이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국가가 직접 나서지 않고 폭력을 하청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파란 눈의 외국인이 했다는 게 이채롭다. 미국 출신 비교정치학자인 저자는 1년간 한국에 머물며 정치인, 검사, 경찰, 조직 폭력배 등을 직접 만나 불편한 진실을 청취했다. 240쪽. 1만 5000원.
  • 국민의당 11개 경선 결과 발표, 익산 조배숙 확정…전정희 탈락

    국민의당 11개 경선 결과 발표, 익산 조배숙 확정…전정희 탈락

    국민의당은 18일 전북 익산을 지역에 조배숙 전 의원을 공천하기로 했다. 조 전 의원과 경쟁했던 현역 전정희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전국 11개 선거구에서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진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전북 익산을에서 조 전 의원은 45.5%를 얻어 38.7%를 얻은 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확정지었다. 김연근 전 전북도의원은 17.6%, 박기덕 전 세종연구소장은 4.7%를 득표했다.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이 배제된 뒤 이에 반발하며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로써 전 의원은 지난 9일 임내현 의원에 이은 국민의당 두 번째 현역 의원 탈락자가 됐다. 한편 서울 광진을에서는 황인철 전 김대중 대통령 통치사료비서관이, 강북갑에서는 김기옥 전 서울시의원, 은평갑에서는 김신호 전 서울시의원, 동작갑에서는 장환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송파병에서는 차성환 전 서울시의원이 각각 공천됐다. 경기 부천원미갑에서는 황인직 위브더스테이트 관리단 회장, 의정부을에서는 정희영 전 의정부지법 판사가 경선을 통과했다. 또 충남 홍성·예산에서는 명원식 전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농어민부위원장, 전북 익산갑에서는 이한수 전 익산시장, 남원·임실·순창에서는 이용호 전 국회 홍보기획관이 당 후보로 나서게 됐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위기의 브라질, 체질 개선 나서야/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시론] 위기의 브라질, 체질 개선 나서야/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브라질이 정치·경제난에 빠졌다. 국영 석유회사 부패 스캔들로 시작된 정치 위기는 1980년대 민주화 시위보다 규모가 더 큰 반정부 시위를 불렀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연립정부 붕괴 위기,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탄핵 위기로 치닫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2주 사이 3명의 법무장관을 교체하는가 하면 룰라 전 대통령을 구출하기 위해 부분적 법적 보호를 받을 장관직을 제의하는 등 정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과거 디폴트가 선언됐던 1990년의 ?4.3% 이래 최악인 ?3.8%의 성장률을 지난해 기록했고, 올해는 ?4.5%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4년까지 6%대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10.67%를 기록해 13년 만에 최고치였다.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하고 싶지만 물가 자극을 우려해 지난해 7월 이래 기준금리를 14.25%로 동결시킨 상태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은 모두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했고, 이 중 피치사는 브라질 기업의 53%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림으로써 대량 실업 사태를 예고한 셈이다. 한때 신흥시장 대표 주자로 각광받던 브라질 경제, 그리고 재선에 성공한 호세프 대통령이 이처럼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그동안 브라질 경제와 다수 국민은 왜 행복했는가를 되물으면 찾기 쉽다. 브라질 경제는 2006~2010년 연평균 4.5%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 규모 세계 6위까지 올랐다가 2011~2014년 연평균 2.1%로 둔화되며 다시 7위로 내려앉았다. 룰라의 임기(2003~2010년) 8년은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 시기와 일치했다. 브라질은 항공기를 수출하는 공업 강국이기도 하지만 농축산물 및 석유·광물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철광석 및 대두 수출 대상국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풍부해진 국가 재원을 활용해 노동자당(PT) 출신답게 빈부격차 축소를 위한 초등교육 보편화 등 사회정책들을 쏟아 냈고 후임 호세프 대통령도 같은 정책 노선을 이어 갔다. 덕분에 2003~2013년 브라질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600만명이 가난에서 탈출했다. 같은 기간 소득불균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60 수준에서 0.54까지 떨어졌다. 브라질 전체 인구의 소득이 연평균 3.5% 증가하는 동안 인구 중 하위 소득자 40%의 소득은 그보다 두 배 가까운 6.1%로 빠르게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근년 들어 원자재 가격은 곤두박질쳐 왔고, 세계 경기 불황으로 브라질의 수출공업 부문도 활기를 잃었다. 국가재정은 긴축으로 전환됐고, 삶의 질 개선은 2013년 이래 이뤄지지 않았다. 오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건은 2013년 6월의 국민적 저항 운동이다. 당시 정부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조치를 취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때마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최를 앞둔 시점이어서 스포츠 행사 준비에 재원을 쏟기보다 복지 및 교육투자, 공공 서비스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과 부패척결 구호가 설득력을 얻은 것이었다. 오는 8월 리우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어난 대규모 거리 시위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호세프가 탄핵당할까.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사례는 1992년 있긴 하지만,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이나 야권의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은 탄핵이 과연 자신에게 이로울지 따져 봐야 한다. 이들은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 추후 정권 재창출에 확신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강약을 조절해 각자 연정 탈퇴, 탄핵 추진 또는 연정 참여 축소, 스캔들 장기 활용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브라질이 당장 디폴트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전히 외환 보유고는 3600억 달러에 달하고 금융 부문이 취약하지도 않다. 또한 경상적자를 메울 외국인 투자도 일시 보류는 될지언정 구매력 높은 인구 2억의 브라질 시장에 언제든 쇄도하곤 한다. 다만 브라질이 더이상 원자재 가격이나 경기 변동에 취약하지 않고 견실한 성장을 보장받으려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오늘의 브라질 경제는 지난 호황기 10년 동안 소비 진작에 주력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 [구본영 칼럼] ‘비열한 거리’에 선 안철수

    [구본영 칼럼] ‘비열한 거리’에 선 안철수

    바둑을 왜 기도(棋道)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사력을 다하고도 승부가 기울자 담담하게 돌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다. 제4국에서 이세돌이 승기를 잡자 엄청난 연산 능력으로 끝내기에 강하다는 알파고조차 쿨하게 불계패를 받아들였지 않았나. 공자는 ‘정자정야’(政者正也)라고 했다. 세상을 바로잡는 도리가 정치란 뜻이다. 하지만 동서양을 떠나 정치가 늘 그런 정도(正道)를 다투는 일일까. 현실 정치는 뒷골목 건달들의 비열한 분탕질과 외려 닮아 보일 때가 많다. 며칠 전 미국 시카고 대선 유세장에서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자·반대자 간 유혈극을 보라. ‘깨끗한 승복’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될 만큼 타락해 버린 미국 정치가 지금은 고전이 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하긴 조인성이 주연을 맡았던 동명의 국산 영화도 있다. 우리 정치판이 온갖 암투와 배신이 난무했던 그 영화의 줄거리를 닮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누군가와의 통화에서 자당 대표를 겨냥, “김무성 죽여 버려”라는 막말을 쏟아 내는 판이 아닌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친박 실세임을 ‘인증’했던 그인지라 취중 실수로 보기도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칼춤’에서도 “정무적 판단”만 있지 정치 혁신의 투명성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를 넘나들며 책사 역할을 하던 그가 문재인 전 대표의 구원투수로 나서 친노 패권을 청산한다면서 정청래·이해찬은 도려내고 이목희·전해철·홍영표 등 ‘친문 3인방’은 살려 두는 식이니….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비열한 거리’에 섰다. 양당 담합 체제를 깨겠다며 제3당 깃발을 들 때 더민주를 압도했던 국민의당 지지율은 1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한때 그의 멘토였던 김종인이 야권 통합을 제안하면서 그를 코너로 몰아넣었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제3당의 길에 동참했던 김한길 선대위원장, 천정배 공동대표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야권 연대론으로 돌아서면서다. 당 안팎에서 그를 흔들어 대자 일부 여론조사의 대권주자 순위에서 새누리당 오세훈에게도 밀려났다. ‘정치 타짜’들이 득실거리는 노름판에서 갖고 있던 밑천마저 탈탈 털리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하랴. 함께 뛰쳐 나왔던 더민주와의 연대를 다시 주장하며 그를 압박하는 천·김 두 의원의 식언을 탓해선 뭣하겠는가. 너무나 현실적인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그랬다. “개인 간엔 계약서나 협정이 신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권력자 사이엔 오직 힘에 의해서만 신의가 지켜진다”고. 애초 의석 한 석이 아쉬워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그의 정체성과 다른 인물들을 마구 끌어들인 게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천정배나 정동영은 그와는 이념적 지향점이 달라도 한참 다른 인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안철수의 살길은 이제라도 그가 내건 ‘새정치’라는 비전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 주는 일이다. 얼마 전 야권 연대를 명분으로 한 당 안팎의 압박에 맞서 그는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결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후보들끼리 연대하는 것은 못 막는다”면서 슬금슬금 무너지고 있다. 그가 현실 정치에 적응하는 증좌일 수도, 구태 정치에 고개를 숙인 결과일 수도 있다. 유권자들이 후자, 즉 소위 ‘안철수 현상’이 마모돼 가는 과정으로 평가하다면 총선 이후 그의 입지는 넓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가 아니라도 제3당의 캐스팅보트 역에 대한 일정한 수요는 있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의 문화는 없이 무한 정쟁을 일삼는 양당 구도하의 한국 정치를 선진화하라는 국민적 여망이 존재하는 한 그렇다. 진영 논리와 정치공학이 횡행하는 ‘여의도 정치’를 개혁하는 과제도 결국 현실 정치인 누군가가 맡아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품성과 격조를 잃지 않은, 제대로 된 정치 영역마저 인공지능의 도전을 받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논설고문
  • 5살 아들 밀쳐 숨지게 한 계부 구속영장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15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녀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5살짜리 의붓아들을 밀쳐 숨지게 한 신모(29)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2시 50분쯤 오산시 궐동 자신의 집 안에서 의붓아들 A(5)군을 밀어 창틀에 머리가 부딪혀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당시 야간 근무를 선 뒤 오전 9시 반쯤 퇴근해 잠을 청하려는데 A군이 시끄럽게 해 A군을 밀쳤다고 고백했다. A군은 뇌수술을 받았지만 9일 뒤인 29일 오후 9시께 뇌경색 등으로 숨졌다. 신씨는 처음엔 변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 “아이가 5단 서랍장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추락해 다친 경우 뇌출혈은 1곳에서만 나타나는데 숨진 아이는 머리 2곳에 뇌출혈이 있었다”는 소견을 받고 신씨를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은 것이다. A군은 머리가 창틀에 부딪힌 뒤 장롱에 한 번 더 부딪혀 머리 2곳을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이혼한 B(28·여)씨는 그해 10월부터 신씨와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신씨가 검거될 때까지 아들이 서랍장에서 떨어져 다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5살 의붓아들 ‘시끄럽다’며 밀쳐 숨지게 한 계부 아동학대치사 영장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15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녀가 전남편과 낳은 5살짜리 의붓아들을 밀쳐 숨지게 한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신모(2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2시 50분쯤 오산시 궐동 자신의 집 안에서 의붓아들 A(5)군을 밀어 창틀에 머리를 부딪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당시 야간근무를 서고 오전 9시 반쯤 퇴근한 뒤 잠을 청하는데 A군이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A군을 밀쳤다고 고백했다. A군은 뇌수술을 받았지만 9일 뒤인 29일 오후 9시께 뇌경색 등으로 숨졌다. 신씨는 처음엔 변사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 “아이가 5단 서랍장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추락해 다친 경우 뇌출혈은 1곳에서만 나타나는데, 숨진 아이는 머리 2곳에서 뇌출혈이 있었다”는 소견을 받고 신씨를 상대로 추궁해 중 범행일체를 자백받은 것이다. A군은 창틀에 머리를 부딪친 뒤 장롱에 한번 더 머리를 부딪쳐 머리 2곳을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이혼한 B(28·여)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신씨와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신씨가 검거될때까지 아들이 서랍장에서 떨어져 다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5살 의붓아들 ‘시끄럽다’며 밀쳐 숨지게 한 20대 경찰에 붙잡혀

    동거녀가 전 남편과 낳은 5살 의붓아들이 ‘시끄럽게 한다’며 밀어 숨지게 한 20대 계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화성 동부경찰서는 14일 폭행치사 혐의로 신모(29)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2시 49분쯤 오산시 궐동 자신의 집 안에서 의붓아들 A(5)군을 밀어 창틀에 머리를 부딪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A군이 정신을 잃자,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동거녀 B(28)씨에게 알렸다. 이어 B씨는 119에 신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 뇌수술을 받았지만 9일 뒤인 지난달 29일 오후 9시쯤 뇌경색 등으로 숨졌다. 신씨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아이가 5단 서랍장 위에서 놀다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날 신씨를 소환해 “추락해 다친 경우 뇌출혈은 1곳에서만 나타나는데, 숨진 아이는 머리 2곳에서 뇌출혈이 있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소견을 토대로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 조사결과 신씨는 지난달 20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 30분쯤 퇴근해 잠을 청하던 중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A군 몸을 손으로 힘껏 밀어 창틀에 머리를 부딪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이날 경찰소환을 받고 조사를 받던 중 심적 부담 및 죄책감을 느껴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이혼한 10월부터 신씨와 동거한 B씨는 신씨 말을 그대로 믿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 정황 등 신체적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B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부천 영아 학대 치사’ 20대 부부 구속

    경기 부천에서 한 살 영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동갑 부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준민 판사는 지난 12일 아버지 A(23)씨와 어머니 B(23)씨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씨에게는 폭행치사와 유기죄를, B씨에게는 유기죄를 적용했다. A씨는 9일 오전 2시쯤 부천시 오정구 자택 안방 아기 침대에서 생후 3개월 가까이 된 딸 C양을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뒤 10시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딸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울자 작은방으로 데려가 젖병을 입에 물려놓고 억지로 잠을 재웠다. C양은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쯤 부모가 발견했을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는 지난 1월 27일에도 오후 11시 5분쯤 부인과 말다툼을 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딸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뜨려 크게 다치게 했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8일까지 1주일에 3차례가량 딸의 머리와 배를 꼬집고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아버지 A씨는 “새벽에 퇴근하고 오면 딸 아이가 시끄럽게 울어 짜증이 나서 때렸다”며 폭행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어머니 B씨는 때린 적이 없다고 폭행을 부인했다. 부부는 “원치않은 출산으로 딸에 대한 애정이 많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로 미뤄보아 아버지 B씨가 고의로 딸을 바닥에 떨어뜨려 살해하려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15일이나 16일쯤 현장검증을 할 계획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원영이 또 없나’…경기도, ‘폭력 부모’ 아이 지킨다

    ’원영이 또 없나’…경기도, ‘폭력 부모’ 아이 지킨다

    경기도가 ‘폭력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건수는 2013년 2368건에서 2014년 3752건으로 58.4% 증가했다. 지난해엔 4214건으로 2013년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경기도 아동학대 의심신고 건수는 전국 1만 6650건의 25.3%이다. 학대가 의심된 아동은 대부분 학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심 신고된 아동이 학대받은 것으로 판정받은 사례는 2013년 1516명, 2014년 2501명, 지난해 2915명 순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학대가 확인된 2915명 중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는 2417명으로 전체 가해자의 82.9%를 차지했다. 사회적 이슈가 됐던 보육 교사나 베이비시터 등 대리 양육자의 학대 비율은 9.8%(285명)에 불과했다. 학대 피해 아동의 나이는 15세가 8.6%로 가장 많았고, 14세 8.1%, 16세 7.6%, 10세 6.8% 순이었다. 학대 피해 아동 중 1001명은 학대가 가볍다고 판단돼 원래 부모에게 돌려보내졌다. 236명은 친족에게, 36명은 친모 등 연고자에게, 나머지 338명은 장·단기 보호시설에 보내졌다. 학대가 가볍다고 판단해 부모에게 돌려보내질 경우 ‘부천 목사 부부 아동학대치사’와 같은 학대 피해가 지속될 우려도 없지 않다. 계모를 따라나섰다가 실종된 평택 신원영(7)군의 학대 피해 사실은 2년 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처음 신고됐지만, 끝내 버려지는 사태를 막아 내진 못했다. 아동학대에 관한 특례법이 생기기 전이라 부모와 보호자 측에서 강력히 거부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나 상담, 자녀 분리를 강하게 밀어붙일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목사 친부 등으로부터 매 맞아 숨져 백골 상태로 발견된 여중생과 그의 오빠도 지역아동보호시설에서 미리 알았지만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학대받는 아동을 찾아내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난 1월 25일부터 한 달간 미취약 아동 중 보육비용을 신청하지 않은 1999명을 전수조사했다. 결과는 해외거주 이중 국적자가 1142명, 다른 서비스 이용자 438명, 조기 취학이나 본인 포기자 155명 순으로 나왔다. 나머지 21명 가운데 17명은 주소가 불분명했고 4명은 가정 폭력이 의심스러워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12월 아동보호기관, 일시보호소, 가정위탁지원센터, 결연기관, 지역아동센터지원단, 자립지원기관 등 6개 기관을 연합해 피해 아동에게 안정된 생활공간과 경제적 후원을 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아이들이 행복한 행情(정)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흩어져 있는 기관들을 한데 묶어 정보를 공유하고 최적의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7일 첫 회의를 열어 분기별로 아동피해 예방과 지원에 공동대처하기로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멍자국에 골절… 젖먹이 학대한 부부

    20대 동갑내기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젖먹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A양은 머리와 복부까지 멍 자국이 있었고 후두부와 갈비뼈 등 6곳의 골절이 확인됐다. 경기 부천오정경찰서는 10일 각각 폭행치사와 유기 등의 혐의로 아버지 B(23)씨와 어머니 C(23)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 9일 오전 2시쯤 부천시 오정구 자택 안방의 아기 침대에서 울고 있던 A양을 들어 올리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딸이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자 젖병을 물리고 10시간 이상 내버려 둔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딸을 폭행하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했으나 생후 석 달 된 딸 몸 곳곳에 멍이 있는데도 병원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 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B씨는 “별로 안 아픈 줄 알았다”고 방치한 이유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중학교를 졸업한 어머니 C씨와 고교 중퇴인 아버지 B씨는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만나 4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한 후 연말에 딸을 낳은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장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뒤 3월 초까지 호프집 종업원으로 일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부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최소한 3시간 전 사망한 상태였고 온몸의 멍과 골절로 볼 때 명백한 학대 사건으로 생각했다”며 “성기에 피멍 자국이 있어 성폭행 등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양의 시신 부검을 의뢰하고 부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젖먹이 딸 학대사망사건 검찰 수사팀 대폭 보강

    20대 동갑내기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 A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에 검찰이 전담팀을 운영키로 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영아사망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11일 형사2부(부장 박소영)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부장검사가 전담수사팀 팀장을 맡고, 형사2부 소속 주임검사를 포함한 검사 3명과 수사관 4명을 보강했다. 형사2부는 앞서 초등생 시신냉동사건에서도 전담팀을 꾸려 수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온몸에 난 5~6곳의 멍자국과 성기 주변 피멍자국 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기록을 검토하고 피의자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아버지 B(23)씨에게 폭행치사 및 유기죄를, 어머니 C(23)씨에게는 유기죄를 적용해 이날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씨는 지난 9일 오전 2시쯤 부천시 오정구 자택 안방의 아기 침대에서 울고 있던 A양을 들어 올리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딸이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자 젖병을 물리고 10시간 이상 내버려둔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딸을 온몸이 멍들어 있는데도 병원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대 동갑내기 부부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12일 오후 4시쯤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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