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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바인딩 수업/이지혜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단편소설]

    북바인딩 수업/이지혜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단편소설]

    책방 안에 희미하게 레몬빛이 돌았다. 창문에는 아이보리색 커튼이 드리워졌고, 형광등과 보조등에서 퍼져나온 빛이 커튼 위로 어우러져 따듯하면서도 산뜻했다. 윤재는 사람들과 함께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내 기척을 느낀 몇 사람이 얼굴을 돌렸고 윤재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줄지어 선 책장을 지나쳐 테이블 쪽으로 걸었다. 중앙에 자리 잡은 매대 위에는 윤재가 만든 책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 있어요, 오래된 자리, 쓰고 만듦. 이모의 환갑을 열흘 앞두고 윤재는 나에게 다시 연락해왔다. 휴대폰 액정에 윤재에게 온 메시지 알림이 떴을 때 나는 윤재가 환갑잔치 일정을 알려주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메시지에 이모 이야기는 없었다. 윤재는 내가 사는 곳 근처 책방에서 북바인딩 수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날짜는 이틀 뒤였다. - 민정아, 와줄 수 있어? 나는 답장하길 망설였다. 윤재와는 한동안 거리를 두며 소원하게 지내고 있었다. 반년 만에 온 윤재의 연락이 반갑기보다는 어색했다. 윤재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여섯 살 때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나를 이모에게 부탁했다. 동생만 외할머니 집에 데려가 함께 살면서 식당에서 종일 일하며 돈을 벌었다. 아빠가 남긴 유산은 없고 병원비와 빚만 쌓여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훗날 엄마는 설명해 주었다. 일이 년 돈을 모아서 방이라도 얻을 수 있게 되면 나를 데리러 올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엄마의 결정과 계획을 당시에는 알지 못한 채로 나는 이모네 집에 들어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사촌인 윤재와 함께 자랐다. 윤재가 한 살 많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윤재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윤재의 형인 윤석을 꼬박꼬박 오빠라고 부른 것과 달리 윤재는 이름으로 부르며 친구처럼 대했다. - 이모 환갑은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되묻자 윤재는 만나서 얘기하자고 답장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을 우리는 반년 전에도 나눴다. 당시 그렇게 말한 건 나였고 윤재는 알겠다고 우선 만나자고 선뜻 대답했다. 그때 윤재도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윤재에게 답장을 보내 책방으로 가겠다고 말해 놓고도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도 올까 말까 망설였다. 이런 마음을 모르는 윤재는 웃으면서 나에게 손짓했다. 유난히 하얗고 마디가 굵은 윤재의 손. 어린 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작은 손으로 윤재가 내 등을 쓸어내렸던 적도 있었다. 처음 이모네 집에 들어갔을 때 나는 잘 웃지 않았다. 울거나 떼를 쓰지도 않았다.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고, 괜히 말썽을 부렸다가 이모네 집에서 쫓겨나게 될까 봐 불안해했다. 이모나 이모부가 나에게 눈치를 줬거나 윤재나 윤석과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모부는 이 년 동안 나를 거두어 키우면서도 싫은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를 돕는 일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윤재와 윤석을 대할 때는 태도가 엄격했고, 자녀의 교육과 생활 지도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확고했다. 거기 어긋나거나 미치지 못하면 납득이 될 때까지, 원하는 말을 들을 때까지 사람을 몰아세웠다. 왜 그렇게 했니. 말해봐, 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왜 말을 못 해. 어떻게 할 거냐니까. 윤석은 공부나 생활 면에서 이모부의 기대만큼 해내는 편이었고 이런 말을 듣는 건 대체로 윤재였다. 이모네 집에 들어간 지 세 달쯤 지났을 때 윤재가 이모부에게 크게 혼났다. 그날은 이모부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았다. 도중에 이모부가 윤재를 때리려고 해 이모가 말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공부방으로 들어온 윤재가 테이블 앞에 주저앉았다. 윤재 눈에서 눈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줄줄 흘러내렸다. 소리 없이 우는 윤재를 보다가 나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왜 그랬는지 윤재가 하는 것처럼 숨죽여 울었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 내 등을 다독이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윤재가 테이블 앞으로 몸을 숙인 채 내 등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윤재의 눈에서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간식을 들고 온 이모가 우리 둘 사이에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을 나는 봤다. 와달라는 윤재의 요청을 끝내 거절하지 못한 것, 머뭇거리면서도 뒤돌아 책방에서 나가지 못한 것, 이게 다 그 순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울었고 또 웃기도 했으니까. 단지 그것뿐이라고 속으로 되뇌며 윤재에게 손을 흔들었다. 모두 여섯 사람이 색지와 실, 송곳 등이 놓인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모서리가 둥근 사각 테이블은 밝은 갈색의 원목 상판과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철제 다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벽면 스크린 앞에 서 있던 윤재가 목을 가다듬었다. “저는 책 만드는 박윤재예요. 제 목소리가 좀 작은 편이죠? 혹시 안 들리시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빔 프로젝트 화면을 넘기자 윤재가 만든 세 권의 책이 스크린에 올라왔다. “그동안 이 책들을 만들었고요. 여러 책방에서 북바인딩 수업을 진행해 왔어요. 첫 번째 책을 만든 게 벌써 칠 년 전이네요.” 윤재는 책들을 소개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고, 어떤 상황에서 만들었으며,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어려움은 또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는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낮고 느린 목소리에서 나름대로 강약이 느껴졌다. 가끔 참여자들이 소리 내어 웃기도 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술술 이야기하는 윤재가 나는 좀 낯설었다. 윤재는 참여자들에게도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첫 번째 참여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곧 어학연수에 갈 예정이라며 거기서 보고 느낀 것들을 책으로 펴낼 거라고 했다. 두 번째 참여자는 입을 열기 전, 옆에 앉은 세 번째 참여자를 잠깐 봤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사내 커플이었다. 퇴근 후 함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걸 즐긴다고 했다. “우리가 같이 보낼 시간을 책에 기록하고 싶어요.” 두 번째 참여자가 말하자 세 번째 참여자가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했다. 다른 사람들은 웃으며 박수했고 윤재도 따라서 손뼉을 쳤다. 나는 타이밍을 놓쳐 고개만 끄덕거렸다. 속없이 웃는 윤재가 내심 못마땅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저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던 호텔에서는 팬데믹 시기에 나와야 했고, 요즘 다른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말을 덧붙일 순 없었다. 윤재의 사촌이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다. 그 후 대화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마지막 참여자가 평소에 책을 좋아해서 신청했다고 말하는 것만 귀에 들어왔다. 내가 처음 호텔에서 일하기 시작한 때는 윤재가 첫 번째 책을 만들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인턴으로, 정확하게는 프리인턴으로 호텔에 입사했다. 육 개월간의 프리인턴 과정을 통과한 사람만 일 년제 인턴이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호텔이라는 공간이 꽤 그럴싸해 보였고 그 안에서 유니폼을 맞춰 입고 구성원이 되면 든든한 소속감을 느끼게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반년이 지나가고 인턴 전환 시험이 다가왔다. 개별 면담과 지필 시험, 조별 면접까지 마치고 며칠간 결과를 기다렸다. 어느 날 쉬는 시간, 직원 로커룸에서 친한 동기가 가방을 꾸리고 있었다. 내가 뭐 하냐고 묻자 동기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나 집에 가.” 오후 세 시가 되기도 전에 동기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로커룸을 나갔다. 다음 날 나는 인턴이 되어 출근했고 평소처럼 유니폼을 입은 채 일했지만 호텔이라는 공간, 특히 매일 지나는 길고 어두운 직원 통로가 좀 무서워졌다. 나는 이런 일들을 그때그때 윤재에게 알렸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엄마는 이모네 집 가까이에 셋집을 얻었다. 윤재와 따로 살면서도 같이 밥을 먹고 숙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미 엄마보다는 이모를, 동생보다는 윤재를 더 친밀하게 느끼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윤재와 가깝게 지냈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윤재에게 연락했다. 내 친구들이 윤재와 내가 연인 같다고 놀린 적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그런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호텔에서 있었던 일들을, 윤재는 책 만드는 작업을 주로 이야기했다. 내가 인턴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윤재도 첫 번째 작업에 대해 소식을 전해왔다. 윤재가 처음으로 만든 책 <여기 있어요>는 서울아트시네마가 많은 사람의 후원과 노력에도 낙원상가에서 철수하고 서울극장 삼 층에 단일 상영관으로 축소되어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윤재는 일이 벌어지는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위치를 옮긴 서울아트시네마가 오픈하던 날부터 백 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곳에 갔다. 많은 사람이 거기 서울아트시네마가 들어섰다는 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선 여전히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새로운 독립영화가 상영됐고 또 누군가는 계속 극장을 찾았다. 나는 윤재의 책을 통해서 그런 일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윤재는 대학교 사 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윤재가 색지를 테이블 가운데로 옮겨서 색깔별로 펼쳤다. “이 두꺼운 색지는 여러분이 만들 책의 표지가 될 거예요. 좋아하는 색으로 두 장씩 골라주세요.” 같은 크기로 잘린 흰 종이도 색지 옆에 꺼내두었다. “눈에 띄는 색이 없으실까 봐 걱정인데요. 그러면 흰 종이에 색연필이나 펜으로 표지를 꾸미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표지를 만드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윤재가 혼잣말하듯 덧붙이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여러 색의 색지들은 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진달래색 표지 두 장을 손에 들었다. 조금 촌스러운가 생각했지만 그대로 내 앞에 가져왔다. 진달래색 색지는 묘하게 기시감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내 매니큐어 색깔과 비슷했다. 며칠 전 나는 발톱에 짙은 분홍색 매니큐어를 발랐다. 꽃잎을 그려 넣듯 하나하나 두 번씩 덧칠했다. 매니큐어가 마른 발을 보면서 색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손을 보며 조금 씁쓸했다. 이제 정직원도 아닌데 적당히 넘어가도 되는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다. “이 얇은 종이들도 열 장씩 가져가세요. 이건 책의 내용을 담을 내지가 될 거예요.” 윤재는 표지와 같은 크기인 흰색 종이들도 테이블 위에 죽 늘어놓았다. 어차피 내지는 다 똑같은 흰 종이라 열 장씩 나눠줘도 될 텐데 한 장 한 장 직접 골라서 가져가라고 했다. 참여자들은 테이블 중앙에 세 줄로 놓인 종이들을 훑어보다가 한 장씩 집었다. 옆 사람이 고르기를 기다렸다가 가져가기도 했고 앞 사람과 손가락이 부딪히기도 했다. 그 과정이 나는 좀 번거로웠는데 옆에 앉은 연인 참가자들은 서로 종이를 골라주며 재미있어했다. 나는 윤재를 흘끔 봤다. 윤재는 테이블 반대쪽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윤재가 나를 왜 이곳에 불렀는지 알 수 없었다. 이모 환갑잔치 일정은 전화로도 충분히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라서 나는 윤재가 그걸 핑계로 나에게 연락해 관계를 회복하려는 게 아닌가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윤재는 나에게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다 하셨으면 이렇게 표지 사이에 내지를 넣어 보세요. 벌써 책 같은 모양이 됐죠?” 다들 윤재가 말한 대로 표지 사이에 내지를 넣어서 앞뒤로 살폈다. 나도 앞에 놓인 종이들을 한 손에 잡고 어떤 책이 완성될지 가늠해 보았다. 잘 그려지지 않았다. 윤재가 실뭉치와 송곳 두 개를 테이블 가운데로 가져오더니 이제 구멍을 뚫을 차례라고 말했다. 이미 묶어둔 견본을 펼쳐서 우리에게 보여줬다. “구멍을 잘 뚫는 게 중요해요. 그 구멍으로….” 그때 책방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커서 윤재의 말이 끊겼다. 책방 직원이 다가가 수업 중이니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말했다. “수업이요? 무슨?” 한 사람이 이쪽을 건너다보며 물었다. “책 만드는 수업을 하고 있어요.” 책방 직원이 목소리를 낮춰가며 대답했고 세 사람은 한 마디씩 말을 보탰다. 책이요? 그래, 책을 만든대. 그런 수업도 하는구나. “그걸 어떻게 만드는데?” 셋 중 한 사람이 물었고 실내가 조용해졌다. 세 사람은 서가 앞에 서서 이쪽을 들여다보더니 테이블 위를 둘러보고 윤재와 참가자들도 훑어봤다. “저렇게 만드는가 보네.” 그런가 보다고 몇 마디를 더 주고받고는 책방 직원을 향해 그러면 다음에 오겠다고 말했다. 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세 사람이 나간 뒤 닫힌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저걸 왜 만들지.”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윤재는 서너 차례 목을 가다듬었다. 잠깐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곧 견본을 손에 잡고 테이블 앞으로 내밀었다. “구멍을 잘 뚫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그 구멍으로 한 장 한 장의 낱장들이 모이고 묶여야 책이 되는 거니까요.” 목소리가 조금 흔들리는가 싶었지만 윤재는 막힘없이 말을 마무리했다.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고 마음이 상한 듯해 보이지도 않았다. 당황하고 마음이 흔들린 쪽은 오히려 나라는 것을 깨닫고 있을 때 윤재는 표지를 자세히 보라며 견본을 들어 올렸다. 구멍 사이의 간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다섯 개의 구멍을 뚫어야 했다. 모든 구멍은 왼쪽 끝을 기준으로 가로 0.5cm를 띄워놓아야 했으며, 첫 번째 구멍은 왼쪽 끝 윗면에서 세로 1cm의 간격을 둬야 했고, 두 번째 구멍부터는 세로 2.5cm의 거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간격을 유지하다 보면 마지막 다섯 번째 구멍은 자연스럽게 네 번째 구멍과는 세로 2.5cm, 종이의 아랫면과는 첫 번째 구멍과 마찬가지로 세로 1cm의 거리가 생겼다. 표지에 윤재가 알려준 간격대로 점을 찍어 두었다. 송곳이 나에게 넘어오길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책 만드는 모습을 둘러봤다. 옆에 앉은 커플은 알맞은 위치에 점을 잘 찍었는지 서로 확인하는가 싶더니 책을 바꿔 상대방의 책에 구멍을 뚫어주고 있었다. “제일 끝에 있는 구멍은 잘 안 되는데? 잘못했다간 종이 찢어질 것 같아.” “이리 줘. 내가 해볼게.” 여자가 마지막 구멍을 뚫어서 남자에게 건넨 뒤 나에게 송곳을 전해줬다. 여자가 몸을 돌렸고 두 사람은 테이블에 놓인 하늘색 표지 위로 손을 포갰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송곳을 잡았는데 무언가에 찔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벼려진 바늘 끝으로 오래된 흉터를 짓누르는 기분. 송곳을 고쳐 쥐었다. 진달래색 표지와 흰색 내지들을 모아서 왼손에 잡고 오른손으로 송곳을 들어 첫 번째 구멍으로 가져갔다. 종이 위에 찍어 둔 점을 송곳으로 누른 뒤 힘을 줬지만 종이는 뚫리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종이를 내려놓고 왼손 손바닥으로 고정한 채 송곳을 좌우로 돌렸다. 손의 힘이 풀려 낱장들이 자꾸 흩어졌다. 윤재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윤재는 앞 장 표지만 가져가 송곳을 살살 돌려가며 구멍을 뚫었다. 뾰족한 송곳 끝이 표지 반대편으로 빠져나오자 내지를 서너 장씩 집어서 같은 위치에 구멍을 만들었다. 송곳을 돌리는 윤재의 손. 가까이서 보니까 작은 흉터가 많았다. 윤재가 종이를 다시 내게 건넸다. 가지런히 뚫린 다섯 개의 구멍이 흠집 같았고 그 자체로 고리 같아 보이기도 했다. 윤재는 사람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며 테이블을 한 바퀴 돌았다. 송곳 두 개를 한쪽에 모아놓고 실뭉치를 풀었다. 미리 준비해 둔 실을 손에 잡고 그 길이에 맞춰서 한 줄씩 잘라나갔다. “이제 구멍 사이에 실을 넣어서 책으로 엮어 볼게요. 실 한쪽 끝에 매듭을 만들어 주세요. 구멍에 매듭이 고정될 수 있도록이요.” 참여자들이 그 말에 따라 매듭을 묶고 있을 때 윤재 앞에 놓인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윤재는 한동안 테이블을 내려보다가 빠르게 말했다. “급한 전화라 잠깐 받고 올게요.”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져 통화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곧 몸을 돌려 책방 서가를 가로질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윤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됐다. 반년간 왕래 없이 지내는 동안 윤재에게도 많은 일이 생겼을 것이다. 그전엔 윤재와 이렇게 오래 연락이 끊긴 적이 없었다. 윤재는 만들고 싶은 책이 떠오르면 나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작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갔고, 책이 나오면 나에게 제일 먼저 보여줬다. 그런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는 윤재도 나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함께 있는 게 그저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느끼지 못한 동안 윤재와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대학을 졸업한 뒤 윤재는 내가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대개 카페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은 윤재를 만나러 도서관에 갔다. 윤재는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나를 만나러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지, 우선 나갈까? 내가 묻자 윤재는 여기에도 식당이 있다며 내려가 보자고 했다. 우리는 도서관 지하 식당에서 라면과 김밥을 사 먹었다. 내가 내려고 하는 걸 여기까지 왔는데 그럴 수 없다며 윤재가 막아섰다. 내가 한 번 더 나서자 윤재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럴 땐 좀.” 식사 후에는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마시며 일 층 만남의 광장에서 조용조용 얘기를 나눴다. 윤재는 당시 구상 중이던 책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 내가 딴생각을 하지 않는지 가끔 눈치를 살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마 멈추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질문을 부지런히 삼켰다. 그때는 내가 정규직이 된 지 육 개월쯤 지난 시기였다. 인턴 때에 비하면 생활이 조금 나아졌고 해고에 대한 불안감은 없어졌다. 하지만 유니폼이 마치 내 일부인 듯 익숙해지면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나는 뭘 놓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애꿎은 매니큐어만 사서 모으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같은 값이 더 나가는 것은 사지 못했고 가끔 퇴근길에 매니큐어를 샀다. 화장대 위에 올려둔 매니큐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두세 달이 지나자 두 줄 세 줄로 길어졌다. 업무 규정 때문에 손톱에는 바를 수 없어서 나는 발톱에만 매니큐어를 발랐다. 그날 도서관에서 윤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도 화장품 가게에 들러 매니큐어를 하나 더 샀다. 일하지 않은 날 매니큐어를 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윤재를 사랑하는 마음이 발톱에만 바를 수 있는 매니큐어 같다는 생각도 그날 처음으로 했다. 이런 시간이 윤재와 나 사이에 난 구멍처럼, 적당하지 못한 간격처럼 느껴졌다. 구멍을 뚫는 건 종이에 손상을 주는 일인데도 그 구멍을 통과해야 낱장들이 하나로 묶여서 책이 된다는 윤재의 말을 곱씹었다. 지난 반년 새 우리 사이에는 확실히 거리가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윤재에게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지내는 근황을 알리지 못했고 어쩌면 윤재도 나한테 전하지 못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전화를 받으러 나간 윤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불만을 내비치는 사람은 없었지만 하나둘씩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십 분쯤 지났을 때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밖으로 나왔다. 복도는 어두웠고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층계참에서 방향을 꺾고 뛰어 올라오는 윤재가 보였다. “미안, 많이 늦었지?” 윤재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방금 들은 말과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윤재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 낯익었다. “아니야, 다들 신경 안 써. 무슨 일이야?” 윤재는 발을 멈추고 주저하다가 그게, 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윤재는 참여자들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다. “일이 생겨서 시간이 지체됐어요.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괜찮아요. 근데, 괜찮으신 거예요?” “그래요. 작가님 별일 없으면 됐어요.” 참여자들에게서 괜찮다는 반응과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이어졌다. 윤재는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거듭 시간을 확인했다. “매듭을 만드는 데까지 했죠? 이어서 나가볼까요?” 윤재가 테이블을 훑더니 작업하던 것을 위로 올렸다. “이제 표지 뒷장 두 번째 구멍에 바늘을 넣어서 매듭으로 고정해 주세요.” 두 번째 구멍에서 나온 실로 책등을 한 바퀴 돌려서 묶고 두 번째 구멍으로 다시 돌아왔다. 세 번째 구멍으로 이동해서 또 책등을 한 바퀴 돌리고 한 번 더 옆으로 바늘을 움직였다. 윤재의 손을 따라서 나도 구멍 안으로 바늘을 넣었다. 낱장의 종이들을 묶으려고 하니까 표지와 내지가 모이는가 싶다가도 금방 실이 풀려 흩어지고 말았다. “헐거워지지 않도록 적당한 힘으로 당겨주는 게 중요해요.” 윤재의 말을 듣고 손에 더 힘을 줬다. 다시 옆으로 바늘을 돌려 책등을 만들고 아래로 이동해 나가며 종이를 엮었다. “이걸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옆에 앉은 사람이 혼잣말했다. 여러 방향을 오가며 구멍에 바늘을 넣었다가 빼야 하는 과정이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시간이 지체된 것 때문인지 윤재는 윤재대로 조급해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통화 내용이나 나와 나눈 이야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졌을지도 몰랐다. 윤재는 사람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갔는데 일의 진도는 빨라지지 않았다. 내 옆에 앉은 사람도 같은 자리에서 바늘을 넣었다가 빼기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순서가 바뀐 것 같아요.” 내가 손을 내밀자 그는 나에게 자신의 책을 건넸다. 오렌지색 표지 끝부분에 자리 잡은 구멍으로 실을 빼내고 윤재가 알려줬던 순서로 다시 바늘을 넣었다가 뺐다. 다른 사람의 책을 들고 있다는 게 왠지 긴장돼서 조심히 손을 움직였다. 복도에서 윤재에게 들은 얘기가 떠오를 때마다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도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선 느슨해진 매듭을 꽉 묶어두고 바늘로 구멍과 구멍을 옮겨가며 그의 책을 엮었다. 팽팽히 묶인 책을 건네고 나자 반대쪽 테이블에서 참여자들을 도와주던 윤재가 고개를 들었다. 몸을 세우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은 동양식 바인딩이라고 말한 뒤 이쪽으로 다가왔다. 옆을 지날 때 윤재가 내 어깨에 잠깐 손을 올렸다. 두 시간 전에 고른 열두 장의 종이가 제법 책의 틀을 갖췄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표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윤재가 입을 열었다. “이제 여러분 책에 내용을 채워 보도록 할 건데요. 책의 제목은 <북바인딩 수업>이라고 정해볼게요. 이 시간 동안에 여러분께 생긴 일,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 등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윤재는 내지 첫 장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책을 옆으로 돌려서 그 내용에 대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는 것으로 책 속 내용을 채워 나가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여기서 함께 시간을 보낸 건 맞지만, 다 같은 시간을 보낸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이 수업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으니 솔직하게 써볼까요.” 참여자들은 손에 색색의 책을 한 권씩 들고 있었다. 색연필을 나눠준 뒤 윤재는 내 맞은편에 와서 앉았다. 옆에 놓인 책장을 곁눈질로 가리켰는데 거기엔 윤재의 세 번째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윤재가 나에게 색연필을 건넸다. 글씨 쓰기 편하도록 끝이 뾰족하게 깎여 있었다. 윤재는 나를 향해 살짝 웃더니 몸을 돌렸다. 앞에 놓인 책의 표지를 넘기고 하얀 바탕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책으로 윤재는 독립출판 작가들의 인터뷰집을 만들었다. 다섯 작가의 인터뷰를 싣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책을 만들기 직전, 윤재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윤재는 카페 아르바이트 휴무일에 물류 창고 일을 하러 갔다가 허리를 다쳐 원래 하던 아르바이트도 못 하게 됐다. 당시 나는 정규직 사 년 차로 호텔의 중식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를 거쳐 연회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각종 포럼이나 세미나를 위해 준비해야 했고, 결혼식이 주말마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열렸다. 나는 손님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다가 또 상사에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길 반복했다. 정신이 없을 땐 명찰을 착용하는 것도 잊었다. 내가 호텔 얘기를 하면 이모는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모가 윤재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는 건 나중에 전해 들었다. 뭘 선택해도 길은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했든 윤재도 나도 마음껏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윤재가 마지막 통원 치료를 받았다며 전화를 걸어와 독립출판 작가들을 인터뷰해서 책을 만들 거라고 얘기했을 때 나는 윤재가 답답하다고 느꼈다. 윤재가 책을 만들수록 윤재와 함께할 수 있는 미래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애초에 쉬운 관계도 아닌데. 불쑥 눈물이 나왔다. 이번에는 참을 수 없었다. “그걸 왜 만드는데?” 윤재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윤재가 다시 입을 닫았고 나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냥 내가 남았어.” 윤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 근데 지금 와서 보니까, 그냥 책을 만드는 내가 남았어. 나는 책이 남는 건 줄 알았지.” 윤재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테이블 위에는 손바닥만 한 책이 아홉 권 놓여 있었다. “다 적으셨으면 다른 사람의 책을 같이 완성해 봐요.” 책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윤재 앞에 오른쪽에서 넘어온 책이 놓였고 나도 옆 사람이 만든 책을 건네받았다. 내 앞에 차례로 전해지는 책들은 이 시간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어떤 책에는 책방 공간에 대한 묘사와 거기서 얻은 느낌들이 적혀 있었고, 다른 책에는 책 만드는 과정과 재미있었던 점이 쓰여 있었다. 참여자들과 겪은 에피소드를 적어둔 페이지에서 나에 관한 내용을 읽었을 때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느새 윤재의 책이 내 앞에 도착했다. 나는 민트색 표지를 넘겼다. 막상 쓰려고 하니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써봤어요.) 앞으로 북바인딩 수업을 쉬려고 했거든요. 책 만드는 것도 그만하려고 했고요. 엄마가 아프셔요. 큰 병은 아니지만 수술을 받고 잘 관리해야 한대요. 엄마 컨디션 때문에 일정이 당겨져서 오늘 수술을 받으셨는데 다행히 경과가 좋다고 연락이 왔어요. 한동안 엄마 옆에 있으려고 해요. 그래도 북바인딩 수업은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서툴게 진행한 부분이 있어서 이번 참여자분들은 다음 수업에 한 번 더 오실 수 있도록 할게요. (그만 사과하라고 하셨지만 정말 죄송해요.) 책, 책이요. 책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또 솔직하게 써보자면) 어영부영 책 만든다고 놓치고 산 게 많아요. 우선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고 싶어요. 못 본 척해 온 것을 이젠 제대로 보고 싶고요. (더 솔직하게는) 할 수 있는 한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보고 싶어요. 오늘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모가 아프다는 말은 복도에서 들었지만 윤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다. 오늘로 북바인딩 수업을 그만하려는 줄은. 그래서 나에게 와달라고 한 건가. 예전에 윤재에게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윤재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책 만드는 걸 쉬겠다는 윤재의 말도 뜻밖이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참여자들이 남긴 메시지가 이어졌다. 어머님 쾌차하실 거예요, 작가님 팬인데 책도 계속 만들어 주세요. 다음에 또 뵐 수 있다니 좋네요, 같은 말들이 페이지 가득 적혀 있었다. 내가 윤재에게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병원에 있을 이모가 걱정됐다. 아까 복도에서 윤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수술 전에 엄마가 괜히 겁을 내면서 나한테 당부하더라고. 너를 잘 챙기라고.” 이모는 어째서 윤재에게 나를 부탁했을까. 어째서 윤재에게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어째서 엄마나 동생이 아닌 윤재에게 나를. 그래도 우선은 수술이 잘 끝난 게 다행이었다. 얼마 전 엄마가 두 번 연달아 전화를 걸어왔는데 아마 이모 소식을 전하려던 것 같았다.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로 나는 엄마의 전화를 피하고 있었다. 그날도 일이 바쁘니 다음에 전화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은 없었다. 선뜻 색연필을 들지 못하다가 윤재의 글을 다시 읽어봤다. 아까는 급하게 읽느라 놓친 것인지 이번에 유독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윤재는 못 본 척해 온 것을 이젠 제대로 보고 싶다고 썼다. 나는 윤재가 어떤 일을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반년 전 그날은 이른 장마가 끝난 직후라 여름 한복판에 들어선 듯 무더웠다. 나는 아침에 윤재에게 불쑥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 윤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와도 만나서 얘기하자고 대답했다. 그동안 만나왔던 루트를 벗어나 윤재와 새로운 곳에 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처음 가는 곳에서 윤재와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우리는 우선 경복궁역에서 만나 같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윤재가 잠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한 뒤 오겠다고 해서 나는 십 분 정도를 더 계산해 집을 나섰다. 십 분 정도 늦게 나가면 시간이 딱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한 시간이 지나서도 윤재는 오지 않았다. 경복궁역 앞 잡화점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밖으로 나와 다시 십여 분을 기다렸다. 윤재는 일이 좀 꼬인다며 금방 온다고만 말했다. 금방 온다고 하지 않았다면 어디 카페에라도 가서 기다렸을 텐데 윤재는 곧 도착할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윤재와 새로운 곳에 가려고 했으므로 땡볕을 참았다. 원래 약속했던 시간보다 삼십여 분이 지나서야 윤재가 지하철 역사 안쪽에서 뛰어 올라왔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늦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아니, 윤재가 정말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해서 윤재가 사과할수록 서운함만 더 커졌다. “뭐 하느라 늦었어?” “미안해.” “왜 늦었는데?” 진짜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윤재는 대답이 없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그게 버스 때문에.” “버스?” “딴생각하다가 정거장을 놓쳐서. 괜히 좀 돌아오느라.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윤재의 답은 계속 늘어졌고 종종 끊겼다. 둘러댈 말을 찾는 것 같기도 했다. “너 지하철로 왔잖아.” 내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그래도 왔잖아.” 윤재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중간에 갈아탔어. 너무 오래 걸려서.” 말을 마치자마자 입을 다물었고 나를 앞질러서 걸어 나갔다. 윤재가 입은 파란색 티셔츠 위에 등을 따라 흐른 땀자국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날 가려고 했던 새로운 곳에 가지 않았고 나는 하려던 말을 하지 않았다.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마주 앉았다. 윤재는 유독 말이 없었고 내가 나서서 평소에 하던 얘기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잘되지 않아 곧 일어났다. 그 후로 한동안 윤재와 연락하지 않았다. 뜸하게 업데이트되는 윤재의 SNS 피드를 보며 나는 혼잣말했다. 그냥, 나를 보듯 너를 보며 살아야 했을까. 그날 내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윤재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윤재의 글을 한 번 더 읽었다. 색연필을 손에 잡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하얀 종이 위에 윤재의 이름을 썼다. 윤재를 부르고 나니까 쌓여 있던 말들이 술술 풀려 나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대로 모두 적었다. 나만 너무 길게 쓰는 게 아닌지, 내용이 너무 튀는 게 아닌지, 윤재를 난처하게 할 만한 말은 없는지, 신경을 쓰느라 자주 주저했지만 멈췄다가도 다시 적어나갔다.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모두 적고 나서 추신을 남겼다. - 너의 다음 책이 또 뭘 남길지 궁금해. 색연필을 내려놓고 앞을 봤다. 윤재도 조금씩 손을 움직여 가며 누군가의 책에 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윤재가 잠깐 고개를 들었을 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어떤 책에 답글을 적고 있는지 윤재가 볼 수 있도록 앞에 놓인 윤재의 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윤재가 쓰던 것을 멈추고 책을 덮었다. 나는 윤재의 책을 두 손으로 잡았다가 내려놓고 민트색 표지 위에 내 손을 포개어 올렸다. 나를 바라보던 윤재의 눈매가 조금씩 휘었다. 윤재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우리가 함께 만든 첫 번째 책이야,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발달장애 뮤지션 ‘천상의 선율’

    발달장애 뮤지션 ‘천상의 선율’

    지난달 29일 발달장애 소아·청소년 음악 경연 ‘기적의 오디션’이 열린 서울 서초구 어린이병원 강당. 자폐 청년 바이올리니스트 김준희(26)씨가 묵직한 바이올린 선율로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연주했다. 심사위원들은 “정말 바람이 부는 것 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김씨는 대상을 수상했다. 절대음감을 타고난 김씨는 아홉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자폐성 발달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어린이병원 레인보우 예술센터 김명신 실장은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준희는 바이올린을 친구 삼아 지내 온 청년”이라며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서번트증후군 아이들은 음악교육과 사회성 치료를 통해 준희처럼 음악가로 자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에게는 전문 연예기획사에서 훈련받을 기회가 주어졌다. 기적의 오디션은 서울시 어린이병원이 지난해 4월 발달장애 뮤지션의 사회 연계와 참여를 돕기 위해 마련한 경연이다. 현악·관악·타악·보컬 등에 재능을 가진 실력파 발달장애 뮤지션 12팀이 참여했다. 음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안선우(19)씨는 평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지만 첼로를 잡으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쌍둥이 형제 임선균·임제균(27)씨는 트럼펫과 플루트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수 김재중씨는 “순수함에서 나오는 감동은 그 누구의 연주보다 크다”며 “경연을 펼칠 실력에 오르기까지 함께한 음악치료사와 가족들의 노고에도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예술센터는 국내 최초 발달장애 엔터테인먼트인 레인보우브리지(RB) 프로젝트를 통해 발달장애 뮤지션의 사회 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지적 수준이 낮지만 재능이 번뜩이는 서번트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그야말로 원석”이라며 “이 아이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초점을 두고 치료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 “주민 위하는 ‘스마트 행정’… 사고 싶은 강남을 살고 싶은 강남으로”[2024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주민 위하는 ‘스마트 행정’… 사고 싶은 강남을 살고 싶은 강남으로”[2024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조성명 서울 강남구청장은 강남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강남에서 살고 있는 최초의 강남 출신 강남구청장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진행한 조 구청장은 2022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온전히 한 해를 보냈던 2023년은 구민들에게 다가가는 기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새로운 2024년은 가까워진 구민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고 싶은 강남’ 이 아닌 ‘살고 싶은 강남’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첨단 스마트기술을 도입한 행정으로 주민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은 걱정 없도록 빈틈없는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지난해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SCEWC) 2023’에서 안전·회복 분야 최우수 도시에 선정됐다. “디지털 기술을 행정서비스에 접목하는 일은 취임 때부터 꾸준히 추진한 사업이다. 첨단기술을 통해 단순하고 반복되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면 직원들의 일손을 덜 수 있고 그만큼 구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 지난해 1월 첫 조직개편에서 ‘디지털도시과’를 신설하고 4월엔 제1회 오픈 이노베이션 ‘강남, 디지털을 품다’를 개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그중 가장 노력한 분야는 ‘사회·안전’이다. 강남도시관제센터의 폐쇄회로(CC)TV에 AI를 결합해 실종자 찾기와 인파밀집사고 예방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스마트센서를 홀몸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1인가구에 설치해 고독사를 막고 있다. 현장에서 보니 전 세계 주요 도시들과 글로벌 기업들도 도시 행정에 첨단기술을 도입해 사회·안전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강남의 이런 노력을 좋게 평가해 준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 -테헤란로 배달 로봇 실증사업과 수서·세곡동 로봇거점지구 등 로봇 관련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강남구는 로봇산업 육성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 안정적 로봇 주행을 위해 잘 정비된 도로와 다양한 서비스 수요, 대전 창원 등 로봇산업 육성 지역과의 교통 연계도 잘 돼 있다. 이런 조건을 활용해 로봇산업을 강남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수서·세곡동의 로봇거점지구는 오는 3월 수서동에 준공 예정인 ‘로봇플러스 실증 개발지원센터’에 이어 개포4동에는 로봇교육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의료관광 사업의 성과는 어떤가. “소이증을 앓고 있던 몽골 소녀에게 예쁜 귀를 만들어 줬던 나눔의료 사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치료받지 못하던 소녀가 커서 의사가 되겠다며 좋아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러한 홍보 활동을 비롯해 강남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초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헬스 분야 전시회 ‘베트남 메디팜’에서는 6500명이 부스를 방문했고 95건의 개별 환자 상담을 진행했다. 몽골에서는 울란바토르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베트남과 몽골에서만 연간 90억원의 환자 유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6월부터 운영 중인 압구정동 강남메디컬투어센터는 하루 평균 30~40명의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방문할 만큼 강남 의료관광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여울역 세텍(SETEC) 부지 내 행정문화복합타운 건립 사업의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행정문화복합타운은 민선 8기 공약이자 구민들의 염원 사업이다. 올해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학여울역 일대 거점형 복합개발 기본구상 수립 용역’에는 강남구 신청사 건립을 포함해 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조만간 용역 결과가 나온다. 아울러 시에서도 강남구에 세텍 부지 일부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민들의 바람대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시에서 세텍 부지에 중소기업을 위한 전시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어 건립 기획 단계부터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전시장 건물을 철거하고 본공사에 돌입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신청사 건립 전까지 현재 각지에 흩어진 부서를 모으는 등의 방안도 고민 중이다.” -올해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있을 텐데. “강남구는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전국 49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청렴도 1등급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2단계가 상승한 기록이고 민선 8기 구정을 반영한 첫 평가에서 최고의 종합청렴도를 기록한 ‘청렴 강남’ 시대가 된 것이다. 청렴도를 인정받은 만큼 이제는 내실과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남구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강남 내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주민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다양화하려 한다. 지난 7월 포스코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포스코 사옥 외부 공간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개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정 안정과 함께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 감소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겠다.”
  • ‘금리 안정’ 기대감 부푼 증시… ‘반·아·바’ 주목 ‘소·유·건’ 주의

    ‘금리 안정’ 기대감 부푼 증시… ‘반·아·바’ 주목 ‘소·유·건’ 주의

    국내 주식시장이 9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하며 지난 28일 코스피 지수 2655.28로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최근 기준금리 인하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살아난 모습이다. ‘반아바’(반도체·AI·바이오)는 새해에도 여전히 주목할 분야로 꼽힌다. 다만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건설업 구조조정 등으로 ‘소유건’(소비재·유통·건설)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울신문이 키움·NH투자·메리츠·하나·삼성 등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2024년 추천 종목을 물은 결과 공통된 답변은 ‘반도체’였다. 그동안 생산을 줄이며 공급을 조절해 오던 반도체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에 따른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살아나고 있다. 업계에선 2024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3%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시가총액 5위 내 기업들은 시기를 대변하는 대표 산업군으로 볼 수 있다”며 “AI와 반도체가 주도 산업군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도 “상반기에 수출이 회복되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반도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대형주 위주의 업종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반도체 분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며 반도체주가 상승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지난 26~28일 외국인이 4400억원 이상 순매수하고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7만 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4일 코스피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1년 9개월 만에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라섰다. 바이오주의 인기도 식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위고비, 마운자 등과 같은 획기적인 비만 치료제에 대해 전 세계적 관심이 쏠리면서다.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은 “지난해 제약 분야에서 혁신 기술이 등장했지만 정작 시장 영향은 비교적 적었다”면서 “향후 치료제 확보 경쟁, 수출 확대 등으로 그 영향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센터장은 한동안 부진했던 대형주 중심의 IT 종목을 꼽았다. 오 센터장은 “네이버 등 포털 회사들은 성장성이 있음에도 지난 2년간 부진했다”면서 “그간 조정기를 거쳤다는 점에서 새해 실적이 양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유의 업종으로는 5명 중 3명이 소비재와 건설을 꼽았다. 경기 회복이 더딘 탓에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가계 부담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기 전까지는 유통, 생활 소비재에 대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상황에 분양 및 착공 물량까지 감소하면서 부동산과 건설 쪽도 한동안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신용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다. 윤 센터장은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 회복 역시 쉽지 않은 국면”이라면서 “지난해 분양 및 착공 물량 감소가 현실화한 상황 속에서 2024년 역시 시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구조된 야생동물 2만여마리…조류가 78%·포유류는 교통사고

    구조된 야생동물 2만여마리…조류가 78%·포유류는 교통사고

    길을 잃거나 부상, 농수로 등에 갇혀 구조되는 야생동물이 연간 2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있는 야생동물구조센터 17곳에서 구조한 야생동물이 2만 408마리(폐사체 포함)로 집계됐다. 이중 7321마리(35.9%)는 치료와 재활을 거쳐 자연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7601마리(37.2%)는 폐사했고, 406마리는 구조센터에 머무르고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입소한 야생동물은 2019년 1만 4188마리, 2020년 1만 5397마리, 2021년 1만 7545마리, 2022년 2만 161마리, 올해 2만 408마리로 최근 5년간 43.8% 증가했다. 올해 구조된 야생동물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3252마리)가 가장 많았고, 충남(2469마리), 서울(1791마리), 부산(1698마리) 등의 순이다. 분류군별로는 조류가 전체 78.0%(1만 5915마리)를 차지했고 포유류가 20.9%(4268마리)가 뒤를 이었다. 파충류(216마리)와 양서류(7마리)도 구조됐다. 사고원인별로는 미아(5280마리), 충돌(4096마리), 교통사고(1768마리), 감염(1431마리), 기아·탈진(742마리) 등의 순이었다. 조류는 부모와 헤어져 둥지에 남겨진 새끼와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새들이 많았다. 특히 겨울철에는 농약에 중독돼 구조센터를 찾는 새가 늘어난다. 지난 18일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6마리)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했다. 최근 5년간 고의로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약에 죽은 야생조류가 2093마리에 달했다. 교통사고 피해는 대부분 포유류에 집중됐다. 멸종위기종은 2019년 1076마리, 2020년 1205마리, 2021년 1277마리, 2022년 1202마리, 올해 1192마리로 집계됐다. 안세창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투명창과 방음벽, 수로 등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충돌·추락 피해 예방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며 “구조센터 확대로 야생동물 보호를 강화하고 서식 환경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화성시 코로나19선별진료소 이달 말 운영 종료

    화성시 코로나19선별진료소 이달 말 운영 종료

    경기 화성시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코로나19 대응체계 개편에 따라 이달 31일부터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을 종료한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경계’ 단계로 유지하되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일반의료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보건소는 상시 감염병 관리 대응 및 건강 증진 기능에 집중하게 된다. 앞으로 코로나19 PCR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일반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하며, 먹는 치료제 대상군 및 고위험군은 국비 지원 및 건강보험 급여 한시 적용을 통해 무료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무료 PCR 검사 대상자는 ▲먹는 치료제 대상군(만 60세 이상인 자, 만 12세 이상의 기저질환자·면역저하자) ▲응급실·중환자실 입원환자 ▲고위험입원환자(중환자실·혈액암·장기이식 병동 입원·전실 시, 입원환자가 인공신장실 이용 시) ▲요양병원·정신 의료기관·요양 시설 입소자 ▲상기 환자(입소자)의 보호자(간병인) 등이다. ▲상기 대상자 외 입원 예정 환자 및 보호자(간병인) ▲고위험시설 종사자 ▲의사 소견에 따라 검사가 필요한 사람인 경우에는 PCR 및 RAT(신속항원검사) 검사 시 검사비 전액을 본인 부담해야 한다. PCR 검사 가능 여부 및 검사비용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각 의료기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심정식 화성시서부보건소장은 “지난 4년간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에 적극 동참하고 협조해주신 시민 여러분과 유관기관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은 종료되지만 최근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 유행하고 있는 만큼 예방 백신 접종과 개인위생수칙 준수를 철저히 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화성시보건소 선별진료소 및 임시선별검사소는 4년여의 코로나19 대응 기간 동안 누적 154만 6634건(지난 8월 말 기준)의 코로나 진단 검사를 시행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위한 첨병 역할을 수행해왔다.
  • [단독] 손안의 10대 도박, 손놓은 돈줄 차단

    [단독] 손안의 10대 도박, 손놓은 돈줄 차단

    “도박에 중독된 아들을 정신병동에 보낸 제 심경은 오죽하겠습니까. 이를 끊어 낼 대책과 관리가 부족한 탓에 결국 아이들 영혼만 파괴되고 있는 겁니다.” 중학생 아들을 둔 50대 중반 김철진(가명)씨는 이달 초 아들을 지방의 한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다. 김씨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아들의 달라진 행동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2만~3만원의 용돈을 받아 갔던 아들은 지난 10월부터 갑자기 10만원이 넘는 용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평소 즐겨 하던 온라인 축구 게임을 하다 생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3개월 동안 김씨의 아들은 250만~300만원을 받아 썼다. 종종 난폭한 언행을 보일 때도 있었다. 게임에서 사기를 당한 건 아닌지 걱정된 김씨가 “경찰에 신고하자”며 설득하자 그제야 아들은 “‘바카라’라는 도박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로 그렇게 간단하게 돈이 오가고 쉽게 접속해 도박을 할 수 있으니 아이들이 유혹을 물리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 아들은 자신 명의의 카카오뱅크 선불전자지급 서비스인 ‘미니’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렇게 ‘게임용 머니’를 충전한 뒤에 도박을 했다.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카카오뱅크 충전식 선불카드의 경우 만 14세 이상에 본인 명의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든 계좌를 만들 수 있다. 하루 거래 한도는 30만원, 월 한도 200만원이라 한 달에 수백만원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비대면 금융서비스 활성화로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대부분 시중은행에서도 청소년들은 ‘계좌’를 간편하게 개설할 수 있다. 특히 보호자가 청소년의 계좌를 해지하려면 각종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등 까다로울뿐더러 계좌를 없애도 편의점 무통장 송금서비스 등을 통해 돈을 보낸 뒤 도박 사이트 내에서 충전·환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진화하는 기술에 기댄 청소년 불법 도박이 만연화하며 ‘손안의 정선 카지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0대의 일상 속을 파고들었지만,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 보니 민간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도박없는학교의 조호연(49) 교장은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에 카카오뱅크의 계좌 발급 업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공익신고를 했다. 현재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계좌 상당 부분이 카카오뱅크 계좌인데 불법 계좌를 관리해야 하는 카카오뱅크의 책임 소재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게 조 교장의 주장이다. 불법 도박은 ‘돈줄’을 끊어 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차단 방법이지만, 범정부 차원의 대책에서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도박 관련 정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범정부 차원의 대응팀(TF)에는 자금 차단 역할을 하는 금융당국이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에 사용되는 계좌는 특성상 반복 입출금 행위가 잦은데 금융당국의 발 빠른 제지가 불가능한 셈이다. ●수사·IP차단 등 일차원적 대책에 그쳐 청소년용 계정 및 계좌 운용은 비교적 간편해 사용자 수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데 불법 도박 사이트에 연루된 수많은 계좌를 전문으로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2024~2028)을 통해 도박 근절 대책을 밝혔지만, ‘불법도박 이용계좌 거래정지제도’ 도입은 현재 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3일 9개 부처가 참여하는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범정부 TF 1차 회의에서도 지난해 불법 도박 시장 규모가 102조 7000억원에 이른다는 실태를 확인하면서 ▲수사·단속 ▲치유·재활 ▲홍보 등 분야별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 대응책은 도박 사이트 운영조직 수사와 사이트 및 광고 신속 차단에 집중됐을 뿐이다. ‘도박 사이트 주소(IP) 차단’ 식의 일차원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도박 중독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시중은행과 민간기업의 금융서비스를 관리 감독하는 방안, 보호자의 청소년 계좌 관리 권한 확대 절차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알찬 변호사는 “불법 도박에 계좌가 활용되는 것을 알고도 기업이 묵인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경우 하루에도 입금액이 최소 몇십억 단위이기에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이상 거래를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온라인 도박은 대표적인 재산범죄로 선제적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돈이 불법 사이트에 넘어가기 전에 막는 것이 핵심”이라며 “도박 근절 범정부 TF에 적어도 금전거래를 감시하는 금융당국들이 참여해 불법 금전 거래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데 이게 빠진다면 겉치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9년 ‘청소년 사이버도박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청소년의 경우 특정 계좌 반복 출금 및 불법 도박 사이트와 연관돼 있는 출금 행위가 이뤄질 경우 금융기관 차원에서 부모 등 보호자에게 통지하는 시스템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10대들의 온라인 도박 접근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으나 도박 사이트 의심 계좌 등으로 송금을 시도하는 즉시 팝업 메시지를 띄워 이체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등 불법 도박 사이트 입금 차단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면서 “매달 10만건 넘게 이체 주의 문구를 노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휴대전화와 단돈 몇천 원만 있다면 계좌를 만들거나 돈을 보낸 뒤 언제든 쉽게 모바일 도박에 뛰어들 수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불법 도박 102조 7000억원 중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온라인 도박은 37조 5059억원을 차지한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 사이버 도박 위험군 특성 조사에서도 중학교 1학년 중 도박 위험군의 청소년은 1만 6309명, 고등학교 1학년 중에서는 1만 2529명이 도박 중독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잡히지 않는 청소년까지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어른들이 깐 판에 아이들 영혼 파괴” 이처럼 청소년 도박이 일상에 퍼져 있는데도 중독 청소년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치료 및 관리하는 체계는 미비한 것도 문제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온라인 도박 게임을 접했다는 이치열(18·가명)군은 “한 교실에서 절반 넘게 도박 게임을 했던 것 같다. 딱히 제재나 지원책은 없는 상황에서 학생이 그렇게 쉽게 큰돈을 만질 일이 없으니까 계속 빠져드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청소년 도박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재학 청소년들이 최초로 돈내기 게임에 참여한 평균 연령은 만 12.5세였지만 지난해 조사에서 11.3세로 크게 낮아졌다. 청소년 도박 전문 상담 및 치료 기관도 전국에 15곳에 불과하다. 병원 등을 찾아가 도박 중독 사실을 털어놔도 병원에서는 ‘우울증’ 처방만 내릴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이나 학교 선생님에게도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도박 중독 관련 서비스를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일반 시민들은 모르고 국가 차원에서도 정의가 안 된 상황”이라며 “상담 수요보다 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만큼 접근성도 낮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단독] ‘손 안의 카지노’ 10대 온라인 도박…범정부 TF엔 돈줄 끊어줄 금융당국이 없다

    [단독] ‘손 안의 카지노’ 10대 온라인 도박…범정부 TF엔 돈줄 끊어줄 금융당국이 없다

    “도박에 중독된 아들을 정신병동에 보낸 제 심경은 오죽하겠습니까. 이를 끊어낼 대책과 관리가 부족한 탓에 결국 아이들 영혼만 파괴되고 있는 겁니다.” 중학생 아들을 둔 50대 중반 김철진(가명)씨는 이달 초 아들을 지방의 한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다. 김씨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아들의 달라진 행동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2만~3만원의 용돈을 받아갔던 아들은 지난 10월부터 갑자기 10만원이 넘는 용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평소 즐겨하던 온라인 축구 게임을 하다 생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3개월 동안 김씨의 아들은 250만~300만원을 받아 썼다. 종종 난폭한 언행을 보일 때도 있었다. 게임에서 사기를 당한 건 아닌지 걱정된 김씨는 아들에게 “경찰에 신고하자”며 설득했고, 그제야 아들은 “‘바카라’라는 도박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로 그렇게 간단하게 돈이 오가고 쉽게 접속해 도박을 할 수 있으니 애들이 유혹을 물리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도박 필수조건은 ‘송금’이지만…계좌 관리감독은 허술 김씨 아들은 자신 명의의 카카오뱅크 선불전자지급 서비스인 ‘미니’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렇게 ‘게임용 머니’를 충전한 뒤에 도박을 했다.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카카오뱅크 충전식 선불카드의 경우 만 14세 이상이고, 본인 명의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든 계좌를 만들 수 있다. 하루 거래 한도는 30만원, 월 한도 200만원이라 한달에 수백만원까지도 거래가 가능하다. 비대면 금융서비스 활성화로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대부분 시중은행에서도 청소년들은 ‘계좌’를 간편하게 개설할 수 있다. 특히 보호자가 청소년의 계좌를 해지하려면 각종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등 까다로울뿐더러 계좌를 없애도 편의점 무통장 송금서비스 등을 통해 돈을 보낸 뒤 도박 사이트 내에서 충전·환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이렇게 진화하는 기술에 기댄 청소년 불법 도박이 만연화되며 ‘손안의 정선 카지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0대의 일상 속을 파고들었지만,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 보니 민간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도박없는학교의 조호연(49) 교장은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에 카카오뱅크의 계좌 발급 업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공익신고를 접수했다. 현재 불법도박사이트에서 사용하는 계좌 상당 부분이 카카오뱅크 계좌인데 불법 계좌를 관리해야 하는 카카오뱅크의 책임 소재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조 교장의 주장이다. 불법 도박은 ‘돈줄’을 끊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차단 방법이지만, 범정부 차원의 대책에서는 뒷전으로 밀려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도박 관련 정책의 컨트롤타워격인 범정부 차원의 대응팀(TF)에는 자금 차단 역할을 하는 금융당국은 아예 참여조차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에 사용되는 계좌는 특성상 반복 입출금 행위가 잦은데 금융당국의 발 빠른 제지가 불가능한 셈이다. 청소년용 계정 및 계좌 운용은 비교적 간편해 사용자 수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데 불법도박 사이트에 연루된 수많은 계좌를 전문으로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2024~2028)을 통해 도박 근절 대책을 밝혔지만, ‘불법도박 이용계좌 거래정지제도’ 도입은 현재 검토 수준에 머물러있다. 지난달 3일 9개 부처가 참여하는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범정부 TF 1차 회의에서도 지난해 불법 도박 시장 규모가 102.7조에 이른다는 실태를 확인하면서 ▲수사·단속 ▲치유·재활 ▲홍보 등 분야별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 대응책은 도박사이트 운영조직 수사와 사이트 및 광고 신속 차단에 집중됐을 뿐이다. ‘도박사이트 주소(IP) 차단’ 식의 일차원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에 도박 중독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시중은행과 민간기업의 금융서비스를 관리 감독하는 방안, 보호자의 청소년 계좌 관리 권한 확대 절차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알찬 변호사는 “불법 도박에 계좌가 활용되는 것을 알고도 기업이 묵인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불법 도박사이트의 경우 하루에도 입금액이 최소 몇십억 단위이기에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이상 거래를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온라인 도박은 대표적인 재산범죄로 선제적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돈이 불법 사이트에 넘어가기 전에 막는 것이 핵심”이라며 “도박 근절 범정부 TF에 적어도 금전거래를 감시하는 금융당국들이 참여해 불법 금전 거래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데 이게 빠진다면 겉치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9년 ‘청소년 사이버도박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청소년의 경우 특정계좌 반복 출금 및 불법 도박 사이트와 연관되어 있는 출금 행위가 이뤄질 경우 금융기관 차원에서 부모 등 보호자에게 통지하는 시스템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10대들의 온라인 도박 접근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으나 도박 사이트 의심 계좌 등으로 송금을 시도하는 즉시 팝업 메시지를 띄워 이체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등 불법 도박 사이트 입금 차단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면서 “매달 10만건 넘게 이체 주의 문구를 노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 영혼 파괴하는 불법 온라인 도박”청소년들은 휴대전화와 단돈 몇 천원만 있다면 계좌를 만들거나 돈을 보낸 뒤 언제든 쉽게 모바일 도박에 뛰어들 수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불법도박 102조 7000억원 중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온라인 도박은 37조 5059억원을 차지한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 사이버도박 위험군 특성 조사에서도 중학교 1학년 중 도박 위험군의 청소년은 1만 6309명, 고등학교 1학년 중에서는 1만 2529명이 도박 중독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잡히지 않는 청소년까지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청소년 도박이 일상에 퍼져 있는데도 중독 청소년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치료 및 관리하는 체계는 미비한 것도 문제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온라인 도박 게임을 접했다던 이치열(18·가명)군은 “한 교실에서 절반 넘게 도박 게임을 했던 것 같다. 딱히 제재나 지원책은 없는 상황에서 학생이 그렇게 쉽게 큰돈을 만질 일이 없으니까 계속 빠져드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청소년 도박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재학 청소년들이 최초로 돈내기 게임에 참여한 평균 연령은 만 12.5세였지만 지난해 조사에서 11.3세로 크게 낮아졌다. 청소년 도박 전문 상담 및 치료 기관도 전국에 15곳에 불과하다. 병원 등을 찾아가 도박 중독 사실을 털어놔도 병원에서는 ‘우울증’ 처방만 내릴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이나 학교 선생님에게도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도박 중독 관련 서비스를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일반 시민들은 모르고 국가 차원에서도 정의가 안 된 상황”이라며 “상담 수요보다 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만큼 접근성도 낮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태어나자마자 포성 들은 우크라 세쌍둥이 이제는 아장아장 걸어요

    태어나자마자 포성 들은 우크라 세쌍둥이 이제는 아장아장 걸어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전쟁의 포성을 들어야 했던 우크라이나 세쌍둥이가 이제는 아장아장 걸어다닌다고 영국 BBC가 성탄 전야(현지시간)에 전했다. 한나와 안드리이 베레지넷츠 부부는 간절하게 기다려온 아기가 셋이나 된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뻤다. 초음파 사진을 보니 작은 점 하나였는데 다음날 의사를 찾아갔더니 쌍둥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진료 때 그게 아니라 삼둥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세 아이가 태어난 날, 러시아군이 침공해 전쟁이 시작됐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아이가 한 명씩 늘어나니 네 번째 방문할 때 겁이 덜컥 났다고 한나는 농담을 했다. 그녀는 팟캐스트 우크레인캐스트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정말로 아이를 원했다. 하느님이 우리 얘기를 듣고 한꺼번에 셋이나 주셨다”고 털어놓았다. 한나는 다음날 아침 제왕절개로 출산할 예정이라 지난해 2월 23일 체르니히우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했다. 한동안 러시아가 침공한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그녀는 실제로 다음날 아침 군사학교에 재학 중인 남동생이 전쟁이 터졌다고 알릴 때까지 믿지 못했다고 했다. 남동생은 체르니히우를 당장 떠나라고 했다. 수술이 아침 9시에 예정돼 있어 어림없는 얘기였다. 병원 직원들은 3년 만에 세쌍둥이가 태어난다며 법석을 떨고 있었다. 한나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는 아주 먼곳, 들판이나 숲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남편이 오전 6시에 도착해 자신을 진정시키려 열심이었다. 아이들을 세상에 내놓는 일만 신경쓰자고 했다. 에밀리아가 9시 36분에, 올리비아가 1분 뒤, 멜라니아가 38분에 나왔다. 그렇게 예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통상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야 했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지 10분 뒤인 9시 48분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가 공식적으로 러시아군 차량이 체르니히우 지역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체르니히우는 벨라루스 국경이 가까운데 러시아군이 그곳으로 침공했다. 곧바로 포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이 끝내 그곳을 점령하지 못했지만 엄청난 파괴를 경험했다. 수술에서 회복해야 하고 침대를 벗어나기도 힘든 몸인데도 아이들과 함께 지하 방공호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밖은 영하의 날씨였다. 간호사들이 담요로 아기들을 감싼 채 따라왔다. 100명가량이 있었는데 아기들은 20명쯤 됐다. 바닥에 임시 침상을 깔고 누웠다. 한나 딸들은 조산했는데도 건강했다. 간호사들은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갔어야 할 아기들을 어떻게든 따듯하게 하려고 자신의 옷으로 감싸곤 했다. 에밀리아는 1.6㎏, 멜라니아는 1.4㎏, 올리비아는 1.1㎏으로 정상 아이들의 절반 정도 몸무게로 세상에 나왔다. 산모는 당장에라도 집중치료실에 가야 할 형편이었다. 하지만 그녀 혼자 보낼 수 없어서 온가족이 일주일 동안 방공호에 있다가 병원 1층으로 옮겼다. 올리비아는 2주가량 집중치료를 받았다. 온가족이 복도에 있다가 공습이 있으면 다시 지하로 내려가는 일을 반복했다. 어느날 병원 운동장에 포탄이 떨어졌다. 한나가 두 딸을 안고 뛰었다. 남편이 달려와 올리비아는 괜찮은지 보러 집중치료실로 달려갔다. 창문이 산산조각나고 문이 날아가고 담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내달렸는데 다행히 올리비아는 안전했다. 3월 20일에 퇴원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얻어 수도 키이우로 피란했다. 여느 때면 2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러시아군을 피하느라 5시간이 걸렸다. 슬로바키아로 건너가 몇달을 보내다 고향에 돌아왔다. 군인이었던 친정아버지 아나톨리가 손녀들을 너무 보고 싶어했다. 그가 보낸 편지는 한나가 어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해줬다. “아빠는 계속 ‘조금만 참아, 내가 너를 보호하고 있어. 내가 널 지켜줄거야. 우리가 러시아인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계속 얘기했다.” 러시아군은 그 해 4월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퇴각했는데 아나톨리는 그 뒤 동부로 파병됐다. 딸들의 첫 생일 때 아나톨리가 귀향했으면 하고 바랐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 1월 11일 도네츠크 테르니 마을 근처에서 전사했다. 51세 밖에 되지 않았다. 한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나는 전쟁이 끝나면 아빠가 전장에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온가족이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지난 일년을 “공포 영화”에 빗댄 부부는 아이들 때문에 사랑과 행복이 “세 배가 됐다”고 흔감해 했다. 잘 자랐고 이제 걸어다닌다. 가장 예쁠 때다.
  • 독감 유행인데 약값마저 오른다… 내년 해열제·항생제 약값 인상

    독감 유행인데 약값마저 오른다… 내년 해열제·항생제 약값 인상

    아세트아미노펜 등 약가 인상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 건보 적용1인당 약값 연 2900만→146만원 독감 유행 등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 공급이 부족했던 해열제와 항생제 약값이 내년 1월부터 오른다.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 치료제 등 4가지 신약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돼 중증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보험약가 인상과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 적용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최근 공급량이 부족했던 해열제 아세트아미노펜 현탁액(2개사·2개 품목)과 항생제 세프디토렌피복실(2개사·2개 품목) 약가가 인상된다. 최근 원료비 급등으로 생산이 원활하지 못했던 제산제 등 7개 품목 중 ‘퇴장방지의약품’이 아니었던 의약품 1개는 신규 지정하고, 이미 지정된 의약품 6개는 원가 보전을 위해 상한금액을 인상한다.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 치료제(성분명 엔코라페닙)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1인당 연간 약 2900만원인 투약 비용을 내년부터 146만원까지 줄인다.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오자니모드염산염),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트림보우흡입제(베클로메타손디프로피오네이트 등 3성분),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보술리프정(보수티닙일수화물) 등의 신약을 신규로 급여 등재한다. 복지부는 “보건안보 차원에서 수급 불안정 약제는 최근 3~5년간 공급량과 사용량, 시중 재고량 변화 등을 면밀히 분석해 약가 조정이 필요한 경우는 신속히 인상 조치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감 환자 5년새 최고…소아·청소년 20배어린이 독감 예방 접종률은 더 낮아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 예방접종 필수 “마스크 쓰기·손씻기·기침 예절 지켜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2월 2주차(12월 3~9일·올해 49주차)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천분율)는 61.3명으로, 2019년 이후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학교, 학원 등 집단생활을 잦은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집중됐다. 13~18세의 의사환자 분율은 133.4명으로 유행 기준의 20.5배에 달했다. 7~12세에서는 120.1명으로 유행기준의 18.5배였다. 19~49세는 78.9명, 50~64세는 34.5명, 65세 이상은 15.3명이었다.질병청은 최근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수급 불안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자 125만 6000명분을 시장에 즉시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도 항바이러제 31만 6000명분을 시장에 공급했다. 시장에 공급된 항바이러스제는 추후 제약사로부터 동등 의약품으로 돌려받아 정부의 비축 물자가 적정하게 관리되도록 할 예정이다. 질병청은 인플루엔자 감염 시 폐렴 등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률은 이전 절기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달 15일 기준 2023∼2024절기 전체 연령의 접종률은 76.2%로, 직전 절기(76.1%)와 비슷하다. 어린이의 경우 이번 절기 접종률(67.5%)은 1년 전보다 0.8% 포인트 낮다.중국에서 확산해 국내 유행이 우려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환자는 11월 마지막 주 이후 감소 추세고, 백일해 환자 수는 11월 3주 이후 정체 중이긴 하나 대체로 12세 이하 어린이나 학령기 아동에서 발생(마이코플라스마 75.2%, 백일해 76.9%)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바른 손씻기, 기침 예절, 마스크 쓰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유치원, 어린이집 등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에서는 식기, 수건, 장난감 등의 공동사용을 제한하고 아동의 호흡기 증상 발생 여부를 관찰해 적시에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산재요양 중 ‘딴 일’…나이롱 산재환자 관리 강화

    산재요양 중 ‘딴 일’…나이롱 산재환자 관리 강화

    병원에서 일하는 A씨는 집에서 넘어져 다쳤지만 근무 중 다친 것으로 신고해 산업재해보험 보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목공인 B씨는 골절 등으로 4000여만원을 수령한 뒤 요양기간 공사 계약하고 사업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20일 공개한 ‘나이롱’ 산재환자 현황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1일부터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를 진행 중이다. 각종 신고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부정수급 의심 사례 320건이 대상으로 현재 조사가 끝난 178건 중 117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사적으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 중 다친 것으로 조작해 산재 승인을 받거나 요양기간 다른 일을 하며 타인 명의로 급여를 지급받는 등 다수의 부정수급 사례가 드러났다. 부정수급액만 60억 3100만원이다. 한 배달업무 종사자는 업무와 관계없이 음주운전 사고로 다친 후 산재 요양을 신청해 1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고용부는 적발된 부정수급자에 대해 징수 및 형사고발하는 한편 장해등급 재결정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장기요양환자의 관리 부실 문제도 확인됐다. 6개월 이상 요양환자가 전체의 47.6%, 1년 이상 환자가 29.5%를 차지했다. 감사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가 장기요양환자에 대한 진료계획서를 재심사한 결과 419명에 대해 치료종결 결정이 내려졌다. 병원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진료기간을 장기로 설정하고, 승인권자인 근로복지공단의 관리가 느슨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2년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률이 99.0%에 달하는 등 산재보험 제도의 구조적 병폐가 일부 확인됐다. 산재 인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30개 상병(傷病)을 한꺼번에 신청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당초 지난달 말로 예정된 특정감사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감사 종료 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산재보상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무분별한 산재 유발 원인으로 지적된 근골격계 등 일부 질병에 대해 현장조사를 생략하는 ‘추정의 원칙’ 적용 문제도 살펴보고 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업무상 질병은 산재 승인이 어렵지만 승인을 받으면 경제적 보상이 커 부정수급 유발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수급뿐 아니라 산재보상과 관련된 재해자·병원·공단 간 도덕적 해이 유발요인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남경찰 하반기 마약 범죄 집중단속...191명 붙잡아

    경남경찰 하반기 마약 범죄 집중단속...191명 붙잡아

    경남경찰청은 올해 8월~11월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벌여 191명을 검거하고 이 중 39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기간 검거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171명)보다 11.7%, 구속 인원은 전년(34명)보다 14.7% 증가했다. 경남경찰청은 마약류 유통을 예방하고자 공급사범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밀수·판매 등 공급사범은 전년(29명)보다 41.4% 증가한 41명을 검거했다.유형별로 보면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한 마약사범 57명을 검거하고 보안성이 강한 다크웹이나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사범 22명을 붙잡았다. 유흥주점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21명도 검거해 마약을 이용한 2차 범죄 예방에도 대응했다. 외국인 마약사범 단속을 강화해 지난해(21명)보다 47.6% 증가한 31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주요 검거 사례로 진주경찰서는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에게 신종 마약 MDMA(엑스터시)를 판매하고 유흥주점 등에서 함께 투약한 2명을 검거하고 이 중 1명을 구속했다. 진주서는 또 지역에서 외국인 전용 풍속업소를 운영하면서 같은 국적 외국인 등에게 MDMA를 투약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한 외국인 1명을 검거했다. 김해서부경찰서는 베트남에서 케타민과 합성대마 등을 국내로 밀반입한 운반책과 이를 지시한 상선 등 4명을 붙잡았다. 경남경찰은 검거뿐만 아니라 마약류 압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밀양에 있는 한 공영주차장에서 외국인에게 대마초 94.6g을 판매한 러시아·카자흐스탄 국적 불법체류자 등 3명을 구속한 게 예다. MDMA는 전년 압수량(167정)보다 약 388% 증가한 815정(2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필로폰 40.85g, 케타민 421.44g, 대마 939.12g을 압수하는 성과도 냈다. 집중단속 기간 경남경찰은 마약범죄 예방에도 힘썼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219회)을 하고 경남도 등 유관기관과 마약근절 협력 업무협약, 마약예방 릴레이 캠페인 시행 등 활동도 벌였다. 경남경찰은 연말까지 강도 높은 마약류 범죄 단속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남경찰청은 “단속뿐 아니라 관계기관과 공조해 예방과 치료·재활에도 집중하겠다”며 “마약류 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집중단속 기간을 합쳐 올해 1월~11월 총 검거 인원은 805명으로 나타났다. 전년(540명)보다 49.1% 늘어났다.
  • 뱃속 다운증후군 아기 ‘강제출산→살해 혐의’ 일가족…“살아서 태어난 줄 몰랐다”

    뱃속 다운증후군 아기 ‘강제출산→살해 혐의’ 일가족…“살아서 태어난 줄 몰랐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를 출산 당일 퇴원시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부와 외조모에게 검찰은 각각 12년과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진행된 친부 A씨와 외조모 B씨의 살인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친모 C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선천성 질환이 있는 아이를 양육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인공 유산까지 고민했다는 피고인들을 쉽게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장애를 갖고 있단 이유만으로 34주 된 태아를 강제로 출산해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38주 이후에는 자연분만이 가능함에도 34주 된 몸무게 2㎏의 피해자를 강제출산하고, 피해자가 살아서 태어나 치료가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조치 없이 집에 데려가는 등 피고인들은 공모해 피해자를 살해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누구도 기억하지 않았던 피해 아이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재판부에서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 내내 울먹이며 살인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이미 태어난 아이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피고인들은 선량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다. B씨는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있어) 당황스러웠지만 정성껏 돌봤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에서 돌봤다고 해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살인하지 않았다”며 오열했다. B씨도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자 장례를 치르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출생신고가 안 돼서 장례를 못 치른다고 해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줬다. 저는 정말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친모 C씨는 “아이가 살아서 태어난 줄 몰랐다”며 “저를 생각해 8년 넘게 말도 못 하고 있던 엄마와 신랑에게 미안하다. 살인하지 않았다. 제발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사건은 정부가 출생신고 없이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있는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게 되면서 밝혀졌다. A씨 등은 2015년 3월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남자아이를 출산 당일 퇴원시킨 뒤 집으로 데려가 하루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친모인 C씨가 임신 34주 차 때 의료진으로부터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며 양수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A씨 등은 검사받지 않고 제왕절개로 출산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아내의 출산 직후 “다른 병원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유를 거부한 채 신생아를 장모 B씨에게 인계했고, B씨는 집중 치료가 필요한 영아를 A씨 집 안방 침대 위에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들은 이튿날 아이가 숨진 것을 확인한 후 시신을 인근 야산에 매장해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야산에 대해 2번의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시신은 찾지 못했다. 선고 기일은 내달 19일이다.
  • 이번 내리실 역은… 철도시대 속도 내는 ‘홍천’입니다

    이번 내리실 역은… 철도시대 속도 내는 ‘홍천’입니다

    강원 홍천군이 민선 8기 반환점을 앞두고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군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신영재 홍천군수가 이끄는 군은 주민들의 숙원인 용문~홍천 철도 조기 착공을 위해 범군민적인 역량을 쏟고 있다. 또 국가항체클러스터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외에 관광, 복지, 교육, 농업, 청년 등의 분야에서도 지역 맞춤형 정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용문~홍천 철도 건설 ‘잰걸음’ 13일 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에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용문~홍천 철도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예타 대상으로 선정되면 용문~홍천 철도 사업은 더욱 속도가 붙는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받아야 한다. 용문~홍천 철도 사업이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 심의를 통과하면 1년가량 예타를 받는다. 군은 예타 평가 항목 중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성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최대 난관이자 최종 관문인 ‘예타의 벽’을 넘는다는 방침이다. 박재억 홍천군 철도추진팀장은 “예타 운용 지침이 2019년 개정돼 비수도권은 경제성만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성도 중요해졌다”며 “두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8500억원을 들여 경기 양평 용문에서 홍천까지 34.1㎞ 길이의 단선 철도를 놓는 용문~홍천 철도 사업은 2007년 예타까지 받았으나 경제성 부족으로 고배를 마셨다.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추가 검토 대상 사업에 포함됐으나 2016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마침내 반영됐고 같은 해 비수도권 광역철도 선도사업으로도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린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신 군수는 취임 뒤 기재부, 국토교통부와 국회를 수차례 방문해 용문~홍천 철도 사업의 당위성을 피력하며 동분서주했다. 또 홍천철도범군민추진위원회, 홍천광역철도정책자문위원회와 함께 군민의 염원을 모아 중앙 부처와 정치권에 전달하기도 했다.●본궤도 오른 국가항체클러스터 홍천의 성장동력이 될 국가항체클러스터는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업은 북방면 중화계리 옛 강원인력개발원 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한 뒤 바이오·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공간, 시설, 장비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며 창업·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 2020년부터 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1169억원에 달한다. 클러스터를 이루는 핵심인 중화항체 치료제 개발지원센터, 미래감염병 신속 대응 연구센터는 각각 3층 연면적 2838㎡, 2층 859㎡ 규모로 최근 완공됐다. 중화항체 치료제 개발지원센터에는 1개 연구기관과 1개 기업이 입주했고 3개 기업이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미래감염병 신속 대응 연구센터에는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이 입주하기로 했다.클러스터의 또 다른 축인 면역항체 치료 소재 개발지원센터는 조만간 건립 공사에 들어가 3층 연면적 2893㎡ 규모로 내년 말 지어진다. 이 외에도 항체산업 비즈니스센터, 종합지원센터, 기숙사 등이 2026년까지 만들어진다. 군 관계자는 “실제로 시설물이 올라오고 기업들도 예정대로 이전하는 등 올해 들어 사업이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군은 국가항체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50~60개 기업을 유치해 3764명의 고용유발효과, 3722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은 국가항체클러스터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춘천시와 바이오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원이 군 첨단산업팀장은 “2026년 클러스터가 최종 완공된 뒤 10년 정도 지나면 목표했던 기업 유치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며 “클러스터는 홍천의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며 국내 바이오·의약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성남시-법무부“성남시의료원에 법무병상 설치·운영”

    성남시-법무부“성남시의료원에 법무병상 설치·운영”

    경기 성남시와 법무부는 13일 오후 3시 성남시청에서,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성남시의료원 등 공공보건의료 인프라를 활용해 교정시설 내 수용자에 대한 치료 지원 등 치료연계 시스템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상동기 등 강력범죄 예방과 피해 회복 강화를 위해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신상진 성남시장, 이진찬 성남시 부시장, 안태영 성남시의료원장 권한대행,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법무부는 수용자의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법무부 수용시설 의료체계 개선 TF(팀장 : 정책기획단장)’를 운영하면서, 의무관 처우 개선, 외부병원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정보 연계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왔다. 협약에 따라 성남시와 시의료원, 법무부는 ▲교정시설 내 중증 정신질환 수용자의 입원 치료를 위한 공공의료기관 내 법무병상 설치와 운영 ▲ 수용자에 대한 공공의료기관 진료 지원 등 치료 연계 시스템 구축 등에 협력한다. 또 ▲법정신의학 분야 의료인력 충원 협력체계 구축 ▲이상 동기 범죄 등 강력범죄 피해 회복 및 지역사회 공공안전 관련 정보 공유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성남시와 업무 협약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치료체계 개선의 일환으로 시행했다. 특히,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전문 인프라를 갖춘 성남시의료원 내에 정신질환 수용자 치료를 위한 법무부 입원 병상이 설치되면 적시에 제대로 된 정신질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출소 후 재범 방지 및 사회 안전에 기여할 수 있고, 공공보건의료서비스의 확대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성남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성남시 이상동기 등 강력범죄 피해자 의료비 지원 조례’를 제정(’23.12.11.공포)하고 피해자 지원·보호 정책을 담당하는 법무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이상동기 범죄 예방과 피해회복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수용자들의 정신질환 문제를 교정시설 수감 기간 동안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은 그 개인을 넘어 궁극적으로 사회를 보호하는 길이 될 것이고, 물리적으로 격리된 수감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와 비용 면에서도 매우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면서 “공공의료원 내 법무병상 설치 등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이번 업무협약을 추진해 주신 신상진 성남시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법무부에서는 무엇보다 수용자 계호에 만전을 기할 것임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흉기 난동 같은 비극적 사고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 법무부와 협약을 맺게 되어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성남시는 선도적으로 공공안전 확보 및 지역사회 공공보건 의료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고, 공공의료 인프라를 활용하여 정신질환 수용자 치료에 일조함으로써 지역사회가 더 안전하고 시민들의 일상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라고 말했다.
  • 시진핑 “부패한 호랑이 때려잡아라”… 올해 고위 간부 45명 숙청

    시진핑 “부패한 호랑이 때려잡아라”… 올해 고위 간부 45명 숙청

    마오쩌둥 다음으로 최고의 개인 권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들어 숙청한 공산당 간부 숫자도 집권 이후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12일 올해 부패, 기율 위반 등으로 낙마한 중국 공산당 간부가 모두 45명으로 2013년 시 주석의 집권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반부패 캠페인을 시작해 호랑이(장관급 이상 고위 관료)와 파리(하위직)도 모두 때려잡으라고 지시했으며 ‘여우 사냥’이란 이름으로 해외 도피한 부패 사범도 철저히 추적했다. 연합조보는 시 주석 집권 후 기율 조사 또는 처벌을 받은 고위 간부 숫자가 2014년 3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8명으로 차츰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23년 실각한 고위 간부 45명 중 지방정부 간부는 27명이었다. 허베이성·산둥성·충칭시·구이저우성 등 19개 지방정부 간부가 실각했고 중앙 국유기업 고위 간부의 낙마도 잇따랐다. 특히 금융 관련 국유기업에 사정의 칼날이 집중돼 류롄거 중국은행 전 회장과 리샤오펑 광다(에버브라이트)그룹 회장, 창훙리 전 중국공상은행 부행장 등이 올해 직을 잃었다. 최근 폴리티코 유럽판에는 지난 7월 외교장관에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낙마한 친강이 자살 또는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뜨기도 했다. 이 매체는 고위 공직자를 치료하는 베이징의 군사병원에서 친강이 사망했다는 증언을 2명으로부터 확보했다며 기자의 이름 없이 익명으로 보도했다. 친강의 낙마와 함께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 총사령관과 고위 장교, 그리고 리상푸 국방장관도 실종됐는데 이는 중국 핵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로켓군의 기밀이 서방 정보기관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10월 상하이 수영장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된 리커창 전 총리의 죽음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12일부터 이틀간 집권 이후 두 번째로 베트남 국빈 방문에 나선 시 주석은 지난 8일 주재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여전히 반부패 투쟁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임기 3연임에 성공한 첫해에도 계속 반부패 투쟁을 내세운 것은 다음달 열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추진력을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5~10년의 국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3중전회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결정한 1978년 이후 예외적으로 해를 넘겨 개최된다.
  • “부패 파리 잡아라” 시진핑, 집권 이후 최대 공산당 간부 축출

    “부패 파리 잡아라” 시진핑, 집권 이후 최대 공산당 간부 축출

    마오쩌둥 다음으로 최고의 개인 권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들어 숙청한 공산당 간부 숫자도 집권 이후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12일 올해 부패, 기율위반 등으로 낙마한 중국 공산당 간부가 모두 45명으로, 2013년 시 주석의 집권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반부패 캠페인을 시작해 호랑이(장관급 이상 고위관료)와 파리(하위직)도 모두 때려잡으라고 지시했으며, ‘여우사냥’이란 이름으로 해외 도피한 부패 사범도 철저히 추적했다. 연합조보는 시진핑 주석 집권 후 기율 조사 또는 처벌을 받은 고위 간부 숫자가 2014년 3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8명으로 차츰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23년 실각한 고위 간부 45명 중 지방정부 간부는 27명이었다. 허베이성·산둥성·충칭시·구이저우성 등 19개 지방정부 간부가 실각했고, 중앙 국유기업 고위 간부의 낙마도 잇따랐다. 특히 금융 관련 국유기업에 사정의 칼날이 집중돼 류롄거 중국은행 전 회장과 리샤오펑 광다(에버브라이트)그룹 회장, 창훙리 전 중국공상은행 부행장 등이 올해 직을 잃었다.최근 폴리티코 유럽판에는 지난 7월 외교장관에서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낙마한 친강이 자살 또는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뜨기도 했다. 이 매체는 고위 공직자를 치료하는 베이징의 군사병원에서 친강이 사망했다는 증언을 2명으로부터 확보했다며 기자의 이름 없이 익명으로 보도했다. 친강의 낙마와 함께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 총사령관과 고위 장교 그리고 리상푸 국방장관도 실종됐는데 이는 중국 핵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로켓군의 기밀이 서방 정보기관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10월 상하이 수영장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된 리커창 전 총리의 죽음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12일부터 이틀간 집권 이후 두 번째로 베트남 국빈방문에 나선 시 주석은 지난 8일 주재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여전히 반부패 투쟁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임기 3연임에 성공한 첫해에도 계속 반부패 투쟁을 내세운 것은 다음달 열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추진력을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5~10년의 국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3중전회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결정한 1978년 이후 예외적으로 해를 넘겨 개최된다.
  • 홍혜걸, 아내 여에스더 논란에 “사람 만신창이 만들어”

    홍혜걸, 아내 여에스더 논란에 “사람 만신창이 만들어”

    허위·과장 광고 의혹으로 고발당한 의사 겸 사업가 여에스더의 남편 홍혜걸 박사가 해명 글을 올렸다. 홍씨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에스더포뮬러 불법 광고 기사에 대한 집사람의 해명 글을 고민 끝에 올린다”며 “악의적 고소·고발이 난무할 때 가만히 법의 심판만 기다리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반론을 듣기 위해 집사람에게 전화한 언론사는 두 곳뿐이었다”라며 “다른 모든 신문방송은 고발자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보도해 한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만이라도 사실을 알아달라는 심정으로 올리니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홍씨는 지난 4일에도 페이스북에 “호연지기를 내뿜는 사진”이라며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을 올렸다. 그러면서 “모든 시기와 질투, 험담과 모함은 압도적 격차의 탁월함으로 이겨내야 한다”라고 했다. 부인인 여씨를 옹호·격려하는 메시지로 읽혔다. 전직 식품의약안전처 과장 A씨는 지난달 13일 여씨의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여씨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며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채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씨는 “제가 의사 신분을 이용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에스더몰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을 질병 예방·치료제로 허위 광고했다며 전직 식약처 과장이 경찰에 고발했다”며 “고발자가 불법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에스더포뮬러의 모든 광고는 식약처가 광고 심의를 공식적으로 위탁한 기관인 건강기능식품협회의 심의를 거친 광고물임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고발자가 불법이라고 주장한 대부분은 소비자분들께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했던 매거진의 일부 문구로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씨는 “저희 잘못이 드러난다면 물론 응당한 처벌을 받고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며 “해당 고발 건에 대해 수사당국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믿으며, 결과에 따라 고발인에 대한 합당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임을 밝힌다”고 했다.
  • [열린세상] 지역 소멸 위기와 의료 혁신/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전 보건복지부 1차관

    [열린세상] 지역 소멸 위기와 의료 혁신/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전 보건복지부 1차관

    한국은행은 올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저출산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다면 한국의 추세 성장률이 2050년대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68%”라고 밝혔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 3분기 역대 최저치인 0.7명을 기록했고, 이 추세가 유지되면 한국은 204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흑사병 창궐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르게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칼럼을 게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급격한 저출산은 수도권 집중 현상과 맞물려 지역 소멸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젊은 여성 인구가 65세 고령인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극적인 전환점이 없을 때 소멸 위험이 큰 지방자치단체가 2022년 113곳에서 향후 30년 이내에 226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국고용정보원은 밝혔다. 소멸 위험이 있는 지자체는 인구가 줄어들어 재정이 나빠지고, 공공서비스 인프라가 축소돼 삶의 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특히 삶의 근간이 되는 지역의료 생태계는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감소 면 지역 중 의원과 약국이 한 곳도 없는 경우가 60% 정도였다. “포항에 소아암 의사가 없어 640㎞ 치료길”이라는 신문 기사의 제목처럼 지방 대도시에서 상경하는 진료 환자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경상북도 23개 시군 중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는 지역도 11곳에 달한다. 목포시 의료원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신경과와 흉부외과가 5년 넘게 진료를 멈추고 있다. 입원 환자의 사망 비율은 충청북도가 서울시에 비해 1.4배 높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대한민국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의료제도의 혁신을 통해 지역 소멸의 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지역 쇠락과 의료 인프라 붕괴는 상호 작용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의료 인프라도 줄어들고 줄어든 의료 인프라가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분절된 지역의료 전달체계를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 국립대병원을 지역 필수의료 전달체계의 중추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가 각각의 기능에 맞는 협력 모델을 수립하고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재정을 투자하고 인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별 인구와 환자 수를 분석해 심장센터·뇌혈관센터와 소아센터 등을 시도별로 지정하고, 이 센터들이 국립대병원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수가 인상 등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 수도권으로 의료 자원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병상 수급 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령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취약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인 수요·공급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할 시점이다. 의료인이 늘더라도 수도권과 일부 인기 과목의 쏠림 현상 없이 균형을 유지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농어촌은 거주 노인들의 만성질환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비대면 진료의 적용과 방문 서비스를 확대해 농어촌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30년 뒤 지자체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소멸은 특정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혁신을 통해 지역 소멸의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의사를 포함한 공급자는 건강의 파수꾼이고, 국민은 합리적인 의료 관행을 실천하는 수요자이며, 정부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균형추를 잡아 주는 조정자다. 저마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동정]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2023년 크리스마스씰 증정식’…결핵퇴치 성금 전달

    [동정]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2023년 크리스마스씰 증정식’…결핵퇴치 성금 전달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8일 대한결핵협회와 ‘2023년 크리스마스씰 증정식’을 갖고 결핵퇴치 성금을 전달했다. 크리스마스씰은 대한결핵협회가 결핵 예방사업 재원을 마련하고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연말 제작하고 있다. 올해는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작품으로 구성해 가족, 사랑, 우정 등 모든 세대가 두루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모금되는 결핵퇴치기금은 취약계층 결핵환자 발견, 학생 결핵환자 치료 지원, 결핵균 검사 및 연구, 개발도상국 지원, 대국민 결핵예방 홍보 등에 사용된다. 김 의장은 “대한결핵협회가 결핵 퇴치에 힘쓴 결과 1950년대 130만명에 달하던 결핵 환자 수가 지난해 2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라며 “그러나 여전히 한 해 1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위험한 질병인 만큼 결핵 예방과 선제적인 검진, 치료에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김 의장은 “특히 결핵이 고령층,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집중된 만큼 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이 촘촘히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크리스마스씰 증정식에는 남창진 부의장, 김용석 시의회 사무처장, 신민석 대한결핵협회 회장, 이남규 대한결핵협회 서울시지부 지역본부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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