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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번째 노벨상 영광은 누구에게

    110번째 노벨상 영광은 누구에게

    ‘110번째 노벨상(1901년 제정)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10월 3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4일), 화학상(5일), 평화상(7일), 경제학상(10일)을 잇달아 발표한다. 문학상은 관례에 따라 위원회가 일정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족집게처럼 맞혀온 글로벌 학술정보 서비스업체 ‘톰슨 로이터’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점찍어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관련 학계의 논문 인용 횟수와 주목도 등을 분석했다. 지난 20년간 이 업체가 꼽은 후보 중 21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의학:백혈병 치료 vs 줄기세포 톰슨 로이터의 노벨상 예측 전문가인 데이비드 펜들버리는 먼저 올해 의학상 수상 전망을 내놓으며 ‘백혈병 치료제와 줄기세포 연구의 싸움’으로 압축했다. 우선 ‘마법의 탄환’으로까지 칭송받는 약품인 ‘이매티닙’과 ‘다사티닙’을 개발한 브라이언 드러커 오리건 건강·과학대 교수 등 3명이 후보 명단에 올랐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이매티닙은 ‘글리벡’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환자의 5년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린 제품이다. 다사티닙은 ‘스프라이셀’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펜들버리는 “드러커 교수 등은 암 치료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점에서 수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줄기세포 연구자들도 올해의 의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줄기세포를 통해 척수 손상 치료법을 개발한 ‘재생의학의 권위자’ 로버트 랭어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또 지난해 유력 후보였던 줄기세포 연구자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 역시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물리학:실험 통해 양자현상 보고 물리학상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 중에는 ‘양자 얽힘’ 현상을 연구한 알랭 아스펙트 프랑스 광학연구소 박사 등 3명이 눈에 띈다. ‘양자 얽힘’은 광자, 전자 등 입자가 물리적으로 수 ㎞ 떨어져 있어도 서로 동기화된 양자 상태를 지니는 것을 뜻하는 물리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던 양자 얽힘 현상은 초고속 양자 컴퓨터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아스펙트 박사 등 후보들은 1970~1990년대 양자 현상을 정밀한 실험을 통해 확인해 보고했다. ●경제학:크루거 vs 다이아몬드 경제학상 후보 중에서는 금융 중계 기관을 연구하고 그 감시 방법 등을 분석한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가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특히 금융 위기 연구에도 열을 올려 2008년 이후 계속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국면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지대추구행위’ 개념을 세운 앤 크루거(여) 존스홉킨스대 교수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전미경제학회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를 맡았던 그는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자원 배분과 관련된 법·제도적 환경을 바꿔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지대추구로 규정하고 그 영향을 연구했다. ●화학:바드·프레셰 교수 등 물망 이 밖에 화학상 수상 후보로 앨런 바드 텍사스대 교수, 진 프레셰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 교수 등이 꼽혔다. 박건형·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됩니다”

    “이전 백혈병은 영화 속에서 속절없이 아름다운 사랑을 접어야 하는 비운의 질병으로 그려지곤 했지만, 이제는 항암제 개발과 골수이식으로 충분히 치료되는 질환이 됐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절망보다는 희망을 갖기 바란다.” 매년 9월 22일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의 날’로 정해졌다.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과 이 병원 백혈병 환자들의 모임인 ‘루산우회’, 의·과학 기자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자협회는 공동으로 매년 9월 22일을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날’로 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22일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날로 정해진 것은 이 질환이 체내 9번, 22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혈액암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 이에 따라 주최 측은 22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CML 환자와 보호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항암제 복용 등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전국의 CML 관련 의료진과 연구원, 환자 및 보호자들이 참여해 CML과 새로운 치료 방법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행사에서는 전문의들의 세미나에 이어 백혈병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명하는 동영상 시청 및 연극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현재 CML은 노바티스의 글리벡과 타시그나, BMS의 스프라이셀, 화이자의 보수티닙, 일양약품의 라도티닙 등의 ‘표적항암제’ 복용이 주요 치료법이다. 이런 표적항암제가 듣지 않을 경우에는 골수이식을 해야 한다. 성모병원 김동욱 교수는 “백혈병은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 아니지만 환자 4명 중 1명꼴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거나 골수검사 등 정기 진단을 피해 병이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내년부터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각국의 주요 병원이 CML 행사에 참여하도록 해 아시아 CML 환자들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설명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의료의 수준과 의료에서의 창조적 파괴/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한국의료의 수준과 의료에서의 창조적 파괴/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창조적 파괴’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사용한 말이다. 신상품이 개발되고 새 시장이 출현하면 전혀 다른 생산방법과 산업조직이 출현하고 이에 따라 경제와 생활수준이 향상된다. 이때 동시에 신기술이 대체하는 기존의 기술과 산업은 없어지거나 매우 약화되므로 ‘파괴’라는 말을 도입했다. 19세기에 증기기술과 철강기술을 결합한 철도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운송수단인 증기선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 한 예로 볼 수 있다. 신지식이 새로운 기술로 연결되고 이것이 다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강렬한 말로 설명한 셈이다. 기술혁신을 통해서 낡은 것을 파괴·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도 방문해 창의성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과도 통한다. 기술의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경제발전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을 보면 뚜렷해진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의하여 단말기, 통신시장이 변하고 그에 따라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수요가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식경제부를 두는 것도 이러한 새로운 지식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천재 한 명이 수십만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말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수준을 평가해 보자. 필자가 보기에 실제 임상에 적용되는 진단 및 치료 기술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앞쪽이다. 이는 본인이 의사라서 하는 말은 아니고 현재 우리나라 임상에서 나오는 실제 치료 성적과 수많은 논문을 종합해서 보면 그렇다. 짧은 시간에 이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정부의 지원이나 유례가 없는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 때문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개개인의 우수성과 자존심, 또 그에 따른 노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의료보험제도가 한 일도 있다. 2분 진료나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단점이 나타났으나 어찌됐든 환자들이 각 분야 최고의 진료를 받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해 주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고품질의 진료를 이렇게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의료분야에서는 창조적 파괴를 어떤 식으로 이룰 수 있을까? 아예 경제논리는 적용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의료 분야야말로 이러한 신지식이 신기술로 연결될 수 있는 신천지다. 간단히는 새로운 수술 기법을 개발하여 기존의 방법보다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의료에서의 진정한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치료 물질과 신약을 이용해 기존의 치료 방법을 월등히 뛰어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더 나은 치료법이 등장하면 기존의 것들은 그 가치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의 창조적 파괴다. 줄기세포와 관련된 연구들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잊지 말고 나서서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이러한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도록 연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의사는 가운 입고 앉아 환자만 보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많은 의사들이 연구를 병행하고 있고 질병의 기전과 이에 따른 신약 또는 신약 후보 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사 외의 많은 연구자들도 이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신약 개발, 새로운 치료법 등의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경제적 여파도 엄청나다. 다행히 정부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가고는 있으나 국내 연구진의 우수성과 의욕에 비해서는 미흡하다. 최근 애플과 구글 그리고 삼성으로 대변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논쟁을 보면 우리나라가 원래 아이디어, 즉 인간의 능력과 가치에 대해서 좀 무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당장 병원을 크게 짓고 시설을 늘리는 하드웨어 확장에서 벗어나 의료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노력을 기울일 때다.
  • [굿모닝 닥터] 노화와 주름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부인 미셸 여사가 지지자들에게 ‘흰머리’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에서 그는 “남편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느라 매일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 때문에 흰머리가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불과 2년 반의 재임 기간 동안 흰머리는 물론 목과 얼굴 주름도 한층 깊어졌다. 이를 두고 CNN은 최근 ‘미국 대통령직과 노화의 상관관계’에 관해 보도하기도 했다. 노화는 유전성과 생활패턴 등에 따라 시기와 양상이 달라지는데, 특히 체내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감소는 주름을 통해 몸의 퇴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노화로 진피층의 콜라겐섬유와 탄력섬유가 파괴되고 표피와 진피층 사이의 세포와 모세혈관이 위축되면 주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피부의 노화 속도를 늦추려면 건강한 생활습관과 함께 피부 보습과 자외선 차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밤 10시~새벽 2시 사이에는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지나친 다이어트도 피부 탄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피부가 건조해져 주름이 생기기 쉬우므로 보습 관리와 함께 햇볕 등 피부 스트레스를 차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탄력강화 크림이나 보습 크림으로 피부에 수분과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면 주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런 노력으로도 주름을 해결할 수 없다면 전문의를 만나볼 것을 권한다. 울세라, 서마쿨, 스칼렛과 같은 좋은 치료법이 있어 만족스러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물론 치료 후에도 피부 노화를 늦추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안 시 뜨거운 물이나 세정력이 강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세안제 사용을 삼가고, 비타민 A와 C, E(토코페롤)를 충분히 섭취해주면 도움이 된다. 다양한 야채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전북대 국가 연구사업 휩쓸어

    전북대가 국가 연구사업을 잇달아 따내 높은 연구 경쟁력을 확인시켰다. 전북대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이 지원하는 기초연구실육성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등에서 모두 16건의 연구과제를 따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연구과제의 국비 지원액은 120억원에 이른다. 기초연구실육성사업에서는 생명공학부 이귀재 교수의 ‘미생물시스템 활용 식물생장 개선 연구과제’가 선정돼 21억원을 지원 받는다. 미생물을 활용해 중금속 오염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 간척지에서 바이오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연구다. 공대 한윤봉 교수는 유리창에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와 LED를 접합시켜 에너지를 얻는 기술을, 김영문 교수는 강풍에도 초고층 건물의 진동이 거의 없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게 된다. 의학전문대 정환정 교수는 종양 세포를 치료하는 원천기술을, 김정렬 교수는 괴사한 대퇴골두를 재생시키는 치료법을 각각 개발한다. 이 밖에도 몸에 흡수되는 임플란트 소재 개발, 태양전지 개발, 음악 분류와 검색 서비스 개발 등도 국가 연구사업에 선정됐다. 서거석 총장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대학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0)전래동화로 본 동물들의 잘못된 상식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0)전래동화로 본 동물들의 잘못된 상식

    추석 연휴에 보름달을 보고 있노라면 달의 표면에 토끼 귀 한쌍 같은 무늬가 보인다. 저걸 갖고 옛날 사람들이 달에 토끼가 산다고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상한 점은 나는 아무리 봐도 분명히 한 마리뿐인데, 전래 동화에서는 두 마리가 마주 보고 떡방아를 찧는 걸로 나온다는 점이다. 한 마리만 있으면 외로울 거라고 생각한 조상들의 배려일까.(참고로 야생 산토끼는 실제로 혼자 산다.) 동화책 속의 동물 이야기에는 작가의 개인적 생각이 많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생물을 다루다 보니 이야기가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사실에 기반한 것처럼 둔갑되기도 한다. 이것은 종종 동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편견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손해를 보는 동물이 이솝우화 속의 베짱이다. 곤충학자의 관점에서 베짱이의 음악은 겨울이 되기 전에 자손을 남기기 위한 처절한 노동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솝우화 속에서는 게으름과 나태함의 극치로 묘사된다. 베짱이의 수명은 6개월 정도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평균 수명이 짧아서 겨울을 못 넘긴다. 당연히 죽기 전에 짝 찾을 마음이 다급하다. 높은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인하는 수컷의 목소리는 종족 번식을 위한 절박한 세레나데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미운 오리새끼의 사례도 과학과 동떨어져 있다. 오리과에 속하는 어미새들은 둥지 주변에서 알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모두 끌어오는 습성이 있다. 심지어 공이나 백열전구를 자기 알로 착각하기도 한다. 오리나 고니 등은 한번 동거가 이루어지면 평생 자기 부모, 자식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뻐꾸기의 탁란(托卵)이 가능하고 개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 또한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운 오리새끼가 동화의 스토리처럼 가족들로부터 구박을 받았을 리는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자기 정체성을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전래 동화가 다들 비과학적인 건 아니다. 흥부전 원본을 읽다 보면 조상의 지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중에서 흥부가 다친 새끼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는 장면을 살펴보자. “…칠산 조기 껍질 벗겨 두 다리를 돌돌 말고 오색 당사로 찬찬 감아 제 집에 넣었더니 십여일 지난 후에 양각이 완고하여 비거비래(飛去飛來) 노는 거동 보기가 장히 좋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수의사인 내 눈에는 우리나라 전래 의학의 응급처치법과 골절 치료법이 상세히 보인다. 잘 마른 조기 껍질이나 명주실은 탄력성이 있으면서 상처와 친화되는 좋은 재료다. 특히 제비 다리 정도의 가는 다리에는 부목으로 아주 제격이다. 서민들의 상식이 이 정도라면 당시 우리 의학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던 게 아닌가 여겨지는 대목이다. 최종욱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lovenat@hanmail.net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20]달토끼에 대한 명상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20]달토끼에 대한 명상

     추석 연휴에 보름달을 보고 있노라면 달의 표면에 토끼 귀 한쌍 같은 무늬가 보인다. 저걸 갖고 옛날 사람들이 달에 토끼가 산다고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상한 점은 나는 아무리 봐도 분명히 한 마리뿐인데, 전래 동화에서는 두 마리가 마주 보고 떡방아를 찧는 걸로 나온다는 점이다. 한 마리만 있으면 외로울 거라고 생각한 조상들의 배려일까.(참고로 야생 산토끼는 실제로 혼자 산다.)  동화책 속의 동물 이야기에는 작가의 개인적 생각이 많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생물을 다루다 보니 이야기가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사실에 기반한 것처럼 둔갑되기도 한다. 이것은 종종 동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편견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손해를 보는 동물이 이솝우화 속의 베짱이다. 곤충학자의 관점에서 베짱이의 음악은 겨울이 되기 전에 자손을 남기기 위한 처절한 노동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솝우화 속에서는 게으름과 나태함의 극치로 묘사된다. 베짱이의 수명은 6개월 정도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평균 수명이 짧아서 겨울을 못 넘긴다. 당연히 죽기 전에 짝 찾을 마음이 다급하다. 높은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인하는 수컷의 목소리는 종족 번식을 위한 절박한 세레나데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미운 오리새끼의 사례도 과학과 동떨어져 있다. 오리과에 속하는 어미새들은 둥지 주변에서 알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모두 끌어오는 습성이 있다. 심지어 공이나 백열전구를 자기 알로 착각하기도 한다. 오리나 고니 등은 한번 동거가 이루어지면 평생 자기 부모, 자식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뻐꾸기의 탁란(托卵)이 가능하고 개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 또한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운 오리새끼가 동화의 스토리처럼 가족들로부터 구박을 받았을 리는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자기 정체성을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전래 동화가 다들 비과학적인 건 아니다. 흥부전 원본을 읽다 보면 조상의 지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중에서 흥부가 다친 새끼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는 장면을 살펴보자.  “?칠산 조기 껍질 벗겨 두 다리를 돌돌 말고 오색 당사로 찬찬 감아 제 집에 넣었더니 십여일 지난 후에 양각이 완고하여 비거비래(飛去飛來) 노는 거동 보기가 장히 좋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수의사인 내 눈에는 우리나라 전래 의학의 응급처치법과 골절 치료법이 상세히 보인다. 잘 마른 조기 껍질이나 명주실은 탄력성이 있으면서 상처와 친화되는 좋은 재료다. 특히 제비 다리 정도의 가는 다리에는 부목으로 아주 제격이다. 서민들의 상식이 이 정도라면 당시 우리 의학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던 게 아닌가 여겨지는 대목이다. 최종욱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lovenat@hanmail.net
  • 영화 ‘백 투 더 퓨처’ 속 미래형 신발 출시됐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속 미래형 신발 출시됐다

    1985년 첫 개봉해 전세계를 강타한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시리즈의 주인공 마이클 J. 폭스(50)가 신던 미래형 신발이 실제로 출시됐다. 영화 속 신발은 2015년의 미래를 그린 ‘백 투 더 퓨처2’에서 극중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 분)가 신던 나이키 신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극중 이 신발은 발을 넣자마자 자동으로 발을 감싸며 신겨지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이키에서 이번에 출시한 이 신발의 이름(The Nike Air Mag Marty Mcfly)도 극중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신발에는 영화에서 처럼 LED패널이 탑재되어 있으며 충전도 가능하나 결정적으로 자동으로 신겨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 신발은 1500켤레의 한정판으로 일반 매장 판매가 아닌 이베이에서 경매된다. 또 수익금 전액은 마이클 J. 폭스 연구재단(The Michael J. Fox Foundation)에 기부된다. 마이클 J. 폭스 연구재단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전세계 연구 허브로 폭스는 실제로도 파킨슨병 환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ESD(위 내시경 점막하 박리 절제술) 보험수가 산정 ‘유턴’

    보건복지부가 조기 위암 치료법인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의 보험수가 책정에 대한 병원·의료진들의 잇단 시술 취소 및 연기와 관련, 의료업계 등과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물론 의료업계에서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을 때라는 전제에서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조만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수술 가격을 조정한 산정 자료를 복지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복지부와 의료업계 간의 조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업계의 반발에 대해 “합의해 놓고 환자를 볼모로 수술을 중단해 당황스럽다.”면서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업계가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면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쳐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료 공백을 최소화해 최대한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 장관의 발언은 ESD 보험수가 책정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복지부 측은 “ESD 수술칼 제조업체가 8일 중 새로운 가격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가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건강보험 수가를 산정, 논란을 자초했다.”면서 “이 사태는 정부의 탁상행정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급구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고시로 대장암과 식도암 환자, 2㎝ 이상 위암 환자는 ESD 시술을 받을 권리가 박탈될 수 있다.”면서 “(병원과 수술칼 제조 업체도)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등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현용·이영준기자 junghy77@seoul.co.kr
  • 의료계 ‘위암 내시경 절제술’ 잇단 취소

    조기 위암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의료보험 수가 책정에 반발, 병원과 의료진·장비업체들이 시술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해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복지부는 이달부터 ESD시술의 보험 적용기준을 ‘2㎝ 이하 위암’으로 한정한 데다 시술비를 250만원에서 50만원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ESD는 기존 개복(開腹)수술이나 복강경(腹腔鏡)수술과 달리 내시경을 이용, 위암 세포 밑으로 특수 용액을 집어넣어 위암 조직을 뜨게 한 뒤 포 떠내 듯 걷어내는 수술이다. 또 위를 그대로 보존, 3~4일이면 퇴원해 일상 복귀가 가능해 위암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시술을 받고 있다. 복지부 측은 “ESD는 조기 위암에 한정해 시술해야 함에도 일부 의료기관에서 양성종양(폴립)이나 식도·대장 등의 조기암 등에도 적용하고 시술비를 비급여(보험 적용을 적용하는 항목)로 청구하는 사례가 있어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보험이 적용되면 지금껏 위암 크기에 따라 150만~300만원가량 냈던 환자의 부담이 4분의 1~6분의 1 수준인 30만~50만원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림프절 전이가 없는 3~4㎝ 크기의 조기 위암 치료에도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 ESD의 치료 대상을 ‘위선종 혹은 궤양이 없는 2㎝ 이하의 위암’으로 제한한 것은 결국 환자의 이익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고대안암병원·순천향병원 등 시술건수가 많은 병원들은 환자들에게 ESD 시술 중단을 통보했는가 하면 국내에 시술용 칼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다국적 업체도 최근 복지부에 ‘더는 칼을 공급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대 안광석 교수팀, 바이러스 만성감염 원인 밝혀

    서울대 안광석 교수팀, 바이러스 만성감염 원인 밝혀

    서울대 안광석 교수팀이 사람의 세포 속에 숨어 지속적으로 병을 일으키는 만성감염 바이러스의 핵심 원인을 찾아냈다. 안 교수팀은 거대세포 바이러스(CMV)에 만성감염된 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CMV에서 생성되는 ‘마이크로RNA US4’가 환자들의 킬러T임파구 작용을 억제해 바이러스가 계속 몸속에 숨어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마이크로RNA US4가 없는 바이러스는 킬러T임파구에 의해 효과적으로 제거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안 교수는 “이 연구는 기존의 항바이러스 백신설계와 개발 접근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이론적인 토대로 앞으로 바이러스 마이크로RNA를 표적으로 한 만성감염 치료법 연구와 개발 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노안환자 20% 두통·어지럼증 호소

    노안 환자의 20% 이상에서 두통과 어지럼증 등의 신경계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안전문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원장팀이 올 4~7월에 이 병원을 찾은 40대 이상 노안환자 320명을 대상으로 ‘노안 증상’을 조사한 결과, 눈이 침침하고 흐릿한 증상이 42.7%로 가장 많았다고 최근 밝혔다. 이어 눈의 압박감과 피로감이 24.7%,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현상이 19.4%를 차지했다. 문제는 상당수 노안 환자가 단순한 시력장애가 아닌 2차적 질환 증세를 보였다는 점. 실제 이번 조사 대상자의 20.5%(66명)는 두통·어지럼증·메스꺼림 등 신경계 및 소화계 이상증상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노안은 수정체가 노화해 초점 조절기능을 잃게 되는 노인성 질환으로, 노화에 따라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져 굴절력을 높이지 못해 가까운 곳의 사물을 잘 볼 수 없게 된다. 보통 아이들은 수정체 조절력이 12디옵터에 이르지만 40대에는 6디옵터, 50대에는 3.5디옵터로 떨어졌다가 60대가 되면 1디옵터 이하로 낮아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 이른 노안환자들이 억지로 가까운 것을 보려고 하면 눈의 압박감·두통·시력장애·복시는 물론 오심·구토증 등 ‘안정피로’(眼睛疲勞) 증상을 일으킨다. 이런 노안에는 수정체를 교체하는 ‘특수렌즈삽입술’이나 ‘LBV 노안라식’ 등의 치료법이 적용된다. 박영순 원장은 “노안으로 인한 안정피로를 줄이려면 독서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 1시간에 10~20분씩 눈에 휴식을 줘야 하며, 비타민 A·B1·B2·B6·B12 등이 많은 녹황색 채소를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메디컬 팁]

    독감 예방백신 NGO 굿피플에 기증 사노피파스퇴르㈜(대표 랑가 웰라라트나)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인플루엔자 걱정 없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자사의 독감 예방백신인 ‘박씨그리프’와 ‘아이디플루’ 1000도즈를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피플에 기증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 백신은 굿피플이 운영하는 ‘사랑의 의료봉사’를 통해 빈곤층 및 장애인·노숙자 등에게 무료 접종된다. 국제학술교류 양해각서 교환 척추전문 자생한방병원(이사장 신준식)은 최근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국제학술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두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공동 연구활동과 교육을 위한 의료기술·학술정보·인력 등의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미시간주립대 연구팀은 ‘한국 한의학의 비수술척추 치료법’을 주제로 한 NIH(미국국립보건원) 펀드를 신청하기로 했었다. 신준식 이사장은 “자생과 미시간주립대와의 MOU 체결은 한의학 과학화 및 세계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도립 공립병원 첫 의료기관 인증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시립 보라매병원(병원장 이철희)이 시·도립 공립병원 최초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의료기관 인증제는 기존 의료기관 평가제를 2010년부터 전환·강화한 것으로, 전문인력이 인증 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해 인증 등급을 결정한다. 보라매병원은 지난 6월 ▲안전보장활동 ▲지속적인 질 향상 ▲진료전달체계와 평가 ▲경영 및 조직운영 ▲감염관리 ▲임상질지표 등 83개 기준 404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받아 인증이 확정됐다. 맞춤 줄기세포 대량 배양 기술 확보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윤태기·이동률·박근홍 교수팀은 산전검사시 염색체 이상을 검사한 뒤 버려지는 양수 내 태아세포에서 맞춤형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양수 줄기세포는 양수검사를 위해 채취된 표본을 이용하기 때문에 줄기세포 확보에 별도의 수술과정이 필요 없고, 효율성이 높아 증식이 가능하며, 연골세포로 분화하는 능력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제바이오캠프 한국 대표 선정 대한약학회(회장 정세영)와 한국노바티스(대표 에릭 반 오펜스)는 ‘2011 노바티스 국제 바이오캠프’에 참가할 한국 대표로 허주영(29·이화여대 약학박사)·강정우(26·성균관대 약대 박사과정)씨가 선정돼 최근 스위스 바젤 노바티스 본사에서 열린 국제 바이오캠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국제 바이오캠프는 노바티스가 바이오 분야의 차세대 리더 육성을 위해 매년 개최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 [Weekly Health Issue] 관상동맥우회술

    [Weekly Health Issue] 관상동맥우회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치명적인 심질환을 오로지 심장의 문제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이런 질환이 심장의 문제인 것은 맞지만 심장의 문제를 초래한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요인을 간과하고 있어서다. 바로 관상동맥의 문제다. 심장은 이 혈관을 통해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공급받는데, 만약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우려하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심장 근육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근육이 괴사해 종국에는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상동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유효한 의료적 해결책인 관상동맥우회술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송현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관상동맥이란 어떤 혈관인가. 온몸의 혈액 순환은 심장의 펌프질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혈액 순환을 담당하고 있는 심장 자체도 피를 공급받아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런 심장의 근육에 피를 공급해주는 혈관이 바로 관상동맥(冠狀動脈)으로, 혈관 모양이 마치 왕관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관상동맥에 생길 수 있는 질환은 무엇인가. 심장의 근육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심한 경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 흉통 때문에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급사 및 돌연사가 있는가 하면 좀 덜 심한 경우로 심장에 피가 잘 공급되지 않아 심장근육의 괴사가 진행되는 상태인 심근경색, 경미한 경우에는 가슴이 조이는 듯한 흉통(협심증)과 가슴이 답답한 증상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 관상동맥 질환인 협심증의 원인과 발생 경위를 짚어 달라. 고혈압·당뇨·흡연·과체중·고지혈증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 다 원인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원인들이 작용해 혈관 벽에 죽전이 형성되고, 이 때문에 혈관이 좁아져 혈류의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심장 근육에 공급해야 할 산소의 절대량이 부족하게 된다. 이처럼 산소가 부족하면 심장 근육이 점차 괴사해 심장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협심증의 증상은 어떤 양상을 보이는가. 모든 관상동맥질환의 증상이 관상동맥의 막힌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평소에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주로 운동할 때나 계단 또는 산을 오를 때 가슴 통증, 즉 흉통이 나타난다. 따라서 운동할 때 가슴이 조이는 듯한 흉통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관상동맥질환으로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검사는 운동을 하면서 운동부하 심전도를 측정하는 트레드밀테스트와 핵의학검사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해상도가 좋은 CT로 진단을 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관상동맥 조영술을 통해 확진을 하게 된다. ●협심증을 중증도에 따라 단계별로 구분해 달라. 협심증은 일단 환자가 느끼는 상태에 따라 분류한다.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캐나다의 협심증 분류기준에 따르면 1.협심증 없음(0) 2.심한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흉통(1) 3.2층 정도의 계단을 올라갈 때 생기는 흉통(2) 4.1층 정도의 계단을 올라갈 때에도 생기는 흉통(3) 5.약간의 운동만으로도 발생하는 흉통(4) 등 5단계로 구분한다. 그러나 당뇨 환자는 소위 ‘무증상 허혈’, 즉 관상동맥에 심각한 협착이 있음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증상과 질환의 중증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협심증은 중증도별로 어떤 치료법을 적용하나. 병이 심하지 않을 때는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할 때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관상동맥의 협착증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아스피린이나 니트로글리세린 계통의 심혈관 확장제 등을 복용하도록 한다. 이보다 상태가 더 심한 경우에는 좁아진 부위를 풍선으로 넓힌 뒤 도관 형태의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의 통로를 확보해주게 된다. 그러나 상태가 심한 경우, 예컨대 병변이 여러 곳에 있거나 심장근육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 또 좌측 관상동맥이 막힌 경우에는 스텐트를 넣어도 재발 위험이 높아 급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관상동맥우회술을 적용하게 된다. ●협심증이 심하면 관상동맥우회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상태를 상세히 설명해 달라. 미국 심장학회에서는 약물치료나 스텐트 삽입 대신 반드시 외과적으로 수술해야 하는 경우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좌측 관상동맥의 입구가 막힌 경우(좌주 관상동맥 협착증),중요한 세 혈관이 모두 막혔으면서 심실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 스텐트 삽입술에 실패했거나 심근경색의 합병증으로 심근 파열 및 심실중격 결손이 발생한 경우, 심한 부정맥이 동반된 경우에도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관상동맥우회술은 어떤 수술이며, 치료 효과는 어떤가. 관상동맥의 막힌 곳을 우회해 새 혈관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우회술에는 자신의 내흉동맥(내유동맥)·요골동맥·대복재정맥 등을 떼어내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관상동맥은 혈관의 직경이 1.5∼2㎜로 매우 작기 때문에 수술자의 숙련도와 정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관상동맥우회술은 예후가 매우 좋아 한번 수술을 받으면 평생 같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회술에 사용되는 대체 혈관 중 내흉동맥은 조직학적으로 내탄성층이 발달해 지방이 잘 안 끼는 체내 유일한 혈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만 잘된다면 10년 개통률이 95%를 넘고, 재발률도 매우 낮다. 물론 심장수술은 환자의 생명이 달린 큰 수술이지만, 최근에는 각종 환자 감시체계가 발달해 수술 사망률도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1% 이하로 매우 안전한 편이다. ●관상동맥우회술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짚어 달라. 수술 후 합병증은 다른 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상처 감염이나 폐렴 등 각종 감염, 수술 부위에서 떨어져나간 혈전이 유발하는 뇌경색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뇌혈류 및 마취 심도를 모니터링하면서 수술을 하기 때문에 그 빈도는 1%도 되지 않는다. 따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스텐트 삽입술보다 긴 역사… 심폐 바이패스 없이 수술

    관상동맥우회술의 역사는 스텐트 삽입술보다 훨씬 이르다. 관상동맥의 협착이 흉통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학설이 공인된 이후 1878년에는 관상동맥 폐쇄와 심근경색의 인과성이 입증되면서 관상동맥우회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다 1910년에는 개를 대상으로 최초의 관상동맥우회술이 시도됐다. 이어 현대적 의미의 관상동맥우회술은 1960년대 들어 미국 클레브랜드 클리닉에서 처음 시작했으며, 1977년 취리히의 그룬트지그가 인간에게 풍선확장술을 시행해 관상동맥 협착에 대한 치료법이 관상동맥우회술과 풍선확장술로 다양화되는 전환점이 됐다. 1990년대 들어 수술 방법은 물론 기구의 변화도 빠르게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수술할 때 절개 부위를 줄이려는 의료계의 노력은 크게 두 방향에서 발전했다. 한 방향에서는 절개 위치를 바꾸거나 크기를 줄여 흉골 절개에 따른 합병증을 피하려는 것이었고, 다른 방향에서는 기계적으로 심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심폐 바이패스를 사용하지 않고 수술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양한 종류의 심장 고정기가 상품화되면서 흉골절개를 통해 심폐 바이패스 없이 시행하는 관상동맥우회술이 빠르게 발전해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30%의 수술이 이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 절개 부위를 줄이려는 노력은 기존의 심폐 바이패스 및 심정지 상태에서 수술하는 방법은 유지하되 삽관 위치를 대퇴동맥과 정맥, 경정맥 등으로 바꾸고, 늑간 절개를 통해 심장에 접근하는 ‘하트포트술’(heartport technique)로 발전했다. 이후 관상동맥우회술이 보편화되면서 이 방법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지만 판막수술, 로봇을 이용한 심장 수술에서는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절개를 최소화면서도 기존 흉강경 수술에 비해 더 정교하고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판막수술과 달리 관상동맥 수술에서는 수술 시간이 훨씬 길다는 문제가 있고, 심장 박동 상태에서의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욱신욱신·지끈지끈… 혹시 큰 병?

    욱신욱신·지끈지끈… 혹시 큰 병?

    두통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에다 학생, 주부 등 대상도 다양하다. 이런 사람들은 두통이 올 때마다 고민도 함께 온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두통은 전체 인구의 70∼80% 이상이 1년에 한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이런 두통은 머리가 아픈 증상이지만 뇌의 통증이 아니라 두개골막, 혈관, 일부 뇌신경, 부비동, 근육 등 동통 자극에 민감한 조직이 자극을 받을 때 발생한다. ●종류와 원인 국제두통학회에서 정한 분류법에 따르면 두통은 원인에 따라 1차성(비기질성)과 2차성(기질성)으로 나뉜다. 1차성은 두통을 유발하는 특별한 원인질환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로, 환자의 고통은 심하지만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통제를 남용해 만성화되기 쉽다. 편두통, 긴장형 두통, 군집성 두통이 대표적이다. 2차성 두통은 원인질환이 있는 경우로, 여기에는 뇌출혈, 뇌종양, 뇌막염 등 심각한 질환도 포함된다. 이런 두통은 종류에 따라 진단 및 치료 방법이 다르고, 증상만으로 1·2차성을 확실하게 구분하기도 어렵다. 특히 만성두통은 1차성이 많으며, 단지 머리 한쪽에만 통증이 나타난다고 편두통으로 자가진단하는 것도 위험하다. ●증상 -편두통 처음에는 머리 양쪽이나 한쪽에서 욱신거리는 박동성 두통이 발작적으로 생기며, 통증이 심한 편이다. 메스꺼움, 구토증이 동반되며 강한 빛이나 소리에 노출되면 더 심해진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3배 정도 많은데, 여성호르몬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일부 환자들은 특별한 원인 없이 편두통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정 유발 요인이 작용한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소음, 냄새, 번쩍이는 불빛, 식사를 건너뛰는 습관, 스트레스, 치즈, 초콜릿, 알코올(특히 적포도주), 인공조미료가 든 음식 등이 꼽힌다. 월경, 배란, 임신, 경구피임제나 호르몬 투여, 대사, 감염성 질환, 수면과다, 수면부족, 지나친 카페인 섭취 등도 편두통을 유발하거나 심하게 하는 요인이다. -긴장형 두통 단단한 밴드로 머리를 조이듯 무겁고 불쾌한 비박동성 두통이다. 주로 전두·후두부에 나타나고, 보통 수시간에서 수일간 지속되며, 오전보다 오후에 심한 경향을 보인다. 스트레스, 과로, 피로, 감정적인 문제로 유발될 수 있으며, 오래 같은 자세를 유지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근육이 굳어져 있거나 압통을 보이기도 해 근수축성 두통이라고도 하며, 종종 편두통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군집성 두통 한쪽 안구 주변에 불에 데이거나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 심한 두통이 하루에 수차례씩 나타나 수십분에서 수시간 지속된다. 두통과 함께 코막힘, 콧물, 이마와 안면부의 식은땀 등 자율신경 증상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에게 흔하며 흡연과 연관이 있다. 주로 봄, 가을에 잦다. ●2차성 두통의 위험 징후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두통은 뇌질환에 의한 2차성 두통이다. ▲50대 이후에 갑자기 생긴 두통 ▲이전과 다른 양상의 두통 ▲전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 ▲점차 악화되는 두통 ▲치료가 안 되는 두통 ▲자세에 따라 강도가 변하는 두통 ▲의식 저하, 혼돈, 경련, 기억력 저하, 사지 무기력 및 감각이상, 실조증, 시력 저하, 후각 및 안면감각장애 등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거나 발열, 경부 강직, 안와 및 유두 부종, 고혈압, 체중 저하 등 이학적 이상을 동반한 두통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치료 및 관리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약을 복용하는데, 이 때문에 약물의 부작용과 오남용은 물론 약물 의존성 두통까지 더해져 더 큰 고통을 겪곤 한다. 또 뇌종양 등 다른 질환을 방치할 수 있으므로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편두통과 이에 따른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두통을 유발하는 상황을 피하고, 카페인 섭취를 절제하며, 유산소운동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서 “덧붙여 절주와 금연을 하고 피임약 사용 및 두통약 남용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문희수 교수
  • 땀 안 나는 희귀병 ‘무한증’ 앓는 中소년

    몸에 조금도 땀이 나지 않는 선천적 희귀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한 소년이 소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중국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저장성 항저우에 사는 후 펑이라는 이름의 12살 소년은 선천적으로 무한증을 앓고 있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땀을 흘린 적이 없다. 무한증은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의 반대 현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후 펑이는 몸에서 전혀 땀을 흘리지 않는 심각한 상태로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생명에 지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알려졌다. 후 펑이는 더운 여름이 되면 매시간 에어컨이 달린 방 안에서만 지내야 하며 체온을 낮추기 위해 수시로 물을 마셔야 한다. 또한 땀을 낼 수 없으므로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잠을 많이 잘 수도 없다고 그의 모친은 근심 어린 걱정을 털어놨다. 후 펑이의 부모는 아들의 심각한 질병을 걱정해 그동안 많은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게 해봤지만 자식의 상태를 호전시킬 효과적인 치료법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희귀 질환으로 고생하는 후 펑이의 소식을 들은 해당 지역 전력회사는 이들의 집에 전력 공급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1)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1)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여 완성시키고 확립시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여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은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고 모두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이다.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여 모두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은 한신, 여포와 같이 용맹스러운 자도 사랑하고, 빌어먹는 거지와 같이 비겁한 자도 또한 사랑한다는 것이다.”(‘격치고’) 생명의 세계에는 시비도 선악도, 적도 친구도 없다. 차별 없는 생명에 대한 차별 없는 애정. 그것이 이제마가 평생 지키려 했던 무사의 마음이요, 의사의 마음이었다. 이제마(李濟馬, 1837~1900)는 사상의학(四象醫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사상의학이란 인간의 체질을 사상(四象), 즉 태양(太陽)·태음(太陰)·소양(少陽)·소음(少陰)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성격, 관계방식, 병증, 치료법을 설명하는 의학을 말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이제마는 태양인이다. 태양인은 신체가 건장하고 가슴이 특히 발달했으며, 사고력이 뛰어나고, 진취적이고, 사교적이다. 실제로 이제마는 낯선 사람과도 금세 말을 섞을 정도로 친화력이 있었으며, 무사답게 일처리에도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음식을 제대로 못 넘기고 계속 토하는 열격반위증(?膈反胃證)에 시달렸는가 하면, 일찍부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외로운 삶을 살았다. 그가 무사의 신분으로 의학서를 저술하게 된 데는 아마 이런 개인적 경험도 작용했을 것이다. 제마(濟馬)라는 이름은 제주도에서 건너온 온 말을 선물 받는 조부의 꿈에서 비롯되었다. 서자 신분인 이제마가 적자가 된 것도 이 꿈 덕분이다. 예지몽이었던 걸까? 이제마는 ‘물을 건너는 말’처럼 무사와 의사, 유학과 의학, 몸과 마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목적 삶을 살았다. ●의사의 마음을 가진 무사 이제마는 함흥 출신으로,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가문 출신이었다. 조부와 부친을 일찍 여의고 의지할 데가 없던 이제마는 10대 후반부터 20여년간을 정처 없이 떠돌게 된다. 이 시기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지만, ‘동무유고’(東武遺稿)에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글들로 추측하건대, 서구 열강이 조선을 침략하는 현실과 민중의 곤궁한 삶을 목도하고 여기서 느끼는 바가 있었던 듯하다. “대화포(大火砲)라는 것이 있는데 한번 발사하면 마치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히는 듯 벽력 같은 소리가 울리며, 맞으면 부서지지 않는 것이 없다. (중략) 화룡선(火龍船)은 거대하고 넓어서 그것과 비교할 만한 배가 없다. 배를 운행하는 방법은 연통을 노로 삼고 연통 밑에 석탄을 쌓은 다음 석탄에 불을 붙여 연통으로 연기가 나오게 해서 하루에 천여 리를 갈 수 있다.”(‘동무유고’) 서구 열강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이제마가 느낀 놀라움과 두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다. 그는 대포·전신·화룡선 등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제국에 대항하려면 힘을 기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병술을 익혀야 한다는 주장이나, 후당총을 보유한 10만 군대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위태로운 조선의 현실을 목격한 이제마는 마침내 긴 방황을 접고 무관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호를 ‘동무’(東武-동방의 무사)로 짓고, 무관으로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무관으로서의 삶은 그를 무사가 아닌 의사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잦은 전염병의 창궐로 수십만명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에 직면하여 병자에게 직접 약을 처방하는 한편, 병인과 발병 조건, 치료법 등을 알기 위해 그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길 위에서 ‘격치고’와 ‘동의수세보원’이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부인의 병사(病死)는 그의 의학적 사고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열병을 앓는 부인에게 의원이 관행적으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했는데, 부인은 결국 병이 악화되어 사망하고 만다. 이제마는 이 사건으로, 사람의 병증은 체질에 따라 다르므로 그 치료법 역시 체질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자신의 가설을 확신하게 된다. 일찍부터 내면화된 성리학적 사유에, 무관으로서 민중의 병을 관찰한 임상경험, 그리고 자신의 병과 부인의 병사 경험이 더해져 완성된 텍스트가 13년(1880~1893)에 걸쳐 쓴 역작 ‘격치고’다.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격물치지, ‘격치고’ ‘격치고’(格致藁)에서 ‘격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약자로, 이는 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성리학의 근본적인 공부 방법이다. 이제마는 인간의 병을 격물치지의 대상으로 삼아 ‘격치고’에서 사상의학의 기본구도를 구상하게 된다. ‘격치고’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삶의 원칙을 밝히기 위한 ‘유략편’(儒略篇), 삶의 기준점을 회복하기 위한 ‘반성잠’(反誠箴), 수양을 위한 지침인 ‘독행편’(獨行篇) 등이다. 이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격치고’는 본격 의학서라기보다 성리학적 사유에 몸의 생리에 대한 사고를 접목시킨 의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하듯이, 사상의학의 논리는 맹자의 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맹자는 사단(四端)을 통해 인간 본성의 선함을 논하고, 사단을 확충하는 수양을 통해 본성을 회복하는 것을 학문의 과제로 삼았다. 이제마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각각 태양, 소양, 태음, 소음에 연결시키고, 인의예지가 사욕(私慾)에 가려지듯이 타고난 체질의 장점이 사심(私心) 때문에 치우치게 된다고 보았다. 즉, 각각의 체질이 건강하게 발현되면 인의예지를 구현하게 되지만, 사심이 개입되면 탐비라박(貪鄙懶薄)으로 변질되어 욕심과 안일과 방종과 사사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예컨대, 태양인은 기질적으로 포용력이 있고 은혜를 잘 베풀지만, 사심이 생기면 계산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이해타산적 인간이 된다. 이런 불균형 상태를 치유하고 본래 체질의 장점을 발휘하려면 태음인의 기질인 의로움을 본받아 마음을 수양해야 한다. 병이란 체질과 마음이 치우친 상태이고,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치료라는 것. 이것이 이제마가 인간을 격치함으로써 도달한 결론이었다. ●세상을 보존하는 의사가 되어라 이제마는 ‘격치고’를 완성한 지 1년 만에 ‘동의수세보원’을 완성함으로써 사상의학을 체계화시킨다. 이 책은 성명론(性命論), 사단론(四端論), 확충론(擴充論), 장부론(臟腑論), 의원론(醫源論), 광제설(廣濟說), 사상인변증론(四象人辨證論)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는 구체적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처방과 병증 분석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비대신소(脾大腎小)한 소양인은 일을 잘 벌이고 행동과 대처가 빠르지만 일의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은 일을 쉽게 벌이지는 않지만 맡은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해낸다. 이처럼 모든 체질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때문에 모든 사람은 다른 체질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병을 파악하고 치료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곧 마음수양이고, 이를 통해 모든 체질의 장점을 두루 갖춘 ‘성인’이 될 수 있다. 요컨대, 병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기고, 따라서 관계를 통해서만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사상의학의 핵심이다. 모든 병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본 이제마는 약을 처방할 때도 약재, 음식과 함께 마음수양법을 자세히 적어주었다. 이제마에게 치료란 사회적 관계 맺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치료’였던 셈이다. “백 집이 있는 마을에 한 사람의 의원만으로는 사람을 살리기에 부족할 것이다. 반드시 의학을 널리 펴고 밝힘으로써 집집마다 의술을 알고 사람마다 병을 알게 된 뒤에야 수(壽)를 누리고 원(元)을 보전하게 될 것이다.”(‘동의수세보원’)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수세보원’이란‘세상과 삶을 위해 보존해야 할 원칙’이라는 뜻이다. 이제마에게 그 원칙은 타인을 통한 배움이었다. 이제마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자신의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병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병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거든, 먼저 내 몸에 새겨진 관계의 흔적을, 내가 관계 맺는 방식을 보라.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라. 그것이‘나 자신의 의사’가 되기 위한 시작이다. 무사 이제마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그리고 세상을 지키는 의사가 되었다. 박장금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소련 해체 20년 新 러시아 20년] (중) 휴양지 탈바꿈 바시코르토스탄

    [소련 해체 20년 新 러시아 20년] (중) 휴양지 탈바꿈 바시코르토스탄

    바시코르토스탄은 바시키르인의 나라라는 뜻으로 1919년 성립된 러시아 최초의 자치공화국이다. 러시아에서 네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바시키르 민족의 거점이다. 자치국 인구 3할을 차지하는 바시 키르인 122만명을 비롯, 러시아인 149만명, 타타르인 99만명 등 131개 민족이 어울려 사는 ‘민족과 문화의 산 전시장’이다. 460년 전 러시아로 편입됐고 볼가강 동쪽과 남우랄산맥 서측에 위치,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 역할도 해왔다. 수백년 동안 이란인, 핀족, 이슬람 세력 등 여러 민족들이 각축을 벌여왔다. 무슬림 인구가 절반에 이르고, 곳곳에 이슬람 모스크가 눈에 띈다. 2차 세계대전 때 서부 러시아의 기계 설비 및 공장들이 대거 옮겨와 오늘날의 중공업 및 군수공업의 기반을 다졌다. 바시키르어가 러시아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이며 러시아 소수민족 정책의 시험대 같은 곳이다. 옛 소련시대 의료·요양시설인 양간타우는 말끔하게 단장돼 레저·휴양단지로 탈바꿈돼 있었다. 바시키르인의 고향, 바시 코르토스탄 공화국의 수도 우파에서 북동쪽으로 자동차로 3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양간타우까지는 끝없는 스텝, 초원길로 이어졌다. 모스크바 동쪽 1600km. 2시간 느린 시간대다. 2차 대전 때 야전병원으로 쓰였다는 휴양소가 속한 살라바트 지역은 밤 11시나 돼야 노을에 물든다. 백야(White Night)는 절정이었다. 모스크바조차 30도를 웃도는 더위로 숨막히던 지난 7월 중순, 아침·저녁엔 20도 정도로 서늘했다. 수백명의 관광객들은 야외공연장에서 소수민족들의 공연을 보며 한가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우파에서 휴양소로 이어진 초원길 남쪽으로는 우랄산맥이 이어져 있었다. 자치공화국 대통령실 아이라트 니콜라이비치 보좌관은 “척추, 무릎 등 관절근육 통증 치료실과 각종 마사지 방, 미네랄 온천 등 위락시설이 갖춰진 우랄산맥 주변의 가장 큰 휴양소”라면서 “골프코스 개설 등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0여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는 하루 50~180달러까지 차등화돼 있었다. 휴양소 관계자는 “관건은 서비스 태도”라면서 “직원들의 서비스 태도 업그레이드를 위한 재교육에 해마다 수십만 달러씩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눈을 뜨면서 종업원들에게 서비스정신 무장을 독려하고 시장 가치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지조프 마라트 자치공화국 문화차관은 “미래는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에 달려 있다.”면서 “경마장, 트레킹장, 스키장, 래프팅 시설을 확대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우랄산맥 일대 스텝 등 자연보호구역과 생태계를 손상없이 어떻게 경제적 보고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유네스코와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400만명의 인구가 남한 1.5배 면적인 14만 3600㎢에 살고 있는 바시 키르토스탄의 주력산업은 석유화학. 유전지대인 데다 유럽 최대 정유공장을 보유한 우파석유화학도 이곳에 있다. 지역경제생산의 63% 이상이 석유산업에서 이뤄지고, 러시아 전체 정유량의 11%, 디젤의 15%, 가솔린 17%가 이곳에서 생산되는 석유산업의 핵심 지대다. 그런 이곳도 석유 산업의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레저산업과 함께 새 성장동력의 하나인 의료산업의 발전 모델은 자치정부가 방문을 주선한 안과 전문 병원에서 엿볼 수 있었다. 1990년 연방보건부 주도로 설립된 ‘전러시아 안과 및 플라스틱수술 센터’. 우파에 위치한 이 병원은 ‘알로플란트’ 병원으로 불린다. 에른스트 물다세브 원장이 개발했다는 알로플란트라는 신호세포를 이용한 세포 이식 방식이 이 병원에서 자랑하는 치료법이다. 연방보건부는 이 치료법을 보편화시키겠다며 중점 병원으로 키우고 있다. 첨단 치료법을 앞세워 난치병 외국 환자를 공략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주변 카자흐스탄은 물론 유라시아 국가 환자 유치도 겨냥하고 있다. 물다세브 원장은 “미국 등 7개국에 특허를 출원했으며 50여명의 한국 당뇨성 망막증 환자를 완치시켰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바시 코르토스탄의 새 성장동력 찾기와 시장지향적인 태도 변화는 2009년부터 메드베데프 대통령 정부가 중점 추진해 온 ‘새 러시아 건설과 경제현대화’를 위한 외자 유치 및 투자환경 개선 정책과도 맥을 같이한다. 에너지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산업을 다변화하고 서비스산업과 첨단기술을 키워 대외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신러시아의 시도는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르초 발리에프 대통령실 언론보좌관은 “한국에도 수입돼 있는 카모프 헬기, 우파 엔진산업 등 지역 내 주요 기업들의 대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알스톰사 등이 신재생 에너지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라면서 “한국과도 광물·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 자원 개발협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글 사진 양간타우·우파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멍게 같은 내 얼굴… 빛에너지로 치료해볼까

    심한 여드름에는 ‘공기압 광선치료법’이 효과적이라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부설 여드름치료센터 이상준·김현주 박사팀은 심한 여드름 환자 20명(평균 27세)에게 ‘공기압 광선치료’를 시술한 결과, 피지 덩어리와 염증성 여드름이 각각 73%, 63%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들은 모두 기존 치료방법으로 여드름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로, 연구팀은 이 임상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피부과학회에서 발표한 데 이어 내년 4월 개최되는 세계레이저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성인 여드름은 피지선에 생긴 염증성 질환으로, 면포나 염증성 여드름·농포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특히 염증성 여드름은 방치하면 깊은 흉터를 남기기 쉽다. 공기압 광선치료는 여드름의 원인균인 ‘프로피오니 박테리움’을 파괴하는 빛에너지와 공기압을 결합시킨 신개념 치료법으로, 음압을 가해 피부를 빨아들임으로써 피부 조직을 펴지게 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음압에 의해 피지샘이 빨려 올라가면서 피지샘 입구가 열려 피지가 배출되고, 이때 특정 광선을 조사해 여드름 원인균을 사멸하는 방식이다. 고름이 생기는 화농성 여드름의 경우 레이저를 이용해 피지에 구멍을 뚫은 뒤 압출해주면 더 빠른 시간에 증상이 호전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임상 참여 환자들에게는 2주 간격으로 4회에 걸쳐 마취 없이 같은 치료법이 적용됐다. 이상준 박사는 “공기압 광선치료와 레이저 압출요법을 이용하면 무엇보다 염증 부산물의 배출이 빨라지고, 피지와 여드름 세균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면서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여드름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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