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퍽! 하자, 하자 아이스하키
■ 아이스하키 즐기는 형규네
“여보, 힘들어 나 좀 바꿔줘”
등번호 99번을 단 우인희(42·치과의사)씨가 거친 숨을 헐떡이며 펜스로 걸어 나왔다.
이어 긴 생머리를 쓸어담은 9번 한주원(37·경북대 교수)씨가 스틱을 맞부딪치더니 페이스커버를 내리고 링크로 미끄러지듯 쇄도해 들어갔다. 마침 흐르던 퍽을 잡아채며 이번엔 “형규야, 받아”라며 퍽을 레드라인쪽으로 날렸다.9번의 소년 플레이어 우형규(13·대청중1년)군이 한 선수를 제치더니 슛을 날렸다. 아쉽게도 골리에게 걸렸다.
3분쯤 지났을까, 이번엔 가쁜 숨을 몰아쉬던 한씨가 “형규 아빠, 교대”라며 나왔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들은 모두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한 가족이다. 매주 토·일요일 밤마다 서울 하계동 동천실내스케이트장에서 함께 운동을 즐긴다.20여명의 선수들 가운데 어린이 네댓명, 여성 서너명이 눈에 띄였다. 모두 아이스하키 클럽 톨피도즈의 멤버들이다.
“쉬익∼.”얼음이 스케이트 날에 깎이는 소리,“퍽, 탁….”스틱으로 치고 퍽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다. 퍽을 잡아 드리블하던 한 선수는 빙그르르 돌다가 엉덩방아를 ‘꽝’소리가 나도록 주저앉았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보호장구를 한 이들은 북극곰처럼 둔중해 보였다. 몸놀림은 빠르지 않았고, 몸싸움은 격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회색으로 희번득이는 빙판의 찬 기운을 누를 만큼 열기와 열정이 가득했다.
휴식시간, 한주원씨에게 여자가 하기에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봤다.“순간순간 전력질주를 했다 급정거하니 아주 힘들지요. 대신 다리 근력이 강화되고, 허리살이 쏙쏙 빠져 따로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어요.”
중학교 1학년 아들 우형규군,“짜릿해요, 빗자루로 쓸듯이 퍽을 밀다가 마지막에 가서 손목을 꺾으면서 띄워 슛을 날릴 땐 기분 최고예요. 우리 학교에선 아마 나 혼자만 하키를 할걸요.”라며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아버지 우인희씨는 “치과의사 고질병인 허리통증이 다 나았어요.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고”라며 아이스하키 예찬론을 늘어놨다. 이들 가족이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진 것은 2001년 초가을. 아들 형규군이 “아는 형이 아이스하키를 했는데 멋지고 재미있어 보여서”부모님을 졸라 입문했다. 아들을 실내 링크에 데려다 준 아버지는 다른 아이들 아버지와 함께 맥주를 마시거나 무료하게 앉아 기다렸다. 아들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부상이 두려워 링크 주위만 맴돌았다. 형규군은 “아빠, 넘어져도 아프지 않고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함께 해요.”라며 아버지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뒤이어 우씨는 “안전하고 재미있다.”며 처녀시절 만능 스포츠우먼이었던 부인을 링크 안으로 유혹했다.
늦깎이 부인이 요즘 더 아이스하키 매력에 빠졌다.“일에 자신감도 생기구요,20㎏에 가까운 보호장구를 하니 부상위험이 없어요, 다른 운동은 금방 싫증이 났는데, 아이스하키는 재미있어요. 또 아들도 인터넷에만 너무 빠지지 않아서 더 좋지요.”
우씨는 아이스하키 건강론에 대해 좀더 과학적이다.“상·하체와 좌·우 근력을 골고루 사용해 몸이 균형있게 발달합니다. 미끄러지는 운동이어서 관절에 충격도 적습니다.”
15분간의 꿀맛같은 휴식이 끝나자 이들 가족은 다시 링크로 나갔다.
“아, 나도 할 수 있을까.”혼잣말이 나올 만큼 부러운 뒷모습이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아이스하키는요
아이스하키는 선수들이 1,2분마다 교체하면서 휴식을 취해야 할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많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다. 한 팀당 선수는 골키퍼와 수비 2명, 공격 3명으로 6명. 경기는 20분씩 3피리어드로 진행되며, 각 피리어드 사이의 휴식 시간은 15분이다. 경기 방법은 고무로 만들어진 퍽을 구부러진 지팡이인 스틱을 이용해 서로 빼앗아 상대의 골에 집어 넣어 득점한다. 속도가 빠르고 서로간의 신체 접촉이 허용되는 만큼 룰은 엄격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즐기지만 캐나다에서도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몸으로 상대 선수에 세게 부딪치는 보디체크가 허용되므로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아메리카하키리그(NHL) 등에서는 아주 위험한 플레이가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배우세요
아마추어들이 아이스하키를 배우려면 일단 클럽팀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클럽팀으론 서울 동천링크에 둥지를 튼 톨피도즈(www.torpedoes.or.kr)를 꼽을 수 있다. 최고의 아이스하키 대회인 NHL 선수로 진출했던 핀란드인 카이가 감독으로서 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스링크가 있는 곳이라면 배울 수 있는 동호회가 있다. 수도권에선 목동, 고대, 광운대, 의정부, 과천, 안양, 분당 등의 아이스링크장엔 동호회가 결성돼 있다. 대구, 인천, 대전, 전주, 춘천, 강릉, 김해 등에도 링크가 있어 아이스하키를 익힐 수 있다. 초보자들도 2시간씩 10회 정도 연습하면 경기를 할 수 있다. 스케이트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은 배우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비용은 링크 대여료를 포함해 보통 한 달에 10만∼15만원가량 든다.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위해선 보호 장비가 필수적이다. 초보자가 스틱·스케이트·숄더패드·헬멧·서포터 등을 갖추려면 100만원 가량 든다. 장비는 소모품인 탓에 실력과 기호에 따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 알수록 재미가 씽씽
아이스하키를 직접 즐기거나 재미있게 관전하려면 몇 가지의 룰을 아는 것이 좋다. 가장 대표적인 규칙으로는 오프사이드와 아이싱이 있다. 이들 반칙에는 벌칙이 부과되지 않고, 페이스오프로 경기가 재개된다.
●오프사이드 공격선수가 퍽보다 먼저 블루라인을 넘어 어택킹 존에 들어가 퍽을 잡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림1의 (1)과 같이 뉴트럴 존에서 퍽을 몰고 공격하는 A1선수보다 퍽을 갖지 않은 A2선수가 블루라인을 넘어간 다음 A1선수가 블루라인을 넘었을 경우 오프사이드 반칙이 된다.
또 (2)와 같이 선수A1이 뉴트럴 존에서 퍽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퍽보다 먼저 블루라인을 넘어선 선수2에게 패스를 해 그 퍽을 잡게되면 오프사이드 패스 반칙이 적용된다.
이럴 경우 뉴트럴존 페이스오프 스포트 또는 뉴트럴 존의 패스 지점에서 페이스오프를 한다.
●아이싱 그림2의 (1)(2)(3)과 같이 블루 또는 센터라인을 넘지 않은 상태에서 퍽을 패스하거나 쳐냈는데, 그 퍽이 어느 선수에게도 터치되지 않고 상대팀 골 라인을 넘었을 경우에 적용된다. 이 경우 페이스오프 지점은 반칙한 팀 수비지역의 엔드 존 페이스오프 스포트가 된다.
아이싱의 예외도 있다.(4)와 같이 퍽이 골 크로스를 통과해 골라인을 넘은 경우,(5)와 같이 퍽이 골라인을 넘지 않은 경우에는 아이싱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선수 퇴장으로 상대보다 선수가 부족한 팀이 아이싱을 했거나 상대팀의 아이싱 퍽을 잡을 수 있는데도 고의적으로 퍽을 잡지 않아 골라인을 넘었을 경우에는 아이싱이 선언되지 않는다.
■ 도움말 천성영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사무국장
●완전무장 안전무장
격렬한 몸싸움이 허용되는 아이스하키를 즐기려면 스케이트·스틱과 함께 안전 장비가 필수적이다. 스틱을 휘두르며, 퍽은 시속 200㎞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다니는 경기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활동성을 위해 직접 착용해 보고 사는 것이 좋다.
스틱 우드와 카본이 있지만 초보자들에겐 약간 무거운 우드 사용을 권한다. 퍽에 대한 감각과 두 손으로 잡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부러지는 것이 단점. 보관할 땐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둬야 한다.
스케이트상대 스틱이나 퍽 등에 강한 것이 좋다. 땀과 물에 의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발이 편하고 활동성이 높은 것이 좋다. 발의 볼이 넓은 사람들은 반드시 신어보고 사는 것이 좋다.
헬멧머리를 보호하는 기본 장비로 얼굴 보호망까지 달려 있다. 과거 NHL 선수들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모든 선수들이 착용해야 한다. 특히 링크에 자주 넘어지는 아마추어에겐 머리보호를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글러브 퍽이나 스틱으로 웬만큼 세게 맞아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첨단소재로 제작돼 스틱을 잡고 자유롭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땀으로 악취가 나므로 경기후에는 항상 잘 말려야 한다.
숄더패드 상체를 보호하는 가장 핵심적인 보호장치다. 갈비뼈가 시작되는 가슴부터 팔꿈치 바로 위까지 덮어줘 스틱으로 찔러도 아프지 않다. 오래 사용하는 장비여서 처음에 살 때 다소 비싸더라도 가벼운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하키팬츠 퍽이나 스틱에 맞을 위험이 큰 하체를 보호하는 장비다. 팬츠 내부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스펀지와 파이버로 채워져 있다. 처음부터 비싼 프로선수용 팬츠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엘보패드 부상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부분이 팔꿈치다. 상대방을 몸으로 방어할 때와 상대방에게 보디체크 당해 펜스에 부딪칠 경우에도 무의식적으로 팔이 올라가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신패드 무릎을 짚고 넘어지는 경우와 다리를 활용한 몸싸움에서 부상을 보호하는 장치다. 하키는 다리를 많이 활용하는 게임이므로 활동하기 편한 제품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서포터 급소를 보호하는 것으로 컵을 안에 넣게되어 있다. 다른 장비를 갖춰도 서포터가 없으면 링크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장비다.
기타 장비들을 넣고 다니는 무장백이 필요하고, 목보호대인 넥가드, 신가드와 스타킹을 고정하는 신스트랩, 스타킹을 고정시키주는 거들, 스타킹 등이 있다.1만∼2만원 정도 한다.
아이스하키 장비를 파는 대표적인 사이트로 이스틱(www.estick.co.kr)과 스포맥스(www.spomax.com)와 짐팩(www.jimpaek.com)등을 들 수 있다.
■ 도움말 김길영 이스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