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 성장](2)서비스업을 키우자
1998년 덴마크의 유명한 완구회사인 레고사가 경기도 여주에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를 30만평 규모로 조성하려 했다.2억달러 가량의 투자합의까지 마친 상태였다.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성사되지 못했다.이후 레고사는 독일로 가버렸다.
우리 국민이 올해 자녀의 유학비로 해외에 쏟아부은 돈은 20억달러.여기에 자녀들에게 별도로 보내는 송금을 포함하면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30억달러(3조 6000억원)는 연봉 5000만원짜리 교사를 무려 7만 2000명이나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우리나라는 굴러들어온 서비스 일자리는 차버리면서 교육·병원·골프장 등에서 매년 다른 나라에 숱한 서비스 일자리만 만들어주고 있다.‘한국의 서비스산업’과 정부 정책이 얼마나 한심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서비스업 GDP의 53%·고용의 62%차지
2000년 기준으로 서비스산업은 GDP(국내총생산)의 52.9%,고용의 61.1%를 차지하고 있다.실제 92년부터 2002년 10년사이에 제조업 부문 취업자는 75만명이 감소한 반면 서비스 부문 취업자는 445만명이 늘었다.서비스업 고용비중은 높아졌지만 개별 서비스업의 국제경쟁력은 취약한 실정이다.
서비스산업은 개인서비스(음식·숙박업,레저,스포츠,엔터테인먼트),기업지원서비스(운송,보관,도·소매,물류,금융,해운,컨설팅,법률,디자인,연구개발),사회서비스(교육,의료,공공서비스) 등으로 구분된다.
음식·숙박업은 지난 수년간 창업 붐과 은행 대출 경쟁을 타고 일자리 증가에 기여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최근에는 경기 침체속에 휴·폐업이 잇따라 고용이 위축될 전망이다.레저·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은 토지집약적인 산업으로 땅값이 싸야 하지만 싼 땅은 농지·임야,군사시설보호 등의 규제에 묶여 이용하기 힘든 상태다.
기업지원서비스업은 해운과 항공이 그런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이며 나머지는 취약하다.
디자인산업이 발달했더라면 부산의 신발산업과 대구의 섬유산업이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은 뼈아프다.
사회서비스산업의 수준은 더욱 한심하다.GDP 비중이 각각 5∼6%에 이르는 교육·의료서비스는 크게 뒤져있다.영어 하나 배우려면 외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고 암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가야 한다.물론 국내 서비스업의 낙후는 비싼 땅값과 기술 부족 등의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또 제조업 위주로 금융·세제를 지원한 반면 서비스업을 푸대접한 결과이기도 하다.그러나 정책이 앞섰다면 이런 후진에서 벗어났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지원·사회서비스등 고급화 급선무
정부는 얼마전부터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에 눈을 떠 서비스업 규제를 우선적으로 풀겠다고 밝혔다.관광·레저·스포츠 시설 건립과 관련한 과도한 토지이용 및 환경규제를 최대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지방자치단체가 추진중인 골프·스키장 건립 등도 지역특화발전특구법 제정을 통해 해결한다는 복안이다.특히 인천·부산·광양 등 경제자유구역내의 외국인학교와 병원·약국 등을 내국인들에게도 허용해 주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과 외국병원의 국내 진출에는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그리고 관련 단체들이 부정적이다.감사원이 관련 부처의집단이기주의를 감사 대상으로 삼겠다고 거론했을 정도이다.가장 지식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발전시키기는커녕 해당 부처와 이해집단들의 이기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고객이 나은 서비스를 찾아 국외로 이동하는데도 해당 부처와 이해집단 등이 관련 산업의 개방에 반대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여행객들이 해외로 나가 외화를 써가며 골프를 쳐도 여전히 국내에서 골프장 건설은 환경 규제 등으로 쉽지 않은 것은 문제이다.
선전에 180홀짜리 세계 최대규모의 골프장을 짓는 중국처럼 적어도 시화호 1700만평에 골프장을 전부 짓는 식의 과감한 발상전환이 서비스업 발전에 필요한지 모른다.
주병철 기자 bc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