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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와 함께일 땐 스마트폰 멀리해야…정서 발달 악영향 - 美 연구

    아기와 함께일 땐 스마트폰 멀리해야…정서 발달 악영향 - 美 연구

    아기를 돌볼 땐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어바인)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지속적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모성적 돌봄’(maternal care)은 아이 두뇌의 적절한 발달을 방해해 정서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아직 임상시험 중이지만, 동물 실험을 통한 결과에선 어머니가 아이를 보살필 때 매일 반복되는 방해 요소, 심지어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와 같이 겉보기엔 전혀 해가 없어 보이는 행동도 오랜 기간 반복될 경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탈리 바람 박사가 이끈 이번 연구진은 모성적 돌봄 패턴과 일관된 리듬이 예측할 수 있고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한 아이의 뇌 발달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일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모성적 돌봄으로 인해 아이가 청소년과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약물에 빠지고 혹은 우울증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오늘날엔 스마트폰을 너무 자주 확인하고 이용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 사실이므로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람 박사는 “우울증 등 정서 장애의 취약성은 우리 유전자 사이의 상호 작용과 특히 민감한 발달 시기의 환경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우리 연구는 모성적 돌봄이 미래에 자녀의 정서적 건강에 중요한 것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중요한 점은, 이 연구가 모성적 돌봄이 청소년의 행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관되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는 돌봄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아기를 돌볼 때 휴대전화를 끄고 예측할 수 있고 일관되게 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차분하거나 혼란스러운 환경 중 하나에서 자란 청소년 쥐의 감정 결과를 연구하고 어미 쥐의 양육 행동을 분석하는 수학적 방법을 사용했다. 어미 쥐의 돌봄 빈도와 일반적 특성은 두 환경으로 구별했다는 사실에도, 돌봄 패턴과 리듬은 크게 달라 새끼 쥐의 발달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하나의 환경에서는 어미 쥐가 ‘자신의 새끼를 물어죽이는’ 등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또한 이들의 자손은 사춘기 동안, 음식이나 또래의 놀이 행동에 관심이 적었다. 이는 쾌감 불감증 혹은 무쾌감증으로 알려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으로, 이런 조짐이 보이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경우에 무쾌감증은 난폭 운전이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모성적 돌봄이 쾌락 체계에 영향을 줘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박사는 “도파민을 수용하는 신경 회로는 신생아와 유아일 때는 성숙하지 못하다”면서 “이런 쾌락 회로가 성숙하기 위해선 예측할 수 있는 연속 사건에 자극되는 것이 중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아이가 충분하게 믿을 수 있는 모성적 돌봄 패턴에 노출되지 못하면 쾌락 체계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해 무쾌감증이 유발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구팀은 실제 어머니와 아기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성적 돌봄을 분석한 영상과 아이의 뇌 발달을 측정하기 위한 정밀 영상 기술, 심리 및 인지 검사를 통해 더욱 완전하게 이런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 목표는 쥐에서 발견된 메커니즘이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모성적 돌봄 패턴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으로 청소년의 정서적 문제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 최신호(1월 5일자)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패닉’ 휩싸인 中개미들 투매… “경제 구조적 한계” 위기감

    중국 증시가 연초부터 ‘패닉’으로 치달으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8월처럼 일시적인 급락 현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조적으로 중국 경제가 한계에 직면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중국 주식시장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4일 “중국의 주식 시장은 90% 이상이 개인투자자, 즉 ‘개미’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큰손’으로 행사하는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과 달리 아무래도 일시적인 충격이나 악재에 취약해 한쪽으로 치우치는 ‘쏠림 현상’이 곧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8월 폭락장 이후 대주주(5% 이상 보유)의 지분 매각을 막아 오다가 오는 8일부터 재개되는데, 이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이 투매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치를 계속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주가가 무너졌는데 심리적인 영향인지, 아니면 실물경제가 진짜 나쁜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제조업 PMI는 49.7로 5개월째 기준선 50을 넘지 못해 제조업 경기부진을 반영했다. 최 차관보는 중국 증시 급락의 파급력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 증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우리도) 연초부터 국제 금융시장이 이렇게 어지러워질 줄은 몰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우리가) 영향을 덜 받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은 15원가량 올랐고, 주가도 2% 이상 빠졌다”면서 “앞으로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정면 충돌로 국제유가도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셰일가스를 비롯해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일시적인 출렁거림은 있을 수 있지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부 시무식에서 “올해는 잠재돼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한순간에 잘못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냉정한 시각으로 대내외 리스크를 꼼꼼히 점검하고 약한 고리들을 보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19만명 중 90%가 女… 취약성보단 검진율과 연관

    19만명 중 90%가 女… 취약성보단 검진율과 연관

    40~50대 여성 상당수가 갑상선 호르몬 부족으로 피로하거나 어지러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아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나이 땐 갑상선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주로 40~50대에 건강검진을 많이 받아 질병 발견율이 높은 것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 41만 3797명 가운데 50대가 10만 6288명(25.7%)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에서도 여성(9만 2050명)이 90%에 육박했다고 27일 밝혔다. 여성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많은 이유는 여성이 자가면역 질환에 더 잘 걸려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70~90%가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인 ‘하시모토병’에 걸린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하지만 50대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특별히 이 질환에 취약해서가 아니라 건강검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주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보통 다른 질환이나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거나 건강검진을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이 50대여서 50대에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진료 인원은 50대에 이어 40대 8만 7586명(21.2%), 30대 7만 1586명(17.3%) 순으로 나타났다. 환자 수 자체는 50대가 많았지만, 10만명당 환자 수로 보정하면 연령이 높을수록 환자 수가 증가했다. 10만명당 50대 환자 수는 1325명, 60대는 1472명이다. 따라서 50대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잘 발생하는 연령층이라고 보긴 어렵다. 2010~2014년 인구 10만명당 갑상선기능저하증 연평균 증가율을 살펴봐도 남성과 여성 모두 60·70대 노년층에서 연평균 증가율이 높았다. 여성은 되레 30대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5.5%)이 40~50대(3.3~3.7%)보다도 높았다. 남 교수는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정신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임신 중이거나 임신 예정일 때 갑상선 기능 검사를 많이 하다 보니 가임기 여성에게서 진단이 늘어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도 건강검진율 증가와 연관이 있다. 2010년만 해도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31만 8349명이었으나, 연평균 6.8%씩 늘어 지난해만 41만 3797명이 병원에 다녀갔다. 5년 새 환자가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95% 이상은 갑상선 자체에 문제가 생겨 호르몬이 적게 생산되는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긴 중추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매우 드물다.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서서히 기능이 저하돼 대체로 증상이 약하다. 동작과 말이 느려지고 피로가 심해지며 변비, 체중증가, 서맥, 빈혈 등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난청, 우울증, 안면부종, 탈모, 관절통, 근육통, 고지혈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해야 하는지는 아직 논란이 있다. 나라마다 검사를 권하는 나이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거나 갑상선종이 있는 경우, 임신계획 중 또는 임신 초기 산모에게 검사를 권한다. 중증의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느려지고 혈압이 상승해 심장을 둘러싼 심낭에 물이 고이는 심낭삼출, 이로 인한 심장 비대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악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는 간단하다.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약물로 보충하면 2~3주부터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은 평생 호르몬을 보충해야 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학도 산업부 통상협력실장 일문일답 “準조세 아니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실장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중 FTA 비준동의안 의결 관련 정부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농어민을 위한 1조원 상생기금이 기업의 팔을 비트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업을 겨냥한) 준조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혜택으로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부금에 대해서 세액공제 7%, 손금산입 22%, 공정거래 사전심사 가점 부여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강력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학도 실장의 일문일답. →매년 1000억원 기금 마련이 가능할까. 기금 부족 시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민간 기업, 공기업, 농협·수협이 기존에 해오던 농수산물 구입 활동이나 수출 마케팅 지원 사업 등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취지다. 기금이 미달되더라도 예산조치나 추가적인 재정부담은 없다. 독려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 →농수산 분야에만 지원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소기업은? -한·중 FTA 체결로 예상되는 농어업 피해는 4800억원 정도이다. 현재까지 15개의 FTA를 체결해 오면서 농수산업에서 나타난 피해액과 취약성을 고려해 FTA와 전혀 관련이 없더라도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제조업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8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앞서 마련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돈 갚아라” 믿었던 그라민 은행이 집을 부쉈다

    “돈 갚아라” 믿었던 그라민 은행이 집을 부쉈다

    가난을 팝니다/라미아 카림 지음/박소현 옮김/오월의봄/384쪽/1만 7000원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여성이 억압적인 사회적·경제적 조건에 맞서 싸워야 하는 사회에서 해방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2006년 노벨위원회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와 그가 창설한 그라민 은행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면서 남긴 말이다. 1976년 치타공대 경제학과 유누스 교수가 빈민 42명에게 개인적으로 27달러를 빌려주면서 시작된 그라민 은행은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성지(聖地)’로 숭앙된다. 빈곤층, 저소득층 대상의 소액 대출을 뜻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지금은 마이크로파이낸스)는 빈곤 문제와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혁명적 대안’으로까지 평가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도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착한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과 실천 운동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라민 은행이 처음 시작된 마을의 사람들은 유누스를 자신들의 상황을 팔아 노벨상을 받은 ‘사채업자 유누스’라 부르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미국 오리건대 교수가 치밀한 현지 조사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가난을 팝니다’는 지금 지구촌에서 ‘혁명적 대안’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실상을 폭로해 눈에 띈다. 그라민 은행이 빈곤층에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줘 농방, 가게 운영을 통해 곤궁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평가와는 달리 빈민을 상대로 자본주의의 이윤을 확대하고 가난의 악순환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숙모, 오늘 그라민 은행에서 돈 받은 거 알고 있습니다. 사업할 돈이 필요한 조카에게 돈을 내놓는 게 숙모의 도리가 아닙니까.”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금을 받아 집으로 가던 노파가 저자에게 전한 조카의 협박이다. 돈을 내놓지 않는다면 다른 가족들이 돈을 내놓을 때까지 압박할 게 뻔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신입회원을 받는 그라민 은행 사무실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출금을 주기 전에 먼저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라민 은행은 자선기관이 아니라 기업이에요.” 일반적인 찬사와는 너무 다른 현실이다. 괴리의 모순은 ‘대출금 회수율 98%’에서 정점을 이룬다. ‘인구의 36%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어떻게 대출금 회수율이 98%나 될까.’ 저자가 파헤친 비밀은 충격적이다. “대출 담당자들은 이 회수율을 유지하라는 상부의 압박을 받고, 채무자들은 빚 상환을 위해 다른 기관에서 또 다른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은행은 친족 관계로 연결된 공동체를 악용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예를 자극하고 수치심을 이용해 연대해 빚을 갚게 만든다. 갚지 못하면 집을 부수기도 한다.” 이것 말고도 책에는 놀라운 사실이 수두룩하다. 대출을 받는 건 여성이지만 실제 사용자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농촌 여성은 남성이 자본에 접근하는 도구로 구성될 뿐 자본의 소유자가 아닌 셈이다. 은행이 여성에게 대출금 책임을 지운 건 여성의 지위의 취약성 때문이지 사업가적 능력 때문이 아닌 것이다. 수치심을 이용한 이윤 중심의 정책이 가족과 공동체 연대 개념에 깊은 균열을 만들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라민 은행을 비롯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은 대출 말고도 다른 금융상품이나 연금, 교육 대출, 건강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추세다. 비정부기구(NGO)들이 허약한 국가를 대신해 빈민을 위한 필수 서비스 제공자이자 중산층에 일자리를 주는 고용주로 변신해 ‘그림자 국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라민 은행과 조직화된 NGO들은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대출에 상품을 끼워 팔거나 양계업자로 만들거나 대출자 공동체에서 NGO 정책을 강변하게 하는 등 수혜자층에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킨다고 한다. 저자는 방글라데시에서 이런 모순과 파행에 대한 연구와 지적이 일고 있지만 서구 등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가지 못한 채 ‘혁명적 대안’이란 찬사에 묻혀 버리기 일쑤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결국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에 희생된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집단행동을 위한 시민집단을 조직화해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한국 60대 이상 가계빚 부담 세계 최고

    한국 60대 이상 가계빚 부담 세계 최고

    우리나라가 모든 연령층 가운데 60대 이상의 소득 대비 가계빚 상환 부담이 가장 높은 유일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빚 폭탄’이 터진다면 그 발화점은 ‘60대 이상 노령층’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지섭 연구위원은 18일 내놓은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에서 “60대 이상 고령 가구의 가계빚 상환 부담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고 주요국 중에서 최상위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94.9%), 프랑스(16.8%), 독일(37.5%), 네덜란드(105.4%) 등 주요 15개국과 비교해 지난해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빚 비율은 160.9%로 월등히 높았다. 전(全) 연령대 평균(128.2%)보다도 유일하게 높다. 고령층의 가계빚 부담이 커진 데는 저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완화 등의 구조적인 요인이 꼽힌다. 2006년 60~67세인 가구와 2014년 같은 연령대의 가구를 조사한 결과 2014년 가구가 소득과 비교해 평균 38%를 더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부채 상환 여력도 다른 나라보다 더 취약했다. 우리나라 고령 가구의 소득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연금과 이전소득(실업수당, 증여, 구제금 등) 비중은 29%로 독일(64.9%)과 네덜란드(74.2%)에 견줘 한참 낮다. 김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등 금융 여건이 급격히 변하면 소득 안정성과 자산 유동성이 낮은 고령층의 부채 상환 부담이 악화될 것”이라면서 “대출 구조를 비거치식·분할상환 방식으로 바꾸고 주택연금과 역모기지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공공 부문 개혁, 공기업으로만 제한하지 않아야”

    “공공 부문 개혁, 공기업으로만 제한하지 않아야”

    공공 부문 개혁을 공기업으로만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제3회 ‘정책 소통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주제발표를 했다.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컨벤션홀에서 ‘공공부문 경영 혁신을 통한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다. ●공공기관 혁신에도 예산 꾸준히 늘어 라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시장 실패 탓으로 공공기관이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공공재의 역할과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준정부기관, 비영리단체,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공공 서비스를 담당하고 전달하는 주체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국가의 재정적 부담 확대와 공공기관의 책임성 문제로 인해 공공기관 개혁 문제는 공기업에만 한정할 수 없는 정책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소유권을 쥔 공기업뿐 아니라 지원 대상인 준정부기관이나 비영리단체의 사업에 대한 정부의 재무적 책무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라 연구위원은 또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구조 조정과 조직 혁신을 꾀하지만 전체 숫자와 인력 규모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고 예산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 연구위원은 이어 공공기관 경영 효율 개념을 크게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영평가지표에서 보는 업무 효율, 인적 자원·재무 예산·보수 및 성과·노사 관리에 그칠 게 아니라 사업 관리와 리더십 등도 넓은 의미에서 경영 효율성, 생산성 제고 요소로 보자는 얘기다. 풀어야 할 과제도 빼놓지 않았다. 공공기관들이 국민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공공기관 성과 측정의 어려움, 지나친 성과 경쟁으로 인한 협력 문화 저해 등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역량과 경험을 아우른 기관장·감사 선임과 책임경영 창출을 위한 공공기관 구조 개선도 강조했다. ●“공공기관 CEO 소신 발휘 어려워” 송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함께 공공 부문의 세 축을 이루는 공공기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전력, 통신, 철도, 항만, 공항 등 산업 인프라를 맡는 국민경제 상부 구조에 자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으로는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 공공기관에 지정되지 않은 숱한 조직(방송공사, 금융기관, KT, 국공립 교육기관, 농협, 수협 등)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 점검을 손꼽았다. 또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한전, 코트라 등)으로 한다거나 ‘국민 생활 편익 증진과 공공 복리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한국가스공사 등)으로 한다는 공공기관 경영 목표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정치 권력의 이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셋째, 주인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공공기관 지배 구조의 취약성이다. 통상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주무 부처가 주인 역할을 하지만 권리만 행사할 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기다 노조는 ‘국민이 주인’이라며 정부의 지시에 저항한다고 했다. 최고경영자(CEO)는 임명권자와 노조 사이에서 소신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조직부터 접근하는 게 맞지만 길게는 사회 발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논의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선 하세정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이 ‘공공기관 기능 조정 추진 현황과 과제’를 발제하고 송상훈 경기연구원 박사와 곽학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미래기획부장, 임찬수 도로공사 기획부장 등이 경영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사기꾼 무서워 못합니까” 금융당국 일방통행에 은행들 골머리

    “사기꾼 무서워 못합니까” 금융당국 일방통행에 은행들 골머리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실명확인제(은행이나 증권사 영업점에 가지 않고도 계좌 계설이 가능한 제도) 도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올해 5월 ‘계좌 개설 시 실명확인 방식 합리화 방안’으로 제시한 6가지 비대면 인증방식 모두 신분증 위조, 대포통장 개설 등에 취약해서다. 제도 도입 시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금융권은 새로운 인증 방식을 추가하거나 시행 시기를 내년 초로 미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내 도입’을 공언한 금융 당국은 “사기꾼 무서워 혁신 못 하느냐”며 몰아붙이고 있다. 금융권은 “서둘러 새 방식을 도입했다가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금융사 몫”이라며 울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 금융위,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연구원, 금융결제원으로 구성된 사전 테스트 전담반(TF)은 5월 말부터 최근까지 25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때마다 시중은행들은 ‘보안 취약성’을 꾸준히 지적했다. 은행들은 ‘신분증 사본 제출’ 인증 방식에서 OCR(이름·주민등록번호·주민등록증 발급일자) 정보 이외에 행정자치부가 보유하고 있는 주민등록증 사진 정보를 대조·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분증 사본 제출은 고객이 신분증을 촬영하거나 스캔해 온라인으로 은행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와 행자부가 수개월 협상 끝에 우선은 OCR 정보만 금융사에 확인해 주는 것으로 지난달 결론이 났지만 이 정보만으로는 사진을 오려 붙인 위조 신분증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의 신분증 위변조 검증 시스템에서 신분증 인식률이 60~70%에 그치는 실정”이라며 “사진 정보가 없으면 가짜 신분증으로 대포통장을 개설하거나 가족 및 지인의 신분증을 이용한 차명계좌 개설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요구하는 추가 인증 방식은 ‘지문’이다. 고객이 온라인상으로 제출한 지문을 행자부가 수집한 지문 정보와 대조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말 당·정(새누리당·금융위) 협의 때도 은행권은 이 방식 도입을 공동 건의했다. 하지만 채택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개인의 생체정보(지문)를 민간 회사에 제공할 수 없다”며 행자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비대면 실명인증 방식도 대면 거래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수준의 감독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비대면 인증을 통해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금융사나 직원의 책임 소재를 대면 거래와는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은행들의 건의는 반영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은행들은 제도 도입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연내 관련 서비스 출시를 꺼리는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다”면서 “(당국에) 등 떠밀려 성급하게 내놨다가 사기 집단의 표적이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C은행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밥줄이 걸린 문제인데 금융 당국은 (빨리 생색낼) 건수에 더 신경 쓰는 눈치”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TF 회의에서도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 실무자에게 “연내에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얘기하라”고 몰아세웠다고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생래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은행들의 보수적 속성 탓에 금융 개혁이 더딘 측면도 있다”며 “금융실명제법상에서도 실명 확인만 규정하고 있지 인증 수단(신분증·지문 등)의 진위를 은행이 직접 확인하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보안 문제만 하더라도 사기꾼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지 사기꾼 무섭다고 자꾸 움츠러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주장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새출발 한·일 관계] (하) 안보 협력과 다자외교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이견과 갈등 속에서도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한 자리였다. ‘상황 관리 및 개선’에 무게가 실렸다. 3년 5개월 만에 한·일 정상의 만남을 재개하고, 한국 주도로 3년여 만에 한·중·일 3국 정상을 한자리에 모아 회의 정례화 합의를 주도한 것은 한국이 외교적 활동 공간을 넓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움직일 공간과 선택권을 넓히는 이니셔티브를 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국의 군사 강대국화, 남중국해 통항 자유권 논란, 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일본의 ‘보통국가화’ 속에서 한국 외교는 강대국 사이에 끼여 선택의 딜레마를 안고 고민해 왔다. 그 속에서 한·일 회담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으로 고조됐던 ‘한국의 중국 경사론’에 대한 미·일의 의심과 경계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다자적 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앞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 재추진 등 군사협력을 포함한 한·일 간 전방위적인 협력은 미·중·일의 삼각관계 속에서 한국의 입지 강화와 활동 공간 확대의 기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이 특정국에 일방적으로 경사돼 있지 않고 사안에 따라 국제 평화와 동북아 안정 등의 원칙과 명분 속에서 선별적인 선택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작지만 강한 국제사회의 선도국’임을 각인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자적인 관계 강화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더 필요하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에 ‘힘의 외교’를 대신할 ‘명분과 도덕의 외교’는 생명줄이다. 이런 차원의 연장선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몽골, 북한 등을 끌어들여 ‘동북아 안보대화’ 같은 협의체를 제도화하는 노력도 시도해 볼 만하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의 안보 등 탄력적인 협력은 두 나라의 대외 협상력과 활동 공간을 확대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슈퍼파워가 아닌 미들파워 국가이면서 전략적 공통점이 많은 한·일이 대미 및 대중 정책에 대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미·중으로부터 더 존중받게 될 것”이란 일본 내 한국 연구의 석학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의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 및 대북 억제에 대한 기대가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한국 대중 의존도의 비대칭성과 전략적 취약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존과 독자성, 교섭력 강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선택 카드와 대안이 필요하다. 주변국들과의 다자적인 네트워크 강화는 이런 점에서도 필수적이다. 한·일 관계 정상화는 한국의 외교 전략적 공간 확대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서울·광주·부산 도심권 범죄에 ‘취약’… 가장 안전한 곳 ‘경기’

    서울·광주·부산 도심권 범죄에 ‘취약’… 가장 안전한 곳 ‘경기’

    서울 도심권에서 각종 재난·사고와 범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와 중구는 화재, 범죄, 안전사고 등의 분야에서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감염병, 교통 분야에선 종로구와 중구가 나란히 4등급에 머물렀다. 자연재해 항목에선 강서구가 5등급을 받았다. 국민안전처가 4일 발표한 지역별 안전지수에서 서울 도심권은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낙제점을 기록했다. 다만 서울시는 광역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화재·교통 분야는 1등급, 자연재해와 감염병 분야는 2등급을 받는 등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안전처는 이날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화재·교통사고·범죄·안전사고·자살·감염병·자연재해 등 7개 분야에 대한 지역안전지수를 공개했다. 2014년 한 해 동안의 지역별 각종 통계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다. 안전처는 각 지역 7개 분야 안전도를 사망자 수와 발생빈도, 재난 취약 인구·시설 분포 등 총 35개 지표로 평가해 자치단체 유형별로 1∼5등급으로 분류했다. 지자체 유형별로 구분한 상대적인 안전 수준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유형의 지자체끼리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유재욱 안전처 안전기획과장은 “평가 기준의 절반 이상이 인구 1만명당 사망자 수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난약자 수, 기초생활수급자를 반영했으며 화재와 범죄 분야에선 음식·주점 등 세부 통계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유 과장은 “자연재해 항목은 7년간 점검해 온 지표가 있어 그것으로 대체했고, 다른 분야와 달리 정책 개선 노력 같은 정성적 평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하위 성적표를 받은 전국 특별·광역시의 도심권 구청들은 안전처의 발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심권에는 거주 인구가 적고 유동 인구가 많은데 인구 1만명당 사망자 수를 절대적으로 기준에 반영하다 보니 불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상주 인구는 13만명이지만 하루 유동 인구는 350만명”이라며 “외부 거주자의 사고까지 반영하다 보니 수치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거주 인구는 물론 유동 인구도 많은 강남 지역은 강남·서초구가 화재 분야에서 3등급, 교통 분야에서 2등급, 자연재해 분야에서 2등급(강남)·4등급(서초), 범죄와 안전사고 분야에서 3등급(강남)·4등급(서초)을 받았다. 주민의 체감 안전도에 더 근접한 시·군·구 지역안전지수를 보면 일부 대도시 도심의 안전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부산 중구와 광주 동구는 5개 분야에서, 서울 중구와 대구 중구는 4개 분야에서 최하등급을 받았다. 대구 달성군은 범죄를 제외한 6개 분야에서 최고등급을 받아 군 지역 중에서는 가장 안전 수준이 높았다. 경북 울릉군과 충북 증평군은 5개 분야에서, 서울 송파구, 부산 기장군, 인천 옹진군, 울산 울주군, 경기 수원·군포시는 4개 분야에서 1등급이 나왔다. 17개 시·도 중에서는 경기도가 여러 분야에 걸쳐 안전지수가 두루 높게 나타났다. 경기도는 7개 분야 중 자연재해와 범죄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반면 경기 북부 지역에서 의정부시, 동두천시, 연천군, 가평군이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구리시와 포천시가 바로 위 등급인 ‘4등급’을 기록했다. 세종시는 자연재해, 범죄, 안전사고, 자살 분야에서는 1등급이었지만 화재, 교통, 감염병 분야에서는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남은 범죄 분야에서 1등급을 받은 것을 빼고는 5등급 4개와 4등급 2개를 받아 광역지자체 중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전국 지역안전지수는 안전처 웹사이트(www.mpss.go.kr)와 생활안전지도 홈페이지(www.safemap.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 개선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 지역안전지수 보러 가기 안전처는 지역안전지수 개선 실적에 따라 우수 지자체에 소방안전교부세와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지역안전지수 공개를 계기로 한 해 3만 1000여명, 하루 85명꼴로 발생하는 안전사고 사망자 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무대 위 움직이는 건축

    무대 위 움직이는 건축

    ‘장르를 묻지 말라.’ 건축, 음악, 무용, 철학 등 여러 분야가 결합된 새로운 융·복합 예술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미국 공연단체 ‘디아볼로’(DIAVOLO)의 공연이다. 디아볼로는 프랑스 출신 예술가 자크 헤임이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설립했다. 스페인어 ‘디아’와 라틴어 ‘볼로’의 합성어로 ‘항상 쉬지 않고 도전하며 날아오르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자크 헤임은 조형물과 인체의 움직임을 조화롭게 결합한 작품을 추구한다. 그는 “나는 안무를 연출하지 않는다. 움직임을 연출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디아볼로의 정식 명칭은 ‘디아볼로-아키텍처 인 모션(움직이는 건축)’이다. 디아볼로는 도형, 조형물, 건축물을 활용해 삶 속에서 한계와 장애물을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발레, 현대무용, 무술, 암벽등반 등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통해 믿음, 사랑 등의 메시지를 전한다. 공연엔 소파, 문, 계단 같은 일상적인 구조물부터 구멍이 숭숭 뚫린 반구형 달, 바퀴 모양의 기이한 조형물 등이 등장한다. 공연은 2부로 구성됐다. 1부 ‘플루이드 인피니티즈’, 2부 ‘트라젝투아르’와 ‘휴마시나’다. ‘플루이드 인피니티즈’는 자크 헤임의 최신작으로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반구형 구조물을 중심으로 미래를 향한 항해, 무한한 우주 안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라스의 3번 교향곡을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다. 트라젝투아르는 보트 모양의 조형물을 중심으로 난관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 정신의 초월성을, 휴마시나는 거대한 바퀴 모양의 구조물을 중심으로 나날이 확장돼 가는 기술 세계에서 인간 정신의 취약성과 인내력을 구현했다. 자크 헤임은 “공연을 통해 인간의 몸을 하나의 구조물로 보면서 건축적 구조물과 어떻게 소통하는가를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디아볼로는 2007년 LA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다음달 3~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7만~15만원. (02)525-853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생명의 窓] 한국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기다리며/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생명의 窓] 한국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기다리며/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말라리아 치료법을 개발한 중국의 투유유, 그리고 회선사상충 치료법을 개발한 아일랜드의 윌리엄 캠벨과 일본의 사토시 오무라가 받았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매개로 한 기생충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약 2억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매년 50여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데 사망자 중 대부분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다. 말라리아는 개발도상국과 후발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말라리아의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퀴닌 계열의 약물에 내성을 가진 말라리아 원충이 나타남에 따라 1950년대에 다시 말라리아가 번성할 조짐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1967년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약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523(1967년 5월 23일에 시작)에 착수했다.투유유는 1955년에 베이징대 의대 약학과를 졸업한 후 2년 반 동안 서구 의학을 바탕으로 한 중의학 과정을 밟았다. 그녀가 총괄한 프로젝트 523에서 연구원들은 총 2000종의 약초를 대상으로 연구했고 그중 말라리아에 듣는 약물 640가지를 취합해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을 시행했다. 그중 ‘청호’로 불리는 약초로부터 유효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의 추출에 성공했다. 그 후 아르테미시닌은 말라리아로부터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현재는 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내성 발생을 가능한 한 늦추기 위해 아르테미시닌 단독 요법이 아닌 다른 말라리아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칵테일 처방이 말라리아의 1차 치료로 권고된다.회선사상충의 치료제인 이버멕틴은 일본의 사토시 박사가 골프장 근처의 토양에서 발견했다. 그는 토양 속에서 항균 가능성이 있는 세균들을 발견해 연구제휴 협약을 맺은 미국 제약회사인 머크의 연구소로 보냈다. 연구팀의 리더였던 윌리엄 캠벨은 사토시가 보낸 세균 배양물에서 이버멕틴 화합물들을 분리한 후 구조를 변형해 약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약물은 대부분의 사상충 감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회선사상충은 자충이 눈을 침범해 실명을 초래한다. 모기나 파리에 의해 매개되는 이들 기생충 감염 질환은 특히 후발 개발도상국 국민의 삶을 어렵게 했다. 놀랍게도 머크사는 자신들이 힘들게 개발한 이버멕틴을 모든 회선사상충 환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심지어 림프사상충증 치료용제로 기증하기 시작했다. 이번 노벨상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보여 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더욱 첨단의 연구에 집중해 왔지만 그동안 잊혔던 다수의 환자들은 경제적 취약성 때문에 의학 연구에서도 외면됐다. 2015년 노벨상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게 함으로써 다시금 ‘인류를 위한 기여’의 의미를 확인시켜 주었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경제성과 단기적 성과를 강요하는 연구 풍토가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투유유도 사토시 오무라도 없을 것이다. 연구 생태계의 다양성과 생산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열심히 연구하는 한국 과학자들을 믿고 장기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우리 민족도 전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 한은, 기준금리 낮출수록 美금리 인상 충격파 커진다

    한은, 기준금리 낮출수록 美금리 인상 충격파 커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수록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기준금리 수준 변동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년간 금리를 3% 포인트 인상하면 국내 18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1.26% 포인트(16조 8000억원)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자체적으로 만든 ‘시스템적 리스크 평가모형’(SAMP)에 따라 18개 국내 은행을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예외적이지만 발생 가능성이 있는 충격에 대한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하는 평가 분석방법이다. 이번 테스트 결과는 지난 6월 한은이 금융안정보고서에 공개한 테스트 결과(총자본비율 1.23% 포인트 하락)보다 충격 정도가 0.03% 포인트 더 커진 것이다. 한은이 지난 6월 11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 포인트 내리면서 이전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할 때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좁혀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일부 시중은행의 자산건전성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질 것임을 알면서도 한은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지금(연 1.5%)보다 0.25% 포인트 더 내려갈 경우 국내 은행의 총자본비율 하락 폭은 1.26% 포인트(16조 8000억원)에서 1.29% 포인트(17조 2000억원)로 0.03% 포인트 더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연 0∼0.25%인 정책금리를 2017년까지 연 2∼3%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열린세상] 사고를 막는 안전문화가 절실하다/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열린세상] 사고를 막는 안전문화가 절실하다/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사회가 발전할수록 생명, 환경 그리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이를 위한 투자도 증가한다. 첨단기술은 우리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신경 써야 할 현상과 위험 요소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자동차는 그 속도에 맞는 제어장치와 에어백, 도로 조건이 필요하고, 거대 건축물은 그 규모에 맞는 안전기준과 감리가 필수적이며, 대형 선박은 수송 능력에 맞는 선체검사와 관제 시스템으로 관리돼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실수를 하더라도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을 인정하면서 한편 누구나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크고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실수나 기계적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갖추어 놓아야 한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이를 ‘심층방어 철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겹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사고, 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각각의 안전장치에 숨어 있는 오류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결합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다중의 방어 체계가 일시에 뚫려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두고 ‘조직사고’라고 부른다. 조직사고 개념을 제시한 영국의 제임스 리즌 교수는 조직사고를 예방하려면 조직 전반에 내재한 다중 방어체계를 관리하는 수단이 필요한데, 유일한 방법은 안전문화를 정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강력한 안전문화로 무장된 조직은 다중의 방어체계를 스스로 허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오류를 찾아내어 시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전하는 기술과 더불어 발생 가능한 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려면 기술적인 안전장치뿐 아니라 제도적·조직적으로도 다중의 심층 방어 개념을 보완하는 안전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안전문화의 개념은 1986년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30여년간 원자력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안전문화가 강조되는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에서와 같이 한 번의 사고로도 원자력 산업의 존폐가 갈릴 수 있고, 사고의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안전문화의 정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어느 개인보다는 그룹, 사회 혹은 국가와 관련되며 안전문화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본질에 맞게 바라보아야 한다. 개념과 가치가 조직이나 사회의 다수에 의해 인식되고 수용되며 실천될 때까지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할 수 없다. 안전문화는 최고 관리자가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여러 모임에서 반복한다고 해서 정착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개개인이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인식해 이를 실천하고, 이러한 개념과 인식이 조직과 사회 전반으로 공통의 가치, 본질적인 행동양식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특히 조직의 취약성을 극복하려면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접할 기회가 많은 현장 종사자들이 안전문제를 찾아서 보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은 바로 조직,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역할이자 문화다. 안전문화의 기본은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교훈으로 삼는 데서 출발한다. 안전이 최우선인 조직 문화의 정착을 위해 개인은 눈에 보이는 위험이 없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아무리 사소한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도 결코 이를 간과하거나 방치하지 않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없는 발전소가 아니라 문제를 많이 발견해 알리고 안전하게 조치하는 발전소다. 조직 스스로 개선해 나아가려는 과정에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격려하되 은폐나 비리에는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원전의 안전문화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서부전선의 나흘, 평화는 공포의 자식일 뿐인가/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서부전선의 나흘, 평화는 공포의 자식일 뿐인가/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평화란 공포의 자식’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경구를 새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나흘이 흘렀다. 느닷없는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과 이에 따른 우리 군의 응전, 그리고 뒤이은 북의 ‘48시간 최후통첩’과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이뤄진 남북 간 고위급 대화 합의, 그리고 밤을 넘겨가며 진행된 남북 간 대화는 분단 70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롤러코스터 위에 서 있는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전면적 무력 충돌 직전 남북 간 대화가 성사된 반전이 보여 주듯 이같이 위태로운 평화나마 지켜 내려면 앞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공을 들여 힘의 우위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 가늠케 하기에도 충분하다. 그제부터 이어진 남북 간 고위급 대화가 무엇을 합의했고, 무엇을 합의하지 못했든 간에 이번 북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사태는 일단 북의 실체와 관련해 비교적 명확한 시사점 몇 가지를 제시해 준다. 우선 북한 지도부가 안고 있는 ‘두려움’이다. 지난 4일 북측의 서부전선 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 당국이 10일부터 휴전선 확성기를 통해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자 김정은 체제는 불과 보름도 견디지 못한 채 주먹을 휘둘렀다. 기껏해야 20㎞ 남짓 떨어진 곳에서밖엔 들을 수 없는 확성기 방송이지만 북의 3대 세습 체제는 그런 제한적 심리전조차 몹시 아파했다. 체제의 취약성을 스스로 드러냈다. 한·미 연합전력과 우리 군의 단호한 응전 태세에 대한 북의 두려움도 일단을 드러냈다. 주먹을 휘둘렀지만 제대로 때리지는 못했다. 아니, 안 했다. 마땅히 타격목표가 됐어야 할 대북 확성기를 피해 엄한 야산에 포탄을 날렸다. 최후통첩 뒤로 허겁지겁 대화에 매달렸다.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퍼부어질 한·미 연합전력의 위력을 그들도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강력한 억지력만이 평화를 지켜 준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대화와 대립, 무력 충돌이 숨 가쁘게 한반도를 종횡으로 가르는 반전의 역사를 한동안은 더 지켜봐야 할 우리의 숙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판문점에서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북은 동·서해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함 50여척을 기동시키는 양동 작전을 전개했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2년 4월 발사한 은하3호 로켓의 사거리를 뛰어넘어 미국의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성능을 내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탄두 소형화 작업과 더불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전 배치가 가능해질 3~5년 뒤면 이른바 북의 대남(對南) 비대칭 전력이 가시화하면서 한반도 안보지형 전체가 뒤흔들리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어제 그제 이어진 북의 도발과 대화 제스처에 일희일비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무력 충돌의 위기와 대화가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는 지금 정작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김정은 체제가 드러낸 두려움의 일단이나 화전 양면전술의 이중적 태도를 넘어 이런 미래 위협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북의 비대칭 전력이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하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가 한뜻, 한목소리로 저들에게 맞설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오늘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영령 앞에서 둘로 갈라져 싸우는 나라다. 올해를 광복 70주년으로 볼 것인지 해방 70주년으로 볼 것인지, 건국 67주년으로 볼 것인지 정부 수립 67주년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도 둘 셋으로 갈라져 도무지 타협할 줄을 모르는 나라다. 이 전 대통령을 한쪽에선 ‘남북 분단의 원흉’으로 몰아세우고 또 다른 쪽에선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드는 이념적·정치적·정서적 분단의 현실 속에서 과연 남북 분단이라는 민족적·역사적 비극을 끊어 낼 힘을 우리가 지니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 너머로 안보 위기 속 국론 분열을 막을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하다. 북의 도발 앞에서 책임론부터 꺼내 들거나 전격적인 남북 고위급 대화 성사를 놓고 공을 다투며 정치적 득실 계산에 골몰하는 소아적 리더십부터 버리는 게 첫걸음일 것이다. jade@seoul.co.kr
  • 中 증시 급등락 지금이 바닥인가 아직도 거품인가

    中 증시 급등락 지금이 바닥인가 아직도 거품인가

    중국 증시가 심상치 않다. 앞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 12일 연중 최고치(5166.35)까지 올랐다. 이후 3주 동안 32.1% 폭락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책을 쏟아내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롤러코스터’ 증시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 향후 중국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극명하게 나뉜다. “더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 바닥’이라는 의견과 “아직도 거품이 빠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은 5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중국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 사장은 “중국 증시의 폭락은 잘못된 신용거래 때문”이라며 “경제성장률이 안정화되는 국면에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6월부터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 후유증이다.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7월 연중 최저점(2172.1)을 찍은 뒤 1년 만에 140% 가까이 올랐다. 개인투자자들도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해 2600억 위안(약 49조원) 수준이던 신용거래는 올 6월까지 1조 4800억 위안(약 280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중 장외에서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려 유입된 자금도 4400억 위안(약 83조원)이나 됐다. 중국 당국이 장외 불법신용거래 단속에 나서면서 지난 6월 주가가 대폭락한 뒤 반등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현 삼성자산운용 차장은 “악성매물(개인 신용거래 매물)이 모두 해소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 동반 폭락했던 기업들은 반등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중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 물량은 10~20% 수준까지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 효과가 하반기에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바닥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종혁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낮추던 양적완화 효과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실물 경기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65%로 미국, 영국, 일본의 절반 수준인 것도 주가 상승을 점치는 근거다. 다만 당분간은 3500~4000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횡보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거품론’을 주장하는 진영은 “정부 정책으로 중국 증시를 부양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춘수 외환은행 PB 차장은 “중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나 경기 회복 조짐과 무관하게 중국 증시가 투기성 수요로 지난 1년 동안 과열 조짐을 보였다”며 “중국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지수가 2000 후반대까지 떨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수가 고점에서 1500포인트나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의견이다.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해 ‘닥터 둠’이란 별칭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주가 급락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전방위적 조치를 취했지만 주가가 반등 후 재차 하락하며 정책의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자금 흐름을 교란시키고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연 7%대 유지)와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경제구조 개혁도 상충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고속성장 시절에 연간 GDP 대비 45% 투자가 일어나며 자원 낭비와 부채 증가 등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며 “연착륙을 위해선 구조개혁이 필수적인데, 이를 마무리할 때까진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바닥론자들은 중국 증시 회복까지 앞으로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19개월 아기보다 작은 엄마 사연

    19개월 아기보다 작은 엄마 사연

    희귀 질환 때문에 자신의 아기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여성의 사연이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잉글랜드 버킹엄셔 밀턴케인스에 사는 매리 앤드루스(32)는 자신의 어린 아들 마크보다 키가 두 배 가까이 작다. 생후 19개월 된 마크는 키 81cm, 어머니 매리는 ‘취약성 골절’이라는 희귀 질환 때문에 키가 48cm밖에 되지 않는다. 한창 뛰어놀 때인 마크. 활기 넘치는 아이 덕분에 매리는 뼈가 부러지는 일이 빈번하다. 매리는 “생후 3개월 된 마크의 기저를 갈 때였다”며 “아이가 발버둥치는 바람에 난 넘어졌고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거실에서 노는 아이의 모습을 올려다 봐야 하기에 때론 아이가 거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매리. 하지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만 있다면 아이가 실수로 내 몸 위에 넘어져 내가 심각하게 다치더라도 그 추억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매리는 뼈가 너무 약해 아이를 안아줄 때도 등과 무릎 위에 쿠션을 받쳐야만 한다. 또 안을 때 힘을 많이 주면 뼈가 부러질 수 있어 꽉 안을 수도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200번 이상의 골절상을 경험한 매리는 스스로 걷거나 서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의 남편 댄(34)과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꿈을 이뤘을 때 이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매리는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마크는 기적의 아이”라면서 “단순히 그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고 말했다. 또 “부모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기쁨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마크는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다. 매리는 스스로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처음에는 입양을 계획했다. 하지만 입양 기관들은 그녀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거절했다. 그래서 매리와 남편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웠고, 부부는 2013년 11월 3.62kg의 건강한 몸무게인 마크를 얻게 됐다. 매리는 “우리는 또 다른 어머니(대리모)가 마크를 대신 낳아줘 감격했다”며 “우리는 그녀에게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리가 겪고 있는 취약성 골절은 골형성 부전증이라고도 불린다. 이 질환은 골격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백질인 콜라겐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발생한다. 따라서 매리의 몸은 콜라겐을 충분히 생성하지 못해 뼈가 매우 약하고 성장도 매우 더디다. 그녀는 합병증으로 척추 측만증과 호흡기 장애, 심장 질환도 앓게 됐다고 한다. 매리는 “내 어머니는 이미 나와 똑같은 상태였던 오빠 마크를 잃었고 의사들도 내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리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지난 세월 수차례 목숨을 잃을 위기에도 처했지만 꿋꿋하게 자랐고 이제 한 아이의 어머니로 삶을 살고 있다. 부부는 둘째 아이도 가질 계획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9개월 아기보다 작은 엄마 사연

    희귀 질환 때문에 자신의 아기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여성의 사연이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잉글랜드 버킹엄셔 밀턴케인스에 사는 매리 앤드루스(32)는 자신의 어린 아들 마크보다 키가 두 배 가까이 작다. 생후 19개월 된 마크는 키 81cm, 어머니 매리는 ‘취약성 골절’이라는 희귀 질환 때문에 키가 48cm밖에 되지 않는다. 한창 뛰어놀 때인 마크. 활기 넘치는 아이 덕분에 매리는 뼈가 부러지는 일이 빈번하다. 매리는 “생후 3개월 된 마크의 기저를 갈 때였다”며 “아이가 발버둥치는 바람에 난 넘어졌고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거실에서 노는 아이의 모습을 올려다 봐야 하기에 때론 아이가 거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매리. 하지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만 있다면 아이가 실수로 내 몸 위에 넘어져 내가 심각하게 다치더라도 그 추억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매리는 뼈가 너무 약해 아이를 안아줄 때도 등과 무릎 위에 쿠션을 받쳐야만 한다. 또 안을 때 힘을 많이 주면 뼈가 부러질 수 있어 꽉 안을 수도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200번 이상의 골절상을 경험한 매리는 스스로 걷거나 서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의 남편 댄(34)과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꿈을 이뤘을 때 이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매리는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마크는 기적의 아이”라면서 “단순히 그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고 말했다. 또 “부모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기쁨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마크는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다. 매리는 스스로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처음에는 입양을 계획했다. 하지만 입양 기관들은 그녀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거절했다. 그래서 매리와 남편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웠고, 부부는 2013년 11월 3.62kg의 건강한 몸무게인 마크를 얻게 됐다. 매리는 “우리는 또 다른 어머니(대리모)가 마크를 대신 낳아줘 감격했다”며 “우리는 그녀에게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리가 겪고 있는 취약성 골절은 골형성 부전증이라고도 불린다. 이 질환은 골격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백질인 콜라겐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발생한다. 따라서 매리의 몸은 콜라겐을 충분히 생성하지 못해 뼈가 매우 약하고 성장도 매우 더디다. 그녀는 합병증으로 척추 측만증과 호흡기 장애, 심장 질환도 앓게 됐다고 한다.매리는 “내 어머니는 이미 나와 똑같은 상태였던 오빠 마크를 잃었고 의사들도 내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리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지난 세월 수차례 목숨을 잃을 위기에도 처했지만 꿋꿋하게 자랐고 이제 한 아이의 어머니로 삶을 살고 있다. 부부는 둘째 아이도 가질 계획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단독] [엘리엇 사태의 교훈-기업도 변해야 산다] 대주주 책임경영 강화하라

    [단독] [엘리엇 사태의 교훈-기업도 변해야 산다] 대주주 책임경영 강화하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삼성과 엘리엇의 결투’가 17일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기습 공격은 ‘투기자본이 대한민국 대표 기업을 먹으려 한다’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2003년 ‘소버린 사태’나 2006년 ‘칼 아이컨 사태’ 등 해외자본에 국내 기업이 공격당할 때마다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음에도 지금껏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것은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국내 기업 문화에도 큰 원인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각 입찰 결과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주인으로 낙점됐다. 낙찰가는 무려 10조 5500억원으로 감정가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현대차 측은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통 큰 결단”이라고 강조했지만 나라 안팎에서 “주주 이익을 무시했다”는 후폭풍이 일었다. 이사회 배임 논란까지 불거졌다. 당시 25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반 토막(17일 종가 12만 3500원) 났다. #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은 연봉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러자 연간 수십억원을 받는 재벌 총수들의 이름이 슬그머니 등기임원 명단에서 사라졌다. 올해도 10대 대기업 가운데 LG와 롯데를 제외하고 오너 경영인이 계열사 등기임원인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등기임원 보수를 공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직전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이들은 법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체 주주가 아닌 특정 1인(지배주주)의 막대한 권한과 이익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이런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그로 인한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의 엘리엇’에 공격당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위장된 축복이란 외환위기가 우리 경제에 하나의 발전 계기가 된 것처럼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책임경영을 우선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이번 엘리엇 사태는 우리 기업 지배구조의 혈을 찔린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한고비 넘겼다고 나태하게 생각하다가는 회복 불가능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삼성도 반성해야 한다. 냉정하게 따져 보면 이런 합병 비율이 주주들에게 어떻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합병 전 삼성물산 주가를 보면 시장가만큼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며 “책임 있는 경영진이라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모두 물러났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기획팀장은 “앞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논의가 활발해질 텐데 지금처럼 재벌 총수들이 제왕적 행태를 계속하면서 (방어 수단만) 달라고 하면 오히려 반대 논거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어 수단에 대해서도 좀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팀장은 “(주식에 따라 의결권을 달리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의 경우 중소기업이나 신생 벤처기업에 적합하다”면서 “선진국도 창업자 1세대에만 적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처럼 이미 오래전 상장된 회사에 도입을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외국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불신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기관투자가협의회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의 상장을 금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은 등기 여부와 상관없이 최고경영자(CEO), 재무책임자(CFO), 보수 총액 기준 상위 3명의 연봉을 의무공시한다. 프랑스는 국영기업 임원의 연봉을 45만 유로(약 5억 6000만원)로 제한하고 있다. 홍콩이나 중국 상장기업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 투자를 하거나 이해관계자와 거래(내부 거래)를 할 때면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사회 결정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소버린(2003), 헤르메스(2004), 칼 아이컨(2006) 등 헤지펀드 공격으로 우리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난 뒤에도 왜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무산됐는지를 보여 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주주의 지분에 비해 통제하는 회사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 소유와 지배 간에 괴리가 생긴다”며 “이를 정리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제도를 도입하는 건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쥐락펴락하는 것을 합리화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승계 문제와 순환출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재벌 지분구조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올해 6월부터 상장기업에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반 재무제표는 물론 지배구조에 관계된 비재무정보, 공시 이외 정보도 적극 제공해야 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견제 없는 권력’ 기무사 쇄신 목소리 커진다

    군사 보안과 방첩을 주 임무로 하는 국군기무사령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기무사 직원이 금품을 받고 국가기밀을 파는가 하면 국가 안보의 핵심 정책이 될 수도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문건을 중국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아 구속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문은 군 내부에서 수십년간 견제받지 않고 권력기관으로 자리잡으며 이른바 ‘갑질’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기무사에 대해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무사는 지난 3일 국방정보보호 콘퍼런스를 열고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 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과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군 전체를 계도한다는 입장에서 국방보안연구소의 보고서를 통해 군 내부 정보유출의 심각성, 특히 개인 컴퓨터 보안의 취약성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보안을 위해 장병이 인가받지 않은 USB를 사무실 컴퓨터에 접속하는 경우, 전역 예정자가 인가된 USB에 접속해 비밀을 저장하는 경우, 지휘관이 새벽 2시와 같은 심야를 틈타 정부 업무처리 시스템에 접속하는 경우, 전역 예정자가 공휴일에 다량의 문서를 출력하는 사례 등을 주의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이 같은 보안 절차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사드 문건 유출 의혹 사건의 경우 인가받은 기무사 장교가 내부 인트라넷의 정보를 자신의 SD카드에 마음대로 저장해 중국 측 정보 기관 요원에게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기밀의 경중과 관계없이 보안망이 내부 요원의 기강 해이에 속수무책으로 뚫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문제는 기무사의 기강 해이가 이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4월 기무사 군무원 변모씨 등 2명은 무기중개업체에 2급 군사기밀 등을 유출하고 1500여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이들은 방위산업체에서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을 임무로 했지만 정작 이들이 군사기밀을 유출한 것이다. 한 달 뒤에는 기무사 소속 양모 소령 등 전·현직 장교가 전략물자인 소총 탄창 3만여개를 자동차 오일필터로 위장해 레바논에 밀수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3월에는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에서 북한의 무인기가 연이어 발견됐지만 정작 기무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에게 무인기와 북한의 연관 가능성을 조기에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8일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기무사 조직에 대한 전면적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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