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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아산, 복강경 췌담도 종양수술 100회 돌파

    국내 의료진이 고난이도 외과수술로 꼽히는 췌담도 종양절제술을 개복이 아닌 복강경으로 하는 방식으로 100회를 돌파했다.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김송철 교수팀은 2007년 5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초기 췌장암 등 췌담도 종양 환자에게 실시한 복강경 위유문 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이 100회를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수술을 100회 이상 기록한 곳은 세계적으로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뿐이라고 병원 측은 덧붙였다. 이 수술법은 췌장이나 담도에 종양 등이 생겼을 때 위 아랫부분인 유문을 보존하고 췌장 머리 부분, 십이지장, 공장, 담낭, 담도 등을 절제한 후 췌장과 공장, 간과 공장을 문합(吻合)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수술로 꼽힌다. 의료진에 따르면 복강경을 이용한 이 수술의 합병증 발생률은 개복 수술과 비슷했으며 개복수술 시 20일이 걸렸던 입원 기간도 평균 11일로 단축됐다. 또 최소 절개로 상처와 통증이 줄었고, 수술시간은 9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었다. 김 교수는 “이 수술을 보편화시킬 수 있는 수술방법의 표준화를 마련하고 일반적으로 적용시키기 어려운 중증 췌장암 등에 대한 고난도 복강경수술 가능성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임상 결과는 지난달 미국 소화기 및 내시경외과학회에서 발표됐으며 미국 복강경학회지 게재를 앞두고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국내 연구진, 라스단백질 활성 제어 원리 확인

    국내 연구진, 라스단백질 활성 제어 원리 확인

    어려운 학문적인 얘기를 다 생략하면 ‘항암제’는 간단히 ‘암세포를 죽이는 약’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항암제는 많은 경우 일정 수준까지 암세포를 줄이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대장암이나 췌장암 등이 완치율이 떨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도 항암제로 일정 수준 이상의 치료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다. 의학·생물학계에서는 정상세포에 주는 영향을 줄이고,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골라서 죽일 수 있는 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가장 큰 한계를 ‘라스단백질’로 꼽고 있다. 라스단백질은 세포성장신호를 조절하는 중요한 단백질로, 약 30%의 암 환자에게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특히 대장암 환자의 경우 30~50%, 췌장암은 90% 이상의 환자에게서 라스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최강열 연세대 교수팀, 국제 학술지에 연구결과 게재 라스 돌연변이는 암을 유발하는 동시에 항암제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라스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30년 전부터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학계는 수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라스가 정상적인 위치가 아닌 세포막으로 이동하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로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라스 이동을 막아 암 발생을 억제하는 항체항암제가 다수 개발됐다. 하지만 라스 이동을 막는 항암제는 라스 돌연변이가 생긴 환자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점이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이 때문에 돌연변이 단계 이전의 라스 자체를 제어하는 항암제 개발이 암 치료의 주요한 전기로 평가돼 왔다. ●국내·외에 특허 출원중 국내 연구진이 이런 라스단백질의 활성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밝혀냈다. 최강열 연세대 교수는 9일 “라스단백질에 인산을 붙여 분해하는 방식으로 라스의 활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시그널링’ 10일 자에 게재됐다. 최 교수팀은 현재 이 원리를 국내·외에 특허출원 중이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 신호체계를 저해하는 인산화 효소가 라스에서도 같은 작용을 한다는 점을 찾아냈다. 인산화 효소와 만난 라스는 단백질 복합체와 결합해 세포 내 단백질 분해장소로 이동한 뒤 분해돼 없어졌다. 이는 암 유발 자체가 억제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돌연변이 발생으로 기존 항암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암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항암제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라스를 분해하면 인체에 흡수가 잘되는 항암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방사선 암 치료 ‘토모테라피 3세대’ 효과·범위는

    방사선 암 치료 ‘토모테라피 3세대’ 효과·범위는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더 넓게, 더 정밀하게’ 진화하면서 치료 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다룰 수 있는 암의 종류도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서울 코엑스호텔에서 열린 ‘토모테라피 교육심포지엄’에서는 이런 방사선 치료의 진화가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로 확인됐다.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방사선종양학 전문의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각 주제 연구자들의 발표 자료를 정리하면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의 진화는 방사선 치료의 대명사 격인 ‘토모테라피’의 변화에서 확인된다. 토모테라피란 방사선 치료기와 진단용 컴퓨터 단층촬영(CT)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른다. ●두경부암에서 폐암·간암까지 방사선 치료기인 토모테라피를 이용한 암 치료 영역은 초창기만 해도 주로 전립선암·두경부암·다발성암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정밀도가 떨어져 두경부암의 경우 병변 주변의 정상 조직 손상을 피할 수 없었고 이런 손상은 행동이나 언어장애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때를 토모테라피 1세대로 구분한다. 이후 뚜렷한 진화 양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2세대로 구분한다. 이 때부터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암의 종류도 전립선암·두경부암·다발성암에 간암과 재발성 전이암 등이 추가됐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3세대 들어서였다. 방사선 조사 방식이 바뀌면서 체내 깊은 곳에 위치한 폐나 뇌 부위의 병변까지 다룰 수 있게 됐다. 1∼2세대의 치료 범위를 아우른 것은 물론 이전에는 토모테라피로 다루기 어렵다고 여겼던 유방암·췌장암·간암·폐암·뇌종양 등 거의 모든 암이 치료 사정권에 들어왔다. 이처럼 극적으로 치료 범위가 확대된 데는 방사선을 활용하는 기술의 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작년부터 건강보험 요양급여 적용 암 치료를 겨냥한 표준 방사선치료기(선형가속기)는 1950년대에 미국 스탠퍼드병원에 처음 설치됐다. 단순한 2차원적 치료로 출발한 방사선 치료는 이후 3세대 들어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3DCRT),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IMRT), ‘영상유도 방사선치료’(IGRT) 등 첨단 기능이 추가되면서 빠르게 치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방사선을 조사해 복잡한 형태의 종양을 치료할 때 주변 정상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난제는 종양의 위상을 3차원으로 정밀하게 파악해 360도 전방위에서 방사선을 조사함으로써 기존 치료 방식에서 드러난 치료 오차와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3DCRT’ ‘IMRT’ ‘IGRT’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방사선 치료의 성과가 속속 확인되면서 국내에는 2005년 인천성모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 고려대 안암병원 등이 속속 토모테라피를 적용하는 등 암을 치료하는 거의 모든 병원이 방사선 치료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금기창 교수는 “가장 극적인 변화는 3DCRT, IMRT, IGRT 등의 기능을 갖춘 토모테라피가 기존 선형가속기 방식을 대체하면서 거의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면서 “여기에다 지금까지는 토모테라피 치료가 비급여에 해당됐지만 지난해 7월부터 IMRT가 적용되는 두경부암·전립선암·뇌종양·척추종양 및 방사선 재치료 등에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적용할 수 있게 돼 암 환자들이 부담 없이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한·몽골 의료협력 강화

    한국형 의료시스템과 보건의료산업이 몽골에 진출한다.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몽골 울란바트로에서 열린 제1차 한-몽 보건의료 정부 간 협의체에 참석, ‘서울 프로젝트’에 합의했다고 1일 복지부가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5년간 몽골 의료인의 한국 장기 임상연수, 한국형 정보기술(IT)기반 병원 시스템 구축 등 양국 사이에 다양한 의료 협력이 이뤄진다. 몽골 의료인의 임상연수는 심장질환, 신경과, 췌장암, 골절 및 외상치료 등의 분야에서 6개월간 20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된다. 복지부 측은 “한국 의료의 몽골 진출과 몽골의 중증환자 유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최초’라는 수식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최초’라는 수식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달 말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두 가지 소식을 접했다. 한국 최초로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가 임명됐다는 소식이다. 강 박사는 1944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1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이듬해 축구공에 눈을 맞아 시력을 잃었다. 같은 해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 10대 시각 장애인 가장으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갖은 고생 끝에 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1972년 국제로터리 장학생으로 뽑혀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문교부는 장애를 해외유학의 결격 사유로 규정했지만 그의 유학으로 이 조항이 폐지됐고, 강 박사는 한국 장애인 최초의 정규 유학생이 됐다. 일리노이대 교수와 일리노이주 특수교육국장을 거쳐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 차관보로 발탁됐다. 당시 한인 백년 미국 이민사에서 최고위 공직이었다고 한다.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씨는 고 3때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졌지만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지금은 불빛만 희미하게 인식하는 수준인 시각장애인 1급이다.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동료 1030명 중 상위 40위권의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 지난달 27일 법관 임명장을 받았다. 연수원에서도 모든 교재를 컴퓨터 파일로 전환해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귀로 듣는 방법으로 학업을 수행했으며 시험 시에도 답안지나 메모 등을 타인의 조력 없이 본인이 컴퓨터 자판을 암기해 문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은 최 판사가 사시에 합격하자 1억여원을 들여 주요 출입구,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에 음성안내 인식기 40개를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용 학습보조기구도 마련했다. 최 판사가 임용된 지방법원에서도 길 안내용 점자유도 블록, 글을 소리로 바꿔주는 음성변환 프로그램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참으로 반갑고도 씁쓸한 소식이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출입했을 법원에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가 임용되자 이러한 편의시설들이 이제야 설치된다고 한다. 작년 말 전체 법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2.21%였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고용률 3%에 못 미쳐 장애인 고용 저조 기관으로 분류돼 언론에 공표된 바 있다. 장애인 교사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각 시·도 교육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 영화 ‘도가니’, 그리고 석궁 교수 판결 얘기를 다룬 ‘부러진 화살’ 파문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사법부가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로 다시 명예를 회복할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각장애인, 아니 더 나아가 장애인의 성취에는 항상 ‘최초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강영우 박사의 행적에는 무엇을 하든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 최초의 장애인 대학 입학, 한국 최초의 장애인 석사, 한국 최초의 장애인 박사, 최초의 장애인 정규 유학생, 한국 최초의 백악관 차관보…. 물론 강 박사의 능력과 노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났으므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1970~80년대에 장애인의 성취와 입신에 얼마나 많은 장벽이 놓여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장애인 최초 뉴스 앵커, 청각장애인 최초 박사학위 취득, 장애인 최초 e스포츠 심판, 장애인 최초 1급 공무원 승진, 최초의 장애인 영어교사 임용…. 1970~80년대에 있었던 뉴스가 아니다. 바로 작년에 배출된 최초의 장애인 기록들이다. 우리 사회는 ‘최초 신드롬’에 열광한다. 장애인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부기관의 인사 시즌이면 최초의 여성 팀장, 국장, 기관장 등의 기사가 언론을 장식한다. 우리 사회의 관행과 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이었는가를 잘 보여 준다. ‘최초의’라는 장애인의 역사가 더욱 발전하는 것은 참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사회를 놀라게 하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범한 그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장애’보다는 그의 능력으로 인정받고 평가되는 보다 성숙한 사회를 꿈꾸어 본다.
  • 절망의 끝에서 남긴 마지막 선물조차 ‘나눔’

    절망의 끝에서 남긴 마지막 선물조차 ‘나눔’

    “실명은 나의 장애가 아니라 내가 맡은 사명을 펴기 위한 축복의 도구였다.” 시각장애인으로 2001~2007년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가 23일(현지시간) 타계했다. 68세. 지난해 12월 초 췌장암으로 “한 달밖에 못 산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중학교 3학년때 축구공에 맞아 시력 잃어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고인은 지난해 12월 16일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실명으로 인해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 방방곡곡을 다니며 수많은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었다.”면서 “여러분들 덕분에 제 삶이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다.”며 감사의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장애라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씨앗을 퍼뜨린 강 박사의 생애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강 박사의 시력을 앗아간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그의 왼쪽 눈에 날아든 축구공이었다. 2년간의 치료와 두 차례의 큰 수술에도 불구하고 시력은 완전히 상실됐다. 절망한 소년은 진정제를 한 움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남편의 죽음에 이어 아들의 실명 진단을 받은 그날, 충격을 못 이긴 모친은 뇌일혈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몇 달 뒤 동생들을 돌보려고 고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하던 누나마저 과로사했다. 안마사가 되기는 죽어도 싫었던 소년은 18세이던 1962년 서울맹학교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훗날 자신의 눈과 손발이 돼 준 평생의 반려자 석은옥(70)씨를 만났다. 연세대에서 교육학을 전공, 점자와 카세트테이프로 공부하며 1972년 문과대를 차석으로 졸업한 그는 같은 해 아내가 된 석씨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4년 뒤인 1976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로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이름이 된 순간이었다. 이후 일리노이대 교수와 일리노이주 특수교육국장 등을 거쳐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로 발탁됐다. 한인 이민 100년 역사상 최고위 공직이었다. 그의 두 아들 역시 미국 사회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차남 진영(35·크리스토퍼 강)씨는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백악관 선임 법률고문으로 임명됐다. 안과의사인 장남 진석(39·폴 강)씨는 지난해 10월 워싱턴포스트에서 ‘슈퍼 닥터’로 선정됐다. ●장례식은 새달 4일 美 한인교회서 추도예배로 고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선물은 ‘나눔’이었다. 지난달 초 그는 두 아들과 함께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에 25만 달러(약 2억 9000만원)를 기부했다. 40년 전 자신에게 유학의 길을 열어 준 재단에 은혜를 되갚은 것이다. 당시 그를 도와준 이는 미 연방검사장이던 리처드 손버그 전 법무장관. 강 박사는 그가 장애인 정책 연구를 위해 설립한 ‘리처드 손버그 재단’에 1만 달러를 쾌척했다. 장례식은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한인 중앙장로교회에서 오는 3월 4일 추도예배로 진행된다. 한편 강 박사의 빈소는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도 마련된다. 강 박사의 측근인 양성전 잠실교회 목사는 “27일 오전 10시 30분 병원에서 영결식 예배를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16호실. (02)2227-7500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금속사업장 제품 절반서 발암물질”

    자동차 공장 등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제품 중 절반 이상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속노조와 노동환경연구소는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전국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87곳을 조사해 작성한 발암물질 진단사업 결과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현장에서 사용 중인 제품 1만 2952개 가운데 발암물질 함유 제품이 전체의 47.7%이고, 기타 독성물질 함유 제품이 7.3%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발암물질 중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게 확실하거나 발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 1~2급 발암물질 함유 제품은 전체의 12.3%로 집계됐다. 1급 발암물질 중 가장 많은 제품에서 발견된 물질은 실리카로 전체의 4.06%인 524개 제품에서 나왔다. 주로 도료에 포함되는 실리카는 폐암·식도암·췌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다. 실리카에 이어 포름알데히드가 60개 제품에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앞으로 집단 산업재해 신청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5월쯤에는 직업성 암 집단 산재 신청을 준비 중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사업장 안전보건 점검 결과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시정 기회 없이 바로 사법 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김문수 119전화’ 환자 숨져

    김문수 경기지사가 ‘119 장난전화’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환자가 결국 숨졌다. 이 환자는 우리나라 제1세대 노동운동가이자 김 지사와 노동운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최한배(62·대주전자재료 부회장)씨. 김 지사 측은 최씨가 췌장암으로 1년 이상 투병해 오다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보바스기념병원에서 별세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19일 남양주시의 요양원에 문병 갔다가 고인의 아내가 치료를 받으려고 서울대병원에 직접 차를 몰고 간다는 말을 듣고 소방서 중형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는지 남양주소방서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소방관과 전화 응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가 화해한 바 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햄·소시지 등 가공육 먹으면 췌장암 발병률 무려…

    하루에 소시지 1개 또는 베이컨 2조각 이상을 섭취할 경우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 따르면, 소시지나 햄 등 가공육류품을 조금만 먹더라도 췌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짐으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흡연, 과음, 비만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하루에 가공육 50g 섭취만으로도 췌장암 발병 가능성은 19%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햄버거 1개에 든 가공육 100g을 섭취할 경우 췌장암 발병률이 38%, 150g을 섭취하면 57%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주장대로라면, 햄 몇 조각 또는 베이컨 2조각, 핫도그 하나 정도만 먹어도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붉은 고기 역시 췌장암 발병과 연관이 있는데, 여성보다는 남성이 스테이크 등 붉은 고기를 섭취함으로서 췌장암을 얻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췌장암은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불릴 만큼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췌장암에 걸린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3%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번 연구는 췌장암 환자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연구결과는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잡스에 빠진 김총재 오늘 열리는 금통위 무슨 화두 내놓을까

    잡스에 빠진 김총재 오늘 열리는 금통위 무슨 화두 내놓을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요즘 고(故) 스티브 잡스에게 푹 빠져 있다. 애플 공동 창업주인 잡스는 지난해 10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잡스 전기(‘스티브 잡스’)를 열독한 김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잡스’를 인용하고 있다.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말이 잡스의 대표 어록인 “다르게 생각하라.”와 “미쳐야 한다.”이다.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확실시 예컨대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경기가 나빠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정형화된 틀이라는 것이다. 김 총재는 잡스에게 빠지기 전에도 ‘딜레마’(진퇴양난)라는 말을 무척 싫어했다. 통화정책이라는 게 무수히 많은 변수를 갖고 있음에도 단순방정식에 얽매여 툭하면 딜레마라는 표현을 쓴다며 언짢아했다. 얽히고설킨 와중에서 묘수를 찾아내는 복합방정식을 구사하라는 주문이다. 한은 실무진이 물가를 잡기 위한 정책 수단의 하나로 지급준비율 제도(은행들이 예금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제도)나 총액한도대출 제도를 살펴보고 있는 것은 이런 일련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김 총재의 “다르게 생각하라.”는 주문의 정답이 지준율인지는 확실치 않다.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의 방향보다 총재의 입에 관심이 더 쏠리는 까닭이다. ●김 총재, 지준율 카드 등 대응책 여부 주목 기준금리는 동결(현 3.25%)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 하강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총재가 싫어하는 단순방정식대로라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물가를 잡겠다.”며 총대를 메고 나선 마당에 ‘금리 인하’라는 엇박자 행보를 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닌데 지준율 카드를 꺼내들기도 쉽지 않다.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이 12일 내놓은 ‘2011년 11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 자료에 따르면 시중통화 증가율(M2 기준 4.4%)은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김 총재는 지난 11일 스위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영국을 비롯해 31개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두루 만나 유로존 위기, 세계 경제 불안 요인, 대응 방향 등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과연 김 총재가 ‘미친 듯 파고들어 내린 다른 생각’은 무엇일까.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6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 고발(KBS1 밤 7시 30분) 점점 서구화되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더불어 저렴한 가격과 간편함 때문에 패스트푸드가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패스트푸드 주요 4개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1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위생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패스트푸드, 과연 안전하게 믿고 먹을 만한 걸까. ●VJ 특공대(KBS2 밤 9시 55분) 전남 월출산의 작은 계곡에 프로 씨름 선수들이 모여 들었다. 한 달 남짓 남은 설 천하장사 대회를 앞두고, 체력훈련이 한창이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 훈련하고 천사장사에 등극했다는 선배들의 전설 때문이라고 한다. 경북 상주의 팔음산 자락에 위치한 고시원도 수험생들에게 합격의 명당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오늘만 같아라(MBC 밤 8시 15분) 해준이 옥자와 만나지 않을까 의심해 몰래 옥자의 집을 찾아간 갑분. 그만 옥자의 집 앞에서 미끄러지고 옥자가 그 장면을 목격한다. 춘복은 정심에게 준태에게 비밀로 하고 돈을 빌려줄 테니 식당 사업을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한편 효진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전화를 건 상엽은 해준이 전화를 받자 당황한다. ●세계도시여행(SBS 오후 6시 30분)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신현림씨와 딸 서윤이 함께 떠난 동화의 나라 덴마크. 처음 함께 떠나는 여행에 출발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녀다. 그들이 도착한 코펜하겐은 중세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가장 현대적이면서 가장 고풍스러운 도시, 코펜하겐에서의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들을 공개한다. ●금요극장(EBS 밤 12시 5분)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클로를 운전하는 18세의 소년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년은 그저 시클로 보이로 통한다. 자전거 바퀴를 수리하는 할아버지, 구두를 닦는 여동생,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누나. 이들 세 사람과 함께 도시 빈민구역에 사는 소년은 고달픈 삶 가운데서도 호찌민 시를 누비며 꿈을 키워 가는데…. ●올리브(OBS 밤 11시 10분) 몇 년 전, 췌장암에 걸려 건강을 잃고 우울증까지 겪었던 배연정. 그의 건강을 되찾게 해준 것은 승마라고 한다. 40년간 하루에 세 갑씩 담배를 피웠다는 배일집. 그가 금연에 성공한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콤비 배일집과 배연정이 프로그램 ‘올리브’에 출연해 2012년 새해 소망과 건강 유지 비법을 공개한다.
  • [2011 키워드로 본 인물] 올해 사라진 해외 인물들

    오사마 빈라덴 / 9·11테러 10년만에 사살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로 지난 5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은신처에서 미국 특수부대원들에 의해 사살됐다. 테러 발생 10년 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부호 출신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미국의 적을 자처했던 그는 9·11 이후에도 미국과 서방을 타깃으로 테러를 감행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현상금 2500만 달러(약 266억원)를 내건 것을 포함해 빈라덴 목에 걸렸던 현상금은 총 2700만 달러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나이였다. 미군에 사살된 뒤 아라비아해에 수장됐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 ‘세기의 미인’ 한 시대 마감 ‘만인의 연인’ ‘세기의 미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 은막의 스타. 지난 3월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젊은이의 양지’, ‘자이언트’,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등 수많은 작품들에 출연해 세계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두 차례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동료 배우 리처드 버튼과 두 차례 결혼하는 등 모두 8차례 결혼하는 화려한 남성 편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소장했던 보석류가 경매 사상 최고가인 1300억원대에 낙찰돼 또다시 화제가 됐다. 스티브 잡스 / 아이폰·패드 남기고 ‘IT의 신화’ 떠나다 미국 애플 창업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으로 우뚝 선 스티브 잡스는 지난 10월 5일 생을 마감했다. 56세. 2003년 췌장암 진단 후 8년간 투병하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혁신적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1976년 세계 첫 개인용컴퓨터 애플을 개발해 PC 대중화의 시대를 연 주인공이지만 1985년 애플에서 축출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는 1997년 최고경영자로 복귀한 뒤 ‘포스트 PC’ 시대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애플을 시가총액 1위(3530억 달러)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남긴 ‘항상 갈망하라, 늘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은 사생아에서 IT 신화가 된 인생 역정을 대변한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2011 5개 키워드로 본 ‘올해의 과학’

    2011 5개 키워드로 본 ‘올해의 과학’

    2011년이 저물고 있다. 전 세계 언론들이 앞다퉈 ‘올해의 사건’, ‘올해의 사진’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과학계도 예외가 아니다. 수천년을 이어온 과학의 역사에서 고작 1년은 뚜렷한 변화를 느끼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2011년은 여러 가지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들이 유난히 많았다. 꼭 기억해 둬야 할 ‘2011년 올해의 과학’을 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1. 올해의 말 스티븐 호킹 “천국은 동화다” 과학자가 ‘연구’가 아닌 ‘발언’으로 주목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누구의 말이냐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기도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지난 5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인류의 오랜 믿음에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사후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동화일 뿐”이라고 말이다. 호킹 교수가 ‘무신론’을 주장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 호킹 교수는 “마지막 순간 뇌가 깜빡거림을 멈추고 나면, 그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면서 “뇌는 부속품이 고장나면 멈추는 컴퓨터이며, 고장난 컴퓨터를 위해 마련된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호킹 교수는 ‘과학’이라고 선언했다. “과학은 우주가 무에서 창조됐다는 것을 설명하며, 우주는 과학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것이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노과학자의 결론이다. 2. 올해의 사건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공포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쓰나미로 이어졌을 때 모두들 범람하는 바다와 쓸려가는 집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곧이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자연과 과학이 합작한 최악의 사고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지진으로 인한 발전소 설비의 손실과 비상 전원의 단절은 냉각시스템을 마비시켰고, 이는 노심 융해와 방사능 유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원전 주변 20㎞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고, 일본 전역은 아직까지 방사능 유출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기로 누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37경 베크렐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원전 사고 최고등급인 7등급에 해당한다. 사고 당시와 이후 수습과정을 통틀어 최소한 840명의 원전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실종 상태다. 3. 올해의 실험 아직끝나지 않은 ‘힉스 찾기’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주요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힉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주 탄생의 기원을 찾겠다는 과학자들의 오랜 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투입된 예산은 100억 달러.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과학실험’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관심이었다. CERN은 지난 13일 공개세미나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의 궁금증에 답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한 ‘신의 입자’ 힉스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가능성’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채웠다. CERN은 125기가전자볼트(Gev) 영역에서 힉스 입자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일부 나왔지만 확신까지는 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확률은 99.5~99.7% 수준. CERN는 내년 실험이 진행되면 가능성이 99.9999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 올해의 논란 아인슈타인의 진리는 틀렸나 과학사에 2011년이 기록된다면, ‘물리학의 신’으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에 대한 도전의 원년으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 CERN은 지난 9월 “빛보다 빠른 소립자, ‘중성미자’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물리학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 확실하다.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후, 빛보다 빠른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우주의 모양이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OPERA로 불리는 실험에서 물리학자들은 CERN의 입자가속기에서 나온 중성미자의 빔을 땅속을 통해 730㎞ 떨어진 그란사소 실험실로 쏘는 작업을 1만 6000번 반복했다. 그 결과 중성미자가 빛보다 60나노초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실험 당사자들조차 믿지 못한 결과에 대한 논란은 진행형이다. CERN은 물론 미 페르미연구소도 검증 실험을 진행 중이다. 5. 올해의 해프닝 영전에 바친 노벨상 매년 10월이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끄는 스웨덴 노벨위원회 구성원들은 아마 올해 과학계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경험을 한 사람들로 뽑혀도 불만이 없을 것 같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랠프 스타인먼 미 록펠러대 교수를 선정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후 록펠러대는 스타인먼 교수가 췌장암으로 며칠 전에 숨졌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1974년 노벨위원회는 이전까지 관례적으로만 내려오던 ‘생존 인물만 수상자로 뽑는다.’는 규정을 공식화했다. 스스로 정한 규정을 어긴 셈이다. 결국 위원회는 “그가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해 애석할 뿐, 선택을 바꾸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올해 유독 갈팡질팡했다. 올해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솔 펄머터 캘리포니아버클리대 교수는 수상소식을 스웨덴의 기자에게 전해들었다. 두 사건 모두 업적을 평가하는 데 지나치게 골몰한 때문인지, 수상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노벨위원회의 거만이 만들어 낸 해프닝으로 한동안 회자될 전망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 작별 인사할 시간 허락받아 감사”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 작별 인사할 시간 허락받아 감사”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합니다.” ●아내와 마지막 순간 보내려 퇴원 시각장애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차관보급)을 지낸 강영우(68) 박사가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지인들에게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메일을 보냈다. 성탄절에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 것은 이달 초 갑작스럽게 췌장암 진단과 함께 ‘한 달여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생애 마지막 시간을 아내와 보내기 위해 지난주 퇴원한 강 박사는 이메일에서 “여러분이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란다.”며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인사했다. 강 박사는 “아내와 함께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온 지 40년이 다 돼 간다.”면서 “우리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두 아들이 미 주류사회의 리더로서 아버지보다 훨씬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아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큰아들 진석씨는 30만번 이상 백내장 굴절 수술을 집도해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최고 슈퍼닥터에 뽑혔고 둘째 진영씨는 지난 10월 미 대통령 선임법률고문이 돼 2대째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지만…” 강 박사는 중학 시절 외상으로 실명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연세대 문과대를 졸업한 뒤 1972년 도미,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해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됐다. 강 박사는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며 “여러분들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형 질병예방 지침/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한국형 질병예방 지침/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1990년에 71.3세이던 평균수명이 2010년에는 80.8세로 해마다 0.5년씩 꾸준히 길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수명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은 질병이 없는 상태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대 수명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수명과의 격차가 약 10년이나 벌어져 전체 수명 중에서 10년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다는 얘기가 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인구에서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 1~3위를 차지하였고 순위도 변동이 없다. 하지만 암 사망률을 보면 1990년 인구 10만명당 91명에서 2010년에는 144명으로 지난 20년 사이 60% 정도 증가하였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암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잘 알려진 흡연, 음주, 고기 섭취, 비만, 적은 신체활동 등은 대부분 서양인을 대상으로 외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코호트(cohort) 연구결과이다. 코호트 연구는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하고 연구 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하여 요인과 질병 발생의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이다. 따라서 코호트 연구는 암 발생의 원인을 찾아내는 연구 방법 중에서 실험실적인 연구와 가장 비슷하여 연구결과의 타당성과 객관성이 보장된다. 과연 동양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아시아 코호트 연구협의체(Asia Cohort Consortium, ACC) 회의가 개최되었다. ACC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코호트 연구인 다기관 암코호트연구(KMCC)를 포함하여 일본, 중국, 인도에서 수행 중인 코호트 연구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주요 결과를 살펴보자. ACC에 참여하는 19개 아시아코호트 연구대상자 124만명에서 음주와 사망률과의 관계가 발표되었는데 서양에서의 연구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인 남성에서는 서양의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음주를 하는 경우 사망률이 4% 정도 증가하였는데 중국인과 한국인 남성에서는 오히려 6%가 감소하였다. 여성의 경우에는 일본인에서 11%, 중국인과 한국인에서 7%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동양여성은 서양인에 비해 정기적으로 음주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음주량도 적어서 보이는 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나 음주와 사망률의 관계가 동양인과 서양인에서 다를 수도 있다는 결과로 주의해 볼 만한 것이다. 고기 섭취와 사망률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발표되었다. 미국 국립보건원 영양역학 전문가인 신하 박사는 43만명의 미국은퇴자코호트(AARP) 연구결과와 ACC 결과를 비교하였다. 미국인에서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고기나 가공된 고기의 섭취는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닭고기와 같은 백색고기의 섭취는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반해 ACC 대상자에서는 고기 섭취에 따른 사망률 증가가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동양인에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고 조기발견이 어려운 췌장암과 비만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도 미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코호트에서는 비만이 췌장암 발생의 주요원인으로 나온 데 반해서 ACC 대상자에서는 그런 경향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발표되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암예방수칙’에 금연을 포함한 열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모두 외국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나라 실정에도 맞지 않는 외국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헬스케어 3.0 건강수명 시대의 도래’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경우 1979년부터 10년 단위로 ‘건강한 사람’(Healthy People) 정책을 추진해 질병에 대한 사전 대비를 정책의 중요 개념으로 추가했고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보건 분야 예산 중 13.7%를 역학 및 예방 관련 사업에 투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중 예방 및 역학 관련 연구 과제 수는 0.4%에 불과하고 지원 금액도 113억원(0.3%)일 뿐이라고 한다. 건강백세를 준비하는 2012년에는 ‘한국형질병예방지침’을 제정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가 꼭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잡스, 후계자 양성엔 실패했다

    잡스, 후계자 양성엔 실패했다

    애플사의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많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를 양성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아직 잡스의 후광으로 애플사의 실적은 굳건하지만 머지않아 후계자의 부재가 실적에도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애플 사례를 통해 장기적인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배성오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7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잡스는 2004년부터 췌장암으로 투병했기 때문에 승계 계획을 세울 시간이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면서 “팀 쿡은 제품을 만드는 리더이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향후 회사의 심각한 리스크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이날 ‘잡스의 죽음을 통해 본 위기관리 경영’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경영진의 승계 계획 실패로 경영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월트디즈니사는 1966년 CEO인 디즈니의 사망으로 리더십 공백기를 맞았고 경영정상화에 20년이 소요됐다. 소니는 1999년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사망한 후 혁신제품 개발에 실패한 바 있다. 배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CEO 승계 실패로 폐업하는 기업 수가 연간 7만개에 달한다.”면서 “최근 중국의 하이얼(가전제품 제조업체), 화웨이(통신장비 제조업체), 레노버(컴퓨터 제조업체) 등도 CEO 승계가 핵심 이슈”라고 전했다. 그는 “아직은 잡스의 후광으로 애플이 건재하지만 노키아, 구글 등 반대전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추후 애플도 비슷한 경영위기를 겪을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승계 계획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계 계획’은 후임자를 단순히 지명해 놓는 ‘대체 계획’이 아니라 후임자 후보군을 사전에 선정하고 CEO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해 체계적으로 CEO를 길러내는 개념이다. 배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60세 이상 경영자 비율이 1993년 10.6%에서 2007년에는 17%로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승계 계획 도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 GE의 유명한 CEO인 잭 웰치나 제프리 이멜트는 6년 정도의 승계 계획을 통해 육성 및 선발됐으며, 인텔은 현직 CEO가 직접 승계 후보자를 대상으로 직무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 연구원은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창업자의 리더십 부재가 경영위기가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후계자의 경영능력을 검증하고 장기적인 육성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칼 대기 싫다”… 수술 9개월 미룬 것 후회

    “칼 대기 싫다”… 수술 9개월 미룬 것 후회

    “그는 9개월 앞서 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몸에 칼을 대기 싫다며 미뤘고 최후의 순간 후회하는 듯 보였다.” 애플의 공동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가 가족의 만류에도 췌장암 수술을 아홉 달이나 미루다 병을 키웠다고 그의 공식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밝혔다. 또 잡스가 알려진 것과 달리 자신의 생부를 만났던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아이작슨은 23일 방영될 미국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60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잡스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심각한 상태를 숨겼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CNN 최고경영자 등을 맡았던 아이작슨은 생전 잡스로부터 자서전 출간을 허락받았으며 이후 수차례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잡스가 “배에 칼을 대고 싶지 않다.”면서 식이 요법으로 치료하려 했다면서 가족들이 반대했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료 효과가 없었고 나중에야 수술을 미룬 사실을 후회하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잡스의 암 치료법과 관련해 하버드의대의 연구원인 램지 앰리는 최근 Q&A 사이트인 ‘쿼라’에서 “잡스가 전통적인 의학에 의존하기 앞서 여러 대안치료에 몰두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같은 상황에서는 잡스의 대안치료 선택이 조기 사망의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앰리는 “(췌장암 수술은) 단순한 적출수술로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등에 비해 부작용도 거의 없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치료법”이라며 “하지만 대안치료에 몰두하는 동안 안타깝게도 종양이 계속 자라나 간으로 전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잡스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고 채식주의자인 데다 전통적인 치료법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2003년 말 췌장암 진단을 받은 잡스는 2004년 8월이 돼서야 암수술을 받았다. 오는 24일 세계에서 동시 출간될 잡스의 전기에는 그가 생전 아버지를 만났던 일화도 담겼다. 잡스는 1980년대 실리콘 밸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를 수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지 몰랐고 생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다. 책에는 또 평범하지 않았던 ‘소년 잡스’의 모습도 소개됐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자 눈을 깜빡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계속 쳐다보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고 13세 때 한 잡지에서 굶주린 아이의 사진을 본 이후로는 기독교를 버리고 선종을 공부하기도 했다. 또 그는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애플의 이사회를 돈 버는 데만 관심 있는 “썩어빠진 인간들”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2010년 HTC가 아이폰의 특징을 베낀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였을 때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를 향해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구글이 도둑질했다며 욕설을 퍼부었고 “안드로이드는 훔친 물건이기 때문에 파괴할 것”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잡스, 수술을 조금만 일찍 받았더라면…”

    “잡스, 수술을 조금만 일찍 받았더라면…”

     “그는 9개월 앞서 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몸에 칼을 대기 싫다며 미뤘고 최후의 순간 후회하는 듯 보였다.”  애플의 공동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가 가족의 만류에도 췌장암 수술을 아홉 달이나 미루다 병을 키웠다고 그의 공식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밝혔다. 또 잡스가 알려진 것과 달리 자신의 생부를 만났던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아이작슨은 23일 방영될 미국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60Munutes)과의 인터뷰에서 “잡스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심각한 상태를 숨겼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CNN 최고경영자 등을 맡았던 아이작슨은 생전 잡스로부터 자서전 출간을 허락받았으며 이후 수차례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잡스가 “배에 칼을 대고 싶지 않다.”면서 식이 요법으로 치료하려 했다면서 가족들이 반대했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료 효과가 없었고 나중에야 수술을 미룬 사실을 후회하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잡스의 암 치료법과 관련해 하버드의대의 연구원인 램지 앰리는 최근 Q&A 사이트인 ‘쿼라’에서 “잡스가 전통적인 의학에 의존하기 앞서 여러 대안치료에 몰두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같은 상황에서는 잡스의 대안치료 선택이 조기 사망의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앰리는 “(췌장암 수술은) 단순한 적출수술로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등에 비해 부작용도 거의 없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치료법”이라며 “하지만 대안치료에 몰두하는 동안 안타깝게도 종양이 계속 자라나 간으로 전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잡스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고 채식주의자인 데다 전통적인 치료법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2003년 말 췌장암 진단을 받은 잡스는 2004년 8월이 돼서야 암수술을 받았다.  오는 24일 세계에서 동시 출간될 잡스의 전기에는 그가 생전 아버지를 만났던 일화도 담겼다. 잡스는 1980년대 실리콘 밸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를 수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지 몰랐고 생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다.  책에는 또 평범하지 않았던 ‘소년 잡스’의 모습도 소개됐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자 눈을 깜빡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계속 쳐다보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고 13세 때 한 잡지에서 굶주린 아이의 사진을 본 이후로는 기독교를 버리고 선종을 공부하기도 했다.  또 그는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애플의 이사회를 돈 버는 데만 관심 있는 “썩어빠진 인간들”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2010년 HTC가 아이폰의 특징을 베낀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였을 때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를 향해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구글이 도둑질했다며 욕설을 퍼부었고 “안드로이드는 훔친 물건이기 때문에 파괴할 것”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스티브 잡스의 따뜻한 시장경제/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스티브 잡스의 따뜻한 시장경제/장제국 동서대 총장

    “아빠, 스티브 잡스가 죽었대… 어떡하지 불쌍해서?” 한창 바빴던 지난 6일 이른 오후 초등학교 6학년인 딸로부터 온 전화였다. 스티브 잡스를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어린 딸이 슬퍼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의 영향력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에 대한 책을 제법 많이 읽었던 필자 역시 그날 온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스티브 잡스는 참 신비로운 존재이다. 양자로 입양되어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가련함, 몇 번의 사업 실패에도 굴하지 않았던 오뚝이적 집념, 편집광적인 집착, 인문학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제조 장르의 개척, 열광하게 하는 프레젠테이션 기술, 췌장암과의 처절한 투병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그의 수식어가 된 지 오래다. 그의 이러한 인상은 홀연히 떠나버린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더 깊어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스티브 잡스도 ‘사업가’에 불과하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고 또 그것으로 이익을 창출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살아 온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를 세상의 허다한 ‘장사꾼’으로 보지 않았다. 매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소개할 때면, 누가 ‘갑’이고 ‘을’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대에 들어서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 마땅히 ‘갑’의 입장에 서 있어야 할 소비자들이 오히려 기립박수를 치는 주객전도의 현상을 우리는 자주 목격해 왔다. 어떻게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 세계는 대공황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아우성이고,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한 주범으로 ‘가진 자’들을 지목하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잡스도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가진 자’의 부류에 속해 있지 않은가? 시장경제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직장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하고, 그 신성한 노동의 대가로 급료를 받고, 이를 통하여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전제가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요즈음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기대하던 ‘행복’은 찾아오지 않고, 교묘한 ‘돈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시대가 되어 간다는 느낌을 가지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결정짓는 것이 자신들의 노동이 아니라 탐욕에 젖은 자본가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지금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빈부격차의 갈등이 폭발하여 폭동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미국의 월가에서도 노동자들이 궐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미국의 정계와 경제계는 사태의 추이를 살피며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끊임없는 노사 갈등,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시민단체의 약진 등이 이러한 긴장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도 돈을 버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부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가 만든 상품을 통해 무언가 모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따스함’이 있다는 점이, 부만을 좇는 여타의 ‘냉혈적’ 자본가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따스한’ 감성을 불어넣은 상품 개발, 그리고 그것을 통한 인간 행복에의 접근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여는 것을 조금도 아깝게 여기지 않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방탕은 자본주의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나눔을 강조하는 소위 ‘자본주의 4.0’이 새로운 담론으로 우리사회에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4.0’의 약점은 이미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의 ‘선처’와 ‘결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데 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의 축적 과정이다. 노동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본가들의 부의 축적, 그리고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대가로서의 부의 축적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따뜻한’ 시장경제주의라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주는 교훈인 것이다. 잡스가 사망한 바로 다음날, 애플의 한 경쟁업체가 최근 매출 경쟁에서 아이폰을 추월했다는 보도가 날아들었는데, 그 소식이 어째 매우 진부하고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일까? ‘따뜻한’ 시장경제주의가 절실한 때이다.
  • 스티브 잡스 사인은 호흡정지·췌장암

    스티브 잡스의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간이 공식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카운티 공중보건부는 잡스가 5일 오후 3시(현지시간) 팰러앨토의 자택에서 호흡정지와 췌장암으로 숨졌다는 내용의 사망 진단서를 공개했다고 CNN 등 현지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사망진단서에는 ‘호흡정지’가 직접 사인으로, ‘전이성 췌장신경내분비종양’이 근본 사인으로 기재돼 있으며 부검은 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특정종교와 관계없는’ 샌타클래라의 한 묘지에 지난 7일 매장된 것으로 적혀 있다. 애플은 오는 19일 쿠퍼티노의 본사에서 비공개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내 생애 가장 슬픈 날들을 보냈고,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전 세계인들이 스티브를 추모하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면서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지만 애플 직원들이 스티브가 한 놀라운 일들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잡스의 친아버지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80)는 당일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아들의 죽음을 알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잡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알고 나서 몇 번 이메일을 보냈다.”면서 “‘생일을 축하한다’, ‘건강을 빨리 회복하기를 빈다’ 등의 간단한 내용이었고 짧은 답장을 두 번 받았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받은 답장은 잡스가 사망하기 6주 전에 도착한 것으로 ‘감사합니다’가 전부였다고 잔달리는 전했다. 그는 자신의 처음이자 유일한 컴퓨터가 애플 제품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든 애플 신제품을 구매하는 ‘애플 얼리어댑터’라면서 “잡스는 천재였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잡스가 사망하기 하루 전 공개된 아이폰4S는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난 7일 하루에만 주문실적이 100만대를 웃돌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애플은 이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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