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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2020년 미국 대선 트럼프 불복 시나리오/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2020년 미국 대선 트럼프 불복 시나리오/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올해 미국 대선의 화두는 안보도, 경제도, 중국도 아니다. 대신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편 투표,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 가능성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코로나 때문에 우편 투표가 늘어났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우편 투표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핵심은 중앙 선거 관리 시스템 없이 50개 주가 각자 관리하는 특유의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대통령 선거 제도가 된다. 우편 투표는 이미 지난 2018년 중간 선거 당시 미국 유권자 4명 중 1명이 이용한 투표 방식이다. 문제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올해 우편 투표 양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6800만여개의 우편 투표용지가 이미 배송됐다고 하는데,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약 6300만표를 획득했다. 쟁점은 우편 투표 개표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지 후보에게 제대로 표시를 했는지, 서명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등록된 본인 서명과 일치하는지, 증인 정보를 포함했는지 등 주마다 다른 투표용지에 따져 볼 사항들이 적지 않다. 특히 우편 투표 중 상당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성향일 수 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역전을 우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승리를 선언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인 재선 공표는 물론 법적 효력이 없다. 문제는 트럼프에 의해 이미 불씨가 지펴진 개표 방해 움직임이 현실화하는 경우다. 그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열혈 지지자들이 총기를 휘두르며 투표소를 점령하거나 개표 요원들을 위협하면 결과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 민주당 소속 미시간 주지사를 납치하려던 음모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덜미 잡혔다는 소식도 엊그제 들어왔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오는 12월 8일까지는 모든 주의 선거 관련 분쟁이 종료돼야 한다. 이어 같은 달 14일에는 각 주 선거인단이 모여 각 주의 대선 승자에게 표를 던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각 주 대법원과 연방 대법원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 진영은 수동식 재검표를 명령한 플로리다주 대법원 결정을 거부하고 보수 성향인 연방 대법원 판단을 요청했다. 예상대로 연방 대법원은 선거인단 소집 일정을 근거로 재검표를 불허했고,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결국 승복했다. 올해 우편 투표 집계 후 역전당한 트럼프 진영이 꼬투리를 잡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미 법률에 규정된 선거인단 투표 일정이 판결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경합주 선거인단이 제때 자신들의 투표 결과를 의회로 송부하지 못하거나 논란이 되는 주의 투표 결과를 의회가 인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내년 1월 3일 개회하는 새 의회의 하원 의원 한 명과 상원 의원 한 명 이상이 특정 주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하원과 상원은 각각 2시간 토론 후 다시 모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2005년 1월 의회에서 오하이오주 투표 결과에 대한 불인정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하원과 상원이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오하이오 선거인단 투표가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내년 1월 6일 의회가 수행할 선거인단 투표 인증 때까지 어떤 후보도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면, 헌법 제12조에 따라 하원이 대통령을 뽑고 상원이 부통령을 선출한다. 하원에서는 한 주가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9석을 차지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함께 치러지는 하원 선거 결과 공화당이 새로 한 석을 추가한다면 펜실베이니아주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찍게 된다. 의석 분포에 변화가 없다면 공화당이 다수인 26개 주의 찬성으로 트럼프 재선이 최종 확정된다. 전체 100명 중 51명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하는 상원의 부통령 선거는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2석을 더 잃더라도 펜스 부통령을 유임시킬 수 있다. 보수파 우위인 연방 대법원, 공화당 우위인 연방 하원 구조를 염두에 둔 트럼프가 투표소의 혼란 및 승자 확정 지연이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계산 중인지도 모른다. 우편 투표와 현장 투표가 비교적 신속하고 질서 있게 집계되고 바이든 후보가 압승을 거둔다면 트럼프 충성파의 저항이 무위에 그칠 수도 있다. 실패한 리더십이 선거를 통해 냉정하게 심판받았던 역사를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민주주의의 다양한 실험실로 칭송받아 온 미국의 지방자치가 선거 운영이라는 민주주의의 기초 체력을 시험받게 될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 [2000자 인터뷰 44]임을출 “북한, 미 대선 끝나면 바로 물밑 접촉 시도할 것”

    [2000자 인터뷰 44]임을출 “북한, 미 대선 끝나면 바로 물밑 접촉 시도할 것”

    ‘화성15형’보다 개량된 신형 ICBM은 미 본토 전체를 겨냥 현대화한 군사력 과시한 북, 달라진 셈법 미국에 요구 김정은의 대남 유화 메시지, 내년 상반기 남북관계 개선 나설 것 북한 경제 생각보다 내구력 강해, 비축과 중국과의 거래 있는 듯 공무원 피살사건, 군 통신선 복구에는 응할 가능성 있어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신형 전략무기를 등장시키며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달라진 우리와 협상하려면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나오라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2일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11월 3일 미 대선이 끝나면 바로 북한은 미국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는 이전과 다른 대화 방식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북한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기념행사를 치르고 신형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북한 경제가 내구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Q: 지난 10일 자정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 메시지를 대내, 대외 별로 분석하면. A: 연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민’과 ‘사과’이다. 당 창건 기념일 행사는 기본적으로 대내용으로 당에 대한 인민의 신뢰를 제고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노동당이 인민과 분리되어 있으면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당에 대한 충성, 신뢰를 높여주는 게 핵심인 것이다. 김정은의 메시지는 이렇다. “우리가 당신들 안전을 지켜주고 있고, 잘 살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제재, 코로나19, 수해 등으로 고생이 많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미안하다. 더 잘 살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렇지만 잘 살게 해주겠다.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인민의 이익을 철저히 지향하는 노동당을 만들겠다”가 김정은의 메시지다. 미국에는 김정은이 전략적인 메시지를 전했다고 본다. 미 대선 결과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불투명하지만 “우리는 미국 제재 압박에는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상징이 신형 무기들만 열병식에 등장시킨 것이다. 미국에 대해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정당방위용이지만, 우리를 위협하고 군사 행동을 한다면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대담한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이 건드리면 선제공격도 하겠다는 뜻이다. ‘화성16형’이라고 북한이 말하지 않았지만 ‘화성15형’보다 개량되고 발전된 모델을 보여줬다. 미 본토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에 다탄두 장착 가능성도 엿보인다. 미국이 방어하지 쉽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한이 만들고 있거나 만들었을 수 있다. 미 대선이 끝나면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이전과 달라진 북한과 상대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은 “우리가 또 달라졌다. 군사력은 더 현대화했기 때문에 미국이 협상하려면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나와라”는 대미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Q: 대남 메시지는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 표명인가. A: “하루빨리 보건위기(코로나19)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는 워딩만 가지고는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가 오면 남북관계 복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 적절한 시기라는 게 ‘코로나 상황이 해소되면’이지만 다소 애매하다. 미 대선 등을 지켜보겠다는 것이지만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뜻도 담겼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바로 복원하려 해도 북미관계와 연동됐다고 보기 때문에 복원시켜 봐야 이득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 대선과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한 이후 상반기 중에는 남북관계 복원에 나설 것으로 본다. 왜냐 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은 김정은 본인이 직접 서명했다. 이걸 정리하지 않고 남한의 차기 정권을 맞을 수는 없다. 반드시 내가 한 말은 지킨다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남북 합의를 이행하는 분위기를 만들려 할 것이다.Q: 연설과 열병식에서 추정해 볼 수 있는 북한 경제의 실태는. A: 경이로운 현상이다. 북한은 북중 국경이 차단되면 모든 경제분야에서 압박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당 창건 행사를 치렀고 군사무기도 현대화하고 있다. 결국 북한 경제가 우리 생각보다 내구력을 갖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김정은이 통치자금, 경제적 여력을 무시하고 돈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몰랐던 비축이 있거나 중국과 모종의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어렵긴 하지만 대규모 행사를 치른 역량을 감안하면 경제가 아직은 밑바닥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Q: 북미가 대화에 나서는 것은 언제쯤으로 보는가. A: 북한은 수많은 미국의 정권 교체를 지켜봐 왔다. 예전과 달리 11월 미 대선이 끝나면 미국과 물밑 접촉을 바로 시도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기존 라인이 존재할 것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라면 선을 만들어서라도 “우리가 정말 미국을 위협하는 무기개발을 원하는 게 아니다. 경제건설이 시급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해야 하는데 미국과 잘 지내고 평화로운 환경 조성이 중요한 과제”라는 김정은 뜻을 전할 것으로 본다. 미국과 관계가 더 악화되면 경제건설 목표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격돌 상태로 돌입해 한정된 자원을 군사에 쏟다보면 인민들에게 또 미안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Q: 11일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A: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 2018년 두 개의 선언과 합의 이행은 문재인 정부가 숙명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복원이 최우선 과제다. 김정은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에 관계를 복원하고 약속을 지키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도 주요한 과제이다. Q: 공무원 피살 사건의 공동조사 요청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A: 북한이 공동조사를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다고 본다.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남측에 보낸 통지문의 사건 경위가 공동조사 과정에서 불일치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한 내 여론이 악화되고 문제 해결은 더 어렵다고 북한은 판단할 수 있다. 공동조사도 낮은 수준과 높은 수준이 있다. 조사를 각자 하더라도 그 조사를 공유하면서 사실에 근접하는 게 낮은 수준의 공동조사인데 그 첫걸음은 군 통신선 복구이다. 아마도 낮은 수준의 공동조사 토대인 통신선 복구 요구는 조만간 받아들일 것이라 본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조건부 낙태 허용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

    조건부 낙태 허용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임신중단(낙태)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중기에 해당하는 15주∼24주 이내에는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임신부 건강의 위험 등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맞춰 낙태죄는 그대로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요건의 조항을 다듬은 것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4월 낙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269조(자기낙태죄)와 형법 270조(동의낙태죄)에 대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임신 14주까지 안전한 낙태 수술 가능 정부는 이번에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면서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정하고, 이를 다시 14주·24주로 나눠서 기준을 마련했다. 헌재 결정을 반영해 임신 14주까지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적 요건 없이도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헌재는 “임신 14주까지는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이라며 이 기간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신 15∼24주 이내는 조건부로 허용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나 성범죄에 따른 임신, 근친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한다. 입법예고안은 여기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새롭게 추가했다. 임신부가 자녀를 출산해 양육할 형편이 안 될 경우,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관련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면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입증한 것으로 간주한다. 대다수 국가가 ‘조건부 낙태 허용’ 채택 일각에선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임신주수 구분 없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건부 허용으로 24주가 지나 낙태한 여성은 여전히 처벌받기 때문이다.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대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했다”며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보다 먼저 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들도 대부분 일정 기간 내에서만 낙태가 가능한 ‘조건부 허용’을 택했다. 일례로 미국은 임신 후 3개월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다. 3개월 후에는 한국처럼 제한 조건을 뒀다. 영국은 의사 2명이 동의할 때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 이후에는 산모의 건강과 심각한 수준의 기형 등 예외적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인정한다. 최근까지 낙태가 엄격히 금지됐던 아일랜드는 2018년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임신중절 법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 스웨덴은 18주, 네덜란드는 22주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낙태 14주까지만 허용? 처벌 되살려낸 역사적 퇴행”

    “낙태 14주까지만 허용? 처벌 되살려낸 역사적 퇴행”

    정부가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법 개정에 대해 “작년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죄를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개정을 법무부에 권고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치 않는 임신·출산으로부터 안전한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의 목소리와 낙태죄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국민 인식 변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낙태 처벌보다 임신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지원을 논의하는 국제적 동향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의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의사의 의료적 판단과 임신여성의 결정에 따라 분만여부를 판단해야 할 문제라 임신주수와 허용사유를 그대로 고수한 정부안은 실효성 있는 입법방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회는 침묵하지 않고 임신중단 여성에 대한 처벌과 통제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여성의 건강권,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성평등 대안입법을 국회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의원은 시일 내에 형법상 낙태상 낙태의 죄를 전면 삭제하고,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를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 서지현 검사(사법연수원 33기)도 정부 입법안에 대해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주수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법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 법무부 안에서 결국 이를 막지 못한 제 힘의 한계가 아프고 또 아프다”면서 “생명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지 못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노력은 없이 그저 그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어 처벌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배럿 대법관 지명 안돼” 들고일어난 대학동문 1500명

    “배럿 대법관 지명 안돼” 들고일어난 대학동문 1500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1500명이 넘는 모교 동문이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격화된 공화·민주 양당의 대법관 인준 전쟁이 동문까지 가세하며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정치전문 더힐 등에 따르면 1500여명에 이르는 로즈칼리지 학부 동창생들은 배럿 후보자의 보수적인 성향을 지목하며 그의 대법관 지명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배럿 지명자는 1994년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로즈 대학을 우등 졸업하고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 로스쿨 졸업 후 모교 교수를 지낸 바 있다. 로즈칼리지 졸업생인 롭 마루스와 캐서린 모건 브레슬린은 서한에서 낙태법과 성소수자(LGBTQ) 이슈,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에 부정적인 배럿 지명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로즈칼리지 관계자들이 배럿을 사랑받는 모교의 졸업생으로 포용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썼다. 이어 “그녀의 전력 및 지명 과정이 우리가 로즈칼리지에서 배웠던 진실과 충성, 봉사의 가치와 정반대라고 믿기 때문에 이런 포용에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동문들의 공개적인 반대 의견 표명은 이 대학 마저리 하스 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에 대해 지난달 22일 “전문적인 탁월함과 성취”라고 극찬한 성명 이후 나온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됐다. 공개서한에는 모두 1513명의 동문이 서명했으며 재학 시절 그를 알고 지냈던 동창생들은 물론 1959년 졸업 선배들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 아이콘이었던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배럿 판사를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지명하면서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오는 12일 시작될 인준 청문회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배럿 지명자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공화당 상원 법사위 일부 의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다. 배럿 지명자 부부 역시 지난여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완치됐다고 미 언론들이 이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靑으로 長으로 중진 낙선은 ‘특급 낙하산’ 됐다

    靑으로 長으로 중진 낙선은 ‘특급 낙하산’ 됐다

    지난 4·15 총선에서 낙선했다고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정치권에 기반이 있는 중진급 여권 인사들은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낙선 후 곧바로 청와대, 국회, 공공기관 등에 자리를 잡았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총선 경기 이천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용진 전 후보는 낙선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전 이사장이었던 같은 당 김성주 의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하며 8개월간 비어 있던 자리로, 결국 당선자와 낙선자가 배턴터치를 한 셈이 됐다. 청와대에도 여권 낙선자들이 대거 입성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4선 의원을 지낸 최재성 정무수석이다. 최 수석은 서울 송파을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패했다. 4선 의원이 차관급인 수석으로 가는 것이 체급이 맞느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낙선자를 위한 일종의 배려라는 평가도 나왔다. 20대 국회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서울 서초을에 나선 박경미 교육비서관, 부산 사상에서 낙선한 배재정 정무비서관 등도 모두 여당 낙선자가 청와대로 옮긴 사례다. 국회 요직도 낙선자들이 차지했다. 김영춘 사무총장은 부산 부산진갑에서 4선에 도전했다가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가 사무총장으로 국회에 다시 입성했다.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충남 아산갑에서 낙선한 민주당 후보다. 18대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서울 강남을에서 고배를 마신 뒤 2개월여 만에 장관급 자리로 갔다. 범여권에서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낙선자 신분에서 주요 부처 수장이 된 대표 사례다. 여든을 앞둔 나이에 자신의 지역구 전남 목포에서 낙선하며 정계 은퇴가 예상됐지만 석 달도 안 돼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판에 열을 올려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그는 국정원장 지명 직후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 대통령을 위해 애국심을 갖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100년 전의 껌 광고

    [근대광고 엿보기] 100년 전의 껌 광고

    매일신보 1920년 3월 14일자에 ‘리구레제(製) 충잉껌(치과자)’라는 제목의 껌 광고가 실렸다. 100년 전 그때도 소수이겠지만 상투 튼 한국인들이 미국산 수입 껌을 씹었다는 말이다. 개화기 이후 한국인이 접한 적이 없는 서양의 여러 가지 식음료품이 수입됐는데 그중에서도 껌은 매우 신기한 제품이었다. 리구레는 지금도 세계 최대의 껌 회사인 미국 리글리(wrigley)를 말하고 충잉은 씹는다는 뜻의 추잉(chewing), 치과자는 씹는 과자라는 뜻일 것이다. 1891년 리글리껌 회사를 창업한 윌리엄 리글리 주니어(1861~1932)는 미국 전화번호부에 있는 50여만명 전원에게 껌을 4개씩 무료로 보내 충성스러운 고객을 확보하는 등의 다양한 영업 전략으로 회사를 키운 세일즈의 귀재였다. 광고 속 ‘주시 프루트’와 ‘스피어민트’는 1893년 무렵 나온 장수 상품이다. 얇고 긴 형태의 껌은 그때 처음 발매됐다고 한다. 놀랍게도 광고 속의 껌 포장지 디자인과 껌 한 통의 모양은 지금 판매되는 껌과 거의 똑같다. 껌을 상품화한 리글리는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호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에 공장을 세우고 세계 껌 시장을 석권했다. 잘 알다시피 현재 한국과 일본의 껌 시장 리더는 롯데인데 고 신격호 롯데 회장은 1947년부터 일본에서 껌을 생산했다. 롯데는 1956년 일본에 상륙한 리글리와 10년 동안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이한구의 한국재벌사). 국내 최초의 껌은 롯데껌이 아니라 1956년 발매된 ‘해태풍선껌’이라고 한다.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는 ‘쿨민트껌’, ‘바브민트껌’을 내놓으며 해태를 제치고 껌 시장을 장악했다. 흔히 아주 작은 돈을 ‘껌값’이라고 하지만 세계 껌 시장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른다. 롯데껌의 누적 매출은 4조원을 넘어섰고 그 덕에 재벌의 반열에 올랐다. 리글리 또한 껌을 팔아 세계적인 기업이 됐으며 1924년 완공한 아름다운 리글리 빌딩은 미국 시카고의 명물로 꼽힌다. 매일신보 광고에는 “운동가의 최호(最好·가장 좋아하는) 반려, 갈(渴·갈증)을 유(癒·낫게 함)하고 피로를 감(減)함, 소아 등(等)에 6세부터 16세까지 최적당한 과자, 호흡을 상쾌히 하고 구중(口中·입안) 치아를 청결히 함”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껌의 효능을 상당히 과장해서 광고했다. 가격은 한 포(통)에 십 전이라고 했다. 껌에 관한 기록은 드문 편이나 1897년 10월 30일자 독립신문 영문판에 껌에 관한 이런 글귀가 있다. “I saw in a railway station recently a widow chewing gum!(나는 최근에 어느 기차역에서 미망인이 껌을 씹고 있는 모습을 봤어)” 문학 작품의 일부인 듯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껌 기록이 아닐까 한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폼페이오 미 국무에 “안 보고 싶다”고 한 이유

    프란치스코 교황, 폼페이오 미 국무에 “안 보고 싶다”고 한 이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알현하고 싶다고 요청한 것을 거절했다. 대선 기간에 정치인을 만나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중국과 가톨릭 교회를 싸잡아 비판한 데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고 영국 BBC는 30일(현지시간) 전했다. 교황청은 폼페이오 장관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중국 문제를 자꾸 가톨릭과 연결지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9월 초 폼페이오 장관은 10월 초 중국인 주교를 새로 임명하려 함으로써 “도덕적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너무 자유주의적이란 보수적인 가톨릭 유권자들을 포함해 보수 성향 가톨릭 단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중국의 많은 가톨릭 신도들이 박해받고 있으며 공식적인 중국의 가톨릭 기관 대신 교황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지하 신앙활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도 2018년 바티칸 교황청은 중국인 주교를 임명하는 과정에 중국 정부와 머리를 맞대기로 합의했다. 당시 교황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중국의 가톨릭 신도들이 단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30일 로마에서 취재진에게 바티칸이 중국의 종교 자유를 지키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중국보다 더 종교의 자유가 압살당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바티칸 국무장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AFP 통신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폼페이오 장관을 알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교황은 이미 명확하게 선거 기간 중의 정치인을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들은 가톨릭 교회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 소지가 있는 것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바티칸이 중국과 합의하는 일은 미국과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교황청 외무장관 폴 갤러거 대주교도 폼페이오 장관이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며 이런 이슈에 대한 토론은 “사적으로” 타협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국감 스타’ 윤석열의 마지막 국감...“질문을 바꿔야 검찰도 바뀐다”

    ‘국감 스타’ 윤석열의 마지막 국감...“질문을 바꿔야 검찰도 바뀐다”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은 윤 총장정치적 공세만 난무한 국감 우려내년 수사권 조정 큰 변화 앞두고 구체적 개혁방안 집요하게 물어야“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정갑윤 당시 새누리당 의원)“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정 의원)“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윤 지청장) 2013년 10월 21일 수도권 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마지막 국감을 앞두고 있다. 선수 교체가 된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과는 처음 만나는 이번 국감에서도 윤 총장이 소신 발언을 이어나갈 지 주목된다. 검찰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지만 위원들이 과연 윤 총장의 깊은 고민을 끌어낼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장 리더십에 대한 흠집내기식의 국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 8월 3일 윤 총장은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의 철저 준수’와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을 강조했지만 정작 부각이 된 건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발언이었다.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한 뒤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 온 윤 총장이 작심 발언을 했다는 해석이 뒤따르면서 정치권에서는 파장이 꽤 컸다. 이번 국감에서도 윤 총장의 발언을 두고 다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이번 국감도 윤 총장 개인의 청문회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윤 총장의 처가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답변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국감 때는 장모 사건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한 장제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 의원을 향해 “아니, 아무리 국감장이라지만 이것은 좀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라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둘러싼 검찰 내홍,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 인사, 대검 직제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에 대한 질문도 중요하지만 검찰의 실천적 행동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오히려 윤 총장을 압박하려면 검찰이 개혁의 주체로서 변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이 새내기 검사들에게 강조한 불구속 수사 원칙 준수와 공판 중심 수사구조 개편이 현재 검찰이 처한 현실 속에서 가능한 것인지, 대검은 어떤 준비를 해 왔고, 어떤 구체적 방안을 세웠는지 등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 식으로 질문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여당이 그토록 부르짖은 검찰개혁이 실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와 관련돼 있다. 특히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절대적으로 자제돼야 한다”는 윤 총장의 발언은 검찰의 기존 관행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다. “검사실의 업무 시스템 역시 공판을 그 중심에 둬야 한다”는 발언 또한 선언적 의미에 그친 것인지, 아니면 청사진을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난 8월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제’ 등 공판부 기능 강화 방안 등을 담은 직제개편안을 마련해 검찰에 의견조회를 했을 때는 현직 검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개편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수통’의 길을 걸어온 윤 총장은 공판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내년 1월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검·경 관계가 66년 만에 상호 협력 관계로 바뀌는 것도 큰 변화다. 이에 대한 윤 총장의 입장이 무엇인지 묻는 것도 어쩌면 이번 국감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인권 수사를 강조하는 국감보다는 정치적 공세만 난무한 국감이 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검찰개혁은 그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불구속 수사, 공판 중심 두 개만 확실하게 해도 검찰개혁이 될 테지만 정치인들 관심 밖일 것”이라면서 “이번 국감에서도 엉뚱한 발언들만 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블랙핑크, 유튜브 구독자 2위로…첫 정규앨범 카디비 피처링

    블랙핑크, 유튜브 구독자 2위로…첫 정규앨범 카디비 피처링

    그룹 블랙핑크가 전 세계 가수들 중 유튜브 구독자 2위에 올랐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이 29일 구독자 4880만명을 돌파하며 DJ 마시멜로(4870만명)를 제쳤다. 블랙핑크보다 구독자가 많은 아티스트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5720만명)뿐이다. 블랙핑크의 채널은 지난 6월 정규 1집 선공개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을 발매한 후 빠르게 성장했다. YG는 “블랙핑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최근 3개월 동안 800만명 증가했다”며 “단순 호기심이나 일회성 시청이 아닌 충성도 높은 팬들의 꾸준한 관심과 기대감을 나타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블랙핑크가 다음달 2일 공개하는 첫 정규앨범에는 미국 정상급 여성 래퍼 카디비가 참여했다. 이날 YG가 공개한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 트랙리스트에는 카디비가 4번 트랙인 ‘벳 유 워너’(Bet You Wanna)에 피처링으로 실려 있다. 이 외에도 타이틀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를 비롯해 ‘하우 유 라이크 댓’, ‘아이스크림’ 등 총 8곡이 담겼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국내 라이선스 15주년 ‘맨오브라만차’ 12월 개막…조승우·류정한·홍광호 출연

    국내 라이선스 15주년 ‘맨오브라만차’ 12월 개막…조승우·류정한·홍광호 출연

    국내 라이선스 공연 15주년을 맞은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오는 12월 막을 올린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오는 12월 18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맨오브라만차’를 공연한다며 캐스팅을 공개했다. ‘맨오브라만차’는 세르반테스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자신을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하는 괴짜 노인 알론조 키하나와 그의 시종 산초의 모험을 다룬 작품으로 꿈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그린다. 올해는 2005년 국립극장에서 ‘돈키호테’를 제목으로 초연을 선보인 지 15년째 되는 해로, 원제 ‘맨오브라만차’로 공연된 것은 2007년 이후 이번이 아홉 번째다. 돈키호테 역으로 지난 시즌 활약한 조승우, 류정한, 홍광호가 이름을 올려 기대를 모은다. 세 배우 모두 이전 시즌에서 돈키호테를 연기하며 명성을 입증했다. 2005년 초연에서 주연을 맡아 2015년까지 총 다섯 번의 시즌에 참여한 류정한이 5년 만에 다시 돌아와 원조 돈키호테의 진수를 보여준다. 뮤지컬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등 모든 장르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사랑받는 조승우의 돈키호테도 기다려진다. 중후한 저음부터 강렬한 고음가지 폭넓은 음역대와 섬세한 연기를 자랑하는 홍광호도 매력적인 돈키호테를 선보일 예정이다. 돈키호테의 환상 속 아름다운 레이디 ‘알돈자’ 역에는 윤공주, 김지현, 최수진이 출연한다. 알돈자로 다섯 시즌째 참여하는 최다 출연자인 윤공주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몰입도를 높일 전망이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스위니토드’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선보인 김지현은 처음으로 알돈자 역을 맡게 됐다. 지난 2018년 시즌에 알돈자를 연기했던 최수진은 이번에도 사랑스럽고 억척스런 연기로 돌아온다. 이와 함께 돈키호테의 충성스럽고 유쾌한 시종이자 영원한 조력자 ‘산초’에는 이훈진, 정원영이 캐스팅됐다. 카리스마 있는 ‘도지사’와 친절한 ‘여관 주인’에는 서영주와 김대종이 출연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트럼프, 4년 전 딸 이방카를 부통령 후보로 삼고 싶어했다”

    “트럼프, 4년 전 딸 이방카를 부통령 후보로 삼고 싶어했다”

    당시 선거대책 부본부장 신간서 밝혀“이방카가 트럼프 설득한 뒤에야 포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자고 제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 부본부장을 지낸 릭 게이츠가 다음달 13일(현지시간) 출간하는 신간 ‘사악한 게임’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의 고위 참모들이 2016년 6월 부통령 후보 논의를 시작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큰 소리로 이런 생각을 말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나는 이방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통령으로 이방카가 어때?”라며 “이방카는 밝고 영리하고 아름답다.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게이츠는 당시 34세였던 이방카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일시적인 공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방카가 공화당의 지지 기반을 아우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몇 주에 걸쳐 이 같은 제안을 반복적으로 꺼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게 된 마이크 펜스 당시 인디애나 주지사에게 너무 냉담하게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대선캠프가 두 차례나 여론조사를 시행했다고 전했다.결국 이방카 본인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 뒤에야 트럼프가 뜻을 접었다고 게이츠는 전했다. WP는 게이츠의 책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주변 인사들의 폭로성 저서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하면서 자신과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당선시켰는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방카 러닝메이트 제안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은 정실인사의 혐오스러운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가족과 충성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이츠는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때 트럼프 캠프가 공모한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징역 45일과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파리 흉기테러 용의자 열심히 뒤쫓고 신고했는데 공범 몰린 알제리인

    파리 흉기테러 용의자 열심히 뒤쫓고 신고했는데 공범 몰린 알제리인

    “그는 ‘33세 알제리인’으로 알려진 두 번째 용의자가 아닙니다. 유세프입니다. 용기를 내줘서 고맙습니다, 유세프.”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2015년 1월 총기 테러를 당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옛 사옥 근처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피해자들이 다니는 방송사 ‘프미에르 린느’의 기자가 2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유세프는 한 여성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자동차를 멈춰세운 뒤 내렸다. 28세 첫 피해자가 쓰러지고 잠시 뒤 32세 두 번째 피해자가 흉기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갑자기 누군가 리샤르 르누아르 지하철역 방향으로 달아났다. 직감적으로 용의자라고 판단한 그는 뒤쫓으며 “기다려, 멈춰, 당신 무슨 짓을 한 거야”라고 외쳤다. 용의자가 흉기를 들고 위협을 가하자 유세프는 역 밖으로 나와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따질 틈도 없이 일단 몸부터 반사적으로 움직인 그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경찰의 수갑이었다. 유세프의 변호인 루시 시몬은 프랑스앵포 라디오에 “그를 잠재적인 용의자로 볼 만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지만, 경찰은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세프가 용의자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목격자이며,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용의자를 잡으려 했던 사람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그가 용의자의 도주를 늦추는 한편 신고까지 해 경찰이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유색 인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공범 취급을 당한 것이다. 땀에 흥건히 젖은 유세프는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 마스크를 씌우는 순간에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각하지 못했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유세프는 프랑스 시민권을 얻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춘 알제리인이라고 변호인은 설명했다. 10년째 체류 중인 그의 영웅적인 행동 때문에라도 속히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더 리미티드 뉴스’는 27일 전했다. 프랑스 테러담당검찰은 ‘하산 A’, ‘알리 하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국적의 18세 남성을 용의자로 검거해 수사하고 있다. 그의 아파트에 함께 거주하던 7명도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하산은 조사 과정에 이슬람교를 모독한 샤를리 에브도에 복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사무실이 옮겨간 것을 몰라 옛 사옥을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범행 직전에 촬영된 동영상을 확보했는데 영상 속 하산은 소리를 지르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에 충성을 맹세한다는 내용은 아니고, 곧 흉기를 휘두르겠다고 선언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 소재로 삼았다가 5년 8개월 전 총기 테러를 당해 12명의 직원을 잃었다. 그 뒤 사무실을 옮겼고 주소는 보안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테러를 주도한 사이드, 셰리크 쿠아치 형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체포 과정에 사살됐다. 파리 법원에서는 이달부터 쿠아치 형제의 공범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는데 샤를리 에브도는 재판 개시 당일 테러 공격의 발단이 됐던 만화 12컷을 다시 한번 겉표지에 실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시진핑, 미 신장 압박에도 강경 대응 “위구르족 대통합해야“

    시진핑, 미 신장 압박에도 강경 대응 “위구르족 대통합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직접 나서 신장 지역에 대한 관리와 위구르족 통합을 촉구했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신장 인권을 거론하며 압박을 가해도 신장 지역에 대한 기존 정책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중앙신장공작좌담회에서 신장 지역 발전 사업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면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신장의 사회 안정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장 지역에서 민심을 결집해 중화민족 공동 의식을 기르고 신장 이슬람교의 중국화를 통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고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리커창(이하 서열순) 중국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주석, 왕후닝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 부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모두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시 주석은 “신장 지역을 안정시키려면 사회주의 법치 정신을 이행해야 한다”면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교육해 민족 대통합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최근 미국 등 서방세계 제재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제조한 상품은 위구르족을 강제동원해 만든 것으로 간주하고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국제인권단체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도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100만명 가량의 이슬람 신자가 수용소에 갇혀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 교육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호주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2017년부터 신장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 8500개를 없애고 7500개에 손상을 입혔다”고 2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파괴된 모스크는 신장에 있는 전체 모스크의 3분의 2 정도다. 분석을 주도한 ASPI 연구원 네이선 루서는 “문화대혁명 뒤로 전례가 없는 완파와 말살 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이슬람 사원 파괴는 신장의 위구르족과 카자흐인, 중앙아시아 민족들을 중국 공산당 추종자로 바꾸려는 조직적 운동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경기도 지역화폐 하루 164억원씩 충전… 평소보다 2배 늘어 추석경기 활성화

    경기도 지역화폐 하루 164억원씩 충전… 평소보다 2배 늘어 추석경기 활성화

    최근 경기도 지역화폐 충전금액이 평소보다 2배가 넘어 추석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경기도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정판 지역화폐인 소비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충전금액이 98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164억원으로 지난 6월부터 석달간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등 정책발행분을 제외한 도내 화폐 일반발행 충전액 67억원보다 2.4배나 증가한 액수다. 도는 높은 회전율을 보이는 지역화폐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당초 목표대로 추석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지원금 한정판 지역화폐는 20만원 충전으로 기존 10% 인센티브와 함께 15%에 해당하는 추가 소비지원금 등 역대 최고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경기도의 경제방역정책이다. 이와 관련, 도 곤계자는 “일반발행 충전이 늘었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지역화폐를 구입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으로 빠른 시간 내에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에 돈이 돌 것”이라며, “자발적 구매이므로 이들이 다시 지역화폐를 충전해 사용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현재 도 지역화폐 신규 등록과 사용액은 소비지원금 지급 계획이 발표된 9일과 지급 기준일인 18일 이후 2배 가량 증가추세다. 소비지원금 지급 기준일인 18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지역화폐 사용액은 777억원으로 일 평균 129억원이다.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간 하루평균 63억원을 사용했다. 소비지원금 혜택을 받으려면 지난 18일 이후 사용액 기준으로 오는 11월 17일까지 최소 20만원을 써야 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수출길 막히고 자금줄 끊기고… 中 ‘반도체 굴기’ 풍전등화

    수출길 막히고 자금줄 끊기고… 中 ‘반도체 굴기’ 풍전등화

    세계 점유율 5위 파운드리 기업 SMIC 美,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 차단 추진 중中 첨단 반도체 육성 전략 벼랑 끝으로 22조원 투자금 유입 ‘HSMC 프로젝트’올 1월 공장 건설 대금 지불 못해 소송창업자·주요 관리자 행방도 오리무중 중국 내 50개 대규모 반도체 사업 추진지방정부들 시진핑 향한 충성심이 목적작년 中 반도체 무역적자 2280억 달러‘미국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데 자금줄은 끊기고 반도체 기술력 자체도 변변찮으니…’. 이런 고민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국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상징’으로 불리는 중신궈지지청뎬루(中芯國際集成電路·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 6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 소식통들은 “SMIC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른 정부 기관들과 협력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SMIC가 중국 국방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미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기업들이 SMIC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팔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웨이를 비롯해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통신(ZTE)과 이들 기업의 계열사 등 275개 이상 중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화웨이뿐 아니라 SMIC에 대한 수출길도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화웨이와 더불어 중국 반도체 자급화 계획에서 양대 축을 이루는 기업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3분기 추정치)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SMIC보다 먼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세계 1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업체이면서 중국 최대 팹리스(반도체설계) 업체인 하이쓰(海思)반도체(Hisilicon)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MI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지티뎬루(臺灣積體電路公司·TSMC)와 하이쓰가 발주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추가 제재로 더이상 납품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SMIC가 하이쓰의 생산 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무력화될 수 있겠지만, SMIC의 현 기술력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SMIC는 지난해 말에야 겨우 14나노미터(㎚·10억분의1m) 공정 양산에 들어갔다. TSMC는 7㎚ 제품을 거의 독점 공급하고 있다. 더욱이 TSMC는 올 하반기에 5㎚ 공정 양산에 진입하는 등 기술 수준이 한참 앞서가고 있다. SMIC와 TSMC 간에는 3~5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5~10년을 바라보고 SMIC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예 SMIC가 싹도 틔우기 전에 고사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미국의 SMIC 제재가 현실화하면 SMIC가 화웨이에 시스템 반도체를 납품하는 만큼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 추가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SMIC가 활용하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램리서치 등의 공정 장비, 부품 수급도 막히게 된다. 중국이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육성 전략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반도체 생산을 맡겨 오던 TSMC와의 관계가 끊긴 데 이어 대안으로 SMIC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SMIC를 ‘마지막 보루’로 두고 집중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가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투자 현황 보고서에서 “우한훙신(武漢弘芯)반도체(HSMC)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 부족 문제가 존재한다”며 “언제든 자금이 끊어져 프로젝트가 멈출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현지 정부의 이 같은 ‘고백’은 HSMC가 사실상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정부 관료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재정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빚어진 비극인 셈이다. HSMC는 7㎚ 이하 첨단 미세 공정이 적용된 시스템 반도체 제작을 목표로 2017년 우한에서 설립됐다. 이 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1280억 위안(약 22조원)에 이른다. HSMC는 대만 TSMC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던 장상이(蔣尙義)를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이 덕분에 지난해 말까지 중국 정부 등에서 투자금 153억 위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SMC는 “우한 산업 단지에 14㎚와 7㎚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웨이퍼 기준 연간 6만장을 생산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 중 7㎚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는데, 신생 기업이 이런 기술 격차를 뛰어넘겠다고 ‘호언장담’한 셈이다.하지만 HSMC 문제는 지난 1월 공장 건설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리면서부터 조금씩 드러났다. 특히 중국에서 유일하게 7㎚급 공정에 쓰이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장비는 은행에 압류된 상태다. HSMC를 세운 창업자 리쉐옌과 회사 설립에 관여한 인사들의 행방도 오리무중이고, 회사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는 상태다. 기술전문 매체 콰이커지(快科技)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HSMC의 위기 소식을 전하면서 “수십년 전 가장 어려운 시기 과학자들은 주판에 의지해 원자폭탄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이 작은 반도체를 진정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50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총투자비만 무려 2430억 달러(약 289조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289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새로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조성되는 반도체 펀드다. 이 펀드에는 중국개발은행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요 투자 주체인 중국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한계에 달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데다 선진국 업체들과의 기술격차가 크고 치밀한 계획보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사업 추진의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중국 남부 해안도시 푸젠(福建)성 샤먼(廈門)과 가장 가난한 성(省) 가운데 하나인 구이저우(貴州)성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재원 낭비와 임금 인상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반도체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크다. 중국 칭화(淸華)대의 사업 부문인 쯔광그룹(紫光集團·Tsinghua Unigroup)의 자회사 창장춘추(長江存儲科技公司·YMTC)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7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창장춘추는 중국 반도체 기업 중 전망이 밝은 업체로 꼽히지만, 선진국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에 비하면 기술력에서 반 세대나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창장춘추는 D램 기술에 대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주도자로 성장하기 위해 10년간 8000억 위안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퍼부을 계획이다. 이 중 상당수 자금이 설비 투자 못지않게 첨단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쓰일 것이라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국산화율은 2010년 8.5%에서 지난해 15.4%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력 수준이 너무 열악해 내세울 만한 곳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무역 적자는 2280억 달러 규모로 10년 전의 2배로 확대됐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책꽂이]

    [책꽂이]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추적단 불꽃 지음, 이봄 펴냄) ‘n번방 사건’의 실체를 알린 대학생 취재팀 추적단 불꽃의 르포 에세이. 기자를 지망하던 대학생 둘은 스펙을 쌓기 위해 공모전을 준비하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끔찍한 범죄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 추적을 시작한다. 그 결과 n번방의 운영진이 검거되고, 대법원이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양형 기준을 높였지만 제2의 n번방은 여전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320쪽. 1만 7000원.위대한 여성 예술가들(파이돈 편집부·리베카 모릴 지음, 진주 K 가드너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지난 500년간 위대한 작품을 남긴 여성 예술가 400여명을 집대성한 저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술사 책인 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초판에도 여성 미술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술사에 기록되는 예술가는 남성에 국한돼 왔다. 464쪽. 5만 8000원.저항하는 지성, 고야(박홍규 지음, 들녘 펴냄) 스페인의 역사를 화폭에 담은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를 조명했다. 전쟁의 참상, 사회의 악습 등 반체제적인 그림들을 수백점 그렸던 고야는 실제 50년 이상을 궁정에 충성한 어용화가였다. 노년에 이르러 눈과 귀가 멀었던 고야는 외부 세계와는 차단된 채 내면에 침잠, 참혹한 인간 현실의 단면을 드러냈다. 392쪽. 1만 5000원.두 개의 이름으로(야마구치 요시코·후지와라 사쿠야 지음, 장윤선 옮김, 소명출판 펴냄) 중국에서 태어난 일본인으로 만주를 점령한 일본의 선전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배우 리샹란의 자서전. 이후 베트남전쟁을 취재하고, 참의원 의원을 거쳐 환경청 정무차관까지 지낸 그는 일본의 국가 정책에 희생된 배우 리샹란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462쪽. 2만 8000원.읽는 직업(이은혜 지음, 마음산책 펴냄) 베테랑 인문 편집자가 기록한 책을 둘러싼 세계. 14년간 꾸준히 인문서 목록을 쌓아온 출판사 글항아리의 편집장인 저자가 오랜 시간 골몰해 온 출판과 편집에 관한 고민, 태도를 진솔하게 써내려갔다. 편집자의 일을 다양한 실사례를 들어 명료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232쪽. 1만 4500원.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다산책방 펴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논픽션 에세이.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전시된 사뮈엘 포치의 초상화를 보고 깊게 매료된 반스는 그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19세기의 외과의사 사뮈엘 포치는 프랑스 최초의 산부인과 전문의면서 당대 명성 높은 예술가들과 연결된 핵심 인물이자 운동가였다. 348쪽. 1만 8000원.
  • 머스크 미래전략 나비효과… ‘큰손’에 사운 걸린 배터리 3사

    머스크 미래전략 나비효과… ‘큰손’에 사운 걸린 배터리 3사

    싸고 수명 긴 차세대 배터리 기술 나올 듯배터리 셀 자체 생산 시나리오 발표하면수주 경쟁도 치열… 내일 주가마저 요동국내 완성차와 기술 격차 더 벌어질 듯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2일(현지시간) 주주총회에 이어 개최하는 ‘배터리데이’ 행사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슬라가 공개할 전기차 배터리와 미래 전략이 자동차·배터리 업계를 비롯해 증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완성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전기차 엔진 격인 배터리 전략을 발표하는 건 처음이다. 행사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5시 30분부터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21일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의 최대 숙원인 ‘값싸고 수명이 긴 배터리’를 깜짝 공개할지 주목된다. 테슬라는 그동안 비싼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신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의 CATL과 수명이 5배 이상 긴 ‘100만 마일’(160만㎞) 배터리를 연구해 왔다. 테슬라가 배터리 셀 자체 생산 계획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테슬라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게 되면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 현대·기아차 등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S·3·X·Y’가 애플의 ‘아이폰’ 신화를 재현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무대 위에서 전기차를 소개하는 모습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신제품을 소개하던 모습과 닮았다. 테슬라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도 ‘아이폰 팬덤’ 못지않다. 테슬라는 2015년 애플 출신 인재 150여명을 영입하기도 했다.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테슬라의 배터리데이를 긴장감 속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배터리 자체 생산, 앞선 기술력의 배터리 공개, CATL과의 협력 등 모든 시나리오가 이들 3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면 시장의 ‘큰손’이 사라지는 격이어서 배터리 업체 간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값싸고 오래가는’ 배터리를 내 놓거나 일본의 파나소닉 대신 CATL과 손을 잡는다고 밝힌다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주가는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전지사업부문 분사 계획을 밝힌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LG화학의 주가는 더 큰 진폭으로 요동칠 수 있다. 다만 테슬라가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테슬라가 국내 배터리 3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뛰어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슬라가 기존 배터리 셀 제조업체를 넘어서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긴 어렵다”며 “향후 전기차 생산설비 확장과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테슬라가 배터리 셀 생산에 수십조원을 투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디즈니의 노골적 중국아부 ‘뮬란’의 흥행 성적은

    디즈니의 노골적 중국아부 ‘뮬란’의 흥행 성적은

    지난 11일 중국에 이어 17일 한국에서도 개봉한 디즈니의 화제작 영화 ‘뮬란’이 각각 흥행성적 2위란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중국에서 영화 ‘뮬란’은 20일 현재 중국 국내 제작 애국영화 ‘팔백’에 밀려 흥행성적 2위로 개봉 9일 만에 누적 관객 52만여명을 기록했다. 중국 흥행성적 3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테넷’이 흥행성적 1위, ‘뮬란’이 2위다.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 ‘테넷’은 7.8점, ‘뮬란’은 4.7점을 받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뮬란’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건축물 고증이 정확하지 않고 중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설화의 중요 부분을 각색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한 중국 영화평론가는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영화 ‘뮬란’은 중국의 이야기란 점만 빼면 ‘겨울왕국’처럼 디즈니의 공주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뮬란’은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참여한 여전사 화목란의 이야기로 원래 중국 설화에 담긴 애국적 요소는 빼고, 군인들이 왕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중국인들은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매체와 외교부는 미국 매체들이 디즈니사가 신장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는 이유로 영화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에서의 역효과를 낳기 위해 영화를 정치적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특히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열연한 유역비에 대해 “현대의 뮬란과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역비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홍콩, 대만, 태국 등지에서 영화 ‘뮬란’의 상영을 반대하는 보이콧 운동을 낳기도 했다. 디즈니는 영화 마지막 크레딧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신장 지역 정부에 감사를 표하고, 여주인공 아버지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 노골적인 중국 비위맞추기란 비난을 샀다. 게다가 여주인공이 큰 전투를 앞두고 이마에 그리는 문양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 상표와 흡사하다. 한편 이러한 디즈니의 중국인 맞춤용 영화 제작은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13억 인구를 포섭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아베 집권 8년, 근거 없는 환상의 시대… 한일 관계마저 악용”

    “아베 집권 8년, 근거 없는 환상의 시대… 한일 관계마저 악용”

    2012년 재집권 이후 약 8년간 역대 최장기 집권 기록을 써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14일 무대 저편으로 물러난다. ‘수정주의 역사관과 우경화’, ‘총리관저 중심의 1강 독재’, ‘아베노믹스와 장기 불황 탈출’,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 등 지난 시대의 명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본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진보 진영 학자인 야마구치 지로(62)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를 지난 11일 도쿄도 내 호텔에서 만나 아베 시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 봤다. 그는 “지난 8년의 아베 집권기는 일본 사회가 근거 없는 자기만족의 환상에 빠져 엄혹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고 규정했다. 한일 관계의 악화는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에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주된 요인이 무엇인가.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환경이 두루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임 동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취업 여건이 이전보다 크게 좋아진 게 대표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중국의 세력 확장 등 주변국 정세의 긴장이 고조된 것도 매파인 아베 총리에게 ‘외교안보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형성해 줬다. 야당 분열도 아베 정권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도록 만들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금융완화는 ‘엔저’(엔화가치 하락)를 유발해 수출 기업에 큰 도움이 됐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 회복의 온기가 부유층과 대기업에만 편중됐고 일반 국민에게는 제대로 가지 않았다.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해 불공평과 격차가 한층 확대됐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가 밝힌 궤양성 대장염은 단지 구실에 불과할지 모른다. 객관적으로 분명한 사실은 아베 총리가 완전히 막다른 길에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소비세 증세로 경기 악화를 부추겼고, 올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한·중·일·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 중 대응을 가장 잘못했다. 지난 4월 이후 30% 정도의 역대 최저 지지율이 고착화됐던 것은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의 반영이다.” -총리관저의 관료 인사권 장악이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위 관료 인사에 정치 권력자가 관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권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인사의 척도가 된 게 문제였다.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료들이 좌천되거나 찬밥 대우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행정과 관련된 과도한 정치적 통제는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가케 학원에 대한 수의학과 특혜 인가 등으로 이어졌다. 공적인 권력의 사물화였다. 잘못된 정책 방향이나 결정에 대한 관료들의 비판이나 내부 고발이 일어나지 않게 됐다. 행정의 공평함과 공정함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모리토모 특혜와 같은 권력형 비리 의혹에 일본 국민들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닌가. “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매우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때 권력의 사물화가 나타나자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정권을 퇴진시켰다. 그러나 일본에는 국민의 무기력이랄까 무관심이 팽배해 있다. 아베 정권의 문제가 드러나도 일시적으로는 지지율이 내려가지만 곧 회복되곤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제 일본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두주자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하나의 거대한 ‘환상’이 일본 사회에 확산된 결과라고 본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실시하는 사회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대 들어 큰 변화가 나타난다. 사회현상에 대한 만족도가 2010년대 전반기부터 급격히 상승한다. 자연환경, 양질의 치안 등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재정 악화, 격차 확대 등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인식은 약해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거대한 재앙을 경험하면서 ‘살아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는 현상 만족감이 강해진 것이다.” -일본의 상황이 계속 나빠지는 데도 원인이 있다고 보이는데. “그렇다. 성장이 정체되고 인구도 줄면서 국가의 쇠약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 현실 인식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근거 없는 만족감, 자존감, 자기 긍정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정신적 도핑(약물 투여)이라고 할까. 그러나 이는 악화되는 현실에 대한 불감증을 낳는다. 코로나19 대책도 그러다가 결국 한국, 중국에 뒤처지게 된 것 아닌가. ‘여기가 문제다’,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비판적 논의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다. 문제점을 직시해 대책을 세우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약화된 게 오늘날 일본 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아베 장기 집권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아베 정권은 때마침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출범했다. 정권 안정에 엄청난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의 강대국’이라는 근거 없는 자존감을 국민들에게 심으며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는 수법을 썼다. 한일 관계 악화는 그로 인한 결과다.” -수정주의 역사관의 확산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전후 50주년인 1995년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히는 담화를 낸 것은 연립여당이었던 자민당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는 모두 전쟁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보수이건 진보이건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잘못된 것이었다’, ‘아시아 사람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힌 책임이 있다’와 같은 인식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후 75년이 지난 현재 자민당 정치가들의 지적 수준은 크게 낮아졌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최근 우익 작가들의 저열한 역사수정주의 책들이 잘 팔리고 있는 것도 일본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조작된 얘기를 역사인 듯 말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일본 문화의 열화가 초래되고 있다. 이를 촉진한 대표적 인물이 아베 총리였다.” -한일 간 첨예한 과거사 이슈인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등 2개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둘 다 직접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노령화돼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정치적 타협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금을 만들어 보상한다는지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바람이다. 현재 일본 국내 상황을 볼 때 불가능하다. 정치적인 해결의 유연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총리직을 이어받게 되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반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스가 장관은 관료들을 조종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아베 정권의 기둥 역할을 해 왔다. 지난 정권에 대한 반성은 불가능하고 폐해도 바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가 정권은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지속 등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다.” -역사수정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나. “아베 정권만큼 내셔널리즘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스가 장관은 최소한 야스쿠니신사(A급 전범 합사)에 갈 성향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사이에서 수정주의 역사관에 기초한 내셔널리즘은 계속 확산될 것이다. 이미 종전 75주년이 지난 가운데 전쟁의 기억은 앞으로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야마구치 교수는 1958년 오카야마현 출생. 도쿄대 법학부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 홋카이도대 교수 등을 거쳐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정치학)로 재직 중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독재화에 맞서 이론적 비판은 물론 다양한 현장 활동도 펼쳐 왔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때 ‘한국은 적(敵)인가’라는 제목의 지식인 공동성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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