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충성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제안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고덕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우디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남한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154
  • [길섶에서] 남는 장사/육철수 논설위원

    교통범칙금 통지서를 받으면 잘못은 뒷전이고 돈 아깝다는 생각부터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범칙금을 내고도 기분좋았다는 사람을 실제로 봤다. 며칠전 한 모임에서 K교수가 국민의 기본질서가 엉망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는 “일본에선 주차위반 범칙금이 20만엔이다. 그러니 어느 바보가 그런 짓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위법비용’이 너무 싸서 교통위반을 밥먹듯 한다는 얘기였다. 마침 옆에 있던 정부부처 P국장이 K교수 말에 맞장구를 쳤다.P국장은 휴일에 서울근교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데, 장관이 급히 찾더라는 것이다. 고속도로가 꽉 막혀서 눈 찔끔 감고 갓길을 달려 약속시간에 맞췄는데, 덕분에 9만원짜리 ‘딱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장관한테 혼나고 찍히는 것보다 위법을 감수하고 달려간 게 훨씬 남는 장사였다는 거였다. 범칙금이 일본만큼 비쌌다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소시민들에겐 범칙금이 뼈아픈 손실인데, 충성심 강한 고위 공직자에겐 그게 별것 아니었던 모양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儒林(754)-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11)

    儒林(754)-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11)

    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11) 둥근 반원 형태로 만들어진 수수교(洙水橋) 밑으로는 그러나 흐르는 물이 거의 없었다. 원래 물 이름 수(洙)자가 나온 것은 공자의 고향을 흐르는 수수(洙水)라는 강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자가 생전에 수수와 사수(泗水) 강가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데서 수사학(洙泗學)이란 학통이 생겨났었는데, 그러나 강물이 끊겼기 때문일까,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거의 없었고 대신 그 위로 알이 굵어진 싸라기눈만이 부스러진 쌀알처럼 어지러이 흩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용도(甬道)를 따라 걸었다. 공림을 참배하는 많은 사람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인해전술의 해방군처럼 쏟아지는 눈발을 맞으며 행진하고 있었다. 이윽고 당묘문( 墓門)이 나타났다. 당묘문은 옛날부터 제사를 지낼 때 제주들이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제물을 마련하기도 하던 곳. 실질적으로 공자의 묘역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당묘문을 나서자 용도 양편에 네 개의 석조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첫 번째 것은 화표(華表)라고 불리는 거대한 석주였다. 망주(望柱)라고도 불리는 이 돌기둥은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천문을 가리키는 것으로 사람들은 모두 시끌벅적하게 낙천적으로 웃으며 극락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화표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 다음의 석조물은 문표(文豹). 표범모양으로 생긴 이 석조물은 용맹과 충성을 상징하는 석상이며, 세 번째 석조물은 괴수모양의 녹단( 端). 상제의 마차를 끌던 동물로 하루에 1만 8000여 리를 달리고, 온갖 말을 다 알고, 모든 일을 다 안다는 전지전능의 정명(精明)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며, 마지막 네 번째 석조물은 옹중(翁仲). 유일하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석상으로 일찍이 진(秦)나라의 장수로, 이민족과의 싸움에서 맹위를 떨쳤다는 완옹중(阮翁仲)을 가리키는 석상이었던 것이다. 만리장성을 구축하였다고는 하지만 흉노의 침입을 막지 못하였던 진시황은 키가 20척이나 되고, 힘은 수백 명을 당할 정도의 남해의 거인 완옹중을 발탁하여 오랑캐를 물리쳤던 데서 비롯된 이 석상은 ‘돌하르방’으로 변형이 되어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도 수호신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용도가 끝나자 향전(享殿)이 나타났다. 이곳은 조상들의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향당(享堂).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동한(東漢)시대 때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계속 중수를 거친 것이었다. 그러므로 용도에 세워진 네 개의 석상들도 모두 송나라와 명나라 때 만들어진 석조물인 것이다. 향전을 돌아가자 해정(楷亭)이 나타났다. 정자 안 비석에는 오래된 해수(楷樹)가 조각되어 있고, 정자 곁에는 말라죽은 늙은 나무가 한 그루 남아있었다. 원래 자공(子貢)이 이곳에 움막을 짓고 시묘를 할 때 심은 해나무로 이로 인해 공목(孔木)이라고도 불리던 나무였다. 이를 기념하듯 정자 앞 비석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子貢手植楷”
  • [20&30]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단상

    [20&30]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단상

    지난해 3월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 규모의 리서치 회사에 입사한 차모(25·여)씨는 첫 회식 자리에서 처음으로 잔돌리기와 폭탄주를 알게 됐다. 사장이 먼저 마시고 잔을 돌리면 술을 안 마실 수 없는 애매한 입장이 됐고, 조금 있다 등장한 ‘타이타닉’ 폭탄주 게임에는 매번 걸려 눈물을 머금고 ‘폭탄’을 들이켜야 했다. 특히 모든 회식이 간부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술로 정해지고, 강제적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차씨에겐 견디기 힘든 고문이었다. 계속되는 회식에 차씨는 6개월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회식이 거의 없는 외국계 회사로 이직했다. ■ “회사 관두겠소” 술술 푸다 폭탄선언 “스트레스를 풀자고 하는 회식인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회식을 하고 나면 야근한 것 이상으로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몇몇이 즐기는 회식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올 7월 청운의 꿈을 품고 대기업에 입사한 정모(24·여)씨도 첫 회식부터 회사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입사 전 친구들로부터 술자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강권하는 술잔에다 2차 노래방 도우미까지 불러대는 뻔뻔한 상사들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술을 잘 마시진 못해도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맞추는 법을 배운 정씨였지만 회사 회식은 차원이 달랐다.“파도 타기를 하며 몇 순배 술이 돌아 구토를 하고 나면 ‘내가 이렇게까지 이 회사에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렵게 들어온 회사라 그만둘 수도 없고, 결국 다음 회식에도 같은 이유로 괴로워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또 힘들어하죠.” ●조폭식 회식에 광란의 가라오케까지 199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경리직으로 입사한 이모(25·여)씨는 120여명이 모인 회사 전체 회식에서 ‘조폭 문화’를 발견하곤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고깃집 하나를 통째로 빌려 천장이 떠나가라 시끌벅적하던 사원들은 사장이 술잔을 들고 일어서자 갑자기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사장이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위하여!’를 외치자 사원들은 모두 충성을 맹세하듯 경쟁적으로 크게 복창한 뒤 미친 듯이 마셔댔다. 이씨는 “왜 그런 식으로 조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해 11월 한 홈쇼핑 회사에 입사한 김모(28)씨는 남다르게 논다는 PD들의 회식에 혀를 내둘렀다.1차에서 고기와 소주로 시작한 회식은 2차 가라오케에 가서 절정에 이르렀다. 폭탄주가 돌기 시작하더니 댄스곡을 크게 틀어놓고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거나 크리넥스 통을 들고 한 장씩 티슈를 뽑아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어안이 벙벙해진 김씨가 평소 좋아하던 발라드곡을 예약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결국 김씨도 곧 그 분위기에 동화되고 말았다.“처음엔 왜 저렇게 미친 듯이 노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죠. 하지만 1년 남짓 되니 어느새 벨트 풀고 휴지 뽑으며 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라게 됐죠.” ●패밀리 레스토랑에 야유회, 웰빙 회식도 있다 2004년 4월 한 영자신문사에 입사한 김모(26·여)씨. 신문사 회식에서 술을 엄청 마신다는 소문에 기가 죽어 있었지만 이 회사는 따로 정해진 정기 회식은 없었다. 입사한 지 넉달만에 사장 주최로 열린 회식은 점심 시간에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고급 해산물 요리 등을 함께 먹는 자리였다. 의아했지만 김씨는 이런 회식에 대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씨는 “이른바 말하는 단합대회 형태의 회식이 주는 장점보다 술 때문에 서로 실수하면서 서먹해지는 일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술을 마시며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는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묻지만 사회생활에서 개인적인 속마음까지 털어놓으며 할 일은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 공기업에 입사한 김모(26)씨도 변형된 웰빙 회식에 대찬성이다. 김씨는 입사 이틀 뒤 횟집에서 가진 첫 회식에서 술은 반주 정도로만 걸치며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는 술자리보단 주로 맛집이나 공연을 찾아다니며 단합하는 분위기였고, 때로는 회사를 벗어나 교외에서 체육대회 등을 하며 이야기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공연 등을 찾아다니면서 교양도 쌓고 개인 시간도 보장되니까 굳이 술자리 회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의 벽 허물기 위해 ‘필요악’” 하지만 술자리 회식에 대해 찬성론을 펼치는 ‘2030’도 적지 않다.2004년 8월 한 의류업체에 취직한 조모(26)씨는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이야기가 마음 편하다. 첫 회식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양주와 맥주 폭탄주를 거푸 마신 뒤 구토까지 한 조씨를 선배들은 한마디 싫은 소리 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줬고 집에까지 바래다줘 친근함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엔 점점 달라지는 술자리 문화 때문에 제대로 회식다운 회식을 못했다. “두 차례 후배를 받아보면서 제대로 추억을 만들 일이 없어 외려 서먹한 것 같아요. 술자리 회식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실수 안해 좋소” 술술 빼고 웰빙선언 서울메트로(옛 지하철공사)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모(40)씨는 회식자리에서 갓 입사한 후배들을 보면 괘씸한 생각이 먼저 든다. 평소엔 생기발랄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입사 초년병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유독 회식자리에서만큼은 인상을 찌푸리는 후배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처럼 회식자리가 잦은 것도 아니고 한 달에 2∼3차례 정도인데 이 시간마저도 힘들어하는 후배들과 무슨 일을 함께 할 수 있겠느냐.”면서 “회식은 직장 동료들끼리 스킨십 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새내기들이 업무처럼 회식도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직장 내 회식에 대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배들 못지않게 선배들도 회식에 대해 남모를 부담이 있다는 방증이다. 한 리서치 전문기관에서 직장인 1817명을 대상으로 ‘회사 회식 자리에서 남들보다 잘 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조사에서 응답자의 40.2%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 19.4%,30대 20.5%,40대 20.1%,50대 이상 32.5%로 나타났다. 공무원인 이모(41)씨는 “사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회식할 때면 후배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된다.”면서 “회식을 주도하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찍히는 풍토가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공무원 사회가 일반 회사보다 위계질서가 엄하다보니 젊은 사람들은 회식자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설사 그렇더라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회식을 젊은 분위기로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회식은 예전처럼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나 영화 관람 후 맥주 한 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선배들이 후배들과의 회식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많은 선배들은 회식자리에서 버릇없는 후배들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출판 관련 전문직에 종사하는 배모(44)씨는 “연말을 맞아 후배들과 회식자리를 자주 갖게 된다.”면서 “회식 때마다 버릇없는 후배가 꼭 한 명씩 등장해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격이 자유분방하면서도 동시에 선후배 사이의 예의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그는 “선후배가 모여 흉금없이 고민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그런 와중에도 선배에 대한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면서 “술 먹다가 선배를 친구처럼 대하는 후배를 보면 회식을 바로 끝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어 교사인 박민혁(39)씨는 “회식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데 후배들이 이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교사들이 특히 개인주의적인 면이 많다.”면서 “요즘 교사에 임용되는 후배들이 더욱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생들에게 단체생활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가 스스로 조직이나 단체 모임을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모순”이라면서 “후배 교사들이 회식에서도 스스로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與의원 일부 한나라 기웃”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이 여권의 지지율 하락과 차기 대선·총선 결과를 우려해 한나라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이 한나라당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명을 본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한나라당은 춥다고 파고 드는 안방 아랫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만만하게 철새들이 오가는 도래지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당내에 있는 분들도 인식해야 한다.”면서 “만약 그런 분들을 받아들인다면 누가 당에 충성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기자들에게 “실명으로 거론되는 의원만도 12∼13명에 달한다.”면서 “이런 소문으로 한나라당이 동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과거 정치공작이 난무하던 시대에 주로 쓰던 ‘아니면 말고 식’의 전형적인 구태정치식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우 대변인은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근거없는 소문을 공식 회의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꼬집었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원작 독창성 깨야 번역이 산다

    번역은 모순들의 변증법이다. 과정인 동시에 산물이고 효과까지 추구하기 때문이다. 번역자는 원문에 대한 충성과 목표언어의 가독성을 조율하는 이율배반에 괴로워한다. 맛깔 나는 아홉보다는 어색한 하나 때문에 비난받는 번역행위는 그야말로 모진 작업이다. 언어학적으로 정밀한 번역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다듬어져야 작품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대리번역처럼 윤리성을 기만해서는 문화 산물로 인정받기 어렵다. 로고스와 파토스, 에토스 사이의 갈등과 그 극복을 고민해 온 미국 템플대 영문학 교수이자 번역 ‘실천가’인 로렌스 베누티가 저술한 ‘번역의 윤리-차이의 미학을 위하여’는 번역학자와 번역가들에게 동시에 주목받은 저서이다. 그에 따르면, 번역에 대한 문화적·법적 홀대의 원인은 원작자의 진본성과 재산권에 집착해 온 서구 낭만주의와 개인주의에 있다. 영미권 출판물의 압도적 불균형 또한 식민시대 이후에도 패권을 유지하려는 세련된 문화적·경제적 착취, 이른 바 번역의 스캔들을 은폐한다. 베누티는 이러한 스캔들의 양상을 언어·문화·제도·경제·지정학적 관점에서 폭로하면서, 영어를 중심으로 세계화되는 시대에 국가들 사이의 문화, 정치, 경제 교류에서 요구되는 차이의 윤리를 제안한다. 바로 이 점에서 그의 책은 다른 학술적 이론서들과는 두드러진 차별성을 가진다. 제1장(혼질성)에서는 자신의 이론적 윤리적 입장을 밝힌다. 그는 여러 언어들의 텍스트 사이의 투명한 소통을 전제하는 언어학적 번역학의 한계에 대하여, 모든 문화적-언어적 상황의 혼질성을 인정하자는 균등주의를 강조한다. 제2장(원저자성)에서는 번역 폄하의 근저에 자리잡은 ‘원저자’ 개념을 다루고 있다. 특히 19세기 말 의사((擬似)번역의 분석을 통해, 작품이 원저자의 독창성의 표출이라는 서구적 소유권 개념을 비판하고, 원저자성에서 파생되는 집단적 성격, 즉 번역의 원저자성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제3장(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법의 연원을 추적하면서, 번역 홀대의 원인이 낭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특수현상에 있음을 파헤친다. 제4장(문화적 정체성의 형성)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일본 문학, 성서번역의 분석을 통해서 번역이 한 문화의 기존 가치나 정전(正典)을 공고히 하거나 변형시키는 가운데 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행로를 보여 준다. 제5장(문학의 교육론)에서는 영미 문화에서 번역의 억압이 문화적 나르시시즘 및 정치경제적 패권주의에 뿌리박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문학과 번역의 교육현장에서 추진할 덕목을 제안한다. 제6장(철학)에서는 언어철학(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의 시각에서 언어와 매체의 중개를 통해 번역이 철학에 기여하는 몫을 고민한다. 제7장(베스트셀러)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고민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지적 베스트셀러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제8장(세계화)에서는 근대 이후에 이루어진 생산적인 번역 방식을 소개함으로써, 영미 일변도의 불균형한 번역문화를 보정할 방안을 촉구한다. 여러 언어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에서 수집한 생생한 보기를 어휘와 문체 그리고 문예학과 텍스트 과학적 시각에서 균형 있게 조명한 이 책을 모든 전공분야의 학생, 출판기획자, 특히 이론에만 경도되어 정작 번역은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박여성 제주대 독일학 교수
  • 북한을 ‘조국’ 남한은 ‘敵後’로 불러

    검찰이 8일 공개한 일심회의 보고문과 북한 지령에는 섬뜩한 내용이 적잖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보고문에는 북한을 ‘조국(祖國)’, 대한민국을 ‘적후(敵後)’로 호칭하고 있으며 김정일에 대한 충성맹세도 여러번 나온다. 반미에 필요한 시민단체, 정치권 등의 동향 파악과 국내정세 등도 총망라돼 있다. ●지령은 이메일 등 인터넷으로 지령은 주로 인터넷과 북한 공작원의 접선을 통해 전달됐다. 건수만도 20여건이나 된다.12건은 인터넷 지령이었고,10여건은 중국과 태국에서 북한공작원으로부터 직접 받았다. 지난해 10월 일심회에 보낸 북한의 지령문에는 “부시가 아펙수뇌자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11월 방한하는 것과 때를 맞춰 광범한 대중단체들과 군중을 조직동원해 대규모의 반대투쟁을 벌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적혀 있었다. 시민단체를 겨냥한 지령도 있었다.“○○연합은 민노당과 긴밀한 련계 밑에 진보세력 후보들을 밀어주도록 하며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시민단체들과 함께 락선락천운동을 하여야 하겠다.”는 지침이었다. 이에 대한 일심회 회원들의 보고 내용이 검찰에 확인된 것은 30여건. 손정목·최기영은 민노당 중앙당, 이정훈은 민노당 서울지역, 이진강은 시민단체의 동향 등 국가기밀을 수집, 장민호(장마이클)씨를 통해 보고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보고 내용 반미, 정치권 동향이 대부분이다. 보고 내용 중에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내 여론도 포함돼 있다. 검찰이 밝힌 대북 보고내용은 반미·반전을 위한 문건투쟁의 일환으로 “5·31 지방선거의 교훈과 진보정당의 과제, 민족의 운명을 가늠하는 미사일 정국의 본질” 등을 실천연대, 전국연합 홈페이지 등에 게시되기도 했다. 보고는 주로 장씨를 통해 보고했거나 9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장씨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직접 만나 개별적으로도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일은 장군님 보고문 가운데는 김정일을 찬양하는 충성 문구도 다수 포함돼 있다. 북한을 조국(祖國)으로, 대한민국은 ‘적후(敵後)’로 표기했다. 검찰은 장씨가 대북 보고문에서 이같은 호칭을 사용해 김정일에 충성맹세한 것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9월 일심회에 보낸 지령문에서 민노당을 ‘민회사’로, 시민단체는 ‘연회사’로, 반미투쟁은 ‘수출’로, 김정일은 ‘사장님’으로 표기했다. 또 접선을 ‘생일파티’로, 활동중지는 ‘입원치료’로, 체포는 ‘급성장염’ 등으로 바꿔 쓰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진강은 신년편지에서 “수령을 결사옹위, 결사관철하는 충직한 전사로 만들어 나가며…”라고 결의했다. 최씨는 사상교육을 받은 후 “장군님의 선군영도가 유일한 정답입니다. 새로운 세기의 수령임을 뼈저리게 느낍니다.”라고 충성맹세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간첩단인가, 이적단체인가 검찰 관계자는 “일심회 사건은 6·15 공동선언 이후 최대 간첩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일심회를 간첩단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간첩단은 법률 용어가 아니지만 이적단체 활동을 하는 단체를 구성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의미에서 간첩단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 70여건을 분석하고 수사에 투입된 검사들이 모두 모여 난상토론을 벌여 일심회를 당초 국정원이 송치한 반국가단체가 아닌 이적단체로 의율해 기소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국가 변란을 직접적이고 1차적인 목표로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는데 그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 검찰이 밝힌 기소내용과 달리 관련자 5명은 ‘일심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도 “이들은 ‘일심회’라고 하는 조직의 실체는 물론이고 명칭조차도 몰랐다고 주장한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장씨 외 다른 4명이 북한 공작원을 만난 것으로 결론짓고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상 회합 및 통신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변호인단은 이를 지나친 법 적용으로 보고 있다. 이동구 홍희경기자 yidonggu@seoul.co.kr
  • 美, 對北금수 60여개 품목 확정

    美, 對北금수 60여개 품목 확정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른 대북 수출금지 사치품 60여개를 확정했다. 플라스마 TV와 향수 등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그 가족 등 북한 지배층을 겨냥한 물품들이다. 지난달 28·29일 베이징에서 북·미가 핵폐기와 관련한 포괄적인 협의를 벌인 뒤 북측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북한 주민들은 굶주리고 고통받는 상황에서 정권이 코냑과 시가에 돈을 물쓰듯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전면적 무역 금수는 아니며, 주민들을 위한 식품, 의약품 등 기본품목들은 금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AP통신은 “미 정부 사상 처음 무역제재를 이용해 외국 지도자를 개인적으로 괴롭히는 조치로, 김정일이 좋아하거나,600여개의 충성 가문에 선물로 줄 것으로 생각되는 물품들”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사치품 목록 발표는 6자회담 진전과 별개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제재의 바퀴는 계속 돌린다는 원칙을 재확인시킨 조치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무렵, 미국에 의해 돈세탁 우려 은행으로 지정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북한 계좌를 동결하자 북한은 강력 반발했다. 북한이 사치품목 조치를 속으로 삭이고 회담에 나올지, 반발할지가 관심사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項莊舞劍 항장무검

    기원전 206년 한나라의 유방이 진나라 수도 함양을 공략해 진왕 자영의 투항을 받아내자 40만 대군을 이끌고 뒤늦게 도착한 항우는 몹시 분개한다. 당시 유방의 군대는 10만명도 채 안돼 스스로 힘이 모자람을 자인하고 있었던 터. 이때 유방의 모사 장량의 절친한 친구이자 항우의 숙부인 항백은 항우가 지금 유방을 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장량에게 일러준다. 유방은 장량의 계책을 받아들여 장량과 함께 직접 홍문, 즉 지금의 섬서성 임동현 동쪽까지 가 항우를 만나 공손히 화해의 뜻을 전하고 충성을 표한다. 항우는 이를 진정으로 믿고 연회를 베풀어 유방을 환대한다. 연회에서 항우의 모사 범증은 몇번이나 항우에게 유방을 죽일 것을 암시하지만 항우는 이를 허락치 않는다. 이에 범증은 항우의 사촌동생 항장을 시켜 칼춤을 추다가 기회를 봐 유방을 죽이도록 한다. 그러자 항백도 칼을 빼들고 춤을 추는 척하며 유방을 엄호한다. 유방은 맹장 번쾌가 보검과 방패를 들고 나타난 뒤에야 겨우 몸을 빼어 달아날 수 있었다.‘사기-항우본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항장무검(項莊舞劍)은 이 고사에서 알 수 있듯, 일을 하는 데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로스쿨법 처리를 막기 위해 몸부림치는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 언필칭 국민을 들먹이는 이들의 직역(職域)이기주의 행태가 마치 거짓 흥을 돋우는 항장의 칼춤 같다. 그러니 철밥통도 아니고 금밥통을 지키는 ‘변호사회 여의도지부 의원들’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 아닌가. 하루빨리 선량(選良)으로 돌아오라. jmkim@seoul.co.kr
  • [일요영화]

    ●커커시리 마운틴 패트롤(KBS1 밤12시20분) ‘커커시리’는 중국 서부 티베트에 있는, 해발 4000∼5000m 높이의 고원지대를 일컫는 지명이다. 장대한 양쯔강의 발원지를 품고 있는 커커시리는 몽골말로 ‘아름다운 소녀’라는 낭만적인 뜻도 가지고 있다. 영화는 90년대 중반 결성돼 커커시리 보호활동을 벌이는 산악경비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인적없던 커커시리는 이곳 영양의 털로 만든 숄과 조끼가 최상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밀렵꾼들 등살에 시달린다. 그러자 군인이었던 ‘르타이’가 나서서 밀렵꾼을 막기 위한 산악경비대를 조직한다. 물론 밀렵꾼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거세게 저항한다. 그러다 한 경비대원이 밀렵꾼에게 살해당하고,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 대도시 신문 기자 ‘가유’가 산악경비대와 함께 동행취재에 나서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여기서 경비대원과 밀렵꾼의 대결은 선과 악의 대립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고원지대에서 쫓고 쫓기는 사투를 벌이려면 양쪽 모두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려면 고원지대에서 바람처럼 살아가는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돈이 되는 영양 가죽을 거래하는 것. 그러다보니 경비대원들도 밀렵꾼과 별 다를 바 없이 영양을 거래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으로서는 영화 보는 내내 드는 불편함을 어쩔 수 없다. 고구려·발해사가 동북공정 대상이듯, 티베트는 서남공정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량하고 거대한 중국 서부 고원지대를 배경으로 마치 카우보이 영화처럼 찍은 스타일이 마음에 걸린다. 미국은 기독교 문명의 교화를 내걸고 인디언들을 학살한 뒤 이를 서부극으로 미화했다. 혹시 이 영화도 서남공정을 모른 척하고 중국이 티베트의 원시자연을 지켜주고 있노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중국 5세대 영화감독 루추안 감독이 연출했다.KBS가 야심차게 기획했던 ‘아시아의 창’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다.2004년작,90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고스트 독(SBS 밤1시5분) 짐 자무시 감독이 도전한 사무라이 영화. 모든게 베일에 싸인 살인 청부업자 ‘고스트 독’. 그는 오직 사무라이 정신에만 미쳐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3류 마피아 루이에게 우연히 도움을 받고, 고스트 독은 생명의 은인 루이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그 뒤 루이의 명령에 따라 마피아의 적수들을 하나 하나 해치워 간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힙합이 인상적이다.1999년작,100분.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아나운서 출신 가수,‘네잎클로버’의 이규항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아나운서 출신 가수,‘네잎클로버’의 이규항

    ‘네잎클로버 찾으려고/꽃 수풀 잔디에서 해 가는 줄 몰랐네/당신에게 드리고픈/네잎클로버 사랑의 선물/희망의 푸른 꿈 당신의 행운을/당신의 충성을 바치려고 하는 맘/네잎클로버 찾으려고/헤매는 마음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이인선 작사, 김영종 작곡)’ 한때 ‘네잎클로버’가 프러포즈용으로도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기에 발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곡은 아나운서 출신가수 이규항(67)씨가 1968년에 발표한 노래다. ‘이규항’이라는 이름은 특히 중·장년층에게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당시 라디오시대를 추억하게 만들 정도의 스타급 아나운서.60∼70년대 최고인기였던 고교야구 붐과 더불어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몰래 이어폰을 꽂고 야구중계를 듣던 교실 풍경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라디오가 최고 오락수단이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 아나운서들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아나운서 1세대’인 전영우, 장기범, 임택근, 박종세씨로 이어지는 아나운서 계보를 잇는 이규항씨는 1961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후 특히 스포츠 캐스터로 명성을 날리면서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최고령의 야구 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말품이 가장 많이 든다는 스포츠 캐스터로 근 40년간을 지켜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기 감각을 읽는 판단력과 순발력, 그리고 무엇보다 장단음을 정확히 구사해서 말의 맛을 두 배로 높이는 실력 때문. ‘언어의 마술사’로도 불릴 만큼 정확한 우리말을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1939년 3월13일, 서울 연지동에서 부친 이세영씨와 모친 김복순씨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출생해 서울 중앙중·고, 그리고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이규항씨는 명 스포츠 캐스터답게 중앙고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유도를 해온 스포츠맨으로 대한유도회 공인 6단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엔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이 없었고 그래서 표현력까지 부족했다. 심지어 지나치리만큼 말이 없는 것이 걱정되어 가정방문이 없던 시절임에도 담임선생이 집에 찾아와 부모와 심각히 진로문제를 상의했을 정도. 이러한 그가 아나운서의 꿈을 꾸게 된 동기는 중학생 시절, 당시 라디오 인기프로그램,‘스무고개’의 사회자 장기범 아나운서의 말씨에 반했기 때문. 당시 장기범 아나운서는 ‘스무고개’를, 그리고 양대 산맥이었던 임택근 아나운서는 ‘노래 자랑’ 사회를 봤던 시절로 이 쌍두마차는 온 국민들의 귀를 라디오에 쏠리게 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등장하자마자 인기 아나운서 대열에 합류했던 이규항씨가 노래를 취입, 가수로까지 활동하게 된 계기는 60년대 중반,‘아나운서 온 퍼레이드’라는 아나운서 장기자랑 무대에 서면서부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펫분의 ‘I’ll Be Home’을 멋지게 부르자 주위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음반을 취입해도 되겠다고 부추긴 게 계기가 되었다. 결국 당시 방송 스크립터이자 작사가였던 하중희씨의 권유에 의해 ‘네잎클로버’를 취입, 히트하면서 이듬해인 1969년 당시 문화공보부가 주관했던 무궁화대상 남자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아나운서라는 신분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일반무대에 나서기는 힘들었다. 인기에 비해 많은 노래를 취입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한 ‘반쪽가수’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는 소월 시에 서영은씨가 곡을 붙인 ‘가는 길’을 비롯해 ‘나비바람’,‘하늘인가 땅인가’,‘꿈의 그림자’ 등의 명곡들을 발표했다. 명아나운서의 부드럽고 중후한 목소리로 불려진 이러한 그의 노래들이 우리 가요사에 남겨져 전해진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현재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말의 품격이 무너진 요즘 방송을 ‘언어교통사고’ 방송이라고 개탄한다. 아나운서는 ‘우리말 지킴이’로 특히 ‘춘향이와 이도령’의 말을 구사해야지,‘향단이와 방자’의 말을 써서는 안 된다며 말의 품위를 한층 강조한다. 그는 얼마 전 ‘우리나라 2대 아나운서’ 탄생의 주인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KBS 아나운서 공채로 입사한 이상협씨가 바로 이규항씨의 장남으로 ‘부전자전’의 길을 걷고 있다. sachilo@empal.com
  • [옴부즈맨 칼럼] 시민 중심의 저널리즘/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저널리즘은 어느 누구보다 시민에게 충실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명제 같지만 이는 미국 언론인 코바치와 로젠스틸이 특별히 제시한 저널리즘의 원칙 중 하나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요소’란 저작에서 그는 진실추구, 시민에 대한 충성, 검증의 규율, 취재원으로부터의 독립, 권력에 대한 감시 등 저널리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21세기 들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 원칙들 중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요소는 바로 수용자인 시민에 대한 고려 부분이다. 물론 언론이 독립적으로 권력을 감시하면서 검증을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시민에게 충실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자본과 정치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의 기능이 강조된 시점에서는 정책결정자나 전문가에게 언론이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이 빠진 저널리즘은 민주주의 과정에서 정치조직, 언론, 시민과의 괴리를 넓혀 놓았다는 것이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의 관찰 결과이다. 나와 비슷한 일반 시민들은 과연 특정 이슈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전통적인 언론의 기능에 균형을 맞춰 오늘날 상대적으로 더 고려해야 할 언론의 책무는 시민들의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고 공공저널리즘(public journalism) 주창자들은 강조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소리없는 시민의 문제를 제기하며, 시민 중심의 의제를 발굴해 소개하라는 것이 공공저널리즘의 핵심이다. 이같은 시민의 입장에서 본 지난주 서울신문의 지면은 어떠했는가? ‘세금폭탄’ ‘미친 집값’ ‘집값 민란’ 등 부동산 정책 이슈와 관련한 논란 가운데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민의 입장을 반영하려 노력한 보도를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다.14일 ‘맞벌이 대신 집 보러 다닐 걸’이라는 1면 우측 머리기사는 서민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대변한 기사였다.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은 삽화 역시 1면 중앙에 강조되어 설득력이 있었다.15일 1면 상단의 ‘아파트 거품 빠질 날은’이란 사진기사는 터무니없는 집값이 내리기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단 한장의 아주 적절한 사진으로 소개했다. 시민 중심의 기획보도 역시 눈에 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기획물인 ‘HAPPY KOREA’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의 지역 주민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연속 기획물이다. 지난주에는 밀양 연극촌, 울주 맑은내배꽃마을,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등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시민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행정기관과 서울신문이 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이기는 하지만 기사가 시민들의 삶을 중심으로 구성된 점과 시민과 행정기관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면서 두 주체의 관계를 언론이 연결시키려 한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문가, 정책결정자, 조직, 연구결과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보도보다 다수의 시민들을 직접 접촉해야 하는 시민 중심의 보도는 사실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에 비해 취재 여건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 연초와 비교해 볼 때 이슈와 관련한 시민의 의견을 담은 기사가 많이 등장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전달하는 기획 보도가 연속적으로 출현한 것은 서울신문의 좋은 변화이다. 서울신문의 기획물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작진이 올해 처음 제정된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지난 주에 있었다. 이 칼럼을 통해 지난 4월 언급한 기획기사가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기쁘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 소리 없는 시민을 대변해 준 제작진의 노고에 감사하고 축하하고 싶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새영화] ‘디어 평양’

    [새영화] ‘디어 평양’

    ‘북한, 조국, 재일교포, 그리고 아버지’ 가까우면서도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이 단어들에 대한 생생한 다큐멘터리가 오는 23일 개봉하는 ‘디어 평양’이다. 재일 조선인 2세 양영희(42) 감독은 아버지와 어머니, 북한에 사는 세 오빠와 가족 이야기를 10년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15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북한을 조국으로 생각하며 열혈 김일성 추종자로 살아온 아버지. 딸의 결혼을 재촉하면서도 “미국놈, 일본놈은 안된다.”고 한다. 북한의 귀환정책에 따라 아들 셋을 북한에 보냈지만,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것을 그리워하며, 북한의 실상과 아들들의 고단한 생활을 확인한 뒤에는 삶을 후회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여전히 ‘수령님’과 ‘장군님’ ‘조국’에 대한 강한 충성을 다짐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아버지, 그런 남편을 묵묵히 따르는 어머니.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갈등하는 딸(양 감독)의 시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화해와 사랑, 아픔의 치유로 바뀌어 간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나약해지며 점차 신념까지 흔들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영화는 단지 재일 조선인의 현실이기보다는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에 가깝다. 객석에서 조용히 터뜨리는 눈물은 아마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아버지를 투영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 베를린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과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부문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받았다.12세 이상 관람가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전대 열면 한마디로 대분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계의 몸통인 민주평화국민연대의 지난 2일 지도위 회의에서는 통합신당론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난국 타개책을 찾기 위한 방안들이 집중 논의됐다.‘분당세력’,‘대분열’,‘집단탈당’,‘계파간 합의’ 등 참석 의원들의 발언에서 위기감과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음은 서울신문이 입수한 회의록 요지.A의원 통합을 전제로 한다면 전당대회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전대에서 재창당론이냐 통합신당이냐의 안건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있을 수 있다.B의원 승부를 본다고 해도 통합의 의미가 퇴색한다.C의원 조기 전대란 것은…최고위원 5명을 선출해야 한다.D의원 지도부가 누가 될 것인지 한번 붙어보자는 것이 된다.E의원 현재의 대립상황을 볼 때 전대를 한다면 우리당에 일정 사람들이 남아 있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F의원 한마디로 대분열이다.D의원 전대를 하자는 쪽의 노림수는 그들의 충성스러운 대의원이 30%가 있는 반면 이쪽은 마음 다 떠난 대의원뿐이고, 전대를 치르면 이기거나 2,3위 입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대로 끌려가면 우리는 분당세력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G의원 집단탈당을 할 것이 아니라면 전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주요 세력간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D의원 GT·DY 양대 계파가 물밑으로 높은 수준의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아니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H의원 각 정파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특별기구의 구성은 어떤가.F의원 정파를 떠난 객관적인 목소리의 반영도 중요하다.A의원 비대위원들은 자신들이 현 정치적 상황을 쥐고 가고 싶어 한다.H의원 현 비대위 구성이 통합신당파가 훨씬 많은데 다른 것을 만들면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는 생각들도 있다.(친노세력인)참정연 등과 우리가 갈라서는 모습도 영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대화 창구를 가동해야 한다.D의원 비대위가 모든 것을 갖고 가면 참정연은 몇 남지 않는다. 그러나 전대로 가닥이 잡히면 이들은 절대 흩어지지 않는다. 비대위 주도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전대는 형식적 추인이나 완성 수준으로 격하시켜야 한다.B의원 통합신당을 추진하더라도 그룹간 손발을 맞추는 조율이 필요하다. 밖의 세력과 빅뱅할 때 시기와 형식이 맞아야 한다. 선도탈당 그룹이 생기면 다수의 남은 세력과 분열이 생기게 되고, 아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A의원 VIP(노무현 대통령)를 포함해 완강한 반대세력이 현존하는데 임시전대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다.I의원 정히 그러면 놔두고 가는 수밖에 없지 않나.H의원 ‘확 떨구고 가자.’는 주장에 무조건 동의만 할 수는 없다.F의원 각자 가자는 주장은 너무 나이브한 것이다. 끝까지 당내 단일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A의원 당을 깨고 나가는 것은 안 된다. 다 합쳐서 한나라당을 깨자는 것인데 40명 이상이 남을 당을 존재하게 할 수는 없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부시 “네오콘 너희들마저…”

    이라크 전쟁 개전을 옹호했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잇따라 그때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전향’해 그렇지 않아도 중간선거 고전으로 시름하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레이건 시절 국방부 차관으로 일했고 부시 행정부 초기엔 국방부의 정책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리처드 펄은 곧 발매되는 잡지 ‘베니티 페어’ 1월호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전쟁을 잘못 수습하는 바람에 이라크 정책이 재앙으로 변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펄은 2003년 개전 당시에 “오늘날 상황을 알 수 있었더라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려는 전쟁을 옹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이라크 침공 말고 다른 대안을 찾자고 제의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는 “전쟁이 끝나는 날에 (부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 뒤 “행정부 안의 몇 명이 충성스럽지 못하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펄은 그런 인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주도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지목했다. 이라크전 개전에 찬동했던 케네스 에덜먼은 정책 실패의 잘못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돌렸다. 부시 대통령에게 비공식 정보를 건네는 ‘국방정책위원회’에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에덜먼은 개전 1년 전에는 후세인의 군사력이 쉽게 궤멸될 것이며 이라크 해방은 ‘식은 죽 먹기’로 여겼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한 발 나아가 부시 안보팀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무능한 팀이라고 비판하며, 특히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연기력’에 자신이 깜빡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신보수주의 개념을 ‘도덕적 선(善)’을 위해 미국의 힘을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했지만 이제 이 이념은 “어느 곳에서도 호응하는 이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미 타임스’ 등 육해공 및 해병대 기관지들은 중간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일제히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로 해 럼즈펠드의 퇴진 압력을 본격화하고 나섰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미국통’ 3명 나란히 ★

    ‘미국통’ 3명 나란히 ★

    3일 단행된 정기 장성(준장, 소장급) 진급인사에서 정책분야 가운데 미국통들이 한묶음으로 진급한 반면, 북한통은 고배를 들어 대조를 보였다. 국방부 ‘한미미래동맹TF’ 팀장인 김병기(육사35기) 대령과 미주정책팀장인 전인범(육사37기) 대령, 그리고 연합사 기획차장 최익봉(육사36기) 대령이 나란히 ‘별’을 달았다. 반면 국방부 북한정책팀장으로 남북군사회담 실무대표를 맡고 있는 문성묵(3사13기) 대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급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통들에 대거 인센티브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반면 남북 군사회담이 수년째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 북한통의 ‘열외’를 가져왔다는 관측이다. 이날 인사에서 육군은 준장 13명이 소장으로, 대령 55명이 준장으로 각각 진급했으며 해군은 준장 6명이 소장으로, 대령 17명이 준장으로 승급했다. 공군은 준장 5명이 소장으로, 대령 17명이 준장으로 진급하는 등 총 113명이 승진의 기쁨을 누렸다. 이번 인사로 육사 37기 출신이 처음으로 별을 달았으며, 육사 34기 출신이 사단장에 처음 보임될 예정이다. 또 육군 이석재(공병) 대령은 기술행정사관후보생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별을 달았다.2사관학교 출신인 해군 김영섭(항해) 대령도 항해 병과 출신 ‘장군 1호’로 기록됐으며, 공군 한효우 대령은 학군(ROTC) 출신 공군 전투병과 영관급 장교 가운데 처음으로 장군으로 진급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달 15일쯤 대장 및 중장 진급 인사와 함께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 등의 인선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김종배의 미디어 세상] ‘일심회’ 보도 실체를 직시해야

    중앙정보부나 안기부가 발표하면 받아쓰던 때가 있었다. 간첩(단) 보도가 그랬다. 과거의 일이 된 줄 알았다. 가뭄에 콩 나듯 간첩 검거 소식이 전해졌지만 언론은 크게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 거친 맹목의 상태에서 깨어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언론이 ‘일심회’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국정원의 발표를 근거로 386운동권 출신들이 결성한 고정간첩 조직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노동당에 가입해 충성서약까지 한 장모씨가 다른 386운동권들을 포섭해 베이징 등지에서 북한공작원과 접선케 했다고 전한다. 언론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충격적인’ 일은 일심회에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과 사무부총장이 끼어있다는 점이고,‘더욱 충격적인’ 일은 그 범위가 민노당을 넘어 여권 386정치인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며,‘그 무엇보다 충격적인’ 일은 간첩단을 수사하는 와중에 김승규 국정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점이라고 한다. 독자들도 충격을 받는다. 북한 실상이나 한반도 정세를 애써 무시하는 ‘망동주의자’의 일탈이, 그 못잖게 ‘망동주의’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는 충격적이다.‘망동주의자’의 ‘암약’을 전하는 언론 보도에는 ‘맹목주의’가 깔려있다. 장씨에게 포섭됐다는 이모씨의 행적을 전하면서 엉뚱한 사실을 끼워넣는 몽매함도 충격적이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사실관계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인데도 ‘접촉’과 ‘접선’,‘교우’와 ‘포섭’을 가리지 않는 보도태도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충격적인 일은 김승규 국정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마구잡이로 추측하는 무모함이다. 간첩단 사건 수사를 지휘해야 할 국정원장이 돌연 사의한 배경에는 코드가 작용했다고 짚는다. 간첩단 사건 수사가 현 정부의 코드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김 원장이 사퇴하게 됐다는 식이다. 여기서 오버랩 현상이 발생한다. 간첩단 수사를 불쾌하게 여긴 현 정부와 간첩단에 연루됐을지도 모를 여권의 386정치인들이 오버랩된다. 이런 묘사 끝에 현 정부는 국가안보에 구멍을 숭숭 뚫은 얼치기 정권, 정권 핵심부에 간첩의 마수를 뻗치게 만든 좌파정권이 된다. 종합하자면 ‘얼치기 좌파정권’쯤 될 것이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지금, 이런 묘사는 이미지 조작으로 흐를 수 있다. 언론이 점치는 국정원장 사퇴 배경은 추정이다. 추정의 출발점은 김 원장의 ‘돌연 사의 표명’이다. 애초에는 사퇴 의사가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는 데서 추정을 시작한다. 그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애초’와 ‘돌연’ 사이에 ‘일심회’ 수사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돌연 사의표명’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추정의 골격은 이렇다. 하지만 김 원장의 사퇴 전망은 ‘일심회’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나왔다.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를 점치고, 후임 국정원장 하마평 보도까지 내놓은 언론이 적지 않았다. 그랬던 언론이 ‘돌연’ 보도태도를 바꿨다. 그 탓에 ‘일심회’ 사건은 정치성을 떠안게 됐다. 그것도 정권 핵심부의 ‘망동’이 묘사되는, 악성 정치사건이 됐다.미디어평론가
  • 라디오 스타DJ 총출동

    왕년의 가수왕 최곤(박중훈 분)과 그의 충성스러운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의 라디오 DJ 도전기를 다룬 영화 ‘라디오 스타’는 비디오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라디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MBC라디오는 가을개편을 맞아 30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이재용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오후 4시5분∼6시)의 특집방송 ‘라디오 스타, 라디오 시대에 모이다’(연출 황종현·손한서)를 방송한다. 전국의 청취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진행해온 MBC 라디오 최고의 DJ들이 총출동,2명씩 짝을 이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30일 양희은·배철수에 이어 박명수·나경은, 강석·타블로, 이문세·조정린, 김기덕·호란, 최양락·김미진, 송승환·박경림, 김성주·박정아 등 관록과 젊음의 DJ들이 개성 넘치는 매일 코너를 진행한다.‘…라디오시대’의 간판 코너로, 청취자들의 재미있는 사연을 소개하는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가 새로운 DJ들의 색다른 소개로 꾸며진다. 이와 함께 엉뚱한 조합으로 만난 DJ들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코너들이 매일 다른 형식으로 청취자들을 만나면서 영화 ‘라디오 스타’와 비슷하게 청취자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난다. 황종현 PD는 “라디오에 얽힌 청취자들의 생각과 추억, 경험 등을 전화연결을 통해 들으면서 DJ들과 사연을 나누게 될 것”이라면서 “라디오 활동을 했던 아나운서나 연예인 등 게스트들도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디오시대’의 주 청취자가 중장년층인 만큼, 타블로·조경린·박정아 등 젊은 DJ들이 청취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간첩단 사건’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일부 386운동권 출신들의 간첩 혐의 사건은 충격적이다. 영장에 나타난 일부 혐의만으로도 국가의 안전을 해치는 반국가 활동이 분명해 보인다. 주범 장민호 씨는 간첩교육을 받고 충성서약을 했으며, 노동당에 입당한 뒤 10여년간 국가기밀을 수집해 음어로 북한에 전달했다고 한다. 장씨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이정훈 전 중앙위원과 최기영 사무부총장이 북한과 내통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기를 흔드는 시대착오적인 범죄다. 북한이 어떤 곳이라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세상이다. 국정원은 장민호 리스트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리스트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혐의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수사해 철저하게 진상을 가려야 한다. 하지만 부풀리기식 수사는 안 된다. 국정원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왔다. 국민은 국정원의 용공조작 사건들을 잊지 않고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따라서 국정원은 철저한 수사와 증거로 말을 해야 한다. 특히 북한을 위해 실제로 간첩 행위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거와 같이 사건을 ‘만들어’ 내면 재판에서 뒤집어진다. 그러면 국정원에 대한 신뢰는 또 추락하게 된다. 민노당도 말을 아껴야 한다.‘극우세력의 기도가 대대적인 조작사건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라는 성명은 국민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이정훈 씨는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 자숙하면서 사건을 지켜보아야 한다. 보수세력의 움직임도 우려된다. 일부 386운동권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전체 386운동권이나 청와대를 매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우리 국민도 ‘색깔론’에 거부감을 가질 만큼 성숙해졌다.
  • [눈에 띄네] 영화 ‘거룩한 계보’ 출연 정준호

    [눈에 띄네] 영화 ‘거룩한 계보’ 출연 정준호

    “이런 정준호, 처음이야!” 19일 개봉한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제작 KnJ엔터테인먼트)에서 정준호에게 쏠리는 관객평가이다. 개봉 첫날 전국관객 9만6000명을 모으며 순조롭게 출발한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조직’ 보스에 대한 충성과 친구와의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건달.‘두사부일체’‘가문의 영광’‘투사부일체’ 등 조폭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그를 기억해온 팬들에게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질감의 정준호를 만나게 해준다. 어릴적 단짝친구이자 조직의 동료 치성(정재영)이 보스의 배신으로 위기에 처하자 “회사”(몸담은 조직을 일컫는 그의 대사)와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의 기둥은 정재영의 동선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정준호가 구사하는 미묘한 감정변화는 재기발랄함과 묵직한 감동이 요령껏 손잡은 ‘장진표’ 누아르액션을 한결 더 독창적으로 띄워올렸다. “니가 이겼다. 이겼은게…그만허자. 미안허다. 난 여그 회사원인게…” 치성에게 마지막으로 건네는 찐∼한 호남사투리 대사는 ‘친구’의 “고마해라…” 대목에 버금가는 명대사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명박 지지율 강세’ 숨겨진 힘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요즘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의 급상승세는 특히 추석과 북핵실험 이후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그 이유가 뭘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우선 추석 연휴의 ‘구전 효과’를 꼽았다. 추석 직전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를 2%포인트 안팎으로, 혹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사실이 연휴에 모인 가족에게 구전되면서 둘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가리켜 ‘우세해 보이는 사람에게 쏠리는 현상’인 “밴드 왜건 효과”라고 설명한다. 여기에다 연휴가 끝난 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대권주자의 지지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길리서치연구소 홍형식 소장은 “북핵실험 이전의 대북 문제는 원래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한 이슈로, 먼 미래의 문제이자 안보·이념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현실에서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니 당장 위기를 관리하고, 대안을 제시할 후보를 찾게 마련인데 평소 청계천 건설, 정책 투어에다 대운하 구상까지 제시한 이 전 시장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거 기획에 잔뼈가 굵은 한 중진 의원은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북핵 사태로 유권자층이 더 보수화 경향을 보이는데 그 경우에는 여성인 박 전 대표보다는 선이 굵은 남성인 이 전 시장에게 호감이 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수층의 결집으로 오히려 여성 한계론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지지층의 ‘견고성’을 들어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핵심 지지층은 여성·저학력층·저소득층·50대 이상·대구 경북(TK) 거주자로,40대·화이트칼라·지식인층이 지지층인 이 전 시장에 비해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고건 전 총리와 범여권의 약세로 이탈한 40대·화이트칼라 표심이 이 전 시장 쪽으로 이동했다.”면서 “이 전 시장 지지율은 확장력이 있지만, 견고하지 않은 데 비해 박 전 대표는 그 반대”라고 정반대 분석을 내놓았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