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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ul Law] 변호사업계 ‘블루오션’ 기업변호사 (하)

    [Seoul Law] 변호사업계 ‘블루오션’ 기업변호사 (하)

    오너가 있는 주요 재벌 그룹이나 지주회사 법무실장은 대부분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그룹 계열사 법무실장은 “검찰 출신 법무실장은 오너한테 급하거나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A기업의 한 사내변호사는 “오너가 있는 그룹 법무실장은 검찰 출신이, 실무 중심인 계열사는 로펌 출신이 대세를 이룬다.”고 말했다. ●오너 신변 ‘비상사태´ 대비 바람막이 역할 자산규모 순으로 우리나라에 오너가 있는 주요 재벌 그룹이나 지주회사의 법무실장으로는 삼성그룹 이종왕 법무실장(사퇴), 현대 기아자동차 김재기 상임법률고문,(주)SK 김준호 부사장,(주)LG 이종상 상무,GS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임병용 부사장, 한화그룹 채정석 부사장, 두산그룹 임성기 전무 등이 있다. 롯데그룹 이종걸 법무실장은 비법조인 출신이고 LS, 동부그룹엔 법무실이 없다. 지난 10일 사퇴한 이종왕 전 법무실장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과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다. 김재기 고문은 수원지검장, 김준호 부사장은 대검 중수부과장을 역임했다. 채정석 부사장과 임성기 전무는 부장검사 출신이다. 이종상 상무와 임병용 부사장은 평검사 출신이다. 임 부사장은 검찰에서 1년간 보낸 뒤 럭키금성그룹(전 LG그룹)회장실과 사업부서에서도 근무했었다. 삼성그룹 김용철 전 법무팀장도 특수부 검사였다. 국정원 불법감청과 법조비리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박민식 전 검사는 지난해 변호사로 나설 때 한 대기업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실무 중심의 계열사는 로펌 출신이 대세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 출신 법무실장은 회사의 오너들이 경영권 승계나 비자금 조성 과정 등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다 적발돼 형사사건으로 조사받을 때 바람막이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A기업의 한 사내변호사는 “검찰 출신 법무실장은 오너가 형사사건에 휘말렸을 때 실시간으로 손발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오너들이 선호한다.”면서 “외부로펌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바깥 사람이어서 사내변호사처럼 오너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 열린 사내변호사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에서 조근호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사내변호사가 회사의 바람막이용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CEO들이 기업변호사들을 전정한 법적 조언자로 여기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이 법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비법률적인 접대 형식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해 사내변호사가 자리잡기 어렵다.”고 말했다.B기업 한 사내변호사는 “기업변호사가 회사 경영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 현실은 아닌 것 같다.”면서 “특히 로비용이나 바람막이용 성격이 짙은 인사들이 임원으로 영입돼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하려는 연수원 출신 기업변호사의 앞길을 막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기업변호사는 준법감시인? CEO ‘입김’ 세 제 역할 못해 기업들은 최근 준법경영을 하기 위해 법무조직을 확대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씨티은행 조윤선 부행장(연수원 23기)은 “기업변호사는 회사의 각 부서가 법규와 내규를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인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기업변호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커서 기업변호사가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알게 될 경우 이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IBM 데이비드 워터스 전무는 지난달 사내변호사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엄청난 규모의 회계부정으로 망한 엔론의 변호사들은 이사회에 경영진의 비리를 보고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면서 “경영진이 변호사들을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용기있는 행동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다르지 않다. 기업변호사들이 CEO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이다.A기업의 한 변호사는 “기업변호사의 위상과 연봉, 승진은 모두 CEO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했다.S그룹 법무실의 한 간부도 “회의에 나설 때마다 부회장한테 지적당할까봐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위법한 일을 저지를 때 기업변호사가 이를 냉정하게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B기업의 한 변호사도 “기업이 변호사를 고용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외부로펌이나 변호사한테 알리기엔 부담스러운 영업비밀에 대한 법률적인 리스크를 듣기 위함인데 그 내용 가운데 법을 피해 가는 일이나 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고 털어놓았다. 기업변호사가 편법을 쓰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삼성 법무실 이수형 상무는 “김용철 전 법무팀장과 이경훈 전 상무도 준법감시인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 로비 의혹의 당사자로 불법에 연루돼 있다. 이는 기업변호사 본래의 취지 가운데 하나인 준법 감시인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워터스 전무는 “기업변호사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활동하려면 법무팀장은 독립적이고 재량권을 가진 존재여야 하고 경영진 외에 사외이사들도 법무팀장 선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무팀장은 다른 사내변호사들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져 이들이 준법 감시활동을 잘하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대체로 대기업들의 경우, 일반 기업변호사와 준법감시인 변호사가 분리돼 있는 추세이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두 역할을 함께 맡는다. 금융권은 법률적으로 준법감시인을 두어야 하지만 비금융권은 자율적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기업변호사 늘면 로펌시장은 기업변호사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이나 객관적인 외부 의견이 필요한 경우에 외부로펌에 의뢰한다. 따라서 기업변호사가 늘고 그들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로펌으로 가는 일거리는 줄게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대부분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대기업마다 채용하는 변호사 수를 늘리자 일부 로펌에서 일거리가 주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KCL의 임희택 파트너 변호사는 “기업변호사가 늘어 일거리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법무법인 충정의 한 파트너 변호사도 “시티은행이 변호사를 늘리자 기존에 오던 자문 가운데 오지 않는 것이 있다.”고 했다.SK텔레콤 이순태 변호사는 “기업변호사들이 업무에 대해 익숙해지면서 로펌으로 가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입사할 때보다 30∼40%가량 준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오히려 기업변호사가 늘면 법률시장 자체가 커져 로펌의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 정수근 변호사는 “법무실에서 변호사를 늘렸더니 1인당 업무량이 더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 업무 가운데 예전엔 법률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았던 것을 변호사들이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그룹 법무실 간부는 “여기에 와 보니 그동안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했지만 그 과정없이 처리된 것들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률전문가들이 검토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한시환 변호사는 “기업에 변호사가 많아지면 법률자문을 받아야 할 것이 많아져 로펌으로 가는 자문 업무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율촌의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기업변호사가 늘면 단기적으론 로펌의 일거리가 줄 것이나 장기적으론 법률시장의 파이가 커져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기업변호사 비즈니스에 강해 로펌 결론 법무실서 뒤집기도” “새로 추진하던 사업을 로펌에서 위법이라고 했으나 법무실에서 다시 검토하니 합법이어서 관철시켰다.” SK텔레콤 법무실을 총괄하고 있는 남영찬(연수원 16기·부사장) 윤리경영센터장은 “비즈니스를 잘 알면 기업변호사가 로펌변호사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판사 출신으로 2005년 SK텔레콤에 영입된 남 부사장은 한 예로 신규사업본부에서 추진한 SK 교통 정보 사업을 한 로펌에서 ‘위법’이라고 의견을 냈으나 이를 기업변호사들이 적법하다고 밝혀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했던 일을 들었다. SK 교통정보는 지난해 9월부터 제공되고 있는데 주로 전국 곳곳의 교통 체증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중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의 체증 여부는 고객의 위치 정보로 확인된다. 고속도로와 국도 곳곳에 설치된 기지국에서 도로를 이용하는 고객이 탄 자동차의 속도를 통해 확인된 평균 속도로 체증 여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 부사장은 “로펌에선 ‘이 서비스가 고객 개개인의 위치를 통해 확인되므로 사생활 침해에 해당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고객 위치가 확인되는 과정을 살펴보니 그 위치는 ‘암호’로 표시돼 그곳에 있는 고객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즉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펌은 개개인의 위치 정보가 암호로 표시되는 걸 몰라서 위법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로펌에서 위법이란 결론이 나오자 신규사업본부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각 고속도로와 국도의 교통 체증 여부를 확인받아 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한국도로공사가 요구한 사용료는 20억원이었다. 하지만 기업변호사가 이 비즈니스 모델을 자세히 알고 있어 로펌의 결과를 뒤집고 비용을 줄인 것이다. 남 부사장은 “기업변호사가 로펌변호사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단 지적이 있는데 큰 로펌 변호사들이 연수원 성적이 더 높아서 그런 것 같다.”면서 “오히려 기업에서 일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익히게 돼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부사장은 이외에도 기업에서 변호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개개인이 실력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회사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법무실 책임자가 최고의사결정회의에 참가해 사내 정보를 공유해야 실시간으로 법률적 문제가 될 부분을 찾아내 자문해 주고 다른 사내변호사들에게도 회사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또 “기업변호사는 준법감시인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중요 사항은 법무실의 검토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2007 대선 사이버 대전]문국현,사이트방문 41%로 1위

    [2007 대선 사이버 대전]문국현,사이트방문 41%로 1위

    인터넷상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지난 10월28일부터 11월10일까지 각 대선후보 홈페이지와 팬클럽 사이트의 순방문자수를 분석한 결과 문 후보는 총 28만 2661명의 방문자수를 기록했다.2위 이명박 후보를 무려 8만여명 앞지르는 수치다. 이는 전체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네티즌 방문자수의 41%에 해당한다. 주요 대선후보 가운데 문 후보는 국민 인지도가 가장 낮다. 문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은 지난 16대 대선을 연상케도 한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자발적인 대규모 네티즌 지지층을 발판으로 민주당 경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당시 ‘노사모’격인 문국현 지지 팬클럽 ‘문함대’와 ‘희망문’도 순방문자수에서 이명박 후보의 ‘MB연대’와 ‘명박사랑’을 추월한 상태다. 이런 결과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올 1월부터 10월말까지 인터넷상에 등장한 문 후보 팬클럽은 모두 82개다. 이명박 후보의 52개보다 30개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인터넷상의 강자로 떠오른 문 후보가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처럼 대선까지 남은 기간 오프라인 지지율을 끌어 올리며 대선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선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회창 후보는 홈페이지와 팬클럽사이트 방문자수 순위에서 문국현, 이명박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11월7일부터 순방문자수는 평소보다 4만 5000여명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문 후보는 방문자수가 5만여명 감소했다. 이 기간 다른 후보들은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문 후보쪽 네티즌들이 상당수 이 후보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문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충성심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것을 드러낸다.‘제2의 노무현’을 노리던 문 후보로서는 충격적인 결과다. 향후 이탈층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문 후보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고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정책대안을 검증받지 못한 점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장우영 교수·정리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내일~13일 전주 천년의 맛 잔치

    내일~13일 전주 천년의 맛 잔치

    “맛의 천국 전주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맛의 대향연이 시작됩니다.” 전북 전주시는 자타가 공인하는 ‘맛과 멋’의 고향이다.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주의 대표 음식. 전국 어느 곳에서나 ‘전주’라는 간판을 내걸면 그 음식점의 신뢰도가 높아질 만큼 전주는 맛의 본향이다.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는 맛있게 먹은 한끼의 식사, 그 맛있는 추억의 한 가운데 ‘전주의 맛’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맛의 고장’을 자임하는 전주시가 ‘전주 천년의 맛 잔치’를 연다. ●오감 만족 맛잔치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한마당 잔치는 전주 음식의 브랜드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오감 만족 문화관광축제’이다. 축제를 통해 한국 음식의 기준을 세우고 한국의 맛을 세계에 전한다는 야심찬 구상도 하고 있다. 9일부터 13일까지 닷새 동안 한옥마을과 지정음식점 등 전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천년의 맛 잔치는 타 지역에서 열리는 음식축제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메인 행사장에서 음식을 팔지 않는다. 천막을 치고 임시 주방에서 음식을 제공할 경우 위생적으로 문제가 많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전주 음식 맛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행사장인 중화산동 화산체육관에서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전주시내 190여개 유명 음식점을 안내하고 전주의 전통과 맛의 우수성을 소개한다. 축제기간 전주를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이 전주의 참맛과 후덕한 인심을 제공하는 음식점을 직접 방문토록 함으로써 맛집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유명음식점은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 백반, 전주막걸리, 탕·찌개, 면·분식, 구이류, 중화요리, 일식, 경양식 등 12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맛을 체험하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유명 음식점마다 특징을 설명해주고 가는 길까지 안내해 준다. 맛뿐만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인 만큼 정갈한 손맛과 함께 신명나는 우리 가락도 함께 제공된다. 궁, 양반가, 호남각 등 10개 음식점에서는 판소리, 가야금 등 풍악을 즐기며 전라도 음식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음식 조리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들은 전주 음식의 비법을 전수받는 체험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고궁, 성미당, 한벽루, 동락원 등에서는 비빔밥 만들기 체험행사가 열린다. 비빔밥 재료 준비에서부터 양념 만들기까지 맛의 비결을 전수해준다. ●부대행사도 풍성 이번 맛 잔치를 위해 전주시내 음식점들은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한정식집 16곳에서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하고 깊은 맛이 으뜸인 양반상을 받을 수 있다. 통상 30여가지의 전통 요리가 상에 오른다. 해외에서도 유명한 비빔밥과 돌솥밥집 12곳도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전주 비빔밥은 업소마다 특색이 있어 약간씩 맛이 다르다. 그러나 전통적인 비빔밥 맛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해장국으로 유명한 콩나물국밥집 5곳, 서민들이 즐겨 찾는 한식백반집 27곳은 물론 탕과 찌개를 잘하는 집 41곳까지 전주시내 유명 음식점들이 이번 축제에 총출동한다. 어느 음식점을 가든 반찬 가지수가 많고 서비스도 좋아 외지인들은 입이 떡 벌어지기 일쑤다.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경기전 앞에서는 양념을 아끼지 않은 김치와 젓갈류를 전시·판매한다. 공예품 전시관 주변에서는 전통한과 만들기, 전통엿 만들기, 짚풀공예, 윷놀이, 떡메치기 등 전통잔치마당을 선보인다. 화산체육관에서는 수타쇼, 피자도우쇼 등 조리달인열전이 열린다. 세계풍물체험, 음식영화상영, 전통옹기전시, 막걸리 시음회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중앙동 차이나거리 일대에서는 중국 춤공연, 태극권 시연, 중국의상 퍼레이드가 열리고 객사에서는 임금을 공경하고 충성심을 표시하는 망궐례(望闕禮)가 재현된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완산칠봉서 전통의 멋 느껴볼까 전주는 먹거리뿐 아니라 볼거리도 많은 전통도시이다. 먹거리 행사가 주로 열리는 경원동 일대 한옥촌에서는 옛 정취에 푹 빠져볼수 있다. 전주 명품관, 공예품 전시관, 최명희 문학관, 한방문화센터, 전통술박물관 등을 도보로 이동하며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한옥촌 인근 오목대, 이태조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 전주향교, 전동성당 등도 들러볼 만한 곳이다. 가을색이 완연한 전주천과 삼천을 따라 걷거나 화산공원, 완산칠봉 등에 올라 전주시 전경을 내려다 보는 것도 정겨운 전통도시의 깊은 맛을 느껴 볼 수 있는 기회다. 덕진공원,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북대학교, 동물원 등이 인접해 있는 건지산 일대에서는 색깔 고운 단풍이 한창이어서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책꽂이]

    ●경영사령관의 리더십 노트(켈리 퍼듀 지음, 서춘식 옮김, 푸른솔 펴냄)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 트럼프 그룹의 ‘견습생’ CEO로 일하는 저자가 들려주는 생존게임의 법칙. 미국 웨스트포인트 출신인 저자는 의무, 무결점, 열정, 인내, 기획, 팀워크, 충성심, 유연성, 헌신, 진실성 등 10가지 리더십 원칙을 제시한다. 원제는 ‘Take Command(지휘하라)´1만 2000원. ●골프가 뭐길래-완벽 입문 가이드(박순표 지음, 리얼북 펴냄) 연습장은 실내를 가야 하는지, 실외를 가야 하는지. 레슨은 얼마를 내고, 얼마나 오래 받아야 하는지. 골프채는 어떤 것을 사야 하고, 스코어는 어떻게 계산하는지. 옷은 무엇을 입어야 하고,‘머리를 올리는 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골프를 시작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을 담았다.9500원.●현장에서 만난 20세기-우리는 그들의 사진으로 세계를 기억한다(에릭 고두 지음, 양영란 옮김, 마티 펴냄)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지 무어, 데이비드 세이무어가 함께 설립한 보도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에이전시는 현장에 있음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다. 이 책은 매그넘이 찍은 사진만으로 지난 60년의 역사를 정리한 것이다.5만 4000원.●아프리카 미술기행(편완식 지음, 예담 펴냄) 낯설고도 멀게 느껴지는 아프리카 미술기행에 한국화가 김종우와 서양화가 권순익, 일간지 기자 편완식이 동행했다. 이들은 초원과 사막을 화폭 삼아 그때그때 마주치는 풍경과 영감을 풀어놓았다. 또 이들은 일일이 발품을 팔아 아프리카 현지 작가와 미술관 관계자, 교수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1만 5000원.●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이야기(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권루시안 옮김, 아름다운날 펴냄) ‘과학’은 라틴어의 ‘지식’에서 유래된 말로 실제 현상을 앞뒤가 맞게 설명하는 것이다. 직구와 변화구를 절묘하게 던지는 투수나, 이 공을 치는 타자도 복잡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기 때문은 아니다. 과학에 있어 가장 신나는 표현은 “그거 재미있네.”이다.1만 800원.●3대 종교가 살아 숨쉬는 고대 이스라엘 유적(이봉규 지음, 현음사 펴냄) 지은이는 건축사사무소에 재직하고 있는 건축가. 모세가 출애급하여 생을 마감한 느보산, 화려하게 남아있는 헤롯왕의 건축, 그리고 기독교의 성 분묘교회, 유대교의 알 카즈네, 이슬람교의 바위 돔 모스크 등 유일신들이 예루살렘에 남겨놓은 수많은 유적을 살펴보았다.1만 2000원.●잃어버린 예수-다석 사상으로 다시 읽는 요한복음(박영호 지음, 교양인 펴냄) 기독교와 불교, 노장사상,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하나로 꿰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 체계를 세운 다석 류영모의 사상으로 ‘요한복음’을 다시 읽는다. 다석 사상을 세상에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친 류영모의 제자 박영호 다석학회 고문이 바울로의 교회 신앙, 대속 신앙을 비판한다.2만원.●풀빛 교육 (김용님 지음, 상상나무 펴냄) ‘아이의 가슴에 자연이 가르치는 풀빛 생명을 새겨라.’익산 리라 자연 유치원 원장인 지은이는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는 반듯한 인격과 온유한 성품, 넓은 마음, 뛰어난 창의력을 지닌 아이로 자란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교육 경험으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체계적인 노하우로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1만원.●닥터스 씽킹(제롬 그루프먼 지음, 이문희 옮김, 해냄 펴냄)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인 지은이는 첨단 과학의 홍수 속에서도 진정한 의술은 의사와 환자의 정보 및 감정의 교류에서부터 탄생된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업무 속에서도 의사는 최적의 심리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환자나 그 가족과 친구들은 의사와 파트너십을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한다.1만 3000원.●경제는 착하지 않다(심상복 지음, 프린스 미디어 펴냄)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연상케 하는 ‘소금별 왕자’가 소설속 주인공으로 등장, 경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간다. 저자는 거리의 포장마차도 광의의 ‘지하경제’라는 식의 독특한 시각으로, 경제정책 등과 같은 난해하고 딱딱한 경제 이야기를 재미나게 펼쳐낸다.1만 2000원.
  • [일요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

    [일요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

    ●그녀를 모르면 간첩(SBS 시네클럽 밤 1시5분) 패스트푸드점에 위장 취업한 미녀 간첩과 어리버리 삼수생의 사랑을 다룬 10대 취향의 코믹 액션물.2004년 제작됐다. 당시 CF스타였던 김정화의 스크린 데뷔작이며, 최근 드라마 ‘커피 프린스’로 새삼 인기를 얻은 공유가 출연했다. 실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다 ‘얼짱’으로 소문나 연예계에 진출한 남상미도 이 영화로 데뷔했다. 타고난 미모와 지성에 무술 실력까지 겸비한 북한 노동당의 열혈 여성 당원 림계순(김정화). 거액의 공작금을 가지고 사라진 김영광(이광기)을 잡기 위해 비오는 날 임진강을 헤엄쳐 남으로 내려온다. 남한에 내려와 접선한 고정간첩 부부는 그녀의 임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불량식품을 팔아 생계를 연명하고 있는 그들은 카드 빚에 쫓겨 가출한 딸 걱정이 태산일 뿐이다. 다른 고정간첩들도 당에 대한 충성심이 예전 같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있다. 계순은 이제 자신의 이름 대신 효진이라는 이름으로 학원가 패스트푸드점에 위장 취업해 사라진 영광을 잡기 위한 임무에 돌입한다. 이름만큼 예쁜 효진의 얼굴을 보기 위해 남학생들은 패스트푸드점에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가운데 왕년의 1등을 자랑삼아 얘기하나 만성 변비와 우황청심환 과잉 섭취로 삼수생 처지가 된 어리버리 남학생 최고봉(공유)도 있다. 고봉은 한눈에 계순에게 반하고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다. 그러던 어느날 고봉은 디카로 계순의 얼굴을 찍어 인터넷 ‘얼짱’ 사이트에 올린다.‘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란 제목까지 달고서. “이걸 한방에 보내?아니지. 일단 나의 살인미소를 무기로 놈에게 접근해 사이트를 폐쇄해야겠다. 그녀를 모르면 간첩?도대체 누구더러 간첩이라는 거야. 이러다 내가 먼저 잡히는 거 아니야?”제발 저린 계순이 사진을 끌어 내리기 위해 고봉에게 접근하는데 어쩐지 그에게 자꾸 끌린다. 삼수생, 얼짱,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 등 10대들의 문화에 남파 간첩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엮어 신선한 재미와 공감을 주는 영화다.100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007 남북정상회담] 北 군부도 온건파 3인방 득세 ?

    [2007 남북정상회담] 北 군부도 온건파 3인방 득세 ?

    지난 2일 평양 4·25문화광장에 노무현 대통령을 영접하러 나온 북한 권력실세 23명 가운데 눈길을 끈 인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보좌해 선군정치를 이끌어가는 군부 인사 3명이다. 우리의 국방장관과 차관에 해당하는 김일철(71·차수) 인민무력부장과 김정각(61·대장) 인민무력부 부부장,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리명수(70·대장) 상임위원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으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으로 있는 현성일씨는 지난달 펴낸 ‘북한의 국가전략과 파워엘리트’라는 책에서 이들을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 구성이 당 중심에서 군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탁된 신흥 엘리트”로 분류했다. 김 위원장의 유일 지도체제 확립과정에서 충성심과 업무능력을 검증받아 최측근 대열에 발탁된 경우라는 것이다. 우리측 김장수 국방장관의 상대역으로 지난 1998년부터 인민무력부를 이끌어온 김일철 부장은 해군 출신으로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1차 국방장관회담에도 참석했다.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명록 제1부위원장에 이어 서열 3위다. 김 부장은 당초 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면담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막판에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정각 부부장은 지난해 10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핵실험 성공 환영대회에 군부 대표로 참석,“인민군대의 핵 억제력은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안정을 수호하는 강력한 방어수단으로, 미제가 무모한 도발의 길로 계속 나온다면 비참한 자멸행위가 될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당 중앙위원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군부의 젊은 실세로 지난 3월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 류샤오밍 중국대사와 환담할 때 배석하기도 했다. 리명수 상임위원은 군부 핵심요직인 총참무부 작전국장을 거쳐 국방위에 진출한 파워 엘리트. 올해 상반기에만 김정일 위원장을 일곱 차례나 수행했다. 같은 기간 김 위원장을 수행했던 40명 가운데 수행 횟수로는 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와 현철해 총정치국 상무 부국장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국방연구원 관계자는 “김일철과 김정각, 리명수는 군부 인사 중에서도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된다.”면서 “이들을 노 대통령 환영행사에 내보낸 것은 2·13합의 이후 북한이 취하고 있는 협상노선과도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경찰 개입 부른 신당의 파행 경선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전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 양상이다. 지난 29,30일 광주와 부산에서 정동영, 손학규 두 후보 진영이 서로 동원 선거라며 손가락질을 하다 몸싸움까지 벌이는 추태를 연출했다. 두 후보측은 폭력 시비로 결국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미래 세력을 표방하며 간판까지 바꿔 단 통합신당의 구태와 자중지란에 국민들은 아연할 따름이다. 통합신당 경선과정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한 배를 탄 동지들간의 경쟁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상대 후보에 대한 막말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선거인단 등록과정에서는 노무현대통령의 명의를 도용하는 등 정당민주주의의 가치를 의심할 각종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통합신당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DJ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며 호남의 적자임을 내세웠지만 광주·전남지역의 투표율은 23%에 그쳤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부산·경남지역의 투표율은 14.6%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민주당 경선도 신당과 다를 바 없다. 조순형 후보가 이인제 후보측의 조직동원 의혹 등을 제기하며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향후 민주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갈등이 아닐 수 없다. 통합신당이나 민주당은 지금과 같은 지리멸렬한 모습으론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일찌감치 경선을 마무리한 한나라당을 뛰어넘는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는 노력을 보여야 미래가 있다. 분열과 갈등은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조직·동원선거 의혹은 필요하다면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리고, 경선전에선 진정한 페어플레이의 모습을 보이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지금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경선의 결과와 관계없이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당과 후보들은 명심해야 한다.
  • [병자호란 다시 읽기] (37)정묘호란 일어나다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37)정묘호란 일어나다Ⅱ

    1627년 후금이 갑자기 정묘호란을 도발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복합적이었다. 조선과 후금, 명과 후금, 그리고 조선과 명(-모문룡 문제를 포함) 사이의 문제점들이 서로 얽혀 있었다. 특히 누르하치가 죽은 뒤 추대 형식으로 즉위했지만 한(汗)의 위치에 걸맞은 권력과 권위를 갖지 못했던 홍타이지는 전쟁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고 했다. ●조선과 무역 통한 식량 확보도 전쟁 도발 배경 홍타이지는 조선에 대해 강경론자였다. 그는 일찍부터 부친 누르하치에게 조선을 공격하라고 청했다. 특히 1619년 강홍립이 이끄는 조선군이 심하 전역에서 패하여 투항한 뒤에는 ‘후금과의 화의에 미온적인 조선의 장졸들을 전부 살해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누르하치나 홍타이지의 형 다이샨(代善)의 입장은 달랐다. 두 사람은 ‘조선이 명의 배후에 있는 점을 고려하여 적대하지 말고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결국 조선을 삐딱하게 보고 있었던 홍타이지가 한으로 즉위한 것 자체가 조선에는 재앙이었던 셈이다. 홍타이지는 조선 정벌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즉위 당시 홍타이지의 권력은 미약했다. 그는 명목상으로는 한이었지만 실제로는 그의 형제들과 연정(聯政)을 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사촌형 아민은 홍타이지 추대에 반발하여 자신의 기(旗)를 이끌고 독립하려고 시도했다. 이 같은 배경을 염두에 두면 홍타이지가 조선을 치러 가는 원정군 사령관으로 아민을 임명한 것은 시사적이다. 아민에게 원정의 모든 책임을 지움으로써 그의 충성심을 시험할 수 있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 아민은 실제 원정 도중 홍타이지의 방침과는 배치되는 독단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홍타이지의 ‘기대’에 부응한 바 있다. 후금이 전쟁을 도발했던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제적 문제였다. 홍타이지의 즉위 직후 만주 지역에는 심각한 기근이 닥쳤다.‘청태종실록’에는 ‘굶어죽는 자가 속출하여 사람이 서로를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고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할 수 없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점령 지역은 늘었지만 농작에는 아직 서툴렀던 후금은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명나라 상인들과 곡물 무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명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당시 상황에서는 그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심각한 기근 때문에 위기에 처한 후금에 조선의 존재는 특별했다. 자신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줄 유일한 나라였다. 후금은 정묘호란을 일으켜 조선으로부터 식량을 무역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고자 했다. 후금의 전쟁 도발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역시 ‘모문룡 문제’였다. 모문룡이 가도에 머무는 한, 후금의 서진(西進) 시도는 언제나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모문룡의 존재 때문에 한인들이 계속 후금을 탈출하고 있었다. 모문룡이 군사적으로는 미약했지만 후금에는 ‘목에 걸린 가시’였다. 그 ‘가시’를 제거하여 ‘후고(後顧)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전쟁을 일으킨 결정적인 배경이었다. ●아민, 홍타이지에 증원군 긴급 요청 조선 조정은 황해도 이북의 방어선이 붕괴되자 전열을 다시 정비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도원수 장만과 부원수 정충신(鄭忠信)에게 평안도 지역의 패잔병과 함경도, 강원도 등지의 병력을 모아 임진강을 방어토록 했다. 총융사(摠戎使) 이서(李曙)에게는 남한산성을 본거지로 삼아 하삼도 군사를 통괄 지휘하여 한강을 방어토록 했다. 그리고 통제사 구인후(具仁)가 거느리는 수군 병력으로써 적의 강화도 상륙을 저지하도록 조처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역시 인조가 머물고 있는 강화도를 수비하는 문제였다. 전쟁 초반의 전체적인 전황(戰況)은 조선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상황이었지만 후금군은 의외로 신중했다. 후금군은 의주성을 함락시킨 직후 총사령관 아민의 명의로 평안감사 윤훤에게 서신을 보내 화의(和議)를 제의했다. 윤훤은 후금 측에, 조정에 품의(稟議)한 후 회답을 주겠다고 했고 1월18일 조정은 윤훤의 장계를 통해 후금이 화의를 제의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승승장구하던 시점에 후금이 갑자기 화의를 제의한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당시 후금군의 병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다. 후금은 조선 침략에 약 3만명의 병력을 동원했는데 아민은 그 숫자로는 서울까지 진격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았다. 그는 청천강 이북을 점령했던 직후, 이미 홍타이지에게 사람을 보내 증원군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3만명의 병력으로는 한편으로 전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점령 지역을 방어하고 그곳의 조선 관민들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은 원숭환의 위협이었다. 정묘호란 당시 후금군이 조선으로 쳐들어가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명군이 자신들의 배후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이미 살폈듯이 1626년 누르하치가 영원성을 공격했다가 실패한 이후, 후금군의 서진은 좌절되었고 오히려 영원성에 주둔하는 원숭환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정묘호란 당시 명의 병부는, 후금군이 조선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간 틈을 이용하여 후금 지역을 공격하자고 건의한 바 있다. 산해관과 영원의 병마와 모문룡의 병력을 동원하여 배후를 협공함으로써 조선을 원조하자는 내용이었다. ●답장 내용 놓고 설전 후금이 화의를 제의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조선 조정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양사(兩司) 관원들은 ‘평안감사 윤훤이 엄한 말로 오랑캐의 서신을 물리치지 못하고 답장을 주겠다.’고 응답한 것을 비난하고 인조에게 신중히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이윽고 후금 측은 강홍립의 종자인 언이(彦伊) 등을 다시 윤훤에게 보내 ‘화의를 논의하기 위해 사람을 서울로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윤훤의 장계를 통해 두번째 화의 제의를 받자 인조는 비변사 신료들을 불러모았다. 인조는 “서신을 받자마자 화친을 허락하면 우리가 겁을 내서 그런다고 여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흠(申欽)은 ‘명나라도 그들과 화친하려는 판에 우리만 화친을 피할 수 없다.’고 했고, 이귀는 ‘적이 평양으로 진격해 오면 사태 수습이 불가하다.’며 답서를 꾸며 강홍립의 아들 강숙 편에 부치자고 했다. 최명길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먼저 서신을 보낸 주체가 후금의 한 홍타이지가 아니라 사령관 아민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도체찰사 장만의 명의로 답하되, 무고하게 침략하여 군민들을 도륙한 허물을 따지고 ‘위협적인 맹약은 죽어도 따를 수 없으며 침략 사실을 명에 알리겠다.’는 내용을 집어넣자고 했다. 명을 이용하여 후금군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의견이었다. 인조와 반정공신들은 후금 측의 화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대사헌 박동선(朴東善), 사간 윤황(尹煌) 등 삼사 신료들은 인조가 강화도로 떠나기 전부터 반정공신들을 맹렬히 비난했다. 윤황 등은 ‘전하께서 총애하는 김류 이귀 이서 신경진 김자점 등 반정공신들은 해도(海島)로 들어가거나 산성으로 올라가고, 혹은 호위(扈衛)를 칭하거나 검찰(檢察) 직책을 맡아 안전하고 편안한 자리를 차지하고 오로지 힘없고 배경이 없는 장만만을 맨손으로 적진에 보냈다.’고 성토했다. 그들은, 맨 처음 도성을 떠나자고 주장한 자의 목을 베고 인조 스스로 군대를 이끌고 친정(親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여하튼 강숙 등은 조정의 답서를 가지고 1월27일 후금군 진영에 도착했다. 후금군은 이미 중화(中和)까지 남하해 있었다. 답서의 핵심은 이러했다.‘조선은 명을 200년 이상 섬겨왔고 임진왜란 때 명에서 재조지은(再造之恩)을 입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민은 조선의 답서 내용에 반발했다. 그는 ‘조선은 명의 은혜만 강조하는데 과거 후금도 조선에 커다란 은혜를 베푼 적이 있다.’고 맞받았다. 바야흐로 ‘은혜’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변양균 쇼크와 대선 정국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변양균 쇼크와 대선 정국

    “참담하다.” 믿었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거짓말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전한 내부 분위기다. 비서동 내부에서 오가다 서로 마주쳐도 예전처럼 웃음을 나눌 수 없다고 한다. 연말 대선을 3개월 앞둔 청와대는 ‘변양균·정윤재’ 악재로 뒤숭숭하다. 이 관계자는 범여권 후보의 대선 캠프 참여 등을 이유로 청와대를 떠난 ‘동지’들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빈자리를 채우는 새 직원들의 열정이나 충성심을 검증할 수 없는 데다, 경력관리 차원에서 임기말 청와대를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인사들도 있는 것 같아 영 개운찮다.”고 털어놨다. 이번주 검찰의 소환조사 등으로 변 전 실장을 둘러싼 의혹의 실마리가 얼마나 풀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변양균·정윤재’ 의혹은 사건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이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예상을 밑도는 경선 초반 투표율과 저조한 흥행, 여론의 냉기류 등이 이를 방증한다. 정치 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선거인단 가운데 자발적 참여자나 당파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실제 투표에 아예 불참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親盧) 후보 3인방의 단일화와 이로 인한 3자 구도 형성이 그나마 경선 분위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주말 4연전에 이어 이번 주에는 추석 연휴 직후 주요 승부처인 광주·전남과 부산·경남 투표를 겨냥한 여론몰이와 바닥표 다지기에 후보들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조직의 파괴력을 과시한 정동영 후보와 낮은 투표율이나 조직의 열세로 위기에 빠진 손학규 후보가 어떤 승부수로 대세를 노릴지 주목된다. 이해찬 후보로서는 당장 ‘변양균 딜레마’의 극복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승계’라는 본인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고,‘신정아 사건’ 연루설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친노 대표주자인 이 후보가 이례적으로 지난 12일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같은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정치 컨설팅업체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이 후보로서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곤혹스런 처지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결선투표에서 아슬하게 과반을 이룬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에게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제대로 구축해 나갈지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보다 한 달 먼저 본선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 권 후보에게는 선전(善戰)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 5%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 혁신과 변화 등 권 후보 개인의 정치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주 ‘이명박-박근혜’ 대립구도가 주요 고비를 맞는다.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는 일부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서로 자파 인사를 내세우려는 지분다툼이 재연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위계질서’ 발언까지 부른 양쪽의 신경전이 일부 지역의 치열한 ‘이-박’ 대리전으로 비화할지, 이 후보가 막판 화합의 카드로 충돌 위기를 넘길지가 관건이다.ckpark@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경선은 끝나지 않았다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경선은 끝나지 않았다

    경선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선 후유증을 말한다. 신승한 이명박 후보와 아쉽게 패배한 박근혜 전 대표측의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슬아슬한 동거체제인 셈이다. 시기가 대선 전이냐, 후이냐일 뿐 결국 분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마저 일부에서 나온다. 이 후보는 어제 첫 인사를 단행했다. 중립 성향의 임태희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이 핵심이다.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강재섭 대표 체제를 대선까지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승자의 아량과 포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 경선 캠프의 핵심이자 이재오 최고위원의 오른팔 격인 이방호 의원의 당 사무총장 기용을 못마땅해한다. 사무총장은 당의 조직과 자금을 관장하는 막중한 자리다. 특히 대선 때 그 위력을 발한다. “탕평인사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이 주류다. 박 전 대표측은 선대위 해단식에서도 ‘똘똘 뭉쳐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박 전 대표도 정권교체나 이 후보와의 협력 등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내 비주류로 밀려날지 모를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이재오 최고의 반성론이 이런 기류를 더욱 부채질했다. 위기의식이 커지면 커질수록 결속력은 더 강해진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이 후보의 고민이다. 친정체제 강화로만 대선 승리는 장담하기 어렵다.‘이회창 학습효과’는 이를 방증한다. 이회창 전 총재는 특히 1997년 대선 때 경선 낙선자들을 포용하지 못했다. 충복들만 데리고 선거를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상황이 더 절박하다. 당원·대의원 투표에서 졌고,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 박 전 대표에게 완패한 것은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더구나 이 후보는 외연 확대를 대선 전략의 큰 줄기로 여긴다. 다른 정파나 시민단체와의 연대나 호남, 충청권 끌어안기도 집안이 안정돼야 힘을 받는다. 지금은 이 후보가 50%를 웃도는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범여권의 맞상대가 정해지면 결국 2∼5% 차이의 득표율로 대선 승패가 갈릴 것이다. 남은 기간 지지율의 변동도 적지 않으리란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나와 있다. 앞으로 구성될 대선기획단이나 선대위의 주요 직책에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1992년의 ‘YS(김영삼 전 대통령) 방식’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YS는 후보 지명 전후로 이른바 ‘신민주계’를 만들었다.YS를 지지하는 민정계와 공화계 인사들을 묶어 민주계와 함께 투 트랙으로 활용했다.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을 신민주계처럼 만드느냐는 앞으로 이 후보가 하기 나름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이 후보는 진정성을 갖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 후보 진영에선 볼멘소리들이 나온다.“온갖 고생을 해서 (후보를) 만들었는데, 적군에게 전리품을 넘기라니….” “어차피 그들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우리의 충성심으로 전선에 임하자.”는 등 독자 행보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박 전 대표측은 당사 앞에서 이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사람들부터 해산시켜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한다. 패자가 몽니를 부린다는 여론이 돌 정도로 승자는 가급적 손해를 보는 게 전략상 좋지 않을까. 국민들은 이 후보의 처신을 죽 지켜본 뒤 12월19일 판단을 내릴 것이다. jthan@seoul.co.kr
  • 비정규직 문제 이렇게 풀자

    이랜드 사태는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성장잠재력 문제와 고용 위기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단기수익 경쟁과 끝없는 저가 경쟁에 몰린 기업이 계약직과 아웃소싱을 남용하면서 지난 10년간 근로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회사에 대한 불신에 휩싸이게 됐다. 그리고 노사관계가 삐거덕거리다가 비정규직법 시행을 계기로 장기 악성 분규에 빠지게 되었다는 스토리 전개는 아주 익숙한 줄거리다. 이는 1997년 이후 재무 중심 구조조정으로 야기된 공통의 부작용이다. 그동안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적 성과는 좋았지만 인적자본 투자와 신뢰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잃은 것도 많다. 인력의 질과 충성심을 따지지 않고 값싼 노동력 경쟁에 몰두하면서 불신이 쌓이고 노사협력 기반이 약화됐다. 기업의 성장잠재력 약화를 우려하는 근거다. 이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전체적으로도 똑같다. 비정규직이 문제로 부각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공공부문과 금융기관에서 20∼30%의 고용조정 쿼터를 소화하는 방편으로 정규직의 무리한 비정규직 전환이 시도되면서부터다. 비정규직은 민간부문에서도 유행처럼 번졌다. 조선·자동차·전자 등 주력업종에서도 사내 하청이 빠르게 늘었고 주기적인 하청 단가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계약직을 늘려갔다. 기업은 철저하게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 중심으로 움직였다.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은 1995년 대비 3분의1 가까이 줄었고, 경상이익률은 두 배가량 늘었다. 반면 인건비 비중은 12.6%에서 9.9%로 감소했다.2000∼2005년 법인(기업)소득은 연평균 10.4% 증가했으나 개인소득은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매출 1000대 기업의 사내유보율은 600%를 넘어 364조원에 달했다. 이러한 획기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래가 불안하고 지속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는 이유는 고용관계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자꾸 줄어드는데 노사협력은 어렵고, 정부와 노사단체는 법 개정 공방으로 역량을 소진하는 것을 보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랜드 사태를 계기로 7월 발효된 비정규 관련 법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지만 법을 다시 고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지난 5년간 공론을 통해 얻어 낸 결과가 그 정도였다. 다시 논의한다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1998년의 정리해고 관련 법 개정이나 지난 5년간의 비정규직 관련법 공방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고용 위기와 성장잠재력 잠식에 대한 해법은 또 다른 노동법 손질이 아니다. 노사가 스스로 나서서 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이고 고용친화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법과 행정은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 노사가 우선 추진해야 할 일은 임금체계의 유연화와 숙련 향상을 위한 투자의 확대다. 기업에 팽배한 고용 및 신뢰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고용을 안정시키되 임금을 유연화하고 인력을 고급화하기 위한 숙련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노사간의 진지한 협의와 결단이 필요하다. 우선 노동조합의 결단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정규화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얻는 대신 직무형 임금결정을 기업측에 양보해야 한다. 차제에 5년 계획을 갖고 연공형 임금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이 신규 채용을 두려워하고 장기 고용을 기피하는 데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직무와 성과에 기초한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도 적극 나서는 한편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있는 법을 잘 지키도록 근로 기준과 공정거래 행정을 강화해 불법 파견과 불공정 시비를 줄여주고 공공부문에서도 무분별한 아웃소싱과 기간제 고용의 남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
  • [일본소식] 상호이해 없는 아시아 공동체?

    한일관계를 얘기할 때 정치가들은 ‘과거 문제’’미래지향적 관계’ 등을 입에 올리며 최근에는 ‘아시아 공동체’까지 화제가 커지고 있다. 과연, 공동의식 없는 공동화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보인다. 한·중·일의 정치면에서나 민간에서나 현안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직면하는 것은 가치관, 사고방식, 사회 구조의 차이 등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에 관한 상호이해의 육성을 피하고 ‘미래지향’이라고 외쳐봐도 헛돌아갈 뿐이며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회 구조의 차이에 관해서 간단히 설명해 보기로 하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사람들은 몇몇이 어울려서 식당에 갈 경우 모두 같은 메뉴를 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줄어들었지만 회사 일로 손님 대접을 할 때에 미리 메뉴를 정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고,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방문한 거래처에서는 방문객의 취향을 묻지 않고 음료수도 내준다. 여러 나라를 상대로 일을 해보면 일본은 ‘개인의 공간’ 즉, 자유롭게 발언하고 행동할 수 있는 범위가 좀 좁게 느껴진다. 개인을 가장 주장하는 곳이 미국, 유럽이라면 가장 사양하는 나라에 속하는 곳이 일본이 아닐까. 한국과 중국은 그 중간쯤일 듯싶다. 일본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중국인의 고민을 물어보면 부정적인 의견, 의사 표현이 어렵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사람은 조용한 민족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3대 네트워크의 어느 아시아 지국장이 이러한 얘기를 한다. ‘일본의 영상뉴스를 뉴욕 본사에 보내면 방송되는 경우가 드물다. 감정을 자제하고 드라마성도 적으며 너무 조용하다’는 이유란다. 필자의 인상으로는 일본사람도 한국사람만큼 감정적이지만 일본사람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다테마에와 혼네’를 떠올리게 된다. 다테마에란 겉모양, 체면을 뜻하고 혼네는 진짜 속마음을 말한다. 어느 나라에도 다데마에와 혼네가 있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쪽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는 것을 말할 필요도 없다. 한·중·일 세 나라 중 혼네가 가장 드러나는 것이 한국사람이고 한다. 중국의 문헌에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현재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일본인과 다른 점은 중국인은 자기가 추구하는 목적 달성을 위해 속셈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해받기 쉬운 아이즈치 아이즈치는 상대방의 발언에 관하여 동의하는 것 같은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자신의 의견과 일치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사람은 자기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을 경우 상반된 의견에 동의하는 자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밀접한 결합의 일본, 소원한 결합의 한국과 중국 일본에는 ‘국가’’가족’이라는 단위 사이에 ‘村’(마을, 지금은 회사)이라는 상당히 강력한 집단이 있다. 한국과 중국에도 이 중간층이 있지만 그 영향력은 상당히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회사에의 충성심을 들 수 있다. 말을 바꾸자면 일본의 마을 사회는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어, ‘개인’의 공간이 좁다. 한편 한국과 중국에서는 중간층의 기업 내 인간관계가 소원하여, 그 요소는 지연, 혈연, 학벌 등 다양하면서 어느 정도는 ‘개인’을 드러낼 수 있다. 기업 합병의 과정을 보면, 밀접한 결합의 조직과 소원한 결합의 조직의 결속의 차가 나타난다. 얼마 전 경험한 일이다. 그 전에 거래하던 은행이 타은행과 합병을 하여 지점통합이 있어났다. 은행 창구에 가니 낯익은 얼굴의 직원이 대응해 주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같은 사람이 담당하고 타은행 출신 직원은 인사만 시킨다. 이유를 물어보니 ‘장부가 따로따로 되어 있어서 아직 업무를 나누어서 하고 있다’라고 얘기한다. 얼마가 지난 후 가보았더니 보통 때의 1/3의 시간으로 처리가 끝났다. 이번에는 ‘타은행의 최신 컴퓨터 시스템이 이제야 쓸 수 있게 되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2년이 지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사회 구조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중국에서의 일본기업의 과제를 살펴보겠다. ●일본 기업은 왜 현지사원에게 인기가 없는가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우수한 인재의 확보와 유지가 꼭 필요한데 중국에서 일본 기업의 인기는 별로 좋지 않다. 고쿠시칸 대학의 고지마 교수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에서 ‘존경받는 기업’의 상위 20위에 일본 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50위 이내에 들어간 마쓰시다 전기(46위)는 중국에 10억 불이 넘는 투자를 했는데도 말이다. 직장을 옮길 때도 일본 기업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 일본재외 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사람의 69%가 구미기업체로 옮기고 싶어한 반면 일본 기업체를 택한 사람은 7%에 불과했다. 왜 그럴까. 반일교육이 그 원인이라고 일본에서는 말하지만 실제의 이유는 무엇일까. 서-차이나(searchina)라는 조사회사에 의하면 일본에 우호적 감정을 갖고 있는 중국인은 21%에 그치고 비우호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71%에 달한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뿐 아니라 양국 수뇌가 몇 년 간이나 만나지 않았던 일도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본다. 한편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중국사람은 ‘회사 명함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예전 일본의 방송국에서 이 문제를 취급한 적이 있는데 일본 기업의 중국 인사원에게 인터뷰를 하였다. 일류대학 출신의 사원이 동창회에 가서 명함을 교환하면 구미 기업에 있는 동창의 직위가 높다고 한다. 승진이 빠른 사람도 있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경우에도 조금 높은 자리를 주고 다른 회사와 거래할 때에 상대회사의 높은 레벨의 인맥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 기업의 현지사원의 불만이 조금은 나타난다고 하겠다. 인재컨설팅 회사 파소나 테크에 의하면 일본계 기업에 대한 현지사원의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본사 현지 법인을 포함하여 장기적 중국 전략이 불투명, 중국 법인은 일본 본사의 지원부대에 지나지 않으며 사원의 창조력 발휘 기회는 없음, 일본계 기업은 중국 국영기업처럼 사업의 책임자가 애매함, 일본계 기업은 현지사원을 신뢰하지 않는 느낌이 있음, 일본계 기업에서 구미 기업으로 옮긴 후 간부 사원이 된 친구가 몇 명이나 있음.’ 반대로 일본 기업의 경영자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JVC의 중국사업 총책임자를 역임한 희라사와 씨는 일본 기업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의사 결정의 속도가 느리며 진출 의사가 불투명, 사원들의 전략 공유가 약하다’’끼리끼리 뭉치고 책임 소재가 애매하다.’’일본인의 지위가 한 단계 높고 대우도 비교할 수 없다.’ 이상에서 보면, 현지사원과 일본인 총책임자의 의견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려고 할 때 과거의 문제, 미래지향적 지세에 있는가 하는 것은 전혀 관계없는 과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해결하지 않고는 북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 ‘부처 팀제’는 후퇴한 혁신?

    ‘부처 팀제’는 후퇴한 혁신?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정부혁신 사례로 각 부처가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팀제가 꼽히고 있다. 하지만 팀제가 실효성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역기능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사실은 23일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가 12개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294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팀제 도입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확인됐다. 논문에 따르면 팀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관의 공무원이 팀제를 실시하는 기관의 공무원보다 직무만족도와 조직성과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5점 척도로 이뤄진 이번 설문조사에서 팀제 실시기관 공무원들의 직무만족도는 3.2점에 그친 반면 팀제 미실시기관 공무원들은 3.43점을 기록했다. 조직성과에서도 팀제 실시기관(3.43점)보다 미실시기관(3.6점)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의미하는 조직몰입도에서도 실시기관(3.22점)보다 미실시기관(3.53점)이, 업무 이외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를 나타내는 조직시민행태에서도 실시기관(3.37점)보다 미실시기관(3.49점)이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팀제 실시 전과 후를 비교한 조사에서도 조직성과와 직무만족도 등은 팀제 실시 이후에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성과와 직무만족도가 팀제 시행 이전에는 각각 3.47점,3.29점이었던 반면 팀제 시행 이후에는 3.38점,3.20점으로 각각 하락했다. 다만 조직몰입도와 조직시민행태는 팀제 시행으로 인한 차이가 없었다. 팀제는 2005년 3월 행정자치부에 처음 도입됐다. 현재 20곳이 넘는 중앙부처가 팀제를 전면 또는 부분 시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팀제 도입으로 결재단계가 줄어드는 등 일부 효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부분의 행정기관에서 팀제 도입을 위한 준비과정이 짧았고, 최고관리자의 의지에 따라 도입이 결정돼 구성원의 동의와 지지를 구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도의 현실 적합성이나 성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팀제를 시행하는 행자부·여성가족부·소방방재청·조달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과, 팀제를 실시하지 않는 환경부·병무청·중소기업청·농촌진흥청·경찰청 등의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유시민 “당이 이런데 대선이라니… ‘망나니’가 무슨 일 하겠나”

    유시민 “당이 이런데 대선이라니… ‘망나니’가 무슨 일 하겠나”

    1년 3개월 간의 장관직에서 물러난 유시민(얼굴)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사퇴 배경과 향후 진로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정치적 현안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지만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에 다소 지친 듯 간간이 회한섞인 심경을 내비쳤다. 유 장관은 향후 거취에 대해 “당이 이런 상황인데 내가 대선 레이스에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 입각할 때 지명도 안 됐는데 주변에서 ‘안 한다는 기자회견하라.’고 요청할 때와 같은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퇴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문재인 비서실장과 박남춘 인사수석에게도 거취를 표명했다. 지난주 말 노무현 대통령과 회동에서 사퇴를 수용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말이 오갔다. ▶사퇴시기를 노 대통령의 대선 구상과 연결짓는 해석이 있다. -내 나름대로 결정해 복귀하는 것이지 대통령의 지시 같은 건 없었다. ▶노심(盧心)의 핵으로 규정되고, 복귀 이후 친노그룹의 리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동안 나를 망나니로 만들어놓고 그 망나니에게 당에 가서 무언가 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내 입으로 단 한차례도 노 대통령의 뜻을 말한 적이 없었다. 정말 괴롭다. 다만 대통령과 평소 생각이 일치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왜 유 장관과 노 대통령을 연결한다고 보나. -참여정부와 끝까지 함께 가려는 게 내 생각이다. 참여정부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상식이다. 이를 충성심이라 한다면 정치문화가 잘못된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대통령과 매주 작전짜는 줄 안다. 나는 지지자 중 하나다. 대통령을 위해 유별나게 싸우니 대통령이 안쓰럽다는 생각은 할 수 있겠다. ▶복귀시 범여권 분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당원으로서 전당대회 결의를 존중해야 한다. 지금 내가 당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내 생각과 일치하진 않지만 전당대회 결의에 따라 지도부의 활동을 지켜보는 게 도리다. ▶노 대통령이 말한 대세론에 동의했다. 당 진로에 대한 생각이 변했나. -아무리 대의와 명분이 있어도 세력이 없으면 안 된다. 주장이 옳아도 안 될 때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대선 출마여부는 결정했나. -당이 이런 상황인데 내가 경선 레이스에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무엇이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지, 무슨 역할을 할 건지 대화로 풀어야지 야심을 드러내고 달려가면 안 된다. 대선을 목적삼아 정치한 적이 없다. 마치 나에게 마르크스주의자냐고 물었을 때, 아니면서도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기분이나 마찬가지다. ▶이해찬 전 총리의 대선 출마를 지원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보도에서 이 전 총리가 나에게 자중자애하라고 경고했다던데 사실무근이다. 두달 동안 만난 적도 없다. ▶유 장관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나름대로 내 삶을 살 거다. 지금은 좌절감에 빠진 정치인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별난 직업] 애견미용사 민병숙 원장

    [별난 직업] 애견미용사 민병숙 원장

    먼발치로 북한산 남쪽 기슭이 보이는 평창동. 민병숙 원장을 찾은 그날은 왠일인지 햇살에서 봄 냄새가 묻어났다. 풍경(風磬)도 건드리지 않은 채 사방을 휘감는 소슬한 바람이, 해를 우러르는 창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애견 숍은 마치 동화 속 정원 같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그럴까? 애견숍 전체에 활기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돈다. 잘 정돈된 곱슬한 털을 가진 강아지가 얌전히 앉아 원장의 여문 보살핌 아래 만족스러워 보인다. 애견숍 ‘두코캔넬’를 운영하는 민병숙 원장은 10년 전에 창업한 뒤,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성공적인 창업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애견숍을 창업하기 전, 민병숙 원장은 그저 동물이 좋아 취미 삼아 7년 동안 동물병원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수의사의 보조자로서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고 동물의 간호 관리를 맡으면서 애완동물을 돌봤다. 이후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경험을 쌓고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애견미용사가 되는 방법에는 애견숍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는 방법과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법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버텨내기 힘든 직업입니다. 한때 애견사업이 번성했던 적이 있었지만 1년도 못 견디고 없어지는 숍이 많았습니다. 육체적으로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거든요. 개의 발생과 갈래, 성격, 특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은 기본이고요!” 먼 옛날부터 개는 그 영리함과 충성심으로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동물로 자리해 왔다. 개는 용감하고 의리 있는 동물의 대명사로서 비겁하고 신의를 저버리는 인간과 곧잘 비교되기도 하며, 또 자신의 목숨을 던져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실천한 견공(犬公)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동서고금을 통해서 전해오고 있다. 그만큼 개는 인간과 함께 생활했고, 사랑을 받아왔던 동물이다. 그러나 과거 마당 한구석에서 먹다 남은 밥을 먹으며 집을 지키던 것이 이제는 주인과 같이 자고 밥을 먹는 수준으로까지 인간과의 관계가 발전하였고,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완견을 예쁘게 가꾸고 건강 관리를 하는 데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또 이러한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민병숙 원장은 여성 특유의 감성경영에 중점을 두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개의 특성과 목적에 맞게 외모를 다듬어준다. “애견미용사가 되려면 다양한 품종을 접하고 다뤄 봐야 합니다. 애견들 고유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기술을 연마하는 거죠. 그러려면 애견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저는 애견을 애견이라 생각하지 않고, ‘말 못하는 사람이 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대합니다.” 개는 전신이 털로 덮여 있고, 맨발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매우 더러워질 수 있고 냄새도 난다. 따라서 실내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마다 씻어주고 털을 깎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이 여간 힘들고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라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하나의 직업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아주 행복해 보이시고 연세보다 한 20년은 젊어 보이세요.”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고나 할까요? 동물과 함께하면 하루하루가 편안히 가요. 어찌 보면 이게 내가 원했던 최고의 삶과 꿈이 아니었나 싶어요. 경제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내가 온전히 독립했다는 자유의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눈이 안 보여서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습니다.” 민병숙 원장의 모토는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다. 그런 행복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겐 또 다른 꿈이 있다. 작업실 한켠에 쌓아 올려진 수많은 책들…. 그녀가 동물 다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심리학을 공부해서 심리 상담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애견숍이기 이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녀의 편안함에 매료된다. 상업적인 영업이 팽배한 요즘, 편안함과 안락함이 공존하는 이곳, ‘두코캔넬’이야 말로 삶과 꿈이 꽃피는 소우주가 아닐까? 애견 숍 ‘두코캔넬’(02-395-1083)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사설] ‘국기에 대한 맹세’ 강제할 일인가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하순 입법 예고한 국기법 시행령안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대통령령인 ‘대한민국 국기 규정’을 법률로 격상하면서 국기에 대한 맹세 조항을 삽입할지를 놓고 찬반논란이 일자 법에는 넣지 않았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법률에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는 데 입법부가 공감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기법은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월 정부가 제정·공포했다. 행자부는 논란이 있는 조항에 대해 조사나 의견수렴을 하지 않고 시행령안에 담았다. 시행령이라고 해서 법률 격상 때 있었던 논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로 시작되는 맹세는 1972년 정부가 각급 학교에서 시행하고 80년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때 병행토록 했다. 군사독재 시절 충성 서약처럼 도입한 맹세는 민주화된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다. 국기에 대한 경의는 필요하지만 법으로 강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애국심은 자발적으로 우러날 때 가치가 있다. 일본이 1999년 국기·국가법을 제정했을 때 일본 내부는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경계를 했다. 군국주의로 돌아가려는 우경화 움직임이라는 우려에서였다. 맹세가 국민의 도리라는 의견도 있지만 말 몇마디로 충성을 맹세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 맹세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심이 생겨나지도 않는다. 국기법 시행일인 오는 7월까지 법제처의 심사 등이 남았다. 시행령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구글을 떠나는 직원들

    구글을 떠나는 직원들

    “구글에서의 경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온라인 인맥 구축 서비스업체인 닷지볼의 공동 창업자 데니스 크롤리와 알렉스 레이너트가 최근 모회사인 구글을 떠나면서 내뱉은 독설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은 2005년 닷지볼이 구글에 인수되면서 대박 신화를 거머쥔 젊은 기업인들이다. 당시 매각 추정가는 약 3000만달러. 구글에서 2년을 보낸 크롤리는 그러나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구글은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닷지볼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국 가디언은 30일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구글이 회사로 인해 백만장자가 된 직원들의 인력 유출로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2004년 기업 공개로 자사주식을 보유한 900여명의 직원을 백만장자로 만들었다. 또 닷지볼처럼 인수합병을 통해 유튜브 창립자와 더블클릭의 주주들을 돈방석에 앉혔다. 하지만 이렇게 백만장자가 된 직원들은 이제 구글의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 하나둘씩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구글에 합류했다 2005년 퇴직한 아이딘 센쿠트도 그 중 한명이다. 초기 구글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떼돈을 벌었지만 구글을 떠났다. 입사때 직원 50명에 불과했던 구글이 1만 1000명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바뀐 기업환경이 주된 원인이다. 센쿠트는 “초기에 구글은 아주 특별했다.”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때의 특별함을 되찾긴 어려웠다.”고 말했다.“구글 직원들의 삶을 바꾸는 것은 돈이 아니라 새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라며 아쉬워했다. 한때 구글에서 일했던 기업 컨설턴트 리즈 바이어도 “대다수 직장인들은 돈에 상관없이 뜨거운 열정이 있는 한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스키 여행과 보육 시설, 근무시간의 20%를 스스로에게 투자하도록 하는 등 어느 회사보다 직원들의 복지향상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공한 정보기술(IT)기업 상당수가 그러하듯 “돈으로 충성심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구글은 지금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대북지원 쌀 ‘딜레마’

    대북지원 쌀 ‘딜레마’

    북한이 최근 군량미를 풀어 인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쌀부족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18∼22일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차관 방식으로 합의된 쌀 40만t이 제공되면 그 일부가 군량미로 충당될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23일 “북한이 지난 2월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5회 생일과 4월15일 고(故) 김일성 주석의 95회 생일 기간을 전후로 인민들에게 쌀을 무상으로 배급하는 과정에서 군량미까지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명절을 기념해 인민들의 충성심 고취 차원에서 쌀을 배급했지만 재고가 부족해 결국 군량미를 풀어 인민들에게 나눠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김일성·김정일 생일 등 국가명절 때 인민들에게 쌀을 배급하면서 군량미를 사용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군량미를 풀어 인민들에게 나눠준 것에 대해 북한군 일각에서 불만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를 달래 주기 위해 군량미를 서둘러 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최근 제13차 남북 경협위에서 “쌀 제공은 인도적·동포적 차원”이라며 지난달 초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에 제안한 쌀 40만t을 지원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도 이같은 식량난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소식통은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쌀 40만t을 받아 군량미를 채우고, 남은 분량을 인민들에게 유·무상으로 배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북측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5월 말부터 이뤄질 대북 쌀 지원이 6자회담 ‘2·13합의’ 이행을 재촉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자칫 군량미로 전용될 소지가 있어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13차 남북 경협위에서 쌀 40만t 제공을 2·13합의 이행과 연계한다는 입장을 북측에 구두로 밝혔으나 합의문에는 포함시키지 못해 북측과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車 ‘그들만의 선택’ 이유있네

    車 ‘그들만의 선택’ 이유있네

    쏘나타 3.3과 그랜저 2.7이 있다면? 3.3은 배기량 3300㏄,2.7은 2700㏄를 말한다. 쏘나타는 중형, 그랜저는 대형이다. 가격은 쏘나타 3.3이 3348만원(선택사양 제외).‘형님’격인 그랜저(2.4,2.7)보다 오히려 비싸다. 이 때문에 대개는 그랜저 2.7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그 돈이면 그랜저 2.7을 사거나 좀 더 보태서 그랜저 3.3을 사지 누가 쏘나타를 사나.”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 물론 많지는 않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명이 그런 선택을 했다. 왜? ●그랜저급 쏘나타 3.3 올 4대 판매 22일 현대차의 ‘차종별 고(高)배기량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형 아닌 중형’ 쏘나타 3.3은 지난해 23대 팔렸다. 전체 쏘나타 판매량(9만 8372대)의 0.02%다.1만명 중에 2명이 선택했다는 얘기다. 쏘나타는 2.0,2.4,3.3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올 들어서는 3월말까지 그랜저급 쏘나타 3.3이 4대 팔렸다. 에쿠스급 그랜저도 있다. 그랜저 2.4,2.7,3.3,3.8 네 가지 모델 중 3.8을 선택한 고객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58명. 전체 판매량(1만 9435대)의 0.81%다. 기본가격은 4059만원. 역시 이 돈이면 초대형급 에쿠스 3.3을 넘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1050대나 나갔다. 쏘나타급 아반떼 2.0도 같은 기간 55대(0.19%)가 팔렸다. 차값이 2000만원에 육박한다. 2.0과 2.7 두 가지 모델이 있는 투스카니는 100명 중 7명가량(7.44%)이 2.7을 선택했다. ●성능 중시 등 4가지 고객 유형 현대차는 이들 고객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번째 유형은 ‘폼보다 내실을 따지는 성능파’다. 배기량이 높으면 동급 차종에서는 힘과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아반떼 2.0은 중형 이상 고급차에만 적용되는 차체자세 제어장치(VDC)를 달았다. 준중형급으로는 최초다. 쏘나타 3.3은 그랜저나 에쿠스에 들어가는 람다 엔진을 얹었다. 유난히 큰 차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대다수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튀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에게 ‘동가홍상(同價紅裳·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두번째 유형은 ‘정말로 그 차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이다. 가격과 관계없이 디자인이나 성능 등을 따져 그 차만을 고집하는 계층이다. 중고차라도 무조건 큰 차부터 찾고 보는 ‘폼생폼사족’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랜저 3.8을 산 고객 중 적지 않은 이가 “에쿠스의 둔탁한 느낌이 싫어서”라고 그랜저 선택 이유를 밝혔다. 세번째 유형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와 달리 외국인들은 각자의 취향이나 용도를 중요한 구매 잣대로 삼는 편이다. 네번째 유형은 ‘직위를 감안해 차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업체 임원들’이다. 아무리 좋은 차를 타고 싶어도 사장이나 직속 상사보다는 한 급 아래 차종을 선택하는 게 기업체 임원들의 관례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찌보면 틈새 모델을 선택하는 고객이야말로 로열티(충성심)가 가장 강할 수 있다.”며 “수요가 적더라도 이들 모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CIA, 그들에게 남은 건…

    개인적인 영락을 희생하고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뛴 첩보원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세계평화와 국가를 지켰다는 자부심일까, 아니면 세계를 주무를 수 있다는 심리적 우월감일까. 영화 ‘굿 셰퍼드’의 주인공 에드워드 윌슨(맷 데이먼)에게 남은 것은 의심과 회의뿐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선한 목자’가 되고 싶었던 윌슨은 “친구도 애국심도 잃었다.”고 내뱉는다. 유난히 충성심과 믿음을 강조했는데도 말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베테랑 요원인 그는 과거 시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문학도였다. 하지만 남다른 국가관을 갖고 있었던 그는 대학시절 비밀조직 ‘해골단’에 가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첩보원의 길로 접어든다. 영화는 윌슨이 몇장의 흑백 사진과 녹음테이프를 전달받는 것으로 시작된다.1961년 쿠바의 카스트로를 제거하려던 CIA의 쿠바 침공작전이 정보 유출로 실패된 직후다.CIA는 내부 첩자 색출에 혈안이 되고 윌슨은 사진과 테이프 속의 주인공이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고 그들을 쫓기 시작한다. 그가 내부 첩자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윌슨이 살아온 삶의 허상과 아이러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도 믿지 마라.” 그 자신이 수시로 되새기고 어린 아들에게조차 귀에 닳도록 한 이 말이 멍에가 될 줄이야. 이 영화에서 화려한 액션은 볼 수 없다. 대신 2시간47분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한 CIA요원의 삶이 왜, 어떻게 피폐해지는지, 그와 더불어 미국 외교정책의 또다른 얼굴이 얼마나 추악했는지가 밀도있게 그려진다. 세계 2차대전 직후 CIA가 태동하는 시대부터 1960년대 냉전시대를 아우르는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들어 상당한 집중도를 요한다. 큰 굴곡 없이 밋밋하게 전개되긴 하나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빠져들기 어렵지 않다. 실제 CIA 요원을 모델로 삼았으며 카스트로를 제거하려다 실패한 피그스만 공격을 비롯한 CIA가 개입했던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을 등장시켜 리얼리티를 높였다. 현존하는 예일대의 비밀조직 ‘해골단(Skulls and Bones)’의 실체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뇌하는 스파이 연기를 멋지게 소화한 맷 데이먼을 비롯해 앤젤리나 졸리, 알렉 볼드윈, 윌리엄 허트, 존 터투로, 조 페시 등이 열연을 펼친다. 물론 1960년대 미국의 모습과 패션을 감상하는 맛도 빠질 수 없다.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두번째 연출 작품으로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을 맡았다. 두 거장의 만남은 지난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예술공헌상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오는 19일 개봉,18세 관람가.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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