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충동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유리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산삼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사랑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519
  • [한국인의 질병] (7) 하지불안증후군

    [한국인의 질병] (7) 하지불안증후군

    한밤중에 잠을 자다가 다리 위로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을 받는다면? 잠을 자는 중에 다리가 충동적으로 움직이고 이로 인해 견딜 수 없이 불쾌한 기분이 든다면 매일 밤 잠을 설쳐야 할지도 모른다. 성인 100명 중 7명이 이같은 ‘하지불안증후군’(RLS)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잠과 관련된 ‘수면장애’로 여겨 선뜻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수면연구회가 지난해 국내 20∼69세 성인 남녀 5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중 7.5%(373명)가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인구 4800만명 가운데 무려 360만명이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추정할 수있다. 그럼에도 이 질환의 증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대한수면연구회 이사 윤창호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수반되거나 이 느낌으로 인해 다리를 충동적으로 움직이려는 자극이 생기는 경우를 말합니다. 또 누워 있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충동이 생기고, 특히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심해지지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참고 지내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환자 60% 이상 가족력 있어… 유전성 강해 일부 환자는 잠을 자는 장소와 온도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침대보다 따뜻한 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야간에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저항할 수 없는 욕구와 충동이 생기고, 종종 무언가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환자들이 불면증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또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60% 이상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유전성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한 특별한 진단법은 없다. 따라서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통해 진단하는 수밖에 없다. 불면증과 피곤, 다리나 신체 다른 부위에 불쾌하거나 고통스런 느낌 등의 징후가 나타날 수 있고, 이로 인해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보통 신체에서 가장 먼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는 ‘다리’인데, 이 경우 대부분 증상이 중증이다. 환자의 85% 이상이 ‘주기적 사지 운동증’(PLM)을 호소하는데, 수면 중 20∼40초 간격으로, 매회 0.5∼5초간 지속적으로 다리의 경련성 수축이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증세가 악화될 때는 다른 신체 부위 즉 엉덩이, 몸통, 얼굴 등에서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34∼50%가 팔에 불쾌한 느낌을 경험한다.‘다리가 묵직하다’,‘종아리가 저리다’,‘쑤시는 느낌이 든다’ 등의 표현을 쓰는 환자도 있지만 대다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윤 교수는 “환자들은 대부분 수면장애를 겪게 되고, 이 때문에 낮에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요. 따라서 환자의 60%가 수면장애를 겪고,40% 정도는 만성 피로를,30%는 낮에 졸음을 호소합니다. 그런가 하면 환자 4명 중 1명은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낮에 활동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게 되지요.”라고 설명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의들은 뇌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흥분 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기능 이상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또 철분결핍, 임신, 말기 신장질환 등 2차적인 원인도 확인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리튬 등 몇 가지 물질이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거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에게는 주로 약물요법이 권장된다. 적어도 일주일에 3일 밤 이상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의료진은 치료를 위해 도파민을 조절하는 약을 처방한다. 최근에는 도파민과 같은 기능을 하는 ‘프라미펙솔’이라는 물질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주로 처방된다. 이 약은 ‘파킨슨병’ 치료에도 쓰이는 다용도 치료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프라미펙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잠들기 전 온욕, 핫팩, 허벅지 마사지 효과 “프라미펙솔은 하루 1회 복용할 뿐만 아니라 워낙 저용량(0.125㎎)으로 처방되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약 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라도 상호작용에 의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은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당장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복용해서는 안되지요. 모든 약은 부작용을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알코올, 카페인, 니코틴 등을 멀리하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잠들기 전에 스트레칭이나 온욕, 핫팩, 허벅지 마사지 등 자가관리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친 뒤에 해야 할 일이며, 스스로 진단하고, 자가치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증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 교수는 “다리 저림을 척추질환으로 오인해 허리디스크 수술을 세번이나 받은 환자도 봤습니다. 국내에 하지불안증후군을 잘 아는 의료인력까지 부족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보이면 수면질환 전문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입니다.”라고 말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여대생 하숙방에「마리화나」연기

    여대생 하숙방에「마리화나」연기

    『「히피」족의 선약(仙藥)』으로 불리는 환각제「마리화나」가 우리나라 대학가에도 상륙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2, 3년전 주한미군들을 통해 흘러나와 접대부와 일부 연예인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애용되던「마리화나」가 이제는 서울시내 곳곳의「고·고·룸」, 대학 기숙사 가의 다방, 하숙집, 심지어는 여대생에서 까지 애용되는「쇼킹」한 현실로 발전했다. 사생(舍生)들엔 공공연한 비밀「해피·스모크·파티」도 열어 여자대학이 있는 서울시내 S동 뒷골목에 자리잡은 어느 하숙집. 개학이 가까와 다시 서울로 올라온 3명의 여대생들이 하숙집에서의 상봉을 기념하기 위해「해피·스모크·파티」를 마련했다. 잠옷바람의 아가씨 3명은 밤 10시께 한방에 모여 그 중 한 아가씨가 마련해 온 아리랑 담뱃갑을 반가운듯 바라본다. 포장은 담뱃갑이지만 속에 든 것은「마리화나」로 불리는 우리나라산 대마(大麻). 20개비들이 한갑에 8백원을 주고 산 것이다. 한 개비씩 빼어물고 성냥을 그어대는 솜씨가 제법 익숙하다. 알고보면 여대 3학년인 이 아가씨들은 6개월전부터「마리화나」를 피워온 상습 흡연자들. 비단 이 하숙집에만「해피·스모커」가 있는 것은 아니다. S동일대의 하숙집들은 물론 시내 곳곳의 대학가주변 하숙집은 대학생「해피·스모커」들에 의해 곧잘「마리화나·하우스」로 변한다. 보다 대담해진 상습흡연자들은 대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명동의 S다방, C「살롱」, 곳곳의「고고·룸」등에서도 공공연히 담배를 피우듯「마리화나」를 피운다. 모 여대 기숙사에서「해피·스모크·파티」가 이따금 열린다는 것은 기숙사 생활을 해본 여대생들 사이에선 거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다. 최근 발표된「갤럽」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대학생들은 10명에 4명꼴로「마리화나」를 피운다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처럼 심하거나 상습흡연자가 많은 것은 아니나『대학졸업전에 한번쯤 경험삼아』(S여대 K양의 말) 피우는「아마추어」흡연자의 수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갤럽」조사를 보면 67년 전미국대학생의 5%에 불과하던「마리화나」흡연자가 69년엔 22%로, 70년말에는 42%로 늘어났다. 이중 28%가 상습흡연자이며, 17%가 주 1회정도 피우는「세미·프로」들. 또 美국방성조사결과로는 주월 미군의 약 30%가「마리화나」상습흡연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처음피우면 어지러우나 자제잃고 환각의 세계로 서울지검 마약수사반의 김유후(金有厚)검사 말을 따르면 주한미군의 약15~20%정도가「마리화나」를 피우고 그 중 몇 %가 상습흡연자인지는 정확한 자료가 없어 알 수 없지만 시중에서 압수되는「해피·스모크」의 수량으로 미루어『호기심과 충동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미국서는「마리화나」로, 우리나라에선「해피·스모크」로 불리는 이 선약(?)의 정체란 알고보면 간단하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대마)잎을 따서 말려 담배처럼 포장한 것. 학명으론「칸나리스·사티바·L」이라고 불리며, 의학용어론「델타·9·1·트랜스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속칭 THC)로 불리는 환각제다. 처음「마리화나」를 피우면 약간의 두통과 어지러움증을 느끼나 한 개비를 다 피우고 나면 환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온몸이 나른해지며 대신「섹스」욕구가 강해지고 자제력이 없어져 자칫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 이런 까닭에 국제협약상「마리화나」는 마약으로 취급받고 있으나 마약지정 여부는 각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도산 대마만 마약으로 지정되고 한국산 대마는 습관성의 약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환각작용은 국산이나 인도산이나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 마약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습관성의약품관리법 5조와 39조를 보면『흡연, 또는 흡연의 목적으로 소지, 매매, 수수하는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0만원이하의 벌금』을 묻도록 되어 있다. 거의 국산, 한갑에 천원쯤 “아리랑 피우자”로 통하고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마리화나」는「멕시코」산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한 국산만이 시중에 나돈다. 한국산 대마잎은 비밀리에 월남「타이」등 동남아에 수출까지 되고 있는 실정. 흔히 시중에 나도는 것은 거의 아리랑담뱃갑에 들어 있어 흡연자들은『아리랑 피우러 가자』하면「해피·스모크」인줄 알 정도다. 20개비 한갑에 도매 5백원에서 산매값 최고 1천원까지. 물론「해피·스모크」의 제조, 판매망은 마약조직과 똑같은 점조직. 단골손님이 아니면 사기도 어렵다. 이들은 일선 판매망을 통해 주로 미군기지촌 주변에서 판매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최근엔 대학가에까지 판매조직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 「마리화나 」보다 환각효력이 강력한 LSD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아직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비싼 값 때문. 미국서는 한알에 50「센트」인 LSD가「오끼나와」에선 5달러,「도꾜」에선 8달러, 우리나라선 10달러(약3천2백원)를 홋가한다. 이런 이유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가난한 호주머니사정으론 감히 엄두도 못내고 일부 주한 미군사이에서만 애용될 뿐이다. 한때의 호기심, 단순한 흥미만으로「마리화나」를 피워보아도 좋은 것일까? 미국마약국의「시드니·코헨」박사가 AMA(미국의학협회)에 보고한 연구논문을 보면「마리화나」는 중독성은 없으나 습관성이 있으며, 심한 경우 뇌신경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돼있다. 또「캘리포니아」의대「리즈·존즈」박사의 임상치료 보고를 보면「마리화나」흡연자는 보다 강한 환각을 원해 LSD로 옮겨가며 병원서 치료를 받아도 환각제를 끊는대신 음주벽이 생긴다고 한다. 한때의 호기심으로 피워보기엔 너무도 무서운 결과에 빠진다는 것. [선데이서울 71년 2월 28일호 제4권 8호 통권 제 125호]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이해인 수녀시인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이해인 수녀시인

    미국 최고의 여류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밀리 디킨슨(1830∼1886).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흰옷을 즐겨 입어 ‘뉴잉글랜드 수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삶은 비록 슬픈 청솔가지였지만 문학적 정열만큼은 체온보다 더 뜨거웠다. 생전에 시만 무려 1700여편을 썼다. 그중 ‘나의 삶은 헛되지 않으리´란 시가 유명하다.‘내가 만약 한 가슴의 깨어짐을 막을 수 있다면/나의 삶은 헛되지 않으리/한 생명의 쓰라림을 덜어 줄 수 있다면/괴로움 하나 감해줄 수 있다면/기운 잃은 울새 한 마리/둥지에 올려 줄 수 있다면/나의 삶은 헛되지 않으리’ 이해인(62) 수녀. 평론가들 사이에는 가끔 에밀리 디킨슨과 비교한다. 그럴 것이 1975년 필리핀 세인트 루이스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할 때 그는 에밀리 디킨슨과 관련된 논문을 써내 당시 필리핀 학계에 깊은 감명을 선사했다. 이 수녀 역시 에밀리 디킨슨처럼 다작의 시인이다. 대표 시집인 ‘민들레의 영토’가 지금까지 52쇄를 찍었으며,‘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56쇄),‘내 영혼에 불을 놓아’(51쇄),‘작은 위로’(19쇄),‘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17쇄) 등도 여전히 간단치 않은 스테디셀러들이다. 인세만 따져도 족히 수십억원이 넘으며 이는 모두 봉사활동에 쓰여졌다. 시집이 2,3쇄도 찍기 힘든 요즘, 이쯤되면 우리 문단에서 이해인 수녀의 영향력을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2년 전 건국대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김진선씨는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을 ‘이해인의 시의식과 방법론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에밀리 디킨슨에 비견되는 베스트셀러 작가 그는 논문에서 고(故) 구상 시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생을 독신으로 살며 겸허하고 투명한 심혼의 독백을 하다 간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이해인의 공통성은 일상 속에서 접한 가장 사소하고 무상한 사물을 불멸과 무한, 즉 영원 속에다 연결하려는 끊임없는 지향과 노력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고 기술했다. 올해로 이 수녀는 첫 서원을 한 지 40년, 문단 데뷔 37년을 맞는다. 하여 이 수녀를 지난 17일 부산 광안리 앞바다가 보이는 성베네딕도 수녀원에서 만났다. 정문 인근에 있는 ‘기도정원’을 거닐면서 이 수녀는 “지난 9월8일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천상병 문학상도 이때 받았고…, 천상병 시인이나, 피천득 시인이나 다들 떠난다.”고 말꼬리를 흐린다. 이어 “인간은 죽고 떠난다는 걸 알지만 가장 소중했던 어머님이 삶의 마침표를 찍고 떠났기에 더욱 찐하게 다가온다.”고 심정을 피력했다. 아버지에 대해 슬쩍 물었더니 “6·25 때 납북돼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 살아 계셨으면 어머니보다 세살 위니까 99세가 된다.”고 잠시 그리워했다.6세 때 헤어진 아버지의 사진을 자신의 글방에 지금도 걸어놓고 있다. ●어머님 돌아가신 후 삶과 사람 생각 더욱 깊어져 이날 ‘기도정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이 수녀를 알아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잠시후 인터뷰 장소를 인근의 ‘언덕방’으로 옮겼다. 이 수녀는 ‘언덕’을 ‘언덕(言德)’이라고 풀이했다. 문득, 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맑게 사는 방법을 물었다. 지체없이 “언어생활부터 고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미치고 팔짝 뛰겠다, 돌아버리겠다, 골 때린다 등등의 얘기만 안 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자빠지면 못 일어나는 거 아니냐. 충동적인 발언으로 인품이 많이 깎이는 사례라고 부연했다. 이 수녀가 요즘 바쁘게 지내는 강의활동의 주요 테마이기도 하다. 회사, 종교단체, 학교 등에서 초청이 오면 “언어는 습관이며 뇌에 저장되기 때문에 불쑥 튀어나오는 말이 곧 인격과 직결된다. 따라서 나만의 언어습관을 ‘즐겨찾기’에 저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수녀는 얼마 전 모 신문에 ‘군인을 위한 기도’라는 칼럼을 게재했다.“어떻게 님들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님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서두를 꺼낸 뒤 “이 땅의 모든 군인들이 몸, 마음 건강하게 성실하게, 인내롭게 맡겨진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고 마무리한 내용이다. 그랬더니 각 부대 인터넷사이트에서 ‘펌글’ 1위로 애독됐고 격려의 전화가 쇄도했다. 인연이 되어 오는 11월7일 육군본부에서 특강을 할 예정이다. “때로는 생각없이 던지는 냉정하고 무자비한 말로 ‘오래 사는’ 이 땅의 노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노인들이 망령이 들었어도 귀는 살아 있습니다. 안 그래도 ‘오래 살아’ 미안하고 눈치가 보이는 그분들에게 은근히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말이 들려올 때 얼마나 비참한 심정이겠습니까.” 그러면서 이 수녀는 비록 ‘큰 위로’가 아닐지라도 마음속으로 ‘작은 위로’를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자신의 글을 보고 편지를 보내는 이들이나,‘민들레의 영토’의 카페의 팬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도 ‘작은 위로’와 다름 아니라고 했다.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면회가는 일도 물론이다. 낙엽따라 가버리는, 이 계절의 단상을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한편의 시(詩)로 대신했다.‘산너머 산/바다 건너 바다/마음 뒤의 마음/내가 오늘도 가까이/안아야 할 행복은/바로 앞의 산/바로 앞의 바다/바로 앞의 마음/놓치지 말자/보내지 말자’ ●언어는 인격… 어지러운 세상 말부터 정화해야 이번에는 인터뷰 장소를 이 수녀의 글방으로 옮겼다.10평 남짓한 방안에 들어서자 허브 향기가 가득했다. 광안리 바닷가에서 왔음 직한 조가비, 인근 산에서 따온 솔방울, 흑백의 세월을 듬뿍 담은 여러 흔적들, 마더 테레사 수녀와 찍은 사진도 눈에 들어왔다. 그중 냉장고에 씌어진 글귀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께 드립니다.’로 시작되는 행시였다.‘이:이 세상, 저 세상을 시로써 노래하는 이, 해:해에 비친 유리창처럼 숨김없이 드러나는 영혼이 맑은 이, 인:인정이 넘쳐나 모든 이에게 선물되는 이, 클:클수록 작아지려는 명성과 겸손의 함수관계를 수덕으로 사는 이, 라:라일락꽃 향기처럼 은은히 복음의 향기를 세상에 전하는 이, 우:우주만물 제각각에 창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이, 디:디딤돌이 되어 하느님을 찾아 나서게 하는 이, 아:아! 우리들의 사랑, 기쁨, 수:수녀원의 크고 작은 경사날에 축하메시지로 기쁨을 더해주는 이, 녀:녀기 바로 그 이름,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2006년 3월19(생일) 후배수녀 일동’ 이 글을 적고 있노라니 그는 자신의 시낭송을 했던 테이프를 틀어주면서 “사회경험도 없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넓히려는 노력을 해왔다.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더라도 어디서 본 듯한 누이, 이모, 친구로 생각하게 된 것은 수도자인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방 옆에 있는 편지창고도 공개했다. 자살 직전에 보내온 편지, 방황했던 20대가 지금은 20대의 아들을 둔 부모가 되어 고맙다고 온 편지, 눈짐작으로 수만통이 넘어보였다. 그는 지금도 편지 받고 답장 보내는 일을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강원도 양구에서 이대영, 김순옥의 1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난 그. 여고 1학년 때 수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한 뒤 벌써 40여년 세월이 흘렀다.“누가 (죽은 후)그녀의 삶이 뭐였느냐고 물어보거든 ‘인생의 러브레터였다.’는 답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부산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5년 양구 출생. ▲64년 부산성베네딕도 수녀회 입회 ▲68년 수녀로 서원, 천주교 중앙협의회 파견 근무. ▲70년 ‘소년’지에 동시 ‘하늘’‘아침’ 등으로 추천. ▲75년 세인트루이스대학교(필리핀) 영문학 학사 ▲76년 종신서원 ▲78∼82년 부산성베네딕도수녀원 수련소강사 ▲85년 서강대학교대학원 종교학 석사 ▲88∼90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 ▲2000년 부산가톨릭대 지산교정 겸임교수 #주요 수상 새싹문학상(81년), 여성동아대상(85년), 부산여성문학상(98년), 천상병 시 문학상(07년) #주요 작품집 민들레의 영토(76년), 내혼에 불을 놓아(79년), 두레박(86년), 시간의 얼굴(89년), 엄마와 분꽃(92년), 작은 위로(02년), 풀꽃단상(06년) 등 외 다수.
  • [여성&남성] 가을 타는 ‘외로운 걸’ ‘고독하 군’

    가을은 남자의 계절일까. 남자만 고독하고 옛 추억이 생각날까. 남녀에게 ‘가을, 이럴 때 나는 센티멘털리즘(sentimentalism·감상주의)에 빠진다.’는 질문을 한 결과 ‘남녀 모두 옛 사랑의 추억이 떠오를 때와 외로울 때 가장 감성적이 된다.’를 공통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여자들은 푸른 하늘을 보며 감성적인 외로움을 느끼지만 남자들은 옛 사랑을 떠올리며 아픔을 달랬다. 깊어지는 가을. 비슷하지만 차이가 나는 남과 여의 ‘센티멘털 스토리’를 들어봤다. ●“첫사랑과의 가을여행, 아름다웠던 그 시절” 회사원 김모(28)씨는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낙엽과 단풍을 보면 대학교 1학년 때 첫사랑과 함께 떠났던 설악산 가을 여행이 떠오른다. 그녀와의 풋풋한 첫사랑은 설악산의 가을 단풍만큼이나 불타(?)올랐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녀만큼 나에게 잘해준 사람은 없어 아직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서 “당시에는 돈도 없고 힘들게 걷기도 많이 걸었지만 당시 둘이 갔던 여행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냥 행복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유모(29)씨는 가을에 대한 추억을 묻자 “가을 바람에 기온이 내려갈 때면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며 나름의 감정을 잡는다. 가을 사진이 ‘센티멘털리즘(감상주의)’의 극치라고 말한 그는 지금도 가을이면 사진기를 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 얽매여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므로 옛 추억을 생각하며 인터넷으로 가을 여행지를 검색하고는 대리만족을 하고 만다.”면서 “인터넷 속의 가을풍경 사진들은 언제나 나를 감성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이 그렇듯이 동아리 시절이 떠오르면서 좋았던 기억들,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때면 정말이지 무언가가 무작정 그립다.”고 덧붙였다. ●가을, 남자는 고독하다 취업 공부를 하다 보면 가을엔 정말 고독하다는 대학생 염모(25)씨는 도서관에서 한밤에 나와 교내 벤치 위에 누워 별을 보곤 하는 습관이 있다. 그는 “요즘은 날씨가 청명해서 그런지 유난히 별이 자주 보인다.”면서 “듣는 사람은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교환 학생으로 영국에 간 애인도 저 별을 함께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면서 슬며시 웃었다. 염씨에 따르면 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취업에 대한 걱정들이 사그라진다. 그는 “여름에 벤치에 누우면 더워 그런 거 같고 겨울에는 추운데 이상한 사람 같지만 가을만큼은 이런 행동을 허용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의 고독은 유씨와 같이 황홀하게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다. 대학생 허모(23)씨는 혼자 서울에 올라와 자취 생활을 하는데 가을은 환절기 감기와 함께 자신의 인간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그는 “가을에 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찾아주는 친구가 없으면 좀 센티멘털해지고 내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환절기라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요즘 주변에서 아픈 것을 아무도 몰라주니 고독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회사원 박모(25)씨는 고독한 가을밤 자취방에서 홀로 ‘미드방(인터넷의 미국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 미국 드라마나 다운받고 시청할 땐 정말 고독해진다. 미국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나 ‘CSI’를 즐겨보는 그는 회사 동료들은 회사에서 내내 보니 지루하고 여자 친구는 생길 기미도 안보인다. 그는 “대학 친구들마저 밤 12시 퇴근이 다반사라 한밤의 외로움(?)에 지쳐 잠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람(?) 잘 날 없는 가을 유부남인 회사원 신모(37)씨는 총각 시절 자신의 가을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고독해지는 가을, 그는 쓸쓸한 마음에 당시 애인 몰래 바람을 피우며 고독을 달랬다는 것. 신씨는 지금도 가을 저녁에 멋지게 차려입은 늘씬한 아가씨가 공원 등에 혼자 있으면 감성적인 마음에 말을 걸어 보고 싶은 충동을 받기도 한다. 그는 “물론 실제로 말을 건네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가을은 많은 총각들에게 평소에 좋아하던 여성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김모(30)씨는 센티멘털 역시 일의 연속선 상에서 느끼게 된다. 해외 고객들을 상대로 바이어를 하는 김씨는 한달여를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고객에게 심사를 받는 긴장된 시간들이 지나가면 잠시 머리가 비면서 애인과 ‘가을 전어’라도 먹으러 갈까 하는 생각을 몇분간 한다. 그러나 저녁에는 접대 자리가 남아 있고 감성적인 순간은 그렇게 찰나로 지나간다. 김씨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감성적인 여유를 느낄 시간이 오면 가을의 상념에 젖어들지만 곧 앞으로 다가올 프로젝트 생각으로 자연스레 옮겨간다.”면서 “추억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애인에게 할애할 시간도 부족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정말로 시간을 내 애인과 드라이브를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으나 곧바로 “이번에도 생각으로 그칠 것”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남친 없는 가을, 내 속은 시든 단풍처럼 까맣게” 회사원 김모(26)씨는 유난히 이번 가을이 우울하다.25년 넘게 ‘가을탄다.’는 말의 뜻조차 몰랐던 그였지만 최근 3년을 사귀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부터 ‘비 맞고 찢겨 나뒹구는 낙엽’의 심정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평일에는 회사 일로 바빠 가을인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지만 주말이 돼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생기면 텔레비전과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여겨진다고.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도 다 보고 나면 ‘귀중한 주말에 나 혼자 TV 앞에서 무슨 헛짓이냐.’는 자책감이 강하게 밀려와요. 친구들 대부분이 남친과 있어 연락도 못하고. 올 가을엔 내 마음도 단풍들고 있어요. 까맣게….” 대학 졸업반인 오모(22)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청계천을 찾아가는 ‘청계천 마니아’지만 최근 이곳을 찾을 때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곤 한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개울과 수풀 사이를 걸을 때 느끼던 상쾌함이 가을이 되면서부터는 반감되고 있다.“가을이 되면서 연인들의 모습이 더욱 부러워요. 예전 커플 시절이 떠올라 상념에 젖기도 하고요. 명동이나 강남역 주변을 걷다 보면 온통 커플들만 다니는 것 같아서 더 외로워요.‘나는 왜 남자 친구가 없을까.’를 생각하면 인생이 더 우울해져요.” ●“이렇게 또 한해가 저무는구나…” 취업 준비생 박모(25)씨는 또다시 찾아온 ‘취업의 계절’이 우울하기만 하다. 이미 졸업한 학교 도서관에 앉아 영어책과 씨름하고 있는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맘때 ‘올 가을에는 당당하게 취업해 내년에는 멋진 ‘킹카’와 단풍길을 걸으며 ‘셀카’를 찍어야겠다.”던 다짐이 허망하다 못해 한스럽기까지 하다. “단풍이 들면 사람들과 함께 가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왜 안 들겠어요.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 자체가 없는 거죠. 차라리 가을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게 나아요. 그래야 아예 가을을 못 즐기니까 제 마음이 덜 서운하잖아요.” 밤을 새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컨설턴트 이모(28)씨는 새벽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을 때마다 ‘가을을 탄다.’고 느낀다. 늘 일에 묻혀 사는 이씨다 보니 밖에서 느낄 겨를이 없지만 새벽 2시쯤 듣는 라디오 DJ의 조용한 톤의 목소리에서 어느새 차가운 가을을 알게 된다고. 가끔 새벽녘 사무실 스탠드 불빛 아래서 친구들과 동료들의 미니 홈피를 보며 어느새 길어져 있는 사진 속 친구들의 옷소매가 가을을 알게 해 준다고 한다. “한 해가 다 갔다는 느낌에 우울해지면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요. 예전에는 정지영 아나운서의 프로그램을 좋아했는데요. 요즘에는 문지애 아나운서를 좋아하게 됐어요.‘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노래도 우울한 가을과 잘 어울리죠.” ●“하늘만 봐도 우울해지는 나,‘4차원’인가?” 여행사에 다니는 이모(34)씨는 요즘 하늘만 봐도 ‘센티멘털’해진다고. 유난히 파란 가을 하늘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슬프게 한다. 특히 아침에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서늘한 가을 바람은 울고 싶은 기분을 더욱 ‘업’시켜 하루 일을 못하게 하기도 한단다. 이씨는 최근 그다지 나쁠 일이 없다. 기존 직장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회사도 옮겼고 몇 년째 ‘남친’ 없이 살고 있는 현실에도 완벽히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가을이 되면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이 상황을 이씨도 어찌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가을 하늘을 볼 때 느낌은…, 뭐랄까, 처음에는 마음이 안정되면서 조용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온갖 잡다한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헤어진 남자 친구에서부터 갖가지 일상사가 다 떠오르면서 우울해지는 거죠. 요즘에는 이런 성향을 ‘4차원’이라고 하던데, 저 역시 그런 유의 인간 같아요.” 자신을 전형적인 ‘된장녀’라 말하는 디자이너 조모(30)씨는 하루 종일 ‘미친 듯’이 일하고 나서 사무실 통유리 밖으로 느껴지는 오후의 가을 햇살에 진짜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조씨는 가을 오후 남은 햇살을 한몸에 받으며 혼자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세상 온갖 근심을 다 안고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일이 한창 많은 오후 3∼4시쯤이 되면 햇살이 가득 사무실로 들어오는데요. 주황빛을 띤 그 햇살을 느낄 때마다 ‘일하기 싫다.’는 욕구가 솟구쳐 올라요. 세상에서 저 혼자 가을 타는 것처럼 맘 속에서 난리가 나요. 그럴 때는 미니 홈피에 접속해 게시판과 다이어리에 글을 써 ‘일촌’들에게 공개하거든요. 그러고는 다음날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다시 ‘비공개’로 바꿔 놓죠. 꼭 술 먹고 밤새 연애 편지 써 놓은 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보면 민망함과 유치함에 찢어버리고 싶은 것과 같은 기분이랄까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열린세상] 그리운 정론직필/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열린세상] 그리운 정론직필/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는 듯하다. 인간이기에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알려고만 하다가 불행으로 치닫는 옛이야기들이 많다. 에덴동산 이야기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신처럼 지혜로울 수 있다는 호기심에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는다.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서는 롯의 아내가 호기심 때문에 뒤돌아봄으로써 소금기둥이 된다. 하지만 그 같은 성경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호기심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그에 비하여, 그리스 신화인 판도라 상자 이야기는 인간이 호기심을 신에게 부여 받음으로써 지적문명을 이루었다고 다소 긍정적으로 말해준다. 또한 인간이 호기심을 누르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을 잘 묘사하고 있다. 바로잡을 사항도 있어, 그 주요대목을 간추려본다. 신체적 열세인 인간을 도와주려고 프로메테우스는 태양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다. 그때부터 인간은 신처럼 만들고 생각하게끔 되었지만, 제우스는 분노한다. 금지규정을 어긴 프로메테우스를 징계하고, 수혜자인 인간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좀 묘하게. 제우스는 흙으로 빚은 여자 판도라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다른 모든 신들은 자기의 특징을 선물한다. 헤라는 호기심을 주고, 헤르메스는 열면 안 된다는 당부와 함께 금빛 상자를 준다. 그 상자의 소유만으로도 즐거운 판도라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갔다. 헤르메스가 그렇게는 말했어도, 속내는 빨리 열어보고 그 소중한 선물에 대한 감사표시를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또한 강력해진다. 오직 여느냐 마느냐의 고뇌에 지치고 허덕이다가, 마침내 이럴 바에는 끝내야 한다는 충동이 판도라를 휘감는다. 상자가 열리자 인간에게 불행과 재앙을 초래하는 해악한 존재들이 튀어나와 날아가기 시작했다. 상황을 깨달은 판도라는 안간힘을 내어 마지막으로 나오는 존재를 밀어 넣고 상자를 닫는다. 그 가둔 것이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책에서는 희망이라고 한다. 그러나 상자 안에 갇히면 바깥세상에 없으므로, 그건 맞지 않다. 어느 영문판에 의하면 인간에게 해악을 정확히 알려주는 존재를 가두게 되어 세상에 희망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판도라의 행위로 인간은 불을 갖는 대신에 죄악과 불행에 시달리는 벌을 받게 되었지만, 다행히 그 때와 강도를 모르게 되었다. 호기심으로 인간의 운명이 바뀌어졌다. 작금의 떠들썩한 보도도 호기심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가짜 학위 사건으로 시작되는 변양균-신정아의 행위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그렇게 큰 비중으로 다룰 문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이유가 있다면 조그만 정부의 흠집이라도 큰 호재로 보는 언론이 있고, 그 기사에 환호하는 관중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의도된 화살이 과녁에 맞을 때 관중들은 전율한다. 게다가 그 의도가 동지의식을 나타내주어 더 환호하게 만든다. 요즘 들어 부쩍 신문들은 호기심과 집단의식을 자극하며 여론을 몰아간다. 신문사와의 호불호로 기사의 색채가 너무 차이난다. 일부 신문은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나타내어 기관지란 느낌도 든다.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서 약한 인간의 밑바닥 모습까지 들추어내는 기사에는 월간지 또는 주간지 같다는 느낌이다. 그런 여론몰이에 사법기관도 장단을 맞추는 듯하다. 같은 편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그만큼 기사의 한 줄이 주요하다는 뜻도 될 것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언론은 전가보도처럼 알 권리를 자주 내세운다. 군사독재시절보다 지금이 언론자유가 없다는 신문도 있다. 그 기준의 혼란에는 현 정부의 어설픔과 기득권층의 자기보호가 깔려 있는 듯하다. 어떻든 언론사의 의도에 따라 선악이 달라지거나 표적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론은 모름지기 어느 층을 대변하든 정의로워야 한다. 정론직필의 사명감이 그립다. 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 [신당 대선후보 정동영] 鄭 지지자들 환호… 孫·李 담담

    [신당 대선후보 정동영] 鄭 지지자들 환호… 孫·李 담담

    맥 빠진 행사였다. 15일 오후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17대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는 밋밋했다. 경선 일정 시작 이후 처음으로 행사장이 가득 찼지만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일부가 전날 공개돼 긴장감은 없었다. 사실상 정동영 후보측 지지자들로만 행사장을 채운 ‘그들만의 잔치’였다. 당초 이날 8개 지역 선거인단 투표 결과, 여론조사 결과, 휴대전화(모바일) 3차 투표 결과가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표 결과 사전 유출로 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이날 행사는 형식에 그쳤다. ●鄭, 김근태 의원 호명하며 고개숙여 인사 오후 5시20분쯤 최종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동영 축제’로 바뀌면서 분위기는 한동안 달궈졌다. 정 후보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일찌감치 후보직을 사퇴하고 경선 분위기를 선도해 나간 김근태 의원을 호명하며 고개 숙여 인사해 분위기를 주도하려고 했다. 모바일 2차 투표 후 정 후보와 손학규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될까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그동안 외면받았던 통합신당 경선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개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 유출로 행사는 시나리오가 짜여진 생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후보자 지명대회가 갖는 극적 효과를 거두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패배를 사전에 인지한 손학규·이해찬 후보는 담담한 얼굴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낙선자 연설에서 손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 후보의 승리를 축하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면서 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지자들도 차분했다. 한나라당 경우처럼 경선 2위 후보 지지자의 경선 불복종 움직임이나 물리적 충돌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鄭 후보 지지자들 앉을 자리 없자 실랑이 정 후보측 관계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축하 인사를 주고 받기에 정신이 없었다. 김현미 대변인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이날 5000석 규모의 행사장은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정 후보의 상징색인 주황색 응원봉과 플래카드를 든 지지자들만 행사장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후보측 지지자들은 앉을 자리가 없자 프레스석에 앉겠다고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손 후보와 이 후보의 대형 플래카드는 다 합쳐도 5개 정도였다. 이 후보 얼굴이 담긴 응원도구를 준비한 이 후보 지지자들 일부와 ‘대한민국 손학규’라고 씌어진 미니 플래카드를 든 손 후보 지지자들이 정 후보 지지자 사이에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간혹 ‘이해찬’을 연호하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이내 정동영 지지자 응원 소리에 묻혔다. 나길회 구동회기자 kkirina@seoul.co.kr
  • 코스피 2000선 재돌파… 펀드투자자의 고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재돌파한 2일 증권사에는 펀드를 환매해야 하느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지난 7월 1차 2000선 돌파 이후 지수 폭락의 뜨거운 맛을 본 투자자들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 700∼1500선에서 가입한 일부 펀드의 수익률은 7월 말 2000선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을 때 최고 600%에 이른 것도 있었다.2000선을 처음 돌파했을 때 다수의 증권사들은 지수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환매하지 말라고 투자자들에게 권유했다. 그러나 8월에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대출) 부실 쇼크 여파로 보름만에 지수가 1600선까지 폭락,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수익률이 더 하락하기 전에 환매하려는 충동을 억눌러온 장기 펀드가입자들은 다시 전고점을 돌파해 수익률도 7월 말 수준으로 회복되자 고민에 빠졌다. ●좀 더 묻어둬라 이번에도 주식시장을 장밋빛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새마을금고 박재훈 투자운용팀장은 “최근 세계펀드의 자금흐름이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주요 포인트”라면서 “외국인들이 매도를 접고 매수에 들어선다면 앞으로 지수는 더 상승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달러 약세도 금융자산의 가치 상승에 한몫을 한다. 원화가치가 1달러당 950원선에서 910원대로 상승한 만큼 가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게다가 내년 경제성장률이 5% 이상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전망이나 경제의 기초여건이 크게 나쁘지 않아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식시장이 괜찮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절반 환매도 방법 펀드수익률이 정 걱정되는 투자자라면 절반 정도를 환매해 현금화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러면서 새로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섣불리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한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최근 유가, 환율, 금리, 내수경기 등의 기업을 둘러싼 환경을 감안할 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충고했다.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이사는 “현 주가 수준이 너무 높아 개별 주식투자보다는 펀드 투자가 낫고, 기존 주식 보유자라면 일부는 차익을 실현한 뒤 저평가 자산에 재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 가입은 늦지 않았다 회사원 김모(39)씨는 지난 7월 지수가 2000일 때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국내형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그의 현재 수익률은 8.9%다. 김씨는 “주식이 하락할 때 1800선 근처에서 2차례 추가 불입을 한 덕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추가 불입을 하지 않은 수익률도 6.5%이다. 적립식 펀드는 매월 은행에 적금하듯이 일정액을 펀드에 넣는 형태지만,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할 때는 언제든지 추가로 자금을 넣을 수 있다. 적립식 펀드의 장점은 3년 정도 장기투자를 할 경우 펀드매입 가격이 평균화되기 때문에 은행의 이자수익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적립식펀드도 투자이므로 손실이 날 수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가격혁명으로 소비자 이익 극대화”

    “가격혁명으로 소비자 이익 극대화”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국내 물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가격혁명을 통한 소비자 이익 극대화를 새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정 명예회장은 2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가진 특강에서 “일시적인 인하가 아닌 소비자가 인정할 수 있는 근원적이고 혁명적인 상품 가격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학서·정용진 부회장과 계열사 대표, 간부 직원 등 300여명이 강의를 들었다. 정 명예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남편이다. 지난해 7월에도 유통업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을 하는 등 유통업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그는 고(高)물가의 원인을 ▲높은 유통 비용 ▲고임금 ▲비싼 땅값 ▲과다한 판촉비용 ▲과시적인 소비문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은 고물가 극복 방안과 관련,“기존의 틀을 깨는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산지 직거래 확대, 협력 회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철저한 원가 분석 등을 생활속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선도함으로써 유통업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잦은 세일로 인한 판매가격의 불신이나 충동구매 유도 등 비합리적인 소비를 조장하는 사례 등은 유통업체가 중심이 돼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7년간 초·중·고생 자살자 764명

    지난 2000년부터 7년 동안 전국의 초·중·고생 자살자가 한해 평균 10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학생 자살자 현황’을 공개하며 30일 이같이 밝혔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764명의 초·중·고생이 자살했고,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전체의 68.3%인 522명으로 집계됐다. 중학생은 28.5%인 218명, 초등학생은 3.2%인 24명이었다. 자살 사유로는 부모의 실직·부도·궁핍 등 가정의 경제문제가 20.8%를 차지했고,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등 기타 가족문제가 19.2%로 뒤를 이었다. 이어 염세비관이 18.5%, 이성문제가 7.1%, 성적불량이 6.7%로 기록됐다. 이 의원은 “가족관계가 무너지면 아이들이 자살 충동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가정 위기를 겪는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상담 등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기고] 교내 탄산음료 제한 환영한다/차정섭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홍보관리관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3일 올해 연말까지 학교내 탄산음료 반입을 금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만으로부터 청소년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탄산음료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반만에 얻어낸 성과다. 비만 유발 등 탄산음료의 유해성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이지만,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3월 국가청소년위가 직접 나서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전국 225곳의 청소년수련시설을 시작으로 음료용 자동판매기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하지 않도록 했고, 청소년단체의 각종 행사에서도 탄산음료를 제공하지 않도록 했다. 얼마 후 시설 임대 잔여기간 등의 문제가 있는 몇몇 시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설들이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학교내 탄산음료가 문제였다. 당시 전국 160개 중·고교를 표본으로 탄산음료 판매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 및 충북지역을 제외하면, 조사대상 학교의 90.6%인 154개 학교에서 자동판매기를 통해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울산과 충북 이외의 경우 조사대상 학교의 93.7%인 150개교가 매점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시간에 땀을 흠뻑 흘린 학생들이 자판기가 부르는 시원한 탄산음료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국가청소년위는 지난해 3월29일 교육인적자원부에 학교내 자판기 및 매점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해 주도록 건의한 바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년도 학교보건급식 기본방향’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고 이번에 발표한 ‘학생 건강증진대책’에서 탄산음료를 비만 유발식품으로 규정하고, 전국 모든 학교내에 탄산음료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이번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치를 적극 환영한다. 아동·청소년들의 비만은 자칫 또 다른 질병을 불러와 성격 장애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저학년생들의 경우 뚱뚱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아예 왕따를 당하는 사례도 있다. 분당에 사는 주부 장모씨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친구들보다 뚱뚱해 놀림을 당한 사실을 알고 평소 좋아하던 탄산음료 근처에도 못 가게 했다.”며 아들과 어머니가 탄산음료를 둘러싸고 싸움 아닌 싸움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던 사연을 전해왔다. 위의 사례에서도 지적했듯 가정에서도 탄산음료가 사라져야 하겠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탄산음료가 있으면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어른들이 마시면서 아이들에게는 건강에 해로우니까 마시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부모 간섭을 벗어난 지역에서 ‘어른들도 마시는데’라며 유혹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탄산음료를 사서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어른들도 마시지 않도록 아예 눈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 국가청소년위는 앞으로 학교내에서 탄산음료가 실제 판매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또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일반 시설들도 탄산음료 판매제한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3일 개천절에 자녀들과 함께 배낭에 시원한 물을 넣고 산이나 들로 나가 탄산음료를 마실 때 톡 쏘는 맛보다 향긋하고 시원한 자연을 가슴 가득 채우고 오면 어떨까. 차정섭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홍보관리관
  • [문화단신] 기자 출신 김영주씨 소설 출간

    서울신문 기자를 지낸 김영주씨가 사랑에 관한 장편소설 ‘우리는 아름다울 수 없을까’(아름다운사람들 펴냄)를 내놓았다.작가는 “한 여자를 홍역 앓듯 사랑하다가 추억이라는 두꺼운 책갈피에 숨겨 두고 떠난, 어느 친구의 절반은 사실인 평범한 사랑 이야기”라면서 “관념의 미학이든, 감상적 충동이든 인생에서 한두 번쯤은 앓아 봐도 좋음직한 흉측하지 않은 발진”이라고 사랑을 정의했다.문학평론가 송상일씨는 “연애는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미리 맛보는 달콤함, 쓰라림, 혹은 허무함의 미각이며 그런 연애를 영원히 영위하는 길은 결론을 유예하는 것”이라면서 “소설 제목을 ‘영원한 연애’로 바꿔도 무방하다.”고 평했다.9500원.
  • ‘씨알’ 새달 5일 창립

    다석 유영모(1890∼1981)와 바보새 함석헌(1901∼1989)은 기독교와 과학정신·동양종교사상을 아우르며 영성과 평화를 함께 바라본 종교인이면서 ‘삶의 철학자’로 통한다. 오산학교 설립자이자 3·1독립운동 주역인 이승훈의 제자 유영모는 ‘특권 양반사상이 나라를 망쳤다.’는 판단 아래 민중을 주체로 세워 섬기는 민주사상을 제시한 인물.“진인(眞人)의 경지인 노자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을 햇볕에 그을린 농부의 얼굴에서 본 뒤 땀흘려 일하고 사랑으로 섬기는 삶을 살고자 농촌으로 들어가 살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민주화와 비폭력 평화운동의 사상가인 함석헌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런 두 사람이 줄곧 강조한 것은 바로 씨알, 즉 민중이다. 유영모와 함석헌은 3월13일 한날에 태어나고 사망 날짜도 2월3일과 4일로 하루 차이였다. 같은 생각과 삶 만큼이나 나고죽는 날까지도 같았던 이들이다. ●종교계·학계 등 인사 대거 참여 두 사람이 생전 강조한 이 씨알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재단법인 씨알(이사장 김원호 유미특허법인대표)이 다음달 5일 오후 4시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강당에서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지난 8월30일 창립이사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8일 서울시로부터 재단법인 인가를 받았었다. 재단법인 씨알은 유영모,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씨알들의 정신문화운동과 환경조성, 씨알사상 전승발전을 위한 기반조성, 씨알상 제정운영을 통한 씨알 삶 따라살기 등이 그 일들이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정신을 따르는 학계·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상임이사 박재순 목사를 비롯해 이사인 김철호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담임), 정양모신부(다석학회 회장), 감사인 김종생 목사(예장통합 사회봉사부 총무)가 그들이다. 여기에 정진섭 변호사, 김흥호 목사(다석사상연구회회장), 류승국 교수(전 한국정신문화원장), 문동환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원경선 풀무원 설립자, 유인걸 성천문화재단 이사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김수중 한국양명학회회장, 김조년 한남대 교수,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박영호 다석학회 고문,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서유석 대한철학회 부회장, 송인창 동양철학회 회장,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명예교수, 이병창 한국철학사상연구회장, 이정배 한국조직신학회 회장도 들어 있다. ●다석전집 출간·세계평화사상 연구사업 서둘러 이들이 가장 벼르는 것은 다석전집 출간. 다석일지를 포함한 유영모의 모든 저작물에 낱말풀이와 주해를 붙여 다석연구의 토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함석헌의 세계평화사상 연구사업도 큰 과제. 종교, 문명에의 근본적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는 함석헌의 사상이 인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학술진흥재단과 공동진행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두 사람의 철학은 흔히 성경말씀(계명, 아가페 사랑)뿐만 아니라 그리스철학과 서구 근대철학의 로고스(이성), 동아시아의 길(道), 한민족의 한 사상을 아우르는 종합적 사상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두 사람의 복잡한 철학 연구에는 전문학자들의 모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 수렴을 통해 매월, 격월, 혹은 절기별 각 분야 전문가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내년 7월로 예정한 세계철학대회 ‘함석헌, 유영모 사상 발표회’는 가장 먼저 치러야 할 대규모 행사. 박재순, 김성수, 김영호, 김흡영, 박노자, 박영호, 양현혜, 윤정현, 이규성, 이기상, 이정배, 정대현, 김경재, 정양모, 허우성의 발제를 한글과 영문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씨알상 제정·‘사상 발표회´ 추진 유영모와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씨알상을 제정, 매년 말 수여하며 두 사람의 생몰일에 즈음해 씨알생명평화문화제도 정기적으로 열어나간다. 한편 다음달 5일 창립식 자리에서는 강연회가 열려 김흥호 목사(‘유영모와 함석헌’)와 류승국 교수(‘씨알사상에 대해’)가 발제할 예정이다. 재단법인 씨알의 김원호 이사장은 “한국의 근현대사는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진행과 민중 삶속으로의 깊숙한 기독교 유입의 특징을 갖는다.”면서 “유영모와 함석헌은 한국 근현대의 이런 문명사적 상황과 사명을 깊이 자각해 주체적이고 세계적인 정신과 철학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종교·시민단체 ‘개신교 선교 문제점’ 토론회

    아프간 피랍사태로 불거진 한국 개신교 선교 문제와 관련해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해법찾기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제3그리스도교연구소, 우리신학연구소,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이 주축이 돼 활동하는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가 18일 서울 장충동 만해NGO센터에서 마련한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를 성토,“교회들이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합리적인 공동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역시 선교형태. 참석자들은 “우리 주류 개신교계는 선교 본질을 등한시한 채 타문화와 현지인들을 인정하지 않는 우월적 배타주의 모순에 빠져 있다.”며 ‘종교를 넘어 인간에 봉사하는 선교’방식을 먼저 찾을 것을 강조했다. 특히 단기선교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장기선교, 혹은 현지교회나 현지인들과의 협력선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채수일 한신대 교수는 “선교는 보내는 교회의 자기목적 실현 도구가 아닐 뿐더러 모든 사람의 급진적 평등을 실현하는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는 선교는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며 “무엇보다 ‘우리가 가서 가르치고 도와준다.’는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한국희망재단 사무처장은 NGO활동과 관련,“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에 가입한 56개 NGO 중 55.4%인 31개를 차지하는 개신교 단체들은 선교단체인지 개발 NGO인지 정체성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이에따라 “종단 지도층이 공격적 선교와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철저하게 분리할 것을 천명하고 신자나 후원자들도 이들 NGO의 활동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선점과 관련해선 대체적으로 협력과 공존, 인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는 “아프간 피랍사태 때 네티즌 사이에서 쏟아진 저주성 발언을 볼 때 공격적 배타주의는 기독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라면서 개종의 의도를 포기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 건설 목적의 선교를 제시했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도 “기성종교의 자기중심적·전투적 세 확장 전략은 다원적 가치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인류문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쾌적한 종교 공존을 위해 종교근본주의와 이를 배경으로 한 공격적 선·포교의 위험성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정토론에 나선 정웅기 (사)밝은세상 사무처장은 어깨띠를 두른 신도를 내보내 길거리 포교를 한 불교 포교당과 피라미드식 조직체계를 갖춰 신도를 모은 사찰의 예를 들어 “불교계도 포교방식에서 그렇게 떳떳한 것은 아니다.”면서 “선(포)교는 종교가 아닌 진리를 전하고, 몸소 행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자성론을 폈다. 이대훈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은 특히 “기독교회의 내적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따지지 않은 채 진실된 선교, 진실된 진리, 진실된 믿음만 해법으로 강조함은 상투적인 반성일 뿐”이라면서 “평화-대화-섬김의 신앙을 누가 어떻게 교회 안에서 가로막고 있는지 교회집단 내부의 권력분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광희고가 이르면 연내 철거

    광희고가 이르면 연내 철거

    서울 중구 신당동 한양공고 앞과 퇴계로를 잇는 광희고가도로가 빠르면 연내 철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동대문운동장공원과 디자인센터 조성 등과 연계해 광희고가를 조기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그동안 광희고가 철거와 관련, 교통량 문제로 장기적인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며 조기 철거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광희고가가 이미 교통소통 기능을 상당부분 상실한 데다 동대문운동장 일대를 서울시 랜드마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주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광희고가의 조기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철거를 확정했다. 광희고가가 40년만에 철거되면 공장과 창고 밀집지인 광희교차로 북측지역의 개발이 빨라질 전망이다. 또 동대문 의류·패션산업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희동, 쌍림동, 장충동, 신당동 등 지역 발전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광희고가 때문에 상권 형성은 물론 재개발 추진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동일 중구청장은 “광희고가의 철거로 시가지 개발과 경제 활성화가 빨라지게 됐다.”면서 “특히 서울도심의 관문인 동대문운동장 주변 환경이 시원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문화 벨트’도 확대된다. 청계천과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성곽 복원, 장충단공원 등으로 이어지면서 복합문화의 축이 조성된다. 특히 광희고가는 도심지 주요 간선도로에 흉물스럽게 위치한 탓에 도시 경관을 해쳐왔다. 시는 광희고가 철거에 따른 교통흐름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철거로 인해 자동차의 좌·우회전이 가능해지면 정체를 주변 도로로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태 구의원은 “광희고가 때문에 주민간 왕래도 자유롭지 못하고, 밤마다 자동차 소음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광희고가는 1967년 10월에 왕복 4차선, 폭 15m, 길이 225m 규모로 건설됐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넷째주 목요일 ‘작가의 방’이 열린다

    서울문화재단은 5일 문화투어 프로그램인 ‘문화는 내 친구’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평일 프로그램을 신설해 매월 넷째주 목요일에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작가의 작업실(아틀리에)이나 미술관, 갤러리를 방문해 작품을 살펴보고 작가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틀리에 투어’와 ‘전시 투어’로 진행된다. 앞으로는 공연 창작 현장을 탐방하거나 공연 연출자와 배우가 만나는 무대 리허설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추가할 예정이다. 20일에 진행되는 아틀리에 투어에서는 설치미술가이자 서양화가 임옥상 화백과 한국화가 홍순주 교수의 아틀리에를 방문한다. 같은 날 열리는 전시투어에서는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을 방문해 재불화가인 방혜자씨의 전시를 보고 대화시간을 갖는다. 한편 이달의 ‘문화는 내 친구’ 프로그램은 추석 연휴로 30일에 진행된다. 문학투어에서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인 소설가 박범신씨를 만나 소설 ‘외등’의 무대인 장충동과 가회동을 찾는다. 건축문화투어는 김수근·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을 살펴보고, 서울 속 문화유산투어는 신촌 봉원사의 불화와 단청에 그려진 탱화와 단청의 미학을 알아본다. 참가신청은 10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www.sfac.or.kr)에서 받는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박물관·미술관을 가는 프로그램의 경우는 입장료의 50%를 부담한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오치균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전… 새달 6~16일 현대갤러리

    오치균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전… 새달 6~16일 현대갤러리

    어두컴컴한 조명이 내리쬐는 화랑 지하에서 갑자기 작가는 윗옷을 벗었다. 그러자 등과 가슴, 팔뚝에서 커다란 나비 문신이 나타났다. 오치균(51)은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화가다. 충남 대덕군 반석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의대 진학에 실패한 뒤, 서울대 미대에서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한때 시골 출신이란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작가는 미국 브루클린대에 유학, 뉴욕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는 1990년부터 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붓은 서명할 때 외에는 쓰지 않는다고 한다. 캔버스를 만들고 스케치를 한 뒤 안료와 아크릴 물감을 손으로 개서 층층이 입혀가는 것이 오치균의 작업이다. 두터운 질감을 표현하는 데는 붓보다 손가락이 오히려 편하다는 게 그의 말.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꼭 로션을 바른 탓인지 그의 손가락은 곱고 섬세하다. 9월6∼26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여는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전에서는 강원도 사북면과 뉴욕, 그리고 진달래 풍경을 그린 신작 40점을 선보인다. 그는 어느날 우연히 사북을 지나가다 “여기는 왜 이렇게 까만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그 초현실적인 풍경에 매료됐다. 지금은 강원랜드와 숱한 모텔들이 들어서면서 옛 모습을 찾기 힘든 상태. 하지만 작가가 사북에서 옛 고향의 풍경을 읽어내면서 그림의 단골 소재가 됐다. 86년 이후 10년은 뉴욕에서,95년부터 2년간은 산타페에서 살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전업작가로 살아 온 오치균. 그는 최근 경매를 중심으로 그림값이 뛰면서 블루칩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경매는 나와는 별개로 돌아가는 분야지만, 가격이 오르면 작품성이 인정받는 듯해서 기분은 좋습니다.” 4년여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 역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화랑은 해외 전시 준비 등의 이유로 작품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갤러리 현대가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의 갤러리H에서 올 연말쯤 갖게 될 파스텔화 전시회의 작품은 판매할 예정이다. 그가 그리는 풍경화는 쓸쓸하다. 화폭에 선뜻 담으려 들지 않는 뒷골목,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장독대 등을 그린다. 두껍게 발린 물감은 가까이서 보면 그저 어지러운 색의 향연이지만, 몇 발짝 떨어져 보면 한국인만이 사랑하고 공감하는 묘한 정조를 그려낸다. 작가가 영화 ‘빠삐용’을 보고 난 뒤 이태원에 가서 충동적으로 새긴 문신은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 둘 늘어갔다. 변태(變態)하는 나비 문신은 나이가 들어도 자유롭고 싶어 하는 작가와 썩 잘 어울린다. 오치균은 지금 인사동 작업실을 매일 출퇴근하며 365일 공장 노동자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민족 평화유지활동’ 포럼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은 2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장충동 자유센터 평화홀에서 안충준 동양대 교수를 초청,‘21세기 세계화시대 평화를 심는 한민족의 평화유지활동(PKO)’을 주제로 자유포럼을 갖는다.
  • 삼성 와이브로 바람 美 동부로

    삼성 와이브로 바람 美 동부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차세대 통신기술인 무선휴대인터넷(와이브로·WiBro) 서비스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에 이어 뉴욕 등 동부 지역으로 확대된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2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막을 연 ‘4G포럼 2007’에 참석,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프린트 넥스텔이 뉴욕 지역에 와이브로 망을 구축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면서 “삼성의 기술인 와이브로가 미국 동부 지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와이브로 기술이 미국의 정치·행정의 중심지인 워싱턴DC와 세계 경제·문화의 본산인 뉴욕까지 삼킴으로써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기술로 인정받게 됐다. 삼성 와이브로는 이들 지역 외에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보스턴, 프로비던스 등 모두 6개 지역으로 서비스된다. 최 사장은 “뉴욕 등 동북부 큰 도시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 업체인 모토롤라, 노키아 등과 경쟁했는데 스프린트측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 이어 ‘뉴욕 대결’에서도 삼성이 또 한번 이긴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와이브로 기지국과 노트북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스프린트에 공급할 예정이다. 상용서비스는 올해 시범서비스에 이어 볼티모어, 워싱턴DC 등을 시작으로 내년 4월 말부터 한다. 2008년 말까지 1억명,2010년 말까지 1억 7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 와이브로의 미 본토 상륙은 와이브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 사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주요 사업자들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는 등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또 “네트워크 사업 부문도 3∼5년이면 와이브로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1200억원인 네트워크 분야의 투자금을 앞으로 16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 사업 전체 매출이 1조 3000억원인데 국내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다.”면서 “해외로 나가는 기폭제가 와이브로”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네트워크의 매출이 해마다 5∼10%씩 증가할 것”이라며 “네트워크 시장이 휴대 단말기 시장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삼성의 ‘10년 먹거리’ 사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와이브로 무선휴대인터넷 서비스로 와이어리스 브로드밴드 인터넷(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줄임말이다. 무선광대역인터넷, 무선초고속인터넷, 휴대인터넷 등으로 풀이된다. 휴대전화처럼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 [씨줄날줄] 즐거운 인생/황성기 논설위원

    기자가 되어 기자 일과는 관계없이 몇 번 무대에 올랐다.19년 전 일이다. 문화운동패였는데 그 노래모임에서 기타를 치고 백코러스도 했다. 학생시절 학교 무대 말고는 번듯한 활동을 해 본 적 없는 실력이었다. 어느 날 “기타를 맡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왔다.“나같은 실력도 괜찮다면…”이라고 망설임 없이 저질러 버렸다. 회사 일을 마치고 밤 늦게까지 연습에 뒤풀이까지 마치면 새벽에야 집에 가는 생활이었다. 관객으로 가득 찬 공연장은 뿌듯함 이전에 언제나 공포가 앞섰다. 돌이켜보면 공연보다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 어울려 기타를 만지고 연습하는 게 더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회사에는 비밀로 했던 ‘이중 생활’은 반년도 지속하지 못하고 끝났다. 회사에 알려졌다간 일 날까 두려웠고, 밤 늦은 연습이 주는 피로도 쌓였기 때문이었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즐거운 인생’은 40대 중년 남자들이 어느 날 문득 밴드를 만든다는 얘기다. 회사에서 잘린 백수,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가장, 캐나다에 아이들과 부인을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이 주인공이다. 기러기 아빠를 빼고는 금전적 여유도 없고, 집에다 “나 밴드해!”라고 말도 하기 힘든 처지들이다. 그렇지만 대학가요제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이들에겐 밴드 이름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꿈이 있었다.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드리며 신나게 노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고 눈물도 난다.‘라디오 스타’에 이어 이 감독의 록 밴드 3부작 중 2부 격이다. 양극화 사회의 변두리에서 서성대는 이들이 록을 통해 뭉치고 소통하고 의지하는 모습이 즐겁다. 무엇보다 마이너리티 정서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감독의 재주가 신통하다. 감독이 던지려는 메시지가 여럿 있겠지만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하고 사는 게 즐거운 인생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심리학자인 마리안 반 아이크 매케인은 ‘생각을 바꾸면 즐거운 인생이 시작된다’란 책에서 “오늘 시작한 작은 행동이 내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썼다. 나이가 들어 생활에 갇힌 지금, 그 많던 저지름의 충동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미스터 브룩스

    [강유정의 영화 in] 미스터 브룩스

    언젠가 소설가 김영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신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글을 쓰거나 살인을 하는 것. 사람들은 왜 살인을 할까? 몇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가장 흔한 것은 ‘인간적 감정’에 의한 살인일 테다. 원한 때문에, 복수를 위해, 명예를 지키려고 살인을 한다. 이때 살인은 추상적 대의 명분으로 수식된다. 어쩔 수 없었다는 수세적 고백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살인이 있다. 이유가 없다. 대상과 관계도 없다. 순전히 살인을 위해 살인을 한다. 이를 가리켜 미스터 브룩스는 ‘중독’이라고 호명한다. 자발적 의지로는 결별할 수 없는 격정, 그것이 바로 ‘살인’이라고 말이다. ‘미스터 브룩스’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작품은 범죄나 범인이 아니라 ‘살인’ 자체의 심리에 천착한다. 범인은 브룩스다. 여느 살인 영화와 달리 ‘미스터 브룩스’는 범행을 찾아가는 미스터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주어진 암호에 매달린 중독적 해독자들을 그린 ‘조디악’과도 다르다. 차별점은 ‘조디악’이 별명이었지만 ‘브룩스’는 실명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애초부터 이 영화의 관심은 누가 살인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살인을 지속시키느냐이다. ‘미스터 브룩스’는 ‘왜’라는 질문을 건너뛴다.‘중독’에는 이유가 없다. 여기에는 ‘아메리칸 사이코’가 보여줬던 위선에 대한 공격도 없다. 브룩스는 성공한 사업가이며 다정한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살인 조언자 ‘마셜’과 혼동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이 살인에 중독되었음을 인정하고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가 그것을 고쳐보려고도 한다. 그동안의 군살을 말끔히 걷어내고 돌아온 케빈 코스트너는 냉정하면서도 이성적인 연쇄 살인범의 내면을 훌륭하게 재현한다. 그는 서두르거나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분할된 인격을 관찰한다. 살인 충동의 매개이자 유일한 조언자로 등장하는 윌리엄 허트의 아우라 역시 영화 전반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어떤 점에서 누구나 ‘엄지살인범’을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초의 목격자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엄지살인’ 행렬의 일원으로 가담시켜줄 것을 요구한다. 그는 살인이라는 범죄에 공포보다는 호기심과 쾌감을 느낀다. 이는 경찰관 앳우드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터무니없는 위자료를 요구하는 연하 남편이 거슬린다. 그녀는 협상 테이블에서 “당신이 트럭에 치여 죽어 줬으면 좋겠다.”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죽음이라는 불안한 미래를 제어하고자 하는 욕망은 브룩스에게 공포를 심어준다. 그 공포는 자신의 충동이 유전될 수도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배가된다. 그런 점에서 미스터 브룩스는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파괴자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누군가를 증오할 때 브룩스는 고개를 내민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스스로 사라질 것을 선택했던 브룩스가 마음을 돌연 바꾸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살인은 죄악이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미스터 브룩스는 우리 곁에 있다. 영화평론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