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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1%’ 청년 의원 3명이 말하는 청년 정치

    ‘국회 1%’ 청년 의원 3명이 말하는 청년 정치

    #30대 #청년 #여성 #1%. 더불어민주당 정은혜(37), 자유한국당 신보라(37), 바른미래당 김수민(34) 의원의 공통점이다. 20대 국회의원 중 30대는 이들 셋뿐으로, 전체 300명 의원 중 1%다. 전체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20~30대 목소리를 대변하기에 턱없이 적은 숫자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제2의 산나 마린(지난해 34세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핀란드 여성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을까. 세 의원의 얘기를 들어 봤다.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세대교체 아닌 공존 필요… 黨 육성한 청년 인재 많아야” ●청소년기부터 정치 참여하는 법 배워야 “대통령 언급이 없었더라면 민식이법이 과연 통과했을까요. 의원들은 이슈가 돼야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국회에 저와 같은 아기 엄마가 10명만 있었더라면 함께 ‘으으’ 힘을 모을 수 있었을 거예요. 제가 발의한 스토킹 방지법 역시 다들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잘 안 된 이유는 필요성을 직접 느끼는 20~30대가 국회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17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은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면서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 공존 차원에서 국회에는 70대도, 20대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도 18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18세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핀란드에서 34세 총리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2006년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한 청소년기본법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우리는 중고교에서 근현대사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데,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형식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청년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려면 “영입도 중요하지만 당에서 성장한 육성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21살에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가 입당한 뒤 유세 지원 율동팀부터 비상근·상근 부대변인, 대선캠프 지원, 비례대표 후보를 차례로 거친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정당도 연예기획사 같은 양성 시스템 만들자 그는 “정당도 연예기획사처럼 청소년 때부터 정당 활동이나 교육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거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으면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당직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청소년들이 훌륭한 정치인, 훈련받은 정치인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좋은 정치인을 고르는 유권자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16번으로 출마했던 정 의원은 이수혁 전 의원이 주미대사로 임명되면서 지난해 10월 의원직을 승계했다. 17개월 된 딸을 둔 워킹맘이기도 한 그는 100일 남짓한 의정 활동 중 남성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라떼파파법’ 등 12가지 생활법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에) 다시 한번 도전해 이 법안들을 꼭 이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청년기본법 통과까지 4년… 또래 동료 없어 한계 느껴” ●당내 청년정치학교 운영… 인재 풀 늘고 있어 “국회의원 모두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면서 통과되는 걸 지켜보고 싶었죠. 하지만 ‘반쪽 국회’에서 찬성 토론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4년이란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도 웃을 수만은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신보라 의원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반발한 한국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자신이 대표 발의한 청년기본법에 대해 ‘나 홀로’ 찬성 토론을 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충돌’ 등으로 얼룩진 20대 국회 막바지 본회의를 통과한 청년기본법은 2016년 5월 30일 20대 개원 첫날 한국당 1호 법안으로 발의됐다. 청년을 독립된 세대로 규정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국가 책무를 정의한 법안이다. 초선 의원이 꺼내 든 법안을 ‘1호’로 확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막상 발의된 이후 통과까지 4년이 걸렸다. 신 의원은 “국회에 30대 국회의원이 3명에 불과하고 힘을 합할 또래 동료 의원이 없어 겪은 한계가 많았다”면서 “청년기본법에 4년이 걸린 것은 국회에 청년 의제에 대한 절실함이 떨어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했다. 청년 정치인을 못 미더워하는 시선에 대해 “우리 사회에 30대 스타트업 리더들도 많지 않으냐”며 “신선식품 배송 ‘마켓컬리’, 요가 브랜드 ‘젝시믹스’ 등을 이끈 것도 30대”라고 했다. ●일회성 영입 그치지 않고 양성 시스템 체계화를 신 의원은 향후 한국 정치에 청년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란 희망적 전망을 했다. 그는 “청년 정치에 대한 국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저도 당의 청년정치학교를 3기수째 운영하고 있는데 역량 있는 인재 풀이 늘고 있다”면서 “일회성 영입에 그치지 않고 양성 시스템이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지난해 임신·출산을 경험했다. 정기적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 자녀에 한해 함께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불허한 일이 화제가 됐다. 신 의원은 “청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나라, 출산과 육아가 기쁨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서 국회 세대교체와 구성원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신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인천 미추홀갑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특정 직업군 국회 민의와 멀어… 시민 참여 정치 하고파”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환경 만들어 줘야 “국회의원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정치 자체가 목적인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소수 권력자의 정치가 아닌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정치를 해보고 싶었어요.” 김수민 의원은 “‘직업 정치인’이라는 말이 그렇게 듣기 싫더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민주화 투사, 법조인, 교수, 보좌관 등 특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수십 년간 동질성 강한 국회를 유지해 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여성이나 2030세대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민의와도 동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청년 정치’라는 표현에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청년의 존재를 상수가 아닌 변수로 소모품 취급했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라며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열린 정치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안으로 ‘내일티켓’이라는 참여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어 정치 실험을 했다. 일상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시민들이 법안과 정책을 고민하고 직접 발의 과정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한 새로운 시도였다. 그는 “저희 의원실에서 만들어진 법안 90%는 시민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고 저는 하나의 그릇이 됐을 뿐”이라고 했다. 일정 규모 이상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한 법안, 온라인 게임 내 지나친 성적 발언을 성희롱으로 포함하는 법안 등이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조국 사태’ 겪으며 21대는 청년이 주역 될 것 정치권에서 높아지는 ‘세대교체’ 바람이 21대 국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여러 가지를 남기고 떠났지만, 그중 하나는 각 당의 청년 공천경쟁”이라며 “역설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기득권 불공정에 박탈감을 느낀 청년세대가 변화의 주역이 될 거란 기대다. 피선거권을 낮출 필요성도 언급했다. 11세에 입당해 19세에 국회의원이 된 구스타프 프리돌린 스웨덴 녹생당 대표 사례도 들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묻자 “각자가 원하는 내일의 모습은 다 다르기 때문에 제 말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면서 “많은 청년들이 국회에 입성해 새로운 길을 함께 개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해리스 대사, 호르무즈파병 압박 등으로 ‘총독’ 비난받아역대 23명 대사 중 유일 직업군인 출신, 국민에게 낯설어결례 논란 전임 대사도 자유롭지 않아…현대사에 영향력미국대사 과거 막후 외교관이었지만 지금은 공공 외교관변화된 역할 조정 과정서 시행착오 겪으며 논란 불거져 ●한국민에게 낯선 미국대사, 해리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총독처럼 행세하지 않느냐. 자기가 무슨 총독인 줄 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공개된 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7일 KBS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곳에(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며 정부에 파병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총독 행세’라고 비판한 것이다.해리스 대사가 16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당정청은 일제히 반발했다. 다음 날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통일부 이상민 대변인),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청와대 관계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남북 협력 사업뿐만 아니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관련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명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분담금을 50억 달러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리스 대사는 같은 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한국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종료 결정을 번복할 것을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우선 대사의 개인적 성향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대사는 첫 직업군인 출신 주한 미국대사다. 1949년 부임한 1대 존 무초 대사부터 해리스 대사까지 23명 대사 중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비외교관 출신 6명 중 해리스 대사를 제외하고는 외교를 전공한 교수이거나 한국과 인연이 깊은 목사, 외교에 익숙한 중앙정보부(CIA) 출신 요원, 국회와 국방부에서 외교를 담당한 정치인이었다. 군인 출신으로 외교적 수사보다 직설 화법에 익숙한 해리스 대사가 한국민에겐 ‘낯선 대사’라는 것이다.외교 소식통은 “한국어에 능숙한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 한국민과 스킨십을 즐겼던 마크 리퍼트 대사에 익숙했던 한국민에게 4성 장군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스 대사의 야전군 사령관 스타일이 낯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한 미국대사의 행보와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표출하는 등 거만한 태도를 보여 이 대통령의 반감을 샀다. 박정희 정권에 베트남 파병을 압박했던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카운터파트인 이동원 외무부 장관을 ‘패싱’하고 정일권 국무총리, 박정희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는 오만함을 보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진보적인 노무현 정부와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정부가 마찰을 빚던 당시 노무현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과 어긋나는 발언을 해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총독’이라는 논란은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 정부와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미국대사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의 분기점마다 주·조연으로 등장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와 한국 정치에서 한복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국가원수급 대우 받은 초대 미국대사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주한 미국대사는 존 무초 대사다. 무초 대사는 1948년 8월 13일 주한 최고대표로 임명돼 사흘 후 부임했다. 미국은 이듬해 1월 1일 한국을 정부로 승인하고 4월 7일 무초 최고대표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했다.1년 전 남북에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을 ‘장엄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1949년 4월 20일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는 이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 등 삼부 요인이 모두 참석했고, 무초 대사는 중앙청에 육해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입장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은 무초 대사는 1950년 이 대통령과 6·25 전쟁 첫 2년을 함께 겪었다. 무초 대사는 전쟁 발발 직전인 6월 초 미국 의회에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전쟁 당일인 25일 워싱턴 국무부에 “북한군의 전면 공격이 시작됐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의 관저인 경무대로 들어갔다. 무초 대사는 피난가겠다는 이 대통령을 말렸지만, 이 대통령은 무초 대사에게 알리지 않고 27일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갔다. 무초 대사는 이 대통령의 행동에 분노했지만 이후 한국 정부를 따라 수원·대전·대구·부산으로 피난가던 도중 이 대통령을 자신의 차에 태워 피신시키기도 했다. ●이승만 하야 작전의 선봉장?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독립운동을 한 친미주의자였지만, 집권기에는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기간 휴전 반대,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휴전을 원하던 미국과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쟁 후에 미국은 냉전 전략의 일환으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뿌리쳤고, 미국의 우려에도 독재의 길을 걸어가면서 양측의 갈등은 악화됐다. 미국 정부는 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미국대사들이 야당 인사들과 접촉하며 최전선에서 하야 계획을 수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대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1955년 5월 취임한 3대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재한 미국인 상사에 세금을 물리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충돌하자 이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반감을 느껴 이례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사 교체를 요청했고, 취임 다섯 달 만에 레이시 대사는 사임했다. 후임인 4대 월터 다울링 대사는 진보당 사건, 보안법 파동 등 이승만 정권의 정치 탄압을 두고 이 대통령과 부딪쳤다. 다울링 대사는 이승만 정권이 1958년 야당 진보당의 조봉암 당수 등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사형을 구형하자 정권 2인자인 이기붕 국회의장을 두 차례 만나 조봉암을 구명하려 했으나 조봉암은 1년 후 사형당한다. 1958년 12월에는 이승만 정권이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일방 통과시키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다울링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1959년 12월 부임한 5대 월터 매카너기 대사는 이승만 정권의 종말에 일조했다. 매카너기 대사는 1960년 4·19 혁명 당일 “시위자들과 당국이 폭력을 자제하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정당한 불만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시위대에 우호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19일과 21일 경무대에 이 대통령을 찾아가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26일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자 매카너기 대사는 “전국적으로 퍼진 정당한 국민의 불만 표시에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미봉책을 취할 시기가 아니다”며 이 대통령의 하야 요구를 시사하는 성명을 냈다. 직후 경무대로 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야 의사를 전달 받았다. 경무대 앞에 있던 시위대는 매카너기 대사의 차가 경무대에서 나오자 그가 이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며 ‘매카너기 만세’, ‘미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박정희 인정하되 미국 요구 관철시킨 대사들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하에서 미국대사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반공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을 돕기도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이들을 견제하기도 했으며, 국익과 가치의 딜레마에서 이들의 독재를 방관하기도 했다. 1961년 5·16 쿠데타가 발발하고 한 달여 후 취임한 6대 새뮤얼 버거 대사는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을 사실상 인정하되 미국의 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쿠데타 발발 당일 마셜 그린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카터 매그루더 주한미군사령관이 쿠데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버거 대사는 박정희에게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는 전역하고 1963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년 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기본조약 등을 체결했다.7대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박정희 정권에 미국이 수행하던 베트남전 참전을 압박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4년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하자 그 해 9월 베트남에 의무 요원과 태권도 교관을 파견했는데, 브라운 대사는 12월 박정희 대통령에게 증파를 요청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 10월부터 전투부대를 파병하기 시작했고, 브라운 대사는 이듬해 3월 한국의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담은 ‘브라운 각서’를 전달했다. 브라운 각서와 월남 특수로 한국은 경제·군사적 성장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국군 장병의 피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유신 정권과 대립했던 대사들 1970년대 미국에 닉슨·포드·카터 정부가 차례로 들어서고,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 개정으로 독재의 길을 걸으며 양국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냉전 완화(데탕트)를 이유로 아시아에서의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 국가들의 자력 방위를 요구하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닉슨 독트린에 따라 8대 윌리엄 포터 대사는 1970년 박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6만 명에서 4만 명으로 감축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 대통령이 감축에 불만을 갖고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 요구를 거부하자 포터 대사는 “(박 대통령은) 엉클 샘(미국)의 큰 젖통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 한다”며 독설을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1971년 10월 취임한 9대 필립 하비브 대사는 ‘미국 당대의 가장 걸출한 전문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구명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비브 대사는 1973년 8월 박정희 정권이 야권 정치인 김대중을 납치하자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 하비브 대사는 박 대통령에게 “김대중 납치 사실을 알고 있으며 김대중이 죽는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끝장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서울지부장이자 후일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는 도널드 그레그가 회고했다. 김대중은 납치 닷새 후 서울 자택에서 풀려났다. 후임 10대 리처드 스나이더 대사는 박정희 정권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사실을 알아채고 박정희 정권에 경고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독재 정권의 견제자인가 방관자인가 11대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는 1978년 7월 취임, 이듬해 10·26 사태와 12·12 쿠데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사의 주요 변곡점을 겪은 인물이다. 1977년 출범한 카터 정부는 도덕주의 외교 노선을 앞세우며 박정희 정권의 독재 정치를 비판하고 주한미군 철군을 추진함에 따라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카터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미군 철군 계획을 철회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1979년 10월 국회에서 여당 공화당과 유신정우회를 동원해 야당 신민당의 김영삼 총재를 의원직에서 제명하자 카터 정부는 항의의 뜻으로 글라이스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했다.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할 당시 글라이스틴 대사와 미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최소 방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과 그의 참모들을 만나 광주에서의 군사 작전을 항의하기도 했으나,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수행하기 하루 전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에) 군사작전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에 보고한 것으로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신군부의 진압작전을 묵인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99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신군부의 행동에 미국이 공모자는 아니었으나 무력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12대 리처드 워커 대사는 1981년 8월부터 1989년 1월까지 약 7년 5개월간 재임해 현재까지 최장수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1대 무초 대사부터 11대 글라이스틴 대사까지 모두 직업 외교관이었으나, 워커 대사는 학자로서 첫 비외교관 출신 주한 미국대사이기도 하다. 워커 대사는 1980년 7월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을 석방시키는 데 역할을 했지만, 김대중 석방 대가로 전두환 대통령의 조기 방미를 성사시켜 12·12 쿠데타와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민주화 이행기의 CIA 출신 대사들 13대 제임스 릴리 대사와 14대 도널드 그레그 대사는 CIA 요원 출신으로, 1987년 6·10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93년 문민정부 출범까지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목격했으며 민주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방조 의혹으로 반미 정서가 고조됐던 1980년대 말 부임했던 릴리 대사와 그레그 대사는 한국민의 거센 반감에 직면해야 했다. 릴리 대사는 반미 시위대로부터 수차례 인형 화형식을 당했으며, 그레그 대사는 시위대의 관저 침입을 겪기도 했다. 특히 릴리 대사의 후임으로 연이어 CIA 출신인 그레그 대사가 미국대사로 임명되자 야당과 언론은 ‘미국이 한국을 외교 대상이 아닌 정보·공작 대상으로 본다’며 반발하기도 했다.하지만 1987년 6·10 항쟁 당시 전두환 정권이 명동성당에 강제 진입해 학생들을 연행하려 하자 릴리 대사는 13일 최광수 외무부 장관을 만나 “전 세계가 떠들썩해질 것”이라며 진입을 저지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계엄령을 검토하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시위를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요청해 받았다. 릴리 대사는 전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18일 거절 의사를 밝혔다. 릴리 대사는 결국 다음 날 전 대통령을 찾아가 친서를 전달하고 “무력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고 경고했으며 전두환 정권은 계엄령 선포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레그 대사는 취임 약 4개월 후인 1990년 1월 광주를 찾아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책임을 묻는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 전 대통령을 취임 후 첫 외국 정상으로 초청한 것은 김대중을 사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레그 대사는 노태우 정권의 남북화해정책과 북방정책을 지지했으며 미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철수를 추진하며 1992년 남북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레그 대사는 1992년 남북화해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취소하도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한미 정부는 그레그 대사와 상의 없이 훈련을 재개하면서 북한은 준선시상태를 선언했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그레그 대사는 2015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내가 대사로 봉직하던 기간 중에 미국이 결정한 유일한 최악의 실수”라고 했다. ●북핵 전문 외교관 전성시대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되자 미국의 대한국 외교는 물론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북핵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1993년 11월 취임한 15대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목사 출신으로 직업 외교관은 아니었으나, 1947~1950년 서울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고 1959~1964년 연세대에서 신학을 가르친 ‘지한파’였다. 레이니 대사는 1994년 북한이 영변의 핵연료봉 추출을 강행하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정밀 타격을 시행하려 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르자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 대북 특사로 방북해 중재할 것을 요청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으나, 7월 김 주석이 사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 하지만 북미는 9월 제네바합의를 타결하며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켰다.레이니 대사의 후임인 16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 17대 토머스 허버드 대사, 18대 크리스토퍼 힐 대사는 모두 북핵 전문 외교관이다. 보즈워스 대사는 1995~1997년 제네바합의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역할을 맡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보즈워스 대사는 2001년 주한 미국대사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2009~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북미 협상을 총괄했다. 그는 미국 대북 협상파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허버드 대사 역시 1994년 북미 제네바협상에 실무급으로 참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2001년 9월 취임한 허버드 대사는 이듬해 2차 북핵 위기를 맞게 된다. 아울러 2002년 6월 주한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압사 사건, 이듬해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2004년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반대 시위 등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한미 동맹의 균열 우려가 심화되자 이를 해결하는 데 임기를 보냈다.후임인 힐 대사는 2004년 9월 취임해 이듬해 2월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지명됐으며, 두 달 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에 취임하면서 대사직을 내려놓았다. 힐 대사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반미 감정을 누그러트리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힐 대사는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이정표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리코드 브레이커’ 대사들의 명과 암 19대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부터 23대 해리 해리스 대사까지 다섯 명의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역사의 ‘신기록 보유자’들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직전에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 중 역대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한국어 구사 대사, 성 김 대사는 최초의 한국계 대사였으며 마크 리퍼트 대사는 현재까지 최연소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해리스 대사도 최초의 직업군인 출신 대사 기록을 세웠다. 2005년 10월 취임한 버시바우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부임 초기 북한의 인권과 위조지폐 문제를 거론하고 김정일 정권을 ‘범죄 정권’이라고 칭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보였고 당시 노무현 정부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북한 비난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버시바우 대사는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때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스럽다”고 해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주장한 데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불안을 야기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으며, 민주당 측은 이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다만 버시바우 대사는 힐 대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 외교를 이어나갔다. 스티븐스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국민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공공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사로 평가받는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한국 복무를 자원, 1975~1977년 충남 예산군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 그는 1978년 국무부에 입부한 후 1983~1989년 한국에 다시 와 서울 대사관과 부산 영사관에서 근무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2008년 10월 취임하자마자 33년 전 봉사한 예산중학교를 방문, “예산은 내가 외교관으로 필요한 자질을 배웠던 곳”이라며 한국 국민의 마음을 샀으며, 블로그도 개설해 글을 연재하며 ‘파워 블로거’로서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후임 성 김 대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자회담 특별대표를 역임하다 그 해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김 대사는 2017년 주필리핀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듬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과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했다. ●‘같이 갑시다’ 한미 동맹 캐치프레이즈 만든 리퍼트 리퍼트 대사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2008년 오바마 정부 인수팀에 합류했다. 정부 출범 후 국방장관 수석보좌관,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2014년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이전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들이 ‘늘공’(늘 공무원)이었다면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참모로서 관직을 맡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셈이었다.리퍼트 대사는 2015년 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기종 씨에 의해 습격을 당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습격 소식이 전해지자 리퍼트 대사의 수술은 물론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의 여론이 높아졌다. 리퍼트 대사는 사건 당일 수술을 마치고 트위터에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합시다. 같이 갑시다!”라고 올리며 우려의 여론을 신속히 잠재울 수 있었다. 이후 ‘같이 갑시다’(Go together)는 한미 동맹의 캐치프레이즈가 돼 한미 동맹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인사말이나 건배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됐다. 리퍼트 대사는 대사 부임 전 한국과 인연이 별로 없었지만, 부임 후 빠르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익히며 한국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부임 후 갖게 된 첫째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줬고, 딸에게도 ‘세희’라는 미들 네임을 붙였다. 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 유명한 리퍼트 대사는 대사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후에도 야구장을 찾아 두산을 응원하면서 ‘야구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막후 외교서 공공 외교로 대사의 역할 변화했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2월 주호주 미국대사로 지명됐다가 세 달 후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된 뒤 7월 취임했다. 전임 리퍼트 대사가 퇴임하고 1년 6개월여 만에 공석을 메운 터라 기대도 높았던 반면, 그가 대북·대중 강경파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6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해리스 대사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한미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개인의 신념이라기보다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대변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뿐만 아니라 전임 대사들도 한국 정부와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항상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버시바우 대사도 재임 기간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의 기조대로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해 해리스 대사처럼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스티븐스 대사도 2010년 한미의 핵심 현안이자 2000년대 한국 내 반미 정서의 주요인이었던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국의)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를 바라지만 이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며 비록 정제된 톤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그럼에도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분담협상 등 한미 관계의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를 전례 없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교롭게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중에 해리스 대사가 부임하고, 그의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해리스 대사에게는 ‘고압적인 미국 외교관’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미 관계가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을 변화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같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한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한미 관계가 상호 호혜적 관계로 재조정되는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대국민 공공 외교를 통해 한미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변화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과거 미국대사의 한 마디에 한국 정부의 기조가 흔들렸던 경험을 겪었던 한국민은 미국대사의 발언을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간주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대사들도 한국과 미국이 불평등한 관계에 있었던 역사와 한국민의 의심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발언함으로써 오해를 자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냉전 이후 한국의 국력이 강화되면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 변화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사 개인의 성향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한미 정부가 변화된 양자 관계 속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제된 톤으로 발표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이는 탓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벌떼처럼 날아다니는 ‘군집드론’…미사일 만큼의 위력

    벌떼처럼 날아다니는 ‘군집드론’…미사일 만큼의 위력

    영화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에서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드론이다. 악당 미스테리오는 대규모 드론을 이용해 스파이더맨과 혈투를 벌이고, 다양한 가상 현실을 만들어 혼란에 빠뜨린다. 일사분란하게 대열을 이뤄 싸우는 수십 대의 드론은 스파이더맨을 곤경에 처하게 할 만큼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무기를 개발중에 있다. 육군이 제시한 ‘5대 게임체인저’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건 ‘드론봇’ 체계다. 특히 드론이 벌떼처럼 모여 이동하는 ‘군집 드론’은 게임체인저라는 용어 그대로 미래 전장 판도를 바꿀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지난 21일 육·해·공군 본부가 모인 충남 계룡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관으로 ‘2020년 국방부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이날 업무보고의 하이라이트는 육군의 군집 드론 비행 시연이었다. 군집 드론 비행에서는 2개 편대로 나뉜 드론이 상호 통신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며 목표물을 추적 비행했다. 군집 드론의 감시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군집 드론은 소형 드론이 새까만 새떼처럼 집단을 이뤄 비행하는 형태다. 드론이 군집을 형성해 서로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행하면서 작전을 수행한다. 적으면 수십 대, 많으면 1000대 이상의 드론이 군집을 형성한다. 자폭 기능을 가진 드론이 군집을 형성하면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8대의 군집 드론으로 이지스함을 대상으로 공격을 시험한 결과 이 중 4대가 자폭에 성공했다고 한다. 폭발물이 탑재된 드론은 같이 모이면 파괴력이 배 이상이 된다. 적군이 아무리 뛰어난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어도 물량으로 승부를 겨루는 드론떼를 막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사일만큼의 효과를 가지고 있어도 비용이 더 저렴하고 조종사가 다치는 일도 없어 효율적이다. 공격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과 제한된 시야 등의 환경을 가진 도심에서도 군집 드론은 적군을 탐지하는 데 효율적이다. 또 수십 대의 드론이 특정 지역으로 동시에 날아가는 군집비행은 그물망에 의한 포획 기술을 무력화한다. 위력적인 첨단 전력으로 꼽히는 만큼 군집 드론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추세다. 현재 군용 드론개발에 가장 앞선 미국이나 후속주자인 중국 등 강대국들은 군집 드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2016년 캘리포니아 차이나 레이크 상공에서 F/A18 ‘수퍼 호넷’ 3대로부터 103대의 드론을 방출해 목표물을 공격하는 군집 드론 비행 시험을 진행했다. 한국 육군도 군집 드론 개발에 한창이다. 육군은 민간 기업으로부터 ‘군집드론 비행 핵심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전장 가시화 기술을 구상하고 있다. 전장 가시화란 디지털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전장의 실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아직까지는 전력화로 이뤄지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집을 형성한 드론이 하나만 이탈해도 나머지 드론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고도의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는 개념발전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육군은 군집드론 기술을 여러 차례 시험하면서 운용 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전장의 복잡하고 다난한 상황을 모두 가정해야 하는 만큼 세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슬기로운 문학생활]당신이 설 연휴에 읽어야 할 책

    [슬기로운 문학생활]당신이 설 연휴에 읽어야 할 책

    패기만만하고 호기롭게 적어본다. 설 연휴에 문학책을 읽어보자고. 안 읽어도 상관없지만, 넷플릭스에 지친 당신이 불현듯 활자를 읽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하나만 파다 보면 좀 질리는 법이고, 설 연휴나 되니까 당신이 책을 집어들 수도 있으니. 혹여나 읽어보고 재미가 없으면 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도 된다. ●강화길 ‘음복’: 가족 내 진짜 ‘빌런’은 누구인가. 장례식장에서 다른 가족들이 일하는 동안 본인 앞으로 들어온 조의금을 세보는 사람, 식구들이 모이면 너는 성적이 어느 정도이고 취직은 언제할 생각이냐고 묻는 사람.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가.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에 빛나는 강화길 작가의 ‘음복’에 등장하는 시고모의 모습이다. 소설 속 표현에 따르면 ‘집안마다 한 명씩 있는 그런 사람’. 시할아버지 제삿날, 고모의 무례한 질문에 점점 더 기분이 나빠진 ‘나’는 얼결에 ‘음복’까지 한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집안마다 한 명씩 있는 그런 사람’은 과연 시집에만 있을까? 그리고 끝판왕 같은 ‘진짜 악역’은 원래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가족 내 진짜 ‘빌런’은 누구인지 다각도로 살펴보게 하는 작품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낸 ‘소설 보다 2019,가을’에 실렸다. ●박해울 ‘기파’(허블): 문턱이 낮은 SF소설 ‘SF가 유행이라며’ 라는 말을 문학에 관심 없는 이들도 한 번 쯤은 들었을 법 하다. 지난해 김초엽 작가 같은 걸출한 신예의 등장, 기존 작가들의 활약, SF 무크지의 등장으로 SF 시장은 더없이 풍성해졌다. 그러나 SF 문학에 입문하는 일은 소설 좀 읽는다 하는 사람도 쉽지가 않다. 특히나 ‘스페이스 오페라’류의 하드한 SF는 문학 담당인 기자에게도 만만치가 않았다. ‘나도 SF 한번 읽어보자’하는 초심자에게 권한다. 지난해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부문을 수상한 ‘기파’다. 향가 ‘찬기파랑가’에 SF를 접목한 작품인 ‘기파’는 신라 시대 화랑으로 널리 알려진 ‘기파’가 해독자에 따라 의사로도, 승려로도 해독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추리 형식의 미스터리 SF다.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근미래에, 예기치 못한 운석 충돌로 난파된 우주크루즈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술술 넘어가는데다 어려운 과학적 설정이 없어 조금 조숙한 초등학생 조카와도 나눠 볼 수 있다. SF 못지 않게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90년대생’의 사회복지사인 작가가 썼다. ●김보라 ‘벌새’(아르테): 시나리오로 다시 보는 ‘벌새’ 영화 아니다. 국내외 영화제 45관왕 달성에 빛나는 영화 ‘벌새’의 시나리오집이다. 영화를 보고 보면 더욱 의미가 풍부해질 것이다. 영화에 담지 않은 신들도 모두 들어가 있기에. 순서를 바꿔도 상관은 없다. 내가 만든 머릿속 영화와 실제 영화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기에. 인물들 대사의 뉘앙스를 고르고 고르는 김보라 감독 특유의 작법을 되새기는 데 이만한 책이 없다. 가령, 오빠에게 맞아 고막이 터진 어린 은희를 진찰하는 의사의 말 같은 것. “혹시… 진단서가 필요하니?” 모종의 폭력이 일어났음을 눈치챘지만 은희의 의사를 묻는 것이 먼저인 그의 행동을 감독은 섬세한 말의 뉘앙스를 통해 구현해냈다. 뒤에 실린 영화 리뷰도 놓칠 수 없다. 최은영, 남다은, 김원영, 정희진의 글에 이어 그래픽 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과 김 감독의 대담까지…. 영화 ‘벌새’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감독의 벌새 같은 날갯짓을 그의 입으로 직접 들을 수 있다. ●창작동인 ‘뿔’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아침달): 90년대생들의 시 90년대생 시인 3명으로 이루어진 창작동인 뿔의 시집이다. 최지인·양안다·최백규 세 명의 시인으로 이루어진 ‘뿔’은 미래를 지향한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미래는 무조건적인 장밋빛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바라보는 슬픔 어린 미래가 마냥 먹빛도 아니다. 이들에게 있어 슬픔은 또한 아름다운 것이거나, 혹은 슬픔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능력이 이들에게는 있노라고 출판사 측에서는 설명한다. 슬픔도 공감을 동반한다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것일테다.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우는 너에게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우리에게 의지가 없다는 게 계속 일할 의지 계속 살아갈 의지가 없다는 게 슬펐다’(54쪽, ‘기다리는 사람’ 부분) 처럼 현실에 발 디딘 시편이 많다. 그 덕에 시가 일상과 멀리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3명의 시인들은 각 시편마다 이름을 적지 않았다가, 마지막 장에 깜찍하게 밝혔다. 아까 그 시의 마지막은 ‘우리는 가만히 누워 손과 발이 따듯해지길 기다렸다’이다. 따뜻한 설 연휴 되기 바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브렉시트·나토 무력화에 흩어지는 유럽… 더 복잡해진 ‘생존셈법’

    브렉시트·나토 무력화에 흩어지는 유럽… 더 복잡해진 ‘생존셈법’

    31일 英 공식탈퇴… EU, 27개국 체제로 존슨 총리 ‘대영제국’ 회귀를 꿈꾸지만 스코틀랜드 분리 등 연방 갈등 큰 숙제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여전히 변수 ‘뇌사’ 나토 무용론, 트럼프가 불 댕겨 중동 문제 개입 두고 또다시 갈등 확산 잇단 동맹체 균열로 유럽국 혼돈의 길 인류 최초로 전쟁을 통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국가가 통합하는 역사를 보여 준 유럽연합(EU)이 결국 분열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바로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럽공동체(EC)의 새로운 이름으로 1994년 1월 출범한 EU는 오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가 시작되면 영국이 빠진 27개국의 연합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유럽의 현안은 브렉시트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 행보와 맞물려 창설 70년 만에 무용론에 휩싸였다. 특히 ‘70살 생일잔치’나 다름없었던 지난해 12월 초 정상회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군사동맹 체제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회원국 간 갈등과 이기주의로 점철되며 미래를 암울하게 했다. 브렉시트가 경제동맹체로서 유럽의 한계를 드러냈다면, 나토 문제는 안보동맹체로서 유럽의 위기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U와 영국 ‘합의 이혼’… 세부 협상 1년 걸릴 듯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을 국내 법률로 대체하는 브렉시트 법안이 지난 9일(현지시간) 하원과 20일 상원을 통과하며 영국과 EU는 ‘합의 이혼’을 눈앞에 두게 됐다. 상원 표결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하원에서 다시 표결을 시도해야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는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영국은 31일 당일 보리스 존슨 총리의 대국민연설이 예정돼 있는 등 대영제국 시대로 되돌아갈 꿈에 한층 들떠 있는 모습이다. 2월부터 시작하는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영국과 EU는 무역협정 체결 등 양측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존슨 총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 협상을 끝내기를 원하지만, EU는 현실적으로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부총리는 BBC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EU는 존슨 총리가 설정한 ‘시간표’가 지나치게 야심 차다고 경고해 왔다”면서 “협상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U로부터 홀로서기에 나선 영국이지만, 이제는 스코틀랜드 등 영연방들의 ‘각자도생’ 문제를 풀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의 과반 확보를 이끌며 승리를 거뒀지만, 그와 같은 결과가 영국 모든 지역에 걸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스코틀랜드 지역의 59석 가운데 48석을 휩쓸었고, 이를 바탕으로 분리독립을 위한 새로운 주민투표를 추진할 태세다. EU 전문 매체 EU옵서버는 “12월 조기총선은 스코틀랜드와 영국이 정치적으로 확연하게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 줬다”면서 “브렉시트가 이뤄지더라도 EU에 남고 싶어 하는 스코틀랜드의 친(親)유럽적인 정치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14일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요구를 공식 거부하며 이 같은 움직임을 일단 차단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였던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영국은 앞서 자국령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 영국 관세 체제 적용을 받지만,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EU와 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올해 말까지 북아일랜드 관련 특별 협정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담긴 영국 싱크탱크 정부연구소(IFG)의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IFG는 이 보고서에서 북아일랜드 관련 탈퇴 협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영국과 EU 간 사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는 나머지 EU 회원국들에도 위기감을 주고 있다. 영국이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관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는 세계적인 국제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최신 저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에서 EU의 다음 문제를 독일과 다른 EU 국가 간 갈등이라고 예측했다. EU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을 겪으면서 독일과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인 남유럽국가 간 마찰을 경험했다. 프리드먼은 EU가 앞으로 독일과 나머지 유럽 국가들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실과 마주할 것이라며 “점점 통합을 유지하기 힘든 지점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6일 유럽의회 녹색당 의원인 스콧 아인슬리는 “EU를 탈퇴하겠다는 또 다른 회원국이 나오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70년 美·유럽 군사동맹도 붕괴되나 2008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무력 병합 당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던 나토의 모습을 보면 ‘뇌사 상태’라는 자조 섞인 비판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이 나토와의 사전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일갈했는데, 이미 12년 전부터 나토는 러시아 경계지역 문제 등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다. ●잔칫상 재 뿌린 트럼프… 유럽은 ‘동상이몽’ 오래전부터 잠복해 있던 나토 회원국 간 문제는 지난해 70주년 정상회의를 통해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마크롱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설전을 주고받았고,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2% 이상 방위비 지출 약속을 지킨 회원국들과 따로 오찬을 하는 독자 행보를 이어 갔다. 나토는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새로운 결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잇따른 서진(西進) 행보 등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나토가 새로운 공동의 적을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올해 나토 내 갈등을 다시 표출시킨 또 다른 이슈는 바로 중동 문제다. 이란과의 갈등이 커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중동에서 더 많은 비용과 부담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토는 추가 파병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이후 회견에서 “나토가 중동 지역의 안정과 국제 테러리즘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테러리즘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동맹군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병력을 훈련시켜 스스로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나토에 중동에서의 부담 규모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이미 사분오열한 나토 유럽국가들이 이 같은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클라우디아 마요르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방위동맹체로서 나토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의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맹국들 간에도 현재 현안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할지, 심지어 나토가 (이 같은 분쟁지역에)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셀럽이라면 피할 수 없는 ‘파파라치와의 전쟁’

    셀럽이라면 피할 수 없는 ‘파파라치와의 전쟁’

    캐나다 건너간 英 해리 왕자, 파파라치에 법적 대응 예고할리우드 스타, 정치인 등 황색언론과 고소전 등 갈등 이어져 ‘파파라치 경멸하는 인물 1위’에 트럼프 뽑히기도왕실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자 부부가 최근 파파라치에 대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며 다시 한 번 황색언론과의 ‘전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내 메건 마클 왕자비가 현재 머물고 있는 캐나다에서조차 파파라치들이 따라붙자 해리 왕자는 이들을 사생활 침해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리 왕자 부부에 대한 파파라치들의 집요한 추적은 망원카메라를 통한 불법 촬영 같은 수준을 넘어선다. 마클과의 결혼을 계기로 이들 부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심지어 해리 왕자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결국 지난해 해리 왕자는 ‘더 선’과 ‘데일리 미러’ 등 영국 유명 타블로이드지를 상대로 휴대전화 해킹 혐의로 고소전에 나섰다. 파파라치와의 전쟁에 나선 유명인사들은 그동안 무수히 많았고, 몇 차례 사회 이슈화되기도 했다. 황색저널리즘이 심각한 영국에서는 배우 휴 그랜트가 의회청문회까지 출석해 파파라치들의 보도 행태를 진술하며 주목받았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촬영하려다 충돌한 파파라치들은 결국 법원으로부터 디캐프리오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도 파파라치의 먹잇감이 되곤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파파라치들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대통령 별장에 나타나거나 차량으로 쫓아오자 결국 이들을 사생활 침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미국 순위 사이트 ‘더 리치스트’는 지난해 말 ‘파파라치를 경멸하는 10대 인물’을 꼽으며 1위 자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올리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트럼프가 매우 사교적이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파파라치에게 우호적이지는 않다”면서 “그는 식사를 할 때 연출되는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되는 것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듣는 것도 싫어한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의 사례를 통해 파파라치 언론의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그의 형인 윌리엄도 황색언론의 피해자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의 연예잡지 클로저 등이 그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상반신 노출 사진을 촬영해 보도한 것에 격분한 윌리엄은 결국 거액의 위자료를 청구하기도 했다.앞서 해리 왕자의 휴대전화 해킹 관련 소송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유명인사에 대한 영국언론의 보도 관행을 바꿀 것이란 전망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영국 왕실은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말고,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라는 게 언론대응 원칙이었지만, 해리 왕자는 이같은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을 깬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편 지난 8일 왕실에서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자 부부에 대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8일 성명에서 이들 부부가 앞으로 왕실 구성원 호칭을 쓰지 못하고, 공무 수행 대가로 받은 각종 재정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22억년 전 소행성 충돌구, 빙하기 끝내는 것 도왔을 수도

    22억년 전 소행성 충돌구, 빙하기 끝내는 것 도왔을 수도

    지구에서 가장 오래 된 소행성 충돌구(크레이터)가 호주 남서부에서 확인됐다. 지구 나이를 45억년쯤으로 추정하는데 그 절반에 가까운 22억년쯤 된 것으로 추정된다. 어쩌면 빙하기를 끝내는 데 이 소행성의 충돌이 도움을 줬을지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호주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주에 있는 야라부바(Yarrabubba) 충돌구다. 퍼스로부터 북동쪽으로 600㎞ 떨어진 지점이다. 워낙 오랜 시간 침식이 진행돼 사람 눈으로는 충돌구인지 알 수가 없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쉽게 눈으로 판별할 수가 없다. 호주 커틴 대학 연구진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바위나 돌에서 소행성 충돌 때 열로 재결정화된 광물인 지르콘, 모나자이트 등을 분석한 결과, 22억 2900만년 전쯤에 지구에 충돌했을 것으로 본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 결과는 22일 과학잡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된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 삭막하게 건조한 아웃백 지역에서 처음 크레이터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것은 1979년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 충돌구의 나이를 측정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자기장을 측정한 결과 이 충돌구의 직경이 70㎞에 이르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을 이끈 크리스 커클랜드 교수는 “너무 오래 돼 지형이 너무 평평해졌지만 그곳의 바위들은 확연히 구분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남아프리카 브레드포트 돔이 가장 오래 된 소행성 충돌구로 알려졌는데 이를 거의 2억년이나 끌어올린 것이다. 커클랜드 교수는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 지질이 워낙 오래 돼 이 지역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충돌구가 이렇게 오래 됐을 것이라고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면서 “그곳에는 발견되길 기다리는 더 오래 된 충돌구가 있을 가능성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껍질(crust)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침식해 결과적으로 지구의 초기 역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또 하나 주목할 점은 충돌 순간이 지구가 빠르게 따듯해지기 시작한 시간과 겹친다는 것이다. 이 전의 지구는 얼음이 얇은 막으로 에워싼 눈송이(SNOWBALL EARTH) 같았는데 어느 순간 얼음이 녹고 지구는 갑자기 따듯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소행성의 충돌이 우리 행성의 기후 변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모델링 작업을 통해 몇 ㎞ 두께의 얼음을 소행성이 뚫고 지나간 뒤 물이 엄청나게 퉁기며 온실가스를 만들어 대기로 바뀌었다고 봤다. 원생대(原生代, Proterozoic era)인데 산소가 이제 막 대기 중에 출현하고 복잡한 생명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던 때다. 아직 모델링 작업에 필요한 여러 정보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아직 포괄적인 이론으로 정립하기엔 모자람이 있다. 하지만 “돌들은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음을 얘기해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봤다. 지구가 더워지기 시작했다는 다른 가설은 화산 분출이 대기 중에 탄소 이산화물을 배출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지구서 가장 ‘오래된’ 크레이터, 22억 2900만년 전 형성

    [핵잼 사이언스] 지구서 가장 ‘오래된’ 크레이터, 22억 2900만년 전 형성

    지구상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크레이터(운석이나 소행성 등이 떨어져 생긴 큰 구멍)의 ‘진짜 나이’가 밝혀졌다. 호주 퍼스의 커틴대학 연구진은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 있는 크레이터인 ‘야라부바’(Yarrabubba)가 약 22억 29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크레이터에 비해 2억 년 이상 오래된 것이다. 연구진은 야라부바 크레이터에서 수집한 광물인 지르콘과 모자나이트 등을 분석해 충돌 시기를 추정한 결과, 생성 시기는 22억 2900만 년(오차범위 ±500만 년)전으로 나타났다. 야라부바 크레이터가 충돌의 충격으로 형성된 지형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침식과 지각 변동을 겪은 크레이터의 경우 원형을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생성 시기를 추정하기 힘들었다. 또 호주나 아프리카 대륙과 운석 또는 소행성이 충돌할 당시 튕겨져나간 물질이 20억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 적은 있지만, 원래 충돌구의 형성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야라부바 크레이터를 만든 소행성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호주 대륙과 충돌하면서 지름 70㎞에 달하는 거대한 충돌구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충돌 이후에는 충돌로 발생한 약 87조~5000조㎏에 달하는 수증기가 대기를 뒤덮으면서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를 유발하기도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야라부바 충돌구가 정확히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초기가 끝나던 시점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눈덩이 지구이론은 과거 6~8억년전 선캄브리아 시기가 끝나갈 즈음에 지구 전체가 눈과 얼음으로 완전히 얼어붙었던 극심한 빙하 시기가 수차례 발생했었다는 가설이다. 또 “충돌 이후 발생한 대규모 수증기가 온실가스 역할을 했으며, 이는 대형 소행성의 충돌이 지구의 빙하시대를 끝내기에 충분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야라부바 크레이터는 지구 역사의 절반을 함께 했으며, 우리는 지구의 기후변화 역사를 알게 해주는 귀중한 자료의 중요성을 모른 채 20년 가까이 보냈다”면서 “소행성 충돌의 정확한 시점을 확인하는 것은 지구의 지난 역사를 아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글로벌 In&Out] 소련 자료로 본 북한 ‘국경경비대’ 창설 과정/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소련 자료로 본 북한 ‘국경경비대’ 창설 과정/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북한의 ‘조선인민군’은 북한 사회와 경제에서의 역할이 크고도 중요하다. 북한은 국가 정통성도 항일 유격대라는 준군사조직에서 찾기 때문에 그 역사를 과장해 나갔다. 결국 1970년대 북한에서 유일사상체계가 성립되면서 모든 역사가 재해석됐고 아직도 존재 여부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조선인민혁명군’을 북한군의 모체로 설정한 뒤 그 창건일을 조선인민군의 공식 창건일로 내세웠다. 하지만 튼튼한 기초 없이 건물이 설 수 없는 것처럼 역사적 자료가 아닌 상상력에 기초한 역사 해석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인지 북한에서도 미약하게나마 역사 교정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중에 2018년 조선노동당이 건군절을 조선인민군이 공식적으로 창설된 1948년 2월 8일로 변경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북한은 건군에서 소련이나 중국의 역할을 여전히 부정하고 있지만 그나마 날짜라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큰 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역사 해석은 남한의 북한 연구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북한과 만주 국경을 경비하기 위해 조직된 국경경비대의 창설 역사를 들 수 있다. 북한에서 출판된 김일성전집에 따르면 북한 국경경비대의 창설은 1945년 11월 27일 신의주를 방문한 김일성이 평북 도당 책임비서 김일에게 내린 국경경비대 창설 지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많은 남한 연구자가 이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비밀해제된 소련 측 사료를 보면 북한 측 주장과 상당히 다른 해석이 나온다. 소련군은 북한을 점령한 뒤 남한을 점령한 미군과 마찰을 피하고 치안을 유지하려고 북한의 모든 무장조직을 해산시킨 뒤 만주와 북한의 국경경비를 제25군에 맡겼다. 그러나 1945년 11월, 중국 국민당의 군대가 장제스(蔣介石)의 명령을 받아 만주에 진출하면서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부대 사이에 무장충돌이 발생했다. 1946년 1월부터 국공 양당의 부대들이 만주와 북한의 경계를 넘어가 약탈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1946년 1월 11일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발생했다. 용천군 소련군 경무사령관 보고에 따르면, 60명에 달하는 국민당 부대가 안동시(현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인근 지역을 공격해 면 인민위원회 위원장과 보안서장을 체포하고 모든 무기를 몰수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빈발한 것을 계기로 국경지역의 경비를 맡은 제384사단 참모부가 1946년 1월 12일에 북한과 만주의 국경 폐쇄를 명령했다. 그러나 일제 패망으로 인구 이동이 있자 소련군 사령부는 1946년 3월 7일 조·만 국경 지역에서 통행증 제도를 실시해 경비 임무가 복잡해졌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소련군은 조선인들로 이뤄진 부대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1946년 6월, 평안북도 위원군의 경무사령부가 44명으로 구성된 ‘인민소대’를 조직해 국경경비를 위한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이 인민소대는 국경경비를 하게 됐으며 1946년 9월부터는 정치 교육도 받게 됐다. 소련의 주북한 민정청의 종결보고서에 따르면 인민소대는 모두 2개가 조직됐고 3개 국경 위수사령부와 64개의 국경초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조직 당시에 인민소대는 철도보안대와 달리 북한 경찰 체제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고 소련군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고 있었다. 1945년 11월 제25군 장교들이 작성한 ‘북조선 보안기관 조직 및 사업 요령’에도 1946년 부서체계가 수차례 개편된 보안국에 국경경비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었다. 1947년 2월 22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성립에 따라 보안국이 내무국으로 발전하면서 국경경비대를 관리하는 부서가 설치되고 국경 경비권이 북한지도부에 이양됐다.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그해 겨울은 추웠다네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그해 겨울은 추웠다네

    표독스럽게 추웠다. 박완서는 그의 소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 수지가 동생 오목이의 손을 놓고 헤어지던 그날의 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표독스러울 만치 추웠던 이 소설 속 겨울 그날은 6·25전쟁 1·4 후퇴 때의 어느 날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가 등장하는 유행가 가사에서도 그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짐작할 수 있다. 추웠던 그해 겨울을 작가는 역설적으로 따뜻했네라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1월은 기상청 관측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눈 없는 겨울이 기록될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의 한파 일수는 0일, 적설량은 0㎝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라는데 한파일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인 날이라고 하니 표독스럽기는커녕 추위의 근처에도 못 가 보는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겨울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거창한 그래프를 들이대며 지난 수십 년간의 기후변화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올해 겨울의 싱거운 추위는 많은 사람에게 기후변동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뭔가 정상은 아니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가지게 됐다.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많게는 95%의 생명체가 절멸하는 대멸종 사건이 5번 있었다고 한다. 이 대멸종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지만 급작스러운 기후변동이 원인이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화산이 폭발했건, 운석이 충돌했건 대기와 바닷물의 순환에 이상이 생기면서 기후변동이 생겼고 결국 생명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추워지거나 더워지는 기후 변화의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는 결국 멸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대멸종이다. 하지만 운석 충돌로 인한 기후변화로 공룡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가장 최근의 대멸종인 백악기 말의 대멸종 사건도 약 6500만년 전의 일이고 보니 마치 신화 속의 전설처럼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무분별한 자원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해 인류에 의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인류가 두 발로 일어서고 석기를 만들면서 한창 진화의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할 무렵부터 인류 생존의 관건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발 빠르게 적응해 나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비교적 잘 적응해 왔던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유난히 따뜻한 이번 겨울 이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파괴하고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을 재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경고를 실감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유리창에 두껍게 낀 성에를 입김으로 불며 손톱글씨를 쓰던 그 쨍한 추억을 소설 속에서나 느낄 수 있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채찍으로 때리는 듯한 찬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표독스러운 겨울 추위를 만나고 싶다.
  • 트럼프 “종말론 예지자” 툰베리 “숲이 불타는데 나무 심자고?”

    트럼프 “종말론 예지자” 툰베리 “숲이 불타는데 나무 심자고?”

    둘이 충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의 스키 리조트 다보스에서 막을 올린 제50회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포럼) 연차 총회 기조연설에 몇 시간 차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방청석 뒤편에서 툰베리가 귀기울여 듣고 있는 가운데 기조연설을 통해 툰베리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이들을 “종말론 예지자”라고 폄하하며 이들의 “묵시록 같은 예측”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비관이 아니라 낙관의 시대이며 이런 경고를 늘어놓는 이들은 늘 같은 것을 요구하는데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고 변질시키며 통제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바보같은 점성술자들의 후예”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삼림 재건과 관리에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다며 이번 총회에서 발족된 ‘나무 1조 그루 심기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툰베리는 곧바로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분명히 하자. 우리에겐 ‘저탄소 경제’는 필요없다. 우리에겐 ‘배출 경감’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배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조 연설에서는 “당신은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매시간 불길에 연료를 대고 있다”면서 “일년 전 다보스에 와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난 여러분이 겁에 질리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한 뒤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아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대해선 “아마존 삼림은 베여 넘어지고 있는데 아프리카에 나무를 더 심으라고 누군가에 돈을 지불함으로써 당신의 배출량을 벌충하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툰베리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당신의 정당에 대해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좌파, 우파, 중도 모두 실패했다. 어떤 정치 이념과 경제 구조도 기후와 환경적 비상 사태를 저지하고 응집력 있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50회 다보스포럼 연차 총회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주제는 ‘화합·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이해관계자들’이다. 회의에는 각국 정상들과 기업인들 약 3000명이 참석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美 상원,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리 개시..관전포인트는

    美 상원,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리 개시..관전포인트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열리는 역사상 3번째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 상원 의원들은 앞으로 한 달여간 검사 역할을 맡는 미 하원 소추위원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변호인단 간 치열한 공방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배심원 역할을 맡게 됐다. 공화당이 과반을 점한 상원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탄핵이 기각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탄핵소추위원을 맡은 민주당 하원들은 거센 공세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탄핵심리의 관전 포인트는 증인 소환, 시프 위원장의 ‘창’과 시펄론 법률고문의 ‘방패’ 대결 등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1일 오후 1시부터 열리는 탄핵심리 첫날부터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증인 소환을 두고 변호인단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탄핵정국을 불러온 ‘우크라 스캔들’을 가장 훤히 꿰뚫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상원에서 증언할 준비가 됐다’고 공식 발표한 볼턴 전 보좌관이 ‘폭탄 발언’을 내놓을 경우 공화당도 대통령을 보호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트럼프의 개인변호사이자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최측근인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도 ‘입’에도 워싱턴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르나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 스캔들 전모에 대해 전부 알고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 전 시장을 신뢰한 것을 후회한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4일 파르나스의 자필 메모와 그가 줄리아니 전 시장과 나눈 문자 등을 공개하며 “스캔들의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화당은 이들의 증언을 막기 위해 스캔들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볼턴 전 보조관 등을 증인으로 요구할 경우, 헌터 증인 카드로 무력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탄핵소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연방검사 출신인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과 백악관 법률고문 팻 시펄론의 불꽃 튀는 ‘수 싸움’도 관전포인트다. 막강한 권한과 정보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시프 위원장은 ‘검사’ 역할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역설할 예정이다. 반면 시펄론 고문은 ‘민주당이 주도한 탄핵 자체’를 부정하는 전략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통령뿐 아니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등 법조계의 잔뼈가 굵은 변호사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상원의 탄핵 심리에서 시프의 ‘창’과 시펄론의 ‘방패’가 정면충돌할 것”이라면서 “날카로운 시프 위원장의 공격을 시펄론 고문이 어떤 논리로 응수하느냐가 이번 탄핵 심리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탄핵 심리 기간도 관심거리다. 공화당은 대선을 10개월 남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핵의 족쇄를 풀어주기 위해 가능한한 속전속결을 예고했지만, 민주당은 할 수 있으면 심리를 오래 끌고 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흠집 내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앤드루 존슨 대통령 10주(1868년 3월6일~5월16일), 빌 클린턴 대통령은 5주(1999년 1월7일~2월12일)였던 상원의 탄핵심리가 언제 마칠지도 관심사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번 상원의 탄핵 심리에서 민주당과 대통령 변호인단 중 누가 국민적 지지를 더 얻느냐에 따라 오는 11월 미 대선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 탄핵 심리가 열리는 첫날 다보스 참석을 위해 스위스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조연설 등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타결 등 무역 정책의 성과를 자화자찬할 것으로 예상한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틀짜리 스위스 방문은 탄핵소추에 대한 분노를 세계무대에서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열망으로 상쇄하려는 그의 능력을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아하! 우주] 태양과 가장 가깝다…금성 궤도 안쪽 도는 ‘소행성’ 첫 확인

    [아하! 우주] 태양과 가장 가깝다…금성 궤도 안쪽 도는 ‘소행성’ 첫 확인

    금성보다 더 태양에 가깝게 다가간 소행성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팔로마 천문대의 광역하늘 천문조사 장비인 ZTF(Zwicky Transient Facility)를 이용해 관찰한 결과, 금성의 궤도를 지나 수성과 금성 궤도 사이를 돌고 있는 소행성을 찾아냈다. ‘2020 AV2’(또는 ZTF09k5)로 명명된 이 소행성의 지름은 1~3㎞이며, 151일을 주기로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0 AV2는 지난 4일 금성 궤도 밖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점차 태양에 가깝게 접근, 현재는 수성과 금성의 궤도 중간부근까지 접근했다. 2020 AV2는 지구 궤도 안쪽을 공전하는 아티라(Atira) 그룹의 소행성이다. 아티라 소행성은 태양과 지구, 행성이 이루는 각이 매우 작기 때문에 지구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소행성으로, 2018년 10월 5일 현재 알려진 아티라그룹의 개수는 21개에 불과하다. 아티라 그룹의 소행성 중에서도 태양에 매우 근접한 ‘‘바티라’(Vatira)계 소행성은 2012년 그 존재가 예측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뒤 실제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시물레이션 결과 2020 AV2가 속한 바티라 소행성들은 일반적으로 태양 주위를 오랫동안 머물지 않고 인근 궤도를 돌다가 결국 다른 행성과 충돌하거나 태양을 스쳐 지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를 이끈 조지 히로우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는 “이 소행성이 금성의 궤도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수성이나 금성의 중력 당김으로 인한 충돌로 궤도를 튕겨져 나가는 것”이라면서 “바티라계의 소행성은 금성과 마찬가지로 태양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황혼과 새벽녘에만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 AV2 등 아티라 그룹의 소행성은 지구를 위협하지 않는다. 이 소행성들의 궤도는 지구와 겹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금성 또는 수성과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인해 궤도가 바뀔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먹지못해 앙상한 ‘백수의 왕’…수단 경제난에 고통받는 사자들

    먹지못해 앙상한 ‘백수의 왕’…수단 경제난에 고통받는 사자들

    오랜시간 음식을 먹지못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사자의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돼 충격을 주고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아프리카 수단의 한 동물원 사자들이 먹지못해 병들고 아사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도했다. 여러 장의 사진으로 공개된 사자들의 모습은 '백수의 왕'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다. 정상 체중에 3분의 2 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며 사자후(獅子吼)는 커녕 작은 울음소리도 못낼 것 처럼 보인다. 이 사자들이 사는 곳은 수단의 수도인 카르툼에 위치한 알-쿠레시 파크. 동물원 관계자는 "모두 5마리의 사자들이 살고 있었으나 수주 동안 제대로 먹지못한 상태"라면서 "이중 한마리는 결국 음식도 약도 없어 얼마 전 죽었다"고 밝혔다.이같은 사연이 알려진 것은 주민인 오스만 살리가 사진과 함께 도움을 청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다. 그는 "최근 호주 산불로 많은 소중한 동물이 죽는 것을 보고 피가 끓었다"면서 "이곳 동물원의 사자들은 뼈가 드러날 정도인데 아무런 도움을 받지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 사자들이 이렇게 굶주리게 된 이유는 물론 '인간 탓'이다. 동물원 수입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 정부 지원도 꿈꾸기 힘들기 때문. 현재 수단은 식량가격 폭등과 외화부족으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상태다.지난 1993년 미국은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수단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이 때문에 수단은 오랜 시간 외국인 투자 유치, 금융거래 등에서 제약을 받아와 경제적인 봉쇄를 당했다. 결국 지난 2018년 12월 수단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뒤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민중봉기로 번졌고 지난해 4월 수단 군부가 바시르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면서 30년 철권통치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군부가 직접 통치에 나서면서 시민들과 충돌하다 군부와 야권은 선거 전까지 3년 3개월 동안 과도통치 기간을 거치기로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동물원 사자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셈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미·이란 증오의 70년, 새 핵협정과 제재 해제 갈림길에 서다

    미·이란 증오의 70년, 새 핵협정과 제재 해제 갈림길에 서다

    새해 벽두부터 중동에 전운이 뒤덮였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군 최고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서 미국 드론의 폭격을 받고 사망했다. 미군 전투기에 기지를 폭격당한 친이란계 민병대 지지 세력이 3일 전 이라크에 있는 미 대사관 점거를 시도한 데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이었다. 이란 종교도시 곰에 있는 잠카런 사원 꼭대기에 붉은 깃발이 올랐다. 순교의 피가 흐를 격렬한 전투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란의 ‘복수’ 의지 표명으로 치솟은 긴장감은 엉뚱하게 무고한 176명이 타고 있던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가 피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정부 시위로 가득했던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망으로 반미 시위가 휩쓸었다가, 여객기 피격으로 다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난장판이 됐다. 양국 간 긴장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국제사회가 체결한 핵협상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어 이란에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했고, 최악의 경제 궁핍에 처한 이란은 중동 곳곳에 구축한 시아파 민병대를 통해 미국과 동맹에 군사 압박을 가했다. CNN과 BBC의 보도에 따르면 증오의 역사는 약 70년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이 1953년 본격적으로 이란 내정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은 수백년간 수니파 이슬람 세력의 침략과 영국 소련의 수탈로 쇠약해져 갔다. 영국은 1900년대 초부터 ‘앵글로 이란 석유회사’를 통해 이란 석유 비축량을 통제해 왔다. 1951년 반외세 민족주의를 내세운 모하마드 모사데크가 민주적 지지를 통해 총리로 임명됐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석유 국유화 조치로 앵글로 이란 석유회사를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 조치는 중동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영국과 미국에 큰 타격을 줬다. 이에 영국과 미국은 이란에서 움튼 민주주의 싹을 밟았다. 영국은 이란 자금을 차단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53년 영국 첩보기관과 함께 이란 쿠데타를 부추겼다. 모사데크는 반역 혐의로 체포돼 3년을 복역하고 가택연금 상태로 여생을 보냈다.1909년 제헌 혁명으로 도입된 입헌정치는 쿠데타로 끌어 내려지고, 이란은 샤(페르시아의 왕)가 통치하는 왕정으로 되돌아갔다. 미국 덕분에 다시 정치 권력을 얻은 무함마드 리자 팔레비는 이란을 친미국가로 만들어 갔다. 현재 서방국가와 이란의 갈등 중심엔 ‘핵’이 있다. 그런데 이란 핵 기술을 처음 지원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과 이란은 1957년 민간 핵 협력에 합의한다. 미국이 이란에 기술과 자원을 지원하는 게 합의 골자다. 1970년대 미국 지원을 받은 이란은 핵 개발을 시작했고,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핵 프로그램의 토대가 됐다. 이란이 언제까지나 친미 노선을 가게 될 거란 미국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을 등에 업은 팔레비 국왕이 반대파와 국민을 탄압했다. 모사데크 계열의 민족주의 노선,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이슬람 노선, 무자헤딘 등 무장노선이 모두 반 왕정 전선에 뛰어들었다.결국 1979년 1월 팔레비 국왕은 미국 보호를 받으며 이란을 떠났다. 1964년 체포됐다 추방돼 터키, 이라크, 프랑스 등을 떠돌던 호메이니가 2월 귀국했다. 4월 1일 국민투표에 이어 그는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한다. 미국과 이란이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역사의 선을 넘게 되는 사건은 1979년 11월에 일어났다. 이란 학생들은 테헤란 미국 대사관을 습격해 인질 52명을 444일 동안 억류하며, 암 치료를 구실로 미국에 입국한 팔레비 왕을 이란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국교는 단절됐고 이후 공식적으로 결코 복원되지 않았다. 양국 사이 증오는 미국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더 깊어졌다. 이라크에서 집권한 수니파 사담 후세인은 자국민 65%에 해당하는 시아파가 옆 나라 이란의 혁명에 휩쓸릴 것을 두려워해 선제공격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지원했음에도 8년에 걸친 전쟁은 이란 승리로 끝났다. 당시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한 솔레이마니는 이 전쟁에서 커다란 전공을 세워 국민 영웅이 됐다.미국은 수십년째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은 앞에선 이라크를 지원하며 뒤로는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붙잡힌 미국인 석방에 이란이 도움을 줄 거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란이 실수로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에 세계가 황망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지만, 1988년엔 미국이 이란에 똑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선박과 무력을 주고받던 미국 군함 빈센호는 290명이 타고 있던 이란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시켰다. 미국은 실수라고 했지만 이란은 지금도 고의로 보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1997년 IRGC 내에서 해외 작전을 주도하는 엘리트 쿠드스 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때부터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등 시아파 지역에 국가 자산을 투입해 민병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이란 용병 역할을 하는 준군사조직들을 만들어 지원했다. 민병대들은 현재 10만여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중동에서 이란 대리군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비대칭전력(상대가 보유하지 못하거나 상대보다 월등히 많은 전력)이 됐다. 200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공동의 적’인 탈레반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미국을 뒤에서 은밀히 도와주던 이란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에 분노했다. 다음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에서 고농축 우라늄 흔적을 발견했다. 2005년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란은 국제사회와 핵 문제로 빈번하게 충돌했다. 수많은 제재로 이란은 경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수십년간 갈등 일로를 걸었던 두 국가 사이에 극적으로 온기가 돌던 때가 있었다. 2013년 취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9월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는 3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두 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 이란,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은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이 민감한 핵 활동을 자제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대가로 미국 등은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2017년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해 5월 JCPOA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고 이란에 다시 전면적 제재를 가했다. 양국 간 긴장의 골은 계속 깊어져 갔다. 특히 지난해 5~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은 외국 유조선 6척을 나포했다. 6월 이란은 호르무즈 상공에서 미국 드론을 격추시켰고 트럼프는 공습 명령을 내렸다 취소하기도 했다. 9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는데 국제사회는 이 역시 이란의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일련의 갈등과 긴장 고조는 자신의 서명으로 새 핵합의를 체결하려는 트럼프와 미국 제재로 경제 위기에 몰린 이란의 적대 행위로 요약된다. 지난 8일 이란의 우크라니아 여객기를 오인 격추한 뒤로, 유럽이 이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 탈퇴와 이란의 협의 이행 축소 조치로 흔들리는 핵합의 틀 안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합의 보존을 위해 분투하던 유럽이었다. 유럽 JCPOA 서명국들은 지난 14일 합의 유효성을 논의하는 분쟁조정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19일 영국과 프랑스 정상은 핵합의 계속 준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국을 연일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 비판에 몰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내릴 결정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형사·공판 검사 적극 우대”… 靑 수사팀 전면교체 예고

    “형사·공판 검사 적극 우대”… 靑 수사팀 전면교체 예고

    34·35기 부장·부부장 승진은 미뤄져 특수부 중심 ‘윤석열 라인’ 조준한 듯검찰 중간간부급 인사가 설 연휴 전날인 오는 23일 단행된다.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팀의 전면 교체가 예상돼 검찰 내부 분위기는 폭풍전야의 상황이다. 법무부는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차·부장검사 등 중간간부급 승진·전보 인사에 대해 논의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인사위는 “이번 인사는 검사장 승진 등에 따른 공석 충원 및 검찰개혁 법령 제·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직제 개편이 불가피해 실시되는 인사”라며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 관행과 조직 내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 온 검사들을 적극 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에 요직을 차지하던 특수부 중심의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전면 교체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승진이 예정됐던 사법연수원 34기와 35기의 부장과 부부장 승진은 연기됐다. 일선 형사·공판 인력 감소가 불가피한 점 등이 고려됐다.지난 8일에 단행된 고위간부 인사에서는 검찰청법 34조 ‘인사 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둘러싸고 잡음이 컸다.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아 위법하다는 주장과, 의견을 내게 했지만 윤 총장이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에도 ‘물갈이 기조’가 유지되며, 정권을 겨냥한 수사팀이 대거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조국 일가 비위’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송경호(50·사법연수원 29기) 3차장, 고형곤(50·31기) 반부패수사2부장,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팀의 동부지검 홍승욱(47·28기) 차장, 이정섭(49·32기) 형사6부장 등의 교체가 유력하다. 조국 전 장관의 신병처리를 놓고 심재철(51·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반발한 양석조(47·29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의 교체도 언급된다.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2차장과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는 (인사 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이루어졌다”면서도 “어디까지 (법무부가) 받아들일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잘못된 조직문화’라는 추미애, 조직적 항명 몰아 물갈이 명분

    ‘잘못된 조직문화’라는 추미애, 조직적 항명 몰아 물갈이 명분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강하게 경고한 ‘장삼이사(평범한 사람들)도 하지 않는 상갓집 추태’는 단순히 한 명의 검사 개인을 향한 게 아니었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 밤 장례식장에서 불거진 검찰 간부들의 언쟁을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라고 꼬집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윤석열 사단’의 조직적 항명으로 규정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단행될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추 장관이 검찰 내부를 ‘물갈이’ 수준으로 대거 교체할 명분을 쥐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지난 18일 밤 한 대검 간부의 장인상 빈소에서 양석조(47·사법연수원 29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부장검사)이 심재철(51·27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추 장관은 이날 오전 곧바로 유감을 표명했다. 두 사람은 조국(55·불구속 기소)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할지를 두고 의견 차가 컸고,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줄이는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을 두고도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청·검 갈등의 근원인 조 전 장관을 두고 공개적으로 표출돼 상황 자체가 매우 공교롭다. 추 장관이 새로 앉힌 대검 핵심 간부에게 윤 총장과 함께 일한 기존 수사팀 검사가 항의하면서 그동안 말을 아껴온 윤 총장과 측근들의 불만이 대신 터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양 선임연구관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3부장으로 일했고 윤 총장이 검찰총장이 되면서 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심 부장은 지난주 윤 총장이 주재한 간부회의에서도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대검 연구관에게 무혐의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추 장관 사건에 대해 “죄가 되는지 알아보라”고 검토 지시를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명백한 수사방해 인사였음이 확인됐다”고 지적한다. 한 부장검사는 “기록도 제대로 안 보고 무혐의부터 주장했으니 청와대 관련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고위간부 인사의 의도가 빤히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 선임연구관의 반발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많다. 항명은 ‘정당한 명령에 대한 불응’이라는 면에서 양 선임연구관 사례는 항의에 가깝다는 것이다. ‘항명 프레임’은 검사들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이날 한 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박철완(48·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를 통해 “양 선임연구관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고 적법 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와 관련한 내부 회의 과정을 공개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양 선임연구관에 대한 감찰 또는 징계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23일 발표될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그를 대검에서 뺄 가능성이 높다. 양 선임연구관도 주변에 “좌천 인사를 감수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이 이번 인사를 상명하복과 특수부 중심의 검찰 조직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갖고 법무부의 주요 보직에 검사가 아닌 외부 전문가의 일반경력직 공무원 임용을 권고해 ‘법무부 탈검찰화’에 더욱 힘을 실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경찰도 군대도 아닙니다. 美 버지니아주 총기 집회 참가자들

    경찰도 군대도 아닙니다. 美 버지니아주 총기 집회 참가자들

    미국 버지니아주 주도인 리치몬드 의회 의사당 앞에 총기들을 소지한 이들이 수천 명 모인 집회가 열렸으나 다행히 커다란 충돌은 없었다. 20일(현지시간) 총기 소유와 총기 권리를 옹호하는 이들이 모여 주 정부 지도자들이 우려하던 폭력 사태 없이 평화로운 집회를 열었다고 일간 USA 투데이가 전했다. 버지니아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기반이었으나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득세해 새 정부는 강력한 총기 소지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총기 구매 이력자 확인과 위험인물에 한해 총기 소지를 막는 ‘적기법(red-flag law)’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의회 상원은 지난 16일 오후 10발 이상이 들어가는 탄창 판매를 막고 한 달에 1개 이상 총기 구매를 금지하며, 지역 정부가 공공건물이나 다른 장소에서 무기 소지를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총기 소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주 대법원에 이날 집회에 총기를 들고 들어가게 해달라는 소송까지 냈으나 기각당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총기가 목숨을 구하리”란 구호를 적어넣은 오렌지색 스티커를 붙이고 집회에 참가했다. 의사당 앞 마당 바깥 쪽에 총기를 들고 나타난 이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이들은 “USA를 연호하며 국가를 함께 불렀다. “와서 가져가봐”라거나 “수정헌법 2조 피난처” 같은 문구들도 눈에 띄었다. 피난처란 버지니아주 카운티들이 주의회 상원이 통과한 총기 규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랠프 노덤 주지사와 사법 당국이 우려했던 대로 혐오범죄 집단이나 무장집단들이 폭력 사태를 야기하려거나 싸움을 유발하거나 하지 않았다. 노덤 지사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해 의사당 건물 주변 광장에 일체의 총기 반입을 금지했다. 사법당국은 다른 주의 증오집단이나 무장집단들이 폭력을 야기할 것이라는 신뢰할 만한 제보들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메릴랜드와 조지아에서는 신나치 그룹에 가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6명이 체포됐는데 이 중 3명은 이날 집회에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중무장한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삼엄하게 경계했다.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있었던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의 악몽 때문이다. 의사당 안마당 집회 장소에 들어가려면 삼엄한 검문소를 통과해 총기를 반납하고 들어가야 했다. 같은 주의 아일렛 출신의 코니 스탠리(58)는 총기 소지유와 수정헌법 2조 모두 안전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 경찰이 911 신고에 응대하기란 너무 먼 곳이어서 총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으로서 보호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헤더 헤이어스의 어머니도 “총기를 갖고 있는데 버지니아주 민주당이 너무 나갔다”고 말했다. 브랜틀리 오버비(22)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헨더슨에 사는데 이날 집회에 무기를 들고 왔다. 그는 언제나 이날처럼 큰 집회가 열리면 총기를 가져오는 것이 안전을 위해 당연하다고 말했다. 총기 옹호론자들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윗을 통해 “버지니아 민주당은 여러분의 수정헌법 2조 권리를 빼앗으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둬서는 안 된다. 2020년에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앙골라 전직 대통령의 딸, 아프리카 최고의 여성 부자 되기까지

    앙골라 전직 대통령의 딸, 아프리카 최고의 여성 부자 되기까지

    아프리카 출신으로 가장 많은 돈을 모은 여성으로 알려진 앙골라 전직 대통령의 딸인 이사벨 도스 산토스(46)가 어떻게 자신의 조국을 철저히 갉아먹었는지 낱낱이 폭로하는 문서들이 공개됐다. 영국 BBC 파노라마 제작진이 아버지 호세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가 대통령으로 재임했을 때 그녀가 토지, 석유, 다이아몬드, 통신까지 앙골라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마음껏 착취할 수 있는 사업권을 콩고 출신 사업가 남편 신디카 도콜로(47)와 함께 미심쩍은 계약을 통해 따내 20억 달러(약 2조 3000억원)의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70만건의 문서들을 입수했다고 20일 방송을 앞두고 전날 홈페이지에 먼저 보도했다. 이사벨은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프리카 최고의 여성 부자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공부했고 지금도 런던 중심에 비싼 부동산들을 거느리며 살고 있는 이사벨의 부패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지난 연말 그녀의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물론 그녀는 전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며 앙골라 현 정부가 꾸민 마녀사냥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70만건의 방대한 문서들은 아프리카의 내부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플랫폼이 모은 것이며 국제탐사기자컨소시엄(ICIJ)과 공유한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영국 일간 가디언, 포르투갈 일간 엑스프레소 등 37개 언론 매체가 참여하고 있다. ICIJ는 이 문서들을 ‘루안다 릭스’라고 일컬었다. 코럽션 와치의 앤드루 페인스타인은 “그녀가 세계 유수의 잡지 커버 모델로 등장할 때마다, 프랑스 남부에서 휘황한 파티를 주최할 때마다 앙골라 국민들의 열정을 갖고 놀고 있었다”고 말했다.가장 미섬쩍은 계약 가운데 하나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에 영국 보조금이 주어지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2016년 소난골의 재정적 위기를 타개하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회사를 떠맡았다고 해명했다. 아버지 호세 에두아르도는 38년이나 집권해 철권 통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듬해 9월 아버지가 퇴임하며 같은 당의 주앙 로렌수 대통령에게 권력을 물려줬는데도 그녀의 입지는 좁아졌고, 두 달 뒤 해임됐다. 문서에 따르면 소난골을 떠날 때 그녀는 두바이에 본부를 둔 컨설턴트 회사 매터 비즈니스 솔루션에 미심쩍은 5800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승인했다. 그녀는 이 회사에 재정적으로 이득을 볼 것이 한 푼도 없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자신의 부하가 운영하며 주인은 친구였다. 소난골에서 해고된 날 런던에 50장이 넘는 인보이스 송장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어떤 근거로 이렇게 큰 돈이 오갔는지 증빙하지 못했다. 47만 2196 유로, 92만 8517 달러가 각각 적힌 법률 서비스 송장의 근거도 모자랐다. 한날에 67만 6339.97 달러로 적힌 두 송장에 이사벨이 서명해 지출을 승인한 것도 이상했다. 매터 비즈니스 솔루션 변호사들은 앙골라 석유산업을 구조조정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며 다른 컨설턴트 업체들이 이전에 고용돼 일했을 때도 똑같이 지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사벨의 변호인들은 그녀가 돈을 지급하는 과정에 간여하지 않았으며 이사회가 계약에 따라 진행했을 뿐이라고 했다.ICIJ와 파노라마는 그녀의 축재 과정에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재산 대부분은 포르투갈 에너지 기업 갈프의 주식 지분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 회사는 2006년 소난골로부터 사들인 것이었다. 액면가의 15%만 지불하고 소난골의 저리 대출을 받아 6300만 유로를 지급해 11년째 상환하지 않았는데 갈프 지분의 가치는 이제 7억 5000만 유로가 됐다. 그녀의 회사는 2017년에도 소난골 대출금을 갚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설사 그랬더라도 거절됐어야 마땅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900만 유로의 이자 빚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고되기 엿새 전 갑자기 회사 부채에 이자 빚을 기재해 소난골의 새 경영진 몫으로 떠넘겼다. 다이아몬드를 놓고도 비슷했다. 남편 도콜로는 2012년 앙골라 국영 다이아몬드 소디암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50-50으로 스위스 명품 보석 브랜드 드 그리소고노의 지분을 인수했다. 그런데 그의 뒷돈을 댄 것은 국영회사였다. 소디암은 79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도콜로가 들인 돈은 400만 달러에 그쳤다. 한술 더 떠 소디암은 계약 중개한 성공 보수로 500만 유로를 지급했다. 결국 도콜로는 자신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축재한 꼴이었다. 소디암은 이사벨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민간은행에서 모든 현금을 빌렸는데 9%의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했다. 이 대출은 대통령 칙령에 의해 보증받아 그녀의 은행은 결코 손해를 볼 수가 없었다. 소디암의 새 최고경영자(CEO) 브라보 다 로사는 파노라마와의 인터뷰를 통해 앙골라 국민들은 그 계약에서 단 1달러도 챙기지 못했다며 “결국 대출금을 다 갚고 정리해 보니 2억 달러 이상을 날린 셈이었다”고 개탄했다. 이 전직 대통령은 사위에게 앙골라의 다이아몬드 원석 채굴권까지 건넸음은 물론이다.  앙골라 정부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원석을 넘겨 역시나 10억 달러 정도의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사벨은 이에 대해 드 그리소고노의 주주가 아니란 이유로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 도 재정 고문을 통해 주식 지분을 자기 것처럼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콜로는 나중에 돈을 몇푼 집어넣었다. 변호인은 그가 1억 15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드 그리소고노 인수는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했다. 또 원석의 시장가격 이상을 쳐줬다고 덧붙였다.  또 이사벨은 2017년 9월 수도 루안다의 해변이 보이는 알짜배기 국유지 1㎢를 아버지가 대통령으로서 허가를 내줘 헐값에 사들였다. 땅값만 9600만 달러였는데 나머지를 개발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5%만 주고 매입했다. 땅 주인들은 수도에서 30㎞ 떨어진 외딴 복합단지에 강제로 수용됐다.  또 이와 별도로 해변 가까이에 살던 500가구가 역시 하수관이 밖으로 드러날 정도로 열악한 곳으로 쫓겨났다. 이사벨은 역시나 어떤 잘못도 없으며 그녀의 회사 푸투고 개발도 개발 일정이 연기돼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통신 산업도 앙골라의 등골을 빼먹기 좋은 사업 분야였다. 이 나라 최대의 휴대전화 업체인 유니텔의 주식 25%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1999년 사업권을 준 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고위 관료들과 함께 주식을 사들일 수 있었다. 유니텔이 벌써 그녀에게 지급한 배당금만 10억 달러에 이른다.  유니텔은 그녀가 창업한 유니텔 인터내셔널 홀딩스에 3억 5000만 유로를 대출해줬다. 특이한 것은빌려준 사람도, 빌려가는 사람도 모두 이사벨이 서명한 점이다. 명백한 이해 충돌이다. 물론 이사벨은 “양쪽 모두 이사회 승인을 받고 진행한 것이며 유니텔에게도 득이 되는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사벨 부부의 축재와 해외 자산 유출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 매킨지,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 거들고 합리화해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부부의 비즈니스 제국은 홍콩부터 미국까지 400개 이상의 회사와 자회사로 구성돼 있으며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5500만 달러짜리 저택과 3500만 달러까지 요트까지 망라돼 있다. 앙골라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 산유국이며 다이아몬드나 철광석 등 돈이 되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지만 이작도 인구의 30%는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극빈층이다.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독립한 뒤 27년이나 내전을 치른 앙골라에 글로벌 회계 표준을 세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고 부패 엘리트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일조한 것이다. 재정범죄 및 안전연구 센터의 톰 키팅게 국장은 “PWC가 부패를 돕는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도 계속해서 이 정도면 용납될 수 있어, 이 정도면 용납될 수 있어 하는 식으로 정당성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PWC는 뒤늦게 이사벨과 거래를 끊었으며 “매우 심각하고 우려되는 혐의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영화 ‘두 교황’에서 본 보수의 품격과 진보의 향기/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열린세상] 영화 ‘두 교황’에서 본 보수의 품격과 진보의 향기/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영화 ‘두 교황’을 봤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떠오른 건 우리네 정치 상황이었다. 영화 ‘두 교황’은 타협과 양보보다는 서로에 대한 극단적인 투쟁으로 상호 불신이 팽배한 우리나라 정치가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정치 성향이 서로 달라도 좋다. 현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예비 정치인이라도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우리네 정치판과 같이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면에서 너무나 다르다. 정치적으로 베네딕토 교황은 보수파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추기경 때 이름은 요제프 라칭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돼 무신론, 세속주의, 상대주의, 낙태, 피임, 여성 사제직, 사제 독신제 폐지 등 진보적 주장과 싸움을 벌였다. 남아메리카의 해방신학 열풍을 잠재우고, 교황 무오류성에 대한 의혹과 맞서 싸운 대표적 보수 신학자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기경 때 이름은 호르헤 베르고글리오다. 마찬가지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주교와 추기경에 임명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혼, 낙태, 피임, 여성 사제직, 사제 독신제 폐지 등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취한다. 그렇다고 이런 논쟁적이고 진보적인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무조건 옹호하는 입장 또한 아니다. 교황의 별장에서 나눈 둘만의 대화에서 그는 초대 교황인 베드로가 결혼도 했었고 적어도 12세기까지는 사제에게 독신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며 교회의 전통도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했고, 앞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과 교리가 기준과 원칙으로 존재하더라도 사람의 눈으로, 사람을 위해 해석해야 하고, 세상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두 교황이 처음부터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가톨릭 교회의 개혁 작업에 참여한 대표적인 개혁적 신학자였다. 그러다 프랑스 ‘68운동’에 영향을 받아 일어난 독일 대학생들의 반종교적 시위로 충격을 받고 보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예수회 관구장일 때 도서관에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책을 모두 없앴고, 동성애자들의 결혼식을 악마의 계획이라고 부르는 등 보수적 입장이었으나 아르헨티나의 민중들과 함께하며 점차 진보적으로 바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변화’라 말하고, 베네딕토 교황은 ‘타협’이라 말하며 충돌하기도 한다. 교리적인 것뿐만 아니다. 독일 출신의 피아노를 연주하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탱고를 춤추며 아바(ABBA)의 ‘댄싱 퀸’을 흥얼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화적인 면에서도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그 둘은 서로에 대한 진솔한 대화와 고해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각자의 신념과 철학을 바꾸지 않는 한도에서 서로가 서로의 교황으로 온전히 상대방을 존중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어느 권력보다 강하고 무오류하며 종신직인 교황의 자리를 내려놓으며 요제프 라칭거로 돌아가고, 진심으로 추기경직조차 은퇴하고 싶었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는 교황이라는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된다. 다시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가 나뉘고, 세대와 지역이 갈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되고, 남성과 여성이 반목하고 대립하는 어찌 보면 도저히 공존이 불가능한 세상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어려움은 결국 정치가 바로 서야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같은 품격 있는 정치인이 많이 배출되고, 진보 진영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사람의 향기가 가득한 정치인이 많이 배출되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황은 추기경들이 선출하지만 좋은 정치인은 깨어 있는 시민만이 선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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