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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운동가 故이춘자씨 영결식 거행

    지난 17일 뇌출혈로 별세한 노동운동가 이춘자(51·여) 서울노동광장 대표의 영결식이 20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역 북부광장에서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민주사회장으로 열렸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이춘자 동지는 2001년 민주철도 건설 투쟁 이전부터 묵묵히 헌신해 왔다.”면서 “서슬퍼런 전두환 독재 치하에서 엘리트 대학생의 기득권을 버리고 노동현장에 투신한 모습 그대로 노동자의 벗으로 함께해 줬다.”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동지가 못다 이룬 뜻은 남은 이들이 기필코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오후 귀가길에 뇌출혈로 쓰러져 17일 오후 8시 25분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에서 타계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국문학과 81학번으로, 대학 시절이던 1984년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해 한평생을 노동자들의 교육과 연대 활동에 바쳤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코리안 드림요? 오늘도 잘곳 없어 막막합니다”

    “코리안 드림요? 오늘도 잘곳 없어 막막합니다”

    지난 2009년 어업취업비자로 제주도의 양식장에 취업한 네팔인 다이아 딤(29). 3년간 열심히 일해 목돈을 모아 귀국, 개인 사업을 차리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1년 6개월 동안 일한 양식장과의 계약이 끝나 최근 기숙사를 나왔다. 재취업까지 머물 곳이 마땅찮았다. 따로 방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겨울 추위를 몸으로 맞다 수소문 끝에 전남 여수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찾았다. 가까스로 한뎃잠을 면할 수 있었다. 딤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으면 집도 동시에 잃는 경우가 많아 직장을 구하는 동안 갈 곳이 없다.”면서 “다른 친구들의 공장 기숙사에 숨어들어 잠만 자고 나오거나 모아둔 돈을 쪼개 값싼 모텔방을 전전한다.”고 말했다. 박용환 쉼터 소장은 “최근 쉼터에 부산, 목포 등에서 생활하다 잠잘 곳을 찾아 여수까지 온 네팔, 말레이시아, 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노숙자 신세로 떠도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지인의 집에 머물거나 간혹 노숙인 시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교회, 시민단체 등에서 쉼터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국 20~30곳에 불과하다. 노숙인상담보호센터인 영등포햇살보금자리 관계자는 “중국동포와 외국인들이 가끔 와서 잠시 머물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에 등장한 ‘다문화 홈리스’다. 중국동포 박동춘(49·가명)씨는 전국을 떠돌며 공장일을 하다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8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다 교회 쉼터와 친구집 등에 신세를 졌지만 마음이 무겁다. 노숙인 쉼터의 문도 두드렸지만 ‘외국인이라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에 자리 잡은 박씨는 “여기에서도 나가야 한다면 난 그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성 목사는 “이따금 경찰이나 공무원 등이 갈 곳 없는 중국동포를 데려오기도 하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에서 이곳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홈리스로 전락하는 것은 저임금과 고용불안,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이재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처장은 “이직을 3회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체류자격을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양산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를 당하면 보험혜택도 받지 못해 고용주로부터 외면받는 실정이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는 노사가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지자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에 재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노숙인 쉼터 등 노숙인 지원시설도 외국인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다. 때문에 산업재해를 당해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거나 돈이 없어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교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쉼터뿐이다. 김해성 목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노동력’을 수입했을 뿐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갈 곳 없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윤샘이나·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日 소 생간서 O157균 검출…장출혈성 식중독 비상

    일본의 소 생간에서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장출혈성 대장균인 O157이 발견돼 일본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독성이 강해 사망할 위험도 있어 후생노동성은 음식점 등에서 생간 제공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도쿄와 오사카 등 16개 자치단체의 식육위생검사소 등에 의뢰해 8월부터 9월까지 식육 처리된 소 약 150마리의 생간을 조사한 결과 2마리의 간에서 O157을 발견했다. O157이 간의 내부에서 확인됐기 때문에 요리할 때 간의 표면뿐 아니라 내부를 섭씨 75도 이상으로 1분 이상 가열하지 않을 경우 식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4) 토막시신 전철역 화장실 유기 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4) 토막시신 전철역 화장실 유기 사건

    “아저씨! 아저씨!” 2007년 1월 24일 오후 3시 30분 수도권의 한 전철역 플랫폼. 역무원이 큰 소리로 불러도 사내는 못 들은 척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아유~, 몇 번을 불러도 참….” 답답해 달려온 역무원이 검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던 30대 남자를 멈춰 세웠다. “이봐요, 가방에서 피 떨어지잖아요.” 남자는 무표정하게 힐끗 가방을 내려다보더니 다시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싸구려 가방에선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졌다. “거기 대체 뭐가 들었어요?” “이거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돼지고기 40㎏요.” 퉁명스러운 듯 어눌한 말씨. 중국동포든 한족이든 중국인이 분명해 보였다. 역무원이 가방을 열어 보라고하자 남자는 순순히 따랐다. 몇 겹의 비닐을 젖히자 하얀 돼지의 살갗이 나왔다. “죄송하지만 쇠고기건 돼지고기건 핏물 떨어지는 가방을 갖고 전철을 탈 수는 없어요.” 남자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발길을 뒤로 돌렸다. 그로부터 한 시간가량 지났을 때 순찰하던 역무원이 1층 남자화장실 장애인용 변기 옆에서 그 가방을 발견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가방을 열어 본 역무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돼지고기가 아니라 벌거벗은 여자의 시신이었다. ●몸통뿐인 여성의 신원을 찾아라 경찰이 출동하고, 토막 시신 발견 사실이 삽시간에 전철역 구내에 퍼지면서 화장실 주변은 행인과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범인은 장애인용 변기 쪽에 가방을 버리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다고 계산한 듯했다. 왼쪽 바퀴가 떨어져 나가고 아래에 구멍이 났지만 가방은 새것이었다. 상표와 손잡이 부분 비닐이 그대로였다. 범행 후 시신을 옮기기 위해 급히 구입한 듯했다. 시신은 모두 세 토막이었다. 머리와 사지가 잘린 몸통, 그리고 손이 없는 양쪽 팔이었다. 옷가지, 이불, 쓰레기 봉투 등으로 싸여 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숨진 여인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해됐는지 등을 알아야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지만 얼굴과 손이 없으니 몽타주도 지문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몸에 남은 힌트는 여인의 혈액형이 A형이고, 몸통에 특이하게 생긴 사마귀가 5개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었다. 몸이 돌처럼 굳는 사후 강직도, 시신의 반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시체 유기를 위해 시신을 해체하는 데 걸렸을 시간 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몸이 곧바로 굳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서서히 굳기 시작해 12시간이 지났을 때 강직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 이후 강직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몸이 완전히 이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온 등 계절적 요인에 영향받는다. 여름에는 24~36시간, 봄·가을에는 48~60시간, 겨울에는 3~7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근육의 수축·이완에 에너지원 노릇을 하는 아데노신트리포스페이트(ATP) 성분이 줄어드는데 이 때문에 몸이 굳는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굳었던 근육이 다시 풀어지는 것은 부패의 과정으로 해석된다. 시신의 얼룩인 시반(屍斑)은 혈액 성분 중 비교적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적혈구가 가라앉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심장이 뛸 때 적혈구는 백혈구 등과 함께 섞여 있지만, 심장박동이 멈추면 피는 비중에 따라 서로 다른 층을 이루게 된다. ●토막 살인의 장소는 바로 근처 옥탑방 “시반이 나타나지 않은 건 출혈량이 워낙 많은 데다 시신 훼손이나 유기 과정에서 몸이 자꾸 움직여져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사후 강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여성이 살해된 지 얼마 안 됐음을 알려 주는 것이고요.” 수사진의 이런 초기 예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강직이나 시반이 생기기도 전에 시신을 처리했다면 범행 장소는 전철역 인근일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수십㎏에 이르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전철역으로 향한 점, 또 이 지역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이용한 점으로 봤을 때 살인범은 자기 차가 없는 이쪽 지역 거주자가 틀림없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공개수사를 결정하고 CCTV 화면에 담긴 가방을 버린 중국인 남자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혈흔에 반응하는 루미놀 시약을 들고 1700여 가구에 이르는 인근 외국인 밀집 지역을 빠짐없이 뒤지는 것. 과학의 힘보다는 은근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다들 숨어들기 바빴다. 불법체류자가 아닌 사람들도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려 하지 않았다. 한국 공무원들은 아예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제보도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도 수사에 활용할 수 없었다. 외국인 지문을 확인하는 제도는 있지만, 대상이 범법자 등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사건 발생 6일째. 드디어 현장에 나간 형사로부터 “옥탑 지붕에서 잘린 두 다리가 발견됐다.”는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안쪽 화장실에서 상당한 양의 혈흔 반응도 나타났다. 부러진 칼날 조각과 피 묻은 옷, 정체를 알 수 없는 뼛조각들도 발견됐다. 옥탑방 거주자는 한국인 여성 A(당시 34세)씨와 그녀의 동거남 손모(당시 35세·한족)씨였다. 여성의 가족들은 몸에 난 5개의 사마귀로 시신의 주인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손씨는 여성의 카드 등으로 현금 569만원을 인출해 도주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서울과 부산, 진주, 동두천 등지를 돌며 도망치던 손씨를 붙잡았다. 경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집 주변을 맴돌다 꼬리를 잡혔다. 그는 시신유기 당일 아침 중국술 3병을 마신 뒤 동거녀와 남자관계에 대해 다투다 결국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2008년 2월 손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완벽한 범행 은닉을 위해 시신을 조각낸 엽기 행위가 스스로 형량을 늘리는 족쇄가 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살해당한 대한민국 해양주권

    살해당한 대한민국 해양주권

    서해상 영해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양경찰관이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2008년 9월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상의 피살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따라서 당시 사고 후 강화된 해경의 대응 매뉴얼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중국 어선의 불법행위에 대한 외교적 차원의 해결 노력은 외면한 채 해경 측에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오전 7시쯤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85㎞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인천해경 소속 이청호(41) 경장이 흉기에 옆구리를 찔려 숨졌다. 함께 단속에 나선 이낙훈(33) 순경은 배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로써 지난 5년간 중국 어선 나포 과정에서 숨진 경찰관은 2명, 부상자는 28명에 이른다. 이 경장 등 해경 10명은 고속단정을 타고 중국 어선에 접근, 중국인 선원 8명의 저항을 뚫고 어선에 올랐으나, 조타실 문을 잠근 채 끝까지 버티던 선장 칭다위(42)가 갑자기 휘두른 흉기에 변을 당했다. 이 경장과 이 순경은 방검조끼를 입은 상태였지만, 조끼로 가려지지 않은 부위인 옆구리와 배를 각각 찔렸다. 이 경장 등은 헬기로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 경장은 출혈이 심해 오전 10시 10분쯤 사망했다. 나포된 중국 어선과 선장을 포함한 선원 등 9명은 인천해경으로 압송됐다. 해경은 현장에서 낫과 손도끼 등을 압수했다. 아울러 선장 칭다위에 대해 살인, 상해, 배타적경제수역(EEZ)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사고를 계기로 불법조업을 하며 저항하는 중국인 선원에 대한 총기사용 매뉴얼을 보완·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경은 지난 3월 중국 어선의 나포 및 압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위기 매뉴얼’을 수립했다. 해경은 이와 관련, “현재까지는 고무탄 발사기·전자충격총 등 비살상무기를 1차적으로 사용하고, 경찰관이 신변에 위협을 느낄 경우 총기를 사용한다는 방침이었다.”면서 “앞으로는 중국 선원들이 흉기를 소지한 채 저항할 경우 접근 단계에서부터 총기를 사용,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대책회의를 열어 해경 단속 인력·장비 보강, 효율적인 단속방안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해경은 고(故) 이청호 경장에 대한 1계급 특진을 상신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30대 중국인 남성, 사랑했던 여인을 가방에 담아…

    30대 중국인 남성, 사랑했던 여인을 가방에 담아…

    “아저씨! 아저씨!” 2007년 1월 24일 오후 3시 30분 수도권의 한 전철역 플랫폼. 역무원이 큰 소리로 불러도 사내는 못들은 척 가던 길을 계속간다. “아유~, 몇번을 불러도 참….” 답답해 달려온 역무원이 검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가던 30대 남자를 멈춰 세웠다. “이봐요, 가방에서 피 떨어지잖아요.” 남자는 무표정으로 힐끗 가방을 내려다 보더니 다시 아무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싸구려 가방에선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졌다. “거기 대체 뭐가 들었어요.” “이거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돼지고기 40㎏이요.” 퉁명스러운듯 어눌한 말씨. 조선족이든 한족이든 분명히 중국인이었다. 역무원이 가방을 열어보라고 하자, 남자는 순순히 따랐다. 몇겹의 비닐을 제치자 하얀 돼지의 살갗이 나왔다. “죄송하지만, 쇠고기건 돼지고기건 핏물 떨어지는 가방을 갖고 전철을 탈 수는 없어요.” 남자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말없이 발길을 뒤로 돌렸다. 그로부터 1시간가량이 지났을 때, 순찰하던 역무원이 1층 남자화장실 장애인용 변기 옆에서 그 가방을 발견했다. 화장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가방을 열어본 역무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돼지고기가 아니라 벌거벗은 여자의 시신이었다.   몸통뿐인 여성의 신원을 찾아라 경찰이 출동하고, 토막시신 발견 사실이 삽시간에 전철역 구내에 퍼지면서 화장실 주변은 행인과 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범인은 장애인용 변기 쪽에 가방을 버리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다고 계산한듯 했다. 왼쪽 바퀴가 떨어져 나가고 아래에 구멍이 났지만 가방은 새 것이었다. 상표와 손잡이 부분 비닐이 그대로였다. 범행 후 시신을 옮기기 위해 급히 구입한듯 했다. 시신은 모두 세 토막이었다. 머리와 사지가 잘린 몸통, 그리고 손이 없는 양쪽 팔이었다. 옷가지, 이불, 쓰레기 봉투 등으로 싸여 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숨진 여인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해됐는지 등을 알아야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지만 얼굴과 손이 없으니 몽타주도 지문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몸에 남은 힌트는 여인의 혈액형이 A형이고, 몸통에 특이하게 생긴 사마귀가 5개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었다. 몸이 돌처럼 굳는 시신강직도, 시신의 반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체 유기를 위해 시신을 해체하는 데 걸렸을 시간 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몸이 곧바로 굳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서서히 굳어지지 시작해 12시간이 지났을 때 강직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 이후에 강직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몸이 완전히 이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온 등 계절적 요인에 영향받는다. 여름에는 24~36시간, 봄·가을에는 48~60시간, 겨울에는 3~7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근육의 수축·이완에 에너지원 노릇을 하는 ATP(아데노신 트리포스페이트) 성분이 줄어드는데 이 때문에 몸이 굳는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굳었던 근육이 다시 풀어지는 것은 부패의 과정으로 해석된다. 시신의 얼룩인 시반(屍斑)은 혈액성분 중 비교적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적혈구가 가라앉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심장이 뛸 때 적혈구는 백혈구 등과 함께 섞여 있지만, 심장박동이 멈추면 피는 비중에 따라 서로 다른 층을 이루게 된다.   토막살인의 장소는 사체 발견장소 근처 옥탑방 “시반이 나타나지 않은 건 출혈량이 워낙 많은데다 시신 훼손이나 유기 과정에서 몸이 자꾸 움직여져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사후강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여성이 살해된 지 얼마 안됐음을 알려주는 것이고요.” 수사진의 이런 초기 예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경찰은 강직이나 시반이 생기기도 전에 시신을 처리했다면 범행장소는 전철역 인근일 것으로 추정했다. “수십㎏에 이르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전철역으로 향한 점, 또 이 지역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이용한 점으로 봤을 때 살인범은 자기 차가 없는 이쪽 지역 거주자임이 틀림없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공개수사를 결정하고 CCTV 화면에 담긴 가방을 버린 중국인 남자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혈흔에 반응하는 루미놀 시약을 들고 1700여 세대에 이르는 인근 외국인 밀집지역을 빠짐없이 뒤지는 것. 과학의 힘보다는 은근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많다보니 다들 숨어들기 바빴다. 불법체류자가 아닌 사람들도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려하지 않았다. 한국 공무원들은 아예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제보도 빈약할 수 밖에 없었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도 수사에 활용할 수 없었다. 외국인 지문을 확인하는 제도는 있지만, 대상이 범법자 등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사건발생 6일째. 드디어 현장에 나간 형사로부터 “옥탑 지붕에서 잘린 두 다리가 발견됐다.”는 긴급보고가 들어왔다. 안쪽 화장실에서 상당한 양의 혈흔 반응도 나타났다. 부러진 칼날 조각과 피묻은 옷, 정체를 알 수 없는 뼛조각들도 발견됐다. 옥탑방 거주자는 한국인 여성 A씨(당시 34세)와 그녀의 동거남 손씨(당시 35세·한족)였다. 여성의 가족들은 몸에 난 5개의 사마귀로 시신의 주인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손씨는 여성의 카드 등으로 현금 569만원을 인출해 도주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서울과 부산, 진주, 동두천 등지를 돌며 도망치던 손씨를 붙잡았다. 경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집 주변을 맴돌다 꼬리를 잡혔다. 그는 경찰에서 중국술 3병을 마신 뒤 동거녀와 남자관계에 대해 다투다 결국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2008년 2월, 손씨는 범행 후 1년여만에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완벽한 범행은닉을 위해 시신을 조각낸 엽기행위가 스스로 형량을 늘리는 족쇄가 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메디컬 팁]

    ●다자녀·저소득 가정 제대혈 30명 무료 보관 제대혈(탯줄 혈액) 기업인 메디포스트(대표 양윤선)는 연말을 맞아 다자녀·저소득 가정의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1인당 136만원 상당의 제대혈 무료 보관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료 보관서비스 대상은 셋째 이상의 자녀를 임신한 가정 또는 둘째 이상의 자녀를 임신한 저소득 가정이다. 회사 측은 사연을 공모, 질병 가족력이나 가정환경 등을 기준으로 모두 30명을 선정하기로 했다. 사연은 이달 말까지 이 회사의 브랜드 홈페이지(www.celltree.c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문의 080-264-9380. ●녹십자 항혈전 신약 FDA 임상진입 승진 녹십자는 자사의 항혈전제 합성신약 ‘GCC4401C’가 미국 FDA로부터 임상시험 진입을 승인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GCC4401C’는 혈전 생성의 주요 인자인 혈액응고 10인자를 억제해 혈전을 제거하는 항혈전제로,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출혈 부작용이 적어 혈전 예방과 치료요법이 모두 가능한 특성을 가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코 건강 공공예절 ‘코티켓’ 캠페인 전개 한국노바티스는 올바른 코 건강관리 요령을 널리 알리기 위해 ‘코티켓 캠페인’을 벌인다. ‘코티켓’은 코와 에티켓의 합성어로, 코 건강을 공중위생 차원으로 확장해 공공예절을 지키자는 뜻을 담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www.otrivin.co.kr)를 방문하면 누구나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소아요로생식기질환클리닉 문열어 삼성서울병원(병원장 최한용) 비뇨기과는 최근 ‘소아요로생식기질환클리닉’을 개소했다. 클리닉은 수술이 필요한 수신증·방광요관역류·잠복고환 등을 주로 다루며, 퇴원 환자들이 돌발 상황을 맞을 경우 이메일로 문의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답신하는 ‘스마트 의료시스템’과 함께 성형외과 흉터클리닉과 연결해 흉터 관리시스템도 도입했다. 또 관련 질환에 대해 정확한 의료정보와 질의응답이 가능한 클리닉 전용 홈페이지(http://peduro.samsunghospital.com)도 개설했다.(02)3410-3559. ●유산균 균주 아토피 예방·치료 특허 출원 ㈜쎌바이오텍(대표 정명준)은 유산균 균주 조성물의 아토피성 피부염 예방·치료효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쎌바이오텍은 앞서 이 조성물을 주성분으로 한 ‘ATP혼합유산균’을 출시했다. 특허 출원된 조성물에 포함된 유산균 균주는 4종으로, 락토바실루스 및 비피더스 계열의 유산균이다.
  • ‘수술 감염’ iCJD 두 번째 환자 발견

    지난해 11월 사망한 54세 여성환자 이후 국내에서 두 번째로 뇌경막 이식에 의한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환자가 발견됐다. 이 환자는 뇌경막 감염을 차단하는 기술이 개발된 1987년 5월 이후에 수술을 받았음에도 원인물질인 ‘프리온’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향후 환자 추가발생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언론 보도 후 뒤늦게 환자를 추적한 데다, 수술기록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sCJD)이라고 발표했다가 다시 외부 감염에 의한 iCJD라고 말을 바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sCJD로 진단받은 뒤 법정감염병 신고체계를 통해 보고된 48세 남성의 병력을 조사한 결과, 뇌경막 이식 후 외부 감염에 의해 발생한 iCJD 환자로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이 남성은 1988년 5월 사고로 두경부 손상을 입은 뒤 거주지인 광주광역시의 한 병원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이때 환자는 프리온 감염 위험성이 제기된 뇌경막 ‘라이요두라’를 이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라이요두라는 iCJD 환자 급증에 따라 1987년 5월부터 프리온을 제거한 제품이 생산돼 이후 수술 환자는 감염가능성이 낮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1987년 5월 이전에 생산한 제품이 뒤늦게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건당국의 발표는 신뢰를 잃게 됐다. 이번 환자의 사례에서도 수술에 사용된 뇌경막 제품이 언제 생산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보건 당국은 설명했다. 이 환자는 지난 5월 어지럼증과 기억상실 등의 증상을 보이다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이 됐다. 당시 병원 측은 이 환자를 sCJD로 분류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추가 조사도 없이 이를 sCJD로 발표했다가 가족들이 최근 환자 사례를 외부에 알리면서 뒤늦게 당국이 조사를 벌였다. 질병관리본부가 “뇌출혈 환자는 뇌경막을 이식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일부 신경외과 전문의의 말만 듣고 “sCJD로 확인됐다.”며 엉뚱한 결과를 발표했던 것. 이후 라이요두라를 사용한 수술기록이 나오자 다시 이날 iCJD 환자라고 정정 발표를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법정전염병 감시체계가 구축된 2001년 이후 신고된 CJD 의심환자 210명의 의료기록을 모두 추적하기로 했으며,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신경과학회 등에 CJD 의심 환자의 수술기록 등 병력을 상세히 기록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금융상품 백화점]

    ●비씨카드 모바일 ‘업턴카드’ KT이동통신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특화 상품이다. 업턴카드로 KT이동통신요금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전월 사용실적에 따라 플라스틱카드는 월 최대 1만 1000원, 모바일카드는 월 최대 1만 400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모바일카드로 모든 온라인 가맹점과 모바일 쇼핑몰 이용 시 금액의 5%를 할인해준다. ▲전국의 모든 대형할인점, 백화점 업종 2~3개월 무이자 할부 ▲GS칼텍스 주유 시 ℓ당 60원 할인 ▲아웃백, VIPS, TGIF, 베니건스 10% 할인 등의 부가서비스도 있다. ●한화 손해보험 ‘두 번 받는 암보험’ 첫 번째 발생한 암은 물론 두 번째 발생한 암까지 각각 최고 5000만원씩 총 1억원의 암 진단비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1차 암 진단 확정 시 2차 암 진단비의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주며, 보험료 추가부담 없이 최고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고액치료비암 진단비, 방사선 약물치료비, 암 입원비, 암 수술비를 최고 100세까지, 암 사망은 80세까지 보장한다. 암과 함께 뇌출혈 진단비와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도 최고 100세까지 보장한다. 상품 가입연령은 만 15세부터 65세까지다. ●현대캐피탈 ‘다이렉트 중고차론’ 기존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보다 저렴한 월 납입금으로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는 ‘원금 일부 만기상환’ 방식 상품을 출시했다. 1년 동안 대출금의 70%를 유예해 월 납입금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 대출 시 12개월 원리금 균등상환을 이용할 경우 월 납입금은 81만원이다. 그러나 원금 일부 만기상환 방식을 이용할 경우 월 납입금은 31만원으로 약 50만원 저렴하다. 만기연장 시에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된다.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억울한 소녀의 죽음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억울한 소녀의 죽음

    2009년 가을 어느 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앞 보도에 10대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최초 발견자는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비명 소리가 나더니 바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급히 밖으로 나왔는데 여자아이가 이렇게 쓰러져 있었어요.” 언뜻 중학생이나 됐음 직한 앳된 얼굴의 소녀. 옆에는 꺾인 나뭇가지들이 잘게 흩어져 있었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나무 가장자리에 부딪힌 듯했다. 경찰은 아파트 건물 주변을 수색했지만 특이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신원을 알려줄 만한 소지품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차가운 부검대에 올라야 했다. 사망 원인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 추락사는 자살이나 사고사일 때가 많지만, 타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한 병원 통계에 따르면 추락으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 중 20%는 범죄와 관련돼 있다. 혹시 모를 타살의 흔적을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시신은 떨어질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추락 과정에서 소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튼 듯했다. 상처 부위가 모두 오른쪽에 집중됐다. 오른쪽 팔과 옆구리, 허벅지 등에 멍든 자국이 또렷했다. 온몸 곳곳에서 골절도 나타났다. 치명적인 상처는 머리뼈 바닥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법의학적 용어로는 두개저 골절이라 부르는데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심하게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갈비뼈와 양쪽 어깨뼈, 오른쪽 엉덩뼈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뇌와 기도, 폐 등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소녀의 몸에 난 두 줄의 상처 소녀는 어디에서 떨어진 걸까. 사고가 난 주상복합 아파트는 상가 위에 다시 아파트가 세워져 각각 옥상이 있는 구조였다. 상가는 2층 건물로, 옥상에는 높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상가 위 비교적 낮은 옥상은 10여m 높이지만, 아파트 옥상은 수십 미터에 달했다. 건물 중간 높이에서 창을 열고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부검팀은 시신의 손상 정도에 따라 추락의 높이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 1998년 싱가포르의 과학자 라우 등이 고안한 방법으로, 추락해 숨진 시신의 손상 정도를 지수화(ISS·injury severity scale)해 비교하면 떨어진 높이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지수화 과정에서 변사자의 나이와 뇌, 심장, 골반, 척추, 비장, 흉부 대동맥 등 각 기관에 남은 손상 정도를 꼼꼼히 기록한다. 부검의가 추산한 높이는 10~20m. 계산대로라면 소녀는 아파트 옥상이 아닌 상가 옥상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 3층에서 경찰은 주방용 비닐장갑과 빗자루 등을 발견했다. 소녀의 몸속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던 부검의는 허리와 엉덩이에 남은 멍 자국에 주목했다. 중선출혈(重線出血)이었다. 우리 몸은 회초리, 지팡이, 혁대, 알루미늄 파이프같이 폭이 좁고 가벼운 물체로 맞으면 해당 부위의 가장자리에 두 줄의 출혈 자국이 생긴다. 영어로는 두 줄 출혈(Double line hemorrhage)이라고 부른다. 물론 추락 도중 엉덩이나 허리 부분이 나무에 걸렸다면 멍 자국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무에 걸려 생긴 상처로 보기엔 멍이 발생한 부위가 광범위했다. 몸 안쪽의 흔적은 더욱 선명했다. 둔탁한 힘으로 피부는 파열되지 않았지만, 모세혈관과 정맥 등은 파열돼 출혈이 나타났다. 추가 조사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도 드러났다. 소녀가 죽기 직전 누군가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이다. 일단 타살로 수사의 초점이 모아졌다. 여기서 잠깐. 추락사한 시신이 스스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밀려 떨어졌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실험은 1970년대 초 미국 볼티모어에서 최초로 실시됐다. 남편이 1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부인 아이리스 시거를 61m 높이에서 밀어 버린 이른바 ‘아이리스 시거’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당시 부인의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건물 외벽에서 5m 정도 떨어진 바닥이었다. 법의학자들은 아내의 몸무게와 똑같은 인형을 제작해 반복 실험을 했다. 실험은 발을 헛디뎠을 때와 스스로 몸을 던졌을 때, 뒤에서 밀었을 때의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인형은 발을 헛디뎠을 때는 3.2m, 뛰어내렸을 때는 4.3m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남편으로부터 “술에 취해 난간 밖으로 밀었다.”는 자백을 받아 냈다. ●10대라기엔 너무 대담했던 소녀들 수사가 진행되면서 죽은 소녀의 신원이 밝혀졌다. 가출 신고가 된 14세 A양이었다. 이상한 것은 A양이 숨지기 이틀 전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다는 점이었다. A양은 경찰에서 “동네에서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아이를 치고 그냥 달아났다.”면서 “오토바이를 몬 친구 등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어린아이가 다친 걸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곧바로 사라진 B(15)양과 C(13)양을 수소문했다. 탐문 과정에서 경찰은 이 소녀들이 친구들에게 “배신자(A양)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팬 후 옥상에서 밀어 버렸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A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도 그들이었다. B양과 C양은 특수절도죄로 몇달 전 한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 입교하고 알게 된 사이였다. 이들은 A양을 건물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죽은 소녀가 자신들을 배신한 데 대해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추락한 소녀, 몸을 통해 타살을 증명하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추락한 소녀, 몸을 통해 타살을 증명하다

     2009년 가을 어느 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앞 보도에 10대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최초 발견자는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비명 소리가 나더니 바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급히 밖으로 나왔는데 여자아이가 이렇게 쓰러져 있었어요.”  언뜻 중학생이나 됐음 직한 앳된 얼굴의 소녀. 옆에는 꺾인 나뭇가지들이 잘게 흩어져 있었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나무 가장자리에 부딪힌 듯했다. 경찰은 아파트 건물 주변을 수색했지만 특이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신원을 알려줄 만한 소지품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차가운 부검대에 올라야 했다.  ●소녀의 몸에 난 두 줄의 상처  사망 원인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 추락사는 자살이나 사고사일 때가 많지만, 타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한 병원 통계에 따르면 추락으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 중 20%는 범죄와 관련돼 있다. 혹시 모를 타살의 흔적을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시신은 떨어질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추락 과정에서 소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튼 듯했다. 상처 부위가 모두 오른쪽에 집중됐다. 오른쪽 팔과 옆구리, 허벅지 등에 멍든 자국이 또렷했다. 온몸 곳곳에서 골절도 나타났다. 치명적인 상처는 머리뼈 바닥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법의학적 용어로는 두개저 골절이라 부르는데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심하게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갈비뼈와 양쪽 어깨뼈, 오른쪽 엉덩뼈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뇌와 기도, 폐 등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소녀는 어디에서 떨어진 걸까. 사고가 난 주상복합 아파트는 상가 위에 다시 아파트가 세워져 각각 옥상이 있는 구조였다. 상가는 2층 건물로, 옥상에는 높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상가 위 비교적 낮은 옥상은 10여m 높이지만, 아파트 옥상은 수십 미터에 달했다. 건물 중간 높이에서 창을 열고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부검팀은 시신의 손상 정도에 따라 추락의 높이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 1998년 싱가포르의 과학자 라우 등이 고안한 방법으로, 추락해 숨진 시신의 손상 정도를 지수화(ISS·injury severity scale)해 비교하면 떨어진 높이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지수화 과정에서 변사자의 나이와 뇌, 심장, 골반, 척추, 비장, 흉부 대동맥 등 각 기관에 남은 손상 정도를 꼼꼼히 기록한다. 부검의가 추산한 높이는 10~20m. 계산대로라면 소녀는 아파트 옥상이 아닌 상가 옥상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 3층에서 경찰은 주방용 비닐장갑과 빗자루 등을 발견했다.  소녀의 몸속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던 부검의는 허리와 엉덩이에 남은 멍 자국에 주목했다. 중선출혈(重線出血)이었다. 우리 몸은 회초리, 지팡이, 혁대, 알루미늄 파이프같이 폭이 좁고 가벼운 물체로 맞으면 해당 부위의 가장자리에 두 줄의 출혈 자국이 생긴다. 영어로는 두 줄 출혈(Double line hemorrhage)이라고 부른다. 물론 추락 도중 엉덩이나 허리 부분이 나무에 걸렸다면 멍 자국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무에 걸려 생긴 상처로 보기엔 멍이 발생한 부위가 광범위했다. 몸 안쪽의 흔적은 더욱 선명했다. 둔탁한 힘으로 피부는 파열되지 않았지만, 모세혈관과 정맥 등은 파열돼 출혈이 나타났다. 추가 조사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도 드러났다. 소녀가 죽기 직전 누군가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이다. 일단 타살로 수사의 초점이 모아졌다.  ●10대라기엔 너무 대담했던 소녀들  여기서 잠깐. 추락사한 시신이 스스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밀려 떨어졌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실험은 1970년대 초 미국 볼티모어에서 최초로 실시됐다. 남편이 1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부인 아이리스 시거를 61m 높이에서 밀어 버린 이른바 ‘아이리스 시거’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당시 부인의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건물 외벽에서 5m 정도 떨어진 바닥이었다. 법의학자들은 아내의 몸무게와 똑같은 인형을 제작해 반복 실험을 했다. 실험은 발을 헛디뎠을 때와 스스로 몸을 던졌을 때, 뒤에서 밀었을 때의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인형은 발을 헛디뎠을 때는 3.2m, 뛰어내렸을 때는 4.3m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남편으로부터 “술에 취해 난간 밖으로 밀었다.”는 자백을 받아 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죽은 소녀의 신원이 밝혀졌다. 가출 신고가 된 14세 A양이었다. 이상한 것은 A양이 숨지기 이틀 전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다는 점이었다. A양은 경찰에서 “동네에서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아이를 치고 그냥 달아났다.”면서 “오토바이를 몬 친구 등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어린아이가 다친 걸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곧바로 사라진 B(15)양과 C(13)양을 수소문했다. 탐문 과정에서 경찰은 이 소녀들이 친구들에게 “배신자(A양)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팬 후 옥상에서 밀어 버렸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A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도 그들이었다.  B양과 C양은 특수절도죄로 몇달 전 한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 입교하고 알게 된 사이였다. 이들은 A양을 건물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죽은 소녀가 자신들을 배신한 데 대해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日, 이달 전투기 세대교체… 中·러 전력 대응

    日, 이달 전투기 세대교체… 中·러 전력 대응

    일본이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둘러싸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가 노후화된 공군력을 대체할 첨단 전투기 기종 결정을 앞두고, 5세대 스텔스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수준의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려면 재정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 남쪽으로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를 놓고 중국과, 북쪽으로는 쿠릴 열도를 놓고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5세대 스텔스전투기 ‘젠(殲)20’(J20)을 시험 비행했고 러시아도 수호이 T50을 개발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이달 안으로 베트남 전쟁 때 투입된, 항공자위대의 F4를 대체할 전투기 기종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차세대 전투기 40~60대를 도입할 예정인 이 사업은 전투기 도입 비용만 40억 달러(약 4조 5100억원) 수준으로 일본 무기구입 사상 최대 규모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 기종은 미 록히드마틴의 F35 라이트닝II와 보잉의 F/A-18E 슈퍼호넷,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등이다. 일본은 원래 F22의 도입을 원했지만 미국의 수출금지로 좌절돼 대안으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강력히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째 지지부진한 개발로 비용이 큰 폭으로 치솟아 구매가 쉽지 않은 편이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의 최신 기종을 들여왔으며,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기술이전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을 고집해 왔다. 1995년 록히드와 함께 개발한 지원전투기 F2의 비용은 대당 1억 7100만 달러로 기본형인 F16 가격을 웃도는 등 ‘출혈’이 심했으나, 엄청난 무역흑자를 통한 경제력으로 버텼다. 하지만 일본의 국방비가 10여년간 감소하는 추세고, 특히 올해는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한 재건사업에 막대한 국고가 소모됐다. 일본 국가부채마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어섰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엔화도 초강세를 보여 국방예산 지출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일본 국방예산은 590억 달러로 2위 경제대국 중국(943억 달러)의 63% 수준을 밑돈다. 이치가와 야스오 일본 방위상은 “기종 선택의 최우선 기준은 성능이지만, 재무성과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일본 방위성은 일단 4대 도입에 1억 756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F2 가격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가격이 싸면서도 실전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F18이나 유로파이터로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유로파이터의 경우 미국의 반대가 심해 결정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굿모닝 닥터] ‘남성’이 부러졌다면…

    응급실에서 호출을 받았다. 성기 통증을 호소하는 20대 남성 환자 때문이었다. 응급실로 달려가니 환자는 누워서도 괴로운 표정이 역력했다. 함께 온 아내에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머뭇거릴 뿐 말을 못 했다. 무슨 일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치료할 수 있다고 채근하자 주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간밤에 이들 부부는 관계를 가졌다. 그런데 관계 중간에 어쩌다 보니 동작이 격렬해졌고, 이 와중에 빠져나온 성기가 골반 부위에 부딪혀 뚝 하는 소리가 나면서 견디기 힘든 통증이 오더라는 것이었다. 진찰해 보니 음경 중간 부분이 멍과 함께 심하게 부어 있었다. 쉽게 말해 성기가 부러진 골절 상태였다. 사실 성기에는 뼈가 없어 부러진다는 의미가 다른 부위와는 좀 다르다. 발기로 팽창된 상태에서 강한 힘이 가해지면 음경해면체 부위를 둘러싼 백막 부위가 찢어지면서 출혈과 함께 붓고 멍이 들게 된다. 이런 골절 상태는 대부분 성행위 또는 자위행위를 하는 도중에 발생한다. 남자에게는 재앙이다. 심하면 소변 길인 요도까지 손상되는데, 이 경우 음경 부위뿐 아니라 요도도 함께 치료해야 해 일이 커진다. 치료를 위해서는 찢어진 백막 부위를 봉합해 줘야 한다. 물론 요도 손상은 다른 문제다. 중요한 점은 이런 경우 진단 즉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술이 늦을수록 치료 결과가 나쁘기 때문이다. 잘못 다뤘다간 수술 후에도 발기가 되지 않거나 발기가 되더라도 성기가 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예기치 못하게 이런 일을 겪으면 지체하지 말고 수술이 가능한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게 상책이다. 증상이 나아지려니 하고 방치하거나 병원 가기를 꺼리다가 자칫 남성의 능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운이 없어 다치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치료를 늦추는 건 부부에게 ‘죄악’이라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부고] 브라질 축구전설 소크라테스 사망

    브라질의 ‘축구 전설’ 소크라테스 데 올리베이라(57)가 4일 사망했다고 브라질 언론이 보도했다. 브라질 언론들은 이날 소크라테스가 위장 출혈 증세로 상파울루 시내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오다 오전 4시 30분쯤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소크라테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20세기 최고의 선수 100인’에 든 브라질의 축구 영웅이다. 의과대학 시절 브라질 대표팀에 선발돼 화제를 모았고 현역 선수로 뛰는 동안 의사 면허증을 땄다. 현역에서 은퇴 후에는 의사로 재직해 왔다. 브라질 민주화 운동에도 참여했고 철학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이 때문에 그는 ‘닥터 소크라테스’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두 번의 시위로 두 눈 잃은 ‘영웅’

    “이집트에 민주화만 이뤄진다면 장님이 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올해 초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하야 요구 시위에서 한쪽 눈을 실명했던 30대 남성이 이번 반군부 시위에서는 나머지 한쪽 눈마저 잃었다고 AF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치과의사인 아흐메드 하라라(31)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지난 19일 이집트 중심부 타흐리르 광장에서 내무부 청사에 이르는 무하마드 마흐무드 거리에 있다가 경찰이 쏜 고무 총탄에 맞아 왼쪽 눈을 실명했다. 그는 앞서 1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장기 집권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이 쏜 산탄 납 총탄을 오른쪽 눈 등에 맞고 쓰러졌다. 가슴에 맞은 총알로 내출혈이 생긴 하라라는 사흘간 혼수상태에 빠졌고, 끝내 오른쪽 망막을 잃었다. 하라라는 “민주화의 상징은 내가 아니라 타흐리르 광장이고 그곳의 시위대”라며 “다른 사람과 비교해 시위에서 내가 한 일은 별로 없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는 순교자’로 가는 곳마다 찬사를 받고 있다. 한편 이집트에서는 한 경찰관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 총탄을 정조준해 쏜 다음 ‘만세, 눈을 맞혔다’라고 동료에게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어지러우면 빈혈?… NO ~ 뇌신경계 질환입니다

    어지러우면 빈혈?… NO ~ 뇌신경계 질환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지럼증을 느끼면 “빈혈인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대뜸 철분제 등 영양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어지럼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빈혈약을 먹는데도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는다.”거나 “보약까지 먹는데 어지럼증은 더 심해진다.”고 말하곤 한다. 전문의들은 “이런 섣부른 생각 때문에 병을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빈혈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빈혈 때문에 어지럼증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실제 빈혈이 어지러움을 유발하려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 수준인 12∼16㎎/㎗보다 훨씬 낮은 7㎎/㎗ 정도일 때 생긴다. 이는 급성 출혈이나 중증 질환이 있을 때 보이는 수치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느끼는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빈혈과 무관하다고 봐도 된다. 그럼에도 어지럼증을 빈혈이나 영양 부족과 연결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사회적 체험 때문이다. 굶주리거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영양실조로 인한 현기증의 기억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지럼증은 왜 생길까. 사실 어지럼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과음·스트레스·과로 또는 뇌혈관이나 전정신경계의 문제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전문의들은 “어지럼증은 중요한 인체의 이상 신호”라며 “따라서 증세를 정확히 파악,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왜 어지러울까 흔히 ‘어지럽다’ ‘현기증이 난다’ ‘핑∼ 돈다’ ‘어찔어찔하다’ 등으로 표현되는 증상은 모두 인체의 균형감각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다. 인체의 균형은 귓속의 전정기관이 담당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전정기관뿐 아니라 다양한 감각기관과 뇌신경·근육·말초신경·골격계가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실제로 인체는 눈을 통해 주변의 상황과 거리·장애물 등을, 근육·피부·관절의 신경을 통해 신체의 대응과 관련된 정보를 받아들인다. 또 귓속 측두골에 있는 전정기관은 머리의 움직임과 중력 정보를 수용한다. 이런 정보들이 뇌로 전달돼 기존의 기억정보와 함께 통합적으로 분석되고, 척수와 운동신경을 통해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을 조절해 균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여기에 관여하는 일부 기관이라도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동작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어지럽다면 원인부터 일반인들은 구분이 어렵지만 어지럼증이 생기는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또는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최근에는 어지럼증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하는 센터나 클리닉이 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영상안진검사(VNG)나 동적자세검사기(CDP) 등을 이용해 비교적 간단하게 어지럼증의 원인과 균형감각의 문제를 분석·진단할 수 있다. 또 만성적인 어지럼증 환자들을 위한 ‘균형감각재활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환자 개인별로 어지럼증의 원인인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훈련시켜 중추신경의 통합기능을 강화하는 치료법으로, 미국 등 해외에서는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세란병원 뇌신경센터&어지럼증클리닉 박지현 부장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이 어지럼증을 겪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진단은 기피하고 있다.”면서 “ 어지럼증은 뇌신경계와 관련된 질환인 만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세란병원 뇌신경센터&어지럼증클리닉 박지현 부장
  • [사설] 자영업 대란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

    지난달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1년 전에 비해 16만 9000명이 증가한 310만 3000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는 올 3월 이후 10만명 이상 늘어나 지난 9월에는 무려 19만 2000명이나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 수도 2007년 604만 9000명에서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에는 559만 2000명까지 줄었다가 올 들어 10월 말까지 573만 1000명으로 늘었다. 특히 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50대 자영업자 중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는 55.7%에 이른다. 올 들어 은퇴가 본격화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마땅한 재취업 자리를 찾지 못해 식당, 커피전문점, 편의점, PC방 등 영세 자영업 창업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커피전문점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시장 규모는 2배 커진 반면 숫자는 전국적으로 6배나 늘었다. 과당·출혈 경쟁이 빚어지면서 실패 확률도 그만큼 높아졌다.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실패는 빈곤층 양산, 가정 해체 등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녀 교육과 결혼 등 목돈이 들어가는 50대 가장들이 제1 직장 은퇴 후 집에서 놀고 있을 수도 없다.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미국(7%)이나 일본(9%) 등에 비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자영업의 비중(27%)을 낮추기 위해 구조조정을 유도했으나 법적·제도적인 뒷받침 없는 구두선에 그쳤다. 2013년부터 영세 자영업자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유일한 사회안전망이다. 일본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680만명)의 은퇴에 대비해 정부 주도로 정년 연장과 고용계약 갱신 등에 중점을 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제정했고, 영국은 ‘연금 대신 일자리’로 국가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자영업이 50대 이상 은퇴자들의 ‘무덤’이 되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줘야 한다. 또 퇴직자들이 빈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상시 제공하는 한편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으로 떠받쳐줘야 한다. 특히 준비 없는 창업이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준비 프로그램을 기업과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
  • 프로게이머 여의주 사망

    프로게이머 여의주 사망

    프로게이머 여의주(21)씨가 경기 양주시 육군 모 부대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지 이틀 만에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17일 끝내 숨졌다. 여씨는 지난 12일 오후 보급품을 지급받기 위해 동료 6명과 이동하던 중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의정부의 한 병원으로 후송됐다. 여씨는 검진 결과 뇌동맥 파열로 인한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이후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왔다. 여씨는 2002년 창단한 ‘MBC 게임 히어로’ 게임단 소속으로 PC용 1인칭 슈팅게임 ‘스페셜 포스’ 선수로 활동해 왔으나, 최근 팀이 자금난으로 해체되면서 지난달 입대했다. 빈소는 성남시 국군수도통합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이다. 양주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방통위, 방송시장 들끓는데 ‘종편 띄우기’ 혈안

    방통위, 방송시장 들끓는데 ‘종편 띄우기’ 혈안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입법 파행, 종합편성 채널의 번호 배정, 케이블TV 지상파 재송신 등의 문제로 방송·미디어 시장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공익성·공공성 보장을 위해 중재 또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채널을 옆에 끼고 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팔짱만 끼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방송통신’이 아닌 ‘종편통신’으로 위원회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채널 4사는 이미 직접 광고 영업에 뛰어들었다. 지상파들도 뒤질세라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따라 방송 자체는 물론이고 전체 미디어 광고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 대행 독점 체제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3년 가까이 시장 질서를 규율할 대체 입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이다. 그러나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미디어렙 입법을 국회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최근에는 “지상파들이 광고를 직접 판매한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2년 이상 (입법이) 방치된 상태에서 코바코 체제에 협조해 준 것만도 상당히 협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업계의 과당 출혈 경쟁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특히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케이블 TV의 지상파 실시간 재송신 관련 분쟁에서도 방통위는 뒷북을 치고 있다. 2008년부터 불협화음이 있었고 이듬해 법정 공방이 시작됐으나, 방통위는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8월에야 재전송 대가 산정 실무협의회를 꾸려 중재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지난달 말 지상파 손을 들어주는 법원의 간접강제 결정이 나온 뒤 분쟁이 격화됐다. 방통위는 재전송 중단 사태로 인한 시청자 피해가 가시화되자 10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23일까지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느닷없는 권고는 ‘면피용’일 뿐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에 운영하던 보도채널 MBN의 폐업을 전제로 종편 승인을 받은 매일방송이 새로운 경제정보 채널을 만들겠다고 신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규정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연합뉴스TV 등 보도 채널 사업자와 머니투데이방송, 서울경제TV 등 경제정보 채널 사업자는 유사 보도채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9월 30일이었던 MBN 폐업 시한도 올 연말까지 연장해준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방통위는 종편 채널 문제에 있어서만은 유독 다른 모습이다. 새달 개국 예정인 종편 채널들은 지상파 번호대와 인접한 ‘황금 채널’을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배정해 달라고 케이블TV 사업자(SO) 측에 요구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주요 케이블TV사업자(MSO) 대표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위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방통위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일하겠다.”며 개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방통위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SO 입장에서는 압력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채널 배정 협상은 종편 채널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한 MSO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20번대 이하 번호를 주는 안으로 압축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국 동일 번호 부여는 지역별 사업자인 SO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공정해야 할 방통위가 너무나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요즘 방통위의 모습을 보면 간판을 종편통신위원회로 바꿔 달아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열대병의 급습? ‘뎅기열’ 의심환자… 사상 첫 국내서 감염 가능성

    열대병의 급습? ‘뎅기열’ 의심환자… 사상 첫 국내서 감염 가능성

    국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뎅기열’ 환자가 최근 처음으로 발견돼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뎅기열은 모기가 전파하는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전형적인 열대병이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해 열대병이 국내에서 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뎅기열뿐만 아니다. 보건 당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말라리아를 퇴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환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열대병의 역습이 현실화되고 있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32·여)씨는 지난 6월 9일 오한·발열·두통·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서울의 한 병원을 찾았다. 항생제를 처방받았지만 손목과 얼굴 가려움증에다 발진까지 생겨 대전의 다른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약물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며 투약을 중단했으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환자는 다시 경남 진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뎅기열’로 판정받았다. 뎅기열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저절로 낫지만 출혈 증상이 나타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치사율은 1% 수준이다. 그러나 치료제가 없어 열을 떨어뜨리는 등 완화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A씨는 일주일 뒤 건강을 되찾았다. A씨는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1일까지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뎅기열의 잠복기는 최대 14일에 불과한데 A씨는 여행 뒤 39일이나 지나서야 첫 증상이 나타났다. 뎅기열 토착화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제주도에서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처음 발견된 이후 이 모기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국내 감염 가능성을 높였다. 북반구인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에서도 최근 뎅기열 감염 사례가 보고된 상태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이전에 국내 감염 사례는 없었지만 전국적으로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역학조사와 모니터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말라리아 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모기는 기온이 높을 때 왕성하게 번식·활동하는 탓에 최근의 기온 상승은 말라리아 발생 위험을 더 높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00년간 국내 기온은 평균 1.5도 올랐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1970년대에 사라졌다가 1993년 3명이 다시 발생한 뒤 해마다 1000~2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는 1772명의 환자가 생겨 2009년보다 31.7%나 늘었다. 북한에 대한 방역 지원이 줄면서 모기가 휴전선을 넘어오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번식해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매개 모기도 적지 않은 개체 수를 보이고 있다. 정해관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미국에서도 웨스트나일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상륙해 심각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면서 “공항이나 항만 등 질병 매개 곤충 유입이 가능한 지역의 습지나 하수구, 질병이 쉽게 전파되는 군 부대의 방역 체계를 정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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