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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일단 와보면 모두 좋아해요”

    “한국에 일단 와보면 모두 좋아해요”

    |파리 이종수특파원|“제가 원래 불어로도 글을 좀 썼어요.” ‘울랄라’ 등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자랑하며 방송인·리빙 디자이너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귀화 한국인 이다 도시(37)가 한국 체험 14년의 애환을 담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이다’(JC 라테스 출판사 펴냄)를 출간했다. 출판기념 행사차 친정인 프랑스에 들른 그는 17일(현지 시간) 주불 한국특파원과 간담회를 갖고 출간 동기와 결혼, 출산 및 육아, 방송인 등으로 동분서주하면서 보고 느낀 한국 사회의 명암을 들려줬다. 그는 “진작 프랑스 시각으로 한국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애 둘 키우랴, 방송활동하랴 정신이 없어 늦었다.”며 “출판사의 권유와 올해가 한·불 수교 120주년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과 찜질방·온천에 가서 수다 떨고 된장찌개 만드는 등 행복한 경험을 설명하면서 인간 냄새가 나는 얘기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7전8기’와 끈기와 역동성, 정과 솔직함 등 밝게 색칠했다. 무엇보다 한국이 역동적인 발전상, 맛있는 음식 등 다양한 문화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덜 알려졌다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아직도 프랑스인들은 한국 하면 ‘회색’을 떠올리고 전쟁·핵무기 등 금속을 연상하면서 가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일단 한국에 와보면 모두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IMF이후 금모으기 운동을 보면서 지극한 나라 사랑을 느꼈다.”면서도 “때론 심한 민족주의 경향을 보이는데 다른 문화에 대해 무관심한 게 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두 나라의 문화를 접한 입장에서 최근 파문을 일으킨 ‘영아 유기’사건에 대해서도 생각을 들려줬다.“베로니크 쿠르조와는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서래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알고 지냈다.”며 “착하고 부끄럼 많고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임신한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일간지 르 피가로에 ‘해외에서 성공한 프랑스인’으로 크게 보도되면서 유명해진 그의 출판 소식은 프랑스에서도 화제다. 텔레비전 등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몰려들 정도다. 고향인 서부 노르망디의 페캉에서 사인회도 가졌고, 모교인 르 아브르 대학에서 강연도 할 예정이다. 그의 신간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될 계획이다. vielee@seoul.co.kr
  • [이주의 책갈피]

    ●사랑이 서툰 엄마, 사랑이 고픈 아이 부모의 일방적인 욕심과 서툰 사랑으로 상처를 입은 아이를 놀이와 상담을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전문가의 딱딱한 조언이나 지침 위주의 자녀교육서에 식상한 독자들이라면 유익할 것 같다. 아울북,1만원.●사교육비 안 들이고 자녀 영어회화공부 성공하기 직장 일을 끝낸 뒤 모든 시간을 자녀교육에 헌납한 가장이 쓴 자녀교육기다.TV시청도 포기하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공공도서관으로 출퇴근한 저자의 노력 끝에 두 자녀는 수능 영어만점을 받고 명문대에 나란히 합격했다. 아이들 교육에 관심 있는 아빠들이 읽어볼 만하다. 홈스타디 출판사.2만 7000원.●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 어릴 적 길러주는 좋은 습관이 아이의 인생에 있어 평생 재산이며 나쁜 습관을 고쳐주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한 좋은 습관 10가지,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좋은 습관 7가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좋은 습관 13가지, 더불어 잘 살기위한 좋은 습관 6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럭스미디어,1만 3000원.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대리번역’ 법정비화 조짐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한경BP 펴냄)를 둘러싼 대리번역 논란이 방송인 정지영씨와 출판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한경BP는 이번 논란과 관련된 윤리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책을 번역한 전문 번역자 김경환(필명)씨와 정씨를 18일 이후 인쇄되는 책 표지에 공동 번역자로 표기하기로 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법무법인 홍윤의 이창현 변호사는 정씨와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13일 ‘정지영 대리번역 대책’이라는 다음 카페(http://cafe.daum.net/chlee5733)를 개설, 소송에 참가할 독자들을 모으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대법원선 “유죄” 하급법원선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 김선혜)는 18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현준희 전 감사원 주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씨는 1996년 총선 직전 “효산종합개발 콘도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 모 국장이 뚜렷한 이유없이 중단시켰으며 배후에 청와대측의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자회견을 열어 파문을 일으켰다. 재판부는 “감사원 간부가 콘도승인 부분을 다른 국으로 이송할 것을 지시하고 이유없이 감사가 중단되는 등 합리성 있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씨가 공무원을 상대로 한 재계의 로비가 존재한다면 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른바 ‘양심선언’을 한 것으로 보여 감사원 간부를 비방할 목적으로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감사원은 기자회견 뒤 현씨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현씨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2002년 “현씨가 감사원 간부 등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면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한편 현씨는 10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재상고할 경우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홍기삼 총장·이병훈 PD등 문화훈장

    문화관광부는 문학평론가 홍기삼(66) 동국대 총장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서훈키로 하는 등 올해 문화예술발전유공자를 18일 선정, 발표했다. 문화훈장은 고(故) 이규태(1933-2006)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드라마 ‘대장금’ 연출자 이병훈(62) PD,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64) 등 28명이 받는다. 제38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상) 수상자로는 홍지웅(52) 열린책들 대표 등 6명,‘2006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관광부 장관상)에는 가수 강타(본명 안칠현·27) 등 8명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문화의 날’인 20일 오후 3시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부문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문화훈장▲은관=홍기삼, 고 이규태, 임영방(전 국립현대미술관장), 한명희(전 국립국악원장)▲보관=정진규(시인), 윤석우(전 한국건축가협회장), 박정자(예명 박송희·국악인), 김우옥(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 이흥구(무용인), 변장호(영화감독), 고(故) 이만희(전 상주문화원장), 리재철(전 한국도서관협회장), 백도웅(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옥관=김준섭(서예가), 김태근(울산연극협회 고문), 임남곤(정읍문화원장), 백락구(포항문화원장), 이정일(도서출판 일진사 대표), 강상수, 이병훈 ▲화관=서진길(한국사진가협회 이사), 장주원(공예가), 임규홍(예명 임이조·무용인), 김인수(예명 김진진·국극배우), 김세윤(통영문화원장), 장 영(조치원문화원장), 이인숙(부산박물관장), 이춘화(신일기획문화 대표)◇문화예술상▲문화일반=홍지웅▲문학=고형렬(시인)▲미술=윤명로(서울대 미대 명예교수)▲음악=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연극=이강백(서울예대 극작과 교수)▲대중예술=정광석(영화촬영감독)◇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학=홍종현(필명 정이현·소설가)▲미술=최우람(전 중앙대 조소과 강사)▲음악=최우정(서울대 작곡과 교수)▲전통예술=강은일(해금연주가)▲연극=고선웅(극공작소 마방진 대표)▲무용=이원철(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영화=정윤철(영화감독)▲대중예술=안칠현
  • 佛정치인 성공조건은 섹스스캔들?

    자크 시라크, 프랑수아 미테랑 등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의 여성편력을 거침없이 폭로해 화제가 된 책 ‘섹수스 폴리티쿠스(Sexus Politicus)’가 출간 50여일 만에 15만부를 찍어내며 프랑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섰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현직 언론인 크리스토프 뒤부아와 크리스토프 들루아르가 방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정치인의 ‘허리 아래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는 프랑스의 오랜 불문율을 깨뜨린 것이어서 출간 직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특히 프랑스 정치권에서 남성의 성적 매력은 정치적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는 흥미로운 주장으로 논쟁을 유발하기도 했다.저자들이 꼽은 대표적 사례는 수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면서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한 시라크 대통령과 깨끗한 사생활에도 불구하고 2002년 대선에서 3위로 탈락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였다. 뉴욕타임스는 르몽드를 인용,“섹스와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7개월 앞둔 프랑스의 출판계에서 흥행의 보증수표나 다름 없다.”고 성공비결을 설명한 뒤 이 같은 현상은 공인들도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프랑스 사회의 합의가 힘을 잃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유독 남성 정치인의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실제 올해 초 르피가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불륜을 저지른 후보자에게는 표를 주지 않겠다는 유권자는 17%에 그쳤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어린이책꽂이]

    ●아빠는 어디쯤 왔을까?(고우리 글·그림, 문학동네 펴냄) 아이스크림을 사오기로 한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의 설레는 마음이 짧은 문답식 글에 선명히 드러난 그림책. 전래동요를 듣고 있는 듯 리듬감이 넘친다.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상 수상작.5세까지.8500원. ●‘이름씨’가 아름다운 순우리말 동화(이상배 편저, 우지현 그림, 영교출판 펴냄)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면서 순우리말을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다. 순우리말 퀴즈, 가로세로 뜻풀이 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됐다. 초등생.9000원. ●눈물 맛은 짜다(김선희 글, 최정인 그림, 씽크하우스 펴냄) 열살 전후의 감성적인 독자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 있는 동화. 불화하던 5명의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초등저학년.8500원. ●금단현상(이금이 글, 김재홍 그림, 푸른책들 펴냄) 요즘 아이들이 일상과 분리할 수 없는 인터넷이 끊겼을 때의 금단현상과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 아이들의 심리묘사와 반전이 흥미로운 창작동화집이다. 초등 3∼6년.8500원.
  • [인사]

    ■ 한겨레신문 ◇승진 △광고국장(이사대우) 송우달◇전보△홍보담당 이사 김형배△논설위원실장 김병수△논설위원 정남기△편집국 수석부국장 정영무△〃 온라인담당 부국장 이길우△〃 인사교육담당 〃 이인우△〃 국내부문 편집장 여현호△〃 경제부문 〃 곽노필△〃 민족국제부문 〃 오태규△〃 문화부문 〃 박창식△〃 지역부문 〃 이상기△〃 어젠다팀장 김이택△미디어사업단장 김종구△문화교육〃 배경록△경영지원실 비서부장 안영진■ 국토연구원 △국제협력단장 鄭鎭奎△예산기획팀장 全俊鎬△문헌출판팀장 朴淳業■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상무 승진 △개발본부장 이삼희△신선식품매입〃 이상만△그로서리매입〃 조한규△익스프레스 전략기획〃 김웅 ◇이사 승진△투자관리팀장 권병돈△익스프레스영업총괄 김성대△〃개발총괄 김영제
  • [책꽂이]

    ●대동서(大同書)(강유위 지음, 이성애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중국의 이상사회론을 제시한 청대 최고의 정치사상서. 전제군주제의 청나라에서 근대국가인 중화민국으로 거듭나는 거대한 변혁기를 통과한 강유위의 사상적 특성을 엿볼 수 있다. 강유위는 1898년 청나라 덕종, 즉 광서제에 의해 변법자강책이 받아들여지자 국회를 열고 헌법을 만드는 등 일대 정치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강유위의 개혁정책은 국민들과의 유대를 맺는 데 실패하고 서태후를 비롯한 보수세력에 밀려 백일천하로 끝났다.3만원.●거짓말에 관한 작은 역사(마리아 베테티니 지음, 장충섭 옮김, 가람기획 펴냄) 고대 그리스에서는 종종 거짓말을 칭송했다. 플라톤은 거짓말하는 기술을 가리켜 “영리한 사람들의 능력”이라고 했다. 플라톤은 정직하면서 순진한 사람보다 거짓말을 하면서 영리한 사람이 더 낫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 에라스무스는 진실성을 바보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라 했고, 마키아벨리는 거짓말을 군주의 통치기술로 평가했다.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사람들이 거짓말을 위해 사용하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1만원.●조선의 집, 동궐에 들다(한영우 지음, 열화당·효형출판 펴냄) 우리는 흔히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로 경복궁을 꼽지만 정작 국왕들이 가장 오랫동안 머문 장소는 동궐(東闕), 즉 창덕궁과 창경궁이다. 경복궁이 정궁이긴 했지만,‘왕자의 난’이 일어난 비극의 무대였기에 후대 왕들은 그곳을 기피했다. 북쪽의 백악산과 서쪽의 인왕산에 노출된 경복궁과 달리, 창덕궁과 창경궁은 깊은 숲에 가려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후원이 있어 왕족의 집으로 한층 사랑받았다. 역사의 빛과 어둠을 아울러 간직하고 있는 동궐 기행서.1만 8000원.●측천무후(도야마 군지 지음, 박정임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중국 유일의 여자 황제이자 당(唐)을 대신해 자신의 제국인 주(周)를 창건한 여성, 미소년들을 남자 후궁으로 거느린 믿기지 않는 정력의 소유자,1300년간 악녀로 낙인찍혔지만 근세 들어 여걸로 재평가되고 있는 인물. 이러한 측천무후는 사후에 당 고종의 황후로 취급됐을 뿐 주나라 황제였다는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녀가 번영의 제국을 건설한 ‘측천황제’임을 분명히 한다. 유교적인 남성 역사가들이 측천의 주나라를 역사에서 삭제했다고 주장.9900원.●심판대의 다윈:지적 설계 논쟁(필립 존슨 지음, 이승엽 등 옮김, 까치 펴냄)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은 복잡다단한 우주와 생명체를 진화론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어떤 지적 존재가 개입돼 있다는 이론. 보수적인 가톨릭에서도 그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진화론의 대안이론이라 할 지적 설계론은 진화론에서 주장하는 자연선택과 대진화는 증거에 의한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자연주의 철학에 근거한 형이상학적 논리라고 비판한다. 다윈주의에 대한 최고의 비평서로 꼽히는 책.1만 5000원.
  • 中 거장 ‘바진’ 다시 읽는다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1904∼2005). 반혁명분자로 몰려 문화대혁명 10년 내내 혹독한 시련을 겪은 그는 ‘문혁’을 이렇게 압축한다.“그것은 바로 ‘좌’라는 외투를 걸친 종교적 열광이었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짐승이 뒤바뀐 과정 역시 ‘혁명’이라는 외투를 걸친 봉건주의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비극의 중국 현대사를 관통한 지식인의 고뇌를 그대로 보여주는 바진의 대표작들이 새롭게 번역돼 나왔다. 도서출판 황소자리에서 펴낸 수상록 선집 ‘매의 노래’와 장편소설 ‘가(家)’.‘매의 노래’(홍석표 등 옮김)는 중국 산리엔(三聯)서점에서 출간한 ‘바진수상록선집’ 중에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산문들을 골라 실었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추악한 실상과 혁명의 광기 속에 죽어간 동료 작가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바진의 말대로 아무리 수천, 수만 송이 꽃으로 치장해도 거짓말이 진리로 변할 수는 없다. 바진은 문혁의 야만성을 소리 높여 고발한다.“10년 문혁 중에 나는 수성(獸性)의 대발작을 충분히 보았으며, 언제나 조반파가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와 늑대’가 되는지 사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는 사람과 짐승이 뒤바뀌는 과정을 똑똑히 보았다.” 요컨대 문혁은 ‘혁명’이 아니라 ‘광란’이며, 인성과 문화를 철저히 파괴한 한바탕의 대재앙이었다는 것이다. 막심 고리키의 ‘매의 노래’에 나오는 상처입은 매는 율모기를 향해 이렇게 내뱉는다.“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창공을 날아보지 못한 네가 어찌 자유의 희열과 창공을 나는 삶의 쾌락을 알겠느냐.” 떨어져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벼랑 끝에서 최후의 비행을 시도하는 매. 바로 그 절체절명의 매처럼 끝까지 창공을 나는 매로 살고 싶었던 작가가 바로 바진이다. 바진의 본명은 리야오탕. 바진은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미하일 바쿠닌과 표트르 크로포트킨을 존경해 그들 이름의 한자음을 따 필명을 지었을 정도로 무정부주의에 심취한 급진적인 청년이었다.소설 ‘가’(박난영 옮김)에는 바진의 젊은날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20세기초 격동기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새로운 사상에 눈뜬 젊은이들이 봉건적 가부장제에 맞서 자유를 쟁취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인민의 독초’라는 조반파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중국 신문학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꼽혀온 작품이다. ‘중국 현대소설선’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 황소자리는 ‘가’와 더불어 바진의 ‘격류삼부작’으로 불리는 ‘봄’‘가을’을 비롯, 선총원(沈從文)의 ‘변성(邊城)’ 등 그동안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중국 현대 소설들을 잇따라 펴낼 계획이다.김종면기자jmkim@seoul.co.kr
  •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가을에는♡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버려 두었던 단어 몇 개를 내 가슴에 품고 마음 깊이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할 것입니다.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은 나누기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갈 것입니다.그분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입은 사람. 슬픔 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 사람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것입니다.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들에 핀 들국화 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정겹고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입니다.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랫소리. 풀벌레 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내 마음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 나무를 뽑아낼 것입니다.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입니다. - 정용철님의 책 <마음이 쉬는 의자>에서-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갑니다.언젠가 저장해 두었던 위의 글을 다시 읽으니 좋아서 나누고 싶습니다.10월에는 추석연휴가 끼어있으니 가족들과의 모임 외에도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우리도 가을이 되면 성지 순례를 하거나 코스모스와 억새풀이 출렁이는 곳으로 종종 가을 소풍을 가기도 합니다.수녀는 늘 사랑 속에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자, 남을 가르치는 선교사이며 교육자, 알뜰한 살림꾼이며 요리사, 사소한 것으로도 멋을 내는 생활 속의 예술인,모든이에게 마음이 열려있는 기도자, 아픈이의 위로자... 참으로 모든이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종합선물셋트’가 되어야 하니 때로는 삶이 고달프지 않겠어요? 각 개인이 다 할 수 없는 것을 공동체는 서로 서로 보완하게 해 주어 좋습니다. 공동체의 고마움을 새롭게 절감하는 요즘이에요. 저도 언제 기회가 오면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싶어요자주는 아니지만 간병하며 제 나름대로 터득한 몇가지 사항을 혹시 다른분들에도 참고가 될까하여 생각나는대로 적어둡니다. 입으로 외우는 염경기도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성심으로 돌보는 행위 역시아주 중요한 기도의 예식임을 새롭게 절감하면서 말입니다.♥ 얼굴 표정은 늘 밝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의 기분도 밝아집니다♥ 말씨는 평소보다 좀 더 상냥하고 공손하게 해야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마음놓고 필요한 심부름을 시킵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병상의 그분에게만 마음과 시선을 집중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돌봄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받아들이며 쓸쓸해 하지 않습니다 ♥ 때로 환자가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고집을 부릴 때는 충분히 들어준 다음 ‘알아본다’고 하며 간호사에게 가서 지혜를 구하고 마음이 다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게 평화적으로 설득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믿고 의지합니다♥ 대화를 할 수 있을 적엔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줍니다:그러면 기분이 좋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신나게 들려주기도 하지요♥ 앞의 소임자에게 인계받은 사항 외에도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살펴보고 연구하여 메모를 했다가동의 하에 실행합니다:그러면 간혹 동화나 시도 읽어주며 공감대가 형성 됨을 느낄 수 있고 환자의 팔을 주무를 적엔 손톱이 닿아 안 아프게 해야겠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지향으로 자신의 피곤함과 어려움은(나중에 쉬면 되니까)들키지 않게 관리합니다:그래서 화장실 봉사할 적엔 냄새도 안 나는 것처럼 더 명랑하게 말하고 보호자의 밥은 더 맛있게 먹겠다고 작정하면 정말 그렇게 되더라구요.이 밖에도 많지만 오늘은 이쯤 할게요. 사랑이란 달콤한 낭만이 아니라 때론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임을 배우고 당연한 것도 기적처럼 느껴지며 매사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곳 또한 병원인 것 같습니다.제가 최근의 어느날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던데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옮겨 적습니다.”사람들은 왜 그리 극단적인 말을 할까. 왜 좀 더 순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흥분된 기분을 절제 못하고 막말을 내뱉는 것일까.화가 나면 그리해야하는 것일까-->(화가 난다는 이유로 그리해도 되는 것일까)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더라도 속상하고 그러 인해 엷은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모처럼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안부를 묻고 상대의 주변상황에 대한 이야길 하는게 옳지,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험담 그리고 자신의 질병 고통, 자랑부터 시작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을 대하면 금방 슬픈 마음이 된다. 나도 종종 이런 실수를 하지만 더욱 깨어있어--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하는 대화자가 되고 싶다. 요즘 저의 곁에 있는 책들은,<파인애플 스토리>(김두화 역/나침반), <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도요새), <마더 데레사의 단숨한 길>(마더 데레사.백영미 역/사이), <새벽을 흔들어깨우리라>(마리아 루이스 스카퍼란다.강우식 역/바오로 딸), <길에서 만난행복>(루이스 알렉산드레 솔라누 로씨.김항섭 역/바오로 딸), <길리아드: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마릴린 로빈스.공경희 역/지식의 날개), <안데르센 동화 123가지>(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한국어린이문화연구소 엮음),<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황금 나침반), <루쉰의 편지>(리우푸친 엮음.임지영 역/이룸), <소걸음으로천리를 가다>(정수일/칭비), <낙천주의 예술가>(다니엘 리베스킨트.하연희 역/마음산책),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노향림/창비) 등입니다.올 해 안으로 해인의 신간 두 권이 출판사는 다르지만 쌍둥이 자매처럼 나오게 되었답니다.1986년 <두레박>이후 20년만에 분도출판사에서 하나, 2004년 봄 이후 마음산책에서 하나 나오는데 아직 제목은 확실히 정해 지지 않고 논의 중입니다.하나는 그간 지면에 발표되었던 글들이, 하나는 수년간의 해인방 소식에서 가려뽑은 글들을 토대로 한 것들이 묶여지는데...나오면 읽어주셔요!’한 개의 두루마리 만드는데 나무 세 그루가 필요하다고 합니다’오늘 우리집 화장실에 들어가니 이런 글귀가 적혀 있네요.아껴쓰란 말일테지요. 사실 우리는 물 전기 종이를 낭비하는 경향이 많아요. 어쩌다 여행길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들이 물을 쓰거나 공동으로 비치된 화장지를 말아서 가져가는 걸 보면 제가 며칠 간 쓸 것을 한꺼번에 가져가곤 합니다. 모든 걸 아직 흔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적에 좀 더 절약하는 우리가 되도록 해요.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고도 여러분의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셨지요?이 가을 부디 성실하게 노력해서 더욱 행복한 나날 이루시길 비오며, 부산 광안리에서....해인 수녀
  • [부고]

    ●송기원(부산대 교수)기정(이화여대 〃)씨 모친상 나병균(한림대 교수)이윤근(세양 대표)씨 빙모상 11일 서울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2)2072-2022●김종훈(프로농구 KT&G 사무국장)씨 빙부상 12일 광주 시티병원, 발인 14일 오전 10시 (062)460-7746●김충규(부산경찰청 형사과장)씨 빙부상 12일 부산 동아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51)256-7011●신원균(전 조광출판인쇄 이사)광균(자영업)씨 모친상 박종선(전 한국프라스틱조합 이사)박용구(자영업)최삼식(〃)강진우(호주 거주)씨 빙모상 12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92-3499●안승춘(자유시민연대 홍보위원장)씨 상배 12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2)921-3299●장현성(성남시청 수도시설과장)현춘(익산공고 교사)씨 모친상 신상국(사업)이강민(광문고 교장)이금한(비젝스 대표)씨 빙모상 12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031)787-1503●조광래(전 FC서울 감독)씨 빙부상 12일 부산의료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51)607-2655●이창범(프로농구 안양 KT&G 통역)씨 빙모상 11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10시 (02)860-3588●이재영(자영업)김진선(JS인터내셔널 대표)김문혁(대신증권 복현지점 차장)씨 빙모상 11일 마산삼성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55)290-5647●최은영(아시아나항공)선영(삼성전자)씨 부친상 한진호(한국전자통신 연구원)씨 빙부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30분 (02)3010-2263●서완수 극수(CJ 인도네시아지점 공장장)상수 장수씨 부친상 12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4일 오전 10시 (02)2650-2741●김영수(대한생명 보험심사팀장)동수(태영 총무부장)씨 부친상 12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590-2537
  • [길섶에서] 얼 빠진 날/송한수 출판부 차장

    재수 옴붙었다. 그런 하루를 이처럼 세게 표현할 수 있을까.“소똥에 미끄러져 개똥에 코방아 찧는다.” 터미널 가는 길에 담배를 꺼냈는데 라이터가 없다. 또래로 뵈는 이와 마주쳤다.“저∼,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아, 있긴 있는데 바빠서….” 이 사람 한다는 말이 더위를 확 부추겼다. 늘보 걸음으로 피식 웃기까지 하다니. 힐끗힐끗 돌아보며 얄밉게 쪼개는(?) 그를 따라 겉웃음을 쳤다.“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던가. 어렵게 불을 빌렸는데 이번엔 화장실 갔다가 한방 먹었다. 노크 소리가 몇 차례 들렸다. 급한 사람이 있다는 걸 나도 안다. 그런데 볼 일을 끝내고 나오자 어떤 아저씨가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아니, 뭘 그렇게 오래 있어∼.” 나오자마자 홧김에 또 담배를 빼물었다. 아뿔싸, 작은 라이터 하나가 담뱃갑 바닥에 깔렸지 뭔가.“에라, 개도 안 물어갈 오늘 팔자(八字)여.” 돌아본다. 혹 불쑥 꺼낸 말로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하진 않았나.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 천주교 월간지 ‘경향잡지’ 창간100주년

    천주교 월간지 ‘경향잡지’ 창간100주년

    한국 천주교회에서 발행하는 종합 월간지 ‘경향잡지’(발행인 정명조 주교)가 창간 100돌을 맞았다. 1906년 천주교계의 순 종교잡지로 창간,1933년 주교회의에서 공식 기관지로 인정된 ‘경향잡지’는 거의 매호에 교회소식을 실어 해방 이전의 교회 실상뿐 아니라 시기별 신학 사조나 흐름 파악에 귀중한 자료이다. 창간 이래 대한제국과 일제식민지, 미군정, 대한민국을 관통하며 한국사회를 지켜봐온 천주교회의 증언록이기도 하다. 한국 기네스북 언론·출판 부분에 국내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잡지로 등재되어 있는 ‘경향잡지’는 비단 종교뿐만 아니라 잡지 출판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받는다. 일제 강압 속에서 우리글을 지키기 위해 처음부터 순 한글을 지켜왔으며 창간 당시 ‘법률문답’이란 고정란을 설정, 한국 최초로 지상 법률상담을 시작하기도 했다. 1972년도에 발행인을 맡았던 김수환 추기경은 100주년 기념호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 말씀의 전달자로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경향잡지’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언제나 밝게 빛나기를 빈다.”고 축하했다. 한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경향잡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130명의 성지순례단을 구성해 교황청을 방문,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경향잡지’를 봉정하고 돌아왔다. 오는 19일 오후 4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열리는 창간 100돌 기념식에는 1964년에 주필을 맡았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 60년 이상 구독하고 있는 장기 독자들이 자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문화마당] 인문학은 위기인가/여건종 숙명여대 영문학 교수

    인문학의 위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달 고려대 문과대 교수 전원이 서명한 ‘인문학 선언’이 발표된 후, 전국 80여개 대학의 인문대학장들이 인문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촉구했고, 학술진흥재단은 인문주간을 선포했다. 그 뒤를 이어 출판인들도 인문학과 인문서적의 위기를 선언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러한 집단적 표명들은 인문학으로서는 ‘분에 넘치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신문은 이례적으로 커다란 사진과 함께 거의 한 면을 다 차지하는 특집 기사들을 내보냈고, 방송은 메인 뉴스의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보도해 주었다. 반면에, 이러한 집단적 움직임들을 별로 우호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들이 인문학 내부에서도 표출되었다. 기초과학을 포함한, 이른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모든 인간행위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데 인문학만이 특별히 위기라고 선언하는 것은 별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투정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 스스로가 자초했다는 내재적 비판론, 그리고 인문학은 항상 위기였다는 주장,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인문학의 위기가 인문학의 본질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반응이었다.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 이의제기였다. 시장에서 배제되어 방치된 것 중에 인문학보다 더 심각하게 우선적으로 거론되어야 할 것들도 많이 있고, 인문학이 학문적 자폐증에 빠져 구체적인 삶의 현실과 건강한 관계를 상실하고 바깥 세상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도 맞는 말이며, 인문학이 항상 자신의 시대의 지배적인 힘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는 것도 적절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은 위기에 있으며, 위기에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은 인문학이라는 분과학문의 위기, 인문학 전공자의 위기라기보다는 우리의 일상적 삶으로부터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박탈되고 있는 어떤 인간적 능력과 가치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인문학의 위기라고 느끼는 것의 실체는 스스로의 힘으로 사고하고 반응하고,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인간 능력의 총체적 위기이다. 우리의 진전된 자본주의가 인간의 이 능력에 적대적인 것은 자명하다. 학교에서부터 대중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이 능력을 신장시켜줄 우리 공동체의 사회적, 문화적 자원들은 급격하게 사라지거나 주변화되고 있다. 이 공리주의 시대의 새로운 문명을 주도하는 것은 자본과 과학기술이며, 전자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매체가 우리의 욕망을 끌어가는 힘은 맹목적이고 압도적이다. 정보와 이미지의 과잉 생산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기보다는 인간을 왜소하게 하고 퇴행시키고 있다. 따라서 인문학의 위기는 보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특수하고 구체적으로 우리 시대의 것이며,‘내 탓이오.’라고 말할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위협하고 있는 어떤 힘의 작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가 주체적 판단과 비판적 개입의 능력, 공적 인간으로 사유하고 행위할 수 있는 시민적 능력의 위기라면 그것은 더 적극적으로 확인되고, 더 넓게 공유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민주적 공동체의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의 인문학 위기에 대한 표명들이 적어도 이러한 인식의 일부라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언어를 찾아내고, 인문적 능력을 대중에게 복원시킬 수 있는 실천적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것이다. 학교와 대학, 대중미디어와 출판, 그리고 일상적 삶의 다양한 상징 행위들로 이어지는 지식 생태계의 순환구조에서 대학은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지식 생산의 조건 속에서 인문적 능력의 복원을 위한 진지하고 실제적인 노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인문학 위기 담론은 대학 교수라는 안정된 직업의 지적 만족감에 머무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여건종 숙명여대 영문학 교수
  • 특기자 전형 준비 이렇게

    특기자 전형 준비 이렇게

    대학 신입생 모집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경시대회에 관심을 갖는 수험생들이 적지않다. 경시대회 전형은 적지않은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어떤 경시대회를 인정하는지 등 정확한 정보수집이 쉽지 않다. 경시대회 전형을 준비하려는 수험생들을 위한 각종 경시대회 준비요령과 경시대회 전형을 채택하고 있는 대학을 2007학년도 수시2학기 모집을 중심으로 소개한다.2008학년도의 경우, 경시대회 특별전형에 대한 세부요강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올해처럼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경시대회 수상경력을 인정해 주는 특별전형은 수시 2학기 모집에 집중돼 있다. 내년에도 이런 경향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신입생 자원이 갈수록 줄면서 우수 학생을 선점하려는 각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내년의 경우, 수시 1학기 모집이 사실상 폐지될 예정이어서 이 추세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2007학년도의 경우, 전체 특기자 특별전형 모집생 6387명 가운데 5767명을 수시 2학기에서 선발한다. 현재 각 대학별로 심사가 한창이다. 특기자 특별전형은 30개 유형이 있다. 모집인원은 체육분야가 2541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어학분야가 1215명, 미술분야가 350명, 컴퓨터정보화 분야가 288명이다. 특기자 전형은 지원 자격이 까다로워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자격기준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과학특기자 전형 과학 특기자 전형은 전국 17개교에서 학생을 선발한다. 자격기준은 수학 또는 과학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나 수상실적이 있는 학생을 선발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형방법으로는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부 성적과 서류 및 수상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고려대, 이화여대는 학생부 서류, 면접을, 아주대는 1단계 적성 검사를 거쳐 2단계 면접, 특기, 강의 테스트를 통해 최종 선발한다. 아주대의 경우,2007학년도 수시2-1특기자 전형에서 수학·정보·과학특기자 등 모두 30명을 선발한다. 이 가운데 수학·정보·과학특기자 전형이 16명으로 제일 많다. ●문학특기자 전형 문학특기자 전형은 전국 41개 대학에서 학생을 모집하며 지원자격은 대부분의 대학이 전국대회 수상실적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대부분 3위 이내 입상해야 지원할 수 있다. 전형방법으로는 명지대, 서울여대 등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부, 면접, 수상실적을 반영하고 있으며, 아주대는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고 1단계 적성,2단계 면접, 특기, 강의테스트를 반영하는 게 특징이며, 경기대는 1단계 학생부, 적성검사 2단계 1단계 성적, 면접을, 동국대와 경희대는 실기점수를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대 문학분야 특기자 전형의 경우, 전국 규모의 주요 문학상(대산청소년 문학상 등)수상자나 신춘문예 입상자 또는 작품 출판 실적이 있는 자를 지원자격으로 정하고 있다. 이번 수시모집에서 문학특기자 2명을 선발하는 세종대의 경우,22명이 지원, 대학 전체 경쟁률을 약간 상회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2008학년도에도 이 특기자 전형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학특기자 전형 수학특기자 전형은 전국 13개 대학에서 선발하며 대부분 수상실적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전형방법으로는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부와 수상실적을 반영하고 있으며, 전북대는 학생부와 면접만을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학특기자 전형 전국 77개 대학에서 학생을 어학특기자 전형을 거쳐 선발하며, 대부분 각 대학이 지정하는 외국어 능력 시험 점수 기준 이상이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전형방법으로는 국민대, 덕성여대는 학생부와 면접을 반영하며, 서울여대(면접반영), 서경대는 학생부와 실적을, 성신여대는 학생부, 실적뿐 아니라 논술을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도움말 :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 “내가 지단에게 진짜로 한 말은…”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 축구대표팀 지네딘 지단과 ‘박치기 사건’을 일으킨 이탈리아대표팀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인터 밀란)가 당시 오갔던 말들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다. 9일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출판사 몬다도리는 마테라치가 지단에게 실제로 했던 말을 포함, 그를 조롱하기 위해 내뱉었을지도 모를 말들 249개를 모아 약 100쪽 분량의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유머집 성격의 이 책 제목은 ‘내가 지단에게 실제로 했던 말’이며, 표지에는 지단의 박치기 장면 사진이 실린다.마테라치는 ‘박치기 사건’ 이후 언론을 통해 “경기 중 지단의 유니폼을 끌어당기자 지단이 ‘(유니폼을) 갖고 싶으면 나중에 줄게.’라고 해 (유니폼 대신) 네 누이가 더 좋겠다고 응수했었다.”며 당시 둘 사이에 오간 대화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에 나올 책에는 “이봐! 가슴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지?”,“푸코가 죽은 뒤로 프랑스 철학은 끝장났다.”는 등 마테라치가 던졌을 법한 자극적인 말들도 제법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테라치는 권당 10유로(약 1만 2000원)에 팔릴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할 계획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우리말 할 줄 아십니까?

    우리말 할 줄 아십니까?

    이태원에서 30년째 피혁제품 가게를 하는 윤우석 씨(57세)는 최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한다. “얼마 전만 해도 선교사들이나 말을 할 줄 알았지.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것은 대단한 일이야. 몇 안 되는 단어로 농담까지 하더라고. 아시아계 근로자들은 한국어를 너무 잘해 장사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아. 흥정할 줄 알거든.” 전에는 ‘블랙벨트 포(검은 띠 4단)’를 외치며 태권도 자세를 취하면 깜짝 놀라곤 했던 외국인들도 이젠 실실 웃으며 같이 태권도 자세를 취한다. 실제로 이태원 거리에서 만난 마리안느 바이어 씨(59세, 독일)는 미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지 두 달이 채 안 되었지만 간단한 책을 섭렵하며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늘어난 요즘 한국어를 익혀야 한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피부색만큼 다양한 한국어 사랑 “오늘 배울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겁니다’예요. 여러분은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전쟁하면 되요.” “이야기해요.” “술 마셔요.” 조용했던 교실이 소란스러워진다. 벌떼같이 일어나는 학생들. 초등학교 발표 시간이 아니다. 다양한 외국 학생들이 모여 한국어를 배우는 연세대 한국어학당의 수업 풍경.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의 의문은 끊일 줄 모른다. 미국인 데이비드는 오늘 배운 ‘마음 놓다’라는 말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 모양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일본인 가오리는 ‘오빠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므로 오빠님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라고 우긴다. 이곳의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국적과 피부색만큼 다양하다. <가을 동화>와 <태극기를 굴리면서(?)>를 재미있게 보았다는 히로미 씨(23세, 일본)는 한류스타 원빈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 군대 때문에 무척 심심하다(연예인들이 모두 입대를 했기 때문에)”고 말하는 그는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한국인 남자 친구도 사귀었다. 히로미 씨와 같은 반인 조나단 씨(21세, 미국)는 명문 프린스턴대학에서 공부했다. 평소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것을 좋아했는데, 특히 한국에서 입양된 막내 동생 폴(Paul, 한국명 박경훈) 때문에 한국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툴지만 언젠가 막내 동생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가르쳐주는 게 꿈”이라며 히로미 씨와 함께 연습했던 ‘최진사댁 셋째 딸’의 연극 한 대목을 읊는다. “셋째 따님 히로미 씨에게 프러포즈하러 왔습니다. 이웃에 살면서 줄곧 당신을 지켜봤지요. 당신을 있게 해준 이 세상을 사랑합니다.” “조나단, 당신은 따뜻한 사람입니다. 아마 저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2주 후면 히로미 씨는 일본으로, 조나단 씨는 서울대에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이다. 한국어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두 사람. 이미 그들에게 한국어는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즐겁다’와 ‘행복하다’의 차이는? 최근 2년 동안 한국어학당의 학생 수는 5천여 명에서 7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외국인근로자 및 국제결혼 이주 여성 10여만 명을 고려한다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그 이상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필요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또 다른 외국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몽골어 이름 ‘지니’를 그대로 한국 이름으로 바꿔 쓰는 진희 씨(33세, 몽골)는 주말이면 어린 딸을 데리고 한국어 교육 과정에 참석한다.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일한 지 벌써 7년 째.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지만 아직 배울 것이 많다. “한국 사람들이 여름에 보양식으로 먹는 ‘삼계탕’이라는 말을 배우고는 바로 남편에게 삼계탕을 해줬어요. 조리법을 배워 가족과 함께 먹고 나니 삼계탕이라는 말이 쉬워지더라고요. 매년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삼계탕을 즐겨 먹어요.” 그는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좀 더 일하고, 한국어 실력을 늘려 몽골로 돌아가 한국 기업에 취직하길 원한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다 베트남인 아내를 맞아 한국으로 건너온 이상구 씨(38세, 가명)는 베트남 부인과 한국인 남편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인 ‘두루마기와 아오자이’의 회원이다. 아직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못한 형편이지만 남편만 믿고 한국으로 온 아내를 위해 일요일마다 이곳에 나와 강의실 밖에서 유모차를 끌며 아이를 돌본다. 이토록 열성적으로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것은 아내뿐만 아니라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2년째 센터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지영 씨(29세)는 언어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홍보한다. “한번은 ‘행복하다’와 ‘즐겁다’의 차이를 묻는 학생이 있었는데 참 난감했어요.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한국어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히 ‘언어’를 가르친다기보다는 ‘생활’을 가르친다고 봐요. 한국의 ‘효’ 문화나 ‘높임말’ 같은 것들이죠.” 강의 중 몽골에서 온 한 청년이 ‘어제 소주를 먹어 즐거웠다’고 발표하자 강의실이 떠나갈 듯 웃음으로 가득 찬다. 모두들 한국에서 ‘소주’가 의미하는 문화를 깨닫고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혀를 감아도 발음이 안 되고, 존댓말과 반말의 차이는 더욱 모르겠고, 때론 ‘코가 비뚤어지도록 3차까지 가야만 하는 술 문화’가 이상하기도 하지만 이미 그들에게 한국은 새로운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 우리 안에서 자라나는 한국어의 힘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어 전문서점 ‘한글파크’. 한국어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을 예견하여 시사일본어사가 지난 2월 강남구 역삼동에 열었다. 국내에서 출판된 한국어 교재를 총망라하여 판매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교류의 장 역할도 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관심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경제, 문화 등 전반적으로 우리의 국력이 신장되었기 때문에 한국어 수요가 늘어난 거예요.” 정기선 상무(57세) 는 앞으로 일본과 중국에도 서점을 열 것이며, 한국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한국 문화를 알리는 구심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47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세계 6천여 언어 중 13~14위권이다. 한국어 세계화 재단의 오광근 연구실장은 한국어 학습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중국 학생 수의 증가, 2002년 월드컵 성공적 개최, 한류 열풍, 고용허가제로 인한 한국어시험 실시 등을 꼽았으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어 교육이 좀 더 활성화되려면 지금의 학습자 연령을 낮춰야 해요. 대학에서 한국어와 관련된 과가 생기는 것도 좋지만 고등학교에 제2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 청소년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바람직하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 중에는 아직은 외국인보다 조선족이나 재외동포들이 대다수다. 그들은 필요성보다는 모국어이니까 당연히 배우고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국어를 배운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입양되었다가 25년 만에 한국을 찾은 김수자 씨(25세, 네덜란드)도 라이든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핵문제와 개고기’밖에 몰랐던 한국에 대해서 ‘히딩크와 박지성’ 덕분에 친근함을 느꼈고, 언젠가 자신의 친가족을 만날 것을 대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두 달 전 가족들을 찾았을 때 ‘얼굴도 닮고, 손도 닮고, 성격도 닮은’ 큰언니와 엄마를 만나 그동안 쌓은 한국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제 친구 중 하나는 가족을 찾았는데도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답답하고 서먹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가족들과 울고 웃으면서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죠. 그땐 정말 한국어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정情이란 단어, 자신과 닮은 가족들을 만나고 다른 한국인들과 부딪히면서 그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네덜란드에 있으면 한국에 가고 싶고, 한국에 있으면 네덜란드에 가고 싶다”고 어눌하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김수자 씨는 오늘도 한국어 공부에 열중한다. 지금 이 순간 그의 고향은 네덜란드도 한국도 아닌 ‘한국어’이다. 월간<샘터>2006.10
  •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14) 호남 첫 자립교회 목포 양동교회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14) 호남 첫 자립교회 목포 양동교회

    멀리 유달산이 바라보이는 전남 목포의 구시가지인 양동 127 언덕배기에 오똑하니 서있는 석조건물 양동교회(담임 목사 정기대·등록문화재 제114호).1910년 신자들이 유달산의 돌을 옮겨다 세운 호남지역 최초의 자립교회다. 개항기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 전진기지로 부각된 목포에서도 가장 먼저 복음을 전한 호남의 중심적인 신앙유산. 지금은 목포 신시가지가 번성하면서 기독교 신앙의 중심도 자연스레 옮겨갔지만 100여년간 원래 자리에서 옛 모습을 잃지 않은 채 복음을 전해온 양동교회의 신앙적 자부심은 여전하다. 개항기 대부분의 교회들이 그랬던 것처럼 목포에 기독교 신앙의 씨앗을 뿌린 것도 역시 선교사였다.‘양동교회 100년사’ 등 기록에 따르면 1893년 미국 남장로회 선교부 소속 선교사 몇몇이 호남지역 선교기지를 낙점하기 위해 군산 무안반도 등지를 오가며 전도활동을 한 것이 이 지역 개신교 전파의 시초다. 남장로회 선교부는 당시 들불처럼 번진 동학혁명의 기세에 잠시 활동을 멈췄지만 세상이 안정되면서 전남 나주를 선교기지로 만들기 위해 배유지·하위렴 목사를 파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나주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세력이 강했던 곳. 당연히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고 선교사들이 나주 신앙터 건립을 위해 사들였던 부지를 팔아치우고 옮겨온 곳이 바로 목포다. 당시 목포에는 이미 바깥에서 들어온 신자들이 퍼져 살고 있었기 때문에 선교사들이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1897년 지금의 양동교회 자리인 만복동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양동교회의 시작이다.1년 만에 신자가 30여명이나 생겨났으며 1906년에는 당회를 구성하면서 신자가 200여명으로 늘었다. 신앙의 씨앗을 뿌린 배유지 선교사는 1905년 광주로 떠나 양동교회의 건립은 보지 못했다. 지금의 양동교회 건물을 세운 것은 1909년 당회장으로 청빙된 조선예수교장로회 평양신학교 졸업생 윤명식 목사. 조선인 목사가 담임 목사를 맡은 것은 당시 한국 전체에서 네번째, 호남지방에선 처음이었다. 윤 목사는 당시 돈 7000원을 들여 그 이듬해 마침내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06평 규모의 교회를 세워놓았다. 신앙의 씨앗은 미국인 선교사가 뿌렸지만 교회는 한국인 목사와 신자들이 직접 올려세운 호남지역 최초의 자립교회인 것이다. 교회 본당 건물의 주춧돌과 외벽 석재들은 모두 교인들이 유달산에서 직접 날라다 썼다고 한다. 교회에 들어서면 정면 오른쪽에 ‘이곳은 목포에 복음의 씨가 뿌려진 맨 처음 터’라 새겨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1986년 처음으로 목포지역 교회가 모두 모인 가운데 드린 부활절 연합예배후 선교100주년 기념으로 세운 선교기념비다. 함석 지붕을 인 교회 본당은 원래 사방의 크기가 똑같은 정방형으로 세워졌으나 1982년 교회 정문 앞에 있던 종각을 헐고 본당 정면에 종탑을 들이는 바람에 앞쪽 공간이 조금 늘어나 125평의 규모가 되었다. 종탑 머릿돌엔 ‘내 집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라’는 성경(이사야 56장)구절이 새겨져 있다. 본당 출입문도 원래는 양측에 두 개, 정면에 두 개가 있었는데 종탑을 세우면서 지금은 세 개만 남아있다. 네 개의 문을 만든 것은 남녀 신자들이 각각 다른 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이 출입문의 위쪽 부분이 모두 태극 문양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이하다. 등나무 넝쿨이 태극 문양을 가리는 바람에 일제 경찰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신자들은 귀띔한다. 당시 교회를 세운 목사와 신자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예배에 꾸준히 참석하는 신자는 300명 정도. 양동에서 대를 이어 사는 고령층 교인들이 많지만 신앙처를 바꾸지 않은 채 오래도록 적을 두고 있는 인근 지역의 신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신자 수와 교세를 감안할 때 목포 지역 350개 교회 가운데 차지하는 위상은 20위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양동교회 제21대 담임 정기대(44) 목사는 “초기와 달리 양동교회의 역할이 분산됐지만 목포 주민들과 교인들 사이에선 한국인 목사를 담임으로 모신 호남 최초의 자립교회이자 신앙 중심으로서의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kimus@seoul.co.kr ■ 목포의 3·1운동… 그 중심에 선 교인들 1919년 3월 독립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갈 때 목포에서도 20일과 4월 8·9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이 가운데 4월8일의 이른바 ‘4·8 만세운동’은 목포의 3·1운동으로 불리며, 이 만세운동의 중심에는 양동교회가 있었다. 당시 청년·시민들의 시위 움직임에 호흡을 맞춰 3월1일 이전부터 별도의 만세시위운동을 준비해온 기독교인들은 바로 양동교회의 주요 신자들. 장로였던 곽우영을 비롯해 집사 서기견·서화일, 정명여학교(양동교회가 세운 미션스쿨) 한문교사였던 강석봉이 그들이다. 당시 매일신보 등 기사에 따르면 정명여학교 학생들을 동원한 기독교인들은 이날 새벽부터 태극기와 독립선언문을 집집마다 돌린 뒤 ‘대한독립만세’라고 쓴 플래카드를 앞세워 시가지에서 일제히 시위를 시작했다. 시가가 순식간에 사람들로 뒤덮였고 시위에서 체포된 80여명이 경찰서에 끌려가 심한 구타와 고문을 겪었다. 특히 양동교회 집사 서기견은 시위 현장에서 일경의 칼에 맞은 상처와 혹독한 고문 탓에 출감 직후 사망했다. 검거된 시위자 중 40명이 보안법·출판법 위반으로 1∼3년의 징역을 언도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일 오후 1시15분쯤에 목포 창평정 근처에서 별안간 4명의 야소교학교 여생도가 몰려나오며 손에 한국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것을 경관이 잡아 본서로 인치하였는데….”(4월11일자 매일신보)/“8일밤에 야소교 경영의 여학교 졸업생 약 40명이 운동을 개시하였으나 관헌이 출장하여 제지하고 주모자를 잡았다더라.”(4월12일자)/“목포는 지난 8일 이래로 불온한 형세가 되어 각 상점은 오전 중에 철시하고 그 이튿날 9일에도 오전중 폐점하였는데, 양일간에 관헌의 활동으로 선동자 20여명을 포박하고 일변 군대가 오는 등….”(4월14일자) 특히 20일자 기사는 “금월 8일 이래로 소요사건에 관계된 남궁혁·김영주·곽우영·서화일·배치문…외 32명은 경찰서 취조를 마치고 17일에 검사국으로 넘어왔는데, 당일은 조선인 군중이 약 1000명이나 재판소에 모여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검사국 취조를 마치고 감옥으로 넘어갈 때에는 울음소리가 자자하며 일시 목불인견의 비극을 이루었더라….”라고 기록해 당시 시위사건과 관련한 목포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만세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양동교회에 가해진 일제의 탄압과 그로 인한 교인·가족들의 희생과 고난도 당연히 비례했다.
  • [부고]

    ●서항석(전 왕십리2동장)일석(종로구청 계장)강석(성동구청 부구청장)씨 모친상 송남의(개인사업)정운립(워커힐호텔 마케팅부장)씨 빙모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2)3010-2262●문영한(전 서울고 교장)씨 별세 문신행(전 천문우주연구소 소장)신효(서인조경 대표)신용(서울대 의대 교수)신범(자영업)신관(빈림에프디 대표)씨 부친상 김성수(인산통상 대표)씨 빙부상 3일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2)2072-2091●박재현(경향신문 산업부 기자)재성(경성무역 개발부장)씨 부친상 박신영(시흥 매화초등학교 교사)씨 시부상 8일 여의도 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30분 (02)3779-2195●육창균(낙서우체국장)재희(전 현대아산 상무)씨 모친상 박대수(여주 제일중 교사)김진우(상주시청 근무)씨 빙모상 7일 상주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7시30분 (054)523-4444●강용구(한성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씨 상배 강제상(경희대 정경대 교수)준상(SK네트웍스 MD 기획팀 과장)혜원(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강사)정원(신흥대학 영유아보육학과 교수)씨 모친상 임시규(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최영진(연세드림비뇨기과의원 원장)씨 빙모상 8일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2)2072-2016●신희직(현대오일뱅크㈜ 상무)씨빙부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010-2295●이한구(수출입은행 부산지점 부지점장)인구(오성식품 대표)씨 부친상 8일 보라매병원, 발인 10일 오전 5시30분 (02)831-1899●정의연(남양철강 대표이사)두곤(원진상사 대표)두준(목사)두연(한창종합배관 대표이사)씨 모친상 윤진옥(전 성진철강 대표)이지은(인천대 교수)씨 빙모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010-2233●손상목(도서출판 인디북 사장)씨 별세 손범준 지원 정민씨 부친상 8일 일산 백병원, 발인 10일 오전 6시 (031)919-2099●박은덕(아주대학교 교수)씨 부친상 이정국(한국씨티은행 신설동지점장)최성규(공군대령)임원일(SK텔레콤 상무)하충식(열린치과 원장)씨 빙부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6시 (02)3410-6915●배노식(충북 영동군 새마을지회장)씨 별세 8일 충북 영동병원 장례식장, 발인 11일 오전 8시 (043)74-6499●황호진(SK건설 MUD프로젝트팀 팀장)치성(자영업)종국(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씨 모친상 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590-2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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