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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규 신작 18편 담은 소설집 ‘더블’

    박민규 신작 18편 담은 소설집 ‘더블’

    2003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작가 박민규의 신작 ‘더블’(창비 펴냄)은 그의 매력이 집대성된 작품집이다. 일단 음악 CD처럼 디자인된 소설집의 외양이 눈길을 끈다. 18편의 단편소설이 각각 사이드 에이(A), 사이드 비(B)라 이름 붙인 두 권의 책에 더블 앨범처럼 담겨 있고, 음반에 있는 속지 대신 박민규의 짧은 글과 박윤정의 그림이 어우러진 아트북이 실려 있다. 작가는 “지난 시절 나를 이끌어준 모든 ‘더블 앨범’에 대한 헌정이자 크고 묵직한, 그리고 근사했던 LP 시절의 정서에 대한 작은 예찬”이라고 밝혔다. 작가가 직접 마스크를 쓰고 촬영한 표지 사진도 이색적이다. 멕시코의 전설적인 레슬러 ‘블루 데몬’과 ‘엘 산토’를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지난해 그가 황순원 문학상 시상식에 쓰고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블루 데몬 마스크다. 18편의 단편소설이 담은 세계는 먼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SF)부터 무협소설 분위기에 현실 풍자까지 무척 다채로워 한 작가가 쓴 것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행 갈이와 여백 등 글자의 시각적 장치를 능란하게 활용하고 끊임없이 비유를 확장해가는 그의 문장은 첫 작품 ‘삼미슈퍼스타즈’ 때는 PC통신에 연재됐을 법하다는 인상을 풍겼지만 자가발전과 변종을 거듭하면서 상상력과 함께 성장했다.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 ‘근처’는 말기암 판정을 받은 40대 독신남이 고향에 돌아와 옛 친구들을 만나며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다.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누런 강 배 한 척’ 역시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노인의 시선을 담고 있다. ‘낮잠’은 요양원을 배경으로 노년의 사랑과 회한을 묘사하고 있다. 박민규에게 촌철살인의 유머만을 기대하던 독자라면 인생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노인들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담아 낸 단편들에서 의외라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는 ‘근처’ 등을 통해 서정적 분위기와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단편소설의 교본’과 같은 작품으로 그가 변칙적이고 기발한 소설만이 아니라 기본기에도 뛰어남을 증명한다. 하늘로 날아가 버린 광고용 비행선을 하염없이 뒤쫓는 이벤트 회사 청년의 이야기 ‘굿바이, 제플린’이나 멀리 화성까지 가서 온몸을 던져 자동차를 파는 세일즈맨을 그린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는 눈물겨우면서도 웃음이 넘치는 작품이다. 알래스카에서 차를 몰다 무자비한 살인마를 만난 미국 뉴욕의 금융회사 부사장 이야기를 소재로 한 ‘루디’ 등에서는 하드보일드한 잔혹극을 경험하게 된다. ‘전생(前生)엔 마릴린 먼로였다.’로 시작하는 ‘축구도 잘해요’에서는 외계인 납치와 은하계 여행 등 끝 간 데 없는 상상력이 발휘된다. 출판사 측은 “인터뷰 때나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마다 앞으로 그저 별말 없이 열심히 쓰겠노라고 밝혀온 박민규임을 생각하면, ‘더블’이야말로 가장 그다운 개성이 담긴 책”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주말 영화]

    ●친니친니(OBS 일요일 오후 11시 20분) 피아노 조율사 첸가후(금성무·왼쪽)는 일하러 갔던 어느 집에서 눈물 흘리며 매달리는 여자를 뿌리치고 집을 나서는 한 남자와 같은 버스를 타게 된다. 초라한 옷차림만큼이나 초라한 종이 상자 하나가 삶의 전부라 말하는 남자 유목연(곽부성)은 자칭 소설가이다. 출판된 소설은 없지만 그 모든 것이 머릿속에 있다고 허풍을 떠는 목연은 단지 버스에 동행했다는 이유로 가후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가후는 이층집에 이사 온 피아니스트 목만이(진혜림)와 사랑에 빠진다. 이사 온 다음 날부터 쉴 새 없이 피아노를 두드려대는 소리가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목연은 그 소리 때문에 결국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가후는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해 애쓴다. 다음 날, 만이와의 데이트를 생각하며 멋진 옷을 사 입고 돌아오던 가후는 싸이렌 소리와 수많은 사람들로 어수선한 아파트 앞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목연과 만이를 발견한다. 목연이 집에 불이 나 당황해하는 만이를 달래고 있는 것이다. 한발 늦은 가후의 소리 없는 한숨을 뒤로 한 채 목연과 만이의 사랑은 시작된다. ●빌리 엘리어트(EBS 일요일 오후 2시 40분) 11살 소년 빌리는 영국 북부 지방에 살고 있다. 광부인 형과 아버지는 파업 상태이고,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빌리는 할아버지의 오래된 권투장갑을 끼고 체육관을 찾는다. 체육관에서는 권투 교실과 발레 교실이 함께 열리고 있다. 그러나 곧 빌리는 자신의 발이 손보다 훨씬 능란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발레 선생님인 윌킨슨 부인의 독려에 힘입어 권투를 그만두고 발레 교실로 옮기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빌리의 아버지는 곧 그를 말리지만 빌리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런던의 로얄발레학교 입학 시험을 보라고 격려해 주는 윌킨슨 부인과 함께 열심히 오디션을 준비한다. 그리고 빌리의 춤을 본 아버지도 발레만이 빌리가 탄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브레이커블(OBS 토요일 오후 11시 20분) 필라델피아에서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다. 승무원과 승객을 포함하여 131명이 현장에서 즉사한 대형 사고였지만 놀랍게도 한명의 생존자가 발견된다. 바로 대학교 풋볼 스타디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이다. 데이빗은 대학 시절 영웅처럼 떠오르던 스타 선수였으나 자동차 사고로 선수 생명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이다. 놀라운 것은 그때의 사고에서도 그가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혼자만 살아났다는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데이빗은 자신의 승용차에 꽂혀있는 쪽지를 발견하고는 쪽지를 보낸 엘리야 프라이스(사무엘 잭슨)라는 사람을 찾아간다. 엘리야 프라이스는 어떤 이유에서 데이빗 던이 자신을 만나러 오도록 쪽지를 남긴 것일까.
  • 언어 비문학 까다롭고 외국어 빈칸추론 어려워

    언어 비문학 까다롭고 외국어 빈칸추론 어려워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수리·외국어(영어) 영역이 모두 지난해 수능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수능에 출제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EBS 수능 교재에 나온 문제를 확장하거나 응용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직 교사들은 “어려웠던 9월 모의평가에 비해서는 다소 쉽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아주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변별력은 확보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올해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들의 성적이 다른 해에 비해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문제 및 답안 보러가기 ●언어 - 유형 바뀌어 개념이해 요구 전체적인 난이도가 지난해 수능 수준이거나 다소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EBS 수능 교재에 나온 지문 가운데 비문학 6개 중 5개가, 문학 8개 중 5개가 출제됐다. 과학·기술 관련 비문학 지문인 그레고리력에 대한 문항(32~36번)과 문학 지문인 김광욱의 ‘율리유곡’(27~31), 이호철의 ‘나상’(40~43번)은 EBS 교재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지문들. EBS 강사인 윤혜정 덕수고 교사는 “문학의 경우 친숙한 지문이어서 수험생들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면서도 “문항의 형식이 바뀌어서 풀어 봤다고 무조건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개념과 푸는 방법을 깊이 공부한 학생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문학에서 표와 긴 지문이 등장하는 등 까다로운 문제가 다수 나왔다. 유세종 강남중앙학원 강사는 “앞부분에 쉬운 문제, 뒷부분에 어려운 문제가 배치돼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간이 모자라 뒤쪽 문제를 놓치곤 했던 학생들이 앞쪽 문제에서 점수를 획득했을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수리 - 지문 길어져 중·하위권 불리 어려웠던 지난 9월 모의평가에 비해서는 쉬웠지만, 지난해 수능보다는 약간 어려웠다. 자연계 학생이 치는 수리 ‘가’형은 72.5%, ‘나’형은 80.0%가 EBS 수능 교재와 연계됐다. 심주석 인천 송도고 교사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보다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문제가 나왔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문제 지문이 길어져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형의 경우 지난해 수능보다 평균 2점 정도가 떨어질 듯하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금수 서울 중대부고 교사는 “전체적으로 ‘가’형에서 수학Ⅱ가 약간 쉬워졌고, 선택 과목인 미분과 적분은 어려워졌다.”면서 “EBS 문제를 풀 때 왜 이렇게 풀어야 하는지 고민한 학생들이 수능 연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쥐고 있는 문제로는 ‘가’형과 ‘나’형 공통 문항인 25번이 꼽혔다. 여러 가지 수열을 이용해 수열의 극한값을 구하는 문항으로, 계차수열의 일반항을 구하여 풀어야 하는, 4점짜리 문제다. 사차함수와 절댓값의 성질을 이용해 미분 가능하지 않은 점을 찾는 ‘가’형 24번은 상위권 학생에게도 까다로운 문제로 평가됐다. ●외국어 - 어휘 때문에 난이도 편차 커 지난 6·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지만, 어려운 어휘가 많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학생들마다 체감 난이도 편차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BS 수능 교재 가운데 가장 늦게 출판된 파이널 교재와 연계된 문항이 4개 출제됐다. 주석훈 서울 한영외고 교사는 “지문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다.”면서도 “빈칸을 추론하는 문제의 선택지가 지난해 수능에 비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개 문항이던 빈칸 추론 문제가 1개 더 늘어나 6개가 되면서 수험생들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았다. 다른 과목에 비해 외국어 영역에서는 EBS와 연계한 덕에 한결 수월해진 문제가 눈에 띄었다.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낱말을 찾아내는 32번 문항은 오답률이 높은 문항이지만, EBS 지문이 수능에 거의 그대로 쓰여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심리적인 동조 효과에 대한 지문을 주고 빈칸을 채워넣도록 한 27번 문항에도 EBS와 거의 같은 지문이 등장했다. ●탐구 - 한국지리·지구과학 등 평이 대부분의 과목이 EBS 수능 교재와 70% 연계율을 맞춘 사회·과학·직업 탐구 영역을 푼 학생들은 “대체로 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태인 출제위원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변별력을 조금 잃는 한이 있더라도 EBS 교재 연계율을 확실히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했는데, 이 발언이 가장 들어맞는 영역이 탐구 영역이었던 셈이다. 비상에듀는 현직 교사의 분석을 인용해 “EBS 연계 문항이 많이 나와 체감 난이도가 쉬운 편이지만,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고난도 문항을 풀 때는 EBS만 공부해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탐구 영역은 선택 과목 시험을 친 학생들의 성적에 맞춰 표준점수에서 난이도를 조절하게 된다. 올해는 사회에서 경제·사회문화·한국지리 등이, 과학에서 지구과학 등이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으로 점쳐졌다. 홍희경·김양진기자 saloo@seoul.co.kr
  • 로비 수사에 후원금 뚝~ 일부의원 “파산 위기” 한숨

    여의도 정치권에 돈 가뭄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부 국회의원실이 파산 위기에 빠졌다. 다수의 권역별 지역구를 둔 일부 의원의 경우 소액 후원금 축소에 따른 의정활동비 부족으로 지역 사무실 직원 월급 지급을 두 달째 미뤘다. 일부 의원들은 의정활동비 확충 차원에서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당겨 출판기념회 준비에 나섰다. 예년처럼 11월에 소액 후원금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연말 예비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일부 의원들은 ‘돈이 나갈 계획은 많은데 후원금이 씨가 말라 연말이나 연초에 파산할 것 같다.”며 아우성이다. 발단은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 착수다. 소액 정치후원금 대목 시즌인 11월에 맞춰 검찰이 청목회 입법 로비 수사 등 각종 불법 후원금 기부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의 후원금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의정활동비 조성 어려움 한나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17일 “통상적으로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1년에 평균 1억 3500만원, 비례의원의 경우 1억 500만원가량을 소액 후원금으로 조성하는데 올해는 턱도 없다.”며 “청목회 수사 후폭풍 등으로 예년에 비해 기본적으로 최소 30~40%가량 후원액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실의 관계자도 “청목회 수사 이후 소액 후원금이 줄어 의정활동비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원실이 일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대부분 관성적으로 11월에 집중적으로 후원액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3~4달치 예비비 조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인데 일부 방에선 농담처럼 ‘수천만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연말 연초 의정보고대회가 끝나면 파산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고 털어놨다. 비례대표 의원의 한 보좌관은 “의원 스스로 돈이 많은 경우에는 사비를 털어 부족한 의정활동비를 확충하지만 국회의원이라고 다 부자는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방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한 의원은 “후원금 모금 홍보를 위해 홍보물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올해는 의정활동비가 부족해 그마저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지역사무실 월급도 못 줘 그나마 서울 등 수도권에 한개의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에 3~4개 권역별 지역구를 둔 A의원은 “권역별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의 경우 지역마다 사무실과 사무국장 등 유급 근무자를 배치하기 때문에 매달 고정 지출이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2개의 시·군을 지역구로 둔 한 초선 의원은 “청목회 사건 이전에도 목표했던 후원액을 모으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11월 후원금마저 뚝 끊겨 지역 사무실 관계자들 월급을 두 달째 주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상임위별로 느끼는 온도 차도 크다. 초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위원회나 국토해양위원회 등 피감기관이 많고 규제법안을 많이 다루는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경우 매년 비교적 많은 소액 후원금을 거둔 경험이 있어 청목회 사건 이후 소액 후원금 빈곤을 더욱 크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권력은 ‘不通’이다

    ‘불통’(不通). 이명박 정권의 비판진영에서 내세운 키워드다. 그런데 비판치곤 참 순진하다. 권력은 원래 불통이다. 세상엔 수많은 주장이 있지만, 그 가운데 사실이 되는 것은 오직 권력자의 주장이다. 권력자의 주장이 다른 주장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 그는 이미 권력자가 아니다. 아무리 엉터리 같은 얘기를 해도 권력자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존중받으면, 그는 확실한 권력자다. 권력이란 그렇게 작동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불통’은 권력자 입장에서 명예로운 훈장인 셈이다. 이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는, 두 권의 얇지만 묵직한 고전이 번역됐다. ●슈미트 ‘정치신학’ 대화는 이상향일뿐 하나는 나치즘을 옹호한 법학자 칼 슈미트(1888~1985)의 ‘정치신학’(김항 옮김, 그린비 펴냄)이다. 여기서 슈미트는 불통을 ‘결단’으로 승화시킨다. 불통이 어째서 결단인가. 슈미트가 바이마르 민주정을 일러 ‘낭만주의’라거나 ‘영원한 대화’라고 비판한 데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물론 비꼬는 말투다. 토론공화국을 내건 노무현 정권에 붙었던 별명, ‘나토’(NATO·No Action Talk Only)를 떠올리면 된다. 슈미트는 ‘영원한 대화’를 일종의 부르주아지 자유주의의 정치적 이상향으로 간주하면서 이를 경멸한다. 그렇기에 “모든 정치적 활동을 신문이나 의회, 즉 논의에 내맡기는 계급은 사회적 투쟁의 시대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일갈하거나 “부르주아지는 혈통 및 가계에 기초한 귀족지배를 폐기하면서도 가장 파렴치하고 저급한 금권적 귀족지배를 용인한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불도저처럼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맛이 없다는 것인데, 잘 음미해 보면 노무현 정권이 왜 좌·우파 모두에게서 비판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랬기에 이번 정권 들어 ‘논쟁’하고 ‘토론’하는 대통령 대신 유독 ‘고뇌’하고 ‘결단’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부각된다. 통(通)할 생각을 버리고 결단을 내려라,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 권력이라는 슈미트의 주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동시에 ‘예외상태를 정의할 수 있는 자가 주권자’라는 슈미트의 그 유명한 명제는 과거 정권을 예외상태로 규정하는 것, 그러니까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는 데서 다시 한번 빛난다. 슈미트가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결단의 강림’은 이 정권 들어 장맛비처럼 쏟아진다. 쇠고기협상, FTA, 4대강, 수도 이전 등 모든 핵심 이슈에서 남는 것은 오직 지도자의 고뇌와 결단뿐이다. 그게 권력자의 주장이고, 그렇기에 그것은 사실이어야만 한다. ●메이휴 ‘의회, 선거커넥션’ 정치동기는 재선 다른 하나는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메이휴의 1974년작 ‘의회, 선거커넥션’(김준석 옮김, 동국대출판부 펴냄)이다. 의회권력의 작동방식에 대한 짧은 연구논문인 이 책에서 펼치는 메이휴의 주장은 간단하다. ‘의원들의 정치적 행위의 동기는 재선을 위해 뛴다는 것’이다. 재선을 위해 뛴다는 게 얼핏 나쁠 것 같지 않은 동기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민감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국민들이 일일이 개별 정책에 반응하는 것도 아니요, 어떤 정책에 대해 개별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라서다. 특히 공천 때문에 당 지도부에 목매야 하는 한국적 상황은, 지역구 민심에 따라 당론을 배반하는 투표가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지는 미국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음미해볼 대목은 있다. 요즘 한나라당의 감세 논란에서도 일정부분 드러난다. 영남지역 의원들은 시큰둥하고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적극적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쉽게 말해 부자 감세를 아무리 떠들어봐야 영남에는 한나라당 깃발만 들면 일단 당선권에 드니까 심드렁한 얘기일 뿐이고, 수도권에서는 그걸 위태롭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레임덕이란, 결국 단임대통령과 재선을 노리는 의원들 사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얘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취업과 연계된 대학입시 기획 필요/권성자 책만들며크는학교 대표

    [옴부즈맨 칼럼]취업과 연계된 대학입시 기획 필요/권성자 책만들며크는학교 대표

    며칠 있으면 대학입학 수능시험이다. 수능과 전혀 관계 없는 필자도 언제부터인지 수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능이 임박한 10월부터 대학입시 정시모집이 끝나는 다음 해 2월까지는 고3·재수·삼수 심지어 사수까지 시키는 부모를 만나게 되고, 그들과 ‘어느 대학에 지원을 했는지, 결과는 어떠한지’ 등의 대화를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이렇게 힘들게 대학 들어갔는데 졸업하고 취업도 못해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하면 어쩌냐.’ 하는 근심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곤 한다. 대학입시는 입시생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무조건 붙고 보자는 식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분위기 속에서 11월 12일자 시론에 실린 ‘대입수험생에게 드리는 편지’는 ‘창조력 중시 트렌드’, ‘자유무역협정으로 신시장이 열리는 트렌트’, ‘변종글로벌시대 트렌트’ 등을 참고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직업평론가의 조언이 가슴에 와 닿았다. 10월 26일자 ‘3박자 갖춘 신설 특성학과 노려라’는 기사는 대학의 신설학과와 특성학과를 소개하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4년제뿐 아니라 2년제까지 포함하여 좀 더 광범위하게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매년 대학입시는 찾아오고 수험생에 관한 많은 기사들이 실리지만 서울 소재 유명 대학들의 모집전형을 보면 필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인 1980년대 초반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커리큘럼은 어떠한지’, ‘취업과 연계할 수 있는 미래 트렌드는 무엇인지’, ‘10년 후 전망은 어떤지’ 등 학과를 자세하게 소개해주는 기획기사가 실린다면 학과를 선택하는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업도 10년 후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와 여러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듯 개인도 10년, 20년 이후의 미래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대학입시가 시작될 때부터 졸업과 취업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10년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준비하는 데 필요한 연계된 기획기사를 기대해 본다. 10월에는 일자리 기사가 특히 눈에 띄었다. 정부가 10월 12일에 발표한 ‘국가고용전략’과 맞물려 고용을 통한 성장, 분배구조 개편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정리해 주었고, 10년간 24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 분석해 주었다. 특히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전부가 아닌 현재 청년들의 일자리 구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기사와 분석이 눈에 띄었다. 13일자 1면에 소개된 ‘문화산업 음지 일꾼’ 만년 ‘어시스턴트의 자화상’을 통해 패션잡지, 사진 스튜디오의 어시스턴트 및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생생하게 잘 다뤘다. 이어 9면에는 이 부분은 출판, 영화산업 종사자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주 44시간보다 긴 시간을 일해야 하는 1~5년차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근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현실을 잘 보여준 기사였다. 정부와 대학,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연계되어야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자치뉴스 면에 관련된 기사가 다루어진 점은 좋았다. 13일자 ‘지자체-대학, 지역발전 어깨동무’에서 대학은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고, 지자체는 행정 및 경제 지원을 하면서 윈-윈 전략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는 일반 취업뿐만 아니라 우수 아이템을 지닌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공간과 자금, 교육컨설팅, 마케팅 등 창업의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을 비롯, 대전시와 부산시의 창업 지원 내용도 다루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우리 국민 모두의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일회성 기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슈화해 주기를 바라며 예리하게 파헤쳐 적절한 대안도 찾아 제시해 주길 기대해 본다.
  • 고법, 파룬궁 中여성 첫 난민 인정

    고법, 파룬궁 中여성 첫 난민 인정

    국내에서 파룬궁(法輪功·Falun Gong)을 수련한 중국인 여성이 고등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 여성은 난민 인정을 받은 국내 첫 파룬궁 수련생이 될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곽종훈)는 중국인 W(40)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인정 불허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W씨가 한국에서 파룬궁과 관련한 매우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중국 정부로부터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교나 정치적 이유로 박해받을 충분한 위험이 있고,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중국에서) 파룬궁 수련으로 박해받다 출국한 사람뿐 아니라 한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해 박해가 우려되는 사람도 ‘난민’”이라며 ‘국내파’ 수련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2001년 한국에 온 W씨는 2004년부터 파룬궁 수련을 했으며, 온라인 등을 통해 중국 정부의 파룬궁 탄압을 비판하고 공산당에서 탈퇴했다. W씨는 지난해 3월 법무부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파룬궁을 수련하지 않았고, 박해를 피하기보다는 체류 기간 연장 목적이라는 의심이 든다.”며 패소 판결했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그동안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다수 제기했지만, 아직 대법원에서 승소한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서울행정법원이 파룬궁을 수련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입국한 S씨 등 2명에 대해 승소 판결을 내려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고, 이듬해 대법원도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파룬궁 수련생을 전문적으로 맡는 김남준 변호사는 “지금까지 재판부는 파룬궁 수련생이 자신들의 공포를 명백하게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면서 “판결이 다른 난민 사건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중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2008년 행정법원 판결 당시 중국 외교부는 “파룬궁 수련생에 대한 난민지위를 인정하는 모든 국가의 행위를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용어 클릭] ●파룬궁 리훙즈(李洪志·59)라는 인물이 1992년 중국에서 창시한 심신수련법으로 1995년 이후 수련생이 급증했다. 약 80개국에 7000만명 이상의 수련자가 있으며, 한국에 피신해 있는 파룬궁 수련자는 1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초기에는 파룬궁에 관대했지만 회원이 늘고 조직화하자 1999년 ‘활동금지통고’를 내려 관련 단체를 사교(邪敎)로 규정했다. 이후 파룬궁을 소개하는 출판물 발행을 금지하고, 주요 관련자는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 모바일 앱 누구나 만들어 이용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앱)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나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홍익세상은 11일부터 ‘하이시엘 0.9’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이시엘 0.9’ 시범 서비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용으로 개발된 하이시엘 서비스는 ‘하이시엘 앱에디터’라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를 거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전문 개발자들이 쓰는 안드로이드용 앱 제작도구(SDK)와 하이시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복잡하고 어려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앱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 이미 해외에서도 구글 ‘앱인벤터’ 등 프로그래밍 언어가 필요없이 앱을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가 공개된 바 있지만 여전히 전문적인 개발 지식이 없으면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노상범 홍익세상 대표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이용자라면 하이시엘을 통해 앱을 만드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시엘 서비스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앱은 주로 전자책, 기업·브랜드 홍보 카탈로그, 개인만의 음악·동영상 콘텐츠를 담은 멀티미디어 앱 등이다. 좋은 콘텐츠를 보유한 개인이 적은 비용으로 쉽게 앱 형태로 출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올해 말까지 진행될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시범 서비스가 끝난 후에도 무료 버전은 앱에디터 안에 배너광고가 삽입되는 방식 등을 통해 유지할 방침이다. 고급 기능이 추가될 유료 버전도 앱 1건당 1만~3만원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표는 “간단한 앱 제작에도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 일반인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개발자들도 이익을 내기 어려웠다.”면서 “앞으로 바다 등 다른 OS용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결혼이라는 종착역에 서도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걸까

    결혼이라는 종착역에 서도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걸까

    연애의 종착역인 결혼. 마침내 그 역에 다다르면 외로움과는 작별하게 되는 것일까.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46) 신작 소설 ‘달콤한 작은 거짓말’(소담출판사 펴냄)은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아서 더 외면하고 싶은 결혼이라는 현실의 쓸쓸한 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 책이다. 테디 베어 작가인 루리코는 남편 사토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자신의 일과를 하나하나 보고한다. 사토시 역시 그녀에게 무엇이든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시시콜콜한 일들을 전하지만, 둘은 전혀 대화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사토시와 둘이 꼭 붙어 지낼 수 없다면, 독소를 품고 있는 감자 싹의 솔라닌으로 요리를 만들어 동반 자살하겠다고 다짐해온 루리코. 그러던 어느 날, 루리코는 남편이 아닌 남자 하루오와 연애를 시작하고, 사토시 역시 대학 후배 시호와 사적인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찾으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 루리코는 하루오의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봐 서둘러 그곳을 떠나고, 사토시는 시호가 있어 루리코의 섬세함을 지킬 수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비밀이 있어 일이 잘 굴러간다고 생각하고, 이미 서로에게 헤아릴 수 없는 거짓말을 해 버린 두 사람. 이들은 “중요한 건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빨간 장화’에 이은 에쿠니의 결혼에 관한 연작 장편 소설이다. 그녀의 전작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던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라는 전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전반적으로 관조적인 어조를 유지하지만 그 속에 묘한 광기가 어우러져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루리코의 대사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콕 찍어내며 소리 없는 여운을 남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개마고원 포수와 조선 마지막 백호의 7년간의 승부

    “피와 땀이 흥건한, 인생의 깊은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세편쯤 쓰고 싶고 이 작품이 그 첫 번째다. 그러한 작품을 꾸준히 쓰려고 교수직도 그만두었다.” 소설가 김탁환(42)씨가 새 장편 ‘밀림무정 1·2’(다산책방 펴냄)를 펴냈다. 무협물 같은 느낌의 제목에 날카로운 눈빛의 포수와 백호가 표지그림으로 등장한 소설은 개마고원이 배경이다.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옥의 묵시록’이나 ‘대부’처럼 강력한 이야기, 규모가 큰 장편소설을 쓰고 싶었다.”라고 밝힌 김씨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직을 던지고 1940년대를 배경으로 포수와 조선 마지막 호랑이의 승부를 그렸다. 출판사 측에서는 한국형 ‘노인과 바다’ 또는 ‘모비 딕’이라고 소설의 성격을 규정했다. 백호에게 아비와 동생을 잃은 산은 아비의 유품인 총 ‘밀림무정’을 들고 단 하나의 적 백호를 찾아 설원을 누빈다. 암컷과 새끼를 산에게 잃은 백호에게도 산은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다. 작가는 이들의 승부에서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을 본다. “소설을 쓰고 나서 넘어설 수 없는 적을 상정하고,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게 지금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했다. ‘밀림무정’은 가장이라는 같은 역할을 가진 한 인간과 짐승이 충돌할 때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설을 쓰고자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인 러시아 라조 지역 일대까지 답사했다. 호랑이가 지나간 지역을 따라가고 맹수들의 생태에 대해 철저히 감수를 받은 덕에 소설 속의 숲과 동물에 대한 묘사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소파에 드러누워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다가 또는 만원 지하철 속에서 한강 다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볼 때 가슴이 끓는다면 ‘밀림무정’은 바로 당신을 위한 소설이다. 생을 송두리째 걸 만한 거대한 목표를 갈망하고, 내 안의 강함을 확인시켜주는, 적을 열망하는 야성을 간직한 이에게 포수와 호랑이의 7년간의 승부는 혈관 속의 피를 끓게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허리띠 졸라맨 英 ‘해고 전문가’ 특채

    초긴축 재정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 연립정부가 ‘해고 전문가’를 영입한다. 공공 부문의 인원 감축을 위한 조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 이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공공 부문의 개혁에 대해 직접 조언하고 정무차관의 고문으로서 구체적인 실행 방침을 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총리실은 일단 누가 영입 대상인지에 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공공 부문 감축을 총지휘하고 있는 내각장관 거스 오도넬 경은 최근 하원 행정위원회에 출석, “민간 부문에서 구조조정에 성공을 거둔 주요 관계자들과 공공 부문 감축에 대해 협의했다.”고 말해 영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인디펜던트는 거론되고 있는 대상자로 구조조정을 통해 3년 만에 회사 주식을 두배로 높인 화학회사 부츠의 CEO 리처드 베이커를 비롯해 센트리카 브리티시 가스의 전 CEO이자 주택그룹 코너 그룹의 회장인 로이 가드너, 아웃 소싱으로 명성 높은 출판 그룹 리드 엘세비어의 회장 앤소니 햅구드, 패션 체인 뉴룩의 회장 존 길더슬리브 등을 들었다. 영국공인인력개발연구소(CIPD)는 최근 2016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7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영국 연립정부는 초긴축재정으로 공공 부문의 일자리는 줄지만 경기 회복을 통해 민간 부문의 일자리는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손글씨’ 하나로 女心 울린 디자이너 공병각

    ‘손글씨’ 하나로 女心 울린 디자이너 공병각

    여기 열병과도 같은 사랑을 하다가 이별을 맞은 한 남성 디자이너가 있다. 펑펑 울기도 하고 술에 흥건히 취해보기도 했지만 실연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고, 거짓말과 같은 이별을 맞은 지 1년 만에 이 남성은 ‘그녀’를 향해 꾹꾹 눌러 썼던 이야기를 모아 책을 냈다. 디자이너 겸 캘리그래퍼 공병각(32)이 사랑과 이별에 관한 두 번째 에세이 ‘전할 수 없는 이야기’(양문)를 펴냈다. 손 글씨로 애틋한 마음을 토해낸 이 책은 서적사이트 에세이 부문 상위권을 차지하며 반향을 일으켰고 한국과 일본여성 독자 수백 명을 고정팬으로 만들었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평범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들인 거죠. 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에요. 첫 번째 책인 ‘잘 지내니? 한 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은 제가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썼던 14권의 공책을 엮은 거예요. 제 일기장에 독자들이 공감을 해 준거죠.” ◆ ‘연애편지 달인’이 작가가 되기까지 “내 얘기 같아서 눈물을 흘렸다.”는 독자들의 후기가 쏟아졌다. 주로 여성이었다. 간결하면서도 미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놓치지 않는 글귀를 읽다보면 공병각이 면도칼처럼 예리한 감성을 가졌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남성이 어떻게 이런 세밀한 내면을 가지게 됐을까. 공병각의 감성은 하루아침에 세포분열 한 게 아니다. 또래에 비해 더 섬세했던 공병각은 학창시절 다이어리를 감각적으로 꾸미고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도맡아 써주던 아이였다. 어른이 돼서도 그는 습관처럼 침대나 책상 등지에서 떠오르는 걸 종이에 적어 모아뒀다. “본격적으로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건 3~4년 전이에요. 크레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광고에 손글씨를 사용하기 시작했죠. 헤어진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썼던 글을 미니홈피에 올려뒀는데, 그게 입소문을 타면서 출판사로부터 발간 권유를 받게 됐어요.” ◆ “‘이게 책이냐’는 안티도 많아” 이미 헤어진 연인과 200번 넘게 다시 헤어지는 심정으로 두 번째 책도 냈다. 활자가 하나도 없었던 전편에 비해 가독성을 높이는 디자인에 집중했고, 이별에만 집중됐던 내용은 사랑과 애틋한 등으로 좀 더 다양해졌다. 그래도, “‘아프지 말아.’ 누군가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마음 저릴까.”, “사랑에 실패했다고 내 사랑이 멈추는 건 아니다. 실패한 사랑으로 내 마음엔 시동이 걸렸다.” 등 공병각의 애틋한 주절거림은 여전히 책의 주된 내용이다. 에세이 작가로는 드물게 거의 매달 사인회를 열고, 일본에서 여성 팬들이 찾아올 정도로 공병각의 인기는 한류스타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출판계에는 공병각 안티세력이 존재한다. ‘트렌드’란 허울을 입은 사랑에 대한 가벼운 글들이 에세이로 인정될 순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그다지 논리정연하지도 않고 심지어 책도 잘 안 읽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공병각은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과 이별에 대한 글을 쓴다. 그에 대한 이야기에는 적합한 논리와 설득력, 이해가 필요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담담하게 의견을 밝혔다. 일명 ‘공병각 폰트’로 돈 좀 벌었겠단, 기자의 호기심 어린 추측에 공병각은 고개를 저었다. “많이 오해하시지만 제 손글씨는 폰트로 등록돼 있지도, 그럴 계획도 전혀 없어요. 제 글씨는 글씨체가 아닌 감정을 담아 디자인한 매개체라서 폰트로 등록할 수 없거든요.” 공병각은 디자이너·크레이티브 디렉터·캘리그래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감성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릴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서 그는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한 작은 꿈들을 이뤄가고 싶어요. 동시에 저도 좋은 여성을 만나고 싶어요. 그럼 외로움이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백제 역사만화 ‘무령’ 수출

    백제 역사만화 ‘무령’ 수출

    충남도가 제작한 백제 역사만화 ‘무령’이 태국 최대 출판사인 ‘미디 올 미디어’에 수출된다. 도는 최근 이 출판사와 수출 계약을 체결, 내년 1월부터 태국 전역에 만화 ‘무령’을 보급한다고 7일 밝혔다. ‘무령’은 충남도가 공주시, 대원씨아이㈜와 공동 제작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백제의 중흥을 꿈꾸던 무령왕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현재 어린이 만화잡지 ‘챔프’에 연재되고, 4권의 단행본이 나왔다. 도는 먼저 3권까지 120권씩 모두 180만원어치를 보냈고, 10권까지 발간될 경우 총 1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재룡 충남도 문화산업담당은 “지자체가 제작한 만화가 상업화돼 수출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지난 3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 ‘무령’을 출품해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벌인 것이 결실을 이뤘다. ‘무령’을 통해 백제문화가 한류 열풍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책꽂이]

    ●이모셔널 에너지-내 감정을 이기는 심리학(황화숙 지음, 아름다운 사람들 펴냄) 에너지덩어리이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을 바꾸는 긍정적 변화를 주기도 하는 감정. 저자는 이런 감정이 가진 힘의 원천을 ‘이모셔널 에너지’라고 말한다. 자기 감정을 다스리고, 그것이 행복을 만드는 다스림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가격 1만 5000원. ●한의학으로 본 차와 건강(도원석 지음, 이른아침 펴냄) 현직 한의사이자 차 애호가인 저자가 10년에 걸쳐서 쓴 차와 건강 이야기. 각종 나무, 꽃, 열매, 뿌리 등 갖가지 자연 재료를 혼합한 약차 34종을 소개하면서 한의학서에 기록된 성질과 효능은 물론 어떻게 우려 마셔야 색·향·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지 조언한다. 가격 1만 5000원. ●조광조 별(지영환 지음, 형설라이프 펴냄) 조선왕조 중종 시대에 활약한 정치가인 조광조가 당대 최고의 관료 자리에 올랐을 때부터 사약을 받기까지 그의 정치적 신념과 일생을 담은 책. ‘중종실록’이라는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당대의 정치적 풍토를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 돋보인다. 가격 1만 5000원. ●꿀벌의 우화(버나드 맨더빌 지음, 최윤재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개인의 악덕이 국가를 부유하게 한다’고 주장한 괴짜 경제학자 버나드 맨더빌이 1723년 펴낸 책. 세계사적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예측하고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한 그의 저서를 통해 맨더빌의 사상이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후대 경제학자에게 미친 영향력과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이 읽혀야 하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제시한다. 가격 1만 7000원.
  • 한자리에 모인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한자리에 모인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12년 만에 시집을 낸 시인, 중국에서 한국어 교사로 일하며 번 돈으로 태국에서 첫 장편소설을 완성한 소설가, 치과의사를 부업으로 삼아 희곡을 쓰는 극작가…. 제18회 대산문학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다양한 이력이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는 대산문학상은 올해 시 부문에 최승자(58) 시인의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 소설 부문에 박형서(38)씨의 장편소설 ‘새벽의 나나’, 희곡 부문에 최진아(42)씨의 ‘1동 28번지, 차숙이네’를 각각 선정했다. 평론 부문에는 김치수(70)씨의 평론집 ‘상처와 치유’, 번역 부문에는 이인성 원작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을 공역한 ‘Interdit de folie’의 최애영(49)씨와 장 벨맹-노엘(79)이 뽑혔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수상자들을 만났다. 경북 포항에서 올라온 최승자 시인은 “요즘 시들이 너무 다변화돼 언어만 날뛰는데, 말로 흘러가는 게 아니고 시적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한번 생각에 사로잡히면 끝없이 물고 늘어져 밥도 잊어버리고 혼잣말을 하곤 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며 “지난해부터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경림·신달자 시인 등 시 부문 심사위원단은 최 시인의 시에 대해 다변의 범람 속에 간결성과 간절함이 단연 돋보인다고 평했다. 신경림은 “시인이니까 시를 쓰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최승자 시인은 시를 써서 시인이 되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할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일찌기 나는’ 중에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십 세’ 중에서)와 같은 시어로 젊은이를 열광시켰던 최 시인은 이제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참 우습다’ 중에서)라고 노래한다. 태국을 무대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짚은 소설 ‘새벽’의 박형서씨는 “두껍고 끈적끈적한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소설을 위해 태국에서 1년 반가량 머물렀는데 항상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공을 들여서 작품을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연극연출가 겸 극작가로 변신한 최진아씨는 “희곡을 잘 쓴다는 게 너무 어렵지만 연극에 기대어 산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고 말했다. 평론 부문의 김치수씨는 “문학으로 상을 받는 것은 여분의 몫이라 생각한다. 외길로 평생을 걸어오니까 우연히 나에게도 상이 찾아왔다.”고, 번역 부문의 최애영씨는 “원작의 힘이 컸고, 공역을 하면서 정교한 교감이 필요했다.”고 각각 소감을 전했다. 상금은 소설 5000만원, 시·희곡·평론·번역이 각각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은 번역 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외국에서도 출판될 예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영화리뷰] ‘레드’

    [영화리뷰] ‘레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 특수요원과 평범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일반인. 우리는 이런 조합을 스크린에서 종종 봐 왔다. 특수요원의 화려한 액션과 일반인의 생뚱맞은 행동들이 어우러져 즐거움을 준다. 올해만 해도 존 트라볼타·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주연의 ‘프롬 파리 위드 러브’와 톰 크루즈·캐머런 디아즈 주연의 ‘나잇&데이’가 나오지 않았던가. 지난 3일 개봉한 ‘레드’도 기본 설정은 마찬가지다. 특수요원이 은퇴한 노인네로 달라졌을 뿐이다. 물론 무시무시한 실력은 오롯이 남아 있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은퇴했지만 최고로 위험한’(Retired Extremely Dangerous)의 줄임말이겠는가. 프랭크(브루스 윌리스)는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배출한 최고 특수요원이었다. 이젠 은퇴해 연금을 받는 신세다. 낙()이 있다면 연금 수표를 발송해 주는 세라(메리 루이스파커)와 전화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떠는 것. 어느날 정체불명 괴한들에게 습격당한 프랭크는 세라에게도 위험이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세라를 보호하게 된 프랭크는 적의 정체를 알기 위해 양로원 신세를 지고 있는 CIA 최고 정보통 조(모건 프리먼)와 피해망상증으로 은둔하고 있는 폭파 전문가 마빈(존 말코비치), 암흑가 최고 킬러였으나 은퇴한 빅토리아(헬렌 미렌), 러시아 쪽 라이벌 요원 이반(브라이언 콕스)과 힘을 합친다. 이념도, 정파와 사파도, 적 또는 동지였는지도 상관없다. 평범한 삶에 무료함을 느끼며 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이들은 의기투합한다. ‘레드’는 ‘프롬 파리’나 ‘나잇&데이’보다 확실하게 점수를 딴다. 앞선 두 작품이 투맨쇼, 또는 커플쇼에 집중했다면 레드는 캐릭터 향연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연기파 ‘노장’들의 향연이다. 브루스 윌리스(55)를 비롯해 모건 프리먼(73), 존 말코비치(57), 헬렌 미렌(65), 브라이언 콕스(64), 리처드 드레이퓨스(63) 등 관록이 만만찮다. 심지어 어네스트 보그나인(93)의 근황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존 말코비치의 약간 정신이 나간 듯한 코믹 연기가 돋보인다. 노인네들끼리 ‘맞장’ 뜰 수는 없는 일. ‘노땅’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젊은 피 역할은 ‘반지의 제왕3’, ‘본 슈프리머시’, ‘스타트렉 더 비기닝’으로 얼굴이 알려진 칼 어번이 맡았다. 원작이 있다. ‘슈퍼맨’ ‘배트맨’을 배출한 유명 만화출판사 DC코믹스의 인기 그래픽 노블(소설처럼 서사구조가 복잡한 만화)이다. ‘플라이트 플랜’과 ‘시간 여행자의 아내’로 능력을 인정받은 로베르트 슈벤트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슈벤트케 감독 덕택에 브루스 윌리스는 액션 명장면을 하나 더 남기게 됐다. 충돌당해 빙글빙글 회전하는 차의 원심력을 무시하는 듯 브루스 윌리스가 자연스럽게 차 밖으로 내려서며 총을 쏘는 장면이 압권이다.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남이 안하는 것을 해보세요”

    “남이 안하는 것을 해보세요”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인 이민법 변호사이자 인권 변호사로도 유명한 전종준(52)씨가 1일(현지시간) 자서전 ‘2등 해서 서러운 사람들, 남이 안 하는 거 해봐’(쿰란출판사)를 펴냈다. “대학시절 사법시험에 응시했다가 영어 과목에서 낙제해 떨어진 뒤 미국으로 유학을 와 영어로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전 변호사는 평범하게 2등만 하던, 실패의 연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이날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50대 초반에 자서전을 내는 게 이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의 꿈, 희망, 행복을 위한 메시지라기보다 남의 꿈과 희망, 행복을 위해 남이 안 하는 것을 해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미국 이민법을 집대성한 이민법 전문변호사로 시작해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뒤 미국 정부의 부당한 비자발급 거부에 맞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미 연방하원에 혼혈인에 대해 자동 시민권 부여법안이 제출되도록 했으며, 탈북자들의 미 영주권 획득을 위해 무료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한화 점자책 4000부 배포

    한화는 제84회 점자의 날(11월 4일)을 맞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시각장애아동들을 위한 점자책을 제작해 배포한다고 2일 밝혔다. 김연배 한화 부회장은 신영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 육근해 도서출판 점자 대표 등과 함께 서울 수유동에 위치한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한빛맹학교를 방문해 점자책 전달식을 가졌다. 시작장애인용 점자책은 일반 책에 비해 수작업이 많아 제작비용이 비싸 시각장애아동들이 권당 4만~6만원의 책을 개별적으로 구입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화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4000부의 점자책을 제작해 전국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 및 시각장애아동들에게 배포한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한·중 학술교류 큰 자취 남기시고…

    한·중 학술교류 큰 자취 남기시고…

    아시아 구석기고고학계의 큰 별인 손보기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놀라움 속에 듣고, 저와 동료들은 모두 심심한 애통의 마음에 빠져들었습니다. 선생님은 한국 구석기고고학의 개척자이자 또한 국제학술계에서 드높은 위상을 지닌 선구적 고고학자였습니다. 공주 석장리 유적 발견과 연구는 한반도 구석기고고학의 서막을 열었으며, 고인류가 한반도에서 생존한 역사를 수 만 년 앞당겼습니다. 그 후 한반도 구석기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과 연구로 뛰어난 학술성과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인재를 훈련시키고 발굴현장에서의 작업 규범을 세워, 후속 세대가 발전해갈 수 있도록 견실한 기초를 닦으셨습니다. 또한 한반도에서 구석기인이 생존했던 역사를 복원하는 데에 중요한 공헌을 하신 것은 물론 박물관 설립을 계획하고 지원하여 선사문화를 알리는 등 그 학술적인 영향과 사회적인 영향 역시 넓고 깊게 이뤄놓으셨습니다. 특히 선생님은 우리 중국학자들과의 교류에 관심을 기울여,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학술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많은 동료들과 깊은 우의를 쌓으셨습니다. 1989년에는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술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하여 우리 연구소가 주관한 ‘베이징원인 제1두개골 발견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토론회’에 참가하셨는데, 이는 한중학술교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저우커우뎬(周口店)유적 관련 자료집의 영문판 출판을 적극 기획하고 독려하여, 베이징원인에 관한 지식과 연구 소식을 홍보하는 데에도 특별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중국의 학술활동에 참여하고,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중국에서 온 학자들을 맞는 등, 양측의 학술 교류와 협력을 열과 성을 다하며 독려하시니 중국학자들로부터 높이 칭송을 받으셨습니다. 이에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와 중국고인류·구석기고고전업위원회를 대표하여, 손 선생님의 가족, 친구, 그리고 한국구석기고고학회에 비통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선생님이 문을 연 한국 구석기고고학 연구가 계속적으로 발전하기를 충심으로 축원하며, 아울러 양국의 우의와 협력이 긴밀히 발전해가기를 염원합니다. 손보기 선생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카오싱(高星)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 부소장
  • 대기업 e러닝사업 확장

    대기업 e러닝사업 확장

    대기업들이 전자학습(e-러닝)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통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학원가와 학습지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SK텔레콤은 대입전문 대성학원 계열의 ‘디지털대성’ ‘대성마이맥’ 등과 스마트러닝 사업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1일 밝혔다. 수험생을 위한 학습 콘텐츠를 확보해 사교육 전문 콘텐츠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다. 우선 SK텔레콤은 오는 18일 치러지는 2011학년도 대입 수학능력평가 시험에 맞춰 대성학원이 제작한 점수별 대학 배치표 및 진로상담 서비스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작해 제공하기로 했다. 또 대성학원의 여러 입시 정보를 공급받아 대학입시 전문 모바일 학습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영어전문 학원인 ‘청담러닝’, 유아전문 출판사인 ‘예림당’ 등과 제휴를 맺고 전문 콘텐츠 제작에 들어갔다. 특히 청담러닝과 함께 개발 중인 영어교육 플랫폼의 경우 내년 2월 시범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SDS도 지난달 27일 제일기획이 보유한 e-러닝 업체 ‘크레듀’의 지분 26.7%를 모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크레듀 지분이 14.2%에서 40.9%로 높아져 최대주주가 됐다. 크레듀는 최근 영어회화 능력 평가인 ‘오픽’(OPIc)시험을 주관하며 토익, 텝스 등 기존의 영어 자격증 시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미 삼성뿐만 아니라 LG, 현대차, SK 등 대기업 입사시험에도 오픽이 채택됨으로써 관련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삼성SDS는 크레듀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온·오프라인에 걸쳐 교육사업을 전개 해 나갈 방침이다. IT 서비스 부문에 강점을 가진 삼성SDS는 크레듀 인수를 통해 교육사업 콘텐츠를 확보함에 따라 e-러닝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크레듀와의 중복 영역을 정리하고 비즈니스를 체계화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IT 대기업들이 그동안 중소기업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e-러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런 스마트 단말기가 교육사업에서도 여러가지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20조원이 넘는 국내 사교육 시장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 분야로 흡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민 한 사람이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를 한대 이상 보유하는 시기가 되면 온라인 교육 콘텐츠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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