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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레이스’ 속도 내는 민주 3龍] 김두관 “불쏘시개·페이스 메이커는 싫다”

    [‘대선 레이스’ 속도 내는 민주 3龍] 김두관 “불쏘시개·페이스 메이커는 싫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12일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대선 출마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 결심이 서면 ‘불쏘시개’나 ‘페이스 메이커’는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선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행사장에는 2000명 이상이 몰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출판기념회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누가 가장 표의 확정성이 있는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꺾을 사람이 있는가’ 등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는 과정”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지지가 미미하지만 국민적 관심과 호응을 받으면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긴 사람이 최종 후보까지 갈 것이다. 안 원장과는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대선 후보 경쟁력에 대해 “몸으로 체화했기에 누구보다 서민, 농민, 노동자 등의 아픔을 잘 대변할 수 있다. 주류 사회와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은 나의 약점이자 강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저서 ‘아래에서부터’(부제 ‘신자유주의 시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에서 ‘비욘드(beyond) 노무현(노무현을 넘어)’을 외치면서도 자신을 ‘리틀 노무현’에 비유하며 “자수성가형 입지전적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과 나는 ‘중단 없는 도전 인생을 살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날 대선출마 촉구 선언을 했던 11명의 현역 의원 중 원혜영·민병두·문병호·안민석·김재윤 의원 등 전·현직 의원 20여명과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창원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대선 레이스’ 속도 내는 민주 3龍] 손학규, 특강 마무리… 약속 캠페인 나선다

    [‘대선 레이스’ 속도 내는 민주 3龍] 손학규, 특강 마무리… 약속 캠페인 나선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2일로 특강 정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대구대학교에서 ‘손학규, 대한민국 새로운 길을 말하다’를 주제로 특강했다. 손 고문은 지난 5월 17일부터 전남대·경남대·충남대·강원대·전북대 등을 돌며 진행한 권역별 순회 ‘비전 투어’를 마쳤다. 손 고문은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뒤이어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자신의 비전을 심화·구체화한 약속들을 공개하는 가칭 ‘손학규의 약속 캠페인’에 나선다. 국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소통한다. 그를 원하는 지역과 집단을 찾아 민심을 듣고, 집권 비전을 제시한 뒤 가감 없이 평가받을 예정이다. 손 고문은 7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제비전을 담은 저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그와 참모들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인 ‘메인 캐치프레이즈’도 가다듬고 있다. 국회의원·장관·도지사를 거친 경륜이 평가받기 시작하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여론조사 지지율도 한순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 당내 기반 강화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학용·최원식·조정식·이찬열·양승조·오제세·이춘석·김동철·이용섭·임내현·이낙연 의원 등 권역별로 고르게 포진한 의원 지지세가 강점이다. 공식 출마 선언 뒤엔 합류 의원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한다. 측근들은 “여야가 거친 종북·색깔 공방을 펴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이때야말로 양쪽의 극단론을 조율해 낼 수 있는 안정적 경륜·리더십을 갖춘 손 고문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공교육 통해 누구나 나비처럼 날게 할 것”

    “공교육 통해 누구나 나비처럼 날게 할 것”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철학을 담아 직접 띄운 트위터 글과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 쓴 옥중 편지를 모은 에세이집 ‘나비’가 11일 공식 출간됐다. 곽 교육감이 직접 붙인 제목 ‘나비’는 “한 마리 나비의 탄생은 인간의 성장과 교육과정을 그대로 상징한다.”는 뜻을 담았다. 유일하게 출판을 위해 새로 쓴 서문에는 “공교육 12년을 마치면 누구나 아름다운 나비가 돼 자유롭게 날게 할 것”이라는 소망을 실었다. 곽 교육감은 2010년 7월 교육감 취임 이래 온라인상에 올린 트위터 글과 교육감 후보 매수 혐의로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복역할 당시 부인에게 보낸 옥중서신 30여통을 각색 없이 그대로 옮겼다. 글에는 혁신학교와 학생인권, 교육청·학교 민주주의 등 교육감으로서 역점을 뒀던 서울 교육에 대한 개인의 소회도 담았다. 서문에서는 “교육계는 민주주의와 혁신을 낯설어했다. 교육행정은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 길들여져 있었고 교육정책은 비교와 경쟁을 당연시했다.”며 취임 직후의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에세이와 관련, 다음 달 열릴 대법원 판결에 앞서 취임 이후 2년간 자신이 추진해 온 서울교육정책을 되돌아보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곽 교육감은 현재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의원11명 “김두관 지지” 커밍아웃… 親·非 ‘분화’

    민주통합당 대선경선을 관리할 이해찬 대표 체제가 구성되면서 연말 대통령선거를 향한 대권주자들의 대선레이스도 본격화됐다. 11일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의 출마를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 11명이 커밍아웃(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힘)하면서 대선주자별 당내 세력 지형도에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비노세력도 크게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지지로 나뉘었지만 이들 중 일부도 김 지사 지지를 밝혀 당내 세력 지형에 격변이 시작됐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원혜영 의원을 비롯, 김재윤·민병두·문병호·최재천·강창일·안민석·배기운·김영록·김승남·홍의락 의원 등 11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김두관 지사를 주목한다.”며 김 지사 지지를 선언, 당내 대선지형 변화를 촉발했다. 김 지사는 12일 경남 창원에서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이 될 저서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를 가진 뒤 오는 7월 중순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할 예정이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오는 1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이날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대선 행보에 본격 나선다. 역사상 국민과 소통을 가장 잘한 지도자인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지향한다며 이 곳을 택했다. 측근의원들과 각계각층 인사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손 고문이 출마선언을 예정보다 대폭 앞당긴 것은 이슈를 선점해 경선국면을 주도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11일 부산 출신 3선 조경태 의원이 “민생제일주의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대통령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레이스 신호탄을 쏘았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17·18일 중 광화문광장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손 고문이 14일 광화문광장에서 출마선언을 하기로 해 시기와 장소를 최종조율 중이다. 주자간 시기와 장소 신경전인 셈이다. 문 고문은 출마선언문을 15일까지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누리꾼과 소통하며 작성한다. 11일까지 3785명이 동참했다. 정세균·정동영 상임고문 등 대선주자들은 대권행보를 본격화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의 행보에 따라 지지 의원들의 줄서기도 갈라질 전망이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대성교육출판, NEAT 2급 대비서 5종 출간

    대성교육출판, NEAT 2급 대비서 5종 출간

    대성교육출판(대표 김석규)은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에 대비한 DS NEAT 학습서 시리즈를 출간하고, 오는 21~27일 일주일간 NEAT 대비 전국 모의고사를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 중고등학생 대상의 수준별, 단계별 NEAT 대비 학습서 ‘DS NEAT’는 13개 외고 및 자율고 집필진과 공동 개발한 교재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4월에 공개한 NEAT 문항 유형과 영역별 반영 비율을 그대로 반영한 첫번째 교재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대성교육출판은 “DS NEAT 학습 시리즈는 NEAT 2급 대비서로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의 각 영역별 모든 유형을 분석, NEAT를 명쾌하고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NEAT 뿐만 아니라 수능 영어와도 연계하여 수능 시험도 함께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마트폰을 활용해 듣기와 말하기도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학습할 수 있다. 황종섭 대성교육출판 실장은 “대입 영어시험이 NEAT로 대체될 경우, 기존 수능에서 평가하지 않았던,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등 전 영역에 걸쳐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고 말했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는 이달 21일부터 27일까지 iBT(인터넷기반시험) 방식으로,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NEAT 모의평가를 실시한다. 실제 시험과 똑같은 방식으로 치러져 학생들이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했으며, 시험 후 학생들이 자신의 취약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향후 학습방향을 세울 수 있도록 치밀한 시험 분석 결과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3급 대비 DS NEAT(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실전모의고사) 학습 시리즈도 8월 중 출간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8) 만화축제·전시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8) 만화축제·전시를 말하다

    만화를 그저 책으로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평면 2차원(2D)에서 뛰쳐나온 만화를 3차원(3D) 공간에서, 오감(五感)으로 즐기는 시대다. 생각과 기술이 기존 틀을 깨고 무한대로 질주하며 만화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종합 예술이 됐다. 여름은 이런 만화를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계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풍성한 만화 축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7월엔 SICAF, 8월엔 BICOF 다음 달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등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여름 만화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올해로 16회째. 8월에는 15일부터 닷새 동안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등에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개최된다. 올해 15회를 맞았다. 특별 전시회와 시상식, 국내외 작가 초청전, 체험 이벤트, 각종 페어로 꾸며지는 굵직한 두 행사에는 해마다 각각 20만명, 10만명 안팎이 다녀간다. SICAF, BICOF 같은 대형 행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크고 작은 만화 전시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예술 형식의 하나로 만화를 체험하고 소비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술 영역으로의 진출은 만화를 신한류 콘텐츠로 거듭나게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평가된다. 해외에서 만화 전시회는 1960년대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96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화와 서사적 형상’ 전시회가 최초 만화 관련 전시회로 꼽히는데 개최 일주일 만에 5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만화 시장과 만화 문화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인 축제가 본격화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0년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 1974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1975년 일본 도쿄 코미케가 세계 만화 중심지에서 차례차례 시작됐다. 세계 3대 만화 축제로 손꼽히는 행사들이다. 각각 팬덤 중심, 출판만화 중심, 동인지 중심으로 차이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만화축제 본격화 우리나라에서 만화 축제는 1990년대 중반에 도드라졌다. 민주화 물결 속에 각종 문화 연구 담론이 쏟아져 나왔는데 만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중 오락으로만 여겨졌던 만화는 이때부터 예술 경계를 넘어서는 문화 연구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여기에 만화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산업과의 융합을 꿈꾸는 문화산업론적 시선도 보태졌다. 특히 정부는 문화 콘텐츠가 세계 강국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만화를 규제 대상이 아닌 진흥 대상으로도 바라봤다. 만화 관련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생겨난 것은 1994년 문화관광부 내에 문화산업국이 신설되고 2000년까지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이 만들어졌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1995년 SICAF가 만화 축제의 물꼬를 텄다. 첫해 15만 1000명, 이듬해 39만 5000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수많은 만화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종합적으로,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후 1997년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과 춘천만화축제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1998년 BICOF가 깃발을 들었다. 코미케를 본뜬 코믹월드, 아마추어리즘을 내세운 AKA만화축제도 생겼다. 이 밖에 대전, 대구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의 만화 축제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흐름은 만화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으나 중복과 부실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축제 포화’ 상태가 된 2000년대 들어 일부 만화 축제들은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다른 취지의 행사로 바뀌었다. 대신 만화 관련 상설 전시공간이 등장하는 성과가 있었다. 2002년 서울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에 만화의 집이, 2009년 경기 부천에 한국만화박물관이 문을 연 것이다. 방대한 만화 라이브러리와 함께 다양한 소재의 기획전을 상시적으로 열어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만화박물관의 경우 지난해 관람객 23만 7000명을 기록했다. 저소득 계층 등 무료 관람객을 제외하더라도 유료 관람객이 17만명에 달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좀 더 다져야 국내 만화 축제는 외형적인 면에서는 세계 유수 행사에 버금 가는 수준이 됐지만 좀 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 축제 모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고유의 축제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축제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대부분의 축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유료 입장 수익과 스폰서 유치가 자생력 확보를 위한 관건이다. SICAF의 경우 서울시의 10년 지원 협약이 올해 종료된다. 관람객이 주로 어린이층이라는 것도 취약점이다. 또 관람객 대부분이 내국인이라는 한계도 있다. 예산의 한계를 딛고 보다 다채로운 기획을 마련해 성인 마니아층을 이끌어 내는 한편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를 위해 해외 만화 전문가·작가·관람객 유치를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화 축제는 작가와 독자, 작품이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런데 관(官) 주도로 출발했다는 한계 때문인지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본래 취지가 퇴색돼 정작 작가는 참여를 꺼리고 마니아들도 찾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김병수 만화가) 만화 축제는 다소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만화 관련 전시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만화가 가진 파격적인 상상력이 관객 코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전시 비용 측면도 무시못할 부분이다. 국내 전시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사업자들이 미술품에 비해 제작비가 덜 드는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 쪽에서 틈새 시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비용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면 질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도 나오기 때문이다. “만화 관련 전시가 늘어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전시도 많다. 인터넷 등을 통해 엄청나게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 기획해야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한상정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지금까지 만화 축제나 전시회는 만화를 산업 콘텐츠로 생각하며 꾸려졌지만 순수 예술 차원에서 바라보는 행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야 작가주의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만화가 진정한 의미의 신한류 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3월에는 만화 원화를 순수 미술 작품처럼 판매하는 만화 전문 아트 마켓이 국내 최초로 열리기도 했다. “국공립 미술관에서 만화 전시를 하고 정부 아트뱅크에 만화 원화가 당당히 포함되는 등 순수 예술로 인정받을 때 만화가 오랫동안 한류라는 이름에 걸맞은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이철주 문화기획사 아르떼피아 대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문재인 17일 대선출마 선언… 김두관 새달초 ‘맞불’

    문재인 17일 대선출마 선언… 김두관 새달초 ‘맞불’

    문재인(얼굴 왼쪽)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오는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오른쪽) 경남지사는 7월 초 대선 출마를 발표하며 이에 앞서 12일 자신의 정치 철학을 담은 저서 ‘아래에서부터’(부제 ‘신자유주의 시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출판기념회를 갖기로 했다. 영남권 내 조직 기반을 둔 두 대권주자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됐다. 문 고문 측 핵심 관계자는 8일 “문 고문이 1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면서 “대선공약에 담길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때로 정했다.”고 밝혔다. 문 고문이 17일을 선택한 데는 당헌상 대선(12월 19일) 180일(6개월) 전 당내 대통령 후보자를 선출한다는 규정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대 이후 새 지도부에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선출 일정 등을 감안해 개정할 예정이지만 이왕이면 정해진 기간 내 야권 후보 중 첫 번째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해 여론의 주목을 끌겠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고문이 대선 출마를 확정한 만큼 행보와 발언 수위도 달라졌다. 문 고문은 이날 언론사 파업 현장을 찾아 언론인들을 격려한 데 이어 모교인 경희대를 찾아 대학생들과 대화의 장(‘광장토크’)을 갖기도 했다. 문 고문은 언론 파업 현장에서 “언론 자유 확보를 위해 국회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권 교체 이후에 가능한 건 정책 공약으로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창원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12주년 경남심포지엄’에 참석해 남북 교류협력 확대와 ‘동북아 물류네트워크’ 구성 추진을 제안했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3대 국정 목표 가운데 하나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였다.”며 한반도와 대륙철도 연결 사업 등을 강조했다. 이는 대북 정책이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는 판단과 함께 문 고문과 교집합에 있는 친노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김 지사는 또 1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기로 했다. 그는 저서에서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꼽으며 “‘리틀 노무현’에서 ‘한국의 룰라’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연대와 관련해서는 “인물 연대가 아닌 정책 연대가 돼야 하며 문 고문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제안한 공동정부는 안 원장의 정책과 노선이 발표된 뒤 합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영상·설치·출판 버무렸더니 20년 만에 한국 작가를 불렀다

    영상·설치·출판 버무렸더니 20년 만에 한국 작가를 불렀다

    13회 카셀 도큐멘타가 55개국 150여명의 작가가 참가한 가운데 9일 개막했다. 9월 16일까지 100일간 열린다. 카셀 도큐멘타는 5년마다 독일 중부의 소도시 카셀에서 열리는 세계적 미술행사다. 일반인들에게는 무슨무슨 비엔날레보다 덜 익숙하지만, ‘지금 보는 미래예술’을 주제로 상업성을 배제한 가장 실험적인 작품을 다 모아둔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서는 가장 주목 받는 전시 가운데 하나다. 1992년 육근병 작가 이후 20년만에 한국 작가들도 초청받았다. 전준호(43)·문경원(43) 팀과 양혜규(41) 작가다. 양혜규는 미국·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작가로도 참여한 베테랑. 이번에는 카셀 중앙역에 ‘진입 : 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를 선보인다. 전준호·문경원 작가는 프로젝트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를 내놓는다. 전시개막을 앞두고 카셀 현지에서 설치작업을 마무리한 두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영상작품 ‘EL FIN DEL MUNDO’(세상의 저 편)에는 배우 이정재·임수정이 출연해 화제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올해 예술감독인 캐롤린 바카르기예프가 2010년 한국에 왔었다. 전시 때문에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최근 작업이 궁금하다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더니 이번에 함께 전시해 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어떤 작품인가. -영상에서부터 책 출판까지 한데 버무렸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물어보고 싶었다. 가령 영상작업 ‘EL FIN DEL MUNDO’는 지구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최후의 순간 인류가 남길 예술은 무엇이고, 새롭게 나타날 인류의 미의식은 무엇이 될 것인가를 다뤘다. 설치작업 ‘Voice of Metanoia’(공동의 진술)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새로운 인류에게 필요할 생필품과 거주공간을 디자인하도록 했다. 네덜란드 건축그룹 MVRDV, 일본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타크람, 한국과 일본의 디자이너 정구호와 쓰무라 고스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출판물인 ‘뉴스 프롬 노웨어’를 내놨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국적의 전문가들에게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물어본 것인데 한국인으로는 시인 고은, 생물학자 최재천, 미산 스님 같은 분들이 나와 미학, 생물학, 종교학에 대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관객은 무엇을 얻어갈 수 있나. -문제점이 이런 것이고, 그러니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 목표가 아니다. 과정이고 질문이고 여정이다. 그 분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공유하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 여정에 동참한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작품에서 보듯 건축가, 디자이너, 과학자, 종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분들을 두루 참여시키기 위해 찾아가서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많은 스태프와 함께하는 영상작업 역시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많이 배우고 겸손해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육근병 이후 20년 만의 한국작가다. 소감이 어떤가. -이번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쁘고 설렌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미술의 대표자도 아니고 우리를 통해 한국미술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으니 그들의 작업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한국 활동 계획은. -8월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늘의 작가 전시가 있다. 9월 광주 비엔날레에도 참여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조정래 작가 “내년 5월까지 폐관… ‘강대국中’ 다룬 소설 쓸 것”

    조정래 작가 “내년 5월까지 폐관… ‘강대국中’ 다룬 소설 쓸 것”

    “늘 길게 써서 눈이 나빠지게 했는데 이번에는 발품을 팔게 해서 미안합니다.” 소설가 조정래(69)는 7일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복원한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보성여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련된 버스에 합류해 이렇게 엄살을 부렸다. 똑바로 서 있어도 앞으로 기우는 오른쪽 어깨와 단발 길이의 곱슬머리에 활짝 웃으면 하회 양반탈 같은 표정을 하고서 말이다.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 10권(1983~1989), ‘아리랑’ 12권(1990~1995), ‘한강’ 10권(2007)을 써낸 그는 이번 행사 참여가 올해 마지막 외출이라고 선언했다. 내년 5월까지는 “폐관”(두문불출한다는 뜻)하고 대하소설을 쓰겠다는 것이다. 2007년 1월 ‘아리랑’ 100쇄 출판 기념 인터뷰에서 “대하소설은 ‘한강’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조정래는 “3권짜리 장편소설을 쓰기 위한 최종적인 자료 점검을 마쳤다.”면서 “오늘의 중국이 강성해지면 21세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것으로, 내년 5월 이후엔 독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오늘이 나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라면서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살아 돌아와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조정래는 구상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는 외부와의 접촉을 거의 차단한다. 태백산맥 1부를 쓰던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소설 쓸 때는 아무도 만나면 안 된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 방해만 되니까. 머릿속에서 마구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는데 다른 잡스러운 것이 들어오면 불같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집사람(김초혜 시인)하고 같이 밥 먹는 것도 스트레스다. 소설을 쓸 때는 신들린 무당처럼 돼 버린다.”고 했다. 유일하게 격주로 놀러 오는 손자들만 만난다고 하면서 또 하회 양반탈 표정을 짓는다. 소설 3권을 위해 막바지 자료 정리를 하던 중 보성여관 개관식 참석을 요청받았단다. “절대로 못 내려갈 형편인데 임권택(76)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임 감독은 소설 태백산맥을 원작으로 1994년에 영화 태백산맥을 찍었다.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에 가면 당시 영화 태백산맥의 시나리오가 2편이나 있다. 이날 보성여관 개관식에 참석한 임 감독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원래는 1992년에 태백산맥 1, 2부로 두 편을 찍으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제작사에 ‘좌우 이념을 아직 객관적으로 바라볼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못 찍게 하겠다’고 압력을 가해 영화 촬영도 1년여 늦추고 2편으로 찍으려던 계획도 1편으로 줄여 얼른얼른 찍었다.”고 했다. 소설 태백산맥은 800만 부가 팔렸고 영화화도 됐지만 조정래는 그 책 탓에 이적 혐의를 받고 1994년 4월부터 2005년 5월까지 11년 2개월 동안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당시 김제 만경평야를 중심으로 한 일본 제국주의의 수탈에 관한 소설 ‘아리랑’을 3분의2 정도 끝낸 상태였는데 정신적 고통으로 소설을 쓰기가 어려웠다. 특히 자료 수집을 위해 하와이, 러시아, 동남아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을 가야 했는데 출국금지가 돼 있어서 나갈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일에 대해 조정래는 “소설가는 있었던 일, 있는 일, 있을 수 있는 일을 쓰는 사람이다. 특히 있었던 역사의 사실을 쓸 때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시대정신 앞에 냉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 때문에 그는 국회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일어난 ‘종북 논란’을 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그는 “시대착오적이고 유치한 짓이다. 분단의 시간이 60년이면 이념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색깔론으로 1950년대 반공주의를 내세우는 사회로 돌아가거나 고착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북쪽에 비해 인구는 2배 많고 국민총생산은 32배 높다. 복합효과로 따지면 남한은 북한의 100배다. 종북 논쟁 등이 지속되면 정치적으로 북한과 적대적 의존관계를 만들어 가려는 정치권의 야비한 술수에 놀아나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유시민, 심상정이 이야기하듯이 종북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공당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방식이 잘못됐으면 고치면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보성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일하는 퍼스트레이디/최광숙 논설위원

    미국 천재 만화가 래리 고닉의 성공에는 한 출판 편집자의 공이 컸다. 1980년 생소한 래리의 ‘역사만화 시리즈’가 유능한 편집자였던 케네디 미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의 손에 들어가면서다. 재키는 재혼한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가 죽자 45세의 늦은 나이에 새로운 출발을 했다. 대형 출판사인 더블데이의 부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 전 보그지의 사진기자였던 재키는 책을 좋아해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씻고 19년간 출판 편집장으로서 재능을 발휘했다. 복사기 앞에 줄을 서고, 계단 통로에 앉아 다른 이들과 토론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변신했던 것이다. 그녀는 “80세까지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64세에 삶을 마감했다. 재키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간 영부인이 또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다니엘은 엘리제궁에 살던 시절 인권과 소수자 권리보호에 얼마나 열심히 매달렸던지 종종 프랑스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동거녀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는 다니엘을 능가하는 맹렬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 같다. 정식 결혼을 하지 않은 데다 영부인이 되고도 계속 워킹 맘으로 일하겠다고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트리에르바일레가 최근 영부인이 되고 난 뒤 처음으로 잡지 ‘파리마치’에 기사를 써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쓴 기사는 전기작가 클로드 카트린 키즈망이 쓴 ‘엘리너 루스벨트, 퍼스트레이디이자 반란자’라는 책에 대한 서평이다. 그는 기사에서 “생각해 보라. 기자 영부인은 새로운 게 아니다. 대서양 건너편의 이런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반세기 전 자신과 비슷한 길을 갔던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를 상기시켰다. 엘리너 여사도 잡지 ‘우먼스 데모크라틱 뉴스’에서 기자로 일하다 편집장까지 했다. ‘여성 민주당 소식’에 사설을 쓰고, 백악관 생활을 소재로 한 신디케이트 칼럼 ‘나의 날’을 집필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칼럼은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됐다. 파리마치의 정치부 기자 출신인 트리에르바일레는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문화부로 옮겼다. 두 번째 남편과 낳은 10대 아들 셋을 기르고 있다. 그는 “내 아이들의 아버지도 아닌 올랑드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인생관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해야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진다. 프로는 역시 아름답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알아… 그래도 찾자, 희망

    ‘반딧불의 잔존’(김홍기 옮김, 도서출판 길 펴냄)의 저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59)에게 역사란, E H 카에게 빗대 말하자면 ‘연대기적 욕망과 시간착오와의 대화’다. 과학으로서의 역사는 반듯한 일직선상에다 역사를 정리해 두고자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렇지 않은 증거들이 속출한다는 의미다. 카가 실은 소련사 연구자였지만 역사철학으로 이름을 남겼듯, 저자도 역사철학을 건드리지만 원래는 미술사학자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확실히 더 구미가 당기게 말하자면, 저자의 핵심 목표는 좌파 ‘종교’에 맞서 좌파 ‘정치’ 구출하기다. 이는 ‘호모 사케르’를 내세운 조르조 아감벤을 “잔혹한 지평”, ‘다중’이니 ‘대중지성’이니 하는 말들을 퍼트린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를 “유쾌한 지평”이라 부르는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잔혹하냐 유쾌하냐의 차이일 뿐 지평은 지평이다. 지평이란, 저 너머 어딘가에 광영된 세상이 있으리라는 ‘종교적’ 태도다. 못 미치면 종말론이요, 다다르면 구원론이다. 거대한 빛을 상정하는 지평 대신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산발적이고, 취약하고,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출현하고, 소멸하고, 재출현하고, 재소멸”하는 “이미지”다. “지평, 즉 저편을 본다는 것은 우리를 스치는 이미지들을 보지 않는 것”이며 “지평에만 배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최소의 이미지를 응시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라서다. 책의 부제가 ‘이미지의 정치학’인 까닭이다. 저자의 출발점은 이탈리아 신사실주의를 이끌었던 피에르 파솔리니(1922~1975)가 1941년과 1975년에 각각 남긴 두 메모다. 키워드는 반딧불이다. 이탈리아어로 강렬한 빛은 루체(luce), 이걸 약하고 작은 빛으로 축소한 단어가 루치올라(lucciola)다. 루체가 강렬한 서치라이트라면 루치올라는 어디선가 반짝대고 있을 미광(微光)쯤 된다. 루치올라는 반딧불이란 뜻이기도 하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미지로서의 반딧불이다. 파솔리니는 1941년, 그러니까 사나운 경비견이 컹컹 짖어대면서 파시즘의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사회를 비추던 그때에는 루치올라, 즉 반딧불을 찬양한다. “이런 시대에 사기와 기만의 교사자들이 충만한 영광의 빛 속에 있고,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저항자들은 도주하는 반딧불로 변형”한다. “가능한 한 이목을 끌지 않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그들의 신호를 발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1975년 파솔리니는 이 반딧불이 ‘소멸’됐다고 주장한다. 2차대전 종전과 함께 파시즘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 이후 역사 전개 과정을 보면 “더욱 심층적인 파시즘이 무솔리니의 행적을 대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시즘의 서치라이트 틈바구니에서 용케도 살아남았던 반딧불들은 더 사나워진 서치라이트, 그러니까 “감시탑, 정치인의 대중집회, 축구장, 텔레비전 세트 등이 갖춘 서치라이트”에 노출됐다. 이렇게 “모든 사회적 공간을 포위”당해버리니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서치라이트의 기계적 눈초리에서 달아날 수 없게” 됐다. 반딧불은 결국 “순결을 상실하기보다는 역사에서 스스로 말소되기를 선호”한다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이런 파솔리니를 강하게 비판한다. “전체주의 기계를 지목하는 것과 그 기계에 전폭적인 승리를 넘겨주는 것은 서로 별개의 문제”다. “검은 밤이나 서치라이트의 눈부신 빛만 보는 것”은 “패배자로 행동하는 것”이다. “개방의 공간, 가능성의 공간, 미광의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공간을 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반딧불이 소멸하는 것은 오로지 관찰자가 뒤쫓기를 포기하는 한에서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현 상황에 비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럴수록 밤에 눈을 뜨고,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다시금 반딧불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희망의 근거는 어디 있던가. 단순하다. 반딧불이 거기 있어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죽음을 넘어서서 이야기하고 증언하고자 하는 이야기꾼의 주권적 욕망”이 있다. 이 욕망이 있는 한 반딧불은 어디서나 반짝인다. 광장의 촛불이건 SNS상의 한숨과 탄식이건. 그래서 문제는 반딧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느냐 못하느냐다. 파시스트의 서치라이트건 좌파종교의 지평이건 강렬한 빛에 노출된 이는 반딧불을 놓치겠지만, 애써 찾는 이에게 반딧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저자는 이미지로서의 반딧불을 프로이트의 ‘징후’에 빗댄다. 정신분석학의 철칙은 ‘억압된 것의 귀환’이다. 억압이 있다면 어디선가 반딧불도 파르르 날아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가 “반딧불의 소멸을 방관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프랑스에서는 30여권의 저서를 쏟아낸 중견학자라지만, 한국에서 번역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해서 번역자가 저자의 사상 전반을 설명해 둔 해제도 꼭 참고해볼 만하다. 한국 상황에서도 요모조모 읽힐 부분들이 많다. 방향성을 잃고 파격으로 치닫는 현대 예술에 대한 고민에도 참조할 수 있고, 연대기적 욕망을 뚫고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미시사에 대한 암시로 봐도 좋다. ‘우리 안의 파시즘’(삼인 펴냄)으로 파시즘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던 임지현 한양대 교수와 ‘헌법의 풍경’(교양인 펴냄)에서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정리한 김두식 경북대 교수와 비교해 봐도 좋다. 숱한 사상가들이 등장하지만 저자의 가장 큰 밑천은 발터 베냐민이다. 히틀러에게 쫓기자 피레네산맥에서 독약을 먹고 자살한 그 사람이다. 그러니까 죽어버린 베냐민으로 살아남은 파솔리니를 잡은 셈인데, 어쩌면 절망도 살아남은 자의 사치가 아닌가 싶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자에게 반딧불 찾기는 의무일는지 모른다. 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美여성 저널리스트, 신간서 큰가슴 단점 밝혀

    美여성 저널리스트, 신간서 큰가슴 단점 밝혀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가 신간을 통해 큰 가슴의 단점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7일(현지시각) USA투데이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편집자이자 자유 기고가인 플로렌스 윌리엄이 첫 저서(Breasts: A Natural and Unnatural History)를 통해 현대 미국 여성의 가슴은 과거보다 커졌으며 이 같은 추세는 여성 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의 저서를 보면, 미국의 브래지어 평균 크기는 30여 년 만에 34B에서 36C로 커졌으며 이는 체중 증가로 인한 문제로 결부되며 폐경 이후 유방암 발병률 증가와도 연관된다. 또 미국 여성은 이전보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 유방암 발병에 대해 장기적으로도 노출되고 있다고. 이는 미국 여성의 15%가 만 7세 때부터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한 소아학계의 권위있는 연구가 지난 2010년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윌리엄은 오늘날 여성의 가슴이 수많은 오염 물질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저서를 통해 주장했다. 그녀의 말을 따르면 폴리염화바이페닐(PCBs)과 수은 같은 화학 물질이 지방 조직에 저장되기 때문에 가슴은 물론 모유에도 축적될 수 있다. 윌리엄은 “모유 수유를 통해 자녀에게 오염 물질이 쉽게 전달될 수 있다.”면서 “우리의 가슴은 공해를 흡수했으며 인류가 만들어 낸 짐(폐해)을 갖게 됐다.”고 저술했다. 그녀는 두 번째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자신의 모유 샘플을 직접 분석했다면서 “모유에는 유럽 여성보다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에 달하는 화학 물질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윌리엄의 말에 의하면 암 발병률은 지난 1940년대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여성 8명 중 1명이 유방암에 걸렸을 수 있는 확률이다. 끝으로 윌리엄은 “축적된 오염 물질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히 말할 순 없지만 우리 몸은 주변 환경과 속속들이 연결된다.”면서 “우리가 공해로 가득한 환경에 살고 있다면 이런 일이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더 위크 매거진의 ‘이주의 저자’에 선정된 윌리엄은 현재 아웃사이드 매거진 편집기자로 재직하며 뉴욕타임스(NYT)와 NYT 매거진, 마더 존스, 하이 컨트리 뉴스, 오-오프라, 더블유, 바이시클링 등 다양한 출판물의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그녀는 최근까지 미 콜로라도대학 저널리즘스쿨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플로렌스 윌리엄)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네이처 “한국, 창조론 요구에 항복”… 우려 표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가 한국 과학 교과서의 진화론 논란과 관련, ‘한국이 창조론의 요구에 항복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학문적 차원의 우려를 표명했다. 네이처는 5일(현지시간) 발간된 최신 호에 실린 서울발 기사에서 “미국의 일부 주에서 진화론을 제한적으로 가르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진화론 반대자들이 주류 과학계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한국의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라는 단체가 고교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의 증거로 사용돼 온 시조새를 삭제하도록 청원해 관철시켰다.”면서 “교진추는 인간의 진화, 핀치새가 서식지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달라지는 것 등 유명한 진화론의 근거들에 대해서도 추가로 청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교진추는 지난해 12월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청원을 제출해 6개 교과서 출판사가 관련 부분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기로 했다. 또 3월에는 ‘말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청원을 내 3개 출판사로부터 삭제 약속을 받아냈다. 네이처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한국 과학계 및 국민들의 진화론에 대한 인식을 거론했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학내에 창조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을 이끄는 과학기술 대학에서조차 진화론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09년 조사를 인용해 “한국민의 3분의1은 진화론을 믿지 않으며 41%는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39%는 자신의 종교적 믿음과 진화론이 배치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같은 진화론에 대한 반감의 원인으로 ‘기독교 신앙의 번영’을 꼽았다. 장대익 서울대 교양학부 교수는 네이처에서 “현재까지 창조론의 공격에 대해 생물학계가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이제 더 이상 침묵은 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한센인의 한센인에 의한 한센인을 위한

    한센인의 한센인에 의한 한센인을 위한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온 한센인의 삶과 꿈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처음 제작된다. 촬영 장소는 경기도 내 5개 한센마을이다. 경기도는 6일 국내 최초로 한센마을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오래된 꿈’(가제·감독 김준호·박명순) 제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될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한센마을에서 살아온 한센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증언을 재구성하고, 한센마을에 대한 기억과 역사를 기록할 예정이다. 영화는 1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내년 9월 개최 예정인 제5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게 된다. 2009년부터 파주출판도시 및 대성동 마을 등에서 DMZ다큐멘터리영화제를 개최해 온 경기도와 경기영상위원회는 지역 문화자원을 발굴, 육성하고 다큐멘터리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올해부터 경기도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1편당 5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공모를 통해 한센마을을 첫 제작지원 주제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전문배급사 ‘시네마 달’의 김일권 대표는 “한센마을을 주제로 한 영화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이 노출을 꺼리고 초상권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데 주민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이번 영화의 의미를 평가했다. 도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동안 소외됐던 한센마을 주민의 삶을 이해하고, 한센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차별 및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준호·박명순 감독은 “한센마을에서 미디어교육을 통해 주민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역사와 기억을 스스로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도내에는 포천 장자마을 등 5개 한센마을에 3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도는 롯데시네마와 손잡고 지난달 14일 장자마을을 시작으로 5개 마을을 돌며 최신 개봉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한편, 올해로 4회째를 맞는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오는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펼쳐진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학회·대학, 논문조작 등 책임… 가이드라인 시급”

    “학회·대학, 논문조작 등 책임… 가이드라인 시급”

    세계 최대의 논문 표절 및 철회 감시 사이트인 ‘리트렉션 와치’(Retraction Watch)의 공동 창립자이자 운영자인 이반 오랜스키와 애덤 마커스는 6일 “학회나 대학은 소속 연구자의 논문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도교수 역시 연구실 구성원들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살펴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독기관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리트렉션 와치는 최근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는 강수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김상건 약대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을 처음 공개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진상 규명에 나서도록 한 주역이다. 서울신문이 오랜스키와 마커스를 이메일로 단독 인터뷰했다. 리트렉션 와치는 비영리 사이트다. 사이트를 만든 이유는. -우리는 둘 다 10년 이상 과학과 의학 분야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애써왔다. 2010년 초 “잘못된 연구 결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의기투합했다.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가 잘못돼 철회됐는데도 다른 연구자가 해당 결과를 토대로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학계의 오랜 관행 탓에 논문 철회가 잘 이뤄지지 않거나 공식 발표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해마다 엄청난 수의 논문이 발표되지만 철회되는 것은 100건 미만이다. 이것이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다. 또 논문 철회 과정을 추적하다보면 그 자체가 엄청난 이야기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저널 숫자만 해도 수만개가 넘는다.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나. -미국립보건원(NIH)의 포털인 퍼브메드를 활용해 철회나 수정이 발견되면 뒷이야기를 조사한다. 구글 등을 검색해 살펴보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과학계에서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다. 익명의 제보도 받는다. 연구 윤리는 의혹만으로도 당사자의 학문적 생명을 끝낼 수 있다. 검증은 어떻게 하나. -논문 철회 사유를 꼼꼼히 살핀다. 저널의 공지만으로도 추가적으로 알아내야 할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사건에 관련된 저자, 저널 편집장, 출판사, 대학, 연구소 관계자 등과 인터뷰를 진행해 ‘철회 사유’에서 빠진 부분이 있는지 체크한다. 만약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사이트에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이고, 이런 부분은 추가로 알고 싶다.”고 올린다. 물론 사이트에 잘못이 있다면 곧바로 바로잡고 방문자들에게 알린다. 그것이 우리가 ‘신뢰’를 쌓아온 방식이다. 논문 조작 사례 중에 가장 중요하거나 시사하는 바가 컸던 케이스를 소개해달라. -가장 많은 조작을 벌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영향력이 큰 사람도 될 수 있다. 현재까지 논문조작 최다 기록 보유자는 독일의 마취과 의사 요아킴 볼트다. 2011년 이후에만 90편이 넘는 논문이 철회됐다.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일본 도호쿠대의 요시타카 후지이 교수가 이 기록을 깰 것 같다. 볼트의 두 배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성으로 따진다면 미국 듀크대 아닐 포티 케이스를 들 수 있다. 포티는 폐암 연구에 대한 조작된 논문과 이력서로 연구비를 따냈고, 결국 이를 보고 살기 위해 찾아온 환자들까지 죽게했다. 이 사건으로 논문 17건이 철회됐고, 듀크대의 임상연구 자체가 중단됐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례도 다뤘는데. -복제개인 스너피 연구를 취재한 적이 있어서 황 박사 사례는 잘 알고 있다. ‘논문을 싣지 않은 네이처(황 박사팀의 논문은 사이언스에 게재)가 행운이었다.’는 주제의 글도 썼었다. 황 박사 사건은 과학자가 얼마나 정밀하고 정확함을 추구해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 단순히 사진 몇 장이 조작됐다는 차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특히 잘못된 정보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헛된 기대가 생기게 마련이다. 스너피는 개에 관한 얘기지만 황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은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의도적인 조작은 검증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도 깨닫게 했다. 리트렉션 와치를 통해 알려진 강수경 교수 사건이 한국 학계에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제보가 있었고 해당 저널들의 움직임도 있었다. 서울대 측에서 조사하겠다는 답변도 받았다. 이 때문에 해당 사건을 전한 것이다. 조사가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대가 확실하게 밝혀낼 것으로 기대한다. 결론 역시 사이트를 통해 알리겠다. 지난해와 올해 김상건 교수 사건을 전하면서, 제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김 교수의 자세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연구 윤리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수가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다. 지도교수들은 제자나 연구원의 논문에서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원자료 데이터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논문 투고를 위해 제자가 실험 결과를 누락시키거나 사진을 잘라내지는 않았는지 등도 알아야 한다. 연구원은 연구할 권리가 있지만 그것을 이끌어가는 것은 교수의 몫이다. 국가나 문화에 따라 논문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다른 것 같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중국이나 인도처럼 급성장하는 국가에서는 논문의 중복 게재나 표절이, 서구권에서는 논문의 조작이나 데이터 위조가 많다. 국가의 정책과도 밀접하다. 미국은 정부에 연구윤리국(ORI)을, 몇몇 유럽 국가들은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학회나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회와 대학은 소속된 연구자들의 연구 윤리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운영 방식은 선택에 달렸다. 하버드대는 논문 문제를 철저하게 다루지만 공개에는 상당히 소극적이다. 반면 네덜란드 대학들은 이슈가 불거지면 모든 과정을 발표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인사]

    ■환경부 △감사담당관 윤명현 ■공무원연금공단 △총무인사실장 고흥림△시설사업〃 권홍집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처장 이완범△장서각 관장 이종철△한국학지식정보센터 소장 조융희△대외협력팀장 소미숙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사무총장 박헌열 ■고려대 △출판부장 유석훈 ■한남대 △대외협력부총장 장지종△산학협력단장 은성배△산학협력부단장 김인섭 ■IBK투자증권 ◇신규선임 △준법감시인(컴플라이언스팀장 겸임) 신호철△고객자산운용센터 WRAP운용팀장 이종웅 ■LIG투자증권 ◇신규선임 △감사 고정희 ■선양◇상무 △기획조정실장 김규식
  • [만화는 내 사랑] (6)‘미수다’ 미르야 말레츠키

    [만화는 내 사랑] (6)‘미수다’ 미르야 말레츠키

    이건 정말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방송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널리 알려진 독일 여성 미르야 말레츠키(35) 이야기다. 지금은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 문화 전도사’. 처음부터 한국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땐 일본 만화와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을 동경해서다. 그런데 그가 홈스테이로 머물던 집의 주인 부부가 이혼을 해 두 달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듬해 함부르크대에 입학해 일본어를 전공으로,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선택했다. 부전공 선택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일본을 떠날 당시 한국이 잘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였을 뿐이다. 2000년 3월 우연히 장학금을 받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고 나서야 알았다. 한국에도 재미있는 만화가 있다는 것을. “한국에 대해 아는 거라곤 태권도 정도였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이 대단하더라고요. 1학기 일정이었는데 2년이나 머물게 됐습니다.” 한국 만화는 일본 만화와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 접했던 한국 만화 가운데 가장 기억에 선명한 게 조운학의 학원 무협물 ‘니나 잘해’다. “가장 나이 많은 외국인 누나로 태권도 도장을 다녔는데 한국 남동생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게 만화 내용과 맞아떨어져 무척 재미있었어요.” 사서 보는 걸 즐겨 한국 만화를 수백권은 족히 모았다고 한다. 미르야는 한국 만화로 가득 채워진 독일 집 책장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여줬다. 독일 본대학 한국어번역과에 편입해 다닐 때는 같은 과 교수부터 모르는 사람까지 한국 만화책을 빌려 갈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통역으로 활동하다가 귀국길에 올랐다. 여기서 또다시 운명을 만나게 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잠시 들렀던 것. 일본 만화를 번역 출판하는 독일 출판사 부스를 찾아가 한국 만화도 재미있는데 혹시 출간할 계획이 없는지 물어봤다.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이듬해 3월 그가 번역한 한국 만화가 독일에서 처음 나왔다. 고야성의 ‘유리달 아래서’다. 지금까지 그녀가 독일어로 옮긴 한국 만화는 ‘프리스트’ 등을 포함해 줄잡아 200여권이다. 2005년을 즈음해 번역했던 이명진의 ‘라그나로크’와 이윤희·카라의 ‘마왕일기’는 독일에서 최고 인기 있는 일본 만화 ‘원피스’보다 더 잘 팔렸다. “제가 번역한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특히 ‘마왕일기’는 한국보다 오히려 독일, 프랑스, 미국서 더 인기를 끌었죠.” 가장 번역하고 싶은 만화책으로는 박소희의 ‘궁’을 꼽았다. 독일 출판사에 추천했더니 현지 만화 시장에선 그림체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했단다. “사실 외국에서는 중국, 일본을 많이 알면 알았지 한국에 대해선 잘 몰라요. ‘궁’ 같은 작품을 통해 한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죠.” 2006년 한국에 정착해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는 그는 ‘아이온’ 등 한국 온라인 게임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도 많이 한다. 미르야의 꿈은 한국에서 어서 빨리 노벨상 작가가 나오는 것이다. 번역가로서 한국 작품을 해외로 널리 알려 한국에서도 노벨상 작가가 탄생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번역한 작품이 노벨상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알고 보면 한국에는 좋은 게 너무나도 많은데 외국에서는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워요.”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D -200’… 대선 드라마 시작된다

    ‘D -200’… 대선 드라마 시작된다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12월 19일)가 2일로 200일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전체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경우 유력 대선주자 그 누구도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다. 새누리당도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비박(비박근혜) 주자들만 출마를 선언했을 뿐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총선과 대선이 겹쳐 있던 1992년 14대 대선의 경우 5월에 여당인 민자당은 김영삼, 야당인 민주당은 김대중을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직전인 17대 대선을 제외하고는 역대 여야 후보는 이르면 4월, 늦어도 7월에 결정됐다. 그만큼 올해 대선 지형도가 혼돈 양상인 걸 방증하는 셈이다. 대선 경선 시점 역시 늦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야 모두 국민적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대선 후보 경선을 희망하고 있지만 오는 7월 27일 개막하는 영국 런던올림픽 일정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여야 경선 시기도 런던올림픽 폐막일(8월 12일) 이후로 순연될 수 있다. 대선 후보 확정이 늦어질수록 여야 최종 주자들에 대한 자질 검증도 압축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늦은 대선’의 피해는 국민에게 짐지워진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대통령을 뽑는 건 대형 점보기를 비행시키는 것과 같다. 그런데 후보 선출 기간이 짧다 보면 항법과 방향도 모르는 기장을 뽑을 수 있다. 얼굴과 이미지로만 선출하게 된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이 예측가능하게 대선을 만들어야 하는데 올해는 2007년 17대 대선보다도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안철수 원장이 대선 시기를 늦추며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잠식하는 엑스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존의 여야 후보들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지만 안 원장은 검증은커녕 추상적인 인물로 그가 말한 복지·평화·정의는 이미 20년 전부터 나온 정책 키워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9일 열리는 당 대표 등 차기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이후가 대선 스타트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 유력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달 30일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을 출범하며 대선 플랜 가동에 돌입했다. 그는 당 대표 경선이 끝나는 9일 이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이달 중에 외곽 조직인 ‘문재인의 친구들’도 띄울 예정이다. 여의도 정치판에서는 새내기 격인 문 고문은 당내 구도가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으로 흘러가면서 고전하는 양상이다. 대선 출마를 놓고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참여정부 춘추관장 출신인 유민영씨를 언론 담당으로 영입하며 특유의 ‘메시지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1학기 학사 일정이 끝나는 6월 말 이후가 그의 출마 시기로 점쳐지고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당 대표 경선에서 ‘영남 대표성’이 부각되면서 ‘잠룡’에서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오는 12일 자서전인 ‘아래로부터’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지사 임기가 하프라인을 넘는 다음달 1일 이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본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당내 지지모임을 기반으로 경제·복지 정책의 전문가 이미지를 쌓고 있다. 측근들은 출마 시점을 전당대회 이후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좌클릭’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이 손 고문의 주요 지지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정치 1번지 종로 당선을 기점으로 대선주자로 변신했다. 그는 “저평가 우량주는 장이 본격적으로 서면 평가를 받게 된다.”며 이달 중으로 출마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달 중순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근 의원들은 “이미 대권에 도전하는 게 기정사실이 된 만큼 출마 선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다만 선언적 의미에서 박 전 위원장이 국민들에게 대선 후보로서의 비전을 밝히는 자리는 필요한 만큼 6월 중순쯤으로 시기를 잡고 있다. 올해 대선 지형을 뒤흔들 대형 변수도 적지 않다. 여야 모두 화두는 ‘단일화’다. 새누리당은 선진통일당 등 보수 진영의 연대가 핵심이다. 지난달 29일 선진당 대표로 선출된 이인제 의원이 “대선 후보를 100% 내겠다.”고 밝힌 만큼 보수 표가 분산될 수 있다. 보수 단일화도 고려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 원장의 단일화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안 원장이 현 집권 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진보 진영의 편’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 나설 경우 대선 판세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현정·허백윤기자 ipsofacto@seoul.co.kr
  • “교육·의료·도덕까지 시장이 지배해선 안돼”

    “교육·의료·도덕까지 시장이 지배해선 안돼”

    “지난 30년간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경제를 가진 사회에서 시장사회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시장경제는 경제 활동에 효과적인 도구로서 전 세계에 번영과 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사회는 모든 것을 거래 대상화했습니다. 돈이나 시장가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겁니다.”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한 말이다.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식 옮김, 김영사 펴냄)로 폭발적 인기를 누린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출간 기념으로 다시 방한했다. ●“공공이익에 도움 되는 시장 영역 논의를” 샌델 교수는 “오늘날 성공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시장과 돈의 역할에 대한 문제”라면서 “자동차, 평면TV처럼 물질적인 영역에서 시장의 효과는 대단하지만 교육, 의료, 시민권, 도덕 같은 가치에 대해서도 시장이 정의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일종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쓴 데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시장의 영역이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토대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한 학생의 기부금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공정성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고 학문을 하는 대학 본연의 가치를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대학 재정 문제만 얘기할 게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거대 마트에 강제 휴무제를 도입하는 것 등을 두고 일종의 포퓰리즘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1920~30년대에 그와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면서 “오직 최저가로 얻는 소비자의 이익만이 유일한 가치라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합당한 주장이지만 그것만이 사회의 유일한 가치가 아니라고 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정의란’에서와 마찬가지로 샌델 교수는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 똑떨어진 대답을 내놓진 않았다. 장단점에 대한 주장들이 있는 만큼 치열하게 함께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민주주의라는 게 샌델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경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데다 민주주의까지 수단화해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주의의 측정 기준에서 공공성에 대한 이견이 공적인 논의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연회 무료 입장권 2만~3만원 암표 거래 샌델 교수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공개강연회를 열었다. 강연회 입장권은 출판사에서 선착순 무료로 나눠 줬지만 샌델 교수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2만~3만원에 암표가 거래되기도 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키즈산업 불황이 없다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키즈산업 불황이 없다

    어린이 관련 산업, 즉 ‘키즈(Kids) 산업’, ‘에인절(Angel) 산업’에는 불황이 없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1.24명이다. 2010년보다 0.01명이 늘었지만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0~14세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 증권사는 2002년 8조원대이던 에인절 산업의 시장규모가 지난해 30조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줄고 있지만 수입 아동용품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고급 아동용품 수입의 증가폭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키즈 카페나 어린이 전용 놀이 공간 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때문에 키즈 산업은 ‘불경기의 천사’로 불릴 정도다. 아동용품의 고급화를 보여 주는 단적인 실례는 수입 증가 추세다. 의류가 가장 대표적이다. 1일 한국무역협회의 품목별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2002년 115억원(981만 달러)어치가 수입된 아동용 의류는 지난해 300억원(2548만 달러)어치가 들어왔다. 10년 새 2.6배가 늘어난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 1분기 수입아동복의 매출 증가율은 15.8%로 아동유아복 전체 매출 상승률 1.9%에 비해 8.3배나 높았다. 신세계백화점도 수입아동복의 매출이 2009년 35.0%나 증가한 데 이어 2010년 38.4%, 지난해에는 23.4%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아동복 수입 300억원… ‘불경기의 천사’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15개 아동의류 브랜드 가운데 수입 브랜드는 2007년 4개로 2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개로 늘어 47%를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명품을 사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출산·핵가족화 속에 키즈산업이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 유모차는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각에선 유모차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신분을 나타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70만원을 호가하는 영국의 잉글레시나는 물론 100만원을 훌쩍 넘는 스토케 유모차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유모차는 626억원(5312만 달러)어치가 수입됐다. 2002년의 35억원(302만 달러)어치보다 16.6배가 늘었다. 한 유모차 수입업자는 “예전에는 일부 부유층에서 수입 유모차를 탔다면 최근에는 보통의 직장인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수입 유모차는 중고시장에서도 인기”라고 전했다. 16개월 된 손녀를 돌봐 주고 있는 부산의 정모(61·여)씨는 “주변에 다른 손자·손녀를 봐 주는 친구들도 대부분 수입 유모차를 가지고 다닌다.”면서 “비싸기는 하지만 손주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하나 해줄 만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사 줬다.”고 말했다. ●100만원대 스토케 유모차 ‘불티’ 분유도 수입품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수입 분유는 국내산보다 1.5~2배 비싸지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수입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2년 166억원(1411만 달러)이던 분유 수입은 지난해 2166억원(1억 8376만 달러)으로 10년 새 무려 13배 뛰었다. 수입 분유의 점유량이 늘어나는 반면 국내 기업의 분유 출하량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8%씩 감소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여)씨는 “처음부터 일본 분유를 계속해서 먹여 오다 지난해 일본에 지진이 나면서 잠시 국내산 분유로 바꿨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독일산 유기농 분유로 교체했다.”면서 “우리나라 분유는 가끔 위생상에 문제가 발생해 하나뿐인 우리 아이에게 먹이기에는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조기영어교육 붐 타고 그림책 수입 급증 영유아 조기영어교육의 붐을 타고 아동용 그림책의 수입도 만만찮다. 지난해 해외에서 아동용 그림책 323억원(2745만 달러)어치를 들여왔다. 2010년의 240억원(2038만 달러)보다 34.7% 증가한 것이다. 10년 전인 2002년(88억원)과 비교하면 3.6배에 이른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출판시장이 대체적으로 불황인데 그나마 아동용 출판 시장은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 “최근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제작된 동화책을 그냥 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조기교육 열풍과 함께 전국의 영어유치원도 지난해 202개에 달했다. 뽀로로와 폴리캅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영유아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도 무섭다. 2006년 8조 3000억원이던 영유아 콘텐츠 시장은 지난해 16조원대까지 성장했다. 특히 영유아 콘텐츠 산업은 지난 6년간 연평균 29.3%라는 놀랄 만한 수출 신장률을 보였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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