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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이세일(전 서울신문 전산국장)봉남(사업)씨 모친상 형원(포스코ICT 과장)씨 조모상 12일 서울 월계동성당, 발인 14일 오전 10시 010-6282-3709 ●장영(전 증권감독원장보·전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씨 별세 11일 아주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31)219-4112 ●한용덕(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코치)씨 모친상 12일 대전 선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30분 (042)253-4445 ●박용준(경기일보 인천본사 기자)씨 부친상 12일 인천 길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32)471-6361 ●이현동(MBC 디지털기술국 TV송출부 부장)씨 모친상 11일 대구 경북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053)200-6144 ●김창환(전 경희대한방병원장)익환(대익교역 대표)씨 모친상 이성훈(전 금융결제원 상무)씨 장모상 11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2)2258-5940 ●오은수(이글에이전시 대표이사)씨 장인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02)3410-6902 ●이원기(도서출판 한울 기획실장)왕기(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용태(GS건설 건축도시기술팀 과장)씨 모친상 1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4일 오전 (02)2227-7597 ●송봉근(중앙일보 기자)씨 장모상 12일 부산 영락공원, 발인 14일 오전 7시 40분 (051)790-5062 ●박희윤(전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장)희보(성산고 교장)희락(사업)씨 모친상 12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4일 오전 (02)2258-5940
  • [기고] 창조경제와 출판/민경미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팀장

    [기고] 창조경제와 출판/민경미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팀장

    창조경제의 정확한 의미를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10여년 전 같은 제목의 저서에서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존 호킨스는 “삶의 가치를 높이는 창조적 지식상품과 서비스와의 거래가 곧 창조경제”라고 했다. 지금의 논란이 머쓱할 만큼 애초의 정의는 오히려 명확하고 반듯하다. 그러나 실제 문화산업 현장에서는 언급된 그대로의 단답형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창의성을 발휘해 단답형이 아닌, 각자의 영역과 시각에서 주관식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창조이지 싶다.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출판이 그 중심이라는 것이다. 출판은 영상과 게임,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문화콘텐츠산업 가치사슬 구조의 원점에 위치한다. 또한 지식이 부와 경쟁력을 창출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그 원천이기도 하며, 하나의 이야기가 수많은 일자리와 소득·수출·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는 스토리노믹스를 견인하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호킨스도 그래서 출판을 창조산업 가운데 연구개발 다음으로 비중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는가. 6월 현재 우수 출판기획안 공모를 비롯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올해 여러 출판 지원 사업들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접수된 우수 출판기획안만 1700편이 훌쩍 넘었다. 지난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응모편수만큼 좋은 기획안과 원고를 선정하기 위해 심사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책으로 발간되기 전의 기획안이거나 원고 상태의 콘텐츠라 아이디어 유출을 막고자 방문접수와 현장심사를 원칙으로 하였다. 심사위원 역시 과거 특정분야 전문가로만 한정하던 것을 출판평론가는 물론 한류 혹은 앱북 전문가, 시나리오 작가 등 각기 다른 심사위원을 사업별, 심사 차수별로 다르게 위촉했다. 내용의 완성도를 일차적으로 평가한 후 대상작을 가리는 심사는 공정성과 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당사자가 직접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도록 계획했다. 제한된 서류나 문자로는 알기 어려운 저자와 기획자의 마음을 더 정확하게 읽고 싶었고, 더불어 미래 독자 입장에서 심사를 떠나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행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출판사들의 기획안이 우선 선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걱정에 그쳤다. 오히려 이들의 경우 지나치게 무난한 주제와 내용이어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산뜻한 참신성을 보여준 작은 출판사들과 저자가 돋보였다. 지난해 유기농을 다룬 기획은 좋았으나 전체적인 구성이 다소 미흡해 아깝게 떨어졌던 강원도 화천의 농사꾼 저자가 올해 재도전해 1인 출판사 지원 사업에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시장성과 더불어 내용의 진정성, 독창성을 가진 우수한 출판콘텐츠가 앞으로도 계속 발굴될 것이다. 좋은 콘텐츠가 나와야 출판이 살아나고, 출판이 살아야 문화콘텐츠 분야 간에 창의적 융합이 이루어진다. 그래야 창조경제가 가능하다. 출판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파이팅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출판인, 또는 예비출판인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
  • [위기의 한국사 교육] 中, 우리 고대사 중국사로 둔갑 시도…日, 軍위안부 등 침략사실 부정 ‘혈안’

    [위기의 한국사 교육] 中, 우리 고대사 중국사로 둔갑 시도…日, 軍위안부 등 침략사실 부정 ‘혈안’

    #사례1 지난해 7월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시에서 1600년 전인 광개토대왕 시기에 제작돼 고구려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이 발견됐다. 하지만 중국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이 비석에 나오지도 않은 내용인 ‘중국 고대종족의 하나인 고이(高夷)족이 고구려인의 기원’이라고 명시해 고구려가 중국에 속한다고 강변했다. #사례2 지난 3월 31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일본 우익단체 회원 200여명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와 ‘조선인 위안부는 거짓이다’, ‘불령 조선인은 다케시마(독도)를 반환하라’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사례는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 행태와 그릇된 역사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은 주로 고구려와 고조선을 비롯한 우리 고대사를, 일본은 최근의 우경화 추세와 맞물려 침략과 관련한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폄하해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 사업은 2007년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그 영향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교과서에 기원전 3세기 진(秦)나라가 쌓은 장성(長城) 동쪽 끝이 현재 북한의 평양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당나라에서 인쇄돼 신라에 전래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중국학계를 중심으로 고조선의 성격을 재조명해 이를 중국사의 일부로 간주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특히 신석기·청동기 시대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였던 중국 만주 남서쪽의 랴오허(遼河)지역을 중국 문명의 원류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고광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12일 “중국은 조선족 등 소수 민족의 정치적 분열과 혼란을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이 같은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동북지역의 역사문화 관광지를 꾸준히 개발해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로 홍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역사왜곡 대상은 주로 종군위안부와 독도 영유권, 식민지배 등이다. 일본 정치권의 망언 수위도 심각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국제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도 “위안부는 어쩔 수 없는 필요한 제도”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일본 우익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교과서 기술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1993년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 이후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확대되던 위안부 관련 기술이 우익의 비판으로 2001년도 중학교 교과서 검정부터 점차 삭제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일본 실교출판의 역사교과서는 ‘위안부로 전장에 내보낸 사람도 적지 않았다’라는 문구를 ‘위안부로 전장에 내보낸 사람도 있었다’로 바꿨다. 김민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의 우경화는 20여년간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대응 심리로, 여기에 일본 제국 시절에 대한 향수가 겹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2) 10년 이상 반복 교과서 논란

    [위기의 한국사 교육] (2) 10년 이상 반복 교과서 논란

    보수·진보 진영 간 중·고교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은 10년 넘게 반복된 해묵은 논쟁이지만 현 사회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 이슈’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편향성 논란을 최초로 제기한 측이 역사 전공자가 아닌 국회와 언론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역사학계가 총동원돼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수 진영은 북한 역사학계의 관점과 닮은 1980년대 운동권의 민중사관이 최근 역사 교과서에 반영됐다는 주장을, 진보 진영은 뉴라이트 등의 의견이 일본 극우파 의견과 닮은 꼴이란 주장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보수 진영 학자들이 모인 한국현대사학회의 ‘중·고등 한국사교과서 분석과 제언’ 학술대회에서 나타난 현행 교과서에 대한 비판은 2008년 뉴라이트 사관(史觀)을 담은 대안교과서에서 보인 인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학술대회에서 오영섭 연세대 이승만연구소 연구교수는 “동학농민운동을 조선 사회를 변혁하고 외세 침략에 맞서려 한 투쟁으로 본 관점은 북한 학계와 닮은 점”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사학회 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현행 교과서들은 해방 후 좌익이 신탁통치를 받아들인 것이 소련의 지시 때문이란 점을 감추고 있다”며 현행 교과서의 편파성을 주장했다.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은 기존 교과서에 대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고교 교과서 집필 참여를 선언했다. 이들이 주도한 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본심사를 통과해 8월에 마무리되는 최종 합격 심사 중에 있다. 보수 진영의 역사 교과서가 검정 본심사를 통과한 것은 처음으로, 이들이 주도한 교과서가 최종 합격될 경우 역사 교과서 논쟁이 고교 현장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역사 교과서 왜곡 대응팀을 꾸려 한국현대사학회가 주도한 교과서 배급에 대비하고 있다. “뉴라이트와 관련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한 한국현대사학회 측은 광주시교육청 등이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집필을 책임 진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1일 “최종 합격 전이라 교과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승만 대통령 시절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됐던 사실을 분명히 명기했고, 5·16쿠데타에 대해서는 쿠데타가 외래어이기 때문에 군사정변으로 서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역사 교과서 논쟁에서 심판 격인 교육부가 보수 측 주장을 수용한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광주시교육청의 대응이 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2002년 당시 근현대사 교과서가 김대중 정부를 미화했다는 비판에 근현대사 교과서 검정위원이 일괄 사퇴하는 내홍을 겪은 뒤 교육부는 교과서 4종을 수정, 배포했다. 2004년 금성출판사가 내놓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국회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도 교육부는 교과서 206곳에 대해 수정을 지시했다. 2011년 한국현대사학회가 중·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민주주의’란 표현 대신 ‘자유민주주의’란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했을 때도 교육부는 이 주장을 수용했다. 2008년 뉴라이트 시각을 담은 대안교과서 출판 당시 학교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대응하지 않은 것을 빼고는 교육부가 늘 보수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동학농민운동, 각종 단체의 독립운동 활동에 대한 평가, 해방 후 찬탁·반탁 논쟁에 대한 평가 등 근현대사 사건 대부분에 대해 보수·진보 진영 간 이견은 좁히기 어려운 상태다. 보수 측인 권 교수는 “현행 교과서 대부분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속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폄하하거나 북한의 전체주의와 균형을 맞춰 서술하고 있다”면서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왜곡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 측이면서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자인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검정 기준을 통과해 현행 교과서에 나타난, 대다수 역사학자가 공유하는 역사인식을 좌편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뉴라이트야말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친일을 정당화하고 독재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양 진영의 충돌이 역사 논쟁에 대한 거부감과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창조경제·문화융성 기반은 책… 독서운동 일으킬 것”

    “창조경제·문화융성 기반은 책… 독서운동 일으킬 것”

    “창조경제, 문화 융성은 책을 통한 창조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데 정작 책에 관한 얘기는 안 나오니 답답합니다. 이참에 파주출판도시의 인프라를 활용해서 국민독서운동을 제대로 한번 일으켜 보려고 합니다.” 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이 취임 3개월 만에 파주출판도시 7대 프로젝트를 내놨다. 책 만드는 공간에 머물렀던 곳을 독자와 책이 만나는 공간으로 확장시켜 진정한 문화예술도시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다. 김 이사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에 한국의 출판도시 같은 곳은 없다”면서 “지금까지 파주출판도시가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해 그 결과물을 독자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에는 명사 100명을 초청해 연중 내내 출판도시 곳곳에서 1000개의 강좌를 여는 ‘세종아카데미21’, 국내외 애서가들의 소장 도서를 기증 받아 누구나 마음껏 볼 수 있도록 꾸민 열린 도서관, 동네서점 문화를 되살려 각 사옥 1층을 책방과 갤러리 등으로 만드는 책방거리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매년 봄 열리는 어린이 책 잔치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책 축제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 아동 도서상인 ‘파주 칠드런 북 어워드’를 제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 ‘파주 북소리’, ‘책과 영상과 빛의 국제예술제’, ‘국제인문학 축제’ 등 계절별로 다채로운 책 축제 등도 준비 중이다. 김 이사장이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열린 도서관과 세종아카데미21이다. 열린 도서관은 현재 디자인 작업 중으로, 올해 안에 도서관의 일부를 개관할 예정이다. 세종아카데미21은 깊이 있고, 종합적인 인문사회 공부를 위한 장으로,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으로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한국 사회는 감성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성적인 힘은 부족하다. 이제는 이성적 성찰을 통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시론] 로맨스 판타지/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시론] 로맨스 판타지/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작가 황석영은 지난달 23일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사재기 관련법의 개정과 검찰 수사 등을 촉구했다. 작가는 출판사가 자사의 책을 구입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사재기’는 주가 조작과 같은 범죄이자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공공도서관 1년 도서구입비가 미국 하버드대학 1년 도서구입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까지 적시한 작가는 “출판사들의 ‘서점을 통한 도서 기증 행태’와 ‘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할인 판매’, ‘다른 도서 끼워 팔기’와 ‘과도한 경품 증정’ 행위 등도 공개적인 사재기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제)의 선(先)인세가 국내 최고액인 16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측하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자신의 책을 펴내는 외국 출판사마저 직접 간택한다는 하루키가 꼭 최고액을 쓴 출판사를 낙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고액의 선인세 기록을 경신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유사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에 공통점은 없을까? 있다. 우리 책 시장에서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보니 출판사들이 팔리는 책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출판시장은 기본 10만부를 넘긴다는, 한 손가락으로 꼽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왔다. 2011년 1월 작가 박완서가 타계한 이후에는 신경숙, 공지영, 황석영, 김훈 등 ‘빅4’에 모든 것을 거는 행태를 보여 왔지만 이들마저 최근에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7년의 밤’의 정유정이나 ‘두근두근 내 인생’의 김애란 등 차세대를 이끌 주자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평단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초 한국문학을 주도하는 문학계간지들이 ‘소수의 문학’이나 ‘사상으로서의 문학’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의외였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이 상업주의 문학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사재기’나 ‘선인세’ 파동에서 보듯 한국문학 전체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문학의 영역을 축소시켜 유폐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 15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커다란 위기를 5년 주기로 겪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위기가 찾아와 위기 극복에 힘만 쏟다가 주저앉곤 했다. 신자유주의가 승자독식사회 체제를 강화해 나가는 사이에 대중의 심성은 ‘열정’에서 ‘냉정’으로, 다시 ‘냉소’로, 급기야 최근에는 ‘멘붕’의 정서로 급격하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우리 문학시장의 기획자들은 정신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개인이 어떤 이야기에서 위안을 받을까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그저 팔리는 작가나 작품에만 붙어서 목숨 줄이나마 이어가 보려는 얄팍한 행태를 보여줬다. 한편 정보기술(IT) 혁명은 ‘고용 없는 성장’을 낳고 있다. 일상에서 한순간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글이나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가를 살펴보라. 이들 신기술은 저작권마저 무용지물로 만들며 지식노동자들을 처절하게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세계 시민은 이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로맨스 판타지’에 깊게 빠져들고 있다.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주부들이 누구나 시간만 투자하면 실력과 점수 앞에 평등한 카카오톡의 각종 게임 같은 가상현실에 중독되어 가는 것처럼. 이들이 ‘늑대소년’이나 ‘7번방의 선물’ 같은 로맨스 판타지 영화에 웃고 울었다. 드라마 또한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면 발을 붙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제 문학 기획자들도 우리 문학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부터 깊게 궁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공무원·기업인이 토로하는 행태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공무원·기업인이 토로하는 행태

    울트라 슈퍼갑(甲)인 국회의원들의 1차적 을(乙)은 공무원들이다. 행정부 감시라는 1차적 소명감이 근원적인 갑을 관계를 형성해 왔다. 예산권을 쥐고 휘두르면서 부처 인사에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시끄럽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무원들은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여당과는 주요 정책마다 당정협의를 거쳐야 하고 법안 통과 등의 과정에서 일을 쉽게 하려면 야당 의원들과의 스킨십도 절대적이다. 그래서인지 국회는 공무원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댄다. 서류를 보내고 전화로 설명해도 충분한 것도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불러들인다. A국장은 “일종의 ‘군기 잡기’라고 보면 된다. 민감한 일이 생길 때면 장차관이나 국장급 이상은 국회로 출근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포의 국감 시즌… 1명당 1.5t 트럭 분량 서류 요구 국회로 불러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공무원들과 협의하고 다그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지역구 민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정부의 입법안은 봉이다. 논의 단계부터 쏟아지는 상임위원회 위원들의 각종 지역구 민원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민원 없이 법안 통과를 기대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상임위는 온갖 트집을 잡아 통과를 지연시킨다. 올 초 법안 처리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중앙 부처 B과장. 모 의원이 부르더니 “지역구 복지시설에 가보니 시설이 낡았더라.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관련 입법이 걸려 있다 보니 무시할 수 없었다고 B과장은 토로했다. 결국 다른 예산을 빼다가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 B과장은 “유권자 눈에는 그 의원이 훌륭해 보일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누군가의 피해를 전제로 한 것이고, 전체적인 시스템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성공한 민원은 의원의 의정활동보고서에 자랑스럽게 올라갔다. 군기 잡기의 절정은 국정감사 때다. 국회의원들의 자료요청 욕구는 끝이 없다. 10년치 자료는 물론이고, 수십년 전 개청·개원 자료를 모두 달라는 의원도 있다. 지나간 일이지만 모 부처는 한 의원에게 각종 요청 서류를 1.5t 트럭 한 대에 꽉 채워 전달한 사례도 있다. 중앙 부처의 C과장은 “피감 기관과 의원실의 갈등 원인은 자료 제출 문제가 거의 대부분”이라면서 “국정감사 일정이 임박하면 일부 의원실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정된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요청한 자료를 하루 만에 달라는 주문은 그나마 ‘양반’이다. C과장은 “의원실에서 언론 등에 배포한 자료에 수치나 내용이 틀릴 때가 더러 있는데, 이를 알려 줘도 수정하지 않고 버틸 때는 정말 당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국회 입법조사관들이 입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야근하는 날이다. 검토보고서는 상임위에서 작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무원들이 초안을 만드는 ‘관행’ 때문이다. D과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좀 더 긍정적인 검토보고서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요청이 있으면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불문 길들이기… 불쑥 호출했다 도로 취소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부처 공무원들은 더 고된 육체 노동이 필요해졌다. 국회의 호출 한 번에 왕복 6시간 거리를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청사 과장은 길바닥에서, 사무관은 세종청사에서 서울 간 국장을 기다리다 시간 보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얼마 전 세종청사의 한 부처 장관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오후에 세종청사에서 집무를 보다가 국회 측으로부터 “상임위 소위 회의가 두 시간 뒤에 열리니 꼭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오후와 저녁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충북 청원군 오송역에서 KTX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잠시 뒤 국회에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회의가 연기됐으니 올라올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던 중 열차에서 안내 멘트가 나왔다. “잠시 뒤 도착할 역은 서울역입니다.” 한 부처 E국장은 “최고위직에게도 ‘오라 가라’ 할 정도인데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어떻겠느냐”면서 “낭비되는 행정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경제 부처 F국장은 지난 3일 임시국회가 열린 뒤 줄곧 ‘3분 대기조’ 생활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 비서관들이나 전문위원들이 언제 호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4일에도 20분 법안 설명을 위해 4~5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다. 과장을 대신 보낼 수도 없다. “‘급’이 맞지 않는다”고 야단을 치기 때문이다.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수석전문위원이 부르면 부처 국장급이, 의원 비서관이 호출하면 과장과 담당 사무관이 간다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F국장은 “국회 대응을 잘못해서 법안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검토보고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비위를 맞춰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어떤 때는 설명이 부족하다며 돌아가라고 한 뒤 다음 날 다시 부르는 일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가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공언하지 않는 한 세종시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오락가락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골치 아픈 취업 시즌… 은근슬쩍 이력서 보내 압박 국회의원들에게 목줄을 잡힌 또 다른 대표적인 을은 기업이다. 과거 기업들은 영향력 있는 주요 의원들을 주로 상대했지 이름 없는 초·재선 의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보좌관들의 경우 거물급 보좌관들만 관리해 왔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계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만나고 상대해야 할 인사들이 크게 늘었다. 정책이 중요시되면서 언제부턴가 중진 의원실에서도 자료 요구와 함께 담당 임직원을 찾는 보좌관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각종 민원이 정비례해 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취업철은 가장 대표적인 민원 시즌이다. 이력서가 쌓이기 시작한다. 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 때는 의원들의 책을 사 줘야 한다. 먼저 요구하는 의원실도 많다. 대기업들은 책을 대량으로 사들여 자체 소화를 하거나 기증하는 일도 많다. 모 대기업 임원 G씨는 “사실 정치인이 선거철에 맞춰 쓴 책들은 남 주기도 뭣할 정도여서 처치하기 곤란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예술행사를 두고 민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후원하는 콘서트의 표를 좀 사달라는 식이다. 그는 “기업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한번은 2장(2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행사를 후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표만 사 주는 거면 사실 ‘절 모르고 시주’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특정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큰 건도 있지만 하청과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을 건설업체에 요구하는 경우다. 민원을 다 들어주지 못할 사정에 놓인 담당자의 입장이 무척 곤란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학연이나 지연, 친분관계 등에 따라 의원들이 직접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하는 일도 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 H씨는 “통상 이런 경우에는 이른바 큰 건이라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에도 국정감사는 피곤한 때다. 해당 기업과 정책적 연관성이 큰 정부 부처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료를 압박해 올 때가 많다. 한 이동통신사의 I씨는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할 때 이동통신 관련 원자료는 업체에서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한 다리 건너 각종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자료 요청이 일시적으로 몰리다 보니 담당 부서는 다른 일을 못 할 정도”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총수 소환’이다. 국감이 시작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 그룹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해서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논란이 되는 사안과 크게 관계가 없고, 실무진 선에서 처리가 가능한데도 굳이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건 의원들의 ‘기업 길들이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국감에 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던 한 대기업 임원 I씨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회장과 사장 수십 명의 이름이 거론됐다”면서 “다 부르려 한 게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분명한데 기업의 신뢰와 명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 강아지 부르듯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의원들의 영향력은 지방의회 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에서 각종 관변단체 인사에까지 미친다. 여기에 국립대와 산하기관 수장부터 비서까지 인사 청탁을 하기도 한다. 여당 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에 장차관 등을 부르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파워’를 우회적으로 보여 주는 셈이다. 부처종합
  • [당신의 책]

    새 교육(스콧 니어링 지음, 이달와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부인 헬렌 니어링과 함께 소박하고 단순하며, 환경친화적인 삶을 지향한 인물로 각광받아온 저자가 1910년 27살 나이에 미국 공교육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미국의 성공적인 공립학교, 홈스쿨, 보습학교 등을 취재하며 얻은 진보적인 교육운동의 가치와 내용들은 100년의 시차를 건너뛰어 오늘날 한국의 교육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352쪽. 1만 5000원. 최장집의 한국 민주주의론(김정한 편저, 소명출판 펴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으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이론가 최장집의 민주주의론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주요 논점인 정당정치 및 정치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비판과 쟁점들을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해 성과와 한계를 정리했다. 김용복 경남대 교수, 김정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고병권 수유너머R 연구원 등 10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408쪽. 2만 9000원. 린 인(셰릴 샌드버그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구글, 월트디즈니, 스타벅스를 거쳐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오른 저자가 여성 리더십에 대해 쓴 책. 샌드버그는 2010년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라는 주제의 TED 강연에서 여성이 직장에서 기회가 생겼을 때 자신도 모르게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는 현상을 지적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내 번역판에는 한국 여성의 사회경력단절 현상, 가사와 육아 관련 통계 등을 제시하며 한국의 현실에 대한 조언도 실었다. 328쪽. 1만 5000원. 정조와 18세기(역사학회 편, 푸른역사 펴냄) 한국에서 18세기가 상공업 발달, 문예부흥, 영·정조 탕평군주의 시대였다면 서양에서의 18세기는 절대왕정, 계몽사상, 시민혁명의 시대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부의 세기라 할 만했던 18세기 조선의 역사를 서구 및 동아시아와 교차해 비교분석했다. 루이 14세와 정조를 비교한 김기봉 경기대 교수의 글을 비롯해 2011년말 ‘역사로 본 18세기’를 주제로 열린 역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9편을 엮었다. 364쪽. 2만 3000원. 인종 차별의 역사(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하정희 옮김, 예지 펴냄) 인종차별은 기원이 고대 그리스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뿌리가 깊다.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명속에서 인종차별이 어떻게 생겨나 과학의 외피를 두르고 집단학살이라는 거대한 비극으로 달려갔는지 그 과정을 꼼꼼히 되짚는다. 또한 인종차별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난도질해 왔으며,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통렬히 비판한다. 384쪽. 2만 3000원.
  •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월급 떼 사무실 운영… 휴일 영접 안 나왔다고 해고… 성희롱도 잦아

    ‘갑(甲)이 봐도 갑이 너무할 때가 많다’는 갑들이 많다. 동료 의원, 동료 보좌관이지만 그 횡포가 도를 넘어 정말 너무하다는 얘기다. 특히 의원들은 보좌진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수족처럼 부리는 모습으로 동료 의원들과 주변 보좌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보좌진들의 약점은 고용 불안이다. ‘계약관계’랄 것도 없는 임시직과도 같은 신분이어서 의원의 비상식적인 대우에도 맞대응하기 어렵다. 선거에서 당선된 뒤 고생한 보좌진을 모두 해고한 경우도 있고, 1년도 안 돼 보좌진 전원을 교체하는 의원들도 없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입법 활동 지원 명목으로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 인턴 2명 등 총 9명의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는 만큼 웬만한 작은 기업의 직원 전부를 해고한 것과 마찬가지다. 모 의원은 수시로 보좌관을 바꾸는 바람에 의원실이 ‘보좌관 사관학교’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 한 초선의원은 휴일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오는데 보좌관들이 영접을 나오지 않았다며 트집을 잡고 괴롭히더니 결국 교체해버렸다. 의원들이 보좌진들의 월급을 떼어가는 오랜 악습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 보좌관은 “의원이 특보를 임명하거나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보좌관들의 월급에서 한 달에 100여만원씩 ‘자진 납부’하도록 종용해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출근하지도 않는 대학생 딸이나 친척 조카를 보좌진에 등록해 다른 보좌진들은 업무과다에 시달리기도 한다. 남성 의원의 경우, 부인이 의원보다 목소리가 클 때는 영락없이 상전이 두 명이 된다. 18대 국회에서 일했던 한 보좌관은 “의원님이 결정한 지역구 행사나 일정을 사모님이 모두 틀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해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17대 국회의원을 보좌했던 한 비서관은 “의원이 아이들 방과 후 숙제를 떠맡기기도 하고, 학원 보내는 일까지 시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수시로 개최되는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는 보좌진들의 노고가 담겨 있다. 한 3선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책을 출간하면서 돈을 주고 대필하게 하는 것은 양반”이라면서 “보좌진에게 일을 통째로 맡기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심지어는 책 파는 일까지 보좌관 책임이어서 책을 팔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일도 있다”고 했다. 의원들이 사적으로 보좌진을 부리는 일도 흔하다. 의원의 밥시중을 들기 위해 회관 사무실 내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보좌관도 있었고, 십수년간 자녀 대학입시, 결혼, 취직까지 중진의원 집의 모든 집안살림을 도맡은 비서관도 있다. 이쯤 되면 보좌진이 아니라 ‘집사’나 ‘머슴’인 셈이다. 한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모든 시중을 드는 것을 보좌관, 비서관의 당연한 업무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서 의원을 잘못 만나면 임기 내내 고생”이라고 푸념했다. 기초의회 의원들에 대한 횡포도 이에 못지않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술에 취해 밤에 지방의원들을 소집해놓고 정작 자신은 차에서 잠을 자는 일이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방의원들은 공천을 좌우하는 국회의원의 호출이라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지만, 막상 차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어찌할 줄 몰라 멀뚱거릴 때가 많다. “깨울 수도 없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한 지방의원은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은 하늘이다. 특히 영남은 새누리당, 호남은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압도적인 지위를 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지방의원은 “공천 때문에 구청장 부인들이 의원들 경조사에 불려가는 일이 아직도 있다”면서 “한 지역위원회 여성부장은 ‘의원 집의 커튼이 무슨 색인지,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안다’며 경조사 때마다 불려가 잡일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檢, ‘박근혜 지지’ 불법 선거운동 최필립 동생 등 3명 기소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핑계로 선거운동기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무궁화사랑운동본부 최만립(79) 회장과 이 단체 간부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최 회장은 최필립(85) 전 정수장학회 회장의 동생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 등은 지난해 6월 한 일간지에 ‘꽃으로 검을 베다, 박근혜 리더십’이라는 책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광고를 내면서 박 후보를 지지하는 문구를 넣어 광고를 게재하는 등 박 대통령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최 회장 등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왜 박근혜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한 영상물을 상영하고 연예인 초청공연을 하는 등 선거법에 정해진 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 회장은 이 행사에서 “12월 19일 대선 승리의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는 내용의 지지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소설로 벗긴’ 출판시장 갑을 관계

    ‘소설로 벗긴’ 출판시장 갑을 관계

    출판업계에 ‘별종’이 등장했다. 새움출판사 대표, 직원, 작가 등 6명이 돌아가며 직접 쓴 소설 ‘출판 24시’다. 심장을 졸게 하는 반전과 긴장감? 그런 건 없다. 대신 책 한 권을 내놓기까지 겪는 출판인들의 말 못할 고민을 날 것 그대로 발라내 보여준다. “좋은 책을 내면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 ‘장이’들의 진심에는 사재기 논란에서 비롯된 독자들의 불신을 사그라지게 하는 힘이 있다. 출판사들의 왜곡된 출혈 경쟁, 대형·온라인 서점과의 관계 맺기, 작가와의 밀고 당기기 등 책 한 권에 출판계의 ‘갑을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 편집장 해윤은 편집자 3년차 때 일을 때려치울 뻔했다. 편집자를 개인 비서처럼 부리면서도 모욕을 주는 유명 저자, A 교수 때문이다. 해윤의 실제 주인공인 김화영 기획편집1팀장은 “경험담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유명 작가가 ‘갑질’을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단다. 인세만 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대형작가는 통상 12~15%인 반면 신인작가는 5~7%. 인세를 아예 떼이기도 한다. 그러니 신인작가로서는 출판사와의 계약서에 쓰인 갑(작가)·을(출판사) 분류에 반기를 들 법하다. 새움출판사로 데뷔한 장현도 작가가 정리에 나섰다. “갑을 관계로 정의되는 관계는 아니에요. 신인으로선 누구라도 나를 받아주기만 하면 고마운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계약서의 갑, 을이 거꾸로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물론 제가 대형작가가 되면 미묘한 신경전이 생기겠죠. 인세도 15% 요구하고요(일동 웃음).” # 온라인 서점 비브리온의 문학 MD 성미옥 대리는 악명이 높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녀의 눈 밖에 나면 신간 노출은 꿈도 꿀 수 없다. 마케터 윤식이 담배를 달고 사는 이유다. “막상 쓰고 나니 제가 찌질해 보여서 고치고 싶었는데…(웃음). 온라인 서점에는 광고비를 내도 노출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홍보를 안 할 수가 없으니까 해야 하고, 안 나와도 뭐라고는 못하죠.” 윤식의 실제 인물인 윤여민 마케팅부 대리의 멋쩍은 웃음에서 고충이 읽힌다. 대형서점 직원에게도 잘 보여야 산다. 좁다란 매대 안에도 ‘명당’과 ‘흉당’이 있기 때문. 출판사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안 팔리는 책은 매대에서 빠져 서가로 가고, 거기서도 밀리면 반품 신세가 된다. 최근 출판계는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의 선인세가 16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으로 떠들썩했다. 이처럼 해외 작품의 판권을 쥐고 있는 외국 출판사나 에이전시가 휘두르는 힘도 막강하다. “젊은 시절 에이전시의 (부당한) 행태를 많이 겪어서 외서는 더욱 하고 싶지 않아요. 출판사들이 출혈 경쟁을 하게 된 이번 하루키 ‘사태’는 이런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줬죠. 무리하게 판권을 사도 책이 안 팔려 사세가 기우는 출판사도 많아요. 앞으로는 외서 비중이 줄어들 거라 봅니다(이 대표).” 판을 벌여 봤자 번번이 밑지기 일쑤인 ‘갑을 게임’ 속에서도, 유사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현실에서도 이들이 출판인으로 밥 벌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요즘 세상이 떠들어대는 갑을 논쟁도 이들에겐 무의미하다. 이들의 결론은 간단하다. “좋은 책을 내는 건,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체부, 폐지·삭감된 사업에 74억 부당지원”

    문화체육관광부가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조성한 공익사업적립금 중 104억여원을 방만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2012회계연도 결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0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국회와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심사 과정에서 삭감된 사업 16건에 적립금 74억 8000만원을 부당하게 지원했다. 적립금을 집행할 때는 국회와 기획재정부의 논의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부적절한 투자나 중복 집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문체부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도 예산이 줄거나 다른 사업에 통합해 폐지된 사업에 적립금을 투입했다. ‘태권도 통합 브랜드 개발·홍보’ 사업비로 3억원을 요구했으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삭감되자, 적립금에서 ‘태권도 통합 브랜드 개발’ 사업과 ‘미디어 활용 태권도 홍보’ 사업에 각각 2억원과 5억원을 지원한 식이다. 결국 관련 사업의 전체 금액은 4억원이나 증액됐다. 문체부는 또 적립금 운용 규정 등에서 국고나 공공기금 예산에 편성된 사업은 적립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는데도 중복 투자하면서 29억 3000만원을 썼다. 2011~2012년에 번역 아카데미 운영, 국제 번역 출판 워크숍 등 번역가 양성 교육 및 연구 사업에 각각 7억 7100만원과 5억 500만원을 편성하고,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 사업비로 적립금 2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문체부에 “적립금을 중장기적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에 편입해 재정 통제를 받아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금쪽같은 행정 노하우와 열정의 ‘흔적’… 금천구 공무원들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

    금쪽같은 행정 노하우와 열정의 ‘흔적’… 금천구 공무원들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

    5일 오전 10시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아주 특별한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신나게 노래를 합창하고,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고 박수를 치는 등 시끌벅적한 잔치 분위기가 연출됐다. 알고 보니 참석자 1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저자였다. 한때 꼴찌였다가 최우수 국으로 거듭난 도시환경국 직원 75명이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즐거웠던 경험과 업무에 대한 열정, 금쪽같은 노하우를 책으로 묶었다. 책 제목은 ‘금천구 도시환경국 이야기-흔적’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개인적으로 출판하는 경우는 흔해도 한 부서 전체 직원이 힘을 모아 책을 내는 것은 매우 드물다. 아파트 옹벽 복구와 옥상 텃밭 설치, 가산동 정보기술(IT)문화거리 조성, 산기슭 주변 미관 공사, 칼바위 부근 산사태 복구, 관악산 둘레길 조성, 호암산 폭포 조성 등. 직원 한 명 한 명의 글이 책 속에서 모자이크처럼 합쳐지며 ‘금천’이라는 큰 그림이 완성된다. 대체 이 책은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발단은 201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성수 구청장이 박종일 도시환경국장에게 그동안 추진했던 업무를 기록으로 남겨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박 국장은 자화자찬보다는 반성 차원에서 기록을 남기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김만순 주택행정팀장과 노명숙 주택정비팀장이 총대를 멨다. 주택과, 도시계획과, 건축과, 공원녹지과, 환경과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원고를 받았다. 보고서 작성엔 익숙한 그들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례집 수준으로 만들 요량이었다. 하지만 점점 욕심이 났다.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다시 원고를 받고, 글 맵시를 다듬고,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제목을 붙이고, 책 안팎을 디자인하기까지 지난한 작업이 이어졌다. 박 국장이 붓글씨로 표지 제목을 직접 썼다. ‘흔적’은 이렇게 1년 6개월 만에 세상에 나와 흔적을 남기게 됐다. 출판과 함께 공무원들의 땀과 애환을 제대로 담았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39년 공직 생활의 마감을 앞둔 박 국장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옮겼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먼 훗날 책장 구석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먼지를 털어내고 그땐 그랬지 하고 웃으며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 구청장은 “좋은 역사를 만들어줘 감사하다”며 “후배 공무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전 전 대통령·재국씨 비자금 고리 캐내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영국령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운영하고 싱가포르에 비밀계좌도 개설했다고 그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폭로했다. 재벌들에 이어서 전직 대통령의 가족까지 외국에 유령 회사를 운영했다는 사실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재국씨가 아버지의 비자금을 은닉할 목적으로 유령회사를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의혹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재국씨는 2004년 7월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 ‘블루 아도니스’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때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발견되어 검찰이 동생 재용씨를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한 지 5개월쯤 지난 시점이다. 재국씨가 추적을 피하려고 국외에 계좌를 만들고 돈을 빼돌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재국씨는 유학 당시에 쓰다 남은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한 사람의 생활비와 학비가 도대체 얼마나 많기에, 또 뭐가 구려서 유령회사까지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전 전 대통령은 선고받은 추징금 2205억원 중에 아직도 1672억원을 내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외로 골프여행도 다니는 등 갑부 못지않게 살고 있다. 재국씨는 매출액이 400억원이 넘는 출판사의 최대 주주이고 다른 아들들도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로 알려져 있다.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던 전 전대통령과 아들들이 어떻게 갑자기 떼돈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전씨의 비자금이 세탁되어 아들들에게 넘어갔을 것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받아왔다. 재국씨는 외국에 보유 중인 금융자산이 전혀 없다고 했지만 사실인지 밝혀내는 책임은 검찰과 국세청, 금융당국이 지고 있다. 다행히 싱가포르와는 조세 조약을 맺고 있어서 비밀계좌를 확보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현재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전담팀’을 구성해 비자금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추징금의 시효가 오는 10월 만료되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 검찰과 관련 당국은 재국씨가 유령회사를 만든 목적이 무엇이며 무슨 돈이 얼마나 계좌로 입금됐는지 서둘러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일가족이 구린 돈으로 자자손손 떵떵거리며 살도록 내버려 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이란의 카프카’ 죽음을 탐구하다

    1951년 4월 4일, 당시 48세이던 이란의 소설가 사데크 헤다야트는 프랑스 파리의 셋방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했다. 지갑에는 장례 비용 10만 프랑이 들어 있었다. 유서는 없었다. 쓰고 있던 원고는 죽기 직전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파리의 마른 강에 몸을 던져 첫번째 자살을 시도한 지 24년 만이었다. 헤다야트는 죽음에 매혹된 작가였다. 테헤란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공부한 그는 릴케의 시를 탐독하며 죽음에 빠져들었다. 죽음은 실존의 문제였다. 신조차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헤다야트는 작품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말했다. “죽음의 문제에 비하면 종교나 신앙, 신념 등은 너무도 허약하고 유치한 집착이다.” “죽음, 죽음이여…너는 어디에 있는가?” 문학과지성사가 ‘눈먼 부엉이’로, 연금술사가 ‘눈먼 올빼미’란 제목으로 나란히 펴낸 이 소설은 죽음에 대한 탐구서다. 서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만큼 단순하며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주인공은 필통 뚜껑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어느 날 자신이 ‘창녀’라 부르는 아내를 칼로 살해한다. 술과 아편에 취해 환영을 본다. 서사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죽음에 대한 무수한 심상과 환영들이다. 밤과 잠, 망각, 꿈의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죽음은 “삶의 심연에서 우리를 건져내서 자신의 품에 거두어주는 존재”이며, 화자는 “망각의 잠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기를” 갈망한다. 삶은 고통이다. “세계는 텅 빈 슬픔의 집”이며 “삶은 부자연스럽고, 불가해하며, 비현실적”이다. 환영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화자의 독백은 마치 죽음의 풍경을 글로 적는 헤다야트 자신 같다. “이 삶에서 떨어져 나가기 전에 (중략) 마치 종양처럼, 조금씩 내 영혼을 파먹어 들어가던 고통을 종이에 옮겨놓고 싶다.” 헤다야트는 초현실주의적인 언어로 실존의 부조리를 다뤄 ‘이란의 카프카’라는 평을 듣는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죽음의 심연을 탐구한 이 책은 풍속을 해치는 데다 잔혹하다는 이유로 이란에서는 금서로 지정됐다. 2006년에는 이란 정부가 헤다야트의 모든 작품 출판권을 몰수했다. 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연금술사 1만 38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NBA ‘최악의 문제아’ 메타 월드 피스 동화책 출간

    NBA ‘최악의 문제아’ 메타 월드 피스 동화책 출간

    미국 프로농구(NBA) 사상 최악의 ‘문제아’로 뽑히는 메타 월드 피스(LA 레이커스)가 동화책을 냈다. 지난 1월 ‘야생 황소 데니스’라는 동화책을 출판한 선배 ‘문제아’ 데니스 로드먼의 행보를 따라한 느낌이다. 월드 피스는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나왔다! NBA 스타 메타 월드 피스가 쓴 첫번째 동화책!”이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책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월드 피스는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각종 악행·기행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선량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동화책의 제목은 ‘메타의 잠자는 시간 이야기’다. 표지에도 ‘메타 월드 피스 지음’이라고 당당하게 써놨다. 심지어 “모든 어린이와 가족들, 교육자들을 위한 책”, “언제나 더 나은 내일을 보여줌으로써 어린이들이 보다 긍정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소개까지 했다. 월드 피스에게 피해를 당한 수 많은 동료 선수들과 관객들이 보면 황당해 할 만한 이야기다. 이 책은 ‘어둠이 무서워’, ‘내 침대 속 진흙’, ‘소원 한 가지’, ‘하늘에 닿기를’, ‘그리고 내일’ 등 5편의 단편 동화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약 13 달러(약 1만 4500원)으로 온라인 서적 구매 사이트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월드 피스는 지난 2004년 발생한 ‘관중 폭행’ 사건의 주범이다. 당시 인디애나 소속으로 ‘론 아테스트’란 본명을 쓰던 월드피스가 디트로이트와의 원정 경기에서 경기 도중 관중이 맥주컵을 던지자 흥분해 관중석에 난입하면서 시작됐다. 관중에게 주먹을 휘두른 월드 피스와 이를 보고 격분한 양팀 선수들, 관중들이 난투극을 벌인 이 사건은 60년이 넘는 NBA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사태에 연루된 선수들은 출장 정지 및 벌금 등 중징계를 받았다. 새크라멘토에서 뛰던 2006년에는 동물학대와 가정폭력으로 입건되기도 했다. 스스로 이름을 ‘세계 평화’로 바꾼 뒤에도 악행은 이어졌다. 수많은 선수들이 월드 피스의 손찌검에 시달려야만 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팔꿈치로 제임스 하든(오클라호마 시티)의 후두부를 강타해 뇌진탕에 빠뜨렸었다. 지난 2월에는 브랜든 나이트(디트로이트)에게 경기 도중 어퍼컷을 날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인이 싫어하는 운동선수’ 5위에 올랐다. NBA 선수 중에는 1위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여울물소리’와 ‘세이프’ 사이/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여울물소리’와 ‘세이프’ 사이/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최근 문화예술계에 큰 사건이 잇따라 터져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나는 황석영 작가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사재기 베스트셀러’ 폭풍이고 또 하나는 프랑스 칸에서 날아든 서른살 문병곤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낭보다. 전자가 문단의 거장이 관련된 출판계 고질의 새삼스러운 부각이라면, 후자는 국내에선 소외된 신예 감독이 이룬 국제적 쾌거다. 얼핏 보면 별개의 두 사건. 하지만 왠지 우리 문화예술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희비의 쌍곡선으로 비쳐져 씁쓸하다. 황석영이 ‘내 문학인생에 대한 모독’이라며 절판을 선언한 작품 ‘여울물소리’(자음과모음 펴냄)가 어떤 작품인가. 지난해 칠순과 등단 50년을 기념한 야심작 아닌가. 그 기대만발의 작품을 출판사 측이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은밀한 사재기를 해 망신을 줬으니 작가가 분신과도 같은 작품의 절판 선언과 함께 사재기 조사를 검찰에 의뢰하는 극단 대응이 당연해 보인다. 단편영화 ‘세이프’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신예 문 감독의 처지는 황 작가와는 사뭇 다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아 턱시도도 살까 말까 망설였다’는 수상 후 전언이 예사롭지 않다. 본인은 물론 국내 영화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장·단편을 막론하고 우리 영화가 칸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예측불허의 쾌거가 더욱 신선한 건 바로 지원과 관심에서 불모지대나 다름없는 우리 단편영화의 실력을 국내가 아닌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자긍심 때문이다. 찬찬히 따져보면 황석영 기자회견이 부른 ‘사재기 베스트셀러’ 후폭풍이나 칸영화제 쾌거에 쏟아지는 찬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다. 우리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창작과 소비의 뒤틀리고 왜곡된 구조의 동시적 고발이라고나 할까. 출판사들이 온갖 편법의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부도덕과 횡포야 알 만한 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황석영 작가가 나섰으니 그나마 세상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비아냥이 괜한 것일까. 고생해서 만들어봐야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개봉도 못한 채 사장되는 단편·독립영화의 제작자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한탄이 새삼스러운 걸까. 황 작가가 극단적인 행보로 ‘사재기 베스트셀러’에 정면대응한다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황 작가의 충격 회견 후 출판계가 재발 방지와 자정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영화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 영화계가 바로 얼굴을 바꿔 홀대받는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크게 대우하지는 않을 게 뻔하다. 문화예술의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 ‘사재기 베스트셀러’ 관행이며 단편·독립영화 홀대의 왜곡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처벌 강화와 단호한 예방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왜곡된 구조는 책 읽는 독자와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먼저 끝내야 한다. ‘베스트셀러 지상주의’와 ‘천만관객 시대’의 허상에 언제까지 끌려다닐 텐가. 이제 그 ‘광대놀음’의 들러리를 마무리하자. kimus@seoul.co.kr
  • 일본도 ‘아청법’ 시행?…네티즌 시끌

    한국의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명 ‘아청법’과 비슷한 법안이 일본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일본 국회에 제출된 이 법안은 ‘아동 포르노 금지법 개정안’으로 ‘외견상 아이로 묘사된 대상이 등장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까지 규제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잡지협회와 일본서적출판협회는 29일 이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반대성명을 냈다. 이 개정안은 아동 포르노에 해당하는 기준이 ‘성적인 호기심을 만족하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정의되어 있는 등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비판의 이유가 되고 있다. 또한, 현행법에서 아동 포르노물을 제3자에게 판매할 목적이 아닌 개인 소지는 합법이지만, 개정안에서는 ‘단순 소지’까지 범위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현지 네티즌들은 “개정법을 적용하면 ‘짱구는 못 말려’나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애니메이션도 전부 위법이다.”며 “이 법안은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판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진=트위터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창조도시/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창조도시/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가 한풀 꺾였다. 분야를 넘나들며 수많은 생산적 담론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새 정부는 창조경제를 과학기술과 문화 콘텐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며칠 전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 종합포털’을 열었다. 포털은 창조경제의 전략적 방안과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내용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산업과 결합한 제품군의 발굴’, 그리고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확충’으로 압축돼 있다. 이는 창조경제의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존 호킨스가 개개인의 창의성을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다분히 개발 중심적이고 성과 지향적이다. 그동안 창조경제의 개념은 실물적인 ‘프로덕트’가 아니라 문화 다양성과 인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조직의 잠재력을 키우는 카오스적 ‘시스템’으로 이해돼 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창조경제보고서에도 그것은 ‘사회적 통합, 문화적 다양성, 인간 개발을 촉진시키면서 소득과 고용창출 및 수출을 증대하는 경제 시스템’으로 정의돼 있다. 영국의 도시전략가 찰스 랜들리도 인간의 창조성을 정보기술(IT) 산업이 가져오는 기술 혁신에만 매치시키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태도라고 했다. 창조경제 실현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모든 국면에서 창조적으로 생각하기를 원하는 개개인과 그들의 다양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유연한 사회 체제다. 창조성이 발양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의 관점을 문화의 복합체인 도시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5명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절대 다수 국민의 삶이 도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창조경제의 해법이 창조도시에 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특정 기술을 육성하고 관료들이 나서서 이를 지원하는 방식보다 다수의 국민이 사는 도시의 문화 자산과 잠재력을 원료로 삼아야 한다. 지역의 고유문화는 그 자체로 창조의 배경이 되며, 공동체, 도시, 국가에 대한 이해와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공황기에 ‘문화 뉴딜 정책’을 추진했는데, 특히 ‘공공사업진흥국’의 ‘역사기록 조사 프로젝트’는 예술, 출판, 풍속 등 미국 문화의 기초 자료를 발굴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역사가 일천하고 문화적으로 취약한 이 나라에 대대적인 문화 자산 아카이브를 남겼다. 그러한 작업들이 기반이 돼 오늘날 미국은 세계의 문화예술을 흡수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80년 전에 시작된 이러한 국가적 노력은 국립인문재단(NEH)을 통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 창조 산업의 중심국으로 영국을 떠올린다. 역대 지도자들이 ‘창조적 영국’ 정책을 국가의 장기적 비전으로 계승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를 자신의 임기용 단발성 정책으로 서두르지 않았고 정책 취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전통적 문화산업은 물론 건설·제조업·미디어 등 산업 전반에 창조적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었다. 반면 문화 콘텐츠와 산업을 접목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자 추진한 일본의 ‘쿨 재팬’ 전략은 국가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민간 영역과의 공감대가 약하다 보니 수직적 관료 조직을 토대로 집대성된 지원책들이 무효했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구호에 그쳤다. 두 나라의 접근 방식은 뒤늦게 창조 정책을 세우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한 창조 도시는 외생적으로 자원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 내발적으로 창조적 생태계가 형성돼 지속되는 도시다. 우리는 창조 도시 성패의 조건을 이미 알고 있다. 한 정치 지도자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된 두바이의 실패와 민·관 협의기구의 창조적 활동에 기초한 빌바오의 성공을 모두 보았다. 5년을 단위로 정책 단절을 경험하는 우리 국민은 새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놓고도 출발점에서 그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창조경제가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육성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창조성을 결집해 창의대국으로 나아가는 것을 최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창의는 사람에게 속한 것이니 사람이 밀집해 사는 창조 도시에서 창조경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옳다.
  • [사설] 성동구청 동네 책방 살리기 정책 주목한다

    서울 성동구가 사라져 가는 동네 책방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지역 공공도서관이 도서를 구입할 때 동네 책방을 이용해 경영난 해소를 돕고, 다양한 문화 활동 공간으로 동네 책방을 가꾸어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구가 지역 서점 활성화에 나선 것은 머지않아 책방 없는 자치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성동구에는 10년 전인 2003년만 해도 28곳의 책방이 있었지만 지금은 9곳만 남았다고 한다. 올 들어 벌써 한 곳이 문을 닫았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책방이 모두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역의 문화 거점인 서점이 사라지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진작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의 하나였다. 성동구의 책방 감소 추세도 특정 자치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기류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1994년 5683곳이던 전국의 서점이 2003년에는 2477곳으로, 다시 2011년에는 1752곳으로 줄어든 것이다. 큰 폭의 책값 할인을 앞세운 온라인 서점에 대형 서점마저 밀리고 있는 마당에 동네 책방의 경쟁력 하락은 말할 것도 없다. 오프라인 서점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의 할인폭을 줄이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오프라인 서점 쪽과 온라인 서점 쪽으로 갈려 논란만 벌이고 있다. 성동구가 내놓은 서점 활성화 대책은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책방을 살리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빵집이나 슈퍼 같은 골목 상권 살리기는 최근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책방 같은 골목 문화는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서점 활성화 대책은 동네 책방에 서점 운영자의 경영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마련하는 등 꽤 정교해 보인다. 잘하면 동네 책방이 오히려 늘어날지 모른다는 기대도 망상만은 아닐 것이다. 전국의 기초자치단체가 한 번쯤 벤치마킹해야 할 지역 문화 정책이다. 정부도 자치단체의 골목 문화 살리기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전국의 각급 학교를 동네 서점 살리기에 동참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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