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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24시간 열린 종이책 도서관을 만들면서/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한길사 대표

    [시론] 24시간 열린 종이책 도서관을 만들면서/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한길사 대표

    ‘종이책’이 푸대접 받고 있습니다. 인간이 창출한 가장 탁월한 미디어인 종이책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학자·연구자·지식인·저술가들이 평생을 읽고 연구한 장서들을 학문과 연구의 전당인 대학 도서관도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서점으로 내보낸 책들이 독자들의 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반품되고 있습니다. 반품된 책들은 작두로 파쇄되거나 물속에 처넣어 그 존재를 소멸시키기도 합니다. 수입된 외서들이 또 다른 방법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불에 태워져서 없어지는 운명을 감내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을 읽으면 된다고.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종이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전자책도 읽지 못한다고. 전자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책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종이책을 푸대접하고, 종이책을 내버리는 일은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의 교만입니다. 책 없이도, 독서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현대인들, 돈과 물질로 얼마든지 살아가는 자본주의형 인간들의 벌거벗은 행태를, 오늘 우리는 종이책을 푸대접하고 함부로 내다버리는 경박한 물질주의의 슬픈 풍경에서 새삼 확인합니다. 종이책을 보호·보존하는 새로운 정신운동·문화운동이 요구됩니다. 인간의 삶에 가장 본원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종이책을 읽고, 종이책을 보호·보존하는 생명운동이 이 시대에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의 손에 책이 없습니다.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여러 조건이 있지만, 그 가장 큰 조건은 경쟁으로 상대방을 눌러 좌절시키고 나만 사는 것을 당연하게 가르치는 공·사교육입니다. 그리고 수단이 목적이 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과잉생산·과잉사용이라는 기계만능주의입니다. 스마트폰의 기능주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 부재로부터 빚어지는 비독서·반독서로 젊은이들의 이성적·도덕적·감성적 지력이 날로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회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창조와 문화융성은 어렵게 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당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책을 읽지 않는 교육이 지속되고, 스마트폰 같은 것에만 의존하면서 20년, 30년 가면 우리 국가사회와 민족공동체의 지혜와 역량은 심각한 위기에 부닥칠 것입니다. 아니, 도덕적이고 정의로우며 민주적인 국가사회와 민족공동체의 영위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파주출판도시는 ‘지혜의 숲’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푸대접받고 버려지고 있는 책들을 수집해서, 24시간 문을 열어놓는 도서관입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과 지식연수원 지지향 호텔 로비, 복도에 우리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열린 도서관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출판사들로부터 반품된 책이나 재고 도서를 기증받고 있습니다. 원로 연구자들과 학자들이 생애를 통해 모은 책들을 또한 기증받아 잘 보호·보존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도서관의 이름을 ‘지혜의 숲’이라고 붙였습니다. 한 권의 책도 아름답지만 수많은 책들이 쌓인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우리는 ‘지혜의 숲’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의 전당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100만권의 책을 소장하게 될 ‘지혜의 숲’은 기증한 출판사와 장서가의 이름을 의미 있게 소개하는 표지판을 붙여 기증자들의 독서정신과 학문정신을 기릴 것입니다. 우리는 ‘지혜의 숲’을 24시간 열어 놓기로 했습니다. 세상의 젊은이들이 한껏 책을 읽게 하자는 것입니다. 책 읽는 젊은이들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아니, 젊은이들은 책을 읽으려 합니다. 어른들과 국가사회의 잘못된 가치와 제도가 젊은이들의 독서를 방해할 뿐입니다.
  • [문화마당] 책, 아날로그적 감성 속으로/이애경 작가

    [문화마당] 책, 아날로그적 감성 속으로/이애경 작가

    일본 도쿄 서부에 시모키타자와라는 동네가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고 후루기라고 불리는 구제 옷과 액세서리를 파는 상점들이 한 집 건너 하나씩 장사를 하고 있는 개성 넘치는 동네다. 역 출구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 지역이 확연히 분위기가 다른데,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와 가로수길을 조합해 놓은 곳이라고 할까. 며칠 전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한 북카페에 들르게 되었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서너 평 되는 작은 도서관인데 작가, 사진가, 문화예술가 등 스무 명의 지각 있는 지식인들이 뜻을 모아 토론과 문화 활동을 하기 위해 마련한 아지트다. 이곳에는 인종차별문제, 베트남전쟁, 공해문제 등이 중요시되던 1960~70년대의 대항문화(counter culture)에 관한 책들을 모아놓았는데, 당시 출간된 책들부터 현재 출간된 것까지 다양한 책들이 작은 공간의 세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금 열린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니 열띤 토론을 하던 두 여인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학생으로 보이는 한 명은 2층 다락에서 열심히 골라놓은 책들을 읽고 있었다. 영업시간은 저녁 6시부터라 커피를 판매할 수는 없지만 책은 마음껏 읽어도 좋으니 구경하라고 하면서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시 조곤조곤 말을 섞는 토론에 들어간다. 잠시 뒤 다락에 있던 청년이 내려와 다시 책을 고르기 위해 손가락으로 책 목록을 훑는다. 우리나라에 있는 북카페를 몇 번 가봤고, 북카페로 포장된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가봤지만 책들은 카페의 분위기를 우아하고 클래식하게 만들어주는 장식품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언제나 안타까웠다.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책을 읽기보다는 노트북을 켜놓고 공부를 하거나 업무에 관계된 일을 한다. 우리나라 한 지자체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야심차게 북카페를 만들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정작 시민들에게는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카페에 있던 운영인에게 물으니 이곳에는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새로운 출판 아이템을 찾아가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새 일본 젊은이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스마트폰에 허비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참 큰일이라며 일본의 독서 풍토 변화를 심각한 투로 내게 전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 비친 일본은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동네마다 소형서점이 살아 있고, 간다 지역의 중고서점가는 활기를 띠고 있으며,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서너 명씩은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가고, 책이 사라져 가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해볼 때 일본에는 아직도 책이 사람들 손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찰스 엘리엇은 ‘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함없는 벗이자,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가장 현명한 상담자, 가장 인내심 있는 교사’라고 했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친구 한 명을 만들면 어떨지. 책장에 꽂힌 지 몇 년이 넘은 베스트셀러도 좋고, 최근 친구에게서 추천 받은 책도 좋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차가운 액정이 아니라 손가락에 착 안기는 아날로그 종이의 향기와 감촉이니 말이다.
  • [열린세상] 국사교과서가 애국심을 고취할 수 없다면/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국사교과서가 애국심을 고취할 수 없다면/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지난 8월에 국사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의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더니 역사논쟁이 폭발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국사를 국가사(國家史)의 입장에서 써야 하는가, 아니면 민족사(民族史)의 입장에서 써야 하는가이다. 국사가 이름 그대로 ‘국사’(國史)라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국가사로 쓰여야 한다. 국가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정치적 실체이고, 민족은 베네딕트 앤더슨의 말처럼 상상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국사는 실체적 존재인 국가에 대한 서술일 수밖에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 국사는 주로 민족사의 입장에서 쓰였다. 민족사 입장에서는 분단만큼 뼈아픈 일이 없다. 통일국가를 못 만들고 같은 민족끼리 대립하게 되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기에 대한민국을 ‘결손국가’로 치부하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민족 분단과 남북 대립을 일으킨 사건으로 묘사하기에 이르렀다.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건국 세력은 반민족적인 친일 세력으로 매도되었고, 그들의 선지자적인 분투 노력과 위대한 건국 업적은 폄하되었다. 6·25전쟁도 분단의 필연적인 결과로 묘사되고 민족 비극의 참상만 강조됐다. 누가 전쟁을 도발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회피되거나 남북 공동의 책임으로 애매하게 묘사됐다. 브루스 커밍스가 주도한 수정주의 역사관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간주하고, “이 전쟁을 누가 시작했는가”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분단을 죄악시하는 민족사적 입장은 대한민국의 건설과 발전에 특별한 관심을 쏟지 않는다. 최대 관심사는 남북 역사의 이질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동질적인 민족의식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그러기에 대한민국의 강점은 누그러뜨리고 약점은 부각시킨 반면, 은연중 북한의 강점은 부각시키고 약점은 누그러뜨리려 했다. 이런 교과서로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따라잡기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가 아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금방 인정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동문서답을 한다. 성공한 원인은 ‘우수한 민족역량’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같은 민족인 북한은 성공하지 못했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린다. 민족역량 때문이라면, 북한도 성공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많은 후진국이 우리를 본받아 국가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들은 기회만 되면 우리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다. 그들을 이끌어가야 할 자랑스러운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발전과정에 대한 역사인식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민족사적인 서술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국가사적인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서술한 교과서가 최근 검인정에 통과되었다. 그 책은 어떻게 우리가 근대국가를 건설했고, 어떻게 자본 경제를 발전시켰으며, 어떻게 정치 민주화에 성공했는가를 밝히려 했다. 서술 과정에서 성공적인 국가 발전의 역군이었던 건국 세력, 산업화 세력, 그리고 민주화 세력의 업적들을 균형 있게 평가하려 했다고 한다. 민족사 진영에서는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국가사적인 서술은 민족의식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리라. 내용이 공개되기 전에는 “안중근 의사는 테러리스트, 유관순 열사는 여자 깡패로 묘사했다”고 근거 없는 비방을 쏟아놓았다. 책이 공개되자 일부의 오류를 침소봉대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했고, 출판사 직원이 살인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막무가내의 정치 공세는 오히려 반민족적인 지성독재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민족사 진영은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지성목적이 아무리 소중하더라도, 국가사 진영의 국가의식을 고취하려는 지성노력을 존중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애국심이란 건전한 국가의식에서 비롯되며, 그것이 바로 국가 정체성의 요체라고 말한다. 국가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애국심 없는 민족의식만 남게 될 것이다. 그것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켜나갈 것인가. 그럴 수 없다면, 그것은 맹목적인 광기의 종북의식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 [김문이 만난사람] 국민 가곡 ‘그리운 금강산’ 작곡가 최영섭

    [김문이 만난사람] 국민 가곡 ‘그리운 금강산’ 작곡가 최영섭

    추석을 전후로 ‘금강산’은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실망, 두 가지를 동시에 안겨줬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3만명이나 된다. 이들의 한을 어떻게 달랠까. 노래 한 곡 불러 본다. ‘누구의 주제련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그리움으로 손을 뻗어본다. 하지만 금강산은 여전히 ‘저편의 너’이자 단장(斷腸)의 메아리다. ‘그리운 금강산’은 홍난파의 ‘봉선화’(1919년) 이후 한국 가곡 역사에서 가장 애창되는 노래이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가사와 곡을 음미하노라면 시보다 아름답고 소설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쉼없는 작곡 ‘그리운 금강산’이 작곡·발표된 지 올해로 꼭 52년. 그동안 ‘통일 주제가’이자 ‘민족 가곡’으로 널리 사랑받아 왔다. 국내뿐만 아니라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리고 세계적인 음반회사 데카에서 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마이 월드’(My World)에도 수록될 만큼 국가 대표급 가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노래를 작곡한 최영섭씨. 그는 추석 직후부터 이산가족 상봉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오는 20일 음반이 나올 예정이어서 ‘그리운 금강산’ 이후 민족 가곡의 완결편을 선보이게 된다. 올해 나이 85살에도 불구하고 작곡에 여념이 없는 최씨를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먼저 최근 작곡한 노래 ‘아 우리 독도여’와 일본 위안부들의 한을 달래는 ‘그 누구가 알리오 소녀의 눈물을’이 담긴 CD 한 장을 건네준다. 보름 전 작곡했다는 설명과 함께. ‘아 우리 독도여’라는 가사를 들여다봤다. ‘삼천리 이 강산에 바위섬 하나/내 한 점 고운 살 던진 독도여~’ 이어 위안부 노래가사가 바로 나온다, ‘그 누가 알리오 서러운 눈물을/머나먼 이국땅에 어린 몸으로~’ 다음 이어진 얘기는 이산 가족 상봉의 노래다. “9월 중순에 두 곡(아 우리 독도여, 그 누가 알리오 소녀의 눈물을)을 작곡했고 이달 20일쯤 이산가족 상봉의 노래인 ‘금강산 가는 길’이 완성됩니다. 그러니까 ‘그리운 금강산’부터 시작해 조국을 생각하면서 곡을 만든 것이 100곡이 되는 것이지요. 나름대로 우리 가곡 역사에 의미가 있겠지요.” 작곡 중인 ‘금강산 가는 길’의 가사 내용을 잠깐 살펴봤다. ‘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금강산/망향가 부르다가 흘러간 청춘/저 하늘 달빛 속에 어리는구나/이제야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 작시는 시인 고산 최동호씨가 했다. ‘그리운 금강산’에서 시작해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노래여서 사뭇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가 작곡한 노래는 대부분 조국 강산과 연관이 있다. ♬혹평도 딛고 “그동안 우리의 조국, 삼천리 금수강산, 그리고 민족의 ‘정’이라는 가곡집을 5권 출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강과 산, 바다, 그리고 인정을 소재로 한 가곡이 100곡이 되더군요. 이번에 나오는 이산가족 노래가 그 완결편입니다. 보세요. ‘그리운 금강산’부터 시작해 ‘압록강은 흐른다’, ‘백두산은 솟아 있다’, ‘낙동강 칠백리’, ‘한강의 노래’, ‘남산에 올라’ 등 주로 조국의 산하를 작곡했거든요.” 작시한 최동호 시인과는 평소 자주 만났다. 그러면서 ‘아 우리 독도여’와 ‘그 누가 알리오 소녀의 눈물을’ 작곡하게 됐고 추석 때 이산가족 상봉 노랫말을 지어달라고 했단다. 그는 그동안 300여곡을 작곡했으며 그 가운데 3분의1은 민족 가곡, 그러니까 조국을 생각하면서 작곡한 것이 100곡이 된다. 예를 들어 ‘그리운 금강산’은 그리움과 금강산의 아름다움, 통일의 염원을 담았으며 최근 발표한 ‘아 우리 독도여’에는 한국인의 기백을, 위안부 노래에는 슬픔을 녹였다. 이달 발표될 이산가족의 노래에는 그리움과 다시 헤어지는 가슴 아픈 절절한 심정을 표현했다. 이어 ‘그리운 금강산’으로 얘기를 옮겼다. 2000년 8월 15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앞마당에 한옥집만 한 크기의 노래비가 세워졌다. 2009년 강화도 통일평화전망대에도 그만한 크기로 노래비가 세워졌다. 최씨는 “해외에 다니면서 수백개 노래비를 봤는데 ‘그리운 금강산’만 한 크기의 노래비는 보지 못했다”면서 기네스북에 올려주면 안 되겠느냐며 웃는다. 그러면서 슈베르트의 ‘보리수’ 노래비는 숲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인데,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노래를 많이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의 고향은 강화도이며 학창시절은 인천에서 보냈다. 시곗바늘을 옛날로 돌린다. 한 시인이 음악가를 꿈꾸는 중학생과 인천 앞바다를 거닌다. 시인은 오른쪽 주머니에서 소주병을 꺼내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다. 시인은 “이봐, 한 수 읊을 테니 적어 봐”라고 했다. 그러고는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라고 소리친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바닷바람이 불었다. 성질 급한 학생은 “다음은요?”라고 보챘다. 시인은 또 목구멍 속으로 술을 꼴깍 넘기며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학생은 이튿날 가곡을 만들어 화답을 했다. 시인은 고 조병화씨다. 광복 직후 경복중학교에 다니던 학생 최영섭이 인천 앞바다를 거닐 때의 일화다. 최씨는 1954년 처녀 가곡집을 냈다. 그러자 서울신문 문화면 전체에 다음과 같은 글이 게재됐다. ‘악보 출판치고는 사상 최악이다. 그러나 이 청년의 장래를 정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시 작곡가 나운영씨가 주저 없이 나서 역설적으로 호평했던 것이다. “저는 ‘그리운 금강산’ 덕분에 명성과 부를 얻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학교 교가나 회사 사가들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빈털터리 삶 그러나 지금은 서울 모래내 반지하 월세방에 산다. 왜 그런지 살며시 물었다. 16년 전 재혼한 부인한테 돈을 몽땅 줬는데 집 나가서 여태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며 웃는다. 그 부인을 미워하느냐는 질문에 “글쎄, 올 줄 알았더니 오지 않더구만요”라고 한다. 최씨의 첫 부인은 세 아들을 낳고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한참 동안 혼자 살다가 방송국 PD의 중매로 둘째 부인을 만나 살았지만 1997년 헤어졌다. 평생 살려고 약속했던 부인에게 재산을 다 주고 났더니 빈털터리가 됐다. 그룹 ‘들국화’ 멤버였던 큰아들이 함께 살자고 하지만 집에 쌓인 책이며 음악자료들이 정들어 혼자 지내기로 했다. 눈치 보는 게 하나 있다. 집에서는 소주를 마시고 밖에서는 맥주를 마신다. 혹시 ‘그리운 금강산’ 작곡자가 강소주나 먹는 처지가 됐나, 하는 시선 때문이다. ‘그리운 금강산’ 탄생 당시로 화제를 돌렸다. 1961년 8월이다. KBS가 남산에 있던 시절이다. ‘남산에 올라’, ‘한강의 노래’, ‘낙동강 칠백리’, ‘백두산은 솟아 있다’ 등의 곡을 발표할 때였다. 하루는 한용희(‘파란 마음 하얀 마음’ 작곡자)씨가 남산 ‘산실다방’에서 차를 마시자고 했다. 다짜고짜 “최 선생. 한강, 백두산, 낙동강을 다 작곡하면서 정작 금강산은 왜 안 하는 거요”라고 말했다. 최씨는 아차 싶구나 하는 생각에 평소 친하게 지내는 한상억(1992년 작고)씨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안 그래도 가사를 이미 써 놨으니 가져 가시오”라고 했다. 그날로 최씨는 밤새 오선지에 음표를 그렸다. 이튿날 방송국에 악보를 전달하고 녹음에 들어갔다. 서울대 음대 동창인 이남수씨가 지휘했다. 3일 뒤부터 KBS 가곡프로그램 ‘이주일의 노래’에 연달아 방송됐다. 팬레터가 쇄도했고 32세의 청년 최영섭은 일약 가곡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에야 밝히는 진실. ‘그리운 금강산’의 첫 대목에서 ‘누구의 주제련가~’의 주제는 ‘주재’(主宰)라는 것이다. 하느님이 아름다운 금강산을 주재했다는 뜻인데 처음 악보집을 인쇄할 때 ‘주제’라고 나온 것이 그대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최씨는 6살 때 강화도 동네 병원에서 축음기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들었다. 또 마니산에 올라 연평도 쪽에서 들려오는 ‘경기 뱃노래’에 매료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호르겔 피아노를 처음 접하면서 음감을 확인했고 이화여고에 다니는 누나한테 음악을 배웠다. 인천중학교 시절에는 바이엘과 체르니를 독학으로 배웠다. 1949년 경복중학교 6학년 때 첫 작곡 발표회를 가졌다. 서울대 음대 시절 김성태 선생을 만나면서 오늘날 민족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다. “제 나이 85살입니다. 생전에 통일을 봤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내후년이면 광복 70주년이거든요. ‘그리운 금강산’도 더 이상 불려지면 안 될 텐데요.” 헤어지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면 ‘금강산’이라고 이름을 적어요.” 선임기자 km@seoul.co.kr ■최영섭 작곡가는 오선지와 한평생 지휘자로도 활약 1929년 인천 강화군 화도면에서 태어났다. 인천중학교를 거쳐 경복중·고교 재학 때 이화여대 임동혁 교수에게 작곡 이론을, 서울대 음대 작곡과에서 김성태 교수에게 작곡 이론을 각각 사사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지휘과 수석 교수 칼 스터라이히 교수한테는 지휘법을 사사했다. 인천여중고, 인천여상고, 이화여고, 한양대 음대, 상명대 음악과, 세종대 음악과에서 교직 생활을 했다. 인천애협교향악단을 창립, 상임 지휘자를 맡았다. 사단법인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 한국작곡가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 서울작곡가 포럼 고문, 한국가곡문화예술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인천시문화상(1959년), 경기도문화상(1961년), 한국음악상(1996년), 세종문화상(2001년), 대한민국문화훈장(은관·2009년), 세일문화재단가곡상(2010년) 등이 있다.
  • 최인호 ‘별들의 고향’ 재출간…올 6월에 쓴 ‘작가의 말’ 담아

    최인호 ‘별들의 고향’ 재출간…올 6월에 쓴 ‘작가의 말’ 담아

    지난달 25일 68세로 세상을 떠난 소설가 최인호의 대표작 ‘별들의 고향’이 재출간됐다. 작품 말미에는 고인이 올해 6월 쓴 ‘작가의 말’이 실렸다. 1973년 예문관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출판됐을 때 고인은 ‘작가의 말’을 쓰지 않았고, 1994년 샘터사에서 낸 ‘별들의 고향’부터 ‘작가의 말’이 실렸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문화단신] 민음사, 쿤데라 전집 15권 완간

    체코 출신 프랑스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전집(민음사·15권)이 완간됐다. 전집은 그의 대표작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등 소설 10권과 에세이 4권,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자크와 그의 주인’ 등 희곡 1권이 포함됐다. 목록은 출판사와 쿤데라가 직접 상의해 구성한 것이다. 완간 기념으로 해설집 ‘밀란 쿤데라 읽기’도 한정판으로 출간됐다. 박성창 서울대 교수, 김병욱 성균관대 겸임 교수, 문학평론가 정여울, 철학자 강신주 등의 글과 출간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가 함께 수록됐다.
  • “평등 외쳤던 정여립 되살리고 싶었어요”

    “평등 외쳤던 정여립 되살리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말해 반역자가 된 불우한 정치가, 정여립을 픽션으로 되살려내 현재로 불러내고 싶었습니다.” 첫 장편소설 ‘홍도’(다산책방)로 제3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김대현(45) 작가가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간담회를 열었다. 138편의 응모작을 제치고 당선된 ‘홍도’는 정여립에 대한 영화를 준비하던 동현이 자신이 433세이며 정여립의 외손녀라고 주장하는 홍도를 만나며 시작된다. 노르웨이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8시간의 비행 동안 동현은 조선시대 중반부터 현대까지 휘감아도는 홍도의 이야기를 ‘소설’이라 생각하며 듣지만 어느새 빠져들고 만다. 기축옥사, 임진왜란, 천주박해 등 역사의 큰 물줄기와 홍도 개인의 역사가 섞여들며 흘러가는 서사가 흡인력 있게 전개된다. 특히 환생한 아버지, 연인과 거듭 만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죽지 못하는 여자 홍도라는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범신 소설가는 “‘홍도’라는 캐릭터 덕에 우리는 이제까지의 역사와 달리 타자의 윤리학과 정치학이 팽팽하게 살아 있는 또 다른 역사상을 갖게 됐다”며 “이것만으로도 ‘홍도’의 문제성은 단연 압도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정여립 누이의 손녀로 설정한 홍도는 내가 잘 아는 사람, 아내에서 캐릭터를 따온 인물”이라며 “지금도 살아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이 인물을 통해 역사가 현재에도 이어진다는 의미를 주고, 역사적 사실과 개인이 흘러온 시간을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첫 소설로 문학상을 거머쥔 그는 영화계에서도 첫 작품으로 수상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1999년 단편영화 ‘영영’을 연출해 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핀란드 팜페레국제단편영화제에서 디플로마스오브메리트상과 이란 국제청년단편영화제에서 1등상을 수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부고] 이승렬 前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부고] 이승렬 前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이승렬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이 30일 오후 3시 45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74세.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1969년 서울신문 편집부 기자로 입사했다. 편집3부, 편집1부 부장 등을 거쳐 편집국 부국장, 전산제작국장,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서울신문 사장실 심의팀 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현정씨와 아들 원(주식회사 팔복 인사과장)씨, 딸 신아(멜기세덱출판사 대리)·주아씨, 사위 안창진(코웨이 팀장)·박정기(SBS 차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일 오전 8시. (02)3010-2261.
  • [부고]

    ●김지수(전 한국외대 부총장)씨 별세 환욱(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근영(피아니스트)민희(사업)소연(바이올리니스트)씨 부친상 조디마르코(변호사)노영환(치과의사)이경하(삼성전자 부장)씨 장인상 29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일 오전 10시 30분 (02)2258-5940 ●김호경(제천시의회 의장)씨 장인상 30일 제천서울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 (043)644-4422 ●김위중(전 경남도민일보 부장·민주당 경남도당 공보실장)씨 별세 30일 경상대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55)750-8440 ●조광연(전 한국화학연구원 선임부장)태연(전 대한항공 상무)연홍(NS홈쇼핑 이사)씨 부친상 송정헌(영재서적 대표)안상기(사업)씨 장인상 2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7시 (02)3010-2291 ●박노용(현암상사 대표)씨 부인상 성현(독일 HENN 매니저)성은(중소기업진흥공단 대리)씨 모친상 이승수(STX팬오션 과장)씨 장모상 3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일 오전 7시 (02)3410-6906 ●허성우(인천재능대 주얼리디자인과 교수)정화(LG CNS 총괄연구원)씨 부친상 강원택(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정연두(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씨 장인상 30일 서울대병원, 발인 2일 오전 7시 (02)2072-2011 ●김종원(높낮이 대표)종산(인재닷컴 상무)씨 모친상 30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 (02)2258-5940 ●이봉만(전 전북도경찰청 보안과장)씨 별세 용관(태광INC 부회장)씨 부친상 김재환(유원건축사무소)씨 장인상 2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일 오전 7시 (02)2227-7547 ●한석주(연세의대 교수)익주(한국산업기술대 교수)씨 부친상 서정민(일본 메이지학원대학 교수·전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씨 장인상 2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일 오전 7시 (02)2227-7580 ●김호진(도서출판 보는소리 대표)우진(푸르덴셜생명)영진(미앤느여성의원 원장)씨 부친상 김진경(FN디자인 대표)최진욱(미앤느여성의원 원장)씨 시부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7시 (02)3010-2231
  • “中 스모그 퇴치, 서울시의 경험 배우고 싶어”

    “中 스모그 퇴치, 서울시의 경험 배우고 싶어”

    “베이징시는 스모그 퇴치를 위해 서울시의 환경오염 정화 경험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협력하기를 원합니다.” 베이징시 대변인인 왕후이(王惠) 신문판공실 주임(정국급·正局級·1급 격)은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울이 환경오염 정화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베이징TV 앵커 출신인 왕 주임은 베이징올림픽 대변인으로 활약하는 등 6년째 베이징시의 ‘입’으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는 베이징시 신문판공실 사무실이 있는 차오양(朝陽)구의 신문출판빌딩에서 이뤄졌다. 왕 주임은 “공기오염 같은 환경 문제는 어떤 나라든 발전 단계에서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숙제”라면서 “베이징시는 공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천하장사가 팔뚝을 끊어내는 것’과 같은 강력한 결심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최근 공기 정화 행동 계획을 내놨다고 소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만성적인 스모그 등의 공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조 위안(약 180조원)을 투입해 2017년까지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인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를 2012년보다 25% 이상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요 오염원인 석탄의 사용량(현재 연간 2300만t)을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5부제 외에 홀·짝제 운행 실시를 검토하는 한편 전동차 보급도 장려할 계획이다. 현재 1000대 수준인 베이징시의 전동차를 2017년까지 20만대 이상 보급할 계획이다. 이날 베이징 인근 퉁저우(通州)시에서 전동차 택시 200대가 운행을 개시했다. 왕 주임은 최근 베이징시의 공기오염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고 있다는 외국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베이징의 공기오염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싫어한다”면서 “우리는 반드시 공기 정화 목표를 달성할 것이고 이에 따라 베이징을 기피했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베이징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최근 베이징시가 올해 자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8.0%에서 7.5%로 하향 조정한 것도 공기오염 정화 계획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공기오염의 주범인 석탄에 의존하는 굴뚝 공장 1000여곳을 폐쇄하는 등 공기오염 유발 업종의 생산을 대거 정지시킨 것과 관련이 있다. 그는 GDP 성장을 위해 환경 파괴에 눈감던 관행을 바로잡고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게 지도부의 의지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은 과거에는 GDP 성적만 잘 내면 됐지만 지금은 환경 분야를 포함해 여러 가지 지표를 만족시켜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베이징의 공기오염 정화 계획에는 베이징시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는 물론 주변 지역까지 힘을 합치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펑리위안처럼… 中 서열 2, 3위 부인 공개 내조

    펑리위안처럼… 中 서열 2, 3위 부인 공개 내조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50)이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보이면서 다른 최고 지도자들의 부인들도 이전의 ‘그림자 내조’에서 벗어나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상무위원장의 부인 신수썬(辛樹森·왼쪽·64) 여사가 지난 25일까지 9박 8일간 이어진 장 위원장의 해외 순방 때 시종 함께하는 모습이 27일 중국중앙(CC)TV의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 화면을 통해 보도됐다. 신수썬은 화면에서 보라색, 분홍색, 하늘색 등 화사한 색상의 패션을 선보였으며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란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남편이 지난해 말 중국 집단지도부인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변함없이 중국건설은행 부행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동북재경대학 경제학 석사 출신으로 11기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 문제에 대한 제언으로 신문 지면을 장식한 바 있다.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부인 청훙(程虹·오른쪽) 수도경제무역대 영문과 교수는 지난 연말 남편이 총리에 선출된 뒤에도 ‘미국 자연문학 고전 전집’을 번역, 출간하는 등 학술과 출판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뤄양(陽)해방군 외국어대, 중국사회과학원 문학박사 출신으로 영어 실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두 부부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리 총리의 해외 순방 때 함께해 중국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펑리위안은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2013년 에이즈 고아 위문 활동’에 참석하는 등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 친선대사로 꾸준히 공익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이날 홍콩 대공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은 오랜 시간 동안 지도자 가족들이 베일에 가려 있었고 이에 따라 확인되지 않는 유언비어도 많았다”며 새 지도부가 가족들을 대외에 공개해 대중의 감시를 피하지 않는 것은 투명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홍대 옆 연남동 젊음이 이사왔다는군요

    신촌에서 홍대로 옮겨 간 젊음의 열기가 다시 옮겨 가고 있는 곳이 있다. 요즘 뜬다는 연남동이다. 출판사들의 북카페가 자리를 잡더니 그 뒤로 소규모 맛집이나 찻집 등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다. 연남동이 주거 환경 관리사업 끝에 재탄생했다. 이에 맞춰 서울시와 마포구는 27일 연남동 주민커뮤니티센터에서 ‘2013 연남동 다시 살다’라는 주제로 마을 축제를 연다. 축하 공연과 함께 지역 주민, 공방, 상가가 참여한 가운데 바자회를 열고 사진전, 벽화 그리기, 페이스페인팅 등의 행사를 펼친다. 주거 환경 관리사업이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같은 뉴타운 개발 방식이 아니라 저층 주거지를 보존하면서 정비해 나가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이를 위해 22개 사업구역을 지정했는데 이 가운데 연남동이 처음으로 사업을 마무리했다. 연남동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거 환경 관리사업에 돌입해 주민커뮤니티센터를 세우고 시야를 가리는 전선을 땅에 묻는 등 가로 환경 개선 사업을 벌였다. 안전을 위해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으며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을 확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주민운영위원회의 활동이다.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사업 계획 수립에서 시행에 이르기까지 주민 대표, 전문가, 시·구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운영위를 만들었다. 이들은 20여 차례 협의를 거쳐 계획안을 확정지었다. 운영위는 주민커뮤니티센터 운영도 맡았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이어령 前장관·소설가 조정래 등 각계 조문 이어져

    지난 25일 별세한 소설가 최인호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26일 각계 인사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고인과 오랜 친분을 유지했다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오후 빈소를 찾아 “늘 바르게 살아온 고인이 그립다”면서 “하느님이 고인에게 재능을 주셨고 이제 편안히 쉬게 하실 것”이라며 추모했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고인은 청춘·애정 소설에서 역사·종교 소설로 자기 세계를 확대시켜 나간 모범적 장인”이라면서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며 건강하고 건전한 문학의 대중화 길을 연 최초의 예술가였다”고 애도했다. 고인과 호형호제하며 ‘가족’을 월간 교양지 샘터에 연재했던 김형영 전 편집장은 “샘터가 없어지거나 고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족’을 연재하자고 했다”면서 “여러 가지로 천재적인 작가”라고 회고했다. 소설가 김승옥씨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뇌졸중 투병으로 말하기가 편치 않은 김씨는 수첩에 ‘별들의 고향 원작 최인호 각본 김승옥 감독 이장호’라고 적으며 1970년대부터 계속된 고인과의 친분을 회고했다. 소설가 출신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연세대 동문회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빈소에 다녀갔다. 정현종 시인과 김홍신 소설가, 전병석 문예출판사 대표, 배창호 감독, 배우 안성기·신성일·강석우·윤유선씨 등이 조문했다. 정진석 추기경,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피아니스트 백건우·배우 윤정희 부부, 강우석 감독 등은 조화를 보냈다. 온라인에도 추모의 물결이 넘쳤다. 고인과 더불어 197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혔던 박범신씨는 이날 새벽 트위터를 통해 “그이는 작가로 태어났고, 그렇게 살았고, 살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면서 “떠나고 남는 게 뭐 대수겠는가. 내겐 아직도 타고 있을 그이의 불꽃이 보인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천재성이 번득이는 작품들을 많이 쓰셨다. 아직 더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데 너무도 안타깝다”고 적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별들의 고향’ ‘겨울나그네’ 등 제 젊은날, 최인호 작가님의 소설을 벗하며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당신의 글이 이 땅에서 별처럼 빛날 것”이라고 추모했다. 고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며 판매량도 급증했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등 최근작을 위주로 평소보다 14배 많은 600여권(온·오프라인 합산)이 판매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무성 ‘보수 본색’

    김무성 ‘보수 본색’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25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긍정적 사관에 따른 교과서를 발행하는 과정”이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이 주최하는 근현대 역사교실 모임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건전한 사고를 가지고 잘해 보겠다는 ‘국민 기업’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누가 해주느냐”며 교학사를 거들었다. 그는 “교학사가 40여종의 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인데 이번 논란 후 사장에게 어떤 세력이 전화를 해서 ‘목을 따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 ‘회사를 불지르겠다’는 등의 협박을 했다”면서 “전교조 교사들의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를 비롯해 다른 교과서도 채택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갈 협박에 시달려 교학사가 ‘새 역사교과서를 발행하지 않겠다’며 포기 단계까지 들어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 발표한 3차례의 관련 논평에서 공포에 시달린 교학사를 도와주는 ‘공권력 확립’ 언급은 한 줄도 없었다”면서 “그것은 잘못된 것이며, 당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의원은 “만들다 보니 일부 오류도 있을 수 있으며, 고칠 것은 고쳐야 되고 고칠 의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울산시의회 출입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될 때까지 우파정권이 집권해야 한다”며 보수색 짙은 발언을 이어갔다. 한편 간담회에서 김 의원은 “기회가 된다면 당권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직접 당권도전 의사를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이 역사 공부모임을 발족할 때부터 당권을 위한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씨줄날줄] 날개 꺾인 샐러리맨 신화/문소영 논설위원

    국내 3위 휴대전화기 생산업체 팬택은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이던 박병엽 부회장이 1991년 4000만원으로 창업한 무선호출기 회사다. 1997년 휴대전화기 생산으로 확대했고, 2001년 현대큐리텔을, 2005년 SK텔레택을 인수해 휴대전화기 업계에 떠오르는 별이 됐다. 벤처신화를 쓰던 그는 한때 국내 30위 주식부자 반열에도 올랐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과 경쟁하기에 팬택은 역부족이었다. 실적 악화로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그가 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백의종군해 팬택은 2011년 12월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부회장은 24일 경영에서 퇴장을 선언했다. 한국의 ‘샐러리맨 신화’를 썼던 주인공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몰락하고 있다. STX의 강덕수 회장은 1973년 시멘트 회사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시작해 재무담당임원(CFO)까지 올랐다. 2001년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나오자 전 재산 20억원을 털어 경영권을 인수했고 STX로 개명했다. 범양상선과 대동조선 등을 인수해 해운·조선을 중심으로 그룹을 수직계열화해 재계 13위까지 차고 올라갔다. 당시 조선산업은 호황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 중국 다롄에 대규모 조선소를 건설하던 강 회장에게 치명타였다.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올해 그룹이 해체됐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1971년 한국 브리태니커 영업사원으로 출발했다. ‘영업의 달인’ 윤 회장은 1980년 자본금 7000만원으로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웅진그룹의 모태로, 1995년 상장한 웅진씽크빅의 전신이다. 학습지를 팔던 그는 웅진코웨이 정수기 사업으로 승승장구했다. 현금장사였다. 학습지, 정수기 등의 소비재가 아닌 건설·금융과 같은 중후장대한 사업의 기업가를 꿈꿨던 윤 회장은 극동건설과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재계 순위 32위로 올라갔지만 몰락의 시작이었다. 샐러리맨 신화를 쓴 또 다른 기업가로 신선호의 율산그룹과 김우중의 대우그룹, 정태수의 한보그룹 등이 있었다. 모두 내실을 기하지 못한 채 과도한 인수합병과 차입경영 등으로 몸집을 불리다 위기에서 날개가 꺾였다. 샐러리맨의 신화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의 개천에서는 용이 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가난한 집 수재가 고졸로 사법·행정고시로 고급관료의 길에 들어서듯이 말이다. 현재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만이 남아 있다. 사회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효성 등 재벌기업만 살아남고 창업이 멸종하는 풍토가 될까 우려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전교조 “노동법에도 해산근거 없다” 교총 “지지받으려면 법부터 따르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최근 불거진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을 두고 치열하게 공방했다.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안양옥 교총 회장과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초대석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화, 교학사 교과서, 교육부 새 대입제도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 위원장은 “일부 해직 조합원 때문에 조합원 6만명을 법외노조로 돌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전교조가 그들을 내친다면 어느 누가 조합원을 계속 하겠느냐”며 “법외노조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정부의 방침을 거부한 결과가 법외노조라면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 내에 해직 조합원은 모두 22명으로, 이 가운데 9명이 전교조 내에서 직책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며 “사립학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교육 정상화 활동을 하다가 정부와 의견 차이를 빚은 이들인데 그 이유로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법에는 활동 중인 노조를 해산하거나 취소할 근거가 없다. 다만 시행령에 조항이 있는데 이는 위헌이라고 고용노동부 차관도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회장은 “국민 지지를 받으려면 법부터 따르라”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합법노조가 되려면 일단 법의 시행령이라도 준수해야 한다”며 “전교조는 법외노조 문제를 정권논리로 보는데 이는 오류다. 우선 법에 따르고 나중에 법 개정 운동을 하라”고 강조했다. 전교조가 다음 달 18, 19일 시행할 예정인 조합 교사들의 연가투쟁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연가는 법적인 권리이고 노동단체도 단체협상권이 있다”고 주장하자 안 회장은 “학습권 측면에서 대한민국 학교가 한꺼번에 마비되면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이견을 드러냈다. 안 회장은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이번 기회에 교학사 교과서뿐 아니라 나머지 7개 출판사 교과서를 통째로 교육부가 적극 검증해야 한다”며 “7개 교과서는 정답이라 하고 교학사 교과서는 단죄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8종 모두 ‘팩트’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교학사 교과서의 관점은 식민지적 관점”이라며 “당장 검정 취소를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대입제도에 대해서는 안 회장과 김 위원장 모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를 기초학력평가 또는 자격시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 회장은 “대입제도에 종속되기보다는 우선 학교 교육을 살려야 한다”며 “현 정부가 대입에 대해 깊은 고민을 못했다고 평가하지만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니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전형수를 간소화한 것은 단기적으로 맞다”며 “중기적으로는 수능의 자격고사화, 장기적으로는 수능 폐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월급쟁이 출신 총수들 무리한 확장·금융위기에 ‘눈물’

    월급쟁이 출신 총수들 무리한 확장·금융위기에 ‘눈물’

    지난 7월 19일 일본 주요 일간지·경제지에는 한 재계 거물의 퇴진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히로카네 겐시가 1983년부터 연재한 기업 만화 ‘시마 시리즈’의 주인공 시마 고사쿠 사장이 경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내용이었다. 설정상 1947년생 베이비붐 세대인 시마 사장은 파나소닉을 모델로 한 전기회사 하쓰시바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끝내 사장 자리에 오른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샐러리맨이다. 때문에 비록 만화 주인공이긴 하나 일본에서 시마 사장의 퇴진은 전자업계의 불황과 함께 ‘샐러리맨 신화’의 몰락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4일 팬택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박병엽 부회장이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말단 월급쟁이에서 시작해 조 단위 매출의 기업을 키워내며 샐러리맨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뽑히던 샐러리맨 신화의 퇴진이었다. 앞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덕수 STX 회장에 이어 박 부회장까지 한국 대표 샐러리맨들이 부진 끝에 줄줄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샐러리맨 신화의 종결은 더이상 만화 속 이야기로만 넘길 수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또 다른 샐러리맨 신화를 위해서는 기업 성장을 위한 토양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샐러리맨 신화의 원조로는 단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손꼽힌다. 24살이던 1960년에 한성실업에 입사해 6년여간 실무 경험을 쌓은 뒤, 31살 나이에 자본금 500만원과 직원 5명으로 차린 회사가 대우그룹의 전신인 대우실업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건설·전자·자동차 등 사업 영역을 넓힌 대우는 한때 41개 계열사, 400개가량의 해외법인을 보유한 재계 2위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대우 신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몰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부채비율 600%가 넘던 대우는 해외 채권자들의 상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1999년 8월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섰다. 김 전 회장은 그해 10월 중국으로 떠난 뒤 그길로 장기 해외 도피에 들어갔다. 이후 2005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는 결국 징역 8년 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53억원 형을 선고받았다. 특별사면 이후 다시 해외행을 택한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전격 귀국했다. 하지만 현재 세간의 관심은 신화의 복원이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회장도 추징금을 낼 것인가 여부에만 쏠려있는 상태다. 한국형 샐러리맨 신화의 근저에는 벤처정신이 강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10월 웅진홀딩스 공동대표에서 사퇴하며 막을 내린 윤 회장의 신화도 자본금 7000만원, 직원 7명에서 시작됐다. 1971년 한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윤 회장은 입사 1년 만에 세계 54개국 세일즈맨 중 판매왕을 차지했고 입사 9년 만에 상무 자리에 올랐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1980년 세운 헤임인터내셔녈이 웅진출판, 나아가 웅진그룹 모태다. 이후 물 시장에 눈을 돌린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 정수기 사업으로 신화를 이어갔고 한때 15개 계열사 매출 6조원대의 그룹으로 웅진을 키워 냈다. 강덕수 STX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서 평사원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해 입사 28년 만인 2001년 사재를 털어 다니던 회사를 인수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다시 나오자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다. 이후 강 회장은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 STX조선해양의 전신인 대동조선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그룹의 몸집을 불렸다. 이후 STX는 조선·해운의 호황에 힘입어 설립 10여년 만에 재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윤 회장과 강 회장의 신화는 웅진과 STX의 거품이 꺼지면서 함께 수그러들었다. 덩치를 불리려는 과한 욕심이 경제위기와 맞물려 몰락을 가져온 모양새다. 웅진은 야심차게 인수한 극동건설이 건설경기 침체로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지고, 태양광 사업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며 기업의 체질악화를 불러왔다. 지난해 극동건설,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을 시작으로 웅진은 웅진코웨이, 웅진패스원 등 주요 계열사를 팔아야 했다. 더구나 윤 회장은 지난달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를 당한 상태다. STX도 잦은 인수합병으로 불린 덩치가 부담이 됐다. 조선·해운의 불황으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STX는 지난해 5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또 STX팬오션 매각에 실패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까지 채권단이 목줄을 쥔 형태가 됐고, 강 회장은 지난달 채권단 압박에 버티다 결국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번에 사퇴한 박 부회장은 2006년에 이미 한 차례 워크아웃의 시련을 겪었다. 자신의 보유지분을 모두 내려놓고 백의종군해 4년 8개월 만에 팬택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결국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른 샐러리맨 신화 몰락의 원인을 취약한 리스크 관리에서 찾는다. 재벌 기업들이 고도 성장한 산업화시대와 달리 기업 경쟁 자체가 글로벌화되면서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더 커졌지만, 샐러리맨 기업은 재벌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인적·물적 자원이 취약해 위기 상황을 타개할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출자총액제한 일반기업집단 내 삼성가, 현대가 등 6대 재벌 가문의 자산 총액 비중은 2007년 59.5%에서 지난해 67.7%로 8.2% 포인트 성장했다. 그만큼 샐러리맨 신화 형태와 같은 신규 대기업의 비중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며 몸집 불리기식 전략보다는 적절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지난 5년간 중도 탈락한 그룹들은 모두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강 회장, 박 부회장 등이 몇년 새 줄줄이 퇴진하면서 재계에서는 더이상 한국에서는 샐러리맨 신화를 쓰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남은 입지전적인 샐러리맨 출신으로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장인수 OB맥주 사장 정도가 언급될 뿐이다. 윤 회장은 한진해운의 전신인 해운공사에 입사해 1991년 휠라코리아 대표이사로 발탁됐고, 2007년에는 아예 휠라 본사를 사버렸다. 동양증권 증권맨이던 박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렀다. 고졸 출신의 장 사장은 30여년 주류 영업 끝에 사장 자리에 올라 ‘고졸 신화’, ‘샐러리맨 신화’ 타이틀을 함께 갖고 있다. 이에 새로운 한국형 샐러리맨 신화의 새로운 탄생을 위해서는 ‘규제의 단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벤처 활성화와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의 벽이 높다는 의견이다. 한 벤처 기반의 중견기업 관계자는 “기업 스스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갖추려는 노력과 별개로 한국에서는 기업이 조금만 커지면 금세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와 견제가 들어온다”며 “특히 신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에다 기존 산업분야에서 영업을 하는 대기업과 같은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역차별이 사라져야 새로운 신화 탄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장애·사회 장벽 딛고 세상속으로

    장애·사회 장벽 딛고 세상속으로

    “중증 장애인에게는 모든 게 장벽투성이입니다. 사회적 장벽을 없애 나가는 것도 필수지만 우리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애인도 노력하면 자립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정착될 때까지 열심히 달리려 합니다.”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윤두선(왼쪽·52)씨는 26일 한국뇌성마비복지회가 해마다 여는 ‘제31회 오뚜기 축제’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는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로서 장애인 독립생활 운동에 힘써온 그는 24일 “잘한다고 칭찬받으니 기쁘다”면서도 “앞으로 갈 길이 먼데 더 힘내서 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정규 교육은 꿈도 못 꿨다는 윤씨는 19년 전 자원봉사자의 권유로 책을 잡았다. 늦깎이 공부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1년 6개월 만에 초·중·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1996년 연세대 인문학부에 진학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졸업 후 장애인 잡지에 기자로 입사했지만 펜만으로 사회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면서 “2000년 12월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 8명과 장애인독립생활연구회 모임을 결성한 것이 (장애인 인권운동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씨와 함께 상을 받는 뇌병변 5급 장애인 최명숙(오른쪽·52·여)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팀장은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상을 받는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달 말 새 시집 출판을 앞둔 그는 시와 비평으로 등단해 구상솟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홍보팀장으로 23년간 재직하고 있는 최씨는 장애인 불자 예술인 모임인 ‘보리수 아래’를 이끌고 있다. 또 매년 장애인들을 위한 시낭송 대회를 열고 있다. 그는 “뇌성마비인들은 겉모습 탓에 바보 취급을 받는 사례가 많다”면서 “뇌성마비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홍보해 이런 오해를 바로잡는 게 앞으로 남겨진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올바른 역사인식 위한 차분한 보도 돋보여/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올바른 역사인식 위한 차분한 보도 돋보여/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면 옛 왕조의 역사인식을 뜯어고치는 역사서를 편찬한다. 새롭게 역사서가 완성되면 옛 서적은 봉인하거나 파기한다. 이는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여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기술하기보다는 시각의 차이와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새로운 역사 기술이 야만적이거나 폭력적일 때도 있다. 이민족이 지배할 때이다. 중국정권의 조공국가이던 시절과 일제강점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기의 역사서는 이민족의 지배를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지배당하는 민족의 영혼마저 빼앗으려고 시도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제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러한 사관을 반영한다. 교학사가 새롭게 발간한 고교의 한국사 검정교과서는 서울신문의 사설이 지적하듯 특정가치관을 반영하여 편향적일 뿐만 아니라 일제의 식민사관을 따르고 있다(9월 17일자). 사설에 따르면, “한국사 검정교과서 논란은 교학사 교과서 내용의 ‘우편향’과 오류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교과서의 문제는 역사 기술 과정에서 최소한의 학술적 노력이나 진지함마저도 저버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과서 공개 이후 2일 만에 교과서 곳곳에서 왜곡과 오류, 표절이 298가지나 발견되었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9월 23일자 9면에 게재한 기획기사에서 교학사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지적했다. 첫째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술 오류와 왜곡, 표절의 문제를 제기했다. 역사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역사편찬자의 가치관과 의식에 기초하여 그 시점까지의 관련 역사서와 고고학적인 발굴성과를 반영한다. 그러나 역사서가 역사소설과 구분되는 점은 창작이 아니라 옛 문헌과 과학적 연구 성과를 체계적이며 객관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데 있다. 이번 교학사의 교과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검정기관의 교과서 검증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8개월간 진행된 검정기간 동안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이번 검정과정에 참여한 검정위원과 연구원의 수가 예전보다 대폭 줄었으며, 검정과정도 촉박하게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8개월의 검정기간 중 검정위원과 연구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여였다고 한다. 그마나 검정위원의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제도적인 결함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교과부는 교학사의 검정교과서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사용할 8종의 검정교과서 전체를 재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9월 17일자 사설에서 친북사관이나 친일사관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사설 말미에서 “정부의 재검정 방침에 대한 7곳 출판사와 집필자의 주장에 일리가 없지 않지만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란 차원에서 오류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양비론으로 끝맺고 있다. 그러나 교학사의 오류투성이인 교과서와 다른 7개 출판사의 교과서를 동일한 잣대로 뭉뚱그려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7종의 다른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인 취재와 지적이 있어야 했다. 벼룩 잡자고 초가를 태울 수는 없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사설에서 지적했듯 “검정체계의 근본적인 결함”에 있는 것이다. 오히려 사설을 통해 검정체계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 파주 북소리 28일 개막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 파주 북소리 28일 개막

    아시아 최대 북페스티벌을 표방하는 ‘파주북소리 2013’이 오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다. 3회째인 올해 행사는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를 주제로 특별전과 국제교류 행사, 시민참여 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는 특별전시 ‘고지도, 상상의 길을 걷다’가 열린다. 조선 초기의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18세기 후반 제작된 ‘도펠메이어의 천문도’를 포함해 국내외 고지도, 천문도, 지리·역사 관련 고문헌 등 80여점이 전시된다. ‘아시아 작가와 도시’ 국제문학 심포지엄에는 황석영·김미월 등 한국 작가와 베트남의 바오닌, 티베트의 망명 시인 체링 왕모 돔파 등 16개국 30여명의 작가가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의 도시가 어떻게 문학의 배경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작가들이 글과 사진,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도시를 소개하는 문학콘서트와 각국 이야기 구연전문가들이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아시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출판인들 간 소통과 교류의 장인 국제출판포럼에선 경계를 넘어서 책으로 소통하는 협력 방안에 대해 모색한다. 일본의 대표적 지성인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동북아 지역의 위기와 극복을 위한 방안’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오카모도 아쓰시 이와나미 서점 대표와 방재석 도서출판 아시아 대표 등 7개국 17명의 출판인이 아시아 각국의 화합과 공존을 위한 출판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시민 참여행사도 풍성하다. 스마트 백일장, 스토리텔링 콘서트 등 글짓기 대축전과 전국 독서동아리를 대상으로 한 독서모임 대축전이 올해 새로 마련됐다. 출판도시 내 출판사들이 주도하는 ‘지식난장’ 행사에는 24개 출판사가 참여해 저자와의 대화, 강연, 워크숍 등 1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국내외 조명 디자이너들이 지난 1일부터 출판도시 내 9개 건물을 아름다운 조명으로 물들이고 있는 파주라이트페스티벌도 행사 기간 내내 펼쳐진다. 아시아 출판의 발전에 기여한 출판인과 저자, 출판미술인에게 수여하는 ‘파주 북어워드’시상식도 열린다.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는 앞서 올해 수상자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저작상), 중국의 북 디자이너 류샤오샹(출판미술인상), ‘왕실문화총서’(돌베개)를 기획한 김문식·박정혜·김재우(기획상)씨를 선정했다. 또 특별상에는 ‘기적의 도서관’을 건립하는 등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을 뽑았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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