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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사는 공간 아닌 시 얻어가는 공간으로”

    “시 사는 공간 아닌 시 얻어가는 공간으로”

     만남과 헤어짐, 도착과 떠남이 매일 교차하는 서울 신촌 기차역 앞에 ‘시의 공간’이 움튼다. 시단의 현재를 이끄는 젊은 시인 유희경(36)이 차리는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다.  그가 시집 서점을 낸다는 소식은 문인들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미 소문이 왁자하다. 새달 7일 오픈에 앞서 2일 열리는 김소연 시인의 시 낭독회는 유료지만 이미 매진이다. ‘어쩌자고 시집 서점을 차렸냐’는 질문에 시인은 공감의 웃음을 터뜨리며 “어쩌자고”란 말을 되뇌었다. 착상은 지난해 여름부터였다.  “편집자 생활을 9년 했는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놀 순 없고 글을 쓰면서 재미있는 걸 해보자 했더니 할 줄 아는 게 시밖에 없더라구요. 박준 시인에게 처음 얘기했더니 ‘나는 시집 리어카를 해보고 싶었다’며 웃더라고요. ‘상업적으로 오래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성실히 잘 가꾸면 형한테 많은 게 남을 것 같다’고요. 빚만 남지는 않겠죠.”(웃음)  문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용기 있는 결정”, “편이 되어주겠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시인들이 좋다고 해서 용기는 많이 얻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인들이란 돈 셈을 못 하니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더라구요(웃음). 지금 워낙 관심이 많아서 한두 달은 잘될 것 같은데 저는 2년 정도 봐요. 회의적인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붓겠다는 각오죠. 시를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시를 ‘얻어가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바람이에요. 안 망할 순 없을 것 같고(웃음) 신촌 향레코드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으면 해요.”  ‘위트 앤 시니컬’이란 서점 이름은 그가 대표로 있는 시 잡지 ‘눈치우기’ 멤버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제가 발음이 좋지 않아요. 한번은 제가 ‘위트 있는 시’라고 말했더니 하재연 시인이 ‘위트 앤 시니컬이 뭐야’라고 되물어서 우리끼리 깔깔대다 헤어졌죠. 명사와 형용사의 조합이라 문법적으로는 오류예요. 하지만 모든 시가 위트(재치)와 시니컬(냉소적)이라는 성정을 갖고 있잖아요. 마음에 들었죠.”  요즘 일부 시집이 잘 팔리는 추세를 미리 짚은 것일까. 시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대형 서점에 가면 팔리는 시집만 눈에 띄는 매대에 나와 있고 오히려 서가에 꽂혀 있는 시집 권수는 대폭 줄었다”면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복합문화공간 카페 파스텔 안에 자리잡은 3평짜리 서점에는 2000여권의 시집이 채워진다. 매대의 주제는 외국시집 특별전, 시인의 첫 시집 등 늘 생동감 있게 바뀔 예정이다.  감각 있는 시인이자 눈 밝은 편집자가 그려주는 시의 지도, 시의 무늬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만 찾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이 읽었던 시는 선배들의 시거든요. 그래서 ‘시의 계보’를 큐레이팅 해보려고요. 나만 알고 있고 숨겨놓고 싶은 보석 같은 시집들,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창비 같은 대형 문학 출판사뿐 아니라 작은 출판사들이 펴낸 희소한 외국 시집들, 제대로 발굴 안 되거나 지금은 팬덤이 사그라져 찾지 않는 좋은 시집들?. 절판된 것도 많아서 중고책방을 열심히 뒤질 생각이에요. 제일 빨리 들여놓고 싶은 건 절판된 성석제 소설가의 시집 2권이에요. 매대를 보면 저뿐 아니라 시인들이 추천하는 시집들을 짚어볼 수 있을 거예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 송파 ‘서비스·출판물·이벤트 혁신’ 3관왕

    서울 송파 ‘서비스·출판물·이벤트 혁신’ 3관왕

    산모건강증진센터·석촌호수 등 호평 “주민과 소통·아이디어 통해 얻은 성과 혁신행정 펼쳐 세계가 인정하는 곳으로” 서울 송파구가 ‘비즈니스 분야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스티비어워즈에서 3개 부문을 동시에 받았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2016 제3회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즈’에서 송파구는 금상 2개, 은상 1개를 받았다. 박춘희 구청장은 “송파구가 수상한 3개 상은 지역주민과의 소통, 아이디어, 열정을 통해 얻은 성과”라면서 “앞으로도 끊임없는 혁신행정을 펼쳐 전 세계가 인정하는 송파구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올해 전체 600여편의 작품이 출품된 스티비어워즈는 기업, 단체, 공공기관의 경영성과를 평가해서 시상하는데 송파구는 서비스 산업과 출판물, 이벤트 활용 혁신 부문에서 수상했다. 스티비어워즈 트로피는 오스카상을 만드는 제작업체와 같은 곳에서 제작되어 전 세계 수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탐내는 상이다. 송파구는 전국 최초로 공공산후조리원을 갖춘 임산부를 위한 복합기관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저출산 대책과 여성복지정책을 펼쳐 서비스 산업 혁신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2014년 2월 개관한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는 임신 준비에서 출산, 육아, 가족 건강 프로그램까지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모자보건 정책의 모범으로 자리잡았다. 또 금상을 받은 출판물 혁신 부문에서는 주민과 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완성한 송파구 구정발전 중장기 종합계획서 ‘송파비전 2020’의 소비자 중심 접근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벤트 활용 혁신 부문에서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은상을 받았다. 특히 러버덕과 1600만 마리 팬더를 활용한 석촌호수 관광명소화 사업이 혁신적인 홍보전략으로 평가받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나랏빚 갚으려 분투한 선조들 후손의 세계적인 자랑이 되다

    [명인·명물을 찾아서] 나랏빚 갚으려 분투한 선조들 후손의 세계적인 자랑이 되다

    대구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기념공원 내에 지하 2층, 지상 2층 연면적 1129㎡ 규모의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대구의 자랑인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관심 분야나 의미를 찾는 여행이 늘어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국민성금으로 갚자는 ‘나라 빚 갚기 운동’을 말한다. 1907년 1월 29일 항일구국지로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의 대구지사원인 대구 광문출판사 김광제 사장과 부사장 서상돈의 발의로 시작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대구의 유력 인사들이 ‘담배를 끊어 국채를 갚고 주권을 회복하자’며 모금운동에 나섰다. 당시 일제는 군수품을 들여오면서 담배도 함께 도입, 대구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됐으며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일제의 담배 유통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후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대구시는 서상돈 선생이 살았던 대구 중구 서성로 6-1 고택을 복원하고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를 설립하는 등 국채보상운동 발원지인 대구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대구시는 또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기록물들은 국채보상운동기념관 수장고에 35점을 보관하고 있으며, 안동국학진흥원, 서울 금융사박물관, 독립기념관, 국가기록원, 서울대 규장각 등에도 있다. 개인이 소장 중인 자료도 있다. 이들 기록물 가운데 등재 신청하는 자료는 모두 2472건이다. 이 가운데 국채보상운동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그 과정과 목적 등을 담은 발기문과 취지문이 12건이다. 각 지역 연락문, 보상소 규약, 기부자 명단, 기부 영수증 등 국채보상운동 확산 과정이 담긴 문서는 75건이다. 누가 얼마의 성금을 냈는지를 기록하고 있어 당시 국채보상운동이 전 국민의 관심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음을 증명한다. 일제가 국채보상운동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주고받은 보고서와 명령서도 121건 있다. 국채보상운동 전개상황이 기록된 언론 기록물은 2264건이다. 기록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김광제·서상돈 선생이 발표한 ‘국채 1300만원 보상취지’(대한매일신보 1907년 2월)이다. ‘지금 우리의 국채 1300만원은 대한의 존망이 달린 일이라, 지금 국고로는 갚기가 어려운 형편인즉 장차 삼천리강토는 우리나라의 소유도, 우리 국민의 소유도 되지 못할 것이라, (중략) 2000만 동포가 석 달만 담배를 끊어 한 사람이 한 달에 20전씩만 모은다면 거의 1300만원이 될 것이니’라는 글이다. 1907년 3월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경고 아 부인동포’라는 글에는 ‘정운갑 모 서씨 은지환 일불 두 냥쭝, 서병규 처 정씨 은장도 일개 두 냥쭝, 정운하 처 김씨 은지환 일불 한 냥 구동쭝, 서학규 처 정씨 은지환 일불 두 냥쭝…’ 등의 내용이 꼼꼼하게 적혀 있어 여성들이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위해 지난해 5월 8일 추진위원회 발대식과 선포식을 가졌다. 등재추진위를 161명으로 꾸렸다. 또 시민에게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는 취지를 소개하고 결의문을 선포했다.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해 지금까지 18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같은 달 2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세계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국회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8월에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와 학회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국채보상운동 자료전시회를 열었다. 등재 위한 보고회도 9월 개최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지난해 11월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목록에 선정됐다. 문화재청이 대국민 공모를 통해 접수된 13건의 기록물을 대상으로 심의한 결과 등재 신청 목록을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유네스코 등재는 내년에 열릴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대구시는 등재가 결정될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추가로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전국에는 수십만점의 관련 기록물이 있다고 판단하고 최대한 자료를 모을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이 유네스코 등재 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록물은 물론 국채보상운동 자체에 대한 연구를 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는 대구이지만 이 운동이 확산돼 당시 전국 230여개 시·군에서 모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확보된 국채보상운동 기념물 전시회를 전국을 순회하면서 하기로 했다. 오는 9월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대전, 부산 등지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일정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국채보상운동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들의 공통적인 현안이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기념물을 영어 등 외국어로 번역해 누구나 접속해 볼 수 있도록 국채보상운동기념관 홈페이지(www.gukchae.com )에 올린다는 전략이다. 책자와 팸플릿 등도 외국어판을 만들기로 했다. 등재 결정을 직접 판단하는 국제자문위원회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심사위원은 14명으로 이들에게 자료를 보내거나 특강 등의 명목으로 국내에 초청한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애국심과 외국자본 경계의 뜻을 담은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은 지역을 넘어 국내외 사람들이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대구뿐 아니라 국내 모든 사람들이 함께 힘써 달라”고 말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는 지난해 10월 현재 107개국에서 347건이 등재돼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것은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하권,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조 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새마을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유교책판,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등 모두 13건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법원 “김훈 산문집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아니다”

    지난해 출간된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의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의혹을 제기한 출판사 대표와 관련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가 산문집 출판사인 ‘문학동네’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오선희)는 ‘문학동네’가 이대식 새움출판사 대표와 뉴스통신사 ‘뉴스1’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출판인회의의 자체 방식에 따라 김훈 산문집이 11위에 오른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씨는 300만원, 뉴스1과 해당 기자는 공동으로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해 9월 전국 8개 온·오프라인 서점의 서적 판매 수량을 종합해 4주차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했다. 당시 출간을 앞두고 예약 판매 중이었던 김훈의 산문집은 11위에 올랐다.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간도 되지 않은 책이 베스트셀러 11위에 오른 것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뉴스1은 이씨의 글을 인용해 ‘김훈 신작에 대해 순위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는 보도를 했다. ‘문학동네’는 이씨와 뉴스1이 허위 사실을 보도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과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복잡한 삶… ‘단순함’이 중요한 이유는

    복잡한 삶… ‘단순함’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삶/샤를 와그너 지음/문신원 옮김/판미동/240쪽/1만 2000원 현대인은 삶을 편안하게 해 주는 각종 기기에 둘러싸여 있다. 물질적으로는 분명 풍요로워졌지만 삶은 더욱 각박하다. 여유로워지기는커녕 늘 시간에 쫓기는 건 왜일까. 정보는 넘쳐나는데 무엇을 믿어야 할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너무 복잡해진 세상에서 우리가 단순한 삶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프랑스의 진보적인 개신교 목사 샤를 와그너는 100년 전에 이미 단순한 삶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1895년 파리에서 출간한 책 ‘단순한 삶’(La Vie Simple)을 통해 생각법, 말하기, 라이프스타일, 돈, 인간관계, 교육 등 삶의 전 영역에서 단순함의 가치를 조명하고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했다. 책은 1901년 매클루어 출판사에서 ‘심플라이프’로 번역해 미국에 소개됐으며, 20세기 초 미국에서 심플라이프 열풍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됐다. 저자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의 핵심은 ‘존재의 행복과 아름다움은 단순함의 정신에 원천을 두고 있으며, 단순한 삶이 곧 가장 인간적인 삶’이란 것이다. 그는 책에서 “단순함은 기술이기에 앞서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하면서 진정으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요체를 먼저 이해하고, 이를 일상생활에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서문에서 “단순한 삶을 열망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가장 고결한 인간의 운명을 완수하고자 하는 열망”이라며 “더 나은 정의와 빛을 향한 인간의 움직임은 모두 더 단순한 삶을 향한 움직임이었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의 삶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없는 것 없이 다 가졌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는, 버릇없는 아이의 투정과도 같은 복잡한 정신 상태”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로 인해 본질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을 혼동하며 내면의 법칙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원하는 존재방식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일 때, 아주 솔직하게 그저 한 인간이고 싶을 때 가장 단순하다”며 본질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 사이에서 내면의 법칙을 세울 것을 권한다. 다소 밋밋해 보이지만 책에는 복잡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독자들이 충분히 되새길 만한 성찰들이 가득하다. “음식, 옷, 집에 대한 취향의 단순함은 독립과 안전의 원천이다. 단순하게 살수록 미래는 보장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불운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집과 옷에 기품과 매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꼭 부자일 필요는 없다. 훌륭한 안목과 선의만 있으면 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국립한국문학관, 과열경쟁은 독이다/이순녀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국립한국문학관, 과열경쟁은 독이다/이순녀 문화부장

    지난 25일 마감한 국립한국문학관 부지 공모에 16개 시·도에서 24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무려 24대1의 경쟁률이다. 지난해 말 도종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문학진흥법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지자체마다 앞다퉈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우려됐던 과열 양상이 실제 수치로도 드러났다. 문학진흥법에 따라 한국 문학사를 대표하는 유산과 자료를 보존·전시하는 시설로 건립되는 국립한국문학관은 450억원을 투입해 2020년 개관할 예정이다. 대형 국책사업이다 보니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든 단체장 치적을 위해서든 지자체마다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공모 열기 덕분에 알게 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곳곳에 이렇게나 많은 문학 유산이 존재하고, 지자체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이해도가 이렇듯 높은 줄은 미처 몰랐다. 유치환, 김춘수, 박경리의 문학관이 있는 통영시나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같은 유명 문인들을 배출한 장흥군 정도를 대표적인 문향(文鄕)으로 알고 있던 나의 얕은 지식이라니…. 그럼에도 지금의 유치전은 과도해 보인다. 마치 세 겨루기 하듯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들이 똘똘 뭉쳐 “우리 고장이 최적지”라고 외치는 모습은 보기에 썩 좋은 광경은 아니다. 가령 서울 은평구는 지난 4월 관내 문인, 언론인 등 120명의 인사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강원도 내 문화예술단체 12곳은 공모 마감날 춘천시의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적극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모에 참여한 모든 지자체가 문학적 상징성, 접근성, 국제교류 가능성 측면에서의 우위를 내세우고 있지만 얼마나 객관적인 평가를 근거로 한 것인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지 선정에 지역 안배나 정치 논리가 개입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정 지역이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배경에 권력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식의 루머도 나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등 5개 단체는 지난 2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들 단체가 서울을 최적지로 꼽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도 한다. 이제 공은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왔다. 곧 문학·출판 분야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로 평가위원회를 구성, 심사를 통해 우선협상 대상 후보지를 추천받은 뒤 7월 중 부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문학계의 숙원과 각 지자체 간 첨예한 이해가 걸린 사안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그 첫 단추는 평가위원회의 구성이다. 그리고 이후 진행되는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등 모든 심사 요소의 근거를 투명하게 남겨서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공정한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문체부의 경고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감시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앞서 얘기한 대로 이번 공모를 통해 각 지자체의 소중한 문학적 자산이 널리 알려졌다. 설사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런 유산들을 가꿔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모처럼 문학에 쏠린 지역민들의 관심과 에너지를 헛되이 흘려보낸다면 국립한국문학관을 둘러싼 과열경쟁은 독이 될 뿐이다. coral@seoul.co.kr
  • [부고]

    ●양진호(서울신문 광고국 과장)진성(현대스틸앤씨 부장)진열(한국지엠 사원)씨 모친상 권미생(와이비엠넷 과장)씨 시모상 25일 서울 원자력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2)970-1553 ●한관섭(전 서울대 약학대학장)씨 별세 규일(부경대 교수)규정(한정형외과의원 원장)규영(에이엔디코리아 대표)씨 부친상 박화영(전 한국기계연구원장)민현식(건축사사무소 기호헌 대표)이강복(전 C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임상빈(연세이비인후과의원 원장)씨 장인상 2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8일 오전 7시 30분 (02)3410-6920 ●오윤수(광주 서부경찰서장)씨 모친상 26일 광주 수완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9시 (062)959-4444 ●이계수(미래종합중기 대표)태수(세광음악출판사 서부지사장)판수(대신증권 노원지점 부장)씨 모친상 김동순(자영업)씨 장모상 26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28일 오전 5시 10분 070-7816-0235 ●김동식(전 한국전력 근무)동균(제천농협 근무)동섭(한국서부발전 기술본부장)씨 모친상 김옥환(한국파렛트풀 과장)성환(한겨레신문사 경제부 기자)계환(하나은행 대리)혜림(NH농협은행 계장)씨 조모상 26일 제천제일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7시 30분 (043)645-4114, 651-3123 ●권오택(삼성트레이닝센터 센터장)씨 부친상 26일 대구전문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6시 30분 (053)965-7201 ●신군철(전 산업은행 부장)씨 별세 동익(전 중앙일보 인사팀 부장)씨 부친상 박성일(무역업)권태영(의사)유영길(의사)유인호(의사)씨 장인상 2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8일 오전 9시 (02)2258-5940 ●김응석(포스코에너지 그룹장)한석(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지영(도이치뱅크 싱가포르 이사)씨 부친상 26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28일 오전 8시 (031)787-1503
  • 한국문학관 유치 ‘전쟁’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5일 국립한국문학관 부지 공모 마감 결과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속한 24곳이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신청 지자체는 서울 은평구와 동작구,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동구, 대전 유성구와 중구, 경기 군포시와 파주시 등이다. 충북 청주시와 옥천군, 충남 홍성·예산군과 보령시, 전북 남원시와 정읍시, 경남 창원시와 통영시도 공모 대열에 합류했다. 또 부산 강서구, 인천 서구, 대구 달서구, 세종시, 강원 춘천시, 전남 장흥군, 경북 경주시, 제주시가 신청했다. 문체부는 문학·출판계를 포함해 각 분야 전문가들로 평가위원회를 구성,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 등을 거쳐 7월에 건립 부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전 ´치열´…경쟁률 24대1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설 부지 공모 경쟁률이 24대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5일 국립한국문학관 부지 공모 마감 결과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속한 24곳이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신청 지자체는 서울 은평구와 동작구,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동구, 대전 유성구와 중구, 경기 군포시와 파주시 등이다. 충북 청주시와 옥천군, 충남 홍성·예산군과 보령시, 전북 남원시와 정읍시, 경남 창원시와 통영시도 공모 대열에 합류했다. 또 부산 강서구, 인천 서구, 대구 달서구, 세종시, 강원 춘천시, 전남 장흥군, 경북 경주시, 제주시가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문학·출판계를 포함해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로 이뤄진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 시청각 설명(PT) 심사 등을 거쳐 7월에 건립 부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의 역사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대표문학관이자 문학유산 및 원본 자료의 체계적 수집·복원, 보존·아카이브, 연구·전시, 교육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다. 2019년까지 건립을 끝내고 이듬해 개관할 계획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호통만 치는 국정감사식 청문회는 경계해야

    상시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가 이를 허용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여부를 법리적으로 검토하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조짐이다. 야권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더민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우상호 원내대표)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리는 위헌 여부를 떠나 상시 청문회가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꼭 필요한 공직자나 관련 정책 전문가들만 불러 극히 실무적으로 진행하는 미 의회 청문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정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없앨 다각적 보완책을 강구하는 데 여야가 합심하기를 당부한다.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은 퇴임 회견에서 “과거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해 청문회 활성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이라는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일 게다. 내각제가 아닌 다수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청문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옳다. 다만 연중 상임위 청문회가 국정을 마비시킬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그의 말처럼 기우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우리 국회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서 이미 청문회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불거진 온갖 구태를 국민들은 신물 나게 목도했지 않나. 정 의장도 이를 의식한 듯 “상임위 차원에서 현안 중심의 청문회가 활성화되면 20대 국회에서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19대 국회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얘기다. 헌법에 정해진 국감을 없애는 건 또 다른 위헌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는 데다 법리상 선후 관계가 틀렸기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 회기 중 30일간으로 정해진 국감을 연중 상임위 청문회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하위법인 ‘국정감사 및 조사법’부터 고쳐야 했다. 상시 청문회가 위헌 시비에서 벗어나더라도 의원들의 ‘갑질’이 계속되면 다시 무용론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장·차관과 국·과장들까지 한 두름으로 종일 붙잡아 놓고 정책 현안과 관계없는 호통으로 길들이는 구태부터 없애야 한다. 익숙한 국감장 풍경처럼 기업인들을 불러 망신을 주거나, 출판기념회를 열어 수금하는 식의 부적절한 거래의 장으로 타락해서도 곤란하다. 청문회 제도의 남용 우려를 불식할 보완책 마련이 급선무임을 거듭 강조한다.
  • [2016 우수기업 우수상품] 크라운출판사 적중 100% 합격 미용사 일반 필기시험 총정리문제

    [2016 우수기업 우수상품] 크라운출판사 적중 100% 합격 미용사 일반 필기시험 총정리문제

    미용사 도서인 크라운출판사(www.crownbook.co.kr)의 ‘적중 100% 합격 미용사 일반 필기시험 총정리문제’는 핵심이론 요약, 최근 기출문제, 2016년 대비 상시시험 분석 특강자료 등이 수록됐다. 책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문제의 핵심 이론만 수록했다. 수험자들이 시험에 불필요한 이론을 공부하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문제를 풀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 이론만을 담았다. 둘째, 핵심 이론의 출제 유형을 완전히 분석한 적중 예상문제를 수록했다. 장별로 출제율이 높은 핵심 이론들의 출제 유형을 완전히 분석해 적중 예상문제를 만들었다. 적중 예상문제를 통해 공부하면서 헛갈렸던 부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출제유형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미용사(일반) 분야 필기시험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 셋째, 최근 기출문제와 출제경향을 완전히 분석한 2016년 대비 상시시험 분석 특강자료를 담았다. 최근 기출문제와 출제경향을 완전히 분석한 2016년 대비 상시시험 분석 특강자료를 수록해 수험자들이 출제 경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출문제와 출제된 기출문제에 관한 특강자료를 함께 봄으로써 시험에 완벽히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총 8회의 최신기출문제 수록 책은 크게 ‘파트1. 핵심이론요약’과 ‘파트2. 최신기출문제’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파트1은 미용이론부터 공중위생법규까지 총 6개의 장으로 나눠졌으며, 파트2는 총 8회 분량의 최신 기출문제를 수록했다. 1만 6000원. 이 책과 관련된 상품으로 크라운출판사의 ‘핵심콕콕 미용사 일반 필기시험 총정리문제’ ‘빨리빨리 합격하는 미용사 일반 필기시험문제’ ‘합격의 신 미용사 일반 필기시험문제’ 등이 있다. 02-745-0311.
  • 중앙대 심리서비스대학원, 2016년도 후반기 신입생 모집

    중앙대 심리서비스대학원, 2016년도 후반기 신입생 모집

    심리학은 과거에는 특정인들에게만 필요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깊었다. 마음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은 경우 또는 트라우마가 있는 등 심리 상담을 받는 이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환자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러나 최근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심리학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치유의 학문으로 자리잡았다. 심리학을 다룬 인문학 서적이 출판가에 쏟아졌고 사회와 대인관계 등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심리 상담을 통해 치유 받길 원한다. 특히 과거에 비해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면서 사건의 배경을 밝히고 나아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심리학 이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개인 및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역시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 코칭 등의 필요성이 커졌다.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대학원은 임상, 상담 심리는 물론 안전·리더십·코칭심리학과 범죄 및 법정심리학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는 2016학년도 후반기 석사과정(야간)신입생 모집을 실시한다. 개설 학과는 ▲임상심리학 전공(Clinical Psychology) ▲상담심리학 전공(Counseling Psychology) ▲안전·리더십·코칭심리학 전공(Safety·Leadership·Coaching Psychology) ▲범죄 및 법정심리학 전공(Criminal/Forensic Psychology)이다. 임상심리학 전공의 경우, 임상심리전문가 및 정신보건임상심리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한 뒤 임상심리사, 심리검사개발원 등으로 진로를 모색할 수 있으며, 상담심리학 전공은 이수 후 상담심리사 2급 자격증을 취득, 상담심리사, 청소년상담사, 가족치료사, 놀이치료사, 작업 치료사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조직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적인 리더십 그리고 다양한 삶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코칭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안전/리더십/코칭심리학 전공은 청소년 상담사, 직업상담사, 산업안전지도사 등의 자격증 취득으로 코칭전문가, HR컨설턴트, 직무분석가, 커리어코치, 직업상담사, 안전컨설턴트, 안전지도사 등의 전문가로 활동이 가능하다. 범죄 및 법정심리학 전공은 이수 후 범죄심리사 1,2급, 범죄심리전문가 자격증 취득을 통해 검찰수사관, 범죄심리사, 프로파일러, 거짓말탐지검사관, 피해자심리전문요원 등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앙대 심리서비스대학원 관계자는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맥락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 및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본 과정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초심리 및 이론은 물론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 등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대학원 2016학년도 후반기 신입학은 학사학위취득(예정)자 또는 법령에 의하여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라면 학사학위 과정의 출신, 전공 관계 없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5월 29일까지 원서를 접수한 뒤 5월 30일 오후 6시까지 심리서비스대학원 행정실로 입학원서(인터넷 접수 후 출력), 졸업(예정)증명서 원본, 성적 증명서 원본, 학업 계획서, 경력 및 재직증명서(해당자만) 등의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서류전형에서 학업 계획서와 학사성적(백분율) 등을 심사하며 이후 면접전형을 통해 이론적 지식 및 실무능력, 연구수행능력, 교양 및 인성 등을 채점한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6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고지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대학원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19세기에 한국·중국 역사서를 번역한 러시아/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19세기에 한국·중국 역사서를 번역한 러시아/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18세기 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로 대표되는 조선의 연행사가 베이징을 오고 가던 때에 러시아도 정교회의 신부들을 베이징으로 파견해 본격적으로 동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절단들이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데 정신이 없을 때 러시아 신부들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 대한 번역에 몰두했다. 대표적으로 얀키프 비추린(1777~1853)은 중국 정사 25사에 기록된 한국과 동아시아의 역사를 번역했으며, 한국 사신과 교유하며 한국어를 배우기까지 했다. 그의 번역은 1900년대 러시아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기본 교재가 됐다. 비추린은 그 밖에도 당시의 공용어인 만주어를 비롯해 티베트어, 몽골어 자료도 번역해 러시아의 동방정책은 물론 러시아 동양사 연구의 기초를 확립했다. 비추린 이후 베이징사절단 신부들은 만주어로 쓰인 요나라의 역사인 ‘요사’와 금나라의 역사 ‘금사’를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만주어판 ‘요사’와 ‘금사’는 누르하치를 이어 청의 황제가 된 숭덕제가 이민족인 몽골족의 손으로 왜곡된 만주족들의 역사를 제대로 밝히고자 다시 쓴 것이다. 러시아 신부들이 한문으로도 있는 두 사서를 굳이 만주어에서 러시아어로 번역한 이유는 이 책들이 단순한 역사를 넘어 청나라의 자존심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동방에 진출한 배경에 총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설가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는 원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문학도였다. 그는 한국의 소설에 대한 번역가가 없다는 점을 알고 지난 7년간 한국어 번역에 집중했다고 한다. 영국에 다양한 언어를 번역하고 소개하는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 언어에 대한 사이트 에트놀로그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어는 사용 인구로 볼 때 세계 12위에 해당한다. 자국의 번역 문화가 발달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게다가 날로 커지는 한국의 국제적인 수준을 고려하면 다양한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접근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수준 높은 번역시장의 발달은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열강들이 총칼을 앞세운 제국주의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이해했다면, 21세기에는 수준 높은 번역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번역은 바로 각국 문화의 역량을 보여 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의 번역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낮다. 영어로 귀결되는 한국의 단순한 국제화 인식에 원인이 있다. 영어는 나라 간의 소통을 위한 필수 요소이지만,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궁극적으로 해당 국가의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영어 몰입교육과 유학의 결과 영어만 알면 국제화가 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됐다. 예컨대 중앙아시아와 중국 신장 지역 등 실크로드 일대에 대한 연구는 지난 100여 년간 대부분 러시아어나 중국어로 쓰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출판된 수십 종의 실크로드에 책들은 현지의 사정과 차이가 있는 영어와 일본어를 번역한 것이다. 우리의 주 관심 지역도 이러한데 상대적으로 전문가가 없는 중동이나 아프리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요즘이니 일상 대화를 번역하고 통역하는 번역기가 조만간 상용화될 것이다. 이제 나라의 국가적 역량은 일상 대화가 아니라 외국어보다도 타국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번역 인프라로 발현될 것이다. 수준 높은 번역은 궁극적으로 모국어 구사 능력과 타 문화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뒷받침되는 사회적 배경하에서 가능하다. 스미스가 모국어인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소설가 한강의 수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외국어 교육은 영어 회화 위주이고, 모국어인 한국어의 말하기와 쓰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인문학이 극도로 위축돼 다양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은 급감하고 국제화의 척도는 영어로만 획일화하면서 오히려 문화적 고립에 처할 우려마저 있다. 우리의 소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기쁜 만큼이나 한국의 소설을 발굴, 번역할 수 있는 문화 강대국들의 번역 인프라가 부럽다. 번역의 수준이 바로 한 국가의 문화를 보여 주는 척도라면 한국은 여전히 나아갈 길이 멀다.
  • 해외 간다, 공부하는 뮤지컬·3D 증강현실 게임

    해외 간다, 공부하는 뮤지컬·3D 증강현실 게임

    수학을 배우는 에듀테인먼트 뮤지컬 ‘캣 조르바’가 중국에 캐릭터 라이선스 수출을 처음으로 하게 된 데 이어 이 뮤지컬의 캐릭터들에 3D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색칠놀이를 할 수 있는 학습게임 ‘크레용팡’도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등 프랑스어권 4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는 등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CJ가 운영 중인 문화창조융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가 주최한 ‘제1회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에서 수상한 콘텐츠들이 해외로 진출했다. 크레용팡을 개발한 업체 ‘아이아라’는 최근 프랑스 대형 출판사인 ‘에디티스’와 4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순수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로, 수학과 예술을 접목한 ‘캣 조르바’라는 가족 뮤지컬 장르를 만들어 낸 ‘문화공작소 상상마루’도 최근 중국 하이난항공 산하 신화국제문화전파북경유한공사와 캣 조르바 캐릭터 라이선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뮤지컬이 해외 공연 형태가 아니라 뮤지컬 자체로 라이선스화해 수출되는 건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로 꼽힌다. 캣 조르바와 크레용팡의 해외 진출은 상상마루의 엄동열(42) 대표와 아이아라 최우철(37) 대표가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지난해 12월 문화창조융합센터의 공모전에서 처음 만나게 된 두 대표는 처음 본 순간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기로 했다. 엄 대표는 “뮤지컬 ‘캣 조르바’는 캐릭터가 시작점이 아닌, 우리가 만든 스토리로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의의와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꿈꾸고 있는 것은 해외 작품 ‘라이온 킹’이나 ‘위키드’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현재 캣 조르바는 그것을 이루기 위한 첫 출발”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캣 조르바 캐릭터들을 향후 출판, 전시, 완구 등 융복합 콘텐츠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최 대표와 캣 조르바 캐릭터를 크레용팡 색칠놀이 책과 앱에 접목시킨, 즉 디지털 기술과 뮤지컬 콘텐츠의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진 첫 콘텐츠”라고 말했다. 최 대표도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지원을 통해 ‘뽀로로’와 ‘꼬마버스 타요’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의 멘토링을 받은 데 이어 캣 조르바라는 캐릭터로 개발한 교육용 학습교재 앱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홍만표 실소유 추정 부동산업체 자금 흐름 추적

    홍씨 부인도 회사 임원으로 활동… 수임료 미신고 투자 통해 탈세 가능성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홍만표(57) 변호사가 실소유자인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투자업체에 정 대표에게서 받은 거액의 수임료가 흘러들어 갔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홍 변호사가 지분 투자 형식을 빌려 부동산 투자업체 A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A사는 2013년 8월 부동산 투자와 임대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홍 변호사의 부인 유모(52)씨와 법률사무소 사무장인 검찰 수사관 출신 전모(51)씨 등이 A사와 그 계열사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 파주에 본사를 두고 부동산 분양 대행과 키즈카페 및 인테리어, 출판사, 건물 경비 및 관리 등의 업종 계열사 5곳을 두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수임료를 받은 뒤 신고하지 않고 A사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정 대표로부터 군대 내 매장(PX)에 화장품을 납품하게 해 주겠다며 2011년 9월 5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브로커 한모(58)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씨가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에 입점하도록 도와준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살펴볼 방침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영어교재로 돌아온 영화 ‘인턴’, ‘바로 쓰는 영화 속 72가지 영어회화’

    영어교재로 돌아온 영화 ‘인턴’, ‘바로 쓰는 영화 속 72가지 영어회화’

    영어학습 앱 ‘SEM’, 콘텐츠로 즐기며 배우는 영어 지난해 국내 3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턴’이 최근 영어 교육 서적에 다시금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리슨 앤 컴퍼니가 ‘프렌즈 시즌1 편’에 이어 두 번째로 ‘바로 쓰는 영화 속 72가지 영어 회화 두 번째 인턴 편’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해당 서적은 비즈니스 영어와 일상회화로 진행되는 영화 ‘인턴’을 소재로 선정했고, 영어교육 전문가가 직접 선정한 중요 영어표현이 정리돼있다. 또한, ㈜해리슨 앤 컴퍼니에서 서비스 중인 미드, 영화 영어공부 앱 ‘SEM’을 이용해 영상 반복시청, 녹음 및 따라 읽기가 가능하다. 前EBS FM Radio Easy English 메인 진행 및 ‘카카오톡 잉글리시’, ‘제니의 잉글리시 레시피’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영어교육 전문가 Jenny Kim 선생님이 직접 추려낸 영화 ‘인턴’ 속 명대사를 통해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영어표현을 익히고 직접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더불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미국 문화 이해하기 등 유용하고 다양한 읽을 거리는 독자로 하여금 보다 즐겁게 영어공부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인기 미국드라마나 외화를 통해 영어를 학습하는 스마트한 공부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컨텐츠의 반복시청, 주요 문장 및 표현 정리, 쉐도잉(shadowing: 극 중 캐릭터의 대사를 발음과 목소리 톤까지 따라 말해보는 방법) 등은 영어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집필 및 출판을 담당한 ㈜해리슨 앤 컴퍼니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미드, 영화와 영어교육을 결합한 영어학습 앱 SEM 서비스를 실시 중이며,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BBC의 수많은 인기 컨텐츠를 국내에 합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자막 선택 기능, 구간 반복 기능, 사전 기능, 쓰기 기능, 녹음 기능 등 영어 학습에 최적화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SEM 사용자를 위해 쉽고 친절한 영어 강의, ‘헬로 쎔’을 서비스 중이며 ‘바로 쓰는 영화 속 72가지 영어 회화 두 번째 인턴 편’ 출간을 기념해 ‘헬로 쎔: 인턴 편’ 영상을 한정 기간 무료 배포하고 있있다. 바로 쓰는 영화 속 72가지 영어 회화 두 번째 인턴 편’은 교보문고, 반디 앤 루니스, 인터파크, 알라딘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헬로 쎔: 인턴 편’ 한정기간 무료 강의를 제공하는 영어공부 앱 SEM은 구글 플레이, 애플 앱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세계 시인선 새 출간

    세계 시인선 새 출간

    “탄광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상상력을 키웠다.”(최승호 시인) “세계시인선은 시가 지닌 고유한 넋을 폭넓고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김경주 시인) 1973년 민음사가 첫선을 보인 세계시인선은 시인과 독자들의 영혼을 풍요롭게 살찌웠다. 세계시인선은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고 김현 평론가에게 건넨 제안에서 뿌리를 내렸다. 당시만 해도 해외 문학 책은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게 대부분이었다. 박 회장은 “번역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원문과 한글 번역을 나란히 배치해 제대로 번역한 시집을 내보자”고 김 평론가를 부추겼다. 그렇게 해서 1973년 12월 고은 시인이 번역한 이백과 두보의 작품집 ‘당시선’,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 4권이 탄생했다. 시집들은 1966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 옥탑방에서 움튼 민음사가 국내 대표 문학 출판사로 자라나는 양분이 됐다. 19일 창립 50년을 맞은 민음사가 일체의 기념행사 없이 세계시인선만을 새로 펴내기로 한 데는 이런 역사가 있다. 지난해 현암사의 70주년, 지난 2월 창비의 50주년 행사에 견주면 다소 초라하다. 민음사는 “지금의 민음사를 있게 만든 세계시인선 재단장을 통해 더욱 기본에 충실하고 또 한 번의 반 세기를 준비하는 출판사로 기반을 튼튼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새 시인선의 목표는 100권 출간이다. 1973년 시작 때 세운 계획이지만 당시에는 80권 완간에 그쳤고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다시 펴냈을 때도 63권에 그쳤기 때문이다. 내년에만 50권을 낼 계획이다. 이번에 출간된 1차분 15권 가운데 새로 펴낸 시집은 9권이다. 서양의 대표적 비극 정전인 ‘욥의 노래’, 라틴 문학의 고전인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 ‘소박함의 지혜’, 김수영의 ‘꽃잎’, 백석의 ‘사슴’, 프랑수아 비용의 ‘유언의 노래’ 등이다. 소설가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찰스 부코스키, 극작가로만 알려진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집도 펴내며 그들 안의 시심(詩心)도 느낄 수 있게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50돌 맞은 민음사...재단장한 세계시인선으로 독자 영혼 살찌운다

     “탄광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상상력을 키웠다.”(최승호 시인)  “세계시인선은 시가 지닌 고유한 넋을 폭넓고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김경주 시인)  1973년 민음사가 첫선을 보인 세계시인선은 시인과 독자들의 영혼을 풍요롭게 살찌웠다. 세계시인선은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고 김현 평론가에게 건넨 제안에서 뿌리를 내렸다. 당시만 해도 해외 문학 책은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게 대부분이었다. 박 회장은 “번역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원문과 한글 번역을 나란히 배치해 제대로 번역한 시집을 내보자”고 김 평론가를 부추겼다. 그렇게 해서 1973년 12월 고은 시인이 번역한 이백과 두보의 작품집 ‘당시선’,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 4권이 탄생했다. 이 시집들은 1966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 옥탑방에서 움튼 민음사가 국내 대표 문학 출판사로 자라나는 양분이 됐다.  19일 창립 50년을 맞은 민음사가 일체의 기념행사 없이 세계시인선만을 새로 펴내기로 한 데는 이런 역사가 있다. 지난해 현암사의 70주년, 지난 2월 창비의 50주년 행사에 견주면 다소 초라하다. 민음사는 “지금의 민음사를 있게 만든 세계시인선 재단장을 통해 더욱 기본에 충실하고 또 한 번의 반 세기를 준비하는 출판사로 기반을 튼튼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새 시인선의 목표는 100권 출간이다. 1973년 시작 때 세운 계획이지만 당시에는 80권 완간에 그쳤고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다시 펴냈을 때도 63권에 그쳤기 때문이다. 내년에만 50권을 낼 계획이다. 이번에 출간된 1차분 15권 가운데 새로 펴낸 시집은 9권이다. 대표적 비극 정전인 ‘욥의 노래’, 라틴 문학의 고전인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 ‘소박함의 지혜’, 김수영의 ‘꽃잎’, 백석의 ‘사슴’, 프랑수아 비용의 ‘유언의 노래’ 등이다. 소설가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찰스 부코스키, 극작가로만 알려진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집도 펴내며 그들 안의 시심(詩心)도 느낄 수 있게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화마당] 문화 한류는 곧 번역이다/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문화마당] 문화 한류는 곧 번역이다/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어쨌든 한국문학은 데버러 스미스(28)라는 영국인 번역가에게 큰 빚을 지게 됐다. 노벨문학상이 좌절될 때마다 미숙한 번역이 문제점으로 꼽혔는데, 이번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상은 어떤 언어로 쓰였든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에서 맨부커상의 자매상으로 2005년 신설됐다. 올해부터는 번역상의 의미도 포함해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상을 수여하게 됐다. 영광스런 첫 수상 작가인 한강과 함께 번역자인 스미스가 공동 수상자가 된 이유다. 외국 문학의 국제화에서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 사례다. 맨부커상 심사위원장 보이드 턴킨은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판을 ‘놀라운 번역’으로 평가하면서 “‘채식주의자’가 영어에 들어맞는 목소리를 찾았다”고 스미스의 번역을 극찬했다. 한국어를 배운 지 7년 만의 성과라니 집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럼 한강과 스미스의 만남과 인연, 맨부커상 공동 수상에 이르는 이들의 성취는 우연한 일이었을까. 그럴 리는 없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적극적인 매개 역할을 하면서 적잖은 공을 세운 곳이 한국문학번역원이다.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서 2010년 출간된 데 이어 스페인과 중국, 포르투갈, 폴란드에서 출간된 후 영미권 진출을 노리던 중 번역가 스미스와 만나게 됐다. 2014년 런던 도서전에서 한국 주빈국 행사의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던 스미스는 영국의 대표 문예지인 ‘그란타’를 인수한 포르토벨로 출판사 편집자에게 ‘채식주의자’의 영역 샘플과 함께 홍보 자료를 건넸다. 이 자료를 본 편집자가 작가와 작품에 흥미를 느껴 런던과 에든버러 등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 한강 작가를 초대했고, 영국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 출판사가 출간을 확정했다. 국제적으로 활발한 한국문학번역원의 네트워킹과 치밀한 홍보 마케팅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명칭에서 보듯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모토로 2001년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한국문학의 번역 지원과 번역 전문가 양성을 주로 한다. 한국문학 번역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세계에 문학 한류(韓流)를 조성할 목적, 즉 ‘노벨상 프로젝트’로 출범했는데 그간 우여곡절도 적잖았다. 특히 지난해 큰 위기였다. 공공기관 기능 조정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정부의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돼 홍역을 치르다 가까스로 살아났다. 인과론적이지만 맨부커상 수상은 기사회생의 결과인 셈이다.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은 상당한 정도의 번역 및 출판 지원 실적을 냈다. 출범 이래 15년간 34개 언어권에 1234건의 번역을, 30개 언어권에 856종의 출판을 지원했다. 해외 유수 출판사와는 양해각서(MOU)를 맺어 한국문학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달키 아카이브 출판사의 ‘한국문학총서’와 펭귄 출판사의 ‘한국고전문학시리즈’, 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의 ‘한국고전·현대문학 시리즈’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학 외에 해당 기관과 단체의 요청에 따라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공연과 영상물의 자막 번역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어느 분야든 해외 진출의 성패가 번역에 달려 있는 만큼 이참에 그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이 세계를 지향할 경우 ‘한류는 곧 번역이다’라는 말은 지나친 말이 아니다.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시대의 번역가 김석희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시대의 번역가 김석희

    번역을 할수록 내 글이 건강해졌다… 18년 만에 나의 소설을 쓰려 한다 충북 증평군 내성리에 자리한 ‘21세기 문학관’에 도착한 것은 지난 10일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서였다. 하늘색 점퍼에 청바지 차림을 한 그가 녹색 철문 뒤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18년 만에 재개한 소설 창작을 위해 얼마 전 제주도 집을 떠나온 그는 이곳을 ‘자발적 유배지’라고 불렀다. 점심 겸 해서 낮술 잔을 기울였다. 적당히 술기운이 올랐지만, 그의 유장한 말투는 빨라지지 않았고 간결한 문장들은 장황해지지 않았다. 중간에 말을 멈추는 때가 잦았는데 적확한 단어나 표현을 고민하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가 말했다. “기자 양반이나 나나 즐겁게 술 마실 만큼만 건강하게 살면 되는 거요.” 김석희(64)는 ‘구름에 달 가듯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1979년 3월 어느 날 한참을 못 보고 지냈던 친구가 찾아왔다. 국사학과에 다니던 이종범이었다. ‘학생운동 하다가 제적됐다는 소식까지는 들었는데 갑자기 어쩐 일일까.’ 전공은 달랐지만, 중간에 연결고리가 되는 친구들 덕에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학교에서 잘리고 나서 작은 출판사를 하나 차렸다고 했다. “내가 불문과 다른 애들한테 물어봤는데, 김석희가 프랑스책 최고로 잘 읽는다고 하더라.” 다짜고짜 프랑스 고전을 하나 골라서 번역을 해 달라고 했다. “명색이 출판사이니 책을 좀 내야 하는데, 전문 번역가에게 맡기자니 번역료 줄 능력이 안 된다. 너한테는 술 한잔 사주면 되지?” 황당했지만, 학교에서 잘리고 뭐라도 해 보겠다는 그 친구의 딱한 사정을 안 들어주기가 어려웠다. 곰곰 생각하다가 18세기 프랑스 심리소설의 효시로 평가되는 뱅자맹 콩스탕의 ‘아돌프’를 번역해 주었다. 나는 불어를 말하고 듣는 것에는 약했지만, 독해와 번역에 나름 강점이 있었다. 번역료는 정말 술 한잔이었다. 1980년 이종범이 학교에 다시 돌아오면서 출판사는 소리없이 사라지고 그 책도 절판이 됐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내 인생의 이정표를 정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참, 이종범은 현재 조선대 사학과 교수로 박물관장을 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노동의 대가를 받고 번역한 작품은 1982년 6개월 동안 작업한 영국 작가 존 파울스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다. 1981년 메릴 스트립과 제러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동명 영화가 개봉되면서 갑자기 원작 소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책은 1997년과 2002년에 다시 번역을 했는데, 내가 전문 번역가의 길을 가게 된 첫 작품이 됐다. -1952년 제주시 무근성(삼도2동)에서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셔서 경제사정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섬 소년에게 사방에 둘러쳐진 바다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갑갑함이었다. 섬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이었다. 1970년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재수를 위해 서울로 와서 육십을 바라보는 2009년 4월에 다시 고향에 정착했다. 40년의 타향살이 끝에 그 바다가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 나는 변덕을 부렸지만, 바다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보듬어준 것이다. -외할아버지께서 초등학교 때 가르쳐 주신 서예로 초등학교 때 웬만한 상들은 휩쓸었는데, 나한테 약간의 글재주가 있다는 것은 중학교 졸업 무렵에 알게 됐다. 제주일고 입학을 앞두고 도내 한 신문사가 주최한 학생 문예작품 공모전에 산문을 출품했다. 아직 고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 3학년 형들을 제치고 장원을 차지했다. 이 일로 입학을 하자마자 3학년 형들에 의해 반강제로 ‘향원’이라는 문학서클에 들게 됐다. 2학년 때는 동국대 문예백일장에서 산문부 장원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제주도립도서관은 제2의 집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뮈의 ‘이방인’을 이곳에서 읽었다. 모두 살인자인 두 책의 주인공이 꿈속에 뒤바뀐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큰 바다를 누비며 글을 쓰는 ‘마도로스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국립해양대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6·25 때 서울 영등포에서 납북된 숙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있어 입학이 불허됐다. ‘마도로스 소설가’의 꿈은 그냥 ‘소설가’로 수정됐다. -1972년 삼수를 해서 대학에 갔다. 그해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했다. 어떤 친구들은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로 나갔고, 어떤 친구들은 술집으로 가 통음을 했다. 어떤 친구들은 캠퍼스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내 속의 울분을 터뜨리고 발산하기 위해 내가 택한 건 글쓰기였다. 일기를 쓰듯 글만 썼다. -수업에 들어간 기억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붕구(1922~1991) 교수님의 수업은 늘 감동 그 자체였다. 보들레르의 시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한시를 써서 읊으시다가 그걸 서양의 역사와 철학으로 이끌고 가셨다. 그러다가는 동양 인문학의 심오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셨는데, 이야기에 빠져 한참을 넋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처음의 보들레르로 돌아와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넓고 깊은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울림 있는 강의를 하는 교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1979년 2월 졸업과 동시에 국문과에 학사편입을 했다. 소설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문학을 좀더 배우고 싶었다. 그때부터 등단을 향한 나의 긴 여정이 시작됐고, 그 과정은 1987년 12월 26일에야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끝이 났다. 세상에 대한 풍자와 야유를 담은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이었다. 당선되고 나서 나를 인터뷰한 기자가 ‘칼의 노래’, ‘현의 노래’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이다. 당시 그는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였다. 1시간에 걸쳐 그와 나눴던 대화가 지금도 또렷하다. 그날 진탕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나는 한겨울 골목길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었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고상한 책만 번역한 줄 안다. 하지만, 내 손을 거친 책들 중에는 일본 잡지의 부록과 같은 것들도 상당수 있다. 번역은 그 자체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시사영어사 출판부에 다니던 친구가 맡겨 준 연애소설 ‘할리퀸문고’ 시리즈는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한 달에 한 권씩 15개월을 번역했는데, 그 돈으로 쌀도 사고 아이들 공부도 시킬 수 있었다. 외국말을 입으로 하는 재주는 없었지만 눈으로 읽는 능력은 남보다 뛰어났다. 불어야 전공이니까 자연히 접할 기회가 많았고 영어는 틈틈이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 실력을 키웠다. 일본어는 학사편입한 국문과에서 현대문학 연구를 위해 일본 문헌을 참고해야 했기 때문에 독학을 했다. -1979년 학사편입부터 신춘문예에 당선된 1987년까지의 시간들은 이제 와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당시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고난의 시간들이었다. 계속되는 탈락에 마음엔 칼바람이 불었고,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제주의 어르신들은 나를 ‘백수’로 생각했다. “백날 써 봐야 안되는 소설, 그만 좀 하고 다른 일 찾아봐라. 서울대를, 그것도 과를 2개(불문과, 국문과)씩이나 나와서 이게 무슨 꼴이냐.” 명절에 고향 내려가는 건 아주 고역이었다. ‘아버지의 감귤밭을 이어받아 농사를 지을까, 일본에서 사업하는 사촌형을 찾아갈까.’ 고민은 계속됐지만, 소설가에 대한 꿈은 결코 포기가 되지 않았다. 안되면 안될수록 갈증은 더 심해졌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한 번역은 계속해야 했다. 번역한 책에는 ‘김한경’이라는 필명을 썼다. 나와 아내, 아이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땄다. 내 본명은 내 최초의 소설의 표지를 위해 남겨 두기로 했다. -1987년 재일교포 작가인 김석범의 ‘화산도’를 번역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5권짜리 대하소설이었다. 자유실천문인협회 이호철 대표가 “6월 항쟁을 계기로 4·3 사건을 다룬 책도 나올 수 있는 시대가 올 테니 미리 준비를 하자”고 했다. 마지막 제5권은 이 대표가 번역을 했고 내게는 1권부터 4권까지 번역을 맡겼다. 일본어를 번역하며 곳곳에 제주 사투리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제주 출신 번역가가 필요했다. 제주 출신인 내가 4·3 사건 관련 책을 번역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처음으로 ‘김한경’이 아닌 ‘김석희’를 역자 이름으로 썼다. 이 일을 계기로 번역료가 크게 올라갔다. 그다음 맡은 일은 2년 6개월에 걸친 영국 브리태니커 사전 한국판 번역이었다. 매월 200자 원고지 1000장씩을 넘겼다. 아내의 가계부에 단비가 내렸다. -1994년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이 두꺼운 책 3권을 들고 번역가 정도영·오정환 선생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이 책들을 읽어보고 번역해 출판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했다. 책의 지은이는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였다. 정도영 선생이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오정환 선생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내가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다. 당시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에서 제3권(나중에 총 15권으로 완결)까지 나온 상태였기 때문에 세 명 중 가장 젊은 내가 맡았다. 2주 정도의 검토 끝에 우리 모두 ‘OK’ 사인을 냈다. 그때부터 2009년까지 12년에 걸쳐 번역을 하게 될 줄 몰랐지만 ‘로마인 이야기’의 내용은 상당히 진취적이었다. 대부분의 책이 귀납적 형식을 취하는데 이 책은 제1권 전체를 할애해 ‘국가 크기도, 문화도, 경제도 1위가 아닌 로마가 어떻게 패권(覇權)을 쥐었는지 궁금해 이 책을 쓴다’는 의문을 던지는 게 특별해 보였다. 투박하지만 힘 있는 문체도 흥미를 끌었다. 책은 번역 출간되자마자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베스트셀러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고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발전해 나갔다. -“내가 저들만큼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아무리 해도 거장들의 작품과는 차이가 많은데, 이걸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하나.” 힘들게 소설가로 등단을 하고 10여년이 흐른 1998년, 내 인생의 방향을 가르는 큰 선택을 했다. 그해 가을 중편 소설을 하나 냈는데 불현듯 소설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안되는 걸 들고 끙끙거리는 내가 안쓰러웠다. ‘나를 애먹이지 말자’고 했다. 소설을 중단했다. -2011년엔 ‘모비딕’을 출간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번역이었다. 작가인 허먼 멜빌은 정규 대학교육 없이 선원으로 살다가 작가가 된 사람이었다. 단정하게 완성된 문장이 아니었고, 단축형 비문이 많았다. 간혹 셰익스피어를 따라하는 도치문은 번역으로 그 느낌을 살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번역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단어도 이유 없이 배열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대학 은사인 이휘영(1919~1986년) 교수님을 존경한다. 그는 1960년대에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홍수’를 번역했다. 독해가 번역의 초벌작업이라면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휘력과 문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신 분이다. -나는 ‘888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8시간 자고, 8시간 놀고, 8시간 번역한다. 일은 주로 밤에 한다. 아직 번역하고 싶은 책들이 많다. 특히 판타지의 고전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다. 국내에서는 ‘해리 포터’를 어린이들이 먼저 즐기게 됐지만, 사실 판타지 소설의 세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고 심오하다. 할아버지가 되고 보니 다섯 살 손자를 위한 번역에도 욕심이 난다. 하지만,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1998년 절필했던 소설 창작이다. 거의 20년 만에 다시 잡은 소설이다. 수많은 번역의 경험이 소설을 다시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많은 책을 번역하면서 내 글도 건강해졌다. 그저 예쁘게 다듬기만 한 미문, 추상적인 문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게 됐다고 할까. 젊은 날 나의 명함에는 ‘소설가·번역가’가 동시에 적혀 있었다. 소설가가 되고픈 열망이었다. 정작 등단한 후 소설을 접고는 ‘번역가·소설가’라고 썼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소설가라는 직업을 다시 앞에 두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번역가 김석희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번역가로 통한다. 영어와 불어, 일어로 된 해외 작가들의 소설을 한글로 재탄생시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해 왔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허먼 멜빌의 ‘모비딕’, 재일작가 김석범의 ‘화산도’, 쥘 베른 걸작선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번역을 ‘장미 가시덤불에서 춤추는 것과 같은 고통 속의 쾌락’이라고 표현한다. 신춘문예 등단 작가이기도 한 그는 최근 18년 만에 자신의 소설 창작을 재개했다. ▲1952년 제주 제주시 출생 ▲제주제일중·고 ▲서울대 불문과·국문과 ,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중퇴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소설 ‘이상의 날개’)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 수상(1997년) ●주요 작품 ‘화산도’(김석범) ‘아돌프’(뱅자맹 콩스탕) ‘여자란 무엇인가’(비올라 클라인)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에펠 탑의 검은 고양이’(아라이 만) ‘즉흥시인’(안데르센) ‘시간 박물관’(움베르토 에코 외) ‘인물 삼국지’(이나미 리쓰코) ‘빙벽’(이노우에 야스시) ‘칸의 제국’( 조너선 스펜스) ‘죽음을 삼킨 땅’(조르제 아마두) ‘프랑스 중위의 여자’(존 파울스) ‘지구에서 달까지’(쥘 베른) ‘문명 속의 불안’(지그문트 프로이트) ‘살아 있는 역사’(힐러리 로댐 클린턴) ‘모비 딕’(허먼 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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