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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건우 “인생을 베토벤과 같이한다는 건 행운입니다”

    백건우 “인생을 베토벤과 같이한다는 건 행운입니다”

    10월까지 29회… 지방 20여회 9월 1~8일 서울 전곡 집중 완주 “32곡은 장편소설 접하는 느낌”“제가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연주에 만족 못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어요. 지금에 와서야 조금은 악기를 편하게 다룰 수 있고, 음악을 표현하는 데 좀 자유로워진 느낌이에요. 누군가는 저 보고 데뷔 6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때 연주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뉴욕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구상했을 때인 20대 후반이 진정한 데뷔겠지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71)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프로젝트에 나섰다. 10년 만이다. 18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지난 10년간 이 곡들을 계속 연주해왔는데 하면 할수록 좀 더 가까워지고 더 알게 된 느낌이라 새로운 모험과 경험이 될 것”이라며 “베토벤은 우리 음악인들의 삶을 좌우하는 거인이며 그의 훌륭한 작품들과 인생을 같이한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문을 열어야 어느 곳을 방문할 수 있는 것처럼 (베토벤을 향해) 문을 하나씩 열어가는 과정”이라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 드라마가 이해가 된다”고도 했다. 베토벤이 전 생애에 걸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는 모두 32곡. 쉬지 않고 연속 연주해도 무려 8시간 가까이(백건우 녹음 기준) 걸린다. 베토벤의 일생은 물론, 시대정신이 집대성된 ‘피아노의 신약성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애착이 깊은 백건우는 2005년 10월 영국 데카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3년에 걸쳐 전곡을 녹음했다. 2007년 12월에는 일주일 만에 8회에 걸쳐 전곡을 완주하는 특별한 무대를 국내에 선보였다. ‘왜 베토벤이 특별하냐’는 물음에는 운명이라는 답을 했다. “얼마 전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과도 이야기했는데 베토벤은 시간이 필요한 작곡가예요. 10년 전 왜 베토벤을 했는지 돌아보면 당시에 ‘지금 해야겠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죠. 연주자와 작품이 만나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 시작해 이미 다섯 차례 진행된 ‘베토벤 그리고 백건우, 끝없는 여정’의 규모는 전에 견줘 무척 커졌다. 10월까지 29회 공연이 예정됐는데 웬만하면 32회 공연을 채울 계획이다. 10년 전과 확연히 다른 점은 20회가 넘게 지역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월광’이나 ‘템페스트’ 등 제목이 붙여진 작품을 포함해 4곡 정도의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독주회 형식으로 열린다. “지역 공연이 저한테는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올해는 전국에서 베토벤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죠. 한국 클래식 저변이 넓어졌다는 의미도 있고요.따로 하는 공연이라기보다는 큰 그림 안에서 32곡을 함께한다는 게 새롭죠.” 10년 전처럼 전곡을 집중 완주하는 순서도 있다. 9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다. “32곡을 하다 보면 베토벤의 생애가 보이는 것 같아요. 하나의 장편소설을 접하는 느낌이죠. 베토벤이 살았던 드라마를 청중과 함께 체험하고 싶은 욕심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짰어요. 1년에 걸쳐 연주한다면 그럴 수 없겠지만 1주일을 베토벤과 생활한다는 느낌을 받을 거에요.” 전곡을 번호순으로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출판 순서는 베토벤의 의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20번이 물꼬를 튼다. “19번과 20번은 1번에 앞서 스케치됐던 곡들이에요. 그만큼 순수한 곡들인데 장조인 20번이 시작으로 적당할 것 같았죠. 한 곡 한 곡이 모두 훌륭한 작품이라 순서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6곡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도 완벽해 그 순서는 절대 바꿀 수 없어요.” 지난해 11월 뉴욕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해 갈채를 받았던 백건우는 협주곡, 체임버곡 완주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전에는 못 느꼈는데 요즘은 그런 프로젝트도 하고 싶어요. 2020년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는데 그때까지는 할 수 있겠죠. 허허허.”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책 속으로 상상여행 떠나볼까

    책 속으로 상상여행 떠나볼까

    어린이책에서 뻗어나온 유쾌한 상상들과 어울려 노는 책 잔치가 벌어진다. 다음달 1~31일 남이섬 일대에서 펼쳐지는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와 다음달 5~7일 파주에서 열리는 ‘파주출판어린이책잔치’다.전 세계 그림책의 현재를 한눈에 넣을 수 있는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에서는 한 달간 39건 256회의 공연, 전시, 체험 행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남이섬 곳곳이 동화 속 세계로 변신하는가 하면, 어린이 취타대, 풍물단, 거대한 앨리스 인형이 숲 속 퍼레이드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세계 89개국 1777점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이 경합을 벌인 ‘2017 나미콩쿠르 수상작전’(남이섬문화원)에서는 수상 작가 18명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올해 새로 단장한 ‘안데르센그림책센터’에서는 지난해 안데르센상 수상작과 후보작뿐 아니라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브라티슬라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등 세계 3대 그림책 공모전 작품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남이섬 중앙잣나무길 옆에는 도깨비 작가 한병호의 그림동물원이 세워지고, 아이들이 직접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 헨젤, 그레텔이 되어 빵과 사탕을 주고 받는 체험 행사도 열린다.‘다 같이 놀자’란 주제로 열리는 파주출판어린이책잔치는 그림책 작가들의 원화 전시, 동화를 무대로 가져간 공연 동화 등 책을 통한 다채로운 예술 체험으로 북적인다. 파주에 입주한 출판사들이 꼽은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 소장품을 전시한 ‘출판도시가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전’은 지혜의숲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책을 밑그림으로 한 뮤지컬, 연극, 음악극 등을 즐길 수 있는 ‘책 속으로 풍덩’은 원작과 공연을 포개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웹툰과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이 만화가들과 함께 만화를 배워 보는 ‘영화야, 만화랑 놀자!’, 세계 각국의 우수 다큐멘터리 작품과 국내어린이영화제 수상작을 감상할 수 있는 ‘어린이 작은 영화제’ 등도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낼 프로그램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각 홈페이지(www.nambookfestival.com, www.pajufc.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부고]

    ●배병삼(영산대 교수)병문(경향신문 출판국장)병우(국민일보 국제·사회 부국장)씨 모친상 17일 부산 수요양병원, 발인 19일 오전 9시 30분 070-4015-3125 ●나봉진(전 중앙대 의과대학장)씨 별세 인호(서울발레씨어터 단장)은길(동작경희병원 마취과장)영길(명소아과 원장)씨 부친상 조현경(서울발레씨어터 예술감독)씨 시부상 이성규(북경경동방과기유한공사 부사장)이창한(행복찾기정신과의원 원장)씨 장인상 1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7시 (02)3410-6919 ●심철수(전 주문진여고 교장)씨 별세 상빈(누리화학 대표)상교(부산교대 교수)씨 부친상 김남두(강릉대 교수)씨 장인상 17일 강원 강릉 동인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 (033)650-6165 ●고용진(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씨 장모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36 ●문규식(장원교육 회장)씨 모친상 17일 대전 건양대병원, 발인 19일 (042)600-6660 ●김병욱(케이프투자증권 PE사업본부 전무)씨 부친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7시 (02)3410-6915
  • [공직체험] 벚꽃엔딩… ‘꽃길’ 위의 ‘흙길’ 걷다

    [공직체험] 벚꽃엔딩… ‘꽃길’ 위의 ‘흙길’ 걷다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4월 1~9일)가 막바지로 향하던 지난 7일. 국회의사당 주변 윤중로 일대는 아침부터 몰려든 상춘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낮 기온이 20도를 넘었지만 아직 벚나무가 다 피지 않아 시민들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도 봄의 전령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부부와 연인, 친구들로 행사장은 활기가 넘쳤다. 이날 축제를 찾은 관람객은 약 100만명. 이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자 영등포구 환경미화원들과 거리청소에 나섰다.#시민에겐 ‘화려한 축제’지만 미화원에겐 ‘비상사태’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옆 한강공원에 마련된 미화원 쉼터에서 형광색 청소복으로 갈아입고 “일이 가장 많은 구간에 투입해 달라”고 졸랐다. 봄꽃축제 청소 관리차 현장을 찾은 김인문 영등포구 청소과장은 기자가 못 미더웠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린 뒤 국회의사당을 돌아 순복음교회를 거쳐 여의나루역을 다녀오는 장거리 코스를 제안했다. 힘들면 언제든 체험을 포기해도 된다는 ‘조언’과 함께. 거리청소팀의 기본 장비인 청소용 집게와 50ℓ짜리 비닐봉투를 들고 미화원 두 명을 따라 나섰다. 꽃이 활짝 피지 않아 떨어진 꽃잎은 많지 않았지만 담배꽁초와 홍보용 전단지가 거리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몸을 숙여 이들을 하나씩 집어내자 50ℓ짜리 봉투의 배가 불러왔다. 이렇게 1시간을 걸으니 땀범벅이 됐다. 무허가 노점이 즐비한 순복음교회 맞은편 인도에는 푸드트럭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기자와 동행한 이완희(37)씨는 “누군가 쓰레기를 하나만 버려도 우리가 바로 치우지 않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곳에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고 생각해 ‘산’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건물 주인이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지나가는 행인이 돌을 던져 나머지를 모두 깬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이 이곳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 쓰레기 30t과의 전쟁 환경미화원의 하루는 오전 4시쯤 시작해 오후 3시에 마무리된다. 아침·점심 식사시간(1시간씩)을 빼고 하루 9시간을 일하는데, 벚꽃축제 기간은 비상 시기여서 오후 11시가 넘어야 일이 끝난다. 행사장 주변 잔디밭에 널린 술병과 토사물을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집이 먼 미화원은 축제 기간 동안 퇴근을 포기하고 쉼터인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3~4시간 정도 쪽잠을 자고 새벽 근무에 나선다. 영등포구 미화원에게는 해마다 두 차례 ‘대목’이 있다. 바로 봄꽃 축제와 가을철 불꽃축제다. 올해로 13회째인 봄꽃축제는 해마다 600만명 이상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벚꽃행사다. 올해는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줄었지만 쓰레기는 30t으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월 초에 열리는 불꽃축제는 한술 더 뜬다. 열흘 가까운 봄꽃 축제 기간에 나오는 쓰레기보다 더 많은 양이 하루 만에 쏟아진다. 좋은 자리에서 불꽃놀이를 보려고 시민들이 새벽부터 자리를 잡고 하루 종일 먹고 마신 뒤 이를 버리고 가서다. 영등포구의 모든 미화원은 입에 단내가 나도록 쓰레기를 치우며 밤을 새운다. 일이 많다고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남겨두면 곧바로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재연되기 때문이다. 10년차 미화원 박영민(46·가명)씨에게 청소를 하며 두 축제를 보는 느낌을 묻자 “군대에서 눈 내리는 걸 보는 기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눈으로 보기는 좋지만 이 모든 걸 직접 다 치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피곤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벚꽃축제 기간 동안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담배꽁초와 각종 꼬치막대, 홍보용 전단지라고. 특히 여의나루역 일대에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전단지가 말썽이다. 박씨는 “비라도 오면 전단지가 아예 바닥에 눌어붙어 집게로 집을 수도 없다”면서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들이 직접 이곳에서 청소를 해 봐야 우리 마음을 헤아리고 지금처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미화원에게 축제는… 군대에서 눈 오는 걸 보는 느낌 하루 종일 도로변 먼지를 마신 탓에 오후 3시가 되자 목이 칼칼해졌다. 잠깐 커피숍에 들어가 인터뷰를 하자고 했더니 박씨의 얼굴이 파래졌다. 미화원이 커피숍에 들어오면 일부 손님이 대놓고 불쾌한 표정이나 언사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결국 실내로 들어가지 않고 도로 옆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이들의 사연을 들었다. 박씨는 원래 학술서적을 만들던 출판사의 사장이었다. 우리나라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자 야심차게 국내외 전문서를 여러 권 출판했지만 복사본이 만연한 우리 대학가에서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다고. 그는 “나이 마흔 가까워져 사업에 실패하니 적은 돈이라도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이 (이것 말고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옆에 앉아 있던 이씨도 3년 전 개인사업을 접고 미화원 일을 시작했다. 늘 새벽에 돼서야 집에 들어가는 일상이 계속돼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과감히 이 일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미화원 상당수가 우리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원래 직업을 정리하고 ‘제2의 삶’을 찾아 도전했다”면서 “몸이 고되긴 해도 내가 손품, 발품을 파는 만큼 거리가 깨끗해지는 아주 정직한 직업”이라고 자평했다. 예전보다 사회적 인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미화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고. 박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이름을 가명으로 써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내 일이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아빠는 환경미화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지 않을까 겁이 난다”며 고개를 떨궜다. #제2의 삶… 사회적 편견과도 싸운다 커피숍을 나와 마무리 청소를 하며 미화원 업무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자 교통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는 점을 꼽았다. 기자도 바람에 날려 차도로 굴러가는 쓰레기를 집으려다 자동차 ‘경적세례’를 여러 차례 받았다. 해가 뜨기 전에 미화 업무를 하다 과속으로 달리는 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례도 꽤 있다고 한다. 지금의 상암 일대가 ‘난지도’였던 시절부터 미화원 일을 했다는 베테랑 이운기(55)씨는 “쓰레기봉투가 터져 깨진 유리나 죽은 동물의 시체, 인분 등을 손으로 만져야 할 때가 무척 괴롭다”면서 “어슴푸레한 새벽에 미용용 마네킹의 머리나 팔 부분을 보면 진짜 사람인 줄 알고 놀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하다 시체를 발견한 적이 있냐고 묻자 이씨는 잠시 뜸을 들이다 “1993년쯤 서울 마포구 한 지역에서 검은 비닐봉투 안에 토막 살해돼 담겨 있던 시신 일부를 찾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털어놨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담담해졌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후배 미화원들은 충격과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하루 10~20차례씩 집 앞 골목 쓰레기를 치워 달라고 전화하는 악성 ‘민원왕’도 미화원에겐 애물단지라고. 오후 5시. 온종일 여의도 일대를 걸어다닌 탓에 배가 무척 고팠다. 미화원들은 식비를 아끼고자 인근 식당에서 음식을 ‘공동구매’해 나눠 먹는다. 이날 저녁 메뉴는 내장탕. 자신들이 먹기에도 많지 않아 보였지만 기자에게도 인심 좋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그릇을 푸짐히 떠 줬다. 혹시라도 봄꽃축제 관람객들에게 불쾌감을 줄까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기자는 이날 세상에서 가장 맛난 내장탕을 맛볼 수 있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터넷 없던 그때 그 시절, 숙제 도와준 ‘정보의 호수’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터넷 없던 그때 그 시절, 숙제 도와준 ‘정보의 호수’

    초등학교 다니던 때,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는 학교 공부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에는 컴퓨터나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 이렇게 자료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숙제를 한 개인에게 내주지는 않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 몇 명씩 모둠을 만들어 조사할 부분을 나누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는데 이렇게 여럿이서 한다고 그래도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자료를 다 찾은 다음에는 커다란 종이에 일일이 손으로 발표 내용을 정리했는데 지금이야 컴퓨터로 몇 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엔 그 작업도 일주일은 족히 걸렸다. 그래서 이런 숙제를 할 때는 선생님이 한 달 정도 여유를 주셨다. 오늘날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서 몇 시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을 이렇게 어렵사리 했다고 말하면 어린 친구들은 대부분 “시간낭비”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냥 헛손질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 시절에도 인터넷 검색도구같이 편리한 게 있었으니, 바로 ‘백과사전’이다. 숙제를 같이 하게 된 친구들 중에는 반드시 집에 백과사전이 있는 사람이 껴 있어야 조금이라도 힘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집엔 백과사전이 없었기 때문에 나 역시 친구 집에 가서 숙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네 집에 있던 것은 동아출판사에서 펴낸 서른 권짜리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이었다. 각 권이 내가 갖고 있는 국어사전보다도 컸고 겉은 튼튼한 하드커버다. 게다가 본문엔 글자뿐만 아니라 컬러사진도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백과사전의 위엄은 나를 주눅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허락만 해준다면 밤새도록 그 집에서 나오지 않고 책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날 이후 언젠가는 나도 백과사전을, 내 힘으로 꼭 구입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백과사전을 구입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이제는 아무도 백과사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간단히 휴대전화를 켜고 검색해 볼 수 있으니 그렇게 커다란 책은 짐만 되는 게 요즘 사정이다. 동아대백과사전 같은 경우 1990년대까지 수정판을 책으로 펴냈으나 이제는 그 모든 내용이 디지털화돼 포털사이트 안으로 들어와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된 백과사전을 곁에 두고 읽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백과사전이야말로 그것이 출판된 시대를 그대로 대변하는 중요한 유산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춘 백과사전이 출판된 것은 1958년 학원사(學園社)를 통해서다. 이 출판사 이름은 우리나라 현대출판인 1세대라 불리는 김익달(金益達) 선생의 호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15세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어렵게 공부한 끝에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선생은 평생 동안 자라나는 학생들을 지원하며 공부하기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정체가 바로 전6권으로 편찬한 학원사 ‘대백과사전’이다. 동아출판사도 그 다음해에 ‘새백과사전’을 출판했으나 이것은 한 권으로 편집된 것이라 월등히 방대한 학원사 백과사전에 비할 것이 못 됐다. 백과사전이 시대를 대변한다는 말뜻은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의 차이점을 보면 안다. 국어사전은 단어의 뜻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은 것에 그치지만 백과사전은 그와 더불어 사진, 그림, 그래프, 통계표 등 여러 가지 보충 자료들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늘 최신 자료를 싣는 것이 백과사전의 경쟁력인 만큼 대표적인 표제 어휘만 훑어 보더라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학원사 백과사전의 예를 들어 보면, 1958년에 펴낸 첫 번째 판에는 없는 내용을 수정판에 대거 포함한 것 중 하나가 1960년 4·19혁명과 그 이듬해 5·16 군사정변에 관한 부분이다. 4·19혁명을 1960년 11월에 펴낸 첫 번째 증보판 제7권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작업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는 걸 실감한다. 군사정변에 관한 내용은 1962년에 펴낸 수정판 제1권에 있다. 오늘날 우리가 군사정변이라고 부르는 사건에 대해서 학원사 백과사전 1권은 ‘군사혁명’이라는 표제어로 길게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한 면 정도를 넘기기 않는 표제어 설명 부분에 유독 군사혁명만큼은 깨알 같은 글씨로 아홉 쪽 반을 할애했고 흑백 화보도 여섯 면을 실었다. 내용을 읽어 보면 박정희에 의한 군사정변을 세계 유수의 혁명들과 견주며 찬양하고 있어서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세계화’라는 관심사와 맞물려 외국의 문화, 그리고 우주 및 인공위성에 대한 분량이 많아졌다. 그 전에도 강대국들은 인공위성을 계속 쏘아 올렸지만 처음으로 사람이 달에 발을 내디딘 것은 1969년의 일이다. 이제 인류의 영토는 지구를 넘어서게 됐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급속하게 산업화 시기를 맞고 있던 우리나라도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아마도 가장 큰 열정을 갖고 있던 쪽은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흐름을 대변하듯 어린이 잡지에는 우주과학이나 외계인 관련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백과사전의 경우 우주와 인공위성 분야는 분량이 워낙 많아 화보집과 본문을 따로 편집해서 부록으로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종이책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책에 활자로 수록한 내용은 금방 옛것이 된다. 학원사 백과사전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기에 처음 여섯 권으로 시작한 후 매년마다 수정판과 증보판을 한두 권씩 덧붙였다. 학원사 대백과사전은 1970년대에 이르러 분량이 20권에 이르렀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백과사전을 구입할 수 있는 가정은 자연스레 교양을 갖춘 중산층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에 학원사는 고가의 전집류를 좀더 많은 가정에 보급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월부책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헌책방에서 일하다 보면 1980~90년대 구입한 백과사전을 매입하느냐는 손님들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개의 경우는 헌책방에서도 매입을 하지 않는 형편이다. 매입을 해 두어도 구입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종이책으로 된 백과사전의 내용이 모두 인터넷에 있기 때문에 굳이 짐만 되는 백과사전은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에 정색하고 반박하지는 못하겠지만 때로 반대로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내용이 종이책에도 그대로 있다. 종이책을 넘겨 보며 찾는다는 건 불편한 일이지만 그 불편함이 또한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어렵게 얻은 지식이 오래 남는 법이고 그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장미 대선’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장미 대선’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세간에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돈다. 탄핵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해 후보들의 핵심 공약과 됨됨이를 평가할 시간이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후보 진영은 남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른바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공약을 통한 건전한 경쟁을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표심을 얻기에도 모자란 판에 ‘아니면 말고’ 식의 네거티브 전략은 그렇잖아도 혼돈스러운 정국과 한 달도 안 남은 대선판을 요동치게 한다.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국민은 기대했다. 탄핵이 되면 적폐가 청산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처럼 네거티브 전략만을 앞세운 사람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이라면 적폐 청산도, 새로운 세상도 요원해 보인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제기되는 ‘선거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미국 솔즈베리대학교 정치학과 남덕현 교수의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창비)는 대선 때만 되면 대통령이 아니라 ‘메시아’를 뽑는 듯한 한국의 정치 행태를 거침없이 비판한 책이다. 비판의 핵심은 선거만능주의다. 선거는 민의를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데, 남덕현은 오히려 선거제도가 민의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복기해 보자.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전철역 앞에서 인사하며 ‘종’이 되겠다고 말하는 건 선거운동 때뿐이다. 국회에서 치고받고 싸워도 국민은 그들의 싸움에 개입할 수 없는 졸(卒) 신세다. 국민을 존경한다며 한 표를 호소했던 대통령 후보들도 구중궁궐 청와대 입성과 동시에 국민을 잊어버린다. 5년 동안 무슨 일을 벌인다고 해도 욕만 내지를 뿐 막아설 방도가 없다. 청와대 정문까지 걸어갈 수도 없는 게 우리네 현실 아니던가. 다음 선거까지 견제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방법이 국민에게는 없는 게 선거, 즉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가장 큰 한계다. 그 기간 동안 국민은 “나는 투표했다”는 자위만으로 버텨야 한다. 결국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4·19혁명, 6월항쟁, 촛불 등과 같이 시민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수평적 소통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시민의 직접 참여만이 정치를 생활 세계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일을 ‘선택’하며 이미 정치의 생리를 터득하고 있다. 4년에 한 번 혹은 5년에 한 번 행사하는 “한 표의 힘”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한사코 시민사회의 힘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아마도 시민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저어했기 때문일 것이다.장미 대선이 끝나면 정치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얼마 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목도했다. 더불어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도출되는지도 보았다. 이번 대선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대통령이 어떤 길을 걷는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어렵게 되찾아 온 민주주의를 다시는 잊어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북마크]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북마크]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수습기자였던 2000년 6월 30일. 유족들의 멘트를 받아 오라는 선배 기자의 지시로 갔던 현장이 씨랜드 참사 1주기 추모식이었습니다. 씨랜드 사건은 한 해 전 경기도 화성의 청소년수련원 씨랜드에서 일어난 불로 5~6세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등 23명이 숨진 참사입니다. 그날 유족들로부터 한마디도 듣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말조차 건네지 못했습니다.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엄마(아빠)가 미안해”라고 절규하는 부모들 속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했을 뿐입니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의 뜻을 그때 실감했습니다.그 수습기자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참사들, 인재(人災)와 안전 불감증이라는 토씨 하나 바뀌지 않는 진단, 그리고 개인에게 재난의 고통을 전가하는 국가의 몰염치한 태도조차. 16일은 봄이어서 더 무참했던 세월호 참사 3년입니다. 배는 뭍으로 귀환했지만 우리는 304명의 죽음 뒤에 숨은 괴물의 정체를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출판계는 남겨진 자들의 기록으로 추모를 대신합니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해토), ‘재난을 묻다’(서해문집),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오름) 등 참사 3년을 맞아 출간된 책들은 우리의 상처와 기억이 오롯이 담긴 ‘시대화’(時代畵)입니다. 책으로 복원된 기록 중 ‘44년 전의 세월호’ 남영호 참사가 있습니다. 제주~부산을 오가는 여객선 남영호는 1970년 12월 15일 새벽 침몰해 최소 319명, 최대 337명(정부 기관별 사망자 추정)이 숨진 비극입니다. 침몰 원인은 과적으로 결론 났지만 당시 정부가 사고 발생을 알고도 10시간 넘게 구조에 나서지 않은 사실은 은폐됐습니다. 정부는 분노한 유족들을 불순 세력으로 매도했습니다. 두 비극이 유일하게 다른 점은 기록입니다. 남영호 참사가 제대로 된 공식 기록조차 찾기 어려운 “망각의 완전한 승리”였다면, 세월호는 우리 안에 호명되고 기록되고 환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설가 김훈 선생과의 저녁식사 중 ‘세월호를 소설로 쓰려고 하지 않으셨나’고 물었습니다. 선생은 “세월호 자료도 모으고 팽목항과 동거차도를 기웃거리며 인터뷰도 했지만 그 참담함과 비통함은 글의 한계 너머에 있다”고 답하시더군요. 강유정 문학평론가는 문학잡지 릿터 5호에서 “말을 하든 문장을 쓰든 마침에 당도하기가 어렵고 특히 술어가 잘 떠오르지 않게 된 소설가(황정은)들의 고백을 전하며 “2014년 4월 16일 이후 쓰는 것, 써야 하는 것, 보고 들었던 그 ‘사건적 경험’에 대한 사후적 윤리 감각(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기억이 기록되지 않는 이상 진실에 닿을 수 없다”(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며 펜을 놓지 않는 수많은 무명(無名) 기록자들의 헌신이 고맙습니다. ipsofacto@seoul.co.kr
  • 기적을 물고 찾아온 막내딸 ‘펭귄’

    기적을 물고 찾아온 막내딸 ‘펭귄’

    펭귄 블룸/캐머런 블룸·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박산호 옮김/북라이프/222쪽/1만 5000원비극은 앞서 왔고, 기적은 뒤이어 왔다. 주인공은 ‘샘’이라는 여성과 ‘펭귄’이라는 이름을 가진 까치다. 호주에 살고 있는 블룸 가족의 막내딸이 된 ‘펭귄 블룸’,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에서 기적이라고 부르는 많은 일들의 본질은 아마도 사랑일게다. 무엇보다 생의 가장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함께 웃고 울며 가족이라는 둥지 안에서 나누는 지지와 연대 말이다. 샘은 사랑받는 사람이다. 루벤, 노아, 올리버 세 혈기왕성한 남자 아이들의 엄마이자 간호사인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사진작가 캐머런 블룸의 아내. 책의 첫 문장은 “나는 파이를 먹다 샘과 사랑에 빠졌다”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우리 모두 그 혹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 마법의 순간, 한 존재에 대한 원형을 떠올리는 순간, 행복감을 느끼지 않는가. 블룸 가족은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2012년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태국으로 떠난 가족 여행에서 샘은 6m 높이의 전망대에서 추락했다. 척추를 다친 샘은 중환자실에서 퇴원했지만 두 다리를 쓸 수 없게 됐고, 미각마저 잃었다. 하루하루 샘의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절망’의 사투가 시작됐다. 사고 전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샘은 침실과 욕실에서 종종 흐느꼈고, 미소조차 잘 짓지 않았다. 샘은 자신이 직면한 비참한 상황에 분노했고, 흘러간 모든 일에도 분노했다. 밤마다 반복되는 극심한 ‘환상통’은 생에 대한 의지마저 소진시켰다. 저자는 아내를 보며 “내 인생 최고의 사랑을 잃어가고 있었다”고 썼다. 그러던 어느 날, 펭귄이 왔다. 지상 20m 높이의 소나무 둥지에서 해풍에 휩쓸려 밑으로 곤두박질쳐 아스팔트에 떨어진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까치였다. 블룸 가족은 작은 새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두 시간 간격으로 먹이고, 재우며,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아이들에게는 여동생으로, 샘과 캐머런에게는 딸로 불린 펭귄은 아이들과 함께 씻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와 함께 자고, 가족들과 입을 맞추며 일상을 함께했다.이 책이 전하는 얘기는 반려동물이 된 까치와 블룸 가족의 알콩달콩한 삶이 다가 아니다. 저자가 목격한 ”강하지만 동시에 연약한, 서로에 대한 공감과 위로로 묶여 있는 존재”들의 연대이자 사랑을 이 책은 말하고 싶어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펭귄의 이야기는 바로 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샘 블룸과 펭귄 블룸 둘은 서로에게 다정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를 보살피는 관계가 됐다. “샘은 똑바로 일어나 앉고 자신의 두 발로 서고 싶었고, 펭귄은 나무들 위로 그리고 구름 너머로 날아오르고 싶었다.”(131쪽) 어린 까치 펭귄이 성장해 날 수 있게 됐을 때, 샘도 성장했다. 날개를 다쳐 다시는 날 수 없을지도 몰랐던 펭귄은 움츠러들지 않고, 도약했다. 샘은 그런 펭귄을 보며 고통스러운 재활운동을 이겨내고 고통과 우울증을 다스릴 수 있게 됐다. 그녀는 카약을 배워 장애인 대회에 나갔고, 지금은 2020년 도쿄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저자는 2013년부터 2년 동안 펭귄과 가족의 사랑스러운 일상을 1만 4000여장의 사진으로 남겼다. 펭귄을 위해 만든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4만명이 넘는다. 이 책은 리스 위더스푼 제작, 나오미 와츠 주연의 영화로 제작될 계획이다. 블룸 가족은 한국에 출간된 책의 인세 10%(출판사 별도 2%)를 연세대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펭귄은 독립적이고 젊은 숙녀가 됐다. 이제 새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의 영역을 정찰하느라 우리 집 마당에서 점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포트 해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유쾌한 목소리로 깜짝 놀라게 하고, 장난꾸러기에, 호기심이 많고, 아주 웃긴 새이다. 지금 펭귄이 행복하고, 건강하고, 아주 자유롭다는 점에 감사할 뿐이다. 펭귄이 어디에 있건 펭귄은 항상 우리 가족이다.”(195~198쪽)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7살 ‘알레포의 안네 프랑크’. 책 낸다

    7살 ‘알레포의 안네 프랑크’. 책 낸다

    시리아 내전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의 참상을 트위터로 전 세계에 알린 ‘알레포의 안네 프랑크’ 바나 알라베드(7)가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한다. 알라베드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알포레 친구들을 구해주면 새로운 친구가 되어 주겠다’는 깜찍한 제안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알라베드는 올가을 미국에서 책 ‘세계에게’(Dear World)를 펴낸다. 출판은 유명 출판사 ‘사이먼 앤 슈스터(Simon & Schuster)가 맡는다. 그는 책에서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의 경험을 회고하고, 그와 가족이 시리아를 떠나 난민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풀어갈 정이다. 알라베드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책 출간소식을 알리며 “내 책이 사이먼 앤 슈스터에서 출판된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행복하다”며 “세계는 반드시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전쟁을 종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알레포 출신인 알라베드는 영어 교사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알레포의 참상을 트위터에 게재해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어린 소녀의 시선과 목소리로 내전의 실황을 고스란히 외부로 전해 ’알레포의 안네 프랑크‘ 또는 ’알레포의 트윗 소녀‘로 불린다.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죽은 자의 매장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베르크 호수 너머로 소나기를 뿌리더니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柱廊)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 사람이 아닙니다.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인 대공(大公)의 집에 머물렀을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지요,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아래로 내려갔어요. 산에 오면 자유로움을 느끼지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으로 가지요. (…)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Summer surprised us coming over the Starnbergersee With a shower of rain; We stopped in the colonnade, And went on in sunlight, into the Hofgarten, We drank coffee, and talked for an hour. Bin gar keine Russin, stamm‘aus Litauen, echt deutsch. And when we were children, staying at the archduke’s, My cousin‘s, he took me out on a sled, And I was frightened. He said, Marie, Marie, hold on tight. And down we went. In the mountains, there you feel free. I read, much of the night, and go south in the winter. -T S 엘리엇의 ‘황무지’중에서 *등단할 무렵에 시인이 되려는 자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T S 엘리엇(1888~1965)의 시를 찾아 읽었다. 황동규 선생님의 훌륭한 번역 덕분에 ‘황무지’가 그리 낯설지 않았다. 434행까지 이어지는 긴 시도 시작은 간단하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여기까지 읽고 나는 시인의 의도를 알아챘다) 아, 맞아. 바로 그거야. 해마다 봄이 되면 내가 느끼던 더러운 기분,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좋아하고 꽃구경한다고 호들갑을 떠는데, 나는 가슴이 아팠다. 처음 18행만으로도 ‘황무지’를 맛보기에 충분했다. 황무지라는 제목, 그리고 독자를 사로잡는 첫마디에서 오마르 하이얌의 사행시가 연상됐다. ‘새해가 되니 옛 욕망이 되살아나’ ‘황야도 천국이 되리’라고 노래했던 페르시아의 시인을 엘리엇도 알고 있었으리라. 슈타른베르크는 독일에 있는 호수의 이름이다. 호프가르텐은 뮌헨의 공원이다. 11행에 불쑥 튀어나오는 독일어 “저는…진짜 독일인입니다”라는 표현은 여행객의 입에서 나온 대화다. 시의 화자가 바뀌면 보통 집어넣는 연결어를 엘리엇은 생략했다. 그 결과 시는 난해해졌지만 긴장감은 높아졌다. 이런 해골복잡한 현대시도 외워지려나. 처음 몇 행을 외워봤는데 의외로 잘 외워졌다. ‘breeding’ ‘mixing’ ‘stirring’ 그리고 한 줄 건너 ‘covering’ ‘feeding’으로 끝나는 각운이 있기 때문이다. 8행부터 어조가 바뀌고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8행부터 18행까지는 휴가지에서 사교계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무의미한 말들이다. 시인의 고도로 절제된 시어를 음미하다가, 8행부터 앞뒤 맥락 없이 대화체의 확 풀어진 산문이 나오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시의 중간에 아무 관계없는 말들을 삽입하는 것은, 운문에서 산문으로의 이행만큼이나 신선한 놀라움이었으리. 지금은 이보다 난해한 시들이 수두룩해 별 놀랄 일도 아니나, 1920년대에는 세련된 독자들도 익숙하지 않은 짜깁기였다. 다양한 시점에서 형태를 분석한 입체파의 그림처럼, 엘리엇은 시에 콜라주 수법을 도입했다. 시간과 공간도 다르고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말들, 다른 언어, 다른 목소리들을 짜 맞추어 한 편의 시를 구성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1888년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나 18살 때까지 촌구석 미주리주에서 보내고, 하버드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유럽으로 건너간 엘리엇. 파리에서 피카소 일당의 아리송한 현대미술을 목격하고 그가 받은 충격이 ‘황무지’에 녹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런던에 정착해 영국 여자와 결혼하고 로이드 은행에서 근무하며 시를 썼던 건실한 미국 청년이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인이 됐다. 다른 목소리가 등장하는 8행을 ‘summe’로 시작하고, 전체의 통일성을 위해 (그리고 리듬을 살리기 위해) 바로 뒤에 ‘ing’로 끝나는 ‘coming’을 배치한 시적 전략에 나는 감탄했다. 1922년 영국에서 출판된 시집 ‘황무지’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보다 나은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 원래 시의 초고는 더 길었는데, 에즈라 파운드가 절반 정도의 분량을 잘라내어 ‘황무지’가 탄생했다니. 자신의 야심작을 파운드에게 바칠 만하다.
  • 울고 싶을 때… 詩 한편이 내게로 왔다

    울고 싶을 때… 詩 한편이 내게로 왔다

    출판사 창비의 詩 앱 ‘시요일’ 원하는 소재·주제 따라 검색 “종이책 살리는 플랫폼 될 것” ‘혼술’을 할 때, 울고 싶을 때,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어떤 시를 읽으면 좋을까.지금까지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시집을 한참 뒤적여야 얻을 답이었다. 분위기, 감정, 날씨, 기념일, 원하는 소재와 주제 등에 따라 맞춤한 시를 찾아 즐길 수 있는 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독자들과 만난다. 출판사 창비가 11일 첫선을 보인 ‘시요일’이다.‘세상의 모든 시, 당신을 위한 시 한 편.’ 앱에 들어가면 가장 첫 화면에 뜨는 이 문구대로 ‘시요일’은 독자들이 어떻게 원하는 시를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현재 406번까지 출간된 창비시선, 창비 단행본 시집, 동시집, 청소년 시집 등 3만 3000여편의 시가 포진해 있다.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정지용, 이상, 오장환, 김영랑, 김수영 등 국내 대표 근대 시인뿐 아니라 고은, 신경림, 정희성, 천양희, 김사인,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문태준, 김선우, 박연준, 오은, 안희연 등 현재 활동하는 원로부터 중견·신진 시인들의 작품과 손쉽게 교감할 수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염종선 창비 편집이사는 “한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인 시가 여러 매체 환경의 변화로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시라는 좋은 콘텐츠와 모바일 기기를 결합한 새로운 문학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으로 시를 소비하지 않는 풍토가 생겼다고 하지만 최고의 문자 예술이자 단문 콘텐츠인 시가 외려 모바일, SNS에 최적화된 장르라는 역발상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키워드, 태그를 통한 시 검색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운 시요일에서는 오늘의 시, 테마별 추천시, 낭송시 등도 취향대로 감상할 수 있다. ‘좋아요’ 누르기, 댓글 달기, 공유하기, 스크랩하기 등의 소셜네트워크 기능도 갖추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로 마음을 전할 수도, 내가 애송하는 시를 따로 스크랩해 주문형 출판(POD)으로 ‘나만의 시집’을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출판 시장에서는 초판만 찍고 숨을 이어 가지 못하는 책이 전체의 80~90%에 이르고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신간이 유통되는 기간이 3~6개월 정도로 짧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 앱은 ‘종이책의 위기’를 부추기는 촉진제가 되진 않을까. ‘시요일’ 출시를 주도한 박신규 창비 편집위원은 “앱을 통해 시를 향유하는 독자들이 늘면 책의 물성을 포기할 수 없는 독자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앱이 종이책을 죽이는 게 아니라 종이책 시장을 살리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앱은 4월 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후에는 월 이용료 3900원 등 유료로 전환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초점] 대기업 사내하청 ‘93만명’…이중구조 사상 최대

    [초점] 대기업 사내하청 ‘93만명’…이중구조 사상 최대

    상당수 인건비 절감 등 목적 각종 복리후생 배제돼 격차 300인 이상 대기업에 속한 사내하청 근로자가 지난해 93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을 포함할 경우 전국의 사내하청 근로자는 100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상시적인 업무에 대한 직접고용을 확대하는 한편 원청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사내하도급 100만명 시대, 문제점과 정책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기업고용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 사내하청 근로자 규모는 93만 125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기업 사내하청 근로자 수는 2014년 81만 6344명, 2015년 91만 7634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제조업 77.5%가 사내하청 고용 기업고용공시자료에서 응답기업의 절반인 51.1%(1766개)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당 평균 인력은 270명이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77.5%(713개)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제조업은 교육서비스업(72.7%), 금융·보험업(79.2%), 출판·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69.9%) 등에서 활용기업 비율이 높았다. 당초 사내하청은 경쟁에서 뒤지는 분야를 아웃소싱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전략의 하나로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당수 기업이 인건비를 절감하거나 간접적인 고용관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사내하청의 증가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늘려 일자리 양극화를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1차 협력사 근로자의 임금총액이 원청 정규직의 5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원청이 제공하는 학자금지원과 각종 복리후생에서도 대부분 배제돼 실질적 소득격차는 더 크다.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하면서 사망사고는 하청 근로자에게 집중됐다. 지난해 고용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0대 기업의 사망노동자 245명 가운데 86.5%인 212명이 하청 근로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에는 사망 근로자 38명 가운데 원청 근로자는 2명인데 반해 하청 근로자는 36명으로 18배 규모였다. ●사망자 10명 중 9명은 사내하청 보고서는 사내하청 관련 정부 정책의 초점이 원·하청 격차 해소에 집중됐지만 진성도급과 불법파견의 경계가 모호한 가운데 원·하청간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사내하청 규모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불법파견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원청에 대한 책임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정흥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위장도급, 불법파견에 대한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고 나아가 사내하도급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제조업이든, 비제조업이든 상시적인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이라며 “어떤 업무가 직접고용 대상인지 실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공무직 전환사례처럼 사내하청 근로자를 2년간 기간제로 고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하청 근로자를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처럼 생명과 관련된 업무는 직접 고용하도록 유도하고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정 위원은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광명의 시인 ‘기형도 문학관’ 7월 문연다

    광명의 시인 ‘기형도 문학관’ 7월 문연다

    경기 ‘광명의 시인’ 고 기형도 시인 문학관이 다음달 말 완공돼 이르면 7월 문을 연다. 광명시는 11일 오리서원 대강당에서 양기대 시장과 기형도 시인 모친 장옥순 여사, 누나 기향도씨가 참석한 가운데 ‘기형도 문학관 건립 및 운영을 위한 업무추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광명문화재단에서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시는 기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소하동 산144번지에 3층 규모로, 공사비 29억 5000만원을 들여 문학관을 건립 중이다. 이 문학관에 기형도의 시집과 육필원고 등을 전시할 상설전시실이 마련된다. 이외에도 문학행사를 개최하는 기획전시실과 다목적 강당, 소규모 독서공간, 자료실, 수장고 등을 갖추게 된다.협약에 따라 유족들로부터 기 시인의 유품을 기증받고 기형도 성명권 사용 등 문학관 건립·운영 권한을 갖는다. 향후 시는 기 시인을 활용해 도시 브랜드를 홍보하고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양기대 시장은 “광명시를 대표하는 시인인 기형도 시인을 기리는 기형도문학관은 그를 추억하는 장소”라며, “주변 오리서원과 충현박물관을 연결해 역사·인문이 어우러지는 문화벨트를 조성해 광명시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코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형도 시인은 5살 때부터 29세 요절하기까지 시흥군 소하리, 지금의 소하동에 살았다. 그의 시 ‘엄마걱정’·‘안개’·‘빈집’ 등 많은 작품에는 이곳에서 보낸 유년·청년 시절이 담겨 있어 광명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은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됐고, 스페인어로도 출판돼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조세희 소설 ‘난쏘공’ 국내문학 첫 300쇄

    소설가 조세희(75)의 스테디셀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초판을 찍은 지 39년 만에 300쇄를 돌파했다. 출판사 이성과힘은 ‘난쏘공’이 300쇄 3500부를 찍었다고 10일 밝혔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이 300쇄를 넘겼으나 국내 문학에서 이 기록을 세운 것은 ‘난쏘공’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난쏘공’의 누적 발행 부수는 137만부. 이 작품은 1978년 초판을 펴낸 이후 문학과지성사에서 134쇄를, 2000년 7월 이성과힘으로 출판사를 옮기고 이날까지 166쇄를 추가로 찍었다. 2005년에는 한국문학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200쇄를 돌파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1권이 4년 뒤인 2009년 3월 이 기록을 따라잡았고 현재는 253쇄까지 발간했다. 시대를 초월하는 필독서로 자리잡은 ‘난쏘공’은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벼랑 끝으로 밀려난 도시 빈민의 참상을 그린 연작소설집이다. 작가가 1975~1978년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12편을 묶었다. 이성과힘의 조중협 대표는 “원래 100쇄, 200쇄 출간 때처럼 작가가 간담회를 열어 ‘난쏘공’과 시국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으나 건강 문제로 계획이 무산됐다”며 “작가가 과거 문예지에 연재한 장편소설 ‘하얀 저고리’도 펴낼 계획이지만 건강 등의 문제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詩 쓰는 교사 26인 ‘세월호 위한 진혼곡’

    ‘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남쪽 바다에서 있던 일을 지켜본 바닷바람이/세상의 모든 숲과 나무와 강물에게 알려 준 슬픔이었다/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 있을 아픔이었다/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도종환 시인-화인) 교사 문인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을 지었다. 문학을 통해 교육, 사회, 역사를 고민하는 교사 문학 단체 교육문예창작회에 속한 전현직 교사 26명이 세월호 참사 3주년을 앞두고 펴낸 시집 ‘세월호는 아직도 항해 중이다’(도서출판 b)를 통해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학생들이었던 만큼 교사 문인들의 통증은 더 컸다. “분필을 들던 손으로 촛불을 들고, 촛불을 드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며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아직 인양하지 못한 진실이 깊은 곳에 잠겨 있으므로 우리가 쓰는 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교육문예창작회는 매주 금요일마다 안산에 있는 4·16기억저장소에서 단원고 희생자 261명을 기억하는 시낭송 행사 ‘금요일엔 함께하렴’을 진행하며 현실을 문학에 적극 담아 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욜로족’을 잡아라!’ 방송가는 지금 ‘욜로’ 열풍

    ‘‘욜로족’을 잡아라!’ 방송가는 지금 ‘욜로’ 열풍

    휴양지서 음식 장사 tvN ‘윤식당’ 답답한 현실 벗어나고픈 욕망 충족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1.3% 기록 OtvN ‘숲으로’·올리브 ‘섬총사’ 등 ‘욜로족’ 겨냥 예능 프로 잇따라‘욜로족’을 잡아라! 최근 문화계에 ‘욜로’(YOLO) 열풍이 불고 있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올해 트렌드 키워드다. 욜로족들은 한 번뿐인 인생에서 미래를 위해 자신이 꿈꾸는 삶을 미루기보다는 지금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이상과 로망을 실현하며 살기를 원한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복잡하고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쳐 ‘욜로족’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로망을 실현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tvN ‘윤식당’은 ‘욜로족’을 겨냥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은 따뜻한 휴양지인 발리 근처의 한 섬에서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가 한식당을 차리고 관광객들에게 우리 음식을 파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방송 3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인 11.3%를 기록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재방송분도 케이블 프로그램 대박의 기준인 2~3%대 시청률을 보이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윤식당’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달 살아보기’ 콘셉트로 7일간 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겪은 일을 카메라에 담았다. 답답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일도 하고 휴식도 즐기고 싶은 시청자들의 로망을 제대로 자극했다는 평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현대인들 모두의 로망”, “힐링이 돼서 몇 번씩 다시 보게 된다”는 소감은 물론 음식 자영업자들의 의견, 다음 촬영지 제안 등이 쏟아지고 있다.●‘안분지족의 삶’ 대리 만족 경험 선사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열대지방의 휴양지에서 식당을 열고 낮에서 일하고 밤에는 쉬면서 안분지족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걸 알지만 해외에서 작지만 예쁜 식당을 열어 번 돈으로 살아 보고 싶은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처음 방송한 O tvN의 ‘주말엔 숲으로’는 아예 ‘욜로, 로망껏 살아보기’를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실제 욜로족을 찾아가 그들의 욜로 라이프를 체험하는 콘셉트다. 1회에는 은행에서 고액 연봉자로 일하다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3년 전 제주도에 정착한 욜로족 김형우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김용만, 주상욱 등 출연자들은 현재 제주도에서 여행 루트를 개발하는 기획자의 삶을 살고 있는 김형우씨의 안내로 숨겨진 명소에서 산악자전거(MTB)를 타고 제주도 전통 낚시인 ‘꼬망낚시’를 즐기며 제주도의 욜로 라이프를 체험했다. 이 프로그램은 은퇴 이후가 아니라 30·40 욜로족을 겨냥한다. 이종형 PD는 “20대 때부터 꿈꿨던 삶을 더이상 늦출 수 없어 결단력 있게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인생 2막을 연 30~40대 ‘신자연인’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자연이 주는 힐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욜로족들의 대표적 로망인 여행 프로그램도 진화하고 있다. KBS ‘배틀 트립’은 특정 주제로 여행을 다녀온 2인 1조 연예인들이 서로 다른 여행 루트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에는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버킷리스트 여행’을 주제로 삼았다. 5월에 방송 예정인 올리브TV의 ‘섬총사’는 섬에서 일주일 동안 살아 보는 모습을 담아내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강호동, 김희선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출판계 힐링서적으로 ‘욜로 열풍’ 견인 이 같은 욜로 열풍은 출판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욜로 열풍은 자기계발서의 연장선으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업무 기술, 대화 기법 등 물리적인 자기 계발만으로는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면서 출판계에서 개인의 삶을 돌보고 집중하는 힐링 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문화계의 욜로 열풍이 삶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욜로 열풍은 현대인들이 기존에 학습된 성공의 궤도에 의문을 품으면서 삶의 다양성과 성공의 기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데 따른 것”이라면서 “대리 만족적 즐거움을 문화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지만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보여 주기식이나 겉핥기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기 혐의’ 홍신애, “길을 걸으면 사기꾼 오명에 손가락질” 심경 토로

    ‘사기 혐의’ 홍신애, “길을 걸으면 사기꾼 오명에 손가락질” 심경 토로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잇따른 사기 혐의 피소 후 심경을 털어 놓았다. 홍신애는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시 아침 운동을 시작했고 봄 미나리를 넣고 싼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2년을 공들여 만든 즉석밥과 비빔소스 런칭이 취소됐고 물건은 전량 폐기될 위기. 곤약미와 홍신애쌀은 반품이 되기 시작했고 라디오는 하차했으며 강의도 자문도 없다”며 “길을 걸으면 사기꾼이란 오명을 쓰고 손가락질과 질타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쯤 되면 그들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듯싶다. 하지만 경제적인 타격이 크고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도 일단 마음은 편하다”며 “내가 거리낄게 없으니 세상이 몰라줘도 내가 안다. 지난주 손님이 없을까봐 걱정했던 솔트는 평소보다 1.5배 많아진 손님에 내가 더 열심히 일 할 수밖에 없었고 생일날 보다 더 많이 배달되는 선물들에 감사한 마음을 백배이상 가지면서 눈물로 보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모두 파이팅을 외쳐주고 요리 하나라도 더 팔아주겠다고 기다렸다 식사를 하고 가셨다”며 “이 모든 악연과 힘든 일들이 나의 오만과 자격미달에서 왔을 지언정 늘 감사할 일들 뿐인 내 인생은 이미 모든 것이 충만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신애는 “오늘부터는 다시 운동하고 다시 정비해서 더 열심히 달린다”며 “이 와중에 무조건 믿어주는 사람들·수요미식회·AK백화점·배달의민족·가든포레스트·다이어리 알·농진청 등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점, 잊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홍신애는 지난해 6월, 이혜승 SBS 아나운서와 BCM미디어 출판사를 상대로 10년 전 공동 발간한 요리책 저작권료 30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BCM미디어 출판사는 같은 해 10월 홍신애를 허위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한 혐의(사기)로 고소했다. 또한 요식업체 D사는 홍신애를 상대로 사기혐의로 지난해 11월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D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홍신애는 메뉴 및 레시피를 개발·제출했으나, 그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레시피를 그대로 복제했다는 것. 사건을 내려받은 서울강남경찰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홍신애를 소환하는 등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뮤지컬로 재탄생...앤 해서웨이 출연 ‘눈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뮤지컬로 재탄생...앤 해서웨이 출연 ‘눈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최근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엘튼 존, 극작가 폴 러드닉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뮤지컬 제작 계획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지난 2년여 동안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인 케빈 맥컬럼이 추진해오던 것이 작업에 속도를 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뮤지컬 ‘라이언 킹’과 ‘아이다’의 음악을 담담했던 엘튼 존이 이번 작품 속 음악 작곡을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튼 존은 “원작 소설과 영화의 엄청난 팬이며, 패션의 열렬한 팬으로서 어서 작업하고 싶다”며 소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03년 출판된 로렌 와이스버거의 소설로, 2006년 메릴 스트리프,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앤 해서웨이는 뮤지컬에 ‘재클린 폴렛’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윤창중 “제 상태는 나체였습니다” 진술서 공개

    윤창중 “제 상태는 나체였습니다” 진술서 공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이 9일 방송을 통해 2013년 5월 작성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당시 윤창중 전 대변인은 성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노크 소리가 나 혹시 무슨 발표인가 하는 황망한 생각 속에서 얼떨결에 속옷 차림으로 갔다. ‘누구세요?’하며 문을 열어봤더니 그 가이드여서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하고 문을 닫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속옷 차림이었으며, 나체 차림이었다는 언론의 보도는 잘못됐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또 첫 번째 성추행에 대해 “바에서 나가 계단을 오르던 중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한차례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개된 윤 전 대변인의 진술서에는 ‘제 상태는 나체였습니다’라고 써있었다. 제작진은 해당 진술서를 국제법학감정연구소에 필적을 의뢰했고 전문가는 윤 대변인의 필적이 맞다고 분석했다. 제작진은 미국 위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당시 피해 여성 A씨를 만나 5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전히 트라우마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A씨는 시간대별 상황과 인터뷰에 응한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씨는 “엉덩이를 만진 것, 호텔 방 안에서 나체였던 것 외에도 수치스러운 성희롱이 더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언론을 피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을 오갈 텐데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도 힘든데 윤창중은 아무렇지 않게 활동을 재개한 것을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출판기념회, 보수단체 시위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다. ‘나체’ 공방을 언급하며 “제가 나체로 성추행을 했다면 워싱턴 형무소에 있지, 지금 이 자리에 있겠습니까”라며 자신이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평범한 도서관은 가라” 만화·영화·여행·장난감테마 등 특화 전문도서관 눈길

    “평범한 도서관은 가라” 만화·영화·여행·장난감테마 등 특화 전문도서관 눈길

    온갖 종류의 도서나 문서·기록·출판물 따위 자료를 모아 두고 볼 수 있게 만든 시설인 도서관. 경기도내 도서관은 모두 244개로 전국 1009개 중 24%를 차지한다.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영화나 여행·행정·만화 테마로 특화하거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친환경장난감으로 꾸며놓는 등 개성있는 이색도서관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부천시청 정문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행정 전문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1층 매점과 만화카페가 있던 곳에 123㎥ 규모로 행정정보를 모아 놓은 도서관 ‘시정담벼락’이 우선 눈에 띈다. 이곳엔 지난해 7월 4일 폐지된 원미·소사·오정구청 3곳의 행정자료와 시정보고서 등 모두 5500권이 소장돼 있다.영화전문인 부천시 판타스틱 큐브 도서관은 주로 영화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영화전문도서관으로 영화 관련 전문도서뿐 아니라 예술도서와 인문학도서, 잡지 등 9000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2층에는 DVD코너를 조성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역대 상영 작품을 열람할 수 있다. 또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역대 포스터를 비롯한 아기자기한 영화소품들이 전시돼 있어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 도당도서관으로 가면 좋다. 내부가 나무와 하얀색이 어우러진 자료실은 445㎡(134평) 크기로 여행·일반·아동서가와 책 4500여권, 좌석 150개가 준비돼 있다. 여행 서가에 배낭여행이나 주말여행, 가족여행, 국내외여행 등 테마별 여행코너가 있어 원하는 책을 찾기 쉽다. 특히 세부적으로 여행코너별 도서들이 있다. 이 밖에 여행도서 시리즈로 프렌즈와 홀리데이, 100배 즐기기, 셀프트래블이 있다. 만화’로 특화한 ‘카페’같은 부천 오정도서관은 오는 29일 문을 연다. ‘카페, 만화’콘셉트의 특색 있는 분위기로 오정어울마당내 2305㎡ 크기다. 종합자료실로 다락방 같은 큐빅공간과 월간잡지 하우스, 창가 노트북석 등 카페처럼 다양한 열람공간을 마련했다. 만화자료실에는 만화작가의 방과 웹툰 전용 태블릿PC 코너, 우수만화 수상작 코너 등 다양한 주제를 골목길 식으로 구성했다.발길을 광명으로 돌리면 중앙도서관에 전국에서 가장 큰 장난감도서관이 있다. 신세계이마트 희망장난감도서관 광명관이다. 451㎡ 규모인 광명관은 광명시가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체결한 ‘광명동 주민을 위한 장난감도서관 설치 협약’의 결실작이다. 이곳은 장난감 대여실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노는 너울가지 놀이실을 비롯해 육아상담실과 놀이치료실, 교육실이 꾸며져 있다. 시민의 곁으로 직접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흥시 라온도서관도 특색 있다. 46인승 대형승합차로 만든 이동도서관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구비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콘텐츠를 제공한다. 놀이와 체험을 통해 원리를 깨우치는 의정부시 과학도서관은 천문우주체험실로 유명하다. 이곳은 ‘놀이와 체험을 통해 배우는 즐거운 과학탐험’이라는 주제로 아이들에게 과학에 흥미를 유발하고 호기심을 일깨워준다. 이 밖에 수원 영통도서관은 다문화 특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자료실에는 다국어 자료 6682권이 구비돼 있고, 다문화 가정 자녀와 결혼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북아트나 동화구연을 활용해 독서지도를 하고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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