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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희경 기자의 규제 클렌즈] 별걸 다 통제하는 정부 ‘압박수비’… 혁신 스트라이커 막는다

    #1. 가방, 의류 등 신체에 접촉하는 용품이면 전기용품처럼 KC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도입된 2017년 전후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은 계절별로 최대 수백만원인 인증비용과 신제품 출시가 지연된다는 소상공인의 호소를 적극 수용했다. 지자체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시행을 1년 유예하도록 건의했고, 법 시행 이후엔 수억원의 KC 인증 비용 지원 예산을 배정했다. 다품종·소량생산 제품마다 옷감, 실별로 각각 KC 인증을 받는 현행 방식으로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본 소상공인 대다수가 인증 자체를 기피했고, 지자체 지원 예산은 남았다. 소상공인들은 옷을 만들기 전 옷감, 실, 단추 같은 원재료 KC 인증을 철저히 해 인증받은 재료로만 옷과 가방을 만드는 방식의 품질 관리를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2. 대중교통 운행이 끝난 시간 외곽 콜을 받고 움직여 고립된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몇천원을 받고 손님이 많은 번화가로 다시 이동시켜주는 대리기사 셔틀 서비스는 불법이다. 온라인 카풀 서비스 도입 시 쟁점이 됐던 것과 같은 여객운수사업법 조항에 걸린다. 불법이기 때문에 대리기사 셔틀 기사들은 단속되면 전과를 지니게 되기 일쑤였다. 대중교통을 비롯해 대체 이동수단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 한 광역 지자체가 4~5년 전 대리기사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대책을 모색했다. 약 1년 동안 온갖 방법을 모색했지만, 여객법의 처벌 조항을 뚫을 근거를 찾지 못했고 TF는 성과 없이 끝났다. 공익을 해치며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로비에 포획된 공무원, 또는 규정에 없다며 현장 애로에 무심한 복지부동 공무원은 한국에서 규제개혁이 잘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때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장 민원을 경청해 적극 활로를 모색하려는 공무원들의 예는 적지 않다. 문제는 현장 바람대로 개혁을 이루는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주기적으로 공무원들이 이뤄 낸 규제개혁 사례를 포상·홍보해 왔다. 어떤 개혁인지 지난 4월 국무조정실이 취합해 발표한 ‘네거티브 규제(우선 허용 뒤 선별 규제) 전환 사례’로 제시한 132건을 엿보았다. ▲유선 방식 소방경보시설 규제를 풀어 무선 사물인터넷(IoT) 무선 화재알림 설비를 허용하고 ▲국공립·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에 한정했던 기상업무 관련 연구 주체를 중소·벤처기업 부설연구소까지 확대하고 ▲맥주·과실주 등을 제조할 때 오크(나무)통만 허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테인리스통에 오크칩을 넣어 향을 입힐 수 있게 하고 ▲출판, 수출입, 배급, 판매, 디지털제작, 디지털전송 등 6가지로 한정했던 만화사업자 개념을 매니지먼트나 에이전시 등 신직종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변경한 사례 등이 정부가 내세운 규제혁신 사례다. 대체 왜 스마트폰이 나온 지 10년이 넘는 동안 무선 화재알림 설비 설치가 안 됐을까. 정부는 왜 주류 제조법에 따른 과세 방식 모색에 그치지 않고 주류 생산방식 자체를 규정했을까. 이쯤 되면 132건의 목록은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드러내기보다 정부가 별 걸 다 통제하고 있음을 자각할 도구로 보인다. 공무원들이 열심히 정부의 규제 목록 바다를 헤매며 개혁 사례를 늘려 가고 있음에도 현장의 규제개혁 요구는 잘 반영되지 않는 이유를 고 이민화 KAIST 교수는 추격형 성장전략의 부산물로 봤다. “한국에서 (추격) 실패는 나쁜 것으로 징벌의 대상이 됐기에 사전규제를 통해 실패를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산업 생태계에서 당국은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압박 수비’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공무원 한 명의 각성은 힘이 없다. saloo@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규제 클렌즈] 별걸 다 통제하는 정부 ‘압박수비’…혁신 스트라이커 막는다

     #1. 가방, 의류 등 신체에 접촉하는 용품이면 전기용품처럼 KC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도입된 2017년 전후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은 계절별로 최대 수백만원인 인증비용과 신제품 출시가 지연된다는 소상공인의 호소를 적극 수용했다. 지자체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시행을 1년 유예하도록 건의했고, 법 시행 이후엔 수억원의 KC 인증 비용 지원 예산을 배정했다. 다품종·소량생산 제품마다 옷감, 실별로 각각 KC 인증을 받는 현행 방식으로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본 소상공인 대다수가 인증 자체를 기피했고, 지자체 지원 예산은 남았다. 소상공인들은 옷을 만들기 전 옷감, 실, 단추 같은 원재료 KC 인증을 철저히 해 인증받은 재료로만 옷과 가방을 만드는 방식의 품질 관리를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2. 대중교통 운행이 끝난 시간 외곽 콜을 받고 움직여 고립된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몇천원을 받고 손님이 많은 번화가로 다시 이동시켜주는 대리기사 셔틀 서비스는 불법이다. 온라인 카풀 서비스 도입 시 쟁점이 됐던 것과 같은 여객운수사업법 조항에 걸린다. 불법이기 때문에 대리기사 셔틀 기사들은 단속되면 전과를 지니게 되기 일쑤였다. 대중교통을 비롯해 대체 이동수단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 한 광역 지자체가 4~5년 전 대리기사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대책을 모색했다. 약 1년 동안 온갖 방법을 모색했지만, 여객법의 처벌 조항을 뚫을 근거를 찾지 못했고 TF는 성과 없이 끝났다.  공익을 해치며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로비에 포획된 공무원, 또는 규정에 없다며 현장 애로에 무심한 복지부동 공무원은 한국에서 규제개혁이 잘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때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장 민원을 경청해 적극 활로를 모색하려는 공무원들의 예는 적지 않다. 문제는 현장 바람대로 개혁을 이루는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주기적으로 공무원들이 이뤄 낸 규제개혁 사례를 포상·홍보해 왔다. 어떤 개혁인지 지난 4월 국무조정실이 취합해 발표한 ‘네거티브 규제(우선 허용 뒤 선별 규제) 전환 사례’로 제시한 132건을 엿보았다. ▲유선 방식 소방경보시설 규제를 풀어 무선 사물인터넷(IoT) 무선 화재알림 설비를 허용하고 ▲국공립·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에 한정했던 기상업무 관련 연구 주체를 중소·벤처기업 부설연구소까지 확대하고 ▲맥주·과실주 등을 제조할 때 오크(나무)통만 허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테인리스통에 오크칩을 넣어 향을 입힐 수 있게 하고 ▲출판, 수출입, 배급, 판매, 디지털제작, 디지털전송 등 6가지로 한정했던 만화사업자 개념을 매니지먼트나 에이전시 등 신직종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변경한 사례 등이 정부가 내세운 규제혁신 사례다.  대체 왜 스마트폰이 나온 지 10년이 넘는 동안 무선 화재알림 설비 설치가 안 됐을까. 정부는 왜 주류 제조법에 따른 과세 방식 모색에 그치지 않고 주류 생산방식 자체를 규정했을까. 이쯤 되면 132건의 목록은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드러내기보다 정부가 별 걸 다 통제하고 있음을 자각할 도구로 보인다.  공무원들이 열심히 정부의 규제 목록 바다를 헤매며 개혁 사례를 늘려 가고 있음에도 현장의 규제개혁 요구는 잘 반영되지 않는 이유를 고 이민화 KAIST 교수는 추격형 성장전략의 부산물로 봤다. “한국에서 (추격) 실패는 나쁜 것으로 징벌의 대상이 됐기에 사전규제를 통해 실패를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산업 생태계에서 당국은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압박 수비’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공무원 한 명의 각성은 힘이 없다.  saloo@seoul.co.kr
  • “국어 순화 목적은 의사소통… 고유어 고집 말고 순화 폭 넓혀야“

    “국어 순화 목적은 의사소통… 고유어 고집 말고 순화 폭 넓혀야“

    광복 74주년 ‘한국사회 언어’ 좌담회 광복 직후 우리 사회가 의미 있게 진행한 일은 말 다듬기였다. 일제 청산이라는 뜻도 있었지만, 민주적인 소통과 가치 있는 언어를 만들어 가기 위한 작업이었다. 한글맞춤법으로 대표되는 어문규범의 정비는 질서 있는 소통을 위한 틀을 새롭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언어의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했다. 시대마다 사회적 요구는 달라졌고, 언어가 그것을 대변하도록 하는 데 우린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광복 74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은 우리 사회가 언어와 관련해 풀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광복과 분단, 한국사회 언어의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권재일 한글학회장, 김하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희창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이경우 어문부장이 맡았다.[국어 순화] -광복 직후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국어 순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말 다듬기다. 일본말 지우기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오랜 숙제 같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정희창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어 순화는 당위론적인 것이라는 믿음과 아주 근사하게 대안을 제시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두 번째 믿음은 아닌 것 같다. 국어 순화어로 제시된 말들이 널리 정착되지 못한 것은 국어학적으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국어 순화라는 것은 의사소통의 문제다. 국어 순화의 사전적인 정의는 언어에서 잡스러운 것을 배제하고 순수한 것을 회복한다는 식으로 돼 있는데, 순수한 것을 회복한다기보다는 소통성을 높이는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국어 순화의 방식이 반드시 한자어나 외국어를 고유어로 다듬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자어를 좀더 쉬운 한자어로 다듬을 수도 있는 것이고, 쉬운 외래어를 좀더 쉬운 외래어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어 순화의 폭을 넓혀야 한다. 권재일 한글학회장 국어 순화는 왜 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놓고 봐야 한다. 의사소통의 능률을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두면 순화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반복을 해도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전통적으로 해 온 바른 말 고운 말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차원에서 벗어나 의사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김하수 전 연세대 교수 대중의 정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하는 행동의 합목적적인 것에 치중하고 문법적 조어에 맞는 말을 순화어로 내놓으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중들은 직관적인 것을 좋아한다. 땡땡이, 쫄쫄이, 뻥뻥이 같은 말이 훨씬 쉽게 다가간다.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 이미 일반화된 어떤 말을 다시 쉬운 말, 토박이말로 제시하려는 데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헝그리 정신’을 ‘맨주먹 정신’으로, ‘포퓰리즘’을 ‘대중주의’로 바꿔 버리면 거부감이 생긴다. 대중주의와 포퓰리즘은 다른 말로 느껴진다. 외국에서 들어온 단어가 일반 국민들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순화어를 제시하면 국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남북 언어] -평화와 협력, 통일로 가는 길에 언어는 큰 자산이다. 남북 언어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알고 논의해 나가야 하는가. 권재일 남북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 이전이든 이후든 남북 주민들이 만나서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말하기의 방법, 즉 화법이다. 남쪽에서는 간접화법이, 북쪽에서는 직접화법이 일반화돼 있다. 또 ‘감사’나 ‘양해’ 같은 표현이 남쪽에서는 자연스러운데, 북쪽에서는 거의 보편화돼 있지 않다. 남쪽 사람들은 북쪽 사람들이 이렇다 하는 것을 알아야 하고, 북쪽 사람들은 남쪽 화법이 이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툭 건드렸을 때 남쪽에서는 ‘죄송합니다’라고 하는데, 북쪽 사람들은 그 정도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안 쓴다. 남과 북의 화법 차이를 상호 이해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두 번째로 남쪽에 무한히 들어와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 정희창 섬세한 부분까지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사전이다. 남과 북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이 사전일 것이다. 국어사전을 중심으로 남과 북의 언어 차이를 교육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통일 비용에 속하는 것일 텐데, 준비가 꼼꼼할수록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용운 북한 이탈 주민들이 취업했을 때 가장 두려운 게 전화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외래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나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이다. 사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남쪽에서는 북쪽 사전을 보기가 어렵고, 북쪽에서는 남쪽 사전을 아예 볼 수가 없다. 겨레말큰사전은 함께 만들어서 함께 본다는 것이 목적이다.[호칭 논의] -최근 호칭과 관련한 논의들이 뜨거웠고 큰 관심사였다. 언어와 현실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갈등도 나타난다. 어떻게 풀어 가야 하는지. 김하수 근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언어가 어떤 기능을 해야 되는지 많은 생각을 하고 운동을 해 왔지만, 시민사회에 공헌을 해야 하는 부분이 빠졌다. 존대법만 열심히 가르쳤다. 어디 가서 손윗사람이 슬쩍 말을 놓아도 아무 소리를 못 했었다. 어떨 때는 이렇게 하면 나와 친해지나 보다 하면서 좋아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더 개방적이고 자유를 많이 누리고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게 하려면 서로 평등한 것을 확인해야 된다. 신문에서는 장관 인사가 나올 때 괄호 치고 나이 넣는 것도 빼버려야 한다. 모든 사람을 백지 상태에서 당당하게 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의 첫걸음이 호칭이다. 지금은 어디를 가든 자기의 사회적 우열 관계가 항상 드러난다. 이걸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중립적이고 시민적이고 사회적이고 성별이나 나이의 높고 낮음이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서양의 역사를 보더라도 대변혁기에 호칭의 변화가 생긴다. 프랑스대혁명 이후에 귀족적 호칭을 폐지해 버린다든지, 1970년 여성 해방 운동이 나오니까 ‘미세스’와 ‘미스’ 대신 ‘미즈’를 쓰게 했다든지, 이렇게 호칭은 사회 변혁을 대변하는 것이다. 호칭 문제를 혁신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정희창 요즘 학생들을 보면 서로 가깝지 않으면 선후배 간이더라고 누구씨라든가 그분이라고 호칭을 한다. 이런 것들은 소셜미디어의 소통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서는 높임법이 중화되는 경우가 많다. 종결어미가 ‘요’도 아니고 ‘쇼’도 아니고 ‘삼’ 같은 것들로 끝난다. 높이는 것도 낮추는 것도 아니다. 다른 방향성이 보인다. 한용운 가족 간의 호칭 등에서도 시대 변화에 맞게 언중이 자연스럽게 호칭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 같다. 호칭에 관해 국가가 규범 형식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어문규범] -국어 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한글맞춤법으로 대표되는 어문 규범이다. 그런데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권재일 최근 이런 내용을 받았다. 제발 맞춤법 좀 쉽게 고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맞춤법 어렵게 하는 것이 국어 선생님들이 학생들 평가하려고, 문제 어렵게 내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말과 표기가 우리처럼 일치돼 있는 언어는 드물다. 우리는 맞춤법 몇 개항만 있어도 문자생활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는 맞춤법이 없다. 모든 철자를 영어 사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런 언어에 비해 우리는 맞춤법 몇 규정만 보면 된다. 그만큼 교육을 안 했거나 관심을 안 가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어려워한다면 규범 관리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정희창 모든 사람이 규범을 잘 알 필요는 없다. 한글맞춤법의 세세한 조항 같은 것은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국어정서법 시험 볼 때나 공부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규범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소통성을 잘 유지해야 하는데,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게 많다. 사이시옷은 고유어 사이에서만 쓰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한용운 영어나 독일어 같은 경우는 100년에 한 번 표기법을 고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영어나 독일어나 프랑스어도 다 표기법은 어렵다. 정희창 교수께서는 맞춤법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지만 개인이 공문서를 써야 할 일도 있다. 맞춤법 교육을 조금 더 공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하수 생태계를 얘기할 때 ‘기수역’이라는 말을 한다. 민물하고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이다. 표준어와 비표준어가 넘실대며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있다. 한데 우리 맞춤법은 상대적으로 그걸 엄격히 해놓은 부분들이 있다. ‘~하는 바람’이라고 할 때 ‘바램’이라고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나 규범에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램’이라고 쓴다. 이 ‘바램’에 자기가 원하는 감성 같은 걸 넣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기수역들을 어느 정도 인정을 해 줘야 하지 않을까. [국어사전] -국어사전에 대한 기대치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기도 하다. 국어사전이 풀어 가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정희창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 때 돈을 많이 들였다고 하지만, 이 이후로는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다. 표준사전이든 뭐든 사전을 계속 가다듬고 편리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실제 국립국어원 사전 담당자는 한 명 있을까 말까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데도 사회의 다양한 요구라든지 개선이라든지에 대해 응답을 못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라고 본다. 국어사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언어생활의 기준은 사전이다. 김하수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국가의 권위를 빌려서 사전을 만들어서 다른 민간 부분의 사전을 사실상 없애 버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계속 관리도 안 한다. 학술용어들은 손도 못 대고 있다. 그게 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설명들이다. 국어사전에서 빼든지 아니면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손이 들어와야 한다. 언어적 감각을 가지고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권재일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계속해서 개선을 해 나가는 유일한 사전이기 때문에 그 사전만 사전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개월마다 그동안 모은 수정 보완 사항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규모가 적지만 그렇게 자주 보완해 나가는 사전은 드물 것이다. 그런 면에서 표준사전 그 상황에서 하고 있는 일은 격려를 해줘야 한다. 한용운 국내 사전은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독창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 편찬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기한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력 양성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은 민간 출판사에서 편찬실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 사전을 편찬하고 다 해체했다. [전문용어] -전문용어를 정비해 나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지금보다 일상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하수 전문용어를 정비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관할이 돼 버렸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전문용어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곳은 교육부다. 모든 교육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학 하는 사람들도 조금 문제가 있다. 전문용어를 표준어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자꾸 보려고 한다. 또 다른 부류는 언어 순화의 한 통로로 보는 것이다. 둘 다 아주 틀리지는 않는다. 한데 그런 태도에 종속시키기에는 거대한 문제다. 언어 순화와 표준어 문제에 종속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와 과학기술 전반을 헤집어 놓아야 하는 문제다. 전문용어는 영역별로 같은 개념을 전달해 주고, 기술을 그 안에 보존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의 체계를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어휘들이다. 총리실 같은 곳에서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교육부와 문체부가 엇박자를 치는 순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전문용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북한이 협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문용어는 국어학의 발전이라기보다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국어학이 헌신해 줘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헌신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권재일 최근 들어 전문용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 국민들도 전문용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전문용어를 다듬거나 표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산업이 발전할수록 전문용어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도 전문용어를 국어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용어라는 것이 하루가 멀다 하고 원어로 들어온다. 그걸 계속 쓰면 우리말에는 조사와 어미만 남는다. 외국어로 된 전문용어가 들어올 때마다 전문가, 국어전문가, 언어정책가가 모여서 국어화해야 한다. [말뭉치 사업] -국가가 말뭉치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말뭉치는 어떤 기능을 하고 얼마나 중요한가. 김하수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의 형식, 구조, 변이 형태 등을 자산이라고 본 측면에서 축적을 해 놓으면, 이것을 가공해야 다른 기능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전 만드는 데 제일 기초적으로 사용되는 게 말뭉치다. 자동 번역, 기계 통역 이런 것들에도 이용된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에도 이르게 된다. 기계와 사람이 말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그러려면 언어 자원을 충분하게 반영하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속 사업이 돼야 하는 것인데, 끊임없이 말뭉치를 구축해 가면서 점점 더 완벽에 가까운 언어 자원을 구축해 놓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스마트한 사회를 이뤄 나가는 데 밑거름을 삼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소홀히 해버리면 언젠가 한국어에 대한 중요한 사전을 구글이 내놓을지도 모른다. 권재일 올해부터 정부가 200억원을 들여 말뭉치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말뭉치는 여러 곳에 활용될 수 있다. 동사 몇 개를 알아야 우리말을 90%까지 구사할 수 있는지도 말뭉치 통계를 내보면 다 나온다. 자동 번역 같은 문제도 말뭉치가 많이 구축되면 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한용운 얼마 전 미국 회사에서 ‘북한어 말뭉치’를 구축하려면 어떤 자료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문의가 있었다. 북한과 미국 정상 간 만남이 있었고, 북한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한영·영한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다 우리말이다. 우리가 우리말에 대해 집중할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치 언어] -정치 언어는 사회 각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언어학자가 보는 우리 정치 언어는 어떤가. 김하수 언어를 제일 중심에 놓고 생활하는 게 민주주의 사회다. 민주주의의 가장 광범위한 사회제도로 나타난 것이 의회제도인데, 의회제도 역시 말로 풀어 나가자는 것이다. 정치 언어는 언어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고 가슴 울렁거리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연설 전통을 보더라도 근본적으로 연설은 정치를 위해서 많이 사용됐다. 연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거침없이 자기 이익을 던져 버리고 따라오게 만든다. 그런데 세상에 가장 따라가기 싫고 뒤돌아보기 싫고 다시 한번 되새기기도 싫은 영역을 다 쌓아 놓은 게 한국의 정치계가 아닌가 싶다. 정치 언어에 대해 냉정하고 침착하게 볼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 정치 언어에 대해 비평할 수 있는 난을 만들어 보도를 하는 것도 좋겠다. 권재일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두 집단이 있다면 방송인과 정치인이다. 방송인과 정치인은 소통하기 쉽고 정확하고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인 발언이나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전체의 언어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 정희창 시대가 변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중요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정치인이 연예인과 비슷해져서 트위터에 한마디 올리면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정치인과 연예인은 조금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대립과 상대방이 있다. 그렇다 보니 품격 없는 언어가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정치 언어에 대한 비평이 정당하게 들어가야 그런 것들이 제대로 판단이 되고 걸러지는 효과가 난다. 정리 이경우 어문부장 wlee@seoul.co.kr
  • 인쇄·출판·패션부터 5G 기술까지…중구 중·고교생 ‘진로체험버스’ 운영

    서울 중구는 13일부터 연말까지 지역 내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진로체험 지원프로그램인 ‘드림캐처 중구진로체험버스’를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구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와 협력해 학생들이 진로·직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체험 코스를 제공한다. 구는 지역 내 기업, 산업체, 박물관, 호텔, 대학교 등 20곳을 진로체험 현장으로 섭외했다. 중구만의 특성이자 도심 전통산업인 인쇄, 출판, 패션 분야는 물론 3차원(3D) 모델링과 레이저커팅, 5세대(5G) 통신 등 최신 기술에 대한 체험 기회를 준다. 호텔 서비스 실습, 금융 직업군 체험, 대학 학과 체험, 창업 등도 포함시켜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폭넓게 접하고 생각해 볼 시간을 갖도록 했다. 학교에서 체험 장소까지 학생들을 태워 줄 이동버스도 구에서 직접 지원한다. 체험 프로그램 여건에 따라 편도와 왕복버스 중에서 학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동버스 지원을 원하는 학교는 체험일 전월 20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이 밖에 재료비, 강사비 등 진행에 드는 비용도 전액 보조하고 학부모 체험지원단을 동행시켜 관리를 강화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언어의 온도’ 150만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 출시

    ‘언어의 온도’ 150만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 출시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 ‘언어의 온도’가 발간 3년 만에 누적 판매 부수 150만 부를 돌파해 기념 에디션을 출시한다. 지난 2016년 8월 출간된 ‘언어의 온도’는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담아낸 에세이다. 출간 직후 크게 주목 받지 못했으나 작가가 직접 전국의 주요 서점을 6개월 넘게 순회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SNS상에서 회자되면서 이른바 ‘역주행 도서’로 떠올랐다.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등 국내 대형서점들의 2017년도 도서 판매량 분석 결과 ‘언어의 온도’는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집계됐으며 현재(2019년 7월 31일 기준) 주요 서점 에세이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에 판권을 수출하기도 했다. 말글터 출판사는 ‘언어의 온도’ 150만 부 돌파를 기념해 표지에 홀로그램이 들어간 ‘언어의 온도 3주년 150만부 기념 에디션(양장)’을 선보인다. 한편, 이기주 작가는 독자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언어의 온도’를 판매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사랑의열매와 국립암센터 등에 기부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1657번째 회원이기도 하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2016, 말글터), ‘말의 품격’(2017, 황소북스), ‘한때 소중했던 것들’(2018, 달출판사), ‘글의 품격’(2019, 황소북스)의 총 판매 부수는 200만 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밀면의 면발·육수·양념 ABC

    밀면 면발은 밀가루(중력분) 또는 전분을 첨가해 반죽한 후, 국수 틀에 넣어 압착 면으로 만든다. 면발의 쫄깃한 질감은 소금, 반죽, 반죽의 숙성, 면의 삶는 속도와 면을 헹구어 내는 냉수의 온도 및 횟수 등에 의해 달라진다. 육수는 소·돼지의 사골 뼈, 닭 뼈, 소고기 양지 및 사태 부위를 고아 사용한다. 식당마다 여기에다 각종 한약재, 채소류 등을 넣고 고아 사용하기도 한다. 밀면은 면발, 육수, 고명, 양념장으로 이뤄진다. 고명으로는 돼지고기 편육, 가오리 무침, 무초절임, 무김치, 오이, 완숙 달걀과 지단 등을 올린다. 양념은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 등을 넣어 만든다. 밀면은 일반적인 국수처럼 물 밀면과 비빔 밀면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밀면은 면발도 중요하지만, 육수와 양념에 따라 맛의 우열이 가려진다. 이에 따라 가게마다 자신들이 개발한 육수 등을 사용해 맛을 낸다. 혜성출판사 김성배(55·시인) 대표는 “어떤 집은 육수 간이 센 반면 다른 집은 육수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먼서 “어느 집 맛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개인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밀면을 시키면 무생채가 찬으로 따라 나온다. 겨자와 식초는 탁상 위에 놓여 있다. 가위로 질긴 면을 잘라서 먹기도 한다. 일부 밀면 집은 찐 만두를 함께 팔고 있다. 차가운 밀면과 따뜻한 만두는 나름 궁합이 잘 맞는다. 육수를 좀더 새콤하게 먹고 싶다면 식초와 겨자 소스를 추가하면 된다. 밀면은 신맛, 단맛, 매운맛 등 세 가지 맛이 조화된 것이 특징이다. 비빔 밀면은 고추장 양념과 고명 그리고 차가운 육수를 조금 붓고서 비벼 먹는다. 이렇게 육수를 넣으면 비비기도 쉽고 밀면의 맛도 깊다. 주문 후 5~10분 이내 짧은 시간에 식탁에 밀면이 올라와 성질 급한 부산사람과 잘 어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 밀면의 면발·육수·양념 ABC

    밀면 면발은 밀가루(중력분) 또는 전분을 첨가해 반죽한 후, 국수 틀에 넣어 압착 면으로 만든다. 면발의 쫄깃한 질감은 소금, 반죽, 반죽의 숙성, 면의 삶는 속도와 면을 헹구어 내는 냉수의 온도 및 횟수 등에 의해 달라진다. 육수는 소·돼지의 사골 뼈, 닭 뼈, 소고기 양지 및 사태 부위를 고아 사용한다. 식당마다 여기에다 각종 한약재, 채소류 등을 넣고 고아 사용하기도 한다. 밀면은 면발, 육수, 고명, 양념장으로 이뤄진다. 고명으로는 돼지고기 편육, 가오리 무침, 무초절임, 무김치, 오이, 완숙 달걀과 지단 등을 올린다. 양념은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 등을 넣어 만든다. 밀면은 일반적인 국수처럼 물 밀면과 비빔 밀면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밀면은 면발도 중요하지만, 육수와 양념에 따라 맛의 우열이 가려진다. 이에 따라 가게마다 자신들이 개발한 육수 등을 사용해 맛을 낸다. 혜성출판사 김성배(55·시인) 대표는 “어떤 집은 육수 간이 센 반면 다른 집은 육수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먼서 “어느 집 맛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개인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밀면을 시키면 무생채가 찬으로 따라 나온다. 겨자와 식초는 탁상 위에 놓여 있다. 가위로 질긴 면을 잘라서 먹기도 한다. 일부 밀면 집은 찐 만두를 함께 팔고 있다. 차가운 밀면과 따뜻한 만두는 나름 궁합이 잘 맞는다. 육수를 좀더 새콤하게 먹고 싶다면 식초와 겨자 소스를 추가하면 된다. 밀면은 신맛, 단맛, 매운맛 등 세 가지 맛이 조화된 것이 특징이다. 비빔 밀면은 고추장 양념과 고명 그리고 차가운 육수를 조금 붓고서 비벼 먹는다. 이렇게 육수를 넣으면 비비기도 쉽고 밀면의 맛도 깊다. 주문 후 5~10분 이내 짧은 시간에 식탁에 밀면이 올라와 성질 급한 부산사람과 잘 어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 김대중도서관 ‘김대중전집’ 30권 완간…13일 출판기념회

    김대중도서관 ‘김대중전집’ 30권 완간…13일 출판기념회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김대중전집 2부’ 20권을 출간한다고 8일 밝혔다. 전집 2부는 1948년부터 1997년 12월 15대 대통령 선거 이전 시기 내용으로, 모두 2015건에 이른다. 앞서 김대중도서관은 2015년 10월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와 퇴임기 자료 1250건을 편집해 ‘김대중전집 1부’ 10권을 출간한 바 있다. 김대중도서관은 앞서 2005년부터 국내외 여러 기관을 통해 사료를 수집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이들에게서 기증받아 모두 25만여점의 사료를 수집했다. 이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말하고 쓴 텍스트 중에서 완결된 형태로 존재하는 3265건을 편집 정리해 전체 30권으로 펴냈다. 김대중전집 전 30권의 전체 분량은 모두 1만 7500쪽이다. 김대중도서관 측은 전집에 관해 “객관성, 정확성, 가독성 등 3가지 대원칙을 준수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생산한 자료가 확실한 것만을 엄선했으며, 1950년대 자료와 친필 등 내용 판독이 어려운 자료는 관련 분야 전문가와 공동작업으로 정확성을 최대한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대중도서관은 13일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김대중전집 전 30권 완간 출판기념회’를 연다. 출판기념회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용학 연세대 총장 등이 축사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DJ처럼, 시민사회 민주적 연대로 한일 위기 넘자”

    “DJ처럼, 시민사회 민주적 연대로 한일 위기 넘자”

    15대 대선前 자료, 전집 2부 20권 출간 13일 ‘김대중전집’ 30권 완간 출판회 “日전략적 가치 중시하되 과거사 비판”“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일 시민사회의 민주적 연대를 중시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장신기(왼쪽·45) 연구원은 7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이 지금 현재에 시사하는 바는 일본의 주류 우익 정치인만 볼 것이 아니라 한일 관계의 민주적 연대를 통해 인권과 평화, 자유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오는 18일 김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김대중전집’ 전 30권을 완간했다. 장 연구원은 2005년부터 15년간 진행해 온 김 전 대통령의 사료연구작업을 총괄했다. 장 연구원은 “김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중시하되 과거사 문제는 분명하게 비판했다”며 “당시 냉전시대의 안보와 국익의 관점에서 한미일 동맹 구조 자체의 의미도 중시했다”고 평가했다. 장 연구원은 또 “김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감정적인 인식이나 이념적인 시각을 통해서 외교 현안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식이 강했다”며 “1973년 납치사건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구명운동을 통해 형성된 민주적 연대가 한일 관계 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사료연구작업을 함께 한 강성민(오른쪽·34) 연구원도 “김 전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서 더 나아가서 전체 외교전략으로 외연을 확장했다”며 “대한민국의 실리와 국민 정서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완급 조절 측면에서도 뛰어났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예컨대 대미 정책도 냉전 시기에 미국의 우방이라고 단순히 종속적인 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충분히 실리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얻어야 한다고 김 전 대통령은 주장했다”고 부연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오는 13일 1948년부터 19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 선거 이전 시기의 자료 2015건을 편집한 전집 2부 20권을 출간하는 것을 기념해 ‘김대중전집 전 30권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2015년 10월에는 김 전 대통령의 재임기와 퇴임기 자료 1250건을 편집한 전집 1부 10권을 출간한 바 있다. 장 연구원은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생산한 것이 확실한 자료만 엄선해 객관성을 확보했고, 1950년대 자료와 친필 자료 등은 전문가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정확성을 높였다”며 “모든 텍스트를 활자화하고 외국어 자료는 국문으로 번역해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출판사·인쇄소·안경점·치과기공소 폐업 간소화

    행안부, 4개 업종 추가 53개 확대 운영 작년 간소화 서비스 이용 5%… 홍보 강화 앞으로 출판사와 인쇄소, 안경점, 치과기공소 등 4개 업종의 폐업신고 절차가 간소화된다. 행정안전부는 9일부터 ‘폐업신고 간소화 대상’에 이들 4개 업종을 추가해 모두 53개 업종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출판업·인쇄업·안경업소·치과기공소 등 4개 업종은 이전까지는 폐업하려면 관할 시군구에 ‘인허가영업 폐업 신고서’를 내고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폐업신고서’를 따로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군구 또는 세무서 중 한 곳만 찾아서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이번에 추가된 4개 업종 외에도 직업소개업, 담배소매업, 결혼중개업, 동물병원 등이 폐업신고 간소화 대상에 포함돼 있다. 다만 폐업 절차를 접수한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 간 자료를 공유해서 폐업 처리를 진행한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행안부는 통합폐업신고를 통해 민원인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연간 14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폐업신고 20만건(지난해 기준) 중에서 30%가 폐업신고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고 보고 민원처리 소요 시간과 분당 평균임금, 왕복 교통비 등을 반영해서 산정했다. 그러나 폐업신고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폐업신고 건수(20만건) 중 폐업신고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한 건수는 1만 1000여건(5%) 정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행안부와 국세청은 통합폐업신고 이용률을 높이고자 관계부처와 각 세무서, 시군구 홈페이지에 관련 절차를 게시하고 업종 유관단체 등에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노벨문학상 수상한 토니 모리슨 88세 일기로, 오바마가 남긴 추모

    노벨문학상 수상한 토니 모리슨 88세 일기로, 오바마가 남긴 추모

    “우리는 죽는다. 어쩌면 그게 삶의 의미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언어를 구사한다. 어쩌면 그게 우리 삶의 척도가 될지 모른다.”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던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유명 소설가 토니 모리슨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93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리슨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밤 뉴욕의 한 메디컬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6일 성명을 통해 “고인이 짧은 투병 끝에 어젯밤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 흑인들의 삶을 여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왔고, 탄탄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지난 1970년 장편소설 ‘가장 푸른 눈’으로 등단해 ‘술라’(Sula,1973), ‘솔로몬의 노래‘(1977), ‘타르 베이비’(1981), 비러브드’(Beloved, 1987), ‘재즈’(1992), ‘파라다이스’(1997), ‘러브’(2003), ‘은총’(2008), ‘홈’(2012), ‘신은 아이를 돕는다’(2015) 등의 소설 11편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생애를 다룬 희곡 ‘꿈꾸는 개미’ 외에 다수의 수필을 펴냈다. 특히 ‘비러브드’는 흑인 여인이 사랑하는 딸이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딸을 살해한다는 내용의 작품으로 퓰리처상 등 많은 문학상을 받았고 1998년 오프라 윈프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됐다. 모리슨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또 랜덤 하우스 출판사 최초의 여성 편집장으로 1967년부터 1983년까지 일하기도 했다. 또 게일 존스, 앙리 뒤마, 무하마드 알리, 안젤라 데이비스 등 흑인 유명인들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프린스턴 대학에 재직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고인에 대해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페이지 위에서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었으며 국보급 작가였다”고 돌아본 뒤 “잠시나마 그와 같은 공기를 호흡한 것은 은총이었다”고 추모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저자앓이, 저자와 헤어지기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저자앓이, 저자와 헤어지기

    몇 명의 저자와 헤어졌다. 문자도 이메일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으니 결별한 게 확실하다. 이들이 지금도 떠오르는 건 과거에 그만큼 밀착된 관계였기 때문이다. 문득 읽게 된 어떤 저자의 원고는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밀쳐 두게 할 만큼 뛰어나다. 그가 삶과 맺는 불화나 세상의 안이함과 분투한 흔적은 깊이 있는 공부와 더해져 전범이 될 만한 글쓰기로 맺어진다. A의 원고가 그랬다. 문장은 때론 헐겁고 때론 밀도 있어야 읽는 사람도 강약의 템포로 쫓아갈 텐데 강강(??)의 밀도로 채워진 원고는 읽는 이를 압도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보기 시작했다. 이 원고의 각주 하나 빠뜨리고 싶지 않았고 이 사람의 지금 모습과 글쓰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물줄기 하나 놓치지 않으려 했다. 편집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남의 글을 읽고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카피와 보도자료를 많이 써도 편집자는 작가가 아니며,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유일한 장점을 하나 꼽자면 싹수는 있다는 것이다. 즉 글을 읽는 눈과 지적 호기심은 기본으로 장착돼 있어 누가 물을 주면 한 방울이라도 피와 살이 되게 하려고 애쓰는 존재다. 단 하나의 미약한 장점을 가진 나는 싹을 틔우고 꽃도 피우고자 저자라는 물줄기에 기대어 방대한 문헌들을 좇아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근원이 되는 지점을 찾아나서게 만든다. A는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광폭의 지식을 갖고 있어 책을 편집하면서 그가 참조한 책을 10권쯤 그대로 따라 읽었다. 그 책들은 A를 만나고 더 잘 알게 해주었지만,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거기서 우리 학계의 한계와 협소함도 보고, 품고 있던 의문들이 이미 해소돼 있다는 걸 알기도 하며, 더 큰 세계를 만나면서 갑자기 자신이 놓인 현실이 보잘것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 후로 A와의 책 작업은 몇 권 더 이어졌다. 일로 만났는데 때로 사제 관계인 듯 때론 친구인 듯한 관계로 우린 세상을 보는 시선도 공유하게 됐다. 인내심 많은 저자는 지난 세월 자신이 축적해 온 것들 대부분을 하나둘씩 풀어놓았다. 하지만 출판 비즈니스계에서 완전 순수한 관계는 어렵다. 편집자는 A뿐만 아니라 B와 C의 물줄기까지 공급받으니 어느새 머리가 커져 있다. A에 전적으로 집중하던 시간은 B, C에게 쪼개지고 A, B, C가 열어 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는 어느덧 나의 저자들을 비평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눈까지 생겨나게 했다. 계속 좋을 것만 같던 관계는 시절 인연처럼 끝을 향해 가는 징후를 하나둘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종막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 저자는 자기 책을 더 많이 팔아 주길 원하고, 편집자는 많이 팔리는 저자와 작업하길 바라는 속내가 마침내 섭섭함이라는 감정으로 표면화되는 것이다. 그러니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기 욕망의 크기에 따라 관계가 삐걱거릴 계기는 도처에 널려 있다. 이때 내가 알던 A가 더이상 그때의 A가 아님을 알게 되고, A 역시 더 나은 편집자를 꿈꾸게 된다. 내가 알던 상대의 과거와 현재 모습 사이에 간극이 크다고 느낄수록 관계가 삐걱대는 소리는 좀더 요란해진다. 하지만 우린 글로 맺어진 사이니 쉽게 끝날 순 없다. 아쉬움도 내보이고, 잘해 보자고 다독거리지만 이미 서로에게 바라는 게 많아져 회복은 쉽지 않다. A는 그 후 몇몇 다른 출판사와 책 작업을 했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가끔 검색해 본다. 책이 잘 나오고 있으면 안심이다. 더 나은 편집자들이 아직 있는 것 같아서. 나 역시 D, E라는 새로운 저자를 만난다. 똑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D에게 매혹되고, 밤새 그의 글을 읽고, 저자앓이도 하고, 그의 글이 쓰인 궤적을 따라 각주와 참고문헌에 밝혀진 책을 꼬박 10권씩 사서 읽는다. 이게 시절 인연일지라도 다시 한번 속으면서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을 책이라고 믿으며 그 길을 또 가는 것이다.
  • 일식당 안 가고 출판기념회 취소… 몸사리는 여의도

    인근 일식당 “예약·매출 급감” 한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일식당 방문 및 청주 음주 논란 이후, 여의도 정치권에 반일 여론 구설에 오를까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5일 오전 문자메시지로 “국가적으로 엄정한 시기라는 판단에 계획됐던 제 출판 관련 행사는 일단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북콘서트 형식으로 열 계획이었지만, 국회가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총력을 집중하는 시기에 부적절한 행사를 열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현 시기라 조심스러워 그렇게 결정했는데 출판사를 설득하느라 힘들었다”며 “이미 6000~7000명에게 초대 문자를 보냈었는데, 이들 모두에 대해 취소 공지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음주 논란이 불거졌던 일식당도 유탄을 맞은 모양새다. 이 대표가 찾았던 여의도 A일식당 직원은 “최근 예약과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피해가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며 “평소에도 경기가 좋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문 닫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일식당 직원도 “휴가철에는 원래 손님이 없어서 직접적인 영향을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곧 영향이 있지 않겠냐”며 “김영란법 때문에 주변의 여러 일식당들이 폐업했는데 한일 갈등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손님을 맞거나 회식을 할 때 가능하면 한식당을 찾는 경향이 생겼다. 야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예 회식 자체를 잘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가끔 하는 회식도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여 일식당보다 한식당을 택하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반일 여론의 유탄이 여의도 일식당에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본 맥주를 마시지 않거나,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일은 몸에 익었다”며 “하지만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일식당을 가지 않는 것은 오히려 소상공인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콘텐츠산업 프리랜서 52%, 생계위해 ‘투잡’ 뛴다

    콘텐츠산업 프리랜서 52%, 생계위해 ‘투잡’ 뛴다

    출판, 방송, 게임, 만화 등의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경기지역 프리랜서 중 절반이 연 소득 1000만원 이하며, 절반 이상이 생계유지를 위해 ‘투잡’을 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프리랜서는 자유계약 형태의 특수형태 노동자 또는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를 말한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경기도에 거주하거나 경기도 소재 9개 콘텐츠 분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28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지원방안 등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5일 발표했다. 출판, 영상·방송·광고,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지식정보·콘텐츠솔루션, 음악, 영화, 캐릭터 등 9개 분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 281명 중 가장 많이 종사하는 분야는 출판(14.9%)과 영상·방송·광고(13.2%)였으며 게임(12.5%), 만화(11%)가 뒤를 이었다. 소득 수준(지난해 1년 동안 연 소득)은 절반인 50.2%가 1000만원 이하라고 답했으며, 100만∼500만원 미만도 33.1%에 달했다. 반면 5000만원 이상 고소득 프리랜서는 4.3%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프리랜서는 52%로 나타났다. 프리랜서를 선택한 주요 이유는 자유로운 업무시간(31.3%)과 선별적 업무 수행(31.3%)이 전체의 62.6%를 차지했다. 일감 수주 경로는 52.3%가 인맥으로 나타나 안정적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수주 채널이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프리랜서들은 가장 필요한 직무 역량으로 창의력(35.6%)과 업무 관련 지식 및 기술(21.7%)을 꼽았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방안으로는 43.1%가 인프라 조성을 선택, 작업공간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지원사업 분야로는 자금(31.5%), 공간(23%), 교육(17.1%) 등을 꼽았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프리랜서가 성장 및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 환경 조성’을 우선 과제로 지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원 거점 공간 운영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일감매칭과 교육 등 다양한 맞춤형 정책을 개발할 방침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도는 지난 7월 ‘경기도 프리랜서 지원조례안’을 제정하는 등 프리랜서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라며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콘텐츠 산업 분야의 프리랜서를 위한 실질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잠시 일상을 접고 떠날까… 휴식 같은 책과 함께

    잠시 일상을 접고 떠날까… 휴식 같은 책과 함께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다. 휴가 갈 때 가방 안에 어떤 책을 넣어 갈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 본다. 마땅한 책을 찾지 못했다면 국립중앙도서관의 ‘2019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100권 모두 가져갈 수는 없는 일. 100권 가운데 북 칼럼니스트 2명과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2명에게서 분야를 달리해 도서 1권씩 추천받았다.[인문예술] 윤미화 북 칼럼니스트-‘묵상’(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원 순례) 승효상 건축가가 이탈리아와 프랑스 수도원들을 순례하고 쓴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주제를 읽을 수 있다. ‘묵상’은 검을 ‘묵’, 생각 ‘상’ 자를 쓴다. 다시 말해 ‘침묵’을 뜻한다. 수도사들은 단순한 일을 하며 자기 내면을 짚어 본다. 평소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상하 인간관계에도 다소 지쳤을 터다. 총천연색 번잡한 세속을 떠나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이뤄진 세상으로 향해 보는 건 어떨까. 시끄러운 일상생활은 잠시 접고 휴가지에서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마련해 보길 권한다. 예컨대 캠핑장이나 한적한 휴가지, 불빛도 없고 자동차 소리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읽으면 더 좋겠다. 519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사진과 설계도면이 3분의2 정도다. 글도 어렵지 않아 술술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작가는 이탈리아에서 남프랑스, 북프랑스를 거쳐 가는데, 이 흐름을 따라가도 좋고, 아니면 관심 가는 부분부터 들춰 봐도 좋다. 승효상 지음, 돌베개 펴냄.[사회경제] 이문찬 사서-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여러 사례를 통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룬다. 노동 시장의 현실과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서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점을 썼다. 휴가는 직장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왜 휴가 가서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야 하나 싶을 거다. 그러나 휴가지에서 만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쉬지만, 그들은 쉬지 않는다. 휴가철은 매출이 가장 많을 시기인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휴가철이 그들을 돌아보기 좋은 때가 아닐는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최저 시급이 최근 오르긴 했지만, 이들의 근로 환경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이들의 현실을 여러 사람이 알고 근로 환경, 근로 조건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우리 생활에서 만나는 사례 중심으로 쓴 대중서이다 보니 읽기 수월하다. 박정훈 지음, 빨간소금 펴냄.[문학] 강창래 북 칼럼니스트-‘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10주년’ 출판사 문학동네는 젊은 작가를 알리자는 취지로 2010년부터 등단 10년 이내 작가가 출간한 중·단편 소설을 심사해 상을 준다. 올해 10주년 판은 조금 다르다. 평론가들이 아니라 작가상 수상자들이 추천해 선정한 작품들이 실렸다. 그래서 사실 ‘젊지 않은’ 작가도 있긴 하다. 지난 10년 선정작 중에서 좋은 작품을 고른 작품집이니 믿을 만하다. 게다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좋다. 이 책은 단편 위주라 부담도 없다. 특히 어느 분야에 편중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실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라 재미도 있다. 일곱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보고, 휴가를 다녀와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다면 그의 다른 소설을 따라가 읽어도 좋을 것이다. 편혜영·김애란 외 3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자연과학] 구슬기 사서-‘무한을 넘어서’ 최근 과학 분야 서적은 순수과학 분야 출간이 적은 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든가, 정보기술(IT) 분야 책이 주를 이룬다. 자연과학 가운데 가볍게 머리를 쓰고 싶다면, 수학을 택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수학 분야 가운데 ‘무한’이라는 신비한 개념을 추적하는 책이다. 학창시절 기억 때문에 수학은 머리 아픈 과목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은 재밌는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수학이 재밌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예컨대 ‘객실이 무한히 많은 호텔이 있는데 이미 객실들은 꽉 찼다. 그런데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면 손님을 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받을 것인가?’ 하는 식이다. 머리를 쓰긴 하되, 과하게 쓰지 않도록 하는 게 매력이랄까. 마치 추리소설 읽는 느낌도 들 것이다. 휴가지에서 잠깐 짬 내어 읽기를 권한다. 짐을 싸고 시간이 남을 때, 아니면 일정 가운데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시간이 있다면 책을 펼쳐 보시라. 유지니아 쳉 지음, 김성훈 옮김, 열린책들 펴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잠시 일상을 접고 떠날까… 휴식 같은 책과 함께

    잠시 일상을 접고 떠날까… 휴식 같은 책과 함께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다. 휴가 갈 때 가방 안에 어떤 책을 넣어 갈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 본다. 마땅한 책을 찾지 못했다면 국립중앙도서관의 ‘2019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100권을 모두 가져갈 수는 없는 일. 100권 가운데 북 칼럼니스트 2명과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2명에게서 분야를 달리해 도서 1권씩 추천받았다.[인문 예술] 윤미화 북 칼럼니스트 - ‘묵상’(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원 순례) 승효상 건축가가 이탈리아와 프랑스 수도원들을 순례하고 쓴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주제를 읽을 수 있다. ‘묵상’은 검을 ‘묵’, 생각 ‘상’ 자를 쓴다. 다시 말해 침묵을 뜻한다. 수도사들은 단순한 일을 하며 자기 내면을 짚어 본다. 평소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상하 인간관계에도 다소 지쳤을 터다. 총천연색 번잡한 세속을 떠나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이뤄진 세상으로 향해 보는 건 어떨까. 시끄러운 일상생활은 잠시 접고 휴가지에서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마련해 보길 권한다. 예컨대 캠핑장이나 한적한 휴가지, 불빛도 없고 자동차 소리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읽으면 더 좋겠다. 519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사진과 설계도면이 3분의2 정도다. 글도 어렵지 않아 술술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작가는 이탈리아에서 남프랑스, 북프랑스를 거쳐 가는데, 이 흐름을 따라가도 좋고, 아니면 관심 가는 부분부터 들춰 봐도 좋다. 승효상 지음, 돌베개 펴냄.[사회 경제] 이문찬 사서 -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여러 사례를 통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룬다. 노동 시장의 현실과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서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점을 썼다. 휴가는 직장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왜 휴가 가서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야 하나 싶을 거다. 그러나 휴가지에서 만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쉬지만, 그들은 쉬지 않는다. 휴가철은 매출이 가장 많을 시기인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휴가철이 그들을 돌아보기 좋은 때가 아닐는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최저 시급이 최근 오르긴 했지만, 이들의 근로 환경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이들의 현실을 여러 사람이 알고 근로 환경, 근로 조건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우리 생활에서 만나는 사례 중심으로 쓴 대중서이다 보니 읽기 수월하다. 박정훈 지음, 빨간소금 펴냄.[문학] 강창래 북 칼럼니스트 -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10주년’ 출판사 문학동네는 젊은 작가를 알리자는 취지로 2010년부터 등단 10년 이내 작가가 출간한 중·단편 소설을 심사해 상을 준다. 올해 10주년 판은 조금 특이하다. 평론가들이 아니라 작가상 수상자들이 추천해 선정한 작품들이 실렸다. 그래서 사실 ‘젊지 않은’ 작가도 있긴 하다. 지난 10년 선정작 중에서 좋은 작품을 고른 작품집이니 믿을 만하다. 게다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좋다. 이 책은 단편 위주라 부담도 없다. 특히 어느 분야에 편중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이 실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라 재미도 있다. 일곱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보고, 휴가를 다녀와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다면 그의 다른 소설을 따라가 읽어도 좋을 것이다. 편혜영·김애란 외 3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자연 과학] 구슬기 사서 - ‘무한을 넘어서’ 최근 과학 분야 서적은 순수과학 분야 출간이 적은 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든가, 정보기술(IT) 분야 책이 주를 이룬다. 자연과학 가운데 가볍게 머리를 쓰고 싶다면, 수학을 택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수학 분야 가운데 ‘무한’이라는 신비한 개념을 추적하는 책이다. 학창시절 기억 때문에 수학은 머리 아픈 과목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은 재밌는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수학이 재밌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예컨대 ‘객실이 무한히 많은 호텔이 있는데 이미 객실들은 꽉 찼다. 그런데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면 손님을 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받을 것인가?’ 하는 식이다. 머리를 쓰긴 하되, 과하게 쓰지 않도록 하는 게 매력이랄까. 마치 추리소설 읽는 느낌도 들 것이다. 휴가지에서 잠깐 짬 내어 읽기를 권한다. 짐을 싸고 시간이 남을 때, 아니면 일정 가운데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시간이 있다면 책을 펼쳐 보시라. 유지니아 쳉 지음, 김성훈 옮김, 열린책들 펴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구미호·김치 등장시킨 SF… ‘펑펑’ 터뜨리는 재미로 썼지요”

    “구미호·김치 등장시킨 SF… ‘펑펑’ 터뜨리는 재미로 썼지요”

    한국 SF 소설이 활황이다. 국내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김보영의 소설 3편의 영어판 출간권이 미국 최대 출판그룹에 팔리고, 신예 김초엽의 신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은 출간 한 달 만에 4쇄를 찍었다.그보다 먼저, 세계 시장에 이름을 올린 한국 출신 작가가 있다. ‘SF계의 노벨문학상’이라는 휴고상 후보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린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40)다. 오는 18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올해도 후보로 지명됐다. 수상하게 되면 한국계 작가로서는 최초, 아시아계 작가로서는 중국 류츠신(56)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자가 된다.이윤하는 오랫동안 백인 남성이 주류를 이루던 SF 시장에 한국적 이미지로 구축된 SF 세계를 그려온 작가다.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나인폭스 갬빗’(허블)은 2017년 휴고상 후보작으로 우주 제국의 충성스러운 장교 ‘켈 체리스’와 그의 우주 함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페이스 오페라’(우주를 무대로 전개되는 공상과학소설) 3부작 중 첫 번째 책이다. ‘구미호 장군’을 만나 우주 제국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알게 된 체리스의 혼란한 내면을 통해 제국주의와 이민족 탄압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담아내 이윤하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나인폭스’는 우리가 잘 아는 ‘구미호 설화’ 속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이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부 동양인에다 ‘양념한 양배추 절임’(김치)에 환장하는 우주인들이다. SF에 구미호와 김치를 등장시킨 작가이자 고국의 언어로는 처음 책을 출간하는 이윤하를 최근 이메일로 만났다. -‘나인폭스 갬빗’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기분이 어떤가. “한국 독자들 반응을 생각하면 설레면서도 초조하다. ‘나인폭스 갬빗’은 성인들 이슈를 많이 다루고 있고, 욕도 많이 나온다. 한국어를 하는 우리 엄마가 이 책을 읽는다면 뭐라고 말할지 좀 무섭다.” -수학 전공자인데, 어떻게 SF 소설가가 됐나? “SF 소설을 출판할 때 재미난 점은, 아무도 당신이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잡지에 짧은 소설을 투고했다. 형편없는 소설이었고, 수많은 ‘거절’ 딱지를 받았지만 꿋꿋이 버텨서 6년 후 ‘헌드레드 퀘스천’이라는 짧은 소설을 ‘더 매거진 오브 판타지 앤드 사이언스 픽션’에 실었다. 10여년 세월이 흘러 이젠 어떻게 하면 한 편의 SF 소설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지 알게 됐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당신의 삶과 소설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솔직히 나는 백인들에 대한 SF를 쓰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가 어려서부터 읽었던 영어로 된 책들은 대체로 백인들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몇 년 전 ‘라이브저널’에서 인종과 문화에 대한 논고들을 발견했고, 그 이후로 나는 소설적 영감을 위해 내가 가진 유산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난 역사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보통 ‘나인폭스 갬빗’에서 구미호를 형상화한 것처럼 자유롭게 소재를 찾는다.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의 경험은 내가 ‘체리스’라는 여성 주인공을 그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소설 속에서 소수 민족 출신이고, ‘메이저리티’로 동화되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겪는다. (체리스는 우주 제국인 ‘육두정부’에 녹아들고 싶어하는 한편, 정부가 억압하는 어머니쪽 민족인 ’므웬’을 자신의 일부처럼 여기는 인물이다.)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우리는 그가 과거의 결정들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나인폭스 갬빗’에서 군인들 대다수는 여성이며, 야전에서 활약하는 군인도 함선에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군인도 대부분 여성이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데, 출판사는 소설을 ‘페미니즘 SF’로 소개했다. “오, 정말? 그건 몰랐는데. ‘나인폭스 갬빗’이 묘사하는 사회는 근본적으로 경찰 국가, 끔찍한 디스토피아다. 하지만 국가 권력이 전제적으로 행사되는 경찰 국가도 젠더 평등과 다른 섹슈얼리티에 관대할 수 있다는 것을 내 소설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사람들은 성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전환한 자전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인가. “나는 행성들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와 거대한 우주선을 가진 미래를 그린다. 그들은 발전된 생명공학기술 또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성별을 바꾸는 게 안 될 건 뭔가.” -최근 한국에서도 SF 소설이 각광받고 있다. 한국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나. “나는 초등학교 이래로 SF 팬이었다. 미국 작가인 앤 맥카프리의 ‘퍼언 연대기’로 SF에 입문했고, 영어 소설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한국어를 잘 못해서, 내가 읽은 한국 SF는 영어로 번역된 ‘레디메이드 보디사트바’가 전부다. 그 책은 평행 우주, 양자 역학, 로봇 같은 친숙한 SF적 소재들이 태권도, 수능, 남북 간의 상존하는 갈등 같은 특정 한국 상황에 가미돼 흥미로웠다. (‘레디메이드 보디사트바’는 올 3월 아시아·아메리카 문학 전문 출판사 가야프레스가 김영하, 김보영 등 한국 작가들의 SF 단편 13편을 모아 번역 출간한 책이다.) 영어로 번역된 더 많은 한국 SF를 보고 싶고, 언젠가는 한국어로도 소설을 쓸 수 있게 되길 고대한다.” -당신의 책을 읽고, 한국 독자들이 어떤 반응이었으면 좋겠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펑펑’ 터뜨리는 재미로 이 소설을 썼다. 제국주의에 관한, 피에 굶주린 모험담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소설에 어느 ‘역법’, 즉 시간체계를 믿느냐에 따라서 세상의 물리법칙이 바뀌고, 수학의 집합 개념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전개 방식이 등장한다. SF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영어에 능숙한 우리 아버지도, ‘나인폭스 갬빗’을 읽으려고 시도하다 ‘네 책은 너무 어려워!’라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에 계속 웃었는데, 사실 내 책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에게도 늘 어려운 책으로 불린다. 난 스페이스 오페라와 군사 SF에 친숙한 독자들을 위해 썼고, 그렇기 때문에 입문하기에 좋은 책은 아니다. 당신이 얼마나 SF적인 표현에 익숙한가에 따라 소설을 이해하는 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작하기에 적당한 책을 추천하기가 어렵다. 문화적 장벽도 한 가지 요인이 될 수 있고. 영화나 TV 프로그램으로 먼저 SF에 친숙해지는 게 어떨까.” -휴고상 후보에 세 번이나 올랐다. 내심 수상을 기대하고 있나. “물론 영광이다. 그런데 수상을 기대하진 않는다. 나는 이미 내게 줄 위문품으로 만년필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친구들과 동료를 만날 일은 기대가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소설을 쓰고 싶나.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출간한 어린이를 위한 소설 ‘드래곤 펄’은 창작 과정이 매우 재밌었다. 한국 신화에 기반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로, 우주 공간으로부터 버려진 동생을 구하기 위해 가출하는 어린 여우 이야기다. 물론, 내겐 다른 가능성에도 충분히 열려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수학 전공한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 한국계 미국인 SF 작가. 1979년 미국 텍사스주 출생으로, 미국에서 의사로 일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했다. 서울외국인학교를 다녔고, 코넬대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스탠퍼드대 수학교육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데뷔작이자 ‘제국의 기계’ 3부작의 첫 작품 ‘나인폭스 갬빗’으로 2017년 로커스상을 수상했고,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에 올해로 세 번 노미네이트됐다. 커밍아웃한 FTM(Female to Male·여성에서 남성으로) 트랜스젠더 게이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배우자·딸과 함께 살고 있다. 후속작인 ‘레이븐 스트라타젬’(가제), ‘레버넌트 건’(가제)은 내년 상하반기에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은 영상 콘텐츠 검열 요지경 공화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은 영상 콘텐츠 검열 요지경 공화국?

    중국에서 한 편의 영화가 극장에 내걸리기 위해서는 참으로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어야 한다. 중국 당국이 ‘기술적 이유’ 등 알쏭달쏭한 이유를 들이대며 상영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國家新聞出版光電總局)이 관리하던 영화 제작과 상영·수입·사전 검열 등 영화관련 업무가 지난해 4월 공산당중앙 선전부 산하 국가전영(電影·영화)국으로 이관되면서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미디어를 관장하는 국가신문출판전총국은 이달부터 3개월간 애국적 내용의 고전 TV드라마 86편을 방송하는 대신 오락성이 강한 사극 등의 드라마 방송을 금지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금지 대상에는 청춘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다룬 멜로물로 아이돌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도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앞서 일반 영화에 이어 만화영화도 검열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중국의 미디어·선전 정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녜천시(聶辰席) 당중앙 선전부 부부장(차관)은 지난달 열린 검열 책임자 회의에서 “만화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을 지지할 수 있도록 매 순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엄명을 내렸다. 그러면서 “고결한 정치적 신념을 지니고 모든 TV 와 다큐멘터리, 만화영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모든 대사에 무게가 실리고 모든 순간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희생양은 안후이(安徽)성에 거주하는 만화가 장둥닝(22)이다. 중국 공안은 장둥닝의 만화가 중국인의 감정을 극심하게 훼손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돼지 머리를 지닌 중국인을 묘사한 풍자만화를 그려 중국인들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게 공안이 그를 구금한 이유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그의 만화에서 모욕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SCMP는 비판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어린이용 TV 애니메이션인 ‘페파피그’도 검열 대상에 올린 바 있다. 페파피그는 2015년 중국에 상륙한 뒤 어린이는 물론 20∼30대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중국 당국은 젊은층이 반기성세대 운동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검열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音·tiktok)은 페파피그 콘텐츠 3만건을 삭제했다. 중국 정부가 영상 콘텐츠 검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오는 10월1일 사회주의중국 70주년을 맞아 사회 전반에 대한 검열 강화를 통해 국가와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해서다. 녜 부부장은 지난달 “국가와 당의 정책에 부응하고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축하할 수 있는 수준 높은 TV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도 희생의 제단에 바쳐졌다.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 FIRST 청년영화제 측이 폐막작으로 상영 예정이던 기생충의 상영을 폐막 전날 전격 취소했다. 취소 사유는 ‘기술적인 이유’라고 들었다. ‘기술적 이유’는 중국에서 진짜 이유를 밝히지 못할 때 보통 쓰이는 표현이다. 현지 영화계 관계자는 기생충의 주제가 빈부격차 문제를 다룬 탓에 중국 정부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지만 매우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31개 성시 자치구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했을 때 베이징과 상하이 1인당 GDP는 세계 10위 안에 들 만한 수준이지만, 간쑤(甘肅)성과 윈난(雲南)성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과테말라와 비슷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기생충’이 중국 정부가 감추고 싶어하는 경제성장의 이면을 건드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영화라는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개봉관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기술적 이유’로 상영하지 못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올들어서만도 지난달 제22회 상하이 국제영화제 개막 작품이었던 중국 전쟁영화 ‘바바이’(八佰·800)의 상영이 취소됐을 때도 사유는 ‘기술적 이유’였다. 영화 ‘바바이’는 1930년대 항일전쟁 때 공산당이 아닌 국민당 군인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국민당을 미화하는 역사관이 문제가 된 셈이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화 ‘이차오중’(一秒鍾·1초>도 지난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었으나 역시 ‘기술적 문제’로 막판에 취소됐다. 영화 ‘이차오중’은 ‘사회주의중국의 오명(汚名)’으로 치부되는 1966~1976년 중국 문화혁명 시기 혼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목을 바꿔 상영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위대한 소망’(偉大的願望) 제작진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영화 제목을 ‘작은 소망(小小的願望)’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제목 변경을 알리는 영상에는 “작은 소망 역시 위대하다”며 “평범한 생활 속에서도 이상을 지켜가는 모든 사람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홍콩 명보(明報)는 개명의 표면적인 이유는 시장 수요 때문이라고 했지만 제목의 ‘위대한’이라는 표현이 금기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위대한 투쟁’, ‘위대한 꿈’ 등 정치적으로 쓰이는 용어인데 영화 제목에 쓴 것이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지난 4월 개봉한 중국 6세대 감독 러우예(婁燁)의 신작 ’바람속에 빗물로 만든 구름이 있다(風中有朶雨做的雲)의 원래 제목은 ‘지옥연인’(地獄戀人)이었다. 2년간의 심사 과정에서 수차례 이름을 바꿨고 결국 노래 가사를 이용해 제목을 지었다는 것이 명보의 설명이다. 지난해 중국 최고흥행작인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의 원제는 ‘인도약신’(印度藥神)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문제로 제목이 ‘중국약신(中國藥神)’으로 바뀌었다가 결국 ‘나는 약신이 아니다’로 극장에 걸렸다. TV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권력 서열 1,2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공개적으로 ‘광팬’이라고 소개한 ‘왕좌의 게임’도 정작 중국에서는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보기 힘들다. 중국에서 ‘왕좌의 게임’을 배급하는 텅쉰(騰訊·Tecent)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상당 부분 삭제한 편집본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SCMP는 꼬집었다. 특히 ‘왕좌의 게임’ 최종회 방영은 불발됐다. ‘왕좌의 게임’ 시즌8의 6회는 지난 5월20일 오전 9시에 독점권을 가진 텅쉰비디오에서 방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텅쉰은 1시간 전인 8시에 웨이보 계정에서 전송 문제를 이유로 방영이 연기됐다며 “방영 시간은 추후 통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감감 무소식이다. 베이징시 공산당 기관지인 북경일보(北京日報)가 궁중 사극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오자 지방 방송사들은 일제히 사극 방영 취소에 나섰다. 북경일보는 사극에 나오는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들이 사치 향락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주의 이념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방영이 중단된 대표적 드라마는 ‘연희공략’(延禧攻略)으로 궁중여인들의 권력암투를 그려 당시 중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였다. 사실 중국에서 영화를 배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서는 당중앙선전부 내 국가영화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곳에서 공식 일련번호가 찍힌 용(龍) 도장을 부여받아야만 중국 내 유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극장에서 상영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최종 허가서가 필요하다. 베이징의 한 영화 배급업체 사장은 SCMP에 “용 도장이 찍힌 영화라도 최종 허가서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고 귀띔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매춘부냐, 개고기 먹냐” 하버드 출신 한국계 의사 인종차별 폭로

    “매춘부냐, 개고기 먹냐” 하버드 출신 한국계 의사 인종차별 폭로

    하버드 출신의 한국계 의사가 호주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현지 경찰은 문제 될 것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일(현지시간) 호주ABC뉴스는 뉴사우스웨일스주 항구도시 그래프턴의 한 호텔에서 한국계 의사 앨리스 한씨가 인종차별을 당한 뒤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하던 앨리스 한은 지난 5월 연구 제의를 받고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했다. 같은 달 18일, 뉴사우스웨일스의 관광도시 코프스하버로 향하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타이어 펑크로 길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시간은 이미 밤 9시를 넘겼고, 주말이라 당장 수리는 불가능한 상황. 견인차 기사의 도움으로 겨우 가까운 모텔에 내린 한씨는 온라인으로 해당 모텔에 빈방이 있음을 확인하고 입실을 위해 리셉션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모텔 주인은 그녀의 입실을 거부했다.한씨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셉션은 9시에 마감됐지만 주인의 허락으로 호텔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내게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한씨에 따르면 모텔 주인은 그녀에게 "워킹걸이냐, 그렇게 번 돈으로 방을 잡으려는 거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던졌다. 질문의 요지를 곧바로 파악하지 못한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지만 주인은 "수상하다. 며칠 전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여자가 입실했는데 문제가 생겨 쫓아냈다"고 말했다. 그제야 모텔 주인의 말을 알아들은 한씨는 "매춘부를 말하는 거냐"며 신분증을 제시하고 자신이 하버드 출신 의사라고 밝혔다. 그러나 숙박은 거절당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다음 이어진 주인의 태도. 입실을 거부당한 한씨가 그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다른 호텔 예약을 하려 하자 주인은 "내 호텔 리셉션에서 뭐 하는 거냐. 이기적이다"라고 화를 내며 그녀를 내쫓았다.이후 한씨는 자신이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춘부 의심을 받고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현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뉴사우스웨일스경찰청(NSWP)은 '인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인종차별사건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NSWP 대변인은 ABC뉴스 측에 "문제는 모텔방에서 성매매를 일삼는 매춘부들이며, 모텔 주인들은 성매매 여성인지 여부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모텔 주인 역시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프런트를 마감했지만 그녀를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고 무례했다. 나에게도 손님을 골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BC뉴스 측은 그가 '매춘부'임을 반복해서 물어본 것에 대해서는 시인했지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늦은 시간에 미리 전화도 없이 여자 혼자 모텔에 들어오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인종차별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 여자가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나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씨가 당한 인종차별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음날 기차역으로 향하다 마주친 다른 백인남성에게 또다시 '매춘부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첫 번째 모텔에서 쫓겨난 뒤 가까스로 잡은 다른 숙소에서 하루를 묵은 그녀는 차를 수리하기 위해 주변을 돌았지만 일요일이라 여전히 문을 연 수리센터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기차를 타고 목적지인 코프스하버로 가려던 한씨는 처음 본 남성이 자신을 기차역까지 바래다주겠다고 나섰으며 자신에게 "이곳에서 매춘부로 일할 거냐"는 질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12시간 사이 2번이나 같은 질문을 받은 그녀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나와 그 어떤 상호작용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내 외모만 보고 그런 편견을 가졌다"고 분노했다. 이어 자신이 호주에 온 뒤 "개고기를 먹느냐", "생각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녀는 "이 모든 차별에 매우 화가 났지만 정작 호주 사람들은 자신들이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암묵적 편견'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하버드 메디컬 스쿨 출신의 한국계 여성 앨리스 한은 산부인과 전문의의자 역학자로 각종 저서를 출판하고 '테드 엑스'(TEDx) 연단에 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테드엑스 강연에서 여성혐오범죄도 일종의 감염병이며, 치료를 위해 공중보건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한편 기술, 오락, 디자인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분야의 비영리 강연회에서 시작된 '테드'(TED)는 과학은 물론 국제 이슈까지 그 분야를 넓혀 지식을 나누는 플랫폼이다. 그간 빌 클린턴, 앨 고어,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제인 구달 등 유명인사부터 모델, 작가, 소방관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연단에 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지식을 공유했다. 지난 2016년에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실장,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수석보좌관 등을 역임하고 현재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지속가능부문 최고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2세 '오드리 최'가 강연에 나섰으며, 앨리스 한은 2017년 독립적인 지역 강연회 형식의 테드엑스에서 강연을 펼쳤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마이니치 “日 수출규제 민간 한일교류 35건 중단…불매운동 우려 고조”

    마이니치 “日 수출규제 민간 한일교류 35건 중단…불매운동 우려 고조”

    일본이 지난달 초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양국 간 민간교류 중단 사례가 35건에 달한다고 현지 마이니치신문이 2일 보도했다. 해당 신문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일본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2일 자체 집계 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로 인한 한일 관계 악화로 지난달 이후 일본 21개 광역자치단체에서 35건을 한일 교류 중단 사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충남 서산과 일본 나라현 덴리시 사이의 중학생 교류 사업, 충남 보령시 고등학생들의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 홈스테이 체험 중단 사례 등이 그 예다. 니가타현 시바타시는 다음달로 예정됐던 한국 영화 상영회에 후원하지 않기로 했다. 마아니치는 또 양국 간 항공기 운항 중시 소식을 전하며 한국인 관갱객 수가 많았던 규슈 외 북단의 홋카이도까지 한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부산과 홋카이도 삿포로 사이의 항공편 운항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홋카이도를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 중 중국 다음으로 많은 곳이 한국으로 2017년 64만명의 한국인이 홋카이도에 다녀갔다. 삿포로시 관계자는 “관광 시즌이 일단락되는 9월 이후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 오이타현의 24개 숙박시설에 물은 결과 7곳이 예약 취소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한편 올해 여름 한국에서 판매 예정이던 일본 작가 구보 미스미의 장편소설 ‘가만이 손을 본다’도 한일 관계 악화로 시민 감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 출판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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