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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폐 아들 존엄 지켜지길”… 네버랜드를 꿈꾸는 시한부 아버지

    “자폐 아들 존엄 지켜지길”… 네버랜드를 꿈꾸는 시한부 아버지

    27세 아들… 사회성 연령 2.3세 수준입소 시설 찾는 고군분투 소개되자전국서 도움… 자폐 지원재단 설립“중증 자폐인 위한 시설 세우고파” “제가 떠나도 아들의 존엄이 지켜지는 세상, 세상의 모든 ‘피터팬’을 위한 네버랜드를 꿈꿉니다.” 최근 출간된 무명 작가의 책 한 권이 조용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안녕, 피터팬’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장애를 가진 아들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던 60대 남성이 자신과 아들의 사연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저자인 전경철(64)씨를 지난달 23일 서울 강동구 골목 시장 안에 자리한 한 다세대주택에서 만났다. 지난해 4월 3일은 전씨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간암 말기. 의사가 예상한 그의 여명은 6개월 남짓이었다. 20년 넘게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 제원(27)씨를 홀로 돌보며 쌓인 피로 탓이었을까. 진단이 내려진 순간,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이제 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의사한테 ‘쉬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돌이켜보면 그 사실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평온함도 잠시, 홀로 남겨질 아들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소명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전국에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이 1000여 곳이나 되는데 설마 내 아들 하나 누울 자리가 없을까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들이 평생 살아갈 곳을 찾는 고단한 여정이 시작됐죠.” 아들 제원씨는 키 176㎝, 몸무게 90㎏의 건장한 체격을 가졌지만, 사회성 연령은 2.3세에 불과하다. 의사소통은커녕 ‘아빠’ 같은 기본적인 단어도 말하지 못한다. 때때로 돌발적인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아빠는 아들에게 ‘피터팬’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자식에 대한 애정인 동시에 자신에게 던지는 위로이기도 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1000곳이 넘는 시설 중 90% 이상이 상담조차 거부했다. 어렵게 들어간 시설에서도 제원씨의 심한 공격성을 이유로 4시간 만에 쫓아내거나, 한 달 체험 종료 직전에 ‘입소 불가’ 통보를 했다. 그 사이 의사가 말한 6개월은 속절없이 흘렀다. 절망의 끝에 선 그는 지난해 11월,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야속함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죽고 말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가문에서 아들 하나 살아남는데, 이 기록을 단 한 명이라도 봐서 우리 아들을 기억해 주고 지켜봐 주는 이가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그렇게 시작된 글은 기적과 같은 일들을 불러왔다. 올해 3월, 신문과 방송에 그의 사연이 소개됐고 비슷한 시기, 아들은 충북 제천시의 한 시설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의 여정이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아이의 거처를 구했다고 해서,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내몰리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아들은 이제 안전한 곳을 찾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오갈 데 없는 또 다른 피터팬들이 있습니다. ‘피터팬 재단’을 통해 이들을 위한 마을, ‘네버랜드’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그가 마음을 담아 엮어낸 글은 출판사 이야기장수의 도움으로 한 권의 책이 됐다. 여기서 나온 인세 수익은 모두 재단 설립에 쓰일 예정이다. 두 사람의 사연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곳도 나타났다. “책 인세 수익, 영화 판권 계약금, 시민의 후원 약정 등을 재단 출자에 쏟아부을 예정이에요. 국내 대기업 11곳에도 제안서를 전달한 상태입니다.” 전씨는 이번 달 연극과 공연을 결합한 무대를 통해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재단 설립의 경과를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 불안을 파는 ‘성공 멘토’의 세계…정무 장편소설 ‘가난 치료사’ 출간

    불안을 파는 ‘성공 멘토’의 세계…정무 장편소설 ‘가난 치료사’ 출간

    - 유튜브·베스트셀러·고액 코칭으로 이어지는 성공 산업을 판매자의 시선에서 그린 사회파 블랙코미디- 2024년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 우수상 수상작…8월 1일 출간 유튜브와 자기계발서, 고액 코칭, 투자 상품이 하나의 사업으로 엮이는 ‘성공 산업’을 판매자의 시점에서 그린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출판사 메트릭(METRIC)은 정무 작가의 장편소설 ‘가난 치료사’를 8월 1일 출간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2024년 2월 밀리의 서재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가난 치료사’는 대기업 7년 차 과장 정구민이 퇴사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유명 유튜버와 베스트셀러 작가, 고액 강의 판매자, 투자 멘토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린 사회파 블랙코미디다. ※ 작품 속 인물과 단체,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특정 실존 인물이나 사업자를 지칭하지 않는다. 비상구 계단에 사원증을 던지고 카메라 앞에서 퇴사를 선언한 정구민의 영상은 평범한 직장인의 탈출기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채널은 곧 가난과 실패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하는 독설 콘텐츠로 바뀐다. 구독자가 늘어나자 그는 자신을 ‘가난을 치료하는 사람’으로 내세워 자기계발서와 강연, 180만 원짜리 코칭 프로그램과 등급별 유료 강의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구매자가 아니라 판매자의 1인칭 시점을 택한다. 정구민은 시청자와 상담 신청자의 고민을 수집해 팔리는 문장으로 바꾸고, 지출을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로 받아들이도록 판매 과정을 설계한다. 소설은 성공담이 조립되고 신뢰가 형성되며, 사람들의 간절함에 가격표가 붙는 과정을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따라간다. 정무 작가는 “피해자 시점으로 쓰면 독자가 쉽게 안전한 자리에 앉게 된다. 파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보면 그 문장들이 왜 그렇게 잘 작동하는지가 보인다”며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의 간절함을 비웃기보다, 그 간절함이 어느 순간 수익 모델로 전환되는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구민의 성공은 한 사람의 말솜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에는 날것의 경험을 팔리는 문장으로 가공하는 편집자, 투자판과 온라인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술자, 후기와 팬덤을 관리하는 운영자가 등장한다. 편집과 기술, 플랫폼 알고리즘과 커뮤니티 운영이 결합해 한 사람을 ‘성공 멘토’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함께 펼쳐진다. 형식에서도 자기계발서의 문법을 차용했다. 각 부의 앞에는 ‘핵심 키워드’, ‘한 줄 공식’, ‘오늘의 체크리스트’ 등이 담긴 워크북 형식의 도입면이 배치됐다. 각 부의 제목도 ‘당신만의 선한 영향력을 구축하라’, ‘가난을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당신의 약점을 브랜딩하라’,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라’ 등 자기계발서에서 접할 법한 문장으로 구성됐다. 독자는 성공 공식을 읽는 형식을 따라가면서, 그 공식이 어떻게 조립되고 복제돼 판매되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정무는 2023년 첫 장편소설 ‘맹인의 거울’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미국 서평지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에서 ‘GET IT’ 평결을 받았으며, ‘Kirkus Best Indie 2023’ 후보와 ‘IndieReader Approved’에 이름을 올렸다. 2025년에는 서간체 소설 ‘반성문’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 [열린세상] 기초연금도 손볼 때가 됐다

    [열린세상] 기초연금도 손볼 때가 됐다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선정기준을 전체 노인의 70%로 정하는 현행 방식 대신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인빈곤율 해소 방안으로 저소득층에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는 하후상박식 인상을 제안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기초연금 개편을 위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할 때와 2024년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때도 기초연금 개편을 검토했지만 포함하지 못했다. 복지 축소에 대한 부담감, 이른바 복지정책의 불가역성 때문이었다. 현재 전체 노인의 70%가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2026년 2.1%)을 반영한 기초연금(2026년 월 34만 9700원)을 받는다. 하후상박식으로 개편하면 저소득 노인은 더 받지만 소득 상위 노인의 지급액은 늘지 않아 부담된다는 것이었다. 정책을 집행하다 보면 합리적인 방안인데도 혜택을 보는 다수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반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소수는 강하게 반발해 좌초되는 일이 있다. 2015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려다 발표 하루 전에 백지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입자의 95%는 건강보험료가 내려가거나 변동이 없었지만 보험료가 오르는 5%가 80만명에 달해 정무적 부담이 됐다. 결국 같은 내용의 개편안은 2017년 3월 대통령 탄핵으로 권력 공백이 생긴 시기에야 추진됐다. 기초연금은 2014년 전체 어르신에게 지급하려다 소득 하위 70%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이후 대선 때마다 10만원씩 인상되고는 했다. 물론 기초연금은 노인빈곤율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2024년 노인빈곤율은 35.9%로, 기초연금이 도입되기 전인 2013년의 46.3%보다 10.4% 포인트 개선됐다. 현재 기초연금은 기초연금법 3조에 따라 65세 이상인 노인의 70%에게 지급하기 위해 소득인정액으로 선정기준액을 정한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247만원으로, 복지사업 기준이 되는 1인가구 기준중위소득 256만 4238원의 96.3%에 해당한다. 기준중위소득은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소득이다. 생계급여는 이 소득의 32% 이하, 의료급여는 40% 이하인 가구에 지급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이 기준중위소득을 넘어서는 시점이 단독가구 기준 2032년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꾸면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저소득 노인에게 연금을 더 지급해 빈곤을 완화할 수 있다. 재정 지출도 매년 4조 2500억원 절감해 2070년까지 누적 195조원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기준중위소득보다 경제적 여건이 나은 노인에게까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피할 수 있다. 지난 24일 코로나19에 대응했던 공직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난생처음 겪은 코로나19였지만, 특별입국절차와 생활치료센터, 마스크 5부제, QR코드, 사회적 거리 두기, 재택치료 같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상황에 맞게 실행한 것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았다. 기초연금 개편도 마찬가지다. 제도 시행 12년 차인 지금 정책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출산율은 2014년 1.21명에서 지난해 0.80명으로 급락한 반면 고령화율은 12.4%(노인 639만명)에서 올해 21.2%(1084만명)로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기초연금도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전체 노인의 70%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어렵게 사는 어르신에게 더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게 맞다. 이번에 큰 용기를 낸 복지부에 박수를 보낸다. 이기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장
  • [책꽂이]

    [책꽂이]

    상냥한 지옥(이리나 그리고레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와 체제 전환을 목도한 유년 시절부터 체르노빌 사고의 여파, 자본주의 일본으로 떠나온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유대까지. 루마니아 출신 문화인류학자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사회와 역사를 기록했다. 역사에 이름 남기지 못한 존재들과 전환의 시대를 살아낸 개인의 신체적·감각적 변화를 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체로 풀어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저서 ‘설국’을 접한 뒤 일본으로 건너간 여정과 함께, 자본주의의 현실을 ‘상냥한 지옥’이라 부른 다섯 살 딸의 통찰이 담겼다. 264쪽. 1만 8000원. 뭉우리돌의 광야(김동우 지음/ 수오서재) 한국 국외독립운동의 흔적을 기록해 온 사진가 김동우의 세 번째 국외독립운동사 탐방기.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강제 이주당한 한인들과 독립운동가들의 잊혀간 삶을 추적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20개 이상의 도시를 발로 뛰며 채집한 기록과 생생한 현장 사진 183컷을 담았다. 홍범도 장군의 말년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증언을 조명하며 잊힌 역사의 퍼즐을 맞춘다.  460쪽. 2만 7000원. 나의 우아한 목기 시대(이정환 지음/ 시대의창) 30여 년간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방송국 프로듀서가 쉰 살에 만난 목공을 통해 삶을 돌아본 인문 에세이. 흑단, 유창목, 오크 등 다양한 나무를 직접 깎고 사포질하며 터득한 목재의 과학적 지식과 함께 역사, 신화, 심리학을 아우른다. 상처 입은 나무가 빚어내는 깊은 무늬처럼 인생의 시련과 나이테를 받아들이는 지혜를 전한다. 속도전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가치와 단단한 삶의 태도를 모색하게 한다. 336쪽. 2만 2000원. 기후로 보는 한국사(박정재 지음/ 바다출판사) 지리학자가 동굴 석순, 습지 꽃가루, 나이테 등 지구과학적 증거와 고문헌 기록을 결합해 한국사를 기후변화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중국 랴오허 유역의 한랭화로 인한 고조선의 형성부터 5세기 추위가 이끈 장수왕의 평양 천도, 고려의 중세 온난기 무역, 조선시대 경신대기근과 민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대전환의 이면에 작동한 기후의 영향력을 밝힌다. 312쪽. 1만 9800원.
  • 동거냐 독거냐 고민하던 중… 생판 모르는 남들과 사는 5명의 ‘조립식 가족’

    동거냐 독거냐 고민하던 중… 생판 모르는 남들과 사는 5명의 ‘조립식 가족’

    “오늘은 세 사람이 집에 있습니다.” 제주시 도남동 공유주택 ‘미로헌(美老軒)’의 파란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은 한옥을 닮은 중정이 먼저 반긴다. 현관문을 밀면 곧바로 공유 부엌이 나온다. 일반 주택과는 사뭇 다른 구조다. 창가에는 손바닥만 한 인형 다섯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인형이 창밖을 바라보면 외출 중, 집 안을 향하면 집에 있다는 뜻이다. 굳이 전화를 걸지 않아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이 집만의 신호다. 최근 에세이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를 펴낸 조선희(64) 전 제주문화예술재단 경영기획본부장은 이들을 “무연고 우연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는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애칭) 수, 루나, 마루와 비누(부부 사이)와 함께 산다. 저자만 빼고 모두 50대다. 작가 김하나씨는 이들을 ‘조립식 가족’이라 불렀다. 조 씨는 “혼자 늙는 것이 당연한 시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가족이 아니어도 함께 나이 드는 방법을 먼저 살아보는 작은 사회 실험을 4년째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원래 신문기자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1999년 남편과 함께 제주 서귀포시 토산리로 내려와 무농약 감귤농사를 하며 제주살이가 시작됐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남편은 2006년 암 판정을 받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귤밭을 지켰지만 결국 2008년 세상을 떠났다. 마흔일곱, 너무 이른 나이에 홀로 남았다. 순탄치만은 아닌 인생이었다. 제주를 떠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손길이 그를 붙잡았다. 서귀포신문기자로 근무하다 이후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13년간 일하며 정년을 맞았다. 제주 출신이 아니어서 비주류(아웃사이더)였던 그는 ‘주류(인사이더)’는 될 수 없으니 ‘싸가지 있는 아웃사이더’가 되자는 마음으로 제주살이에 빠졌다. 그러나 정년을 앞둔 2022년 또 한 번 시련이 찾아왔다. 유방암 진단이었다. 그는 “암 진단을 받고 일상이 멈추었다”면서 “졸지에 ‘아만자’가 되었다”고 웃었다. ‘아만자’는 암 환자를 잘못 들은데서 비롯한 말이란다. 환자들이 암에 걸린 자신을 마치 남처럼 부를 때 쓰는 표현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암 치료는 미로헌을 짓던 시기와 겹쳤다. 2022년 12월 28일 서울에서 치료를 마치고 제주로 돌아온 날은 남편의 기일이었다. 5명이 공유의 삶을 시작한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로헌은 흔히 떠올리는 공유주택(셰어하우스)와는 다르다. 현관과 거실, 주방은 함께 쓰지만 각자의 방에서는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식사도 각자 해결한다. 당번도 없다. 함께 있고 싶을 때만 함께한다. 그는 이같은 삶을 “독거의 자유는 그대로, 동거의 안전은 더한 삶”이라고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젠 자식들도 홀로 된 엄마를 걱정하지 않게 됐다. 제주에 올 때마다 다른 입주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그는 “처음엔 덜 외롭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가족이 확장되는 즐거움이 있더라”면서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라고 말했다. 암 치료를 받는 동안 함께 사는 사람들이 병원에 동행했고 공항까지 데려다줬다. 몸이 아플 때는 죽을 끓여주고, 늦은 아침까지 방문이 열리지 않으면 먼저 안부를 묻는 돌봄을 경험했다. 가족은 서로에게 당연함을 기대하지만 이들 5인은 소소한 것까지 감사해 하는 ‘소확행’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공동생활이 오래 유지되는 숨은 비결은 철저한 규칙에 있다고 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는 반드시 회의를 하고, 쓰레기 배출과 마당 관리, 공동물품 구매, 방역 등 모든 역할을 나눠 맡는다. 일정도 공유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로 공개한다. 갈등을 줄이는 비결도 의외로 단순하다. 사생활은 지나치게 묻지 않는다. 가족사나 과거를 캐묻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간섭보다 존중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오히려 남들과 함께 살면서 자신이 더 성숙해졌다”며 “가족에게는 쉽게 짜증을 낼 수 있지만 남에게는 그렇지 않잖아요. 건강한 긴장이 사람을 꼰대가 되지 않게 한다”고 웃었다. 그가 미로헌에서 실험하고 있는 삶은 단순한 공동주택이 아니라, 초고령사회가 맞닥뜨린 ‘어떻게 함께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사회는 아직 가족을 혈연으로만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친구도, 이웃도 함께 늙어가는 사람들이 가족이 될 수 있다”며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도 가족은 혈연가족만을 떠올리는데 1인 가족이 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공유주택 미로헌은 그 가능성을 먼저 살아보는 작은 실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혹시라도 향후 집을 떠나고 싶어질 때는 어떻게 하는 거냐는 질문에 “누군가가 공유주택의 삶을 끝내게 될 경우 집을 처분하기로 했다. 다만 10년마다 공동체를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찾을지 함께 결정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노인’은 어르신이 아니라 ‘선배 시민’이라며 “권리만큼 책임도 함께 지는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는 우리 사회의 선배이자 시민인 노인이 선배시민으로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후배시민과 소통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선배시민 지원에 관한 조례도 있단다. 그는 “함께 산다는 것은 의존이 아니라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는 일”이라며 “결국 행복한 노후를 만드는 것은 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했다. 그는 출판기념 북토크를 오는 31일 오후 4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연다.
  • 김선향 시집 ‘안녕’ 루마니아 문학상…국제적 성과 이어가

    김선향 시집 ‘안녕’ 루마니아 문학상…국제적 성과 이어가

    루마니아 크라이오바에 본부를 둔 미하이 에미네스쿠 국제아카데미는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선향 이사장의 시집 ‘안녕(So Long)’을 ‘2026 올해의 책(Book of the Year 2026)’으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시집은 2025년 미국 문두스 아르티움 프레스가 수여하는 ‘오르페우스 텍스트 올해의 책’을 받은 데 이어 유럽 문학계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선정위원회는 ‘안녕’의 시적 깊이와 명료성, 예술적 비전을 높이 평가해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이온 데아코네스쿠 회장은 “인간에 대한 통찰과 공감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유대를 끌어내는 시의 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안녕’은 ‘운문일기’(2012), ‘황금장미’(2021), ‘그날, 그 꽃’(2024) 등 세 권의 시집에서 핵심 작품을 선별한 시선집이다. 김 이사장이 번역에 참여한 한영 이중언어판으로, ‘운문일기’라는 독창적 형식을 통해 개인의 경험을 보편적 성찰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초판은 발간 직후 매진됐으며 현재 2판이 출간됐다. 출판사 문두스 아르티움 프레스의 잭 마리나이 대표는 “‘안녕’은 일상을 서정성과 통찰로 확장한 작품으로, 이번 수상은 독보적인 시적 목소리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라고 밝혔다. 김선향 이사장은 경남대학교 영문학 교수 출신으로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경남대는 개교 80주년을 맞아 ‘안녕’ 특별전을 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 바 있다. 미하이 에미네스쿠 국제아카데미는 루마니아 국민 시인을 기리고자 2003년 설립된 비정부·비영리 기관으로, 국제 문학 교류와 시상 등을 통해 문화적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 “좋은 책도 외면받는 시대…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 [이순녀의 이사람]

    “좋은 책도 외면받는 시대…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 [이순녀의 이사람]

    창립 50년 맞은 한길사언론사 해직 뒤 준비 없이 시작송건호 첫 책 이후 3500권 펴내리영희 ‘우상과 이성’ 필화 겪어문공부 불려 가고 판금 조치도돌이켜 본 출판 반세기90년대 ‘로마인 이야기’ 등 출간대형 인문·역사 시리즈 잇따라사상가 함석헌 선생 책 좋아해‘뜻으로 본 한국역사’에 행복감인간답게 만드는 책책 읽기는 성찰·관용 정신 길러팔릴까 고민하는 상황이 고통교육, 에세이·토론으로 바꿔야공공재 책·책방 체계적 지원을‘한 권의 책은 한 시대의 정신과 사상입니다. 한 권의 책이 인간의 삶을 반듯하게 세웁니다.’ 파주출판도시 한길사 사옥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장이다. 건물 출입구 바닥에 새겨진 이 글은 김언호(81) 대표가 쓴 것이다. 더하거나 뺄 것 없는 정갈하고, 옹골찬 문장 안에 한국 출판계의 거목과 국내 대표 출판사가 지나온 궤적과 지향점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올해로 한길사는 사람 나이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인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자유언론수호투쟁을 펼치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김 대표는 1976년 출판사 문을 열었다. 이듬해 ‘오늘의 사상신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한길사의 책은 3500권이 넘는다. 책 만드는 일뿐 아니라 출판 생태계 조성과 문화예술 운동에 남긴 발자취 또한 뚜렷하다. 출판인으로 살아온 반세기는 어땠을까.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이 지니는 가치와 출판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난 21일 김 대표를 파주 출판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50주년을 맞아 특별히 기획한 책이 있나. “지난 3월 출간한 ‘백범 강산에 눕다’를 포함해 몇 가지 중요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언론인 출신 임순만 작가가 김구 선생의 일생을 소설로 재구성한 책이다. 유네스코가 백범 탄생 150주년을 맞아 ‘김구의 해’로 공식 지정한 해에 출판돼 더욱 뜻깊다. 하반기에 나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관한 책도 의미가 크다. 1974년 결성돼 50년 넘게 이어 온 한국 천주교의 위대한 집단지성을 한 권으로 정리한 기념비적인 기록물이 될 것이다. 인문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의 200번째 책도 곧 나온다. 생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존 벨라미 포스터가 쓴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라는 책이다. 1996년에 1권 ‘관념의 모험’으로 시작된 한길그레이트북스도 올해로 출간 30년이 됐다.” -직접 쓴 책도 나온다고 들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를 정리해 900쪽 안팎의 5권짜리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은 출판인으로서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록인 동시에 한국 출판계의 시대정신과 고민을 담은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9월 출간을 목표로 마무리 단계에 있다.” -처음 출판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출판사 등록부터 했다고. “기자가 되고 싶어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할 정도로 언론인을 천직으로 여겼는데 신문사에서 해고되고 나니 막막했다. 일 년쯤 고민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성탄 전날인 12월 24일에 출판사 등록을 했다. 출판이 신문보다 오히려 더 본격적인 언론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대책 없이 출판사부터 차렸다. 당시 책 한 권 조판비가 30만원 정도였는데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해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다. 그렇게 출판한 첫 책이 송건호의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다.” -한길사의 출발은 ‘오늘의 사상신서’ 총서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우리의 시대정신을 담는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총서 제목은 미국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의 신문 연재 칼럼 ‘오늘과 내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에 이어 고은의 ‘역사와 더불어 비애와 더불어’,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 등을 출간했다.” -필화 사건, 판금 조치 등 험한 일도 많이 겪었다. “리영희 선생이 ‘우상과 이성’으로 필화 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른 것을 비롯해 당시 우리가 낸 책 상당수가 판금됐다. 1979년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나왔을 때도 문공부에 불려 갔고, 책도 판금 조치됐다. 험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1980년대는 누구나 손에 책을 들고 다니는 ‘위대한 책의 시대’였다.” -90년대 들어 대형 인문·역사 시리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70~80년대가 우리의 사상, 주체적인 인문사회과학 이론과 민족사에 집중했던 시기라면 90년대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인류 역사의 보편적인 고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을 집대성한 ‘한길그레이트북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5권)가 그렇게 나온 역작들이다. 우리 역사를 쉽게 풀어낸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22권), 중국 근현대사를 인물 중심으로 엮은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10권)도 완간까지 10~15년씩 걸린 대형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낸 3500여권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을 꼽는다면. “우리말, 우리글을 가장 잘 구사한 사상가 함석헌 선생의 책을 가장 좋아한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 등 한길사에서 출간한 책이 80여권이다. 나는 ‘사상계’ 세대다. 고등학생 때 밑줄 그어가며 읽은 그 책들이 내 사상과 철학의 뿌리다. 학창 시절 강연마다 쫓아다닐 정도로 존경했던 그의 책을 우리 출판사에서 낼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내 일기에 가장 많이 언급된 분도 함 선생이다.” -책 출판의 최우선 원칙은 무엇인가. “첫 독자인 내가 설득되는 내용이라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의미 있고, 좋은 글이면 출판한다. 진보냐 보수냐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정의롭고, 도덕적이며, 민주적인지가 기준이다. 지식인·작가는 권력자나 가진 자가 아니라 약한 이들의 편에 서야 한다. 한길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책들을 만들어 왔다고 자부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만드는 지침서가 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런 책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책 만드는 일을 넘어 인문·사회과학·역사 강좌 등 교육에도 힘을 기울였는데. “애초부터 출판사는 ‘열린 학교’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85년 안암동에 50~60명이 들어가는 교실을 만들어 강좌를 시작했다. 우리끼리는 민립(民立)대학이라고 불렀다. 한길사 10주년인 1986년 안동 병산서원에서 지식인 대회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해인사에서 젊은 연구자 대회도 기획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한길역사기행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파주출판도시, 예술마을 헤이리 조성에도 앞장섰다. “80년대부터 ‘책의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판인들과 합심해 출판도시를 구상했다. 2002년에 파주로 이사했다. ‘책의 도시’라는 개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실험이다. 출판과 예술, 공동체를 결합한 모델로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헤이리예술마을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시대에 책이 점점 더 외면받고 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답하는 것이 책의 본령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깊이 있는 성찰이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에 매여 성찰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볼거리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 무엇도 책을 따라올 수는 없다. 책 읽기는 선택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적 필수 조건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인파가 몰리고, 책을 유행 아이템처럼 활용하는 ‘텍스트 힙’ 현상 등은 어떻게 보나. “책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어렵거나 두꺼운 인문학 서적들은 쳐다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그레이트북스도 초판 1000부 판매하기가 어렵다. 책이 좋으면 무조건 내야 하는데, 팔릴까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럽다. 50년간 출판업을 해 오면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다.” -책을 읽는 사람과 사회는 무엇이 다른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만이 관용의 정신을 가지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다. 책을 안 읽고 주장만 하니 평화가 어려운 것이다. 평화도 결국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사회는 정신과 사상을 일으켜 세운다. 그런 사회가 아름답고, 정의로운 사회다.” -독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최근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독서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일 년에 40~50권씩은 읽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시험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에세이와 토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독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책은 저자가 만드는 것도, 출판사가 만드는 것도 아니다. 저자, 출판사, 독자가 어깨동무하듯 수평적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책이다. 그래서 독자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 -평소 서점 지원과 도서관 정책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책은 공공재다. 서점 역시 공공성을 가진 공간인 만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동네 책방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서점지원법을 만들어야 한다. 전주시는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사면 책값의 20%를 지원해 준다. 전국적으로 이런 지원이 확산돼야 한다. 서울 뒷골목에 작은 책방 1000개가 생기면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난다. 도서관도 건물만 지을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선정한 양서를 많이 채워 넣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좋은 책을 만드는 편집자를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 -반세기 출판 인생의 소회가 궁금하다. “나름으로 할 만큼은 했다고 보지만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50년이나 해 온 일인데 왜 여전히 힘든지 모르겠다. 양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책의 본질과 기능 자체는 예전과 똑같다. 요즘도 어디를 가나 한길사 독자를 만난다. 그게 큰 격려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더 좋은 책을 내야겠다는 다짐을 항상 하게 된다.” ●김언호 대표는 194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해직된 뒤 1976년 한길사를 설립했다.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해 1·2대 회장을 역임했다. 파주출판도시와 예술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앞장섰다. ‘책의 탄생’, ‘책의 공화국에서’, ‘세계서점기행’, ‘그해 봄날’, ‘서재 탐험’ 등을 저술했다. 이순녀 수석 논설위원
  • 현직 언론인의 ‘알프스 생생 기록’… 조기선 광주CBS 대표,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을 가다’ 출간

    현직 언론인의 ‘알프스 생생 기록’… 조기선 광주CBS 대표,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을 가다’ 출간

    현직 언론인이자 여행 작가인 조기선 광주CBS 대표가 유럽 알프스의 대표 고봉들을 직접 발로 누빈 기록을 담은 신간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을 가다’(다큐북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유럽 여행자들과 트레커들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융프라우, 마터호른, 몽블랑 등 알프스 3대 미봉 주변을 둘러보는 9박 10일간의 트레킹 여정을 상세히 담아낸 감동 여행기다. 저자는 스위스와 프랑스 일대의 주요 트레킹 코스를 직접 걸으며 경험한 대자연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생생한 글과 감성적인 사진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일반인들이 선뜻 떠나기 어려운 알프스의 만설 풍경과 수천 년 역사를 간직한 빙하, 투명한 호수에 반사된 고봉의 장관을 다채로운 사진으로 수록해 볼거리를 더했다. 트레킹 도중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은 물론, 실제 알프스 탐방 시 유용한 실전 팁도 함께 엮어냈다. 이번 신간은 저자가 지난 2023년 직접 현지를 다녀온 뒤 집필했다. 바쁜 언론사 경영 일정 속에서도 발품을 팔아 몸으로 기록해 낸 책이라는 점에서 온라인의 넘쳐나는 단편 정보들과 차별화되는 깊이를 갖췄다는 평가다. 기자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도전 정신을 지닌 저자는 지난 2015년에도 ‘시베리아 횡단열차 A to Z’를 출간한 바 있는 베테랑 여행 작가다. 대학 시절 45일간의 유럽 배낭여행, 미국 연수 시절 105일간의 미 대륙 자동차 여행 등을 거치며 쌓아온 풍부한 여행 내공이 이번 책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조기선 대표는 “전문 등산가가 아니더라도 알프스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특히 알프스 3대 미봉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길잡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고 전했다. 한편 출판사 는 ‘여행자의 서재 컬렉션’ 기획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깊이 있는 여행기를 선보이고 있다. 책은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정가는 2만 원이다.
  • 시와 소설로 만난 ‘현실 같은 SF’

    시와 소설로 만난 ‘현실 같은 SF’

    과학소설(SF)은 ‘예언의 문학’이다. 아직 현실이 아닌 이야기를 마치 오늘 벌어진 것처럼 그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SF는 소설이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시(詩)도 충분히 과학적이고, 예언적일 수 있다. SF소설뿐만 아니라 ‘SF시’도 가능하다. SF 전문 출판사 허블이 최근 출간한 앤솔러지 ‘SF 소설x시’는 이런 생각에서 기획된 시리즈다. 소설가와 시인이 짝을 이뤄 소설 한 편, 시 일곱 편을 쓰고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외계 생물의 잠’(이유리·신이인), ‘선 끝에’(천선란·임솔아), ‘천사가 지구 옆을 스쳐 갈 때’(김희선·김승일), ‘출력되는 마음’(예소연·유선혜), ‘청포도를 줄게’(현호정·임승유)까지 시리즈는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됐다. 허블은 “SF란 하나의 장르나 형식이라기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며 “열 사람은 바로 그 태도 하나만을 공유한 채 각자의 글을 써나갔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놀라운 것은 이 작은 생물에게 ‘완전기억력’이 있다는 점이다. 냐츠는 숙주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동시에 함께 감각하며, 그것들을 전부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숙주가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기억을 끄집어내서 숙주의 뇌로 전달해 준다.”(이유리, ‘냐츠’ 부분) “미래의 나는 물레가 짓던 궤도 밖으로 날았고 외계인이 되어 흉흉한 손가락을 내보일 때마다 그를 떠올렸다. 원망했다. 욕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그 시기를 견디지 못했을까 봐 너무도 무서웠다.”(신이인, ‘실 뭉치’ 부분) ‘외계 생물의 잠’에 실린 이유리 소설 ‘냐츠’와 신이인 시 ‘실 뭉치’ 일부다. 이유리는 숙주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능력이 있는 우주 생물 ‘냐츠’를 통해 인간에게 기억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질문한다. 한편 신이인의 시편들은 ‘나’의 바깥에서 나를 규정하려는 목소리에 저항한다. ‘외계 생명체’라는 하나의 단어에서 서로 다르게 뻗어나간 문장들이 서로 겹치고 엇갈리기를 반복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직업과 가치관에 관한 프롬프트를 개인의 의식에 삽입하는 기술이 상용화된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는 예소연 소설 ‘월룽’은 내 몸에 들어와 나를 바꾸는 존재들을 포착한 유선혜의 시편들과 함께 묶였다. 각 권에는 소설가와 시인이 서로의 작품을 읽은 뒤의 감상과 SF문학이 무엇인지에 관해 나눈 짧은 인터뷰가 실렸다. ‘현실이 오히려 SF를 앞지르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소설가 천선란의 대답이 무게감 있게 읽힌다. “SF는 예언적인 장르임과 동시에 현실을 낯설게 보게 하는 장르이기도 하죠. 예언은 언제나 현재를 담고 있고, 우리가 그 예언 속에서 미래가 되어버린 현재를, 가까이 있어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현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해 줘요. … 우리의 상상이 쉴 때조차 현실은 흐르기에 언제나 현실이 SF를 앞선다고 생각해요.”
  • ‘애들아, 예당으로 놀러와’....영국 그림책 거장 와일드스미스의 원화전, 30% 할인 나서

    ‘애들아, 예당으로 놀러와’....영국 그림책 거장 와일드스미스의 원화전, 30% 할인 나서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그림책 거장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Brian Wildsmith)의 대표 원화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대형 전시가 열린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와일드스미스 그림책 원화展’은 작가의 원화 200여 점을 비롯해 미디어아트, 체험형 연극, 창의 워크숍 등 다채로운 참여형 콘텐츠를 결합한 오감 만족형 전시로 꾸려진다.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약 80여 권의 작품을 발표하며 전 세계 37개국에 번역 출판, 누적 3,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20세기 그림책의 거장이다. 현대 그림책의 거장 앤서니 브라운이 “색과 여백을 가장 독창적으로 사용한 작가”라고 평가했을 만큼, 그림 자체가 서사를 이끄는 혁신적인 기법으로 현대 그림책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회색 빛 탄광 마을서 피어난 ‘색채의 연금술’영국 요크셔의 탄광 마을에서 성장한 와일드스미스는 유년 시절의 회색빛 풍경 속에서 역설적으로 강렬한 색채에 대한 갈망과 상상력을 키웠다. 그는 “어린이가 마주하는 첫 예술은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철학 아래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1962년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작 『ABC』를 비롯해 이솝 우화 시리즈, 초기 드로잉과 흑백 스케치, 완성 원화 등 주요 소장품 200여 점이 대거 공개된다. 미디어아트부터 체험 연극까지…방학 맞아 30% 할인 나서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됐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미디어아트와 김선혁 작가의 설치 작품이 어우러져 그림책 속 세계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이와 함께 그림책 속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 자유 독서 공간, 체험형 연극 ‘토끼와 거북이’, 전시 연계 창의 워크숍, 그림책 구연동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관계자는 “여름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오감형 예술 공간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번 ‘와일드스미스 그림책 원화展’은 오는 10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전시 측은 여름방학을 맞아 오는 8월 30일까지 입장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특별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 날것의 ‘인간미’… 예능에 스며들다

    날것의 ‘인간미’… 예능에 스며들다

    이, 동료 이선민 지상파로 이끌어“출퇴근·식사 때 함께할 친구 느낌”백 ‘허간민’ 조합으로 시청자 확대“사람들, 응원하고픈 서사에 이입” 날것의 가치관과 일상을 드러내는 영상으로 동료들을 지상파 예능으로 진출시킨 이들이 있다. 27일 희극인 이용주와 토스 백순도 PD를 만나 예능의 다음 단계를 물었다. ●‘부캐’에서 ‘관계성의 회복’으로 “나 이선민 스타 만들겠어.” 4년 전 이용주가 촬영장에서 동료 희극인을 보며 농담처럼 던졌던 한마디가 현실이 됐다. 희극인 이선민은 지난 5월 MBC ‘놀면 뭐하니?’에 첫 출연했고, 지난 11일에 다시 등장해 유재석·하하 등과 고향인 경북 구미를 소개하며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선민을 공중파 예능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발판은 구독자 22만명의 작은 브이로그 채널 ‘용쥬르이용주’였다. 이들은 새벽 4시에 예고 없이 집에 찾아가 코골이 완화용 양압기를 찬 속옷 차림의 이선민을 깨우고 깔깔거린다. 30대 남성들이 초등학생처럼 장난치는 장면들은 학창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용주가 내다보는 예능의 지평은 시청자의 삶에 바짝 닿아 있다. 예능의 다음을 묻는 질문에 그는 “현대인에게는 출퇴근길, 식사 시간에 함께할 친구가 필요하다”며 “일상의 휴식 속에 상황 단위로 맞아떨어지는 콘텐츠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용주가 정교하게 구축했던 세계관을 뒤로하고 꺼내든 진심은 결국 ‘사람’이다. 그는 “누구나 관계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바라고 그리워한다”면서 “영상으로 따뜻한 공감과 대리만족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극적 가면을 잠시 내려놓은 이용주가 대중의 일상에 온기로 스며드는 이유다. ●백 PD, 편집자 김민경을 만들다 백 PD는 대화 중심 예능의 지평을 넓히며 몰입을 끌어낸다. 구독자 84만 채널 ‘머니그라피’의 대표 시리즈 ‘B주류초대석’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은 드러머 김간지·음악 프로듀서 허키 시바세키·출판사 편집자 김민경이 모인 ‘허간민’ 조합이었다. 그는 “현실에서 가장 안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을 한 테이블에 모아 보자는 접근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쏘우’ 시리즈 10편을 모두 챙겨 봤다는 김간지와 허키. 이들에게 김민경이 “(이런 수준이면) 같이 영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젓는 장면은 이 조합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장난을 치다가도 김민경은 “공포영화의 폭력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무감각해졌는지 되묻게 한다”고 뜻밖의 통찰을 번뜩인다. 웃음 뒤에 묵직한 잔향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 PD는 “경제 채널이던 초창기에는 남성 시청 비율이 95%였는데, ‘허간민’을 계기로 반반으로 균형을 이뤘다”고 했다. 그는 이를 채널이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됐다는 의미라고 봤다. 그는 파편화된 알고리즘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로 ‘응원하고 싶은 서사’를 꼽았다. 대중은 결국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고, 그 진솔한 서사에 이입한다는 철학이다.
  • ‘부캐’ 가고 ‘진심’의 시대…이용주·백순도 PD가 본 유튜브의 다음 단계

    ‘부캐’ 가고 ‘진심’의 시대…이용주·백순도 PD가 본 유튜브의 다음 단계

    정교하게 설계된 세계관과 자극적인 ‘부캐’ 열풍이 잦아든 자리에, 날것의 가치관과 일상을 드러내는 콘텐츠가 스며들고 있다. 도파민이 과해 유난히 ‘맵고 짠’ 영상이 넘쳐나는 플랫폼에서, 오히려 무해함과 진솔함으로 대중의 마음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동료들을 유튜브에서 지상파 예능으로 진출시킨 희극인 이용주와 토스 백순도 PD에게 27일 유튜브 예능의 다음 단계를 물었다. ‘부캐 전성시대’ 최전방에서 ‘관계성의 회복’으로 “나 이선민 스타 만들겠어.” 4년 전 이용주가 촬영장에서 동료 희극인을 보며 농담처럼 던졌던 한마디가 현실이 됐다. 희극인 이선민은 지난 5월 MBC ‘놀면 뭐하니?’에 첫 출연했고, 지난 11일에 다시 등장해 유재석·하하 등과 함께 고향인 경북 구미를 소개하며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선민을 공중파 예능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발판은 구독자 22만명의 작은 브이로그 채널 ‘용쥬르이용주’였다. 카메라 앞의 인물들은 각 잡힌 연기를 하거나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코미디 업계에서 웃음 포인트를 뜻하는 ‘오도시’도 뚜렷하지 않다. 이용주는 한 손에 소형 카메라를 든 채 날것의 일상을 담아낸다. 이들은 새벽 4시에 예고 없이 집에 찾아가 코골이 완화용 양압기를 찬 속옷 차림의 이선민을 깨운다. 짜증이 서린 눈으로 인상을 쓰다가도, 천진하게 깔깔거리는 모습에 웃음 짓는다. 30대 남성들이 초등학생처럼 장난치는 장면들은 시청자에게 학창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용주가 내다보는 예능의 지평은 시청자의 삶에 바짝 닿아 있다. 유튜브 예능의 다음 단계를 묻는 질문에 그는 “현대인에게는 러닝머신 위, 붐비는 출퇴근길, 혼자 먹는 식사 시간에 함께할 친구가 필요하다”며 “대중이 숨을 돌리는 일상의 휴식 속에 상황 단위로 뾰족하게 맞아떨어지는 콘텐츠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공채 코미디언이었던 이용주는 2017년 5월 S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종영하면서 절박하게 지켜온 무대를 잃었다. 그에게 유튜브는 뒤늦게 뛰어든 생존의 공간이었다. 당시 대중이 SNS 부계정으로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내던 문화에서 착안해 ‘서준맘’, ‘배용남’ 등 섬세한 ‘부캐’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렇게 채널 ‘피식대학’을 구독자 283만명 규모의 초대형 채널로 키워냈다. 이용주가 정교하게 구축했던 세계관을 뒤로하고 꺼내든 진심은 결국 ‘사람’이다. 그는 “누구나 관계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바라고 그리워한다”면서 “좋은 관계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통해 따뜻한 대리만족과 공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극적 캐릭터라는 가면을 잠시 내려놓은 이용주가 화면 밖 대중의 일상에 온기로 스며드는 이유다. 백순도 PD, 스타 편집자 김민경을 만들다 백순도 PD는 대화 중심 예능의 지평을 넓히며 몰입을 끌어낸다. 84만 구독자를 보유한 토스의 경제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를 연출한 백 PD는 통찰력과 무해함이 공존하는 대담으로 시청자의 일상에 다가갔다. ‘머니그라피’의 대표 시리즈 ‘B주류초대석’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은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음악 프로듀서 허키 시바세키·출판사 민음사 편집자 김민경이 모인 ‘허간민’ 조합이었다. 백 PD는 “전략적으로 계산했다기보다, 현실에서 가장 안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을 한 테이블에 모아보자는 접근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쏘우’ 시리즈 10편을 모두 챙겨봤다는 김간지와 허키. 이들에게 김민경이 “(이런 수준이면) 같이 영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젓는 장면은 이 조합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서로에게 가벼운 무례함마저 허용하는 이들의 무해한 호흡은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장난을 주고받다가도 김민경은 “공포영화의 폭력은 결국 관객의 심장을 놀라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무감각해졌는지를 되묻게 한다”고 뜻밖의 통찰을 번뜩인다. 가벼운 웃음 뒤에 묵직한 잔향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 PD는 “경제 채널이던 초창기에는 남성 시청 비율이 95%였는데, ‘허간민’을 계기로 반반으로 균형을 이뤘다”고 했다. 그는 성비의 변화는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채널이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됐다는 의미라고 봤다. 인간의 서사에 집중하는 백 PD의 눈썰미는 대학 졸업반이던 2019년 5월 민음사의 취준생 Q&A 설명 영상 제작에 참여하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2년 동안 실제 출판사 직원들을 캐릭터화해 세계관을 다진 경험이 사실적인 연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1시간이 넘는 ‘롱폼 콘텐츠’가 사랑받는 현상에 대해 그는 “역설적으로 현대인의 집중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각 잡고 몰입해야 하는 영상보다 집안일을 하거나 쉬면서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흘려듣는 영상이 오히려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파편화된 알고리즘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로 ‘응원하고 싶은 서사’를 꼽았다. 대중은 결국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고, 그 진솔한 서사에 이입한다는 철학이다.
  • 안전한 등굣길 함께하며 ‘학교 앞 소통’ 앞장서는 광진 [현장 행정]

    안전한 등굣길 함께하며 ‘학교 앞 소통’ 앞장서는 광진 [현장 행정]

    꿈나무 교통안전지킴이 늘리고교육환경·통학안전 등 점검·개선“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해결” “안녕! 즐거운 학교 같이 만들어요.” 지난 22일 아침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성자초 앞.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밝은 목소리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학부모들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하교 시간에 아이들을 기다릴 만한 공간이 부족하지 않으냐”고 말을 꺼내자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은 “특히 더울 때는 기다릴 곳이 마땅치 않다”고 공감했다. 김 구청장은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주변도 살폈다. 보도블록과 횡단보도, 보행로, 안전펜스, 차량 진·출입 구간은 물론 물고임이 생기는 곳과 학교 주변 공사 현장까지 직접 확인했다. 등교 시간대 차량 흐름과 안전지도 실태를 살피며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의 의견을 들었고, 교육환경 개선과 생활 불편 해소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최근 꿈나무교통안전지킴이 13명을 추가 배치해 모두 144명이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지키도록 한 것도 현장 소통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광진구의 대표 현장 소통 프로그램인 ‘학교앞 소통’은 2022년 9월 ‘학부모·학교와의 소통나들이’에서 출발해 2023년부터 현재 형태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간담회 중심이었던 소통을 학교 현장으로 넓혀 구청장이 등교 시간에 맞춰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의 의견을 직접 듣고 교육환경과 통학 안전을 점검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 의견은 교육경비보조사업과 통학로 개선, 교통안전시설 확충 등에 반영돼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진구는 올해 교육경비보조금을 전년보다 5억원 늘어난 85억원으로 편성했다. 2022년 4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된 규모다. 올해에도 김 구청장은 지난 3월 개학과 함께 초등학교 5곳을 먼저 찾았고, 6월부터는 다시 한번 전체 초등학교 18곳을 차례대로 방문 중이다. 현장 행보의 배경에는 김 구청장이 꾸준히 강조해 온 소통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최근 공식 출판기념회에서 “소통은 배움의 과정이며 행정의 힘은 꾸준함에서 나온다”면서 소통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배우며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는 행정 철학을 강조한 바 있다. 김 구청장은 “제 평소 생각은 친해져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클 수 있도록 학교를 돌며 학생과 학부모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형소법 개정 늦어져 로스쿨 ‘불똥’… 교과서 없어 학생도 교수도 혼돈

    형소법 개정 늦어져 로스쿨 ‘불똥’… 교과서 없어 학생도 교수도 혼돈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주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여파가 교육 현장까지 미치고 있다. 형소법 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들은 개정안 조문이 확정되지 않아 개정판 작업에 손도 대지 못하고, 로스쿨에서 형법·형소법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다음 학기 강의 교안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법조계와 출판업계에 따르면 법학서적을 출간하는 출판사들은 형소법 개정 시점을 가늠할 수 없어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개정안이 8월에 처리되더라도 편집·인쇄 기간을 고려하면 새 교재가 2학기 개강에 맞춰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올해 초 개정판을 내려 했지만 저자인 교수님이 ‘개정 전엔 낼 수 없다’고 해서 한 달 넘게 손을 못 대고 있다”며 “편집에 최소 1개월, 제작까지 합치면 2개월 이상 걸려 지금 확정돼도 9월 개강 전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보완수사권은 물론이고 ‘검찰’도 사라져 바꿔야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당장 내년 1월에 변호사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은 교재가 늦어지는데다 내용도 바뀌어 막막할 것 같다”고 했다.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재 없이 다음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학생들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수도권 소재 로스쿨의 한 형법 교수는 “형사소송법은 거의 매년 책을 직접 출간하는데, 우리 학교는 2학기에 형소법 강의가 있어 9월 1일 자로 무조건 책이 나와야 한다”며 “수사 파트만 빼고 다 준비해 놨는데, 보통 광복절 전후로는 인쇄에 들어가야 할 시점인데도 아직도 국회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도 “미리 공부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의 배경으로는 국회의 개정 논의 지연이 꼽힌다. 민주당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소법 개정안을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했지만,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당내 신중론이 나오면서 처리가 늦춰지고 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 상황에 충실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장한나, 첼로 하나에 13억…황교익은 재산이 5000만원? 공직자 재산 들여다보니

    장한나, 첼로 하나에 13억…황교익은 재산이 5000만원? 공직자 재산 들여다보니

    지난 4월 취임한 장한나 예술의전당 사장의 재산 내역이 공개됐다. 총 78억원대에 달한 가운데 첼로와 첼로 활, 피아노 등 고가의 악기가 이목을 끌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4일 공개한 ‘2026년 제7회 수시 재산공개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장 사장은 총 78억 1717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장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장 사장은 부동산으로 12억 8000만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아파트(59㎡)와 6억 5000만원 상당의 미 캘리포니아주 소재 단독주택을 신고했다. 예금은 국내외 은행에 27억 7000만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었고, 17억 3000원만원 상당의 증권 및 주식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세계적인 첼리스트로서 고가의 악기가 눈에 띄었다. 첼로와 첼로 활이 13억 7000만원에 달했으며, 1억 3000만원 가량의 슈타인웨이 피아노도 보유하고 있었다. 김경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은 22억 359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부동산으로 본인 명의의 경기 용인 소재 아파트(8억원)와 배우자 명의의 전남 무안 소재 아파트(1억 1000만원),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아파트 전세권(6억원) 등을 고지했다. 전우용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19억 392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서울 마포구 소재 아파트(6억 6600만원)와 예금 12억 612만원, 증권 6084만원 등이다.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의 재산은 5665만원이었다. 부동산으로 8억 3020만원 상당의 경기 고양 소재 아파트를 신고했지만, 채무가 13억 2524만원에 달했다. 이 밖에 유미정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가 14억 5951만원, 김승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이 6억 1262만원을 신고했다.
  • [책꽂이]

    [책꽂이]

    4·3을 걷는 사람들(신원경 지음/아모르문디) 제주 4·3 역사에 다크투어리즘을 접목해 온 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의 8년 여정을 담았다. 소설가 현기영을 비롯해 유족, 활동가, 시민 등 4·3의 진상규명과 기억을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심층 인터뷰와 북촌리·다랑쉬굴·터진목 등 주요 현장 답사 기록을 교차시켰다. 국가 지원 없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활동을 이어온 이들의 기록을 통해 4·3이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맞닿아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아픈 사실을 되새긴다. 264쪽. 1만 7800원. 비주얼 의과학사(유임주 지음/한겨레출판) 고대 파피루스에 기록된 몸의 이해부터 현대 분자생물학이 여는 세포·유전자 연구까지. 해부학자인 저자가 150여 점의 시각 자료와 함께 의과학사 전반을 훑어준다. 위대한 발견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질병을 둘러싼 가설이 어떻게 세워지고 의심받고 수정됐는지, 서로 다른 연구자와 기술들이 어떻게 교차하며 한 시대의 치료법과 인식 변화를 이끌어왔는지 차근차근 풀어낸다. 452쪽. 2만 5000원. 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미야케 가호 지음/ 서영찬 옮김/동아시아)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 한 장도 넘기지 못하는 삶에 회의를 느낀 문예평론가. 그가 IT 기업을 그만두고 ‘일하는 시대에 읽는 사람’의 조건을 추적한다. 저자는 일본 근대 150년의 노동·독서사를 더듬으며, 현대인이 책을 읽지 못하는 원인이 개인의 의지나 시간 관리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몸과 영혼을 모두 쏟아붓는 노동을 당연시해 온 사회를 비판하며, 삶의 일부만을 일에 내어주는 것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독서와 문화생활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344쪽. 1만 8000원. 외톨이 역을 떠나며(전현우 지음/민음사) 도심에서 고립돼 자동차로만 접근해야 하는 ‘외톨이 역’을 출발점 삼아 한국 지방 도시 침체와 이동의 딜레마를 짚는다. 포항·경주·군산 등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지방소멸과 기후위기, 에너지 문제가 얽힌 현실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동서 간 연결 부재와 소외된 지역의 교통 현실을 따라가며 버려진 철도의 가능성을 다시 묻고, 전국 철도망 재편이라는 대안을 모색한다. ‘거대도시 서울 철도’와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에 이은 교통철학자 전현우의 철도 3부작 완결편으로, 이동권과 지방 도시의 미래를 함께 사유하게 한다. 512쪽. 3만원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그래, 이혼하자(김현경 지음, 청미출판사) “그러니까 아직 고민이 되고 무슨 선택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들면, 난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결혼이 망하면 이혼하면 되지만, 이혼이 망하면 더 답이 없거든.” 웨딩드레스 숍 ‘지앤화이트’를 함께 일군 부부, 디자이너 지원호와 대표 백하영은 겉으로는 완벽한 파트너이지만 균열과 침묵으로 관계가 곪아가고 있었다. 리얼리티 출연으로 갈등이 폭발해 이혼을 결심한 부부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짚는다. 작가는 실제 이혼 소장 수십 건과 변호사 자문을 거친 이혼 소송을 다루면서 부부가 겪을 법한 섬세한 심리 묘사를 포갰다. 이민정·김지석 주연 드라마로 방영되기 전에 먼저 만날 원작. 472쪽, 1만 9800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최금녀 지음, 한국문연) “나무들아,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잠시도 너희들 잊지 않았다// 강물들아, 울지 마라/ 우리가 한 몸 되는 좋은 시절이/ 오고야 말 것이다// 바람아, 우리 언제 모여/ 밥 먹으러 가자/ 한솥밥,/ 남과 북이 한데 모여 먹는 밥/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1962년 소설로 등단하고 1998년부터 시를 써온 최금녀 시인은 “장백산 아래/ 동해 바다를 가슴에 품은 곳/ 지금은 정치 수용소가 들어선” 고향 함경남도 영흥군을 회상하는 실향민으로, “이삼 년에 한 번씩 온통 꽃밭이던/ 도배 장판집”을 기억하는 ‘마지막 원주민’으로서 시를 풀어냈다. 상처 입은 어린 ‘아이(i)’부터 흩어진 ‘나’들을 모아 온전한 ‘나(I)’를 완성하는 과정은 어둠을 통과해 빛의 언어를 되찾는 일이자 삶을 견뎌낸 시인의 응축된 증언록이다. 2022년 공초문학상을 수상했다. 159쪽, 1만 3000원. 사랑이 문제야!(김희현 지음·그림, 길벗어린이) “집에 오려는데, 미쁘가 슬그머니 오더니 할 말이 있다는 거야. 말하라고 했더니, 교실에서 친구들 다 나가면 하겠대. 그러더니 속삭이듯이…” 축구밖에 모르던 활발한 희동이가 미쁘에게 고백을 받는다. 온몸이 찌릿한, 태어나 첫 설렘에 자꾸 웃음이 샌다. “고백받으면 느낌이 어때?” 엄마의 다정한 물음을 따라가며 희동이는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하나씩 발견한다. ‘사랑이 어때서?’로 여자아이 시점에서 첫사랑의 용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남자아이의 설레는 하루를 담았다. 리듬감 있는 글과 빨강·파랑의 색 대비, 곳곳에 숨은 하트까지 첫사랑을 느껴가는 아이의 반짝이는 순간이 명랑하게 펼쳐진다. 44쪽, 1만 5000원.
  • 유튜브 돌연 종료에 “한국 떠났나” 뒤숭숭…타일러 뜻밖의 근황 전했다

    유튜브 돌연 종료에 “한국 떠났나” 뒤숭숭…타일러 뜻밖의 근황 전했다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구독자 81만명의 유튜브 채널을 돌연 종료한다고 밝혀 온갖 추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타일러가 채널 종료 하루 만에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하며 팬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타일러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정말 흥미진진한 경험, 하지 말라는 그 창업을 인생 한 번쯤 해 보는 데 의미가 있는 거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물론 리스크(위험)는 있지만, 이미 리스크가 많은 세상이라면 하고 싶은 것, 상상해 본 것을 아예 안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리스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모자란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걸 채워 나가는 과정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배움을 찾는 게 원동력”이라며 “피드백 주신 분들, 응원해 주시는 분들 모두 정말 고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전개하고 있는 ‘한글 모양 과자’ 사업을 소개하는 이미지를 여러 장 올렸다. 타일러는 2023년 인도 출신 방송인 겸 사업가 니디 아그르왈과 함께 스타트업을 세우고 한글 모양 과자인 ‘칼파벳(Kalphabets)’을 판매하고 있다. K팝과 드라마뿐 아니라 한글 자체도 전 세계가 즐기는 ‘K콘텐츠’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앞서 타일러는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타일러 볼까요?’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루미나티보다 소름 돋는 실존 밀실 모임의 정체(유출 사태)’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며 영상 마지막 부분에 채널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타일러 볼까요’를 아껴 주시고 매주 찾아와 주신 분들 덕분에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며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는 법이다. 그동안 알던 ‘타일러 볼까요?’는 이제 끝이 났다”고 밝혔다. 이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 봐 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멋진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올린 마지막 영상은 미국 사회에서 비밀리에 유지됐던 모임 ‘다이얼로그’를 다룬 것이었다. 그 내용이 가볍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네티즌들은 타일러의 유튜브 채널 종료에 대해 각종 추측을 쏟아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 “한국을 떠나는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을 달았다. 온갖 소문과 추측이 무성하자 제작진은 전날 해당 영상이 ‘티저’였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20일 업로드된 본편 내 티저 영상에 대한 응원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유튜브 채널에 대한 내용이 계속 공개될 예정이오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외교학 석사 학위를 받은 타일러는 2014년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유창한 한국어와 한국 사회, 국제정치 등을 꿰뚫는 박학다식함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책 출판, 강연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유튜브 채널 ‘타일러 볼까요?’를 통해서는 미국의 정치와 사회, 문화 등에 대해 소개해 왔다.
  • ‘서부지법 난동 촬영’ 다큐감독 벌금형 사건, 헌재 재판소원 전원재판부로

    ‘서부지법 난동 촬영’ 다큐감독 벌금형 사건, 헌재 재판소원 전원재판부로

    헌법재판소가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현장을 촬영한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재판소원 사건을 들여다본다. 카메라를 들고 법원에 무단으로 진입한 행위가 예술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헌재는 21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를 열고 건조물침입죄 혐의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된 영화감독 정윤석(45)씨의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2일 재판소원 제도 도입 후 사전 심사를 통과한 사건이 15건으로 늘었다. 정씨는 지난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발생한 서부지법 사태 당시 법원 안으로 진입했다.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8월 정씨가 경찰 등에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원 안에 들어간 행위를 건조물침입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올해 4월 대법원이 상고 기각하면서 벌금형이 확정됐다. 정씨는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영화 촬영을 위한 공익 목적으로 법원에 진입했는데 언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당행위를 인정받지 못한 게 부당하다는 취지다. 그는 지난 5월 재판소원을 청구하며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정씨가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한 법원 판단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또 정씨의 행위가 예술의 일환이자 공적 기록의 성격을 지니는지, 헌법상 예술의 자유 및 언론·출판의 자유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해 항소를 각하한 법원 결정 관련 재판소원 사건도 1건 추가 회부됐다. 이로써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쟁점인 전원재판부 회부 사건은 6건이 됐다.
  • 김현덕 경기도의원, 37년 현장 경험 담아 첫 의정활동… “장애 당사자의 권리가 정책의 중심에 서야”

    김현덕 경기도의원, 37년 현장 경험 담아 첫 의정활동… “장애 당사자의 권리가 정책의 중심에 서야”

    37년간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장애인 복지 전문가가 경기도의회 첫 상임위원회 의정활동에 나서며 장애 당사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현덕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20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37년 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 당사자의 권리를 중심에 둔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며 본격적인 의정활동의 소회를 표명했다. 김현덕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오랜 현장 실무 경험을 의정활동에 적극적으로 녹여내겠다고 다짐하며, 정책 수립 및 집행 전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의 현실적인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가교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업무 보고 자리에서 김 의원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지역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주요 현안 정책들을 면밀히 짚었다. 우선 복지국을 상대로 구도심 생활 밀착형 상가의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경사로 설치 지원 사업 추진 현황을 질의했다. 이에 복지국은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약 1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며, 도내 약 260개소를 대상으로 경사로 설치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경기복지재단 업무 보고에서는 도내 31개 시·군 장애인단체가 수행하는 복지 사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현장에서 검증된 우수 사업의 공유 및 전국적 확산 방안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김 의원은 고령 장애인의 일생을 기록하는 자서전 출판 사업과 장애인 맞춤형 여행 지원 사업 등의 모범 사례를 살핀 후 “지역 현장에서 호평받은 양질의 정책들이 다른 시·군으로 널리 파급될 수 있도록 도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김현덕 의원은 “장애인 복지 정책은 공급자의 관점이 아니라 장애 당사자의 일상과 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앞으로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를 바탕으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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