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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운정3 A34블록, LH 행복주택 공급…안정적인 생활 가능한 환경 갖춰

    파주운정3 A34블록, LH 행복주택 공급…안정적인 생활 가능한 환경 갖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파주시 파주운정3 A34블록에 행복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공급되는 단지의 규모는 총 1,207세대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와 청년계층 등이 주거와 관련된 걱정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렴한 임대료의 임대주택이다. 이번에 공급되는 파주운정3 A34블록 행복주택은 전용면적 기준 24㎡ 600세대, 26㎡ 263세대, 36㎡ 344세대로 구성돼 있다. 단지 내 근린생활시설 외에도 주민운동공간, 주민운동시설, 어린이놀이터 등이 예정된 상태로, 생활 편의 및 육아 환경이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파주운정3 A34블록은 일산의 1.2배에 이르는 거대 신도시 프리미엄을 비롯해 각종 생활 인프라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더불어 자유로, 제2자유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등 서울 및 수도권으로 쾌속 연결되는 우수한 교통망을 품고 있으며, GTX-A노선 운정역까지 예정돼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아울렛, 파주출판신도시, 헤이리예술마을 등 생활편의시설과 쇼핑 문화시설이 다양하다. 녹지가 단지를 에워싸고 있으며, 지구 내 운정호수공원, 공릉천, 미리내 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도 자리해 있다. 입주자모집 공고일은 9월 24일(목)이었으며, 청약 신청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10월 19일(월)부터 28(수)일까지 가능하다. 공급 대상은 무주택자인 대학생계층, 청년계층(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 무주택세대구성원인 신혼부부, 한부모가족 계층, 만 65세 이상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이며, 행복주택이 자리한 파주시 거주자가 우선공급대상자다. 특히,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신혼부부 인정 범위가 확대돼 만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혼인 중인 사람도 신혼부부 조건으로 신청할 수 있다. 한편, 장애인이나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LH 관계자는 “이번에 공급하는 행복도시 파주운정3 A34블록은 근로자 및 청년 계층 등에게 증가하는 임대료와 월세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세한 내용은 LH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공고문을 참고하거나 대표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이낙연 약속했는데… 문화계 코로나 대출 3분의1만 승인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예술계가 코로나 극복 목적으로 만든 정부 대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액을 제한하면서, 대출 승인액이 신청액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원활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화예술업체의 코로나19 관련 대출 규모는 총 753건, 127억 5000만원이었다. 총대출 신청 금액인 388억 6000만원 가운데 32.8%만 승인을 받은 것이다. 분야별로는 공연업이 65억 7000만원(359건)으로 가장 많았고 출판업 32억 7000만원(175건), 영화 및 방송업 18억 9000만원(125건), 음악업 3억 2000만원(26건)으로 뒤를 이었다.대출 승인 금액은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일수록 적었다. 신용등급이 1~3등급인 업체는 업체당 평균 3400만원을 받았지만 7~10등급 업체는 1100만원을 대출받는 데 그쳤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코로나19 대출은 자금 신청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감소한 업체가 신청할 수 있다. 대출 금리는 고정 1.5%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공연 및 시각예술분야에서만 모두 2646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예술업계 전체로 확대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공연예술계와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대책 마련까지 약속했다. 그럼에도 기존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이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문화예술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신용등급 기준대로 대출 승인액을 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의원은 “영화 및 콘텐츠 업계는 대출받은 자금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사후 정산하는 시스템”이라며 “코로나19로 피해받은 업체에 대해 지원하는 성격의 특수한 대출인 점을 감안해 신용등급과 관련 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단독] ‘코로나 직격탄’ 문화예술계 대출도 별따기… 33%만 승인

    [단독] ‘코로나 직격탄’ 문화예술계 대출도 별따기… 33%만 승인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예술계가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의 대출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져 공연 자체를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계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대출을 필요로 했지만 지푸라기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코로나대출 3조 중 문화예술계 0.43%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화예술업체의 코로나19 대출 규모는 모두 753건으로 127억 5000만원에 달했다. 전체 대출 규모는 13만 2037건, 2조 9538억원이었고 문화예술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0.43%에 불과했다. 특히 문화예술업체의 대출 신청 총금액은 388억 6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32.8%만 승인된 것이다. 분야별로는 공연업이 65억 7000만원(359건)으로 가장 많았고 출판업 32억 7000만원(175건), 영화 및 방송업 18억 9000만원(125건), 음악업 3억 2000만원(26건) 순이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일수록 대출금액도 적었다. 신용등급이 1~3등급인 문화예술업체는 업체당 3400만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업체는 1100만원의 대출을 받는 데 그쳤다. 이낙연 대표 대책마련 약속했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코로나19 대출은 자금 신청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감소한 업체가 신청할 수 있고 대출금리는 1.5% 고정금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공연 및 시각예술분야에서만 모두 2646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예술업체 전체로 확대하면 피해는 더 커지지만 피해 극복을 위한 대출조차 막혀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달 공연예술계와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기존에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유 의원은 “영화 및 콘텐츠 업계는 대출받은 자금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사후정산하는 시스템”이라며 “코로나19로 피해 받은 업체에 대해 지원하는 성격의 특수한 대출인 점을 감안해 신용등급과 관련 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올해 출간 ‘코로나19’ 도서 200종 넘었다

    올해 출간 ‘코로나19’ 도서 200종 넘었다

    코로나19 관련 도서가 200종 이상 출간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제목이나 부제목에 ‘코로나’를 포함한 도서의 출판 경향을 분석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2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모두 217종이 출간됐으며, 도서 전체 판매량은 12만 3049부였다. 분야별로는 경제·경영이 59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정치가 41종, 종교가 29종이었다. 에세이와 건강·취미 분야에서 각각 15종, 13종이 출간됐다. 코로나19 키워드 도서 가운데 김미경의 자기계발서 ‘김미경의 리부트’(웅진지식하우스)가 가장 많이 팔렸다. 경제 경영 분야에서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 ‘코로나 투자 전쟁’,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사회·정치 분야에서는 ‘코로나 사피엔스’(인플루엔셜), ‘오늘부터의 세계’,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등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종교 분야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리스도’, ‘하나님과 팬데믹’ 등이 주목을 받았다. 도서를 찾는 주요 구매자층은 40대와 30대였다. 특히, 40대 비중이 42.8%로 23.1%인 30대보다 약 1.5배 이상 많았다. 50대가 21.3%로 뒤를 이었다. 남녀 성비는 4대 6으로, 여성 독자의 비중이 더 컸다. 조선영 예스24 도서 1팀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만큼, 코로나 키워드를 활용하거나 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예측하는 책들이 계속 출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알코올 중독… 암 투병… 빈곤과 끝없는 고독… 그럼에도 그녀들은 펜을 놓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 암 투병… 빈곤과 끝없는 고독… 그럼에도 그녀들은 펜을 놓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과 암 투병 등 생활고 속에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았던 여성 작가들의 기록이 출간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내면을 살펴 적어 내려갔던 작가들의 투쟁의 흔적이다. ‘명랑한 은둔자’(바다출판사)는 지적이고 유려한 회고록 성격의 에세이를 썼던 캐럴라인 냅(1959~2002)의 책이다. 그는 브라운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20년 가까이 저널리스트로 살았으나, 한 개인으로는 심각한 중독자였다. 냅은 삶의 불가사의한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땐 술을 마시고, 그런 자기 자신을 호되게 통제하고 싶을 땐 음식을 거부하는 방식을 취했다. ‘명랑한 은둔자’에서 그는 혼자 살고 혼자 일했으며, 가족과 친구, 개와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기 앞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을 낱낱이 고백한다. 의욕적인 창작자이기에 앞서 냅 스스로가 진단한 자신의 모습은 ‘명랑한 은둔자’다. 그가 말하는 은둔자적 삶이란 이런 모습이다. ‘고독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돌볼 의욕이 있어야 하고, 자신을 달래고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교적인 생활을 가꾸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기꺼이 취약해질 줄 알아야 한다.’(‘혼자 있는 시간’, 24쪽)‘웰컴 홈’(웅진지식하우스)은 사후 10여년이 지나서야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가 루시아 벌린(1936~2004)의 유고 에세이집이다. 그는 세 번의 결혼, 알코올 중독, 싱글맘으로서 겪은 수많은 직업들처럼 롤러코스터 같던 삶의 편린들을 기술했다. 벌린은 산소호흡기를 달고 암으로 투병하는 순간에도 계속 글을 썼다. 전반부는 유년 시절부터 이후 아이 넷의 엄마가 되기까지 거쳐 온 집들에 관한 회상이다. 알래스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서부의 탄광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미국 내 여러 주와 칠레, 멕시코를 거치며 삶을 꾸렸다. 벌린은 집의 벽과 바닥의 재질, 가구의 디자인과 광택까지 세세하게 묘사하며, 집이라는 외적 환경에 담긴 자신의 삶을 펼쳐 보인다. 후반부는 1944~1965년 그의 편지들을 모았다. 가까운 친구이자 멘토, 시인인 에드워드 돈 앞으로 보낸 편지들에서 벌린은 자신의 내면 풍경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곤궁한 가계 때문에 가내수공업으로 옷을 제작해 판매하는 이야기, 결혼과 사랑이 자신에게 미친 해악, 마약 중독과 싸우는 남편에 관한 고백들이 담겨 있다. 신산한 삶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나는 유머감각이 그의 삶과 창작에 대한 의지를 느끼게 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잊혀진 어린 영웅’ 6·25 참전 인천학생 2000명의 못다한 이야기

    ‘잊혀진 어린 영웅’ 6·25 참전 인천학생 2000명의 못다한 이야기

    ●1996년 7월 ‘인천학생스승6·25참전사 편찬위원회’ 창립 70년 전 한국전쟁 때 국군에 자원입대했던 인천 지역 까까머리 중고생들의 참전 역사를 추적기록해 온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이경종(86)씨와 그의 장남인 이규원(58·이규원치과) 원장이 바로 그들이다. 이씨는 참전 중학생 중 한 명이다. 부자는 1996년 7월 ‘인천학생스승6·25참전사 편찬위원회’를 창립했다. 198명의 참전 학생과 참전 스승(신봉순)을 직접 찾아다니며 참전 과정을 육성 녹음했다. 흑백 사진과 관련 유물 등 증거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수집해 2004년 12월 인천 중구 용동에 ‘인천학생 6·25 참전관’을 전액 자비로 세웠다. 부산까지 걸어가서 자원입대한 인천 지역 학생 2000여명과 참전한 스승의 나라사랑을 기억하고 전사한 학생 208명과 스승 심선택(당시 24세) 소위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고위층 자녀들의 군 복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 시대 부자는 이름 없이 잊히는 어린 전쟁영웅들의 이야기를 밝히고 알리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씨는 1995년에 전쟁 중 생긴 허리병 때문에 입원 중이었다. 누군가 가져다 놓은 신문에서 ‘정부가 6·25 참전 용사 증서를 준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이듬해 7월 중·고등학교 졸업장 모양의 참전 증서가 정말 액자에 담겨 배달돼 왔다. 아직 어머니 가슴속이 그리운 솜털 뽀송뽀송한 청소년기 4년을 조국에 바친 보상이 50년이 지난 후 종이 증서 한 장으로 온 것이다. 참전하지 않은 중학교 동창들은 상당수 학업을 계속해 사회 지도층 인사가 됐지만, 이씨는 전역 후 생계가 어려워 곧장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래서 그의 학력은 ‘중졸’이다.●당시 수많은 또래들 인민의용군 끌려가 실종 “그들은 너무나 어려서 입대할 필요가 없었던 어린 중학생들이었습니다.” 참전 증서를 받아 들자 이씨는 1950년 12월 18일 인천을 출발해 20일 동안 부산까지 걸어가서 참전했던 옛일이 하나둘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지나갔다. 이씨는 1950년 6월 전쟁이 발발했을 때 열여섯 살 중학교 3학년으로, 인천 동구 송림동 333번지에 살고 있었다. 당시 수많은 중학생 또래 청소년들이 인민의용군에 끌려가 대부분 실종되는 터라, 그는 용유도로 피란 가서 친척 집에 숨어 있었다. 9·15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인천이 수복되고 지역사회가 안정을 되찾을 무렵인 그해 10월 초 인천학도의용대가 창립됐다. 이씨를 비롯해 인천 지역 청소년 및 청년 수천명이 가입했다. 그들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후퇴하게 되자, 인천이 다시 북에 점령되면 예전처럼 인민의용군에 끌려갈 것을 우려했다. 공포가 인천 전역으로 엄습해 오자,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4000여명은 1950년 12월 18일 인천 병사구사령부(현 병무청)에서 나온 국민방위군 관계자를 따라 동인천역 앞 인천 축현초등학교(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를 출발해 경남 통영충렬초등학교에 있던 국민방위군 제3수용소로 향했다. 이씨의 홀어머니는 그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마련했는지 두 살 많은 형(기종)과 이씨에게 6000원(당시 80㎏짜리 쌀 10가마 상당)씩을 눈물을 흘리며 손에 쥐여 줬다. 옆집 살던 두 살 어린 조순범(당시 중학교 1학년) 등 중학생 50여명도 인천학도의용대 남동지대장이었던 최수보(당시 고려대 2학년) 선배를 따라 길을 나섰다. 출발지는 눈물바다를 이뤘다. 부모들은 전쟁 중에 어린 자식을 군에 보내야 하는 절절함이, 학도병들은 유난히 추웠던 그해 12월 통영까지 500㎞ 거리를 매일 25㎞씩 20일을 걸어야 하는 막막함이 겹치면서 모두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인천은 이듬해 1월 초 또다시 북에 점령당했다.1950년 12월 하순의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처음 인천에서 출발할 당시 4000여명에 이르던 행렬은 안양, 수원을 지나면서 절반으로 줄었다. 추위와 배고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되돌아간 것이다. 칼바람을 맞으며 추풍령 고개를 지날 때에는 굶거나 얼어 죽어 가는 국민방위군 행렬을 만났다. 길가에 나뒹구는 국민방위군 시신이 허다했지만, 땅이 꽁꽁 얼어 묻어 줄 형편이 안 됐다. 국민방위군은 1950년 12월 40세 미만 제2국민병역으로 조직됐으나 운영이 미숙해 1·4후퇴 때 부산으로 걸어서 철수하다 아사자·동사자·병자가 약10만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참한 모습을 본 이씨 등 일행은 국민방위군 입소를 포기하고 해병이 되고자 마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중학교 4학년(현 고1) 이하는 체력검사에서 대부분 탈락했다. 할 수 없이 마산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1951년 1월 10일 천신만고 끝에 부산진초등학교에 임시로 문을 연 육군제2훈련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입대가 거부됐다. 우여곡절 끝에 실종 군인의 군번을 부여받는 편법으로 입대했다. 같은 달 31일 군사 기본훈련을 마친 이씨는 공병학교로, 조순범은 부산육군통신학교로 가면서 헤어지게 됐다. 이씨의 형은 해병이 됐으나, 얼마 안 돼 질병으로 귀가했다. 이씨는 1954년 12월 5일 만기 전역했다.●李씨, 장남 권유로 소년병 참전과정 기록 참전 증서를 받아 든 후 이씨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학생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전우들이 그리웠다. 그러던 1996년 7월 어느 날 장남인 이 원장이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챘다. 아들은 “아버지 제가 도와 드릴 테니 모두 만나 보고 그분들의 참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20만원이 든 봉투와 카메라, 수첩, 소형 녹음기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아무도 관심 없는 인천 소년병에 대한 얘기를 더 늦기 전에 기록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6·25 참전 인천 학생들이 진술한 녹음테이프와 인터뷰 수첩, 참전 사진과 제대증, 교육필증 등 참전 관련 각종 공문이 점점 쌓이면서 이 원장은 때로 아버지와 함께 길을 나서기도 했다. 이 원장은 부친에게서 듣기만 했던 6·25 참전 인천 지역 학생들이 수천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전사자도 200여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낸 뒤에는 의무감마저 생겼다.●참전사 4권 출판… 향후 10권까지 계획 1951년 1월 31일 이후 소식이 끊긴 옆집 후배 조순범의 전사 사실을 알게 된 건 6·25 참전 학생인 변광선(인천상업중 4년) 선배가 제공한 자료에서였다. 1998년 4월 서울 국립묘지를 찾은 이씨는 조순범의 묘비를 쓸어 안고 “너는 전쟁터에서 죽고 나는 살아 돌아와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됐구나”라며 통곡했다. 이 모습을 바라본 아들 이 원장도 눈물을 쏟았다.인천학도의용대 남동지대장을 맡아 중학생 50여명을 이끌고 부산으로 내려갔던 최수보(별세)씨는 1997년 7월 7일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단 1명의 낙오도 없이 후배들을 데리고 부산통신학교로 갔다. 그는 대학생이라 훈련소 현지에서 장교 임관 제의를 받았으나 자신이 데려간 어린 후배들과 함께 사병으로 복무하며 그들을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생전 이씨를 만난 자리에서 “당시 나의 마음은 어떻게 해서든지 어린 중학생 대원들을 잘 보호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고했다. 50여년 세월이 흐른 뒤 참전 인천 지역 학생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작은 실마리만 있어도 무조건 달려갔다. 그곳에서 작은 정보라도 얻으면 그것으로 또 다른 연결점 찾기를 반복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발품을 판 결과 2500여점에 달하는 6·25 참전 인천학생들과 전사학생들의 흔적이 담긴 증서·인쇄자료·훈장증·전사 통지서 등을 모을 수 있었다. 이 원장은 이 자료들을 모아 2004년 12월 자신의 병원 건물 1~2층에 인천학생 6·25 참전관을 열었다.●아들 李원장 “전후세대 전쟁 참뜻 이해했으면” 참전관은 추모기억추억 등 3개의 테마공간으로 이뤄졌다. 이 원장은 “참전관이 전쟁을 모르고 자란 세대가 전쟁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중순 약 10억원을 들여 대로변 5층 건물 1·2층 연면적 660㎡ 규모로 확장 이전해 새로 문을 연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은 인천 학생 참전 역사 기록사업은 책으로도 펴낸다. 1996년 만든 편찬위원회가 2000여명의 참전 과정과 전사자 208명에 대한 모든 얘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7년 첫 번째 책을 출판한 뒤 2013년 4권까지 나왔다. 앞으로 총 10권까지 제작할 계획이다. 오늘도 이씨는 이규원치과 1~2층에 마련한 인천학생 6·25 참전관에 들어선다. 먼저 출근한 아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아버지 오셨어요” 하면 이씨는 “감사합니다” 하며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장남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다. 아들은 “에이, 아버지~” 하며 멋쩍어한다. 그런 부자를 바라보는 직원들과 주변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피어 오른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디지털북도 맘껏 빌리는 ‘스마트 금천’

    디지털북도 맘껏 빌리는 ‘스마트 금천’

    “카드를 꽂자마자 책을 읽어 주니까 아이들도 집중해서 책을 잘 보네요. 동화구연하듯 읽어 주는 책을 들을 때는 라디오 연극 같은 느낌도 들어요.” 서울 금천구가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디지털북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다. 독산2동주민센터 1층에 자리한 미래향기작은도서관은 지난 7월부터 디지털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앞서 미래향기작은도서관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20년 지역연계 디지털북 체험 공간 조성 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됐다. 디지털북 체험 공간에는 ‘책 읽어주는 고양이’ 기기 10대, ‘카드형 그림책’ 800종, ‘스마트 더 책’ 300여종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장비들이 있다. 미래향기작은도서관은 코로나19 여파로 도서관이 폐쇄되자 가정에서 디지털북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책 읽어 주는 고양이’ 체험단을 모집해 안심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책 읽어 주는 고양이’ 기기와 디지털북을 대여할 수 있다. ‘스마트 더 책’은 들리는 종이책으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다. 책을 잘 읽지 않으려는 초등학생부터 시간이 없는 성인까지 쉽고 편하게 책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북 안심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주민은 네이버 밴드에서 신청하거나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단체 등 다양한 단체에 전자책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5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9~10일 또 모인다” 광화문 차벽에 막힌 개천절 집회(종합)

    “9~10일 또 모인다” 광화문 차벽에 막힌 개천절 집회(종합)

    경찰 원천 봉쇄 속 결국 집회 무산돼차량 검문소 90곳 운영…차벽 세워져보수단체, 각각 10명 미만 기자회견강연재 “코로나 이용해 생명·자유 박탈”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예고됐던 집회는 경찰의 원천 봉쇄 속에 결국 무산됐다. 대신 광복절 집회를 주도했던 보수단체들은 광화문광장에 진입하지 못해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튜버와 일부 시민이 산발적으로 ‘1인 시위’에 나서면서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을 빚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대위’와 ‘8·15 참가자 시민 비대위’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관계자 10명 미만이 참석한 채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의 변호인단으로 구성된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대위’는 광화문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광훈 목사의 법률대리인인 강연재 변호사는 “아무리 집회를 탄압하고 국민을 억압해도 건국 기초인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한미자유동맹·기독교입국론은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라는 전 목사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를 이용해 우리의 생명과 자유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대위’는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단체가 이순신 동상 앞에서 하려고 했던 릴레이 1인 시위도 무산됐다. 비대위 측은 “문재인 정권이 오늘 광화문광장에서 저지른,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폭정을 우리는 보고 있다. 헌법 제21조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틀어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집회·결사의 자유를 지켜내고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국민과 함께 무너뜨리겠다”며 “이달 9일과 10일에도 집회를 신고하고 금지통고를 받으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공화당은 한국은행 앞 분수대에서 현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엄마부대는 서울역과 대한문, 을지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유튜브 생방송을 각각 진행했다. 오후 2시 넘어 산발적으로 1인 시위를 하려는 이들이 포착됐고, 한때 종로1가 인근 인도에서는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다.보수단체 회원들로 보이는 시민 수십명은 광장 외곽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광화문이 네 것이냐’, ‘4·15 부정선거’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깃발, 태극기를 들고 경찰과 대치했고, 보수 유튜버들은 이런 상황을 생중계했다. 일부 시민들은 종로구와 중구 일부 지역에서 날이 어둑해진 오후 6시 30분까지 모여있다가 해산했다. 경찰은 서울 도심에 경찰력 180여개 부대, 1만여명을 투입해 만일에 사태에 대비했다. 오전부터 광화문광장 등 도심에서 돌발 집회·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차량 검문소 90곳이 운영됐고, 광화문에서 대한문에 이르는 세종대로 일대 도로·인도에는 경찰 버스 300여대가 동원된 차벽이 세워졌다. 광화문광장에는 케이블로 고정된 펜스가 설치돼 일반인들의 진입을 막았고, 주변 골목 구석구석에 배치된 경찰들은 시민들에게 방문 목적과 신원 등을 물어보는 절차를 진행했다. 검문에 따라 이날 오전 도심으로 진입하려던 차 30여대가 회차하기도 했다. 회차한 차량 내부에서 깃발이나 플래카드·유인물 등 시위용품들이 발견돼 집회 참가자로 분류했다고 경찰은 전했다.“방역의 벽”vs“과잉 대응” 여야 공방 한편 여야는 정부가 보수단체의 도심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차벽을 설치하는 등 대응한 것을 놓고 정면 대립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닫힌 광화문광장은 국민 안전을 위한 ‘방역의 벽’이었다”며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광장을 에워싼 차벽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고 논평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정부를 향해 “과잉 대응이 국민의 불안감과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며 “국민 기본권에 대한 법원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롯데칠성음료 70년사’ IBA 금상 수상

    롯데칠성음료가 비즈니스 분야의 오스카로 불리는 제17회 국제비즈니스대상(IBA) 출판 부문에서 ‘롯데칠성음료 70년사’로 금상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IBA는 미국 스티비 어워즈에서 전 세계 기업·기관이 한 해 동안 펼친 경영, 마케팅, 홍보 등 활동을 13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하는 국제대회로 올해는 60여개국 3800편 이상의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음료 산업 발전을 이끌며 소비자와 함께 성장해 온 지난 70년의 이야기를 담아낸 70년사를 출품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콘텐츠 새는데 손 놓고 도둑 구경만

    콘텐츠 새는데 손 놓고 도둑 구경만

    적발 매년 증가… 영상 복제 29만건 최다 코로나로 온라인 활성화에 저작권 침해↑ 콘텐츠 분쟁도 올 8월까지 9673건 접수 中, 너목보·삼시세끼 등 예능 베끼기 빈번 “저작권 문제 대응할 기구 역할 강화해야”콘텐츠 생산이 늘어나면서 불법복제 적발과 관련 분쟁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 우리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베끼고 있지만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콘텐츠 관련 문제에 대응할 기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모두 37만 9845건의 불법복제물이 적발됐다. 적발 건수는 2017년 55만 6755건, 2018년 60만 9180건, 2019년 71만 8129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불법복제물 가운데 영상이 29만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만화가 4만 6867건, 음악이 2만 9007건, 게임 5403건, 소프트웨어 3566건이었다. 복제물이 유통되는 플랫폼은 영상의 경우 유튜브가 1만 7940건, 네이버가 1만 3076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유튜브 8808건, 네이버 3294건과 비교할 때 각각 103%, 296% 증가한 수치다. 임 의원은 “코로나19로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저작권 침해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컨설팅이나 교육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관련 분쟁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서 받은 ‘연도별 콘텐츠 분쟁 조정 접수 현황’ 통계에 따르면 관련 분쟁은 올해 8월까지 9673건에 이르렀다. 분쟁 접수는 게임이 8887건으로 가장 많았다. 영상(음악·영화·애니메이션·방송·광고)이 361건, 지식정보(지식정보·콘텐츠솔루션) 296건, 캐릭터(웹툰·캐릭터·공연·출판)이 24건, 기타 105건이었다.분쟁 건수는 2016년 4199건, 2017년 5468건, 2018년 5084건, 2019년 663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지만 조정까지 가는 사례는 미미했다. 2016년에는 52건(1.2%), 2017년 28건(0.5%), 2018년 42건(0.8%), 2019년 33건(0.5%), 올해는 8건(0.008%)만 최종 조정 성립에 성공했다. 이 의원은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 인원이 9명에 불과하다”며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능 프로그램 포맷은 최근 5년간 20차례 무단 표절 등 권리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받은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침해 사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 예능 18편이 20차례 표절이나 도용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건 가운데 19건은 중국에서 발생했다.방송사별로는 SBS가 가장 많았는데, ‘판타스틱 듀오’, ‘심폐소생송’, ‘영재발굴단’, ‘신의 목소리’, ‘정글의 법칙’, ‘미운 우리 새끼’ 등 7건이다. 이어 ‘너의 목소리가 보여’(2015·2020), ‘프로듀스 101’(2016), ‘쇼미더머니’(2017)를 제작한 엠넷이 4건으로 뒤를 이었다. ‘히든싱어’와 ‘효리네 민박’(이상 JTBC), ‘삼시세끼’와 ‘윤식당’(이상 tvN), ‘안녕하세요’(KBS), ‘무한도전’(MBC) 등 각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이 도용 사례로 꼽혔다.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구제받지는 못했다. 포맷을 아이디어 수준으로 여겨 저작물로 보지 않거나 약간 변형을 주면서 저작권 침해 판단을 모호하게 할 수 있다. 정 의원은 “방송 포맷은 전체적인 배열이나 구성이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편집저작물’로의 저작물임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단체인 포맷인증보호협회(FARA) 중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인증과 등록을 진행하면서 침해에 사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아이 책 읽히려 고른 ‘학습만화’ 알고보면 최악의 선택

    [사이언스 브런치] 아이 책 읽히려 고른 ‘학습만화’ 알고보면 최악의 선택

    울긋불긋 단풍이 사방천지를 물들이는 가을은 사실 ‘독서’하기에 그리 좋은 계절은 아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단풍놀이 가기는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곧 추석 연휴가 다가오는 만큼 조용히 가족들과 함께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집어드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독서의 계절인데다가 아이들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을 게임이나 동영상 시청보다는 책 읽기를 원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 책을 좋아하지 않아 독서습관을 붙여준다고 그림이 화려한 책이나 글보다는 그림이 많은 학습만화를 읽혔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 메릴랜드대 공동 연구팀은 초등학생 이상의 아동 청소년에게 있어서 만화책처럼 글보다 그림이 많거나 그림이 지나치게 화려한 책은 아이들의 읽기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책에서 더 멀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출판그룹에서 발행하는 심리학 및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npj 사이언스 오브 러닝’ 28일자에 발표했다. 읽기는 학습의 중요한 수단이면서 관문이지만 미국의 경우 초등학생 3명 중 1명은 본인 학령에 맞는 책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에 연구팀은 주목했다.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들은 이미지가 지나치게 많거나 화려한 삽화가 많은데 연구팀은 이렇듯 삽화 중심의 책이나 글이 아닌 그림 중심의 학습만화들이 많다. 이에 연구팀은 미국 피츠버그 지역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1~2학년 남녀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책 속 삽화의 양에 따라 집중력과 이해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똑같은 내용의 책을 한 권은 삽화가 많고 만화형식으로 만들고 다른 한 권은 내용과는 상관없는 삽화나 그림은 대부분 줄여 그림을 최소화하고 글 중심으로 편집해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연구팀은 시선추적장치를 통해 해당 쪽에 시선이 머물러 있는 시간과 이동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삽화나 그림이 많은 책에 시선이 머물러 있는 시간이 약간 많지만 독해력 측정에서는 그림이 많고 만화형식으로 만들어진 책을 읽은 아이들의 점수가 글 중심 책을 읽은 아이들보다 눈에 띄게 작게 나왔다. 연구팀은 화려한 삽화나 많은 그림이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아이들의 집중력과 독해력을 높이는데는 글 중심의 책이 더 유용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독해력을 증진시켜 학습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평생 책과 가까이하도록 버릇들이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학습만화에 노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안나 피셔 카네기 멜론대 교수(인지과학)는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교사들에게 독서 교육을 직접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과도기적 시점이지만 책 읽기를 배우고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피셔 교수는 “만화나 화려한 그림책을 주면 아이들이 집중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해력이나 이해력 발달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이번 연구결과는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금성 대기속 ‘생명체 흔적’, 지구 스쳐간 소행성 유래 가능성” (연구)

    “금성 대기속 ‘생명체 흔적’, 지구 스쳐간 소행성 유래 가능성” (연구)

    얼마 전 금성 대기에서 발견된 ‘생명체 흔적’은 지구에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최근 금성 대기에서 발견된 미량의 수소화인(PH₃) 기체가 지구를 스쳐간 소행성에 유입된 미생물이 생성한 것일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개념은 2017년 호주 상공에서 지구 대기를 스친 뒤 다시 우주로 날아간 소행성 사례에서 시작됐다.연구진은 당시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에서 약 1만 마리에 달하는 미생물 군집을 획득해 다른 행성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행성은 우주로 돌아가기 전 1분 30초 동안 시속 27만2700㎞ 이상의 속도로 지구 대기를 횡단했다. 궤적을 토대로 소행성의 무게는 최대 60㎏으로 추정됐다. 미국 코넬대가 운영하는 출판전 논문·자료 저장소 ‘아카이브’(ArXiv.org)에 9월 22일자로 공개된 이번 연구는 지난 37억 년간 지구 대기를 스쳐간 수많은 소행성 가운데 적어도 60만 개가 금성과 충돌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상층 대기권에서 지구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처럼 지구를 스쳐간 소행성들은 잠재적으로 지구와 금성의 대기 사이에서 미생물을 옮겼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금성 생명체의 가능성 있는 기원은 근본적으로 지구 생명체의 기원과 구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명시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지구 생명체가 지표에서 상공 77㎞ 정도까지만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지구를 스치가는 소행성은 상공 85㎞에 도달할 때까지 막대한 열에 노출되지 않는다. 이는 이보다 낮은 고도로 내려오면 지구 대기에서 미생물을 획득하더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상층 대기권 안에 있는 미생물의 존재 여부와 밀도를 조사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 지구를 스쳐간 소행성은 다른 행성 대기에 진입하고 나서 분해되기 전 ‘히치하이킹’한 미생물들이 구름 속에 방출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금성의 거주 가능한 구름마루(cloud deck, 구름의 꼭대기부분) 표본을 조사할 수 있는 미래의 탐사선은 잠재적으로 지구 밖 미생물을 직접 발견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특히 현장에서 미생물을 직접 분석하거나 대기의 표본을 지구로 회수하는 능력은 임무를 성공하기 위한 설계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앞으로 탐사 계획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어 “금성과 지구에서 정확히 같은 게놈 물질과 헬리시티(소립자가 운동하는 방향의 스핀 성분 값)를 발견하는 것은 판스페르미아에 관한 결정적 증거로 여겨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판스페르미아는 생명은 지구상의 무기물에서부터 진화하지 않았고 멀리 있는 행성에서 날아온 박테리아 포자 형태에서 발생되었다는 이론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 앞서 지난 14일 영국 카디프대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금성 대기에서 생명체 존재를 증명할 생명지표(biosignature) 흔적을 찾았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국제 연구진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천문대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전파망원경과 칠레의 아타카다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ALMA) 전파망원경을 사용해 금성 표면의 50~60㎞ 상공 대기에서 미량의 수소화인(PH₃) 기체를 발견했다. 10억개 대기 분자 중 10~20개가 수소화인 분자였다. 수소화인은 인(P) 원자 하나와 수소(H)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로 지구 실험실에서 합성하거나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 사는 미생물이 만든다. 국제 연구진은 금성에서도 구름에 있는 미생물이 수소화인을 생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 연구진은 금성 대기에서 발견된 수소화인이 생명체 존재를 아직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인류가 알지 못하는 생명 현상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야 한다면서 수소화인의 기원에 대해 더 자세히 탐구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백색이 곧 모든 색상… 자연을 오롯이 품다

    백색이 곧 모든 색상… 자연을 오롯이 품다

    #첫 번째 만남 리처드 마이어라는 건축가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2학기 과제를 통해서였다. 마이어가 설계한 주택의 평면도와 입면도를 보고 엑소노메트릭이라는 입체도를 그리는 숙제였는데 내 기억으로는 그 집은 그의 초기 작품인 ‘스미스 하우스’였던 것 같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건축가는 리처드 마이어였다. 지금의 나보다도 젊은 50세에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연속으로 주요 국제공모전에서 수상했다. 특히 당대 가장 비싼 설계비라고 화제였던 LA의 게티 센터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그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면 ‘뉴욕 5’에 대해서부터 시작해야 한다.1972년 뉴욕에 기반을 둔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피터 아이젠만, 마이클 그레이브스, 존 헤이덕, 찰스 과스메이는 건축가로서는 젊은 나이인 30대 후반에 ‘파이브 아키텍트’(Five Architects)라는 책을 함께 출판하게 된다. 이후 그들은 ‘뉴욕 5’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들로 성장하게 되었다. 재미난 사실은 이들 다섯 명은 모두 초기에는 함께 책을 낼 만큼 비슷한 모던건축의 색깔을 띠고 있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서로 다른 색을 찾아 발전해 나아갔다는 점이다. 마이어는 시종일관 백색건축을 하면서 자신의 색을 유지했던 반면, 아이젠만은 좀더 이론적으로 치우쳐 해체주의 건축과 컴퓨터를 이용한 건축 디자인 분야를 개척했다. 그레이브스는 서양 전통 건축의 모티브를 사용한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끌었으며, 헤이덕은 뉴욕에 있는 건축대학 쿠퍼유니온에 남아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한편 과스메이는 초기에는 일관성이 있는 훌륭한 작품을 남겼으나,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다가 딱히 자신만의 건축관을 보여 주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르코르뷔지에의 적통, 건축계의 앙드레 김 1934년 그다지 부유한 동네라고 할 수 없는 뉴저지 뉴어크에서 태어난 마이어는 ‘뉴욕 5’ 중에서도 건축 작품을 가장 많이 남긴 건축가다. 그는 자신의 건축을 르코르뷔지에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의 사무실에는 그의 작품 스미스 하우스 모델 바로 옆에 르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 모델을 비교 전시해 놓고 있다. 그의 건축은 시종일관 백색건축을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건축에서 흰색만 사용하면 그의 아류로 취급받을 정도다. ‘건축계의 앙드레 김’이라고나 할까. 스미스 하우스 같은 초기 작품을 할 때는 나무에 흰색 페인트를 사용하였으나, 이후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하였고, 최근에 로마 근교에 지어진 주블리 성당에서는 백색 콘크리트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마이어가 LA의 게티 센터 미술관을 설계할 때, 건축주는 색깔 있는 재료를 사용한 박물관을 원했고, 마이어는 흰색을 고집했다. 결국은 둘의 오랜 싸움 끝에 베이지색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실제로 마이어의 건축물은 게티 센터와 캘리포니아에 주택 한 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흰색이라고 보면 된다. 마이어가 흰색을 고집하는 이유는 흰색은 곧 모든 색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리처드 마이어 30가지 색’이라는 책을 보면, 흰색의 건물이 시간과 태양광의 컨디션에 따라서 얼마나 다양한 색으로 보이는가를 알 수 있다. 마이어의 사무실에서 프로젝트마다 페인트의 흰색을 결정하고 실제 시공에서 선정한 흰색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다.내가 한국에 귀국한 후 사무실을 열고 디자인을 한 초기의 작품들도 대부분 흰색이다. 아마도 보이지 않게 마이어의 영향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거제도에 지어진 ‘머그학동’과 신안군 압해도에 지어진 ‘보이드’라는 작품이 흰색이다. 특히나 자연경관이 훌륭한 곳에는 오히려 흰색 이외의 다른 색상을 쓰기가 망설여진다. 특정 색상과 재료를 주변 자연에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폐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대신에 흰색 캔버스 같은 백색은 아름다운 자연의 색상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될 수도 있고 마이어의 말처럼 모든 색상이 되기 때문에 자연 속에 건축할 때에는 흰색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두 번째 만남 학창시절에 책으로 항상 접했던 마이어였지만, 사실 나는 마이어보다는 안도 다다오나 루이스 칸을 더 좋아했다. 보스턴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사무실을 구할 때 루이스 칸은 돌아가셨기 때문에 사무실 지원이 불가능했고, 일본어를 못하여 안도 사무실에는 갈 수 없었다. 졸업 후에는 보스턴에서 가까운 뉴욕에서 일자리를 찾았는데 그때가 마침 이라크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이어서 어느 사무실에서도 채용하지를 않았다. 이력서를 400장 넘게 뿌리고서야 겨우 네 군데 인터뷰가 가능했다. 그중 하나가 마이어 사무실이었다. 당시 세계적인 건축가였던 마이어는 경기를 잘 타지 않아서 직원을 뽑았던 것 같다. 마이어 사무실은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일을 해 보았다는 경우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 역시 지원할 생각도 못 했었다. 그러다가 마이어의 광팬이었던 친한 선배가 “네 디자인의 공간감은 마이어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회사에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 선배의 말을 듣고 지원서를 보냈다가 덜컥 입사하게 된 것이다. 처음 인터뷰를 하러 사무실에 갔을 때 회사에 190㎝는 넘어 보이는 거구의 백발노인이 성큼성큼 걸어다니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다. ‘저런 외모라면 건축주분이 그냥 설득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건축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 ‘마천루’ 속 건축가가 현실로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뉴욕의 리처드 마이어 사무실에서 실무를 하는 꿈같은 일이 시작하게 되었다.#고급 주거의 마스터 마이어의 ‘더글러스 하우스’는 미시간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절벽에 자리잡고 있는데, 진입하는 시퀀스가 예사롭지 않다. 경사 대지의 높은 쪽에서 진입하면서 먼저 방문객은 네모진 창문이 뚫린 평범한 집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주택에 진입하기 위해서 다리를 건너게 된다. 일단 다리를 건너서 집으로 들어가면 정면은 막혀 있고, 햇빛만이 천창을 통해서 들어온다. 이곳에서 한 층을 내려가게 되면 두 개 층 높이의 거실과 전면 창으로 펼쳐진 미시간 호수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워낙 경사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마치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건축은 주변 경관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 디자인을 보여 준다. 숲 쪽으로는 침실들이 배치되어 있고, 호수 쪽으로는 거실과 식당 같은 공공 공간이 배치되어 있으며 그사이에는 복도가 위치해 있는, 계획적으로 명확한 구도를 띠고 있다. 마이어는 이 집으로 고급 주거 전문건축가의 명성을 얻었다. 필자도 여러 건축가를 좋아하지만, 그 많은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집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마이어의 주택을 선택할 것이다. 프로젝트에 따라서 다르지만, 공사비는 상상을 초월해서 그가 플로리다 주에 지은 ‘누게바우어 하우스’의 경우 침실 4개짜리 주택임에도 총공사비가 400억원이 넘는 작품도 있다. 주택을 통한 성공적인 데뷔 이후 애틀랜타 주의 ‘하이 뮤지움’을 시작으로 프로젝트의 크기를 키우기 시작해서 바르셀로나 미술관, 게티 센터 등 각종 미술관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화이트 큐브 미술관의 마스터로 자리를 잡아 가게 되었다. 그가 사용하는 백색과 부드러운 자연채광은 미술관을 전시하기에 적합한 조합이 되었다. 그의 건축 브랜드는 그렇게 자리잡아서 미국의 많은 부자들은 마이어가 지은 주택에 살기를 희망한다. 이를 이용한 부동산업자들이 21세기 들어서 뉴욕 등 몇몇 도시에 마이어가 디자인한 아파트를 시행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내가 마이어 사무실에서 일하던 시절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인 뉴욕의 ‘165 찰스스트리트 아파트’였다. 허드슨 강과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는 이 아파트 프로젝트를 통해서 주거 건축의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최근 내가 용산에 ‘아페르 한강’이라는 아파트를 디자인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건물 역시 흰색으로 디자인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페르 한강에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넓은 테라스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정교한 미니멀 디자인 리처드 마이어는 본인이 유명 건축가라기보다는 ‘마스터 빌더’(Master Builder)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만큼 그의 건축은 완벽한 시공성을 요구한다. 실제로 모든 디자인을 하는 초기 단계에 프로젝트마다 다른 모듈러 그리드를 설정해 놓고 건축물의 모든 선은 그리드 선에 맞추어서 설계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공 시에 조금이라도 줄이 어긋날 경우가 생기면 아주 이상해 보이게 된다. 마이어 사무실의 직원들끼리는 “복잡한 형태의 건물을 디자인하는 프랭크 게리 사무실의 직원이 부럽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이유는 형태가 복잡할수록 시공상의 작은 실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이어의 건축물은 모든 라인의 줄이 맞아야 해서 조금만 어긋나도 눈에 거슬린다. 마이어의 사무실에 출근한 지 몇 달이 지나고 나니 모든 사물에 줄을 맞추는 강박증이 서서히 생겨났다. 화장실에 수건도 직각으로 맞게 걸려 있어야 하고, 책상 위의 사물들도 정리되어야 맘이 편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직장 동료들에게 했더니 다들 나와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건축도면을 보면 계속 줄을 맞추고 싶어지게 된다. 내가 설계한 머그학동에 가면 펜션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카페 동의 문, 창문, 정면에 있는 담장의 슬릿까지 줄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경향은 마이어 사무실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평면도에 벽들이 줄이 맞춰져 있지 않으면 불편한데, 지금도 우리나라의 아파트 평면을 보면 벽들이 줄이 안 맞아 있는 경우가 많다. 볼 때마다 맘이 불편하다.어느 잡지에서 마이어에게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의외의 답변을 하였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게 될 때 그는 게티 센터 프로젝트를 하면서 뉴욕의 집을 떠나 LA에서 13년을 떨어져 지내면서 아내와는 이혼하였고, 그의 자녀들은 어느덧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서 아이가 클 때 곁에 있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지만 동시에 두 자녀의 아빠이기도 했던 것이다. 책으로, 건축 작품을 함께하면서,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었던 기회는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인생의 경험으로 남아 있다. 건축가 유현준
  • 오장환문학상에 이진희 시인

    오장환문학상에 이진희 시인

    제13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에 이진희 시인이 선정됐다. 솔출판사는 오장환문학상 수상작으로 이 시인의 시집 ‘페이크’(걷는사람)가 뽑혔다고 25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수상 시집에 대해 “오장환의 시대정신과 세계 인식을 되살리는 역설적 인식을 통해 현실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깊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이 시인은 1972년 제주 출생으로, 2006년 계간 문학수첩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실비아 수수께끼’ 등이 있다. 함께 발표된 제9회 오장환신인문학상에는 정민식씨의 ‘디아스포라’가 당선됐다. 오장환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창작기금 1000만원, 신인문학상 당선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새달 23일 충북 보은 속리산 백두대간 생태문화 교육장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여파로 소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오장환문학상은 보은에서 출생한 한국 아방가르드 시의 선구자 오장환(1918~1951)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제정됐다. 솔출판사와 오장환문학상운영위원회, 계간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충북 보은군이 공동 주관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두원공과대학교, 수시·정시 최초 합격자 등록시 장학금 지급

    두원공과대학교, 수시·정시 최초 합격자 등록시 장학금 지급

    두원공과대학교는 다음달 13일까지 수시1차 원서접수를 받는다. 전체 정원 1795명 가운데 95%인 1705명을 수시1·2차에서 선발하며 5%인 90명을 정시에서 모집한다. 항공서비스과, 군사학과, 방송연예전공, 실용음악과는 면접과 실기고사가 있다. 수시전형의 경우 간호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는 고교 1·2학년 4개 학기 가운데 최우수 1개 학기의 내신 평균 등급을 반영하며, 간호학과는 고교 1·2학년 4개 학기 내신 평균 등급을 반영한다. 고교 1·2학년 4개 학기 국어, 영어, 수학 주요 과목 42단위 이상 이수자는 취득 총점의 13%를 가산점으로 준다. 수시 및 정시 최초 합격자가 등록하면 1개 학기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준다. 원서는 온라인으로 접수받는다. 특히 대학에서 모바일 원서접수시스템(http://apply.doowon.ac.kr)을 구축, 무료로 접수할 수 있도록 해 수험생들이 원서접수에 따른 비용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했다. 두원공과대학교는 경기도 안성과 파주에 이원화된 캠퍼스를 갖추고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한 2개의 성장동력을 갖춘 특성화 대학이다. 안성캠퍼스에는 제조·생산기반의 산업단지와 인구 밀집 지역의 사회 인프라를 반영해 기계·자동차, IT·정보통신, 간호보건, 사회실무 계열을 중심으로 한 17개 학과가 있다. 파주캠퍼스에는 디스플레이 전자산업과 방송 미디어 출판산업을 반영해 디스플레이공학·방송, 디자인, 사회실무 계열을 중심으로 한 16개 학과가 있다. 두원공과대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두원리더십과정을 개설해 필수적인 직업 기초능력을 겸비한 리더로 육성하기 위한 리더십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로즈운동본부’를 설립해 학생이 주축이 된 자발적 인성 함양 운동도 지원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서로 다른 전공과의 융복합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0학년도부터 개발한 융복합 교육과정을 전 학과의 공통교양 교과로 개설해 학과 단위로 수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추적단 불꽃 지음, 이봄 펴냄) ‘n번방 사건’의 실체를 알린 대학생 취재팀 추적단 불꽃의 르포 에세이. 기자를 지망하던 대학생 둘은 스펙을 쌓기 위해 공모전을 준비하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끔찍한 범죄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 추적을 시작한다. 그 결과 n번방의 운영진이 검거되고, 대법원이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양형 기준을 높였지만 제2의 n번방은 여전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320쪽. 1만 7000원.위대한 여성 예술가들(파이돈 편집부·리베카 모릴 지음, 진주 K 가드너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지난 500년간 위대한 작품을 남긴 여성 예술가 400여명을 집대성한 저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술사 책인 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초판에도 여성 미술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술사에 기록되는 예술가는 남성에 국한돼 왔다. 464쪽. 5만 8000원.저항하는 지성, 고야(박홍규 지음, 들녘 펴냄) 스페인의 역사를 화폭에 담은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를 조명했다. 전쟁의 참상, 사회의 악습 등 반체제적인 그림들을 수백점 그렸던 고야는 실제 50년 이상을 궁정에 충성한 어용화가였다. 노년에 이르러 눈과 귀가 멀었던 고야는 외부 세계와는 차단된 채 내면에 침잠, 참혹한 인간 현실의 단면을 드러냈다. 392쪽. 1만 5000원.두 개의 이름으로(야마구치 요시코·후지와라 사쿠야 지음, 장윤선 옮김, 소명출판 펴냄) 중국에서 태어난 일본인으로 만주를 점령한 일본의 선전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배우 리샹란의 자서전. 이후 베트남전쟁을 취재하고, 참의원 의원을 거쳐 환경청 정무차관까지 지낸 그는 일본의 국가 정책에 희생된 배우 리샹란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462쪽. 2만 8000원.읽는 직업(이은혜 지음, 마음산책 펴냄) 베테랑 인문 편집자가 기록한 책을 둘러싼 세계. 14년간 꾸준히 인문서 목록을 쌓아온 출판사 글항아리의 편집장인 저자가 오랜 시간 골몰해 온 출판과 편집에 관한 고민, 태도를 진솔하게 써내려갔다. 편집자의 일을 다양한 실사례를 들어 명료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232쪽. 1만 4500원.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다산책방 펴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논픽션 에세이.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전시된 사뮈엘 포치의 초상화를 보고 깊게 매료된 반스는 그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19세기의 외과의사 사뮈엘 포치는 프랑스 최초의 산부인과 전문의면서 당대 명성 높은 예술가들과 연결된 핵심 인물이자 운동가였다. 348쪽. 1만 8000원.
  • 경만선 서울시의원 “서울도서관 코로나19 언택트 서비스 확충 환영”

    경만선 서울시의원 “서울도서관 코로나19 언택트 서비스 확충 환영”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경만선 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3)은 서울도서관의 전자책과 오디오북 확충을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한다. 서울도서관은 올해 2월말부터 코로나19로 휴관과 개관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독서 및 정보활동에 대한 요구에 부응해 비대면으로 대출 회원증을 발급하고, 전자책 및 오디오북 목록을 신간 중심으로 개편한 바 있다. 그 결과 3월부터 7월 말까지 비대면 대출회원은 2만여명이 넘게 가입했고,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대출은 10만 건에 달하여 전년 동기대비 2배가 넘는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전자책 보유 종수가 부족해 이용자 폭증에 대한 대처가 어렵고, 전자책 1종에 동시 대출자수가 최대 5명에 불과해 원하는 전자책을 제때 대출할 수 없는 불편함이 많았다. 또한 서울도서관의 스트리밍 형태의 오디오북 이용은 이용자 요구에 비해 소장량이 매우 취약하여 확충에 대한 요구가 컸다. 경만선 의원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서울도서관이 안정적인 도서 대출서비스가 어렵고 언택트 서비스의 증가추이를 감안하여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원하는 전자출판물을 동시접속자 수와 상관없이 즉각 이용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이번 경만선 의원의 서울도서관 예산사용 협조는 서울도서관 뿐 아니라 구립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어, 비대면시대의 공공도서관 정보서비스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어 서울도서관은 금년말까지 전자책 및 오디오북 확충은 물론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원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경만선 의원은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디지털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증가한만큼, 공공의 영역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서울도서관 전자책 오디오북 확충은 현 시대에서의 지식문화도시 서울을 표방하는데 그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82년생 김지영’ ‘우에노역 공원 출구’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예심 후보 올라

    ‘82년생 김지영’ ‘우에노역 공원 출구’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예심 후보 올라

    한국 작가들의 소설이 영미권 출판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23일 전미도서재단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가 영문판 번역가 제이미 장과 함께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예심 후보에 포함됐다.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소설 ‘우에노역 공원 출구’ 영문판도 예심 후보작 10종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재미교포 최돈미 시인은 시집 ‘DMZ 콜로니’로 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전미도서상은 소설부터 논픽션, 시, 번역문학, 청소년 문학 5개 부문을 시상한다. 본선 진출작은 새달 6일, 수상작은 11월 18일에 발표한다. 한편, 황석영 작가의 소설 ‘해질 무렵’의 영문판(김소라 역)은 전미번역상 후보에 올랐다. 전미번역상은 미국 문학번역가협회(ALTA)에서 운영하는 번역문학 전문 문학상으로 올해 22회째다. 함께 전미번역상 후보가 된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제이크 레빈·서소은·최혜지 역)의 영문판은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후보로도 선정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남주·황석영·김이듬… 영미권 시장서 약진하는 한국 문학

    조남주·황석영·김이듬… 영미권 시장서 약진하는 한국 문학

    한국 작가들의 소설이 영미권 출판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23일 전미도서재단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가 영문판 번역가 제이미 장과 함께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예심 후보에 포함됐다.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소설 ‘우에노역 공원 출구’ 영문판도 예심 후보작 10종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재미교포 최돈미 시인은 시집 ‘DMZ 콜로니’로 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전미도서상은 소설부터 논픽션, 시, 번역문학, 청소년 문학 5개 부문을 시상한다. 본선 진출작은 새달 6일, 수상작은 11월 18일에 발표한다.한편, 황석영 작가의 소설 ‘해질 무렵’의 영문판(김소라 역)은 전미번역상 후보에 올랐다. 전미번역상은 미국 문학번역가협회(ALTA)에서 운영하는 번역문학 전문 문학상으로 올해 22회째다. 함께 전미번역상 후보가 된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제이크 레빈·서소은·최혜지 역)의 영문판은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후보로도 선정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린이 눈앞에서 다 벗은 어른들…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린이 눈앞에서 다 벗은 어른들…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 앞에서 옷 벗는 덴마크 어린이 방송부모 허락받은 아이들, 나체 어른에 질문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최근 초등학교에 시범 배포했다가 전량 회수된 덴마크 성교육도서. 일각에서 이 책을 두고 “우리나라 정서엔 아니다”며 선정성 논란을 제기한 가운데, 이번엔 덴마크 어린이 방송이 눈길을 끌었다. 22일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 ‘덴마크의 흔한 어린이 방송’이란 제목으로 영상이 올라왔다. 어른이 어린이 앞에서 나체로 서 있는 장면. 실제 덴마크 어린이 방송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덴마크의 어린이 프로그램 ‘울트라 스트립스 다운’(Ultra Strips Down)를 소개했다. ‘울트라 스트립스 다운’은 2019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인기 프로그램으로, 5명의 어른이 알몸으로 무대에 오르고, 11~13세 어린이로 구성된 방청객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무대에 서는 어른들은 배우가 아닌 자원봉사자들이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를 격려하기 위한 교육적 도구로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자기 몸 긍정주의란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의미다. SNS 등에는 대부분 완벽한 몸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90%는 그런 몸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소개한다. 해당 방송에서는 “누군가 놀랄 수도 있겠지만, 이 방송은 성관계와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몸을 자연스럽게 보는 것”이라며 “사람의 몸은 살이 쪄 있거나, 털이 나 있기거나, 뾰루지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건 다 괜찮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방청객으로 참여하려면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옷을 벗은 어른과 아이를 같은 카메라 앵글에 담지 않는다. 어린이가 불편함을 느낄 경우 무대 뒤편의 공간에서 선생님과 함께 있을 수 있다.“아이들에게 너무 이르다”는 비판도… 극우 성향의 덴마크 인민당 소속 피터 스코룹 의원은 “아이들이 이런 천박한 방식이 아니라. 학교나 부모님들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트라 스트립스 다운’은 2019년에 덴마크 TV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어린이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시즌2도 제작 중이다. 덴마크의 육아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 소피 뮌스터는 NYT를 통해 “덴마크에서는 부모들이 대체로 아이들을 무언가로부터 방어하는 것보다는 노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다만 ‘울트라 스트립스 다운’은 덴마크 방식 중에서도 급진적”이라고 말했다. 뮌스터는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이들을 나체에 더 노출시키는 것은 몸에 대한 아이들의 불안함을 없애주는 덴마크만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덴마크의 한 TV쇼가 ‘자기 몸 긍정주의’ 홍보를 위해 성인들이 어린이 앞에서 나체로 서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뉴질랜드 언론도 인디펜던트의 말을 인용하며 “이 프로그램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성교육책이 너무 야하다? 아이는 담담한데 어른만 당황” 우리나라에선 ‘덴마크의 성교육’이 한 차례 학부모 사이 화제를 모았다. 여가부가 최근 초등학교에 시범 배포했던 성교육도서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50년 전 덴마크에서 출간된 역사적인 책”이라며 국내의 논란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책은 전량 회수가 결정됐다.초등학교 성교육 ‘나다움 어린이책’ 선정에 참여한 남윤정 씽투창작소 대표는 “문제가 된 책은 내 몸을 이해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던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였다”며 “1971년에 출판된 50년 정도 된 책이다. 아이들이 난 어디서 태어났냐고 물을 때 엄마, 아빠가 만나서 사랑하고 네가 이렇게 태어났다는 걸 해부학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린 책”이라고 설명했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덴마크의 교사이자 심리치료사, 성 연구가인 페르 홀름 크누센이 쓴 책으로 1971년 출간돼 유아동 성교육 자료로 쓰이고 있다. 1972년 덴마크 문화부 아동도서 상을 받았고, 전 세계에 번역 출판됐다. 국내에도 2017년 출간됐으며, 3세 이상이 읽을 수 있는 도서로 분류돼 있다. 남 대표는 사실적 그림 때문에 일각에서 ‘조기 성애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는 “낯설어서 충격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이들에게 ‘나중에 크면 배울 것’이라 얘기하는 건 윤리적 잣대인데, 그게 바로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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