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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문학작품이 안 읽힌다/독자들,흥미위주 역사·추리소설 선호

    ◎출판사도 유명작가외엔 시·소설 기피/“침체 장기화할듯”… 작가들 각성 아쉬워 순수문학이 압사상태에 처해 있다.90년대 들어 이념대립의 완화로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던 순수문학계가 아직도 뚜렷한 진로를 잡지 못한 채 역사소설이나 번역문학의 위세에 눌려 절멸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조연래씨의 「태백산맥」이후 늘기 시작한 대하역사소설은 최근들어 붐을 이루어 정동주씨의 「단야」,유익서씨의 「예성강」,유현종씨의 「노도」,유금호씨의 「고려무」,송기숙씨의 「녹두장군」,강준식씨의 「풍운」,정현웅씨의 「화산에 묻다」,성기조씨의 「북풍」,백용운씨의 「풍운무」등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이밖에 「소설 동의보감」에 이어 「소설 토정비결」「소설 황진이」「소설 김옥균」등 역사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같은 역사소설들중 일부는 좋은 평가를 얻고 있으나 상당수의 작품들이 고증의 불철저나 문학적 형상력의 부족,역사소재주의에의 경도 등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문제는 역사소설들이 인간이나 세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등한히 하고 다만 쉽고 가벼운 흥미거리로 널리 읽힘으로써 순수문학 독자층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87년 출판자유화조치이후 출판물량의 절대적인 부족아래 우후죽순격으로 번역되기 시작한 외국문학작품들도 최근에는 더욱 붐을 이루어 외국추리소설 번역출간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이에 따라 그동안 순수문학작품 출간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출판사들도 외국추리소설 번역출판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에 비해 순수소설이나 시 등 순수문학작품 출간은 현격히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특히 장편소설의 판매저조는 문학출판계에 큰 충격과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지난해 입도선매식 계약으로 사랑 등을 소재로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던 장편소설의 판매저조는 순수문학의 마지막 희망마저 꺾는 것으로 앞으로 순수문학류의 장기적인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지난해 숱하게 나왔던 젊은 작가들의 소설들중 이승우 하창수 구효서씨 등의 소설만이 5천부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따라서 출판사측에서도 이문렬최인호 박완서 한수산 유홍종 박영한 박범신 등 몇몇 인기작가의 소설들만을 안심하고 출판할 수 있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역사소설,번역문학류의 상대적인 득세와 순수문학류의 침체는 재미를 선호하는 최근 독자들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문학을 고상한 가치를 추구하는 진지한 행위로 보는 대신 문학을 일회용 소모품 정도로 보고 즐기는 요즈음의 세태를 출판이 거스를수 없다는 것.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여러곳에서 찾아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학평론가 오세영씨는 우리문학의 센세이셔널리즘적 경향이 독자들의 문학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요즈음 작가들의 장편소설 쓰기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장편소설의 전통이 짧은 우리 문단에서 장편소설이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문학평론가 박덕규씨는 『최근 장편소설이 세태소설화하며 단편소설이 가졌던 집약성을 잃고 자본주의적 현실해석을 위한 주도면밀한 인식과 경험을 수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많은 비판의시선은 문학창작의 주체인 작가들에게 쏠리고 있다.문학평론가 정규웅씨는 순문학작가들이 재미를 외면하며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전병석 문예출판사대표도 『역량있는 작가가 드물다.신인들은 열심히 하지만 지명도가 낮고 중견들은 신문연재소설이나 역사소설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작품은 좋은데 독자가 없다는 사실도 이제 작가들이 심각히 고려해야할 때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순수문학의 침체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데에 있다.일부에선 이를 일본처럼 순수문학이 퇴조하고 중간문학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기도하고 앞으로 출판시장개방에 따른 상업적 대중문학류가 독자들을 그쪽으로 길들일 거라고 우려한다.따라서 순수문학을 되살리기 위해 작가들의 각성을 요구하는 소리가 어느때보다 높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우루과이 라운드를 이길수 있는 작가가 아니라면 모두 순수문학으로 되돌아와 중단편 창작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 상반기 시장개방/출판계 대책마련 부심

    ◎영세업체 도산·저질도서 범람 우려/출판사 전문화·유통 현대화등 시급 선진국의 통상압력으로 쌀개방까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올 상반기중에 문화의 핵심분야라 할 수 있는 출판·인쇄업분야도 개방할 예정이어서 출판계가 들끓고 있다. 이 두 분야가 개방되면 우리는 국내에서 외국인이 기획하고 찍어낸 책을 국내도서와 함께 구해볼 수 있게 된다.그러나 그렇게되면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외국출판업자들의 위세에 눌려 영세한 국내출판업계는 도산이 속출하는등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출판계는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상반기중 출판·인쇄업 개방방침은 지난 20일 재무부가 이를 공식발표하면서 표면화됐으며 재무부는 현재 관계부처인 문화부와 세부사항을 협의중에 있다.따라서 빠르면 4월1일부터 출판·인쇄업 개방이 시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내외국인의 합작투자는 물론 외국인의 단독투자도 허용한다는 것이 재무부의 기본 계획이다. 이와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전해지자 출판계는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듯 들끓고 있는 가운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출판관계자들은 『쌀까지 개방될 처지에서 출판이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대체로 출판시장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이두영사무국장은 『우리 출판계가 어느 정도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린다는 것이 출판계의 공통된 인식』이라면서 출판계가 내부적 자생력을 기를 때까지 개방시기를 최대한 늦춰주도록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판시장이 개방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내출판업계의 급격한 위축과 문화적인 잠식 및 저질도서의 범람이다.근본적으로 영세한 국내업계가 외국의 대형출판사들과는 처음부터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고 우리에게 맞지 않는 외국의 문화가 도서를 통해 마구 유입·보급될 것이며 특히 청소년에게 해를 끼칠 불량도서들이 판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출판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체질을 강화시킬 수 밖에 없으며 특히 생산·유통의 협동화·자동화·현대화가 가장 절실히요구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이와함께 출판사의 특성을 살리는 전문화가 중요시된다.뿐만 아니라 외국도서에 질적으로 대적할 수 있는 우수한 필자의 발굴에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며 국내 필자들도 종전보다 더 큰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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